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5-03-07 13:16:22
봉준호 다운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다
- <미키17>(2025)









봉준호 감독은 언제나 우리에게 묵직한 사회적 함의를 던지는 이야기꾼이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당시 수사 시스템의 허점을 통해 실체 없는 공포와 무력함을 그려냈고, <마더>에서는 극단적 모성애로 인한 폭주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기생충>에서는 계층 간 격차를 촘촘한 미장센과 인물 구도를 통해 묘사함으로써, 사회학을 전공한 감독 특유의 비판적 시선을 매섭게 드러냈다. 그 연장선 위에서 탄생한 신작 <미키17>은 우주라는 새로운 무대를 빌려, 우리의 현실 속 ‘계급’과 ‘정치’,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본능을 극적으로 펼쳐 보인다.
영화는 우주 이주 프로그램에 참여한 미키(로버트 패틴슨)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그는 자신이 죽을 때마다 기억과 인격을 복제해 다시 깨어나는 ‘익스펜더블 프로그램’의 담당자로 설정되어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 위험천만한 프로젝트에 지원했을 뿐이지만, 반복된 죽음과 새로운 깨달음을 통해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미키의 여정, 그의 연약함을 감싸는 나샤(나오미 애키)의 ‘사랑’, 그리고 이 모든 시스템을 악용하는 정치인 마셜(마크 러팔로)의 ‘욕심’이다.
[첫번째 감정] 미키의 두려움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감정은 미키가 품고 있는 ‘두려움’이다. 지구에서 엄청난 빚을 지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던 그는, 결국 우주로 도망치듯 떠나는 결정을 내린다.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그를 몰아세웠고, 이런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실험체나 다름없는 ‘익스펜더블 프로그램’에 덜컥 지원한다. 이때 미키가 제대로 설명도 듣지 않고 서류에 사인을 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궁지에 몰려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죽음이 두려워 도피한 곳이 하필이면 죽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구역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미키는 이내 ‘복제’를 통해 계속해서 부활하는 상황에 익숙해져 간다. 바이러스 테스트나 우주방사선 노출 실험처럼 잔인한 방식으로 소모되는 모습에서도, 그는 겉으로는 무감각해 보인다. 몸이 망가져 죽으면 또 다른 미키가 깨어나 동일한 기억을 잇기 때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이던 미키에게, ‘살아있음’ 자체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영화가 던지는 핵심 질문이기도 하다. “기억이 이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나의 존재 자체를 의미하는가?”
진짜 문제는 미키17이 ‘미키18’을 마주한 순간부터 시작된다. 미키18은 기억과 외형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성향과 태도가 조금 달라 보이는 존재다. 그제야 미키17은 깨닫는다. 죽는 순간 자신이 ‘영원히 소멸’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복제 기술이 완벽하다 생각했으나, 결국 매번 다른 개체가 나타날 뿐 ‘이전의 나’와 100% 동일할 수는 없다는 걸 체감한다.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라는 질문을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이 던질 때, 그것은 미키가 가진 두려움을 일깨우는 말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동안 답을 찾기 힘든 이 근원적 공포가, <미키17>에서 인간성을 탐색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두번째 감정] 나샤의 사랑
두 번째 감정은 미키를 헌신적으로 지켜보는 나샤의 ‘사랑’이다. 여러 차례 죽고 깨어나는 사이에서, 미키의 곁을 지키는 건 오직 나샤뿐이다. 그녀는 “죽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냐”처럼 끔찍한 질문을 미키에게 묻지 않는다. 죽음의 상처를 굳이 후벼팔 필요 없음을,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공감 능력은 미키가 가진 두려움을 일시적으로나마 잊게 만들어주고, 시종일관 곁에서 그를 안심시킨다. 영화 초반에는 이러한 관계가 단순히 ‘연약한 남성을 돌보는 강인한 여성’ 구도로 보일 수 있지만, 곧 나샤의 매력이 훨씬 깊고 다층적임이 드러난다.
특히 나샤는 ‘미키17’과 ‘미키18’이 동시에 존재하게 된 상황에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둘 다 같은 미키임에도, 성향은 조금씩 다른 두 사람을 동등하게 받아들이고 사랑을 나눈다. 이중적 존재가 생겨난 불안한 상태에서도, “네가 누구든 사랑하고 지켜주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그녀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이는 단지 연애 감정의 차원을 넘어, 이주 행성이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생겨난 새로운 ‘존재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를 배척하지 않고 소통으로 품어내는, 그런 태도가 이 영화에서 중요한 테마로 자리한다.
나샤가 특히 돋보이는 지점은, 이주 행성에서 만난 ‘벌레’ 같은 생명체를 지키려는 결심을 보여줄 때다. 우주정복이나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자원을 갈취하려 드는 정치인 마셜 집단과 달리, 나샤는 ‘이 생명체들도 우리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녀의 시선은 결국 ‘사랑’과 ‘공감’의 확장판이다. 미키를 받아들이듯, 우주 생명체와도 대화하며 공존하려 애쓰는 나샤의 모습에서 우리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타인(혹은 타종)을 소모하는 행태’에 대한 날 선 비판인 셈이다.
[세번째 감정] 정치인 마셜의 욕심
세 번째 감정은 마셜(마크 러팔로)이 상징하는 ‘욕심’이다. 그는 지구에서 정치적 입지가 별로였기에, 우주 이주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스스로 권력의 중심에 올라선다. 본질적으로 무능력하기에, 늘 아내(토니 콜렛)에게 모든 결정을 위임하는 모습이 반복해서 비춰진다. 사업가이자 정치인으로서 그는 한편으론 교묘하게 대중을 현혹하고, 다른 한편으론 미키 같은 존재를 마음껏 써먹으려 든다. 익스펜더블 프로그램은 이주 중 만날 수 있는 위험에서 유용하게 소모될, ‘하나쯤 없어져도 괜찮은 인력’이라는 발상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흥미로운 건, 마셜이라는 캐릭터를 보면 자연스레 한국의 정치 현실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지지층을 어떻게든 확보하고, ‘뭔가를 해내는 척’ 무대만 만들어 놓은 뒤, 실제로는 구체적인 청사진이나 능력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지도자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권위자에게 줄을 서고 충성을 다하는 이들은 마셜의 비위를 맞춰주며, 그의 온갖 추한 면을 뒤처리한다. 그러나 막상 이주한 행성에서 어떠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듣기 좋은 연설만 반복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몫의 이득 챙기기에만 급급한 셈이다.
결국 미키와 그 곁을 지키는 나샤, 그리고 우연히 교류하게 된 외계 생명체가 보여주는 ‘공존과 연대’야말로 마셜의 몰락을 재촉하는 결정적인 힘이 된다. 봉준호 감독은 “작은 존재가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여러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기생충>이 그렇고 <설국열차>도 그랬다. 이번에도 무심코 버려졌던 미키와 외계의 작은 벌레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가 정치적 거인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는 우리 사회 속 ‘무능한 리더십’이 불러올 참담한 결과를 예고하는 현실 풍자처럼 보인다.
<미키17>이 담은 봉준호 월드
한편, 마셜과 미키17의 대립을 ‘권력자와 청년 노동자’의 대립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다. 마셜은 지구라는 기존 체제에서 기득권을 꽉 잡고 있던 권력자가 우주로 무대를 옮겨 권위를 재차 행사하는 인물이다. 반면, 빚 때문에 스스로 ‘소모품’ 역할을 떠맡은 미키17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기꺼이 위험한 임무를 감수하는 청년 노동자에 가깝다. 그들은 한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마셜에게 미키17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부품’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착취 구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고용시장과 권력자-피고용인의 위계 질서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봉준호 감독은 어김없이 약자들의 연대와 소통을 통해 부조리를 깨부수는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미키17>은 반복되는 죽음과 복제라는 소재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을 던진다. 이 질문은 동시대의 다양한 사회문제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흥미로운 건, 지구에서 이 우주로 떠난 이들은 대부분 생존의 위협이나 경제적 압박, 혹은 정치적 이유로 도피해 온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지구를 버리고 떠나온 자들의 새로운 세계에서, 과연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을까? 결국 인간이란, 어디에서건 같은 고민과 탐욕, 그리고 소외 문제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영화가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결코 비관론으로 끝맺지 않는다. 미키와 나샤, 그리고 벌레라 불리는 생명체가 맺어가는 조화로운 관계는 ‘어울림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즉, 서로 다른 존재를 존중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태도가 바로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마셜처럼 권력을 쥔 자들이 제시하는 허황된 미래가 아닌, 작고 연약해 보이는 주체들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로버트 패틴슨은 겁에 질려 우주로 피난 온 미키의 불안하고 나약한 면을 능숙하게 표현하면서도, 복제체를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절묘한 차이를 두어 미키17과 미키18을 입체적으로 연기한다. 나오미 애키의 나샤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내, 영화 후반부 ‘복수의 미키’를 모두 감싸 안는 장면에서는 강렬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마크 러팔로와 토니 콜렛 커플의 괴이하고 익살스러운 정치 드라마 역시 봉준호 특유의 블랙코미디 감각을 살려내며, 관객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선사한다.
연출 면에서 봉준호 감독은 우주라는 넓은 무대 안에 좁은 계급적 공간을 다시 구축해냈다. 탁월한 미장센과 대사, 그리고 캐릭터 간의 긴장감으로 <설국열차>와 비슷한 계급 구조를 만들면서도, 이번에는 스스로 우주로 나아가는 세계관을 선보인다. 행성 밖 생명체와의 교류라는 설정이 상징하는 것은, 결국 인류가 고집해왔던 ‘자기중심성’을 깨부수라는 요청처럼 보인다.
결국 <미키17>은 관객들에게 명쾌한 답을 내리기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 나 자신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과연 ‘죽음’ 자체인가, 아니면 ‘나라는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실존적 공포인가? 그리고 사랑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권력을 쥔 자들의 배신과 무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모든 물음은 비단 우주 이주라는 극단적 상황에서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 주소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분명하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메시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우주판 기생충’이라 불릴 만한 신선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흥미로운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행성에서 벌어지는 계급·정치·사랑의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죽음과 복제라는 철학적 소재가 어떻게 감각적인 장르 영화로 변주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미키17>을 꼭 극장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분명 그 안에서,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마주해야 할 근원적 질문들이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꿈꿔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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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광복절에 개봉한 <오펜하이머>가 벌써 70만명을 돌파했다고 하는데요!
한국인들의 크리스토퍼 놀란 사랑이 대단합니다..! 반면 정우성 배우의 첫 연출작 <보호자>는 언론과
국내 감독들의 호평에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영화, OTT소식 같이 알아볼까요?
<보호자> 박스오피스 7위, 이틀 내내 부진한 성적
배우 정우성의 연출 데뷔작 <보호자>가 흥행 부진의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말에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오펜하이머>에 관객이 몰리면서 <보호자>는 지금까지 5만여 명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현재 추세라면 20만 명도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오펜하이머> 첫 날 55만명 1위
한국인이 사랑하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공개 첫 날인 광복절 휴일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여름 극장가 선두주자였던 영화 <밀수>의 오프닝 스코어 31만 명을 뛰어넘는 놀라운 흥행 저력을 실감케 합니다. 또한 이 수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의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갈아치운 성적이기도 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7일 만에 관객 200만 돌파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 7일 만에 누적 관객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김숭늉 작가가 2014년에 내놓은 웹툰 <유쾌한 왕따> 2부인 <유쾌한 이웃>이 원작으로 연출은 <잉투기> <가려진 시간>등을 만든 엄태화 감독이 맡았습니다
디즈니+, 가입자 수 감소 속 가격 인상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가격을 인상하고, 비밀번호 공유 단속에도 나섰습니다. 월트디즈니는 오는 10월12일부터 광고 없는 디즈니플러스의 구독료를 기존 요금에서 3달러 추가한 월 13.99달러(약 1만8400원)로 인상합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2월에도 가격을 월 7.99달러에서 월 10.99달러로 올린 이력이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 걸작 10편 극장상영
전설의 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을 아트나인에서 16일부터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2023 찰리 채플린 특별전’ 행사에서 영화 <키드> <파리의 연인> <황금광 시대> <서커스> <시티 라이트>
<모던 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살인광 시대> <라임 라이트> <뉴욕의 왕> 총 10편이며
오는 31일까지 진행됩니다.
허진호 감독 <보통의 가족> 토론토국제영화제 진출
영화 <보통의 가족>은 서로 다른 신념의 두 형제 부부가 우연히 끔찍한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받았습니다. 허진호 감독, 설경구·장동건·김희애·수현 등의 배우들이 토론토 국제영화제 참석을 확정하며 영화제에서 최초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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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나게 맛있는 엄마의 집밥처럼!
눈물나게 맛있다! 특별한 재료도 들어가지 않는데도 엄마의 밥은 그 눈물이 아깝지 않도록 맛있다. 그 맛이 그리워 손수 해먹어봐도 이내 실망하게 되는 건, 엄마의 정성이 담긴 손맛이 빠졌기 때문. <3일의 휴가>는 눈물나게 맛있는 엄마의 집밥과도 같은 영화다. 엄마, 집밥, 추억, 그리고 눈물과 감동은 다소 올드해보이지만, 원래 아는 맛이 무서운 법. 이 작품은 변하지 않는 그 진리를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
시간은 저승에서도 빨리가는가보다. 죽은 지 벌써 3년째를 맞이하는 복자(김해숙)은 지상에서 보낼 수 있는 3일간의 휴가를 받는다. 가이드(강기영)의 안내에 따라 우크라(UCLA) 대학 교수인 딸 진주(신민아)를 만나러 간 그녀는 기쁨 대신 당황한다. 미국에 있어야 할 딸이 자신이 살던 시골집에서 백반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 복자는 어떻게든 딸을 미국으로 보내려 하지만, 말도, 접촉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켜만 봐야 하고, 이런 복장 터지는 어미의 마음을 모르는 진주는 단짝 미진(황보라)과 엄마의 레시피대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추억에 잠긴다.
음악영화를 보면 음악이 나를 그리운 과거로 데려간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우리를 어떤 기억으로 데려간다.
<3일의 휴가>를 집필한 유영아 작가(드라마 <서른, 아홉>, 영화 <도그데이즈> 등)의 말처럼, 이 영화는 음식을 매개체로 우리들의 엄마를 소환하고, 잊고 지냈던 그 사랑을 기억하게 한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엄마의 음식, 그 안에 담긴 맛과 사랑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그 맛이 구수하다. <방가? 방가!> <나의 특별한 형제> 등 소외된 이들의 따뜻한 감성을 영화에 녹여냈던 육상효 감독은 죽음 엄마가 3일 동안 이승에서 딸을 만난다는 판타지 요소를 가미해 구수한 영화의 오감을 살린다.
애증의 관계라 불리는 극 중 모녀 이야기는 영화의 동력이자, 궁금증을 갖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복자가 죽은 뒤, 진주는 미국 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시골집에서 사는데, 그 이유는 대외적으로 공황장애지만 결국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다. (복자 또한 진주에게 부채감이 있다.) 이들의 관계가 왜 소원해졌는지 플래시백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딸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복자의 모습. 그런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자신을 향한 사랑을 받지 못해 서운하고 원망스러워 쌀쌀맞게 반응한 진주는 우리의 삶을 투영한 듯한 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렇게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의 아픔은 요리가 치유한다. 진주는 어렴풋이 생각나는 엄마의 레시피에 따라 음식을 만들고, 복자는 이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이 때 요리에 담긴 각자의 추억이 소환되는데,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당시 서로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되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마치 마음 속 메워지지 않았던 구멍이 음식이 불러온 기억으로 메워진 느낌이랄까.
후반부로 갈수록 부모의 희생을 담보로한 모성애가 올드함을 전하긴 한다. 이로 인해 초반 복자는 물론, 가이드와 미진의 위트와 유머가 쌓아올린 분위기가 반감된다. 그럼에도 영화의 모성애가 주는 감동은 크다. 특별히진 않지만 맛있는 집밥처럼, 매번 봐왔지만 끝내 눈물을 훔치는 모성애의 쓰임새는 적절한 모양새다. 여타 모성애를 강조한 영화 보단 과잉되지 않은 감동을 전한다.
극중 가이드는 휴가를 떠나는 복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휴가 동안 좋은 기억만 담고 오시면 됩니다”라고. 모성애 부분 등 태생적으로 가진 호불호 지점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사처럼 영화를 보면 엄마와의 좋은 기억이 샘솟는다. 영화 속 차려진 스팸 김치찌개, 만두, 잡채, 잔치국수 등은 아닐지언정 엄마와 함께 했던 한 끼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사진 제공: 쇼박스
평점: 3.0 / 5.0
한줄평: 올드한 모성애, 그럼에도 보게 되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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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영화적 상상력에 담긴 한국 사회의 못난 민낯
Summary
예진은 20대의 외모를 지녔지만 실제 나이는 70대 중반이다. 원폭 피해를 당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후유증으로 ‘늙지 않는 병’을 앓고 있는 예진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영생인’으로 불리며, 사회적 차별을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예진은 모델 일을 하며 당당하게 사회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고자 하고 가상의 일본 방송국 ‘메이지TV’는 그런 예진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다.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Cast
감독: 김상훈
출연: 강서하, 안주영
유한한 인생을 타고난 인간으로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삶과 죽음, 영생과 불멸, 전생과 환생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저를 한 방에 녹 다운시키는 필살기 소재입니다. 인간의 유한함 그 이상을 이야기하는 영화적 상상력이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영생인>이라는 제목에도 끌리지 않을 수 없었던 거겠지요. '영생과 관련된 영화' 하면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열연한 <인 타임>이라는 작품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인 타임>에서는 부자일수록 영생을 누리는 세상을 그렸는데, 한국 감독은 '영생'을 소재로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 <영생인>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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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인>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입니다. 일본 방송의 한 다큐멘터리 팀이 한국에서 모델로 일하고 있는 '예진' 씨를 취재하러 한국에 찾아왔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하죠. 영화는 정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일본 방송의 양식을 그대로 구현합니다. 일본어 자막도 달려있고, 내레이션도 모두 일본어입니다. 처음엔 놀랍도록 진지한 이 고증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그것이 알고 싶다' 에피소드 한 편을 볼 때처럼, 이야기에 푹 빠져든 저 자신을 발견했죠.
평범한 청년처럼 보이는 '예진'은 사실 '영생인'입니다. 얼굴은 20대지만, 실제로는 1945년에 태어나 나이가 70세를 훌쩍 넘었습니다. 영생인은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한국인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간접피폭자, 즉 돌연변이였습니다. '예진'과 같은 사람들의 특징은 일반 사람보다 성장 및 노화 속도가 지극히 느리다는 것. 아직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영생인'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영생인들은 '비정상적인' 자신들을 향한 눈초리를 견디며, 괴물, 흡혈귀라고 혐오 당하는 일상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일본 다큐멘터리 팀이 취재하는 '예진'은 차별과 핍박에 맞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영생인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취재하면 할수록 '예진'은 동정과 연민을 일부러 자아내는 듯한데요. 숨겨진 비밀이 있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을 따라 흘러가는 영화는 그녀의 동생이 등장하며 절정에 치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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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극의 후반부에서 '예진'은 사실 불쌍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영생인이 아니라 영생인 집단의 꼭대기에서 정부의 지원금을 가로채고 다른 영생인들을 억압해 온 악독한 리더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예진'은 비난의 시선을 보내는 다큐멘터리 팀을 향해 모두가 편견인 줄 알았던 영생인의 진실, 흡혈귀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영생인들을 폭력과 억압으로 제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속사정을 토해냅니다.
이 지점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는 <영생인>은 객관적 진실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극 중 다큐멘터리 PD는 사회에서 배척되어 공동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예진'과 영생인 집단을 좌지우지하는 악독한 리더로서의 '예진', 그리고 그것이 흡혈귀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하는 '예진'을 모두 편집 없이 방송에 담기로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객관적 진실인지 감히 단정할 수 없다면서 말이죠.
이런저런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때로 저게 과연 진짜 진실일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픽션 영화와 달리 현실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는 리얼리즘 장르입니다. 그렇기에 관객은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전적으로 사실이라 믿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야말로 사람들의 믿음을 발판 삼아 진실을 교묘하게 조작하기 용이한 장르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다양한 사실을 포착해 종합했다고 해서 그게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을 종합한 사람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진실을 완전히 알고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요? 과연, 진실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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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인>은 '영생'을 소재로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고질병들을 꼬집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이상성, 정상성만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 같은 것들이죠. 자신과 다르다면 아예 부정해 버리는 것이 속 편하다는 듯, 괜히 지지했다가 사회적 고립을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듯, 사람들은 영생인을 모질게 괴롭힙니다. 하물며 영생인이 괴물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정부는 영생인을 40년이 넘도록 산속 어귀 수용소에 가둬둡니다.
평범하더라도 다수는 힘을 갖고, 부러워할 법한 능력(영생)을 갖추고 있더라도 소수는 쉽게 배척당합니다.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엄연한 존재하는 사람들을 쉽게 지워버리는 다수의 횡포는 우리 사회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년 퀴어 축제가 개최될 때마다 바로 앞에 서있는 성소수자의 얼굴에 대고 혐오 발언을 퍼붓는 우리 사회의 모습처럼요.
그 밖에도 <영생인>에는 한국의 사회 문제들이 속속 숨어있습니다. 공론화는 되지만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각종 인권 문제, 저임금 일자리를 벗어나기 어려운 조선족의 노동 실태, 고작 1.5평 남짓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한국만의 주거 형태인 고시원의 빈곤 문제까지. 또 일본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한국인 피폭 피해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뿌리 깊은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절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영생인>은 이러한 사회 문제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창조한 '영생인'이라는 집단과 엮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끄집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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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상해도 괜찮'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걸맞은 영화입니다. 만화 작가 출신 감독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매 장면이 더 흥미로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언젠가 영화관에서 이 작품을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영생'을 소재로 하는 색다른 시선을 담아낸 이 작품에 관해 더 많은 분과 함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Schedule in BIFAN2023.06.30(금) CGV소풍 4관 16:302023.07.04(화) CGV소풍 11관 17:002023.07.06(목) CGV소풍 5관 13:30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 06월 29일 -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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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남, 혈연, 죽음은 선택할 수 없다
유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대낮에 졸린 상태인 다섯이서 좋지 않은 화질과 음질로 보긴 했지만, 두 시간 내내 긴장이 풀리지 않는 상태로 영화를 봤다.
역시 다시 봐도 이 영화는 깜짝 놀라게 하는 영화가 아니고 영화 내내 이어지는 불쾌감과 긴장을 후반에 극대화시키는 영화인 것 같다. (이후 스포일러)
출처: 넷플릭스
영화를 보면서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직면해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결국 파멸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의 흐름 때문이었다. 곡성에서는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로 대표되는 무지가 핵심이었다면 유전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같은 오컬트 공포 영화인 랑종과 비교하면 유전은 초자연적인 부분보다는 악마 숭배자 조직과 관련된 반전,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는 주제의식이 더 강조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넷플릭스
정말 복선이 많고 모든 복선을 다 회수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혼자서 처음 봤을 때보다 이번에 봤을 때 보이는 것들이 많았고 대화하면서 새로 이해되는 부분도 많았다. 영화를 보고 포스터를 보면 정말 묘한 느낌이 드는데, 주인공인 애니와 딸인 찰리의 눈 색이 똑같은 것과 목이 잘린 듯한 장난감이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영화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마지막 장면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다.
출처: 넷플릭스
이 영화는 첫 장면과 끝 장면이 수미상관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첫 장면은 마치 파이몬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주인공 가족의 집이 디오라마로 보이고, 파이몬 강림 의식인 마지막 장면 역시 같은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은 인간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는 노자의 말처럼 인간들의 증오, 숭배, 사랑 등의 발버둥을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그 자체로 보고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시선처럼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
출처: 넷플릭스
영화 유전의 줄거리를 정말 간단하게만 적어 보자면 악마 숭배자인 앨런이 아들에게 파이몬을 넣으려다 남편과 아들이 죽고, 남자로 태어나길 원했던 손녀 찰리에게 빙의시키는 것에 성공한 후 숭배자들의 계략으로 인해 결국 손자인 피터에게 찰리의 영혼이 옮겨감으로써 결국 파이몬이 남자의 몸으로 강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만 봤을 때는 그냥저냥 재밌게 볼 수 있는 오컬트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성인부터 아역까지 모든 배우들의 미친 연기와 흔한 점프 스퀘어 없이 많은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어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것 때문에 줄거리를 아는 상태로 영화를 보더라도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출처: 넷플릭스
항상 영화를 보고 함께 영화의 각 장면에 대해 떠들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유전은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공포영화인 것 같다. 당장 지금 생각나는 장면들만 적어도 몇 문단은 넘어갈 것 같아서 적지는 않지만, 이 영화를 아직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미드소마까지 이어서 본 뒤 같이 떠들었으면 좋겠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이 영화에는 정말 너무 불쾌한 장면이 2~3개 나온다는 것 정도? 그래도 아직 보지 않았다면 당장 혼자서 보길 추천한다.
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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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뒤에 있는 이들이여~ 따봉! <스턴트맨>
라이언 고슬링, 에밀리 블런트, 애런 존슨, 해나 워딩엄, 테레사 팔머, 스테파니 수, 원스턴 듀크. <스턴트맨>의 주요 출연진은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과 함께 엔딩크레딧을 수놓은 이들 또한 주요 출연진이라 말한다. 더 나아가 한 작품을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린 이들의 노고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카메라 앞이 아닌 카메라 뒤에 있는 이들을 위한 헌사! <스턴트맨>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플롯 부분에 덜컹거림은 있지만, 끝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그건 영화가 가진 그 진심이 와닿기 때문이다.
언제나 ‘따봉’을 추어올리며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는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 하지만 할리우드 액션 톱스타 톰 라이더(애런 존슨)의 대역으로 고난도 추락 액션 장면을 촬영하다 큰 사고를 당한다. 이후 그는 잠적한다. 촬영 당시 연인이었던 촬영 감독 조니(에밀리 블런트)의 연락에도 잠수를 탄 그의 새 직장은 한 레스토랑. 어울리지도 않는 발렛 일을 하면서 근근히 살아가는 그에게 프로듀서 게일(한나 워딩업)이 연락한다. 조디의 감독 데뷔작 <메탈스톰>에 스턴트맨으로 도움을 달라는 것. 그 즉시 호주 시드니로 향한 콜트. 조니와 운명적인 재회는 했지만, 싸늘한 기운만 감돌기만 한다. 한편, 게일은 콜트에서 실종된 톰을 찾아달라 부탁하고, 콜트는 조디의 첫 장편에 도움을 주기 위해 톰을 찾아 나선다.
<스턴트맨>의 원제는 <The Fall Guy>다. 1980년대 TV 시리즈 <The Fall Guy>(한국 방영 시 제목은 <스턴트맨>)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철저히 그 시대 만들어진 작품의 콘셉트와 분위기를 오롯이 가져온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액션. <데드풀 2> <불릿 트레인>의 데이비드 리치 감독이 스턴트맨 출신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지만, 최대한 CG를 배제하고 몸으로 부딪치고, 뒹구는 리얼 액션을 보여준다.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와이어 추락 장면은 물론, 극중극인 <메탈스톰> 해변 차량 전복 장면, 도심 차량 액션, 후반부 <메탈스톰> 촬영지에서 벌어지는 카체이스 장면 등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이제는 자주 볼 수 없는 리얼 액션을 선사한다. 중요한 건 액션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독은 와이어 추락 장면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면서 스턴트맨이 하나의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의 긴장감은 물론, 다양한 감정선을 다룬다. 이처럼 액션 전에 전사를 삽입하면서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로 인해 액션이 액션으로만 소비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 그리고 액션을 통해 다양한 감정선을 전하는 데도 성공하며 몰입감을 증대시킨다.
이는 콜트와 조디의 재회와 관계 봉합 과정에서 도드라진다. <메탈스톰> 첫 와이어 액션 장면에서 조디가 가진 그동안의 서운함을 콜트에게 퍼붓는데, 그 방식은 계속 ‘컷’을 외치며 바위에 부딪히는 장면을 찍게 하는 것. 분이 풀릴 때까지 컷을 외치는 조디와 이를 수긍하면서도 힘들어하는 콜트의 모습은 액션으로 감정선을 전달하는 좋은 예로 보인다. 더불어 가라오케에서 콜트를 기다리며 필 콜린스의 ‘Against All Odds’를 부르는 조디와 그녀에게 가기 벌이는 콜트의 카체이싱 장면이 교차편집으로 보이는 장면도 영화가 추구하는 액션 기조를 잘 보여준다.액션만큼 중요하게 다룬 건 역시 멜로. 콜트와 조이의 관계를 보면 1980~90년대 <로맨싱 스톤> <전선위의 참새> 등 할리우드 액션 로맨스 영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즐비하다. 사랑하지만 오해를 거듭하고, 싸우고 하는 가운데에서도 절명의 위기에 진심을 고백하고, 끝내 찐한 키스로 사랑에 골인하는 이 공식을 영화는 그대로 차용한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분할 컷을 통해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을 조성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와해된 관계가 다시 좁혀지는 그 과정을 그린다. 물론, 배를 몰며 조이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콜트의 모습이 올드함을 주고,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이 이뤄지는 결말이 다소 식상하긴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시절의 분위기를 잘 구현했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으로 <스턴트맨>은 영화에 관련된 직업인들의 애환과 직업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콜트와 조이 등 주요 인물들은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 선 이들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화라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한다. 관객들의 박수를 받지는 못하지만, 자기 일에 자부심을 하나로 일을 하는 이들이다. 와이어 추락 사고 이후 콜트가 촬영장에 돌아가지 않는 건 일에 대한 자부심에 스크래치가 났기 때문이다. 부끄러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스스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콜트가 다시 촬영장에 돌아간 건 저버릴 수 없는 영화를 향한 사랑, 그곳에서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해내며 얻는 그 기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는 열망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이를 ‘영화’로 바꿔 본다면 콜트의 이같은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더 나아가 감독은 후반부 영화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톰과 게일의 수난사를 통해 이를 부각한다. 이 장면은 조이의 전두지휘 아래 펼쳐지는 액션 장면처럼 보이는데, 카메라는 톰과 게일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기민하게 움직이는 스턴트맨 이하 스탭들의 모습을 담는다. 이들의 노력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극장에서 즐기는 영화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스턴트맨>은 마지막까지 이 메시지를 전한다. 성룡 영화 엔딩크레딧에서 자주 봤던 액션 NG 장면이 등장, 손에 땀을 쥐게 한 놀라운 액션의 비하인드가 나온다. 어찌 보면 그 촬영 현장들이 더 영화 같은 생각이 들 정도. <스턴트맨>은 세련되거나 차별화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지만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건, 영화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진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CG로 딥페이크로 구현할 수 없는 오로지 사람이 만드는 액션과 영화의 진심. 그 진심이 더 그립고 빛이 나는 시기에 우리에게 당도한 연서와도 같다. 가능하다면 그 진심이 많은 관객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덧붙이는 말: 콜드 역은 라이언 고슬링이 맡았지만, 고난도 액션은 총 4명의 스턴트맨이 담당했다. 드라이빙 대역은 로건 홀리데이, 격투 대역은 저스틴 이튼, 불에 타고 차에 치이는 장면 대역은 벤 젠킨, 낙하 연기 대역은 트로이 브라운이 그 주인공. 그들은 스크린 속 영웅이 아닌 스턴트맨이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영웅이다.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있는 호쾌한 액션의 영웅들. 영화를 본다면 이들도 기억하길~~
사진출처: 유니버셜 픽쳐스
평점: 3.5 / 5.0
한줄평: 몸 하나로 만드는 액션 서사만으로도 따봉(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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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감은 그대로, 사담은 최대로!
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국내로 수입해 상영을 하려면, 모든 이름들을 한글로 바꿨어야만 했다.
<슬램덩크>도 이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바뀌었는데, 이게 정론으로 먹혔다! - 그리고, 국내 한정으로 "박상민"이 부른 '너에게 가는 길'은 여전히 회자되는 명곡이다.
무엇보다 농구 만화를 떠나 "농구"만으로 첫 번째로 연상되는 <슬램덩크>가 새로운 극장판으로 나왔는데, 이는 26년(애니메이션) 혹은 극장판 <포효하라 바스켓 맨 영혼!! 강백호와 서태웅의 뜨거운 여름> 이후 27년 만이다!영화는 원작에서도 마지막 이야기로 언급되는 최고의 호적수 "산왕공고"를 맞이한 "북산고교"의 경기를 다루었다.
다만, 차이라면 "송태섭"이라는 인물의 초점에 맞춰 똑같은 이야기가 아님을 밝혔다!1. 공을 달리 잡는다.
보통 만화는 "TV"에서 보는 것이 통상적이나 "극장판"은 말 그대로, "극장"으로 상영한다.
그리고, 이에 맞춰 기존 에피소드를 재편집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기존 에피소드 "산왕공고 대결"을 재편집한 선택을 했다.
물론, 주인공 "강백호 - 서태웅"의 시점이 아닌 또 다른 팀원 "송태섭"의 시점으로 똑같은 이야기 변화를 주었다!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로 말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해당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있다.
그렇기에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초점을 맞춘 건 "이야기"에 있는데, 그 중심이 "송태섭"이라는 캐릭터에 있다.
극 중. 과거 아버지와 형을 연달아 잃은 가정사에 어머니와 불화, 그리고 '꼭, 산왕공고였어야만 했다'라는 동기를 납득하게 만든다.2. 사담이 재밌긴 하나...
이런 부분에서 기존 장점을 계승하되 부족했던 이야기 "프로모"에 대한 단점을 개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흥미진진한 경기의 발목을 부여잡는다.
이런 이유에는 "송태섭"외에도 "정대만"과 "채치수", 상대팀의 "정우성" 등. 많은 캐릭터들의 관계와 이야기들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결국, "프로모"가 기억되기 위해선 경기와 병행하기보단 설명이 완료된 상황에서 다음 단계로 나가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 그런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이가 관객들이 되어야지, 절대로 창작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 과한 친절은 넣어주세요!
무엇보다 원작과 애니메이션에서도 공개된 "산왕공고 대결"의 결과는 알고 있지만, 보여주는 액션들과 과정은 흥미진진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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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터널스가 풀어줄 숙제들
#이터널스 #이터널스예고편 #마동석
2021. 05. 2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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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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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이터널스 궁금하지?
00:45 어벤져스와의 관계
02:42 아이언맨 in 인도
03:32 타노스급 뉴 빌런
04:47 타노스와의 관계
05:16 왕좌의 게임 삼각관계
06:14 이터널스가 가장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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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글로리> 공식 예고편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거야. 이 복수의 끝에 영광 따윈 없다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멈출 수 없는 비극의 시작 《더 글로리》 12월 30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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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이스> 메인 예고편
부산 건설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당일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작업반장인 전직형사 서준(변요한)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에 위치한 본거지 콜센터 잠입에 성공한 서준,
개인정보확보, 기획실 대본입고, 인출책 섭외, 환전소 작업, 대규모 콜센터까지!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스케일에 놀라고,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상상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
끝까지 쫓아 반드시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