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I2025-03-02 11:44:37
첫 번째 키스, 마지막 키스
영화 <첫 번째 키스> 리뷰
!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미나토와 요리. 2023년 개봉 직후부터 수많은 ‘괴친자’들을 양성한 영화 <괴물>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신작 영화가 개봉했다. 제목은 <첫 번째 키스>. 이전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그가 다시 로맨스 영화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큰 설렘을 받았을 것이다.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그의 이야기에는 항상 사람을 가슴 뛰게 하는 ‘무언가’가 들어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 ‘무언가’를 찾아가보고자 한다.
감독) 츠카하라 아유코
주연) 마츠 다카코, 마츠무라 호쿠토
주인공 ‘칸나’는 어느 날 열차 사고로 남편인 ‘카케루’를 잃는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녀는 복잡한 마음을 갖고 다시 업무에 들어간다. 운전을 하던 그녀는 어떤 터널을 지나게 되고, 그 끝에서 15년 전의 청년 ‘카케루’를 처음 만난 시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당황한 그녀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지만, 어쩌면 과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그 터널로 향한다. 그러곤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해 남편의 죽음을 막으려 한다.
시간을 건너
시간 여행을 뜻하는 라임 루프(time loof)는 여러 콘텐츠에서 사용되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매우 익숙한 소재다. 특히 <너의 이름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이 일본 콘텐츠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친숙함을 주는 동시에 뻔하다는 느낌 또한 줄 수 있다. 따라서 이 소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작품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첫 번째 키스>는 뻔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과거를 바꾸고자하는 주인공의 서사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첫 번째 키스>의 특이점은 과거를 바꾸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첫 번째 키스
과거를 바꾸려는 칸나의 노력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다뤄진다. 그녀의 실패는 반복과 변형을 만들어낸다. 같은 장면에서 다른 선택지를 고르며 정답을 찾아간다. 그럼에도 그녀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결국 카케루가 칸나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경우에 다다른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카케루. 그는 옆에 있는 15년 뒤의 칸나가 본인의 아내가 될 것이며, 이혼까지 하게 된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내적 갈등을 안게 된 카케루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칸나는 그를 말리지만 그는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곤 칸나와의 하루간의 데이트 끝에서 첫 번째 키스를 한다. 이 영화에서 죽음, 시간 여행과 같은 영화적 소재는 소재에 불과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하나로 귀결되는 메시지, ‘사랑’이다.
옥수수와 양말, 그리고 만두
이 영화의 특징이면서도 사카모토 유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아이템을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랑과 같은 정신적 가치는 사람 주변에 묻어난다고 믿는듯하다. 함께 구워먹은 옥수수에는 껍질 채 구워야 더 맛있다는 칸나의 조언이 들어있다. 바꿔 신은 양말에는 같이 살아온 그들의 시간이 들어있다. 미리 주문한 만두에는 배우자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랑의 증거가 들어있다. 결국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우리는 보다 소중한 것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
마지막 키스
무언가의 부재는 마음을 공허하게 만든다. 사라진 것의 크기만큼 내 몸속에서도 빈 공간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그리고 다시 그 공간을 채우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시간이 관여한 경우가 그러하다. 우리는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함 사이에서 쉽게 중심을 잡지 못한다. 그만큼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흘러가는지도 모른다.
카케루가 죽은 그날, 칸나는 몹시 흔들렸을 것이다. 후회와 원망과 그리움이 뒤섞여 그녀를 잠식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과거의 카케루를 만난다. 그리고 과거를 바꾸려하지만 실패한다. 그 순간 그녀는 큰 절망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때 그녀를 잡아준 것은 카케루였다. 미래를 알고도 바꾸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 그리고 15년 뒤 그가 칸나에게 남긴 편지. 그것이 칸나를 쓰러지지 않게 잡아준다. 칸나는 카케루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을 것이다. 카케루와의 키스는 그의 첫 번째 키스이자 자신의 마지막 키스였다는 것을, 과거로의 짧은 여행은 첫 인사가 아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함이었음을.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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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5 | 매트릭스 인문학적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5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4 [오라클은 악마다?] https://youtu.be/fLgWf7NWkn8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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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부기> 메인 예고편
언젠가 NBA에서 활약할 날을 꿈꾸는 농구 유망주 ‘알프레드 부기 친’(테일러 타카하시)은 대학 진학과 장학금 문제로 부모님과 대립하기 시작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시아계 2세대로서의 정체성 고민, 라이벌과의 실력 차이, 여자친구와의 갈등까지 겪게 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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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 공식 예고편
로버트 해리스가 집필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원작의 영화. 1938년 가을, 전쟁의 위기에 내몰린 유럽. 아돌프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준비하고, 네빌 체임벌린 정부는 절박한 심정으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중이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긴급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뮌헨으로 향하는 영국 공무원 휴 레것과 독일 외교관 파울 폰 하르트만. 협상이 개시되자 두 오랜 대학 친구는 자신들이 얽히고설킨 정치적 음모와 거대한 위협의 정중앙에 놓여 있음을 깨닫는다.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 대가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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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현재를 살아가다
대만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은 편인데다가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별로 안 좋아했는데 굉장히 재밌게 봤던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과 은근히 반전소재 있었던 것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시놉시스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넌 영원히 내 눈 속에 사과야!
학교 대표 얼간이 커징텅과 친구들은 최고의 모범생 션자이를 좋아한다. 수업 도중 사고를 친 커징텅은 션자이의 특별 감시를 받게 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션자이에 대한 마음이 커진 커징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백을 하지만 션자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렇게 15년이 지나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 때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이 이후로는 영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뭔가 하나씩 예상에서 어긋나는 재미
나는 영화를 볼 때 어느 정도 이렇게 되겠다 예상을 하거나 기대를 하며 보는 편이다. 그래서 그 예측이 어긋나거나 어긋나더라고 그 설명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으면 화를 내는 타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정말 거의 모든 것이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션자이와 커징텅이 이어질 줄 알았고, 그래서 첫 장면에서 커징텅이 신랑이고 션자이가 신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션자이는 다른사람과 결혼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커징텅이 션자이와 함께 공부를 시작하면서 성적이 오르고 션자이와 커징텅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뭐가 잘 될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센텐츠’들을 계속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정말 그 기대가 틀렸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센텐츠들이 영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었기 때문에 아,,, 이래서 그 말을 했구나, 이래서 뜸을 들였구나 이해가 되다보니 그 어긋남이 즐거울 수 있었다.
유쾌하게 그려내는 비극이랄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정말 내용만 보면 굉장히 비극적이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이어지지 못하고, 원하는 대학에도 못가고, 뭘 먹고 살지 모르겠다던 커징텅은 갑자기 인터넷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이루지는 못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센텐츠들을 통해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생의 모든 사건은 나름 의미가 있다. 열심히 해도 아무 속득 없는 거 인생이 원래 그런거야. 시험 문체처럼 모든 일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답이 없다 해도 늘 답을 알 수는 없다.”
그토록 원하던 것을 갖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는 것, 그래서 그저 주저 앉아 슬퍼하고만 있지 않는 주인공들 덕분에 유쾌함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던 작품이었다.
현재의 감성과 일치하는 영화가 아닐까?
풋풋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전반적인 주제를 살펴보면 굉장히 현재의 감성과 일치하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10년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그 감성이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놀면 뭐하니?에서도 나왔듯이 비가 ‘포기하지마’라는 주제를 추천하자 이효리는 ‘포기해’가 요즘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주제라고 말한다. 요즘 사회는 안 되는 거 부여잡고 희망고문하지 말고 적당히 포기하면서 현새의 삶에 만족하며 그 소중함을 즐기는 것이 분위기다. 그러한 주제가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도 똑같이 등장한다.
“늘 미래만 상상할 뿐 현재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지요.”
션자이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며 고별사를 할 때 했던 말이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뭐 그렇게들 발전을 좋아하는지,,, 그렇게 발전을 해도 또 그 원하는 자리에 가서도 발전해야 한다고 즐기질 못할텐데 말이다. 나는 지금 현재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미래의 행복을 정말 이뤘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션자이가 저 말을 하는 순간 너도...? 나도!!! 하면서 내적 하이파이브를 쳤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첫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라는 틀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현재에 대한 소중함과 유쾌함을 다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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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꿈을 향한 뜀박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나가사와 마사미,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의 고마츠 나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마코토, 그리고 <Hi High> MV에 등장하는 이달의 소녀 멤버들 등 소녀가 달릴 때 가슴이 요동친다. 각각 운명, 현실, 시간 등 자신을 옥죄는 규정된 틀을 어떻게든 깨뜨리기 위해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역동적이며, 아름답기 때문이다.
<탈주>의 주인공은 소녀가 아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 행복을 위해 질주하는 청년의 모습은 앞서 소개한 인물들과 유사한 감정이 느껴진다. 늘어지는 서사와 개연성 미흡 등 여러 곳에 묻힌 지뢰가 발목을 잡지만, 실패를 무릅쓰더라도 내달리는 용기의 뜀박질은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하다.
만기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규남(이제훈)은 밤만 되면 어디론가 뛴다. 목표는 휴전선 근처. 탈북을 계획하고 있는 그는 매일 밤 지뢰 위치를 확인하며 지도에 표시한다. 대망의 D-DAY. 휴전선을 넘기로 한 그날, 그가 아끼는 부하 동혁(홍사빈)이 자신의 지도를 훔쳐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힌다. 규남 또한 공범으로 몰린다. 이때 규남과 친분이 있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이 그를 다른 부대로 전출시킨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규남의 탈북 마음은 변함이 없고, 더 이상 자신에게 기회가 없을 거라는 마음을 안고 남쪽으로 내달린다.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당황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모두가 직진하는 영화다
한 인터뷰에서 <탈주>의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이 말했듯, 영화는 끊임없이 달린다. 육상 경기로 대입하자면 장거리보단 단거리에 걸맞다.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내리 달리는 영화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듯, 첫 장면부터 규남의 뜀박질이 이어진다.
<탈주>는 북한을 배경으로 이뤄진 영화지만,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탈주’보다는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에 집중한 ‘탈주’로 그린다. 기존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과는 달리 후자에 포커싱을 맞춘 작품답게 규남을 보면 암울한 현실 속 청춘의 모습과 겹친다.
제대 후 정해진 역할과 일에 순응해야 하는 규남에게 있어 미래는 컴컴한 터널이다.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슴이 요동치는 인생도 아니기에, 자유의 땅 남한으로 간다. 실패할 자유는 있지만, 그 또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도전이자 모험이라 생각한 그는 인류 최초 남극점을 탐험한 로알 아문센처럼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을 감행한다.
규남의 발목을 잡는 건 다름 아닌 체제에 순응했지만 매번 과거 자신이 꿈꾸던 삶을 그리워하는 현상이다. 규남도 자신처럼 주어진 달콤하고도 씁쓸한 운명에 수긍하게 만들려 한다. 현상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남으로 달리는 규남을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가슴으로 이해하는데, 그 또한 이 고민을 해봤던 이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상은 단순한 빌런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규남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보여주는 역할도 맡는다. 체제(운명)에 순응했지만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괴로워하는 현상의 모습은 이를 방증한다.
‘북한 병사가 탈주한다’는 직접적이고 단선적인 스토리라인, 우려도 심하게 우려먹은 남북 소재를 택한 단점을 메우듯 영화는 속도를 높인다. 끊임없이 달리는 규남의 역동적 에너지는 계속해서 관객을 자극하고, 이에 맞게 빠른 편집과 촬영이 보는 맛을 더한다. 마치 RPM이 계속 올라가듯 극 중 탈주극은 심장을 계속 뛰게 만든다.
앞서 얘기했듯 초반보다 중반, 중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스토리의 짜임새는 헐겁다. 인물들의 구체적인 전사가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단선적인 스토리라인 때문에 다채로움은 떨어진다. 이를 위해 이솜, 송강 등 깜짝 출연진들로 생기를 불어넣지만, 이내 금방 사라진다. 대신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건 주연 배우들의 몫. 이제훈과 구교환은 쫓고 쫓기는 자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한 명은 뜨거움으로 한 명은 차가움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상반된 이들의 부딪히는 에너지는 그 자체로 볼거리. 여기에 작년 <화란>에서 불꽃 같은 연기를 보여준 홍사빈도 조연이지만 자신만의 인장을 찍는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목숨을 건 대탈주를 기어이 행동으로 옮기는 규남은 삶의 주도권을 자신이 잡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건 내 인생이고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그 의미의 소중함. 90여 분을 내리 달리는 동안 장애물 구간, 숨이 가빠오는 구간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결승지점에 가닿는 영화가 청춘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사진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평점: 3.0 / 5.0
한줄평: 행복을 위한 뜀박질, 내 인생은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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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8월 신작
넷플릭스 2022년 8월!
신작 추천5편
서울대작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드라이버와 정비 전문가 등이 모인 팀이
특수 위장 작전에 투입된다
작전의 목표는 대규모 돈세탁 조직의 실체를 밝히고 와해하는 것
감독: 문현성
출연: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옹성우, 문소리, 김성균, 오정세, 정웅인 등
장르: 블록버스터 코미디
공개: 8월 26일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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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가족
돈이 절실히 필요한 대학 강사가 우연히
마약 조직의 거금을 손에 넣는다
파탄 직전에 이른 가족을 구할 유일한 방법은 이제
마약운반책이 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김진우, 이제곤
출연: 정우, 박희순, 윤진서, 박지연, 최무성, 김성오, 오광록 등
장르: 스릴러, 드라마
공개: 8월12일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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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기억을 잃을 채 깨어난 남자
귀에 장착된 장치를 통해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제 이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위험천만한 인질 구조 작전에
뛰어 드는데...
감독: 정병길
출연: 주원, 이성재, 정소리, 김보민 등
장르: 스릴러
공개: 8월5일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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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오랜 세월 감금당한 채 지내온 꿈의 군주 모르페우스
그가 여러 세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빼앗긴 건들과 잃어버린 힘을 되찾기 위해...
크리에이터: 닐 게이먼
출연: 톰 스터리지, 제나 콜먼 등
장르: 판타지 드라마
공개: 8월5일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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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임
가정에 충실한 전업주부 남자
가족들이 집을 비워 몇 년 만에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
이 기회를 만끽하려 피타광인 옛 친구의 생일 모임에 합류하는데
일생일대의 미친 모험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감독: 존 함부르크
출연: 캐빈 하트, 마크 월버그, 레지나 홀 등
장르: 코미디
공개: 8월26일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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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과 시선의 방향
SYNOPSIS.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올림픽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 생중계! 방송을 멈출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POINT.
✔️ 실화 기반이지만,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전개됩니다.
✔️ 그러나 잔인한 장면은 들어있지 않아요. 저는 이 지점이 좋았습니다.
✔️ 속도감 있는 전개 안에서, 방송국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의 책임감과 고민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 더불어 언론인들의 전문가다운 면모로 척척 손발이 맞는 장면들도 재미있었어요.
✔️ 그 장면들을 뒷받침하는 것은 다양한 배우들의 협연입니다. <퍼스트 카우>, <쇼잉 업>에서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존 마가로, <티처스 라운지>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레오니 베네쉬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 포스터만 보면 <스포트라이트>보다 10년 앞서 나온 영화처럼 보여요... 하지만 영화는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영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버거워하고, 영화라 해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테러를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건 존 마가로의 얼굴이 궁금해서였다. <퍼스트 카우>에서 소처럼 순박한 눈망울을 보여주었고, <쇼잉 업>에서 불퉁하게 세상과 불화하는 동생의 표정을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그리고 나는 존 마가로를 못 알아볼 뻔 했다. 아니 존 마가로를 궁금해 할 겨를이 없었다. 빠른 전개 안에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느라.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영화관에 앉았지만, 극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언론의 생중계 현장을 담은 영화이다 보니 그들의 대화와 상황 설명을 통해 친절하게 정보가 전달되고, 방송을 만드는 과정을 척척 담아내어 그 설명이 늘어지는 법도 없다. LA 비평가 협회상에서 편집상을 수상한 이유를 알 것 같은 대목이다.
전개가 빠른 영화의 스토리라인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보고 나서 마음에 남은 생각들만 정리해 보고 싶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
영화 초반에 인물들이 서로의 국적을 인식하고 있음이 대사에서 수 차례 드러난다. 지네딘 수알렘이 연기한 캐릭터 자크의 경우, 자크라는 이름보다 프랑스인이라는 국적으로 더 많이 불리고 인지될 만큼 국적이 강조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당시의 상황을 조망한다. 독일에 대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세계, 세계에 대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독일. 앙금은 남아있지만 이제 가장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이벤트가 펼쳐져야 한다. 국적에 따라 다른 입장은 개인의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 평화와 우호를 말하는 행사에서조차 국적을 고려하여 방영 우선순위를 결정할 만큼.
우리 각자의 자리는 과연 각자만의 자리인가. 독일과 프랑스, 미국의 관계 뿐 아니라 영화의 배경이 되는 테러 사건 또한 국적에 따라 다른 입장과 감정이 뒤얽힌 사건이다. 테러리즘 사건 하나만 놓고 가타부타 판단하기엔 너무 많은 사건과 역사가 줄줄이 얽혀 있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맥마흔 선언과 밸푸어 선언의 발화자였던 영국을 비롯해 여기 얽힌 국가들이 더 많이 있다.
과거는 온전하게 과거로만 존재하지 못하고, 타자는 철저하게 타자로만 존재하지 못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무언가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가능한가? 언론인이라면 다르게 답할 수 있겠지만... 시민인 나로서는 그저 연결되어 있는 서로를 감각하며 나의 자리를 확인하고 내 시각이 어느 방향에 서 있는지를 좀더 명확히 아는 것, 그리고 그만큼을 감안하는 것, 어쩌면 그게 최선의 균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밖에서 조심스러워지는 마음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도 영화 바깥이 궁금했다. 그리고 보는 동안 혹시라도 이스라엘의 '피해자성'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올까봐 꽤나 긴장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감독과 제작진이 유대인인지 다급하게 찾아보게 될까봐 긴장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에. 영화의 안과 밖 또한 예외가 아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인질이 석방되고 군이 철수하고 있다. 그동안 사람을 말살할 것처럼 쏟아붓던 공격이 멈춘 것은 참으로 다행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지구를 "장악"해서 "재개발"하곘다는 소리를 하고 있고, 휴전 협상 다음 단계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런 세상에서 팔레스타인 과격 단체가 이스라엘 대표단을 인질로 잡아 벌인 테러극을 담은 영화라면, 이 영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그리는지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전혀 담지 않았고, 테러 사건의 전개는 전화와 전보를 비롯한 소식으로 전달되어 대사로 공유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본인 할 일을 하는 언론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주력한 영화다운 선택이다.
영화 속 언론인들은 이제 막 도입된 위성 생중계라는 신기술과, 자신들이 정통한 각종 기술을 펼쳐 보인다. 옛날 텔레비전에는 저런 식으로 자막을 깔았던 거구나, 사진을 저런 식으로 확대했구나, 스튜디오 연결은 저렇게 하는구나... 같은 생각들을 하며 본 그들의 능숙한 손놀림 뒤에는, 지금 어디와 연결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 소식을 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그때그때 선택해야 하는 언론인들의 본능이 있다. 역시나, 영화 밖에서 조심스러워지는 마음이다.
제작자의 마음과 시청자의 마음
능숙하게 자기 일을 하면서 그때그때 판단을 내리는 언론인들의 모습은, 전문가처럼 보여 한편으로는 멋있으면서도... 동시에 징그럽다. 선택을 내릴 때 그들은 인간성을 우선순위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선택이 미칠 파장을, 그 경우의 수를 일일이 계산한다면 방송은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이 영화처럼 급박하게 굴러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뉴스 보도국이 아니라 스포츠국이지만 지금 상황을 곧바로 담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라는 사명감과, 방송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욕심과, 갑작스럽게 굴러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따라가는 데 분주한 마음은 이리저리 뒤엉킨다. 그 안에서 최소한의 윤리 준칙이 무너지기 너무 쉬워 보이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동안 제작자의 마음보다 더 징그러운 것을 발견하는데, 내 안에서 발견한 시청자의 마음이다. 사건 전개를 궁금해 하면서 상황이 전개되기를 기다리는 기자의 마음, 또 나의 마음. 그건 어디를 향하고 있나. 심지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모두가 각자의 스크린을 각자의 알고리즘 안에서 보고 있는 세상이다. 더블체크되지 않은 정보 채널이 마구 난립하는 세상.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언론인들이 서로 논의하며 갈등하여 적정선을 찾아가는 결과물조차 뜻하지 않은 사고를 칠 수 있는데, 그 과정조차 생략된 '가짜 뉴스 채널'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실시간으로 본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한때 실시간으로 보면서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어떤 순간들을 떠올렸다. 거대한 참사가 일어나는 장면을 몇날며칠 우리가 가만히 보고 있었던 순간들. 정제되고 편집된 뉴스 영상이 아닌, 마구잡이로 찍힌 사고 현장을 조용한 방에서 핸드폰으로 들여다 보면서 '이걸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맞아?' 싶었던 순간들. 가슴이 쿵쾅거려 잠들기 어려웠던 밤들로 이어졌지만, 이런 날들이 길어지고 아득해지면 무뎌질 수밖에 없다.
지난 15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얼추 추산하기로도 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고, 이 중 70% 가량이 여성과 어린이라는 UN의 분석이 있었다.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거라는 추측이, 카더라 통신이 아닌 의학 학술지에 실렸다. 병원과 학교는 의례적으로 마지막 안전지대지만, 전쟁 규칙을 무시하고 조준 폭격하기도 했다. 하루에 몇 명씩 죽었다더라, 그 중 아이들이 몇이라더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끔찍한 소식을 무수히 들으며 나는 이미 무뎌졌다. 실시간으로 본다는 것은 사람을 미치게 괴롭게 하거나 무뎌지게 하거나, 둘 중 하나의 수순이 되기 쉽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이 의미있게 느껴졌다. 불 꺼진 스튜디오에서 제프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 그곳은 유일하게 희미한 빛이 드는 공간이었다.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게시판이다.
우리의 시선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상황 전개 소식을 듣고 복도에 선 언론인들을 비추는 카메라가 흔들렸듯. 물론 흔들리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잡겠지만, 언론인도 흔들린다. (흔들렸을 때의 결과가 너무 끔찍하기에, 그들에게 남다른 균형 감각이 주어지길 간절히 바라게 되지만.) 시청자도 흔들린다. 시청자는 숫자가 되어 언론인에게 영향을 주고, 언론인들은 또 다른 숫자를 창조해낸다. 우리는 순환한다.
그러나 흔들림 끝에 우리의 시선이 희미한 빛 아래 사람의 얼굴에 머물 수 있다면. 결국 시선은 마음 가는 곳을 향하게 되어 있다. 95분을 빼곡하게 채우는 영화적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지만, 동시에 영화 바깥 나의 시선을 가다듬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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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가 이어져야하는 이유
기술이 발전한 만큼 다양한 범죄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다. 단순한 폭력사건부터 시작해서 지능범죄까지 이런저런 범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 범죄 예방과 해결을 위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이 동분서주 활동하고 있다. 그런 경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고,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은 사건 해결과 범죄자 처벌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실에서의 범죄는 피해자에게 무척 잔인하게 느껴진다. 아주 사소한 범죄도 있지만 심각한 살인이나 조직범죄는 우리의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파고든 영역은 바로 그 지점이다. 대중들이 공포심을 가질만한 사건을 선택해 그걸 더 극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마석도 형사(마동석)의 능력을 빌려와 악을 처벌한다. 명확한 선악구도 속에서 마형사가 휘두르는 주먹은 꽤나 통쾌하게 느껴진다.
통쾌하게 범죄를 해결하는 마석도 형사의 세 번째 영화
2017년에 개봉했던 <범죄도시> 1편은 범죄 누아르의 색깔이 강했던 영화다. 장첸(윤계상)이라는 강력한 빌런을 등장시켜 마석도 형사가 속한 강력반 형사들의 대결을 담은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680만 명의 관객을 극장에 불러왔다. 2022년에 개봉한 <범죄도시2>는 누아르의 색깔을 조금 덜어내고, 마석도 형사의 주먹에 좀 더 무게를 뒀다. 마형사가 주먹을 휘두를 때 둔탁한 효과음이 들어갔고, 그 주먹을 맞는 범죄자들은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야말로 핵펀지로 범죄가 박살 나는 과정을 담았다. 이런 통쾌한 설정 때문에 1,000만이 넘는 관객들이 코로나의 해방감을 이 영화로 표출했다.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범죄도시3>는 2편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마석도 형사 특유의 호감형 액션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통쾌함이 영화 전반에 가득하다. 전편보다 더 많아진 액션과 유머가 더 가벼운 오락영화로서 훌륭하게 쓰이고 있다. 이야기의 구성은 단순해졌지만 전편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또 한 번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첫 주 개봉 이후 500만 명 가까운 관객들이 마석도 형사의 활약을 지켜봤다.
<범죄도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은 강력한 악으로 등장한다. 1편의 장첸은 모두를 다 씹어먹을 것 같은 극악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장첸의 존재감은 시리즈 전반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2편의 강해상(손석구)도 꽤 강력한 빌런이었다. 주로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그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베트남이든 한국이든 종횡무진 앞으로 나아간다. 나아가며 모든 사람들을 핏조각으로 만드는 인물이었다. <범죄도시3>에 등장하는 빌런은 두 명이다.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가 한국 들어온 마약 사업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 두 인물 모두 꽤 강력해 보이지만 전편들에 등장했던 빌런들에 비해서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새롭게 등장하는 두 명의 빌런
<범죄도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은 온전한 악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빌런이 가진 이야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1편과 2편의 빌런인 장첸과 강해상은 그들이 벌이는 일을 벌이는 방법과 이유에 대한 서사가 조금은 있었다면, 3편에 등장하는 두 빌런인 주성철과 리키에게는 그런 서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빌런들이 뭘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그렇게 잔인하게만 행동을 해야 하는지 영화 속에서는 알기가 어렵다. 그저 돈 때문이라는 원초적인 이유 외에는 다른 서사가 없어 그들이 등장할 때 느껴지는 공포심은 전편에 비해 줄었다.
이번 세 번째 시리즈에서 더 신경 쓴 건, 마석도 형사의 주먹으로 보여지는 타격감이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마형사가 범죄자들을 때리는 소리는 더 둔탁해졌다. 천만을 넘은 2편의 성공요인이었던 통쾌한 타격감을 더 강하게 하고 유머를 더 추가함으로써 좀 더 가볍게 마형사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그러니까 성공한 요인에 대한 분석을 한 뒤, 그 성공요인에 영향을 준 강점을 더 극대화시킨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 꽤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이 선택은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강력한 호감형 캐릭터인 마석도 형사라는 캐릭터가 이 영화의 약점인 빈약한 서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만든다. 이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호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배우와 캐릭터의 호감은 앞으로 8편까지 기획된 <범죄도시>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 만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큰 강점 아래에서 부족한 서사를 어떤 식으로 보강하고 변주하느냐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범죄들이 존재한다. 그 많은 범죄를 1차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일선의 경찰들이다. 경찰들이 실제로 겪은 여러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나씩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이 <범죄도시> 시리즈는 점점 빈약해지는 서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오고 있다. 볼만한 한국영화가 별로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분노의 질주>나 <인어공주> 같은 큰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개봉한 가운데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영화 <범죄도시3>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잘 담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여전히 미해결 되고 있는 여러 범죄들 그리고 솜방망이 판결 등 통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영화 속에서나마 통쾌한 범죄의 해결을 보고 싶어 하게 만들고 있다.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
<범죄도시> 시리즈는 아주 호감형 캐릭터인 마석도 형사의 무게감이 크다. 여기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빌런이 등장하는 것이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이어지는 시리즈마다 빌런의 양을 늘리기보다는 하나의 빌런을 두고 좀 더 탄탄한 서사를 만들어 그 무게감을 늘린다면 꽤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시리즈가 될 것 같다. 내년에 개봉예정인 4편이 성공하고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영화에 등장했던 여러 빌런들이 한꺼번에 재등장하는 등의 이벤트성 시리즈도 기획해 볼 만하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강점을 비슷하게 반복하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세계관 안에서 만큼은 온갖 흉악범죄가 해결되고 통쾌하게 응징당하는 모습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게 되면 식상함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한국에도 마석도 형사라는 영웅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리즈 영화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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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제된 악의 미학
영화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악역 캐릭터로 빠지지 않는 그 이름, 한니발 렉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그는, 영화 속에서 신입 FBI 요원 클라리스 스털링과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범죄 심리 스릴러의 정점을 찍으며 동시에, 둘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애틋함은 이 영화를 더욱 깊이 있는 작품으로 만든다.
살아숨쉬는 캐릭터의 품격
주인공 클라리스 스털링은 FBI 연수생으로, 연쇄 살인범 ‘버팔로 빌’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그녀가 범죄자를 추적하던 중 자신의 과거와 겹쳐 보이게 되고, 한니발 렉터 박사에 의해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안겼던 사건을 꺼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자신이 지키지 못한 양들의 울음소리에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그녀는 과거를 마주하고, 피해자를 구출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극복했다. 영화는 스털링의 내면을 세밀하게 조명하며, FBI와 범죄자의 세계에서 자신 내면과 싸우며 극복하고 한니발 렉터의 주도권을 서서히 잡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인상깊게 남는다.
한니발 렉터는 잔인한 식인 살인마이면서도 품격과 예의를 갖추었으며, 뛰어난 지적 능력까지 지닌 인물이다. 그의 대사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꿰뚫는 면도날 같은 질문이며, 그를 마주한 순간 상대는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내면의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렉터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양들의 침묵>을 단순한 스릴러에서 심리적 탐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연출 중 하나는 한니발과 스털링의 관계다. 렉터는 스털링을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그녀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그녀를 조롱하거나 협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스털링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성장하도록 유도한다. 두 사람은 감옥이라는 공간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며, 그 안에서 위험하면서도 은근한 신뢰가 싹튼다. 첫 만남은 신인 스털링을 한니발을 아래로 내려다봄으로써 상하관계가 형성되었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한니발과 클라리스는 수평적인 관계이자 클라리스가 주도권을 가진 관계로 발전한다. 스털링은 렉터를 경계하면서도 그의 조언을 따라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를 얻으며, 렉터 역시 그녀에게 흥미를 느끼고 독특한 방식으로 돕는다. 이러한 긴장과 협력의 균형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
‘양들의 울음소리’는 그녀가 외면하고 싶었던 트라우마를 상징하며, 결국 그녀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외부의 범죄자가 아니라 내면의 상처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리고 한니발 렉터는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형상화한 존재다. 그는 살인마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버팔로 빌보다 훨씬 정제된 지성과 매력을 갖춘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대비는 악(惡)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며,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을 허물어버린다.<양들의 침묵>은 공포와 긴장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리적 여정이다. 클라리스 스털링의 상처와 성장, 그리고 한니발 렉터라는 미스터리한 존재의 이중성은 매력적인 스토리로 살아숨쉰다.
변화를 원하는 것은 버팔로 빌뿐만 아니라 클라리스 스털링 그리고 한니발 렉터 또한 마찬가지다.
한니발과 클라리스는 서로가 서로를 만남으로써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나방으로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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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5 | 매트릭스 인문학적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5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4 [오라클은 악마다?] https://youtu.be/fLgWf7NWkn8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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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부기> 메인 예고편
언젠가 NBA에서 활약할 날을 꿈꾸는 농구 유망주 ‘알프레드 부기 친’(테일러 타카하시)은 대학 진학과 장학금 문제로 부모님과 대립하기 시작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시아계 2세대로서의 정체성 고민, 라이벌과의 실력 차이, 여자친구와의 갈등까지 겪게 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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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 공식 예고편
로버트 해리스가 집필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원작의 영화. 1938년 가을, 전쟁의 위기에 내몰린 유럽. 아돌프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준비하고, 네빌 체임벌린 정부는 절박한 심정으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중이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긴급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뮌헨으로 향하는 영국 공무원 휴 레것과 독일 외교관 파울 폰 하르트만. 협상이 개시되자 두 오랜 대학 친구는 자신들이 얽히고설킨 정치적 음모와 거대한 위협의 정중앙에 놓여 있음을 깨닫는다.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 대가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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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현재를 살아가다
대만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은 편인데다가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별로 안 좋아했는데 굉장히 재밌게 봤던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과 은근히 반전소재 있었던 것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시놉시스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넌 영원히 내 눈 속에 사과야!
학교 대표 얼간이 커징텅과 친구들은 최고의 모범생 션자이를 좋아한다. 수업 도중 사고를 친 커징텅은 션자이의 특별 감시를 받게 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션자이에 대한 마음이 커진 커징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백을 하지만 션자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렇게 15년이 지나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 때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이 이후로는 영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뭔가 하나씩 예상에서 어긋나는 재미
나는 영화를 볼 때 어느 정도 이렇게 되겠다 예상을 하거나 기대를 하며 보는 편이다. 그래서 그 예측이 어긋나거나 어긋나더라고 그 설명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으면 화를 내는 타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정말 거의 모든 것이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션자이와 커징텅이 이어질 줄 알았고, 그래서 첫 장면에서 커징텅이 신랑이고 션자이가 신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션자이는 다른사람과 결혼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커징텅이 션자이와 함께 공부를 시작하면서 성적이 오르고 션자이와 커징텅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뭐가 잘 될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센텐츠’들을 계속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정말 그 기대가 틀렸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센텐츠들이 영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었기 때문에 아,,, 이래서 그 말을 했구나, 이래서 뜸을 들였구나 이해가 되다보니 그 어긋남이 즐거울 수 있었다.
유쾌하게 그려내는 비극이랄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정말 내용만 보면 굉장히 비극적이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이어지지 못하고, 원하는 대학에도 못가고, 뭘 먹고 살지 모르겠다던 커징텅은 갑자기 인터넷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이루지는 못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센텐츠들을 통해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생의 모든 사건은 나름 의미가 있다. 열심히 해도 아무 속득 없는 거 인생이 원래 그런거야. 시험 문체처럼 모든 일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답이 없다 해도 늘 답을 알 수는 없다.”
그토록 원하던 것을 갖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는 것, 그래서 그저 주저 앉아 슬퍼하고만 있지 않는 주인공들 덕분에 유쾌함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던 작품이었다.
현재의 감성과 일치하는 영화가 아닐까?
풋풋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전반적인 주제를 살펴보면 굉장히 현재의 감성과 일치하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10년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그 감성이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놀면 뭐하니?에서도 나왔듯이 비가 ‘포기하지마’라는 주제를 추천하자 이효리는 ‘포기해’가 요즘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주제라고 말한다. 요즘 사회는 안 되는 거 부여잡고 희망고문하지 말고 적당히 포기하면서 현새의 삶에 만족하며 그 소중함을 즐기는 것이 분위기다. 그러한 주제가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도 똑같이 등장한다.
“늘 미래만 상상할 뿐 현재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지요.”
션자이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며 고별사를 할 때 했던 말이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뭐 그렇게들 발전을 좋아하는지,,, 그렇게 발전을 해도 또 그 원하는 자리에 가서도 발전해야 한다고 즐기질 못할텐데 말이다. 나는 지금 현재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미래의 행복을 정말 이뤘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션자이가 저 말을 하는 순간 너도...? 나도!!! 하면서 내적 하이파이브를 쳤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첫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라는 틀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현재에 대한 소중함과 유쾌함을 다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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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꿈을 향한 뜀박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나가사와 마사미,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의 고마츠 나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마코토, 그리고 <Hi High> MV에 등장하는 이달의 소녀 멤버들 등 소녀가 달릴 때 가슴이 요동친다. 각각 운명, 현실, 시간 등 자신을 옥죄는 규정된 틀을 어떻게든 깨뜨리기 위해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역동적이며, 아름답기 때문이다.
<탈주>의 주인공은 소녀가 아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 행복을 위해 질주하는 청년의 모습은 앞서 소개한 인물들과 유사한 감정이 느껴진다. 늘어지는 서사와 개연성 미흡 등 여러 곳에 묻힌 지뢰가 발목을 잡지만, 실패를 무릅쓰더라도 내달리는 용기의 뜀박질은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하다.
만기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규남(이제훈)은 밤만 되면 어디론가 뛴다. 목표는 휴전선 근처. 탈북을 계획하고 있는 그는 매일 밤 지뢰 위치를 확인하며 지도에 표시한다. 대망의 D-DAY. 휴전선을 넘기로 한 그날, 그가 아끼는 부하 동혁(홍사빈)이 자신의 지도를 훔쳐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힌다. 규남 또한 공범으로 몰린다. 이때 규남과 친분이 있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이 그를 다른 부대로 전출시킨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규남의 탈북 마음은 변함이 없고, 더 이상 자신에게 기회가 없을 거라는 마음을 안고 남쪽으로 내달린다.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당황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모두가 직진하는 영화다
한 인터뷰에서 <탈주>의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이 말했듯, 영화는 끊임없이 달린다. 육상 경기로 대입하자면 장거리보단 단거리에 걸맞다.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내리 달리는 영화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듯, 첫 장면부터 규남의 뜀박질이 이어진다.
<탈주>는 북한을 배경으로 이뤄진 영화지만,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탈주’보다는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에 집중한 ‘탈주’로 그린다. 기존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과는 달리 후자에 포커싱을 맞춘 작품답게 규남을 보면 암울한 현실 속 청춘의 모습과 겹친다.
제대 후 정해진 역할과 일에 순응해야 하는 규남에게 있어 미래는 컴컴한 터널이다.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슴이 요동치는 인생도 아니기에, 자유의 땅 남한으로 간다. 실패할 자유는 있지만, 그 또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도전이자 모험이라 생각한 그는 인류 최초 남극점을 탐험한 로알 아문센처럼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을 감행한다.
규남의 발목을 잡는 건 다름 아닌 체제에 순응했지만 매번 과거 자신이 꿈꾸던 삶을 그리워하는 현상이다. 규남도 자신처럼 주어진 달콤하고도 씁쓸한 운명에 수긍하게 만들려 한다. 현상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남으로 달리는 규남을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가슴으로 이해하는데, 그 또한 이 고민을 해봤던 이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상은 단순한 빌런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규남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보여주는 역할도 맡는다. 체제(운명)에 순응했지만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괴로워하는 현상의 모습은 이를 방증한다.
‘북한 병사가 탈주한다’는 직접적이고 단선적인 스토리라인, 우려도 심하게 우려먹은 남북 소재를 택한 단점을 메우듯 영화는 속도를 높인다. 끊임없이 달리는 규남의 역동적 에너지는 계속해서 관객을 자극하고, 이에 맞게 빠른 편집과 촬영이 보는 맛을 더한다. 마치 RPM이 계속 올라가듯 극 중 탈주극은 심장을 계속 뛰게 만든다.
앞서 얘기했듯 초반보다 중반, 중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스토리의 짜임새는 헐겁다. 인물들의 구체적인 전사가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단선적인 스토리라인 때문에 다채로움은 떨어진다. 이를 위해 이솜, 송강 등 깜짝 출연진들로 생기를 불어넣지만, 이내 금방 사라진다. 대신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건 주연 배우들의 몫. 이제훈과 구교환은 쫓고 쫓기는 자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한 명은 뜨거움으로 한 명은 차가움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상반된 이들의 부딪히는 에너지는 그 자체로 볼거리. 여기에 작년 <화란>에서 불꽃 같은 연기를 보여준 홍사빈도 조연이지만 자신만의 인장을 찍는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목숨을 건 대탈주를 기어이 행동으로 옮기는 규남은 삶의 주도권을 자신이 잡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건 내 인생이고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그 의미의 소중함. 90여 분을 내리 달리는 동안 장애물 구간, 숨이 가빠오는 구간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결승지점에 가닿는 영화가 청춘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사진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평점: 3.0 / 5.0
한줄평: 행복을 위한 뜀박질, 내 인생은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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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8월 신작
넷플릭스 2022년 8월!
신작 추천5편
서울대작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드라이버와 정비 전문가 등이 모인 팀이
특수 위장 작전에 투입된다
작전의 목표는 대규모 돈세탁 조직의 실체를 밝히고 와해하는 것
감독: 문현성
출연: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옹성우, 문소리, 김성균, 오정세, 정웅인 등
장르: 블록버스터 코미디
공개: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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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가족
돈이 절실히 필요한 대학 강사가 우연히
마약 조직의 거금을 손에 넣는다
파탄 직전에 이른 가족을 구할 유일한 방법은 이제
마약운반책이 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김진우, 이제곤
출연: 정우, 박희순, 윤진서, 박지연, 최무성, 김성오, 오광록 등
장르: 스릴러, 드라마
공개: 8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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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기억을 잃을 채 깨어난 남자
귀에 장착된 장치를 통해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제 이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위험천만한 인질 구조 작전에
뛰어 드는데...
감독: 정병길
출연: 주원, 이성재, 정소리, 김보민 등
장르: 스릴러
공개: 8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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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오랜 세월 감금당한 채 지내온 꿈의 군주 모르페우스
그가 여러 세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빼앗긴 건들과 잃어버린 힘을 되찾기 위해...
크리에이터: 닐 게이먼
출연: 톰 스터리지, 제나 콜먼 등
장르: 판타지 드라마
공개: 8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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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임
가정에 충실한 전업주부 남자
가족들이 집을 비워 몇 년 만에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
이 기회를 만끽하려 피타광인 옛 친구의 생일 모임에 합류하는데
일생일대의 미친 모험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감독: 존 함부르크
출연: 캐빈 하트, 마크 월버그, 레지나 홀 등
장르: 코미디
공개: 8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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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과 시선의 방향
SYNOPSIS.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올림픽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 생중계! 방송을 멈출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POINT.
✔️ 실화 기반이지만,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전개됩니다.
✔️ 그러나 잔인한 장면은 들어있지 않아요. 저는 이 지점이 좋았습니다.
✔️ 속도감 있는 전개 안에서, 방송국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의 책임감과 고민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 더불어 언론인들의 전문가다운 면모로 척척 손발이 맞는 장면들도 재미있었어요.
✔️ 그 장면들을 뒷받침하는 것은 다양한 배우들의 협연입니다. <퍼스트 카우>, <쇼잉 업>에서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존 마가로, <티처스 라운지>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레오니 베네쉬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 포스터만 보면 <스포트라이트>보다 10년 앞서 나온 영화처럼 보여요... 하지만 영화는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영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버거워하고, 영화라 해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테러를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건 존 마가로의 얼굴이 궁금해서였다. <퍼스트 카우>에서 소처럼 순박한 눈망울을 보여주었고, <쇼잉 업>에서 불퉁하게 세상과 불화하는 동생의 표정을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그리고 나는 존 마가로를 못 알아볼 뻔 했다. 아니 존 마가로를 궁금해 할 겨를이 없었다. 빠른 전개 안에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느라.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영화관에 앉았지만, 극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언론의 생중계 현장을 담은 영화이다 보니 그들의 대화와 상황 설명을 통해 친절하게 정보가 전달되고, 방송을 만드는 과정을 척척 담아내어 그 설명이 늘어지는 법도 없다. LA 비평가 협회상에서 편집상을 수상한 이유를 알 것 같은 대목이다.
전개가 빠른 영화의 스토리라인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보고 나서 마음에 남은 생각들만 정리해 보고 싶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
영화 초반에 인물들이 서로의 국적을 인식하고 있음이 대사에서 수 차례 드러난다. 지네딘 수알렘이 연기한 캐릭터 자크의 경우, 자크라는 이름보다 프랑스인이라는 국적으로 더 많이 불리고 인지될 만큼 국적이 강조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당시의 상황을 조망한다. 독일에 대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세계, 세계에 대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독일. 앙금은 남아있지만 이제 가장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이벤트가 펼쳐져야 한다. 국적에 따라 다른 입장은 개인의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 평화와 우호를 말하는 행사에서조차 국적을 고려하여 방영 우선순위를 결정할 만큼.
우리 각자의 자리는 과연 각자만의 자리인가. 독일과 프랑스, 미국의 관계 뿐 아니라 영화의 배경이 되는 테러 사건 또한 국적에 따라 다른 입장과 감정이 뒤얽힌 사건이다. 테러리즘 사건 하나만 놓고 가타부타 판단하기엔 너무 많은 사건과 역사가 줄줄이 얽혀 있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맥마흔 선언과 밸푸어 선언의 발화자였던 영국을 비롯해 여기 얽힌 국가들이 더 많이 있다.
과거는 온전하게 과거로만 존재하지 못하고, 타자는 철저하게 타자로만 존재하지 못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무언가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가능한가? 언론인이라면 다르게 답할 수 있겠지만... 시민인 나로서는 그저 연결되어 있는 서로를 감각하며 나의 자리를 확인하고 내 시각이 어느 방향에 서 있는지를 좀더 명확히 아는 것, 그리고 그만큼을 감안하는 것, 어쩌면 그게 최선의 균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밖에서 조심스러워지는 마음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도 영화 바깥이 궁금했다. 그리고 보는 동안 혹시라도 이스라엘의 '피해자성'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올까봐 꽤나 긴장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감독과 제작진이 유대인인지 다급하게 찾아보게 될까봐 긴장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에. 영화의 안과 밖 또한 예외가 아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인질이 석방되고 군이 철수하고 있다. 그동안 사람을 말살할 것처럼 쏟아붓던 공격이 멈춘 것은 참으로 다행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지구를 "장악"해서 "재개발"하곘다는 소리를 하고 있고, 휴전 협상 다음 단계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런 세상에서 팔레스타인 과격 단체가 이스라엘 대표단을 인질로 잡아 벌인 테러극을 담은 영화라면, 이 영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그리는지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전혀 담지 않았고, 테러 사건의 전개는 전화와 전보를 비롯한 소식으로 전달되어 대사로 공유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본인 할 일을 하는 언론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주력한 영화다운 선택이다.
영화 속 언론인들은 이제 막 도입된 위성 생중계라는 신기술과, 자신들이 정통한 각종 기술을 펼쳐 보인다. 옛날 텔레비전에는 저런 식으로 자막을 깔았던 거구나, 사진을 저런 식으로 확대했구나, 스튜디오 연결은 저렇게 하는구나... 같은 생각들을 하며 본 그들의 능숙한 손놀림 뒤에는, 지금 어디와 연결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 소식을 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그때그때 선택해야 하는 언론인들의 본능이 있다. 역시나, 영화 밖에서 조심스러워지는 마음이다.
제작자의 마음과 시청자의 마음
능숙하게 자기 일을 하면서 그때그때 판단을 내리는 언론인들의 모습은, 전문가처럼 보여 한편으로는 멋있으면서도... 동시에 징그럽다. 선택을 내릴 때 그들은 인간성을 우선순위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선택이 미칠 파장을, 그 경우의 수를 일일이 계산한다면 방송은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이 영화처럼 급박하게 굴러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뉴스 보도국이 아니라 스포츠국이지만 지금 상황을 곧바로 담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라는 사명감과, 방송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욕심과, 갑작스럽게 굴러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따라가는 데 분주한 마음은 이리저리 뒤엉킨다. 그 안에서 최소한의 윤리 준칙이 무너지기 너무 쉬워 보이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동안 제작자의 마음보다 더 징그러운 것을 발견하는데, 내 안에서 발견한 시청자의 마음이다. 사건 전개를 궁금해 하면서 상황이 전개되기를 기다리는 기자의 마음, 또 나의 마음. 그건 어디를 향하고 있나. 심지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모두가 각자의 스크린을 각자의 알고리즘 안에서 보고 있는 세상이다. 더블체크되지 않은 정보 채널이 마구 난립하는 세상.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언론인들이 서로 논의하며 갈등하여 적정선을 찾아가는 결과물조차 뜻하지 않은 사고를 칠 수 있는데, 그 과정조차 생략된 '가짜 뉴스 채널'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실시간으로 본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한때 실시간으로 보면서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어떤 순간들을 떠올렸다. 거대한 참사가 일어나는 장면을 몇날며칠 우리가 가만히 보고 있었던 순간들. 정제되고 편집된 뉴스 영상이 아닌, 마구잡이로 찍힌 사고 현장을 조용한 방에서 핸드폰으로 들여다 보면서 '이걸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맞아?' 싶었던 순간들. 가슴이 쿵쾅거려 잠들기 어려웠던 밤들로 이어졌지만, 이런 날들이 길어지고 아득해지면 무뎌질 수밖에 없다.
지난 15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얼추 추산하기로도 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고, 이 중 70% 가량이 여성과 어린이라는 UN의 분석이 있었다.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거라는 추측이, 카더라 통신이 아닌 의학 학술지에 실렸다. 병원과 학교는 의례적으로 마지막 안전지대지만, 전쟁 규칙을 무시하고 조준 폭격하기도 했다. 하루에 몇 명씩 죽었다더라, 그 중 아이들이 몇이라더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끔찍한 소식을 무수히 들으며 나는 이미 무뎌졌다. 실시간으로 본다는 것은 사람을 미치게 괴롭게 하거나 무뎌지게 하거나, 둘 중 하나의 수순이 되기 쉽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이 의미있게 느껴졌다. 불 꺼진 스튜디오에서 제프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 그곳은 유일하게 희미한 빛이 드는 공간이었다.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게시판이다.
우리의 시선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상황 전개 소식을 듣고 복도에 선 언론인들을 비추는 카메라가 흔들렸듯. 물론 흔들리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잡겠지만, 언론인도 흔들린다. (흔들렸을 때의 결과가 너무 끔찍하기에, 그들에게 남다른 균형 감각이 주어지길 간절히 바라게 되지만.) 시청자도 흔들린다. 시청자는 숫자가 되어 언론인에게 영향을 주고, 언론인들은 또 다른 숫자를 창조해낸다. 우리는 순환한다.
그러나 흔들림 끝에 우리의 시선이 희미한 빛 아래 사람의 얼굴에 머물 수 있다면. 결국 시선은 마음 가는 곳을 향하게 되어 있다. 95분을 빼곡하게 채우는 영화적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지만, 동시에 영화 바깥 나의 시선을 가다듬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