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02 16:31:35
1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 <밀레니엄 맘보> 개봉!

2024년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2025년의 첫 시작을 여는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금주에는 한국 영화 대작 <보고타: 마지막 땅의 기회>부터 북미 개봉 첫 주만에 6,2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수퍼 소닉3>, 4K로 돌아온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불후의 명작 <밀레니엄 맘보>, 믿고 보는 제작사 A24의 대작 <시빌 워: 분열의 시대>까지!
2025년에도 극장에서 만나요!
밀레니엄 맘보
Millennium Mambo

개요: 드라마 | 대만, 프랑스 | 105분
감독: 허우 샤오시엔
주연: 서기, 고첩, 투안 춘하오, 첸 이수안, 타케우치 준
개봉: 2024.12.31.
배급: ㈜에이유앤씨, (주) 하이스트레인저

줄거리
그녀는 하오하오와 헤어졌지만 그는 늘 그녀를 찾아냈다. 주술이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늘 돌아왔고 스스로 다짐했다. "은행에 있는 50만 대만달러를 전부 써 버리면 그를 영영 떠날 거야"
그녀는 클럽에서 잭을 만났다. 잭은 항상 그녀를 데리고 다녔고 그녀를 가장 친한 친구처럼 대해 줬다.
이 일은 10년 전인 2001년의 일이었다. 세계는 21세기를 맞이했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축하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Bogota: City of the Lost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107분
감독: 김성제
주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김종수
개봉: 2024.12.31.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줄거리
희망 없는 인생, 기회는 바로 그 곳에 있었다. 1997년 IMF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국희(송중기)와 가족들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다.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인 상인회의 권력을 쥔 박병장(권해효) 밑에서 일을 시작한 국희.
성실함으로 박병장의 눈에 띈 국희는 박병장의 테스트로 의류 밀수 현장에 가담하게 되고, 콜롬비아 세관에게 걸릴 위기 상황 속에서 목숨 걸고 박병장의 물건을 지켜내며 박병장은 물론 통관 브로커 수영(이희준)에게도 강렬하게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곧 수영이 국희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고, 이를 눈치 챈 박병장 또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국희를 시험에 들게 한다.
본인의 선택으로 보고타 한인 사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음을 체감한 국희는 점점 더 큰 성공을 열망하게 되는데…
수퍼 소닉3
Sonic the Hedgehog 3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10분
감독: 제프 파울러
주연: 짐 캐리, 벤 슈와츠, 제임스 마스던, 티카 섬터, 이드리스 엘바, 키아누 리브스
개봉: 2025.01.01.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더 빠르고 더 강해야만 한다!
초특급 히어로 소닉 VS 사상 최강의 라이벌 섀도우의 수퍼 빅 매치!
너클즈, 테일즈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초특급 히어로 소닉. 연구 시설에 50년간 잠들어 있던 사상 최강의 비밀 병기 "섀도우"가 탈주하자, 세계 수호 통합 부대(약칭 세.수.통)에 의해 극비 소집된다.
소중한 것을 잃은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는 섀도우는 소닉의 초고속 스피드와 너클즈의 최강 펀치를 단숨에 제압해버린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닥터 로보트닉과 그의 할아버지 제럴드 박사는 섀도우의 엄청난 힘 카오스 에너지를 이용해 인류를 정복하려고 하는데…
초특급 히어로 소닉 VS 사상 최강의 라이벌 섀도우!
전 세계를 파괴하려는 섀도우를 막기 위한 파워업 액션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
Civil War

개요: 액션 | 미국 | 109분
감독: 알렉스 가랜드
주연: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닉 오퍼맨
개봉: 2024.12.31.
배급: (주)마인드마크

줄거리
세상이 둘로 갈라졌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
극단적 분열로 역사상 최악의 내전이 벌어진 미국. 연방 정부의 무차별 폭격과 서로를 향한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기자 ‘리(커스틴 던스트)’와 ‘조엘(와그너 모라)’, ‘새미(스티븐 핸더슨)’, 그리고 ‘제시(케일리 스페니)’는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한다.
내 편이 아니라면 바로 적이 되는 숨 막히는 현실, 이들은 전쟁의 순간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진짜 공포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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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한 공감으로 만들어낸마블 영화
인생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아주 형편없는 생활을 하던 사람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면서 생각을 다시 잡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려 노력한다. 그렇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전체 인생에서 보면 아주 짧은 순간이다. 그 기쁜 순간을 지나고 화학물질이 만드는 인체의 사랑 호르몬 분비가 끝나는 시기가 되면 열정적인 사랑도 시들어간다. 하지만 그 사랑을 위해 뛰어든 두 사람의 삶은 이미 꽤 많은 변화를 이룬 후일 것이다. 정말 상대방을 위하는 존재를 만났다면 두 사람은 자신의 바뀐 삶에 적응하며 열정적인 사랑 대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자신의 동반자의 손을 잡고 같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두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가족을 통해 그들의 삶의 에너지를 그다음 세대로 서서히 내린다. 그렇게 아주 완벽한 모습의 가족이라고 해도 그 안에는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 불만이 쌓여 다투기도 하고, 서로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부가 된 두 사람 중 한 명이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로 인한 그늘은 다른 어떤 상황에서보다 어두울 것이다. 남은 사람은 그 자신이 운명을 다할 때까지 상대방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면서, 또 남은 가족들을 챙겨갈 것이다. 두 사람이 만들었던 그 가족이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지 아니면 깨져버릴지는 순전히 남은 가족들의 몫으로 남는다.
한 가족의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마블 영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 히어로 영화지만 한 부부의 사랑이야기에서 파생된 이야기다. 웬우(양조위)는 수세기 동안 텐 링즈를 이끌며 세상을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열 개의 팔찌를 낀 그는 팔찌의 힘으로 다양한 조직과 싸우면서 자신의 조직인 텐 링즈를 운영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세상의 어두움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탈로라는 신비한 세계의 힘을 빼앗기 위해 그곳에 갔다가 입구에 지키고 있던 여인 리(진법랍)을 만난다. 팔찌의 힘을 이용해 싸우는 웬우를 막기 위해 맞서 싸우는 리는 아주 부드럽고 우아하게 웬우를 막아선다. 그 둘은 한동안 매일 서로 만나며 대결을 벌이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
웬우와 리는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들의 기존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웬우는 팔찌를 빼고 악행을 하지 않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았다. 리는 탈로에서 나와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아들 샹치(시무 리우)와 딸 샤링(장멍)을 낳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아내 리의 죽음으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그들이 만들었던 사랑은 아주 따뜻하고 밝은 에너지를 만들어냈지만 한 순간에 큰 그늘이 지고 말았다. 영화는 이렇게 뿔뿔이 흩어진 가족 가운데 아들 샹치의 시점을 중심으로 하여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어쩌면 마블 영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사랑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주인공 샹치의 가족 이야기가 기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일이 발생한 것은 웬우가 가진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때문이다. 그는 영화의 가장 강력한 빌런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가 가진 감정을 완전히 공감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그가 행하는 악행은 결국에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웬우는 영화의 초반에 잠깐 등장하고 중반 이후에 본격적으로 다시 등장하게 되는데 그가 등장하는 장면들에 그의 표정은 우리가 흔히 보던 악당의 모습이 아닌 우울하고 의욕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그가 행하는 악행의 이유가 드러나는 후반부가 되면 관객은 더욱 그의 감정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주인공 상치보다 공감 가는 캐릭터 웬우
물론 영화의 주인공은 샹치다. 영화 초반은 샹치가 미국에서 일을 하며 혼자 생활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케이티(아콰피나)와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그는 아버지 웬우가 보낸 괴한들의 습격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예전 삶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 나간다. 동생 샤링과 다시 만나고 결국에는 웬우와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다시 만난 아버지 웬우와 같이 앉은 샹치와 샤링의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영화는 한 가정의 그늘이 만들어진 이후, 각자가 짊어지고 있던 그늘이 그들을 어떤 식으로 변하게 했는지를 재회한 그날 이 가족의 식사 장면으로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웬우는 자신에게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가며 좋지 않은 선택을 하지만 자신의 자녀인 샹치와 샤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웬우가 샹치와 샤링을 볼 때 나타나는 단호한 눈빛에는 따뜻한 연민이 잠깐 머물다 사라진다. 웬우가 샹치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은 애증일 것이다. 아내의 죽음의 순간에 함께 있었던 아들에 대한 원망과 그래도 사랑했던 아들에 대한 애정을 가진 웬우의 감정은 배우 양조위의 눈빛과 몸짓으로 훌륭하게 표현된다. 그래서 적어도 샹치 캐릭터의 첫 영화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샹치가 아닌 웬우가 진정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격투 액션 장면은 마치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빠른 속도감과 타격감을 통해 중국 무협 영화들에서만 보던 화려한 격투 액션을 마블 세계관 안에 훌륭하게 가지고 왔다. 때론 빠르게, 때론 부드러운 액션 장면으로 강약 조절을 해나가던 영화는 후반부에는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CG 액션과 화려한 무기들을 등장시켜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액션 장면들은 그동안 마블 영화들에서 볼 수 없는 종류의 무협 액션이 다채롭게 담겨있다는 것이다.
샹치가 활용하는 무술은 강력한 동작으로 강하게 타격하는 형태다. 이는 아버지인 웬우와 텐 링즈의 고수들에게 배운 스타일이다. 반면에 어머니인 리와 탈로를 지키는 사람들이 쓰는 무술은 부드럽게 상대의 힘을 이용해 반격을 가하는 스타일이다. 완전히 상반되는 격투 스타일은 캐릭터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 웬우와 리가 만나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서로 완전히 상반된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상대방의 스타일에 끌려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는데, 상반된 스타일의 두 사람이 만나 어찌 보면 완벽한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샹치도 아버지의 격투 스타일로 시작했지만 탈로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무술을 배우면서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의 스타일을 모두 받아들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정통 무협 스타일과 마블 히어로 액션 스타일의 성공적인 조화
마블은 새로운 페이즈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얼마 전 개봉했던 <블랙 위도우>에서는 러시아 국적이나 배경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또한 많은 대사를 실제 중국어로 구사하게 하여 더욱 해당 문화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아마도 향후 개봉하게 되는 마블 영화들에는 더욱 다양한 국적의 히어로나 인물들이 포함되고 해당 문화권의 특징들도 영화에 담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블 영화에서 한국어가 들리거나 그 외의 나라 언어들이 높은 비중으로 포함된다면 마블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샹치가 처음 소개되는 영화다. 그래서 샹치의 캐릭터의 특성과 격투 스타일이 어디서 왔는지, 그 근원에 대해 알려주고자 구상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샹치가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지만 이번 영화는 샹치의 윗 세대의 이야기가 끝맺어진다. 샹치의 아버지 웬우와 어머니 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두 사람의 죽음으로 그 사랑이 끝나는 순간까지가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샹치 캐릭터의 모험은 그가 등장할 다음 마블 영화부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대사가 중국어로 이루어지지만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이 영화의 개봉이 금지되어있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개봉을 하지 못하는 이 영화는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극장 개봉에 들어갔으며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마블 영화를 보여준 마블 스튜디오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새로운 페이즈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11월에는 <이터널스>, 12월에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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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자유음악, 재즈 영화 추천작 8선
가을은 재즈와 너무 잘어울리는 계절이죠.
재즈 영화 8선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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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퀸에 대해 당신이 몰랐던 7가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패션 블로거 BIGSEOUL입니다.
얼마 전 최근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는데요.
오늘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전설적인 가수 퀸에 대해서 우리가 몰랐던 7가지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1.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역을 맡은 라미 말렉은 영화에서 프레디의 치아를 본뜬 틀니를 착용했다.
저는 라미 말렉이 실제로 이가 튀어나온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프레디의 치아처럼 만든 틀니를 꼈다고 합니다.
라미 말렉은 처음에는 그 틀니(?)를 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웠지만 영화를 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정이 들었다고 해요.
음악사에 길이 남을 전설 프레디 머큐리의 역을 맡을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었기에 이를 기념하고자 저렇게 gold grill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2.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실제 프레디의 목소리가 아니다.
네! 영화 속 퀸의 노래들에서 프레디의 목소리는 따지고 보면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배우 라미 말렉의 목소리와 캐나다 가수 마크 마텔의 목소리, 그리고 실제 프레디의 목소리가 합쳐진 것인데요.
마크 마텔은 2011년 로저 테일러가 주최한 퀸 트리뷰트 공연을 위한 오디션에서 보컬파트를 맡았던 가수입니다.
그리고 라미 말렉은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모든 노래를 실제 본인이 불러야했다고 해요.
더불어 퀸의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서 더욱 영화에서 노래가 생생했던 것 같습니다.
3. 퀸은 실제로는 멤버들 간 싸움으로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가장 실제와 차이가 나는 부분인데요.
영화에서는 프레디와 멤버들이 프레디의 솔로 계약으로 불화를 겪어서 잠시 해체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 10년간의 월드 투어로 모든 멤버가 지쳐있어서 퀸으로서의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각자의 솔로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해요.
하지만 영화와 달리 서로 연락을 꾸준히 했고, 그 해 말부터 그룹 활동을 위해 작업을 같이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라이브 에이드 공연 역시 재결합한 뒤 급하게 준비한 것이 아니라 리허설을 잘 하고 갔다고 하네요.
4. 프레디 머큐리는 엄청난 고양이 덕후였다.
프레디 머큐리도 고양이 앞에서는 집사에 불과하죠.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 그는 엄청난 냥덕후입니다.
자신의 첫 솔로 앨범 <Mr. Bad Guy>의 헌정사로 아래와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답니다.
"This album is dedicated to my cat Jerry - also Tom, Oscar and Tiffany, and all the cat lovers across the universe. Screw everybody else!"
(이 앨범을 나의 고양이 제리에게 바친다. 톰, 오스카와 티파니 그리고 세상의 고양이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다른 사람들은 다 꺼져!)
5.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관객들의 목소리는 실제 전 세계의 퀸 팬들이 직접 부른 목소리를 합친 것이다.
Bohemian Rhapsody | "Put Me In Bohemian" - Mixing in the Vocal | 20th Century Fox
엄청난 수의 관객임을 실감할 수 있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실제 공연 영상을 보면 감동이 더하더라구요.
그 많은 사람들이 하나되어 퀸의 음악을 즐기는 모습에서 음악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요.
영화에서 팬들이 따라부르는 목소리는 실제 팬들의 목소리를 사운드 감독이 직접 가져와서 합친 거라고 합니다.
정성스럽고 디테일한 연출에 감동이 더해지는 것 같네요!
6. 실제로 퀸은 첫 앨범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영화에서는 퀸이 차를 판 돈으로 녹음한 첫 앨범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그려지죠.
하지만 실제로는 첫 앨범 Queen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지도 못했고 그들이 기대한 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후 Mott the Hoople이라는 락커의 오프닝 공연에서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기 위해 프레디 머큐리가 독특한 옷을 입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그때 그들을 봐두었던 기획사 EMI가 퀸에게 연락을 했고, 그렇게 녹음한 두번째 앨범이 큰 히트를 친 것이라고 합니다.
7. 보헤미안 랩소디의 싱글 발매를 반대한 기획사 사장 '레이 포스터(Ray Foster)'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싱글 발매를 반대하며 실패할 것이라고 하던 기획사 사장, 기억하시나요?
라이브 에이드 공연 중 We are the champions 장면에서 퀸을 놓친 그의 쓴 표정이 비춰져서 다들 기억하실텐데요.
사실 Ray Foster는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이 캐릭터는 EMI의 사장인 Roy Featherstone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캐릭터와 달리 Roy Featherstone은 보헤미안 랩소디가 싱글로 나오기엔 너무 길다고 생각은 했지만 여전히 퀸의 엄청난 팬이었다고 해요.
* 본 콘텐츠는 블로거 BIGSEOUL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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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자 씨가 합당한 보상을 받는 사회를 꿈꾸며
꿈이야 생시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경기도 어느 곳에 사는 덕희(라미란)이다. 어느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덕희. 덕희에게 돈이 필요하다. 이유는 얼마 전에 덕희가 보이스피싱을 당했기 때문이다. 3200만 원을 잃은 덕희. 아이들이 묵을 곳이 없어 엄마 덕희는 미안한 맘뿐이다. 마음고생이 심한 덕희. 은행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실신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경찰에 신고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속에 들끓는 화를 잠재우기란 어려웠다. 위기에 처한 덕희. 그 와중에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다. 김성자 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보이스피싱 사기를 직접 친 사기꾼이다. 받은 전화에서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린다. "저, 저번에 통화했던 손 대리(공명)입니다. 내가 아는 거 다 말할게요. 그냥 신고만 해주세요. 제보할 것이 있어요."
이거 왜 진짜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가 겪은 일이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된 것이다. 보통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 때 지켜야 할 것들이 몇 있다. 바로 연출로 어디까지 공격하고 누구를 지켜줄 것인가? 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는 후자 ‘지켜줄 것’에 대한 부분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 영화가 정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후반부에 있다. 여기까지 가는 과정을 주인공 덕희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냈기 때문에 실화를 가져온 이유가 나름 충족이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 공격할 것인가’라는 점에서는 영화가 실화 전부를 담지 못한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영화 엔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 쓸 수는 없겠으나,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이라면 거의 다 예상할 수 있을 듯하다. 참고로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이 김성자 씨는 이 일을 해결한 후에 경찰 측에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셨다고 한다.
범인은 포스터와 제목
이 영화 <시민 덕희>를 보고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장르적으로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범죄물로서 재미있을만한 요소는 잘 갖춘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범죄물로 재미있으려면’ 뭐가 필요할까? 무시무시한 빌런, 선한 주인공, 유쾌한 조연들(사이드킥), 개성 넘치는 캐릭터부터 간단한 플롯까지 <시민 덕희>에는 다 있다. 이런 것들이 그냥 소소한 성취 같아 보이지만 좋은 선택이었다. 이 영화의 기획의도가 뭘까?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그중 하나가 이 실화에 대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잔인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이야기가 어렵다거나 하는 영화였다면 관객들이 극장에서 이 작품을 고르지 않을 것이다. 일단 재미있을만한 건 다 갖춰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당연지사다. 이 <시민 덕희>는 이런 점에서 영리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영리한 영화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극 중 한 명의 캐릭터 때문이다. 이 캐릭터는 사실 첫 등장만 보면 이 작품과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소재가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인물은 캐릭터가 하는 어떤 행동처럼 계속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존재감은 범죄/수사물의 클리셰를 본작이 비튼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실 글쓴이는 보면서 놀랐다. 이 인물이 궤도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시작해 어디에 도착하는지를 잘 맞춰놓은 것이 기능적이지도, 줄거리에서 무의미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전형적인 캐릭터가 등장한 탓에 이 인물의 끝마무리가 살짝 모호한 감이 있긴 하지만 흐름을 깨는 정도는 아니다.
상남자식 연기법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라미란 배우의 연기에서 엄청난 박력이 느껴졌다. 라미란 배우는 장면마다 힘을 주고 풀면서 영화를 끌고 간다. 가령 라미란 배우가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영화는 이 장면마다 중심을 쾅 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실 이 장면이 오기까지 플롯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 에피소드 자체는 100% 실화가 아니기 때문에, 허구의 무언가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몇 배우는 뛰어난 감정연기로 서사에 생긴 구멍을 메꾸기도 하는데, 이 <시민 덕희>의 라미란 배우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런 감정연기는 영화 중반부-중후반부에서는 잠잠해진다. 왜? 공간을 바꾸고 난 다음 덕희의 연기는 받아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야 이 환경에서는 이무생 배우의 악랄한 빌런 연기, 손대리의 서사, 장윤주-염혜란 배우의 코미디가 두드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를 앞두고 자기가 전면에 굳이 안 나서도 되는 걸 잘 아는 듯이 라미란 배우는 튀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두 격차는 주인공 덕희가 가진 소시민적인 특징과 함께 영웅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었다. 보통 이런 류의 실화 바탕 영화/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강단이 센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몇 있는데 이런 류의 비판을 피해 갈 수 있을 법한 좋은 퍼포먼스였다.
최소한만 유지하고
좋은 점도 많은 <시민 덕희>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완벽하게 매끄럽지는 않았다. 사실 편의적으로 전개하는 감이 어느 정도는 있다. 가령 영화에 등장하는 두 번의 위기가 그렇다. 첫 번째 위기는 주인공 덕희에게 일어난다. 이런 류의 일이 주인공에게 일어난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이 사건을 삽입하고 싶었더라면 전후 조짐에 대해 살짝만 더 들어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쓴이는 이 두 인물의 퇴장이 밀린 방학숙제하듯 구석으로 밀어 넣기 위해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이는 이 주인공이 공간을 바꾸고 나서 어떤 행보를 보여주는가? 와도 관련이 있다. 이곳이 유럽만큼 경비가 그렇게 많이 들진 않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글쓴이는 손 대리 캐릭터에서 현실감도 있었지만 반대로 큰 허점도 느껴졌다. 손 대리 자체가 허술하다. 가령 덕희와 통화하는 처음과 두 번째 장면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 사람의 서사도 빈약하다. 왜? 와 어떻게? 가 없이 그냥 결과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현실적으로 잘 설정됐으면 이야기가 더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도 역시 평범한 사람이고 어느 관점에서는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억척스러운 캐릭터들
이 영화에서 느껴진 두 번째 단점은 인물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글쓴이가 ‘나만 이런가’ 싶어서 몇 후기를 찾아봤는데 많은 분들이 특정 배우의 연기에 대해 코멘트를 했다. 글쓴이는 이 배우 말고 극 중 대다수의 캐릭터에게 느꼈다. 특히 염혜란 배우와 안은진 배우 캐릭터에서 강했다. 염혜란 배우 연기 잘한다. 안은진 배우도 연기 잘한다. 하지만 둘은 전혀 친해 보이지 않는다. 좀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글쓴이는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감정이입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시각적으로도 염혜란 배우가 47세고 안은진 배우가 32세라서 15살의 터울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각본과 연출이 이 둘의 관계를 돈독하게 보이지 못한 것 같다. 장윤주 배우가 맡은 역할도 갑자기 화를 내거나 느닷없이 기뻐하고 있다. 이런 각자 자기 색이 강한 영화의 재료들이 적지 않게 보이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이 덜컹거린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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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이 돌아가는 혐오, 옹호, 풍자의 트라이앵글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거침없이 돌아가는 혐오, 옹호, 풍자의 트라이앵글
개봉일 : 2024.12.11.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고어
러닝타임 : 141분
감독 : 코랄리 파르쟈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보통 예리한 칼을 다룰 땐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다르다. <서브스턴스>는 여성을 향한 혐오(일부 남성의 눈으로 담아낸 불쾌한 장면들이 있음)와 옹호, 사회 풍자라는 세 개의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고 정말 거침없이 휘둘러댄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심장을 자극하는 음악과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 화면, 귀를 지나 손끝까지 생생히 촉감을 전달하는 음향. 이제 끝인가 싶을 때 한걸음 더 나아가는 파격적인 흐름. ‘이만하면 뭘 말하는지 지나가는 강아지도 다 알아듣겠어!’싶은데.. 그럼에도 이 영화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 아니 탱크처럼 미친 듯이 밀고 나간다.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받고 명예의 거리에 입성할 만큼 사랑받는 대스타였다. 별 안에 박힌 ‘엘리자베스 스파클’이라는 이름. 엘리자베스는 별, 스타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빛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중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그는 이제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만 간간이 카메라에 얼굴을 비치는 신세로 전락한다.
엘리자베스가 50살이 되던 날, 그는 쇼의 프로듀서 하비에게 해고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사고까지 당한다. 꽃다발, 케이크 하나 없이 가볍게 흩어지는 초라한 생일 축하로도 모자라 50살이 되었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되다니. 최악의 생일이다. 엘리자베스는 환자복을 입은 채 눈물을 터트린다. 그때 그를 지켜보던 젊은 남성 간호사가 엘리자베스에게 인생을 바꿔줄 약물을 권유하고 엘리자베스는 그 약물을 통해 아름답고 젊은 여성 ‘수’의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
<서브스턴스>는 아름다움과 사랑이라는 목줄에 묶인 중년 여성 엘리자베스와 당연하게 그 목줄을 쥐고 있는 남성들. 그리고 그 남성들을 움직이는 유일한 존재, 생생하고 아름다운 여성 수(SUE)의 기묘하고 질긴 관계성을 그린다. 엘리자베스는 남성에 의해 스타가 되었다가 남성에 의해 버림받고 수가 되어 다시 남성들의 위로 올라탄다. 엘리자베스는 언젠가는 그들에게 버림받고 다시 추락할 거란 걸, 자신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 위험한 기회를 놓지 못한다.
영화는 서서히 깨지며 분열하는 엘리자베스의 삶을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 카메라에 담긴 조각난 엘리자베스와 수의 모습은 매혹적이면서 역겹고 눈물겹다. 금이 가버린 별과 그 위로 쏟아지는 수많은 오물들. 나에겐 그것들을 자연히 받아들일 무던함이 모자라다.
새우처럼 탈피하는 엘리자베스와 새우를 게걸스레 먹는 하비
여성의 삶을 좀먹는 남성들
50살이 된 엘리자베스는 남성들이 원하는 사회적인 여성성을 모두 잃은 사람이다. 촬영을 마친 엘리자베스가 긴 복도를 따라 화장실로 향하는 장면, 엘리자베스가 들어가려던 여성 화장실에 사용 불가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는 눈치를 보고 남성 화장실로 향한다. 사용 불가가 된 여성 화장실은 남성들의 눈엔 더 이상 소비할 여성성이 남아있지 않은 엘리자베스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남성 화장실, 엘리자베스는 충격적인 하비의 통화 내용을 듣는다. 여자는 어려야 해, 섹시해야 해, 25세부터 임신 가능성이 줄어든대, 새로운 애 구해!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내는 하비의 뒤에서 엘리자베스는 숨죽인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엘리자베스는 여배우, 여성으로서의 인생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이제 그가 받을 수 있는 꽃다발은 프로그램에서 정리되었음을 알리는 꽃다발뿐이고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장난 아닌 중년의 남성이 됐다. 반짝반짝했던 명예의 거리 속 별 모양 타일은 금이 갔고 다시는 촬영장의 조명을 맛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늙어가는 것뿐인, 다시는 주목받지 못할 공허한 중년의 인생. 엘리자베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USB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약물을 받아온 엘리자베스는 욕실에 서서 활성제를 주사한다. 이내 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몸을 구부린 채 움직임을 멈춘다. 이후 그의 척추를 따라 피부가 갈라지며 새로운 여성 수가 나타난다.
이는 새우의 탈피를 떠올리게 만든다. 새우는 성장하며 낡은 껍데기를 벗고 새 갑각으로 탈피하는데, 엘리자베스는 성장하는 새우처럼 낡은 중년 여성의 껍데기를 벗고 새로운 갑각인 젊은 여성의 몸으로 탈피한다.
엘리자베스는 수가 되어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엘리자베스의 오래된 액자가 보이고 몸을 숙였던 수의 상체가 올라오며 액자 위에 겹쳐진다. 이때 컴퓨터의 부팅 소리 같은 효과음이 삽입되며 엘리자베스의 인생이 새롭게 재부팅됐음을 알린다.
하지만 이 탈피를 마친 생생한 새우를 노리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극 중에 등장하는 모든 남성 캐릭터다. 대표적인 인물은 에어로빅쇼의 프로듀서 ‘하비’. 그는 엘리자베스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자리에서 나이 든 여성에 대해 말하며 게걸스레 새우를 먹어치운다. 하비가 떠난 자리에 남은 수많은 새우 껍질들은 그가 남성으로서 얼마나 많은 여성의 삶을 뜯어먹었을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외에도 하비는 자신의 여성 비서 이사벨라의 이름을 신디로 바꾸면서 이게 더 부르기 편하다고 우기고 아무렇지 않게 쇼에 출연했던 여성들의 액자를 싹 갈아치우면서 자신의 권력을 자랑한다.
처음엔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찾아간 수는 스케줄 따위는 상관없이 너를 원한다는 둥.. 하비에게 온갖 칭송을 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결국은 하비가 만들어준 ‘새해 전야쇼’라는 목표에 휘둘리며 무너져가는 몸에 다시 활성제를 주사한다.
하비 외에도 극 중엔 여러 추한 남성 캐릭터와 그들의 시선을 암시하는 연출이 나온다. 이름보다 신체, 나이를 먼저 물어보며 이상한 품평을 하는 쇼의 심사위원들, 스파클 씨인 줄 알았다며 문을 쾅쾅 두드리다가 수를 보자마자 추파를 던지는 이웃, 수에겐 친절하고 엘리자베스에겐 위협을 가하던 트로이(수가 파티에서 데려온 남성), 새해 전야쇼에서 헐벗은 여성 댄서들을 반기는 하비와 백발의 남성들. 그리고 수의 가슴과 엉덩이만을 찍으며 열심히 화각을 조정하는 펌프 잇 업 쇼의 카메라 렌즈 움직임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 사람의 동공을, 수의 몸을 탐내는 남성들의 시선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나마 동창 ‘프레드’는 극 중에서 가장 친절한 남성으로 표현되긴 하지만 그가 처음 엘리자베스를 만났을 때 한 칭찬마저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구나.”라는 점에서 그의 친절이 진심으로 따뜻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수의 생생한 빛깔을 따라할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가 수를 놓지 못했던 이유
엘리자베스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다. 영화는 이 슬픈 욕망 중 일부인 ‘남성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을 매우 확대해 보여준다.
7일, 7일. 이 밸런스가 무너진 건 수가 첫 쇼를 녹화한 후 파티장에서 트로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수는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몸 교체를 미룬다. 수의 남성을 향한 욕망은 ‘7일마다 교체 예외 없음’이라는 문장에서 ‘예외’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만들고 그는 정해진 양 이상의 안정제를 뽑아낸다. 다시 안정을 찾고 돌아온 수의 엉덩이를 감싸는 트로이의 손길이 화면 가득 채운다. 그것은 악마의 손길처럼 압도적이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며 그 손길 한 번의 대가는 고스란히 엘리자베스의 손가락으로 돌아온다.
깨어난 엘리자베스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리필을 받으러 창고로 향한다. 그리고 무언가에 쫓기며 들어간 카페에서 자신에게 약을 권한 젊은 간호사의 원래 몸을 만나면서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고민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오래된 물건’ 박스를 엎어 오래된 엘리자베스의 몸으로 받았던 프레드의 쪽지를 찾는다. 흙탕물로 오염된 너저분한 쪽지. 엘리자베스는 그것을 가슴에 폭 안으며 안도한다.
엘리자베스는 어떻게든 수가 아닌 엘리자베스가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는 갈라진 척추의 상처를 다시 봉합하듯이 척추를 따라 이어지는 원피스의 지퍼를 올리며 프레드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준비를 모두 마치고 수가 누워있는 욕실 벽을 닫고 나가려는 찰나, 생기 가득한 분홍빛 수의 입술이, 아름다운 수의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분홍빛의 수의 입술과 새빨갛게 칠해진 텁텁해 보이는 엘리자베스의 입술. 분홍 바디 슈트 사이로 보이는 탄력 있는 수의 가슴과 빨간 원피스 아래 크게 눈길이 가지 않는 엘리자베스의 가슴. 엘리자베스는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치크와 립글로스로 생기를 덧칠하고 스카프를 덮으며 가슴을 가린다. 과도한 화장으로 얼굴은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젊은이의 분홍빛을 아무리 따라 해보려 해도 진한 붉은빛을 가진 중년은 그 빛깔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
엘리자베스는 생생한 여성이 되어 사랑받고 싶다. “They are going to love you. 모두가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수에게 배달된 꽃다발 속 한마디. 그는 종료 주사를 손에 들고도 그 한마디에 흔들려 수를 죽이지 못한다.
욕심이 늘어가며 분리되는 두 사람
척추에서 안정제를 뽑는 이유
7일, 7일. 이 밸런스가 깨지기 전 엘리자베스와 수는 한 사람 같았다. 처음 쇼 오디션을 보러 갈 땐 엘리자베스가 수의 몸으로 하비에게 복수를 하러 가는 느낌이었고, 수는 엘리자베스의 또 다른 슈트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밸런스가 깨지고 점점 욕심이 늘어갈수록 원형인 엘리자베스는 수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카페에서 만난 남성 간호사의 원형은 엘리자베스에게 묻는다. “그쪽도 시작했나요? 당신을 먹어치우는 것.”
앞서 엘리자베스-수의 변화를 새우의 탈피에 비유했었다. 이 탈피 이후 엘리자베스의 척추를 따라 남은 검은 흉터는 새우 등에 있는 검은 내장과 비슷해 보인다. 수는 자신의 원형이 되는 엘리자베스의 척추, 즉 그의 내장에 주사기를 꽂고 한도 끝도 없이 안정제를 뽑아낸다. 속부터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 엘리자베스의 몸은 조금씩 썩고 굽어간다.
굽은 몸으로 TV를 보던 엘리자베스는 당장이라도 부서질듯한 다리를 겨우 펴고 하비가 준 퇴사 선물을 꺼내본다.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걸 샀어요.” 하비의 목소리와 함께 프랑스 요리책이 모습을 드러낸다. 엘리자베스는 이를 악물고 요리를 한다. 네 바람대로 빨리 시간을 보내고 남성들에게, 수에게 복수를 하러 가겠다는 듯이.
피순대, 칠면조, 송아지 뇌 조림… 의미심장한 요리들이 지나가고 TV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단 수의 모습이 나온다. 분노한 엘리자베스는 수의 말들을 하나하나 비난하며 거칠게 칠면조 내장을 손질한다. 이때 영화는 칠면조와 수의 신체 부위를 번갈아 보여주는 편집을 통해 엘리자베스의 분노를 살벌하게 표현한다. 엘리자베스가 당장이라도 수의 내장을 뜯어 죽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처럼.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한 분노
누군가에겐 케첩과 다르지 않을 엘리자베스의 피
하나였던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서히 분열되며 서로를 죽이기에 이른다. 엘리자베스와 수를 망친 건 그들을 ‘남성에게 사랑받는 여성’이라는 상품으로 길들인 남성들의 권력이지만 엘리자베스와 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 사태의 책임을 남성이 아닌 서로에게 돌린다.
엘리자베스는 수가 자신의 시간과 생명을 뺏어가는 게 싫고 수는 굳어가는 엘리자베스가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죽이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로를 타인처럼 지칭하며 비난한다. 이들의 갈등은 동일인의 내면의 갈등이 아닌 타인 간의 갈등, 세대 갈등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엘리자베스는 생명을 뺏어가는 수에게, 수는 종료 주사를 꽂으려 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위협을 느낀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하나라는 충고를 잊고 서로를 죽이려 달려든다. 수는 엘리자베스를 죽이고 수도 엘리자베스가 죽은 후 서서히 망가진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수는 다시 한번 몸에 활성제를 투여해 엘리자베스와 수가 합쳐진 몬스트로 수로 부활한다. 그는 한껏 치장한 채 새해 전야쇼에 서지만 남성들은 그를 죽이려 한다. 이 세계에서 아름답지 않은 여성을 사랑해 줄 남성은 없다.
아름다웠던 여성의 절규와 피가 전방위로 뿌려진다. 그리고 더 이상 스튜디오에 설 수 없는, 스타로서의 생명을 다한 왕년의 대스타는 길거리에서 산산조각 나버린다. 마지막까지 남은 엘리자베스의 얼굴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별 타일 위에 안착한다. 그리고 별이 가득한 하늘에 닿지 못한 3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녹아내린다.
엘리자베스가 남긴 피는 영화의 초반부, 누군가 떨어트린 햄버거의 케첩과 비슷하게 표현되고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청소차에 의해 닦인다. 이는 사랑받기 위해 모든 걸 다 바친 여배우의 역겹고 눈물겨운 마지막 흔적이지만 하비와 같은 누군가에겐 길바닥에 엎어진 빨간 케첩과 다를 바 없는 더러운 오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영화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충격이 누군가에겐 그저 뜻 모를 B급 호러 무비 정도로 평가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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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착오적인 스타워즈의 현주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다이들이 몰살당하고 은하 제국이 설립되자 타투인 행성의 외딴 동굴에 잠적한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 제자였던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가 악의 세력인 시스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는 새로운 희망이 될 '루크 스카이워커(그랜트 필리)'를 남몰래 보호하며 숨죽여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비완은 생존한 제다이들을 사냥하는 빌런 '세 번째 자매(모제스 잉그램)'를 대면하고, 그녀가 루크의 쌍둥이 남매인 '레아 오르가나(비비안 리라 블레어)'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레아를 구출하러 간 오비완의 앞에는 다스 베이더가 되어버린 옛 제자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등장하고, 오비완은 오래전 펼쳤던 다스 베이더와의 운명적인 대결의 순간이 다시 찾아왔음을 깨닫는다.
디즈니+에서 공개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실사 드라마인 <오비완 케노비>는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로부터 10년 후 시점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는 악의 세력인 시스를 막지 못한 채 은둔한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가 1977년도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 알렉 기네스 경이 연기한 현자 오비완 케노비로 거듭나는 계기를 보여준다.
<오비완 케노비>를 향한 기대는 상당했다. 오비완 케노비라는 캐릭터도 인기가 적지 않은 데다가 애증의 제자인 아나킨 스카이워커도 20여 년만에 같이 실사 시리즈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실사영화였던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혹평과 흥행 실패를 맛본 이후, 근래 <스타워즈> 시리즈가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기대감을 증폭했다. 디즈니+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이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고, 이후 <더 북 오브 보바 펫>도 소기의 성과를 이룬 만큼 <오비완 케노비>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6부작으로 구성된 <오비완 케노비>는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고, 작금의 스타워즈 시리즈가 얼마나 큰 위기에 처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친다.
물론 프리퀄이자 스핀오프라는 정체성에 충실하기에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없지는 않다. 우선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진주인공인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그의 스승인 오비완 케노비의 애증이 뒤섞인 관계가 위치한다. 특히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시스의 복수>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로 자신을 배신, 포기한 오비완에게 원한을 갖고 있던 아나킨은 두 손으로 직접 오비완을 제거하고자 하며, 타락한 제자를 직접 베어야 했던 오비완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이러한 아나킨의 집착과 오비완의 회한을 과거 스승과 제자로서 광선검 대련을 하던 오비완과 아나킨의 모습과 대조한다. 이러한 연출은 두 인물의 감정선을 절정으로 고조시킴과 동시에 한 편의 에피소드 내에서는 짜릿한 반전까지 이끌어낸다.
또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오비완과 아나킨이 쌓아 올린 서사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운명적인 재대결이 등장하고, 이는 <스타워즈> 1, 2, 3편인 프리퀄 시리즈와 4, 5, 6편인 오리지널 시리즈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 중심에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정체성이 소멸되고, 그 유명한 다스 베이더로 완전히 각성하는 장면이 있다. 제다이였지만 악의 유혹에 넘어가 타락하여 다스 베이더가 된 아나킨. 드라마는 결투 도중 다스 베이더의 헬멧 안에 여전히 아나킨의 얼굴과 음성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며 다스 베이더라는 악인의 내면에 제다이인 아나킨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또 정확히 어느 시점을 계기로 아나킨의 정체성이 사라졌는지를 짚어주면서 프리퀄에서 묘사된 아나킨과 오리지널 삼부작에 등장한 다스 베이더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고 그의 서사를 보충한다. 여기에 아나킨에게 용서를 구하던 오비완이 다스 베이더가 된 그를 완전히 포기하는 장면까지 더해지면 기존 시리즈에 비해 이들의 비극적인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이처럼 과거의 전설들을 재소환하고, 그들의 서사에 추가적인 내용을 덧붙이는 선택의 효과는 수많은 오마주들 덕분에 극대화된다. 자신이 아나킨을 죽였다는 다스 베이더에게 오비완은 "그럼 내 친구는 정말 죽어버렸군"이라고 일갈하는데, 이는 시리즈 6편인 <제다이의 귀환>에서 "그렇다면 제 아버지는 정말 죽었군요"라고 말하는 루크의 대사와 판박이다. 또한 제다이 마스터로 다시금 거듭난 후 수련을 떠나는 오비완이 어린 루크에게 "안녕(hello there)?"이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이 대사는 <새로운 희망>에서 오비완이 루크에게 건넨 첫 대사 이기도 하다. 오비완에게 포스의 영이 되는 법을 알려주려는 그의 스승 '콰이곤 진(리암 니슨)'과 시스 군주인 팰퍼틴 황제의 재등장 역시 <스타워즈> 팬들이라면 쉬이 흘려보낼 수 없는 순간들이다.
문제는 애매모호한 드라마의 방향성 때문에 위의 장점이 퇴색된다는 점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오비완 케노비의 드라마여야 했다. 젊고 이상주의적이었던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 대신 아끼던 제자의 배신, 동료들의 죽음과 수호하던 국가의 파멸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오비완을 묘사해야 했다. 이와 동시에 미처 끝나지 않은 아나킨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오리지널 삼부작에 등장했던 현자 오비완 케노비로의 변화도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드라마의 초점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오비완에 대적하는 새로운 빌런인 세 번째 자매의 서사가 겉돌기 때문이다. 사실 세 번째 자매는 드라마의 진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다스 베이더에게 복수심과 혐오감을 품었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조금씩 다스 베이더를 닮아간다. 오비완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행을 거듭하는 다스 베이더처럼 그녀도 복수심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며 타락한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의 악행을 반성하고 갱생하는 전개는 완전히 악에 물드는 다스 베이더와 제다이의 정체성을 되찾는 오비완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작중 그녀와 오비완의 접점이 거의 묘사되지 않다 보니, 두 주인공은 각자의 성장과 변화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 결과 세 번째 자매는 좀처럼 오비완과 다스 베이더 사이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심지어 다른 캐릭터의 분량을 빼앗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에 더해 전반적인 구성이나 연출이 세밀하지 않다 보니 방향성을 잃은 드라마의 표류도 끝나지 않는다. 6부작으로 구성된 분량 내에서 다루기에는 전체 내용이 과한 것인지 몰라도, 등장인물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식의 작위적인 전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불완전한 액션씬 역시 아쉬움을 키운다. 세 명의 성인이 어린 레아를 눈앞에서 놓치는 장면은 억지스럽고, 스톰트루퍼들은 이번에도 주인공들의 활약을 보여주기 위한 밋밋한 뒷배경으로 소비된다. <스타워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광선검 대결도 흔들리는 카메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완전하지 않은 CG로 인해 어색한 문제를 노출한다. 이는 시리즈의 중추적 인물인 오비완과 아나킨이 복귀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큰 결과물이다.
무엇보다도 드라마가 새로운 이야기와 앞으로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인기 있는 캐릭터들의 이름값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본 작의 장점마저도 퇴색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화라고도 불리는 <스타워즈>는 본질적으로 선과 악의 운명적인 대결을 그려낸 거대한 서사시였고, 신화 속 영웅들의 초인적인 활약을 즐기는 시리즈였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등장한 <스타워즈> 속 이야기는 현시점에서 사실 더 이상 소구력이 없다. 선악의 구분이 확실했던 냉전 시기와 달리 현대 사회의 많은 주체들은 선악의 이분법으로 손쉽게 나뉘지 않으며, 현대인들은 거대한 악보다도 모습을 감추고 있어서 예상할 수 없는 테러와 같은 악을 더 위협적으로 여긴다. 그래서 악을 처단하는 선한 영웅보다는, 쉽사리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정글과도 같은 현실에서 영웅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매 순간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공감을 자아내기에 더 용이하다.
이는 21세기의 <스타워즈>라 불리는 MCU의 '인피니티 사가'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엔드게임>도 비극적 서사시로 보이는 측면이 있으며, 선악의 장엄한 대결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스 베이더에 비하면 타노스는 현대적 테러리스트에 더 가까운 빌런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통해 전략적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한 후 손 쓸 틈 없이 달아난다. 기습을 당한 어벤져스도 제다이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시스를 완전히 제거하여 우주의 균형을 되찾고 평화를 수복하는 제다이와 달리, 시간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면 결코 완전하다고 볼 수 없는 복수를 하는 데 그친다. 이는 9.11 테러 이후 복수를 꿈꾼 미국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복수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과 오버랩된다.
물론 그간 <스타워즈>도 시대상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왔다. 당장 프리퀄 삼부작은 은하 의회의 의장이었던 팰퍼틴이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수단을 활용해 은하 제국의 황제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테러와 같은 위협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자유와 권리를 포기하던 21세기 초반의 세태를 꼬집었다. 근래 스타워즈 시리즈 중 성공을 맛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만달로리안>의 주인공인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은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항상 기습과 배신을 경계하면서도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나름의 사랑과 믿음이 있는 그는 보다 현대적인 영웅상에 가깝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역시 제다이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전쟁을 그려내어 호평받았다. 하지만 <오비완 케노비>는 수십 년 전의 인물들을 재소환하여 오래전에 끝맺은 선과 악의 대립으로 회귀한다. 그 결과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오비완 케노비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알렉 기네스 경이 연기한 현자 오비완이 되어갈수록 그는 더 평면적인 캐릭터로 변하고, 그와 아나킨의 대립은 흥미가 덜해진다.
<오비완 케노비>를 포함해 현재 디즈니+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작품을 유독 한국에서만 늦게 공개하는 일련의 상황도 결코 작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이는 한국에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인기가 적다는 자본주의적 논리에 따른 결정이겠지만, 동시에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자신만의 낭만이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절대다수가 악의 세력인 시스와 제국의 편으로 넘어갔고, 몇몇 되지 않는 소수이자 약자인 제다이와 저항군만이 악에 대항하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이들이 기적적으로 승리하는, 대세를 거스르는 용기와 낭만이 숨 쉬는 이야기. 이것이 스타워즈의 매력이었다. 그렇기에 시대의 흐름인 자본주의적 분석을 차별적 대우의 이유로 대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는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디즈니+는 끊임없이 스타워즈 드라마들을 준비 중이다. 이미 계획 중인 것만 해도 <만달로리안> 시즌 3, <아소카>, <안도르>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들이 전부 과거의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다. <만달로리안>과 <아소카>는 프리퀄과 오리지널 시리즈 사이의 시간대를 다루는 작품이고, <안도르>는 2017년에 개봉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외전 겸 프리퀄이다. 즉, 이들 역시 본질적으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이미 정해진 결말로 귀결되는 작품들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또 <오비완 케노비>의 완성도를 보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완전한 부활은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
P(Poor, 형편없음)
프랜차이즈의 마지막 남은 이름값까지 고갈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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