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2-12 17:51:36
1승 | 엉성한 토스와 힘이 부족한 스파이크
<1승>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도자 생활 내내 1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적이 없는 배구 선수 출신 감독 '우진'(송강호). 아내와도 이혼하고 맡은 팀도 없던 그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 에이스 '성유라'가 이적하면서 오합지졸이 된 팀이지만, 우진은 기꺼이 감독 제의를 받아들인다. 1년만 버티면,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옮겨주겠다는 이면의 약속과 함께.
의욕 없는 감독과 실력 없는 선수들이 만나 개막 후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핑크스톰. 하지만 자기 선수 생활을 망친 '문오성'(김홍파) 감독에게 조롱을 당한 뒤 우진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 악연인 스승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겠다고. 이에 발맞춰 안하무인 구단주 '정원'(박정민)도 핑크스톰이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걸자, 우진은 단 한 번이라도 이기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잘못된 비빔밥
대부분의 상업 영화가 그렇지만, 특히 스포츠 영화는 모범답안이 확실하다. 서사적으로는 전력이 약한 팀이나 선수가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초반 훈련 과정은 유머로, 후반부에는 감동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국가대표>가 가장 대표적이다. 작년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나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도 비슷한 결의 영화다.
캐릭터는 감독과 선수가 핵심이다. 균형추가 한쪽으로 쏠릴 때도 있지만, 감독과 선수는 대체로 서로의 아픔과 상실감을 위로하며 한 팀으로 거듭난다. 근래에는 <머니 볼>이나 <스토브리그>처럼 단장, 구단주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 대신 스포츠 산업 종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에어> 같은 영화도 유사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신연식 감독의 <1승>은 스포츠 영화의 공식과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고자 했다. 오합지졸 배구 감독과 선수를 묘사한 대목은 <드림>과 같은 웃음을, 그들이 한 팀이 되어 마침내 승리를 거두는 모습은 <국가대표>나 <우생순>과 비슷한 감동을 목표로 한다. 구단주가 새로운 목표에 맞는 팀을 재조직하는 과정은 <스토브리그>를 만화적으로 변형한 듯하다. 문제는 이 모든 요소가 따로 놀면서 서로의 맛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웃기 힘든 코미디 영화
<1승>의 초반부는 코미디를 지향한다. 구단주의 인수 사가, 단기 감독 임명, 의지 없는 선수의 조합만 놓고 보면 누가 보더라도 코미디다. 팀 내에서 쏟아져 나오는 갈등과 문제 역시 그 재료로서 적합하다. 코칭스태프와의 어떤 논의도 없이 에이스나 가장 안정적인 포지션 선수만 팔거나, 징계받은 선수를 대거 영입하고, 현금 트레이드를 하는 등.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런데 <1승>은 뻔뻔함이 부족하다. 코미디나 만화적인 전개로 빠지려는 찰나에 톤을 다운시키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우진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1년만 프로 감독직을 맡은 후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넘어가려는 속물로 묘사된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영화는 우진과 스승과의 악연, 전처와 딸과의 미묘한 관계를 거듭 삽입하면서 웃음이 나오려는 분위기를 끊어버린다.
선수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폭행을 저질렀던 선수, 마흔이 된 베테랑 선수, 분노 조절 장애 선수, 일본 교포 출신 용병 등 각자 사연이 있는 문제아들은 훌륭한 유머 재료다. <드림>만 하더라도 노숙자 축구 선수들의 개인사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면서 더욱 뭉클하게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1승>은 이 모든 선수들을 단지 과거 팀의 에이스였던 성유라와의 갈등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소비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스스로 제약한다.
즉, <1승>은 만화적인 분위기를 밀어붙이는 뚝심이 부족하고, 다양한 캐릭터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했다. 꾸준히 비정상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정원 정도가 예외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인물들은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성급하게 대사를 한다. 이는 코믹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장애물이 된다. 뻔한 유머 포인트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으니, 큰 웃음이 나오기 어렵다.
목적이 결여된 1승
중반부 이후에 톤이 완전히 바뀌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그토록 1승을 염원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 일반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면 감독이나 선수가 진심으로 1승을 원하게 되거나,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그들이 한 팀으로 거듭나게 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국가대표>에서도 선수와 코치 모두 각자의 개인사나 비밀을 털어놓은 후에야 한 팀이 됐다. 그런데 <1승>에서는 그 전환점이 잘 안 보인다.
그래도 구단주와 감독의 목적은 유추할 수 있다. 정원은 일관적이다. 그는 문제아만 모이는 꼴등 팀이 1승을 챙겨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는 스토리텔링을 티켓 판매에 적극 활용한다. 우진의 변심도 어느 정도 근거가 보인다. 자리만 지키자는 생각을 하던 그는 고등학생 시절 선수 생활을 망쳤던 스승에게 패배한 후 조롱 섞인 비난을 듣는다. 이에 그는 어떻게든 1승을 챙겨서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는 욕구로 무장한다.
문제는 선수들이다. 적당히 연봉만 받자는 태도를 보여주던 선수들은 우진의 일갈 몇 마디에 갑자기 훈련과 경기에 몰입한다. 그 계기는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기회를 받고 싶어하는 몇몇 유망주를 제외하면, 선수들이 왜 1승을 원하는지를 좀처럼 알 수 없다. 성유라 관련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 결과 <1승>은 마지막까지도 각 캐릭터의 플롯이 하나의 목적지에서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스포츠 영화' 중 '스포츠'는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승>은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힘이 있다. 바로 배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힘이다. 실제로도 배구 경기 양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구현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초중반까지는 배구 경기가 흥미롭다고 하기 어렵다. 선수들 자체의 실력 문제가 있다 보니 경기 장면은 맥 빠지기 일쑤다. 하지만 후반부부터는 박력 넘치고, 쫄깃한 경기 장면이 등장하면서 보는 맛도 덩달아 살아난다.
특히 그래픽과 촬영분을 적절히 배합해 가능한 코트 위에서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재현하려 한 시도가 눈에 띈다. 특히 배구공에 카메라를 달은 시점에서 코트 양쪽을 10번 이상 오가는 랠리를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마치 <챌린저스>에서 테니스 공에 카메라를 단 시점으로 테니스 경기를 보여준 것을 연상시킨다. 배우들의 어설픈 움직임도 감출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특정 배구 용어와 작전이 어떻게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연출도 흥미롭다. 사실 해당 스포츠의 열성적인 팬이 아니라면 경기 도중에 전술, 전략적인 측면을 알아챌 눈썰미를 갖추기 어렵다. <1승>은 관객의 눈썰미까지 보충해 주면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특정 선수 교체 타이밍, 서브 공격 작전, 후위 공격과 속공 활용 시점, 포지션 변경 이유 등을 짚어주는 식이다.
그 덕분에 드라마가 공감되지 않거나, 유머 포인트가 웃기지 않더라도 <1승>은 결말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감동을 보장한다. 1세트, 1점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마지막 두 세 경기 양상을 쫓다 보면 승리를 향한 집념에 자연히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영화의 힘이라고 볼 수 없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의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재현했을 때의 전율을 두고 영화보다는 퀸의 노래 덕분이라는 말이 나온 것과 비슷하다.
세대교체?
배우들 상반된 모습도 특이점이다. 박정민은 다시 한번 가치를 증명했다. 자칫 유치하거나 과장되어서 어색할 수도 있는 만화적인 캐릭터에 최소한의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배우 본인이 인터넷 방송에 익숙해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한국 영화에서 개인 방송 화면이 등장할 때 느껴지는 위화감도 최소화했다. 만약 정원을 중심으로 더 유쾌하게, 끝까지 B금 감성을 유지했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반면에 지난 20여 년 간 국민 배우였던 송강호의 선구안은 이제 의문스럽다. 물론 <1승> 속 모습만으로 그의 연기력을 비판할 수는 없다. 애초에 그에게 주어진 우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이니까. 과거의 상처 때문에 속물처럼 살던 감독이 어릴 적 열정을 되찾는 서사는 스포츠 영화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클리셰다.
다만 <기생충> 이후 <나랏말싸미>, <브로커>, <비상선언>, <거미집> 등 송강호가 명성에 걸맞은 완성도를 갖추거나 흥행에 성공한 작품을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디즈니+의 <삼식이 삼촌>도 다른 OTT 시리즈에 비하면 반향이 크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1승>은, 아무리 개봉일에 국가적 불상사가 겹쳤다 하더라도, 송강호가 믿고 보는 배우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Poor 형편없는
우격다짐, 뒤죽박죽으로 간신히 챙긴 승리
Relative contents
-
- 레오스 카락스의 스타일 총집합, 황홀한 눈과 귀!
필자는 레오 카락스 감독의 전작인 홀리 모터스를 본 사람인지라, 이 영화에서의 뮤지컬 씬을 알기에 "이 감독이 뮤지컬 영화를 만든다니 대체 어떤 걸 보여줄 생각이지?" 라는 기대감과 호기심을 가지고 아네트를 관람했다. 그렇게 처음 관람하는 아네트를 보면서 놀랐던 점은 영화가 상당히 대중적이었다는 점이다. 난해하거나 그런 부분이 특별히 없어 뮤지컬 영화 답게 누구나 노래와 함께 서사를 편하게 따라갈 수 있다. 연출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나오는데, 여러 장르를 해온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준 기교를 실험적으로 총집합한 느낌이 들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최고작으로 뽑는 홀리 모터스 보다는 아니지만, 난 여전히 레오스 카락스 감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
- 2023 하반기 제작&공개 예정인 드라마 캐스팅 조합
2023 하반기 제작과 공개예정인 드라마 라인업이 공개됬는데요!
어마어마한 캐스팅으로 이슈가 되고있어 소개드리려 합니다.
정보
개요: 미스터리
감독: 김정권
출연: 이영애, 이무송, 황보름별, 김영재
편성: tvN
시놉시스
비밀을 가진 여성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안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자신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CINEPICK
<마에스트라>는 여성지휘자 차세음역 '이영애' 투자계 거물 재력가 유정재역'이무송이 만나 비밀스러운 스토리로 시청자를 사로잡을 예정인데요 프랑스 드라마 원작 <필하모니아>는 총 6부작으로 <마에스트라>는 프랑스 원작을 각색해 회차 수가 늘어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보
개요: 첩보멜로
감독: 김희원
출연: 전지현, 강동원
편성: 미정
시놉시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살아가던 스파이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CINEPICK
두 배우가 함께 드라마에 나오는게 놀라운데요. 강동원은 영화 스크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얼굴이었는데 20년만에 드라마로 컴백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과 많은 작품을 협업하기로 유명한 <아가씨> <마더> <헤어질 결심> 각본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가 각본을 맡으면서 어두운 분위기의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정보
개요: sf, 첩보멜로
감독: 박신우
출연: 이민호, 공효진
편성: 미정 /2024예정
시놉시스
우주정거장과 지구를 오가는 본격 우주 로맨틱 코미디
CINEPICK
<별들에게 물어봐>는 준비기간만 5년에 총 제작비 500억이 들어간 드라마입니다. 산부인과 의사이자 우주관광객인 '이민호'와 한국계 미국인 우주비행사인 '공효진', 파리 연구에 힘쓰는 천재 오정세까지 우주 로맨스라는 독특한 소재에 흥행 보증수표 캐스팅까지 정말 많이 기대가 되는데요. 2023년 4월에 촬영을 마치고 편성에 논의중이라고 합니다.
정보
개요: 멜로
감독: 김규태
출연: 서현진(검토중), 공유(검토중)
편성: 넷플릭스
시놉시스
결혼을 기만이라고 믿는 음악 프로듀서와 비혼주의자지만 직업은 결혼정보업체의 차장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CINEPICK
로코의 대명사라 불리는 서현진과 공유의 조합!
<우리들의 브루스> <괜찮아 사랑이야>등 명드라마를 연출한 김규태 pd와 <화랑>을 집필한 박은영 작가의 콜라보 또한 기대가 되는데요 박은영작가는 결혼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관습에대해 끊임없는 고민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특히 결혼과 출산이 저조해진 한국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대반영 드라마일것 같습니다.
정보
개요: 멜로
감독: 김원석
출연: 아이유, 박보검, 이준영
편성: 미확정
시놉시스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드라마
CINEPICK
'폭싹 속았수다'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제주방언이라고 합니다. 음악과 연기를 쉼없이 오가는 아이유와
군대 전역후 복귀작인 박보검이 만나 고된 시대를 견뎠던 우리들의 엄마, 아빠의 청춘을 그리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동백꽃 필무렵>의 임상춘 작가와 <나의 아저씨>와 <시그널>을 연출한 김원석감독이 작품을 맡아 촬영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정보
개요: 멜로
감독: 장영우, 김희원
출연: 김수현, 김지원, 박성훈, 곽동연, 이주빈, 윤보미
편성: tvN
시놉시스
부부가 아찔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
CINEPICK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으로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박지은 작가의 신작 <눈물의 여왕>은
김지원과 김수현이 재벌 부부로나와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는 드라마라고 합니다.
두 주연 말고도 <더 글로리> 박성훈과 <빅 마우스>의 곽동연 <종이의 집>이주빈 등 지금가장 핫한 배우들이 조연을 맡아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보
개요: 멜로
감독: 김광식
출연: 이준기, 장동건, 신세경, 김옥빈
편성: tvN
시놉시스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영웅들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CINEPICK
아스달 연대기 시즌2인 드라마 아라문의 검은 송중기, 김지원이 하차하고 이준기와 신세경이 새로 합류한 드라마입니다. 타곤(장동건)이 아스달의 왕좌를 차지한 지 8년, 이나이신기로 인정받은 은섬(이준기)은 아고 서른 개 씨족을 통일하고 아고연합을 건설합니다. 아스달 왕국을 이끄는 타곤과 아고 연합의 수장 은섬의 대전쟁이 시작됩니다.
개요: 스릴러
감독: 정동윤
출연: 한소희, 박서준, 수현, 김해숙, 위하준
편성: 넷플릭스
시놉시스
1945년의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크리처 스릴러
CINEPICK
시즌2까지 제작예정인 <경성크리처>는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인간의 탐욕으로 탄생한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인데요 <낭만닥터 김사부>시리즈를 집필한 강은경작가와 <스토브리그>를 연출한 정동윤감독이 제작진을 꾸렸다고 합니다. 괴물을 물리치는 젊은 청춘스타 한소희와 박서준의 모습과 45년대의 시대물로 눈을 즐겁게할 미술,소품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이었습니다.
-
- 똑같은 하루에 너만 없는 이곳.
무더움이 밤에도 이어지는 여름밤, 퇴근길에 갑작스러운 비에 몸을 피하다가 전 남자 친구 주환의 집 근처에 오게 된다. 공중전화 부스로 비를 피하던 지영이 망설이다가 주환의 집 문을 두드리고 주환은 흔쾌히 문을 열어준다. 비를 핑계로 들어간 공간은 곳곳에 변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다. 소거된 감정은 사랑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했지만 남겨진 공간과 사람은 늘 그대로인 모습에 괜스레 슬퍼진다. 하지만 미련이 남은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대비된 마음이 흐릿해진 마음을 또렷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행복으로 가득했던 시간에서 그렇지 않은 시간으로 옮겨가는 영화는 추억이 가득한 공간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감정을 조명한다. 비처럼 씻겨 내려가지 않은 기억과 비가 오지 않으면 짐이 되어버리고 마는 우산은 그 공간을 벗어나며 ‘미련’이라는 단어를 잉크처럼 퍼뜨린다. 상황의 그리움은 남았지만, 사람의 사랑은 다시 피어오르지 않고 변한 마음으로 가득 찰 것이다. 추억은 추억, 기억은 기억, 사람은 사람 자체로.
수경 / 비를 핑계로 너를 찾아갔다. 나와 함께했던 흔적과 내가 떠나갔던 그 공간이 그대로인 모습이 익숙하다. 그 공간을 미련 없이 나온 후, 옮겨진 감정은 네가 수경을 쓰고 슬픔을 쏟아냈던 것처럼 옮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너를 바라봤지만 실은 솟아오른 그리움이 울컥 흘러넘치는 걸 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주환 / 너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고 네가 돌아올 자리가 여전히 있는 이 공간에 네가 돌아왔다. 익숙한 이 공간에 너만 없는 이곳에 너를 다시 데려오려 애쓰지만 너는 각자 잘 지내자고 그렇게 말한다. 손을 흔들어줄 수는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미련을 완전히 떠나보내기는 어렵다. 그래도 비 맞지 말고 잘 갔으면 좋겠다.
-
- 도사와 외계인이 써내려 간 사상누각 SF 판타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22년 현재, 인간의 몸에 가두어진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기 위해 지구에 상주 중인 로봇 ‘가드’(김우빈)’와 ‘썬더(김대명)’. 인간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서 이들은 지구의 여러 시간대에 죄수를 가둬두고, 자동차와 비행선으로 변신할 수 있는 썬더를 통해 시간여행을 하며 죄수들을 감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려시대 말로 이동해 탈옥한 죄수를 검거한 가드와 썬더는 의도치 않게 인간의 아기를 현재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다. 한편 고려말 도사 ‘무륵(류준열)'은 현상금을 받기 위해 신검을 찾으러 나서다가 요괴를 만나고, 마찬가지로 신검을 찾는 ‘이안(김태리)'과 속고 속이는 쟁탈전을 벌인다.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도 마찬가지로 요괴의 존재를 감지하고 신검을 좇는 가운데, 밀본의 수장 '자장(김의성)' 도사도 신검 쟁탈전에 가담한다.
SF와 판타지의 만남을 보여주는 영화 <외계+인> 1부는 <범죄의 재구성>부터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에 이르기까지 흥행불패를 이어온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등의 스타 배우들이 총집합했고, 387일이라는 한국 역사상 최장 프로덕션 기간을 자랑한다. <승리호>처럼 한국형 SF를 표방한 것이나, 올여름 격돌할 이른바 한국영화 Big 4 중 첫 번째이기에 기대가 더 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외계+인> 1부는 실망스럽다. 여러 이유를 꼽을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화의 초점은 산만하고, 감독의 장점인 하이스트 장르의 특징이 발현되려는 찰나에는 리듬감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 든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일부를 제외하면 캐릭터들의 매력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외계+인>은 감독의 전작이자 한국형 히어로 혹은 무협 판타지 영화였던 <전우치>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지점에서 sf와 판타지라는 상이한 장르적 특성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혹은 않은) 듯 보인다.
우선 <외계+인> 1부는 여러 측면에서 <전우치>와의 유사성을 보여준다. 도사 무륵의 첫 등장은 모의고사 지문으로도 등장했던 전우치의 등장씬을 오마주하며, 과거에서 현재로 이동한 <전우치>처럼 <외계+인> 1부도 시간여행을 펼친다. 두 신선 흑설과 청운이 코미디를 도맡는 것은 신선 3인방을 연상시키고, 고양이로 변신하는 좌왕과 우왕은 유해진이 연기했던 초랭이를 보는 듯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도사가 등장해 여러 시련 끝에 스승이 알려주지 않는 비기를 득도한다는 전개도 전우치의 성상 서사와 정확히 일치한다. 사람의 모습을 한 채 숨어 지내며 피리를 노리던 요괴 '화담(김윤석)'처럼 외계인이 사람의 모습을 취한 채 신검을 쫓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이는 바꿔 말해 <외계+인> 1부가 제목에서부터 강조하고 있는 외계인의 존재가 <전우치>를 더 큰 세계관을 확장시키기 위한 핵심 도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우치>가 일방향적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동하는 데 그쳤으니, 영화는 더 많은 도사와 더 복잡한 시간 여행기를 보여주려 한다. 그렇다고 이미 한 차례 활용한 빌런인 요괴를 등장시킬 수 없기에 전혀 다른 존재인 외계인을 등장시켜 현재와 과거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세계관을 키운다. 그래서 외계인은 철저히 수단적으로 활용된다. 외계인 캐릭터는 생동감이나 입체감이 부여받지 못한다. 그들의 존재는 위기를 자아내고, 시간 여행의 문을 열어서 사건의 발단을 만드는 것으로 활용가치가 충분하다. 그 문을 넘어서면 더 많은 도사와 주변인들이 과거의 현재 사이에서 펼치는 화려한 티키타카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까지만 보면 외계인을 투입한 선택은 그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도구적인 외계인 활용법은 두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하나는 무색무취한 외계인의 등장은 결국 SF 장르의 스펙터클이라는 외피만 취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로 인해 SF와 판타지라는 장르 사이에서 영화가 좀처럼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외계인을 통해 깔아 둔 판 위에서 펼쳐져야 할 여러 캐릭터들의 티키타카가 그 자체로 큰 재미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단 <외계+인> 1부는 SF 장르와 판타지 장르가 일반적 인식과 달리 결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SF와 판타지는 초자연적이고 초현실적인 현상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있다. 판타지 영화는 초자연적 세계와의 경계를 없애버리는 장르에 가깝다. 이 세계의 것이 아니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마법과 같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나니아 연대기>과 같은 판타지는 현실에 발붙이는 대신 초월적 세계를 주무대로 삼으며, 선악의 대립에 기초한 형이상학적 윤리관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장식한다. 반면에 SF 영화는 알려지지 않은 초자연적 세계를 향해 돌진하는 영화에 가깝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통해 당장은 이해할 수 없으나 미래에는 이해할 수 있을 현상과 세계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요구한다. 이때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주체적 노력이 이끌어내기에 SF는 판타지와 달리 당장 현실의 문제에 발 딛고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SF 영화가 재현하는 세계에는 당장 오늘의 현실적 문제가 투영된다. SF 영화 속 세계는 알아볼 수 있는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새로운 발견과 기술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세계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 지점에서 SF 영화에는 과학의 발달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낙관만큼이나 인간의 기계화나 혹은 기계의 인간화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자연히 깃들 수 있다. 그래서 SF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과학과 관련된 사회 제도와 구조와 관련이 깊을 수밖에 없다. 즉, SF 영화는 과학에 근간을 둔 스펙터클을 통해 오히려 인간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는 통로이며, <터미네이터>, <아바타>, <쥬라기 공원> 등의 SF 명작들은 제각기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선악의 대립 끝에 선의 승리를 통해 기존의 세계관과 질서를 반복하는 판타지가 보수적이라면, SF는 진보적인 장르인 것이다. 이는 SF 작가 테드 창이 "판타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라면 SF는 세계가 변화하는 이야기"라고 요약한 이유다.
단순히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돋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활용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데에만 치우친 많은 한국 SF 영화는 이 대목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현재나 혹은 과거 사회상에 대한 의식이 느껴지지 않는 이질적인 세계를 상상해 스크린에 띄운 결과 영화에서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부정적 우려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SF 영화의 세계관을 기대하는 관객과의 소통 부재를 일으키는 결정적 이유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나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로 인한 미래상을 그려낸 <설국열차>와 넷플릭스의 <승리호>가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외계+인> 1부는 익숙한 실수를 반복한다. 외계인들의 행성이 전쟁으로 인해 초토화된 후 평화에 반대하는 '설계자'를 비롯한 이들을 지구의 인간 속에 가두고 있다는 설정에서는 현실 세계를 향한 비판적 시선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구체적인 장면 없이 대사로만 전달될 뿐만 아니라, 반전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주제의식 자체도 지나치게 일반론적이다. 그나마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가드와 썬더가 인간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처럼 계량화 할 수 없는 요소들의 중요성을 깨닫는 대목에서는 인간성이 사라지는 세계에 대한 비판의식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내용은 고려시대를 배경을 한 도사들의 이야기에 밀려 제대로 된 서사와 분량을 배분받지 못하며, 결국 급작스러운 전개로 인해 메시지에 설득력이 실릴 틈이 없다. 가드와 썬더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전우치>의 연장선상인 판타지적 세계관에 속해 있기에, SF의 외적 요소를 제외하면 지향점이 근본적으로 다룬 SF영화의 스토리는 좀처럼 하나의 영화에 통합되지 않는다.
최동훈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적인 방식으로 <어벤져스>만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힌 대목에서는 이 실수가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당장 그 <어벤져스>도 판타지와 SF의 세계를 혼합하는 데 긴 시간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고도로 발전한 과학이 마법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중심이 된 시리즈에 신화 속 인물인 토르는 좀처럼 섞이지 못했다. <토르> 시리즈의 1편과 2편은 판타지도 sf도 아니라는 혹평을 들었고, 배경을 완전한 외계 행성으로 바꾼 3편부터 세계관에 녹아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외계+인> 1부도 단순히 기능적으로 SF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판타지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이정표를 목표로 했다면 더 많은 준비가 있어야 했다. 판타지와 SF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충분히 전개할 수 있는 구조와 구성, 시리즈의 편수와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 시리즈와 같은 배급 방식에 이르기까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는 최동훈 감독이기에 남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불안정한 세계관에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면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역으로 이는 최동훈 감독의 특기였다. 그의 영화들은 자세한 설정과 배경 설명, 구체적인 세계관을 토대로 관객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한눈에 들어오는 특출 난 캐릭터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관객의 귀로 곧장 꽂히는 매력적인 대사들로 무장한다. 관객의 눈과 귀를 현혹해 부족한 점을 가리고 러닝타임 내내 최동훈 감독의 시나리오를 따라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유달리 최동훈 감독의 작품은 명대사와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많다. 십수 년이 지나서도 명대사와 캐릭터를 재발굴할 수 있는 영화인 <타짜>, 모의고사 지문으로도 등장해 화제가 된 <전우치>, 전지현의 대표작인 <도둑들>과 이정재의 성대모사하면 빠질 수 없는 영화인 <암살>에 이르기까지.
<외계+인> 1부에서는 이러한 매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실한 세계관의 허점을 눈감고 넘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포인트가 없다. 물론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사들의 이야기는 나름대로 인물들의 매력을 어필한다. 흑설과 청운의 콤비는 등장인물들 중 가장 고타율의 유머를 자랑한다. 어느 시점부터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접점을 따라 전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무륵과 이안도 2부에서 풀릴 그들의 이야기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감은 심어준다. 나름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자장 도사도 극의 무게감을 잡아준다.
문제는 현대 시점이다. 외계인 캐릭터를 철저히 도구적으로 설정한 결과 그들과 맞서 싸우는 가드는 일인다역을 소화하는 김우빈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원맨쇼를 펼치는 듯 느껴진다. 그와 합을 맞춰야 할 또 다른 캐릭터인 썬더도 문제가 적지 않다. 전투가 벌어지거나 가드가 일을 할 때 달걀 모양의 로봇인 썬더가 말하는 "비상", "위험하다", "생명력 9%"와 같은 유치한 대사의 내용이 다급한 톤과 묘한 부조화를 일으키면서 흐름을 깨기 때문이다. 그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인 점,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한 C3PO와 R2D2처럼 로봇 캐릭터가 SF 영화에 매력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달리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외계+인> 1부는 한국 영화에서 여전히 생소한 SF와 판타지 간의 이종결합을 시도했다는 의의는 있을 지라도, 상업영화로서 최동훈 감독의 명성에 걸맞고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결과물은 아닌 것 같다는 인상만을 남긴 채 내년에 개봉할 2부를 기약한다.
P(Poor, 형편없는)
한국형 SF 판타지의 도전 그 자체를 칭찬하기에는 반면교사도, 롤모델도 너무 많다
-
- 라미란 코미디 원맨쇼
* <정직한 후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정직한 후보 (2020)
감독: 장유정
출연: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등
장르: 코미디
상영시간: 105분
개봉일: 2020.02.12
진실의 주둥이가 불러온 기상천외 선거전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튀어나오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그녀는 살아계신 할머니의 목숨까지 팔아 선거에 이용할 정도로 뻔뻔한 철면피다. 할머니의 이름을 팔아 설립한 재단을 앞세워 4선 도전도 무리 없이 진행되려던 찰나 손녀의 버릇을 고쳐놓고자 할머니 '옥희(나문희)'가 기도를 하면서 '상숙'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동안 거짓으로 포장했던 속마음들이 마치 생리 현상처럼 입에서 주체없이 튀어나오게 되고, '상숙'의 선거전에 크나큰 차질이 생긴다. 보좌관 '희철(김무열)'이 물심양면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며 어떻게든 리스크를 막아 보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잃은 '상숙'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된다. 이대로 4선의 목표가 좌절되려는 순간,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택하며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 나간다.
뻔하지만 코믹한, 유쾌함에 충실
<정직한 후보>는 '짐 캐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라이어 라이어>를 표절한 의혹이 있는 브라질 영화 <O Candidato Honesto>의 판권을 구매해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의 '변호사'를 '정치인'으로 바꾼 것만 빼면 내용상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선과 거짓으로 똘똘 뭉친 유력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소재로 써 내려갈 스토리가 워낙 뻔하다보니 작품의 줄거리를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실제 전개 역시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직한 후보>는 코미디 영화이고,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는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본질에만 충실해도 기본은 해냈다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인 설정, 식상한 스토리라인을 차치하고서라도 혼을 빼놓도록 웃기면 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적어도 가볍고 유쾌한 유머를 날리는데 충실하다. 작품을 이끄는 '라미란'의 역동적인 코믹 연기는 SNL '라미란' 편 혹은 그의 코미디 원맨쇼라 할 정도로 평범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원톱 주연인 '라미란'을 서포트 하는 두 남자, '김무열'과 '윤경호'의 연기도 함께 돋보인다. '김무열'은 중후한 카리스마 혹은 냉혈한 빌런의 모습으로 더 익숙한 배우이지만 극중 열정 넘치는 해결사, 어딘가 부족한 허당, 어리광을 피우는 남동생 등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라미란'과 '김무열'의 케미스트리는 작품의 두 번째 시즌이 탄생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식 전개로 갉아먹은 장점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코미디의 색채는 옅어지고 신파극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서 뒷심이 부족했다. 중반부까지는 스토리가 엉성하더라도 '주상숙'이라는 캐릭터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방식들이 웃음을 주고, 작품에 속도감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상숙'이 개과천선을 하고,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썩은 정치인들을 징악한다는 결말은 정치에 관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한국영화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즉, 뻔한 줄거리의 코미디 영화에 고리타분한 한국식 결말까지 더해져 인물의 톡톡 튀는 캐릭터성마저 희미하게 만들어버렸다. 오히려 초반부의 B급 감성을 끝까지 밀고 나갔더라면 코미디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나선 배우들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상의 비판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라미란에 의한, 라미란을 위한
<정직한 후보>의 가장 큰 가치는 원톱 주연으로서 코미디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끈 '라미란'의 역량과 내공이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여성 원톱 주연 영화는 활발하게 제작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제작되더라도 흥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혜수'가 원톱 주연으로 출연해 2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굿바이 싱글> 정도가 떠오른다.) 그런데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힘든 시국에도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시즌2 제작도 안정적으로 착수했다. 이는 전적으로 수많은 코미디 작품에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자신만의 유머 코드를 개척한 '라미란'의 기량이 발휘된 결과이며 그녀가 괜히 '청룡영화제'에서 코미디 원톱 주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게 아니라는 것 역시님 증명했다. 그동안 남성 원톱 주연 코미디 영화는 수없이 제작되었고 흥행한 사례도 많지만 여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정직한 후보>가 작품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할지라도 여성 원톱 주연 코미디 영화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 7명의 감독이 바라본 코로나가 존재하는 지금의 세상
코로나는 우리 사회를 정말 상상도 못한 형태로 뒤바꾸어 두었다.
현재는 사실상 엔데믹이라 부른다고는 하지만, 코로나의 영향은 우리 생활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그리고 예술에도 크나큰 변화를 일으켰다.
그 변화들을 거장들이 바라본 시선은 어떨까?
그 아이디어로 시작한 옴니버스 영화, <끝없는 폭풍의 해>를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다.
자파르 파나히, 안소니 천, 말릭 비탈, 로라 포이트러스, 도밍가 소토마요르, 데이빗 로워리,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이렇게 7명의 감독이 모여만든 옴니버스 영화이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단편은 일종의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이다.
마치 베니스 70 미래 재장전 중 김기덕 감독의 "나의 어머니" 처럼, 작중에서 감독이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지금 이게 픽션이 아니라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찍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가족들의 모습과 이야기 주제, 밖의 풍경 등 바뀌어버린 일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음과 동시에, 희망을 안겨준다.
안소니 천 감독의 단편은 코로나 시국, 오랜 기간 봉쇄된 우한의 한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코로나로 힘들어진 한 가정의 모습을 담담하고 현실적이게 담아낸다.
남자 배우 얼굴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바로 후 보 감독의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에서 주연으로 나온 장 위 배우였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의 분위기도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의 색감과 분위기 같다고 느꼈다.
말릭 비탈 감독의 단편은 다큐멘터리 형식에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미디어 아트 같은 방식으로 양육권 소송 중인 남자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전적인 이야기임과 동시에, 여기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끼친 코로나 시국이 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그런지 흥미롭게 감상한 단편이다.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의 단편은 이스라엘의 기업 NSO에서 만든 해킹툴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미국 정부와의 접촉, 실제 위협을 받거나 살해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인터넷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전세계적인 해킹은 정말 심각한 문제인만큼, 심도깊게 관람한 다큐였다.
도밍가 소토마요르 카스티요 감독의 단편은 코로나 시국에서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행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난했던 단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로인 건 아니었고 그럭저럭 괜찮게 감상했다.
마무리가 상당히 여운을 남긴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단편은 오래된 편지로부터 시작해 무언가를 찾아가는 한 여자의 여정을 담는다.
분위기나 줄거리가 "고스트 스토리"를 좀 연상시키는 내용이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직관적인 연출이라 크게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코로나가 범람하는 시대, 어떻게보면 되게 비현실적인 지금 이 시대를 되돌아보게 한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단편은 불을 켜둔 침대에 꼬이는 벌레들을 찍은 단편이다.
인간이 쓰는 공간인 침대에 모여들어 수많은 날개짓 소리가 들리는 광경은, 마치 코로나라는 거대한 폭풍의 해에 휩쓸린 인류를 연상시킨다.
아피찻퐁 감독답게 난해한 느낌이 들지만, 초반에 나오는 설명과 이 영화의 제목, 끝없는 폭풍의 해를 생각하며 감상하면 이해가 더 잘될것이다.
옴니버스 영화를 보면 대부분 몇개는 아쉬운 게 있는데, 이 영화는 단편 7개 모두 버릴 거 하나 없이 전부 중간내지 중상 수준의 단편이라 만족스러웠다.
특히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첫번째 단편과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마지막 단편이 정말 시작과 끝을 잘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만난 정말 훌륭한 옴니버스 영화.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
- 웃기는 티키타카! 류승룡이 다시 돌아왔다!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장르만 로맨스가 개봉했습니다.
배우인 조은지 감독의 상업장편 영화 데뷔작이죠.
주요 등장인물들의 티키타카가 매력적이고, 특히 류승룡 배우의 코믹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물론 진중한 연기도 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흥미롭고 따뜻하게 볼 수 있어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한 영화이니 주변 관계들을 생각하며 보시면 더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전체 영상을 봐주세요. ^^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
- [롱레그스] 끝장리뷰 | 답은 이미지와 사운드에 있다 | 클린턴과 백악관 상징 | 제목 분석 | TV, 뱀 해석 | 가족 파괴
(영화 [롱레그스](2024)는 씨네랩 측에서 제공한 시사회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롱레그스](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이미지와 사운드
Chapter 2 클린턴과 백악관, 제목 분석, 가족 파괴
00:00 롱레그스
01:43 이미지와 사운드
03:11 TV 상징
05:01 이미지 뱀
06:13 클린턴과 백악관
07:35 제목 분석
09:58 별점 및 한 줄 평
10:1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롱레그스 #롱레그스해석 #롱레그스리뷰 #롱레그스영화 #영화롱레그스 #롱레그스후기 #니콜라스케이지 #오스굿퍼킨스 #Longlegsmovie #Longlegsreview #OzPerkins #오즈퍼킨스 #NicolasCage
-
-
- 영화 <잘리카투> 메인 예고편
푸줏간(도축장)에서 도망친 물소가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마을 남자들은 폭주하는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서고 이웃 마을 남자들까지 몰려들자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진다. 평화롭던 마을은 물소를 제압하려는 남자들로 인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리고,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 물소 사냥은 점차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광기로 변해간다.
※ 잘리카투(또는 살리카투) JALLIKATTU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수확축제인 퐁갈에서 진행하는 전통있는 집단 경기다. 황소를 남자들 무리 속에 풀어놓으면 참가자들은 황소의 등에 올라타서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데, 이 과정에서 살벌한 장관이 펼쳐진다. 리조 조세 펠리세리 감독의 <잘리카투>는 잘리카투 경기를 묘사하는 영화는 아니다. 확실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