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2-12 17:51:36
1승 | 엉성한 토스와 힘이 부족한 스파이크
<1승>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도자 생활 내내 1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적이 없는 배구 선수 출신 감독 '우진'(송강호). 아내와도 이혼하고 맡은 팀도 없던 그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 에이스 '성유라'가 이적하면서 오합지졸이 된 팀이지만, 우진은 기꺼이 감독 제의를 받아들인다. 1년만 버티면,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옮겨주겠다는 이면의 약속과 함께.
의욕 없는 감독과 실력 없는 선수들이 만나 개막 후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핑크스톰. 하지만 자기 선수 생활을 망친 '문오성'(김홍파) 감독에게 조롱을 당한 뒤 우진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 악연인 스승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겠다고. 이에 발맞춰 안하무인 구단주 '정원'(박정민)도 핑크스톰이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걸자, 우진은 단 한 번이라도 이기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잘못된 비빔밥
대부분의 상업 영화가 그렇지만, 특히 스포츠 영화는 모범답안이 확실하다. 서사적으로는 전력이 약한 팀이나 선수가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초반 훈련 과정은 유머로, 후반부에는 감동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국가대표>가 가장 대표적이다. 작년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나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도 비슷한 결의 영화다.
캐릭터는 감독과 선수가 핵심이다. 균형추가 한쪽으로 쏠릴 때도 있지만, 감독과 선수는 대체로 서로의 아픔과 상실감을 위로하며 한 팀으로 거듭난다. 근래에는 <머니 볼>이나 <스토브리그>처럼 단장, 구단주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 대신 스포츠 산업 종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에어> 같은 영화도 유사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신연식 감독의 <1승>은 스포츠 영화의 공식과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고자 했다. 오합지졸 배구 감독과 선수를 묘사한 대목은 <드림>과 같은 웃음을, 그들이 한 팀이 되어 마침내 승리를 거두는 모습은 <국가대표>나 <우생순>과 비슷한 감동을 목표로 한다. 구단주가 새로운 목표에 맞는 팀을 재조직하는 과정은 <스토브리그>를 만화적으로 변형한 듯하다. 문제는 이 모든 요소가 따로 놀면서 서로의 맛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웃기 힘든 코미디 영화
<1승>의 초반부는 코미디를 지향한다. 구단주의 인수 사가, 단기 감독 임명, 의지 없는 선수의 조합만 놓고 보면 누가 보더라도 코미디다. 팀 내에서 쏟아져 나오는 갈등과 문제 역시 그 재료로서 적합하다. 코칭스태프와의 어떤 논의도 없이 에이스나 가장 안정적인 포지션 선수만 팔거나, 징계받은 선수를 대거 영입하고, 현금 트레이드를 하는 등.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런데 <1승>은 뻔뻔함이 부족하다. 코미디나 만화적인 전개로 빠지려는 찰나에 톤을 다운시키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우진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1년만 프로 감독직을 맡은 후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넘어가려는 속물로 묘사된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영화는 우진과 스승과의 악연, 전처와 딸과의 미묘한 관계를 거듭 삽입하면서 웃음이 나오려는 분위기를 끊어버린다.
선수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폭행을 저질렀던 선수, 마흔이 된 베테랑 선수, 분노 조절 장애 선수, 일본 교포 출신 용병 등 각자 사연이 있는 문제아들은 훌륭한 유머 재료다. <드림>만 하더라도 노숙자 축구 선수들의 개인사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면서 더욱 뭉클하게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1승>은 이 모든 선수들을 단지 과거 팀의 에이스였던 성유라와의 갈등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소비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스스로 제약한다.
즉, <1승>은 만화적인 분위기를 밀어붙이는 뚝심이 부족하고, 다양한 캐릭터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했다. 꾸준히 비정상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정원 정도가 예외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인물들은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성급하게 대사를 한다. 이는 코믹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장애물이 된다. 뻔한 유머 포인트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으니, 큰 웃음이 나오기 어렵다.
목적이 결여된 1승
중반부 이후에 톤이 완전히 바뀌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그토록 1승을 염원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 일반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면 감독이나 선수가 진심으로 1승을 원하게 되거나,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그들이 한 팀으로 거듭나게 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국가대표>에서도 선수와 코치 모두 각자의 개인사나 비밀을 털어놓은 후에야 한 팀이 됐다. 그런데 <1승>에서는 그 전환점이 잘 안 보인다.
그래도 구단주와 감독의 목적은 유추할 수 있다. 정원은 일관적이다. 그는 문제아만 모이는 꼴등 팀이 1승을 챙겨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는 스토리텔링을 티켓 판매에 적극 활용한다. 우진의 변심도 어느 정도 근거가 보인다. 자리만 지키자는 생각을 하던 그는 고등학생 시절 선수 생활을 망쳤던 스승에게 패배한 후 조롱 섞인 비난을 듣는다. 이에 그는 어떻게든 1승을 챙겨서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는 욕구로 무장한다.
문제는 선수들이다. 적당히 연봉만 받자는 태도를 보여주던 선수들은 우진의 일갈 몇 마디에 갑자기 훈련과 경기에 몰입한다. 그 계기는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기회를 받고 싶어하는 몇몇 유망주를 제외하면, 선수들이 왜 1승을 원하는지를 좀처럼 알 수 없다. 성유라 관련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 결과 <1승>은 마지막까지도 각 캐릭터의 플롯이 하나의 목적지에서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스포츠 영화' 중 '스포츠'는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승>은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힘이 있다. 바로 배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힘이다. 실제로도 배구 경기 양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구현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초중반까지는 배구 경기가 흥미롭다고 하기 어렵다. 선수들 자체의 실력 문제가 있다 보니 경기 장면은 맥 빠지기 일쑤다. 하지만 후반부부터는 박력 넘치고, 쫄깃한 경기 장면이 등장하면서 보는 맛도 덩달아 살아난다.
특히 그래픽과 촬영분을 적절히 배합해 가능한 코트 위에서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재현하려 한 시도가 눈에 띈다. 특히 배구공에 카메라를 달은 시점에서 코트 양쪽을 10번 이상 오가는 랠리를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마치 <챌린저스>에서 테니스 공에 카메라를 단 시점으로 테니스 경기를 보여준 것을 연상시킨다. 배우들의 어설픈 움직임도 감출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특정 배구 용어와 작전이 어떻게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연출도 흥미롭다. 사실 해당 스포츠의 열성적인 팬이 아니라면 경기 도중에 전술, 전략적인 측면을 알아챌 눈썰미를 갖추기 어렵다. <1승>은 관객의 눈썰미까지 보충해 주면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특정 선수 교체 타이밍, 서브 공격 작전, 후위 공격과 속공 활용 시점, 포지션 변경 이유 등을 짚어주는 식이다.
그 덕분에 드라마가 공감되지 않거나, 유머 포인트가 웃기지 않더라도 <1승>은 결말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감동을 보장한다. 1세트, 1점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마지막 두 세 경기 양상을 쫓다 보면 승리를 향한 집념에 자연히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영화의 힘이라고 볼 수 없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의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재현했을 때의 전율을 두고 영화보다는 퀸의 노래 덕분이라는 말이 나온 것과 비슷하다.
세대교체?
배우들 상반된 모습도 특이점이다. 박정민은 다시 한번 가치를 증명했다. 자칫 유치하거나 과장되어서 어색할 수도 있는 만화적인 캐릭터에 최소한의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배우 본인이 인터넷 방송에 익숙해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한국 영화에서 개인 방송 화면이 등장할 때 느껴지는 위화감도 최소화했다. 만약 정원을 중심으로 더 유쾌하게, 끝까지 B금 감성을 유지했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반면에 지난 20여 년 간 국민 배우였던 송강호의 선구안은 이제 의문스럽다. 물론 <1승> 속 모습만으로 그의 연기력을 비판할 수는 없다. 애초에 그에게 주어진 우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이니까. 과거의 상처 때문에 속물처럼 살던 감독이 어릴 적 열정을 되찾는 서사는 스포츠 영화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클리셰다.
다만 <기생충> 이후 <나랏말싸미>, <브로커>, <비상선언>, <거미집> 등 송강호가 명성에 걸맞은 완성도를 갖추거나 흥행에 성공한 작품을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디즈니+의 <삼식이 삼촌>도 다른 OTT 시리즈에 비하면 반향이 크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1승>은, 아무리 개봉일에 국가적 불상사가 겹쳤다 하더라도, 송강호가 믿고 보는 배우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Poor 형편없는
우격다짐, 뒤죽박죽으로 간신히 챙긴 승리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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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웨어 스페셜>, 마지막이 아닌 '시작'을 선물하는 아빠의 편지
영화에 대한 내 소감부터 말하자면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울었다.
영화 속에 담긴 현실과, 이를 마주한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가 너무 슬퍼서 울었다.
하도 많이 울고, 감정소비를 심하게 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영화의 여운을 즐기지도 못하고, 슬픈 감정을 추스르느라 바빴다.
'눈빛'만으로도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다. 눈빛과 표정만으로 대사를 전달하고, 행동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내비치는 배우가 있다.
<노웨어 스페셜>의 주인공 '존' 역할을 맡은 제임스 노턴이 내겐 그런 배우로 다가왔다.
눈앞에 닥친, 그리고 곧 다가올 현실을 바라보는 제임스 노턴의 눈빛과 표정은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렸다.
영화는 암에 걸려 살 날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청소부 '존'과 그의 4살짜리 아들 '마이클'에 대한 이야기이다.
존은 자신이 떠나고 혼자 남겨질 아들을 위해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기로 한다.
존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아들'을 위한 인생 최대의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신중하려고 한다.
마이클에게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하려고 한다.
"아직 어린애지만 말도 잘 듣고 예절도 잘 지켜요.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고요. 훌륭한 애라고 칭찬도 많이 들어요.
사랑이 많고 다정한 아이예요. 행복한 어린아이죠.
저 아이에겐 평범한 가족이 필요해요.
아빠, 엄마가 있는 사랑이 넘치는 집과 전 가져본 적 없는 기회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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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마이클의 새 입양가정을 찾아주려고 하지만 역시나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여러 가정을 찾아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이클의 반응을 살펴보고, 곰곰이 생각해보고.
아들에게 남은 시간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더 고민되는 시간들이다.
그리고 존의 눈에는 자꾸 엄마와 함께 있는 마이클 또래의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사실 마이클의 엄마는 마이클을 낳고 얼마 후, 존과 마이클을 떠났다. 아이를 낳고 책임져야 하는 자신의 인생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린 것이다.
그래서 존은 계속 마이클에게 '평범한 가족', '아빠와 엄마가 있는 집'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나는 이 점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처음에 존은 아들에게 '아빠가 곧 죽는다'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아직 아들이 너무 어리기에. 죽음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기에.
- 애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해하는 걸 원치 않아요.
아직은 아니에요. 너무 어리다고요.
새 가족과 자기 주변에 또 그런 일이 생기고 자기도 죽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 말은, 그건 애답지 않잖아요.
이런 이유로 '기억상자'에 훗날 아빠를 기억할 수 있는 물건들을 담을 것을 권유하는 사회 복지사의 의견을 거절한다.
하지만 마냥 숨길 수만은 없는 사실이었다.
어느 날, 마이클이 죽은 딱정벌레를 발견하고 아빠에게 왜 움직이지 않는 것이냐고 묻는다.
존은 조금 주저하다가 그 딱정벌레는 죽은 것이라고, 죽는다는 것은 몸은 그대로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아들은 아빠의 의도와는 다르게 죽음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다.
- 트럭은 짐을 잔뜩 싣고 여기저기 다니고, 사람들은 일하러 가거나 친구 만나러 멀리 갈 때 차를 타고 다니잖아.
마이클, 나중에 다른 마을에 가서 다른 집에서 살아 보고 싶어?
- 우리 집이 좋아.
육교 위에서 수없이 많은 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보며 존은 마이클에게 다른 집에서 살아 보고 싶냐고, 넌지시 물어본다.
마이클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우리 집이 좋다고 말한다.
나중에는 마이클이 '입양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존은 애써 담담하게 입양은 다정한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마이클도 은연중에 아빠와 함께 여러 새로운 가정을 찾아가고, 만나보는 이 과정들이 단순히 놀러가는 것은 아님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리고 마이클은 대답한다. 자기는 아빠랑 살고 싶다고.
많은 대사도 없는 장면이다.
소파에서 존이 자고 있고, 마이클은 그런 존에게 조그마한 손으로 자신의 담요를 덮어준다.
서툴게 담요를 덮어주는 손길에 잠에서 깬 존은 그런 마이클을 꼭 안는다.
정말 이별이 코 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존은 마이클이 훗날 볼 수 있는 '기억상자' 속에 아빠를 떠올릴 수 있는 물건들을 담는다.
차에서 발견한 엄마의 장갑, 아들이 막 태어났을 때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 아들이 아빠의 생일날 준 빨간색 초 하나, 아빠와 아들의 손을 대고 그린 그림, 그리고 나중에 운전면허를 땄을 때 읽으라고 쓴 편지와 같이 아들이 한 해 한 해 커가면서 차근차근 볼 편지 등의 물건을 담는다.
존이 자신의 사정을 아는 친한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죽으면 사후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공기가 되는 것이라고. 공기 중에서 남은 사람들을 항상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자신은 한참 전에 사별한 남편의 칫솔을 최근에서야 버렸다고.
아직 마이클은 온전히 그 감정을 이해하진 못 했을 것이지만, 존은 마이클에게 이별의 인사를 건넨다.
- 아빠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거란다.
네 주변의 공기 속에서, 널 따뜻하게 감싸는 햇살 속에서.
널 적시는 빗속에서도 널 지켜볼거야.
(아빠가 죽어도) 너는 아빠에게 말할 수 있어.
아빠는 안 보일 테지만 너의 말을 들을 수 있어.
공기 속에서, 햇살 속에서, 빗속에서, 마이클이 있는 모든 공간에서 계속 그를 지켜볼 것을 약속한다.
아마 마이클은 이런 아빠의 말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그리고 아빠의 물건들을 오래오래 간직한 채 살아갈 것이다.
항상 그의 주변에 있는 아빠처럼, 그도 항상 아빠의 존재를 상기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마이클이 아빠를 그리워하며 찾는 어느 순간에 존은 바람이든, 빗방울이든, 눈부신 햇살이든, 그 어느 것을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대답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존과 마이클이 찾아간 수많은 가정 중에 어릴 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친 사이에서 임신했다가 주변 어른들의 권유로 반강제로 아기를 없앤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임신을 못하는 몸이 되었지만 아이는 꼭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입양아는 못 키우겠다고 떠났고, 그렇게 혼자 남게 되었다.
존의 결정은 그녀의 가정이었다.
그녀의 집에 마이클을 데려가고, 아들과 아빠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마지막에 아빠에게 보내는 마이클의 눈빛은 마치 '아빠 걱정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테니, 이런 시작을 선물해준 아빠는 걱정하지 말라고.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영화다. 2021년의 마무리에 생각나는 영화를 말해보라고 하면, 아마 이 영화가 먼저 생각날 것 같다.
영화를 보다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을 하려고 하는 존과 마이클의 이야기를 멀리 떨어져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조용하게 그들을 지켜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인지하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잔잔히 계속 찾아오는 파도가 더 눈에 아른거리듯이, 극장을 떠나서 집에 가는 시간 내내 그저 이 영화의 감상에 젖어 있었다.
영화의 이야기를 집까지 가져오며 누군가의 현실일지도 모를 이 상황들에 대해 혼자 곰곰이, 그리고 깊이 생각해보았다.
자신의 의지와 결정으로 이 상황을 풀어헤쳐 나가는 아빠인 존, 존이 떠나고 그의 빈 자리를 종종 마주할 아들 마이클, 그런 마이클과 함께 새로운 시간을 쌓아갈 새 가정, 이런 이별을 수없이 마주했을 사회 복지사 등.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름다움, 벅참, 슬픔, 감동 등의 너무나도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꼈다.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내 인생에서 먼저 떠난, 내겐 매우 중요한 존재였던 그 사람이 혹시 가끔씩 내 주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지.
보고 싶다- 라고 내뱉은 내 말을 듣고 혹시 내게 찾아와 주진 않았을지. 그리고 이런 내 말에 가벼운 대답을 해주진 않았을지.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조금의 확신이 들었다.
아마도 공기 속에서, 햇살 속에서, 빗속에서 꾸준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이전의 일들에 대해 서운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을 건네는 내게, 그리고 항상 보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하는 내게 일말의 대답을 해주었을 것이라고.
공기 속에서 항상 아들의 주변에 있을 것을 약속하며, 아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해준 아빠의 이별편지와 같은 영화인 <노웨어 스페셜>은 오는 12월 29일에 개봉한다.
다들 2021년을 꼭 이 영화로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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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1 / American Horror Story season1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1 / American Horror Story
와이우먼킬 이후로 정붙일만한 미드를 못찾아서 'YOU'만 3-4번째 보던 중
유튜브에서 우연히 아호스 시즌8 소개영상을 보고 궁금해져서 보게된
아호스 시즌 1.
진짜 정말 재밌고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 대략적인 줄거리 /
가운데 있는 남편 하먼이 바람을 피운 현장을 보게 된 왼쪽에 있는 와이프 비비안.
그는 아내에게 자신이 잘하겠다고 빌며,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로 엘에이로 이사를 가자고 한다.
그들이 이사온 집은 다른 집보다 싸게 나온 1920년대 풍의 고오급 주택으로
새로 시작하기에 적합한 집이었다.
근데, 여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웃집 사람들도 이상하고, 막 모르는 사람들이 불쑥불쑥 집에 들어오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자꾸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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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
(개인적으로)
1. 특색있는 캐릭터들
2. 계속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
( 새로 누군가가 나타나면 "쟤는 또 뭐야?"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
3. 이 집에 얽혀 있는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이 궁금증을 자극함
4. 비비안의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될까?
5. 테이트와 올리비아의 관계
6. 그래서 결말이 뭔데? (이게 너무 궁금해서 계속 보게된다)
이 드라마에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참 많은데
그 중 당연 최고는 테이트다.
테이트는 주인공 하먼박사한테 상담받는 고등학생이다.
싸이코적 기질이 있지만 하먼의 딸인 바이올렛과 친해지며
본인이 그 기질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테이트가 매력적인 이유는,,, 사이코적 기질 뒤에 숨어있는 따뜻함때문이랄까,,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으니 그가 매력적인 이유는 드라마를 통해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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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귀를 키우는 여자 - 감각적이고 새로운 느낌의 공포
이 영화는 필자가 BIFAN에서는 관람을 하지 못했는데, 운좋게 씨네큐에서 진행하는 먼데이캐슬(현재는 시네마캐슬이 후속격으로 이어가고 있다)을 통해 영화를 볼 기회가 생겨 보게된 영화이다. "링"을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 감독...최신작은 어떨까? 라는 마음에 본 영화인데, "링"과는 다른 신선한 공포를 선사하는 수작이다. 이 영화의 평이 나빠서 사실 똥인지 알고 먹었다고 봐도 무방한데, 의외로 괜찮았다. 작년 7월에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카페 행사 때 미디어캐슬 이사님을 만나 이 영화가 언제 공개되는 가에 대해 여쭈어봤는데, 추후 개설된 전용관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답하셨다. 여기서의 전용관이란 지금의 시네마캐슬을 뜻하니 언젠가 시네마캐슬 프로그램을 통해 스크린으로 만날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고 관심이 간다면 현재 VOD로도 발매되었으니 VOD로라도 보는 걸 추천한다.
나카타 히데오는 현재는 사실상 묻힌 장르인 로망 포르노에 관해 관심가지고 실제작을 하고 있는 감독 중 한명이다. 2016년에는 그의 영화 중 "화이트릴리"라는 로망 포르노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살인귀를 키우는 여자도 이러한 로망 포르노 시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에로틱 스릴러 답게 수위높은 장면들이 상당히 나오는데, 그게 예상보다 길고 수위가 높다. 필자는 시작한지 5분도 안 지나 섹스씬이 나오는 것을 보고 충격먹었는데, 무슨 에로 영화 섹스씬을 보듯이 상당히 길게 나오는 것을 보고 더 충격먹었다. 영화를 봤을 당시에는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영화를 "링" 밖에 안 본데다가 로망 포르노 장르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게다가 섹스씬이 끝나면 나오는 자위씬. 슬슬 끝날 거 같은데 하면 또 다른 섹스나 자위가 나온다. 에로틱 스릴러라는 소개 문구를 보았을 때 필자가 기대한 것은 공포 6: 에로 4 정도의 비율이었는데, 실제로는 공포 2: 에로 8 이다. 초중반부 까지는 내가 지금 공포 영화를 보는건가 영화로 취급하지도 않는 에로 영화 따위를 보는 건가 싶었지만, 다중인격을 여러 배우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감독이 고집하고자 하는 감각적인 미장센을 엿볼 수 있다. 수위가 높은 장면이 많지만 에로 영화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인 성적 흥분이 아닌, 감독의 미장센이라 평하는 것이 더 옳을 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공포 영화라기 보다 예술 영화라고 평하는 것이 더 옳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수위가 엄청 높을 뿐이다. 이러한 감각적 요소가 존재하기에 필자는 이 영화를 한번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최근에 "사다코"와 같은 원조 공포에서 마저도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후속작이 아직까지도 기대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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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없는 명예 속에 남은 상처
덧없는 명예 속에 남은 상처
영화리뷰 <파더 앤 솔져>감독] 마티유 바데피드
출연] 오마르 사이, 조나스 블로켓, 알라산 디옹, 바마르 칸
시놉시스] 1차 대전 당시 프랑스령 세네갈. 프랑스인들은 세네갈인들을 징집하여 유럽의 끔찍한 전쟁터로 보낸다. 척박한 땅에서 아들 티에르노와 가축을 치며 가족을 먹여 살리는 아버지 바카리는 프랑스 군인이 나타난다는 소문만 들리면 징집 대상인 아들을 은신처로 보내 숨어 있도록 하지만 아들은 결국 세네갈에 있는 신병교육대로 끌려간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탈출하기 위해 자원입대를 하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여 부자는 유럽 전선으로 끌려간다. 한 전투에서 100만 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할 정도로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곳, 같은 아프리카인들끼리도 서로를 속이고, 강도 행각을 벌이는 전선에서 어떻게든 아들을 찾아 탈출하려는 아버지와 프랑스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휘관의 눈에 들어 영웅이 되려는 아들은 서로 다른 전쟁을 겪게 된다. 2022년 칸영화제 Un Certain Regard 섹션의 개막작이었던 이 작품은 아버지의 애틋한 정과 덧없는 전쟁이 남긴 상처를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다.(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스포일러 유의
허황된 권력과 지위
아들 티에르노는 세네갈인이지만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끌려온 전쟁터에서 장교의 눈에 빠르게 들 수 있었다. 말단 이병이었던 그는 전쟁터에서 자신의 상급자가 죽을 때마다 일병으로, 상병으로 부사관으로 점차 승진하면서 권력의 맛을 깨닫는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군대에 자원입대한 아버지 바카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전쟁터에서 탈출을 하고자 뒤에서 수많은 애를 쓰고 있지만, 권력과 지위에 맛을 알아버린 아들 티에르노는 아버지의 탈출 작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는다. 이젠 아버지보다 더 높은 계급으로써 군대라는 사회 속에서는 아버지에게 지시를 내리고, 아버지는 아들의 지시에 복종을 해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이에 아버지는 어떻게든 비참한 마음 속에서도 단지 아들을 살려서 지옥같은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아들을 계속해서 설득해서 탈출을 진행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바람보다 간부의 인정에 더 고팠던 티에르노는 상관이 지시한 침투조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중간에서 탈출하여 다시 전쟁터로 돌아간다. 그렇게 선발대로서 적진으로 침투한 티에르노는 결국 적의 함정에 빠져 죽을 위기에 놓이고, 아들을 버리고 혼자 탈출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아들의 뒤를 쫓아 아들을 위기 상황 속에서 구해내지만 정작 자신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아들 티에르노는 적진에서 도망쳐나오며 명예롭게 싸웠다는 훈장을 받는다. 당장의 안위와 가족의 염려보다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꿈. 하지만 이것은 모두 허황된 것에 불과했다. 군대라는 사회 속에서의 인정에 매몰되면서 결국 아들 티에르노는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영화 파더 앤 솔저는 전쟁이 결국 인간에게 남기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통제된 사회라는 군대 속에서 통제를 잘 받아들이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거나 라인을 잘 타면 빠르게 진급해서 사람들을 거느리고,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 군대의 모든 구성원에게 이를 알림으로써 보다 더 충성적인 복종을 자연스럽게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신기루는 군대 구성원들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존엄에 대해 망각하게끔 만든다. 지위체계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면서 이와 동시에 다음날 죽을 수도 있다는 죽음의 공포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굉장히 본능적으로 행동을 하게 된다. 각자의 삶에서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생존과 권력이라는 2가지 본능적인 욕구에만 집중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 본능 속에서 살다가 전쟁이 끝난 뒤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해체되어 버린 군대에서의 명예가 과연 남을까.빠르게 진급하면서 당시에는 느꼈을지 모를 성취감은 이제 자신을 찾지 않는 떠나간 군대를 보며 과연 그 감정이 오롯이 남겨져 있을까. 모두 허탈함으로 바뀌어져 있을 것이다. 매순간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애썼지만 시간이 흘러 전쟁이 끝나고 개별 군인에게 남는 것은 혼자 살았다는 죄책감, 이제는 사라진 조직 등 과거의 감정들이 신기루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영화 파더 앤 솔저는 훈장을 받고 터덜터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혼자 돌아왔다는 자책감과 그토록 진급에 기뻐했던 과거가 덧없음을 티에르노의 눈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파더 앤 솔저는 전쟁이 얼마나 인간 개개인을 활폐하게 만드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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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스윙 한 스푼, 우리만의 리듬으로
무엇이든 금방 잘 해내면 좋을 텐데, 인생은 왜 늘 좌충우돌이고 우당탕탕일까. 실패와 실수로 낙담하는 이들에게는 응원이 필요하지만, 요즘 세상은 차갑고 매섭다. 완벽한 육각형 인재에게 박수와 찬사가 쏟아질수록 조금 부족한 사람들은 괜히 더 조급해진다. 뒤처진 듯한 공허함은 쉽게 감춰지지 않는다.
이런 시대 속에서 20년 만에 재개봉하는 <스윙걸즈>는 재기 발랄 청춘 코미디로 고민 많은 청춘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빛나는 빅 밴드 소녀들의 이야기는 작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우연히 새로운 세계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방학 어느 날, 지루한 수학 보충 수업이 한창이다. 낙제생 중 하나인 토모코는 밴드부를 태운 버스가 떠나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공부하기 싫은 토모코는 보충 수업 친구들과 뒤늦게 도착한 도시락을 밴드부에 직접 배달하러 가겠다고 자처한다.
기차를 놓치고 헤매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경기장. 그러나 밴드부는 폭염으로 상한 도시락을 먹고 단체로 식중독에 걸린다. 그리고 보충 수업 아이들이 갑작스러운 밴드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악기를 잡는다. 삐걱거리는 소리 속에서도 점차 연주의 즐거움을 발견하지만, 밴드부가 돌아오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엔, 연주의 기쁨을 잊기엔 너무 아쉽다.
[처음 만난 재미, 이렇게 놓칠 수는 없어]
토모코는 처음엔 애써 모른 척한다. 따지 못하는 신 포도를 올려다보는 여우처럼, 원래 관심 없던 밴드부라고 둘러댄다. 하지만 연주할 때의 짜릿한 성취감이 자꾸만 떠오른다. 공부엔 영 소질이 없었는데, 악기를 잡고 처음으로 '뭔가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달까.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다. 동생의 게임기를 팔아 중고 악기를 사려 하고, 친구들과 다시 모여 연습을 시작한다. <스윙걸즈>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우연히 음악의 매력에 빠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성적이 낮으면 낙오자 취급받는 현실 속에서, 이들이 연주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은 묘하게 짠하면서도 유쾌하다. 실력이 부족해도 노력하며 스스로 방법을 생각하고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믿는 힘]
낮은 성적에 골칫거리 취급당하던 아이들에게 '빅 밴드' 연주는 신세계였다. 아르바이트해서 악기를 사고, 먼지 쌓인 트럼펫을 불어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빛나는 아낌없이 보여준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다녀도 '이게 나한테 맞는 걸까'하고 고민하는 게 현실이다. <스윙걸즈>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서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이 꼭 지름길처럼 빠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잘못 탄 기차가 때론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빅 밴드 스윙걸즈가 계속될 수 있는 과정에는 뜻밖의 조력자가 있다. 바로 그들의 보충수업을 담당했던 수학 선생님이다. 그는 누구보다 재즈를 사랑하지만 악기 실력은 형편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따로 재즈를 공부하고 아이들이 연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벌즈만 치며 권태로워하던 나카무라도 마찬가지다. 밴드 탈퇴를 고민하다가 '빅 밴드'를 결성하며 피아노에 빠져든다. 꼭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아니어도, 흥미를 느끼고 결국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게 된다.
[모든 시작은 한 걸음부터]
한국 사회는 늘 ‘빨리빨리’다. 좋은 대학, 빠른 취업, 안정적인 직장이 정답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적당히 성적을 맞춰 대학 간 아이들은 쉽게 방향을 잃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뒤늦게 다른 길을 가려 하면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스윙걸즈>는 그런 고민 많은 청춘들에게 말한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일단 해보라고, 좀 부족해도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으라고. 금관 악기의 첫 음을 내기까지는 달리기, 휴지 불기 등 온갖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재즈는 즉흥성이 매력인 음악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완벽하지 않아도, 한 음 한 음 내다 보면 결국 멋진 연주가 완성될 것이다. 그러니 무엇이든 걱정하지 말고 한 걸음부터. 작고 수줍게 처음 악기를 불던 아이들처럼 시작해 보길 바란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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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카디널 [Cardinal] [캐나다 드라마]
형사물 / 캐나다 TV 프로그램 / 캐나다 드라마 / 왓챠
아내의 조울증으로 불안을 안고 사는 형사 존 카디널은 남들보다 더 예민한 시각으로 사건을 관찰하는 형사다. 그래서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단서를 발견하고 수사해 간다. 그런 카디널은 원주민 소녀의 실종사건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이유로 강력계에서 퇴출당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시즌1이 시작된다. 원주민 소녀의 실종을 살인으로 의심했던 카디널의 예상처럼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고, 강력계를 떠났던 카디널이 돌아와 수사가 시작된다. 하지만 카디널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경찰 조직 안에 있었고, 그의 파트너로 새롭게 투입된 형사에게 그를 감시할 것을 요청한다.
왓챠에 캐나다 드라마인 카디널의 시즌1, 2, 3, 4가 있고, 각 시즌의 에피소드는 6화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시즌 1, 2의 경우 2021년 10월 13일 만료되었다.
카디널은 꾸미거나 미화하는 액션보다는 날것 그대로의 상황을 담아서 때로는 잔인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래서 작품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굳이 화려한 액션이 필요하지도 않다.
실제로 범죄가 벌어진 현장에 화려한 액션이 있을까?
(물론 미국의 갱 범죄는 아니겠지만)
카디널의 작중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시즌별로 다른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완성도는 매우 탄탄하다.
보면서 자꾸만 "와 진짜 잘 만들었네."라는 혼잣말을 하게 된다.
특히 캐나다 특유의 문화성을 살려서 캐나다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원주민과 그 외 이주민.
그들이 섞여 살아가는 사회의 특성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작품 속의 계절감이 피부로 와닿는다.
카디널 속의 눈 쌓인 겨울의 풍경은 캐나다에서 왜 구스다운이 발달했는지 설명이 필요 없이 눈으로 보여준다.
저 동네에서 겨울에 코트만 입고 돌아다닌다면 얼어 죽을 것 같다.
숨 쉴 때마다 콧속이 얼 것 같아.
그리고 카디널을 보는 나는 한파가 들이닥친 겨울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다.
시즌1은 아이의 실종.
시즌2는 자신의 권위에 자만한 살인자이자 심리 조종자이자 마약상인 남자의 스토리.
시즌3는 종말이라는 망상에 시달리는 사이코 패스의 이야기.
시즌4는 환경 운동가였던 남자가 살인자가 되어 버린 이야기.
캐나다가 한때 드라마와 영화의 트렌드를 이끈 시기가 있다고 하던데, 그 말 뜻이 뭔지 알 것 같다.
넷플릭스와 왓챠에 캐나다 드라마가 적긴 하지만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작품들이 많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특히 카메라 앵글을 쓰거나 구성하는 방식이 낯설고 신선하다.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컷 하나하나를 낭비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화면구성을 볼 때면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글을 이렇게 써보고 싶다는 열망이 들 정도)
지금 당장 왓챠에서 카디널이 만료되기 전에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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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집을 장만하면 아기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마을이 있다?! VIVARIUM
흥해라 이 영화
비바리움 (2019)
- 좀처럼 집을 장만하기 힘들어 하는 톰과 젬마
우연히 들린 이상한 중개업소에 소개한 집을 구경하다 본의 아니게(?) 입주하게 되는데...
기괴한 색감과 설정을 풀옵션으로 갖춘 영구임대주택에서의 육아체험기 '비바리움' 이 영화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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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그가 다시 시작하자고 하면
난 늘 그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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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스팅 글로리아> 메인 예고편
책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는 서점 직원 글로리아.
30살이 되는 올해에도 연애에는 시큰둥하기만 한 모태솔로 그녀는
사랑 충만한 윗집 커플의 야릇한 층간 소음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다 결국 이사를 결심한다.
새집에서의 첫날밤, 정체불명의 존재로 인해 생애 첫 오르가즘을 느낀 글로리아는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사랑의 즐거움에 눈뜨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서점 고객으로 만난 앙헬에게 호감을 느끼고 데이트를 시작하자
매일 밤 글로리아를 찾던 ‘그’ 존재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마는데…
일도, 사랑도 성공하고 싶은 글로리아의 앞날은 과연?!TRANSLATE wit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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