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2-03 15:34:27
12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순위 싸움 치열한 극장가, 한국 영화 대거 개봉!

<모아나 2>와 <위키드>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금주에는 한국 영화들도 경쟁에 참전합니다!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 배우를 필두로 탄탄한 출연진과 배구계의 전설 김연경 선수가 출연 소식을 알려 화제가 된 <1승>과 홍제동 방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방관>이 오는 4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소방관> 역시 주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이준혁, 장영남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어떤 앙상블 연기를 펼칠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데뷔작 <더 길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이번에는 교도소로 공간을 옮겼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강렬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냈던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신작 <아들들>에서는 어떤 연출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위키드>에 이어 금주에도 음악 영화가 개봉합니다. 존 레논, 척 베리, 더 도어즈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무대에 세웠던 1969년 '토론토 로큰롤 리바이벌'을 다룬 다큐멘터리 <리바이벌 69'>도 12월 4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승
One Win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7분
감독: 신연식
주연: 송강호, 박정민, 박명훈, 장윤주, 이민지
개봉: 2024.12.04.
배급: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줄거리
"그래도 한 번은 이기겠죠?"
지도자 생활 평균 승률 10% 미만! 파직, 파면, 파산, 퇴출, 이혼까지 인생에서도 ‘패배’ 그랜드슬램을 달성 중인 배구선수 출신 감독 ‘우진’은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에이스 선수의 이적으로 이른바 ‘떨거지’ 선수들만 남은 팀 ‘핑크스톰’은 새로운 구단주 ‘정원’의 등장으로 간신히 살아나지만 실력도, 팀워크도 이미 해체 직전 상태.
그 와중에 막장, 신파는 옵션, 루저들의 성장 서사에 꽂힌 ‘정원’은 ‘핑크스톰’이 딱 한번이라도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운다. 모두가 주목하는 구단이 됐지만 압도적인 연패 행진을 이어가는 ‘핑크스톰’. 패배가 익숙했던 ‘우진’도 점점 울화통이 치밀고, 경험도 가능성도 없는 선수들과 함께 단 한번만이라도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소방관
FIREFIGHTERS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6분
감독: 곽경택
주연: 주원, 곽도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
개봉: 2024.12.04.
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살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가 마지막 현장인 소방관 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의기투합한다. 어느 날, 다급하게 119 신고 전화로 홍제동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긴급 상황이 접수되자 팀원들은 위기를 직감하는데…
누군가의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 이름 <소방관>.
2001년 가장 빛났던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겠습니다.
아들들
SONS

개요: 드라마 | 덴마크, 스웨덴 | 98분
감독: 구스타브 몰러
주연: 시드 바벳 크누센, 세바스찬 불 사르닝, 다 살림
개봉: 2024.12.04.
배급: 해피송

줄거리
재소자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성실한 교도관 ‘에바’(시드 바벳 크누센).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 ‘미켈’(세바스티안 불)이 그녀가 일하는 교도소로 이감된 사실을 알게 된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에바’는 그가 수감된 최고 보안 시설인 중앙동으로 자진해 근무지를 옮기고, 그를 직접 마주하기로 결심하는데...
“내 아들을 죽인 살인자, 나는 그를 마주해야 한다”
리바이벌 69’
Revival69: The Concert That Rocked the World

개요: 다큐멘터리 | 미국 | 98분
감독: 론 챕맨
주연: 존 레논, 오노 요코, 리틀 리처드, 척 베리
개봉: 2024.12.04.
배급: 스튜디오 에이드

줄거리
존 레논, 척 베리, 리틀 리처드, 더 도어즈, 보 디들리 그리고 오노 요코 1969년, 무모한 전화 한 통에서 출발한 전설의 뮤직 페스티벌 ‘토론토 로큰롤 리바이벌’.
그 믿을 수 없는 시작과 전 세계를 뒤흔든 열광적인 무대의 기록.
Let’s Do it, Let’s Rock N Roll!


Relative contents
-
- 비밀을 뜯어내고 사랑을 꿰매다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연인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랑이 있다. 때론 연인을 위해서 내 한 몸을 바쳐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사랑이 있다. 상대가 이성이건 동성이건, 나이가 많고 적던, 사랑의 형태는 그렇게 다양하게 나타난다. <팬텀 스레드>가 그리는 사랑도 그 다양한 모습의 사랑 중 하나에 속한다. 어떤 외양을 가진 사랑이 더 멋있고, 더 괜찮은 것인지는 우리의 눈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위하는 마음을 갖고, 상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드는 사랑은 당연하게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흔히 아는 모성에서부터 다양하게 존재하는 그 수많은 ‘사랑’ 안에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현존한다.
다름을 직시해야 시작되는 사랑
알마(빅키 크리엡스 분)의 그런 사랑은 레이놀즈 우드콕(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누이인 시릴(레슬리 맨빌 분)의 제안으로 고향에 있는 집을 찾아가면서 우연히 시작한다. 우연히, 한순간에 시작된 알마와 우드콕 두 사람 간의 사랑은 빠르게 피어난다. 둘의 사랑에 대한 속도감은 연출을 통해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첫 만남에서 한 저녁 식사 약속을 위해 두 사람이 차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장면에서의 연출이다. 해당 장면의 연출은 고전 영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배경, 무언가 급해 보이는 두 사람의 표정까지. 무언가 급하고, 어딘가로 당장 달려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한편으로는 마치 히치콕의 <현기증>에서 운전하는 모습으로 주인공 스코티의 심리를 연출해 낸 장면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관객은 <팬텀 스레드>가 2018년 작이기는 하지만 고전 영화의 느낌을 일부 차용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 고전 영화적 연출의 참조가 영화의 분위기나 흐름에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은 인상적이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쏜살같이 이루어진 두 사람의 사랑에 당연히 아름다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드콕이 계속해서 패션업계 속에서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디자이너라는 점, 그 점이 두 사람 간의 사랑을 깊게 파고든다. 때에 따라서는 우드콕의 누이이자 사업 파트너인 시릴이 늘 그의 곁에 함께 있다는 것도 방해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알마는 행복할 줄 알았던 우드콕과의 생활이 그의 지나친 예민함, ‘둘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의 부재함으로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드콕의 성격과 행동양식, 가정사는 알마와 같을 수 없다. 비슷하기를 바라는 것마저 어쩌면 과한 욕심일 수 있다. 우리들도 상대를 사랑하는 일에는 수많은 차이와 걸림돌을 해결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한다. 알마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 해결하지 않으면 그를 떠날 수밖에 없다.
변화를 끼워 넣고 꿰매 붙이다
우드콕은 패션 디자이너이지만 전통을 중시한다. ‘세련됨(영화에서는 chic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이라는 표현을 혐오할 정도로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어쩌면 작고한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마음으로도 보인다. 우드콕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그녀를 계속해서 그리워하고, 심지어는 병상에 있을 때 그 환영을 본다. 어머니의 일을 물려받은 우드콕이기에 그녀가 해온 일을 지키고 그 방향을 잃지 않으려 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일이다.
알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우고 자신의 방식으로 우드콕이 두려워하는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 영화의 핵심, 서로가 엮어지는 플롯의 형태가 생겨난다. 알마는 우드콕에게 변화를, 우드콕은 그에 대한 반발과 부정으로 그의 복원을 각자의 플롯으로 만들어낸다. 너무 많이 엮여버려 실이 전진할 수 없을 때는 크게 충돌함으로써 관계를 재정립하고 다시 과정을 반복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우드콕에게는 쉼이 없고, 쉬지 않는 우드콕은 언젠가 스스로 파멸하게 되기에 알마는 우드콕의 방식이 아닌 것을 그의 삶에 끼워 넣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드콕이 자기 내면에 숨겨진 두려움과 나약함을 꺼내 승화시킬 수 있고, 뱉어낸 그 족쇄들을 밟고 그가 원하는 일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드콕이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다 해내는 일, 그것이 알마가 그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보수적인 우드콕의 삶에 변주를 주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는 계속해서 반발하고, 예민하게 굴며 알마를 자신의 공간과 삶에서 빼내려는 마음마저 먹는다. 그 반발의 강세가 거칠어질수록 알마는 결단해야 한다. 식용 버섯과 독버섯을 구분하게 해 주는 책을 꺼내어 식용 버섯이 아닌 독버섯을 찾아야 하고, 비로소 우드콕을 쓰러뜨려 어머니의 빈자리를 자신으로 채워야 한다. 그래야 우드콕이 어머니에 대한 미련을 놓고 변화에 대한 강박적 공포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드콕에게 걱정은 필요 없다. 그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알면서도 알마의 행동을 용인한다.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것, 겁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마는 우드콕이 드레스의 마감 안에 꿰매 놓은 그의 비밀을 뜯어내고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쉽지 않은 길임을 알면서도 그녀의 행동을 온전히 품는 것이 우드콕이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일 것이다.
-
- 2023년 8월 되도록 연애 못 한 사람들 다 모여
모태솔로가 죄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과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 치호다. 미각적인 감각이 아주 뛰어난 치호. 소속된 회사에서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다. 회사 매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치호.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차지하는 치호의 임무가 크다. 치호의 사생활은 그의 경력에 비해 별거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tv프로그램을 보다가 과자 먹고 잠든다. 특별한 일은 없다. 남에게 피해 끼치는 일 싫어하고 착하게 사는 게 전부인 주인공 치호다. 순박한 치호. 이런 그도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 친형 석호다. 석호는 치호랑 딴판이다. 이름에 빨간 줄이 그여 있는 석호. 하는 일이라곤 내내 놀다가 치호 등골 빨아먹어 도박에 돈 다 갖다 박는 게 전부다. 그래도 치호는 나름 행복하다. 가족도 있고 좋아하는 과자도 실컷 먹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다른 주인공은 중년 여성인 일영이다.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일영. 혼자 딸을 키우는 건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 많다. 사격 유망주인 딸. 학비부터 운동에 드는 자잘한 돈까지 감당할게 많아 손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일을 시작하는 일영. 대출심사를 업으로 하는 회사에 취업한다. 일영이 밝은 성격을 가진 덕에 일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어느덧 일영을 찾아온 손님. 손님인 남자가 아이들을 대하는 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운명 같은 첫 만남. 치호도 일영을 그렇게 만날 줄 몰랐고, 그건 일영 역시 마찬가지다. 운명 같은 첫 만남이 성사됐다. 둘의 달짝지근한 로맨스가 시작된다!
무해한 유해진
이 영화에서 치호 역을 맡은 유해진 배우는 현재 충무로에서 폼이 가장 좋은 배우다. 작년 <올빼미>와 <공조 : 인터내셔날>을 통해 330만/69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된 해에서 제 몫을 해냈다. 앞 두 영화에서 유해진 배우가 맡은 역할은 플롯의 핵심에서 주체적으로 반응한다. <공조 : 인터내셔날>에서 맡은 역할은 다른 두 주인공과 함께 협력한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올빼미>에서 인조가 맡은 역할은 장르적으로도 이 여기의 서스펜스를 만든다는 점, 윤태진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특정 인물과의 갈등을 통해 보여줘야 했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주체로 우뚝 선다. 유해진 배우는 이 두 작품에서 유해진만 할 수 있는 감정연기를 보여준다.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에선 분노의 깊이를, 유머와 액션이 필요한 역할에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분한다.
이 <달짝지근해 : 7510>에서 역시 앞서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인물 간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역시 두 관계에서 능동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치호와 일영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족관계에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특징 하나,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했다는 특징 둘이다. 이 첫 번째 특징은 두 인물이 가진 결핍을 보여줘 공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영화에서 중요한 세팅 중 하나였다. 두 번째 특징은 유해진 배우가 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압축해서 눌러 담았다. <올빼미>에서 인조 캐릭터는 역사적 지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한 인물이다. 작품 내에서 창작한 설정이 몇 있긴 했지만 이야기의 토대를 한 번에 완벽하게 어려울 수 있다. 유해진 배우는 내재되어 있는 인물의 콤플렉스를 이해해서 표현했다. 이와 유사하게 <달짝지근해 : 7510>에서는 사랑에 처음으로 취한 인물을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웃길 땐 웃기고 진심을 전하는 연기에선 힘을 주는 유해진 배우의 경험치가 돋보인다.
메가폰을 안 잡아도 느껴져
이 영화는 장르의 특성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로맨스/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로맨스 무드를 만든다. 우선 두 주인공 유해진-김희선 배우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조합이다. 김희선 배우가 시대를 관통했던 엄청난 미모였던 것과 유해진 배우는 반대편에 있다. 이 두 사람이 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묘사는 영화에서 충분한 강점이다. 두 배우는 각각의 인물이 갖고 있는 결핍을 왜 서로가 채울 수 있는지 각자 상기시키며 안정적인 로맨스를 이끈다. 이 점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출발하기 전에도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후반부까지 지속된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이야기지만 두 사람에게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유지하고 있는 설정이 있다. 이 설정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각본의 힘이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사랑에 서툰 사람이 이루는 내적 성장을 상징하는 듯하다.
다른 장르는 코미디다. 이 <달짝지근해 : 7510>은 우리가 잘 아는 로코물의 정석을 영화가 갖고 있는 특별한 로맨스로 변주시켰다. 그 이전에 각본가 특유의 소소한 유머코드의 디테일들이 살아있다. 장소의 힘이 돋보이는데, 영화에서 김밥천국이라는 장소가 굉장히 중요하다. 김밥이라는 소재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영화 내적으로 품고 있는 사랑의 의미를 포함한다. 그리고 두 인물이 왜 ‘기본’에 충실한 사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가도 관련이 있다.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와 해준이 갖고 있는 결핍이 초반부에 제시되고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여주인공이 갖고 있는 일상의 권태가 초반부에 등장하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앞 두 작품에 비해서 결핍을 보여주는 묘사가 고차원적인 건 아니지만 장르의 기본적인 특성과 코미디를 잘 병치시킨 좋은 연출이었다.
영화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게 묘사되는 부분이 있다. 영화에서 사랑의 속성을 핵심 소재로 표현한 것이다. 이 비유는 아쉬운 점이 분명 있다. 결론을 확실하게 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하이라이트에서 감정의 방점을 찍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오히려 유해진 배우의 뛰어난 퍼포먼스로 큰 감정적 울림을 전달한다. 이 영화가 익숙하고 작위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사랑을 응원하게 되는 데에는 소재의 힘이 크다.
준수한 코미디
영화가 지나치게 이상적인 부분만 고려한다는 점은 아쉽다. 우선 주인공 치호를 설정하는 굵직한 내면묘사가 있다. 영화의 이야기가 이 큰 설정 하나에만 의존한다. 각본가의 전작에서도 이런 인물 세팅이 있었다. 영화 내적으로 이야기의 장력이 떨어진다는 것 외에(재미가 없다는 것 외에) 이 소재를 인물에게 녹아드는 깊이는 전작이 뛰어났다고 본다. 본작 <달짝지근해 : 7510>에서는 치호의 주변인들이 작위적으로 설정되어 주인공이 기능적이다. 유해진 배우의 설득력에 플롯이 의존한다. 일영과 치호가 작중에서 관객을 충분히 설득할 정도로 선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인물의 입체성이 옅다는 점에서 로맨스 영화의 밀도가 낮았다는 단점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걸리는 부분이 거의 없다. 하지만 단 한 인물은 작위적이다. 이 인물과 어떤 구분선을 두고 대비되는 캐릭터가 있다. 이 인물이 주인공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면 각본가가 전작에서 지켰던 윤리의식이 조금은 부족했다. 이 배우의 퍼포먼스도 다른 주연배우들에 비해 밀리는 감이 있어 이야기에 이물감이 된다는 점은 아쉽다.
-
- 스크린을 넘어 폭발하는 상상매직
대중문화에서 'N차 관람'은 흥행을 판가름하는 주요 척도 중 하나다. 요즘 공개되는 새 영화, 뮤지컬, 연극 등 홍보문구에서 너도나도 'N차 관람' 워딩을 사용하지만, 이 중 진짜배기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 가운데 찐 N차 관람 욕구를 샘솟게 만드는 신작이 등판했다. 바로 영화 '위키드'다.
영화 '위키드'는 유명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서쪽 마녀를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로 자신의 진정한 힘을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의 우정을 그린다.
'위키드'의 명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은 미국 브로드웨이 역대 흥행 2위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한국에서는 이미 4차례(내한 1회, 한국 라이선스 3회) 무대에 올렸을 정도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한국어 더빙판은 뮤지컬에 출연했던 배우들(박혜나, 정선아, 고은성, 남경주 등)이 참여할 정도.
영화는 동명 뮤지컬의 이야기 및 주요 넘버를 따라간다.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서쪽 마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오즈 시민들의 축제와 함께 '악한 자, 넌 위키드(No One Mourns the Wicked)'로 오프닝을 장식한다. 이후 오즈 세계의 통치자가 된 착한 마녀 글린다와 사악한 마녀 엘파바의 과거 이야기로 회상한다. 원작 뮤지컬 극본가 위니 홀츠먼이 영화 각본에 참여해 원작의 색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각색으로 영화만의 특색을 잘 살렸다.
원작 있는 작품을 영화로 각색할 시, 원작을 어떻게 재현할지가 관건인데 뮤지컬 팬들의 걱정을 단번에 불식시킨다. 900만 송이의 형형색색 튤립을 직접 심어 구현한 먼치킨 랜드와 58톤에 달하는 동심 가득한 에메랄드 시티행 기차, 그리고 놀이공원 광고를 연상케 하는 에메랄드 시티 내부 등 흡사 '해리포터' 시리즈에 비견될 환상적인 비주얼과 영상미를 자랑하기 때문. 그중 피예로 왕자(조나단 베일리)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돌아가는 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함께 선보인 군무 넘버 '춤추듯 인생을(Dancing Through)'은 '위키드'에서 손에 꼽을 만하다.
특히 주인공 엘파바, 글린다 역을 맡은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선보이는 연기와 노래, 춤은 압권이다. 신시아 에리보는 짙은 내면 연기와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가창력을 바탕으로 초록 마녀 엘파바 그 자체가 됐다. '위키드'를 발판으로 글로벌 '파퓰러' 배우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세계적인 팝스타로 사랑받아온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폭발적인 가창력과 사랑스럽고 유머 넘치는 연기로 글린다 캐릭터를 소화하며 '인간 파퓰러'로 자신을 뽐낸다.
두 사람의 케미가 정점을 찍은 마지막 시퀀스이자 대표 넘버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는 '위키드'의 화룡정점이다. 적절한 슬로모션과 관객들을 압도하는 가창력이 더해지니 마치 엘파바가 무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크린 밖으로 날아오르는 듯한 전율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오즈메이징"하다.
두 주연 배우 외에도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보크 역), 양자경(마담 모러블 역), 제프 골드브럼, 피터 딘클리지(염소 딜라몬드 교수 목소리 역) 등이 신스틸러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자기 몫을 해낸다. 또 뮤지컬 '위키드' 초연 당시 엘파바&글린다를 연기한 이디아 멘젤&크리스틴 체노워스까지 카메오로 깜짝 출연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160분 러닝타임이 순삭되는 걸 경험할 것이다.
★★★★
-
- 700억 허투루 날린 무개성 크리처들
이것저것 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가득차 보였다. 제작비도 어마어마했으니 충분히 욕심 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에 반해 결과물은 안하느니만 못한 꼴이 되어버렸다. 10부작을 완주하거나 중도하차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투입된 막대한 제작비(700억 원)을 언급하며 혹평세례를 퍼붓고 있다. 2023년 넷플릭스의 마지막 카드로 기대모았던 '경성크리처'의 현주소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 경성에서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는 장태상(박서준)은 토두꾼(실종자를 찾는 사람) 윤채옥(한소희)와 실종된 사람을 찾으러 다니다 일본군이 운영하는 옹성병원에 들어가게 됐고, 그 곳에서 생체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격동의 시기인 일제강점기를 담은 시대극, 일본군의 야욕이 만들어낸 괴물이 등장하는 크리처물, 여기에 두 주인공의 로맨스까지 더해진 복합장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작비 700억 대작임에도 '경성크리처'는 '돈 쓴 효과'가 느껴지지 않는다. 복합 장르 성격을 띠나, 어느 하나 자기 개성과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제목부터 '크리처'를 붙이며 크리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작 존재감이 들쭉날쭉했다. 전반부까지는 촉수를 드러낸 것 이외 거의 보이지 않았고, 5회부터 본격 활약하긴 했으나 '모성애' 코드가 추가되면서 매력이 반감됐다.
그래도 '경성크리처'의 크리처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드라마의 핵심 뼈대인 스토리라인이 10부작을 받쳐주기엔 너무나 빈약하고, 진부하기만 한 설정과 에피소드들이 겹겹이 쌓여있어 지루하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특히 전반부가 가장 심각하다. 흡입력 있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아야 할 오프닝에서 호기심과 기대감, 쾌감 어느 하나 충족시키지 못한다.
중반부로 이어지면서 '과연 괴물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경계’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다. 나라를 빼앗아간 일본, 이들이 만들어낸 잔혹한 괴물, 혹은 혼란의 시대에서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는 데 급급한 조선인 등을 조명한다. 하지만 이 또한 평면적으로 그려내 생각할 만큼의 깊이를 전하지 못한다. 여기에 이기적이고 무능해 보이는 독립군 활용 방식은 불호 반응만 일으킨다. tvN '미스터 션샤인'이 소환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태상과 윤채옥 두 캐릭터의 로맨스 또한 극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집어넣어서인지 '뜬금없다'. 철저하게 손익을 따지던 장태상이 목숨을 던져가면서까지 윤채옥에게 빠져드는 건지, 10년 전 실종된 어머니를 찾아다니던 윤채옥이 장태상을 연모하게 된 계기 등 설득력이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두 캐릭터 간 케미에 설렘을 1도 느끼질 못한다. 이들의 로맨스보다 연대를 강조했더라면, 몰입도는 나아졌을 것이다.
주인공 롤을 맡은 박서준, 한소희의 연기력도 걸림돌이다. 자신들이 맡은 캐릭터와 시대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는지 시대극에 걸맞지 않게 수시로 현대극 톤과 어투가 튀어나온다. 이어 감정선 깊이는 없고 인위적인 유머만 소화하니 불협화음 케미로만 느껴진다. 두 배우가 중심을 못잡으니, 다른 배우들의 연기 또한 기계적으로 다가온다.
공개 이후 '경성크리처'는 넷플릭스 TV쇼 부문 월드와이드 TOP 10 안에 안착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긴 하나, 작품성은 이에 못 미친다. 혹평 속에서 시즌 1을 마감했는데, 올해 공개 예정인 시즌 2가 얼마나 반전할 지 기대보단 회의적인 반응이 더 많다. 700억을 허투루 날린 무개성 크리처가 된 게 아닐까.
★☆
-
- [JIFF 데일리] K-드라마 5스푼 + 반전 3스푼 + 스릴러 2스푼
악의 기원 /The Origin of Evil
세바스티앙 마르니에 Sébastien MARNIER
France, Canada/2022/123min/불면의 밤
생선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는 스테판.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단 한 번도 아버지를 보지 못했던 그녀가 드디어 아버지 세르주를 만난다.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라고는 평생 그를 원망하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푸념뿐이지만, 어쨌든 세르주는 이제 세상에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그의 혈육이다. 어렵게 용기를 내 세르주를 찾아간 스테판. 당연하게도 세르주의 현 가족은 스테판을 반기지 않는다. 부인 루이즈, 딸 조르주뿐 아니라 집에서 가사노동자 아녜스까지도 대놓고 스테판을 적대한다. 성공한 사업가인 아버지는 재산만 노리는 현 가족에게 강한 불만을 표하고 스테판은 그런 아버지와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나 스테판이라고 마냥 순진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녀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다. 그녀는 세르주와 그의 가족들에게 자신을 생선 통조림 공장의 노동자가 아닌 경영자라 소개한다. 단순히 주눅 들기 싫은 마음 때문은 아니다. 세르주와 조르주 부녀가 회사 경영권과 재산 분할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스테판은 이 거짓말로 아버지에게 어필하고자 한다. 자신에게도 ‘경영 능력’이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말이다. 여기까지가 〈악의 기원〉의 전반부다. 어딘가 익숙하다. 돈 많은 아버지와 배다른 형제의 유산 다툼 그리고 가족 간의 갈등과 반목. 우리가 익히 봐온 K-드라마의 전개다.
그러나 영화의 이야기 얼개를 파악한 후, 적당히 즐겁게 영화를 감상하려던 찰나,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관객이 한 시간 동안 쌓아온 인물에 대한 이미지와 평가를 완전히 뒤집는 비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경계가 무너지고 주요 인물의 정체성이 뒤집힌다. 새롭게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기존의 연대는 깨지고 새로운 이익 공동체가 형성된다.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축에 여성들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테판, 루이즈, 조르주, 아녜스 그리고 스테판의 동성 연인까지. 이들이 관계의 연결망을 복잡다단하게 해체하고 재연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과정이 거짓말, 폭력, 위선, 범죄, 연대, 욕망을 통해 어떻게 부풀려지고 쪼그라드는지를 스릴러 형식으로 다루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결국 영화는 자기 것이 아닌 것을 거짓으로 차지하려 하는 행위가 ‘악의 기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영화의 주요 행위자들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뒤집어 생각할 여지를 제공한다. 스테판과 아녜스/루이즈와 조르주 사이에 존재하는 계급 격차를 함께 고려했을 때, 영화의 메시지는 또 한 번 성급한 결론을 유보시킨다. 여성과 노동계급이 모두 우리 사회의 비주류라는 점에서 여기에 속한 자들의 ‘나쁜’ 욕망의 의미가 두터워지는 것이다. K-드라마, 반전‧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고루 갖춘 데다 메시지까지 흥미로워 전반부의 적당한 느슨함을 훌륭히 갈무리해낸다. ‘불면의 밤’ 섹션에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 초청으로 제24회전주국제영화제에 기자로 참석해 작성한 글입니다.
★이 영화의 상영 시간은 제 24회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남한산성/2017/한국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애국의 길>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
1636년 12월, 추운 겨울. 청나라 군대가 무거운 군장차림으로 조선에 쳐들어와 군신의 예를 요구한다. 힘없는 임금 인조와 대신들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여 갇힌 상태.
명을 등지고 청을 받들자니 대의가 발목을 잡고, 대의를 따라 명을 받들자니 눈앞의 청나라 군대가 두렵다.
신하들은 척화파와 주화파로 갈려 임금에게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읍소한다. 첨예하게 둘로 나뉜 주장 사이에서 인조는 그저 갈팡질팡한다.
척화파는 예조판서 김상헌, 주화파는 이조판서 최명길로 대표되는데 이들 모두 진정 자신의 생각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유약한 인조는 김상헌과 최명길 양쪽에 번갈아 마음이 쏠린다. 그래서 전투를 해보기도 하고, 옥새를 찍은 격서를 비밀리에 도원수에게 보내 원군을 청하여 보기도 하지만 실패한다. 그 사이에 화친의 말을 잇고자 최명길을 적진에 보내 청나라 장수의 마음을 달래려 하지만 청은 요구를 거두어들일 마음이 없다. 조선의 오락가락하는 행태가 결국 청의 황제까지 전장으로 끌어들이게 되자 임금과 신하들은 화친이 아니라 무조건 ‘복종’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이른다.
인조와 조정신하들은 굴욕적인 화친의 예를 행하고 비통에 젖어 환궁을 한다. 을씨년스러운 궁에 들어서며 하늘과 궁을 둘러보는 최명길의 얼굴엔 안도감이 배어있으나 밝지는 않다. 오랑캐에게 머리를 숙이는 임금은 나의 임금이 아니라며 자결하고만 김상헌은 그 자리에 없다.
임금이 명을 사대하든, 청을 사대하든 관심 없고 하루하루 편히 먹고 살기만을 바라던 백성들은 병자년의 모진 겨울을 견뎌낸 후 민들레 돋아나는 봄을 맞이하여 목숨과 생기를 이어간다.
영화는 마치 책처럼 10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시퀀스마다 부제가 붙어있다. 자칫 지루하고 산만해질 수 있는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관람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려는 장치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두 시간을 넘기는 상영시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첫 장면부터 민들레꽃 이전까지는 스크린이 청색에 푹 젖어 있다. 보통 청색을 포함한 찬색은 좌절과 패배, 수동성 등을 묘사할 때 쓰인다. 청색의 화면에서 적군의 무기에 다친 조선 백성의 붉은 피, 비밀 격서를 싼 붉은색 비단 봉투는 단말마의 고통처럼 처연하고 선명하여 섬뜩하다. 한편 임금과 신하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너무 깊어서 이미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둠이 그들을 잡아먹어 버린 것처럼 묘사된다. 조선이 청에게 패배하고 말 것이라는 불길한 암시 같다.
인물과 진영의 위치는 역학관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대장장이 서날쇠가 임금의 격서를 전달하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싫었던 도원수와 그의 참모들이 격서를 받은 증거를 없애려고 서날쇠를 추격할 때, 낫으로 얼음 절벽에 매달린 날쇠를 사이에 두고 청군을 높은 절벽의 위에, 조선군은 그 절벽의 아래에 배치한 것은 그런 의도로 읽혀진다. 청의 황제를 올려다보는 카메라의 위치, 청의 황제가 남한산성에서 명에게 예를 올리는 조선의 대신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등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일반적인 영상언어의 문법을 충실히 지킨 화면의 구도와 색감은 사극에 정통성을 부여한다. 아울러 이야기는 정직성과 안정성을 풍긴다.
배경음악도 훌륭했다. 음악이 적절하여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현실감이 두드러졌다. 대사를 강조할 때에는 음악 없이, 전투의 처절함을 묘사할 때에는 빠르고 날카로운 음악을 사용하여 극의 긴장을 내내 유지했다.
개인이든 국가든 그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는 위기를 맞았을 때이다.
인조가 다스리던 조선의 실력은 허약했다고 영화는 말한다. 그렇지만 절망보다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 같은 희망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 작은 나라였지만 조선의 사대부 김상헌은 대의명분을 고민할 줄 알았고, 또 최명길은 나라와 백성의 오랜 생명을 위해 역적의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의명분을 접을 줄도 알았으니 말이다. 더욱이 둘은 각자의 애국심과 충정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고 위했다. 감독은 냉정할 정도로 균형 잡힌 연출로 어느 한 편에 치우침이 없이 이 두 사람의 충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양반들을 불신했던 날쇠는 보상이 없을 것이 뻔한데도 김상헌의 부탁을 받자 목숨을 걸고 임금의 비밀 서찰을 들고 추운 겨울에 길을 떠났고, 휘하의 군병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무장 이시백은 영의정 김류의 명에 맞섰다.
청의 침략이라는 큰 위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던 조선의 허약한 모습이지만 그나마 각자의 위치에서 나라를 구하려고 목숨과 명예를 걸었던 과거의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감독은 현재의 우리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물론 그보다는 주의와 경고가 먼저였겠지만 말이다.
<남한산성>은 탄탄한 이야기와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균형 잡혀 안정적이고 빈틈이 없는 감독의 연출 등이 조화를 이루어 흠잡을 데가 보이지 않는 명작이다. 그리고 ‘애국’이란 무엇인가를 정말 깊이 생각해야만 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이기도 하다(©2017.최수형).
-
-
-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 아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상처
-
50년간 묵묵히 '물방울'만을 그리며 물방울 작가로 사랑받은 화가 김창열
침묵과 고독으로 가득한 그의 세상에는 기묘한 균열이 존재한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같은 예술가인 '인간 김창열'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아들은 그리움의 시간을 살다 간
그의 삶을 담는다
-
- 영화 <진삼국무쌍> 티저 예고편
한나라 말기, 황건적의 난을 틈타 황궁을 장악한 동탁.
그의 폭정으로 인해 백성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최강의 장수 여포까지 양아들로 들이며 그 세는 더욱 커진다.
한편 천하를 구하기 위해 영웅들은 뜻을 모으고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원소, 손견 등은
사상 최대 규모의 동맹군을 결성하는데…
영웅들이여, 최악의 적을 무너뜨려라!
-
- 영화 <패트리어트> 메인 예고편
손안에 쥔 국가의 운명!
한때 CIA의 촉망받는 요원이었던 ‘스테이시’는
한순간 국가로부터 버림받는다.
그런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세계 3차 대전에 대한 기밀 정보.
그녀에게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
갖은 세력들이 접근해 위협을 가하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