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2-03-29 11:59:02
의도는 감 잡히는데 결과적으론 글쎄올시다
<킬링> REVIEW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1989년 "철남"을 통해 화려한 대뷔를 해 흥행, 비평적 성공을 거뒀다. 그 이후로 메이저 영화사를 통해 "요괴헌터 히루코"를 감독하고, 동경의 주먹, 총알발레, 쌍생아 등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2018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을 통해 "킬링"이라는 신작을 발표하면서, 그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생각에 관객들은 설랬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를 보니 생각나는 한 고사성어가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본 영화에서 인간의 분노와 복수의 순환, 인물 사이의 갈등 등 여러가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이를 전부 포용하지 못하고 애매함만 보여주다가 끝이 난다. 차라리 하나의 주제의식이나 키워드에 집중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나왔을 거 같다는 기대감이자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츠카모토 신야 감독이 독창적인 작품 정신을 보여주는 감독이라는 것은 여전하며, 필자는 그의 새로운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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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하고 애잔하고 기특한 동휘
메소드연기 (Method Actiong, 2024)
치열하고 애잔하고 기특한 동휘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 92분
감독 : 이기혁
출연 : 이동휘, 강찬희, 윤경호, 김금순, 윤병희, 공민정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국가 : 대한민국
주인공 동휘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 단, 코미디 연기만 빼고.
<메소드연기>의 주인공 동휘는 배우다. 알계인이라는 코미디 영화로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며 데뷔한 그는 여전히 알계인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전부 코미디뿐이고 사람들은 그에게 알계인만을 기대한다.
답답해진 동휘는 정면 돌파를 선언한다. 이제 더 이상 코미디 연기를 하지 않고 메소드연기만을 할 것이라고. 동휘는 알계인 영상을 틀고 깔깔대는 탤런트 킴에게 귀싸대기를 날리고, 쌓여있는 코미디 대본들을 냉동실에 밀어 넣으며 의지를 다진다.
그런데 문제는 ‘알계인 이동휘’가 아닌 ‘메소드연기 이동휘’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 동휘는 방안에 박혀 고민한다. 그때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러브콜이 들어오고 그가 갈망했던 정통 연기, 메소드연기를 펼칠 드라마 현장이 준비된다. 동휘는 이미지 변신을 위해 열심히 연기를 준비하는데.. 촬영 현장은 그를 놀리듯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배우의 애환과 촬영 현장 이야기가 중심이었던 동명의 단편 영화에 집안의 막내라는 이기혁 감독의 정체성, 가족 이야기를 더해 만들어진 장편 영화 <메소드연기>는 이전보다 더욱 풍부해진 스토리를 자랑하며 영화와 연기, 인생에 대한 투덜거림과 깨달음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영화는 카메라 앞에 선 배우 동휘와 카메라 뒤에 선 인간 동휘를 번갈아 비추며 그가 직업인과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겪는 다양한 애환과 고민을 적절한 비율로 담아낸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이동휘가 그저 스크린 너머 캐릭터가 아닌 정말 실존하는 배우이자 어느 집 막내 이동휘처럼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메소드연기>는 아기자기한 가족영화이자 치열한 우리의 인생을 담고 있는 영화다. 옹기종기 모여 정을 나누는 가족의 모습은 웃음과 눈물을,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는 동휘의 모습은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동휘는 처음엔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을 탓한다. 동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하고 싶은 연기만을 골라 하는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그는 내가 우스워지는 것 같아 코미디 연기는 하기 싫다고 힘껏 세상에 저항한다. 하지만 저항할수록 문제는 더 커지기만 하고 동휘는 다시 고민한다. 그리고 그저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인생을 다시 알아간다.
시간이 지나며 어색했던 배우 동휘의 연기는 점점 진실되게 변하고 과묵한 아들 동휘는 마음에 고여있던 진심을 드러낸다.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저 살아가야 하는 삶, 동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배우 이동휘, 막내아들 이동휘로서 느껴온 비통함과 슬픔을 정직히 표현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동휘 배우는 마치 그 한순간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막힘없이 가장 영화롭고 진실한 장면을 완성해낸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메소드연기가 아닌 사람에 대해 알아야만 할 수 있는 메소드연기
“코미디 연기가 아니면 무슨 연기를 하고 싶은 거죠?” 토크쇼 MC인 탤런트 킴이 묻는다. 동휘는 “메소드연기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라고 답한다.
동휘는 메소드연기가 하고 싶다. 그것이 코미디보다는 훨씬 멋있어 보여서,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런데 막상 판이 깔리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 정극, 그것도 사극에 도전하게 된 동휘는 백성들과 함께 단식하는 왕을 표현하기 위해 일단 냅다 굶어본다. 하지만 열심히 굶어봐도 동휘의 연기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고 ‘네가 나를 의심하다니, 비통하다’하는 대사엔 비통함보단 어색함이 느껴진다.
동휘는 정말 메소드연기를 하고싶었던 걸까? 나는 동휘가 진심으로 메소드연기를 하고 싶었다기보단 코미디 연기가 싫어 그것과 가장 멀 어보이는 메소드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고 생각한다.
동휘는 자신이 코미디 연기만을 하는 우스운 배우라고 느낀다. 그래서 그는 코미디 연기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거나 만족하기보단 불편함을 느낀다. 반대로 동휘의 주변인들은 동휘의 코미디 연기와 배우 이동휘를 좋아한다.
엄마는 동휘의 알계인을 인생 영화로 꼽으며 동생 동태와 소속사 사장 철우는 동휘의 코미디 연기, 사극 연기를 모두 지지한다. 입시 실패 이후 연기를 놓은 미정은 연기를 하는 동휘를 대단하다 생각하며 부러워하고 동휘와 함께 영화를 찍었던 태민은 동휘를 미워하면서도 그를 위해 꽃다발을 들고 묘소를 찾아온다. 동휘가 좌절을 경험할 때마다 가족, 친구들은 항상 그의 곁을 지켜준다.
동휘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동휘만 모른다. 이동휘를 모르는 이동휘는 이동휘 다운 연기를 하지 못하고 그저 메소드연기라는 연기 기법만을 쫓아간다.
동휘가 카메라 너머에 있는 인간 이동휘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그를 사랑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엄마가 큰 몫을 한다. 엄마, 형 동태와 함께 떠난 바다 여행.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를 나누던 엄마는 동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가장 재밌게 본 영화는 알계인이고 여기선 영화 속 캐릭터만 보였다고, 역할은 역할이고 너는 너니까 웃긴 연기를 한다고 우스워지는 게 아니라고. 이동휘는 변치 않는다고. 동휘는 이때 인간 이동휘와 배우 이동휘의 분리 지점을 찾는다. 웃긴 연기를 하더라도 인간 이동휘는 엄마의 소중한 아들이고 결코 우스운 사람이 아니다.
이후 동휘는 다시 용기를 얻고 치열하게 드라마 촬영을 이어간다. 동휘는 배우 이동휘가 가장 잘하는 코미디 연기를 최선을 다해 선보이고 인간 이동휘가 겪은 상실의 아픔을 그 위에 녹여낸다. 동휘는 이번에도 왕이 비통함을 표현하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이번에 보여주는 비통함 연기는 지난번과는 차원이 다르다. 동휘는 메소드연기를 통해 사람, 자신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는 자신을 알아가고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그토록 원했던 메소드연기를 해낸다.
마지막으로 동휘는 ‘무뚝뚝한 막내아들 동휘’라는 어색한 캐릭터를 내려놓고 선글라스 아래로 눈물 한줄기를 흘리며 이별의 슬픔을 받아들인다. 동휘는 배우 이동휘를 인정하며 연기적 성장을, 막내아들 이동휘의 아픔을 인정하며 인생의 성장을 이뤄낸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바라봐 줄 수는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과 세상의 시선을 전부 내 입맛대로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럴 땐 세상을 탓하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자세도 필요하다. 다만 내가 나를 알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혹시 모른다. 배우, 아들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받아들이며 결국 인정받게 된 동휘처럼 그렇게 나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다 보면 진짜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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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폭발이 불러온 감정의 분열
자신이 한 일이 복합적인 방향으로 뻗어나갈 때,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양한 결정을 하고 그것은 당연히 최선의 고민 끝에 나온 결과여야만 한다. 당연히 그것은 그 모든 주변 상황 속에서 얻은 최선의 결과일 것이고 그렇게 생각해야 그 성취감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결정이 다른 방향의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분명히 그것은 내 안위를 위한, 주변 사람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것으로 인한 피해를 받게 된다.
전쟁이라는 소용돌이는 그런 아이러니를 무수히 만들어낸다. 국가를 위해 전쟁에 참전한 여러 일반인들은 최전선에 투입되어 목숨을 걸고 적군에게 총을 겨눈다. 상대 적군으로 참여한 병사도 마찬가지다. 서로 총구를 겨누고 명령에 따라 상대방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그 결정하나만으로도 우리 병사가 쏜 총탄은 평화를 위한 것이지만 상대방에게는 죽음의 총탄이 된다. 이렇게 곳곳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는 전쟁 속에서 무수한 결정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합적인 고민과 감정을 만들어준다.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 팀장 오펜하이머의 이야기
영화 <오펜하이머>는 핵개발 연구였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결국 핵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일 그리고 일본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나치가 원자폭탄을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상황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고,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오펜하이머라는 물리학자를 중심에 세워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나치에 퍼부울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영화는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 개발을 한 이후 정보 열람권을 놓고 작은 청문회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과거 회상을 섞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천천히 보여준다. 다른 한 편으로는 미국 원자력 협회 소속인 스트라우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장관 후보 청문회 과정을 보여주면서 오펜하이머에 대한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이미 역사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기록이 있다. 영화가 맨해튼 프로젝트의 초창기부터 원자폭탄 개발 성공의 과정을 대부분 보여주긴 하지만, 정말 이 영화가 관심이 있는 건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의 감정과 생각이다. 그래서 오펜하이머의 복잡한 심경을 풍부한 음향과 음악으로 표현함으로써 그가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감정들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필자는 영화 <오펜하이머>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것보다는 영화 속 오펜하이머의 변화되는 감정을 생각해 보면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오펜하이머는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기 전과 후 꽤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원자폭탄 개발 과정에서 많은 물리학자와 군인들을 설득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했고, 서로 다른 의견들을 한 곳에 융합해 내기 위해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여러 트러블이 있었음에도 그는 그 압박을 이겨냈다. 원자폭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난 직후 오펜하이머의 모습에선 잠시나마 안심이라는 감정을 볼 수 있다.
오펜하이머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면 보이는 것
하지만 그 안심은 오래가지 못한다. 일본에 수많은 일반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것은 조금씩 오펜하이머의 마음을 조여왔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라는 경전의 말을 그 자신도 인용하듯,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사용 이후 정치인들이 자신이 개발한 무기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서 꽤 불안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영화 속 그가 아인슈타인에게 나쁜 연쇄반응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가 가진 불안이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오펜하이머는 정치인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국가를 위해 최고의 무기를 만들었지만 그는 메카시즘 광풍에 희생당하는 처지가 된다. 과거 공산당의 이론에 관심이 있었고, 동생을 비롯한 주변 사람이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이 있어 결국 정치적으로 희생당하고 각종 권한을 모두 박탈당한다. 그 당시 오펜하이머는 왜 그렇게 정치적인 논쟁거리 속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저항했을까. 자신의 지위를 보존하는 데에 조금은 부족한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건 오펜하이머가 스스로 만들어낸 악마 같은 무기의 통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방어함으로써 신무기에 대한 정보와 권한을 가지길 원했고, 심지어 그 당시 트루먼 대통령(게리 올드만)을 만나 손에 피를 묻혔다는 말을 하며 그가 개발한 핵무기의 위험성을 전달하려 했다. 비록 인류 모두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했지만 그 자신은 그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세계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는 청문회 이후 가지고 있던 지위를 모두 박탈당하면서 그 자신의 자신감이나 뿌듯한 감정도 분열되어 조금씩 사라져 버리고 만다.
크리스토퍼 놀란식으로 만들어진 파워풀한 전기 영화
이런 감정의 큰 변화는 그의 개인 연애사에서도 볼 수 있다. 오펜하이머는 결혼 전 진 태트록(플로렌스 퓨)과 깊은 연애를 했다. 서로 무척 사랑했지만 감정적으로 불안정했던 진과는 결국 헤어지게 된다. 마치 원자폭탄을 개발하듯 엄청나게 깊게 빠져들었고, 원자폭탄이 폭발하듯 터졌던 두 사람의 감정은 그 모든 과정이 끝난 이후 파멸을 맞는다. 진은 이후 감정적인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했고, 오펜하이머는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다.
그는 그의 아내인 캐서린(에밀리 블런트)과 결혼한 이후에도 진을 완전히 잊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진에 대한 죄책감이 평생 남은 것처럼 그가 주도해서 만들었던 원자폭탄과 폭탄 투하에 대한 죄책감 역시 평생 가지고 남은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영화는 그런 그가 짊어진 죄책감을 다양한 영상효과와 편집으로 표현해 낸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묵직하고 건조한 이야기의 시간 구조를 교차로 구성하여 영화적 흥미를 높인다. 특히나 오펜하이머의 반대편에 서서 안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오는 스트라우스의 청문회 장면과 서사는 흑백으로 처리되어 그 당시 메카시즘이 행해져 흑백으로 나눠졌던 상황을 잘 보여준다. 다르게 보면 스트라우스의 서사와 오펜하이머의 서사가 충돌하는 듯한 느낌도 주는데, 결국 두 사람의 간접적인 충돌과 원자폭탄이 터진 이후에 오펜하이머의 주변부가 폭탄처럼 분열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번 영화에는 음악과 음향이 큰 역할을 한다. 다양한 방식의 교차편집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건 영화음악이다. 이번 <오펜하이머>의 음악감독은 루드비히 고란슨이 맡았다. 그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한스 짐머가 도맡아 했지만, 그가 다른 영화 음악 작업일정으로 인해, 이번 신작에서는 루드비히에게 넘어갔다. 루드비히는 2019년 마블 영화 <블랙 팬서>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은 바 있으며, 이후 <테넷>, <베놈> 시리즈의 음악도 작업한 바 있다.
다른 무엇보다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킬리언 머피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복합적인 내면을 가진 오펜하이머의 감정을 잘 전달하고 있고, 그가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고 영화의 주인공 역할도 훌륭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킬리언 머피의 필모 중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 외에 스트라우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나 레슬리 역의 맷 데이먼, 진역의 플로렌스 퓨, 캐서린 역의 에밀리 블런트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오펜하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최고작은 아니지만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 인물의 대한 이야기를 놀란 식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영화다. 다양한 교차편집과 힘 있는 음악으로 가장 무섭고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냈던 인물이 겪었던 일과 느꼈던 감정이 지루하지 않게 전개된다. 영화가 다 끝나고 나면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된다. 원자폭탄이 개발되고 투하된 이후, 전 세계에 뻗어나간 원자폭탄에 대한 복합적인 생각과 다양한 일들을 보며 오펜하이머는 어떤 생각들을 하며 남은 생을 살았을까.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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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네뜨> - ‘아이의 눈으로 들여다본 상실의 쓰라림’
뽀네뜨 (Ponette)
개봉일 : 1997.11.08 (한국 기준)
감독 : 자크 도일론
출연 : 빅토와르 띠비솔, 자비에 보브와, 클레르 노보, 마리 뜨랭띠냥
아이의 눈으로 들여다본 상실의 쓰라림
잔인한 말이지만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우리는 아무리 혼자가 좋다고 말하더라도 살면서 적어도 한두명쯤은 마음을 다 내어줄만큼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언젠가는 그를 잃는 상실의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누구나 겪을 수 있기에 무엇보다 두렵고, 또 그만큼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이 ‘상실의 고통’이다. 지금껏 사랑하는 연인, 가족, 친구와 이별하는 아픔을 담은 영화를 수없이 봤지만 이 영화처럼 조용하게, 낮은 시선으로 상처를 건들이는 영화는 없었다.
<뽀네뜨>는 작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상실의 아픔을 담아낸 영화다. 어린 뽀네뜨와 엄마는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당하게 된다. 뽀네뜨는 팔 한쪽에 깁스를 했고 엄마는 사고의 충격으로 인해 생긴 머리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뽀네뜨의 아빠는 아내를 잃은 충격을 수습할 틈도 없이 아이를 안고 친척집으로 향한다. 아빠로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출장을 가야했기때문이다. 엄마의 빈자리엔 ‘사랑하는 이가 언제든 떠날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했고 뽀네뜨와 아빠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절대 죽지 않기로”.
아빠가 출장을 떠나고 어린 뽀네뜨는 엄마의 부재를 느끼면서도 이전과 같이 일상을 살아간다. 친척들과 함께, 또래 아이들과 함께. 하지만 상실의 아픔은 갑작스러운 순간에 툭툭 아이의 마음을 건들인다. 아이가 눈물을 터트릴때, 친구들 사이에서 잠시 웃음을 보일때,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홀로남아 부활의 주문을 외칠때. 모든 순간이 아팠고, 아이에게 한아름 희망이 주어졌을때 나는 비로소 조금 웃을 수 있었다.
뽀네뜨 시놉시스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뽀네뜨는 단지 왼쪽 팔만 조금 다쳤을 뿐인데, 차를 몰던 엄마는 너무 크게 다쳐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네 살짜리 뽀네뜨로서는 죽음을, 그리고 엄마를 영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회사일로 출장가는 아빠는 뽀네뜨를 고모에게 맡기지만, 엄마잃은 슬픔에 빠진 뽀네뜨는 사촌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혼자 방안에 쳐박혀 인형과 대화만 나눈다. 꿈속에서 엄마와 만나던 뽀네뜨에게 어느날부터인가 엄마가 나타나지 않는다. 낙담하고 있는 뽀네뜨에게 고모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엄마도 분명 예수님처럼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그때부터 뽀네뜨는 밖에 나가 엄마 오기만을 기다린다. 아빠나 고모가 아무리 달래고 알아듣도록 타일러도, 뽀네뜨는 고집을 부리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낮엔 여기서, 밤엔 엄마랑. 난 밤이 좋아.
며칠전만해도 함께 눈을 맞추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오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어린 뽀네뜨는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죽음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아빠의 대답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있다고 대답하면서도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엄마의 빈자리는 뽀네뜨에게 커다란 아픔으로 자리잡는다.
일때문에 뽀네뜨를 친척집에 맡겨야만했던 아빠는 애써 슬픔을 억누르며 먼저 떠난 아내를 탓해보지만 어린 딸은 빈틈없이 엄마의 존재를 감싸 안는다. 뽀네뜨는 낮엔 또래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밤이면 엄마를 만난다고 말한다. 사촌 마티아스와 델핀, 아빠는 뽀네뜨의 말을 믿어주지 않지만 뽀네뜨는 고집을 꺾지않는다.
뽀네뜨가 계속해서 고집을 부린 이유는 그저 '엄마를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예수가 부활할때 사용했다는 주문 '타리타쿰!'을 외치고, 엄마를 기다리는것만이 뽀네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뽀네뜨는 엄마가 묻힌 무덤가에서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나쁜 마음씨의 아이가 엄마를 욕하고, 누군가 엄마의 부재를 강하게 각인시켜도 울지 않고 맞서던 뽀네뜨가 엄마의 옆에선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마치 꿈, 기적처럼 엄마가 뽀네뜨의 앞에 나타난다.
엄마가 행복을 배우랬어. 난 행복을 배울거야.
뽀네뜨는 엄마가 챙겨준 붉은 니트를 입고, 엄마 대신 요요떼를 안고, 연약한 손목에 아빠의 시계를 감는다. 그리고 행복을 찾을것이라 다짐한다. 엄마의 따뜻한 사랑 한주먹 아빠의 흔들림 없는 사랑 한주먹은 뽀네뜨를 단단히 감싸줄것이다. 다친 팔의 상처가 나을때까지 튼튼하게 감싸주는 깁스처럼 말이다.
뽀네뜨가 언제나 곁을 지키고 있는 엄마의 존재를 느끼며, 가끔 공기중을 떠다니는 엄마와의 추억을 붙잡을 수 있길. 엄마의 존재가 상실의 흉터가 아닌 사랑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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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개봉 예정, 숨겨진 기대작 5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020년 겨울 극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여, 역대급 박스 기록을 갈아치울 거라 전망되었는데요. 특히 1월, 최고의 골수팬을 지닌 시리즈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 이어, 전쟁 영화 <1917> 그리고 윌 스미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 포에버>까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였고, 2월에도 역시 DC의 <버즈 오브 프레이>, 짐 캐리의 <수퍼 소닉>, 그리고 공포 스릴러 <인비저블맨>까지 박스 기록을 이어나가며 2019년 대비 10% 정도 높은 매출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영화 시장이 역대급 불황 속에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러던 4월, 한국의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로 오스카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극장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수상 소식에 CGV를 비롯한 크고 작은 극장에서 곧바로 기획전을 진행하는 등 확실히 활기차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리고 드디어, 오래 기다려온 액션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5월 19일 개봉을 확정 지으며 극장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고, 뒤이어 공포 스릴러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팝콘무비 <킬러의 보디가드 2> 그리고 디즈니의 <크루엘라>까지 개봉을 확정 지었지만, 아직 국내 대작들은 개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중 가장 높은 관객 수를 보이는 여름 시장에서 국내 상업 영화의 빈자리를 숨겨진 기대작들이 채우며 극장을 다채롭게 해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올여름! 극장을 찾아줄 다양성 영화 중,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숨은 기대작들을 씨네픽이 엄선하여 준비해 보았습니다!
잇츠 CINE PICK!!
트립 투 그리스 (The Trip to Greece, 2020)
코미디, 드라마 | 영국, 그리스 | 10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마이클 윈터바텀 | 출연 :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IMDB : 6.6/10 | Rotten Tomatoes : 87%그리스에서 맛있는 음식과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각자의 인생철학을 공유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두 남자의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
씨네pick :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은 그리스 미식여행. 시리즈 지속이 어려운 다양성 영화임에도 꾸준히 관객을 유지하며 무려 11년을 이어온 작품인 만큼 기대되는 영화인데요. 유서깊은 그리스의 역사부터 오감자극 음식은 물론, 가슴 뻥 뚫리는 자연 풍광까지. 역시 시리즈 피날레는 놓치면 안 되겠죠?팜 스프링스 (Palm Springs, 2019)코미디, 멜로/로맨스 | 미국 | 87분 | 등급 미정
감독 : 맥스 바르바코우 | 출연 :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 시몬스
IMDB : 7.4/10 | Rotten Tomatoes : 95%‘팜 스프링스’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한 남녀 ‘나일스’와 ‘세라’가
매일이 반복되는 타임루프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씨네pick : 믿고 보는 “선댄스 영화제" 진출작이자 <기생충>의 북미 배급을 맡은 제작사 Neon의 작품입니다. ‘폭력과 외국어, 그리고 논픽션에 대해 반감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설립 목적에 맞게 다양성 영화 중에서도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배급해왔는데요. 타임 루프 로맨스물을 절대 뻔하지 않게 만들어낸 올해 가장 통통 튀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웬디 (Wendy, 2020)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1분 | 등급 미정
감독 : 벤 제틀린 |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IMDB : 5.7/10 | Rotten Tomatoes : 38%어른이 되기 싫어했고 언젠가 피터팬이 찾아와 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었던 벤 제틀린 감독의 어린 시절 추억과 어느 순간 이미 어른이 된 것을 깨닫게 되며 순수했던 동심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색다른 판타지 영화
씨네pick : 믿고 보는 '선댄스' 작품이 또 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환상 동화 <웬디>는 명작 [피터팬]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데뷔작부터 칸 영화제 '카메라상'을 수상한 감독 특유의 색채가 아주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유명 배우가 아닌 아이들을 주연으로 내세웠기에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레타 툰베리 (I Am Greta, 2020)다큐멘터리 | 스웨덴 | 101분 | 등급 미정
감독 : 나탄 그로스만 | 출연 : 그레타 툰베리
IMDB : 6.7/10 | Rotten Tomatoes : 79%기후 변화 법안 마련 촉구를 위해 금요일마다 학교를 결석하며
의회 앞에서 홀로 시위를 시작한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
그녀가 쏘아 올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데…
평범한 10대 소녀에서
어른들의 무감각한 환경 의식에 일침을 가하는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가 되기까지! 700만을 움직인 그녀의 외침에 주목하라!
씨네pick :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른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의 다큐멘터리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 추천 기대작이기도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인물과 문제를 다룬 극인 만큼 더욱 기대되는 작품입니다.너의 결혼식 (가제) (My Love, 2021)멜로/로맨스 | 중국 | 115분 | 등급 미정
감독 : 티안 한 | 출연 : 허광한, 장약남
IMDB : 5.3/10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공식에 관한 영화로, 한 남자와 여자의 첫 만남부터 15년 간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영화
씨네pick : 한국에서 대히트를 거둔 첫사랑 멜로 영화 <너의 결혼식> (2018)의 중국 리메이크작으로, 요즘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배우 [상견니]의 배우 '허광한'이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개봉과 동시에 예매율 1위를 달성하고, 노동절 연휴 5일 동안 1100억의 매출을 올렸다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작품입니다.다섯 편 중 특히 기대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최고 기대작은 어떤 작품인가요?
영화에 대하여 더 알고싶으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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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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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가 가진 '진짜' 마법의 비밀
우리는 종종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할 때, <구체적으로 바뀌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무엇이 바뀌어야'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인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완결편, <해리포터 : 죽음의 성물>에서, 해리포터는 볼드모트를 무찌르고 드디어 '새로운 세계'를 여는데 성공한다.
해리는 어떻게 볼드모트를 무찌를 수 있었을까. 해리가 가진 그 어마어마한 힘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이었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해리포터의 '진짜 마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부활의 돌'을 어떻게 깨웠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부활의 돌'이 담긴 '스니치'
부활의 돌은 세 가지 죽음의 성물 가운데 하나이다.
1) 천하무적 지팡이, 2) 투명망토, 그리고 3) 부활의 돌,
이 세가지 성물을 가진 자가 가장 막강한 마법의 힘을 갖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지팡이나 투명망토는 일단 얻기만 하면 사용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지팡이는 휘두르면 되고, 망토는 뒤집어 쓰면 된다.
그런데 부활의 돌은 다르다.
부활의 돌이 '작동'이 되려면, '나는 끝에서 열린다(I open at the close)'라는 말을 이해해야만 한다.
나름 작동설명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동설명서를 이해하지 못해 해리포터는 오랫동안 부활의 돌을 작동시키지 못하고 스니치 안에 보관만 하고 있었다.
해리포터 힘이 완성되는 핵심 키는 바로 이 부활의 돌을 깨우는 것이다.
세 가지 성물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가장 강력한 마법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팡이, 투명망토의 사용은 쉽지만, 부활의 돌의 사용은 가장 까다롭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부활의 돌을 깨우는 것이 해리포터 마법의 완성에 가장 핵심 열쇠가 되는 것이다!!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 해리포터는 드디어 부활의 돌을 작동시킨다!
해리가 '나는 끝에서 열린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기 직전, 무슨 일이 있었나.
해리포터는 어느 지점에서 이 까다로운 부활의 돌 작동 설명서를 이해하게 되었나.
죽기 직전 해리포터에게 자신의 '눈물'을 담아가게 하는 '스네이프'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와 오랜 원수지간이었다. 해리포터는 스네이프를 진심으로 증오하고 있었다.
볼드모트에 의해 스네이프가 죽게 되는 장면을 지켜보던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소원대로 죽어가는 스네이프의 눈에서 눈물을 담아간다.
스네이프의 '눈물'을 '펜시브'에 넣어 스네이프의 '기억'을 보게 되는 해리포터
해리포터는 원수같은 스네이프지만, 죽어가는 스네이프의 마지막 부탁을 모른척 하지 않는다.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눈물을 펜시브에 넣어, <스네이프 관점의 이야기>를 오롯이 체험하게 된다.
(*펜시브 : 특정 사람의 기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도구,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직접 추출한 기억이나 눈물 등을 넣으면, 그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해리포터의 엄마 릴리를 진심으로 사랑한 스네이프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체험하게 되면서,
스네이프가 자신의 엄마 릴리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자신이 절대 선이라고 믿고 있던 아빠 제임스가 스네이프와의 관계에서는 악당이었다는 것,
스네이프가 자신의 엄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가장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었다는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리포터를 항상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해리는 자신이 지금까지 진실을 왜곡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보이는 것만을 전부라고 믿으며 그 속에 감춰진 또 다른 진실에 대해서는 외면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금껏 스네이프와의 관계에서 고수하고 있던 '관계에 대한 이해 체계'를 완전히 바꾸게 된다.
스네이프와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 체계에 '왜곡'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리고, 그 왜곡을 '수정'했을때, 비로소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 서게 된다.
부활의 돌을 깨우고, 볼드모트에게 자발적으로 '죽임'을 당하러 가는 해리포터
해리포터의 죽으려는 결심, 스스로 볼드모트 앞에 나아가겠다는 결심은 ‘좌절'이나 ‘절망'이 아니었다.
그 길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임을 증명하는 일인 것이다.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기억을 통해,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이 볼드모트를 무찌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신이 서게 된다.
해리포터가 그토록 미워하고 증오하던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통해,
볼드모트를 무찌르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진짜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진실'을 알아볼 수 있는 힘,
더이상 진실을 왜곡하지 않을 힘,
진실을 감당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어디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해리포터가 가진 진짜 힘의 비밀, 바로 '원수라 여기는 사람의 이야기를 왜곡없이 온전히 이해하고,
그 관계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넘어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진짜 사랑"이다.
해리포터와 덤블도어
언젠가 덤블도어는 해리포터에게 말했었다.
너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그것이 너와 볼드모트의 결정적 차이라고.
해리포터는 실망했었다. '무슨 사랑이 나의 가장 큰 힘이란 말인가'. 어떻게 사랑으로 볼드모트를 무찌른단 말인가.
해리포터는 아직 몰랐었다. '진짜 사랑'이 얼마나 하기 어려운 것인지!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근본 힘이 된다는 것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호감가는 사람, 나와 문제가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 사람에 대해서는 나는 얼마든지 그 사람의 사정, 그 사람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문제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다. 내가 비호감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 이야기는 듣기 싫다. 관심도 가지 않는다. 궁금하지 않다. 입을 떼기도 전에 비하하고 싶다. 의심하고 싶다. 평가절하하고 싶다.
왜곡시키고 싶다. 어떻게든 나쁜놈으로 몰고가고 싶다.
보이는 것만 보아서는 '진짜 사랑'할 수 없다.
내 눈에 보고 싶은 것만 보아서는 '진짜 사랑'할 수 없다.
내 눈에 보이지 않던 것, 내가 보고 싶지 않던 것, 내가 외면하던 것,
그것을 볼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진짜 사랑'도 가능해 진다.
부정적인 측면을 넘어서 새로운 경지를 볼 수 있을 때,
관계 속 '부활의 돌'을 작동시킬 수 있을 때,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세계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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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과 안톤쉬거의 동전
예술은 꾸준히 변화해 왔다고 생각한다. 미술, 시, 소설, 건축, 조각 등 옛 과거부터 존재했던 예술들이 꾸준히 발전하고 시대에 맞게 변화하며 현대적인 예술들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가장 복합된 예술은 바로 영화라고 생각한다. 시각적인 미를 부여할 수도, 청각적인 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극문학을 좀더 현실성있게 실감나게 만들 수도 있고, 대사 하나하나만으로도 인간의 감정을 표현 할 수 있다. 가장 복합적으로 감독이 의도함에 따라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림, 시, 극문학, 영화 등의 형태는 단지 예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수단이 변한다고 해서 시대를 거슬러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 속의 '이야기'는 그 예술이 만들어진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의 흐름을 끌고 간다. 가장 강력한 형태의 이야기는 바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비극은 대부분의 시대에 존재해 왔다. 위에서 말했듯이 시대를 거슬러 일맥상통하는 가장 강력한 이야기가 비극이라는 뜻이다. 디테일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시대의 아픔과 불안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수 많은 비극들이 뛰어난 평가를 받아왔다. 나는 그 중 '멕베스'를 가장 선호한다. 가장 고전적이고 통상적인 요소들을 가지면서도 인간의 심리들을 여러 캐릭터들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비극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현대로 와서 가장 최근의 작품들 중 최고의 비극은 이제부터 이야기 할 코엔형제의 2007년도 작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연쇄살인마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과 우연히 마약상들의 돈가방을 발견한 사냥꾼 르웰린 모스(조쉬 브롤린)의 돈가방을 향한 추격전과 그 흔적을 쫓으며 사건을 조사하는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의 액션 스릴러 및 추격극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상업적 목적의 추격극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의 제목에서부터 그리고 영화의 첫 나레이션과 살해 장면에서 주는 압박감에서 부터 느낄 수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사냥감과 사냥꾼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안톤 쉬거는 동기없는 살인마이다. 그는 소 도축기와 비슷한 작동을 하는 공기총을 들고 자신만의 규칙에 맞춰서 자신의 길 앞에 놓인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해해 나아간다. 그의 사냥감은 무작위로 자신의 앞에 놓이게 되고 그는 '동전 던지기'라는 자신만의 규칙 속에서 하나하나 사냥해 나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안톤 쉬거 본인 또한 자신이 누구를 죽이게 될지 모르는 혼돈 속에서 산다. 반면, 르웰린 모스는 전통적인 사냥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수 많은 무리의 가젤 중 자신이 고른 한 마리만을 선택해서 사냥하고 그 사냥감을 놓쳤을 때도 피의 흔적을 따라서 끝까지 추적한다. 그는 영화의 초반 자신이 쫓던 사냥감을 따라가다가 마약상들의 전투 흔적을 보고 거기서 돈가방을 찾게 된뒤 한순간에 자신이 이제는 사냥감임을 직감했다. 르웰린은 과거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으로서의 경험들을 살려서 자신을 쫓는 누군가에게서 달아나기 위한 움직임들을 보인다. 그는 나름 변칙적이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생각했지만 사실 쉬거에게 항상 추격을 당하고 있었다. 러닝 타임 두시간 동안 별것 없어보이지만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고요한 추격전이 이어지고 우리는 충격적인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이 영화 최고의 장면을 뽑으라고 한다면 누구나 주유소에서의 쉬거와 한 노인의 대화와 동전던지기를 뽑을 것이다. 그 장면은 연출, 촬영 등등 정말 많은 부분에서 완벽하지만 가장 완벽한 부분은 대사라고 볼 수 있다. 단 한장면으로 안톤 쉬거가 어떠한 법칙에 따라서 행동하는 살인마인지를 소개해낸다. 그는 모든 것을 운에 맡긴다. 마치 영화 다크나이트 속의 투페이스가 던지는 동전과도 비슷하다. 운명 그 자체를 동전의 양면에 비유하면서도 전혀 예측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속의 투페이스의 동전등 다른 영화 속 동전던지기에서는 사실 결과를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상황의 맥락을 통해 자신의 무엇이 걸린 동전 던지기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톤 쉬거의 동전은 다르다. 영화를 보는 우리와 쉬거 본인은 무엇이 걸린 동전 던지기인지 알지만, 게임에 참가하는 타인은 그 동전이 무엇때문에 돌고 있는 것인지 자신 인생에 중요한 무엇이 걸린 건지 전혀 알 수 없다. 감독은 이런 무작위성의 동전이야말로 정말 인생과 같다는 것을 말한다. 종종 운명은 무심결에 찾아온다고들 한다. 하지만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 순간까지도 우리는 운명이 찾아왔는지 인지 못할 때가 있다. 아마 극중의 주유소 캐셔는 나중에 현상수배전단지에 찍힌 쉬거의 얼굴을 보고 자신이 던진 동전던지기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 동전 던지기 였으며, 자신은 운명적으로 목숨을 건졌음을 그제서야 깨달을 것이다. 운명은 불규칙적으로 찾아온다. 안톤 쉬거 본인 자체가 동전 던지기와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 불규칙적으로 행동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그렇기에 르웰린, 에드 등 과거의 예측 가능한 범위의 범죄만을 생각하고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쉬거를 쫓을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의 의미를 쉽게 알아차리기가 쉽지 많은 않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노인이란 실제로 나이들고 나약한 노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만 젖어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는 이들을 모두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과거 텍사스의 광활한 벌판을 혼자서도 통제하던 회상에 젖은 보안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첫 살인 장면또한 불규칙적이고 신세대적인 살인 동기를 지닌 쉬거를 자신이 통제 가능하다고 믿은 한 보안관의 죽음이었다. 영화 속에서 수많은 노인들은 나태하고 나약하게 비춰진다. 과거 드넓은 황야에서 말한마리 타고 다니면서 강도 혹은 도둑을 잡던 시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그 시대에 위대한 보안관들덕에 얻은 평화에 안주한채 늙어버린 노인들은 심지어 현역 보안관인 에드마저도 상황을 쫓으며 사건을 재구성할 수는 있지만 앞서가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며 그저 신세대의 희생양이 될 뿐이었다. 실제 노인이 아니더라도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저격총으로 가젤 사냥을 즐기는 퇴역군인 르웰린 또한 구시대적인 미국의 추종자일 뿐이기에 영화의 끝에 그런 결말을 맞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박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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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최신 개봉영화(싱크홀, 프리가이, 더 톨:함정, 암살자들, 생각의 여름)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8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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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랙 백> 메인 예고편
"날 위해 누굴 죽일 수도 있어?" 서로를 속고 속이는 갓벽한 스파이 부부가 온다. [블랙 백]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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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티저 예고편
기다림은 끝났다!
전 세계가 기다려온 단 하나의 액션블록버스터!도미닉(빈 디젤)은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형제 제이콥(존 시나)이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연합해
전 세계를 위기로 빠트릴 위험천만한 계획을 세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패밀리들을 소환한다.
가장 가까운 자가 한순간, 가장 위험한 적이 된 상황
도미닉과 패밀리들은 이에 반격할 놀라운 컴백과 작전을 세우고
지상도, 상공도, 국경도 경계가 없는 불가능한 대결이 시작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