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05 17:57:42
한국형 오컬트 그거 어떻게 싫어하는데
한국형 오컬트 붐은 왔다!

한국형 오컬트 붐은 이미 왔다!
새로운 한국형 오컬트 작품을 기다리며 정주행 가봅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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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파동이었던 것들
성인이 되고도 한참 시간이 흘렀건만, 과학과 수학 과목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가끔 고개를 들곤 한다. 미련 못 버린 연인의 흔적처럼 괜히 슬금슬금 넘겨보는 건 물리학이나 수학 대중서. 이제부터라도 중등교육 수준의 과학을 마스터하겠다며 중1 과학 문제집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 안되던 게 지금이라고 쉬이 될 리 없다. 중1 과학 문제집은 2장 정도 푼 채로 햇빛에 바래지고 있고, 친절한 대중서조차 다 이해하지 못하고 흐린 눈으로 보면서 시집 같다고 생각했다.
배운 게 있긴 하다. 특히 물질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는 것, 빛이 파동인 동시에 입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는 적잖이 놀랐다. 파동은 과학 책에 전파 모양으로 그려진, 보이지 않는 무언가라고만 생각했던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입자는 당연히 손에 쥘 수 있는, 물성을 가진 무언가라고 생각했는데 빛도 입자라니. 막연히 입자는 물건들처럼 그곳에 놓여있고, 파동은 멀리서 너울너울 전해져 온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틀린 감각은 아니다. 파동은 무언가를 매개체 삼아 다가온다. 물을 타고 파도가 넘실넘실 다가오고, 공기 속에서 소리는 퍼져 나간다. 그리고 오래 전의 별빛은 오늘의 밤하늘을 채우고 내 눈 안에 고인다.
시간과 기억도 마찬가지다. 역사 속의 어떤 순간도, 그 사건 속 사람들도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속에 위치하는 건 아닐까. 꼭꼭 닫혀 교과서에 정리된 과거의 사건 같은 건 실은 없는 게 아닐까. 모두 단단한 입자 같지만 실은 파동이어서, 별빛처럼 파도처럼 어디선가 다가오고 있는 건 아닐까.
전태일 열사가 노동권을 부르짖으며 분신하고도 50여 년이 흘렀다. 그의 죽음은 이제 교과서에도 실린 역사가 되었다. 그의 죽음 이후 평화시장에는 청계피복노동조합이 생겼고, 못다 한 일을 이뤄달라는 아들의 유언을 들은 어머니는 모든 노동자의 '이소선 어머니'가 되었다. 한참 전의 일들이지만, 그 시기를 톺아보는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도 파동처럼 이제 우리에게로 온다. 1977년 9월 9일에 출발한 파동이,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와 2021년 DMZ다큐영화제 등을 거쳐 2022년 1월 개봉하기까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푸른 하늘 아래 야외에서 해사하게 웃으며 미싱을 돌리는 중년의 여성들을 비추며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 미싱을 돌리기 시작한 때는 '여자들'이라기보다 '아이들'에 더 가까운 나이였다. 12세에서 16세가량의 소녀들. 더러는 가난 때문에, 더러는 여자아이에게 공부를 시킬 필요가 없다는 구시대의 편견 때문에, 평화시장에서 미싱을 돌리기 시작했다.
영화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찾아온 사건을, 그리고 그 안에서 이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천천히 함께 돌아본다. 객관적인 정보를 쏟아내듯 제시하기보다, 사진과 인터뷰를 풍성하게 활용해 그날의 그림을 그린다. 내겐 1977년 9월 9일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전혀 배경 지식이 없었지만, 영화를 따라가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선명한 그림이 남았다.
피로가 극도로 쌓여도 쉴 수 없던 시절. 졸다가 때로는 손을 드르륵 박기도 하며, 잠 깨는 약을 먹어가며, 부단히 일해야만 했던 시절. 노동자의 권리나 휴식이란 것이 보장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전태일 열사는 시계를 놀랍도록 앞당겼지만 모든 변화가 단숨에 오지는 않는다. 교복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성인 요금을 내며 버스를 타던 시절, 한자를 알아야만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씩씩하게 각자의 현실에 성실하였다. 학교 대신 공장으로 향했지만, 그간 배운 지식과 상식을 토대로 삼아 배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배움의 마중물이 되어준 곳은 노동교실이었다. 한자를 가르쳐주고 은행 계좌 만들기와 입출금 해보기를 숙제로 내주고, 서럽고 힘든 상황에서 외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깨닫게 해 준 곳. 공동체가 되어준 곳. 이곳에서 그들은 배움과 배움을 연결시켜 새로운 지혜를 만들어냈다. 자연스럽게 뭉치고 배우고 가르치고 어우러지면서, 어느새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에 의문을 던지고 사유하고 있었다.
사유, 그것은 마음속에 물음표가 물고기처럼 생생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한나 아렌트가 그토록 강조했던 능력을 이들은 갖고 있었다. 그건 70년대엔 너무 위험한 능력이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70년대 이들의 삶에 비극처럼 덮쳐온 삶의 조건들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도전 앞에 이들이 어떻게 응전했는지에 집중한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인간의 걸음에 초점을 맞춘다. 노동교실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 것, 노동교실 철거 예정일 하루 전날에 불안한 마음으로 모여든 날이 하필 9월 9일이었던 것, 하필 그날이 북한의 창립기념일이었던 것과 이소선 '어머니'라는 호칭마저 김일성 '아버지'와 대조된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지금은 누구보다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있지만 이들이 한때는 유리로 배를 긋거나 떨어질 각오까지 했던 것,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것.
그 자리에 있었던, 혹은 없었던 이들의 기억은 말에서 말로 재구성되어 파동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말만 꺼내도 눈물 나는 기억, 생각만 해도 억울한 기억도 있다. 똑같이 경찰서에 잡혀 왔어도 기본적인 권리조차 챙겨주지 않아 속옷 한 벌 갈아입지 못하고 가족도 모른 채로 한 달을 구류되어 있는 채로, 사식과 면회가 허용되었던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희미하게 지워져 가는 기억도, 따스하고 즐거웠던 기억도 있다. 공부할 수 있다는 기쁨과 희망, 공동체로 어우러지며 느꼈던 행복도 있다.
시대가 던진 크고 작은 부당함에 스러지지 않고, 이들은 그 모든 기억 너머 오늘에 이르렀다. 열심히 살아 오늘에 다다라서는 과거의 자신에게, 젊고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냈던 그 시절에 인사를 건넨다. 여전히 단단한 눈빛으로, 말간 미소로,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상념과 함께 눈가에 어린 눈물로.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이들이 왜 노동투쟁의 역사에 함께 남아야 하는지, 이 다큐멘터리 작업이 왜 시작되어야 했는지 원점에서부터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 시절 감옥에서도 조그만 창문 너머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달을 보았던 이들은, 지금도 환하게 웃고 차분히 말하고 서로를 본다. 그 모습을 잘 담아내어 재구성하고자 한 제작진의 노력이 영화 곳곳에서 엿보이는데, 그 장치들은 하나하나 파도가 되어, 별빛이 되어, 파동이 되어 멀리서부터 찾아와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함께 눈물짓게 한다.
21세기가 되면서 인류가 상실해가는 것 중에는 그 끈끈한 연대감도 있다. 연대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많다. 누군가가 겪는 부당한 대우부터, 심지어 쉼 없이 굴러가는 이 세대의 번아웃 현상까지 느슨한 연대로 풀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연대는 점점 낯설고, 마음이 있어도 하기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목소리 합쳐 구호를 외치고,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는 현장은 점점 스포트라이트 바깥의 공간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거나 없다. 노동자는 스스로가 노동자임을 자주 잊고 산다. 그저 분주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이 영화 앞에서 나의 분주한 마음은 잠시 멈춰 선다. 많은 시간 바쁨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노동자로서,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흘리기 바빠 사유라고는 하지 않는 피로한 인간으로서, 이들의 단단한 눈빛과 미소 앞에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 마음에는 세상을 보는 물음표가 물고기처럼 돌아다니고 있는가. 나는 나의 세상을 사유하는 눈으로 보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가. 언젠가 지금 내 안에 있는 마음들이 파도쳐 어딘가에 가 닿을 때, 그 자리에서 조우할 이 앞에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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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를 넘은 우정
2024년 9월 7일 토요일 20시에 은평 롯데몰 9층 스카이필드 야외 풋살장에서 잔디극장 야외 상영회가 개최되었다. 제12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선착순 무료로 진행한 상영회였다. 영화는 <숀더쉽 더 무비: 꼬마 외계인 룰라!>(2020)이 상영되었다. 여름의 끝자락을 부여잡은 바람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품으며 날아가는 밤이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IMDB
<숀더쉽 더 무비: 꼬마 외계인 룰라!>는 아드먼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최신작이자 ‘숀더쉽’ 두 번째 시리즈 영화다. 점토를 사용하여 스톱 플레이 모션을 활용하는 연출 방식은 아드먼 애니메이션의 아이덴티티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우주를 넘나드는 내용이므로 점토 방식을 넘어 UFO나 로봇의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다. SF 소재 활용뿐만 아니라 작품 전반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E.T>(1982), <월-E>(2008), <아마겟돈>(1998) 등 SF 영화의 오마주를 영화에 담아낸다. 특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OST와 함께 표현하는 오마주 연출 방식과 <월-E>의 오마주 캐릭터는 직관적이다. SF영화 오마주를 통해 제작자는 고전 영화의 존경심을 전하고, 어른들에게 친숙한 장면을 전하며, 아이들에게 재미를 전한다.
소재의 활용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영화는 캐릭터의 시너지를 더한다. 꼬마 외계인 룰라의 신비스러운 능력과 귀여운 외모는 ‘숀더쉽’ 시리즈에 어울리는 캐릭터로 소화된다. 초반부, 숀과 친구들이 벌이는 엉뚱한 장난과 사고들이 무색하게 룰라의 사고 역시 만만치 않다. 숀이 피곤한 안색을 보일 정도로 벌이는 룰라의 장난과 ‘에이전트 레드’ 일당의 추적을 피하며 UFO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둘은 우정을 쌓아간다. 한편, 비처의 우정은 특별하다. 숀과 친구들의 장난을 제어하는 양치기 개로 숀과 대립 관계를 이룬다. 하지만, 룰라를 함께 집으로 데려가 주겠다는 공통된 목표로 대립자에서 협력자로 변하는 과정은 관객의 감정도 변한다. 숀과 비처는 피자를 통해 룰라를 만난다. 룰라를 무사히 집으로 바래다주는 결말처럼 피자로 처음 연을 닿은 이들의 둥근 우정은 달처럼 아름답다.
※본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으로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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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나간 탕아, 조폭하러 돌아오다
ㅐㄱ
영화 <컴백홈> 포스터
컴백홈 (2022)
감독 : 이연우 │ 장르 : 한국, 코미디·드라마
출연 : 송새벽(기세), 라미란(영심), 이범수(강돈)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9분영화 <컴백홈> 스틸컷
개그맨이 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지
꿈은 이루어진다는 달콤한 말.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 하나를 가지고 서울로 온 ‘기세’에게도 유효한 말이었을까. 영화 <컴백홈>의 주인공 기세는 공개코미디 무대에 열렬히 오르고 싶어하는 ‘아직 뜨지못한’ 개그맨이다. 그래도 개그맨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또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는 애매한 삶. 열심히 하면 기회가 주어지겠지 싶었던 그에게 굴러온 현실은, 날벼락 같은 프로그램의 폐지였다. 소를 키우던 시골에서 맨몸으로 서울까지 왔는데, 인생을 베팅한 직장이 사라져버리니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이 따로 없다. 하물며 월세를 밀린 원룸에서는 그만 쫓겨나기까지 하는데..., 그런 기세 앞에 어떤 ‘삼촌’이 나타난다.
영화 <컴백홈> 스틸컷
20억과 조폭 승계, 사전에 없던 선택지
그가 삼촌이라 부르는 사람은 ‘강돈’. 조폭 두목이던 기세 아버지의 오른팔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안 그래도 속이 시끄러워 죽겠는데, 오랜만에 불쑥 찾아와 강돈이 전하는 소식은 다름아닌 아버지의 부고 소식. 아버지가 칼에 맞아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폭인 아버지가 끔찍하게 싫었던 기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꿈쩍하지 않는‘척’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돈이 제시하는 현금 20억에는 살짝 구미가 당기는데. 돈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기세의 현실이 암담했기 때문이다. 강돈은 20억을 주며 조폭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으라 제안한다. 어차피 실질적 일은 강돈이 할 것이고, 자신은 바지사장 마냥 아버지 자리를 이어받는 시늉만 해주면 되는 것 같았기에, 고민하던 기세는 강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싸움 따위 1도 할 줄 모르는 개그맨의 조폭 승계 스토리가 시작되는데.
영화 <컴백홈> 스틸컷
개그맨이 조폭이 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줄 알았던 이야기는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중반부가 지나가자 생각지도 못한 빌런을 보여준다. 그는 바로 무식하고 유치하지만 진심으로 기세를 아끼는 듯 보였던 강돈이었다. 알고보니 강돈은 기세의 아버지를 제끼고 일선이 되고싶었던 그저 그런 양아치였던 것. 아버지의 죽음부터 시작하여, 기세에게 20억을 줬다가 도로 뺐기까지, 기세는 강돈이 깔아놓은 시나리오에 자기가 걸려들었다는 걸 알게되고 전에 없던 분노를 느낀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평생 원망만 하며 지냈던 아버지가 실은 자신을 끔찍이 아꼈다는 사실까지 뒤늦게 알게 되는데..., 모든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고, 단지 20억이 필요했던 기세는 그렇게 얼떨결에 목표를 수정하게 된다. 아버지를 배신한 가짜 삼촌을 처단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기세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고향 사람들을 보는 것은 얼마나 웃기고 뭉클하던지.
영화 <컴백홈> 스틸컷
내 고향에 두고 온 것들, 왜 이제야 보일까
상경의 꿈을 안고 대도시로 간 자가, 고향을 얕잡아보고 오만해지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대도시의 냉혹함에 치여 고향으로 돌아와보면 자신이 얼마나 오만불손했는지를 또 깨닫게 되는 게 인간의 간사함 아닐까. 기세는 승계와 복수를 핑계로 다시 머물게 된 고향에서, 전에는 미처 알지 못한 감정들을 하나씩 꺠우쳐간다. 촌스럽고 짜증나서 떠나고만 싶었던 곳. 조폭 따위나 하던 아버지. 번듯하기는커녕 별볼일없이 늙어가는 유치한 친구들. 사랑했지만 개그맨이라는 원대한 자신의 꿈에는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중국집 딸내미 영심. 한때 떨쳐버리고 싶던 그 모든 것들이, 반짝이지는 않아도 얼마나 따뜻하고 정겨운 존재들이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개그맨이 조폭이 되는 B급 코미디를 외피로 한 이 영화의 제목은 <컴백홈>. 그러니까 잘 곱씹어보면 이 영화는, 집으로 돌아온 탕아가 자신의 집이 얼마나 따뜻하고 정겨운 곳이었는지를 알게되는 따뜻한 성장스토리에 더 가까운 듯 싶다. 돈도 성공도 좋지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만큼 사람을 든든하게 하는 게 있을까. 촌스러워서 떨쳐내고 싶었던 나의 고향, 노잼도시 대전이 어쩐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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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한 이별은 없어요'라는 대사가 느닷없이 생각난다. <노매드랜드>에서 나왔던 대사였다. 떠나간 아들을 기리는 아버지의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대사는 나의 머릿속에서 오래오래 남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좋은 영화는 사람 머릿속에 오래오래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 나는 사회복무요원 일이 끝나면 취직을 하고 또 자취를 하겠지? 그럼 나는 이 <노매드랜드>를 블루레이로 구매할 생각이 있다. 아니 그 이전에 그 DVD 트는 기기를 뭐라고 부르지? 그걸 구매하고 싶은 의향까지 있다. 적당히 넓은 집에 이불 덮고 누워서 금요일 밤에 그거 틀고 잠자면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가끔 이런 소소한 재미거리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난 그럼 방에 갇혀 사는 거야? 책 읽으면 되지. 근데 책도 못 읽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냥 방구석에서 인스타그램을 끄적이며 사는 게 전부라면 인생은 더할 나위 없이 심심하다. 그런데 내가 나답게 하는 것들을 하지 않은 채로 그냥 보이기 위해서만 산다면 그건 그야말로 빈 껍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이 삶이 TV 방송에서 생중계되고 있다면 더더욱 끔찍할 것 같다. 안 그래도 외로운 날이 많아 카카오톡 대화창이 텅텅 비는 나다. 대화할 상대도 없이 그렇게 표류하면 외로워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한숨이 난다. 그런데 이런 어두운 현실 속에서 무조건 해야 할일이 있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웃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10년 연속으로 해야 한다. 20대 동안 하는 것도 괴로웠는데, 결혼생활을 하고 난 후 내내 해야 한다는 건 정말 헛구역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근데 그걸 실제로 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20세기 후반의 영국으로 가보자.
미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1990년대의 영국에는 '왕비'라는 단어를 실제로 듣고 산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 왕비이기도 했다. 이름은 다이애나 스펜서. 으리으리한 궁전 안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다. 왕비로 살아 아름다움과 부를 얻은 채로 살면 행복하지 않겠냐고? 아니다. 스펜서는 행복하지 않다. 무슨 축산업자처럼 매일 몸무게를 재고 있는 직원들과 아들이 바람을 피우건 말건 무관심한 시어머니까지 정신이 나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런 스펜서가 갖고 있는 삶의 낙이란 유일한 대화 상대 메기와 아들 둘 뿐이었다. 앞에서도 잠깐 썼지만 남편은 그냥 말로만 배우자다. 이런 비참한 현실 덕에 과거에 친구들과 놀던 시기를 떠올리기 일쑤인 스펜서. 그렇게 불행한 시집살이 도중에 왕실끼리 어느 별장에 놀러 간다는 말을 듣게 된다. 직접 운전해 도착하고 싶었지만 길을 잃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게 된다. 가던 길을 잃은 다이애나. 길을 잃던 도중 예전에 뛰어놀던 허수아비를 발견한다. 그 허수아비에는 아버지의 외투가 걸려 있었다. 안 그래도 미쳐버릴 것 같은 왕궁 생활을 겪고 있는 그녀. 아버지의 유품까지 오용되고 있는 현실 덕에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 영화는 이 일을 기점으로 다이애나가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묘사한다. 그리고 이런 고통 속에서 이뤄지는 그녀의 자아 찾기가 영화의 주요 소재다.
전기 영화 탈을 쓴 스릴러물
영화는 무서울 정도로 진절머리가 난다. 거의 스릴러 물에 가까울 정도로 잔인하다. 그 이유는 스펜서의 일상 묘사 때문이다. 스펜서가 겪는 왕궁 생활은 관객들이 보기에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극초반부에 주인공 스펜서의 몸무게를 재는 장면이 있다. 이때 왕실이 우리가 그냥 일반적으로 몸무게를 재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족발집에 가서 흔히 볼 수 있는 저울 비슷한 걸로 몸무게를 잰다. 이게 실제 영국 왕궁이 이 도구를 사용했는지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이 장면 연출은 '스펜서가 이 왕궁에서 사람 취급을 받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니라 남편 찰스와의 껄끄러운 관계나 시어머니와의 대화 내용까지 영화는 스펜서를 끊임없이 압박한다. 영화는 좋은 연출법으로 다이애나에게 잘 이입하게 도와준다. 관객의 감상에 깊이가 더해지는 것이다.
보다 더 꼼꼼하게
영화는 꼼꼼하다. 다이애나 스펜서의 억양과 성격, 그리고 당시 왕궁 묘사에 힘을 많이 쓴 느낌이 든다. 이 영화를 관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영국 왕궁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나 포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당시의 자동차나 입던 의상 코디까지 잘 짜였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 때깔도 좋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워낙 미인이라 뭘 입어도 잘 소화하는 측면이 있겠지만 입는 코디 - 왕궁 배경 - 낯/밤의 색 대비 - 진주 목걸이를 위시한 장신구까지 전체적인 톤을 잘 뺐다. 그리고 다이애나 스펜서의 실제 성격 묘사도 좋았다고 한다. 영화 보고 나서 다이애나 스펜서의 일대기를 찾아봤었다. 그때 그녀가 두 아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어머니라는 글을 읽을 수 있었는데, 아들과의 대사들 속에서 애정이 보일만큼 영화는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후반부에 한 장면이 있다. 이 영화가 꼼꼼하다고 여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장면(설정)까지 귀결을 내기 위해 각본상의 허점 없이 딱 딱 맞아떨어지는 정교함 역시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크리스틴 스튜어트
이제 다음 주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이 작품으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여우주연상에 올랐다. 나는 <타미 페이의 비극>을 보지 않아 제시카 차스테인이 어떤 연기를 보여줬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굉장히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일단 섬세한 감정 묘사가 좋았다. 중반부 즈음에 나오는 아들 둘과의 대화 장면이나, 후반부 즈음에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실제 스펜서의 모습이 저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국 영어 악센트 묘사가 탄탄했다. 우리가 토익 시험장에서 들을 수 있는 영국 영어 톤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서는 불안함이다. 영화는 내내 스펜서를 괴롭힌다. 이 불안함이라는 정서는 부적응과도 관련이 있다. 왕실 분위기랑 영 안 맞는 스펜서는, 뭔가 피곤에 쩔어있는 듯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캐릭터성과도 잘 맞아 좋은 시너지를 낸다. 이런 그녀의 매력과 섬세한 감정연기가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루즈한 느낌이 충분한 영화를 후반부까지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의상, 음악, 촬영, 저평가는 서운해
물론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스튜어트의 호연으로만 평가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좋았다. 실제로 다이이나 스펜서를 구글에 검색해보면 나오는 머리 스타일이 그대로 옮겨졌다. 또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아웃핏에 맞는 드레스나 메이크업까지 영화의 미술은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음악도 기억에 남았다. 몇몇 분은 과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스펜서가 갖고 있는 정서불안을 묘사하는데 탁월했다고 느꼈다. 그런데 음향상 축에 끼지도 못한 건 좀 의아한 부분이 있다. 또 촬영도 괜찮았다. 스펜서의 얼굴을 중심으로 클로즈업이 이뤄져 그녀의 리액션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촬영기법은 영화의 핵심 키워드인 '스펜서가 외부에 반응하는 방식'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역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의아했다.
꼭 알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대한 이야기,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얼핏 들어서 알고 있다. 엄청 구체적으로는 잘 몰랐지만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정도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감정선이 더 깊게 느껴졌다. 마음이 아팠다. 운명의 얄궂음이 가혹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 다이애나 스펜서라는 인물의 실제 일대기를 알면 좋겠지만 모르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걸 알고 가면 더 깊게 느껴질 영화인 것은 충분하다. 그러나 영화는 스펜서의 입장 변화를 너무 섬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끝난 후의 다이애나 스펜서가 관객을 기쁘게 만들어 주지는 못할 것이란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꼭 스펜서의 일대기를 무조건 알고 갈 필요는 없다. 깊게 감상하고 싶다면 검색하는 쪽이 좋고 소프트하게 보고 싶다면 모르셔도 될 이야기다.
그 곳에서는 꼭 행복하길 바라겠습니다. 다이애나 스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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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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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약한영웅 Class 1>, 유럽·오세아니아·중동·인도 방영 확정!
ⓒ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의 인기가 해외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기존 미국,
대만 등에서 동시 방영되었던 드라마는 미주에 이어 유럽·오세아니아·중동·인도 방영을 추가
확정하였다.
<정이>, 1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
ⓒ 넷플릭스
<정이>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상호 감독의 SF 영화이다.
<영웅>, 개봉 첫 주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
ⓒ 네이버 영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 <영웅>이 개봉 첫 주 80만 관객 돌파와 더불어 5일
연속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다. 마음을 울리는 감동과 풍성한 볼거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해외
<기묘한 이야기>, 스핀오프 애니메이션 <기묘한 이야기 도쿄> 제작
ⓒ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인기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가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제작된다고 한다. 기존 <기묘한 이야기> 세계관을 섞어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계정 공유 유료화 내년 초부터 실시
ⓒ 넷플릭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이용자에 대한 요금 부과 계획을 내년
초 미국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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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기가 필요한 청춘의 파들파들 떨리는 날갯짓
한국이 싫어서 (Because I Hate Korea, 2024)
온기가 필요한 청춘의 파들파들 떨리는 날갯짓
개봉일 : 2024.08.28.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청춘
러닝타임 : 107분
감독 : 장건재
출연 : 고아성, 주종혁, 김우겸, 이상희, 오민애, 김지영
개인적인 평점 : 3 / 5
쿠키 영상 : 없음
누군가는 이 영화를 뜬구름 잡는 청년의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고 끝도 없이 징징대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인공 계나와 그녀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자유다. 하지만 적어도 욕하고 짓누르려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이다.
어딜 가든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둥둥 떠다니던 때가 있었다. 치솟는 물가와 집값, 점점 어려워지는 취업.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열심히 돈을 모아도 서울에 번듯한 내 집하나 사기 힘든 현실과 점점 삭막해지는 사회 속에서 청년들은 더 이상 멀리 있는 희망찬 미래가 아닌 가까이 있는 현재의 불행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 불행을 “다들 이렇게 사니까 괜찮다”라며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받아들이지 못해 죽음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탈출을 선택한다.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는 가장 후자, 살기 위해 탈출을 선택한 청년이다. 이 영화는 인생에 좀 더 많은 온기가 필요했던 청년 계나의 한국 탈출기다.
사람들은 추운 겨울이 되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차가운 공기에 얼어붙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계나에게 한국은 발걸음을 늦출 수 없는 추운 겨울 그 자체다.
계나는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그녀는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야 했다. 공부도 홀로 척척 해내야 했고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녀야 했다. 또 취업을 한 후엔 돈을 아끼기 위해 매일같이 지옥철을 타고 긴 통근을 견뎌내야 했다. 이렇게 빡빡한 하루를 살아낸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나의 성공이 행복이라 말하는 엄마와 하나도 따뜻하지 않은 이불, 시야를 꽉 채우는 입김뿐이다.
사는 게 참 어렵고 힘들다. 그런데 힘들다고 발걸음을 늦추면 그 자리에서 얼어 죽는다. 계나는 이런 겨울이, 겨울이 지속되는 한국이 싫다. 그래서 한국과 정반대에 위치한 뉴질랜드로 떠난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 한국에서는 못 살겠다며 뉴질랜드로 떠난 청춘. 이 부분만 보면 외국과 이민을 찬양하고 한국을 헬조선이라 규정해버리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이 싫어서>는 단순히 헬조선을 탈출해 새로운 삶을 사는 청년의 이야기가 아닌 어디서든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파들거리는 청년의 날갯짓에 대한 이야기다. 평생을 뭔지 모르겠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내 인생의 행복. 계나는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아름답고 따뜻한 땅에도 겨울은 온다
계나는 한국의 추위가 너무 싫다며 뉴질랜드로 향한다. 영화는 (중반부까진) 한국을 춥고 답답한 곳, 뉴질랜드를 온화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표현한다. 한국은 차갑고 딱딱한 색감으로 표현되고 뉴질랜드는 밝고 명료한 색감으로 표현된다. 계나의 옷차림과 행동 역시 뉴질랜드에선 더 가볍고 자유로워진다.
따뜻한 날씨와 만 원도 안 하는 와인과 과자, 아름다운 자연. 미래와 가족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이 정도면 지상낙원이 아닌가? 싶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곳에도 어려움은 있다.
먼저 말 시켜놓고 냅다 영어부터 배우라고 구박하는 현지인, 인천 집처럼 바람이 슝슝 통해 침낭을 깔고 자야 하는 차고를 개조한 방, 신발 하나로 트집 잡는 인종차별주의자, 친구 앨리의 범법 행위, 커다란 자연재해. 한국을 떠나기 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온갖 문제들이 계나를 덮쳐온다.
추운 한국에도 언젠간 따뜻한 봄과 뜨거운 여름이 오듯 따뜻한 뉴질랜드에도 언젠간 추운 겨울이 오기 마련이다. 뉴질랜드에서도 다시 겨울(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계나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겨울과 여름을 살아본 계나
한국에 돌아왔을 때, 계나 가족의 집은 지하철역에서 먼 오래된 주택이 아닌 지하철과 가까운 신축 아파트가 되어 있었고 계절은 겨울을 지나 여름이 되어 있었다.
이제 집안, 결혼에 대한 부담은 대부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지만 계나는 여전히 한국에 정착하지 못한다. 그녀는 아직 행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계나는 한국의 겨울과 여름, 뉴질랜드의 여름을 살며 다양한 행복과 죽음을 함께 목격한다. 한국의 겨울을 살면서도 희망을 외쳤던 희망 전도사의 죽음, 겨울을 지나 곧 여름을 맞이할 거라 믿었던 친구 경윤의 죽음. 희망만 가득할 것 같았던 따뜻한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하준이 가족의 죽음까지.
어떤 땅, 어떤 계절이든 나름의 불안과 슬픔이 있다. 계나는 이들의 인생과 죽음을 목격하고 느끼며 다시 한번 짐을 싼다. 다시는 춥지 않을 조금 더 따뜻한 곳을 찾기 위해서.
영화는 계나의 성장을 눈에 띄게 보여주지 않고, 뉴질랜드의 장점만을 부각시키지도 않는다. 계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하고 오랜만에 보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과 뉴질랜드에 대한 자랑을 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종착지, 행복의 답을 찾지 못한 계나처럼 <한국이 싫어서>도 계나의 여정, 행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어디에나 나름의 아픔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영화는 그저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끝이 난다. 이 흐릿함은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현실에서 잠시 쉼표가 되어줄 수도 있고 답답함과 영화에 대한 불만족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누군가는 계나의 선택을 그저 외국병 걸린 사람으로 치부할 수도 있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어디를 가든 힘든 건 똑같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계나의 선택을 존중하거나 부러워할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관객의 자유다. 계나에게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할 자유와 떠날 자유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상상의 자유, 너무나 모호한 의견을 남기고 간 영화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건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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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 아이돌 에스파 블랙맘바, 넥스트레벨, 세비지, 드림즈컴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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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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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베 얀손> 30초 예고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 토베는
삽화 의뢰로 알게 된 연극 연출가 비비카와
강렬한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캐릭터 ‘무민’을 연극 무대에 올리고
시청 벽화를 그리며 인정받기 시작한 토베
하지만 비비카는 파리로 떠나는데…
‘무민’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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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개와 결혼하는 남자> 메인 예고편
어릴 적 가족을 잃은 상처로 사람들에게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랜디.
대학에서 룸메이트로 만난 마이크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그의 도움으로 제시카를 만나 약혼까지 한다.
어느 날, 랜디가 다니던 회사에 문제가 생겨 형편이 어려워지자 냉정하게 떠나버린 제시카.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랜디는 괴로워한다.
아픔을 치유하고자 동물 보호소를 방문한 랜디는 우연히 만난 개 '코코'에게 깊은 교감을 느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