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6-22 10:01:43
6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주 씨네 뉴스는 국내외 다양한 소식으로 알차게 준비 해 보았는데요!
그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500억원 투자한 <무빙> 예고편 공개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15일, 오는 8월 9일 공개를 확정 지었습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입니다. ‘무빙’은 누적 조회수 2억 뷰를 돌파한 원작 웹툰 ‘무빙’의 강풀 작가와 드라마 ‘킹덤 시즌2’ 박인제 감독을 비롯해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에 참여한 최고의 제작진이 만들어낸 웰메이드 프로젝트로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등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과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배우의 만남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냥개들>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글로벌 1위

넷플릭스(Netflix) '사냥개들'이 공개 2주 차에 톱 10 리스트 1위에 올랐습니다.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이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 TV(비영어) 부문 정상에 올라 핫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21일 넷플릭스 톱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고 전 세계 83개 국가 톱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2> 7월 28일 공개

'D.P.'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입니다. 'D.P.'는 여러 작품상을 수상하고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부조리한 사회를 꼬집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준호역 정해인은 "시즌1과 이어지는 하나의 작품이며 조금 더 밀도 있고 깊어진 이야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헌병대 103사단 D.P.조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캐스팅 공개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하는 배우들의 라인업이 공개되었습니다.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동안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의 캐스팅도 확정되어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습니다. 한편 1차 라인업에 여성캐릭터가 보이지 않아 많은 팬들의 아쉬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 <지옥> 아이스너 어워드 아시아 작품상 후보

연상호 감독, 최규석 작가의 <지옥>이 '아이스너 어워드' 아시아 작품상후보에 올랐습니다. ‘윌 아이스너 어워드’는 미국 만화의 거장 윌 아이스너(Will Eisner)의 이름을 따 1988년에 탄생한 미국의 대표 만화 시상식이며 미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만화 시상식입니다.'지옥'은 어느 날 갑자기 초자연적 현상을 겪은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지옥 같은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며 넷플릭스에서 공개와 동시에 흥행1위를 차지했습니다.
박찬욱감독 <전,란>제작 이유, "넷플릭스 가장 좋은 지원"

박찬욱 감독님은 <전,란>을 넷플릭스와 함께 하게 된 과정을 밝혔습니다.
넷플릭스가 간섭없이 가장 좋은 지원을 약속해 줘서 즐겁게 작업을 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회사들이 영화계에 본격 진출하면서 생긴 변화를 언급하며 영화 제작자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똑같은 영화임에도 100억원으로 찍느냐, 150억 원으로 찍느냐에 따라 결정적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전,란>은 300억 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는 박찬욱 감독과 협업에 대해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영광이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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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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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탐정 포와로의 심리 추리극
돈은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직장이나 사업을 해서 돈을 번다. 어느정도 기본 생활이 해결될 정도로 돈을 벌면 거기서 조금 더나아가 부를 축적하는 단계를 지향한다. 그렇게 축적된 부에 따라 각자의 생활 수준이 달라지고 결국에는 빈부격차라는 아주 작은 틈이 점점 커지게 만든다. 그래서 그렇게 달라진 격차는 점점 더 돈을 지향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얽매이고 그것 때문에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삶의 목적이 돈을 벌고 부를 축적하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다르게 말하면 돈에 종속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면 그 상황이 정말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많으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생기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사업의 기회도 생긴다. 처음에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돈이 많은 곳에 자연히 몰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가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엄청난 부 주변에 몰린 돈에 종속된 사람들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단지 돈 때문에 몰려든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그 주변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에서 진심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큰 부를 상속받은 여성과 그 주변인물 사이의 살인사건을 그리는 영화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은 엄청난 부를 상속받은 여성인 리넷(갤 가돗)과 그 주변 인물들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 스릴러지만 부자인 리넷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담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리넷 주변에 있는데, 가장 가까운 인물은 약혼자인 사이먼(아미 해머)이다. 직전에 리넷의 친구인 재클린(에마 매키)과 연인관계였던 그는 리넷의 옆에서 정열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는 돈에 대한 관심보다는 리넷의 마음에 더 신경쓰면서 리넷이 가진 부담감을 지워주려 애쓰는 인물이다. 반면에 재클린은 리넷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사이먼이 리넷과 교제하게 되면서 질투와 배신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다. 그가 영화 속에서 리넷의 옆에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장감은 높아진다.
그 외에도 부크(톰 베이트먼)과 그의 엄마 유페미아(아네트 베닝), 리넷의 옆에서 재정 관리를 하는 친척 앤드류(알리 파잘), 루이즈(로즈 레슬리), 살로메(소피 오코네도)와 그의 딸 로잘리(레티티아 라이트), 베스너 박사(러셀 브랜드), 마리(제니퍼 샌더스), 바워즈 부인(돈 프렌치) 등이 리넷과 사이먼의 약혼 파티에 초대되어 호화 유람선에 탑승하게 된다. 영화 초반 이들의 모습과 행동을 찬찬히 보여주게 되는데, 각자가 가진 사연이 조금씩 소개되면서 각 인물들이 가진 서사와 이해관계를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인물이 리넷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인데, 전혀 관계 없는 인물인 포와로(케네스 브래너)가 그 배에 탑승하게 되면서 영화는 포와로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가 주변을 살피고 인물들을 세심히 살피게 되는데, 영화의 시선도 그대로 포와로와 같이 움직인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작은 비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포와로는 이런 인물들의 특성이나 비밀을 파악하게 되는데 그 과정자체가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서사를 긴장감있게 보여주는 심리 추리극
실제로 영화에서 살인 사건은 중반부에서야 등장하게 되는데 그 전까지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부자인 리넷 주변의 인물들이다. 초반에 그렇게 세심하게 이들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건, 모두를 의심할 수 있게 하는 동기를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마치 추리소설을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물들의 서사를 접하고 나서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누가 살인자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포와로와 함께 머리를 굴리게 된다.
영화 속 리넷은 불행하고 불안해 보인다. 그는 결국 살해당하게 되는데, 그 주변 인물들 모두 리넷을 죽일 수 있는 살인 동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리넷이 죽은 이후에 먼저 보이는 건, 리넷의 안타까운 죽음보다 그가 가지고 있던 거대한 목걸이의 행방과 리넷이 가진 돈이 어디로 갈 것인지다. 그러니까 리넷의 죽음의 안타까움보다 돈이 먼저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주변에 모인 인물들에 정을 붙일 수 없다. 다들 안타까운 개인 사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건, 영화의 훌륭한 각색대로 이야기가 구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리넷 옆에 누군가는 돈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영화는 그것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리넷을 죽인 범인, 그리고 그 이후 누군가를 계속 살해해나가는 범인이 누군지, 그 동기가 과연 돈이었는지는 영화에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감독인 캐네스 브래너는 직접 포와로를 연기하면서 훌륭하게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연출했다. 이 이야기 안에서 유일하게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추리해가는 탐정 포와로는 이번 영화에서 그가 가진 과거 트라우마도 드러낸다. 그렇게 원작에는 없는 포와로의 새로운 개인사를 추가하면서 조금 더 할 이야기가 많은 풍부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은데 특히 인상적인건 재클린을 연기한 에마 매키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 출연한 그는 이 영화에서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생동감있게 영화를 극적으로 만드는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재클린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아네트 베닝이 연기한 유페미아도 인상적인 캐릭터다. 아들 부크의 결혼에 반대하는 엄마 역할인 그는 자유분방한 예술가처럼 보이지만 아들의 여자친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며 고집을 피우는 연기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영화 중반 이후에 그로 인해 만들어진 영화적 긴장감은 살인사건과 함께 극을 더욱 고조 시킨다.
영화는 포와로가 처음부터 각 인물을 하나씩 만나고, 한자리에 모이면서 벌어지게 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포와로는 많은 인물들 사이에서 관계를 조율하고 관찰하면서 리넷의 배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확하게 캐치해낸다. 결국 그는 '돈'에 종속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면서 '사랑'때문에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동들도 들춰낸다. 그러니까 그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자,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치유하는 계기를 만드는 심리 분석가이기도 하다. 이런 포와로의 활약이 담긴 영화는 아름답고 웅장한 영상과 함께 훌륭하게 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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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은 원래 무거운 거야
여기, 자신의 삶을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으로 멋 부린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하울. 금발에 파란 눈, 반짝이는 장신구와 화려한 패턴의 옷, 여유로운 모습까지. 그럴싸한 겉모습을 가졌는데도 사람들은 몰려들지 않는다. '조심해. 하울은 심장을 잡아먹는대.' 흉흉한 소문 때문에 사람들이 피하기도 하지만, 하울 또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쫓아가는 사람이 있다. 언덕 너머 매서운 바람이 부는 광활하고 어둑한 들판,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노인. 걸음은 느려도 한 순간의 주저함이나 멈칫거림 없는 소피 '할멈'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저주에 걸려서 신체 나이가 아흔 살이 된 소피겠다.
입구에 닿을 듯 말듯하던 소피 할멈을 하울의 성이 마치 퍼올리듯이 움직인다. 이 움직임의 원동력은 캘시퍼, 하울의 심장을 계약조건으로 성의 형태를 유지하는 악마다.
하울이 저주를 풀어주길 바라며 찾아온 소피 할멈. 그런데 저주가 걸렸다기엔 너무 씩씩하고 쾌활하다. 청소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얼굴은 편해 보이기까지 한다. 앳된 모습으로 모자 가게에서 일할 때엔 상상할 수 없던 표정과 말투.
함께 놀러 나가자는 다른 이들의 제안에 소피는 고개를 저었다. 일을 마저 하겠다며. 시끌벅적한 무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소피는 모자를 몇 번 뒤적이곤 자리를 뜬다. 모자 가게는 소피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마냥 해맑은 동생과 엄마 사이에서 아버지의 가게를 이어가야 한다는 중압감이었을 뿐.
해야 하는 일에 오래 골몰한 사람은 점차 자신을 잃는다.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뭘 원하는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고 무서워하는지.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까지 사라진다.
자신의 내면이 외적으로 드러난 순간부터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피는 밀대를 가져와 바닥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싹싹 밀고, 옷가지들을 모아 빨래하고, 캘시퍼 주변에 한가득 쌓인 재를 퍼올린다.
방 청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까. 하울의 심장(캘시퍼)은 소피를 퍼올리듯이 안으로 들여보냈다. 반대로, 소피는 하울의 성 안을 가득 메운 먼지와 쓰레기, 재를 퍼올려서 내다 버린다. 어쩌면 하울이 소피에게 허락한 영역은 캘시퍼가 있는 1층 공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피는 망설임 없이 모든 것을 청소한다. 하울이 아름다움을 위해 마법을 걸어두었던 선반까지도.
마법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하울은 말 그대로 '녹아내린다'. 무언가를 집어던지고 부수며 분노하지 않고 축 늘어진다. 이렇게나 유약한 자가 어떻게 전쟁의 최전선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일까.
하울의 오랜 고용주, 설리만은 말했다. 하울은 어려서부터 실력이 뛰어났다고. 어린 시절의 인정은 양날의 검이다. 용기를 북돋아주는 길잡이가 될 수 있지만, 어른들의 입맛에 자신을 맞추는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 하울은 후자였다. 어떤 일을 시키든 잘 해내고, 성과를 인정받고, 더 큰 일을 받고, 굴레는 반복된다.
많은 가명을 만들어 각 이름마다 다른 사람인 것처럼 연기하던 하울.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모두 똑똑하고, 기품 있고, 아름답다. 이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한 가지를 없애야 한다. 하울 자신. 그 열망이 너무 큰 탓이었을까. 조금 더 직접적이고 확실한 선택을 내린다. 어린 시절, 하울은 심장을 꺼내어 악마에게 주었다.
소피는 텅 빈 내면이 외적으로도 드러났고, 하울은 사람들이 혹할 만한 '좋은' 것으로 빈 공간을 숨겼다.
소피의 내면이 아흔 살 노인으로 드러났다면, 하울의 내면은 영화 끝자락에서 나온다. 하울의 심장의 초대를 받아 하울의 내면을 청소하고, 이윽고 가장 깊은 곳, 하울의 본모습을 마주한 소피. 방문을 열자 하울의 방 대신 동굴이 나오고, 그 끝에 온몸을 움츠린 커다란 새가 공포에 떨고 있다.
새보다는 공에 가까운 모양새. 타인의 기대와 욕망이 덕지덕지 묻은 깃털들이 하울을 무겁게 짓이긴다. 소피는 자신의 내면을 겉으로 드러낸 후 한 차례도 망설이지 않는다. 무수한 남색 깃털까지도 털어낸다. 그제야 하울이 보인다. 남색 머리와 그와 비슷한 색을 담은 눈, 흰 티, 까만 바지. 단조롭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있었던 이들은 모두 처음과 모습이 다르다. 금발에 반짝이는 보석, 분홍색 제복의 하울은 수수한 차림새로 바뀌었다. 갈색머리의 소피는 '별빛'색의 단발로, 황야의 마녀는 커다랗고 위엄 있는 모습에서 작고 하찮은 모습으로, 캘시퍼는 자유로운 불로.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마르클은 어린 아이다.
"마음은 원래 무거운 거야."
어른들은 그 무게를 잊고 산다. 해야 하는 것들에 둘러싸이느라 하고 싶은 것을 모르고, 들끓는 정보를 쫓아가기에 급급하고,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길 바라면서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불안과 걱정을 분노로 치장하고, 분노를 힘으로 치환해 과시하려 든다.
소피가 대단한 게 아니다. 지극히 평범하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어야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으로 보였으면 하는지, 왜 그러고 싶은지, '현실적'이라는 말을 제거하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다 보면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청소의 시작점이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박윤혜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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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코어 헨리
이 영화는 뭐라 정의하기 힘든 영화이다.
진짜 FPS를 하는 기분이 드는 영화이다. 1인칭 게임 울렁증이 좀 있는 나로선 오묘했다.
콜 오브 듀티와 울펜슈타인을 3~4 시간하면 좀 어지러운데, 이 영화가 딱 그러했다.
액션은 상당히 시원시원 해서, 마치 '둠' 또는 '울펜슈타인'을 하는 느낌이다.
음악도 상당히 빠른 템포라서 액션이 더 시원하며, 루즈하다는 느낌이 없다.
이 영화의 특징으로는 1인칭 시점이라는 것이다.
(쉽게말해서 머리에 캠을 달고 찍었다는 소리다.)
영화는 FPS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시원하고 짧고 굵은 액션을 선사해서 좋아할 것이다.
스토리는 그냥 일반적인 액션영화 스토리이다.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할 점은 러닝타임 96분을 전부 1인칭 시점으로 전개한 점과 주인공의 대사 없이 유쾌하며, 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주인공만의 대사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의사소통 하는 것이 일품이다.)
1인칭 시점으로 액션영화를 보니, 사실감과 재미는 극대화됬다.
청불등급에 맞게 시원한 액션과 피튀기는 액션이 더해져서 영화는 충분히 과격하다.
3인칭 시점에 적응되있던 나라 그런지, 충분히 재미있고, 실험정신도 좋다.
그러나, 시원시원한 액션과 스토리랑은 별개로 그냥 안맞는 느낌이였다.
(아마 이런 류의 영화를 처음 접해서 그런 것 같았다)
영화 자체만 놓고보면, 러닝타임도 길지 않아 잠깐 즐기기에 제격이다.
다만 액션의 수위가 어느정도 있으니, 잔인한 영화를 못 본다면, 비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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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한국에서 왔고, 이름은 '윤여정' 입니다.
지난 오스카 이후 441일이 지난 후에야 열린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결과가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안에서 열린 지난 시상식과는 달리, 할리우드 최대 이벤트인 본 시상식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오프라인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맹크>가 10개 부문 노미네이트로 가장 많은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으며,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장편 데뷔작 <더 파더>와 샤카 킹의 전기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가 담긴 <미나리>,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 다리우스 마더의 <사운드 오브 메탈>, 애론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작품상을 포함하여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한, 에메랄드 페넬 감독의 데뷔작 <프라미싱 영 우먼> 또한 작품상을 포함하여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의 저력을 과시하였습니다.
관심이 집중되던 부문 중,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은 건 바로 <노매드랜드> 였습니다. <노매드랜드>의 출연 배우이자, 실제 노매드인 '스웽키'와 함께 참석한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거머쥐며, 이날 시상식의 히로인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전 감독상 수상자인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시상자로 등장하였기에, 오스카 최초로 두 명의 동양인 감독이 등장하여 의미 있는 장면을 연출되었습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여,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에 이어 이 상을 수상한 두 번째 여성 감독이 되었는데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차기작은 마블의 <이터널스>이기에,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바입니다.
그리고, 모두의 염원대로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미나리>의 제작사인 플랜 B의 설립자이자 배우 '브래드 피트'가 시상자로 나서 윤여정 배우를 호명하였는데요. 윤여정 배우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국 BAFTA에서의 수상소감에 이어, 이번에도 '촌철살인' 수상소감을 전세계에 전했습니다. 먼저, 본 영화의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을 전한 뒤,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많은 유럽 사람들이 내 이름을 여영 혹은 정이라고 부르지만 모두 용서해드리겠습니다"라고 그녀 다운 수상소감을 전해 또 한 번 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뒤 이어, 그녀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언급하며, 배우들 모두 각자의 영화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해냈기에, 우리는 '경쟁'일 수 없다.고 말해 모두를 배려하는 연륜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윤여정 배우가 전세계 시상식을 휩쓸며, 전세계에 '한국' 영화를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전세계 박스오피스 5위에 달하던 한국 영화계가 이를 기점으로 다시 살아나길 바라며, 오늘 오스카를 빛낸 이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
- 작품상
★ 노매드랜드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미나리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감독상
★ 클로이 자오, <노매드랜드>
토마스 빈터베르그, <어나더 라운드>
데이빗 핀처, <맹크>
정이삭, <미나리>
에머랄드 펜넬, <프라미싱 영 우먼>
- 남우주연상
★ 안소니 홉킨스, <더 파더>
리즈 아메드, <사운드 오브 메탈>
채드윅 보스만,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게리 올드만, <맹크>
스티븐 연, <미나리>
- 여우주연상
★ 프란시스 맥도맨드, <노매드랜드>
비올라 데이비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드라 데이,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
바네사 커비, <그녀의 조각들>
캐리 멀리건, <프라미싱 영 우먼>
- 남우조연상
★ 다니엘 칼루야,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여우조연상
★ 윤여정, <미나리>
- 각본상★ 에머랄드 펜넬, <프라미싱 영 우먼>
- 각색상★ 플로리안 젤러&크리스토퍼 햄튼, <더 파더>
- 촬영상
★ <맹크>
- 편집상★ <사운드 오브 메탈>
- 미술상
★ <맹크>
- 의상상★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분장상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음악상
★ <소울>
- 주제가상
★ "Fight For You",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음향상
★ <사운드 오브 메탈>
- 시각효과상
★ <테넷>
- 국제 장편영화상
★ <어나더 라운드>, 토마스 빈터베르그
- 장편 애니메이션상
★ <소울>, 피트 닥터
- 단편 애니메이션상
★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 윌 맥코맥
- 단편 영화상
★ <투 디스턴트 스트레인저스>, 트라본 프리
- 장편 다큐멘터리상★ <마이 옥토퍼스 티처>, 제임스 리드
- 단편 다큐멘터리상
★ <콜레트>, 안소니 지아치노
다시 한번,
올해 오스카를 빛낸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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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두 번째 미래
7★/10★
〈썸머 필름을 타고!〉는 청년/성장영화에 SF 요소를 곁들인 영화다. 고등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주인공 ‘맨발’은 심혈을 기울여 시나리오를 집필한 사무라이 영화 〈무사의 청춘〉이 촬영 지원작 심사에서 탈락해 매우 우울한 상태다. 맨발은 자신의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타령만 하는, 이름부터 맘에 안 드는 낯 간지러운 영화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에 밀렸다는 게 영 불만이다.
그래서 결심한다. 학교에서 지원받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걸작을 만들어내기로. 맨발은 아르바이트로 촬영 예산을 모은다. 동시에 “너희들의 청춘을 내가 좀 살게”라는 멋들어진 대사로 절친한 친구 ‘킥보드’, ‘블루 하와이’를 비롯한 영화 스태프도 꾸린다. 소리만 들어도 투수의 구질을 알아채는 야구팬 소년은 음향감독, 바이크에 요란한 조명을 달고 다니는 반항아는 조명감독이 되는 식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분명한 애호하는 마음을 가진 청춘의 한 순간이 맨발의 영화로 모이기 시작한다.
마지막은 배우다. 맨발은 허름한 소극장에서 열린 사무라이 영화제에서 만난 린타로라는 남자를 주연으로 점찍는다. 린타로는 영화 출연을 완강히 거부하지만 맨발의 끈질긴 설득 끝에 팀에 합류한다. 드디어 시작된 촬영. 그러나 현장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의 연속이다. 열정 충만한 아마추어들이 어설프게나마 어려움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이 영화의 큰 재미 요소다. 맨발은 이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마냥 행복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린타로가 엉겁결에 들려준 이야기 때문이다. 사실 린타로가 맨발의 부탁을 거절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린타로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왔다. 그가 증언하는 미래는 맨발에게 기쁨과 절망을 함께 안긴다. 기쁨은 맨발이 미래에 영화계 거장이 되었다는 데서 온다. 고등학고 영화 동아리에서조차 예산을 지원받지 못했던 맨발이 영화계 거장으로 성장했다니 엄청난 소식이다. 그러나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맨발이 거장이 된 미래는 영화가 사라진 시대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는 미래 사람들은 2시간이나 되는 영화를 감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1분짜리 영상조차 너무 길다. 그래서 몇 초 분량의 쇼츠 영상이 영화를 대체한다. 린타로의 과거 여행은 여기서 시작된다. 영화가 사라진 시대, 거장이 된 맨발의 팬인 린타로는 상영기록은 있으나 필름은 남아 있지 않은 맨발의 첫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온 것이다.
영화 촬영이 결국 폐기될 장르의 역사를 쌓는 일일 뿐이라는 데서 오는 허무한 아릿함에 맨발의 고뇌는 점점 깊어진다. 그러던 중 첫 번째 변곡점이 찾아온다. 맨발의 팀이 공유하는 정서가 있다. 사무라이 영화가 경쟁작인 멜로 영화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즉 자신들만이 ‘진짜’ 영화를 찍고 있다는 자의식이 그것이다(이것은 열등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맨발의 절친한 친구인 블루 하와이에게는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사실 그녀의 진짜 취향은 멜로 영화다. 맨발과의 우정 때문에 촬영을 돕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몰래 로맨스 만화를 보고,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 촬영 현장을 궁금해한다. 맨발과 그의 팀이 공유했던 팀 스피릿이 정작 팀원의 실재하는 욕망을 억누르고 있던 셈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블루 하와이의 솔직한 마음을 알게 된 맨발은 불의의 사고로 촬영에 위기를 맞은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 팀에 블루 하와이의 출연을 제안한다. 맨발이 블루 하와이 사건을 계기로 ‘진짜’ 영화, 더 ‘우월한’ 영화 따위는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맨발은 블루 하와이와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의 감독에게서 멜로 영화 역시 승부를 다룬다는 사실을 배운다. 어떤 스토리와 장르에 담아내는지가 다를 뿐, 사무라이 영화와 멜로 영화는 승부라는 공통의 주제에 천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맨발은 현실의 경험으로 영화 세계를 확장한다. 그리고 또다시 영화적 깨달음을 현실의 실천으로 전환한다. 한층 성장한 맨발 앞에 두 가지 최종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첫째는 사라질 운명의 영화를 위한 승부고, 둘째는 린타로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에 관한 승부다.
맨발에게 영화와 현실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 두 승부는 하나의 승부로 결합된다. 맨발은 동아리 발표회에서 한창 무르익은 〈무사의 청춘〉 상영을 중단한다(이 장면은 〈썸머 필름을 타고!〉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그러고는 즉석에서 배우들을 불러 모아 디렉팅하며 기존 결말과는 다른 새로운 결말의 영화를 연출한다. 두 사무라이가 적당히 화합하며 공존하는 결말 대신 모든 것을 걸고 결투하는 결말, 즉 진정한 승부로 영화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맨발의 지시에 따라 즉석에서 바뀐 결말을 연기하는 배우들 그리고 그 과정에 동참하는 관객으로 인해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 이어 영화와 연극의 경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여기가 바로 맨발의 승부처다. 영화가 사라지는 미래를 바꿔보겠다는 다짐,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영화가 있다면 영화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이를 버무려내는 영화의 연극적 연출 말이다. 맨발과 린타로가 검 대신 빗자루를 들고 무대에서 즉석으로 펼쳐내는 연기와 그들의 눈빛은 말한다. 영화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이들이 극장가의 부활을 이끌 주요 키워드로 4D, 4DX, 스크린X, 아이맥스, 돌비시네마 등의 특수 상영관을 꼽았다. 실제로 화려한 스펙터클을 선보인 영화의 특수 상영관 관람이 고사 직전인 극장의 희망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쇼츠 플랫폼 성장으로 영화의 자리가 위협받고, OTT 플랫폼의 대중화로 ‘극장에서 볼 영화’를 고르는 관객의 기준이 까다로워진 시대에 위기를 맞은 영화 산업이 나아갈 ‘첫 번째 미래’로 화려한 스펙터클을 극대화하는 특수 상영관을 꼽는 분석에는 합당한 데가 있다.
그러나 단일한 미래는 늘 균열의 가능성을 품는다. 모두의 욕망을 충족해주지도 않는다.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썸머 필름을 타고〉를 기획하던 해에 5분, 1분짜리 짧은 드라마 작품 의뢰를 여럿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를 찍고 싶었던 감독은 자신의 욕망이 ‘시대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하지만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는 대신 영화의 ‘또 다른 미래’에 천착하기로 마음먹었다. 맨발과 마찬가지로 연극적 방법론을 차용함으로써 말이다. 〈썸머 필름을 타고!〉 촬영은 배우, 스태프에게 대략적인 설정만 전달한 후 이후의 전개는 모두 현장의 즉흥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진행됐다고 하는데, 이는 영화보다는 연극에 더 어울리는 현장성과 그로 인한 생생한 감정선이 이 영화를 해석하는 키워드일 수 있음을 가늠케 한다.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의 방법론과 메시지에는 스펙터클의 극대화라는 영화의 첫 번째 미래가 품지 못한 ‘두 번째 미래’가 잉태되어 있다. 쇼츠 영상이 대세가 되고, OTT로 개봉 영화를 곧바로 즐길 수 있는 시대일수록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 이른바 비(非)상업영화의 영화관 상영은 중요해진다. 이들 영화는 인물의 감정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을 긴 호흡으로 전한다. 줄거리만 봐서는 뻔해 보이는 영화라도 숨 죽여 2시간 동안 영화를 따라가고 나면 마치 내가 그 인물이 된 것 같은 진한 감동이 묻어나 ‘평온하고 안전한 세계’에 자그마한 파문이 인다. 즉 이들 영화는 관객에게 자신의 세계관을 설득하기 위해 ‘승부’를 건다. 뉴스의 단신으로 접한다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괴상한’ 존재와 사건들이 인식 가능한 세계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쇼츠 영상과 OTT에서 맛보기는 어렵다. 우리의 영상 경험이 쇼츠에 익숙해지고, 언제든 끊어 볼 수 있는 OTT에 맞춰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삶’을 느린 호흡으로 담아내는 영화를 감상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존재가 사실은 우리의 이웃임을, 우리와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임을 자각하게끔 해주는 영화를 포기할 수 없다.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2시간의 ‘강제된 감상’이 필요한 이유다. 〈썸머 필름을 타고!〉가 보여준 길, 즉 위기를 맞은 영화에 대한 다소 낭만적인 ‘구닥다리’ 믿음과 연극의 현장성 차용, 그리고 이로써 가능해지는 세밀한 감정 전달은 영화의 두 번째 미래를 위한 최적의 길이다. 10초로 줄이기가 불가능한, 중간에 끊어 봐서는 그 감동을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상업영화가 포괄하지 못하는 낯선 울림을 담아내는 영화가 가야 할 길이 여기에 있다.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과 〈썸머 필름을 타고!〉가 보여준 영화의 두 번째 미래는 결코 첫 번째 미래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 네 번째 미래로 밀리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고 오래된 미래’는 영화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에 저항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이것이 언젠가 거장이 될 맨발의 첫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김소미, “‘썸머 필름을 타고!’ 마쓰모토 소우시 감독 “좋아하는 마음의 힘!””, 《씨네21》, 2022. 0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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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살아가겠습니다.
<그래비티>를 영화관에서 본 경험은 제겐 잊을수 없는 여러 경험들 중 하나입니다. 객관적인 영화의 완성도로 보자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작품들 중 <로마>를 넘을 수 있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그래비티>를 향해 기울어져 있습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압도적인 롱테이크라던가 비유적인 이미지들과 같은 영상미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알폰소 쿠아론 감독 특유의 생명을 존중하는 카메라의 시선과 아픔을 딛고 새로이 태어나고자 분투하는 영화속 라이언 스톤 박사의 모습이 특히나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던 그 시절의 저에게 용기를 준 소중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 자체에 대해서 할말이 많아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에 대한 감독론을 써보고 싶다는 소소한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지금 이 글에서는 <그래비티>만을 다루게 되겠지만요.
과거는 놓아주고, 다시 앞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맷 코왈스키의 팀은 같은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의 잔해에 휩쓸려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탐사선은 망가지고, 맷 코왈스키와 라이언 스톤을 제외한 다른 탐사원들은 목숨을 잃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우주복의 연료도 산소도 모두 부족한 상태. 살아남은 맷 코왈스키와 라이언 스톤은 지구로 되돌아갈 방법을 찾아봅니다. 수다쟁이인 맷 코왈스키는 긴장을 풀어줄 목적인지 라이언 스톤에게 끈질기게 말을 거는데, 그덕분에 라이언 스톤은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게 됩니다.
라이언 스톤은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게 됩니다.
“딸이 있었어요...4살이었죠. 학교에서 술래잡기를 하다가 미끄러져서 머리를 부딪쳤죠.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어요. 연락을 받았을 땐, 운전중이었어요. 그때부턴 그것만 해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운전만 해요.”
라이언 스톤 박사에게 딸의 존재는 그녀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지구에서 발을 딛고 서있도록 만들어주었던 ‘중력’이었을 겁니다. 그런 딸을 잃은 라이언 박사는 더이상 지구에 발을 딛지 못하고, 무중력 상태의 우주로 떠나온 것이겠죠. 여기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라이언이 딸을 잃은 상실감에 빠져 있긴 했지만, 그 이유로 자신의 삶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죽음의 공포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다
코왈스키마저 떠나보내고, ISS(우주정거장)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지칠대로 지친 라이언 스톤은 우주복을 벗고 몸을 웅크리는데 그 모습은 마치 태아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그렇죠, 영화는 바로 이 장면을 통해서 라이언 스톤이 과거의 기억들을 놓아주고 새롭게 태어나게 될 것이라는 상징적인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아픔과 회한을 놓아주고, 라이언은 새롭게 태어납니다. 이제 그녀는 삶을 부정하지 않고, 그 누구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 지구락 해도 다시 되돌아가고자 합니다.
Letum non omnia finit.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
라이언 스톤 박사는 이제 새롭게 태어나고자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필사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장난이라도 치듯이 어떤 기회를 보여주었다가 없애버립니다. 압도적인 공간, 불확실의 공간인 우주안에서 인간은 너무도 무력합니다. 우주뿐만아니라, 저 지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인간은 무력하여, 라이언 스톤의 딸처럼 정말 허무하게 죽어버리기도 하죠. 이 세계는 정말로 운명같은 것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주어져 있는 것처럼, 인간이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루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마침내 라이언 스톤은 삶의 장난과 같은 짓궂음에 지쳐버리고, 그녀는 어떤 거대한 운명앞에서 굴복하고, 탈출선안에서 모든 희망과 가능성을 포기한채로 죽음을 결심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앞에서 굴복하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탈출선의 해치가 열립니다. 어떻게 나타난 것인지 알수없지만, 기적처럼 맷 코왈스키가 나타나서 보드카를 건네며 라이언에게 조언을 남겨주고 떠납니다.
자식 잃은 슬픔만한 게 어디있다고. 하지만 계속 가기로 했다면 끝까지 가 봐야지.
“알아. 여기에 영원히 남고 싶을 거야. 조용하니 혼자 있기에 좋고. 눈을 감으면 세상 모두가 잊혀지지. 여기엔 상처 줄 사람도 없고. 계속 살아봐야 뭐 별 거 있겠어? 자식 잃은 슬픔만한 게 어디있다고. 하지만 계속 가기로 했다면 끝까지 가 봐야지.”
라이언 스톤이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삶을 등지려는 순간. 기적처럼 나타난 맷. 라이언은 진정한 죽음앞에서 다시한번 삶을 생각하고 다시 삶을 향해 모험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다음 걸음을 내딛습니다. 라이언 스톤이 그녀의 다음 걸음에 예상되는 결과가 삶이든 죽음이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순간 삶도 죽음도 다시 그녀를 환대합니다.
삶은 언제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동반하고.
버튼 하나만 잘못 눌러도 죽을수 있는 상황입니다. 라이언은 그 아슬한 경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데, 사실 우리의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운전중 살짝 손이 미끄러지기만 해도 곧 큰 사고로 직결되고, 길을 걷다가도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위험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언제나 우린 다음 걸음을 예상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다음 걸음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희망을 품고 다음 걸음을 계속해서 내딛는 것이기도 하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바에야,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편이 나을테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바에야,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편이 나을테니까요.
“내가 보기에 예상되는 결과는 두가지다. 무사히 착륙해서 멋진 모험담을 들려주거나 앞으로 10분 안에 불타 죽거나 어느 쪽이든 밑져야 본전이다! 어떻게되든, 엄청난 여행일 거다.”
텐공에 도착하여 착륙선을 찾아 간신히 언도킹에 성공한 라이언 스톤. 지구의 중력은 무자비하게 라이언 스톤이 탑승한 착륙선을 끌어당깁니다. 이제, 그녀의 말처럼 예상되는 결과는 상반된 두 가지의 결과입니다. 라이언은 웃으면서 이 상황을 받아 들입니다. 그녀는 무사히 지구에 도착하여 비로소 지구의 중력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라이언 박사는 지구에 무사히 도착하고 후련하게 웃으며 자신을 붙잡아주는 대지에 감사의 인사를 속삭입니다. 이윽고 당당히 중력에 맞서서 일어서는 라이언 스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 새로이 태어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 <그래비티>는 이렇게 끝납니다. 영화 <그래비티>는 태아가 세상밖으로 나오기 위해 애쓰는 것만큼이나 강렬하게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면 언제나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때때로 삶의 중력이 어깨를 짓누르는 그 무게가 무겁긴하지만, 그래도 그 중력덕분에 우리가 서있을 수 있고,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데미안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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