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3-10 19:53:17
인간이 인간 되는 힘, 상상력
영화 <미키17> 리뷰
SYNOPSIS.
“당신은 몇 번째 미키입니까?”
친구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야 하는 ‘미키’. 기술이 없는 그는, 정치인 ‘마셜’의 얼음행성 개척단에서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4년의 항해와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한 뒤에도 늘 ‘미키’를 지켜준 여자친구 ‘나샤’. 그와 함께,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과 출력의 사이클에도 익숙해진다. 그러나 ‘미키 17’이 얼음행성의 생명체인 ‘크리퍼’와 만난 후 죽을 위기에서 돌아와 보니 이미 ‘미키 18’이 프린트되어 있다.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현실 속에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자알 죽고, 내일 만나”
POINT.
✔️ 봉준호 감독의 신작. 다른 말이 필요할까요?
✔️ 시작은 하이틴 스타였지만 어느새 모두가 믿고 보는 배우가 되어 있는 로버트 패틴슨. 그뿐 아니라 토니 콜레트, 마크 러팔로, 나오미 애키와 스티븐 연까지... 매력 있는 배우들이 가득 등장합니다.
✔️ 감독의 전작 중 <마더>나 <살인의 추억>보다는 <옥자>와 <설국열차>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
✔️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수많은 노동자 특히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청년들을 언급했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본 사람들은 노동자보다 독재자 쪽을 실재와 많이 연결하는 분위기...�
*<미키17>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후에 읽어주셔요.

봉준호가 '명징하게 직조'하는 세계
<미키17>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감독의 (영어 영화) 전작인 <옥자>와 <설국열차>를 떠올린다. 비록 입 안은 한강 <괴물> 쪽을 더 닮아 있긴 하지만 아무튼 옥자를 연상케 하는 친근한 외계 괴수가 등장하고, 망해가는 지구를 떠나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을 '개척'하러 떠난 우주선 내부는 어쩐지 얼음으로 뒤덮인 지구의 어떤 기차를 떠오르게 하니까. 한국 사회의 어떤 지점을 송곳처럼 좁고 집요한 시각으로 후비는 대신, 가상의 세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범세계적인 주제를 두루두루 두드리는 작품들이다. 봉준호 감독의 세계에서 <살인의 추억>이나 <마더> 계열의 영화들을 선호한다면, <미키17>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있다. 한결 독기가 빠진 느낌, 한결 초점이 여러 군데로 분산된 느낌에서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이다.
그러나 나는 이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 사회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가 후벼파는 세계는 너무 정확하고 그래서 너무 보기 괴로웠으므로 (이는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마음에 공감성 수치 비슷한 마음을 뒤섞은 것이다) 한결 넓게 두드리는 세계를 보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그가 '명징하게 직조'해낸 세계에서 다루는 주제 의식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미키17>은 봉준호 감독 작품으로는 놀랍게도 사랑 영화다. 놀리는 거 아니고 진짜로 사랑 영화.

미키는 종이처럼 계속해서 재출력되는 '인간'이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에서, (SPC 계열사) 제빵 기계에" 사고를 당한 이들을 말하며 "나열한 사건의 그 자리에 또 다른 분들이 일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미키가 복제되는 것이 판타지 같지만 김군 뒤에 박군이, 그 뒤에 윤양이... 일자리는 유지되고 인간이 계속 교체되"는 현실을 이야기한 바 있다.
친구와 마카롱 가게를 냈다가 쫄딱 망한 미키의 이야기는, 숱하게 유행 따라 깔렸다가 사라지는 가게 종목들 (<기생충>의 대만 카스테라는 물론, 그 이전에는 커피 번이나 슈니발렌 과자, 그 이후에는 탕후루가 있다.)을 생각나게 하는 동시에, 4대 보험도 되지 않는 다양한 일자리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망한 자영업자이며, 플랫폼 노동자이고... 무엇보다 자신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고용주가 그 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은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다.

미키1에서 미키15까지의 시간은 영화에서 매우 빠르게 처리되지만, 그래서 마치 우주선의 탐험 목적과 우주선이 부여받은 임무를 스케치하는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지만, 그 과정에서 미키가 인간이라는 감각은 점점 희석된다. 망한 자영업자이자 4대 보험 안되는 노동자였던 그에게, 생체 실험 피해자라는 타이틀이 추가된다. 이쯤 되면 그의 일은 더 이상 노동법상 분류하는 노동에 속하지 않는다. 지구를 빠져나간 우주선에게 법을 들이대는 것도 우습지만,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는... 근로기준법상 그렇다. 근로기준법 제2조 1항에서 "근로"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죽음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의 존재와 그의 노동 모두, 법 바깥의 무엇이 된다.
미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극중에서 많은 인물들이 미키에게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라고 묻는다. 제니퍼를 생각해서 머뭇거리면서도 어렵게 말을 꺼내는 카이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딱히 대답을 듣고 싶어서 물어본 질문이 아니다. 존재와 노동이 모두 법망 안에 있는 그들에게, 그 질문은 미키와 자신 사이의 선을 확인하는 질문이다. 다시 말해, 미키의 존재를 한 번 더 밀어내는 질문이다. 똑같은 우주선을 타고 있지만, 너는 여기 속한 존재가 아니라는 선포, 미키의 이름을 지워내는 명명(命名)이다.

여기서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이라는 것은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상 (...) 타인의 환대 속에서만 자신의 사회적 성원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키17은 필연적으로 무력하다. 절대 다수가 그에게 성원권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정체성 투쟁의 핵심에는 모욕에 대한 저항이 있"고, 모독은 ,"그들을 사물로, 사회적으로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모독(mortification)의 어원에 죽음mort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죽는 건 어떤 느낌이냐는 모욕 앞에 미키는 저항할 수 없다. 그는 다만 짓눌려, 침묵으로 그 시간을 묵묵히 넘길 뿐이다. 이러한 폭력적 구조에 오랫동안 짓눌려온 미키는 크리퍼가 자신을 구해 주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다. 구조에 억눌린 사람이 으레 그렇듯, 문제를 자신에게서 찾는다.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며, 사회적으로도 계속 밀어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미키는 일종의 부관참시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은 말할 것도 없이 마셜과 일파 부부다. 사실 이들이 미키만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은 (어쩐지 현실 곳곳에서 많이 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이름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잘 드러난다. 제니퍼의 사망 앞에서 그들이 보인 반응은 '제니퍼'라는 개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게 아니라 '자궁을 가진 가임기 여성'의 죽음을 아까워 하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발견된 생명체에게는 '크리퍼'라는 집합명사를 붙인다. 그들에게는 자기들 두 사람 외 모든 인물들이 집합명사로 존재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유바바처럼, 이들은 우주선에서 타인의 이름을 들이마셔 때로는 지우고 때로는 악마화한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미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나샤 그리고 미키18이다. 미키1에서 미키17까지의 우주선의 탐험 역사와 과제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면서 관객이 이 모든 미키들을 한 사람으로 인지할 때, 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 미키18이 등장한다. 마치 <서브스턴스>에서처럼 힘주어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라고 말해 주어야만 할 것 같은 색깔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와 수가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미키17과 미키18 또한 한 사람이다. 체제에 순응해야 했고, 법 바깥의 존재인 자신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미키17과, 그런 미키17 안에 어딘가 쭈그러져 있었을 다른 마음이 전면에 나선 미키18이 있을 뿐.
그리고 그 모든 미키를 순정으로 끌어안은 나샤가 있다. 특히나 피에타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정말 아름다워 울컥했다. 나샤에게 있어 미키의 존재가 법 안에 포용되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미키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계속 마주하는 것이 괴롭지 않았을 리 없음에도 그를 혼자 두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 아름다운 순정이어서.

인간성이 메마른 지옥도에서 우리를 구하는 건 결국 사랑이다. 그것이 독점적 연애 관계든, 무어라 정의 내리기 이전에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든, 내가 나를 위하는 마음이든. 오늘의 내가 하루를 살아가기 전에, 나를 끌어안고 내 아픔을 애정과 안타까움 어린 시선으로 지켜본 사랑이 있고. 오늘의 내가 되기까지 잘 먹고 애쓰며 살아낸 과거의 내가 있다. 그리고 이런 내가 다가오기를 미래에서 (조금을 나를 답답해 하면서도) 기다리고 있을, 미래의 나도 있다. 이 모든 존재들의 사랑으로, 우리는 오늘을 산다.

인간이 인간 되는 힘, 상상력
하지만 모든 사람과 자기애 같은 혹은 연인에 대한 사랑 같은 깊은 관계를 맺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인간성의 최소선을 우리는 도로시에게서 볼 수 있다. 나 자신과 연인. 가장 가까운 인물들을 제외하고 미키의 목소리, 더 나아가 크리퍼의 목소리까지 들으며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인물이자, 소통의 방식만 놓고 보면 마셜과 일파의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도로시는 크리퍼의 반응에서 그들이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을 상상하는 인물이자, 미키를 인간으로 대하는 유일한 과학자다. 미키의 손이 잘려 나가도 '와 대박' 이러고 있는 다른 과학자들과 달리 (그들에게 미키의 신체는 사물화되어 있다), 미키의 수명이 10분인지 15분인지까지 살뜰하게 신경 쓰고 있는 유일한 과학자다. 타인을 사물화하지 않는다는 건, 타인의 입장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로시가 과학자로서 가진 가장 큰 힘은 아마도 바로 이 상상력이 아닐까. 가능성을 상상하고,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며, 지금 없는 것들을 그려 볼 수 있는 능력. 돌아보면 영화에서 마셜과 일파가 만든 세계에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 인물들은 모두 그런 사람들이다. 철저하게 '소모품'으로 대우받고 죽어가는 미키와 함께하는 매일을 상상하는 나샤도, 독재자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미키18도.

결국 사랑도 소통도 그런 상상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보다 보면 제일 끔찍한 것도 제일 애틋한 것도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일 끔찍한 인간의 상태, 그저 인간성이 메말라 온 세상을 지옥도로 인지하는 상태를 벗어나려면, 소통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도 어디선가 다양한 의미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어떤 사람에게 이런 상상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조코처럼 고함을 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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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미셸 공드리가 좋은 5가지 이유
- 어떤 사람 곁에 10년을 머무르려면, 반드시 좋아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마음 없이는 10년의 세월을 함께하기가 쉽지 않죠. <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는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와 10년간 함께한 조감독 출신 프랑소와 네메타 감독의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미셸 공드리를 향한 애정이 잔뜩 묻어있습니다. "당신, 미셸 공드리를 안 좋아하고 배겨?" 하고 귀여운 으름장을 놓는 느낌이랄까요. 그렇다면 관객도 대답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그리하여 적어봤습니다, 미셸 공드리가 좋은 5가지 이유.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Michel Gondry: Do it YourselfSummary<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첫 번째 비디오 클립부터 2023 칸 영화제 감독주간 상영작 <공드리의 솔루션북>에 이르기까지, 그의 독창적이고 특이한 창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Cast감독: 프랑소와 네메타1. 장점이 많다.미셸 공드리는 장점이 정말 많은 사람입니다. 좋아하기에 장점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걸까요? 장점이 많아서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어쨌든 <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에는 그와 작업한 여러 사람들이 등장해 미셸 공드리의 장점들을 이야기합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죠.- 따라 하고 싶어지는 결과물을 창작한다.- 끊임없이 창작물을 낸다.- 유행을 팔지 않는다.- 추상적이면서 완결된 표현을 한다.- 일상을 초현실로 만들 줄 안다.- 터무니없는 발상에도 논리를 부여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디어도 다듬어 쓴다.- 고전적이면서도 독창적이다.어떠한 방식으로든 직업으로서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그의 장점으로 거론한 항목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미셸 공드리는 이걸 해내는 대단한 창작자입니다.2. 창작을 사랑한다.'창작자' 하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괴로워하는 완벽주의자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 영화에도 미셸 공드리가 겪는 창작의 고통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공드리다웠다'는 영화 <무드 인디고>를 제작하는 미셸 공드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창작자'처럼 힘들고 지치고 괴로워 보였습니다.그러나 그는 창작을 사랑해 마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신기한 창작자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자신의 좌우명이 무어라고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는데요. 그의 삶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한 문장이 있다면, 그것은 누가 봐도 'Do it yourself(스스로 해라)'입니다. 자신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D.I.Y라 하지요. 미셸 공드리는 D.I.Y가 바로 창작의 기본이라고 말합니다.사실 그는 D.I.Y 그 자체를 무척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밴드 위위(Oui Oui)의 드러머이던 시절, 미셸 공드리는 앨범 홍보에 필요한 모든 창작물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죠. 이 영화에 프랑소와 네메타 감독의 애정이 묻어 있었듯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미셸 공드리의 주변에는 '애정'이라 쓰인 공기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습니다.미셸 공드리는 지금도 자신의 방 한구석에 있는 책상에서 연필, 펜, 가위, 풀로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만든답니다. 그가 돌아갈 곳은 언제나 D.I.Y의 세계인 것이죠.3. 비상하다.미셸 공드리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가 한 컷씩 직접 그리고 오려 만든 위위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해 내는 탁월한 능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미셸 공드리의 능력을 보아하니 위위를 해체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밴드 멤버의 말처럼, 그는 밴드 해체 이후 본격적으로 뮤직비디오 감독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영화감독으로서 미셸 공드리도 대단하지만,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 미셸 공드리는 정말 남다릅니다. 사실적 풍경으로 리듬감을 표현하고, 끝없는 줌(Zoom) 기법으로 유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비트를 시각화하는 방식은 뮤직비디오 시장에서는 전례가 없는 표현 방식이었습니다. 세상에 없었고, 노래와 어울리며, 인상적이고 기발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뮤직비디오를 계속, 말 그대로 계속 만들어냅니다. 크, 멋지지 않습니까.4. 결단력이 있다.미셸 공드리는 더 오를 곳이 없으면 무대를 옮기는 사람입니다. 그곳에 안주할 수도 있지만, 편안한 곳에 머물면 고인다고 말하는 멋쟁이죠. 뮤직비디오만 찍어도 먹고살 수 있었을 텐데 영화를 만들어 보고자 할리우드로 갔고, <이터널 선샤인>으로 큰 성공을 경험한 후에도 다시 저예산 영화를 찍었죠. 미대 학생, 밴드 드러머, 뮤직비디오 감독, 영화감독, 드라마 감독, 아마추어 영화공장 운영자까지,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창작'을 향해 끊임없이 결정하며 지금의 자리에 왔습니다.미셸 공드리 덕분에 저 자신에게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보게 됐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결정을 해왔나?- 나의 결정들은 어떤 방향을 향했나?- 나는 주도권을 쥐고 결정하고 있나?<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를 관람한 이후, 그는 창작자로서, 직업인으로서, 인간으로서 나아갈 방향을 안내해 주는 저만의 나침반이자 이정표가 되었습니다.5. 귀엽다!마지막으로 미셸 공드리는 귀엽습니다. 장담컨대, 귀여움보다 강한 매력은 없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귀여움은 진솔함에서 나옵니다. 사소하거나 하찮아 보이는 일도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꺼내놓는 사람은 귀엽고도 대단합니다.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존 말코비치 되기>의 감독 스파이크 존스와 미셸 공드리의 대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습니다. "나는 내 이름으로 된 학교 있당. 너 있냥?(공드리)", "나도 있엉!(존스)" 엄청난 역량의 두 감독이 나란히 앉아 이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대단한 성과를 주머니에 꿍쳐놓은 사탕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이 어떻게 귀엽지 않을 수 있을까요?⊙ ⊙ ⊙미셸 공드리가 좋은 5가지 이유, 공감하시나요? 만약 공감되지 않으시다면, <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를 감상해 보세요. 분명, 공드리 덕후가 되실 테니까요.One-Liner나는 지금껏 <이터널 선샤인> 덕후였으나, 오늘부터 공드리 덕후가 되었음을 선언한다.Schedule in JIFF2024.05.02(목) CGV전주고사 5관 13:002024.05.04(토) CGV전주고사 8관 13:302024.05.09(목) CGV전주고사 5관 13:30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5월 01일 -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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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의 캐릭터를 다양화하다
최동훈 감독의 필모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는 요즘, 그의 첫 천만관객 영화 여던 영화 <도둑들>을 봤다. 어렸을 적 봤던 기억은 있지만 앉아서 제대로 보진 않아서 이렇다할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왜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던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영화 <도둑들> 시놉시스
10인의 도둑, 1개의 다이아몬드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팀으로 활동 중인 한국의 도둑 뽀빠이와 예니콜, 씹던껌, 잠파노. 미술관을 터는데 멋지게 성공한 이들은 뽀빠이의 과거 파트너였던 마카오박이 제안한 홍콩에서의 새로운 계획을 듣게 된다. 여기에 마카오박이 초대하지 않은 손님, 감옥에서 막 출소한 금고털이 팹시가 합류하고 5명은 각자 인생 최고의 반전을 꿈꾸며 홍콩으로 향한다.
홍콩에서 한국 도둑들을 기다리고 있는 4인조 중국도둑 첸, 앤드류, 쥴리, 조니. 최고의 전문가들이 세팅된 가운데 서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한국과 중국의 도둑들. 팽팽히 흐르는 긴장감 속에 나타난 마카오박은 자신이 계획한 목표물을 밝힌다. 그것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계획이지만 2천만 달러의 달콤한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이들은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그러나 진짜 의도를 알 수 없는 비밀스런 마카오박과 그런 마카오박의 뒤통수를 노리는 뽀빠이, 마카오박에게 배신당한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팹시와 팀보다 눈 앞의 현찰을 먼저 챙기는 예니콜, 그리고 한국 도둑들을 믿지 않는 첸과 중국 도둑들까지. 훔치기 위해 모였지만 목적은 서로 다른 10인의 도둑들은 서서히 자신만의 플랜을 세우기 시작한다.* 해당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도둑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
캐릭터별 매력이 넘쳤던 작품최동훈 감독 작품의 매력포인트는 캐릭터가 굉장히 다채롭다는 점이다. 사실 투톱이든 타이틀이든 주연캐릭터 1,2명에 의존해 극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많은 캐릭터들이 다른 한 캐릭터를 빛내주기 위해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다 나름 자신의 빛을 잃지 않고 영화 속에 녹아든다. 이러한 최동한 감독의 특징이 영화 <도둑들>에서 잘 드러난 것 같다. 마카오박, 펩시, 뽀빠이, 예니콜, 첸, 씹던껌, 앤드류, 잠파노까지 8명이라는 캐릭터가 물론 등장씬의 수는 다를지 모르더라도 그 각각의 캐릭터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관객의 머리 속에 잘 각이되게끔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한 작품이었다.
상업영화가 과연 나쁜 것일까?
영화 <도둑들> 리뷰를 쓰면서 다른 리뷰들도 함께 봤는데 영화 <도둑들>에 대한 혹형이 많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게 봤다. 왜냐면 상업영화가 꼭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다. 다만 스크린의 독과점이 나쁘다고 생각할 뿐이다. 영화 <도둑들>은 사실 대중들이 원하는 오락상업 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기 힘든 짜릿함, 통쾌함을 대리 만족시켜주고 무언가를 훔친다는 범죄를 지켜보며서 어찌보면 일탈의 경험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이라면 하지 못할 행동들을 영화를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그 감정과 충동을 희석시키는 오락영화로서 영화 <도둑들>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천만이 넘는 사람들인 선택한 것인 아닐까? 단지 상업영화라고 해서, 오락영화라고 해서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사실 조금 불편하다.
도둑은 도둑일 뿐이다
영화 <도둑들>을 보면서 좋았던 점은 도둑의 미화가 지나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작품들을 보다보면 솔직히 도둑이 세상을 구한다던지, 구하지도 않았는데 약간 그저 본인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재물을 뺏어온 것인데 이 과정을 영웅화한다던지 이런 부분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도둑들>에서는 도둑은 도둑이다. 라는 스텍스가 명확해서 액션신이나 다이아몬드를 훔치러가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도둑들의 굉장한 능력들을 보면서도 마지막에는 결국 도둑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시하면서 영웅화 하지 않았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도둑은 범죄자다. 하지만 영화의 소재로서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는 그들의 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며 영웅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다.
영화 <도둑들>은 두고두고 찾아볼 명작은 아니더라도 남는 시간에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오락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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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선,변요한 배우의 역량으로 미스터리를 이끌다
취미는 훔쳐보기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다. 얼핏 보기엔 그냥 잘생긴 남자다. 하지만 구정태에겐 은밀한 취미가 있다. 바로 훔쳐보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타인을 훔쳐보면 왠지 나 혼자만 다른 세계에 있다는 쾌감이 든다. 멀리서 보면 그냥 나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잖아? 조용히 취미생활을 가지면 사람들도 모르게 되어있다. 심지어 직업이 공인중개사다. 이 말은 즉슨 타인의 집에 쉽게 들락날락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정태에게 어떤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 여자는 이 영화의 다른 주인공 한소라(신혜선)다. 예쁜 외모를 가진 한소라. 한소라가 소시지를 먹는 모습에 구정태가 관심을 갖게 되고, 이는 곧 두 사람과의 만남과도 이어진다. 어렵지 않게 한소라의 집 키를 얻은 구정태. 이번에도 몰래 한소라의 집에 침입한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 한다. 그럼 아무도 없다는 뜻이겠지? 어차피 집 키도 한소라가 줬다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구정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한소라가 칼에 찔린 채로 발견된 것이다. 뭐지? 이게 무슨 상황이지? 경찰에 신고하기엔 변태라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 되니 난처하고, 혼자 살인마를 잡기엔 너무나도 어렵다. 정태 곁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고들. 안 그래도 잡혀갈까 무서운데 하나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던데, 정태는 과연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
몰입감은 뛰어나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좋았던 점은 플롯이다. 왜?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많은 부분을 하나의 동력으로 치환시켰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다루고 싶었던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소셜 미디어의 폐해다. 일반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폐해’하면 뭐가 생각날까? 금세 <더 글로리>에서 최혜정 캐릭터가 보이는 것에 대해 과하게 신경 쓰는 장면이나 <댓글부대>에서 관심을 감당하지 못한 누군가가 떠오를 것이다. 이런 류의 소셜 미디어 묘사는 그동안 많이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도 이런 식의 소셜미디어 묘사가 들어가기는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로 채워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스릴러, 미스터리물에 있어 이야기가 갑자기 폭발력을 가지는 지점이 어디일까? 이야기가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흘러가야 한다. 그럼 영화가 플롯에서 보여줘야 할 것이 있다. 앞 상황을 중심으로 뭐가 진짜인지 믿게 만드는 것이다. 이 서스펜스에 대한 부분을 영화가 만들어가는 방식이 흥미롭다. 그리고 그 서스펜스는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미디어의 단점이기도 하다.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영화가 플롯으로 실체화시킨 것이다. 핵심 플롯뿐만 아니라 곁가지가 되는 부분도 미디어가 발전했기 때문에 따라왔던 단점을 묘사하고 있다. 가령 여성 스트리머/BJ/유튜버가 인터넷 방송을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이 부분에 대한 문제나 그럴듯한 구색을 갖췄지만 타인에게 얼마든지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언론의 역할까지 영화가 단순하고 간단한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현 세태의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다. 좋은 각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층적으로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기는 했지만 하나하나 세세하게 들어가면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몇 있다. 가령 이 영화에서 경찰의 역할은 애매하다. 왜? 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전면에 드러나있다. 이것은 치명적이다. 초반부부터 목적을 대놓고 드러내고 등장하기 때문에 인물의 생동감과 개연성이라는 측면에서 약점이 생기는 것이다. 심지어 경찰의 역할이 들어가야 할 때 아예 등장하지 않거나 유명무실하기까지 하다. 설정을 편의적으로 쓴 것이다. 대표적으로 첫 장면이 그렇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문제제기가 우리 현실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당연하다. 하지만 이 대사가 영화 안에서 빛을 발한다면 경찰 캐릭터가 좀 더 유능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이 장면에서 보여주는 문제상황이 영화 전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냥 단순히 특정 누군가와의 대립에서만 끝났다는 점이 이 캐릭터를 왜 이렇게 묘사했어야 하는지의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또 이 인물이 영화 안에서 제기하는 사회적인 문제가 합리적인 지적이 되려면 이 인물이 경찰로서 핵심 플롯이 다루는 사건에 유의미하게 접하는 모습이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영화가 묘사하는 방식은 애매하다는 점에서 아쉽다. 왜 이런 캐릭터가 들어갔을까? 이는 영화의 다른 캐릭터들을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어떤 인물은 미디어의 병폐를 보여주다가 이야기의 방향키를 틀어서 혼자 사는 여성이 가진 어려움을 암시한다. 다른 캐릭터는 빈곤한 인간 내면을 표현함과 동시에 한국사회에서 수도 없이 봐왔던 문제 해결을 구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이 영화의 인물들은 목적 이전에 캐릭터의 생동감을 먼저 고려하고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찰들은 플롯 안에서 겉돌면서 극후반부가 아니면 없어도 되는 존재가 된다.
수많은 혼잣말
글쓴이 입장에서 영화에서 두드러졌던 요소는 나레이션이다. 나레이션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작동할까? 바로 형식의 가장 기본요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영화는 어떤 장면이 있고 그 모습을 특정 인물이 해설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형식을 이끄는 인물은 구정태다. 구정태의 가장 중요한 설정이 뭘까? 바로 누군가를 염탐한다는 것이다. 구정태는 어떤 장면을 보고 그것을 해설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인물의 이 특성을 영화의 성격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염탐한다’라는 행위는 영화라는 매체의 속성과도 이어지는데, (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누군가의 일상 내지는 일대기를 지켜보는 것이 영화 아닌가? 그리고 대화는 기본적으로 타인과 하는 행위이며 구정태는 나레이션을 통해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이 두 전제라면 이 영화는 대화를 통해 관객을 영화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 전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그녀가 죽었다>는 관객을 구정태를 지켜보는 인물임과 동시에 그와 같이 타인들을 지켜보게 하는, 일종의 염탐꾼으로 만들어버린다. 구정태가 대화하는 대상이 우리 관객이라면 영화가 고의적으로 구정태의 관점과 우리의 관점을 동일시시킨 것이다. 이것은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이라는 두 딜레마가 주인공 두 사람의 핵심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가리키는 대상이 관객을 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우리도 이들을 훔쳐보는 염탐꾼인 것과 동시에 ‘보이는 것’에 대해 집착하는 인물이지 않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내레이션이 너무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는 점은 영화의 단점으로 뽑을 수 있다. 이 영화가 관통하고 지나가는 한국사회의 문제점들은 다 중요한 것들이다. 퇴색되지 않고 오롯이 전달하려면 감정적이지 않는 톤으로 전달하는 게 그 효과를 더할 수 있다. 그러려면 내레이션이 이렇게까지 많이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인물의 내면을 통해 감정이입을 유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내레이션이 따로 있고, 관객을 극으로 초대하는 내레이션이 따로 있다. 그래서 어느 내레이션은 좀 사족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영화 후반부쯤 되면 이 내레이션 연출에 통일성이 깨진다. 기획의도를 살리는 연출이라면 엔딩부에 누군가가 등장할 필요가 없다. 왜? 그 대사의 내용은 관객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혼자 마무리지어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자신감이 없었는지 톤을 해치는 장면을 넣어 더 쉬운 접근법을 택했다. 어떤 관객들은 이 장면이 직접적이라서 좋았다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글쓴이는 그 의견에 반대한다. 이야기의 형식에 측면에서 이 부분은 혼자 마무리지어도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장 마지막 장면과 어울리기도 하고.
어느덧 베테랑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변요한 배우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구정태가 맡은 과제는 두 가지다. 거리감과 박진감이다. 전자 거리감에 대한 부분은 간단하다. 이 영화에서 구정태가 벌이는 범죄행위는 하나같이 끔찍한 것들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고 하면 싫을 것이다. 이 싫은 느낌을 영화가 부지런하게 묘사하기 위해 변요한 배우는 사소한 차이로 기괴함을 불어넣는다. 가령 초반부 캐릭터를 설명할 때 혼자 싱글벙글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면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의 차이를 두며 인물을 관객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후반부가 되면 이 인물의 내면이 사실상 이야기의 중심이 되며 관객의 마음을 대변하게 된다. 여기서는 자유롭게 감정연기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데 후술 할 신혜선 배우가 뛰어놀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됐다.
다른 주인공을 맡은 신혜선 배우는 그동안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좋은 작품을 만났다. 일단 연기하는 데 있어 가장 개성이 있는 캐릭터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한소라 캐릭터가 약간 클리셰를 따른 감도 없지 않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신혜선 배우의 얼굴을 반대로 활용한 데에서 개성이 생긴다. 신혜선이라는 배우의 이면을 활용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연기를 빛내주는 연출도 큰 도움이 되는데, 코디나 메이크업 같은 것도 선을 굵게 그려 한소라라는 인물이 가진 화려함과 허술함을 강조했다. 글쓴이가 감탄했던 부분은 목소리 톤을 변주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들은 여러분이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보이는 것 중 무엇이 진짜인지 묻다
글쓴이가 이 영화에 대해 한 단어로 요약하면 외로움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로움을 정서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장르적인 원동력으로 바꾸어 팽팽한 이야기를 만든 영화가 이 <그녀가 죽었다>다. 외롭기 때문에 인간들이 벌이는 행동이 예상하지 못할수록 더 특이점을 갖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는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가득한 버스에서 인스타그램을 켜 나는 조금 달랐으면 한다는 이상한 바람. 지금 당장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사고 싶다는 허영심. 영화는 이 수많은 모습들을 외로움으로 꿰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과연 당신의 하루를, 또 당신을 사랑하고 있나요? 답은 여러분이 내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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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시작해
좋은 음악, 좋은 영화를 찾아 떠도는 인디언(independent+ person)을 위한 영화.
"영화를 다시 보는 행위란"
나에게 영화를 다시 보는 시간은 자신의 성숙해짐에 감동하는 시간이다. 이 영화를 예시로 들었을 때 첫 번째 봤을 때보다 두 번째에 봤을 때가, 그리고 세 번째에 봤을 때에 이 영화에 대해 더 깊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보이지 않았던 포인트들이 보이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되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겪으면서 드디어 감독이 의도한대로 바라보는 느낌이라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 ("아,, 나 멋있게 잘 컸네,,, 이런 생각도 하고"라는 생각을 주니까)
그런 의미에 있어서 다시 찾게 만드는 영화들은 베리 머치 땡큐다. (비긴 어게인은 나 자신을 3번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나를 3번 사랑하게 만든 이 영화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음악
음악에 대해선 취향이 확고하며 질 인디 음악만 듣는 내가 유일하게 인정한 영화 ost다.(개인적으로 라라랜드 ost 별로 안 좋아함)
심지어 아무리 좋아하는 인디 음악이라도 여러번 들으면 질리는데, 이 영화의 ost는 도통 그럴 생각을 안 한다.#거리 녹음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전부 일상적인 소음이 들어간다.(캔 따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 소리 등)
이 영화 특성상 거리에서 녹음을 해서 음반을 만드는 컨셉이기 때문에 ost에도 그러한 소음이 들어간다. 이 또한 나에게 베리 머치 땡큐였다.
녹음실에서 작업한 음악들은 음질은 좋아도, 알게 모르게 가수와의 벽이 확고하게 느껴졌다. 그에 반면 소음이 들어가는 음악들은 제 3자의 입장에서 노래를 듣고 있던 나를 끌고 와 나를 바라보며 공연을 해준다.
주변에서 듣는 일상적 소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더 노래에 공감할 수 있으며, 그 공간을 상상하게 만들어 더욱 더 생생하고 가사가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여기에 +a로 비긴 어게인은 녹음 장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비슷한 장소에 가서 이 영화의 ost를 틀면 <비긴 어게인>의 명대사"내가 음악을 이래서 좋아해, 모든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니까"
와 비슷한 감정을 겪을 수 있게 해준다. 주인공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영화 한 번 봤다고 사는 것이 각박한 것만이 아니고 아름다운 것일 수 있다고 희망을 갖게 만들어주니까. 주변이 비현실적으로 서정적이라 삶에 애정을 겪게 만드니까. 내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영화 주인공과 관객이 겪는 감정의 벽을 허무는 방법을 제시해준 영화는 <비긴 어게인>이 최초였다.
첨원하지면, 가로등 빛이 유난히 빛나는 밤에, 연인과 산책할 때( 비 온 다음 날 혹은 건물의 빛이 산란이 되는 한강과 호수 공원이면 더 좋다.) 이 영화 ost를 트는 걸 추천한다.
그러면 너를 바라보는 그 사람의 눈이 물에 일렁이는 가로등 빛처럼 일렁이는 경험을 겪을 수 있을 테다.
더 이야기해봤자 구차해지는 것이기에
음악이 필요한 밤, 속는 셈치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영화는 분석해야 하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이다. 오늘 밤은 느낄 수 있는 영화 <비긴 어게인 어떤가요?>
파노라마 에디터_장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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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주 최신 개봉영화!
어느새 9월이가고 10월이 돌아왔네요
10월 1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0월 1주 개봉영화 5편!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The Labyrinth , 2019
공포 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의 첫 영화화
영화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는 지난 2001년 발매된 국산 공포 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손노리에서 제작한 본 게임은 적을 죽일 수 없이 거의 도망만 쳐야 하는 진행 방식을 채용하며
플레이의 공포감을 극대화하였습니다
가야금의 거장인 故황병기가 만든 테마곡 ‘미궁’과 함께 공포감을 극대화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재미와 퀄리티를 모두 잡은 수작으로 평가받았죠
원작의 대표적인 상징 인물인 수위 아저씨는 학교 내 어딘가에서 불쑥 등장하여
유저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던 게임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섬뜩한 공포를 선사할 예정이며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천장에 매달려 있는 거미 귀신, 화장실에 불쑥 등장해 유저들을 소스라치게 만들었던
화장실 귀신, 촉수를 통해 학생을 낚아채는 귀목 등 원작 속 다양한 귀신들이 대거 등장해 게임 팬들을 열광하게 할 것입니다.
여전히 사랑받는 레전드 게임이 영화로 재 탄생하는
첫번째 추천영화 "화이트데이: 부서진결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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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0 2021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로 조현병을 소재로 다룬 영화
영화 "F20"은 아들의 조현병을 숨기고 싶은 엄마 애란의
아파트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엄마, 경화가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입니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21 'TV시네마'로 제작된 작품으로, TV로 선보이기 전에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게 됐습니다.
그간 KBS 드라마 스페셜 '모단걸' '고백하지 않는 이유'를 연출했던 홍은미 감독은
'TV시네마'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를 연출합니다.
장영남이 아들을 지키기 위한 모성애를 지닌 엄마 애란 역을 맡았고.
김정영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또 다른 엄마 경화 역, 그리고 김강민은 조현병을 가진 애란의 아들 도훈 역을 맡았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활약한 김강민의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시선이 모이는데요
조현병의 의학적 질병 분류코드 F20 차별, 편견에 맞선 조현병 이야기
두번째 추천영화 "F2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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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워터 Stillwater , 2021
‘맷 데이먼’ 인생 캐릭터 탄생!
'굿 윌 헌팅'부터 '오션스' 시리즈, '본' 시리즈, '마션', '인터스텔라', '포드 V 페라리' 등
장르를 불문하고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배우 맷 데이먼이 토마스 맥카시 감독과 함께한 "스틸워터"가 개봉을 합니다.
영화 "스틸워터"는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진실을 추적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입니다.
"스틸워터"가 공개된 후 해외 유력 매체와 평단은 맷 데이먼의 새로운 연기 변신을 향한 폭발적인 호평 세례를 쏟아냈습니다.
"스틸워터"는 2007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실화를 모티브로 했는데요.
영화를 직접 쓰고 연출한 토마스 맥카시 감독은 10년 전 한 사건을 접한 후 처음으로 "스틸워터"를 구상했다고 했습니다.
아카데미 2관왕 '스포트라이트'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새로운 역작! 제74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 화제작!
세번째 추천영화 "스틸워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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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마망 Petite Maman , 2021
모두가 기다려온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신작
'톰보이', '걸후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연이어 선보이며,
연출가로서의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왔던 시아마 감독의 신작 "쁘띠 마망"이 개봉을 합니다.
영화 "쁘띠 마망"은 8살 소녀 ‘넬리’가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의 고향 집에 머무르게 되고,
그곳에서 동갑내기 친구 ‘마리옹’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마법 같은 시간을 그린 작품인데요
현재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IMDb 메타스코어 93점을 기록 하며
셀린 시아마 감독의 전작을 능가하는 마스터피스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한 소녀가,
자신과 같은 나이의 엄마를 만나게 된다는 아이디어를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했고,
이를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과 '인사이드 아웃' 등의 애니메이션을 참고했다고 하는데요
이로써 외할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진 엄마를 걱정하는 8살 소녀 ‘넬리’가,
위로를 필요로 했던 8살 시절의 엄마 ‘마리옹’을 만나 우정을 나눈다는 "쁘띠 마망"의 마법 같은 이야기가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뛰어난 공감 능력, 탁월한 연출력 갖춘 셀린 시아마의 신작
네번째 추천영화 "쁘띠마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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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人魚の眠る家 , The House Where the Mermaid Sleeps , 2018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30주년 기념 소설
영화 "인어가 잠든 집"은 한순간에 불가피한 운명에 놓인 엄마 카오루코가
의식불명 딸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을 감행한 후 그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감춰진 비밀,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을 따라가는 미스터리 드라마 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방황하는 칼날', '백야행' 등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일본 추리 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트릭', 'SPEC' 시리즈 등 추리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낸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파견의 품격', '언페어' 시리즈 등으로 최고의 여배우로 꼽히는 시노하라 료코가 엄마역을 맡으면서
미스터리한 드라마를 만들어 냈습니다.
올 해 가장 충격적인 삶과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 서스펜스!
다섯번째 추천영화 "인어가 잠든 집"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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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진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Summary
고립된 종교 공동체 마을에서 사는 여성들은 마을 남성들이 저질러온 연쇄 성범죄의 끔찍한 실상을 알게 된다. 용서를 강요하는 마을 장로들이 도시로 떠난 동안, 여성들은 공동체의 대책을 논의하러 헛간에 모인다.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Cast
감독: 세라 폴리
출연: 루니 마라, 제시 버클리, 클레어 포이, 벤 위쇼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어렵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렇다"라고 답하면서도 괜히 주변 눈치를 보았던 저를 기억합니다. 혹시나 직장에서 그런 질문을 받거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야 '페미'로 낙인찍히지 않는다는 진지한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단어를 오염시키고 오용하는 사람들은 과연 페미니즘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제대로 비판하기 위해서는 더 잘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진정한 반페미니스트라면, 되려 페미니즘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바로 그런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 ⊙ ⊙
<위민 토킹>은 고립된 마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성폭행 악습을 알게 된 여성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이야기입니다. 2009년 볼리비아의 한 폐쇄적 기독교 마을에서 100명이 넘는 여성들을 소 마취제로 기절시키고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소설 원작 영화인데요. 이 작품은 이야기의 배경을 캐나다로 옮겼을 뿐, 실제 배경과 거의 유사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여성 캐릭터는 모두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로 등장합니다. '오나'는 강간범의 아이를 임신 중이고, '샬롬'은 강간 피해를 당한 네 살배기 딸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메알'은 강간당한 후유증으로 발작 증세를 보이고, '그레타'는 누군가의 폭력으로 인해 치아가 다 부러진 상태입니다. 이 모든 일들은 지금까지 여성들이 자는 사이에 영문도 모른 채 이뤄졌습니다. 마을 여성들은 악마의 짓, 사탄의 행태, 터무니없는 상상력으로 치부된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왔죠.
그러던 중 강간을 시도하려던 가해자가 처음으로 목격되면서 공동체의 남성들이 가해자의 보석금을 내주기 위해 마을을 비우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 사이, 여성들은 처음으로 토론이라는 것을 하게 되죠. '남성들을 용서하고 천국에 가는 것과 용서하지 않고 지옥에 가는 것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싸워야 하는가, 떠나야 하는가?', '떠나는 것은 도망치는 것인가?', '억지로 하는 용서도 용서인가?' 한 번도 읽고 쓰기를 배우지 못했지만 그들은 민주적으로 투표하고, 한 번도 마음껏 생각해 본 적 없지만 그들은 열성적으로 토론합니다.
성폭행 가해자를 위해 보석금을 내주러 간 몽매한 남성들 덕분에 무지를 강요받아 온 여성들은 처음으로 생각할 권리를 되찾습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마을의 여성들은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합니다. 헛간에 모여 고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그들 주위에는 주체성의 아우라가 기쁘게 뿜어져 나옵니다. <위민 토킹>은 주체적으로 대화하는 여성들의 대사와 표정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발언하는 인물들을 바스트 샷으로 촬영하고 흑백에 가까울 만큼 화면의 색채를 제거했죠.
⊙ ⊙ ⊙마을의 여성들은 모든 남성들을 버리고 공동체를 떠나기로 합니다. 이는 가해를 저지르지 않은 마을의 남성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 그저 남성일 뿐인데, 가해자와 같은 취급을 받고 버려지는 거니까요. 극중에도 비슷한 의문을 갖는 여성이 있습니다. "모든 남자가 가해자가 아닌데, 우리는 왜 모든 남자들을 떠나야 하는가?" 이에 대해 '오나'는 이렇게 답합니다.
Perhaps not men, but a way of seeing the world, and us women.
남성들은 문제가 없을지도 몰라. 문제는 세상과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관점이지.
그렇다면 마을의 여성들을 지지하고자 하는 남성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을 여성들의 헛간 토론장에는 '아우구스트'라는 남성 한 명이 있습니다. 오래전, 마을의 실체를 깨달은 부모와 함께 마을을 떠났다가 '오나'를 향한 연심으로 마을에 돌아온 인물이죠. 그는 가해자 석방을 위해 보석금을 내러 가는 대신, 글을 쓸 줄 모르는 여성들을 위해 회의록을 써줍니다. '아우구스트'는 그저 묵묵히 여성들의 토론 내용을 정리할 뿐,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남성인 자신은 아무 말도 해서는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죠.
마을의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우구스트'처럼 가만히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조심스럽게 제안하듯이, 남자아이들만큼은 달라질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겠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어린이들에게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배우고, 나아갈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사실 이런 것조차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성들이 마을을 떠나게 두는 것,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지지가 되니까요.
⊙ ⊙ ⊙더럽혀진 '페미' 논쟁 속에 숨은 진짜 페미니즘이 궁금하신가요? 그럼 페미니즘을 향한 날 선 감각들은 잠시 접어두고, <위민 토킹>으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해 보세요. 마을 여성들의 토론장에는 페미니즘의 본질과 스펙트럼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페미니즘은 궁극적으로 사회 전 영역에서 성별에 관계없는 평등을 꿈꿉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의 생각은 넓은 범위로 존재합니다. '오나'가 용서와 복수 대신 남성들을 떠나자고 말하는 한편, '마르케'는 마을을 떠나는 것마저 망설이는 것처럼요. 페미니즘은 절대 한 가지 모습일 수 없습니다.
극 중에서 '오나'는 뭘 무너뜨릴지가 아니라 뭘 원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페미니즘도 이와 같습니다. 페미니즘은 남성들을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영화 감상 후, 엔딩 크레딧 끝자락에 들려오는 잔잔한 자연의 백색 소음과 새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자잘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평화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안전하고 동등한 공동체, 여성들이 꿈꾸는 것은 단지 그뿐입니다.
Schedule in SIWFF2023.08.26(토)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MX관 19:302023.08.28(월)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MX관 16:00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간: 08월 24일 -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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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 북(Green Book)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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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 野芥(노케) 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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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이름 3번의 인생 3번의 살인 ""난 마스크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8월 18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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