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2-03 15:34:27
12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순위 싸움 치열한 극장가, 한국 영화 대거 개봉!

<모아나 2>와 <위키드>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금주에는 한국 영화들도 경쟁에 참전합니다!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 배우를 필두로 탄탄한 출연진과 배구계의 전설 김연경 선수가 출연 소식을 알려 화제가 된 <1승>과 홍제동 방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방관>이 오는 4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소방관> 역시 주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이준혁, 장영남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어떤 앙상블 연기를 펼칠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데뷔작 <더 길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이번에는 교도소로 공간을 옮겼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강렬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냈던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신작 <아들들>에서는 어떤 연출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위키드>에 이어 금주에도 음악 영화가 개봉합니다. 존 레논, 척 베리, 더 도어즈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무대에 세웠던 1969년 '토론토 로큰롤 리바이벌'을 다룬 다큐멘터리 <리바이벌 69'>도 12월 4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승
One Win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7분
감독: 신연식
주연: 송강호, 박정민, 박명훈, 장윤주, 이민지
개봉: 2024.12.04.
배급: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줄거리
"그래도 한 번은 이기겠죠?"
지도자 생활 평균 승률 10% 미만! 파직, 파면, 파산, 퇴출, 이혼까지 인생에서도 ‘패배’ 그랜드슬램을 달성 중인 배구선수 출신 감독 ‘우진’은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에이스 선수의 이적으로 이른바 ‘떨거지’ 선수들만 남은 팀 ‘핑크스톰’은 새로운 구단주 ‘정원’의 등장으로 간신히 살아나지만 실력도, 팀워크도 이미 해체 직전 상태.
그 와중에 막장, 신파는 옵션, 루저들의 성장 서사에 꽂힌 ‘정원’은 ‘핑크스톰’이 딱 한번이라도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운다. 모두가 주목하는 구단이 됐지만 압도적인 연패 행진을 이어가는 ‘핑크스톰’. 패배가 익숙했던 ‘우진’도 점점 울화통이 치밀고, 경험도 가능성도 없는 선수들과 함께 단 한번만이라도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소방관
FIREFIGHTERS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6분
감독: 곽경택
주연: 주원, 곽도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
개봉: 2024.12.04.
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살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가 마지막 현장인 소방관 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의기투합한다. 어느 날, 다급하게 119 신고 전화로 홍제동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긴급 상황이 접수되자 팀원들은 위기를 직감하는데…
누군가의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 이름 <소방관>.
2001년 가장 빛났던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겠습니다.
아들들
SONS

개요: 드라마 | 덴마크, 스웨덴 | 98분
감독: 구스타브 몰러
주연: 시드 바벳 크누센, 세바스찬 불 사르닝, 다 살림
개봉: 2024.12.04.
배급: 해피송

줄거리
재소자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성실한 교도관 ‘에바’(시드 바벳 크누센).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 ‘미켈’(세바스티안 불)이 그녀가 일하는 교도소로 이감된 사실을 알게 된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에바’는 그가 수감된 최고 보안 시설인 중앙동으로 자진해 근무지를 옮기고, 그를 직접 마주하기로 결심하는데...
“내 아들을 죽인 살인자, 나는 그를 마주해야 한다”
리바이벌 69’
Revival69: The Concert That Rocked the World

개요: 다큐멘터리 | 미국 | 98분
감독: 론 챕맨
주연: 존 레논, 오노 요코, 리틀 리처드, 척 베리
개봉: 2024.12.04.
배급: 스튜디오 에이드

줄거리
존 레논, 척 베리, 리틀 리처드, 더 도어즈, 보 디들리 그리고 오노 요코 1969년, 무모한 전화 한 통에서 출발한 전설의 뮤직 페스티벌 ‘토론토 로큰롤 리바이벌’.
그 믿을 수 없는 시작과 전 세계를 뒤흔든 열광적인 무대의 기록.
Let’s Do it, Let’s Rock N Roll!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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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같은 하루에 너만 없는 이곳.
무더움이 밤에도 이어지는 여름밤, 퇴근길에 갑작스러운 비에 몸을 피하다가 전 남자 친구 주환의 집 근처에 오게 된다. 공중전화 부스로 비를 피하던 지영이 망설이다가 주환의 집 문을 두드리고 주환은 흔쾌히 문을 열어준다. 비를 핑계로 들어간 공간은 곳곳에 변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다. 소거된 감정은 사랑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했지만 남겨진 공간과 사람은 늘 그대로인 모습에 괜스레 슬퍼진다. 하지만 미련이 남은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대비된 마음이 흐릿해진 마음을 또렷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행복으로 가득했던 시간에서 그렇지 않은 시간으로 옮겨가는 영화는 추억이 가득한 공간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감정을 조명한다. 비처럼 씻겨 내려가지 않은 기억과 비가 오지 않으면 짐이 되어버리고 마는 우산은 그 공간을 벗어나며 ‘미련’이라는 단어를 잉크처럼 퍼뜨린다. 상황의 그리움은 남았지만, 사람의 사랑은 다시 피어오르지 않고 변한 마음으로 가득 찰 것이다. 추억은 추억, 기억은 기억, 사람은 사람 자체로.
수경 / 비를 핑계로 너를 찾아갔다. 나와 함께했던 흔적과 내가 떠나갔던 그 공간이 그대로인 모습이 익숙하다. 그 공간을 미련 없이 나온 후, 옮겨진 감정은 네가 수경을 쓰고 슬픔을 쏟아냈던 것처럼 옮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너를 바라봤지만 실은 솟아오른 그리움이 울컥 흘러넘치는 걸 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주환 / 너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고 네가 돌아올 자리가 여전히 있는 이 공간에 네가 돌아왔다. 익숙한 이 공간에 너만 없는 이곳에 너를 다시 데려오려 애쓰지만 너는 각자 잘 지내자고 그렇게 말한다. 손을 흔들어줄 수는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미련을 완전히 떠나보내기는 어렵다. 그래도 비 맞지 말고 잘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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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삼식이 삼촌의 계획에 없는데
말만 하면 모든 걸 다 해결해주는 삼식이 삼촌도 이건 예상치 못했을 거다. '드라마 신인배우' 송강호 주연작이기에 '무빙'에 이어 시청자들을 단번에 끌어모을 것이라 기대했을 텐데,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진 않았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은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데뷔 이래 줄곧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만났던 송강호가 처음으로 드라마, 그리고 OTT로 넘어온 데다가, '동주', '거미집' 등 각본을 맡았던 신연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변요한, 이규형, 유재명, 진기주, 서현우 같은 쟁쟁한 배우 라인업까지 구축했으니 기대감이 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직후 혼란의 시기였던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 배경으로, 원대한 꿈을 꾸는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과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청년 김산(변요한)이 함께 꿈을 이뤄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격동기 속에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흥망성쇠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작품에 비해 호흡이 매우 느린 편이긴 하나, '삼식이 삼촌' 초반부는 꽤나 매력적인 구석을 갖췄다. 삼시세끼를 배불리 먹는 게 소망이었던 박두칠의 과거 및 현재를 디테일하게 표현해 흡인력을 높였고, 삼식이 삼촌의 '장관님'이자 국가 경제 살리기 하나만 바라봤던 김산 또한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인물의 개성이 강렬해서인지 우호와 경계 사이를 줄타기하는 듯한 케미도 인상적이었다.
흥미진진한 서사들도 담겨있다. 3.15 부정 선거를 앞두고 자유당과 민주당 그리고 혁신당 간 진흙탕 싸움이라던지 올브라이트 재단 출신 군인들을 부추겨 정한민(서현우) 등 쿠데타를 모의하는 스토리로 담았다. 또 안요섭(주진우), 안기철(오승훈) 부자를 중심으로 이득만 따지는 청우회의 욕망과 빅픽처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삼식이 삼촌'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는커녕 중도이탈하는 시청자들만 늘어났다. 빌드업하면서 나아가지 못하고 무한 반복만 이어져서다. 한 회당 러닝타임이 40분대이나 플래시백을 지나치게 남발해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방해물이 되었다.
이는 전반적인 내용을 너무 길게 늘여놓은 탓도 있을 것이다. '무빙'과 동일하게 16부작으로 제작됐으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도돌이표처럼 같은 장면만 되풀이하는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지루함만 가중됐다. 전체 회차를 절반으로 줄였더라면 몰입하기 더욱 쉬웠을 것이다.
끝까지 드라마를 완주한 시청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 파티였을 것이다. 송강호는 더 이상 평하기 입 아플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했고, 송강호화 합을 맞춘 변요한 또한 김산 캐릭터에 감정이입하게 만들 만큼 연기력을 뽐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모여있는 '삼식이 삼촌'에서 눈에 띄었던 인물을 한 명 더 꼽자면 강성민을 연기한 이규형이다. 강성민의 잔인한 외면과 불안한 내면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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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변화시킨 여성 실화 영화 모음
3/8 국제 여성의날.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위하여 매년 3월 8일에 가지는 국제적 기념일로 1904년 3월 8일뉴욕에서 열린 사회주의 여성 동맹의 여성 참정권 요구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오늘은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세상을 변화시킨 여성 실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천부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그녀들이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0년대 초 마슈하드. 사이드 하네이가 성노동자들을 무참히 연쇄 살해하고 언론에 도발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마슈하드에 도착한 여성 기자 라히미는 현지 범죄 전문 기자와 함께 사이드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2014년 8월, 극단주의 무장조직 IS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참극을 겪은 '바하르' 야지디족.
야지디족 여성 전투 부대 '걸스 오브 더 썬’은 IS의 만행을 밝히기 위해 총을 들었는데
1927년 뉴욕, 최고의 지휘자가 꿈인 ‘윌리 월터스’는 자신의 꿈을 폄하하고 만류하는 가족과 주변인들을
뒤로 한 채 음악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수소문 끝에 피아노 수업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입양아이며
본명이 ‘안토니아 브리코’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심지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스승에게 파문 당하면서
커다란 벽에 부딪치게 되는데…
4천 장에 달하는 정부기밀문서를 손에 쥔 ‘벤’은 미 정부가 개입하여 베트남 전쟁을 조작한 사건을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은 회사와 자신,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바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데…
여자 테니스 랭킹 1위, 전 국민이 사랑하는 세기의 챔피언 ‘빌리’는 남자 선수들과 같은 성과에도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상금에 대한 보이콧으로 직접 세계여자테니스협회를 설립한다.
웸블던 챔피언이자 타고난 쇼맨 ‘바비’는 자신과의 빅매치 이벤트를 제안하는데..
달 착륙 이후 최고의 시청률! 전 세계 9천만 명을 열광시킨 세기의 대결이 지금 시작된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폭스뉴스 간판 앵커 메긴 켈리, 폭스뉴스 회장을 고소한
그레천 칼슨, 야심있는 폭스의 뉴페이스 케일라 포스미실. 최대 권력을 날려버릴 폭탄선언
이제 이들의 통쾌하고 짜릿한 역전극이 시작된다!
가난한 싱글맘에서 미국 최고의 여성 CEO가 된 조이!
세상을 놀라게 한 그녀의 기적 같은 실화가 펼쳐진다!
보스턴 일대에서 세 명의 여성이 목 졸려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레코드 아메리칸’ 신문의 저널리스트 ‘로레타’는 유일하게 세 건의 살인사건의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전세계를 놀라게 한 충격 실화 최악의 연쇄살인사건, 목숨을 건 최초 보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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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의 뒷모습
*영화 <안녕 미누>에 들어간 미누 씨의 삶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네팔에 사는 미노드 목탄 씨의 침실 벽에는 목장갑이 액자에 걸려 있다. 그 모습은 여러 의미로 생경하다. 지극히 한국적인 아이템이기도 하거니와, 소중하게 액자에 끼워놓을 일은 더더욱 없는 일상의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미노드 목탄 씨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풍경이기도 하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20대 초반 어린 나이였던 1992년 한국으로 일하러 떠났다. "미누"라는 이름으로, "1세대 이주 노동자"라 불리던 그는 2009년 어느 날 갑작스럽게 추방을 당했다. 이 영화는 그 미누 씨의 삶을 담았다.
미누 씨는 네팔에서 성실하게 살고 있다. 한국 어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강의를 수료한 후 자격을 갖춘 청년들이 한국으로 일하러 떠날 때 다정한 말로 격려한다. 카페를 열고, 인형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고, 판로까지 터 주면서 청년들이 네팔을 떠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열심히 찾는다. 그가 처음 한국에 온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었을 테니, 이만큼 든든하게 섰다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의 등에서는 이방인의 뒷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는 자기가 나고 자랐을 네팔 시장을 걸으며 "남대문 시장 생각난다"며 웃는다. 네팔 사람이라고 다 히말라야 가본 건 아니라며, 자기 히말라야는 안 가봤다고 웃지만 <목포의 눈물>을 구성지게 부를 줄 안다. 한국에서 일하던 시절, 고향을 떠나 일을 한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이었던 아주머니들이 밥도 챙겨주고 건강도 걱정해주고 그러면서 가르쳐 주었던 노래란다.
그의 웃음은 어쩐지 씁쓸하고 외롭다. 분명 활짝 웃는데 눈물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만큼 긴 시간 동안 살았던 나라에서 추방당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네팔 사람으로 태어나 네팔에서 자랐어도 그를 이루는 것들의 상당수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일 텐데. 한국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한국식 밥상을 차려주는 솜씨를 봐도, 나이를 물으면 "한국 나이로"를 접두어처럼 붙여 대답하는 모습을 봐도, 놀라면 "깜짝이야"가 먼저 나온다는 걸 봐도, 그의 어딘가에서 분명 한국 DNA가 느껴진다. 네팔 사람들과 네팔어로 대화하고 네팔의 명절을 챙기고 있어도 그는 네팔에서 오래 산 한국 사람처럼 보였다. 어떻게 보면 한국인보다 더 지독하고 치열하게 한국의 모든 것과 부딪고 얽힌 사람이어서 그런 걸까.
네팔에서 늘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있듯 그는 한국에서도 그런 사람이었다. 식당에서도 일하고 봉제공장에서도 일했지만, 밴드도 결성했다. 신나고 경쾌한 멜로디인데 "오늘은 나의 월급날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로 시작한 가사가 "오 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그동안 밀린 내 월급을 주세요 날 욕한 건 참을 수 있어요 내 월급만은 돌려주세요"로 흘러가는 <월급날>이나 박노해 시인이 쓴 동명의 시를 모티프로 쓴 <손무덤> 같은 노래들. 이주 노동자들이 줄줄이 자살로 죽어나가던 시절, 밴드 스탑크랙다운("단속을 멈춰라')은 현장의 분위기를 만들고 이주 노동자들과 사회의 중간다리가 되어 주었다. 미누는 자연히 이들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밴드 공연이 잡혀있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추방을 당한다.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는 게 무엇이 나쁘냐 할 수도 있겠지만, 며칠씩 미누를 따라다니다가 집 앞에 있는 그를 잡아간, 말하자면 '표적 수사'였다. 당시에도 게다가 추방 이후 미누의 삶에 일어나는 일들은 "이게 법치국가냐"라고 되묻는 스탑크랙다운 멤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법치국가면 법대로 해야지, 왜 미누는 예외가 되는가. 한국 사는 동안에도 그저 노동을 했고 노동에 당연히 따르는 권리를 말했을 뿐인 그가, 이제는 버젓이 사업가가 되어 한국에 들어오려는 그가 얼마나 체제에 반동적인 인물이라고 법에 예외까지 두는 것일까.
불법 체류와 이주 노동자 문제는 언제나 첨예한 사회 갈등 소재가 되었고, 담론은 나뉠 수밖에 없다. 법은 잘 지키라고 있는 거고 그러니까 지키면 되잖아,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애초에 법을 지킬 만한 여건이 주어지지 않은 이들에게 불법은 선택이 아니었다. 또한 법치국가가 법을 형평성 없이 적용했다는 것은 누구든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는 별도의 문제다.
게다가 미누 씨의 인생을 보고 나면 법과 국적을 다 떠나서 숙연해지는 것을 느낀다. 추방과 격리로 응답한 한국 사회에게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가진 나눔과 연대, 따뜻한 애정만을 주고 떠났다. 이 영화는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이다.
인도로 떠나던 20대 초반의 내게 누군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한 사람이 어떤 사회의 일원으로 완전히 흡수되기까지 2년이 걸린대."로 시작된 그 말은 "그러니까 너 돌아오면 많이 힘들 거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덜 힘들 거고. 나중 되면 무슨 말인지 알 거야."로 끝났다. 그리고 그 말은 정말 꼭 맞았다.
인도 산 지 1년 반쯤 되었을 때,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고 인도 루피화를 꺼내어 계산을 치르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인도 내의 한국 식당은 거의 안 가봤으니까 그건 현실 반영이라기보단 내 상태를 고스란히 비추는 꿈이었을 거다. 더 시간이 지나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나고 자란 땅에서, 평생을 살아온 내 방에서 나는 남처럼 서성거렸다. 내 자신이 낯설고, 낯설다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예방주사처럼 내게 누군가 넣어준 몇 마디 말을 동아줄 삼아 그 시간을 보냈다.
하물며 1992년에서 2009년, 아이 하나가 장성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도록 한국에 산 그가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떤 친구는 내게 "너 3년 있었지? 그럼 딱 그만큼 힘들 거야."라고 말했고, 실제로 귀국한 지 3년쯤 지나니 인도는 내게 추억이 되었다. 미누 씨에게 한국은 아직 추억이 될 수 없는, 자기 안에서 너무 팔팔하게 날뛰는 기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네팔 거리를 걷는 그의 뒷모습, 여권 가진 자기의 모국을 걸어다니면서도 이방인의 냄새를 풍기는 그 뒷모습이 너무 슬펐다. "고향에 고향에 이르러도 그리던 고향이 아니러뇨"라는 지용의 시구가 과연 우리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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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13개 최다 후보의 주인공 <에밀리아 페레즈>를 연출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한국 개봉을 맞아 첫 내한이 성사되었습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3월 중순 영화의 개봉에 맞춰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갱단 보스와 아무것도 몰랐던 그의 아내, 새 삶을 선물할 변호사가 엮이게 되는파격적이고 화려한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오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신작, 추가 세부 사항 공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공개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에서 보니와 클라이드 같은 역할을 맡게 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테야나 테일러가시민운동가로서 알라나 하임, 레지나 홀의 캐릭터가 소속되어 있는 반정부 그룹에 가담하게 되고,
악역을 맡은 숀 펜은 백인 우월주의 그룹에 합류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번 신작은 PTA의 가장 상업적인 시도로 여겨지며, 러닝 타임은 약 3시간으로 알려졌습니다.애초 <One Battle After Another>는 2025년 8월 8일 극장 개봉 예정이었으나,
가을 개봉으로 변경되거나, 9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에빌 나이벨의 전기 영화 감독 예정
<바빌론>의 상업적 실패 이후, 차기작 소식이 들리지 않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스턴트맨 에빌 나이벨 전기 영화를 연출할 예정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작품은 1974년 아이다호 스네이크 강을 오토바이로 뛰어넘으려 했던나이벨의 야심찬 도전을 다룬다고 합니다. 그는 오토바이 스턴트로 유명한 미국의 퍼포머, 엔터테이너였지만, 자신을 비판하는 책을
쓴 남성을 야구 방망이로 폭행한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경력을 무너뜨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찰리 카우프만 신작,
에디 레드메인&테사 톰슨 출연 확정
이도 게펜의 단편 소설 ‘Debby's Dream House’을 각색한 작품인 찰리 카우프만의 차기작에 에디 레드메인과 테사 톰슨이 출연할 예정입니다.
이번 베를린국제영화제 EFM에서 비밀리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사람들을 위해 꿈을 제조하지만 결국 그들에게 악몽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합니다.
이번 작품은 2025년에 제작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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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간에 그려낸 서로의 초상화.
이 글은 영화 [승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때 그려진 초상화를 보면. 드라마 촬영 후 후보정까지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적나라하다는 표현 밖에는 붙여줄 수가 없는 작품이 많다. 하지만 초상화를 남기는 것은 어명의 영역이었기에 그 어떤 숨김도 거짓도 없어야만 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당연하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 폭의 그림에 담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마냥 어명이라 하더라도 신이 나지는 않았을 것만 같다. 애써 숨기고 싶었던 곰보 자국이 그림 안에서 살게 될 자신의 뺨 위에서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알지 못했던 단점마저도 초상화에 들어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사진출처:다음 영화
제자인 창호(유아인)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했을 때. 조훈현(이병헌)은 아마도 처음으로 자신의 곰보자국들을 들여다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익숙한 흉터뿐만 아니라.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기풍에 있는 부스럼까지 발견했을 때의 그 무력감은. 아마도 바둑의 신(神)과 겨루어도 질 것 같지 않았던 그 당시 그의 자존감의 크기만큼이나 크고 깊었을 것이다.
처음엔 제자의 초상화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들여다보니 보인 것일 뿐이라 믿고 싶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을 결승전에서 앞에 두고 스승의 초상화를 또 한 번 묵묵히 그려내는 제자의 모습을 보며. 훈현은 자신의 장점도 단점도. 승패를 가린다는 어길 수 없는 어명 같은 하나의 목적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을 것이다.
창호가 그린 초상화가 자신과 똑 닮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몸을 일으켜 애써 그 초상화 앞에서. 그리고 그 초상화의 주인 앞에서 멀어져야만 했다. 더 들여다보았다가는 정말로 제자에게, 혹은 제자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으니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
스승과 승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데 훈현은 꽤 오랜 세월을 바쳐야 했다. 그동안 결승마다 만난 자신의 제자 앞에서 수도 없이 패배와 친해져야 했다. 무관왕이라는 타이틀 아닌 타이틀도 어느새 그의 옆에서 입김이 느껴질 위치에서 머물곤 했다.
자신의 제자는 물과 같아서. 칼처럼 예리한 자신은 베어낼 수도. 손에 쥘 수도 없었다. 그는 속절없이 차디찬 물에 떠밀려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아무리 자신을 휘둘러도 창호의 눈썹 하나조차 움직이게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에 빠져 죽는 것 외에 남은 선택지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신(戰神) 조훈현에게 후퇴한다는 말까지 수식어가 될 수는 없었다. 그는 분명 제자에게 스승과 승부는 다른 것이라 가르쳤으며. 자신이야 말로 이 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칼로 제자를 베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달궈진 자신을 식혀서 단단하게 연마해 주는 것이 제자의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순간부터. 조훈현의 손에는 제자의 모습. 아니 자신의 라이벌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다시 만난 제자는 자신에겐 패배를 배우게 한 스승이 되어 있었고, 승리를 알려준 스승을 만난 제자는 훈현의 손에 들려 있는 자신의 초상화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 기묘한 사제관계의 라이벌은, 다시 한번 치열하다 못해 피가 마르는 신선놀음을 시작해야만 했다.
그 신선놀음의 끝에는 분명히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지만. 영화의 말미에 가서는 더 이상 그 결과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물론 제삼자의 입장이라 그랬을지도.)
자신의 스승과 대국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자신의 곰보자국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스승과 제자, 라이벌 사이를 오가는 이 대국은. 단순한 승부라는 말을 넘어서서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했으니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높은 경지에 이르게 하는 바둑판 위에서 펼쳐진 그들의 대결은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들이 남긴 서로의 초상화가 단순한 기보가 아닌. 인생의 기보로 남았기에 나 역시도 이런 영화를 보며 그들의 흉터에서 느껴지는 아픔마저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면서;책임지지 못한 돌에 대하여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는 할아버지에게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도 말고. 이곳을 잊어버리라는 말을 듣는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야 없었겠지만. 그만큼 토토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것쯤은 어린 토토라도 이해했을 것이다. 어린 창호의 왼손에 채워진 시계는 그런 걱정과 염려를 담뿍 담은 채 굳건히 채워졌다.
물론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이창호는 변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묵묵히 해내며 앞으로 정진했다. 스승인 조 국수에게 배운 것처럼 바둑돌 하나하나에도 책임을 다 했고 그 결과 정상의 자리를 15년가량이나 지키며 남에게도. 스승과 라이벌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분명 매우 좋은 영화이며 큰 만족감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나올 수 있었던 영화였으나. 그는 초심을 잃은 토토가 되어 영화 속에서만 강렬한 연기를 보일 뿐이다.
조훈현의 시점만이 아닌 이창호의 시점으로도 영화를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으나. 커버린 토토가 할 것은 참회밖에 없기에. 이 영화의 영광과 대단함이 한 풀 꺾이는 것만 같은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었다.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승리와 패배를 동시에 가르친 참된 스승이었다. 배우 유아인에게도 그런 스승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동시에 드는 영화였다.
[이 글의 TMI]
1. 영화관에서 팝콘 안 먹기 2회 성공
2. 오늘 점심 회식인데 도망가고 싶다.
3. 이 비를 통해서 불이 반드시 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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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몽(幻夢) CINE 리뷰 6화_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 해석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스토리가 마음에 드나요?”
(“So which story do you prefer?”)3.14159265358979...
원주율(Pi, π)만큼이나 무한한 이 영화의 해석!
이 영화가 질문하는 숨은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안 감독 외계인설?!
- 하나의 사건, 두 개의 이야기
- 예민한 당신을 위해 준비한 교묘한 복선
- “당신은 어떤 스토리가 마음에 드나요?”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환줄평 / 몽줄평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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