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2-03 15:34:27
12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순위 싸움 치열한 극장가, 한국 영화 대거 개봉!

<모아나 2>와 <위키드>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금주에는 한국 영화들도 경쟁에 참전합니다!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 배우를 필두로 탄탄한 출연진과 배구계의 전설 김연경 선수가 출연 소식을 알려 화제가 된 <1승>과 홍제동 방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방관>이 오는 4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소방관> 역시 주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이준혁, 장영남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어떤 앙상블 연기를 펼칠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데뷔작 <더 길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이번에는 교도소로 공간을 옮겼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강렬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냈던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신작 <아들들>에서는 어떤 연출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위키드>에 이어 금주에도 음악 영화가 개봉합니다. 존 레논, 척 베리, 더 도어즈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무대에 세웠던 1969년 '토론토 로큰롤 리바이벌'을 다룬 다큐멘터리 <리바이벌 69'>도 12월 4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승
One Win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7분
감독: 신연식
주연: 송강호, 박정민, 박명훈, 장윤주, 이민지
개봉: 2024.12.04.
배급: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줄거리
"그래도 한 번은 이기겠죠?"
지도자 생활 평균 승률 10% 미만! 파직, 파면, 파산, 퇴출, 이혼까지 인생에서도 ‘패배’ 그랜드슬램을 달성 중인 배구선수 출신 감독 ‘우진’은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에이스 선수의 이적으로 이른바 ‘떨거지’ 선수들만 남은 팀 ‘핑크스톰’은 새로운 구단주 ‘정원’의 등장으로 간신히 살아나지만 실력도, 팀워크도 이미 해체 직전 상태.
그 와중에 막장, 신파는 옵션, 루저들의 성장 서사에 꽂힌 ‘정원’은 ‘핑크스톰’이 딱 한번이라도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운다. 모두가 주목하는 구단이 됐지만 압도적인 연패 행진을 이어가는 ‘핑크스톰’. 패배가 익숙했던 ‘우진’도 점점 울화통이 치밀고, 경험도 가능성도 없는 선수들과 함께 단 한번만이라도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소방관
FIREFIGHTERS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6분
감독: 곽경택
주연: 주원, 곽도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
개봉: 2024.12.04.
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살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가 마지막 현장인 소방관 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의기투합한다. 어느 날, 다급하게 119 신고 전화로 홍제동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긴급 상황이 접수되자 팀원들은 위기를 직감하는데…
누군가의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 이름 <소방관>.
2001년 가장 빛났던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겠습니다.
아들들
SONS

개요: 드라마 | 덴마크, 스웨덴 | 98분
감독: 구스타브 몰러
주연: 시드 바벳 크누센, 세바스찬 불 사르닝, 다 살림
개봉: 2024.12.04.
배급: 해피송

줄거리
재소자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성실한 교도관 ‘에바’(시드 바벳 크누센).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 ‘미켈’(세바스티안 불)이 그녀가 일하는 교도소로 이감된 사실을 알게 된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에바’는 그가 수감된 최고 보안 시설인 중앙동으로 자진해 근무지를 옮기고, 그를 직접 마주하기로 결심하는데...
“내 아들을 죽인 살인자, 나는 그를 마주해야 한다”
리바이벌 69’
Revival69: The Concert That Rocked the World

개요: 다큐멘터리 | 미국 | 98분
감독: 론 챕맨
주연: 존 레논, 오노 요코, 리틀 리처드, 척 베리
개봉: 2024.12.04.
배급: 스튜디오 에이드

줄거리
존 레논, 척 베리, 리틀 리처드, 더 도어즈, 보 디들리 그리고 오노 요코 1969년, 무모한 전화 한 통에서 출발한 전설의 뮤직 페스티벌 ‘토론토 로큰롤 리바이벌’.
그 믿을 수 없는 시작과 전 세계를 뒤흔든 열광적인 무대의 기록.
Let’s Do it, Let’s Rock N Roll!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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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로부터 '무민'을 그려내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쓴 글입니다.
*글에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무민’ 캐릭터는 알고 있었지만, 책과 만화를 읽어 본 적은 없는 내게 무민 작가의 삶을 다룬 영화 〈토베 얀손 〉은 꽤 놀라웠다. 나는 캐릭터에 그를 창조한 작가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하얗고 동그라며 귀여운 트롤인 무민을 그린 작가 역시 아기자기하고 아담한 성품의 온화한 인물이었을 거라 막연히 짐작했다. 그러나 완벽한 편견이었다. 토베의 삶은 격정적이었고, 무민은 굴곡진 그녀 삶의 순간들을 오롯이 품은 넓고 깊은 캐릭터였다.
영화 〈토베 얀손〉은 토베가 삶의 가장 중요한 두 영역인 일(예술)과 사랑 모두에서 실패를 겪었다고 말한다. 먼저 예술이다. 누군가는 무민이 토베 사후에 인기를 얻은 것도 아닌데 왜 그녀가 예술 영역에서 실패했다고 말하는지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토베에게 예술적 성취는 유명세의 문제가 아니었다.
토베의 아버지는 핀란드의 유명한 조각가였다. 토베가 아버지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길 꿈꿨다면 조금은 수월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만약 그랬다면 무민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토베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아버지는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고 둘은 자주 갈등을 겪었다. 결국 토베는 집을 떠나 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 엉망이 된 허름한 집을 구해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토베는 무민으로 성공을 거둘 때까지 빈곤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무민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어도 기뻐하지 않는다. 토베가 무민을 ‘본업(그림)’에 방해되는 시시한 낙서, 제대로 된 예술이 아닌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무민은 생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자신에게 사인을 받은 후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는 씁쓸한 토베의 표정은 그녀가 무민에 느끼는 거리감을 잘 보여준다.
그다음은 사랑이다. 영화 마지막에 토베가 평생을 함께할 레즈비언 파트너 투티키를 만났다는 언급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영화가 비추는 생애 기간에 토베는 늘 사랑의 실패자였다. 토베의 사랑이 향하는 첫 번째 대상은 사회주의를 주창하는 유부남 국회의원 아토스다. 그는 다정하고 사려 깊으며 토베를 이해해준다. 그런데 토베가 아토스를 사랑하는 동시에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토베의 두 번째 사랑은 헬싱키 시장의 딸, 연극 연출가, 레즈비언인 비비카다. 비비카는 저돌적으로 토베를 유혹하여 사로잡는다. 아토스는 비비카에게 마음을 빼앗긴 토베를 보며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그는 토베와 비비카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걸 견디기 어렵다. 한 명의 마음속에 두 명을 향한 마음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에게 생경하다. 아토스와 토베의 관계는 점차 소원해진다.
문제는 비비카와의 관계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데 있다. 바람둥이인 비비카는 속박받는 관계를 싫어한다. 욕망이 이끄는 곳을 따라다니는 그녀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그런 비비카에게 상처 받은 토베는 충동적으로 아토스에게 청혼하기도 한다. 동성애 사랑 실패의 보상으로써 이성애 결혼으로 도피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토베의 양심은 이러한 도피가 오래도록 지속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청혼에 행복해하는 아토스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아토스는 또 한 번 좌절한다. 둘이 한 때 사랑하는 사이였기에, 아토스의 좌절은 토베의 좌절이기도 하다. 사랑의 실패는 쌓여만 간다.
비비카를 향한 토베의 마음은 그 이후로도 오래 이어진다. 토베가 최종적으로 비비카를 단념하는 건 그녀가 영원히 자기 손에 잡히지 않을 사람이란 걸 분명히 깨달은 후다. 토베는 비비카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여러 파트너 중 한 명으로 머무는 것을 견딜 수 있을 만큼은 아니다. 토베가 평생을 함께할 연인 투티키를 만나는 건 이 모든 혼란과 상처가 지나간 후다.
요컨대, 토베 얀손은 예술가를 지향했으나 도달하지 못했고, 사랑을 갈구했으나 안착하지 못했다. 이중의 실패는 경제적 윤택과 그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자기만의 세계에 침잠하게 만들었다.
무민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토베는 좌절과 고난의 순간에 틈틈이 무민을 그렸다. 스너프킨은 아토스, 토프슬란과 비프슬란은 각각 토베 자신과 비비카를 형상화한 캐릭터라고 한다. 항상 파이프를 물고 있는 스너프킨과 둘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토프슬란·비프슬란은 모두 토베가 가장 깊게 사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착안한 캐릭터였다. 무민은 토베 삶의 모든 순간에 깃들어 있다.
무민이 끝내 토베와 세상을 화해시킨다는 점이 흥미롭다. 늘 세상에 거부당했던 토베는 자기 내면의 분노, 좌절, 고집, 사랑, 행복의 감정을 쏟아 무민을 창조했다. 얄궂게도 그런 무민은 토베를 밀어낸 세계에서 환대받는다. 토베가 열렬히 갈망했던 대상은 토베를 외면했지만, 자신이 부정당했다는 마음을 담아 먹고살기 위해 만든 캐릭터는 토베에게 오래도록 지속될 명예를 선물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리는 토베로부터 삶이란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임을 배운다. 이처럼, 때때로 ‘실패한 삶’은 예술이 된다. 생애사의 중요한 대목을 전부 담아내야 한다는 전기 영화의 의무감이 헐거운 감정선으로 이어진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옹호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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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 7월 3주차 주말 박스오피스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주말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개봉 4주 차를 맞은 <F1 더 무비>가 33만 2,91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시 1위에 올랐고(누적 187만 3,720명), 역대 한국영화 북미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K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드디어 7월 18일 개봉하여 2위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6위를 기록한 <슈퍼맨>이 북미에서는 1위 자리를 지키며 워너브라더스의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네요!
여러분은 주말에 어떤 작품 보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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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비교적 낮은 스코어로 1위에 올라선 <더 마블스>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한 흥행 성적에 기를 못 피고 있는데요. 젊은 감독과 뉴페이스 배우들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아쉬운 수치입니다.
과연 마블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국내 박스오피스]
마블 스튜디오 신작 <더 마블스>가 개봉 이후 첫 주말을 맞아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영화는 지난 8일 개봉 이후 5일째 1위를 달리며 누적 관객 수
44만6천여명을 기록 중인데요.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긴 했으나 마블 영화로서는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수치로 현재 추세라면 1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더 마블스>는 10~12일 47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마블이 지난 15년 간 내놓은 영화 33편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더 마블스> 이전엔 2008년에 나온 <인크레더블 헐크>가 가진 5540만 달러가 최저였지만 올해 나온 마블 영화 중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
개봉 첫 주말 성적도 1억600만 달러인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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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보는 세상으로의 여행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주말에도 일을 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주말가족여행’이라는 것은 존재자체를 몰랐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엄마는 우리에게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독박육아를 피하고 싶었던 건지 여름이면 이모와 이종사촌들과 함께 충주에 있는 이모할머니댁으로 몇 주간의 긴 여행을 떠났다. 고향를 떠나 멀리 충주로 시집간 이모할머니댁은 마을에 집이 몇 채 없는 시골이었다. 이모할머니집에서 보이는 집은 세 네채 정도 였고, 수퍼마켓도 없어서 걸어서 10분 넘게 가야하는 마을 입구의 작은 집에 과자 몇가지와 음료수 같은 걸 팔고 있는게 다 였다. 마을이 워낙 작은 데다가, 아이가 있는 집이 없어서 여름 방학에 우리들이 와서 시끌시끌 떠드는 걸 온 동네사람들이 기다렸다고 한다.
꼬불꼬불 굽이진 산을 넘어가며 멀미를 하던 기억,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한 뒤에,먹었던 수박의 맛. 균형을 잡으며 걸어야 했던 좁은 논두렁 길, 메뚜기를 잡겠다고 뛰어다니던 일, 불빛이라곤 하나도 없는 깜깜한 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았던 은하수. 매해 여름방학을 기다렸던 건 충주이모할머니댁 때문 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웃집 토토토>를 볼 때 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동네를 생각한다. ‘사츠키’와 ‘메이’가 시골 마을로 이사 오는 첫 장면부터 이모할머니댁으로 가던 그 느낌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1955년 일본의 시골 마을 11살 사츠키와 4살의 메이 자매는 도쿄의 대학연구원인 아빠와 함께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다. 엄마가 몸이 좋지 않아 입원중인데, 퇴원하면 좋은 공기가 있는 곳에서 살기 위해서다.
집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낡았는데, 자매는 도깨비집같다며 깔깔 웃으며 뛰어다닐정도록 밝다. 오래된 집, 옛날 화장실, 엄청난 벌레같은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숲과 나무가 가득한 자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자매. 어느 날 메이는 마당에서 혼자 놀다가 정령을 만나게 되는데, 메이는 그 정령에게 토토로란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 메이는 토토로를 만난 것을 자랑하지만, 사츠키는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우산없이 나간 아빠를 마중갔다가 자매는 토토로를 만난다.
병원에 계신 엄마의 증세가 좋아져 주말에 집으로 온다는 소식에 자매는 기대했지만, 엄마의 상태가 악화되어 못오게 되어 아빠는 급하게 병원으로 가고, 이웃집 할머니가 돌보아 주지만 자매는 우울함에 말다툼을 하게 되고, 메이는 엄마를 혼자 찾아 가려고 집을 나선다. 사츠키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메이를 찾아 나서지만, 흔적을 발현할 수 없었고, 절망한 사츠키는 토토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토토로는 고양이 버스를 부르고, 사츠키가 타자 바람처럼 달려 메이를 찾아준다. 메이와 사츠키는 화해하고,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가 창문으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본 뒤, 창문에 옥수수를 놓아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웃집 토토로>의 이야기는 뭐랄까 담백하다.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라는 말도 거창하다고 느껴진다. 그저 어디까지가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고, 어디까지가 어른이 보는 세상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인적은 드물고, 자연으로 가득 찬 시골, 정령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 이모할머니댁에 갔던 열살 무렵 그 시절의 나 또한 수많은 요괴와 도깨비와 요정과 정령을 만났다. 시간이 흘러 초등학생의 엄마가 된 나는 이제 <이웃집 토토로>의 아빠를 본다. 토토로를 만난 게 거짓말이 아니라고 뾰루퉁한 메이에게 “거짓말이라고 생각 안 한단다. 숲의 주인을 만났나 보다. 운이 좋은 거야. 근데 늘 만날 수는 없는 거란다.” 라고 말하는 어른. 나이가 들어 이제는 더 이상 숲의 정령을 못 만나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어른의 눈으로 가르치기 보다.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 태도를 본다. 이번 여름 방학엔 아이가 보는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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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덕희 | 실화의 힘을 조금만 더 믿었더라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운영하던 세탁소에 불이 나 급히 대출을 알아보던 '덕희'(라미란). 때마침 거래은행의 '손 대리'(공명)가 전화로 딱 맞는 대출상품을 추천해 준다. 덕희는 수수료 3,200만 원을 8차례에 걸쳐 손 대리에게 보내지만, 이내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돈도 없이 거리에 나앉은 그녀는 경찰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하지만 '박 형사'(박병은)는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수사를 포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손 대리가 덕희에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온다. 자기 이름이 '재민'이라고 밝힌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나가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반신반의하던 덕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민과 공조하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필살기를 하나씩 가진 친구 '봉림(염혜란)', '숙자(장윤주)', '애림(안은진)'과 함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무생)'을 잡기 위해 직접 중국 칭다오로 향한다.
한끝 부족한 선택과 집중
실화 기반 창작물은 언제나 같은 고민을 한다. 실화 중 어느 부분에 집중할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실화의 모든 인물, 사건, 갈등을 다루기에는 시간 압박이 있으므로. 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 가해자, 조력자, 목격자, 경찰 등 중에서 누구에게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추격자>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처럼.
<선희와 슬기>를 연출한 박영주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시민덕희>에서도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시민덕희>는 2016년에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을 직접 잡은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의 사연을 다뤘다. 이 사건도 각색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도 손을 뗀 사건을 직접 수사한 시민, 시민의 공로를 가로챈 무능한 경찰, 양심적인 선택을 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결국 붙잡힌 총책 등 독특한 서사를 지닌 인물이 많기 때문이다.
<시민덕희>는 사건을 두 줄기로 나눴다. 우선 덕희와 재민이 정보를 캐내려 협력하는 서사가 중심이다. 그 덕분에 범죄 영화나 스릴러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주변부는 코미디로 꾸몄다. 덕희와 재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과 사건은 분위기 전환을 위한 웃음거리가 됐다. 일장일단이다. 전자가 생동감 넘치고 독특한 범죄 영화를 탄생시킨 원동력인 반면, 후자는 그 성과를 발목 잡는 원인이 됐다.
중심은 잘 잡았다
비록 범죄 영화지만, <시민덕희>에서는 스릴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범인을 쫓는 과정보다 피해자의 절박함이우선시된다. 라미란의 열연 덕분에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세상이 무너진 듯한 울분이 생생하다. 덕희가 손 대리를 찾으러 간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사실을 깨닫고 호흡곤란으로 쓰러질 때. 매뉴얼만 되풀이하는 경찰과 통화할 때. 제보를 무시하는 박 형사에게 욕을 할 때. 피해자의 절절함이 스크린으로부터 묻어난다.
또 하나의 특이점이 있다. 보이싱피싱범 재민이다. 사실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에게 직접 제보한다는 전개는 실화라 해도 자칫 황당할 수 있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루는 시점을 살짝 바꿔서 개연성을 높인다. 피해자나 경찰의 입장이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 내부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묘사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보다도 보이스피싱 조직 구조와 수법 묘사가 더 입체적이고 자연스럽다.
그 덕분에 재민의 서사도 풍부해진다. 영화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둘로 나눈다. 재민처럼 사기당한 후 협박과 강요 때문에 조직범죄에 이용당하는 가해자 겸 피해자가 있다. 반대쪽에는 총책을 비롯해 주도적으로 조직을 관리하는 범죄자가 있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다 보니 재민이 총책과 조직을 밀고하는 이유, 그의 정의로움과 양심이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에도 설득력이 붙는다.
이처럼 탈출을 꿈꾸는 재민의 절실함과 빼앗긴 돈을 찾으려는 덕희의 절박함이 어우러지면서 <시민덕희>는 여타 범죄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을 확보한다. 이는 장르적 쾌감으로도 이어진다. 그들이 어떻게 접선할지, 어떻게 정보를 전달할지, 들킬지 안 들킬지 지켜보는 재미와 긴장감이 적지 않다.
주인공 말고는 아쉬운 캐릭터
두 주인공을 집중 조명한 여파도 크다. 먼저 악역 문제가 눈에 띈다. 범죄 영화에서는 위압적인 빌런이 필수다. 피해자의 두려움을 강조하고, 위기감도 고조하면서 장르의 재미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패니까. 그런데 빌런에게 할당된 분량이 부족하다 보니 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저 한국 영화에 자주 등장한 조선족 조폭 중 하나로 보일 뿐이다. 결국 그를 체포하는 순간의 쾌감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다른 캐릭터 역시 과하게 도구적이다. 일단 덕희 친구들은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과하게 호들갑 떨면서 웃어야 할 순간을 정확히 알려주는 캐릭터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 숙자는 철부지 없는 동생, 봉림은 정 많은 언니라는 조연의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다.
캐릭터 구성도 편의적이다. 덕희 친구들은 사건 해결에 필요한 능력치를 하나씩 나눠 갖고 있다. 일례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때마침 통역을 담당해 줄 조선족 친구 봉림이 직장에 있다. 칭다오에서는 봉림의 여동생 애림이 때마침 택시 기사로 일하는 중이다. 경찰에게 보낼 증거 사진은 때마침 아이돌 찍덕 출신인 숙자가 확보한다. 총책 검거라는 결말을 위해 모든 우연이 겹치고 있으니 부자연스럽다.
실화를 조금만 더 믿었더라면
조연 캐릭터 문제는 영화의 구조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민덕희>의 장점은 경찰의 무신경함과 무능함을 이겨내는 피해자와 제보자의 사투에 있다. 공권력의 도움을 기대 못하는 일반 시민의 억울함. 그렇지만 스스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내는 특별한 시민을 보는 쾌감. 그 둘의 조합이 <시민덕희>만의 특별함이다.
이때 핵심은 경찰이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덕희의 제보를 무시할 때 두 주인공의 감정선과 활약이 더 돋보이고, 장르적으로도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박 형사는 한 발 늦게 뒷북치는 전형적인 형사 캐릭터로 묘사되며, 코미디 도구 중 하나로 소비된다. 이처럼 경찰 캐릭터의 역할이 모호하니, 영화 전반의 진중한 분위기와 간혹 등장하는 코미디는 좀처럼 잘 섞이지 않는다.
이는 아쉬운 마무리로 이어진다. 현실에서 경찰은 김 씨에게 공로를 가로채려고 검거 소식을 알리지 않았고, 신고보상금도 주지 않았다. 반면에 <시민덕희>는 일반적인 한국 영화처럼 해피엔딩이다. 덕희는 아이와 친구들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총책을 체포한 후 경찰은 존재감이 없어진다.
그 결과 <시민덕희>만의 개성도 옅어진다. 계속해서 실화에 충실했다면, 경찰도 아닌 시민이 직접 나서야 했던 덕희의 서사가 마지막까지 돋보였을 것이다. 경찰 같은 공권력의 역할에 관해서도 질문을 던지며 보이스피싱은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의 범죄라는 메시지도 강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민덕희>는 경찰을 덕희의 조력자로 바꿨고, 결국 스스로 잠재력을 억누르며 평범한 범죄 오락 영화로 귀결됐다.
이에 더해 마케팅도 아쉽다. 마케팅 문제는 크게 두 경우가 있다. 좋지 않은 완성도를 마케팅으로 감춰버린 나머지 영화를 본 후 관객의 실망감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내용과 완성도는 준수한데, 포스터나 예고편이 관객을 좀처럼 유인하지 못할 때도 있다.
<시민덕희>는 후자다. 영화를 보면 예상 못한 장점이 치고 들어올 때의 놀라움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포스터의 느낌이나 예고편의 방향성은 전형적인 한국의 범죄 코미디 영화 같은 인상을 준다. 내용물인 진중한 드라마보다는 코미디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 비록 실망스러운 대목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장점을 스스로 가려버린 셈이다.
Poor 형편없음
어긋난 기대, 의외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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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오 | 픽사라서 평가절하될 우주 탐험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모님을 모두 사고로 잃고 고모 '올가'(조 샐다나)에게 맡겨진 소년 '엘리오'(요나스 키브레브). 고모에게서도, 학교에서도, 잠깐 맡겨진 캠프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엘리오는 차라리 외계인이 자신을 데려가 주기를 바라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고를 친 후 올가 사무실에서 고모를 기다리던 엘리오는 우연히 외계인과 연락이 닿는다. 보이저호에 실린 황금 접시를 본 외계인들이 지구로 보낸 통신이 올가가 근무하는 공군 기지에 도착한 것. 이에 엘리오는 지구 대표를 자칭하며 외계인들의 모임인 '커뮤니버스'로 소환된다. 엘리오는 마음을 나눌 친구 '글로든'(레미 에드걸리)을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내 그의 앞에는 우주를 위험에 빠뜨릴 위기가 닥친다.
‘픽사다움'의 두 얼굴
"픽사답다" 혹은 "픽사가 픽사했다." 지난 30여 년간 픽사가 제작한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평가할 때 통용된 대표적인 찬사다. 애니메이션 영화인데도 유별나게 성인 관객을 울리는 데 특화된 픽사 고유의 미덕을 담아낸 표현이기도 하다. 픽사의 첫 장편 영화인 <토이 스토리>부터 가장 최근의 10억 달러 돌파 작품인 <인사이드 아웃 2>에 이르기까지 '픽사다움'은 순간순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유지됐다.
'픽사다움'에는 몇 가지 원동력이 있다. 사소한 일상에서 대부분의 아이가 보편적으로 느끼고 겪는 감정과 경험을 발견하는 관찰력. 누구나 한 번쯤은 머릿속으로 그려봤을 법한 그림과 보편적인 경험을 하나로 엮는 상상력. 익숙한 감정을 시류에 맞는 현대적인 소재와 관점으로 풀어내면 창의력. 이 모든 것을 스크린 위의 현실로 불러올 수 있는 기술력. '픽사다움'은 이 역량들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픽사의 진가는 <인사이드 아웃>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라일리'의 이야기는 사춘기를 겪었거나 겪을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을 가득하다. 이 보편적인 이야기는 의인화된 감정들이 일하는 감정 본부라는 상상력 덕분에 독특해진다. 더 나아가 감정 본부의 존재는 현대적 관념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영혼, 자아, 감정마저도 뇌 화학물질의 작용일 뿐이라는 생리학적 관점이 감정 본부라는 설정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픽사답다'라는 표현이 마냥 칭찬이 아니기도 하다. 픽사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반복되고 정형화되다 보니 이야기 자체의 독창성이 줄어들었기 때문. 이는 <엘리멘탈> 같은 영화가 여전히 참신한 소재와 뛰어난 영상미로 무장을 해도 과거에 비해 인상적이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다. <엘리오>도 마찬가지다. 우주와 외계인을 매개로 삼아 현대인의 소속감을 성찰한 픽사의 신작은 어떤 의미로든 너무나 픽사답다.
픽사다운 장점
<엘리오>에서도 픽사만의 감각은 빛난다. 우선 소재의 장점만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안다. 우주와 외계인은 사실 아이들이 공룡 못지않게 관심을 두는 주제다. 그러다 보니 우주 배경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E.T.> 아류작처럼 보일 수 있다. <엘리오>는 보이저호를 등장시켜 이 함정을 피해 간다. 우주탐사선에 실린 '골든 디스크'를 발견한 외계인이 지구와 인류에 답장을 보냈다는 상상력을 발휘해 차별점을 확보한다.
무엇보다도 픽사의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엘리오>는 네 주인공의 서사를 '소속감의 부재'라는 한 키워드로 묶는다. 그들은 각기 속하고 싶은 공동체가 있지만 소망을 이루지 못해 부유 중이다. 엘리오와 올가는 가족을 되찾고 싶어 한다. 두 외계인 캐릭터의 처지도 유사하다. 하이러그 종족의 군주인 '그라이곤'(브래드 가렛)은 커뮤니버스와 아들 글로든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하고, 글로든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들의 소망과 노력은 묘하게 엇갈린다. 올가는 엘리오와 새롭게 가족을 꾸리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역효과만 난다. 공군 소령인 고모가 본인을 돌보느라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나머지 자신을 장애물로 여긴다고 느낀 엘리오는 오히려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기 때문. 대신 엘리오는 어려서부터 소망이었던 외계인들에게서 인정받고자 하고, 커뮤니버스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라이곤과의 교섭에 자원하기까지 한다.
커뮤니버스에 가입하려는 엘리오의 노력도 역효과를 낸다. 엘리오는 협상에 실패한 뒤 투옥됐다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글로든을 만난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강인한 전사가 되지 못한 글로든은 보호자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그들은 서로에게 공감하며 절친이 된다. 그러나 이 우정은 도리어 상황을 악화한다. 엘리오가 글로든을 인질 삼아 떠난 나머지 그라이곤은 아들과도, 커뮤니버스와도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픽사다운 감동
<엘리오>는 엇갈린 화살들의 경로를 조정해 왕도적이지만, 감동적인 결말에 도착한다. 그 중심에는 '가족의 재발견'이 있다. 상황을 꼬이게 만든 엘리오와 글로든의 우정은 사실 낯선 일이 아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혼자인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을 맞이한 아이들이 가족보다 친구들에게서 위안을 찾는 경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이 다시 가족을 찾는 일도 자연스럽다. 부모에게 환영이나 사랑받지 않는다고 느꼈던 아이들은 어른들의 진심을 확인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돌아오곤 하니까. 이러한 감정선의 변화는 극 중 복제 진흙을 통해 드러난다. 엘리오와 글로든 자기랑 똑같이 생긴 복제품을 고모와 아버지에게 보내서 그들을 완전히 속이고, 가족의 품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정작 올가와 그라이곤은 진실을 재빨리 눈치챈다. 아이를 키우는 게 처음이라서 힘들고, 육아는 처음인 상황을 이해해 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서운하면서도, 처음이기에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잘 알고 사랑하기에 그들은 엘리오와 글로든의 속임수에 당하지 않는다. 친구를 만들러 아이들이 떠나도 그들을 포기하지 않는 보호자들의 노력과 사랑 덕분에 두 아이는 오해를 풀고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온다.
위와 같은 감정 변화를 11살 엘리오의 선택과 결정의 동기로 제시하면서 <엘리오>는 몰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성인 관객으로서는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후회할 수도 있고, 현재 자기 가족 상황에 투영하면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기에 두 배로 감동적일 수 있다. 이에 더해 이른바 '정상 가족'이 아닌 주인공 덕분에 더 많은 관객의 감정이입도 유도할 수 있다. '픽사가 픽사했다'라는 표현이 안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지금 '소속감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이유
엘리오와 주인공들이 겪는 소속감의 부재가 단순히 우정과 가족애의 차원에 머무르는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기에 <엘리오>는 더 인상적이다. 어느 공동체에도 속하지 못한 엘리오의 고독은 겉보기에는 그저 한 어린아이의 아픔이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한 꺼풀 벗겨보면 본래 소속된 공동체가 사라진 가운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채 현대사회를 부유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이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킨다고 지적했다. 자기 자신을 취업 시장, 결혼 시장 등에서 성공적으로 팔려고 노력하고,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본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삶으로부터 소외시킨 나머지 개인은 가족이나 이웃 같은 기존의 공동체와 멀어지고 하나의 원자, 곧 '고립자'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개개인은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회적 존재니까. 그 결과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이지만, 그만큼 외로워한다. 무한한 네트워크 수단을 동원해 수많은 사람과 교류하지만, 그 누구와도 진정으로 깊이 대화하고 관계 맺기 어려워한다. 피상적인 관계가 반복될수록 허무함과 고독만 깊어질 따름이다.
그렇기에 <엘리오>의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 설령 익숙할지라도 간과하고 있었던 가치들을 일깨워주기 때문. 현대인들처럼 무한한 공간에서 소속감을 찾으려 애썼고, 친구도 만들면서 나름 성공적인 결실도 거둔 엘리오조차도 결국에는 고모와 지구로부터 보금자리를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따뜻한 위로이자 가능성을 일깨우는 격려일 수 있는 이유다.
픽사다운 이상 혹은 순진함
그런데 현대적 맥락 안에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준 <엘리오>의 메시지와 메타포는 의외의 부메랑이기도 하다. 커뮤니버스라는 설정의 정치적 맥락을 곱씹다 보면 <엘리오>가 변화를 반영하지 못 하거나 안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극 중 커뮤니버스는 우주 버전 유엔이나 다름없다. 두 단체 모두 각 행성/국가나 종족/민족의 대표가 모여 평화를 추구하고, 분쟁과 갈등을 대화와 토론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커뮤니버스와 유엔은 민주주의 제도와 자유주의적 가치에 기반하면 범국가/행성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믿음 위에 존재하는 셈이다. 하이러그 종족처럼 일견 폭력적인 상대와도 대화로써 공통점을 찾으면 평화에 이를 수 있다는 것. 엘리오와 글로든의 우정, 올가와 그라이곤의 공통점이 우주적 갈등을 해소하듯이. 이는 냉전 이후 세계화라는 명목하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세계 각국에 전파한 미국의 국제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엘리오>의 설정은 최근 변화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협조로 WTO 가입했던 중국이 도리어 미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고, 동유럽과 중동에서 다시 분쟁이 격화되는 등 자유주의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다시금 신냉전 구도로 전화되는 추세니까. 이런 상황에서 우주판 유엔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역설하는 스토리텔링은 좋게 말하면 이상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이브해 보인다.
물론 혹자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픽사'라는 이름값을 생각했을 때 조금만 더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을 떨치기는 어렵다. 현대인의 존재론적 문제에 관한 고찰과 국제 정치적 맥락을 다루는 사유의 층위가 균형을 못 이룬 나머지 평면적이고 유치한 인상이 유독 진하기 때문이다.
기시감의 연속과 반복된 문제
이에 더해 볼거리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상상 속에만 존재한 광경을 손에 잡힐 것처럼 구체적으로 묘사한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엘리오>의 세계관은 어디서 본 듯하다. 주된 배경인 커뮤니버스만 보더라도 곡선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지고, 외계 종족이 모인 환상적인 공간이라는 점 외에는 특색이 보이지 않는다. 네 원소의 특징을 도시 설계에 녹여낸 <엘리멘탈> 속 엘리멘탈 시티에 비하면 시선을 끄는 힘이 현저히 부족하다.
<소울> 속 '태어나기 전 세상'과 비교하면 추상적이기도 하다. 사실 두 공간은 '일상에서 깨닫지 못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라는 역할을 공유한다. 그런데 <소울>이 '태어나기 전 세상'의 여러 구역, 영혼을 교육하는 공간, 모든 것의 전당, 사적 공간, 어둠의 구역 등을 스토리텔링에 활용했지만, <엘리오>는 커뮤니버스를 소개하는 데서 그친다. 그 결과 <엘리오>는 <소울>의 발상과 구성을 단순히 답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캐릭터 활용법도 아쉽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일례로 <토이 스토리>는 분량과 비중에 무관하게 수많은 장난감의 개성을 명확히 각인시켰다. 그에 반해 최근 픽사 작품은 일부 캐릭터만 활용한다. <엘리멘탈>만 해도 물과 불 캐릭터에만 집중했다. <엘리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외계인 캐릭터 중 글로든을 외에 뚜렷한 활약을 보여준 인물을 떠올리기 어렵다.
종합하면 <엘리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배부른 불평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절대적인 완성도 자체는 여전히 준수하고,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흐를 정도로 기본적인 재미는 갖춘 영화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작들이 쌓아 올린 '픽사답다'라는 표현이 더 이상 칭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엘리오>가 보여준 이상, 평가절하는 감내해야 할 숙명이 아닐까 싶다.
Acceptable 무난함
픽사라서 사랑스럽고, 픽사라서 아쉽고, 픽사라서 감내해야 할 평가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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