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23 12:40:21
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더 폴: 디렉터스 컷>, 타셈 싱 감독 2월 내한한다

지난 12월 25일 4K 리마스터링과 새로운 장면을 추가해 재개봉했던 <더 폴: 디렉터스 컷>이 누적 관객 수 7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연출한 타셈 싱 감독이 내한 일정을 알려 영화 팬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국내 관객, 언론과의 만남을 가질 타셈 감독은 “한국 관객의 사랑과 응원에 큰 감동을 받았고 바쁜 일정을 조정해 방한을 결심했다.규모보다 작품성을 지지하는 문화 대국의 국민성에 반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첫 공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최근 모든 촬영을 마치고 첫 스틸컷을 공개하였습니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긴 시간 가장 만들고 싶어 한 작품으로 알려져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THE AX’이 원작으로,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던 회사원 '유만수'가 갑작스럽게 해고되자, 가족과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고자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 차기작 <Traveler> 확정

<미나리>, <트위스터스>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이 SF영화로 돌아옵니다. ‘Deadline’에 의하면, 스카이댄스와 계약을 체결해 조셉 에커트의 SF소설 ‘Traveler’을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47세의 생물학 기술자인 스콧 트레더가 자신도 모르게 시간 여행을 겪게 되며 변화하게 되는 삶을 다루고 있는 원작을 바탕으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저스틴 로즈가 각본을 맡았습니다.
배우 손석구, 최희서 미국 독립영화 동반 출연

배우 손석구, 최희서가 나란히 미국 독립 영화 <베드포드 파크 Bedford Park> 출연 소식을 알렸습니다.
<베드포드 파크>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는 전직 레슬링 선수가 가족에 대한 의무와 개인적인 열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국계 미국인 여자를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합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작가 겸 편집자인 스테파니 안의 연출 데뷔작으로, 내년 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올해 봄에 촬영 예정이며, 제작에는 배우 마동석과 함께 여러 편의 영화를 개발 중인 매니지먼트사 겸 제작사 B&C 콘텐츠가 참여합니다.


Relative contents
-
- 나쁜 친구를 혼내주는 명탐정 블랑
살면서 의도하지 않게 관계가 맺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라고 부를 수도 있고, 동료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 관계는 사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다. 특히나 성인이 되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아주 깊어지기 쉽지 않다.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그런 다름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같이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곳을 보며 좀 더 친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관계에 종속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모임 중 한 사람에게 권력과 돈이 갑자기 많아졌다. 이 사람은 다른 친구들에게 많은 기회와 투자금을 줄 수 있다. 이런 사람이 등장한 순간 그 모임의 평등한 관계는 조금씩 깨져간다. 좀 더 많이 가진 사람에게 투자받기를 원하고 실제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나면 각자의 일을 좀 더 발전시키고 싶은 나머지 사람들은 그 한 사람이 원하는 것을 맞춰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이는 그 관계를 깨지게 만드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한 친구를 중심으로 작은 섬에 모인 인물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우연하게 관계를 맺게 되는 한 모임의 친구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마일스(에드워드 노튼)를 중심으로 모인 친구들은 연예인도 있고,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마일스의 특이한 파티 초대장을 받아 들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으로 모인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는 일종의 퍼즐을 풀어야 주어지는 파티 초대장을 얻기 위해 퍼즐을 푸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 모습은 마치 특별한 친구의 초대장을 여는 것처럼 모든 인물들이 즐거워 보인다.
마일스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작은 섬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그곳에서 추리게임을 벌이려고 한다. 여기에는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이라는 명탐정도 포함되어 있다. 블랑은 사실 마일스가 초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대장을 받았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섬에 도착했다. 각 인물들은 블랑이 왜 왔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번에는 마일스가 어떤 파티를 하고 게임을 할지 궁금해할 뿐이다. 처음 등장하는 마일스의 모습은 무척 자신감이 넘친다. 조금은 거만해 보이는 그의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돈과 시간이 많은지를 알 수 있다.
영화는 마일스가 초대한 사람들의 얼굴을 조금씩 보여준다. 이제 퇴물이 되어가는 연예인 버디(케이트 허드슨), 총리를 힘겹게 맡고 있는 클레어(캐서린 한), SNS스타 듀크(데이브 바티스타), 사업을 하는 라이오넬(레슬리 오덤 주니아) 그리고 마일스의 사업 파트너였던 앤디(자넬 모네) 등의 다양한 인물은 마일스의 초대에 기꺼이 응한 친구들이지만 각자 마일스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추리극 속 반전과 인물들의 관계
마일스는 처음 이 친구들을 만날 때만 해도 거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앤디의 아이디어를 통해 큰돈을 벌면서 지금은 큰 투자가 가능한 큰 손이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마일스가 부르면 그곳으로 간다. 자신들의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일스가 그들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섬에 초대된 인물들은 모두 마일스에게 바라는 게 있다. 영화의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경향을 더욱 심해지고, 마일스는 그 상황을 무척 즐긴다. 그러니까 마일스는 자신이 가진 권력과 부로 다른 친구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이 영화는 중반에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이 밝혀진 후에 본격적으로 추리극이 시작된다. 그래서 영화의 전반부가 조금은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명탐정 블랑이 가지고 있는 비밀과 친구들이 가진 비밀이 풀리는 중반 이후에 영화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작은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이는 추리극은 다양한 인물들의 알리바이와 생각을 추적하게 만들고 무척 흥미롭게 전개된다.
블랑이 풀어내는 건, 살인 사건의 배후이기도 하지만 각 인물들 간 관계의 진짜 모습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건 배치된 인물들과 마일스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밝혀질 때 극대화된다. 추리극의 형태에 사회적 관계의 진짜 모습과 약간의 사회고발 성격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어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잡아둔다.
탐정 블랑 역을 맡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는 매력 있는 탐정을 만들어냈다. 원작이 있는 셜록 홈즈나 포와로 같은 널리 알려진 탐정은 아니지만 그만의 색깔을 입힌 블랑은 이 영화 전체에 생동감과 매력을 불어넣는다. 2019년에 개봉했던 전작 <나이브스 아웃>에서 처음 소개된 탐정 블랑은 이번 속편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낸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진실이 밝혀질 때 블랑의 설명과 강력한 말투 그리고 몸짓은 무척 매력적이다.
무척 매력적인 탐정 블랑과 흥미로운 이야기
영화를 연출한 라이언 존슨 감독은 전작 <나이브스 아웃>의 세계관을 가지고 와 새로운 추리극을 만들어냈다. 이야기 자체가 이어지지는 않지만 탐정 블랑이 새로운 사건을 맡게 되는 설정으로 동일한 세계관에서 추리가 펼쳐진다. 원작이 없는 추리 영화로는 꽤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 관객이 쉽게 전개를 예측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공개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추리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에서 영화 제목의 글래스 어니언은 유리로 만든 양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양파의 껍질을 계속 까는 것처럼 영화는 다양한 껍질을 벗겨내며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꽤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이 추리극은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마일스를 중심으로 모인 각 인물들의 심리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명탐정 블랑과 함께 각 인물들에 대한 추리를 완성해 나가는 건 어떨까.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주간 영화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여 읽어보세요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제 뉴스레터를 구독하실 수 있어요.
https://contents.premium.naver.com/rabbitgumi/rabbitgumi2
-
- 방 안에서 즐기는 봄! 넷플릭스 로맨스 영화 5
방 안에서 즐기는 봄! 넷플릭스 로맨스 영화 5
봄,봄,봄 봄이 왔어요~ 이번 봄은 유독 실감이 안나는 계절인 것 같아요 :(
하지만 저희에겐 집에서 봄을 대신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좋은 매체가 있어요 ! 밖에 나가지 않아도 내 방에서 봄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영화!
씨네랩이 여러분들을 위해 따스한 봄같은 넷플릭스 로맨스 영화 5편을 가져왔으니 함께 즐겨보아요!
1. 러브 앳 Love at Second Sight (2019) - 위고 젤랭
" #어느 날, 눈 떠보니 평행세계!
아내 ‘올리비아’와 다투고 만취 상태로 잠에서 깨어난 ‘라파엘’은 평소와 다름을 느낀다. 같은 듯 다른 세상. 베스트셀러 스타 작가로서의 삶은 간데없고 중학교 선생님이라고!
베프 ‘펠릭스’는 탁구광이 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아내 ‘올리비아’는 자신을 아예 모른 채 유명 피아니스트로 살고 있다.
#이 사랑을 기억하니?
평행세계로 오게 된 원인이 운명적 사랑이었던
올리비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라파엘’은 다시 그녀의 사랑을 얻으면 현실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다가가지만 그녀 곁엔 모든 게 완벽한 ‘마크’가 버티고 있다.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 ‘펠릭스’의 도움으로그녀의 마음을 공략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과연, 그들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프랑스 영화 <러브 앳>은 평행세계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로맨스 영화입니다. '익숙함의 속아 소중함을 잃지말자'라는 명언을 담고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추가로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에 눈이 즐거운 영화입니다. 여행을 못가 아쉬운 마음을 <러브 앳>으로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2. 너의 결혼식 on your wedding day (2019) - 이석근
" 고3 여름, 전학생 ‘승희’(박보영)를 보고 첫눈에 반한 ‘우연’(김영광).
승희를 졸졸 쫓아다닌 끝에 마침내 공식커플로 거듭나려던 그때!
잘 지내라는 전화 한 통만 남긴 채 승희는 사라져버리고,
우연의 첫사랑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1년 뒤, 승희의 흔적을 쫓아 끈질긴 노력으로 같은 대학에 합격한 우연.
그런데 그의 앞을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그녀의 남.자.친.구!
예술로 빗나가는 타이밍 속
다사다난한 그들의 첫사랑 연대기는 계속된다!"
첫 사랑이야기 <너의 결혼식>은 박보영, 김영광 배우가 주연을 맡아 완벽한 로맨스 케미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고등학생, 대학생, 취준생, 사회 초년생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의 감정선을 잘 담아내,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입니다.
3. 귀를 기울이면 Whisper Of The Heart, (1995) - 콘도 요시후미
" 중학교 3학년 시즈쿠는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소녀이다. 여름방학, 매번 도서카드에서 먼저 책을 빌려간 세이지란 이름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어느 날 아버지의 도시락을 전해주러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혼자 탄 고양이를 보게 된다. 신기하게 여긴 시즈쿠는 고양이를 따라가다 골동품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주인 할아버지와 손자를 보게 된다. 그 손자는 다름 아닌 아마사와 세이지, 사춘기의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 시즈쿠는 바이올린 장인을 자신의 장래로 확실히 정한 세이지를 보면서 자신의 꿈과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 후 이탈리아 연수를 간 세이지가 돌아 올 때까지 작가가 되고자 도전해 보기로 하고 소설을 쓰게 된다."
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누구나 좋아하는 '지브리'사의 애니메이션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극찬한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귀를 기울이면>은 스토리 뿐만 아니라 ost도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죠.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면 이 영화에서 만들어낸 설정으로 제작된 영화 <고양이의 보은>도 추천드립니다.
4. 클래식 The Classic (2003) - 곽재용
"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이 들려온다!! 1968년 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댁에 간 준하(조승우)는 그곳에서 성주희(손예진)를 만나, 한눈에 그녀에게 매료된다. 그런 주희가 자신에게만 은밀하게 '귀신 나오는 집'에 동행해줄 것을 부탁해온다. 흔쾌히 수락한 준하는 흥분된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며 주희와의 약속 장소에 나간다. 그런데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 배가 떠내려가면서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이 일로 주희는 집안 어른에게 심한 꾸중을 듣고 수원으로 보내진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주희를 향한 준하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준하는 친구 태수에게 연애편지의 대필을 부탁받는데, 상대가 주희란 사실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태수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태수의 이름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주희에게 편지를 쓴다. 운명이 던져준 또 한번의 인연 편지를 대신 써주며 사랑이 깊어간 엄마와 자신의 묘하게도 닮은 첫사랑. 이 우연의 일치에 내심 의아해하는 지혜는 상민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만 간다. 하지만 이미 친구의 연인이 되어버린 그를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데..."
영화의 제목처럼 클래식한 영화 <클래식>은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 ost와 극 중 상민과 주희의 옷으로 비를 피하는 장면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장면이죠. 고전적인 한국 로맨스 영화가 보고싶은 날엔, <클래식> 추천드립니다.
5. 파도가 지나간 자리 The Light Between Oceans (2016) - 데릭 시엔프랜스
"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톰’(마이클 패스벤더)은 전쟁의 상처로 사람들을 피해 외딴 섬의 등대지기로 자원한다.
그곳에서 만난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마음을 열고 오직 둘만의 섬에서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사랑으로 얻게 된 생명을 2번이나 잃게 되고 상심에 빠진다. 슬픔으로 가득했던 어느 날, 파도에 떠내려온 보트 안에서 남자의 시신과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하고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완벽한 가정을 이룬다.
그러나 수년 후 친엄마 ‘한나’(레이첼 와이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가혹한 운명에 놓인 세 사람 앞에는 뜻하지 않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는데..."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M.L 스테드먼의 <바다 사이 등대> 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제 7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도 공식 초청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입니다. 극 중 톰과 아지벨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 영화 이후 실제 부부가 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운있는 로맨스 작품을 찾는다면, <파도가 지나간 자리> 추천드립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
- 소년이 부모를 고소한 이유.
소년은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소한다. 왜 이 소년은 부모를 고소한 걸까. 기적이 일어났지만 몰락한 곳, 가버나움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열악한 좁은 공간에 아이 6명이 방치된 이곳은 자인의 집이다.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자인은 생계를 위해 어린 동생들과 함께 나가 매일 매일 일한다. 이렇게 고단한 삶 속에서도 주변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어려서 한없이 작은 자인의 힘은 역부족이다. 동생만큼은 꼭 지키고 싶던 자인은 부모에 의해 팔려 가는 동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하르가 감자야? 토마토야? 꽃을 피우게?”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곳에서 나와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외칠 수 있는 장소에 도달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마법처럼 그 공간에 가만히 앉아있던 자인은 아이들의 공간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이동한다. 일할 곳을 찾지만, 어린아이를 채용하는 곳은 없었고 그곳에서 라힐을 만난다. 불법 체류자이지만 아르바이트하며 아들 요나스와 함께 살고 있었다. 라힐은 자인을 데려가 씻기고 요나스를 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삶을 지속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집에서 자신의 서류를 챙기러 왔건만, 그토록 지키고 싶었지만 지키지 못했던 동생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나고 자란 것과는 다르게 살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어떻게 행동하는 가에 달렸다. 어른보다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자인은 쭉 자라온 환경과 비슷하게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보아준 사람의 아이를 돌보아 주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아이들을 방치/학대하고 11살인 딸을 돈으로 팔아 출생신고가 안되어 있어 수술도 못받고 죽음에 이르게 했음에도 또 아이를 가진 부모의 모습을 보면 그저 웃음만 나온다.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인간다움을 저버리고 이런 삶에서의 선택지가 이것뿐이라는 변명만 늘어놓는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분열의 땅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집이라는 공간과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이 누구든 가질 수 있지만, 누구나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식을 팔아넘긴 부모와 자식을 위해 불행을 끌어안은 부모를 옆에서 본 자인은 나고 자란 것이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등록되지 못한 삶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기본적인 생활도 영위할 수 없는 자인이 부모를 고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에 의해 유령이었던 자인이 범법자가 되고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인이 된다.
자인은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다.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랐던 자인은 이제야 웃는다.
자인의 웃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해진다.
자인, 행복해야해.
-
- [8월 첫째 주 영화 한줄평] <그린 나이트>
8월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A24의 대작 <그린 나이트>의 언배시사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그린 나이트>를 보고 오신
'씨네랩' 연구원 분들의 한줄평, 한 번 확인해볼까요?
1. <그린 나이트>
북미 오프닝 흥행 돌풍!
<정글 크루즈>에 이어 박스오피스 장악!
'미드소마'보다 월등한 오프닝 기록으로
국내 기대감 최고조!
-
- '유명한' 배우진, 그 뒷편에는
AI가 현실에 도래한다면 어떨까. 챗지피티 같은 AI 기술이 도래한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AI 기술이 실체를 갖는다면 어떨지에 대한 이야기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 세계는 인공지능 로봇, 특히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가진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상상해 보자. 과연 인간과 유사한 것을 넘어서, 인간과 ‘같은 모습'을 가진 인공지능과 우리가 공존할 수 있을까? 그런 순간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점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당도한다면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까.
독특한 관점에서 공상과학을 다루다
<귀신들>은 이러한 공상과학적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곁을 떠난 가족, 사랑하는 이, 세상을 떠날 나 자신을 대체한 인공지능을 만나는 사람들을 포착한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에피소드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 서사가 나누어지고, 그에 맞춰 감독이 세운 가설이 여러 형태로 표현된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로 출연진을 채운 것은 분명 관객들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다른 영화보다 보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것은 관객들이 영화에 손을 내밀기 더 쉬운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배우 이요원, 강찬희, 정경호 등의 라인업 자체는 작품 자체에 이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옴니버스 세계관의 사용, 그 장단점은?
<귀신들>은 옴니버스 형태, 즉 한 작품에서 여러 주인공과 그들의 서사를 개별적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채택했다. 강찬희 배우는 첫 에피소드, 이요원 배우는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별개의 서사를 다루는 옴니버스 형식은 그 방식 자체에서 장단점이 혼재한다.
장점으로는 관객의 집중력을 모으는 데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 서사마다 그 길이가 짧게 치고 빠지기 때문에, 개별적인 완급조절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관객이 작품에서 이탈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꽤 이점이 있어 보인다. 긴 이야기에 적절한 환기는 필연적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특히 짧은 길이의 콘텐츠에 익숙해진 요즘 관객들에게 이러한 점은 플러스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역시 ‘어떻게 옴니버스를 사용하느냐'에 있다. 잘못된 활용에는 무수한 질문이 따르게 된다. 서사마다 다룰 수 있는 내용에 길이의 한계가 존재한다. 서사가 짧아질수록 담아내야 할 이야기는 더 간결하게, 분명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옴니버스 화법을 택한 작품 속 설득력이 부족한 내러티브들은 더욱 신랄한 평가의 단두대에 놓인다. 자연스레 제작진, 특히 감독의 역량 문제로도 연결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서사 간의 연결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옴니버스 방식이라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연속된다는 점은 제작에서 신경 써야 할 가치일 것이다.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만든 이야기를 관객에게 ‘설득'할 의무가 있다.
부족한 설득력, 서사의 아이러니
앞선 평가 점들을 토대로 바라본 <귀신들>은 어떨까. 우선 제목인 ‘귀신들'과 직접 이어지는 서사들의 연결점이 부족하다. 분명히 해보자면 첫 에피소드인 ‘보이즈피싱' 뿐일 것 같다. 이 영화는 ‘귀신'이라는 명칭에 관해 빈약한 상징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 존재들이 설득력을 갖지 못한 채 공허하게 관객 앞에 떨어진다. 그렇게 되니 영화를 보면 볼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옴니버스 화법의 장점을 앞에서 기술했지만, 그 장점이 퇴색되어 버리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서사들이 가지는 힘이 부족하다. 각 에피소드가 갖는 철학적, 사회적 함의가 있음은 막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서사 속 메시지들이 갖는 힘이 약해 관객에게 분명히 전달되지 못한다. 이는 자연스레 서사 내부 요소들이 서로 매개되어 있지 않고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첫 에피소드부터 ‘아들(강찬희)’과 ‘노파(이주실' 간의 관계가 분명히 제시되지 않는다. 심지어 아들의 존재가 무엇인지 자꾸만 은폐하려 든다. 그 ‘은폐'를 통해 서스펜스를 만들어 스릴을 유발하고자 했던 것이겠지만, 그 방식이 1차원적인 것도 아니어서 이상한 모양새를 띤다. 말 그대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다.' 정도에서 그친다. 서사의 힘이 약하니 배우들의 열연도 우스워진다. 이야기가 설득되지 않고 구성이 약하니 관객이 연기에 집중할 틈새가 없는 것이다.
옴니버스 화법이 오히려 역풍을 가져온 것은 아닐까. 짧은 길이에 제대로 담기지 않은 이야기들은 물론이고, 단지 ‘같은 세계관의 다른 서사라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첫 에피소드와 그다음 에피소드 간의 연결점은 ‘같은 SF적 가상 세계'라는 것을 암시하는 몇 요소들에 불과하다. 서사가 설득력이 부족하다 보니, 에피소드들이 자칫 ‘전부 다른 서사의 파편'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분명 같은 대주제, 같은 핵심 요소들, 같은 영화의 서사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는데, 다른 영화들을 죄다 모아놓은 부조화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감독이 서사 전개 방식의 선정 이유에 의문이 떠오른다. 명징하게 납득이 되지 않으니 영화 자체에 질문들이 쏟아진다.
국내 영화에 한정 야박한 시선인가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 장르의 영화는 이제 많다. 이전에도 많았지만, 우리에게 당도한 시대상이 있으니, 앞으로도 많을 것으로 본다. <귀신들>이 그런 SF 장르 속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독특하게 사용한 것은 사실이다.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한 인공지능이 도래한 세상이라니. 한 번쯤은 모두 생각해 볼 소재이긴 하나 영화적 상상으로 스크린에 담은 시도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소재를 강조한 마케팅과 홍보가 되는 것도 맞다. 그러나 너무 납작하고 개인적인 서사들이 많았다. 반복해서 서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영상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촬영 기법 면에서나 녹음을 비롯한 음향에 관해서나 호평을 할 만한 것이 딱히 없었을 정도였다. 진부함을 떠나,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을 거의 느끼지 못했을 정도다.
이전에 넷플릭스에서 공개했던 영화 <정이>를 보고 난 뒤에도 비슷한 감상을 한 적이 있다. 국내 영화이기에 아쉬운 점만 보이는 것인지 생각을 하게 됐다. 딱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소재가 좋다고 영화를 좋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영상의 질이 좋다고 영화를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편적으로만 평가를 할 수는 없다. 영화가 신선한 소재를 다루었지만, 그 방식에 총체적인 결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지점이다. 대한민국에서 공상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계속해서 허점을 보인다. 이는 기술력의 문제보다 감독들의 고민이 꽤 깊지 않기에 벌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력을 탓 하자기엔 <귀신들>은 컴퓨터그래픽이나 부차적인 기술적 요소에 힘을 주어 만든 작품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사점과 더 정교한 스토리텔링이 있었다면 아쉬움이 지금처럼 깊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국내 영화가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냉혹하게 말해서, 이러한 ‘B급'도 아닌 ‘C급' 그 이하의 영화들을 관객들이 치솟은 영화표 값을 지불하고 봐주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가 관객에게 스토리를 설득하지 못하는데 소비는 설득할 수 있겠나. 출연진의 라인업은 관객을 설득할 수 있어도, 작품이 관객을 설득하지 못하는 형세다. 결국 작품이 남는 것이기 때문에 <귀신들>에 대한 아쉬움들이 더 무겁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초청된 시사회에 다녀온 뒤 작성한 글입니다.
-
- 미명 하에 박탈당한 모든 것을 위해
어릴 적에 상상해본 적이 있다. 만약 백 년이나 이백 년쯤 일찍 태어났으면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 봐도 아름다운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운이 좋아봤자 규방 규수. 혹 팔자가 사납다면 어디까지 떨어질지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결국 그 망상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현대에 태어난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싱겁게 끝났다. 오랜만에 비슷한 생각을 해보았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보면서였다.
*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줄거리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2020년 첫 만점을 준 작품으로도 많이 알려졌지만, <씨네21> 평론가 별점 또한 반짝반짝해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서서 (2월 10일 기준) 13만을 향해 달려가는 이 영화는, 내용만 보면 자못 단순하다. 화가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라는 귀족의 초상화를 의뢰받아 그가 사는 섬으로 향한다. 의뢰를 맡긴 이는 엘로이즈의 어머니로, 딸의 결혼 전에 남편 될 사람에게 미리 초상화를 보내 두려는 심산이었다.
엘로이즈의 언니는 결혼을 앞두고 목숨을 잃었는데 하녀 소피부터 동생 엘로이즈까지 모두가 내심 자살로 추측한다. 결혼을 피해 수도원에 들어가 있던 엘로이즈는 언니가 남긴 미안하다는 편지를 받고, 원치 않는 결혼으로 떠밀려 나온다. 그런 엘로이즈는 결혼 초상화에 모델로 설 마음이 전혀 없으니, 산책 친구인 척 몰래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조건이 마리안느에게 붙었다. 마리안느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엘로이즈를 바라보고, 엘로이즈도 그런 마리안느를 마주 보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 새로운 감정의 기류가 피어난다.
한 사람의 절망
이 영화는 탄탄하다. 뒤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미로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든다. 매 장면이 명화 같아서 다음이 궁금할 틈도 없었다. 음악이 없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종이에 슥슥 그림 그리는 소리, 따닥따닥 불이 타오르는 벽난로 소리에 맞춰 나도 같이 숨을 죽인 탓이다. 그러다 한 번씩 그 촘촘한 연결이 의도적으로 삐그덕거리며 튿어질 때, 어린 시절 바이킹 처음 탔을 때처럼 심장이 철렁한다. 모닥불 앞에서 마비된 듯 서로를 바라보다 급작스럽게 움직임이 시작될 때라든가, 마을 여인들이 모여 주문처럼 들리는 노래를 시작할 때, 두 사람의 작별 장면에서도.
그중에서도 삐끗하는 정도가 심하다고 느꼈던 건 마리안느가 저택 안에서 환상을 보는 장면이다. 하얀 드레스를 나풀거리며 유령처럼 떠오르는 엘로이즈의 모습을 중간중간 본다. 솔직히 말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전설의 고향이야 뭐야..."였다. 나중의 장면과 연결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작위적인 장면 아닌가, 싶다가... 어쩌면 엘로이즈가 아니라 엘로이즈의 언니 모습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비명도 지르지 않고 절벽으로 뛰어내린, 그렇게 결혼이라는 견고한 미래로부터 도망친, 절망했던 한 사람.
어쩌면 마리안느가 태워버린, 얼굴이 지워진 초상화도 엘로이즈의 언니 것이었는지 모른다. 엘로이즈에 비해 다소 현란한 손 모양을 하고 있어서,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엘로이즈의 그림은 몰래 그려야 했으니, 누가 봐도 요구받은 포즈 같은 그런 손 모양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유령이든 초상화든 어디까지나 한 관객의 해석이고 추측일 뿐,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한 갈래 가능성일 뿐이다. 다만 내가 이 영화에 엘로이즈 언니의 그림자가 계속 기웃거린다고 느낀 이유는 엘로이즈가 결혼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이유와 아마 같을 것이다. 꼭 같은 경험이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보편적인 정서겠지.
두 사람의 사랑
결혼이 싫어 수도원으로까지 도망쳤음에도 끝내 결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자 엘로이즈는 더 도망치지 못한다. 초상화 모델이 되길 거절하는 이상의 반항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나타난, 빤히 응시하는 시선에 자신을 온전히 던지면서 엘로이즈의 삶에 사랑이라는 불이 켜진다.
두 사람은 예술가였고, 각자의 미학이 공명하는 사랑을 했다. 마리안느가 꿈을 꾸고, 손을 움직이는 예술가라면 엘로이즈는 생각하고 다른 이들로 하여금 꿈꾸게 만드는 예술가랄까. (마음을 확인한 후 마리안느가 "내 꿈을 꿨어?" 물으면 엘로이즈는 "네 생각을 했어." 대답한다.) 처음 완성된 초상화를 볼 때도 두 사람은 화가와 미술 비평가처럼 대화하며 단박에 서로의 말 아래 깔려있는 마음까지 알아차린다.
엘로이즈는 "당신이 나를 볼 때 나는 누구를 보겠어요?" 묻는다. 같은 장면에서 서로가 관찰한 서로의 면면을 ("모두 알고 있군요") 말하는 두 사람을 보면, 화가와 모델은 같은 장소에서 다른 장르로 예술을 펼쳐가는 두 사람의 예술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요즘 세상엔 그렇지도 않겠지만, 시대극 속에서라면 으레 모델은 화가에 비해 부수적인 인물로 인식된다. 존재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존재는 그인데도.
게다가 이 이야기를 할 때 엘로이즈는 마리안느에게 우리는 동등한 지위라고, 정확히 같은 지위라고 단호하게 강조한다. 높으신 분이라고 놀리듯 던진 마리안느의 말을 다잡으며 계급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사였지만, 어쩐지 뮤즈라는 이름으로 예술가의 자리를 박탈당해온 이들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연인의 자리에서 내쳐진 이들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까미유 끌로델, 그는 예술가로서도 연인으로서도 깎여나간 이름이니까.
이 영화는 그렇게 수많은 이들을 떠오르게 만들고는 고스란히 감싸 안는다. 목적어 자리에 갇혀 있던 이들을 구해내어 그들이 빼앗긴 주어의 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뮤즈와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박탈당했던 예술가와 연인들의 자리를 오롯이 되찾아 준다.
세 사람의 연대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귀족 아가씨는 요리를 하고 하녀는 자수를 놓는데, 화가가 가운데서 술을 똑같이 따라 한 잔씩 나누어준다. 자연스럽게 술을 받아 홀짝이고 각자의 일을 계속하는, 문자 그대로 정확히 같은 지위의 세 사람. 엘로이즈가 수도원 생활을 표현할 때 썼던 "평등이 주는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첫 초상화가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두 예술가에게 버려지고, 엘로이즈의 어머니가 말미를 조금 더 주며 자리를 비운 단 며칠. 짧은 시간 세 사람은 친구가 되어 시간을 함께 보낸다. 마을 여자들이 모닥불 근처에 모일 때도 함께 가고, 카드놀이를 하거나 책을 함께 읽고 각자의 감상을 이야기한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하녀 소피가 민간요법에 의지해 낙태를 꾀할 때 같이 바다로 들로 다니며 돕고, 중절 수술을 하러 갈 때에도 동행했다.
그리고 이들의 아름다운 연대는 이내 예술로 승화한다. 수술을 마치고 돌아와 침통한 분위기가 감도는 밤, 엘로이즈는 그 순간을 단박에 예술로 바꾸어 버린다. 요청에 의해, 누군가가 눈대중해볼 대상이 되기 위해 예술의 객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주체가 되어 순간을 뒤틀고 비집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뒤집어, 가련한 객체였던 에우리디케를 선택의 주체로 만들었듯이 또 그렇게.
세 사람 모두에게 그런 힘이 있었다. 여성 화가에게는 주제 하나도 쉬이 내어주지 않던 시대에 게릴라전을 치르듯 그림을 그리던 마리안느에게도, 상대는 자신의 초상화까지 그려가는데 자신은 상대가 사는 도시밖에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결혼을 해야만 하는 엘로이즈에게도, 원치 않았던 임신을 혼자서 떨치고서는 시든 꽃을 활짝 핀 자수로 담아내는 소피에게도 그 힘은 보인다. 그리고 그 힘은 그들끼리만 보낸 그 며칠 가장 활활 타오른다.
그렇다면 예술이란 함께 있는 힘으로 비로소 가능한 것이 아닐까? 홀로 있음도 결국 자기 자신을 끝없이 의식하며 스스로와 함께 있는 것일 테니. 이 영화에서 그림은 함께 있거나, 함께 있던 시간을 되새길 때 그리는 것들이다.
또한 음악이 나오는 장면은 단 세 장면뿐인데, 모두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에게 "가장 좋아하는 곡"을 들려주는 장면, (개인적으로는 엘로이즈가 마리안느에게 처음 입 맞추고 싶었던 순간이 이때일 거라고 믿고 있다. 같이 본 친구는 다른 장면을 꼽았지만.) 물리적으로 옆에 서서 눈을 마주치면서 음을 쌓아가는 여자들의 노래는 물론이고, 몸으로는 떨어져 있는 마지막 장면조차 엘로이즈의 시선 끝에는 누가 봐도 확실히 마리안느가 아른거리고 있다.
예술이란 단어는 너무 크고 깊어, 나로서는 장님 코끼리 더듬듯이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분명 예술이란 사랑하는 눈에서 시작될 때 그 본질의 의미를 갖는 것일 거라고 믿는다. 또 역시 예술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담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스카 와일드 같은 유미주의자들에게 온전히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아름답지 못하게 담는 것은 폭력이 될 수밖에 없고, 폭력의 양상을 보이는 순간 예술은 이미 본질을 상실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예술과 사랑은 어쩐지 닮아있어, 이 영화의 두 예술가 사이에서 부드럽게 얽히고 파도처럼 고동친다. 시선 속에서, 대화 속에서 넘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하던 그것에, 두 예술가가 캔버스 앞에 마주하는 순간부터 불이 붙는다.
이 영화는 당대 여성의 지위를 고민하는 여성의 메시지를 배제하고 볼 수 없고, 아주 대놓고 두 여성의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고, 그들이 펼치는 예술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셋은 마치 케르베로스의 세 머리 같아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생존의 결을 같이 한다고 느낀다. 주인공들끼리 보낸 5일이 아름다웠던 건, 그 셋이 부드럽게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술은, 사랑은, 여성은 이런 존재라고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나는 예술도 여성성도 사랑도 모두 무언가를 강인하게 감싸는 힘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어그러진 세계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라고, 그렇게 믿는다.
한 사람의 절망, 두 사람의 사랑, 세 사람의 연대 안에서. 그렇게 이 영화는 보여준 이들과 보여주지 않은 이들까지 감싸 안으며 우아하게 타오른다. 한 번 붙은 불은 꺼질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에게는 슈베르트의 <여름>처럼 강렬한 사랑의 기억 하나가 박제되었다.
-
-
-
-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 예고편
세상에 홀로 남겨진 고아에서 세상을 지배한 위대한 왕이 되기까지👑 라이온 킹, 그 시작의 이야기 [무파사: 라이온 킹] 12월 극장 대개봉
-
- 디즈니+ <열혈사제2> 티저 예고편
We're Back! 이번엔 부산이다! 제대로 돌아 버린 구담즈🙃?! 노빠꾸 공조 수사극 [열혈사제2] 11월 8일 디즈니+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