한이2021-04-16 04:02:11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소니는 과연 애니메이션을 못 만드는가, 안 만드는건가?
이 영화를 다 보고 상영관을 나올 때는 충격이였다.
내가 알던 소니의 애니에이션이 아닌, 픽사에서 만든 줄 알을 정도로 엄청난 퀄리티를 보장한다.
-줄거리-
우연히 방사능 거미에 물려 초능력자가 된 마일스는 어느 날 스파이더맨이 악당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되고
피터는 자신과 같은 능력이 있음을 알고 도와주려 한다.
그 이후에 우연히 여러 개의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러 개의 스파이더맨들이 모여 악당과의 싸움을 준비한다.
평가
사실 소니에서 만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썩 좋은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케이블용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하지만, 극장용은 우리의 뇌리에 박힌 유아용을 만드는데, 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정말 그런 나의 고정관념을 바꿔 주었다.
영화 자체의 때깔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
영화의, 스토리도 정말 좋았으며, 시각 효과도 훌륭했고, 영상미도 뛰어났다.
영화의 구성이 지저분하지 않고 딱 우리가 원하는 정도만 들어있으며,
개인적으로 톰 홀랜드가 연기하는 스파이더맨 보다 더 만족했다.
장면 하나하나가 뮤직비디오같이 흘러가며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줄지가 아닌
어떻게 보여줄지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을 영화로 안만들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은 최고로 잘 한 선택이였다고 장담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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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소방관>이 개봉 2주 만에 1위를 탈환하며 예상외 선전을 펼쳐 화제입니다.
지난 주말인 13~15일, 개봉 첫 주말 관객 수(56만 명)보다 8만 7천여 명 증가한 65만 명을 불러들이며 1위를 기록했습니다. 누적 관객 수 170만 명을 달성한 <소방관>은 금주 내로 200만 명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러 기부 공약을 밝혀 화제가 된 <소방관>은 손익분기점 달성 시, 약 3억 원을 국립소방병원에 기부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과연 손익분기점인 250만 명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편, 북미에서는 <모아나 2>와 <위키드>가 굳건하게 순위를 지키며 순항 중인 가운데 스파이더맨의 숙적 크레이븐의 이야기를 다룬 <크레이븐 더 헌터>가 <글래디에이터 Ⅱ>를 밀어내고 3위에 올랐습니다.
애런 존슨 주연의 <크레이븐 더 헌터>는 소니의 스파이더맨 빌런 유니버스의 마지막 작품으로 주목받았지만, 1,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혹평을 받았던 소니의 <마담 웹>보다도 낮은 오프닝 스코어일 뿐만 아니라 1억 1,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감안하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됩니다.
<크레이븐 더 헌터>는 죽음의 문턱에서 맹수의 초인적인 힘을 얻고 살아 돌아온 크레이븐이 무자비한 복수의 길을 택하며 거침없는 사냥을 펼치는 액션 블록버스터이며, 국내에서는 2025년에 개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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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호실] 3월 넷플릭스 공개 신작 모음 - 아아무튼 신작이라고요?
일타스캔들(2023)
평소에 한국드라마 잘 보지 않는 나에게 너무 흥미로웠던 설정이 눈에 들어와서 보게 된 일타스캔들
바로 입시,, 학원,, 인강강사 소재였다.
작가가 나름 열심히 현 입시체제나 흐름에 대해 알아보고 현우진한테 자문도 받고 한 티가 나긴 한다. 근데 한드 전개를 해야해서인지 어딘가 어색하고,, 굳이? 싶은 전개도 있지만 그래 드라마니까 용서 가능한 수준. 아무튼 신선했다.
스카이캐슬 이후로 이렇게 입시를 나름 깊게 다룬 드라마가 있나 싶고 나름 신선했다 생각.
배우들은 다들 잘한다. 특히 전도연 정경호 배우는 정말 잘했음 둘이 각 인물을 잘 살리는 연기를 죽 이어가서 좋다. 극의 흐름이 많이 흔들리지 않는 듯 했다.
노윤서 배우도 너무 잘하고 내가 <런온>에서 너무 좋아했던 이봉련 배우도 잘한다! 고딩 어머니들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근데 한드의 고질적 문제점이 여기서도 드러남. 뒤로 갈수록 재미가 없고+사귀면 더 재미가 없어짐
왜일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일타스캔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한드 전체적으로
드라마 특성상 각 인물의 매력이나 특징이 극대화되어 스크린에 표현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결국 그 캐릭터의 매력이 되는 거고.
근데 두 인물이 사귀면서 그 매력이 이전에 비해 죽어버리는 것 같고 그래서 재미가 없는 것 같다. 뭐 어쩔 수 없지만,, 아쉽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이 굳이 왜 스릴러 장르를 넣어야했는지 의문. 쇠구슬 얘기만 나오면 흥미가 떨어지고
둘이 만나게 된 이후로 갑자기 지실장 수상함~~이러면서 전개가 이리저리 튀어서 별로 재미가 없고,, 잘 쓸거 아니면 스릴러 빼주세요
<동백꽃 필 무렵>이 성공한 이후로 로코 한드에서 스릴러 넣는게 유행이 되었는지,,
차라리 회차를 줄이고 둘의 관계나 인물들에 집중하고 빨리 끝내는게 나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드라마 만듦새는 전제척으로 좋다. 돈 열심히 쓴 티도 나고 <런온>처럼 산뜻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화면이 각본이랑 어울리고. 배우들도 잘하고
뒤로 갈수록 흥미는 떨어지지만 8-10화 정도가 제일 재밌었던 것 같다. 이런 중년? 30-40대 로코 너무 재밌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2023)
나는 이전부터 종교, 종교와 과학의 대립, 사이비 이런 소재를 너무 좋아했어서 나오자마자 얼른 봤다.
이 작품을 알게 된 것은 공개 전에 JMS에서 공개를 못하게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결국 공개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일단 1화를 틀자마자 토하고싶었다
1-3화는 기독교복음선교회 JMS 정명석, 4화는 오대양 박순자, 5-6화는 아가동산 김기순, 7-8화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사건에 심각함의 정도를 잴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JMS의 실체를 담은 1-3화를 보면서 제일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만큼 심각한 정도의 성폭력을 수백명의 여신도들에게 저질렀고 그런 자료들이 적나라하게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도 있고
오디오 자료뿐만 아니라 시각적 자료도 신도들 얼굴 모자이크 빼고는 나체가 그대로 나온다던지 매우 선정적이라서 처음에는 거부감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사건을 널리 알리고 실체를 파해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은 알겠으나 피해자들을 이렇게까지 선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게끔 연출할 일인가 싶었다.
근데 조성현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모두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은 연출이었으며 현재도 남아있는 신도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어 탈교할 수 있게끔 이렇게 연출했다는데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8화에 걸쳐 소개되는 네 종교의 신도들은 모두 지상파 언론조차 믿지 않으니 이렇게 다 늘어 보여줘야 세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만 한 것도 같았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용기내어 나와 성폭력 당시를 설명하고 JMS 목사기까지했던 메이플이 미행당하면서까지 언론에 모습을 비추는 모습을 보면서 괜시리 눈물도 났다. 슬퍼서가 아니라 화나고 답답해서 화면 속 사람들과 같이 울었다. 이 다큐를 보고 나만큼 그들의 가해와 폭력에 분노하고 들고 일어서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화 다음화를 계속 틀었다.
4화의 오대양 사건은 이전에 꼬꼬무에서 봤던 사건인데 꼬꼬무와는 달리 당시 사건 현장을 다르게 분석하는 양측의 입장을 비교하며 들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새로웠다.
7-8화의 만민중앙교회 이야기는 JMS와 똑같이 역겨웠으며, 5-6화의 아가동산 이야기를 보면서는 그들이 세운 회사가 신나라레코드라는 점에 놀랐다
이전에 신나라레코드에서 앨범을 몇 장 산적이 있었고 또 친구들에게 선물해준다고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앨범을 산 적이 있는데 그게 다 그들에게 돌아가는 돈이라니 소비하지 말아야지
정리해보면 공개 직후 논란이 되기도 했던 1-3화의 선정성 논란은 논란을 제기하는 쪽도, 감독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사실을 드러내고 널리 알리고자 하는 목적의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사건별로 촘촘하게 잘 구성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부제를 왜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라 정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사실 그들이 신을 정말로 믿었을지도 의문이다.
본인들을 재림예수며 메시아라 칭하는데 일단 '배신'이라는 건 그 이전에 신뢰나 믿음이 있었다는 건데 처음부터 그들과 신 사이에 믿음이 있긴 했을까 싶다.
현재 아가동산 측에서 5-6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이 작품을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꼭 5, 6화부터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더 글로리 part 2(2023)
드디어 공개된 더글로리 파트2
다섯시 맞춰서 들어갔는데 넷플릭스 한국 서버가 잠시 터졌다고 하니까 다들 나같았나보다 싶고 웃겼다.
그래서 어땠냐. 하면 너무 기대하지 말걸 싶었다.
물론 재밌었다. 잘 만든 작품이고 각본 연출 연기 미술 다 좋았으니까
그래도 너무 기대를 했는지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결말에 대해서도 깔끔한 결말이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온전히 내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당연하지만 스포가 있으니 아직 안 본 사람은 읽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스포당하고 보면 재미없으니까
일단 모든 전개가 다 이유가 있고 현실적이었다. 연진이 현남을 찾아가 협박한 것도, 말 많던 여정과 동은의 만남이 단순한 우연, 운명이 아니었다는 것도
또 여전히 대사가 정말 주옥같다. 번역으로는 느낄 수 없을만한 뉘앙스와 그걸 잘 살려내는 배우들의 연기까지. 한 씬 한 씬 맛깔나게 만들어낸 느낌으로
인물이 정말 많긴 하지만 어느 하나 허투로 쓰고 넘어가지 않는 인물 활용과 메타포도 놓치지 않고 가져가는 것까지 좋았고
아 아쉬운가,,? 하다가도 아 안아쉽다 싶게 인물들 마무리하는 것까지.
보면서 교회에서 사라 엔딩이 정말 아쉬웠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던 거지. 스태들러로 꽂아넣는 순간에 여기서 끝날리가 없지 싶은 그 카타르시스가 정말
가해자들 엔딩은 다 좋았다.
결국 그들은 동은이 살짝 밀어줬을뿐, 서로가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가르고 죽고 죽이는 결말을 맞은 게.
언제나 말로 동은과 소희, 경란을 가해하던 혜정은 더 이상 말을 뱉을 수 없게 되어버렸고
이상하고 구린 눈빛으로 피해자들을 바라보던 재준은 자신과 예솔을 이어준다 생각한 눈을 쓸 수 없게 되어버렸으며
그렇게 약을 찾던 사라는 잠깐의 유혹에 교회에서 그 잠깐을 못참아서 약을 하고 사탄이라며 혜정의 목을 꿰뚫어버리고
모든 사실을 돈으로 얻고 모든 진실을 돈으로 덮어버리던 연진은 끝끝내 중요한 진실을 평생 알지 못한 채로 교도소에서 썩게 되었으며
그 돈의 출처이자 항상 믿어 의심치 않던 어머니까지 자신을 놓아버리고 예솔이까지 잃어버리게 된 이 엔딩
진짜 완벽하다
근데 나는 오히려 동은의 엔딩이 살짝 아쉬웠다.
물론 이 작품에서 복수는 정당성이 있고 시청자들도 응원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복수라는 건 스스로도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불법적인 일도 하고 이제 다시는 그 전과 똑같은 사람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서
나는 당연히 파트1을 보면서도 동은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끝내고 나면 스스로 죽음을 택할 것이고, 그게 맞는 엔딩이라 생각했는데
여정이의 어머니가 등장해서 당황했다.
근데 막상 또 여정의 어머니가 여정도 동은이 택하려는 길을 가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전개는 또 설득력 있었다. 혼란스러움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그러고서는 또 여정의 복수를 도울 것을 암시하는 결말이 나는,, 이게맞나 싶었다.
복수를 하면 물론 통쾌하고 그들도 잃어보라는 심정이겠지만 그럼으로써 자신 스스로도 잃을텐데 저걸 또 다시 이어나가는 엔딩이 내 가치관에는 맞지 않았나봐
근데 또 엄마와 이 이야기를 하니 엄마는 경찰과 같은 기관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걸 도와주지 않으니 스스로 행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개인이 복수를 하면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거니까 이런 엔딩을 맞았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다.
근데 내 가치관에는 잘 맞지 않았던 듯. 그래도 정말 용두용미로 잘 마무리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것은 차주영 배우와 혜정을 대하는 태도가 좀 별로라고 생각했음
파트1에서도 배우 동의 없이 가슴 부각되는 의상으로 바꿨다고 배우가 말하게 다니게 하고 이번에는 바디더블을 써가면서까지 꼭 필요한 컷도 아닌데 혜정의 나체를 꼭 보여줘야 했는지
너무 남감독같아서,,(당연함. 남감독임) 굳이?? 굳이 저렇게 연출했어야 했나 싶었다 많이.
이런 아쉬운 부분 빼면 그래도 정말 한드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 끝맺음을 지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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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가족의 울타리
우리 모두는 태어나는 순간 혈연관계가 만들어진다. 부모와 형제들과 맺은 관계는 살아가는 모든 시간에 조금씩 영향을 준다. 전통사회부터 현대사회까지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는 일은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에게는 필수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어떤 사람들은 혈연, 자기 핏줄이라는 것에 굉장히 집착하기도 했다. 이런 혈연관계 아래에서는 각자가 맡아서 해야 할 일을 나눠서 하기도 하면서 각자는 가족에 어떤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또 챙기면서 끈끈한 관계를 맺으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왔던 사람들은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떨어져 살기 시작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에 대한 의무감도 자연스럽게 약해졌다. 최근에는 1인 가구나 비혼 인구도 늘어나면서 더욱더 그 가족의 단위는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끼리 한 집에 산다거나 어떤 감정적 교류를 하면서 살아가는 가족 아닌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대안 가족 또는 유사 가족이라고 부르는 집단이 생겨난 것이다. 이들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함께 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유사가족이 되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
영화 <브로커>는 주인공들이 일종의 유사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과거 혈연관계가 시작되는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은 한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 아이는 서서히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다. <브로커>에서는 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가족의 울타리에 들어갈 기회를 박탈당해버린다. 아이 우성의 엄마인 소영(아이유)은 한 성당의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내려놓고 돌아선다. 그리고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그 아이를 데리고 간다. 그들은 아이를 돈 받고 파는 일종의 브로커다. 이 첫 장면이 지나가는 시점에 주요 등장인물들은 가족의 울타리를 깨버리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 같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파는 브로커인 상현과 동수는 그렇게 나쁘지 않게 보인다. 그들은 아이를 구매할 구매자를 찾는데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조금 이상해 보이는 구매자는 걸러낸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일종의 양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아이 우성의 엄마 소영은 상현과 동수가 브로커임을 알게 된 이후 아이의 판매에 동참한다. 그렇게 더 까다롭게 아이를 키울 부모를 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아이의 울타리를 깨는 사람에서 새로운 울타리를 만들어주려는 사람들로 서서히 바뀌어나간다.
아이를 버린 엄마 소영은 미혼모다. 그만의 사정이 있고, 아이에 대한 애정도 그렇게 많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꽤 반항기 있는 말투와 센 화장이 그가 살아온 태도를 보여준다. 반면 상현은 이혼남이다. 도박으로 인해 가족들이 그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고, 그 관계도 좋지 않다. 그리고 동수는 어린 시절 보육원에 맡겨져 자라온 인물이다. 자신을 찾아오지 않은 엄마에 대한 원망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인물이다. 이 세 인물은 삶에 어딘가 결핍이 있다. 그들은 사랑받지 못하고 있고, 이후에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삐뚤어진 삶을 살게 되온 건지도 모르겠다. 이 세 인물 모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전혀 없거나 깨져버린 인물이다.
관계가 깨진 인물들이 아이를 위해 다시 만들어가는 가족의 울타리
이렇게 자신의 삶이 깨진 채 살아가고 있는 세 인물이 우성이라는 한 아이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이고, 그 아이를 좋은 부모에게 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세 인물이 이루지 못한 삶의 어떤 부분을 채워준다는 의미가 있다. 그들은 아이의 삶이 자신들처럼 깨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브로커 일을 꽤 오래 했고 가장 나이가 많은 상현이 큰 생각 없이 아이를 넘길 것만 같지만 그마저도 마지막에는 마음을 돌린다. 그리고 아이 우성의 부모를 택하는 과정 속에서 엄마 소영의 마음도 서서히 풀려간다. 그들은 자신들도 모른 채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만들어나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소영과 상현, 동수는 아이와 밀접한 위치에서 부모를 찾으려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여기에 외부인의 시선이 등장한다. 바로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이다. 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버려진 아이의 브로커 역할을 하는 상현과 동수를 수사해 왔다. 그들은 상현의 집 근처에 잠복하며 아이가 거래되는 순간을 이용해 상현과 동수를 잡으려고 하는 인물들이다. 특히나 수진은 외부에서 이들의 대화를 도청하거나 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이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들의 다른 모습을 본 이후에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영화에서 수진의 역할은 외부자의 시선일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 역할도 한다. ‘낙태와 살인 중 무엇이 더 나쁜가’ 나 ‘낙태와 아이를 버리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나쁜가’ 같은 복잡 미묘한 사회적 문제들을 소영과 수진의 대화를 통해서 던지고 있다. 조금은 기능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주지만 수진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소영, 상현, 동수 세 인물의 동선에 수진의 동선이 포함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된다. 그렇게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도 하나로 연결되어 합쳐진다.
영화는 모든 인물이 결국 연결되고 가족처럼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담겼다. 특히나 이야기 중 어떤 인물이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반복해서 내뱉는 말은 꽤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것 같다. 우리 모두는 그런 가족의 울타리 안에 있고 꼭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서로 의지하는 관계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엄마나 아빠 역할을 못하면 다른 누군가가 성별에 상관없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이제는 정해져 있는 성역할도 없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든 가족 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시선이 영화 <브로커>에 담겨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영화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영화다. 먼저 브로커 상현 역할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그동안 보여줬던 송강호만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무심하지만 속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결국 모두의 아버지가 되어가는 인물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그는 이번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탔는데, 지금까지 모든 송강호의 연기가 녹아있는 이번 연기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엄마 소영 역을 맡은 배우 아이유는 과거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인 지안과 비슷한 연기를 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범죄를 저지르고 아픔을 숨긴 채 날카롭게 반응하는 캐릭터이지만 조금씩 따뜻함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센 반응을 보이는 인물인 소영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수 역할을 맡은 배우 강동원도 그가 상처를 숨기고 부드러움을 보이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그동안 보여줬던 로맨스 캐릭터 연기를 이번에 같이 보여주면서 관객의 웃음을 부른다. 그리고 형사 수진 역을 맡은 배우 배두나도 그가 잘 보여주는 조금 딱딱해 보이고 감정이 없는 것 같지만 조금 다른 따뜻한 선택을 하는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메시지를 던지는 캐릭터를 맡았다는 점에서 그의 비중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꽤 중요한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일본에서 비슷한 유사 가족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온 경험이 있다. 그는 소외된 계층과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감독인데, 이번 <브로커>에서도 미혼모, 낙태, 고아, 아이 브로커 등의 문제를 한 영화에 녹아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기존에 그가 일본에서 만들었던 영화들에 비해 너무 부드럽고 얕게만 문제를 다루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감독이 한국 배우들을 이용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던지고 있고, 각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연기력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꽤 안정적인 영화를 완성해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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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브로커>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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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 레이미, 마블에서 B급 감성을 뽐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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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레이미 감독은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히어로 영화 장르에서 액션과 드라마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케이스였다. 그는 데뷔작인 공포영화 <이블 데드>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보여줬다. 그가 처음 적용했던 악령 시점으로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는 이후에 샘 레이미의 연출작에 거의 매번 다시 재활용되었다. 또한 시체의 팔이 땅을 뚫고 손을 뻗으며 등장하는 장면도 종종 사용된다. 무엇보다 샘 레이미는 그가 좋아하는 B급 영화의 감수성을 포기하지 않고 그가 시도하는 새로운 영화에 잘 녹여 사용하면서 그의 색깔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그가 연출한 작품은 다양하다.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 영화, <이블데드>, <드래그 미 투 헬> 같은 호러, <심플플랜> 같은 스릴러 그리고 <사랑을 위하여> 같은 드라마 장르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완성해냈다.
그가 이번에 택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마블의 영화다. 마블이 계속 연달아 제작하고 있는 영화들은 각 히어로 별로 고유의 특성을 살린 개별 이야기를 하면서도 전반적 관점에서 영화들을 조망해보면 개별 히어로들의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있어 아주 크고 넓게 구축되고 있는 세계다. 그래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히어로 영화들에 새로운 캐릭터나 확장된 세계관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그 범위를 더욱 넓히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렇게 거대하게 구축된 A급 세계관 중 하나를 B급 감성을 뽐내는 샘 레이미가 연출하게 된 것은 꽤 의외다.
B급 감성의 샘 레이미 감독이 다시 선택한 히어로 영화
샘 레이미는 2013년에 연출한 <오즈 더 그레이트 앤 파워풀> 이후 다른 영화를 연출하지 않았다. 그동안 다른 영화 제작에만 간간히 참여를 하다가 <스파이더맨>에 이어 두 번째로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택한 것이다.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사실 연출 자유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이미 마블 수장 케빈 파이기와 그의 동료들이 만들어놓은 세계관 속이고 미래의 방향이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는 시리즈에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샘 레이미가 참여하는 것이 그렇게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게다가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는 이미 캐릭터의 특성이나 성향이 대부분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재창조하거나 감독의 색깔을 덧붙이는 작업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샘 레이미 감독의 인장이 강력하게 박혀있는 영화다. 이미 구축된 세계관, 캐릭터에는 손대지 않으면서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로 드러내면서 이 영화만의 개성이 생겼다. 다른 유니버스로 이동하는 장면, 드림 워킹으로 다른 유니버스로 이동하는 장면에선 샘 레이미가 잘하는 시점 카메라를 활용하고 있고, 그가 <이블데드>에서 활용했던 시체가 땅 속에서 손을 뻗는 장면도 이 영화에 그대로 오마주 된다. 또한 감독 특유의 B급 감성과 유머가 영화 전반에 녹아들어 있어 그 감성을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지난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서 실수로 열어버린 멀티버스 때문에 스트레인지가 만나는 위험이 담겨있는데, 완다가 흑화 된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가 이 영화의 빌런을 맡고 있고 유니버스 간 차원 이동 포털을 열 수 있는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가 등장해 마블의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킨다. 차원 이동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찾으려는 스칼렛 위치와 그것을 막으려는 스트레인지의 대결은 두 마법사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독특하고 치열하게 펼쳐진다.
영화의 대결구도는 분명하다. 스칼렛 위치는 다른 차원에 있는 자신의 두 아들을 뺏으려는 인물이고, 스트레인지는 그것을 막기 위해 차원 이동 능력이 있는 차베즈를 지키려고 한다. 두 캐릭터의 싸움은 자신의 아이를 차지하고 보호하려는 대결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진짜 자식은 아닐지라도 이들이 공격하고 보호하는 각각의 목적 자체는 일종의 유사 자녀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나 스칼렛 위치가 뿜어내는 사악한 기운은 샘 레이미 감독의 연출이 더해지며 더욱 공포스럽고 파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분명 닥터 스트레인지지만, 영화를 보고 기억에 더 남는 건 스칼렛 위치의 모습이다.
화려한 영상에 담긴 스칼렛 위치와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결
스콧 데릭슨 감독이 연출했던 <닥터 스트레인지> 1편에서는 시공간을 뒤트는 마법을 보여주는 시각효과가 인상적이었고, 꽤 많은 분량이 영화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2편에서는 시공간이 뒤틀리는 장면은 줄어들고 다른 유니버스로 이동할 때 순식간에 화면의 질감이나 특성이 변화되는 장면이 등장하고 마법 능력을 이용한 타격 액션이 영화에 주로 담겼다. 특히나 영화 중반 다른 버전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나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음표를 이용한 독특한 액션 장면을 보여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유머까지 더해져 샘 레이미 감독의 인장을 붙이며 이것이 그의 영화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멀티버스라는 다중우주를 이용하는 영화인만큼 영화는 다른 유니버스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예고편에서부터 추측 가능했던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되고 스칼렛 위치와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고 다른 유니버스의 캐릭터를 조금은 보여주기 식으로 활용하고 퇴장시켜버린다. 그런 측면에서는 멀티버스의 다양한 캐릭터에 기대를 했던 관객들이라면 영화가 조금 작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를 활용하면서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고 그들의 퇴장 이후 다시 스칼렛 위치와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결에 집중하면서 넓혔던 이야기를 다시 압축하여 제시한다. 그런 방식으로 캐릭터를 이용하면서 영화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샘 레이미 감독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야기나 캐릭터 이외의 부분에서 자신의 색깔과 하고 싶은 것들을 풀어낸다. 이야기가 그렇게 촘촘하지 않았던 <닥터 스트레인지>의 1편이 뛰어난 시각효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처럼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역시 시각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감독 특유의 색깔이 화려한 영상 효과와 결합되면서 영화가 보여주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맡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나 스칼렛 위치를 맡은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은 기존 마블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화려한 볼거리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그렇게 배우들의 시너지를 화면상에 적절하게 표현하게 만든 것도 감독의 좋은 역량이 발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영화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전편과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을 봐야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와 그가 겪는 멀티버스를 이해할 수 있고, 스칼렛 위치의 탄생을 보여주는 시리즈 [완다비전]을 봐야 이번 영화에서 스칼렛 위치가 왜 빌런이 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계속 확장되고 있는 마블의 영화들이 이제는 시리즈와 영화를 넘나들기 때문에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기에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샘 레이미 같은 색깔 있는 감독을 데려다 연출에 활용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지만 계속 이어질 마블의 영화들이 과연 계속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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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묘〉는 장재현 감독의 진일보가 아니다
6★/10★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어느 부유한 집안에 불운이 연달아 생긴다. 아버지, 아들, 손자에게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이어진다. 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곳은 무당의 자리다. 두 무당 화림과 봉길은 괴로워하는 가족에게 조상의 묫자리를 옮겨야 한다고 제안하고, 여기에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이 결합한다. 의뢰인 조상의 묫자리는 좀처럼 무덤이 있을 만한 곳으로 보이지 않는다. 화림, 봉길, 상덕, 영근은 이 일이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한다.
이 첫 번째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영화가 자아내는 긴장감은 상당하다. 감독이 이미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서 선보인 바 있는 능숙한 솜씨로 사건의 비밀을 향하는 여정을 채운다. ‘미신’으로 불리는 일에 종사하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도 몰입감을 강화한다. 훌륭한 배우들이 나름대로 표현한 개별 캐릭터를 한국의 케이퍼 무비에서 본 능청스러운 호흡으로 엮어내 오컬트 장르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쉬이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영화의 중반, 의뢰인 가족의 사연이 갈무리된 후 영화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하면서 영화는 고꾸라진다. 의뢰인 가족 조상의 관 아래에서 수직으로 박힌 거대한 관이 발견된다. 크기와 묻힌 방향 모두 기괴한 이 관은 말뚝의 형상이다. 묫자리는 한반도의 척추에 해당하는 곳이다. 때문에 관은 척추를 부러뜨리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 관 속에 든 것이 일본 다이묘(무사)라는 것이 금세 밝혀진다. 의뢰인은 친일파로 고위 관료였는데, 다이묘의 관을 파헤치지 못하게 고위 관료의 관을 그 위에 덮어 위장한 것이었다.
일제강점기, 한반도 지도가 호랑이 모양인지 토끼 모양인지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누가 각각의 의견을 지지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민족의 가능성과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들은 한반도를 도약하는 호랑이로, 민족의 기질을 유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것으로 본 사람들은 토끼로 보고자 했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영화의 대사는 이 영화가 전자의 관점을 취했다는 점을 알려준다. 요컨대 개인적 비극을 파헤쳐보니 민족의 비극이 보였고, 파묘를 통해 호랑이의 끊어진 척추를 되살려내 민족정기를 회복하자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다.
그러나 두 번째 이야기는 완전한 실패로 보인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미스터리의 대상이 너무 빠르게 정체를 드러낸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대상의 정체가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증은 오컬트 장르가 긴장감을 자아내는 핵심 장소다. 그러나 영화는 이를 따르지 않고, 무당 일당이 어떻게 민족정기를 억누른 괴수를 퇴치할 것인지를 관객에게 몰입감을 유지하며 보여줘야 한다는 어려운 싸움에 자발적으로 뛰어든다. 장르 영화가 반드시 장르 공식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오컬트 장르의 재미 요소를 부정하고 시작하는 건 영리한 선택이 아니다. 장르의 문법을 넘어설 만한 분명한 장점이 있는 게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파묘〉가 후반부에서 선보인 도전은 전반부와 달리 참을 수 없이 지루했다.
두 번째는 감독이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서 보여준 치밀하고 깊이 있는 윤리 의식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던지는 두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검은 사제들〉, 영생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을 착취해야 한다면 그 존재가 불사의 존재라도 ‘신’일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사바하〉와 달리, 〈파묘〉에는 우리가 일상으로 끌어올 만한 윤리적 고민이 없다. 그저 우리 민족을 억누른 일제와 그에 동조한 친일파를 처단해야만 한다는 당위와 그 당위가 달성됐을 때의 통쾌함만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 케이퍼 무비의 능숙한 호흡과 더불어, 더 많은 관객이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소재를 영화에 들여왔다는 점에서 이는 흥행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오컬트 장르를 크리처물로 바꾸고, 민족 감정으로 지금껏 감독이 던져온 윤리적 화두를 대체한 결과가 과연 얼마나 의미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모든 걸 ‘의도하고 밀어붙였다’*는 감독의 말은 아리송하다. 지금껏 보아온 그의 뚝심이 이 작품에서는 적당한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데만 쓰인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다음 영화를 기다릴 테지만.
*https://sports.khan.co.kr/entertainment/sk_index.html?art_id=202402260903003&sec_id=54040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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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언 박성광의 감독 데뷔 영화 '웅남이' 스포일러 포함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웅남이
(23.03.22 개봉)
감독: 박성광
출연: 박성웅 등
코미디언 박성광 님의 상업 영화 데뷔작 '웅남이'!
원래 연출과를 나오셨고 감독의 꿈이 있으셨다고 해요
어느 평론가의 이 바닥이 만만하냐는,, 평을 봤는데
그 정도로 재미없진 않았거든요
제가 개화냈던 소울메이트보다 20배는 나았고요
첫 데뷔작 치고 이 정도 센스면 괜찮다 싶었어요
물론 저는 앞뒤 안 가리고 웃기기만 하는
킬링 타임용 영화도 좋아하고
개그맨 특유의 말장난도 좋아하기에
개취일 거 같긴 합니다
사실 이렇게 좋았다~ 고 해도
리뷰를 쓰면 아쉬웠던 점만 나열하게 되긴 해요
'웅남이'는 오락성과 작품성,,
둘 다 잡으려다 둘 다 애매하게 놓친... 영화였어요
오락성만 가지고 간 코믹 영화엔 <컴백홈>이 있는데요
제가 정말 안 좋아하는 조폭+느와르였음에도
2022 TOP5영화에 꼽힐 만큼 배꼽 잡았거든요
'웅남이'는 <싱크홀>처럼
무언가 교훈을 줄 만한... 내용은 아니라서
오락성만 챙겼어도 제몫은 했을 영화인데
아무래도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이었는지
어떻게든 진지함을 몇 스푼 첨가하려 하더라고요
그러나 그 진지함이 몇 초 못 간다는 점
그리고 모든 캐릭터가 박성광 님 같았달까요
창작자는 본인의 모습을 캐릭터에 녹인단 말이 있긴 한데
제가 지금껏 개콘 등에서 봐 온
박성광 님의 모습과 흡사한 캐릭터만 열댓 명이었어요
그러니까 남녀노소 성향 다른 캐릭터가 10명이 넘는데
다 박성광 같은 말투를 구사하고 있는......??
그래서 정말 웃기다! 하는 장면도
다같이 웃기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되더라고요
캐릭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불필요한 캐릭터가 너무 많아요 ㅠㅠ
이이경 님도 같이 무대인사 돌길래
투 탑인가 보다 했거든요 근데 아니었음...
그냥 일개 친구일뿐인데,, 좀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
근데 그 독특한 캐릭터가 한둘이 아니에요
여사친은 술에 집착해서 웃기고,
여경은 욕을 잘해서 웃기고, 남경은 철없어서 웃기고,
아주 자암깐 나오는 단역까지도 어이없어서 웃기고
그렇다 보니 장면마다 힘 있게 웃기는 게 아니라
소소하게 피식거리게만 된달까요
그리고 스토리 개연성이 좀 약했어요
웅남이에게 형제가 있거든요
(박성웅 님 1인 2역)어쩌다가 둘이 떨어지게 되었고
각자 엄마, 아빠와는 어떤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풀어 줬으면 했어요
웅복이는 왜 아빠를 죽이려다가 못 죽였으며......
(어릴 때 챙겨 줬긴 한데 감정선이 이어지진 않음)차라리 처음부터 웅남-웅복 구도로 갔어야
엔딩에서 웅복이가 폭탄을 떠안을 때 슬펐을 거예요
그리고 폭탄 자기가 떠안았으면서
어떻게 돌아왔는지 설명 1도 없이 해피로 끝남,,, (??)
그리고 감독만 알고 가는 게 지나치게 많은 느낌?
웅남이가 25년만 살 수 있다는 오해를 했을 때
아빠의 말은 그게 아니었다는 건
그냥 바로 뒷장면에 배치했어도 좋았을 거 같은데
끝까지 모르쇠하다가 쿠키처럼 나오더라구요
추측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만,,
관객은 알고 웅남이만 몰랐다면 더더 웃겼을 거 같아요!
역시 리뷰 쓸 땐 좋은 말을 안 하게 되네요... 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값은 아깝지 않았어요
중간에 나갔다는 평이 있던데
전 그 정돈 아니었습니다 하하
쿠키가 가장 웃기다고 하던데 ㅋㅋㅋㅋㅋㅋㅋ
쿠키 스포 하자면 정우성 님이 깜짝 등장하십니닷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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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모아나 2" 후기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1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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