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gha2025-03-16 10:56:20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큐멘터리 <숨> 리뷰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그저 외면하고 싶은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죽고 나서 가족들이 마주할 공허함,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두려움, 허무함.
그렇게 우리는 늘 죽음을 추상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숨은 장례지도사와 유품정리사 등 죽음과 삶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죽음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한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공간을 정리하고, 관에 들어가기 전 고인의 몸을 깨끗하게 하는 등 죽음이라는 추상적 개념 뒤에 숨어있는 누군가의 모습들을 조명한다.
우리에게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허무함
다큐멘터리에서는 ‘삶이 허무하다’는 대사가 나온다. 한때 사업으로 부를 쌓았던 사람도, 과학 기술로 상을 받았던 사람도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내세울 수 없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우리가 현생에서 이룬 것들은 가져갈 수 없기에 죽음은 더욱 허무하고 두려워진다.
잊혀짐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았다는 증거는 관공서에 남은 단 3줄의 기록뿐이다. 나에게는 전부였던 세상이, 내가 죽은 후에도 평온하게 잘만 돌아간다는 것.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과 흔적은 점차 사라지는 것. 죽음이 두려운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죽음을 그저 두려워하고 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 숨이 전하는 메시지도 단순한 두려움은 아닐 것이다.
물론, 어떤 이야기 속에서도 죽음은 여전히 우리에게 외면하고 싶은 대상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두려움 속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죽음이라는 끝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죽음이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두려움의 시선으로만 바라봐야 하는 걸까?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기에 죽음의 의미를 마주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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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아주 오래 전에 이 영화를 비디오테이프로 봤을 때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오늘 넷플릭스에서 다시 집중해서 봤다. 기회가 되면 이 영화를 꼭 다시 볼 생각이었고, 마침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이 스티븐 소더버그라는 건 처음부터 알았지만, 그가 데뷔작인 이 영화로 곧바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 스티븐 소더버그의 데뷔작인 이 영화를 비롯해 그의 작품을 꽤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전체 작품 가운데 30% 정도에 불과했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작품들은 진지하거나 엄숙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영화도 아니다. 그는 대중성과 예술성, 사회성을 알맞게 버무려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든다. 그의 작품으로 대중적인 영화는 '오션스' 시리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실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재미도 있으면서 사회문제까지 드러내는 작품으로 '에린 브로코비치', '컨테이전', '사이드 이펙트', '시크릿 세탁소' 같은 영화들이 있는데, 나는 '사이드 이펙트'를 세 번 봤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드라마에서 반전의 묘미가 어떤가를 교과서처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극적인 결말이나 반전의 묘미는 없거나 약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들의 대화, 그 자체가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객은 네 명의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할 뿐 아니라, 대화가 갖는 함의가 무엇인가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관객을 괴롭히는 영화다.
앤은 심리치료 상담을 받는다. 그는 항공기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 쓰레기가 너무 많이 넘쳐흘러서 세상이 쓰레기로 뒤덮이면 어떡하나 고민한다. 자기의 의지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앤은 섹스가 싫다고 말한다. 남편 존을 만진 것도 오래 전이었고, 부부이긴 해도 섹스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앤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그 시간에 남편 존은 앤의 여동생 신시아와 섹스를 한다. 두 사람은 앤을 속이고 있다. 존은 앤의 남편이지만,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신시아는 앤의 여동생이지만 언니에게 거짓말 한다. 거짓말은 모든 관계를 파탄내는 씨앗이자 결과이다.
존은 아직 젊은 변호사인데, 실력을 인정 받아 로펌에서 파트너로 승격할 단계에 있다. 그는 자기의 실력을 보여주어야 하고, 의뢰인에게 성실하고 유능한 변호사로 인정받아야 한다. 존은 새로 지은 주택에서 살며, 일하던 아내 앤에게 전업주부로 살도록 하고, 넉넉한 임금을 받으며, 전망 좋은 사무실을 배정받아 안정된 변호사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미국의 중산층으로, 마약도, 담배도 하지 않으며,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 건전한 시민이다. 다른 사람이 볼 때, 존은 성공한 변호사이면서, 훌륭한 미국 시민이다. 하지만 존의 내면은 어떤가. 그는 허위의식에 찌들어 있으며, 자기의 사회적 성공을 정도 이상으로 부풀려 자부심을 갖는 인물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권위적이고, 스스로를 속이는 기만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반면 앤은 중산층의 삶을 살면서도 늘 불안하고 의기소침하다. 남편은 변호사로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고, 좋은 주택에서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지만, 그런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불안이 그를 두렵게 만든다. 앤은 남편과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면서도 남편과 섹스를 하지 않고, 남편의 존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앤의 내면은 공허하고 쓸쓸하다.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신시아는 앤의 동생이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는 좋은 의미에서는 '외향적'이지만, 나쁜 말로는 '난잡한' 인물이다. 그녀는 언니의 남편(형부)과의 관계에서 도덕적, 윤리적 갈등을 겪지 않는다. 상식적 인물이라면 형부와 불륜의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런 이성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신시아는 존의 친구인 그레이엄이 9년만에 고향에 돌아와 집을 얻었다는 걸 알자, 언니 앤에게 그레이엄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고, 직접 그레이엄을 찾아간다. 그레이엄이 누군지도 모르는 신시아였지만, 오로지 앤이 그레이엄이 이상한 사람이니 만나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앤에 대한 반발이자 호기심으로 그레이엄을 찾아간 것이다.
신시아는 능동적이고 즉물적 인간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적극 행동으로 움직인다. 남성과의 관계에서 주체적 인물이기 때문에 남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신시아가 '난잡'해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반여성적 시각일 뿐이다.
오히려 앤의 태도는 수동적이고 타인, 특히 남성의 시각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앤은 남편 존과의 섹스에서 한번도 오르가즘을 느낀 적이 없다고 고백하는데, 이런 단서를 통해 앤이 성적으로 몹시 억눌려 있는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다.
존의 친구 그레이엄의 등장으로 세 사람 - 앤, 존, 신시아 - 사이의 관계에 균열이 발생하고, 그레이엄까지 네 명이 되면서 이들 사이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그것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현상으로, 수동적이고 자폐적이었던 앤이 그레이엄을 두번째 만난 날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앤은 그레이엄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먼저 섹스 이야기를 꺼내고, 그레이엄은 자신이 정서적 성불구라고 말한다.
그레이엄은 자신이 촬영한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보면서 성적 만족을 느끼는, 보통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레이엄이 녹화한 테이프에는 여러 명의 여성이 자기가 경험했던 섹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스스로 원해서 자위를 하는 장면도 있다. 그레이엄은 그런 여성의 자기 고백을 보면서 오르가즘을 느낀다.
그레이엄이 9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9년 전, 어떤 사람, 아마도 그레이엄이 사랑했던 여성이었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망쳤고, 그로 인한 고통으로 고향을 떠났으며, 외지를 떠돌다 다시 관계를 회복하려고 돌아왔다고 말한다. 그레이엄이 관계를 망쳤다는 여성은 엘리자베스였고, 엘리자베스는 이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는, 맥거핀이다.
신시아는 존에게 그레이엄을 만났으며, 인터뷰를 했고, 자위도 했노라고 말한다. 존은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화를 내지만, 신시아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신시아와 존은 처음부터 육체 관계를 목적으로 만난 사이였고, 두 사람은 실제 섹스를 하는 것으로 목적을 달성하지만, 정작 대화가 필요할 때는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이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섹스도 분명 '대화'의 한 갈래임에 틀림없지만, 섹스만으로는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처럼, 두 사람의 관계도 마음을 터놓는 대화 없이 섹스로 충족하는 욕구는 한계가 있다는 걸 차츰 깨닫게 된다.
처음부터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앤은 존과 여동생 신시아의 관계를 어렴풋하게 의심하고 있었고, 한번은 진지하게 존에게 사실을 말하라고 추궁하지만, 아무런 증거 없이 추궁만으로 '자백'을 받아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존은 유능한 변호사였고,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은 변호사라는 그레이엄의 말을 떠올린다.
앤은 더 이상 존을 의심하지 않기로 마음 먹고, 자신의 불안과 공허도 극복하려 노력한다. 그가 집안 청소를 하다 진주귀고리를 발견하는데, 그건 명백히 신시아의 물건이었다. 확실한 증거를 찾은 앤은 존에게 이혼하자고 말하고, 그레이엄을 찾아가 존과 신시아가 불륜 관계라고 말한다. 그레이엄은 신시아의 인터뷰에서 그 말을 들었다고 확인해준다.
앤은 그레이엄에게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섹스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터뷰는 앤의 일방 고백이 아니고, 앤이 그레이엄을 인터뷰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레이엄 역시 마음의 상처를 크게 가진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두 사람은 서로가 가진 내면의 아픔, 고통,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한다.
앤이 자신의 불안과 공허함, 외로움, 소외감, 박탈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는 과정은 그레이엄과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진정한 오르가즘은 육체를 통한 섹스가 아니라, 서로의 내면을 드러내면서 나누는 대화라는 걸 소더버그 감독은 핍진한 장면을 통해 관객이 이해하도록 만든다.
앤이 그레이엄과 인터뷰를 했다는 말을 들은 존은 그레이엄을 찾아가 그를 때려눕히고, 앤이 찍힌 비디오를 본다. 그건 앤이 그레이엄과 섹스(육체적)를 했는가를 확인하려는 것이지만, 앤의 인터뷰를 다 본 존은 앤이 느끼고 있던 감정을 알게 되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존과 앤은 그동안 부부로 살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중산층의 안락한 삶의 이면에 각자 개인이 가진 어둡고 고통스러운 내면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존이 신시아와 저지른 불륜은 용서나 이해가 필요 없는 나쁜놈이고, 신시아는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지 않은 주체적 여성이었으며, 그레이엄은 마치 '파리, 텍사스'에서 트레비스가 자신의 잘못을 탓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억압하고, 고통을 감수하는 삶을 살아왔다.
앤 역시 자신의 욕망보다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되고, 존과 이혼하며 그레이엄과 가까워진다. 앤의 이혼은 존이 여동생 신시아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앤은 존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반면 앤과 그레이엄은 자신의 내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거의 어리석음과 상처를 깨닫고, 서로 믿음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아갈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앤과 신시아는 자기의 내면을 인터뷰 형식을 통해 솔직하게 드러낸 반면, 존은 끝까지 인터뷰를 부정한다. 즉, 자기 자신의 내면을 다른 사람에게 또는 공개적으로 말하고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특히,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 가장 내밀해야 하는 '섹스'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자칫 자극적 소재를 담고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주지만, 정작 영화에서 섹스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장면도 짧다. 섹스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정도로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실제 영화에서도 신시아나 앤은 그레이엄에게 자기의 섹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레이엄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혼은 물론 친구, 연인 사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정직함이고, 자기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며, 상대방을 신뢰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말한다. 솔직하라, 자기와 남을 속이지 말라. 그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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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북유럽 복수극의 창조적 파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중동으로 파견되어 가족과 떨어져 지내던 덴마크군 군인 '마르쿠스(매즈 미켈슨)'. 그는 아내와 딸 '마틸드(안드레아 하이크 가데버그)'가 열차 충돌 사고에 휘말렸고, 아내가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다. 좀처럼 아내와의 사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 지내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아내와 같은 열차 칸에 탔던 통계학자 '오토(니콜라이 리 카스)'가 등장한다. 그는 데이터 분석가 '에멘할러(니콜라스 브로)', 해커 '렌나르트(라르스 브리그만)'와 함께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열차 충돌 사고가 계획된 범죄였음을 알려준다. 이에 분노로 가득 찬 마르쿠스는 직접 범인들을 심판해 아내의 복수를 이루려 한다.
여기까지가 덴마크의 국민배우 매즈 미켈슨이 주연을 맡은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의 영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의 줄거리다. 사실 줄거리만 보면 이 작품은 리암 니슨의 대표작인 <테이큰> 시리즈나 최근에 개봉한 <캐시트럭>을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복수극이다. 이들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 혹은 사랑하는 이의 신체나 정신을 파괴할 정도로 강력한 범죄를 경험한다. 이후 주인공은 자신의 피해를 되갚아 주기 위해서 범인을 추적하고 계획을 세운다. 마지막으로 그는 범인과 대결하고 피비린내 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
하지만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를 앞서 언급한 예시들과 동일한 범주에 놓는 것은 부적절하다. 영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복수의 결과를 보여주기보다는 일반적인 상업 영화 속 복수극의 단계를 뒤틀어 복수의 이면과 본질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옌센 감독은 복수극의 공식을 파괴하는 네 장의 카드를 꺼내 보인다.
첫 번째 카드는 복수극의 단축과 서스펜스의 실종이다. 작중 복수의 계획과 범인의 추적은 막힘 없이 진행된다. 마르쿠스는 직접적인 범인으로 판단한 이를 이렇다 할 저항 없이 죽인다. 범인이 속한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라는 이름의 갱단 구성원과 보스가 누구인지, 그들의 집합 장소와 시간을 알아내는 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궁극적인 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갱단 보스와의 대결도 총알이 그의 머리에 꽂히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고 깔끔하게 끝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숙명의 대결은 없다. 그 결과 영화는 러닝타임을 30분가량 남겨둔 상태에서 이미 마르쿠스의 복수를 일단락시킨다.
두 번째 카드로 영화는 일단 복수가 끝난 극의 전개를 해피엔딩과 새드엔딩 중 어느 것에도 도달하지 못한 충격과 혼란 속에 빠트리면서 복수의 이면과 의미에 대한 고찰을 풀어놓는다. 성공적인 복수를 자축하던 찰나에 마르쿠스와 동료들은 지나치게 수월히 진행된 복수가 열차 충돌 사건과 무관한 이를 죽이고, 관련 없는 갱단을 공격하는 것으로 귀결되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들의 복수는 완벽한 헛발질이었고, 더 나아가 그들의 위치를 복수의 주체로부터 아무 이유 없이 봉변을 당한 갱단의 복수 대상으로 뒤바꿨을 뿐이다.
그 순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마르쿠스의 반응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깊이 절망한다. 단지 자신이 잃은 것을 되갚아 주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에게 복수는 구원을 얻기 위한 속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중동 파견 군인이라서 아내와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그들이 사고가 발생할 기차를 타는 원인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했다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던 그. 그의 입장에서 성공한 복수의 아이러니한 실패는 아내와 딸에게 사죄하고 스스로 구원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길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더해 그가 복수만을 바라보며 아등바등한 모든 시간이 무의미하다는 진실도 그의 절규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사실 마르쿠스의 복수극은 명백한 팩트(fact)가 아닌 한 가지 전제 위에서 이루어진다. 바로 모든 사건에는 우연이 아닌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그 인과관계를 파악하면 특정 사건을 예측할 수 있고 동시에 특정 사건의 원인도 밝혀낼 수 있다는 가설이다. 그래서 오토, 렌나르트, 에멘할러는 마르쿠스에게 수상한 탑승객의 행적이나 갱단의 보스와 관련된 이슈 등을 근거로 내밀며 단순한 사고로 보이는 열차 충돌 사건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정되었던 테러라고 주장할 수 있었고, 이는 그가 복수에 나서는 방아쇠가 된다.
따라서 그들의 총알이 과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을 깨닫는 순간, 열차 충돌 사건이 테러가 아니라 의도가 섞이지 않은 우연이 낳은 사고라는 것을 알아챈 순간 복수는 역으로 그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다. 복수는 본질적으로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현재에 전복하는 행위이기에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 상황에 영향을 끼쳤다는 근거가 있어야만 복수의 대상이 특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마르쿠스의 절규를 통해 복수극을 지탱하는 전제를 파괴하고 기존 복수극의 전개와 구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의미심장하게 연출되었던 자전거 도둑 사건이나 값비싼 샌드위치를 그냥 버려버리던 수상한 남자 등도 이 시점부터는 전부 아무 의미 없는 맥거핀이 되어버린다.
대신 옌센 감독은 복수극의 의미가 없어진 자리에 한 편의 힐링 드라마를 채워 넣는 세 번째 카드를 꺼낸다. 그 중심에는 마르쿠스와 함께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오토, 렌나르트, 에멘할러 삼인방이 위치한다. 그들은 마르쿠스와 계획을 세우고 범인을 찾아다니는 동안 예상치 못한 기행을 하나씩 저지르면서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마주한다.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신체적 콤플렉스에 시달린 이, 헛간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한 피해자, 자신의 실수로 가족을 떠나보낸 아버지까지. 여기까지만 보면 그들이 처한 상황은 아내와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분노로 삭히지 못해 폭력을 자제하지 못하는 마르쿠스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아픔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르쿠스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그들은 서로에게, 또 한 팀을 이룬 마르쿠스와도 자신들의 상처를 공유한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아닌 척 서로 신경 써주며 웃음과 유머로 고통과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마치 가족과도 관계를 이룬다. 이는 삼인방 서로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렌나르트와 에멘할러는 자신들이 받은 심리치료를 바탕으로 아버지 마르쿠스와의 관계가 무너지진 마틸드의 콤플렉스를 발견하고 치유해주며, 오토는 엄마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그녀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영화에서도 언급된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슬픔의 5단계' 안에서 삼인방과 마르크스의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삼인방은 상실과 슬픔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새롭게 살아가는 법, 즉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보듬어주는 방법을 깨우치고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중 마지막인 '수용' 단계로 넘어가 있다. 반면에 마르쿠스는 여전히 절망과 슬픔 같은 강렬한 감정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우울' 단계에 머무르는 데 그친다. 다만 그 역시 마지막에는 오토에게 안겨 울면서 자신이 외면하던 과거와 진실을 받아들이고,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온전히 상처와 고통을 나누고 서로 보호하는 관계에까지 이른다. 이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가 이미 지나간 과거를 붙잡고 형체 없는 대상을 쫓는 복수극 대신, 현실의 아픔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다짐하는 힐링 드라마로 거듭나려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카드로 영화는 덴마크, 곧 북유럽권의 고유한 정서를 부각하며 분량의 절반 가량을 맥거핀으로 만드는 플롯을 매끄럽게 다듬는다. 그 독특한 분위기는 비장함과 황량함, 그리고 이를 버텨내는 일상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뛰어난 북유럽 범죄소설에 주는 유리열쇠상을 '해리 홀레' 시리즈로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가 2014년 방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작품이 "북유럽 특유의 슬픈 감성"을 담고 있으며, 그 감성은 "커다란 재난이 일어나서 겪게 되는 슬픔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축적된 슬픔"이고, 사람들이 "그 슬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소설에 주로 담는다고 밝힌 것이 단적인 예시다. 이러한 북유럽 고유의 감성은 일 년 내내 춥고 거친 황량한 환경에서 생존해야만 했던 사람들의 심성적 측면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동일한 정서는 북유럽 신화에서도 느낄 수 있다. 북유럽 신화는 신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극복할 수 없는 세계의 종말인 라그나로크에서 대부분의 신이 사망하는 결말을 맺는다. 신보다 운명이 더 우위에 있고, 신이라 해도 세계의 운명을 극복할 힘은 없다. 단지 운명과 현재를 받아들이면서 견뎌낼 뿐이다. 다만 북유럽 신화는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라그나로크를 피한 몇몇의 신과 단 한 쌍의 인간이 새롭게 황금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노래하며 종말 그 너머에 있을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만큼은 간직한다. 이처럼 운명에의 순응과 실낱같은 기대가 담긴 신화는 신과 운명에 저항하는 영웅을 사랑하는 그리스 신화 및 비극의 전통과 뚜렷이 구분된다.
영화는 이러한 감정들을 주인공들의 서사에 깊숙이 녹여낸다. 성당 장례식에서 모든 비극은 우연이라는 추모사를 모두 부정하며, 신과 산타클로스 따위는 없다던 마르쿠스가 태도를 바꾸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피에타 상처럼 동료의 품에 안기는 그는 아내의 죽음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우연에 가까운 확률이 빚어내는 현실과 운명에 순응한다. 그러면서도 세계의 멸망 속에서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희망과 낙관을 버리지 않는 신화처럼, 마르쿠스와 동료들은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날에 프렌치 호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슬픔과 아픔을 딛고 지금보다 따뜻한 미래를 다짐한다. 이처럼 북유럽만의 감성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마무리와 함께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복수극이라는 껍질을 깨부수면서 한 편의 진중하고 따뜻한 힐링 드라마로 온전히 탈바꿈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플롯의 공식과 장르의 관습을 깨부수는 노르딕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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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기 위한 그녀들의 힘찬 발걸음
어떠한 문제를 일으켜도 주변의 사람들만 바뀔 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관습을 바꾼 사건이 있었다. 30년 간 드러나지 않았던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을 2017년 뉴욕 타임스가 보도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미투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발화점이 되기도 했던 사건이었다.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현실을 '변화'의 흐름으로 만들어낸 그녀들의 목소리가 뜨겁게 담겨있는 영화 '그녀가 말했다'를 소개한다.
2016년 어느 날, 많은 악행을 저지르고도 꼿꼿하게 살아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폭로가 시작됐다. 하지만 잇따른 폭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침묵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에 휩싸여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시간은 흐르고 바뀌지 않은 현실에 절망할 새도 없이 할리우드의 거물의 성범죄 사실을 취재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며 숱한 증언과 부족한 증거로 인해 난항을 겪게 되는데, 과연 두 기자의 취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할리우드 영화를 거치려면 그를 지나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명세와 영향력에 짓눌린 배우들은 그를 거절할 수 없었고 그를 거절한 배우들은 보복당하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그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벌어지는 비난도, 피해도 모두 피해자 몫이었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크게 목소리를 냈던 이들도 침묵보다 무서운 무관심을 경험했고 그것을 바라본 사람들 또한 '침묵'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침묵하는 약자 앞에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는 강자는 '합의'라는 이름으로 그 상황을 마무리 짓고 또 다른 약자에게 손을 뻗친다.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길 바라며 묵인했던 피해 사실은 30년 간 감춰왔던 할리우드의 민낯이었으며 현실이었다. 그 현실 앞에 선 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 이야기를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끊임없이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이렇게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도 끊임없이 범죄행위를 지속했던 이는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르고 그 행위를 이어왔다. 전혀 공평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는 합의는 오직 자신을 위한 행위를 지속했던 이에게 큰 힘을 보탰다. 그 고통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았던 이들이 폭력의 순응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눈을 뜨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꺼이 자신의 상처를 헤집는 그 용기에 힘입어 그 목소리가 합쳐지는 순간,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그 뒤에는 이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던 두 기자가 있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올바르고 정직한 저널리즘에 의해 더욱 도드라진다.
보통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들은 감정에 치우쳐 객관적인 힘을 일어가곤 하지만 이 영화는 뭔가 좀 다르다. 자극적인 사실에 집중하기보다 객관적인 상황 전달에 무게를 두고 몰입감을 높인다. 말로써 전달되는 부분을 녹취록을 통해 보여주거나 실제 피해자를 등장시켜 더욱 현실감을 더한다. 영화를 '폭로'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고 '사실 전달'에 집중을 하며 이들의 진심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또한 피해 사실에 집중하면서도 자극적인 장면을 최소화하는 영화의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불특정 다수의 비난에도 방향을 틀지 않고 꿋꿋하고 묵직한 그들의 발걸음이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전 세계 언어로 그녀가 말했다 라는 문장이 그려졌다 지워지는 장면을 끊임없이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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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배트맨> 자기 자신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탐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알프레드(앤디 서키스)'의 조력을 받고 '제임스 고든 경위(제프리 라이트)'와 협력하며 어둠 속에서 고담시의 범법자들을 응징해 온 '배트맨/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 그는 고담 시장 선거를 앞두고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폴 다노)'가 연쇄 살인을 벌이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리들러가 남긴 단서를 쫓아 '캣우먼(조 크라비츠)', '펭귄(콜린 파렐)', '카마인 팔코네(존 터투로)'를 차례대로 만나며 증거와 정황을 파악하던 배트맨. 그러나 수사를 계속할수록 그는 모든 증거가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의 가려진 과거를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가운데, 배트맨은 개인적인 복수와 공적인 정의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팀 버튼의 <배트맨>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관객들과 함께 한 배트맨. 이처럼 슈퍼 히어로의 대명사로 통하는 배트맨이지만, 사실 그의 역할은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과는 달랐다. 그간 배트맨 영화는 배트맨/브루스 웨인만큼이나 그의 빌런들에게 적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쏟아 왔다. 실제로 펭귄과 베인, 라스 알 굴 같은 수많은 캐릭터들은 지금도 관객들의 뇌리에 남아 있으며, 특히 그의 숙적인 조커의 경우에는 단독 영화로도 흥행과 비평 양 측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전까지의 배트맨 영화가 하지 않았거나 미처 못했던 일을 대신하는 맷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은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조커>(2019)의 그림자가 진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다채롭게 장르를 바꾸어가며 영웅이기 이전에 한 인간인 2년 차 배트맨의 내면과 심리를 진득하게 풀어내는 <더 배트맨>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탐정 영화로서 <더 배트맨>
너무나도 익숙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들여다보기 위해 <더 배트맨>이 선택한 방법은 간단하다. 배트맨 고유의 정체성, 곧 탐정이라는 정체성을 고찰하는 것이다. 애초에 DC 코믹스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디렉티브(탐정) 코믹스에서 배트맨 탐정으로 처음 등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원형으로의 회귀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는 리들러의 범죄 현장으로부터 경찰들과 과학수사 요원들도 놓치는 여러 단서들을 침착하지만 신속하게 포착하고, 이를 토대로 리들러의 목적을 추리하는 배트맨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비춘다.
동시에 영화는 배트맨의 탐정 활동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그가 겪는 부작용과 피해도 공들여 묘사한다. 특히 작중 탐정 배트맨이 프로파일러에 가깝게 묘사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탐정 영화로 출발한 <더 배트맨>이 심리 스릴러를 거쳐 종국에는 히어로 영화로서 마무리될 수 있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비 내리는 날씨와 암부가 짙은 배경을 통해 살려낸 누아르적 분위기가 이 영화의 특장점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반부에 브루스 웨인은 자신이 그림자 속에 숨어 있을 거라는 범죄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이 바로 그림자라고 독백한다. 그 말대로 배트맨은 고담 시의 다른 경찰들과 달리 범죄자적 사고(thinking like a criminal)에 능하다. 그는 철저히 범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지식과 기술을 이해하고 이용하며, 범죄자들의 특정한 욕구, 경험, 그리고 관념을 쫓을 줄 안다. 이는 돈 미첼 시장의 집을 감시하는 리들러의 시점과 캣우먼을 관찰하는 배트맨의 시점이 연출된 방식이 동일한 이유다. 그래서 고든이 풀지 못하는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오직 배트맨만이 풀고, 그만이 리들러가 숨겨놓은 힌트를 찾아내고 해석할 수 있다.
심리 스릴러로서 <더 배트맨>
하지만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선악의 저편> 속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대로, 프로파일러인 배트맨은 악을 들여다보다 깊은 고통을 겪는다. 범죄자의 입장이 되어서 범죄자의 심리를 통해 사건을 해석할 때 프로파일러의 자아는 방향을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작중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 활동에 매진하느라 재벌이자 기업인으로서의 공적인 삶과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개인적 삶의 끈을 놓아버린다. 또 밤이 익숙해진 결과 낮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고, 또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까 봐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더 배트맨>은 배트맨과 다른 캐릭터 간의 '관계성'을 마치 거울처럼 활용해 탐정 영화에서 심리 스릴러로 자연스레 장르를 전환시킨다. 특히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프로파일러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범죄자나 피해자에게 전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영화가 브루스 웨인의 내적 갈등과 고통을 그가 쫓고 만나고 대화하는 주변인들에게 투영시켜 외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는 배트맨의 수많은 빌런과 조력자들이 한 영화 속에 빼곡히 등장해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진실을 사이에 둔 채 변화하는 브루스 웨인과 팔코네의 관계, 또 그와 알프레드의 갈등과 봉합은 액션신 없이도 강렬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배트맨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계기를 보여주는 배트맨과 리들러의 관계다. “나는 복수다”라고 되새기며 범죄자들을 제압하던 초반부의 배트맨. 그런 그 앞에 선 리들러와 그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에게 무관심했던 고담시를 향해 마치 '외로운 늑대(lone wolf)'처럼 그저 복수하는 것뿐이라고 대답한다. 그 순간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한 두려움과 복수심을 범죄자들에게 쏟아내며 해소하던 배트맨은 자신의 모습이 그가 혐오하는 범죄자들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배트맨이 어떤 존재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앞에 선다. 이에 더해 그와 캣우먼과의 로맨스도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 사적인 복수와 공적인 정의를 동일시하던 배트맨과 달리 그 둘이 완전히 항상 같지는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캣우먼 역시 배트맨으로 하여금 그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고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영웅 서사로 귀결되는 <더 배트맨>
이처럼 배트맨이 리들러의 수수께끼로부터 스스로에 대한 의심, 고민, 갈등을 마주한 순간, <더 배트맨>은 장르를 심리 스릴러에서 히어로 영화로 바꾼다. 그 질문과 고뇌에 대한 답, 곧 영웅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배트맨을 비추기 위함이다. 배트맨은 리들러와 그의 추종자들을 보면서, 또 캣우먼과 자신의 차이를 자각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 리들러의 수수께끼와 캣우먼의 인생사를 통해 자신의 사적 복수와 공적 정의가 같은 의미일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공포의 상징이었던 배트맨은 자신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분노와 복수심을 떨쳐내고, 희망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또 성장한다.
그래서 홍수가 고담시를 덮치고, 시민들이 위기에 빠진 절체절명의 순간에 배트맨은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 스스로를 어둠과 복수에 동일시하며 그림자 속에 머물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림자 밖으로 나와 누구보다도 먼저 시민들을 구하러 나선다. 사람들에게 손을 건네고, 어둠 속에서 조명탄에 불을 붙여 길을 인도하고, 어둠에 갇힌 이들을 환한 빛이 비치는 바깥으로 이끌어 준다. 계속해서 누군가의 발자취만 쫓던 그가 다른 이들을 위해 먼저 발자취를 남겨주며, 공포의 화신이 아닌 영웅으로 자리매김한다.
배트맨의 영웅 서사는 앞뒤로 신화적 표상이 가득하기에 더욱 풍성하게 느껴진다. 리들러의 살인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함께 들려준다. 이 노래의 가사가 그리스도이자 메시아인 예수의 탄생을 마리아에게 알려주는 내용임을 생각해보면, 영화의 오프닝은 리들러의 악행으로부터 배트맨이라는 영웅이 만들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이는 <더 배트맨>의 묵시록적인 결말부와도 직결된다. 요한 묵시록은 일곱 번의 재앙이 일어난 후에 예수가 재림하고 신의 나라가 도래할 것을 약속한다. 그런데 마침 일곱 대의 차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고담시는 구약 성서의 내용과 노아를 연상케 하는 홍수에 휩싸여 버렸고, 그 순간 배트맨은 사람들을 구하며 영웅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영리한 수미상관을 보여주는 <더 배트맨> 속 영웅의 성장은 누아르 장르의 어둡고 진득한 분위기가 더해져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플롯을 빛내는 영리한 연출
한편, 맷 리브스 감독의 유려하면서도 직관적인 연출은 배트맨의 각성과 성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예를 들어 이 작품에서는 인물의 시점이 상당히 중요하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리들러의 시점에서, 배트맨의 시점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지켜보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다. 이때 배트맨의 시점에 주목해보면, 그의 시야가 점점 넓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망원경이나 카메라 등의 도구를 이용해도 배트맨은 초점이 맞지 않거나 흐릿한 시야에 갇혀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시야는 점점 뚜렷해지면서 넓어지며, 마지막 순간에 그는 가장 높고 탁 트인 공간에서 고담 시의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 연출 방식이다. 우선 복수심에 눈이 멀어 자기 자신도 고통에 빠트릴 정도로 범인을 쫓는 일만 집착하던 한 탐정이, 자신의 한계를 깨고 영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직관적으로 담아내기에 영리하다. 또한 배트맨이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해 알 수 없는 과거에 괴로워하던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확실한 과거를 알지 못해도 브루스 웨인이 집착과 미련을 내려놓고 순간 답답하던 시야가 넓게 트이는데, 이정면은 마치 진실을 확신하지 못해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때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다고 말하는 듯 보인다.
또한 긴 러닝타임 때문에 느슨해지려는 찰나마다 등장하는 강렬한 액션신도 인상적이다. 특히 한 템포를 쉬고 본격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예열의 미학이 돋보인다. 관객을 순간적으로 작중 범죄자 혹은 빌런의 입장에 서게 만들면서 배트맨을 마주하는 그 두려움과 공포감을 온몸으로 함께 맛보게 하여 배트맨이 왜 공포의 상징인지를 단숨에 납득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다섯 개의 액션 시퀀스 중에서 전복된 펭귄의 시점에서 배트맨을 보여주는 펭귄과의 추격전이 유독 뇌리에 각인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더 배트맨>에 단점이 없지는 않다. 일단 전반적으로 최근 트렌드와는 동 떨어진 스타일의 영화인 점이 호불호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결정적인 단점이다. 단순히 절대적인 영화의 시간이 길거나 볼거리(액션)나 스토리의 강약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다. 몇몇 캐릭터들의 서사가 과연 적합한지 의문이 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메인 빌런인 리들러의 경우 그의 범행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 데 비해 그의 동기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이라서 그 괴리감이 적지 않다. 배트맨의 성장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캣우먼의 활용법 역시 그녀의 존재감과는 별개로 아쉬움이 남는다. 배트맨의 이야기와 별도로 전개되는 개인적인 서사가 다소 과한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트릴로지의 시작을 알리는 <더 배트맨>이 지나칠 수 없는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배트맨 영화 중에서도 유달리 이질적이고, 세계관 연계에 집중하는 근래 많은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달리 묵직하고 우직하게 히어로 본연의 의미를 탐구하고 성찰하는 신선함을 선사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배트맨>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고 논쟁이 되기에 오히려 특별한, <로건>과 <조커>의 뒤를 잇는 모험적인 히어로 영화의 비장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새로운 배트맨 케이브로의 깊고 어둡고 진득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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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이 촬영까지 한 작품들과 영화 제작시 이점
원래 영화감독은 다 할 줄 알아야 된다면서요?
영화감독이 연출,촬영까지 직접 한 작품들을 모아왔습니다.
감독이 카메라를 잡으면 그들의 창의적 비전이 화면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영화의 스타일과 톤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또한, 촬영 감독과의 의사소통 과정을 생략하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장면을 조정할 수 있어 작업 속도가 빨라집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인데, 이는 각도나 조명, 배우의 연기 등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인디 영화나 저예산 영화의 경우, 감독이 촬영까지 맡으면 인력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제작비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촬영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시도할 수 있어 창의적인 장면이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지죠
영화감독이 촬영까지 맡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백치들 줄거리
카렌은 아들의 죽음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 레스토랑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백치 행위 그룹에 합류한다. 처음에는 그들의 행동에 의문을 품지만, 점차 동화되어 백치 행위에 몰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은 일상에 지장을 받게 되고, 흥미를 잃으며 그룹은 분열된다. 스토퍼는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들 앞에서 백치 행위를 하자는 제안을 하고, 대부분의 멤버들이 실패하며 그룹은 해체된다. 카렌은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진실된 백치 행동을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킬러스 키스 줄거리
데이비 고든은 1라운드에서 애송이 로드리게의 강한 펀치 한방으로 나가떨어지고 난 뒤 복싱계에서는 더 이상 설 곳을 찾을 수 없어 보이는 복서다. 그리고 데이비와 바로 이웃집에서 창문을 마주하고 있는 글로리아 프라이스는 플레져랜드에서 직업적으로 활동하는 댄서. 글로리아는 그의 상사이자 애인인 빈센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려지만 그는 쉽게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별안간 데이비의 인생에 끼어 든 글로리아. 이로써 둘은 서로의 문제에 얽혀들게 되고 글로리아의 애인 빈센트는 둘을 극도로 시기한다. 결국 빈센트는 데이비를 죽이기 위해 청부살인을 요청하지만 실수로 데이비가 아닌 그의 친구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데이비와 글로리아는 빈센트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인랜드 엠파이어 줄거리
헐리우드 스타 니키 그레이스는 간절히 바래왔던 새 영화 슬픈 내일의 환희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 영화는 폴란드 단편 47의 리메이크작이며, 원작의 주연 배우들이 살해된 미스터리가 있다.
촬영 중 니키와 상대 배우 데본은 역할에 몰입하며 현실과 영화를 혼동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원작 배우들이 넘지 말아야 했던 감정의 선 때문에 피살되었음을 알게 된다. 니키는 현실과 영화를 혼동하며 급기야 현실과 영화 속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 채 시공을 넘어선 차원에 이르고, 초현실적 경험을 계속하게되는데...
탠저린 줄거리
크리스마스 이브, LA 도심에 탱탱볼 같은 그녀들이 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스러운 트랜스젠더 ‘신디’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의 남자친구 ‘체스터’가 진짜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디와 그녀의 절친 ‘알렉산드라’는 이 추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LA 거리를 휘젓고 다닌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된 골 때리는 그녀들의 바람둥이 소탕 작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팬텀 스레드 줄거리
내 사랑이 널 완성할거야.
1950년 런던. 왕실과 사교계의 드레스를 만드는 의상실 우드콕의 디자이너 ‘레이놀즈’는 우연히 마주친 젊고 당찬 ‘알마’에게 첫눈에 반한다. 레이놀즈 인생 최고의 뮤즈이자 유일한 연인이 된 알마. 마치 환상처럼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레이놀즈가 만든 세상의 일부일 뿐인 그녀는 자신의 전부인 사랑을 걸고 그의 인생을 망치기로 한다.
데쓰 프루프 줄거리
텍사스 주의 작은 도시 오스틴. 인기를 한 몸에 끌고 있는 섹시한 라디오 DJ 정글 줄리아는 친구인 알린, 셰나와 셋이 모처럼 신나는 밤을 보낼 예정이다. 밤 새도록 동네의 바를 섭렵하며 신나게 웃고 춤추는 세 사람, 그러나 어딘가에서 조용히 이들을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으니….
자신 뿐 아니라 아름다운 미녀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에서 삶의 위안을 얻는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 역)가 바로 그다. 자신의 차를 ‘100% 데쓰 프루프(절대 죽지 않는)’의 안전한 차라고 소개하며 안전귀가를 책임지겠다고 미녀들을 유혹하는 마이크. 어느 날, 또 다른 미녀들을 노리던 그는 인생 최고의 제대로 된 적수들을 만나게 되는데…!
씬 시티 줄거리
형사 하티건은 천사와 같이 순수한 댄서 낸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총을 잡는다. 그러나 상원의원인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하는 유괴범 로크는 낸시를 손에 넣기 위해 하티건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거리의 파이터인 마브는 하룻밤 사랑을 나눈 금발 여인 골디가 다음날 아침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된 마브는 그녀를 위해 복수를 시작한다. 한편 올드 타운에서 부패한 형사반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에 휘말린 사진작가 드와이트는 타운의 보스인 게일과 함께 경찰의 비호를 받는 갱들과 한바탕 전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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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 없는 멜로 영화
사랑은 이기적이다 못해 잔인하기까지하다.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던 때에는 세상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나의 세상 역시, 그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사랑의 속성을 이기적이라 부르는 이유는 어쩌면 이 모든 일말의 행동들이 ‘사랑에 빠진 나’를 위해 행하는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돌고 돌아 기어코 만난 주연들이 아닌, 그 들 주위에 허우적대는 조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뉴욕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돌아온 매튜는 사업차 홍콩으로 가기 전, 우연찮게 한 호텔에서 2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 리사의 흔적을 찾는다. 아무 말없이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해 그는 그녀의 발자취를 뒤쫓던 중 리사의 아파트를 찾게 되나 자신이 리사와 다른 여자를 착각했음을 깨닫는다. 심지어 이름마저 같은 그녀에게서 매튜는 도무지 리사의 흔적을 지울 수 없고, 결국 그는 자신의 추억을 더듬어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리사를 찾기에 이른다.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주연으로 시작하여 조연으로 끝이 나는 영화다. 대개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오르며 두 주인공에 감정이입한 관객들이 그 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것과 다르게 이 영화는 반대로 사랑 이면에 있는 그 잔인함에 절로 마음이 갑갑해진다. 엔딩크레딧이 오르고 나서도 여전히 매튜를 사랑하고만 또 다른 리사(알렉스)가 끝까지 머릿속에 맴돌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튜를 향한 애잔하고도 처절한 알렉스의 짝사랑 탓에 그의 친구 루크 역시 자신의 사랑을 철저히 외면당한다. 순식간에 주연에서 조연들로 전략해버린 사람들의 처량함에 결말이 야속하기까지하다. 그러므로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미치도록 한 여자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가 아닌 그토록 이기적이고도 씁쓸한 사랑 그 이면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에 자행되고 마는 수많은 이기적인 선택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받는 사람들, 상처 주는 사람들. 행복하면서도 불행하고, 불행하면서도 행복한 사랑의 이중성.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 이중성에 대한 잔인하고도 씁쓸한 멜로 아닌 멜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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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힘드시다구요? 나보다 더할까ㅠㅠ[영화리뷰/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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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조난 영화이며 '매즈 미켈슨'의 주연의 영화입니다. 전성기를 맞은 중년 배우 '매즈 미켈슨'의 내면 연기가 100만 점인 영화입니다
이 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시청하시기 바랍니다구독?부탁드려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영화'아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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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인은 없지만 엘리베이터에 있는 사람들은 죽게 됩니다 [반전리뷰/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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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공식 예고편
새로운 힘, 새로운 질서, 새로운 캡틴🔥 2025년, 모든 것이 새로워진 세계를 확인하라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2025년 2월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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