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07-01 07:37:25
카메라는 무엇을 하는가, 그리고 할 수 있는가
영화 〈다섯 번째 방〉

자기만의 방.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누구도 돌볼 필요 없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가족과 함께 사는 여성들이 여간해서는 갖기 어려운 공간. 〈다섯 번째 방〉은 카메라를 든 딸이 자기만의 방을 찾아 나서는 엄마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여성이 집, 공간, 가족과 맺는 관계를 위태로울 정도로 솔직한 자기/가족 고백과 함께 드러내 보인다.
딸(감독)은 조부모 때부터 50년간 산 2층 주택에서 자랐다. 엄마가 할머니의 양보로 집에서 가장 넓은 안방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빠가 사업이 망한 후 일용직으로 근근이 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엄마가 집에서 유일하게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방에서 안방으로 옮긴 엄마는 자기만의 방을 얻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엄마는 집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가사노동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다른 많은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집에서 가사노동은 분담되지 않고 아빠와 할머니가 엄마에게 ‘도움’을 주는 일로 여겨진다. 프리랜서 상담가, 강사로 일하는 엄마는 수시로 드나드는 가족 때문에 업무를 준비할 때조차 일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다.


엄마는 이 집에서 수십 년을 살았는데도 늘 ‘얹혀사는 사람’, ‘빌붙어 사는 사람’이라 느꼈다. 집의 주인이자 (시가) 가족의 일원이라는 감각을 갖지 못했다. 할머니 명의로 된 집이 언젠가는 부부의 집이 되리라는 믿음이 엄마를 버티게 한다. 엄마에게 집의 상속은 단순히 재산의 문제가 아니라 주인 됨과 가족의 일원이라는 감각, 나아가 오랜 시간 시부모를 모시고 가족을 부양한 데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그러나 이 믿음이 무너진다. 감독의 고모이자 엄마의 시누이 중 한 명이 할머니에게 집의 상속 지분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현재 사는 집에서는 평생 ‘나’로서 존재하지 못할 거라는 엄마의 불안이 증폭된다.*
자기만의 방을 향한 엄마의 여정이 본격화된다. 모든 가족이 쉬이 오가던 안방 대신 2층으로 올라가 작업실을 꾸리는 것. 그러나 층의 분리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아빠는 이전처럼 수시로 엄마의 작업실에 드나들고 엄마의 답답함도 점점 커진다. 할머니가 가꾸는 2층 텃밭 한편에 허브를 심는 것조차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엄마에게서 결혼 후 쭉 살아온 집이라는 공간이 엄마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엄마는 어느 순간 판단을 내린다. 이 집에서는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수 없다고.

1층 구석의 첫 번째 방, 경제력을 획득한 이후의 두 번째 방(안방), 작업실로 꾸민 세 번째 방(2층 방)에 이어 빌라로 이사해 네 번째 방을 마련하는 엄마. 영화가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엄마의 짐에 여러 살림살이까지 포함된 것을 보면 엄마가 단순히 상담실만 꾸리기 위해 빌라로 온 것 같지는 않다. 때때로 폭력적으로 구는 아빠를 달래고 중재하는 일에 지친 엄마는 직업 활동뿐 아니라 가족을 돌보고 중재하는 데 소모된 자기감정을 지키기 위해서도 네 번째 방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자기만의 방으로서 다섯 번째 방이 제시되지 않는 이유는 다섯 번째 방은 앞으로 엄마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방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그려내는 서사는 오래됐지만 해결되지는 않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화두일 공간과 정체성의 문제를 질문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허나 더 흥미로웠던 건 영화에서 카메라가 맡은 역할이었다. 영화의 빌런은 명백하다. 물질적, 감정적으로 엄마에게만 기대면서도 때때로 폭력적으로 굴고 엄마의 직업적, 인격적 경계를 수시로 침범하는 아빠. 그런 아빠의 모습을 딸인 감독이 담아낸다. 집의 상속 지분을 자신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고모에게도 물려준다고 선언하는 할머니에게 서운함을 표현하는 엄마, 장인어른의 장례식장에서 만취해 다른 가족과 다툼을 벌이는 아빠를 다그치는 엄마, 가족회의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이 아빠에게 그의 폭력적인 모습을 성토하는 순간 등등에 감독과 카메라는 함께 존재한다. 그가 카메라를 든 감독인 동시에 가족의 딸이기 때문이다.

이때 카메라는 수동적, 객관적 관찰자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딸과 카메라는 하나가 되어 기록하는 동시에 개입한다. 딸/카메라는 엄마를 응원하지만 아빠를 이해하고 용서하기는 어렵다. 영화에는 거칠게 행동하는 아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공개하는 일에 대한 딸/카메라의 고민이 묻은 장면이 종종 나온다. 특히 인상적인 건 장례식장에서 엄마와 말다툼하는 아빠의 모습을 찍은 촬영본을 아빠에게 직접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빠는 그 장면을 보며 멋쩍게 웃으며 ‘네 영화에서 난 항상 악당이다’라고 말한다. 딸/카메라가 아빠에게 객관적 성찰의 계기를 주는 것이다. 딸/카메라에 영향받는 건 엄마도 마찬가지다. 다음 방을 찾아 나서는 엄마의 여정 매 단계에 딸/카메라가 함께한다는 데서 가족에게 거리감을 두려는 엄마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을 거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요컨대 딸/카메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증폭하고 아빠에게 성찰을 촉구하며, 엄마가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을 촉진한다. ‘관찰하기만 하는 카메라’가 아닌, 카메라가 행위자 역할을 한 영화는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이처럼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며 서사의 동력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카메라의 역할과 능력에 관한 유의미한 참조점이 되어줄 영화다.
*고모의 생각과 입장도 궁금하다. 엄마가 집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믿는 데에는 남편이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세 딸 중 한 명이 부모에게 집에 대한 권리 중 일부(25%)를 요구한 것이 과연 그렇게 잘못이기만 할까 싶었다. 가부장적 가족관계, 상속 관계에서의 을들의 부딪힘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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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의 혼인잔치: 언약(Before the Wrath/ 2020/ 미국)
(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
<비유의 핵심>
가나는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근처의 고지(高地) 마을. 갈릴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한 예수는 그의 첫 번째 기적을 가나의 한 혼인잔치에서 일으켰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 기적과 상관이 없다. 그런데 왜 예수는 첫번 째 기적을 하필 혼인잔치에서 행했던 것일까. 아마도 예수를 신랑, 성도를 신부에 견주어 세상 끝날 예수의 재림 때에 펼치게 될 '혼인잔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현대 미국인들은 예수의 재림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고 심지어 그 약속 자체를 믿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통계로 영화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독교국가로 세워진 미국이 이러하니 기독교와 상관이 없는 나라들의 사정이 어떠할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세상의 끝날에 예수가 재림할 때 천국에서 벌이게 될 기쁨의 잔치를 왜 '혼인잔치'에 비유했던 것일까. 이 영화는 바로 이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수 당시 그의 제자들은 모두 갈릴리 지역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혼인잔치'에 비유된 천국잔치가 어떤 것인지 가장 잘 이해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갈릴리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혹은 다른 나라의 성도들은 예수를 신랑으로 맞이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할 것인지 알기 위해 갈릴리 지역의 혼인풍습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영화는 갈릴리의 혼인풍습에 대한 최근까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학자들, 목회자들과 인터뷰를 함으로써 성경 본문만으로는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혼인잔치 비유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관객들은 다음과 같은 아리송한 성경의 내용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게 된다.
예수의 신부가 되기 위해(구원 받기 위해) 성도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재림의 때를 하나님만 안다고 하는 것인지,
하나님만 아는 그 재림(예수와 성도의 혼인잔치)의 때를 위해 성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휴거를 왜 '들림 받는다'고 표현하는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혼인잔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거절당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많은 기독교인들은 재림의 때에 일어날 혼인잔치에 대해서보다는 고단한 세상살이에서 벗어나게 해 줄 드라마틱한 들림 받음(휴거)이 '언제' 일어나게 될 것인가에 대해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잊을만 하면 "몇년 몇월 몇일에 휴거가 일어날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단이 나타나 성도들을 미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히 말한다. 성도들이 이해하려고 해야 하는 것은 혼인잔치 비유의 목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집중해야 할 것은 그 일이 이루어지는 '때'가 아니라 예수의 신부가 되기위한 성도들의 '준비'라고 말이다.
인류 역사이래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는 성경이라고 하니 꼭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해도 성경에 약속된 예언 중 클라이맥스로 꼽히는 재림 때의 천국 혼인잔치가 도대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한 이 영화를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콘텐츠가 생성된 지역의 문화를 알면 그 콘텐츠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 진리임을 알려주는 영화이기도 하다(©2021. 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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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 여직원을 향한 원펀치 레이디 쾌감 질주
청춘들의 꿈과 열정을 담은 판타지 성장극으로 2022 재팬 필름 페스티벌에서 많은 시네필들의 개봉 요청으로 극장가에 소개되었던 ‘썸머 필름을 타고!’처럼 지난여름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첫 공개 이후 폭발적인 호평으로 관객상에 해당하는 넷팩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2022년 일본액션영화 지옥의 화원 리뷰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어느 기업과 다름없지만, 속내를 보면 최강의 여직원이란 타이틀을 위해 각 부서별 파벌 싸움이 끝이지 않는 미츠후지 상사를 배경으로, 아주 평범한 회사원 나오코가 싸움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코믹 액션입니다. 단 하나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도쿄 리벤저스’, ‘상남 2인조’, ‘크로우즈’ 등 익숙한 학원 액션물을 비튼 회사와 여사원들이라는 신선함은 흥미를 이끕니다. 만화 같은 오버스러운 액션과 허를 찌르는 웃음이 12월의 기분 좋은 팝콘 무비가 되어주리라 생각되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지옥의 화원 정보
너 정체가 뭐야?
평범한 기업 미츠후지 상사의 평화로운 점심시간, 동료들과 수다를 떨던 영업부 다나카 나오코의 뒤로 한 명이 날아갑니다. 그리고 조용히 회사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서열 쟁탈전을 설명해 줍니다. 귀여운 외모와는 정반대 성격을 가진 영업부의 광견 사타케 시오리, 과거 폭주족 집단의 우두머리였던 개발부의 악마 안도 슈리, 타 회사 여직원과 다퉈 상해죄로 감옥까지 다녀온 제조부의 괴수 간다 에쓰코까지 이곳은 사무가 아닌 주먹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아주 험난한 회사였죠. 슈리가 모두를 제압하며 쟁탈전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얼마 뒤, 새롭게 들어온 호조 란이 단 하루 만에 이들을 격파하며 단숨에 판도를 뒤엎습니다. 평화도 잠시, 주변 회사까지 이름이 퍼지면서 그 사이 란의 단짝이 된 나오코가 주식회사 톰슨 무리에게 납치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地獄の花園 , 영제: Office Royale│감독: 세키 카즈아키│각본: 바카리즈무
출연진: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 나나오, 카와에이 리나, 오오시마 마유키 외 多
장르: 코미디, 액션│상영 시간: 102분
국가: 일본│등급: 15세 관람가
수입: 찬란│ 배급: 찬란, (주)하이스트레인저
평점: 기자·평론가 5.33, 왓챠피디아 예상 3.6, IMDB 6.4
수상내역: 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넷팩상, 25회 판타지아 영화제 베스트데뷔상-특별언급
상영 일정: 개봉일 2022년 12월 15일
# 지옥의 화원 후기
이 세상 텐션이 아닌 그녀들이 온다
원작이 있을 법해 보이는 주먹 서열이 곧 사내 서열이 된다는 독특하고 엉뚱한 상상을 마치 실사 만화처럼 코믹하게 그려낸 이번 작품은 우리가 지금껏 봐온 학원 액션물의 세계관과 구조를 충실히 따라가며 신선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만화 같은 현실을 독자처럼 설명해 주는 다나카 나오코의 내레이션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회사의 괴랄함에도 흥미를 이끌고 이에 맞춰 만화 주인공처럼 맞춰진 장면들과 캐릭터 하나, 하나에 부여된 별명들은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마성을 부여하죠. 여기에 초반부터 걸크러쉬 매력을 뿜어내며 누가 봐도 주인공이었던 란과 그저 평범하고 조용한 삶을 원한 힘숨찐 나오코의 충돌은 대미를 장식하며 사나이들의 의리가 무색할 만큼 찐한 케미를 보여줍니다. 누구나 봐도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두 사람이 싸움도 일등이라니..
뻔해도 나가노 메이와 히로세 아리스가 하면?
평범한 학생과 일진 불량학생을 회사로 옮긴 듯한 뻔하고 허무맹랑한 저세상 이야기지만, 회사를 지배하는 것은 어느 부서할 것 없이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뻔뻔하게 유치 찬란한 코믹한 상황의 중심에서 최선을 다하는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 나나오, 카와에이 리나 등의 일본 내 젊은 배우들의 연기는 웃음을 충분히 던져줍니다. 물론, 후반부에서 엔도 켄이치나 카츠무라 마사노부의 우스꽝스럽고 오버된 모습이 가장 큰 재미를 주지만요. 확실히 콩트 개그 연기의 달인이라 불리는 바카리즈무가 각본을 써서 그런지 능청스러움도 묻어나고, 클리셰 범벅에도 훌륭한 B급 코믹이 조화롭게 믹스된 느낌이었습니다. 바보 같은 상황과 연출에도 절로 웃게 되는 마성이 있다고 할까요?
조연이 아닌 주인공으로 살고 싶은 란과 그 반대로 재능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고픈 나오토, 둘 다 굉장히 어려운 삶이라 생각됩니다. 일인자가 되려는 노력도, 평범하게 살려는 인내도 주변 환경에 따라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의미 없는 싸움의 종지부를 찍는 것은 의외의 튀어나온 러브 라인 뒤로 이어지는 ‘완패’라는 큼지막한 자막입니다. 인생에서 모솔보단 커플이 100배 낫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은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신나는 락이 어우러진 OST과 스피디한 액션, 오버된 CG 효과 속 빠른 전개가 실사 만화를 보는 듯 빠져들게 만든 일본 오피스 액션 영화 지옥의 화원, 평론가들은 박할 수 있겠지만 저세상 텐션의 즐거움을 기다렸다면, 분명 만족하시리라 생각됩니다. :)
한 줄 평 : 단 하나의 변주가 뻔뻔한 클리셰 범벅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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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크맨> 할아버지와 손자의 정(精)
최고의 사격수로 미국에서 3번째로 높은 ‘은성훈장(Silver Star)’을 받은 예비역 군인 ‘짐(리암 니슨)’은 애리조나 국경지역을 지키며 조용히 말년을 보낸다.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내고, 90일 안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목장은 압류될 위기에 처한다. 어느 날 우연히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쫓기는 모자를 구해지만, 조직원의 총격에 소년의 어머니가 숨을 거둔다. 소년(제이콥 페레즈)을 시카고에 있는 친척에게 데려가 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짐`이 길을 나서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일흔을 코앞에 둔 리암 니슨과 소년이 유사 할아버지와 손자관계를 맺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 대목에서 아마 비슷한 내용의 영화들이 많이 떠오를 것 같다. 그리고 <어니스트 씨프>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아내를 일찍 떠나보낸 홀애비로 나오며, 전직 군인출신이며, 액션보다 드라마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그렇다.
리암 니슨의 고령의 연세를 고려해서 액션은 '저격 장면' 위주로 짜여져 있다. 잔잔하지만, 소년과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가 제법 볼만하다. 투덜대며 소년을 챙겨주는 할아버지와 가족은 잃은 소년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드라마에 가깝다. 특별한 서사는 없지만, 사람 냄새가 풀풀 나서 좋았다. 다만, 긴박감 넘치는 추격 장면이나 인상 깊은 액션영화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 (2.7/5.0)
Good : 무난한 로드무비
Caution : 심심한 내용!
●북미에서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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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온사인으로 감정 극대화한 영화
네온사인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들!
영화에서 '네온사인'은 퇴폐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그리거나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등장인물의 감정상태를 나타내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하죠.
강렬한 네온불빛으로 채워낸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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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바비는 뭐든 될 수 있어, 아주 잘 알지
바비는 뭐든 될 수 있어
영화의 주인공인 ‘전형적인 바비’는 바비랜드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바비. 밝은 미소로 수많은 켄과 바비들을 대한다. 행복한 하루. 밝은 것으로 가득 찬 세상에 바비가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어느 날 이상한 변화가 생긴다. 죽음이 뭘까? 고민하는 바비. 사람이라면 낯선 고민이 아니지만 바비는 인형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가 영 어색하다. 바비의 내면에만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갑자기 샤워하다가 찬물을 얻어맞는다던가, 매일 먹던 와플이 탄다던가, 하이힐을 신지 않아도 까치발을 들었던 발이 내려앉는다던가 하는 일이 있었다. 왜 이러지? 난생 겪어보지 않았던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비에겐 쉽지 않았다.
원인이 뭘까 진단하는 바비. 바비는 ‘이상한 바비’에게 찾아가 보기로 한다. 들려오는 답은 어렵지 않았다. 평행세계의 지구에서 널 갖고 노는 주인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고,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바비에게 영향이 갔다는 것이다. 직접 주인을 만나기로 한 ‘전형적인 바비’. 현실세계의 캘리포니아로 향할 채비를 마무리한다. 그렇게 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저절로 나오는 콧노래. 조수석에 손님이 있었다. 손님은 ‘바비의 남자친구’ 켄이었다. “안녕, 바비.” 예상하지 못한 동행자와 함께 바비의 모험이 시작된다.
켄은 그냥 켄
영화의 강점 중 하나가 되는 부분은 바비/켄 캐릭터의 근원을 찾았다는 점이다. 바비의 기원은 1950년대 시대상에서 기인한다. 당시 20-30대의 미국 여성들은 아이를 키우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또 어린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기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 없었다는 점이 바비가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바비를 처음 고안한 루스 핸들러는 이런 토대에 근거해 ‘바비’를 만들었다. 변호사 바비, 선생님 바비, 야구선수 바비, 판사 바비 등등 온갖 직업군의 바비가 탄생했다. 아이들이 보고 동기부여를 얻어 ‘나 역시 뭐든 될 수 있다’라는 힘을 얻고, 장난감 시장의 다양한 선택지를 늘렸다는 것이 좋은 기획력을 바탕으로 구현된 것이다. 영화는 이 바비의 기원에 대해 꼼꼼하게 묘사했다. 우선 ‘바비는 뭐든 될 수 있어’라는 말이 현대에도 관통하는 지점이 있다. 이와 관련한 부분을 한 인물을 통해 소화하는 부분이 있다. 반대로 이 ‘바비’가 2023년 현재에도 인기를 얻기에 살짝 무리가 되는 부분이 있다. 이 지점을 역시 캐릭터 중 하나로 묘사하는 장면 역시 흥미롭다. 각본을 집필한 노아 바움백 특유의 강박적인 터치가 눈에 들어온 지점이다.
반대로 켄 역시 이 캐릭터의 기원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켄 캐릭터의 기원은 굉장히 간단하다. 바비가 처음 유행을 끌 때 주요 소비층이었던 아이들이 메텔 사(바비를 발명한 기업)에 편지를 보내 남자친구를 만들어 달라고 한 점이다. 켄은 그냥 바비의 남자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 영화에서 굉장히 흥미롭게 묘사되는 부분이다. 이 인물의 실존적인 문제는 바비가 초반에 겪었던 죽음에 관한 고민,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진주인공, 후반부의 하이라이트신까지 영화에서 핵심으로 기능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인물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렸다는 점에서 충분히 영화의 장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난해할지도 모를
영화에서 바비랜드는 작품의 주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공간은 영화에서 특정 계층이 주도권을 잡은 사회가 얼마나 우악스러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이다. 초반부 바비랜드는 바비/켄이 등장한 방식처럼 바비가 중심인 세상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반대 측면에서 켄이 바비의 들러리가 되는 것처럼 묘사한다. 바비는 이 켄의 존재 때문에 늘 아름답고 똑똑하며 근사한 모습이어야만 한다. 일종의 연극을 하는 셈이다. 이 바비랜드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동선, 대사, 행동, 사건 묘사는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 바비랜드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대비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반부를 넘어가서 바비랜드의 속성이 바뀐다. 이 부분은 글쓴이가 생각했을 때 다른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수도 있다. 웨스 앤더슨의 <애스터로이드 시티>나 아리 애스터의 <보 이즈 어프레이드>와의 공통점을 갖는 지점이기도 하다.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서 한 세계를 새롭게 구현한 것이다. 어떤 관객에 따라서는 그레타 거윅(내지는 노아 바움백)의 급진적인 성향을 드러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굉장히 극단적으로 인물들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화가 어렵다고 느껴질 만하다. 하지만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를 본다면 영화가 누구 편을 들려고 했던 건 아니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 역시 전반부의 바비랜드와 대비를 이루며 ‘누군가에게 기댄 사회상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보여준다. 작품의 주제에 대해서 후반부에 몰아치는듯한 부분이 있지만 사실 영화는 이야기의 구조로도 하고 싶은 말을 보여줬다.
진짜 바비인형인 줄 알았잖아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은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마고 로비가 맡은 바비에게 영화가 내린 임무는 반복을 통해 차이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바비랜드의 속성이 바뀐다는 부분, 바비의 ‘이상한 변화’를 드러내는 방식, 인물들 간의 차이점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가 영화에서 바비를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이었다. 마고 로비는 캐릭터를 찢고 나온 비주얼을 바탕으로 인형과 인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준다. 켄 역할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인물의 리액션에 의존해서 영화가 주제를 드러내는 측면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인물 역시 바비와 마찬가지로 근원이 인간이 아닌 캐릭터다. 이러면 캐릭터의 의도를 어떻게 선하게 흐릴 것인지가 영화에서 중요했다. 글쓴이는 이를 라이언 고슬링이 처음부터 끝까지 작위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연기로 돌파했다고 생각한다. 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을 강박적인 일관성으로 돌파한 배우의 개인기가 돋보인다. 아마 내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주연 후보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 외에도 시무 리우가 맡은 캐릭터는 다양성이라는 키워드에 알맞았다는 점이나 이야기의 소소한 유머포인트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캐스팅이었다.
영화의 미술 역시 훌륭했다. 영화 자체가 우화 같은 속성이 있다. 이 메시지를 우화로 만들어서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시각적으로 어떻게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는가? 에 대한 부분이다. 이게 현실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 체감하는 순간 리얼리티가 이야기의 핍진성/개연성을 해친다. 우리가 사는 곳과 명백히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 조명의 톤이나 건물들의 색감, 인위적인 인물의 동선까지 그레타 거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영화를 구현하고 싶었는지 명백하게 드러난다.
갑자기 수습하는 듯
영화에서 단점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이야기의 흐름이다. 영화 후반부는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집약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이야기의 마무리는 전작이었던 <작은 아씨들>이나 <레이디 버드>에서도 볼 수 있었던 사려 깊음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천천히 밟아나가는 것 없이 모두가 만족할만한 것들을 너무 의식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레타 거윅이라는 예술가가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충분히 사회의 호평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사회가 만든 가스라이팅을 비판하다가 갑자기 다른 결론으로 향하니 엔딩이 생뚱맞아졌다. 그레타 거윅의 전작들에서 인물의 감정선에 서서히 스며들었던 것과는 과정의 측면에서 좀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인물들이 말하는 대사들이 소모적이다. 영화가 지적하는 문제들이 몇 있다. 맨스플레인을 위시로 한 것들인데, 이 인물들이 말하는 대사가 문제의 본질적인 것, 깊이 있는 무언가에 닿고 있을까라는 점에서는 의문이 있다. 그냥 ‘이건 이러저러해서 문제야’만 지적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이 지점을 과연 모르고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많은 수의 관객들 역시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동의한다. 이걸 굳이 두 번 느끼려고 극장에 간다면 좀 아쉽다. 사실 이 <바비>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에 대한 부분이 <결혼 이야기>와 <화이트 노이즈>에서 봤던 바움백의 위트와는 좀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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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영화로 옮긴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개봉 2주 차에도 북미 주말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누적 수익 2억 8,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예상보다 강력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흥행 수치에도 불구하고, 관람 시 일어나고 있는 극장 내 상황으로 인해 찬반 여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상영 중 '치킨 조키(Chicken Jockey)' 밈을 따라 관객들이 해당 장면이 나올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팝콘을 던지고,
친구들 어때 위에 올라가 환호하는 등 통제가 어려운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인해 일부 극장에선 실제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현상을 본 감독 제러드 헤스는 "재밌는 건 그냥 팝콘을 던지며 환호하는 거 가지고 경찰이 오고 있다는 거예요.
웃기죠.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 추억을 만들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좋다고 생각해요.”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견 역시 존재하는데요. 한 극장 직원은 “위키드 상영 당시도 힘들었지만, 마인크래프트는 그 이상입니다.한 번에 열댓 명씩 퇴장 조치하고 있어요. 한 회차에만 10대 남학생 30명을 내보낸 적도 있어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이 영화 끝나는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될 수 있을까요?*기사 출처(https://www.worldofre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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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삼체> 파이널 예고편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삼체》, 2024년 3월 21일 넷플릭스에서 최초 공개. 여러 차례 에미상을 수상한 크리에이터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왕좌의 게임》), 에미상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알렉산더 우(《The Terror: Infamy》 《트루 블러드》)가 만든 《삼체》가 온다. 다층적인 미스터리와 장르의 틀을 넘나드는 위태로운 미션으로 SF 드라마를 재정의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 평단의 호평을 받은 글로벌 베스트셀러 소설 3부작 《삼체》 원작. 1960년대 중국. 한 젊은 여성이 내린 운명적 결정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재의 유수한 과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자연의 법칙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전직 동료 사이인 다섯 인물이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위협을 맞닥뜨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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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500일의 썸머> 2021년 특별 예고편
운명적 사랑을 믿는 남자 ‘톰’
모든 것이 특별한 여자 ‘썸머’에 완전히 빠졌다.
사랑은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썸머’
친구인 듯 연인 같은 ‘톰’과의 부담 없는 썸이 즐겁다.
“저기… 우리는 무슨 관계야?”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도 잠시
두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우리 모두의 단짠단짠 연애담!”
설레는 1일부터 씁쓸한 500일까지
서로 다른 남녀의 극사실주의 하트시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