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2-04 11:48:33
12월 재개봉 영화 모음 zip.
당신이 기다리던 바로 그 영화!

바야흐로 재개봉 영화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스크린으로 보지 못해 아쉬웠던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재개봉 영화 목록 및 일정은 변경, 추가될 수 있습니다.
**극장별로 개봉영화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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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봄날의 햇살 같은 이야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편성 : ENA, 16화 완결 │ 장르 : 한국, 법정·드라마연출 : 유인식 │ 극본 : 문지원 │ 등급 : 15세 이상 시청가출연 : 박은빈(우영우), 강태오(이준호), 강기영(정명석), 하윤경(최수연), 주종혁(권민우) 외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과연 봄날의 햇살 같은 이야기
봄날의 햇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최고의 단어가 아닌가 싶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봄날의 햇살 같다. 나는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허황되게 동화 같은 이야기에는 극한의 거부감을 느끼는 매우 까다로운 시청자인데, 이 드라마는 영리하게도 그 경계에 머문다. 차별을 향한 혐오의 시선을 녹이는 따뜻함은 있지만, 그것이면 다 된다는 식의 허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작열하지 않고 은은히 내려앉는 봄날의 햇살처럼.
우 to the 영 to the 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인 주인공 ‘영우’는 뛰어남과 모자람을 동시에 지녔다. IQ 164로 천재에 해당하는 지능을 가졌지만,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고 소통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어서다. 그래서 그녀는 법전을 달달 외우는 천재성을 보이지만, 남들은 다 통과하는 회전문도 통과하지 못하는가 하면, 자신이 하는 고래 이야기를 남들이 싫어하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영우의 캐릭터는 허황인가 현실인가
그런 영우를 둘러싼 세상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영우를 같은 인격체로 대하는 시선과, 그렇지 못한 시선. 전자는 영우의 천재성과 특별함을 귀히 평가하지만, 후자는 어울리지 못하는 영우의 사회성을 지적한다. 이 드라마는 어쩌면 두 가지 시선 모두를 지녔을 시청자를 영우의 세계관에 데려다 놓으며, 천천히 자폐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외부인의 시선이었던 시청자는 어느새 영우의 세계관에 들어와 세상 밖을 보게 된다.
우리는 자폐인에 대해 잘 모른다. <말아톤>에서 본 조승우의 모습이 내게는 유일한 자폐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자폐를 가지고 과연 변호사라는 유능한 직업을 할 수 있는지. 이게 현실성이 있는 건지. 자폐 스펙트럼 장애도 수많은 결이 나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탓이다. 영우는 실제로 자폐를 앓았던 미국의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을 모티브로 한다. 템플 그랜딘은 영우처럼 취약하고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덕분에 대학교수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자폐가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할 수준의 장애라고 여기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매체를 통해 한정적인 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은 아닐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이런 법정 드라마는 처음이지?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것은, 그런 자폐인을 올곧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영우가 좌충우돌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들에서도 착실하게 재미가 쌓여간다. 자폐인에게는 편견이 없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 대한 과도한 연민이나 편향된 잣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은 공교롭게도 감정을 배제하고 공정해야 하는 변호사의 직업 특성에 특화된다. 그런 시선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영우를 보는 것은 과연 이 드라마의 큰 즐거움이었다. 정의롭되 휩쓸리지 않고, 감정을 덜어내되 치사해지지 않는 공정함. 패소와 승소를 번갈아 하지만 영우가 맡은 여러 가지의 사건들은, 그녀에게도 그리고 시청자에게도 묵직한 교훈을 남긴다.
더불어 이 따뜻한 드라마에서 영우만큼이나 애정이 갔던 캐릭터를 굳이 굳이 한 사람 꼽고 싶다. 단연 ‘정명석’ 변호사다. 영우에게 봄날의 햇살이었던 최수연 변호사도, 그녀를 훌륭히 키워낸 아버지도 좋았지만, 진정으로 영우에게 후광을 안겨준 이는 바로 정명석 변호사가 아니었을까. 대형 로펌 ‘한바다’의 선배 변호사였던 그는, 신입으로 들어온 우영우 변호사를 진심으로 대했다. 장애가 있다고 약자로 취급하지도 않았고, 천재라고 해서 시기하거나 적대하지도 않았다. 그는 선배 변호사로서 후배 변호사가 특정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로운 시선으로 사견을 풀도록 돕는다. 그런 두 사람의 선하고도 바른 시너지를 보는 것은 또 하나의 묘미였다. 살면서 그런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인생의 행운일지. 정명석 변호사를 연기한 강기영 배우에게도 인생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모든 차별과 편견을 녹이는 이야기의 힘
세상에는 다양한 결의 변호사가 존재한다는 걸 안다. 주로 권력과 자본의 편에 서서 의뢰인을 담당하는 변호사도 있겠고, 주로 소외계층의 편에 서서 어깨를 내어주는 변호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를 그 둘로만 나누는 것 역시 나의 편견은 아니었을지 이 드라마를 보고 반성하게 됐다. 수임료가 비싼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에게는 정의감이 없을 거라는 생각, 돈과 권력을 가진 의뢰인은 모두 범죄자일 거라는 생각. 하지만 ‘한바다’ 같은 대형 로펌이라고 권모술수가 남발하는 곳은 아니었다. 돈 많은 의뢰인들에게도 억울한 사연은 있으며, 돈 잘 버는 변호인에게도 정의감과 의협심은 존재했다. 다채로운 자폐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로펌과 법정의 세계 역시 다채로웠다. 한바다에 영우와 정명석이 있는 것처럼. 흰고래 무리 속에 외뿔고래가 있는 것처럼.
이것 아니면 저것. 가난하고 착한 변호사와 돈 잘 벌고 부패한 변호사. 비장애인과 장애인.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경계선을 지워나가게 만드는 이 드라마가 유난히 좋았다. 봄날의 햇살은 경계를 따지지 않고 어디에든 공평하게 내려앉는다. 초록색 들판에도, 차가운 아스팔트에도,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려 했던 누군가의 마음에도. 누군가가 이 드라마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그래서 나는 ‘봄날의 햇살 같은’ 드라마라고 하고 싶다. 차별과 편견이 만연한 세상의 모든 곳에 이 따뜻한 이야기의 햇살이 가 닿기를..., 바라본다.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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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언제나 피어있을 그를 떠나보내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의 마지막 작품,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11월 9일에 개봉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블랙팬서 실사영화 2번째 영화가 드디어 공개 되었다. 우리의 영원한 블랙팬서, 채드윅 보스만은 여기에 없지만 우리의 기억과 이 마음 속에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영화의 모든 분위기와 기존의 이야기를 계승해 갈 와칸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가 우리의 곁을 떠난 것만으로도 슬퍼서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슬픔에 잠긴 이 세상에서 마블은 새로운 블랙 팬서를 만들어내지 않고 그를 추모하는 방식으로 블랙 팬서 2를 구성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완전했던 그가 떠나며 와칸다에도 슬픔이 찾아온다. 그의 빈자리는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지만 와칸다라는 완전체가 하나가 되어 이겨내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에 보여줬던 마블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마블에게 헌신했던 히어로를 이러한 방식으로 추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0여 년 동안 마블 영화를 빛냈던 기존의 마블 히어로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나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R.I.P 블랙 팬서.
국왕이자 블랙 팬서인 티찰라의 죽음으로 와칸다는 슬픔에 잠기지만 그것도 잠시 와칸다를 노리는 수많은 세력들로 인해 슬픔도 감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다다른다. 비브라늄과 그 외의 존재에 대한 언급은 위협으로 다가와 와칸다는 영원히 하나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이겨낼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는 특히 와칸다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을 조명하여 그들이 살아온 이곳이 얼마나 그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인지 느끼게 만든다. 또 소중한 와칸다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사명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에 비치며 그의 빈자리가 더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는 이곳에 없지만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는 언제나 피어있다는 생각으로 그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이 없다고 느껴지는 건 블랙팬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와칸다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과 네이머의 존재를 서술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또 다른 죽음으로 성장을 꾀하는 그런 아쉬움에도 영원한, 그리고 영원할 와칸다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웅장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없는 와칸다, 블랙 팬서를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가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와칸다의 전부를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단순하게, 인상 깊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 아이언 하트를 제외하면 만족스러웠다.
마블 영화를 비롯한 히어로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히어로의 숙명이며 인간의 굴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참 마음이 아프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고 히어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한 번쯤 상상해보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좋은 능력을 가졌음에도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주위로 인해 악당이 되어버린 이들을 보면 히어로의 삶이 순탄치 않음을 반증한다. 쿠키영상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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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 1974년, 2023년의 임신중지
1963년, 1974년, 2023년의 임신중지
〈앵그리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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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소설 《사건》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레벤느망〉에서 주인공 안은 두 번의 임신중지를 시도한다. 뜨개질바늘을 사용해 혼자서 한 번, 불법 시술소에서 또 한 번. 〈레벤느망〉은 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비껴가지 않는다. 안의 거친 호흡과 고통스러운 신음, 날카로운 시술 도구가 안의 몸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럼으로써 ‘불법’이라는 추상적 규범이 초래하는 위험과 이것이 우리에게 남기는 수치심을 고발한다.
〈레벤느망〉의 배경은 1963년의 프랑스다. 〈앵그리 애니〉는 그로부터 10년 후의 일을 다룬다. 두 아이가 있는 엄마 애니는 임신중지가 가능한 곳을 수소문해 한 서점을 찾는다. 서점 직원은 찾는 책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혹시 모임에 온 것이라면 커튼 뒤쪽으로 가 보라고 말한다. 커튼 뒤에는 ‘불법이지만 비밀은 아닌’ 일이 이뤄지는 중이다. 그곳에 모인 여성들은 임신중지가 필요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그러자 누군가가 그들에게 사려 깊은 태도로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임신중지에 어떤 도구를 활용할지 하나하나 일러주고, 모든 궁금증에 상냥히 응대한다. 겁에 질려 그곳을 찾은 여성들의 긴장이 조금씩 풀린다. 그들은 MLAC, 임신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의 활동가다.
이제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시작된다. 애니는 임신중지를 위해 침대에 눕는다. 의사 한 명과 활동가 둘이 애니 곁에 있다. 그들은 애니에게 거울로 자궁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자기 몸의 아름다움을 긍정하기 위함이다. 의사는 애니가 불편함을 느끼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활동가는 애니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내내 곁을 지킨다.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끝났다고요?” 임신중지가 마무리되자 애니가 깜짝 놀라 묻는다.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애니에게는 이토록 쉽고 간단하고 안전하게, 심지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며 임신중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레벤느망〉의 임신중지 장면과 달리, 〈앵그리 애니〉의 임신중지 장면은 심지어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두 영화가 임신중지를 재현하는 방식의 차이는 여성의 임신중지 경험이 어떤 환경과 맥락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극적으로 대비한다.
MLAC 덕에 공포가 안도로 바뀐 애니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경험에 계속 잊히지 않는다. MLAC의 도움으로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은 안전하고 믿음직한 환경에서 임신중지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기부금 형식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됐다. 그들의 활동이 자신에게 가져다준 커다란 평온에 감명받은 애니는 순수한 호기심이 인다.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불법 행위를, 심지어 비밀리에 진행하지도 않는 이들은 모두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데, 애니는 그런 그들에게 마음이 움직인다.
그러던 중 애니에게도 각성의 순간이 온다. MLAC 조직이 여러 곳에서 활동하긴 했어도 임신중지를 원하는 모든 여성을 돕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즉, 여전히 많은 여성이 위험한 환경에서 임신중지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여성이 이 과정에서 죽었다. 애니의 이웃도 마찬가지였다. 애니는 본격적으로 MLAC 활동을 시작한다. 활동을 통해 자신의 편견을 조금씩 수정해나가고, ‘생명 파괴’ ‘문란함’ 등의 낙인 때문에 여성들이 임신중지에 얼마나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도 직접 대면한다.
애니가 MLAC 활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영화의 질문은 확장된다. 〈앵그리 애니〉는 그저 임신중지의 합법화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화에는 더 크고 깊은 질문이 담겼다. MLAC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활동가, 의사만으로는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오랫동안 단체에서 의사를 돕던 활동가들이 직접 임신중지 시술을 집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주로 남성으로 구성된 MLAC의 의사들이 반발한다. 자칫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에 전문가만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여성들은 의사 없이 임신중지보다 훨씬 더 위험한 출산을 인류의 탄생 때부터 서로 도우며 해왔고, 시술법이 발전한 덕에 임신중지의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MLAC 여성 활동가들은 여성들의 느끼는 공포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었다.
이는 남성/국가/전문가 집단이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독점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야 애니는 화를 내는데(‘앵그리 애니’), 그 이유도 이 때문이다. MLAC의 활동이 큰 이슈가 되어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으나 합법화가 의료 기관이 그 권한을 독점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MLAC에서 가능했던 여성들 간의 연대, 여성 경험의 가시화 등은 배제된 채(즉 MLAC에서 여성들이 쌓아 온 역량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채) 여성이 다시금 남성/국가/전문가의 수동적 객체로 위치지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애니는 화가 난다.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후 병원에서의 임신중지는 위험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여성을 다시금 외롭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MLAC 활동을 하며 애니가 가족에 ‘소홀해지는’ 과정과 이로 인한 가족 내 갈등을 통해서는 여성이 가사노동의 책무 때문에 사회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는 상황을 짚기도 한다. 〈앵그리 애니〉는 단순히 낙태죄 폐지가 진보·정답이 아님을, 여기에는 이를 초과하는 다양한 결의 질문과 고민이 동반되어야 함을 보인다. 임신중지에 관한 단편적 이해와 서사를 넘어, 여기에 무수히 많은 이슈가 결합되어 있음을 보이는 이 영화는 낙태죄가 페지된 이후에도 여전히 아무런 후속 입법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무책임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임신중지 이슈에 관한 필람작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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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 2021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아역배우상 수상!
<미나리> 2021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아역배우상 수상!
이미지 출처: 유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트위터
지난 해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휩쓴 <기생충>에 이어 2021년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 가 골든 글로브 수상 쾌거에 이어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과 아역배우상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는 미국 방송영화 비평가협회(BFCA)에서 주관하며, 지난해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어 <미나리>의 오스카 입성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이번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는 3월 7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미국시간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 모니카 바커행어에서 개최되었으며 골든 글로브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코로나 방역수칙 아래 일부 시상자는 실제 참석하였고 후보자와 수상자는 온라인 참석하였다.
<미나리>는 한인 2세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남부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다. 영화 내용에 걸맞게 한국인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국내를 넘어 미국 현지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수상의 의미가 남다르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한 이야기 <미나리>는 <문유랑가보>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올라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정이삭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지난 3월 1일, 골든 글로브에서 사랑하는 딸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눈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단지 미국의 언어나 그 어떠한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입니다. 저 스스로도 그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물려주려고 합니다. 서로가 이 사랑의 언어를 통해 말하는 법을 배우길 바랍니다"라고 소감을 밝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데뷔작 <미나리>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아역배우상을 수상한 배우 앨런 김은 "정말 감사해요. 먼저 제게 투표하신 비평가분들과 저의 가족, 정이삭 감독님, 크리스티나 오(프로듀서), 스티븐 연, 더글라스 석(감독 어시스턴트), 켈리, 수산나 송(의상감독), 해리 윤(편집감독), 줄리아 김(캐스팅 디렉터), 한예리, 윤여정 선생님, 노엘 조, 윌 패튼, 마이크, A24, 플랜 B, 그리고 <미나리>를 위해 힘써준 모든 크루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려요. 얼른 다음 영화에서 관객들과 다시 만나길 바라요. 이건 꿈이 아니겠죠? 꿈이 아니길 바라요"라며 극중 대사를 활용한 귀여운 소감과 함께 눈물을 터뜨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 배우 윤여정과 특별하고 매력적인 케미를 보여준 그는 특유의 순수한 매력과 함께 감독이 요구하는 것 그 이상을 표현해내는 등 천재적인 연기력으로 워싱턴, 시애틀, 라스베가스 비평가협회상과 골드 리스트 시상식에서도 연기상을 석권하며 전 세계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A24의 차기작인 <래치키 카인즈>(Latchkey Kinds)라는 영화에도 캐스팅되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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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박사의 그늘은 매력적이지만...
누구나 마음속의 그늘이 있다. 그걸 조금씩 드러내 놓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완전히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감추고 살아도 과거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 그늘의 영향을 시종일관받으면서도 그것을 티 내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쓴다. 평생을 그렇게 벗어나고 극복하려 애쓰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한 사람의 성격과 생각을 만든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그 그늘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개인에게는 극복할 목표를 주고, 그것을 극복하려 애쓰면서 좀 더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주인공 천박사(강동원)의 그늘을 다루고 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천박사는 가짜 퇴마사역할을 하는 것처럼 등장한다. 그는 퇴마를 하는 회사를 만들고 민배(이동휘)를 직원으로 고용해 함께 퇴마활동을 한다. 그 퇴마활동에는 여러 첨단 기기들이 동원된다. 즉, 천박사가 하는 퇴마 행위에는 진짜 귀신이 등장하지 않고, 심리학을 전공한 천박사의 심리적인 해결방법으로 의뢰자들을 설득해 나간다.
천박사의 숨겨진 그늘
그저 가볍게 보이는 천박사와 민배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천박사의 모습은 꽤 진지하고 심지어는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의 과거가 이야기되면서 드러나는 천박사 복수는 그가 하루이틀 준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부터 천박사의 그늘이 완전히 드러난다. 그는 과거에 할아버지와 동생을 잃게 되었고 그 일에 관여된 악당을 찾고 있었다. 그 과정은 꽤 길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천박사의 모습은 과장되어 있다. 아무런 힘이 없어 보이고 괴짜처럼 보이는 그는 무당이었던 할아버지의 기운을 물려받아서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악귀와 대결에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천박사의 모습은 과장되어 있지만 그가 가진 내면의 힘과 능력은 어느 정도 이해할만한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악귀와 싸우면서 크게 다치지 않고 대등하게 대결을 벌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천박사가 유경(이솜)의 의뢰를 받은 이후 악귀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아무리 천박사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수십 명이 천박사와 동료를 공격하는데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천박사의 그늘이 공개되면서 천박사의 유머는 힘을 잃고, 옆에 있는 민배만이 망가지며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유머도, 액션도 힘이 떨어진다.
천박사가 본인의 그늘을 드러내지 않고 진지하게 악귀의 존재에게 다가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가 평생 가지고 있던 목표였고, 그의 슬픔을 해소할 수 있는 복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가 점점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도움 없이 악귀 우두머리인 범천(허준호)과 대등하게 대결을 벌인다. 영화에서는 그 대결을 마지막에 넣어 두었지만 천박사의 강력한 힘과 그가 가진 무기의 절대적인 힘이 마지막 두 인물의 싸움을 시시하게 만든다.
천박사를 제외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이야기와 캐릭터
천박사 역을 맡은 강동원은 과거에 <전우치>나 <군도>에 등장해서 조금은 비현실적인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보여준 적이 있다. 도술을 쓰는 존재로 등장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과거의 작품들처럼 이번 <천박사 퇴마 연구소>에서도 가벼우면서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등장한다. 나머지 등장인물들에 비해 천박사라는 캐릭터는 꽤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천박사는 밝지만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이 영화 안에서 가장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천박사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민배는 유머 캐릭터로 소비되고 있고, 황사장(김종수)은 천박서의 퇴마활동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잔소리 꾼으로 남는다. 의뢰인 유경 역의 이솜은 유일하게 유머가 없는 조용하고 진지한 인물이지만 특별히 매력적인 역할로 등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영화의 빌런인 범천의 카리스마는 눈에 띄지만 그 카리스마를 더욱 돋보이게 할 다른 빌런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범천을 따르는 부하들은 너무 약하고 그마저도 후반부에는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린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김성식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과거 <헤어질 결심>,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기생충>의 조감독 출신인 그는 좋은 배우와 깔끔한 화면으로 퇴마활극을 만들었지만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다. 98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에도 이 영화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화에 강동원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더욱더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영화다. <빙의>라는 원작 웹툰이 있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흥미가 떨어진다. 이어지는 웹툰의 후속 시리즈가 있기 때문에 이번 첫 번째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하느냐에 따라 연작 시리즈가 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천박사라는 캐릭터 자체는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고 주변인물들이 이야기를 맴돌고 있다. 무엇보다 악귀가 등장할 때도 특별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아 후반부로 갈수로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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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독일] 작은 컵케이크라도 좋아요
독일 감독 토마스 스터버의 영화 <인 디 아일>(In the Aisles, 2018)은 대형마트라는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고독과 연대, 그리고 삶의 작은 온기를 세심하게 포착해낸 작품이다. 화려한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전개 없이도, 반복되는 노동의 리듬과 섬세한 감정선을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야기는 신입 직원 크리스티)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과거의 그림자를 지닌 그는 대형마트에 입사해 선임 직원 브루노에게 지게차 운전을 배우며 서서히 새로운 일상에 스며든다. 캔디 코너에서 일하는 마리온과의 조심스러운 교류 역시, 크리스티안이 외부 세계와 맺는 첫 번째 유의미한 관계다. 이들은 커피 자판기 앞에서 짧은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지만, 서로에게는 말하지 못할 깊은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인 디 아일>은 마트라는 닫힌 공간 안에서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조용히 위로를 건네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거대한 사회적 구조 속에서 소외된 개인들이 어떻게 서로를 지탱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이 과정에서 지게차는 단순한 노동 도구를 넘어 인물 간 소통과 위로의 매개체가 된다. 브루노는 크리스티안에게 지게차 포크를 끝까지 올렸다가 내리면 파도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작은 자유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영화의 마지막, 크리스티안과 마리온이 함께 그 파도소리를 듣는 장면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교감의 순간을 담아낸다. 지게차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이 파도소리로 변하는 순간, 두 사람은 잠시나마 각자의 고독과 상처를 내려놓고, 조용하지만 확실한 연대를 느낀다.
영화는 인물 각각의 내면에 천천히 다가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크리스티안’, ‘마리온’, ‘브루노’라는 챕터 구성을 통해, 단순히 하나의 시선에 머무르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고독과 상처, 그리고 그들이 서로를 통해 경험하는 미묘한 변화를 입체적으로 비춘다. 이 구조는 영화의 섬세한 정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일상의 리듬을 통해 감정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의 기계적인 노동 소리, 클래식 음악(특히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왈츠)의 선율, 그리고 인물들의 조심스러운 눈짓들이 어우러지면서, 관객은 눈에 띄는 사건 없이도 인물들의 감정선에 서서히 이입하게 된다. 크리스티안이 마리온의 집에 꽃을 놓고 나오는 장면에서는 불안과 순수함이 교차하고, 그의 사랑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진심어린 것인지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배경으로 설정된 동독 지역의 대형마트는, 통일 이후 독일 사회의 변화와 여전히 남아 있는 소외의 문제를 은근하게 반영한다. 영화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그 변화의 잔물결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들의 얼굴과 목소리에 집중한다. 덕분에 특정 시대나 지역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인 디 아일>은 고요하지만 깊은 파동을 남기는 영화다. 반복되는 노동과 고독 속에서도, 인간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음을, 그리고 아주 작은 순간들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일러준다. 화려하지 않은 대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여운을 남기며, 현대인의 고독과 연대에 대한 가장 진실한 이야기 중 하나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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