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2-05 13:45:02
모니터에서 스크린으로! 게임 원작 영화 7선
스크린으로 만나는 게임

모니터로만 보던 게임 캐릭터들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면?
게임을 사랑하는 여러분을 위해 게임이 원작인 영화 7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모니터가 아닌 스크린으로 만나요!

줄거리
따단-딴-따단-딴 전 세계를 열광시킬 올 타임 슈퍼 어드벤처의 등장! 뉴욕의 평범한 배관공 형제 '마리오'와 ‘루이지’는 배수관 고장으로 위기에 빠진 도시를 구하려다 미스터리한 초록색 파이프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파이프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차원 이동하게 된 형제.
형 '마리오'는 뛰어난 리더십을 지닌 '피치'가 통치하는 버섯왕국에 도착하지만 동생 '루이지'는 빌런 '쿠파'가 있는 다크랜드로 떨어지며 납치를 당하고 ‘마리오’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피치’와 ‘키노피오’의 도움을 받아 '쿠파'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슈퍼스타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그의 강력한 힘 앞에 이들은 예기치 못한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동생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슈퍼 마리오'로 레벨업 하기 위한 '마리오'의 스펙터클한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줄거리
비가 내리던 어두운 밤, 모두가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학교에 남겨진 팡루이신과 웨이중팅. 두 사람은 사라진 사람들을 찾아 학교를 벗어나려 하지만 환영과 귀신들이 그들을 괴롭히고 잊고 있었던 끔찍한 비밀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줄거리
평범한 삶을 살던 ‘네이선’(톰 홀랜드)은 인생을 바꿀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그의 미션은 위험한 트레져 헌터 ‘설리’(마크 월버그)와 함께 사라진 형과 500년 전 잃어버린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트레져를 찾아내는 것.
그러나 몬카다(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위협과 추격 속, 누구보다 빠르게 미지의 세계에 닿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데…

줄거리
소리보다 빠른 초고속 고슴도치 히어로 '소닉'은 지구에 불시착한다. 그의 특별한 능력을 감지한 과학자 ‘닥터 로보트닉’은 세계 정복의 야욕을 채우려 하고, 경찰관 ‘톰’은 위험에 빠진 ‘소닉’을 돕기 위해 나서는데…!
과연, ‘소닉’은 천재 악당에 맞서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줄거리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피카츄, 난 누구? 여긴 어디? 유일한 단서는 탐정모자에 적힌 해리란 이름과 주소. 주소 속 아파트에서 자신의 말을 유일하게 알아 듣는, 실종된 해리의 아들 팀 굿맨을 만나게 된다.
명탐정의 촉으로 이건 그야말로 대.박.사.건!
사라진 아빠를 찾기 위해 피카츄와 떠나는 기상천외한 모험이 시작된다. 피카피카!

줄거리
“환상적이고 즐거움이 넘치는 프레디의 피자가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80년대에 아이들이 실종되고 폐업한지 오래된 프레디의 피자가게 그곳의 야간 경비 알바를 하게 된 ‘마이크'는 캄캄한 어둠만이 존재하는 줄 알았던 피자가게에서 살아 움직이는 피자가게 마스코트 '프레디와 친구들’을 목격한다.
어딘가 기괴하고 섬뜩한 프레디와 친구들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줄거리
한때는 명예로운 기사였지만, ‘어떤 사건’ 이후 ‘홀가’, ‘사이먼’, ‘포지’와 함께 도적질을 하게 된 ‘에드긴’. ‘소피나’의 제안으로 ’부활의 서판’을 얻기 위해 ‘코린의 성’에 잠입하지만 ‘포지’와 ‘소피나’의 배신으로 실패하고 감옥에 갇힌다. 기발한 방법으로 탈옥에 성공한 ‘에드긴’과 ‘홀가’는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부활의 서판’도 되찾기 위해 자신만의 팀을 꾸리기 시작하는데…
옛 동료인 소질 없는 소서러 '사이먼’과 새롭게 합류한 변신 천재 드루이드 '도릭’, 재미 빼고 다 가진 팔라딘 '젠크’까지 어딘가 2% 부족한 오합지졸로 가득한 이 팀, 과연 무사히 모험을 끝마칠 수 있을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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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해줘요. 괜찮은 사람이라고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것이다.
‘내가 복권이 당첨이 된다면’
지금 집보다 넓은 곳으로 이사도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또 사고 싶었던 것도 사야지. 돈을 노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생활할 거야.라는 것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텍사스의 한 마을에서 복권에 당첨된 레슬리는 그 기쁜 순간이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19만 달러 복권 당첨금 피켓을 두 손 높이 들고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기뻐하는 그녀는 아들의 생일 날짜로 복권이 당첨된 행운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어제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은 기분.
집도 한 채 사고, 아들에게 선물도 사주고, 친구들에게 술도 한잔 쏘고!
이제 인생이 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레슬리. 어제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가능성을 선물 받은 그날 이후, 레슬리에게는 어떤 일이 생긴 걸까?
그로부터 6년 뒤, 레슬리는 모텔 방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웃 방에 사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들 외면하고, 레슬리는 작은 슈트케이스 하나만 달랑 가지고 그곳을 떠난다. 도움을 요청할 것도, 갈 곳도 없는 그녀는 몇 년 만에 만나지도 모를 아들 제임스를 찾아간다. 어색함이 감도는 사이지만, 초췌하기 짝이 없는 엄마를 데리고 집으로 가고, 옷도 사주며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한다. 술은 마시지 말라는 조건을 걸지만, 호기롭게 대답한 것과는 다르게 아들이 일을 하러 가자, 바로 술을 사러 가는 레슬리. 게다가 함께 사는 친구의 돈 마저 훔친 것을 알게 되자, 제임스는 내내 억눌러왔던 감정이 터져 나오고, 자신을 돌보아 주었던 엄마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엄마인 레슬리 보다, 엄마의 친구인 낸시와 더치에게 더 의지 해야 했던 제임스. 걔네들이 나빴다고 이야기하는 레슬리와, 그 사람들은 엄마를 도운 거라고 이야기하는 제임스의 태도에서, 레슬리는 복권에 당첨된 뒤, 고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생각하게 한다.
고향에 돌아간 뒤에도 레슬리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잘 곳은 생겼지만, 마음 둘 곳은 없다.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레슬리의 귀향 자체가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십거리로 오르내리고, 가까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전염병에라도 걸릴 것처럼 피하는 것도 모자라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진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생을 시작하는 쪽이 더 쉬울지 모른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경멸과 비난을 쏟아 내는 것을 맞서며 일어서는 것은 더 큰 마음의 생채기를 내는 일이 되니까. 보란 듯이 기세등등해 보이려고 더 악을 써보지만, 어떻게 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처럼 무너지고, 메말라 부서져 버렸다. 술에 취해 아들을 버려두고 도망간 엄마는 인간으로서 용서받기엔 너무도 큰 잘못을 저질렀음에 틀림없다.
희망이라고는 한 가닥도 없는 삶. 살아가는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이고,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차 막막한 현실. 자신을 잘 아는 지인들이 있는 고향이건만, 문을 열어주는 사람도 재워 줄 곳도 없어, 빈 건물에서 노숙을 하는 레슬리에게, 외지에서 온 모텔 관리인 스위니가 다가와 숙식제공 일자리를 제안한다.
“당신한테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당신을 나쁘게 본 적 없어요.”라고 말하는 스위니의 편견 없는 태도는 서서히 레슬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바짝 말라 바스러진 인생에 물을 주고, 촉촉이 적셔 다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는 것은, 결국 단 한 명이 내민 손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엉망진창 나락으로 빠진 삶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모르는 레슬리에게, 만약 친구 중 한 명이라도 “잘 돌아왔어.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라고 마음을 다해 안아주었다면 , 레슬리는 어땠을까? 지난 6년의 삶에서 레슬리를 가장 경멸한 것은, 타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레슬리 자신이었을 것이다.
술집에서 만난 낯선 남자에게, 자신에게 필요했던 그 말을 해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결국 누군가를 다시 세우는 것은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로 시작된 다는 것을. 다정한 눈빛과 편견 없는 태도는 인생을 구원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코올 중독에 빠져 아들은 버린 엄마라 할지라도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내 옆에 누군가가 흔들리고 있다면, 따스하게 말해주자.
“당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 말이 한 줄기 빛이 되어, 누군가의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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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적이 모여 기적을 이루다.
호러 영화 전문 제작사 블룸 하우스와 스콧 데릭슨 감독이 만난 이 영화는 조 힐 작가의 '20세기 고스트' 속 단편 '블랙폰'이 원작이다. 어두운 밤과 비, 그리고 축축함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이 영화는 9월 7일에 개봉을 한다. 올해 개봉한 호러 영화 중 로튼 토마토 팝콘 지수 최고의 수치를 기록하여 더욱 주목할만하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납치 사건과 일상에 공포가 스며든 전화기를 들어 올릴 각오가 되었다면 지금 바로 '블랙폰'을 보자.
작은 마을에 연쇄적으로 아이들이 납치되며 마을은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하다. 피니를 비롯한 아이들도 그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다. 그리고 어느 날, 가면을 쓰고 접근한 남자에 의해 피니는 캄캄하고 축축한 지하실에 납치되고 만다. 전화선이 끊긴 전화기에서 벨소리가 울리며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그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탈출을 위한 사투와 충격적인 이야기 뒤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지하실에 갇힌 피니는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되고 공간에 흔적으로 남은 목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혼란스러움 앞에 또 다른 혼란 앞에 선 피니의 탈출이 시작되고 피니를 찾으려는 그웬의 노력과 탈출하려는 피니의 노력이 대비된다.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내부와 외부의 지점에 의해 공포보다는 스릴감으로 인한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늘 그랬듯 서로를 감싸 안았던 남매가 서로에게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가면과 전화기, 그리고 꿈. 사람을 잇는다.
메가박스 시사회로 미리 관람하고 온 영화 '블랙폰'은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소재가 맞물려 흥미로움을 불러오지만 서사가 부족하다. 폭력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니와 그웬, 그리고 왠지 모를 범인의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전후 사정이 서술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이야기 속의 의외의 액션이 인상적이다. 정통 호러 영화를 기대한다면 조금 아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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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과 낭만의 공생
도쿄에서 북쪽으로 150km 가면 오제 국립공원이 있다고 한다. 산에 둘러싸인 습지인데,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나무 널판으로 좁은 길을 만들어 놓았다. 계절이 유독 선명한 곳, 그래서 다채로운 생태계를 목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겨울이 오면 장설이 인간의 접근을 막는 곳이다. 다시 봄이 오면 관광객들은 꽃이나 새, 작은 동물들을 구경하며 습지를 걸어 오제 깊이 들어가고, 별빛 날리는 밤을 그곳의 산장에서 보낸다.
산장에 필요한 식자재와 짐을 나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봇카라 부른다. 영화 <행복의 속도>는 그 봇카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다. 남들은 여행지로 방문하는, 그들 눈에는 더없이 낭만적으로 보일 공간. 거기 사는 이들의 어깨에 오롯이 내려앉은 현실의 무게. 그러니까 그런 영화일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삶을 생각하게 하는, 내 어깨에 얹힌 것들의 은유로 그 짐을 보게 하는. 고개를 숙이고 팔을 모으고 마치 생각하는 사람처럼, 어쩌면 고행자나 수도승처럼 걸어가는 이들이 고스란히 묻어난 포스터를 보면 더욱 그럴 것 같았다.
그러나 슴슴한 맛을 기대하고 들어선 영화관에서 깊은 감칠맛을 주는 건 역시나 독립 다큐의 묘미다. <행복의 속도>는 더없이 매력적인 인물들의 손으로 삶의 본질을 가리킨다. 삶의 본질, 이렇게나 무거운 단어를 저렇게나 담백하고 담담하게.
70kg가 넘는 짐을 묵묵히 인력으로 나르는 봇카. '미래에 사라질 직업 10'에 그들이 꼽히지 않은 이유는 단지 10위권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마이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다소 중세적인, 잘 쳐줘도 근대 이후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직업이다. 언제부턴가 육체의 유희는 칭송할지언정 육체의 노동은 경시하다 못해 멸시하기 시작한 현대 사회에서 봇카는 분명 환하게 빛나기보다 초라하게 평가되기 쉬운 직업이다. 심지어 그나마도 겨울이 오면 못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검박한 삶은 아름답다. 영화의 한 축을 이루는 인물이자 경력이 20년도 더 된 베테랑 봇카 이가라시 부부는 오래 전의 풍속화에 가져다 놔도 그렇게 살았을 것 같은 필치로 연신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 모습은 자연스럽다 못해 초연하다. 짐을 나르고, 무를 씻고, 콩을 심고, 식탁을 차리고, 아이의 웃음을 제때 바라보며 함께 걷는 것. 인간에게는 자연의 사이클이 필요하다.
삶의 고민은 영화에 담긴 이상으로 이들을 덮쳐 오겠지만, 이들의 대화는 무해하다 못해 말갛다. 백석의 시에 나오는 "흰밥과 가재미와 나"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꽃이 피고 지는 속도를 바라보고, 번데기의 안위를 궁금해하고, 별 하늘을 바라볼 때에는 눈을 꼭 감고 숫자를 세며 눈을 어둠에 적응시키는 법을 아이에게 가르친다. 일상에 놓치기 너무 쉬운 것들을 이들은 자연스럽게 손에 쥐고 있다. 스스로 모를 수도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오제의 나무 길을 걷는 이들의 삶은, '남들은 다 괜찮아 보이는데 왜 나는 이러고 있지?'라는 질문을 한 번쯤 품어본 모든 이들의 삶과 닮았다.
그 길을 묵묵히 가는 건 어렵다. 현실은 늘 우리를 옥죈다. 그러나 그 길을 가지 않겠다는 선택이 우리를 구원하지는 않는다. 이가라시 부부는 그걸 알고 있는 듯하다. 스스로 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자연스럽게. 영화는 그 자리를 정확히 포착한다. 고요한 전원생활로 신격화하지도, 팍팍한 일상생활로 거칠게 담지도 않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두 사람의 초연함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그가 아들과 나누는 대화는 우격다짐으로 교훈을 주려는 일방적 흐름이 아니라, 두 인격체 사이의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서로 무언가를 빼앗으려 하지 않는, 손을 뻗어 해하려 하지 않는 것. 어쩌면 오제라는 곳 자체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모래를 덮어 습지를 메우고 휘황찬란한 건물을 지어 올리는 대신, 겨울 눈과 바람을 전신으로 막아내느라 조금씩 낡아 가는 산장과 나무 길을 묵묵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다른 한 축, 이시타카 부부의 모습은 그보다 훨씬 현대사회 가까이에 있다. 이시타카는 봇카라는 직업을 조직하고, 현대화하고, 홍보하려고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이가라시처럼 초연하지도 못하고, 술잔을 내밀며 봇카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처럼 '속세'에 속하지도 못했다. 아이는 계속 자랄 텐데, 4대 보험이 되는 것도 아닌데...로 시작되는 다양한 걱정의 말을 들으면 얼굴에 먹구름이 낀다. 그러나 자기 나름대로 봇카의 길을 묵묵히 간다. 과거는 잃어버린 것 같고 미래에는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이런 이시타카와 비슷한 길 위에 놓여있는지 모른다. 모두가 이가라시처럼 초연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혼자 걷는 길이지만 아주 혼자도 아니다. 눈이 덮여 길이 보이지 않는 어느 날, 습지로 들어간 후배가 돌아올 길뿐 아니라 발 디딜 때의 마음까지 헤아려 삽으로 눈을 툭툭 치워 길을 밝혀주는 선배. 앞날을 다 알 수 없지만 그런 선배도 있으니, 따라 하면서 나아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당당하게 반문하는 후배. '아빠가 쉬는 자리'라고 하니 '아빠와 아저씨들이 쉬는 자리'라고 힘주어 정정하는 아이. 누구나 1인분의 짐을 지고 각자의 길을 갈 뿐이지만, 꽃과 바람과 새만 있는 길은 아닌 것이다.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각자의 방법대로 그 직업 본연의 역할에 애정을 갖고, 그 삶을 계속 살아가기를 담담하게 선택하고 있다는 점만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쩌면 이건 어떤 영화감독과 어떤 사무직 직장인의 공통점일 수도, 어떤 중학생과 어떤 뮤지션의 공통점일 수도, 어떤 운동선수와 어떤 주부의 공통점일 수도 있다. 요컨대 각자 다른 색깔과 채도로 빛나는 우리는, 남들의 삶에서 보이는 어떤 면을 안정이라 믿으며 이따금 부러워하는 우리는, 괴롭게 발버둥 치는 것으로 우리의 평형을 유지한다. 남들은 그 모습을 안정이라 부른다.
예전에 <고양이 집사>라는 영화를 보다가 불현듯 생각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고양이 나만 없어'를 외치며 고양이를 예뻐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지만, 자기 옆의 한 마리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이들에게는 벼랑 끝에 매달린 기분일 수 있다. 밖에서 보기엔 '남들 다 고양이 좋아하니까...' 싶어 손이 넉넉해 보이지만, 언제나 돕는 손, 쌓는 손, 지키는 손은 가까이에서 보면 다 부족하다. 그럼에도 그 사실에 충격받지 않고 그냥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 결국 한 마리 고양이를 지키는 일은 그의 몫이 된다.
그때 나는 좀 울컥했다. '고양이' 정도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할 만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오만하게 또 쉽게도 하던 즈음이었다. 나는 '고양이'가 아닌 그 어떤 것, 굳이 따지자면 이구아나의 발톱이나 타란툴라 거미의 털끝 정도라고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저렇게 온 세상이 좋아하는 곳에서는 풍요롭겠지. 따스하겠지. 남의 세상은 다 그래 보일 수 있다는 걸, 그러나 아무리 풍요로워 보이는 곳에서도 결정적인 순간까지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걸 몰랐다.
모든 일이 그러하다면, 봇카나 독립 다큐멘터리처럼 소위 '마이너'하다고 분류되는 직업의 세계를 걸어가는 이들의 마음도 그러할 것이다. 소설 <GV빌런 고태경>의 한 구절처럼, 정말 "재개발되고 있는 풍경들 사이에서 내가 멸종된 공룡처럼" 느껴지고, "유튜브 브이로그 시대에 두 계절 동안 돈 한 푼 벌 수 없는 독립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일을 다 빼앗아갈 것 같은 기계의 굉음 앞에서도 "우리는 우리 일을 하러 가자."라고 말하며 다시 발걸음을 떼는 사람의 마음.
그 끝에 대단한 꿈은 없을지 모른다. 사당오락 칠전팔기 대기만성 인간승리 이런 거 말고. 그렇게 버틴 끝에 끝끝내 뭔가 거대한 걸 이루어 전설처럼 회자될 사람들의 이야기 말고. 이 길 끝에 아무 후일담 남기지 못한다 해도 여전히 오늘 이 길을 걸어갈 보통의 우리들의 방향. 낭만의 바다에서 서핑을 할 수도, 일상의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주행할 수도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우리들의 속력. 소소한 일상에서 낭만을 찾고, 그 작은 낭만에서 힘을 얻어 일상을 걸어가는 우리들의 속도. 어쩌면 그것을 행복의 속도라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 속도로 걷다 보면 일상과 낭만은 등 맞댄 반대말이 아니라 손 잡고 발맞추어 공생하는 짝임을 깨닫게 된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에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감상하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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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버 허드의 빈자리를 채운 대신 느껴졌던 것
내가 아쿠아맨이올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틀란티스의 왕 아쿠아맨 아서(제이슨 모모아)다. 전작에서의 모험이 끝났다. 그리고 메라(앰버 허드)와 결혼에 성공했다. 옆에는 예쁜 부인이 있고 내 왕국이 있다. 아틀란티스가 선정한 가장 성공한 남자가 된 아서. 왕국을 이끌면서 아버지가 된다는 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이런 아서에게 도사린 위기가 있었다. 아버지가 아쿠아맨에게 당했다. 복수심에 불타는 블랙 만타(아히야 압둘 마틴 2세). 신 박사(랜들 박)와 함께 블랙 트라이던트를 손에 넣은 것이다. 더 어두워지는 블랙 만타. 남극에 봉인된 코닥스 왕을 구출해 아틀란티스를 무너트리려고 한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 중 하나는 이상기후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문제가 슈퍼히어로물에 자주 등장하지 않아서 그렇지 소재 자체는 이 장르에 등장하기 딱 좋다. 그야 우리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거니와 현세태 우리가 처해있는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이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이 문제를 아쿠아맨이 다뤄야만 했던 이유를 잘 설정했다. 아쿠아맨이 살고 있는 아틀란티스는 해저 왕국이다. 바다와 지구온난화 문제는 뗄래야 땔 수 없는 관계라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이 인물의 서사에서도 지구온난화 문제의 핵심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는 영화 초반부에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아쿠아맨의 서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전작을 보면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으니 시리즈물의 의의도 놓지 않은 셈이다. 또 시각적으로도 여러 소재가 등장한다. 그냥 단순히 가족영화의 일부분으로서 짠하고 등장한 인물이 아닌 아기 캐릭터, 또 초반부에 공간적 배경이 되는 빙하 등 소재를 담는 그릇이 이 영화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영화가 지구온난화 문제를 깊숙하게 탐구한다고 보긴 어려운 감이 있다. ‘왜 아쿠아맨이 다루는가’는 탄탄하게 설정했어도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역할에는 부족한 것이다.
호러적 상상력
또 이 영화는 감독 제임스 완의 상상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공간적 배경은 두 곳이다. 아쿠아맨이 살고 있는 아틀란티스와 제목에 등장하는 ‘로스트 킹덤(잃어버린 왕국)’이다. 우선 아틀란티스를 묘사하는 방식은 아쿠아맨과 메라를 코디하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형형색색의 빛나는 아틀란티스가 세상 화려한 이 부부와도 잘 어울린다. 대표적으로 아틀란티스의 국회정도 되는 공간이 영화에 등장한다. 또 아틀란티스 국민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이 두 장면에서 영화는 어디서 처음 본 것들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이 화려한 것들을 보여주는 카메라워킹도 심해를 다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처럼 움직인다. 이런 연출법은 본작이 가진 인공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서사를 이끄는 데 있어 나름 근거가 된다. 우리가 3D 영상매체를 친숙하게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글쓴이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 후반대생인 글쓴이는 <서든어택>이 기억에 생생하다. 뭔가 어색하지만 나름 3D의 구실을 갖췄던 이 <서든어택>처럼 이 영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간단한 화법 덕에 후반부에 아쿠아맨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을 받아들이기 쉽다.
또 제임스 완 감독의 근본이 호러 장르에 있다는 것이 이 영화에 잘 나타나는 편이다. 사실 감독이 이 영화에서 보여준 장기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1차원적으로 ‘아쿠아맨 짠! 지구온난화 쨘!’하고 끝냈으면 2023년 말의 관객들에게 욕먹기 딱 좋을 것이다. 이야기 전개가 얕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르 비틀기로 서스펜스를 만들기도 하고, SF물로서의 개성을 확보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 영화에서 긴장감이 들어갈만한 요소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자그마한 구멍도 감독 개인의 개성으로 주파한다. 특히 해양 생물이 개성이 강하면서도 끔찍하다. 글쓴이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연상됐는데, 제임스 완 감독이 샘 레이미처럼 뻔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액션
글쓴이가 생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장점은 액션이다. 이 영화에서 액션이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봤던 슈퍼히어로 영화의 액션 중에서는 개성이 선명하다. 왜? 바로 맨몸액션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봤던 최근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 맨몸액션이 등장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마블과 DC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 3>, <더 마블스>, <플래시>까지 그린 스크린과 함께 화려한 액션을 펼쳤다. 이 영화도 CG가 들어가는 부분이 분명 있긴 하지만 액션 자체는 맨몸으로 스피디하게 보여준다. 전작에서 <아쿠아맨>이 수중 액션으로 극찬받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제임스 완이 시리즈의 전통을 유지한 셈이 된 것이다.
뚝딱거리는 인형놀이
이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우려한 바 자체는 잘 해결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어떤 것을 우려할까? 바로 메라의 서사다. 이 영화 이전에 담당 배우 앰버 허드가 거대한 스캔들에 휘말렸다. 사생활에 관대한 할리우드라도 차마 참을 수 없는 몇 기사들이 나왔다. DC의 운영진들이 이를 의식하고 분량에서 배제했다는 결정을 여러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글쓴이는 이 점을 가장 먼저 신경 쓰고 봤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거 앰버 허드 없는 빈자리가 좀 크게 느껴질 것 아닌가’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 메라 서사는 깔끔하다. 오히려 이상기후 문제를 옴이라는 인물과 함께 해결한다는 점이 주제와 이야기 구조가 어울리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제임스 완이 가진 영화연출가로서의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편집, 각본, CG, 음향 등 극 중 많은 요소에서 뭔가 날것의 티가 난다는 건 영화의 큰 단점이다. 이야기의 박력이 극을 이끄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성격이 섬세한 관객이라면 이물감이 느껴질 만한 요소가 많다.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바다와 인물이 함께 있는 것이 매치가 잘 안 됐다. 편집도 마찬가지. 갑자기 너무 길던가 뚝 끊기던가 왔다 갔다 흔들린다. 이야기도 (메라와 상관없는 부분에서) 분량이 갑자기 늘어진다. 뭐 이런 것들이 역시 영화를 관람하는데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아쉽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이야기의 캐릭터의 측면에서도 급조한 느낌은 여전히 이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빌런이다. 내내 강력한 카리스마를 풍기다가 갑자기 인물 서사가 끝나는 감이 있다. 이 인물이 작 중 어떤 소재와 관련이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야기의 밀도 측면에서 구멍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주인공 아쿠아맨에게 행동 당위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좀 있다. 가령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무기상에서 슈퍼히어로로 전직하는 계기를 극 중에서 전부 설명한다. 또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에서도 인물의 성격을 탄탄하게 묘사하고 2차 대전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아쿠아맨은 성격 묘사와 행동의 근거가 빈약하다. 동생과의 협력이나 인류에 대한 코멘트가 어느 정도 더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제이슨 모모아가 멋있고 배우 액션 연기 좋으니 슈퍼히어로다’의 결론으로 향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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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범죄도시2>이후 손석구의 스크린 복귀작 !
손석구는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기사를 쓰고 정직당한 뒤 복직을 노리는 기자 ‘임상진’ 역을 맡았다고하는데요. 곧 공개 예정일 '살인자 난감' 시리즈 부터 <댓글부대>까지 올 한해도 손석구로 물드나요~!?
<가여운것들> 국내 3월 6일 개봉
엠마스톤 주연 <가여운 것들> 영화가 국내 3월 6일 개봉예정이라고 합니다. 엠마스톤은 이 작품을 통해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스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으며 다가올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의 가장 유혁한 수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엠마 스톤을 비롯해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까지 연기파 배우들의 캐릭터 변신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듄: 파트 2> 2월 28일 공개
아카데미 시상식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시각·미술·음향·음악·촬영·편집상 등 6개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완성도를 인정 받은 <듄>이 두번째 시리즈 <듄: 파트 2>로 돌아왔습니다. 영화는 2월 28일 한국 관객들을 만날 예정으로, 북미보다 빠르게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웡카> 오프닝 스코어 18만, 1위
<웡카>가 개봉당일 18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 영화는 전 세계 누적 수익 5억 5000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국내에서는 <외계+인 2부> <위시> 경쟁작 들을 모두 제치고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은 물론 올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영화 <황야>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1위
마동석 주연의 블록버스터 영화 <황야>는 힘이 지배하는 무법 천지 속에서 살아가는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황야는 넷플릭스의 1430만 뷰의 시청 수를 기록하여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공개 3일만에 글로벌 TOP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손석구 기자 변신 영화 <댓글부대> 3월 27일 개봉
<댓글부대>는 온라인 여론 조작에 대한 제보로 ‘댓글부대’의 존재를 알게 된 기자 ‘임상진’이 그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실체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로 손석구가 기자’ 임상진’역을 맡았고,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한 안국진 감독이 연출을 하며 새로운 시너지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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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뒤편에서 삼켜지는 감정들
말 뒤편에서 삼켜지는 감정들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쉽게 형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영화를 찍어왔다. 그의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언제나 인물이며, 그는 이야기보다도 인물에, 그리고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에 주목해왔다. 지금까지의 그가 인물들이 서로에게 내뱉는 말들의 충돌을 통해 그 감정을 두드러지게 나타냈다면, 이번 영화에서 그는 그것의 충돌보다도 인물이 내뱉는 말 뒤편의 감정을 좇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티아스와 막심>은 자비에 돌란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부드럽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여전히 스타일리시하고 영상미 있지만,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절제하는 것이 분명히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연출 기법이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다.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에 혹자에게 이 영화는 그의 전작들에 비해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독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 영화에서 미학적인 의도로 찍은 장면은 베이 윈도우 뒤에서 마티아스와 막심이 키스를 하는 장면 하나뿐이며, 그는 영화 대부분의 장면을 온전히 인물의 심리에 따르며 찍었다. 핸드헬드 장면이 많은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그의 영화 중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영화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임에도 이 영화에는 한 가지 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영화 출연을 부탁하는 친구 동생 에리카와 그의 친구다. 이들은 영화에서 마티아스와 막심 나이대의 다음 세대로 묘사된다. 이들은 프랑스어와 영어를 혼용해 쓰고, 리베트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그런 그들의 행동을 비꼬는 뉘앙스를 취한다. 두 세대의 언어 충돌은 퀘벡의 젊은 층에게 나타나는 영어에 대한 선호 변화를 실감하게 만든다. 성에 대한 인식 또한 마찬가지다. 에리카의 친구가 마티아스와 막심에게 "둘이 키스 해봤어요?"라며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고, 에리카가 둘에게 "오빠들은 여자야. 아니 남자일 수도 있지"라며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이들의 개방된 성, 젠더 인식에 대해 느끼게 한다. 특히나 "양식에 있어 인상주의적이면서도 표현주의적"이라는 말에 대해 질문하는 막심에게 에리카가 "오빠들 세대의 관점으로 보면 그렇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윗세대의 한계에 대한 아래 세대의 변화 가능한 발전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영화의 중심 서사와는 다소 동떨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지만, 퀘벡의 젊은 층에 나타나는 변화 양상을 날카롭게 나타낸 인상적인 부분이다.
" 클로즈업 준비됐어?"
친구 동생의 단편 영화에서 키스 씬을 찍은 뒤, 두 사람에게는 변화가 생긴다. 둘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한다. 이때 두드러지는 건 마티아스의 행동이다. 마티아스는 약혼자에게 자기라고 부르지 말라며 짜증을 내고, 단편 영화를 자신 없이 본 것에 대해 신경 쓰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한다. 또한 막심의 송별회를 잊었던 척하고, 게임 중 그가 사기를 쳤다고 시비를 거는 등 막심과 거리를 두며 배타적으로 행동한다. 막심은 그런 그의 행동을 신경 쓰고,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자꾸 의식하게 된다. 두 사람의 다른 행동은 성격 탓도 있겠으나, 애초에 두 사람의 처지가 다른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마티아스는 로펌에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고, 승진과 약혼자와의 미래를 앞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에 반해 막심은 불안정하고 막막한 삶을 살고 있다. 2주 뒤 오스트레일리아로 돈을 벌러 떠날 예정이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엄마와 연락 두절인 형은 그에게 의지가 되지 않는다. 친구들과 마티아스의 엄마가 오히려 그의 안식처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에 길을 잃는 것은 같다. 이른 아침 수영 중에 방향을 잃고 헤매던 마티아스가 숙소에 도착해 "길을 잃었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런 두 사람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길 두려워하며 계속해서 막심을 밀어내던 마티아스는 결국 파티 도중에 막심에게 상처를 줄 말을 내뱉는다. 여기서 그는 막심을 점박이라고 부르는데, 내내 언급되지 않던 막심의 흉터가 유일하게 언급되는 장면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마티아스는 이내 다시 돌아온다. 그러고는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 다른 친구에게 괜히 훈수를 두며 어색하게 막심 곁으로 갈 기회를 만든다. TV를 보고 있던 막심의 곁에 마티아스가 앉는 장면에서 Phosphores cent의 <Song For Zula>가 흘러나온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들리기도 하는, 영화 전체를 요약한다고 할 만한 곡이다. 이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때도 마티아스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길 겁낸다. 막심은 주말을 같이 보내자며 지금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다고 하지만, 마티아스는 이건 우리가 아니라며 모르겠다고 말한다. 다음 장면에서 마티아스는 점멸하는 전구 밑에 서있다. 불이 들어왔다 안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전구는 친구 사이이면서 사랑 사이에도 놓인 두 사람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티아스가 스위치를 건드리며 인트로에서도 들리던 전구를 켰다 끄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마티아스는 결국 전구를 끄고 장면은 암전 된다. 거래처 변호사 케빈과 바에 있던 마티아스는 그곳을 나와 어딘가로 뛰어간다. 하지만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괴로워한다. 막심은 다른 바에 있다. 그는 화장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반점을 가려본다. 거울에서는 상처가 보이지 않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상처가 있다. 막심은 엄마의 집 앞에서 돌아온 형과 함께 즐거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여전히 두 사람은 길을 잃었으며, 목적지를 찾지 못한다.
출국 전날 막심은 마티아스의 엄마 프랑신에게 전남편 전화번호를 부탁해 연락을 취하고, 3주 전 마티아스의 메일로 보낸 상황이라는 답을 받는다. 마티아스의 진심을 다시 확인한 그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에게 서운했던 감정이 녹아내린 것일 수도, 이제 호주로 떠나기 때문일 수도, M과 M의 농장을 만들기엔 이미 완전히 늦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막심은 마티아스의 진심을 다시 확인했다. 짐을 다 챙기고 집 문을 연 그의 앞에 친구들이 보인다. 그중에는 마티아스도 있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든 간에 당장 두 사람의 목적지는 사랑보다 우정에 가깝다. 길을 잃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을 붙잡아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길을 찾는다. 마티아스는 막심의 곁에, 막심은 마티아스의 곁에 여전히 남는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사랑에 대한 영화이며, 또한 우정에 대한 영화다. 실제로 자비에 돌란 감독은 20대 중후반에 만난 친구들을 캐스팅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준 친구들과 우정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마티아스와 막심>을 만들게 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마티아스와 막심을 비롯한 영화의 친구 무리는 때때로 서로를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지만,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챙기며 사랑을 베푼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다. 어쨌든 영화는 우정에 가깝게 끝나지만, 만약 둘의 관계가 사랑으로 진전되다 해도 이들의 우정에는 별 영향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막심의 얼굴 흉터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게 받아들여진 것처럼.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영시코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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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아톤리뷰/소개]초원이는 커서 고니가 됩니다. 조승우의 지리는 연기력!
#말아톤#말아톤리뷰#영화말아톤
이 영상은 예고편이 아닌 본편을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모든 저작권 및 수익은 영화사,제작사,배우 등 원작자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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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들러를 떠나지도, 시몬을 버리지도 못하는 리사에게 시몬은 위험한 계획을 제안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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