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05 17:57:42
한국형 오컬트 그거 어떻게 싫어하는데
한국형 오컬트 붐은 왔다!

한국형 오컬트 붐은 이미 왔다!
새로운 한국형 오컬트 작품을 기다리며 정주행 가봅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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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쥬라기 세계관의 마침표
인간의 등장은 생태계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모든 것이 인간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생태계에서 인간은 소중한 존재였고 무조건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다른 생물들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서로 싸우고 죽이는 과정에서도 주변을 보호하면서 결국 그 수를 늘려갔다. 인간은 자신의 수를 늘려가면서 수많은 동식물을 대량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약을 만들었고 편리함을 위해 수많은 플라스틱과 여러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꽤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인간은 그렇게 주변의 자연환경을 소비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심지어 동물들을 잡아서 동물원 같은 시설을 만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인간 중심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어떤 생물이든 자신의 생존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생존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좀 더 재미있는 걸 찾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동식물을 모아놓고 구경하는 시설일 것이다. 특히 동물원에는 수십 가지의 동물들이 갇혀서 인간의 구경거리가 된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인간은 재미를 느끼지만 정작 동물들은 본인들의 자유를 박탈당한다. 동물들에게도 자유에 대한 권리가 있는지 여러 의견이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가장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인간 중심의 생태계가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미치는 여러 악영향은 결국 인간이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쥬라기 공원> 세계관의 마지막 이야기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90년대부터 시작된 <쥬라기 공원> 세계관의 마지막 이야기다. 시리즈 전체에 걸쳐 공룡이라는 생명체의 신비로움과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과거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낸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는 공룡을 바라보는 경이로움이 잘 담겨있다. 이미 멸종한 생명체를 재탄생시켜 현실화하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주로 악당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통제 시스템의 오류로 발생한 공룡들의 탈출과 반란이 이 시리즈 전체에 반복해서 담긴다. 2015년부터 이어져온 <쥬라기 월드> 시리즈도 이런 패턴을 똑같이 반복한다.
특히나 전작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주요 등장인물들이 공룡이라는 생명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담겨있다. 이 시리즈 안에서는 공룡이지만 살짝 생각을 바꾸면 이 관점은 다른 지구의 생명체 문제로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영화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공룡이 통제 가능하다고 믿는 인물이었지만 그 시스템이 붕괴된 이후 그것을 통제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말미에 갇혀있던 공룡을 세상에 풀어놓는다. 공룡을 강제로 죽여서 사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도 있다. 바로 이안 말콤 박사(제프 골드블럼)다. 그는 공룡과 인류가 공존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다시 멸망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은 공룡들의 구역을 정해놓고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하는 것이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 내내 이 두 주장은 반복된다. 하지만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자연스럽게 공룡을 세상에 풀어놓고 그들이 적응해가던 소멸해가던 그것을 자연스럽게 놔둬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추를 옮긴다. 그것은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한쪽의 멸망이 될 수도 있다. 그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선 영화가 결론을 짓고 있지는 않다. 대신에 영화는 다른 대립 축을 추가로 제시한다. 영화에는 악당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주인공들과 대립각을 세운다. 악덕 유전 공학자와 악덕 기업이 공룡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고 그것을 막기 위해 주인공인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 그리고 오리지널 멤버인 그랜트 박사(샘 닐), 엘리 박사(로라 던), 이안 박사가 그것을 막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한다. 공룡을 이용하는 쪽과 공룡을 놔둬야 한다는 쪽의 대결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전체 쥬라기 시리즈를 통합하여 결론을 내린다. 이번에 등장하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오리지널 멤버들은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멤버들과 함께 등장해 시리즈의 대단원을 책임진다. 이들은 영화의 처음부터 등장해 꽤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공룡과 다시 조우한다. 과거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멤버들의 모습을 굉장히 반갑게 지켜볼 것이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건 바로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지금 현재 주변에 있는 동물과 식물들에 인간들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자생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완성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명확해진 메시지
공룡을 처음 등장시킨 <쥬라기 공원>이 보여준 경이로움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그 강도가 많이 희석되었다. 그래서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는 점점 많은 수의 공룡을 등장시켜 그것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이번 마지막 영화에서 그런 경이로움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속에는 티라노를 비롯한 육식 공룡들이 대결을 벌이고 익룡이나 랩터 같은 다양한 공룡이 등장하지만 모두 그저 액션을 위한 등장으로 짧게 소비되어버리고 만다. 사실상 공룡의 추격이나 싸움에 인간이 개입할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계속 지속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더 커졌다.
영화 전체에 관통하는 메시지는 꽤 명확해졌지만 나머지 부분은 아쉬운 점이 많다. 액션의 강도가 높아졌지만 이미 과거 시리즈에서 봤거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많아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또한 오리지널 멤버들의 등장을 위해 영화 초반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그들의 서사를 보여주게 되는데, 그래서 이야기가 조금 늘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악덕 기업의 사장은 너무나 단편적이고 바보 같이 묘사되어 있고 아무 대책이나 계획이 없는 것처럼 보여 허무하게 활용되고 퇴장해 영화적 긴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번 영화는 90년대부터 사랑받았던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또 닫는다. 이제는 여려 영상기술의 발달로 공룡을 포함한 다양한 것들을 그래픽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까 공룡을 화면에서 보는 것이 더 이상 신기한 경험이 아니게 된 것이다. 공룡이 나오는 쥬라기 시리즈는 더 이어질 것 같지 않다. 이 시리즈가 줄곧 주장해왔던, 인위적인 인간의 개입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다는 메시지는 아주 명쾌하게 전달하고 있고 영화의 마지막에도 그 메시지는 반복적으로 전달된다. 결국 이 시리즈가 보여주고자 했던 그 결말, 바로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다. 영화적 완성도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지만 과거부터 이어져온 전체 쥬라기 시리즈를 끝맺음하기 위한 결말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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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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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능력은 내면의 가능성이야
줄거리
신비한 마법이 흐르는 '엔칸토'에서 살아 움직이는 집인 '까시타'에 살고 있는 마드리갈 가족.
그들은 때가 되면 각자의 문을 열고 자신만의 능력을 받아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게 된다. '미라벨'은 유일하게 아무런 마법 능력도 가지지 못했지만, 마드리갈 가족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집의 막내인 '안토니오'의 마법 의식이 있는 날,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서 미라벨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집에 금이 가는 것을 발견한 미라벨은 분명 마법의 힘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질 않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고 믿고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데...
감상 포인트
1. 노래가 웬만한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 더 흥겹고 잘 어울린다.
2. 캐릭터 고유의 능력들이 어우러져 영상미가 폭발한다.
3. 코코에 이은 디즈니의 가족 애니메이션 명작.
감상평
"능력이 있든 없든 나도 다른 가족들처럼 특별하거든."
능력이 없어서 슬프겠다는 동네 꼬마의 말에 미라벨은 답한다. 자신은 여전히 특별한 존재이며, 가족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미라벨은 아무 능력이 없더라도 가족들이 의식을 준비하는 동안 혼자 놀 수 없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미라벨을 보고 할머니 아부엘라는 말한다.
"미라벨, 거들고 싶겠지만 오늘 밤은 완벽해야 한단다."
완벽하기 위해선 네가 빠져야 한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할머니에게, 미라벨은 차마 한 마디 반발조차 못하고 방으로 돌아간다. 나는 특별해, 나는 소중해, 계속 되뇌었지만 결국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다. 가족들에게 자신은 사진을 찍을 때 빠져도 티가 나지 않는, 그 정도 사람이었다.
영화 [엔칸토]는 마법의 가족이라는 소재로 믿음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날씨 조절, 치료, 힘, 식물, 소리, 변신, 동물. 모든 가족이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할머니인 아부엘라는 미라벨과 마찬가지로 어떤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부엘라에게 마법의 힘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이 모든 마법의 힘이 아부엘라에게서 왔다고 믿으니까. 아부엘라의 꺼지지 않는 촛불은 마법의 힘을 유지하는 기적과도 같으니까.
아부엘라는 눈앞에서 남편을 잃고 남은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기적의 마법이 시작되었다. 그녀가 마법을 유지하는 힘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까시타는 그런 아부엘라의 마음을 형상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허나 세월이 지나며 그녀는 가족을 위협하는 악이 가족 내부에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시작은 자신의 아들 브루노였다. 예지력을 가진 브루노가 미라벨의 의식 전에 까시타가 부서지는 미래를 보자, 아부엘라는 브루노와 미라벨이 가족들을 위험에 빠트린다고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는 브루노와 미라벨만큼 가족들을 위하고 생각했던 사람은 없었는데도.
누군가를 지킨다는 행위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증거는 될 수 있지만, 믿는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까시타에 금이 가고 부서지는 것이 먼저였고, 촛불이 꺼지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촛불이 꺼졌다는 것은 가족을 사랑하기에 그들을 지켰다고 믿은 아부엘라의 마음이 져버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까시타가 부서진 것은 아부엘라가 아니라 미라벨의 마음이 다쳤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비록 능력은 없어도 자신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미라벨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까시타가 무너진 것이다.
집은 지친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한다. 까시타는 곧 미라벨 그 자체였다. 아부엘라가 가족들이 결속을 다질 수 있게 한 데 모으는 힘이라면, 미라벨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서 스스로의 힘을 유지하게 만드는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라벨의 엄마인 '어거스틴'이 치료의 능력을 가졌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영화 [엔칸토]는 나만 초라해 보일 때, 나조차도 나를 믿을 수 없을 때, 본다면 좋을 영화다.
결국 집을 일으켜 세우는 미라벨의 모습은, 당장 보이지 않는 능력에 연연하기보단 내면의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나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영화라서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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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 | 운전대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차분히 쫓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견과류 식품 공장에서 일하는 '정순'(김금순)은 외롭다. 남편과는 사별했고, 딸 '유진'(윤금선아)은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까. 그런 그녀 앞에 '영수'(조현우)가 나타난다. 공장에서 같이 일하고, 동료들과 등산도 같이 하면서 정순은 그에게 빠져든다. 정순은 주변의 시선을 걱정하며 더 나아가지 못하지만, 영수의 거듭된 구애에 마침내 마음을 연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뿐, 정순의 일상은 이내 파괴된다. 영수가 공장 직원들 사이에서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겠겠다며 정순과 찍은 은밀한 영상을 젊은 관리자 '도윤'(김최용준)에게 보여준 것. 영상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정순은 충격에 빠지고 칩거한다. 유진이 엄마를 대신해 가해자들을 경찰에 신고하지만, 정순은 딸을 만류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추스르고 새로운 내일을 열기 위해서.
세련된 범죄 드라마, <정순>
범죄, 특히 성범죄 사건을 소재로 삼는 영화는 두 가지 문제를 마주한다. 성범죄를 어떻게 묘사할지, 그리고 피해자의 서사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관건이다. 범죄의 양상과 경과를 관객에게 전달할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줄지, 어느 정도의 자극까지 허용할 지에 대한 판단이 늘 애매하기 때문.
이에 더해 피해자에게 어떤 서사를 부여할 지도 문제다. 만약 피해자를 단순히 수동적으로 묘사한다면 범죄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서는 범죄 사건과 수사 과정으로부터 쾌감과 재미를 끌어내기 위해 피해자를 플롯의 도구로만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처럼 해당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작품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매혈기>와 <버티고>로 주목받은 정지혜 감독의 신작 <정순>은 흠잡을 데가 많지 않다. 주인공 정순의 성범죄 피해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그 심각성을 명확히 인지시키는 연출이 인상적이기 때문. 그뿐만이 아니다. 중년 여성 피해자의 감정선을 우직하게 쫓으며 그녀의 고통뿐만 아니라 재기 과정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즉, <정순>은 세련됐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드라마다.
엄마, 아줌마, 노동자의 틀을 깨다
<정순>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우선 전반부는 정순의 일상을 비춘다. 정순이라는 인물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모습인지를 약간의 거리를 둔 채로 차분히 포착한다. 이때 정순의 일상 속에 정작 '정순'의 모습은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녀는 직원, 엄마, 아줌마의 탈을 쓰고 바쁘게 살아간다. 공장에서는 다른 여직원의 화장이 너무 진한 거 아니냐고 참견하는 오지랖 많은 아줌마다. 그러면서도 친한 동료들과는 등산도 같이 가는 활달한 직원이다. 또 집에서는 평범한 엄마다. 결혼을 앞둔 딸이 결혼식 준비는 잘하고 있는지 걱정을 놓지 못한다. 그 사이에서 한 개인이자 주체로서 정순의 모습은 많지 않다.
하지만 영수가 공장에 취직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정순이 영수의 작업을 도와주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그들의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물론 엄마로서 결혼을 앞둔 딸과 예비 사위의 반응을 걱정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흉을 보지 않을까 우려도 한다. 하지만 그 걱정마저 떨쳐내면서 정순은 영수 앞에서 온전한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그 순간 엄마, 아줌마, 노동자로서는 맛볼 수 없는 짜릿한 행복이 그녀를 감싼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그러나 <정순>의 분위기는 일순간 전환된다. 영수 앞에서 찍은 은밀한 영상이 주변인들에게 유포된 것. 대명사로만 불리던 그녀가 '정순'을 맛본 바로 그 순간이 동의 없이 타인에게 공개되어 버렸다. 그녀가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은 이제 그녀에게 가장 큰 고통과 수치를 안긴다.
그녀의 일상으로 가득한 전반부가 평화와 행복으로 가득하다 보니 정순의 추락이 초래한 분위기 전환은 유달리 날카롭고 뼈아프다. 이는 카메라의 구도와 움직임에서부터 느껴진다. 사건 이후부터는 전반부와 달리 핸드헬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또 대상을 보다 가까이에서 포착하며 인물들의 호흡과 변화를 보다 역동적으로 담아낸다. 그 덕분에 혼란상도 더 자세히 느껴진다.
특히 정순의 심경 변화를 포착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범죄 해결보다는 피해자에게 철저히 초점을 맞추면서 자칫 그저 변덕처럼 보일법한 괴로움을 절절하게 묘사한다. 정순을 온종일 누워서 집에 칩거하다가도, 경찰 수사에 협조하기도 하고, 이내 빨리 일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다가도 특정한 계기로 인해 참아둔 분노와 한을 토해내기도 한다.
이러한 묘사 덕분에 <정순>은 평범해 보이면서도 세련됐다. 범죄 자체의 잔혹함을 강조하고, 선정성을 윤리적 경계선까지 끌어올리면서 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화법을 피해 가기 때문. 오히려 피해자의 심경 그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관객 뇌리에 경각심이 더 강렬하게 각인되기도 한다. 애써 일상으로 돌아오던 정순이 엄마를 목놓아 오열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정순이 운전대를 잡는 방법
이에 더해 <정순>은 정순을 피해자라는 틀에 가두지 않는다. 그녀가 스스로 틀을 부수고 나오는 모습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 과정은 고정관념을 역이용하기에 더 인상적이다. 영화는 고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이라는 설정을 살려 정순으로부터 주체성을 계속 뺏으려 한다.
하지만 정순은 그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다. 기꺼이 대항한다. 이 대목에서는 김금순 배우의 열연이 특히 두드러진다. 그녀는 노래 '지나가'를 반복해서 부르는데, 노래 가사와 노래 속에 담긴 정순의 감정선 변화만 따라가도 영화 전체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정순의 변화는 다른 장면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 달라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중반부까지 정순은 운전을 할 줄 모른다. 영수나 유진이 운전하는 차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출퇴근을 한다. 그러나 운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달라진다. 가해자를 피하거나 숨는 대신, 당당하게 맞서는 법을 깨우친다. 엄마, 아줌마, 공장 노동자라는 역할과 지위에 갇혀 있다가, 자기 힘으로 탈출하는 법을 익힌다.
비슷한 장면은 또 있다. 영수가 머무르는 모텔 앞에는 노숙자가 한 명 있다. 처음에 정순은 그 노숙자를 경계한다. 모텔을 드나들 때마다 그녀가 혹시 자기 얼굴을 알아보고 소문을 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종국에는 자기 힘으로 술 한 병, 담배 한 개비도 구하지 못하는 그녀를 안쓰러워한다. 이처럼 커져가는 정순의 주체성은 다른 피해자에게 전하는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처럼 보인다.
단 한 가지 옥에 티
다만 <정순>에도 옥에 티가 존재한다. 흡입력이 다소 부족하다. 독립영화임을 감안해도 관객을 휘어잡는 힘이 약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초반부에서 문제가 두드러진다. 정순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화법은 필연적으로 관객을 휘어잡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 기술적인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특히 음향이 아쉽다. 대사와 주변 소음이, 혹은 대사끼리 겹친 나머지 극장에서도 대사가 안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도가 떨어지는 중년 여성의 일상 공간을 스크린 위에 비범하게 재구성하는 힘만큼은 확실히 남다르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수상,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 2관왕인 이유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늦은 개봉이 꽤 아쉽다. 영화제 출품과 수상이 대체로 작년, 재작년에 이뤄졌다 보니 화제성 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
Acceptable 무난함
담백하게 불타며 빛을 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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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원작 퀴어 영화 下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소설 원작 퀴어 영화' 큐레이션,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카우보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에 빛나는 <파워 오브 도그>까지!
원작이 된 소설과 함께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2005)
Brokeback Mountain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양 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함께 일하게 된 두 청년 '에니스(히스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그들의 우정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지만 두 사람은 낯선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다시 만날 기약도 없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우연히 4년 만에 다시 만난 '에니스'와 '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일 년에 한두 번씩 브로크백에서 만나 함께 지내기로 하는데... 20년간 짧은 만남과 긴 그리움을 반복한 그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CINE PICK!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두 명의 카우보이 사이에서 싹트는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대만인 감독인 이안이 연출을 맡아 해당 작품으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주연을 맡은 배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조연을 맡은 앤 해서웨이, 미셸 윌리엄스의 섬세한 연기와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두 남자의 애절한 멜로드라마 서사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감독의 뛰어난 연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영상미 있는 작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은 무자비하고 혹독한 자연을 배경으로 거칠고 폭력적인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포착해 비틀어 내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애니 프루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로, 작가의 다른 작품인 《진흙탕 인생》과 더불어 오헨리 단편소설 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출간 당시 《Close Range: Wyoming Stories》라는 단편 모음집에 수록되어 있었으며, 한국에서는 영화가 유명세를 탄 후 번역본이 나와 원제목 대신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모리스(1987)
Maurice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20세기 초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우연히 만나게 된 모리스와 클라이브는 낡은 관념의 무료한 대학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해방감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해 가고,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의 우정은 서서히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사랑 하나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모리스와 그 모든 걸 잃는 게 두려운 클라이브의 사랑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CINE PICK!
<모리스>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제임스 아이보리가 연출하고 제임스 윌비, 휴 그랜트 등이 출연한 1987년 영화입니다. 국내에는 무려 32년이 지난 2019년에 개봉하였는데, 1980년대 당시에는 국내 검열이 매우 엄격해 정식으로 개봉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임스 윌비가 '모리스'를, 휴 그랜트가 상대역 '클라이브'를 맡아 191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모리스의 성숙과 사랑을 그려냈습니다. 제4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어 남우주연상, 감독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모리스> 1914년 완성되었으나 당시에는 범죄시되었던 동성애를 다루고 있어 1971년 작가 사후에 출판된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바람대로 케임브리지에 입학한 영국 중산층의 한 평범한 젊은이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당시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했던 결말을 통해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인습과 제도를 비판하였습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Blue Is the Warmest Color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 분)은 빈칸들로 점철된 미래의 답을 찾고 있는 문학소녀이다. 피에르 드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아델’ 앞에 어느 날 파란 머리의 대학생 ‘엠마’(레아 세이두 분)가 나타난다. 단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스치며 지나친 인연이지만 그날 이후 ‘아델’과 ‘엠마’는 서로를 기억하게 된다. 미지의 사랑을 꿈꾸는 ‘아델’, 현실의 사랑을 이끄는 ‘엠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델’과 ‘엠마’는 서로에게 이끌린다. 미술을 전공한 ‘엠마’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캔버스 안으로 ‘아델’을 초대한다. ‘아델’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엠마’로 인해 이전에는 몰랐던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평온하기만 했던 ‘아델’의 삶은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CINE PICK!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튀니지계 프랑스인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가 연출한 레즈비언 에로티시즘 영화입니다. 201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만화 원작 영화, LGBT 영화로 최초 수상, 배우와 감독이 함께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파격적인 성 묘사로 논란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주연을 맡은 아델 엑사르코풀로스와 레아 세이두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원작은 2011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독자상'을 수상하며 많은 만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쥘리 마로의 그래픽 노블《파란색은 따뜻하다》입니다. 주인공 클레망틴이 15세에 처음으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겪는 심리적 불안감, 혼란을 매우 섬세하게 그리고 있으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 광장에서 스쳤던 '파란 머리 소녀'를 만나며 느끼는 첫 만남의 설렘, 욕망, 질투 등이 표출되며 동성이나 이성이나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작가의 부드러운 그림체와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색의 표현력이 매력인 작품입니다.
싱글맨(2009)
A Single Man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62년, 대학교수 조지(콜린 퍼스)는 오랜 된 애인 짐(매튜 구드)의 죽음에 힘들어한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어, 죽음보다 더한 일상을 시작한다. 자신의 본질을 속이고 살아가는 조지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 찰리(줄리언 무어)가 있다. 찰리는 애인의 죽음에 힘들어하는 조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과의 하룻밤을 제안하고 삶을 정리하려는 조지 앞에 제자 케니가 접근한다. 우연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내며 조지는 새로운 삶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삶의 이유를 상실했던 한 남자의 찬란한 하루가 펼쳐진다.
CINE PICK!
<싱글맨>은 제작 당시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톰 포드의 감독 데뷔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정서적으로 방황하는 남자의 일상을 묘사한 영화입니다. 2009년 6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주연을 맡은 콜린 퍼스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 자체는 무겁고 건조하게 흘러가나 디자이너가 만든 영화인 만큼 훌륭한 영상미와 감독이 직접 디자인하고 초이스 한 영화 속 콜린 퍼스의 패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영상의 색채인데, 주인공 콜린 퍼스의 감정 상태에 따라 영상의 전반적인 색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싱글맨>은 영미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셔우드는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고 활동한 첫 세대이자, '퀴어'를 대표하는 인물로 동성애자 인권에도 크게 기여한 작가입니다. 소설, 희곡, 시나리오, 산문, 번역 등 다양한 저서를 남겼으며《싱글맨》의 경우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별의 여진을 견디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순간을 진중한 성찰과 섬세한 문장으로 채우며, 담담하고 절제된 감정과 통렬한 분노, 슬픔이 부딪히며 빚는 삶의 결을 세심하게 포착해 낸 것으로 평가받는 수작입니다. "하고자 한 대로 구현된 유일한 작품"이라고 밝히며 작가가 가장 아끼는 글로 꼽기도 하였습니다.
대니쉬 걸(2015)
The Danish Girl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풍경화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야심 찬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이자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이다. 어느 날, 게르다의 아름다운 발레리나 모델 울라(엠버 허드)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날 이후,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그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CINE PICK!
<대니쉬 걸>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국의 전기 드라마 영화입니다.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로 잘 알려진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에디 레드메인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각각 주인공 에이나르/릴리와 그의 아내인 게르다를 맡아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색감을 적절히 활용한 영상미가 마치 화가인 주인공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매우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으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미술상, 의상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대니쉬 걸>의 원작은 21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에버쇼프가 200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입니다. 코펜하겐, 드레스덴 그리고 파리를 배경으로 한 작가의 첫 번째 소설로,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로 뽑히는 등 평단의 찬사를 얻은 작품입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네게르 부부의 실화 이야기를 담아 1920년 성적 방황, 서로에게 헌신하는 부부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2021)
The Power of the Dog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너딕트 컴버배치)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가 로즈(키얼스틴 던스트)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CINE PICK!
<파워 오브 도그>는 전작인 <피아노>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제인 캠피온이 감독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 맥피가 주연을 맡은 2021년 영화입니다. 제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작품, 각색, 남우조연, 여우조연, 촬영,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 음악, 음향상 후보에 오로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며, 서부극에 대한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과 진정한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배타적인 사회와 이로 인해 만들어진 해로운 남성성에 대한 고찰이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미국 작가 토머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유년 시절을 목장에서 보냈으며, 때의 경험이 훗날 그에게 풍부한 소재가 되어 주었습니다. 소설《파워 오브 도그》는 작가가 어린 시절 양아버지 집안에서 겪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해 1967년 발표하였으며,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은 데 비해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애니 프루는 해당 작품을 가리켜 토머스 새비지의 최고 걸작이라고 칭하며, '한 편의 심리 연구이자, 혐오라는 형태로 분출되는 억압된 동성애를 다룬 비범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소설을 원작으로 한 퀴어 영화 다섯 편을 정리해 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기를 약속드리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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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탱고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
<부에노스아이레스여 안녕>
시놉시스 : 2001년 11월, 위기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반도네온 연주자 훌리오 파베르는 경제적 어려움과 싸우고 있다. 탱고 밴드를 이끌고 있지만 공연 수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가족이 운영하는 신발 가게도 위기에 처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날지 고민하던 중 정부가 은행 계좌가 동결되고, 화끈한 성격의 택시 운전사 마리엘라와의 우연한 만남이 그의 운명을 바꿔 버린다.
폼페이의 이웃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탱고의 도시'라고 불린다고 한다. 영화는 제목에 걸맞게, 근로자 탱고 밴드 '폼페이의 이웃들'이라 불리는 그룹(?)이 연주하는 밴드다. 영화의 주인공, 훌리오 파베르는 반도네온 연주자이다. 그와 그의 친구들은 밴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마주한다. 심지어 그들의 문제는 하나. '보컬'의 부재. 그들은 병원에 있던 '마에스트로'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들의 답변에 단호하게 거절하는 '마에스트로'. 모두가 포기하던 찰나, '마에스트로'가 리허설 장소로 등장한다.
역경과 고난 -1
하지만 이야기는 그저 탱고 밴드 이야기로 흘러가진 않는다. 영화 속 주인공 그리고 그의 밴드들에겐 여러가지 문제들이 닥쳐온다. 훌리오 파베르에게 닥쳐온 첫 번째 시련. 택시 기사와의 사고. '독일' 이민을 계획하며 독일어 라디오를 들으며 가던 훌리오. 그런 훌리오의 차를 택시기사, 마리엘라가 빨간 불 확인을 하지못하고 결국 사고가 난다. 화가 난 훌리오는 마리엘라에게 가 보험증서를 요구하지만, 그녀는 남성우월주의라며 욕을하고 도망간다.
훌리오는 택시회사로 가, 택시회사 사장에게 사고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 마리엘라. 마리엘라 역시 경제적 어려움의 주인공이다. (게다가, 보험증서도 위조 문서) 결국, 수리비는 할부로 갚기로하고 훌리오가 필요할 때마다 기사 역할을 하기로 합의를 본다.
역경과 고난 -2.
이 뿐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닥친 고난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정부의 경제 위기로 '은행 계좌'가 동결된 상황. 독일로의 이민을 준비하던 훌리오에겐 청천벽력이다. 그는 집과 아버지의 가게를 팔아 현금으로 마련하여 은행에 다 넣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춘기 딸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이민을 거부하기까지. 그러던 그에게 밴드의 공연 기회가 생긴다.
바로 정부에서 일하는 사촌의 부탁으로 국회의원 아내의 생일파티 공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그들에겐 새로운 기회다. 그렇지만 다른 위기가 또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탱고의 매력
사실 탱고는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다. 그저 아 이런 느낌이 탱고구나! 만 아는 정도. 근데 이 영화를 통해서 탱고의 매력에 푹 빠졌다. 노래 가사가 오른쪽 자막을 통하여 나오지만, 자막은 보지 않는다. 밴드 연주자들의 표정만 봐도 행복하다. 귀는 탱고를 듣고 눈은 그들을 본다. 그럼 그 순간 스크린에 현혹된다. 내가 음악 영화를 좋아했었나?
영화를 보고 나서 한 생각은 '폼페이의 이웃들'의 연주 장면을 실제로 보고 싶다. 물론 이뤄질 수 없는 꿈이겠지만.
영화는 탱고를 통해서 그들의 연대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감동까지 선사한다. 앞으로 탱고 연주를 찾아 보게 해준 좋은 영화.
EDITOR_RIA
상영스케줄
2024.05.04(토) 14:00 CGV전주고사 2관
2024.05.07(화) 13:30 CGV전주고사 7관
2024.05.09(목) 14:40 CGV전주고사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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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본분을 지켜야만 챙길 수 있는 명예
원작이 있다는 건 불안정한 흥행에 있어 고정적인 수요층을 보증하지만, "게임"이라면 달라진다.
2023년 기준. "게임"으로 제작된 영화들 중에서 <수퍼 소닉 2>만이 유일하게 북미 2억 달러를 넘겼을 정도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 장르인데, 완성도마저 크게 다르지 않다. - <던전 드래곤, 2000>의 악역으로 등장한 "제레미 아이언스"의 출연 배경에 "돈"이라는 대답이 나왔으니...
그렇기에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조나단 골드스타인 - 존 프란시스 데일리" 감독에게 거는 기대감은 다르다! - <베케이션, 2015>과 <게임 나이트, 2018>의 연출 외에도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의 각본까지 맡았던 사람들이다!아꼈던 동료들에게 배신을 당해 감옥에 있는 "에드긴"과 "홀가"는 탈옥에 성공한다.
바로, 복수를 꿈꾸지만 계획을 이루는 데에 있어 동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팀을 꾸리는데...1. 떠오를 듯 말 듯 한 장면들의 피날레
앞서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를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알지 못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캐릭터 구성과 이야기의 구조까지 모든 것들이 어디선가 봤던 기시감을 주니 말이다!
원작이 되는 게임 "던전 드래곤"의 출시 연도(1974년)를 보면, "원조"라고 볼 수 있지만 영화로는 가장 후발 주자가 아닌가? -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클리셰"와 "짜깁기"로 보이겠지만 오히려 좋은 말이다!먼저,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케이퍼 무비"의 공식을 따라간다.
이런 영화들이 그렇듯이 "팀업"을 목적으로 많은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는데, 각 캐릭터들에 단면적인 부분만을 제시한다. - 예를 들면, 두뇌 담당과 행동대장 같은...
그리고, 다음으로 선택한 "판타지"는 그 작품만의 설정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에 큰 분량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클리셰"와 "짜깁기"는 진부하게 해당 작품을 진부하게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하지만, 영화는 이런 "기시감"을 즐기는 느낌이다?
극 중. "젠크"의 모습은 <토르: 라그나로크, 2017> 이전의 "토르"를 연상케하며 마지막 악당의 최후는 <어벤져스, 2012>에서 "로키"와 "헐크"의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물론, 모든 장면들을 다른 영화들에서 가져오는 건 아닌 게 날렵한 드래곤을 통통하게 만들어 날아다니는 모습보다 굴러다니게 만든다.
이는 설명으로 늘어질 것만 같은 이야기에 유머를 가미해 재밌어야 하는 영화의 본분을 지켜내는 것으로 보인다.2. 재밌어야 챙길 수 있는 명예
이외에도 "판타지"라면, 응당 나와야 하는 크리처와 마법까지 기대하는 그림들을 보여줘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그 이상을 노리기는 힘들어도 제 역할을 하는 영화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을 찾아본다면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소피나"와 "포지"의 합이 아닐까?
극 중.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소피나"와 능글거리는 "포지"의 모습이 똑같다고 볼 수 없지만 두 악당 캐릭터들의 최후는 비슷했다.그럼에도, "소피나"보다 "포지"가 기억에 남는 이유에는 단순 설명의 부족을 떠나 '얼마나, 망가지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아무튼, 메시지 전달에 심취한 영화들 사이에서 오락 영화의 본분을 지켜낸 이 영화야말로 명예로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tmi. 1 - 쿠키 영상은 1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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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감 낮은 남자의 진정한 매력 찾기! with 계약 여친
얼마전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러브하드는 공개된 이후 큰 반응없이 사라진 영화에요.
특히나 한국에서는 아주 빠르게 사라져갔죠.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가족, 애인과 함께 보기에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아주 뻔한 이야기이지만 따뜻하고 꽤 유머러스하거든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제 리뷰를 보고 영화를 찾아봐주세요!
그리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한 해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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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컨스피러시>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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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휴먼 보이스> 메인 예고편
떠난 연인과 함께 살던 집에서 그의 마지막 전화를 기다리는 여자.
드디어 전화가 울린다.
조심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기만을 바라며
여자는 행복했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랑이 식은 남자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고,
여자는 그의 대답을 받아들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