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07 11:25:56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영화 9선
연출 차력쇼란 바로 이런 것!

단조로운 공간 활용의 단점을 극복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영화 9편을 준비했습니다.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들로 준비했으니, 영화와 함께 금요일 저녁을 즐겨보아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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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의 복잡성과 사랑 메타포
변화와 혼돈이 공존하던 1990년대 홍콩.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홍콩 사회는 불안과기대로 뒤덮인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문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동시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홍콩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개인은 점점 더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다. 좁은공간, 빽빽한 건물들, 붐비는 거리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가까이 있음에도 심리적으로는 단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홍콩의 빠르게 변화하던 도시는 동서양의 문화가혼재되어 나타났다. 할리우드 영화, 팝 음악, 패스트푸드 등 서구 문화는 홍콩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점점 깊숙이 스며들었고, 동시에 광둥어 문화와 생활상 등 중국적 정서를 지닌 홍콩 문화가 공존하면서 홍콩의 전반적인 영화, 음악,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 왕가위의<중경삼림>(重慶森林, 1994)은 당시 홍콩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가장 감각적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영화로서, 단순한 멜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시대의 초상화와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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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은 두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 옴니버스 방식의 영화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하지무(경찰 223)와 금발 가발 마약밀매상사이의 이야기, 두 번째는 경찰 663과 페이의 이야기이다. 이 두 에피소드는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두 에피소드는사랑과 고독, 그리고 잃어버린 관계에 관한 공통된 주제를 공유한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경찰 223은 이별의 아픔을 감자 통조림을 모으는 방식으로 견뎌내고, 두 번째 에피소드의 경찰 663은 과거 연인을 떠올리며 일상 속에서그녀의 흔적을 찾는다.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실을 극복하려 하며, 이는 사랑의 유한성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감정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동일한시간 배경을 공유하며 두 이야기를 연결한다. 경찰 223이방문하던 음식점은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페이가 일하는 장소로 등장하고, 그는 경찰 663과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 또한 경찰 223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이때 경찰 223이 페이와 부딪히면서 시작한다. 경찰 663 또한 이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인물들이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교차점 있는 설정을 통해 영화는 하나의 연속된 흐름을형성하며, 인물들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지만, 홍콩이라는거대한 도시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며 존재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두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이별과새로운 만남, 외로움과 치유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서로 다른 사랑의 형태를 조명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모두 비슷한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하나의 통합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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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에서 색채와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서 작용한다. 영화는 어두운 푸른 색과 하지무(경찰 223)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과 스쳐지나가지만,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는 것. 이는 도시의고독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지만, 정작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타인에 대해 알 기회는 점점사라져 가고,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부족한 현재는 단절된 개인이 만연한다. 영화는 내레이션 한 줄과 색채 만으로 이 영화의 주제를 암시한다. 당시홍콩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현대인들은 빠른 생활의 속도 속에서 개인의 삶이 강조되고 이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당연하게도 타인과 단절된 채 감정과맥락이 배제된 사회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갔을 것이다. 또한 어두운 푸른 색은 일시적으로 영화의관객들에게 다음 색체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한다. 관객이 영화의 분위기에 몰입하도록 도우면서, 한 순간에 차가운 감정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는 붉은 색과 푸른 색의 반복적인 사용으로서 답을 제공한다. 두 색은 선명한 대조와 빠른 편집 방식으로 훨씬 속도를 얻으며, 이전의색채와 밝고 강렬하게 대비되어 더 큰 시각적 효과를 준다. 특히 푸른 색으로 가득 찬 화면에서 인물에게비추어지는 붉은 색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경찰 223이 5월 1일이 되고 아미에게 전화하지만 낯선 남성이 대신 받는 장면과그가 마지막 통조림을 꺼내 먹는 장면에서 그에게 비추어지는 붉은색은 그가 느끼는 좌절감과 외로움을 보여준다. 여기서그는 사랑의 유통기한을 깨닫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존재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색채 대비의효과는 경찰 663과 페이에게서도 나타난다. 페이가 떠나간후 경찰 663은 푸른 색 속에서 고독하고 감정적으로 닫혀 있는 반면,페이는 비가 내리는 붉은 조명 아래에서 캘리포니아로 떠났다가 돌아오면서 훨씬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붉은 색과 푸른 색은 인물의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열정과냉정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노란 색은 붉은 색, 푸른색과 달리 단일하게 나타난다. 이는 금발 가발 여인이 인도인들을 잃어버린 후 바에 갔을 때나 그들을찾아 헤맬 때 볼 수 있다. 여기서 노란 색은 인물의 내면적 불안을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경찰 223의 파인애플 통조림에서도 볼 수 있다. 유효기한이 얼마 남지 않는 노란 색의 파인애플 통조림은 지난 사랑에 집착하는 그의 심리를 반영하면서 불안뿐만아니라 그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노란 색은 더 긍정적인 감정을 상징한다. 노란 가게 조명 아래에서 일하는 페이의 활기차고 밝은 성격은 이 색을 통해 부각되며, 그녀가 경찰 663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면서 노란 색은 더욱 진해지고의미 또한 극대화된다. 페이가 입고 있는 노란 색 옷과, 그녀가경찰 663의 아파트를 몰래 정리하면서 행복해하는 장면은 단순히 밝은 성격을 넘어 그녀가 순수한 사랑의설렘과 함께 희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중경삼림>에서 색채는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인물의 감정을 반영하고 감독이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색채를 통해 관객들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세밀하게 이해하고, 그들의 내면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중경삼림>에서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촬영 기법은 주인공의 외로움과 고립된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슬로우 셔터와 클로즈 쇼트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주변에 잔상을 남기고 인물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반대로 먼 거리에서 촬영하면서 분주한 도시 속 그들의 고독한 모습을 포착한다.적절한 숏의 변화는 그들의 연결감을 강조한다. 경찰223이 화려한 네온사인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달릴 때 오로지 그만 뚜렷하게 포착되고, 주변인들은전부 잔상으로 흐릿하게 보인다. 이는 금발 가발의 여인이 거리에서 걸을 때에도 동일하게 보여지는 방식이다. 특히 각도나 높이를 빈번하게 변화시키면서 관객에게 다양한 시점을 제공한다. 경찰 223이나 금발 가발의 여인이 달리는 모습에서 카메라가 빠르게 이동하거나 회전하는 장면은 도시의 분주함과 긴박함을강조하며, 인물의 심리적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중경삼림>에서 왕가위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은 스토리텔링, 강력한이미지, California Dreamin’ 과 같은 음악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시각적, 청각적 만족을 선사하며, 각 에피소드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더욱더 사랑받도록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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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을 보았던 이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 이 영화의 매력은그 누구도 형언할 수 없는 독특한 사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여느 영화와 달리 이미틀어져버린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 경찰 223과 663 모두 이별이라는 아픔을 겪은 인물들이며 상대방을 잊지 못해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먹고, 흔적을 정리하지 못하는 등 각자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깨져버린 사랑은 사랑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유한하고 불안한 것, 그래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것에 기대하고집착하게 하는 것이라는 관객들이 인물들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러한 사랑이라는이름으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행동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고 매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이미 실패한 사랑을 경험한 상태에서 주인공들은 상처를 극복하며, 외로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줄수 있고, 이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모습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중경삼림>에서 각 인물들의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고 복합하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5월 1일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5월 1일은 경찰 223의생일이자, 여자친구인 아미와 헤어진 지 30일이 되는 날이다. 경찰 223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통해 전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5월 1일까지 회상하며, 시간이지나도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에 대한 감정을 계속 간직한다. 그럼에도유효기간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처럼, 결국 그의 사랑은 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5월 1일이 되자 모든 통조림을 먹어 치우며 과거를 정리하려고 한다. 여기서, 그는 과거에 머물러 있음에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페이의 사랑은 <중경삼림>에서 가장 돋보였던 사랑 방식이다. 그녀의 사랑 방식은 매우독특하고 복잡하다. 경찰 663은 스튜어디스 여자친구에게실연을 당하고 그녀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그리움에 시달리는 반면, 페이는 호감을 가지게 된 경찰 663으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페이는 경찰 663의 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의 전 여자친구의 물건을 몰래 자기의 것으로 바꾸고 경찰 663은 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간다.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사랑 방식은 캘리포니아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 캘리포니아에 다녀와 스튜어디스가 되고, 경찰 663은 1년간 그녀를 기다리면서 끝내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들의 독특한 사랑 방식은 도시 속 개인의 삶의 방식이모두 다양한 것처럼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다양한 물음표를 던지도록 한다. 경찰 223의 사랑은 좀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처럼 통조림과 함께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5월 1일이 지난 후 한 순간에 금발 가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여기서 사랑의 아픔은 정말 예기치 못한 사랑으로 덮이고 더욱더 무한한 사랑을 갈망하게 된다. 통조림의 유통기한처럼 사랑의 유통기한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경찰 223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사랑의 유통기한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며, 끝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페이의 사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순수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열망과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과사랑을 위해 상대방에게 강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작은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특히, 경찰 663의취향과 습관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물들이고자 하는데, 이는 그녀의 사랑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있게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집착과 같은 그녀의 극단적인 행동은 사랑이 얼마나 강렬하고 복잡한지를 알려준다.
결국, <중경삼림>은 사랑의 복잡성과 다양한 형태를 탐구하며, 인물들이 겪는 내적갈등과 갈망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각 인물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적 복잡성을 드러내고,이는 우리가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한정되지 않고, 홍콩 도시라는 배경 속에서 서로 얽혀 있는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더욱 복잡해진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결국 사랑이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사랑에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더라도, 그 안에서 감정의 깊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끝없는 갈등과대립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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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심'에 집중한 새로운 배트맨
어떤 피해를 받으면 그것에 대한 앙갚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 피해나 감정적 손실이 크던 작던,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그 상처를 다시 돌려주는 복수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 고대 사회에는 이런 사적 복수가 공공연하게 행해졌다. 그러다 점차적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법이 제정되면서 공적으로 벌하는 형태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다툼이 커지기 시작하면 법적인 형태로 고소나 고발을 하기도 한다. 상대가 범죄자라면 경찰과 검찰, 법원 같은 공적기관을 통해 상대의 죄에 대해 벌을 받게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잘 구성된 법 체제 안에서도 모든 감정이 다 치유되지는 않는다. 개인 간의 작은 피해들은 다시 크고 작은 복수로 돌아오기도 하고, 큰 범죄의 가해자라고 할지라도 법의 구멍을 잘 파고들면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도 있다. 그렇게 발생한 억울한 피해자들은 분노의 감정을 더욱 느끼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 피해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무척 애쓰게 된다. 그렇게 복수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시야는 좁아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 복수를 위해 사회 시스템의 눈에서 벗어난 복수를 택하기도 한다. 그건 안전하지 않은 범죄지만 복수에 눈이 멀어버리면 그것을 똑바로 보기 어렵다.
새로운 배트맨이 가진 강력한 감정, '분노'와 '복수심'
영화 <더 배트맨>은 개인적인 복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심과 분노를 다룬다. '공포'라는 감정은 이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트릴로지인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 이 시리즈에서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은 어릴 적 박쥐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고, 그 공포심을 극복하면서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배트맨이 가진 힘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러니까 '공포'는 그에게 내재된 힘이자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무기로 변경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리부트 된 <더 배트맨> 속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이 가진 강력한 감정은 '분노'와 '복수심'이다.
영화 속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 활동을 한 지 2년 정도 된 초보 히어로다. 과거 시리즈의 배트맨이 그렇듯, 그는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상대방의 공포를 이용해 상황을 장악하고 주도한다. 그는 고든 형사(제프리 라이트)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고담시의 범죄를 해결하는 일종의 탐정 역할을 하고 있다. 브루스 웨인이 이렇게 고담시의 범죄 소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복수심'이다.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하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바로 고담시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범죄를 소탕하는 일이다. 어찌 보면 그는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쓰고 난 이후, 사적인 복수의 감정을 공적인 일에 쓰고 있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공적인 일을 행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개인적 복수를 하기 위해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은 복수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회 주요 유력인사에게 테러를 하는 리들러(폴 다노)는 아주 직접적으로 배트맨을 향해 수수께끼를 내기 시작한다. 리들러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그 수수께끼는 배트맨의 과거를 향한다. 이 리들러의 수수께끼는 다음 희생자가 누구인지를 추리하게 만들고 그것의 단서가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이 행했던 활동과 연관되어있다. 그래서 리들러를 추적하면 할수록 배트맨은 더욱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놓인다. 리들러는 배트맨의 복수심과 공포를 역으로 이용하여 시종일관 그를 자신의 게임에서 꼭두각시 역할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리들러의 연쇄살인과 브루스 웨인의 과거가 함께 얽히면서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긴장으로 가득 찬 추리극으로 진행된다.
빌런 리들러가 던지는 수수께끼가 몰고 온 혼란
이번 <더 배트맨>에서는 '복수'라는 감정을 문제적으로 제시한다. 사건 추적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셀리나 카일/캣우먼(조 크라비츠)은 친구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그만의 추적을 한다. 전형적인 사적 복수를 행하려 하는 셀리나를 막는 배트맨은 그 자신이 행하는 '복수'의 행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셀리나와의 관계와 셀리나의 행동을 보는 배트맨은 자신도 하고 있는 복수라는 행위의 목적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하게 된다. 그가 가진 분노가 복수라는 것을 행하게 만들었고 그 복수가 공적 시스템을 이용해 진행하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를 시종일관 생각한다. 단순히 분노에 사로잡혀 복수라는 사적 행위를 완성하는 것보다 자신이 들어간 사회 시스템 안에서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행해야 하고 분노를 어떤 방향으로 해소시켜야 할지가 이번 배트맨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모든 배트맨 시리즈가 그렇듯 고담시는 사회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틈은 온갖 범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데,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펭귄(콜린 파렐)과 팔코네(존 터투로)다. 이들은 고담시의 음지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배트맨이 시종일관 상대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더 배트맨>에서는 이 모든 악당을 비롯해 배트맨조차 리들러의 게임 안에서 자신들조차 모르게 이용당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번 영화에서 악당 리들러는 그만의 방식으로 고담시의 음모를 파헤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자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3시간을 꽉 채운다. 일반적인 액션 히어로 영화와는 다르게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의 근본적인 고민으로 다시 돌아간 영화는 액션보다는 추리에 좀 더 방점을 찍으면서 악당 리들러가 벌이는 연쇄살인을 해결하는 배트맨의 추적 과정을 찬찬히 보여준다. 긴 상영시간 동안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은 배트맨이 가진 고민과 매끄럽게 맞물리며 그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펭귄, 팔코네 같은 악당 캐릭터들이 리들러의 게임 안에서 소비된 느낌이 있다. 하지만 펭귄과 팔코네를 일종의 ‘사회 틈을 파고들어 이득을 취한 존재’로 활용하면서 고담시 전체 시스템에 대한 고발을 하는 듯한 메시지를 준다. 여기에 배트맨의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더해지면서 리들러의 범죄의 큰 틀이 군더더기 없이 담겨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과거 배트맨과 차별화시키며 탄생시킨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영화를 연출한 맷 리브스 감독은 세 시간이 넘는 영화안에 브루스 웨인이 가진 고민을 담고 리들러의 살인 게임을 통해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까지 담아내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과거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나 <혹성탈출:종의 기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더 배트맨>에서도 전반적인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캐릭터의 심리적인 고민을 잘 담아냈다. 특히나 과거 시리즈의 배트맨이 했던 고민과 겹치지 않게 '복수심'을 활용하여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복잡한 사건이 연달아 이어지지만 이 모든 것이 적절하게 이야기 속에 배치되면서 영화의 집중도를 흐리지 않도록 연출되었다.
마이클 키튼, 크리스찬 베일에 이어 세번째로 배트맨 솔로 영화의 주연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은 젊은 배트맨에 무척 잘 어울린다. 그가 가진 조금은 유약하고 퇴폐적인 이미지는 그가 겪는 영화 속 브루스 웨인의 혼란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캣우먼 역을 맡은 조 크라비츠도 배트맨과 좋은 케미를 보여주며 그만의 캣우먼이 가진 당당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나 리들러 역을 맡은 폴 다노는 아주 선한 이미지지만 약간 정신 나간 듯한 미소를 보여주며 영화에서 강력한 악당 연기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배트맨의 '복수'는 가야 할 방향을 보기만 했을 뿐 어떤 식으로 배트맨이 그것을 행해야 할지를 명확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아마도 브루스 웨인 이라는 인물이 배트맨 역할을 하는 동안에 계속 하게될 질문이자 고민이 될 것이다. <다크나이트>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언젠가는 벗어야할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번 <더 배트맨>은 분노심을 가지고 있는 브루스 웨인의 성장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 좀 더 젊어진 브루스 웨인은 아마도 향후에 이어질 다음 시리즈에는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사이에서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금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웨인의 고민을 확인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그가 행하는 '복수'에 대한 생각이 변해가는 과정을 극장에서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더 배트맨>
https://www.youtube.com/watch?v=bYZ_a7_aw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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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용 해적'에서 '진짜 해적'으로
해적은 강도, 도둑이다. 그러나 동시에 규범을 거스르고 권력 바깥에서 자유로이 항해하는 무법자이기도 하다. 즉 그들은 존재 자체로 권력의 빈틈을 증명한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애니메이션 영화 〈씨 비스트〉는 해적의 존재론을 영리하게 차용한 영화다.
바다에 출몰해 어선을 공격하는 괴물(Sea Beast)들이 있다. 해적을 닮은 데가 많은 사냥꾼들은 이 괴물들을 사냥하고 왕실에서 보상을 받아 생계를 이어간다. 서로를 껄끄러워하는 왕실과 해적이 괴물 덕에 전략적 동맹을 맺고 공생하는 것이다.
인에비터블(inevitable)호를 이끄는 선장 크로우는 사냥꾼 중 최고다. 삼 대째 사냥꾼 일을 하는 그는 거대한 바다 괴물 블러스터를 잡으려다 한쪽 눈을 잃고 늘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다. 자부심과 복수심이 그를 최고의 사냥꾼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실이 사냥꾼과의 공생 관계를 끝내려 든다. 사냥꾼의 시대는 끝났다며 최신 군함을 건조해 자체적 괴물 사냥에 나서려는 것이다. 사냥꾼의 자부심을 지키려는 크로우는 그가 아들처럼 여기는 차기 선장 제이콥과 사냥꾼을 한껏 동경하는 어린 소녀 메이지 등과 함께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려 바다로 떠난다. 낭만과 역사를 가진 사냥꾼과 신식 무기로 장식한 화려한 왕실의 경쟁 관계가 펼쳐지려는 참이다.
익숙하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전개다. 그런데 〈씨 비스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영리하게 방향을 튼다. 그 시작은 바다 괴물 블러스터가 제이콥과 메이지를 삼켜버린 사건이었다. 제이콥과 메이지는 블러스터의 뱃속에서 살길을 모색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세계관을 뒤흔드는 일을 마주한다. 난폭한 성격으로 인간을 공격한다고 여겨졌던 블러스터가 사실은 굉장히 순하고 착한 생명체임을, 바다 괴물들이 인간의 공격에 응수하는 과정에서 증오를 학습했을 뿐임을 알게 된 것이다.
탁월한 사냥꾼이었던 제이콥, 그 누구보다 사냥꾼 신화를 동경했던 메이지는 ‘공인된 역사’를 체현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보지 않았던/못했던 바다 괴물들의 다른 면모들을 발견하고, 이들과 우정을 쌓아나간다. 블러스터 몸 곳곳에 박혀 있는 무기를 제거해주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형성하는 식이다. 영화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제이콥‧메이지와 블러스터가 조심스레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적극적 매개 역할을 하는 건 어린 메이지다. 거짓되고 폭력적인 관습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어린 메이지가 더 자유로운 언어로 괴물과 인간을 매개하는 것이다(유능한 사냥꾼이었던 제이콥은 블러스터와 교감하는 일에서는 오히려 무능해진다).
제이콥과 메이지는 끝내 자신들이 새로 알게 된 사실을 모두와 공유하며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낸다. 위정자들이 통치를 위해 만들어낸 날조된 역사를 걷어내고, 상처만 남기는 전쟁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용서의 계기가 마련되어야 함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정부와 공생 관계를 맺던 ‘어용 해적’에서 기존 규범을 위반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히는 ‘진짜 해적’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씨 비스트〉는 언젠가부터 좋은 애니메이션 영화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은 울림 있는 메시지 전달을 인상적으로 해낸다. 정의, 역사, 평화, 용서, 대안 가족, 용기 등의 덕목을 자연스레 전달하는 이 영화는 마녀 이미지 문제적 차용 등의 몇몇 흠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훨씬 많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당신도 제이콥, 메이지, 블러스터의 항해에 기꺼이 동참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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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 단독 영화로 보면 그럭저럭, 시리즈 영화로 보면 역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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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악의 세력 '퍼스트 오더'에게 쫓기고 있는 '저항군'. 저항군은 현 상황을 역전시킬만한 존재인 루크 스카이워커를 불러오기 위해 레이를 보내게 되고, 핀과 로즈 티코는 저항군이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 퍼스트 오더의 내부로 침투한다. 한편 포 대머론은 레아 오르가나와 함께 저항군을 이끌며 퍼스트 오더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선과 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카일로 렌과 퍼스트 오더의 최고 지도자인 스노크에 의해 큰 위기를 겪게 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저항군에게 기회가 생기게 되고, 끝내 퍼스트 오더를 피해 생존하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이다. 우선 재미있게 보기는 했다. 그러나 문제점들이 너무 많아서 함부로 추천하기에는 힘든 영화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비주얼과 음악은 훌륭하다.
우선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막장 수준으로 흘러가는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답게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비주얼과 거장 존 윌리엄스의 음악 덕분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라스트 제다이'는 액션신이나, 광선검, 레이저 등의 표현이 굉장히 잘 되어있어서 볼거리는 매우 풍부한 편이다. 특히 '크레이트 행성' 전투 시퀀스는 붉은 소금이라는 특성과 공중전, 그리고 감독의 미장센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보는 내내 감탄이 흘러나온다. 거기다 도입부의 '드카르 철수작전'이나 저항군 함대 추격 시퀀스도 굉장히 화려하게 찍은 덕분에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까지 들어가 있으니 킬링타임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가치는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광선검 전투는 기대 이하이긴 했지만.
애매한 클리셰 비틀기
뭐 어쨌든 '라스트 제다이'라는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클리셰 비틀기'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영화 자체에는 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클리셰를 자주적으로 비틀어, 관객들의 예상을 깨부수는 전개는 영화를 나름 흥미롭게 지켜보게 만드는 장치이긴 했다. 필자도 '어?'라는 생각이 가끔씩 들었을 정도로 흥미를 전달해 주는 데에는 어지간히 성공했지만, 문제는 앞서 말했듯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치명적인 독으로 전락해버렸다. 왜냐하면 어떻게든 관객들의 예상을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시리즈의 설정과 후속편에서 쓸만한 요소들을 죄다 날려먹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스노크가 그렇다. 무려 퍼스트 오더의 지도자인 인물이고, 누가 봐도 최종 보스 급의 캐릭터이지만 겨우 중반부에서 자신의 제자에 의해 한방에 사망한다. 물론 충격적인 전개인 건 분명하지만 이 탓에 속편에서는 '팰퍼틴'을 부활시키는 무리수를 일으키고 말았다.
루크를 박살내다.
하지만 위에 단점들을 싹 다 잊게 만들 정도로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세대교체를 한답시고 기존 캐릭터들과 설정을 마음대로 붕괴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를 다른 것들보다 더 세게 맞은 캐릭터가 바로 루크 스카이워커인데, 루크는 과거 오리지널 시리즈에선 굉장히 정의롭고 선량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정의롭고 선량한 모습은 중고장터에 팔어버렸는지, 시종일관 무시만 해대는 패인이 되어버렸다. 애초에 은하계가 위험한 상황에서 결코 가만히 앉아 있을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위기고 뭐고 싹 다 무시하고 섬에 은둔해 있었다는 것 자체부터가 말이 안 되고, 다시 선의 길로 돌릴 수도 있을 기회가 충분히 남아있는 카일로 렌을 갑자기 죽이려 들질 않나, 초보자 레이의 공격에 놀라 엉덩방아를 찌질 않나, 마지막에 가서는 분신이나 조종하다가 기운이 빠져서 퇴장해 버리는 등 참혹하다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루크라는 캐릭터를 박살 내버렸다.
기존 시리즈에 대한 예우 실종
이 밖에도 기존 캐릭터와 설정 파괴는 계속된다. 레아 오르가나는 대체 어떤 수련을 받았길래 우주에서까지 포스를 쓸 수 있게 되었는지, '하이퍼스페이스'가 전함들을 다 부셔낼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왜 이전 작품들에선 사용하지 않았는지, 6편에서 활약했던 기얼 아크바 장군의 사망을 제대로 묘사하지도 않고 대사로만 대충 때우는 등 기존 '스타워즈' 팬이라면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전작들에 대한 예우는 아예 없다시피 한다. 거기다 주인공 일행 또한 문제다. 레이는 전작에서 엄청나게 강한 캐릭터로 묘사가 되었었는데, 뭔가 특별한 혈통인가 싶었지만 결국 술주정뱅이의 딸에 불과했고 포스가 강력한 이유마저도 제대로 설명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핀과 로즈도 문제다. 애초에 이 두 캐릭터들의 행적은 오로지 전개 비틀기만을 위해서 존재할 뿐 아예 빼버려도 이야기 진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며, 포는 활약조차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분량이 없었다.
모순되는 메시지
하지만 놀랍게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질 않는다. 메시지 또한 문제다. 기본적으로 '라스트 제다이'의 메시지는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혈통으로 태어났지만 끝내 영웅이 된 레이, 포스는 없지만 의지의 힘으로 퍼스트 오더에게 맞선 핀과 로즈, 초반에는 실수투성이였지만 끝내 저항군의 버팀목이 된 포, 패배자로 살았던 루크가 다시 전장에서 활약하는 모습, 심지어 노예 꼬마까지 포스를 사용하는 등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평범한 '너'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메시지가 영화와 맞지 않고 충돌한다. 그러니까 모순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레이는 그냥 운이 좋아서 포스가 좋은 것이고, 포와 로즈의 과감한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포는 분량조차 별로 없고, 루크는 캐릭터 자체가 박살이 났고, 꼬마 애는 포스만 있지 활약은 아예 없으니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때처럼 메시지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게 다가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결론
단점들이 수도꼭지에서 물 나오듯 쏟아지지만,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 중에선 그나마 가장 재미있었고 단독 영화로서 즐기기엔 중간은 가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존 '스타워즈'의 팬들은 입에서 피가 나올 수준으로 문제가 심각한 영화니 만약 본다면 기대치는 낮추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평점: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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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가여운 실험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 속 드러나는 배경은 과거와 미래를 혼란스럽게 조합하는 세계 속에서 신의 실험이 시작된다.
벨라가 탄생한 런던에서 아이의 지능을 가진 벨라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흑백이다. 덩컨과 함께 리스본으로 모험을 떠나는 순간부터 흑백에서 컬러로 변화하고, 성에 눈을 뜨고 상류 사회 사람들이 사는 방식과 사람들의 감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경험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색은 더욱 다양해지거나 혹은 누그러지는 것과 같이 벨라가 경험하는 세계에 따라 색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갓윈의 집 안에서 억압되어 있던 벨라에게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그녀를 꾀어내지만 결국 벨라에게 상류 사회의 규범을 강조하며 그녀의 언어마저 구속하고, 행동을 통제하며 벨라를 또 다른 감옥에 가두는 덩컨에 의해 크루즈, 즉 바다 한가운데 감금당하는 순간부터 리스본을 채우고 있었던 다양한 색들이 거의 사라지고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시 파란색과 노란색이 주를 이루게 된다. 크루즈에서 벗어나 알렉산드리아에서 현실을 직시하게 되어 슬픔, 연민과 같은 감정을 배우게 되는 순간 벨라가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따듯한 노란 계열로 뒤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크루즈에서 쫓겨나 새롭게 경험하는 파리는 단조로운 파란색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 그녀가 입은 의상은 노란색 계열이지만 파리의 사창가의 배경은 슬픔과 연민의 감정은 없다는 듯 노란색 계열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파리의 사창가에서 그녀의 성적 쾌락을 이용하여 경험하는 것은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녀가 바라본 세상의 색이 파란색 계열로 단조로워지는 것을 보아 다른 경험과 달리 자신의 자아실현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벨라의 시선 각도와 앵글 역시 눈여겨 볼 부분이다. 벨라는 리스본에 도착하고 덩컨을 내버려둔 채 처음으로 혼자 세상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녀의 시선에 맞춰 하늘을 보여주면 다양한 물고기들이 날아다니며 하늘 위로 이동하는 이동 수단을 통해 관객에게 마치 미래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승 이미지를 통해 벨라가 세상을 처음 만나는 순간 느끼는 흥분감과 세상을 우러러 보고 있다는 느낌의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알렉산드리아에서 벨라가 생각하던 것과 정반대의 현실을 마주하며 세상의 고통과 범죄를 자각하게 된 벨라의 시선을 보여주듯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하이 앵글 샷, 즉 버드 아이 뷰를 사용하여 하강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앵글을 통해 하강 이미지를 관객에게 보여주며 벨라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벨라의 시선 아래 위치한 현실을 상류 사회 속 벨라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어 계급 차이 또한 느낄 수 있는 구도인 셈이다.
벨라의 모험이 끝난 이후 그녀가 원래 지냈던 런던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다시 색이 다양해지는데 이는 벨라가 경험한 세상을 통해 얻게 된 것들이 더 이상 누군가로부터 억압받지 않고 벨라가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일한 존재를 만들고 싶었던 신의 실험은 과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죽고 싶어 다리 아래로 투신하여 자신을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빅토리아의 처절한 선택마저도 누군가에 의해 무시당했다. 또한 타의, 벨라의 창조주인 갓윈에 의해 어린 아이의 뇌를 가진 채 벨라 백스터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다시 수많은 존재들에게 억압을 당하다가 이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옳지도, 틀릴지도 모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의 현실을, 감정을 배워가는 벨라가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인 가여운 것인 셈이지 않을까. 과연 사랑이라는 핑계로, 사회적 통념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억압하고 구속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는 다양한 색들이 벨라의 세상을 이루며 막을 내리는 것을 보아 벨라가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경험한 것들이 전부 쓸모없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듯하다. 누군가에게는 옳을 수도 있다는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옳지 않은 경험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옳을 수도 있는 경험이 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시선을 가지고 자신에게 옳다고 생각되는 경험들을 끊임없이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또한 이를 통해 스스로가 바라보는 세상이 자신의 색으로 물들 때까지 다양한 경험들을 쌓는 것이 우리를 억압하는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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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없는 안티 히어로, 모비우스
평생 앓고 있는 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병을 고치려고 평생 매달리게 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안고 받아들이며 적응하겠지만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다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의료의 발달로 꽤 많은 병의 치료제가 만들어졌다. 꽤 긴 시간 동안 많은 연구진들이 매달리고 임상실험을 통해 얻어낸 결과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의지를 주었지만 여전히 주변에는 치료되지 못한 병과 그것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만약 그들에게 단기간에 병을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영화 <모비우스>는 병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모비우스 박사(자레드 레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와 동생 마일로(맷 스미스)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계속 몸이 불편해 일반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모비우스는 열심히 공부에 매달려 스스로 의사가 되었고, 이후 계속 자신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는 그의 연구가 성공하면 자신과 동생 마일로까지 치료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전 인류에 존재하는 질병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욱 연구에 집중했다.
질병으로 불편한 자신의 치료제를 만드는 모비우스 박사 이야기
영화의 첫 장면은 모비우스가 어디론가 이동해 동굴 속 박쥐 떼를 만나는 모습이다. 그는 박쥐 떼를 연구실로 데려와 박쥐의 DNA를 이용해 치료제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하고 결국에 혈청 주사를 만들어낸다. 초반 모비우스의 모습은 목발을 이용해 걷고 굉장히 유약해 보인다. 그래서 그가 그렇게 자신의 온 힘을 기울여 치료제를 만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충분히 이해가 가게 그려진다. 결국 그는 박쥐를 이용한 혈청을 만들어내고 자신에게 한 임상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는다. 그런 게 부작용으로 인간의 피를 주기적으로 마셔야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모비우스가 그의 동료 마르틴(아드리아 아르조나)과 함께 치료제를 만들려는 모습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가 치료제로 자신의 몸을 치료한 이후,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특히나 모비우스의 동생 마일로의 변화가 그렇다. 마일로는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형 모비우스를 찾아왔다가 우연히 혈청 치료제를 발견하고 자신의 몸에 주사를 한다. 그 역시 몸은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엄청난 힘을 얻지만 그렇게 얻은 힘으로 다른 인간들을 괴롭히고 피를 빨아먹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인공 피를 마셨던 모비우스의 선택과 대비된다.
문제는 마일로가 갑자기 그렇게 악행을 벌이는 것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마일로 주변에 있던 모비우스나 에밀(자레드 해리스)은 마일로를 최선을 다해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속에서 마일로가 세상에 반감을 가질만한 일도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많지 않았다. 그저 힘없고 착해 보였던 그가 갑작스럽게 얻은 힘으로 아무 죄 없는 사람까지 죽이고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은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또한 그에 대한해 마일로와 대결을 벌이는 모비우스도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힘을 이용해 더 큰 대결을 벌이려 하기 때문에 형제의 싸움에 파괴되는 도시의 모습이 화면에 계속 전시될 뿐이다.
어쨌든 영화에서 모비우스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것의 부작용을 대하는 방식으로 그는 자신의 흡혈에 대한 욕구를 실험적으로 관찰하여 기록하지만 해결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그는 최대한 실제 인간 피를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악행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이번 <모비우스> 영화 안에서 그는 악인의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실제로 <스파이더맨> 코믹스에 등장하는 악당 중 한 명인 <모비우스>는 꽤 파괴적인 능력을 가지고 스파이더맨에 대항한다. 영화에도 나오듯 그는 박쥐의 능력과 동일하게 바람을 타고 날고, 빠르다. 또한 초음파를 이용해 멀리 있는 존재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다. 악인이라는 특성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가 가진 능력은 이번 영화에서 모두 소개되고 있다.
아쉬운 완성도의 안티 히어로 영화 <모비우스>
그래서 영화 <모비우스>는 ‘모비우스’라는 스파이더맨의 악당 캐릭터를 소개하는 정도만 하고 있는 영화다. 주인공 캐릭터가 실제로 악한 일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제시하지 않고 그저 완전한 악행을 일삼는 동생 마일로와의 대결만 보여줄 뿐이다. 그렇게 대결을 벌이며 모비우스가 가진 능력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영화의 마지막 다른 악당과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향후 그가 스파이더맨과 대립각을 세우며 재등장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전달할 뿐이다.
제작사 소니가 완성해 내놓았던 <베놈> 시리즈의 경우도 영화적 완성도나 재미가 뛰어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에디(톰 하디)와 그의 몸에 들어간 심비오트 베놈이 서로 주도권을 갖기 위해 티격태격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두 캐릭터가 어느 정도는 흥미롭게 구축되었었다. 하지만 이번 <모비우스>에서는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서 모든 면에서 아쉬운 완성도를 보여주게 되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마블이 제작하는 <스파이더맨> 영화들에 비해 소니에서 제작하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영화들에 더욱 실망할 수밖에 없다.
모비우스 역을 맡은 배우 자레드 레토는 과거 DC코믹스의 영화에서 조커 역으로 등장했던 적이 있다. 그 영화 역시 나쁜 완성도로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모비우스>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 꽤 좋은 연기 능력을 가진 배우지만 히어로 영화 장르에서 만큼은 잘못된 작품 선택을 하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자는 과거 <라이프>나 <세이프 하우스> 같은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연출작인 <모비어스>는 과거 감독이 연출했던 작품들에 비해 많이 아쉬운 작품이 되었다.
제작사 소니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계속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마블이 만들어놓은 아이디어를 통해 계속 관심을 받게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판권을 잡고 놓고 있지 않는 소니가 향후에 제작할 다양한 <스파이더맨> 관련 영화들이 조금 더 재미있고 괜찮은 캐릭터들을 조합하여 보여준다면 이런 실패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모비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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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이게 최선인가? , 제작사 소니의 또다른 실수
소니가 영화 판권을 가지고 있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악당 캐릭터인 모비우스의
단독영화가 개봉하였습니다.
개봉 전 꽤 기대를 불러왔던 영화였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영화였습니다.
배우 자레드 레토의 재능이 또 한 번 소비되어버리고 마는 작품입니다.
캐릭터의 매력도, 액션 장면의 매력도, 이야기의 재미도 잡지 못한 영화네요.
아마도 앞으로 소니에서 제작될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서 계속 보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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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윙스 오버 에베레스트> 메인 예고편
에베레스트 악명 높은 죽음의 구간 '데드존'에 기밀문서를 실은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최고의 산악 구조대 팀인 '윙스'는 자신들을 인도 정부 관료라고 소개한 인물들에게
문서의 추락 지점까지 안내해달라는 수상한 의뢰를 받게 되고, 그들과 함께 위험한 등정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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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경고> 메인 예고편
친구의 부탁으로 조카를 봐주기로 한 아이작.
어마어마한 보수에 수락했지만 기묘한 조건이 붙는다
#1. 이동을 제한하는 사슬 조끼를 입을 것
#2. 조카의 방에 들어가지 말 것
#3. 허락 없이 집을 떠나지 말 것
외딴섬에 위치한 미로 같은 집과 석궁을 들고 다니는 조카, 섬뜩한 토끼 인형까지…
이곳에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