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2-03 11:29:42
전근대의 질곡, 그리고 근대의 ‘예수’가 된 여자
영화 〈노스페라투〉

8★/10★
전근대와 근대 사이의 질곡, 누군가는 이를 끊어내야만 한다. 1838년 독일, 엘렌은 성적 환희에 젖은 표정으로 악마와 교합한다. 이날 이후, 엘렌은 악몽을 꾸고 심신미약에 시달린다. 한편, 엘렌의 남편 토마스는 거액의 부동산 계약을 위해 타지에 있는 올록 백작에게 향한다. 토마스가 떠나자 엘렌의 불안 증세는 점차 심해진다. 의사는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도록 엘렌에게 코르셋을 입으라 권한다. 발작 증세를 억누르기 위한 결박도 권한다. ‘예민한’ 여성에 대한 근대 의학의 일반적인 처방이었다. 그러나 엘렌의 증세는 악화일로다. 의사는 고민 끝에 한때 촉망받는 의료인이었던 미치광이 연금술사에게 엘렌을 데려간다. ‘현대식’을 표방하는 의사의 자기 패배 선언이다.
한편 엘렌의 고통이 점차 가중되는 동안, 토마스 역시 올록 백작과 만나 진이 빠지는 경험을 한다. 내내 그에게 끌려다니던 토마스는 마침내 올록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깨닫고 도망쳐 나온다. 올록은 그런 토마스를 뒤따른다. 올록은 오랫동안 때를 기다렸다. 엘렌을 비롯한 또 다른 수하가 있는 도시로 향해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을 확립할 때를.

올록이 도착하자 도시에는 금세 전염병이 퍼진다. 엘렌의 증세를 처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패러다임의 충돌이 발생한다. 누군가는 이 전염병을 악마의 영향력이라 진단하고, 누군가는 그런 해석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현대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은 죽을 쑨다. 전근대에 대한 근대의 연전연패다.
이제 올록이 온 도시를 지배하기 직전이다. 엘렌이 나선다. 그녀는 내내 자신이 더는 올록을 섬기지 않는다는 점을, 이제는 올록이 아닌 남편을 사랑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결국 올록의 강요에 무릎을 꿇는다. 그러나 진심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만이 올록을 전근대의 세계로 완전히 퇴장시켜 봉인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연금술 대 의학, 악마의 재림 대 전염병. 즉 전근대와 근대의 패러다임 전쟁에서 후자는 번번이 패배했다. 전근대의 질곡으로 표상된 악에 완전히 잡아먹힐 위기다. 그러자 근대적 분류‧인식 체계에서 늘 뒤처져 있다고 모욕당해온 여성인 엘렌이 그 모욕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악마 올록과 성적으로 교합해 해가 떠오르면 올록이 돌아가야만 하는 관을 파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번다. ‘마녀(악마에 대한 성욕)’, ‘히스테리(불안하고 신경질적인 여성)’라는 낙인을 기꺼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 악마에게 소멸을 선사해 근대를 온전히 열어젖히는 예수로서 희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엘렌이 숭고한 희생을 결심하는 결정적 동기가 남편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문, 경제적 필요에 얽매이지 않는 두 개인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근대적인 현상이다.

이 영화는 최초로 뱀파이어가 등장한 동명의 영화(〈노스페라투〉(1922))를 리메이크한 것인데, 100여 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무게를 넉넉히 견딜 만큼 깊이 있는 상징을 적확하게 활용한다. 클래식한 연출을 동시대적으로 갱신해 몰입감을 유지하는 솜씨도 일품이다. 숨 막히게 몰아붙이거나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공포영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은근하게 장악하여 곱씹게 한다. 이전에 〈라이트하우스〉에서 본, 로버트 에거스가 그려낸 미지의 것에 대한 열망과 공포의 메타포가 더욱 세련되게 발전해 계승되었다는 데에 대한 반가움도 크다. 가히 ‘걸작’이란 평가를 받을 만한 영화다.
Relative contents
-
- 미쳐야만 알 수 있는 본질, 그 끝에서 무너지다
애국은 무엇일까. 애국(愛國) : 자신이 속한 국가를 사랑하는 것, 이는 사전적 의미로서 국가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포괄적 해석이 가능한 애국이라는 단어는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가에 따라 상당히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이 영화에서의 애국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 애국이 주는 어떤 영향까지도 세세하게 바라보면 더 곱씹으며 볼 수 있다. 한 국가의 공(功)과 과오(過誤)는 어떤 나라에도, 어떤 시대에도 존재한다.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제국주의는 세상을 덮었다. 모두에게 강요된 체제임에도 누군가는 순응하며 살았고 또 누군가는 체제에서 맞서고 있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모두가 바란 일이 아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륙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마주하게 된 유사쿠와 후미오는 지금의 삶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국가와 맞서게 되면서 이 영화의 본격적인 내용이 스파이의 ‘아내’인 사토코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유사쿠가 행하는 애국의 과정에서 사토코는 사소한 오해를 갖게 된다.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침묵을 선택했던 유사쿠의 행동에 거짓말인 것처럼 느껴졌던 가토 코는 사람 자체에 믿음을 가지며 믿음의 뿌리를 어렵사리 내린다. 사회 전반에 깔린 감시는 사회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도 의심을 뻗치게 했다. 사회가 만든 감시와 침묵, 그 침묵의 대가는 방관이 되어 신뢰보다는 불신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계기가 된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침묵은 그의 편안한 삶을 위한 거짓말이 된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지금 일본의 모습이 이때 정착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깥세상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는 투명창과 체스판의 말처럼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사건의 참혹함을 목격해도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른 걸까?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꽤 극단적으로 표현된다. 자국을 위해 무한의 충성을 행하는 이들과 진실을 위해 행동하는 이들이 비친다. 하지만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치우치지 않는 사토코와 같은 사람은 그 안에서도 길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쉽지 않은 일들이 빠르지도 않게 무너져야 할 것이 무너진다. 패망과 체제의 무너짐 앞에서 슬픔 속의 기쁨이 소용돌이 침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만큼은 놓지 않는다.
“난 절대 미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난 미친 거예요. 적어도 이 나라에서 만큼은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각본으로 구로사와 기요시가 연출한 이 영화는 저예산으로 인해 장소에 대한 한계는 있었으나 영화 특유의 잔잔함과 일본의 과거사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자국의 모습을 색채 가득한 모습으로 미화하기보다는 스파이의 ‘아내’의 모습으로 투영하는 영화의 표현이 매력적이었다. 외부의 변수로 생략된 부분들이 아쉽게 느껴졌는데, 사회적 제약을 받지 않았다면 어떤 영화가 탄생했을까. 일본이 행했던 전쟁의 참혹함이 주변의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지금의 일본은 어떤 모습인지도 동시에 비추면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시원하게 드러낼 그때를 기대해본다.
-
-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1월 넷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
오늘 비가 내린 후 날씨가 급변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주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본격 한파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모두 따뜻하게 입고 외출하시길 바랍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
.
.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올빼미> (NEW)
▶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 영화 <올빼미>는 수려한 미장센과 풍부한 사운드로 관객들을 모았다.
<올빼미>의 감독은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밝힌 만큼, 극장에서
관람한다면 영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말 동안 (11월 25일 ~ 11월 27일) 관객 수
63만 6,40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1만 7,82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2. <데시벨> (-)
▶ 사운드 테러 액션이라는 신선한 장르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 개봉 2주차 주말에도
뜨거운 흥행세를 드러낸 <데시벨>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였다.
주말 동안 (11월 25일 ~ 11월 27일) 관객 수 15만 6,47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7만 9,77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2)
▶ 4년 만의 <블랙 팬서> 후속작 개봉으로 마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깊은 주제 의식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야기의
느린 전개로 지루하다는 평도 많았다. 주말 동안 (11월 25일 ~ 11월 27일) 관객 수 14만
3,24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99만 1,89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28회 예측 이벤트는 <올빼미>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올빼미>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4%, 여성 46%로 남성이 여성보다 조금 더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그 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올빼미>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40대 초반 남성과(571,208명)과 40대 후반 여성(480,171명)이었습니다. 또한 <올빼미>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0.8%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올빼미>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동감> (▼1)
▶ 밀레니엄 감성을 품은 20대의 풋풋한 로맨스 영화 <동감>은 청춘들의 설렘 케미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주말 동안 (11월 25일 ~ 11월 27일) 관객 수 7만 3,72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4만 4,52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스트레인지 월드> (NEW)
▶ 2015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빅 히어로>의 돈 홀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은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 북미와 국내 모두 아쉬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주말 동안 (11월 25일 ~ 11월 27일) 관객 수 5만 3,59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만 7,57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국내와 달리 북미에서 개봉 3주차에도 역시 1위를
차지하였다. 2위부터는 신작이 등장하며 순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The Chosen Season
3: Episode 1 & 2>, <Black Adam> <Ticket to Paradise>이 순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주말 동안(11월 25일 ~ 11월 27일) 매출액은
45,900,000 (한화 약 614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367,670,596
달러 (한화 약 4,924억)를 달성하였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4590만 달러 (누적 3억 6,767만 달러)
2. <스트레인지 월드> 1190만 달러 (누적 1860만 달러)
3.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 940만 달러 (누적 1,328만 달러)
4. <블랙 아담> 596만 달러 (누적 900만 달러)
5. <더 메뉴> 520만 달러 (누적 1,867만 달러)
.
.
.
씨네픽의 11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 1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에반게리온> 완결 극장판 재개봉소식과 브루스 윌리스의 은퇴 전 마지막 액션영화 <파라다이스 시티>까지, 1월3주차 개봉작 같이 만나보아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The End Of Evangelion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87분
감독: 안노 히데아키
출연: -
개봉: 2024.01.17.
배급: -
시놉시스
‘신세기 에반게리온’ TV 시리즈의 완결판- ‘카오루’의 죽음 이후 공황 상태에 빠진 ‘신지’. 한편, 네르프 총사령관 ‘겐도’는 ‘서드 임팩트’ 즉, ‘인류보완계획’을 놓고 ‘제레’와 갈등을 벌인다. 이에 ‘제레’는 양산형 에바를 투입해 네르프 본부와 에바 파일럿들을 향해 총공격을 감행하고 맹공에 혼수 상태였던 ‘아스카’까지 완전히 폭주한다. ‘신지’는 ‘미사토’의 도움으로 겨우 초호기에 오르지만, 인류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데…
CINE PICK!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극장판이자 완결 편입니다. 시종일관 암울한 분위기, 선정적이면서 잔인한 장면들이 많아 일반 관람객은 물론 기존의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개봉 당시 눈을 뗄 수 없는 신선한 연출과 파격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재패니메이션’의 명성을 입증한 작품입니다.
무티: 주술 살인
The Ritual Killer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92분
감독: 조지갤로
출연: 모건 프리먼, 콜 하우저
개봉: 2024.01.17.
배급: (주)제이씨엔터웍스
시놉시스
강력계 형사 루카스 보이드는 딸과 아내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중 매우 기괴하고 잔인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현장을 둘러본 루카스는 평범한 살인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해 맥클스 교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범인이 고객의 의뢰를 받고 무티라는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제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남아공 출신의 흑주술사 랜도쿠를 뒤쫓는다.
CINE PICK!
주연을 맡은 배우 모건 프리먼은 작품에서 아프리카문화 전문 교수 역을 맡아 난관에 빠진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며 범인을 추적하는 지적인 연기를 보여주지만 영화는 스토리의 완성도를 미루어보아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모건 프리먼의 이름에 기댄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파라다이스 시티
Paradise City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스릴러 | 미국 | 93분
감독: 척 러셀
출연: 브루스 윌리스, 존 트불타, 스티븐 도프 등
재개봉: 2024.01.18.
배급: ㈜누리픽쳐스
시놉시스
현상금 사냥꾼 ‘이언 스완’은 ‘마약 밀매 조직의 두목을 쫓다 살해당한다. 이후, 그의 아들 ‘라이언’은 아버지의 마지막 메시지를 듣고 살인범을 찾으러 하와이로 향한다. 라이언은 아버지의 옛 동료인 로비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이언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사바나’도 두 사람의 추적에 합류한다. 한편 하와이의 권력자인 ‘버클리’는 하와이에 국제마약항을 건설하려는 야심을 품고, 주지사 자리에 꼭두각시 현지인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한다. 이후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로비를 납치하는데…
CINE PICK!
‘브루스 윌리스’의 마지막 액션 영화 <파라다이스 시티>는 은퇴를 선언하기 전 완성된 액션 영화입니다. 40년간 할리우드에서 액션 영웅으로 불리며 5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기록한 전설적인 배우 브루스 윌리스는 2022 실어증 진단을 받고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은퇴하게 되었는데요 90~00년대 함께 시대를 풍미한 동료 ‘존 트라 불타’와공동 주연을 맡으며 경력을 마무리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서치 : 데스게임
#Blue_Whale
ⓒ 네이버영화
개요: 스릴러 | 러시아 연방 | 94분
감독: 안나 자이체바
출연: 안나 포테브냐, 티모페이 엘레츠키, 다이나 슐미나 등
개봉: 2024.01.18.
배급: ㈜영화사 빅
시놉시스
동생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챌린지를 쫓아라! 어느 날, ‘다나’의 여동생 ‘율리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다. ‘다나’는 동생이 남긴 노트북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율리아’가 참여한 죽음의 챌린지 ‘블루 웨일 게임’의 흔적을 발견한다.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 즉 게임의 주동자를 찾기 위하여 ‘다나’는 직접 게임에 참가하게 되고, 점차 위험해지는 챌린지에 빠져드는데…
CINE PICK!
영화 <서치3 : 데스게임>은 스크린라이프 스릴러로 신선한 장르적 기법으로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화제성은 물론 국내에서도 295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스크린라이프 장르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프로듀서 티무르베크맘베토프의 신작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
- <미키 17>, 미래일까 현재일까, 상상일까 현실일까
‘봉 감독이 돌아왔다.’ 그가 새로운 작품과 함께 돌아온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설레었던가. 회갈색 빛으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에 찝찝함을 더하고 현실에 대한 의문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품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재치를 던져줌으로써 자칫하면 질척 질척 무겁기만 할 수도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유하게 이끌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그가 창조해 낸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바라보고, 우리가 애써 모른 척 해왔던 무언가와 눈을 맞춘다.
그런 봉준호 감독이 로버트 패틴슨과 만났다. <트와일라잇>으로 한국 대중에게 익숙할 로버트 패틴슨은 사실 그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의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으로 그를 눈여겨보고 있던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을 구상하며 주인공 역으로 바로 로버트 패틴슨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미키 17>을 통해 자신의 연기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영화를 본 박찬욱 감독은 ‘아카데미 위원회는 로버트 패틴슨에게 주연상과 조연상 두 개를 주어라!’라는 평까지 남겼으니 말이다.
오랜만의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돌아다는 소식에 설레며 개봉일만을 기다려왔다. 그렇게 개봉일 아침 바로 극장으로 달려가 마주한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미래와 사회에 대한 고찰을 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미키 17> 한국판 포스터와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 역) (C) Warner Bros Korea
영화 <미키 17>은 2050년, 미래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영화다. 지구에서 사채 빚으로 인해 목숨을 위협당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 역)가 새로운 행성의 개척 프로젝트에 지원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무 기술도 능력도 없던 미키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지원할 수 있던 유일한 직군은 ‘익스펜더블 expendable.’ ‘소모용’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직군에 지원하기 전 미키는 지원서의 세부사항을 자세히 읽었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 직군의 주요 업무는 수많은 죽음을 겪으며 복제당하고 또 죽음을 겪는 실험체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음을 피하기 위해 반복되는 죽음으로 뛰어든 미키는 어느 날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귀환한다. 그런데 힘겹게 몸을 누인 자신의 침대에는 또 다른 미키가 있었다. 둘의 미키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세계에서, 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키 17>은 그린다.
이번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첫 우주 공상과학 영화, 우주 SF 영화다. 미래와 우주를 배경으로 해서일까, <미키 17>에서는 지구가 미래 직면하게 될 모습과 과도하게 발전하는 기술이 마주할 이슈 등을 그린다. 복제 인간 미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 또한 바로 그 이슈 중 하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독창성은 원작소설 《미키 7》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원작소설에 그만의 각색을 더해 <미키 17>을 완성해 냈다. 원작이 과학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면, 봉 감독은 각색을 통해 인간냄새나는 SF 영화를 탄생시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각색 포인트는 바로 원작에서보다 주인공 미키를 10번이나 더 죽였다는 점이
“미키는 불쌍하고 찌질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봉준호 감독 -그럼 영화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 간략하게 하고, 이제는 영화 속 세계를 고민하고 성찰하게 만들 포인트들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한다. 부디 여기서부터 등장할 내용을 읽기 전 영화를 만나고 왔기를 바라며 말이다.
*본 게시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죽어도 복사할 수 있는 미키는 '죽어도 또 만들면 그만'인 존재로 취급당한다. (C) Warner Bros Korea
무뎌지는 인간성에 대한 고찰
미키는 실험을 위해 반복해서 복제되는 존재다. 그의 몸은 가장 처음 실험을 위해 스캔해 둔 몸을 복제하여 만들어지고, 그의 기억은 가장 마지막 기억을 데이터로 불러와 새로운 몸에 심으며 이어지게 된다. 그렇게 복제를 통해 죽음과 삶을 반복하는 미키를 대하는 주변인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를 두고 무생물체보다 못한 취급을 하기도 하며, 인류사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그를 불필요하게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주변인들의 모습을 통해 봉준호 감독은 발전하는 기술 앞에 점차 무뎌지는 인간성을 그린다. 영화 속 미키는 ‘실험 인간’이다. 주인공인 그의 역할과 감정에 이입하여 영화를 보게 되는 관객들은 자연스레 반복되는 실험의 잔혹함과 상실되어 가는 인간성의 더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인간’이 대상이고 그 실험이 ‘카메라 앞’에 비쳐 우리에게 영화라는 ‘가상의 이야기’로 공개되었다는 점만 다를 뿐, 이러한 실험은 과거와 현재에 존재해 왔다. 물론 그 시간과 장소에는 미키의 곁을 지켜준 나샤 같은 따뜻한 인간 또한 있었으리라. 하지만 정말 이처럼 무뎌지는 인간성은 그저 공상과학 영화, 가상의 이야기 속 상상에 불과하다 할 수 있을까.
지난 날의 '나'가 눈 앞에 있다면, 부끄러울까 안타까울까 자랑스러울까 사랑스러울까 (C) Warner Bros Korea
미키, 같은 듯 다른 나와 나
미키는 같은 형태의 몸으로 복제되지만, 그 기억은 데이터로서 백업되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처음과 같은 미키가 복제되는 게 아닌 지난 미키에서의 죽음을 품은 다음 세대의 미키가 태어난다. 그래서일까 모든 미키는 조금씩 달랐다. 미키 A는 소심했고, 미키 B는 멍청했다. 미키 17은 순한 맛이었으며, 미키 18은 매운맛이었다. <미키 17>에서 주로 등장하는 미키 17과 미키 18은 더 큰 차이를 보여준다. 특히 이 둘은 번갈아 가며 전혀 다른 특성의 대화를 던지는 모습이 마치 천사와 악마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모든 미키는 미키였다. 단지 경험한 죽음과 기억이 조금씩 달라 그 시점의 행동이 조금씩 다르게 드러났을 뿐, 모두가 미키였다. “I hate you. 나는 네가 싫어.” 화가 많고 반골 기질이 강한 미키 18은 모든 걸 좋게 받아들이고 넘어가려는 유순한 미키 17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자신에게 자신이 싫다고 하는 미키의 모습은 꽤나 잔혹하다. 마치 거울 속의 자신에게 말을 걸듯, 과거의 자신을 두고 미래의 자신이 싫다고 하는 미키의 모습은 그가 지난 시간 받은 상처와 자신의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답답함의 표출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결말에 다다라 미키 17이 미키 18처럼 생각하고 던지는 대사가 있다. 거기서 볼 수 있듯, 미키 18은 기존의 미키들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키가 아니었다. 미키 17이 살다 보면 마주했을 미래의 미키였다. 사람이 살다 보면 특정 사건을 계기로 책에서 챕터를 넘어가듯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가. 미키는 그렇게 ‘죽음’이라는 다소 강제적인 요소를 통해 자신의 삶에서의 챕터를 넘겨왔다. 물론 그렇게 넘어간 다음 장이 과거보다 나을지, 혹은 많은 걸 포기하거나 놓은 상태로 과거보다 더 못한 미래였을지는 미키만 알 테다. 과거의 자신을 바로 두 눈앞에 두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경험 또한 미키만 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감옥 같은 우주선 속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독재자의 모습은 공상과학일까 현실일까 (C) Warner Bros Korea
다른 모습으로 반복되는 과거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논하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사회에 대해서 또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주요 배경 사회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에서 새로운 인류 공동체를 키우려 하는 우주선 속이다. 이러한 사회를 주도하는 이는 지구에서 정치 활동에 실패한 정치인, 케네스 마샬(마크 러팔로 역)이다. 그가 이끄는 우주선 속 사회에는 그를 쫓아온 열렬한 지지자들과 함께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 지구를 떠나고 싶어 도망 온 사람 등이 섞여 있다. 그들은 모두 ‘인류 번영을 위한 신 행성 개척’이라는 마샬로 인해 주어진 사명 아래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이어간다. 음식은 칼로리를 채워 살기 위해 주어지는 연료 따위의 수준이며, 조금만 실수해도 심한 질책을 당하며, 우주선 속 환경은 감옥을 연상시킨다.
우주선의 리더 케네스 마샬은 가히 독재자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자신은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나가지만, 일꾼이자 우주선 속 사회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복지와 행동은 철저히 통제된다. 그의 주장과 연설은 허술하고 허황하기 짝이 없으며, 자신의 아내와 비서에게 휘둘리는 허수아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샬 역의 마크 러팔로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를 두고 “봉준호 감독에게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도대체 왜 이런 악역을 나에게 주는 걸까, 내가 뭔가 잘못했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마샬을 두고 세계 각국의 인터뷰에서 각 나라의 특정 독재자가 떠오른다는 평이 많았다. 이에 관해 특정 인물이 모티브가 되었냐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마샬은 과거 독재자들의 모습을 따와서 만든 캐릭터입니다.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에 현재의 누군가를 지칭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 속 우주선은 행성 개척을 위한 탐사선이기도, 일터이기도, 감옥이기도 해. 그치, 미키? (C) Warner Bros Korea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에 관해서는 물론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듯하다. 영화의 서사가 되새기게끔 하는 식민지화의 잔혹함과 독립의 이야기는 한국인 혹은 식민 지배의 경험이 있는 나라 국민이라면 자연스레 떠올렸을 것이다. 죽음을 피해 반복되는 죽음으로 뛰어든 미키의 모습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삶에서의 선택을 되돌아보게끔 했을 것이다. 슈베르트의 마왕을 떠올리게 하는 OST에 미키를 쫓아오는 보이지 않는 마왕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이도 있었을 것이며, <미키 17>을 보며 봉준호 감독의 전작 <옥자>, <괴물>, <설국열차> 등을 떠올리는 이도 있었으리라. 물론 SF 영화라는 점에서 비슷한 요소를 지닌 다른 영화 혹은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점에서 우리는 또 깨닫는다. ‘봉 감독이 돌아왔다.’ 그의 짙은 회갈색 빛 거울과 함께.
-
- '모가디슈'의 친구이자 '교섭'의 형님쯤 되는
줄을 잘 서야 해
어느 날의 레바논. 두 사람이 차를 타고 있다. 임무 수행 중이다. 외교관 신분으로 타지에 온 두 사람. 치안이 불안정한 레바논이었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재석에겐 가족이 있기 때문에 아무 탈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운전 중인 두 사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실제로 이루어졌다. 차 앞에 갑자기 어떤 차량이 끼어들더니 총기를 든 괴한이 내린다. 재석은 납치당한다.
분명 앞길이 창창할 것 같았다. 외무관 민준. 온갖 고생해서 외무고시에 붙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찬밥 신세다. 제5 공화국 시기. 막상 합격했는데 예상만큼 미래가 밝지 않았다. 이왕 외무관 일 할 거면 미국 정도는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어림없다. 학벌에 밀려난 민준. 무려 서울대 출신에 몇 기수 아래인 후배를 부러워하기만 한다. 이러려고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뭐 방법이 없을까? 뾰족하게 떠오르는 수는 없다. 괜히 심술 나 후배의 책상 위 물건을 어지르는 민준. 속이라도 시원하면 다행이다. 사무실에서 나오는 길. 복도를 뚜벅뚜벅 걷고 있다. 갑자기 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민준. 수화기 너머에선 암호가 들렸다. ‘저는 대한민국 서기관 오재석입니다. 저는 살아있습니다’ 당황한 민준.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외교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또 그 스스로를 위해 주인공은 레바논 출국길에 오른다.
이 집 잘하네
<비공식 작전>은 김성훈 감독의 주특기가 적절히 잘 들어간 영화다. 전작들과 겹쳐지는 설정이 몇 있다. <끝까지 간다>에서는 두 남자가 대결구도를 이룬다. 이야기의 끝을 모를 정도로 강력한 서스펜스 역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던 요소 중 하나다. 틈새마다 담겨있는 유머도 장르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음 작품 <터널>은 거대한 재난영화이면서 사회 시스템에 대해 코멘트하는 영화다. 터널을 둘러싼 설계,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보도윤리까지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여러 사건들이 떠오른다. 이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여러 사건’은 사실상 영화의 진주인공으로 기능한다. 주인공의 처절함과 터널 외부 환경에 대조를 둬 차이점을 부각했다.
이 <비공식작전>은 전작의 특성들이 이어진다. 영화는 후반부까지 서스펜스를 통해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영화는 크게 두 소재(와 인물)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우선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오재석을 구해라’다. 여기에 주인공 민준이 욕망하는 부분인 출세가 극 중에서 중요하게 작동한다. 이는 인물설정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판수 덕에 더 두드러진다. 그리고 다른 서스펜스 요소인 ‘오재석을 구할 돈을 구해라’도 있다. 이 영화에서 판수는 이야기에서 민준만큼 중요한 주인공이다. 장르적으로 톤 앤 매너를 가볍게 유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판수 스스로의 욕망이 이야기에서 핵심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두 서스펜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다가 한 번에 합쳐 엔딩즈음에 어떤 장면으로 환기시킨다. 이를 위한 각본의 인과관계를 잘 설정했다는 점, 연출로 이를 살린 점은 김성훈 감독의 경험이 오롯이 들어간 부분이다.
두 주인공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은 네 사람이다. 주인공 민준, 납치당한 재석, 택시운전사 판수,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등장하는’ 한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판수는 실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인물의 어떤 특성은 후반부 사건전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판수 서사는 이 영화에서 낯선 이야기에 넓이를 더한다. 익숙하기도 하다. 이 판수가 이야기에서 어떻게 역할하는지는 <끝까지 간다>에서 봤었다. 그러나 본작에서 둔 차이점은 판수가 자연재해같이 불현듯 찾아오는 악당이 아니라 ‘왜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가’를 설명하는 점이었다. 영화의 소재 특성상 올해 개봉했던 <교섭>이 떠오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 <교섭>과의 차이점은 인물의 입체성에서 온다. 입체적인 판수, 그 판수만큼이나 입체적인 민준이 극의 생동감을 부여한다. <교섭>에서 황정민 배우가 맡았던 역할은 성자 같아서 재미가 없는 것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영화에서 빌런 캐릭터로서 활약하는 인물이 있다. 김응수 배우가 맡은 안기부장이다. 이 이야기에서 안기부 내지 제5공화국이라는 세팅은 겉도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을 2009년 즈음으로 옮겨도 이야기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안기부가 외교부에 하는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행정부처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왜 안기부가 이런 역할을 하는가’라는 점은 ‘비공식 작전’이 제목인 이유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가 민준에게 던진 질문은 ‘네가 하는 고생 그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영화 내적으로 어떻게 코멘트하고 있는지를 사진만 등장하고 실질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 캐릭터에서 알 수 있다. 당시 안기부의 위상을 생각하면 더더욱 확실해진다. 이 영화가 공식적과 비공식적인 측면이 대조되어 위선적이었던 당시 시대상에 대한 코멘트라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자매품 친구들
영화의 소재만 보면 <모가디슈>와 <교섭>이 떠오른다. 이 영화가 앞선 두 작품과 가지는 차이점과 공통점은 직업윤리를 다루는 방식과 액션에 있다. 영화에서 두 인물은 대비된다. 김응수 배우가 맡은 안기부장 역과 김종수 배우가 맡은 외교부 장관 역이다. 이 두 사람은 첫 등장에 입은 의상부터 대비된다. 이 대조는 영화 후반부에 어떤 장면을 통해 더 두드러진다. ‘외교부 내의 학벌로 인해 승진에 차질이 생겼다’에서 시작한 이야기라 이런 전개가 생뚱맞은 감이 없지는 않다. 뿐만 아니라 이 장면이 엔딩부에서 ‘굳이 필요했을까’라는 점 역시 약간 의문점이 드는 구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연장선상에서 이 시퀀스는 꼭 필요했다. <교섭>에서 황정민 배우가 맡았던 역할의 단점은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이 인물은 내내 거룩하기만 해서 결함에 마음이 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유머가 적재적소에 들어간 것이 후반부의 직업윤리에 대해 감정이입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영화의 액션에 관한 부분 역시 <모가디슈>와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루는 부분이 있다. 우선 영화를 보고 나면 <모가디슈>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디테일에 관한 부분에서는 확실히 차이점이 느껴지기는 하나 <모가디슈>를 봤던 관객분들이라면 감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를 봤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에 등장한 액션들이 감독의 시그니쳐 유사하게 연출됐다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후반부 액션과 별개로 총기를 사용한 시퀀스를 통해 영화에서 무난한 긴장감을 만들어줘 이 영화의 메시지 이전에 상업적인 노선까지 적절히 잘 잡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주지훈, 하정우 배우는 능청맞게 연기 정말 잘했다. 특히 하정우 배우는 전작 <수리남>에서보다 더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훨훨 날아다닌다. 반대로 조력자 캐릭터들이 살짝 작위적으로 연출된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있다. 관람에 큰 영향이 갈 정도는 아니다.
-
- 무엇이든 못하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이 영화라고 자부할 수 있다. 바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다. 제목만큼이나 굉장히 긴 여정과 포스터만큼이나 화려한 소재를 잘 버무려 놓았다. 그저 지나가는 시간을 넘기지 않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의 집합체로 변환시켜 사소함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시간이었다. 그것이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선택들이 이곳으로 이끌었음을 잘 표현해주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소개한다.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에블린에게는 남편과 딸이 원하는 다정함과 따뜻함보다는 우직함으로 가득했다. 자신이 처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던 에블린이 그 사실을 알리가 없었고 들이닥치는 세무당국의 조사에 임하게 된다. 그때부터 멀티버스에 연결되어 수많은 자신의 삶을 짧은 시간 내에 경험하게 되고 '조부투파키'의 지구 침공을 막기 위해 싸워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누구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이야기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과연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딛고 '조부투파키'를 막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수많은 다른 우주의 나와 나를 연결하며 현재의 나보다 더 좋은 세계의 에블린을 발견한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세계는 서로가 없어야 행복한 세계였으며 현재의 에블린이 실패했기에 성공한 세계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듭된 버스점프로 인해 무의미함과 부질없음을 느끼는 것도 잠시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리고 소홀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미안함 뿐만 아니라 사랑을 표하며 후회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긍정'과 '다정함'을 불러와 다른 길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에블린에겐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현재가 있었다는 것을 관객으로 하여금 보여준다.
인생의 사소한 결정이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든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지금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잊게 된다. 영화로서 표현되지 않았다면 이 삶이 아닌 것을 상상하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으로 인해 정해진 길이 만들어진다 라는 소재의 '미스터 노바디'가 생각나기도 해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한 영화를 만나 반가웠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모든 곳의 모든 것을 한 번에 무엇이든 못하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참으로 멋지다. 영화에서 그랬듯 '옳음'이라는 상자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
- 그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Rabbitgumi 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한 지 한 주가 지났습니다.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는데요.
최근 마블 영화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죠.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는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마블 영화에요.
완다의 서사가 꽤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 시리즈인 완다비전의 내용을 알고 가야 캐릭터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여러가지 영화에 대한 느낌을 전달 드립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
- 박성웅 주연 필사의 추격 / 코믹 액션 / 범죄 수사극 / 아쉬움이 남는 후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필사의 추격"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엔드크레딧 나오면서 나옵니다. 가장 마지막에는 없어요.
-
- 영화 <킹메이커> 티저 예고편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 영화 <효자> 메인 예고편
저 세상 엄니가 ‘좀비’로 돌아왔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닥친 태풍 소식에 5명의 형제들은 함께 산소를 찾아간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 부서진 관 사이로 엄마의 시신이 온데간데 사라졌다? 알 수 없는 기막힌 상황에 집으로 돌아오자 ‘좀비’로 변한 엄마가 이들을 기다리는데! 이렇게 된 이상, 본격 효도에 들어간다! 불효자들의 좌충우돌 효도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