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3-26 00:00:00
올 봄은 대만 첫사랑 로맨스 <해길랍>과 함께!
출처: 네이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등 풋풋하고 몽글몽글한 첫사랑 영화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대만 로맨스 영화가 올 봄 다시 한번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첫 만남의 떨림과 첫 연애의 풋풋함, 그리고 첫 이별의 아픔까지 떨어지는 벚꽃과 함께 그 때 그 시절로 우리들을 소환할 영화 <해길랍>은 가슴 뛰는 첫사랑 '탕셩'과 '완팅'이 충격적인 사고로 이별하게 되고, 몇 년 후 '탕셩' 앞에 낯선 익숙함을 가진 '류팅'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특별한 로맨스다.
<해길랍>은 특히 대만 드라마 <상견니>로 단숨에 새로운 아시아 첫사랑에 등극한 '허광한'이 주연을 맡아 1020 여성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스타성은 물론 빛나는 비주얼과 출중한 연기력까지 모두 겸비해 범아시아적 인기를 끌고 있는 그는 이번 <해길랍>으로 첫사랑만 바라보는 순정 직진남의 모습부터,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섹시미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허광한은 일명 '첫사랑 재질'의 모습을 통해 대만 로맨스 사상 가장 완벽한 남자 주인공으로 만인의 이상형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해길랍>은 국내 레전드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나의 소녀시대>와 <장난스런 키스>보다도 훨씬 더 폭발적인 반응으로 눈길을 끈다. 핑크빛 로맨스를 기다려온 관객들에게 '대만 로맨스의 봄 흥행 매직'을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감이 앞서는 가운데, 이미 팬들 사이에서 <해길랍>은 절대 놓쳐선 안될 허광한의 최애 필모그래피로 꼽히고 있어 2020년 대한민국을 비롯해 대만,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메가 히트 드라마 <상견니>의 뒤를 이을 흥행 돌풍이 예상된다.
다가오는 따사로운 봄, 누구에게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첫사랑의 기억과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금 불러 일으키며 우리 모두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로맨스를 선물할 <해길랍>. 대만 영화 특유의 예쁜 색감과 감성으로 극장가에 핀 한 송이 따뜻한 봄 꽃 같은 작품이 되길 기대해 본다.
씨네랩 에디터 Jad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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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A, 스왓, LA 형사가 출동하면 생기는 일 [원조코미디/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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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콰이어트 플레이스]리뷰:2편 개봉 전에 정리해본 1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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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리뷰입니다. 2편 개봉 전에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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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블러드 레드 스카이>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의문의 병을 앓는 여자.
치료를 위해 어린 아들가 밤 비행기에 오른다.
이륙 후, 비행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점령당하자 여인은 생존 싸움을 시작한다.
그간 힘겹게 숨겨온 어둠의 힘을 뿜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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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루카> 메인 예고편
바다 밖은 위험해?! 아니, 궁금해!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
바다 밖 세상이 무섭기도 하지만 궁금하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
두려움 없는 ‘알베르토’와 함께 인간 세상을 향한 모험을 감행하지만,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신하는 비밀 때문에 모험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새로운 친구 ‘줄리아’와 함께 젤라또와 파스타를 실컷 먹고
스쿠터 여행을 꿈꾸는 여름은 그저 즐겁기만 한데…
과연 이들은 언제까지 비밀을 감출 수 있을까?
함께라서 행복한 여름,
우리들의 잊지 못할 모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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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무관심했고, 난 절박했지."
"넌 무관심했고, 난 절박했지."
※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내가 빠져든 건 네 찬란함일까, 젊음일까" 1950년대 멕시코시티. 미국에서 도망친 뒤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작가 리. 함께할 수 있는 상대라면 누구든 상관없었던 리는 태양이 마지막 열기를 태워내며 타오르는 오후에 아름다운 청년 유진을 만나 첫눈에 빠져든다. 노골적인 관심과 구애 끝에 유진과 특별한 밤을 보낸 리. 하지만 마음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유진의 태도에 리는 점점 더 그를 갈망하며 집착하게 되는데...
- 네이버 <퀴어> 소개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제작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퀴어>가 오는 20일 개봉 예정이다. <퀴어>는 1950년대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중년 남성 리가 청년 유진을 우연히 만나 첫눈에 빠져들게 되면서 생기는 일을 담은 영화이다.
리는 미국이 아닌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술, 마약 그리고 하룻밤을 같이 지낼 상대와의 만남으로써 해결하고자 한다. 외로움의 크기만큼 술과 마약에 의존하는 정도가 커던 중 우연히 유진을 만나게 된다. 리는 첫눈에 유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그의 주위에 맴돌며 유진에 대해 알아가고자 한다. 마침내 리와 유진은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되지만 리와 다르게 유진은 이후 리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반면 리는 유진을 더더욱 갈망하며 그에게 집착한다.
유진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발전해 나가고 싶었던 리는 유진에게 여행을 제안하게 된다. 여행의 목적은 바로 식물 "야헤"를 찾는 것. 텔레파시 즉, 사람과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생각을 연결해 주고 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야헤"라는 식물을 원한 리는 유진과 그 여정을 함께 떠난다. 수소문한 결과 "야헤"에 대해 연구하는 박사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 리는 울창한 정글 속에서 그가 그토록 원하던 "야헤"를 얻게 된다. 리는 유진과 함께 "야헤"를 먹고 텔레파시를 얻길 기대하지만,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을 유진에게서 듣게 된다.
<퀴어> 포스터 속 문구인 "넌 무관심했고, 난 절박했지."는 리와 유진의 관게를 한 마디로 잘 표현한다. 외로움에 잠식되어 마약과 술 그리고 하룻밤 상대를 만나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던 리의 삶에 등장한 유진은 리에게 오랜 외로움을 없애 줄 구세주 같아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별한 밤을 하루 보낸 이후 유진에게 더욱 집착하는 리와 달리 유진은 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리는 마약과 술을 여전히 놓지 못하고 나아가 자신을 상대방과 영원히 연결해 줄 매개체를 찾게 된다. 그 매개체가 바로 "야헤"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서 보여주듯 "야헤"도 리가 그의 외로움을 달래 줄 것이라고 믿었던 여러 가지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루카 구아디노 감독의 이전 작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한 <퀴어>는 생각과 다르게 굉장히 실험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하고 배경 음악 또한 여러 올드팝을 삽입하여 잔잔하고 고요하기보다 활기차고 생동감 있게 영화가 흘러간다. 이러한 실험적인 장면은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리의 외로움을 관객에게 잘 전달해 주며 유진과의 관계 흐름에서 리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것을 돕는다.
루카 구아디노 감독의 아름다운 영상미 무엇보다도 그가 그려낸 리와 유진이라는 인물의 관계성에 대해 궁금하다면 20일 극장에서 영화 <퀴어>를 관람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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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그래도 살아간다
세상에는 아무리 소리쳐도 세상 사람들에게 닿지 못하는 외침들이 있다. 거대 자본, 거대 권력들이 소시민들의 일상에 개입할 때에 외침들은 그저 묵살되어 버린다. 여기, 다리가 없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카자흐스탄의 한 가장이 있다. 그는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 함께 사는데, 아들이 참 효자다. 아들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결혼 상대를 찾아주고 싶어 친구와 함께 '아버지 신붓감 찾기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이 부자는 신붓감을 찾아 온전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하지만 길이 참 험난해 보인다.
1. 간단한 플롯 속 노골적인 듯 하면서 함축적인 복선들
이 영화의 플롯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아버지, 멜리스의 짝을 찾아주고 싶은 아들, 갈라스의 순수한 마음이 돋보이고, 그 과정에서 참 눈치없는 갈라스의 친구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갈라스의 속을 뒤집어놓기도 한다. 그게 이 영화의 개그 포인트이자 웃음을 유발하는 지점인데, 영화가 어수룩한 것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이 영화 중간에 이런 개그포인트들이 간혹 등장해 주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마을은 주민들이 별일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마을일 것 같지만 고르바초프가 통치하던 소련 말기,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을 관성처럼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아직 레닌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그런 시골 동네로 그려진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장애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 것 같은데, 멜리스는 다리가 없고, 보건소에 가면 두 팔이 없는 사람도 있고, 어딘가 정신을 놓은 듯한 사람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악을 써대기도 한다. 이 정상적이지 못한 마을의 사람들은 어쩌다가 이 마을에 모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예전에 우리 나라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관리했던 것처럼 그런 식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마을인 걸까 싶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함축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노골적으로 보이는 복선들이 있다. '반핵 운동'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고, 마을이 핵 실험지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대립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이 마을은 핵 실험의 대상이 된 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이 미국과 소련이 핵 개발경쟁이 극에 달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왜 영화 속 사람들이 다 장애를 안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핵 실험을 진행하던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핵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생기고 있거나 병을 안고 태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멜리스가 갈라스에게 소련 시기의 주문처럼 외우게 했던 이념적 말들을 통해 반핵 운동이 일고 있는 와중에도 아직도 국가가 주입시킨 이념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함축적인 표현을 했다고 하시던데, 오히려 나는 그 복선들이 노골적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함축적으로 보이려는 형식적인 면모가 있긴 했지만 너무 의도가 잘 보여서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2. 자신이 살아온 삶을 넘어 사고하지 못하는 존재, 그 존재는 곧 인간.
멜리스는 짜증나리만큼 체제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불만을 딱히 표현하지도 않고, 자신의 욕망을 대놓고 드러내지도 못한다. 고르바초프 때면 공산주의 이념주의도 많이 시들해 졌을 시기일 텐데도 아직도 레닌을 잊지 못하고 국가가 만들어놓은 벽을 깨트리지 못한다. 레닌이 만들어 놓은 세상 이외에는 다양성 있는 사회에 대한 경험이 없어 그럴 것이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기에 그저 정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을 보고 있자니, 아직도 이념 논리로 정치 갈등을 유발하시는 어떤 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치 세상에는 진보, 보수 두 가지의 인간만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을 간혹 가다 보게 된다. 인터넷 상에서도 수없이 보게 되지만 1:1로 대화하는 와중에도 갑자기 그런 의견들을 주창하시는 분들을 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개인주의에 찌든 비교적 젊은 인간이 보기에는, 왜 세상을 저렇게 거시적인 논리로만 이해하려고 하실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분들이 사셨던 시대들을 곱씹어 본다면, 어쩌면 반공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세대이실 수도 있고, 반공을 지나 민주화라는 단어가 익숙하신 분들에게 거시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MZ세대(이 단어 정말 싫어하지만 워낙 매스미디어에 많이 등장하니 그냥 쓴다.)의 말들은 어쩌면 생각없고 가시돋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눈에는 거대 논리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의 행복이 우선시 되어야 사회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생겨난다고 말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얼마나 유약해 보일까. 전쟁이 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독재 정권이 당연시 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는 청년들은 이제 개인의 행복을 논해야 할 시기가 왔기에 그들의 논리를 펴는 것 뿐이지만 보고 느낀 것이 다른 세대들에게 이 주장은 너무 유약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리도 이 멜리스, 갈라스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각자 자신이 살아온 사회에서 가장 유행하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래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한치 앞을 벗어나지 못한다.
3.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는 비정상이 정상일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다보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미쳤다는 그 남자가 가장 정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냥 내가 미쳐버려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은 미쳤다고, 이 마을은 위험에 빠져 있다고 악을 쓰기라도 해야 안에 있는 울분이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치 억압된 사회에 대항하다가 정부에 끌려가 고문당해 정신을 놓은 사람은 아닐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누구보다 브레인일 지도 모른다.
카자흐스탄 영화라고 해서 낯설었는데, 메시지도 의미가 있고, 생각보다 흡입력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관람했다.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참 내가 가보지 못한 영역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가치있는 경험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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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끝까지 사탄 숭배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매우.
오컬트 요소가 짙다고 해서 무조건 싫어하는 건 아니다. 엑소시즘을 하는 등 주인공이 명확하게 악한 존재와 대립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맞서려는 시도가 있는 영화는 흥미롭게 보는 편이다. 주인공에게 나를 대입해서 보는 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오컬트 요소의 영화들은 보통 악마와 같은 존재가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 있는 경우다. 사건의 전후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주인공의 기억이 흐릿한 탓에 내가 그런 사건사고를 겪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을 때 나도 같이 띠용해버리는 바람에... 엥, 이게 나였다고? 나도 이런 일을 겪었다고? 뭐 주로 이런 식이다.
더불어 이 영화는 영화 설명에도 그렇고 초반부에 꽤나 수사물인 '척'하는 경향이 있다. 척이라고 하는 것은 주인공이 사건을 전개시키는 과정 탓이다. 주인공인 '하커 리'는 FBI 수사원인데 첫날부터 감으로 때려맞히는 쾌거를 보여준다. 나름 선배처럼 보이는 짝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탐문 레츠고' 하는데 'ㄴㄴ저 집에 범인 있음' 하는 식이다.
관객으로서 여기서부터 이 영화가 '수사물'은 아니라는 것을 나름대로 확인하게 된다. 주인공이 돗자리 깔고 감으로 때려 맞추는 게 수사물일 리가 없으니까? 근데 영화에서는 계속 FBI인 걸 강조하면서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사물이라고 하면 진실에 접근해가며 전개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수사 진척이 전혀 없다. 오히려 주인공에게 계속 진실이 다가오고 있다.
이 과정이 굉장히... 지루하달까. 어차피 주인공은 감으로 때려 맞출 것이고, 범인이 주인공 근처에 배회하고 있는데 좀 빨리 알려주면 안 되나, 하는... 질질 끌어서 답답한데, 결국 나중에 보면 이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지롱! 하는 게 너무나 킹 받는 모먼트다.
내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해서 못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이런 식의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것 같다. 다만 내가 열받는 건 수사물인 줄 알고 신났는데 결국 아니었다는 사실. 내가 싫어하는 건 그런 것일지도? 수사물 호빵인 줄 알았는데 반으로 갈라보니 오컬트 앙꼬를 숨겨놓은...
내 입장에서는 '악마'라는 존재가 그다지 엄청난 공포로서 다가오지 않는다. 애당초 종교도 없을뿐더러, 그런 경험도 없는 데다가, 동양권에서는 '귀신'의 존재를 더 크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관을 나설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찝찝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서양권에서는 꽤나 무서울지 몰라도 나처럼 그저 동양권 공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호소력이 약하지 않을까, 싶은 영화였다.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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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로서 드러내라, 예술가로서 저항하라
영화를 볼 때, 저는 자주 영향적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영향적 감상은 '나를 변화시킬 만큼 큰 영향을 주는 영화 감상'이라는 뜻인데요. 영화에 감명을 받고 마음을 다잡는 일이 너무 많아 제가 지어낸 말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습니다. 사진을 아끼는 사람이기에 이번 영화는 제게 특히 더 많은 영향을 주었죠.
사진의 힘은 위대합니다. 사진을 훑는 것만으로 기억의 파편들은 이야기로 재생됩니다. 그리고 여기,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의 파편들을 사진으로 담은 한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2024년 5월 15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Summary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사진은 나의 유일한 언어였다. 나는 생생하게 반짝이는 뉴욕에서 죽어가는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했고, 있는 그대로의 내 얼굴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제는 내 모든 명성을 걸고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싸운다. 생존과 투쟁의 기록이 담긴 나의 일기장을 당신에게 펼쳐 보인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로라 포이트라스
명성을 이용해 폐단을 무너뜨리다
낸 골딘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입니다. 거장이나 대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엄청난 분이죠. 그런 그가 미술관을 돌며 시위를 벌입니다. 그중에는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던 미술관도 있고, 곧 자신의 회고전을 열 미술관도 있습니다. 낸 골딘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미술관 바닥에 약통을 뿌리고, 바닥에 드러누워 죽은 시늉을 합니다.
그의 저항 운동은 제약사 퍼듀 파마와 그 배후에 있는 새클러 가문을 향합니다. 퍼듀 파마는 '옥시콘틴'이라는 진통제를 만든 회사입니다. 옥시콘틴은 가벼운 고통을 느끼는 환자에게도 의사가 쉽게 처방해 주던 약이었죠. 하지만 이 약은 퍼듀 파마가 매출을 높이기 위해 만든 마약성 진통제였습니다. 퍼듀 파마는 부작용을 은폐하고, 거짓 광고로 현혹하고, 공격적인 영업으로 판매를 촉진했죠. 옥시콘틴을 처방받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마약에 중독됐습니다. 옥시콘틴은 판매가 금지되기 전까지 무려 720억 정이 팔렸으며, 이로 인해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퍼듀 파마를 운영하는 새클러 가문은 옥시콘틴으로 벌어들인 돈을 예술계에 후원함으로써 이미지를 세탁했습니다. 전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 기부금과 후원금을 제공한 덕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뮤지엄, 루브르 박물관 등 유수의 미술관에 이른바 '새클러 갤러리'라는 이름을 건 전시관이 개관했습니다. 예술을 방패 삼아 탐욕의 벽을 쌓아 올린 새클러 가문의 악명을 알리기 위해서는 내부자의 힘이 필요했습니다. 예술계를 움직이는 내부자의 힘, 이를 발휘한 사람이 바로 낸 골딘이었죠.
낸 골딘은 사진작가로서 쌓아온 자신의 명성을 이용했습니다. 위대한 사진작가의 전시를 유치해야 하는 미술관의 입장에서 그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곤란한 일이었죠. 미술관들은 하나둘 새클러 가문의 후원을 거부하고, 갤러리에서 새클러의 이름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 ⊙
생존, 그 자체로 예술
낸 골딘이 새클러 가문에 대한 저항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그 역시 옥시콘틴을 복용했다가 약물에 중독된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명성까지 거침없이 이용하는 그의 저항력이 오직 당사자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중첩되어 온 그의 과거가 저항력의 힘과 크기를 키운 것이었죠. 영화는 낸 골딘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강력한 저항력의 출처를 탐색해 나갑니다.
언니의 자살 이후, 어릴 때부터 바깥 생활을 전전해 온 그는 소외된 자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베스트 프렌드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터부시되던 성소수자였고, 그 역시 그랬습니다. 낸 골딘은 무언가를 억지로 꾸며내 프레임에 담기보다는 자신의 일상을 고스란히 포착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그에게 사진은 표현의 두려움을 대신할 도구이자 해방처이기 때문이었죠. 낸 골딘은 일상의 모든 아름다운 면과 유혈사태를 가감 없이 사진에 담아냈습니다.
내밀한 일상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소외된 자를 드러내는 예술적 표현이 되었습니다. 그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예술과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저항을 실천해 온 셈입니다.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 사회에서 바뀌지 않는 것을 바꾸는 것. 정해진 답을 따르는 것은 예술가의 행보와 어울리지 않지만, 낸 골딘이 포착한 기억의 파편들을 보다 보면 '예술가는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물씬 밀려옵니다.
어떠한 행운 또는 불운의 결과로 제게도 권력이 생긴다면, 저도 낸 골딘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쌓인 기억의 파편으로 저항력의 힘과 크기를 키운 사람,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메시지에 힘을 더하는 사람, 권력을 권력답게 쓰는 사람 말입니다.
⊙ ⊙ ⊙
지금껏 자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지만, 항상 예쁘고 멋진 순간만 포착하려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낸 골딘이 그러했듯이, 있는 그대로의 일상에서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어졌습니다. 영향적 감상 끝에,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가방에 카메라와 삼각대를 넣어봅니다.
One-Liner
예술의 가치는 표현의 자유에서 오고, 표현의 자유는 예술을 저항의 도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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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디즈니의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북미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 왕좌에 올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백설공주>는 북미에서 4,300만 달러, 해외에서 4,43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세계 개봉 수익 8,739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습니다.
당초 1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오프닝 수익을 기대한 바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입니다.
2억 7,000만 달러의 높은 제작비로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최소 7억 달러 이상을 벌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연 <백설공주>도 앞서 개봉했던 디즈니의 실사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처럼 무서운 뒷심을 보여주며 안정적인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편, 케이트 블란쳇,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으로 나선 <블랙 백>은 개봉 2주 차에도 한 단계 더 올라서며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안착했습니다.
개봉 주말 대비 42% 감소에 그치며 꾸준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순위권에 돌아온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현재까지 전 세계 4억 80만 달러를 벌어들여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1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를 고려하면 기대만큼의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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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기다리는 동안,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결정하지 않는 것도 결정이라니. '무의사결정'이란 말 참 매력적이다. 처음 들었을 때 인생의 진리를 한 마디로 정리한 기분같았다. 결정하지 않는게 대체로 No를 뜻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결정하지 않는 것에도 책임감과 무게감을 부여하고 있다. 좀 더 쉽게 접근하자면 의사결정을 확률에 맡기는 것도 비슷한 종류일 것이다. 확률에 내면의 자신감과 책임감 문제를 맡길 수 있다. 앞면의 이순신이냐, 뒷면의 숫자가 나오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진다. 이파리를 하나씩 뜯어서 기다 아니다를 정한다. 요즘엔 기계가 대신 결정해주기도 한다더라. 여긴 아예 있던 일도 없던 일로 만드는 시공간초월 무의사결정이 있다. 바로 영화 <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에서.
취향의 문제겠지만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무려 최근에 본 눈이 부신 <너의 이름은>을 보고도 아직은 그렇다.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명언 때문덕이기도 하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던 순간이 많아서 탐이 났다. 대리만족도 됐고 시간을 바꿔봐야 어차피 별로 대단하게 바뀌지 않는 걸 보고 안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늘 눈에 아른거리는 건 마코토의 모습이었다. 바보같고, 오지랖 넓고, 당당한 마코토.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얻었을 때 마코토는 바보같았다. 대단한 걸 바꾼게 아니었다. 동생이 대신 먹은 푸딩, 엊그제 먹은 철판구이 고기, 노래방 계속 가기. 갑자기 닥쳐온 쪽지시험은 그렇다 치자. 절친인 치아키와의 캐치볼 공의 노선을 다 알아서 잡는 용도로 쓴다. 세상에, 그 능력을 그렇게 쓰는데도 마코토니까 이해가 간다. 그렇게 평범하게 써서 좋았다. 용돈은 다시 타서 쓰게 시간을 되돌리지만 복권당첨번호를 써먹으려고 쓰진 않는다. 주가조작도 안했고 누구 돈을 뺏지도 않았다.
물론 그 중엔 정말 바보같은 결정도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치아키가 고백한 게 두려워서 없던 일로 만들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어떻게 말할지 잘 생각하고 돌린 것 같지도 않다. 맨날 할말 없으면 뜬금없이 동생 얘기를 해버리니까. 그래놓고 고백받은 기억 때문에 어색해서 치아키를 피해다녔다. 몰랐던 것이다. 때로는 같이 용기내 문을 열지 않으면 다시는 열리지 않는 문이 있다. 코 앞에서 영영 닫혀버리는 것이다. 상대는 기억하지 못하는 그 순간으로 내 마음은 이미 살금살금 문이 열려버렸는데 덫에 걸려버린 것이다. 거절하지도 승낙하지도, 듣도 보도 못한 고백은 이제 그녀의 기억에만 존재한다. 치아키는 아프지도 않게 차였고 마코토는 아무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아야 한다. 잔인하다.
자신이 치게 될 사고를 남이 치게 만들고 나니 엄한 사람들이 다쳤다. 자신에겐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변수처럼 일어났다. 괴롭힘 당하던 친구는 억눌린 화풀이를 했고 그 결과 친한 친구 유리가 다치고 말았다. 유리는 다치긴 했지만 그 일로 좋아하던 치아키가 남자친구가 되었다. 마코토는 가장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이 순간에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시간을 돌리는 이 축복같던 무의사결정에 기뻐했던 자신에게 주는 벌일지도 모른다. 이미 그녀는 그 고백도, 치아키도 놓쳤고 유리와 같은 반 친구에게 없어도 될 상처를 주었다. 많은 여주인공이 무너져버릴 순간, 그녀는 울지 않는다.
마코토는 이 상황에서 오지랖이 넓다. 변화가 있다면 그녀 자신을 위해서 쓰던 타임 리프가 이제 소중한 다른 이들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던 무의사결정 대신 시간을 돌려 능동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친한 친구 고스케의 여자친구 만들어주기에 남은 기회를 거의 다 써버렸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다시 바보같았다. 치아키의 타임리프 질문에 얼어버려서 다시 회피용으로 시간을 되돌려 버렸다. 결과는 참혹했다. 소중한 고스케를 잃는 것이 분명해졌다.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시간 앞에서 그녀는 주저 앉아 미친 사람마냥 시간을 멈춰달라며 절규했고 그 소원을 들어주면서 치아키는 마코토와 이별해야 했다. 하고픈 말도 하지 못하고 괜한 소리만 하면서 마코토는 멋없이 치아키를 보내야 했다.
다시 한번 시간을 돌릴 기회가 생겼을 때 마코토는 이상하고도 멋진 결정을 한다. 숨이 차오를 때까지 열심히 달려가서 이 모든 것의 시작으로 돌아가 끝낸다. 이번엔 회피하지도 않고 치아키와도, 모든 사실과도 당당하게 마주한다. 그녀가 치아키를 좋아한다는 것마저도. 모든 상황을 치아키에게 털어놓고 그를 그가 있던 미래로 보내는 것. 굳이 그를 돌려보내는 건 대체 왜일지 생각해봤다. 여러번 볼 때마다 미래에서 기다리겠다는 치아키의 멋진 말에만 심취해서 그 뒤로 당당해진 마코토는 잘 생각하지 못했다. 치아키는 미래에서 시간을 되돌아왔고 이미 일찍 떠났어야 하지만 떠나지 않고 여기 시간의 흐름에 맡겨버렸다. 그조차도 무의사결정을 한 건 마찬가지다. 그 먼 시간을 지나 보고 싶었던 소중한 그림도 보지 못했고, 마코토도 좋고, 그에겐 과거이지만 여기선 현재인 이 시간이 좋아서라는 멋진 핑계가 있을 뿐.
그래서 마코토는 치아키를 위해 결정한다. 자신이 울어버릴 일인데도. 이제 시간을 되돌리는 게 얼마나 본인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잔인하고 아플 수 있는 일인지 마코토는 알고 있다. 어쩌면 치아키의 그 고백, 마코토 모르게 치아키도 꽤 여러번 고백했다가 없었던 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소중한 친구 고스케가 이미 여러 번 죽을 운명이었던 것을 구해주었던 것을 마코토가 몰랐듯이. 아무도 모르는데 나만 감당해야하는 괴로움을 알기에 마코토는 좋아하는 치아키가 더 이상 시간을 오가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는 현재이자 마코토에게는 미래인 그 시간에서 치아키가 행복하길 바라기에, 그가 좋아하는 그림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게 여기 남아 그가 그의 시간에서 행복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치아키를 찾아가는 게 그녀가 내린 결론일 것이다. 그렇게 치아키는 미래에서 마코토를 기다리고 마코토는 현재에서 치아키에게 달려간다.
기다린다, 달려간다, 문이 열린다. 나도 모르게 < 시간을 달리는 소녀 >와 연결짓고 있던게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것을 글의 끝자락에서야 깨달았다. 글의 방향을 정하지 않고 쓴 무의사결정적 글이라니 부끄럽지만.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어쩌면 내겐 생애 첫 시다. 언니의 책상에서 어릴 적부터 의미도 모르고 읽었던 시였다. 애기 때는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아서 이 시가 어디가 좋아서 언니가 책상 안에 끼워넣었을까 했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가만히 있다가 생각나곤 하는 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엔딩이 혹시나 아쉬웠거나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는 치아키와 마코토의 모습을 보여줄 시로 이 시를 꼽겠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마코토는 달라져있다. 여전히 덜렁대고 바보같지만 당당하다. 여전히 무의사결정을 생의 곳곳 틈틈히 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치아키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아닐 것이다. 아주 어렵고도 쉬운 결정을 했다. 마코토는 시간을 달리지 않으면서 시간을 달리고 있다. 타임 리프도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먼 곳에서 오지 않는 치아키에게, 아주 먼데서 오는 치아키에게 가고 있다. 달려가고 있다. 치아키가 그러하듯이.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쾅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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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A, 스왓, LA 형사가 출동하면 생기는 일 [원조코미디/결말포함]
#코미디영화#재미있는영화#액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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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콰이어트 플레이스]리뷰:2편 개봉 전에 정리해본 1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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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리뷰입니다. 2편 개봉 전에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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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블러드 레드 스카이>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의문의 병을 앓는 여자.
치료를 위해 어린 아들가 밤 비행기에 오른다.
이륙 후, 비행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점령당하자 여인은 생존 싸움을 시작한다.
그간 힘겹게 숨겨온 어둠의 힘을 뿜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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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루카> 메인 예고편
바다 밖은 위험해?! 아니, 궁금해!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
바다 밖 세상이 무섭기도 하지만 궁금하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
두려움 없는 ‘알베르토’와 함께 인간 세상을 향한 모험을 감행하지만,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신하는 비밀 때문에 모험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새로운 친구 ‘줄리아’와 함께 젤라또와 파스타를 실컷 먹고
스쿠터 여행을 꿈꾸는 여름은 그저 즐겁기만 한데…
과연 이들은 언제까지 비밀을 감출 수 있을까?
함께라서 행복한 여름,
우리들의 잊지 못할 모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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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무관심했고, 난 절박했지."
"넌 무관심했고, 난 절박했지."
※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내가 빠져든 건 네 찬란함일까, 젊음일까" 1950년대 멕시코시티. 미국에서 도망친 뒤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작가 리. 함께할 수 있는 상대라면 누구든 상관없었던 리는 태양이 마지막 열기를 태워내며 타오르는 오후에 아름다운 청년 유진을 만나 첫눈에 빠져든다. 노골적인 관심과 구애 끝에 유진과 특별한 밤을 보낸 리. 하지만 마음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유진의 태도에 리는 점점 더 그를 갈망하며 집착하게 되는데...
- 네이버 <퀴어> 소개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제작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퀴어>가 오는 20일 개봉 예정이다. <퀴어>는 1950년대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중년 남성 리가 청년 유진을 우연히 만나 첫눈에 빠져들게 되면서 생기는 일을 담은 영화이다.
리는 미국이 아닌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술, 마약 그리고 하룻밤을 같이 지낼 상대와의 만남으로써 해결하고자 한다. 외로움의 크기만큼 술과 마약에 의존하는 정도가 커던 중 우연히 유진을 만나게 된다. 리는 첫눈에 유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그의 주위에 맴돌며 유진에 대해 알아가고자 한다. 마침내 리와 유진은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되지만 리와 다르게 유진은 이후 리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반면 리는 유진을 더더욱 갈망하며 그에게 집착한다.
유진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발전해 나가고 싶었던 리는 유진에게 여행을 제안하게 된다. 여행의 목적은 바로 식물 "야헤"를 찾는 것. 텔레파시 즉, 사람과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생각을 연결해 주고 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야헤"라는 식물을 원한 리는 유진과 그 여정을 함께 떠난다. 수소문한 결과 "야헤"에 대해 연구하는 박사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 리는 울창한 정글 속에서 그가 그토록 원하던 "야헤"를 얻게 된다. 리는 유진과 함께 "야헤"를 먹고 텔레파시를 얻길 기대하지만,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을 유진에게서 듣게 된다.
<퀴어> 포스터 속 문구인 "넌 무관심했고, 난 절박했지."는 리와 유진의 관게를 한 마디로 잘 표현한다. 외로움에 잠식되어 마약과 술 그리고 하룻밤 상대를 만나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던 리의 삶에 등장한 유진은 리에게 오랜 외로움을 없애 줄 구세주 같아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별한 밤을 하루 보낸 이후 유진에게 더욱 집착하는 리와 달리 유진은 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리는 마약과 술을 여전히 놓지 못하고 나아가 자신을 상대방과 영원히 연결해 줄 매개체를 찾게 된다. 그 매개체가 바로 "야헤"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서 보여주듯 "야헤"도 리가 그의 외로움을 달래 줄 것이라고 믿었던 여러 가지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루카 구아디노 감독의 이전 작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한 <퀴어>는 생각과 다르게 굉장히 실험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하고 배경 음악 또한 여러 올드팝을 삽입하여 잔잔하고 고요하기보다 활기차고 생동감 있게 영화가 흘러간다. 이러한 실험적인 장면은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리의 외로움을 관객에게 잘 전달해 주며 유진과의 관계 흐름에서 리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것을 돕는다.
루카 구아디노 감독의 아름다운 영상미 무엇보다도 그가 그려낸 리와 유진이라는 인물의 관계성에 대해 궁금하다면 20일 극장에서 영화 <퀴어>를 관람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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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그래도 살아간다
세상에는 아무리 소리쳐도 세상 사람들에게 닿지 못하는 외침들이 있다. 거대 자본, 거대 권력들이 소시민들의 일상에 개입할 때에 외침들은 그저 묵살되어 버린다. 여기, 다리가 없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카자흐스탄의 한 가장이 있다. 그는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 함께 사는데, 아들이 참 효자다. 아들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결혼 상대를 찾아주고 싶어 친구와 함께 '아버지 신붓감 찾기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이 부자는 신붓감을 찾아 온전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하지만 길이 참 험난해 보인다.
1. 간단한 플롯 속 노골적인 듯 하면서 함축적인 복선들
이 영화의 플롯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아버지, 멜리스의 짝을 찾아주고 싶은 아들, 갈라스의 순수한 마음이 돋보이고, 그 과정에서 참 눈치없는 갈라스의 친구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갈라스의 속을 뒤집어놓기도 한다. 그게 이 영화의 개그 포인트이자 웃음을 유발하는 지점인데, 영화가 어수룩한 것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이 영화 중간에 이런 개그포인트들이 간혹 등장해 주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마을은 주민들이 별일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마을일 것 같지만 고르바초프가 통치하던 소련 말기,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을 관성처럼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아직 레닌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그런 시골 동네로 그려진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장애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 것 같은데, 멜리스는 다리가 없고, 보건소에 가면 두 팔이 없는 사람도 있고, 어딘가 정신을 놓은 듯한 사람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악을 써대기도 한다. 이 정상적이지 못한 마을의 사람들은 어쩌다가 이 마을에 모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예전에 우리 나라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관리했던 것처럼 그런 식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마을인 걸까 싶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함축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노골적으로 보이는 복선들이 있다. '반핵 운동'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고, 마을이 핵 실험지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대립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이 마을은 핵 실험의 대상이 된 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이 미국과 소련이 핵 개발경쟁이 극에 달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왜 영화 속 사람들이 다 장애를 안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핵 실험을 진행하던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핵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생기고 있거나 병을 안고 태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멜리스가 갈라스에게 소련 시기의 주문처럼 외우게 했던 이념적 말들을 통해 반핵 운동이 일고 있는 와중에도 아직도 국가가 주입시킨 이념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함축적인 표현을 했다고 하시던데, 오히려 나는 그 복선들이 노골적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함축적으로 보이려는 형식적인 면모가 있긴 했지만 너무 의도가 잘 보여서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2. 자신이 살아온 삶을 넘어 사고하지 못하는 존재, 그 존재는 곧 인간.
멜리스는 짜증나리만큼 체제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불만을 딱히 표현하지도 않고, 자신의 욕망을 대놓고 드러내지도 못한다. 고르바초프 때면 공산주의 이념주의도 많이 시들해 졌을 시기일 텐데도 아직도 레닌을 잊지 못하고 국가가 만들어놓은 벽을 깨트리지 못한다. 레닌이 만들어 놓은 세상 이외에는 다양성 있는 사회에 대한 경험이 없어 그럴 것이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기에 그저 정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을 보고 있자니, 아직도 이념 논리로 정치 갈등을 유발하시는 어떤 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치 세상에는 진보, 보수 두 가지의 인간만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을 간혹 가다 보게 된다. 인터넷 상에서도 수없이 보게 되지만 1:1로 대화하는 와중에도 갑자기 그런 의견들을 주창하시는 분들을 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개인주의에 찌든 비교적 젊은 인간이 보기에는, 왜 세상을 저렇게 거시적인 논리로만 이해하려고 하실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분들이 사셨던 시대들을 곱씹어 본다면, 어쩌면 반공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세대이실 수도 있고, 반공을 지나 민주화라는 단어가 익숙하신 분들에게 거시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MZ세대(이 단어 정말 싫어하지만 워낙 매스미디어에 많이 등장하니 그냥 쓴다.)의 말들은 어쩌면 생각없고 가시돋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눈에는 거대 논리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의 행복이 우선시 되어야 사회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생겨난다고 말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얼마나 유약해 보일까. 전쟁이 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독재 정권이 당연시 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는 청년들은 이제 개인의 행복을 논해야 할 시기가 왔기에 그들의 논리를 펴는 것 뿐이지만 보고 느낀 것이 다른 세대들에게 이 주장은 너무 유약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리도 이 멜리스, 갈라스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각자 자신이 살아온 사회에서 가장 유행하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래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한치 앞을 벗어나지 못한다.
3.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는 비정상이 정상일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다보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미쳤다는 그 남자가 가장 정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냥 내가 미쳐버려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은 미쳤다고, 이 마을은 위험에 빠져 있다고 악을 쓰기라도 해야 안에 있는 울분이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치 억압된 사회에 대항하다가 정부에 끌려가 고문당해 정신을 놓은 사람은 아닐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누구보다 브레인일 지도 모른다.
카자흐스탄 영화라고 해서 낯설었는데, 메시지도 의미가 있고, 생각보다 흡입력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관람했다.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참 내가 가보지 못한 영역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가치있는 경험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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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끝까지 사탄 숭배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매우.
오컬트 요소가 짙다고 해서 무조건 싫어하는 건 아니다. 엑소시즘을 하는 등 주인공이 명확하게 악한 존재와 대립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맞서려는 시도가 있는 영화는 흥미롭게 보는 편이다. 주인공에게 나를 대입해서 보는 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오컬트 요소의 영화들은 보통 악마와 같은 존재가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 있는 경우다. 사건의 전후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주인공의 기억이 흐릿한 탓에 내가 그런 사건사고를 겪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을 때 나도 같이 띠용해버리는 바람에... 엥, 이게 나였다고? 나도 이런 일을 겪었다고? 뭐 주로 이런 식이다.
더불어 이 영화는 영화 설명에도 그렇고 초반부에 꽤나 수사물인 '척'하는 경향이 있다. 척이라고 하는 것은 주인공이 사건을 전개시키는 과정 탓이다. 주인공인 '하커 리'는 FBI 수사원인데 첫날부터 감으로 때려맞히는 쾌거를 보여준다. 나름 선배처럼 보이는 짝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탐문 레츠고' 하는데 'ㄴㄴ저 집에 범인 있음' 하는 식이다.
관객으로서 여기서부터 이 영화가 '수사물'은 아니라는 것을 나름대로 확인하게 된다. 주인공이 돗자리 깔고 감으로 때려 맞추는 게 수사물일 리가 없으니까? 근데 영화에서는 계속 FBI인 걸 강조하면서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사물이라고 하면 진실에 접근해가며 전개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수사 진척이 전혀 없다. 오히려 주인공에게 계속 진실이 다가오고 있다.
이 과정이 굉장히... 지루하달까. 어차피 주인공은 감으로 때려 맞출 것이고, 범인이 주인공 근처에 배회하고 있는데 좀 빨리 알려주면 안 되나, 하는... 질질 끌어서 답답한데, 결국 나중에 보면 이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지롱! 하는 게 너무나 킹 받는 모먼트다.
내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해서 못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이런 식의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것 같다. 다만 내가 열받는 건 수사물인 줄 알고 신났는데 결국 아니었다는 사실. 내가 싫어하는 건 그런 것일지도? 수사물 호빵인 줄 알았는데 반으로 갈라보니 오컬트 앙꼬를 숨겨놓은...
내 입장에서는 '악마'라는 존재가 그다지 엄청난 공포로서 다가오지 않는다. 애당초 종교도 없을뿐더러, 그런 경험도 없는 데다가, 동양권에서는 '귀신'의 존재를 더 크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관을 나설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찝찝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서양권에서는 꽤나 무서울지 몰라도 나처럼 그저 동양권 공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호소력이 약하지 않을까, 싶은 영화였다.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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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로서 드러내라, 예술가로서 저항하라
영화를 볼 때, 저는 자주 영향적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영향적 감상은 '나를 변화시킬 만큼 큰 영향을 주는 영화 감상'이라는 뜻인데요. 영화에 감명을 받고 마음을 다잡는 일이 너무 많아 제가 지어낸 말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습니다. 사진을 아끼는 사람이기에 이번 영화는 제게 특히 더 많은 영향을 주었죠.
사진의 힘은 위대합니다. 사진을 훑는 것만으로 기억의 파편들은 이야기로 재생됩니다. 그리고 여기,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의 파편들을 사진으로 담은 한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2024년 5월 15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Summary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사진은 나의 유일한 언어였다. 나는 생생하게 반짝이는 뉴욕에서 죽어가는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했고, 있는 그대로의 내 얼굴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제는 내 모든 명성을 걸고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싸운다. 생존과 투쟁의 기록이 담긴 나의 일기장을 당신에게 펼쳐 보인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로라 포이트라스
명성을 이용해 폐단을 무너뜨리다
낸 골딘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입니다. 거장이나 대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엄청난 분이죠. 그런 그가 미술관을 돌며 시위를 벌입니다. 그중에는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던 미술관도 있고, 곧 자신의 회고전을 열 미술관도 있습니다. 낸 골딘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미술관 바닥에 약통을 뿌리고, 바닥에 드러누워 죽은 시늉을 합니다.
그의 저항 운동은 제약사 퍼듀 파마와 그 배후에 있는 새클러 가문을 향합니다. 퍼듀 파마는 '옥시콘틴'이라는 진통제를 만든 회사입니다. 옥시콘틴은 가벼운 고통을 느끼는 환자에게도 의사가 쉽게 처방해 주던 약이었죠. 하지만 이 약은 퍼듀 파마가 매출을 높이기 위해 만든 마약성 진통제였습니다. 퍼듀 파마는 부작용을 은폐하고, 거짓 광고로 현혹하고, 공격적인 영업으로 판매를 촉진했죠. 옥시콘틴을 처방받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마약에 중독됐습니다. 옥시콘틴은 판매가 금지되기 전까지 무려 720억 정이 팔렸으며, 이로 인해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퍼듀 파마를 운영하는 새클러 가문은 옥시콘틴으로 벌어들인 돈을 예술계에 후원함으로써 이미지를 세탁했습니다. 전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 기부금과 후원금을 제공한 덕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뮤지엄, 루브르 박물관 등 유수의 미술관에 이른바 '새클러 갤러리'라는 이름을 건 전시관이 개관했습니다. 예술을 방패 삼아 탐욕의 벽을 쌓아 올린 새클러 가문의 악명을 알리기 위해서는 내부자의 힘이 필요했습니다. 예술계를 움직이는 내부자의 힘, 이를 발휘한 사람이 바로 낸 골딘이었죠.
낸 골딘은 사진작가로서 쌓아온 자신의 명성을 이용했습니다. 위대한 사진작가의 전시를 유치해야 하는 미술관의 입장에서 그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곤란한 일이었죠. 미술관들은 하나둘 새클러 가문의 후원을 거부하고, 갤러리에서 새클러의 이름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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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그 자체로 예술
낸 골딘이 새클러 가문에 대한 저항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그 역시 옥시콘틴을 복용했다가 약물에 중독된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명성까지 거침없이 이용하는 그의 저항력이 오직 당사자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중첩되어 온 그의 과거가 저항력의 힘과 크기를 키운 것이었죠. 영화는 낸 골딘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강력한 저항력의 출처를 탐색해 나갑니다.
언니의 자살 이후, 어릴 때부터 바깥 생활을 전전해 온 그는 소외된 자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베스트 프렌드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터부시되던 성소수자였고, 그 역시 그랬습니다. 낸 골딘은 무언가를 억지로 꾸며내 프레임에 담기보다는 자신의 일상을 고스란히 포착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그에게 사진은 표현의 두려움을 대신할 도구이자 해방처이기 때문이었죠. 낸 골딘은 일상의 모든 아름다운 면과 유혈사태를 가감 없이 사진에 담아냈습니다.
내밀한 일상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소외된 자를 드러내는 예술적 표현이 되었습니다. 그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예술과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저항을 실천해 온 셈입니다.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 사회에서 바뀌지 않는 것을 바꾸는 것. 정해진 답을 따르는 것은 예술가의 행보와 어울리지 않지만, 낸 골딘이 포착한 기억의 파편들을 보다 보면 '예술가는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물씬 밀려옵니다.
어떠한 행운 또는 불운의 결과로 제게도 권력이 생긴다면, 저도 낸 골딘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쌓인 기억의 파편으로 저항력의 힘과 크기를 키운 사람,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메시지에 힘을 더하는 사람, 권력을 권력답게 쓰는 사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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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자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지만, 항상 예쁘고 멋진 순간만 포착하려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낸 골딘이 그러했듯이, 있는 그대로의 일상에서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어졌습니다. 영향적 감상 끝에,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가방에 카메라와 삼각대를 넣어봅니다.
One-Liner
예술의 가치는 표현의 자유에서 오고, 표현의 자유는 예술을 저항의 도구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