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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06-12 12:46:57

최후의 돈키호테, 귀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리뷰

이 글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긴 한데 워낙 유명한 영화가 재개봉한 거니까 스포일러라고 하지 맙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를 향한 나의 감정은, 영화를 볼 때마다 변해간다. 사실은 '변해간다.'라는 말보다는 더해진다.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그의 인생은 남루하다거나 볼품없다는 말 외에는 수식할 말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달걀 몇 알 만으로도 적을 만들기 딱 쉬운 성향을 가졌기에 오늘만 살겠구나라는 한심함도 그 위에 한 겹. 그걸 돈과 시간을 들여 지켜만 봐야 하는 내가 느끼는 아슬아슬한 위기감도 한 겹. 항상 실없고, 때로는 사기꾼처럼 보였으며 임기응변이라 부르기엔 하찮아 보이는 잔기술에서 오는 어이없음도 한 꼬집.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다 쌓아 올리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를 향한 내 마음은 항상 연민과 쓰라림, 안타까움을 합친 그 무언가로 가득 차서 한동안 영화관 의자에 깊게 파묻힌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압도되곤 한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분명 아들인 조슈에(조르지오 칸타리니)에게 하는 모든 말이 거짓말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풍자하고 있는 이 현실이 아비인 자신은 겪어 나가야만 한다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늘 나를 울린다. 이 거대한 연극이 사실은 아들만을 위한 것임이 아닌, 자신 또한 인생을 살면서 겪어와야 했지만 외면할 수 없어 다른 것으로 치환해야만 버틸 수 있을 만큼 절실했을 삶을 향한 그의 태도에 언제나 난 패배한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속속들이 다 보여주지 않는, 그가 겪고 있는 아픔들을 보는 나의 마음마저도 핏기를 잃는다. 목숨의 연명이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처절함을 한낱 수수께끼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무심함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가 단 한마디의 불평도, 불만도 소리 내지 않는 의연함에 어쩐 일인지 힘이 빠진다. 

 

분명 귀도라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돌을 던졌을 때 마치 오백 마리 쯤의 개구리가 튀어 다니는 것 마냥 파닥파닥 거리는 자잘하고 얕은 파문으로 가득할 것만 같았거늘. 어쩐 일인지 내가 던진 돌은 한참이나 군소리 없이 떨어진 후에야 툭. 하고 이미 누군가 너무도 많이 던져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자리 잡은 다른 수많은 돌들 사이에 파묻혀 버린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그제야. 아니 또 한 번 귀도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작품의 제목부터 그의 인생에 이르기까지 거짓말로 점철된 채 변명만 하는 삶이 아닌. 인생의 무게에서 도망치느라 수세에 몰린 궁지속의 삶을 사는 것 마저도 아닌. 겁도 없이 탱크에게 몇 번이고 달려들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는 돈키호테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또 눈물짓고 반성하며 그에게 용서를 빈다. 

 

그는 또 언제든 내게 다가와서, 그가 늘 그랬던 것처럼. 눈 한번 질끈 감고 맞서봐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마치 최후의 돈키호테인 마냥 돌진할 것이다. 알고 보니 진실과 진심으로 가득 찬 그의 인생이 실제로도 아름다웠음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그 능글맞은 얼굴을 하고서.

 

[이 글의 TMI]

1. 이젠 귀도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서 배가 고플 지경이었음.

2. 상 받을 때 모습 마저도 귀도 그 자체였던 감독님.ㅠㅠ

3. 델리만쥬 들고 영화관 오지 말랬지!! 하나 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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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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