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4-05-09 17:32:42
[JIFF 데일리] 전주에서 니시카와 아사코 PD를 만나다.
<새벽의 모든> 프로듀서 니시카와 아사코 인터뷰.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 기자로서 2024년 5월 2일,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새벽의 모든> 프로듀서님인 니시카와 아사코 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아이는 귀족>, <아주 긴 변명>, <멋진 세계>, <더 피시 테일>등의 제작자로서 어떤 사람이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영화를 제작해 오셨던 것만큼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했다. 정말 진지하고 세심하게 인터뷰해 주셨던 니시카와 아사코 프로듀서님과 나눈 대화를 전해보려 한다.

Q. 전주는 어떠셨나요? 영화제에 참여하시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인천에서 전주로 올 때 굉장히 멀었거든요. 정말 어느 정도의 시골까지 가길래 이렇게 오래 걸리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딱 와서 보니까 시골이 아니고 도심이어서 굉장히 놀랐고요. 지나가다 보면 영화제를 위해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포스터나 시설들이 굉장히 많아서 그런 걸 보며 영화제에 딱 최적화돼 있는 지역이구나 여기 있으면서 즐겨야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 PD님이 제작하신 영화들을 챙겨 봤는데,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평범한 일상을 찾고 싶어 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영화를 제작하실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는지요.
A. 사실은 제일 중점을 두는 것은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거나 장르물은 저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이 얼마만큼 드라마틱한지 잘 알기 때문에, 평범함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게 굉장히 기적 같은 일이기 때문에 그 평범함을 그리는 것을 많이 다루고 싶습니다.
Q. 제작하신 영화 중, 가장 애정 가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A. 요코미치 요노스케라는 작품의 주인공이 가장 개성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원작은 요시다 슈이치의 <요노스케 이야기>라는 소설이거든요. 그 작품의 주인공이 가장 개성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에서 어떤 한국 유학생이 누군가를 돕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습니다. 근데 사실 뒷 배경에는 그 학생을 또 구하려고 했던 일본의 카메라맨이 있어요. 그 카메라맨에 대한 얘기인데 이 영화는 그 당시 그 사건 얘기가 아니라 어렸을 적 젊었을 때 어떤 인생을 보냈는지에 대해서 그렸어요. 그 캐릭터가 가장 지금 인상에 많이 남습니다. 두 분 다 죽었는데 이제 요코미치 요노스케라는 친구가 굉장히 평범한 대학생이고 청춘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친구들이 라디오나 뉴스로 그 사건을 듣게 됩니다. 내 친구인데, 그 친구가 죽었다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 그리는 영화입니다.
*요코미치 요노스케 - 한국 제목으로는 요노스케 이야기.
*2001년 1월 26일 JR동일본 야마노테선 신오쿠보역 승객 추락사고
Q. 저는 멋진 세계의 주인공인 미카미의 주변에 있는 사람이 굉장히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그린 이유가 있을까요?
A. 사실은 그 미카미라는 주인공은 어떤 의미의 그런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그 시간으로,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생활을 원하고 있지만 자기가 이미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기 때문에 내가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가는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거죠. 그의 시선으로 그 살인자의 시선으로 보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 내가 가고 싶어도 손이 안 닿는 생활, 그러한 생활을 약간 이상적으로 나도 저기 가고 싶어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그 주변 사람들을 아주 일상적인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Q. 그 아이는 귀족이라는 작품에서는 막연한 동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귀족이라고 그려지는 사람 또한 그 다른 일상을 원하는 동경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후의 그들이 삶이 어떨지 또 궁금합니다.
A. 그 영화 이야기의 가장 큰 포인트는 솔직히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특히나 일본에서는 신분의 격차 이런 게 사실 없다고 저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잖아요. 우리 다 똑같은 사람인데라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보면 각각 그 격차, '귀족이라는 계급이 있어서 귀족들이랑 교류를 못하고 이런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격차가 있어요'라는 것을 가시화하기 위한 영화가 그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예요. 근데 영화에서 그래서 각자가 가진 숙명 같은 게 각각 다 있는데 그 숙명을 넘어서 어떤 삶을 원하는지 각자가 생각하는 거를 그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면서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 행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 경제적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거를 꼭 실행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그거에 대해서 이제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건데 그 사람들이 각각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까지가 그 영화에 표현이 돼 있어요.
그래서 어쨌든 영화에는 하나코라는 주인공이 나오는데 자기가 원하는 거를 계속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고 있고요. 또, 미키는 그 안에서 나는 이렇게 살아야지라고 하고 그대로 인생을 짓기 시작을 해요. 근데 그 안에 정말로 내가 생각대로 다 안 돼 어떻게 거지 하고 싶은데라고 하다가 포기를 하고 그냥 이대로 살자라고 하는 게 코이치로라는 주인공이에요. 이런 3인 3색을 그대로 그려냈던 영화입니다.
Q. 이번 영화 새벽의 모든에서 이제 원작 소설을 좀 보셨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이 반영되기를 좀 바라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A. 일단은 소설을 읽고 가장 큰 것은 PMS와 공황장애 였습니다. 이 소재는 어떻게 해도 뺄 수가 없는 것이기에 그대로 살렸고요. 그다음에 두 사람의 이런 애매한 이런 관계성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그렸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드렸어요.
그리고 이제 원작에서는 구리타 금속이었어요. 구리타 금속이라는 회사인데 거기에 나오는 일하시는 아저씨들 원래 소설이 아마 우리 영화보다 조금 더 연세가 더 있는 설정이거든요. 근데 그분들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분들은 반드시 살려줬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Q. 이번 제작 과정에서 좀 힘드셨던 점과 좀 제일 인상 깊었던 그러니까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신가요?
A. 일단 첫 번째로 이제 가장 힘들었던 게 이 기획이 이제 예를 들어서 이제 제작되기 2년 전부터 이제 이 기획이 나와서 사실은 소설을 보고 그 소설 내용이 있는 것만으로 먼저 캐스팅을 했거든요. 배우들이 캐스팅을 했는데 캐스팅을 하면서 감독님한테 별도로 또 의뢰를 드렸죠. 그리고 시나리오가 나중에 나오게 되잖아요. 그러다 근데 그 기간이 딱 코로나 기간이었어요. 그래서 만나지 못하는데 캐스팅해야 되고, 만나지 못하는데 시나리오를 제작해야 되니까 회의를 계속 연속해야 되고 하는 그런 약간 좀 확실하게 뭔가가 다가오는 게 없는 그런 상황이 힘들었어요.
촬영장에서도 코로나를 굉장히 조심해서 촬영을 해야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식사도 그렇고 촬영 시간도 그렇고 약간 굉장히 제한이 좀 많았거든요. 근데 그중에 또 코로나 걸린 사람이 또 나와요. 그러면 그 걸린 사람을 어떻게 해서 우리가 촬영을 진행해야 될지와 같은 대처가 가장 힘들었어요.
저희가 이제 촬영을 딱 시작했을 때, 출연하는 배우들이 일본에서 굉장히 핫한 배우들이거든요. 이 두 사람이 날이 굉장히 좋은 날 걸어가며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촬영을 하는 씬이 있었어요. 촬영하는데 주변에서 자꾸 사람들 한두 명 3명 보더니 사진을 찍고 이걸 SNS에 올리고 이러니까 이런 통제가 안 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촬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촬영 전에 스텝 거의 전체를 다 모아서 약간 워크숍 같은 걸 했어요. 원래는 워크숍을 하지 않아서 1개월 동안 같이 일을 하는데도 그 스텝이 있는데도 이름도 잘 모르고 제대로 이렇게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하루 워크숍을 했어요. 워크숍을 했더니 그 효과가 정말 좋았어요. 예를 들어서 서로서로 옆에서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니까 이름도 알게 되고, 그 사람들의 개성도 각각 다 알게 되고, 서로가 어떤 사람들인 하루 만에 파악이 좀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을 시작을 했을 때 굉장히 편하게 현장을 시작을 했어요. 구리타 금속이라는 회사의 분위기처럼 똑같이 우리가 촬영을 할 수 있었구나라는 거를 촬영 현장에서 많은 스태프들이 얘기를 촬영하고 나서도 그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요. 그래서 그 워크숍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Q.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약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뤄야 할 성취 같은 게 있잖아요. 그래서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뭐가 있을까요?
A. 일단 이게 굉장히 마음에 확 와닿는 질문인 게 사실은 지금 저 자체가 아마 일을 시작한 이 타이밍 일반사보다는 좀 늦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기 빈둥빈둥 대는 시기가 한 3년 정도 있어서 아마 같은 연배의 친구들이나 이 사람들에 비하면 차이가 좀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 자체가 좀 늦게 시작을 하다 보니 일을 딱 시작을 했을 때, 뭘 해도 주변이 나보다 어린 사람들 동기들이 다 어린 사람들이었습니다. 근데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랑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조급해질 수밖에 없잖아요. 조금이라도 빨리 뭔가를 해야 되는데 그게 또 안 되는 경우도 있어서 굉장히 사람이 조급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저는 자기 페이스를 잘 잡고 그 타이밍을 잘 지켜서 천천히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게 어떤 불교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윤회로 다시 태어나는 게 12번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12번 그 인생을 다시 이제 시작을 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몇 번째 지금 태어난 걸까 몇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가라고 생각했을 때 나보다 훨씬 어린데 훨씬 모든 걸 엄청 많이 알고 잘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는 있을 수 있잖아요.
저 사람 10번 11번 어쩌면 12번일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고 그럼 나는 뭐지 나는 첫 번째야 첫 번째니까 지금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내 페이스를 지키면서 천천히 나가자. 그러면 나도 결국에는 12번 산 사람처럼 저렇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내 페이스를 지키자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은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도 있을 것이고 굉장히 큰 직책 이런 거를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아마 그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의 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성공이란 무엇인가라고 생각을 했을 때 행복한 게 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행복을 뭘로 채워야 될지를 생각하는 게 어떤 의미에 좋지 않을까 그래서 아까 처음에 질문에 성취가 늦다는 이 늦음이 사실은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남이랑 비교해서 내가 이것보다는 내가 그 행복을 어떤 걸로 채워나갈지라는 거를 생각하 가장 중요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영화도 각자의 행복 추구에 굉장히 많이 포인트를 두고 제작을 해 왔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Q. 이때까지 영화를 제작하시면서 제일 케미가 좀 잘 맞았던 감독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근데 이제 지금 미야케 감독님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이번에 처음 이제 일을 하죠. 일을 지금 했거든요. 근데 너무너무 이제 되게 훌륭하신 분이고 사실 10살 차이가 나요. 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배우는 부분이 많아가지고 너무 훌륭합니다. 누군지는 밝힐 수가 없네요 (웃음)
가장 길게 같이 일을 한 분은 니시카와 미와상이에요. 대학 졸업했을 때부터 이제 취직하고 나서도 계속 같이 이제 만났는데, 이제 서로서로 마음도 터놓는 그런 사이예요. 소설도 쓰면서 사람에 대한 관찰력 또한 굉장히 예리해요. 그러다 보니까 옆에 있으면 어떤 열등감을 굉장히 많이 느낀 지만 굉장히 그 사람이 이제 많은 거를 깊이 생각하고 그릇이 엄청 큰 사람입니다. 그래서 존경을 하는 분 중에 한 명이기도 하죠.
많은 감독님분들과 지금까지 작업을 해봤는데요. 지금 PD로서 내가 그분들한테 어떤 거를 제공할 수 있을지 항상 일 시작할 때 불안하기도 하고 하고 어떤 걸 또 드려야 될지 알 수 없는 그런 분들도 있잖아요. 근데 이제 항상 일을 같이 하고 싶을 때 내가 어떤 도움이 가능한지를 가장 먼저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어떤 분이랑 일을 할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부 최대한 찾아서 그분이랑 맞춰나가면서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제작하시는 영화들이 한국에 개봉하지 않은 것도 있잖아요. 이제 조금씩 이제 개봉을 하고 있는데 한국과의 합작도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개봉을 못한 영화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분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게 좀 많거든요. 그런 기회를 꼭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고요. 사실 한국이랑은 예전부터 뭔가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많이 했는데 이제 코 프로덕션이라고 해서 그 사전 작업에 일본이 예전에 인정을 하지 않았어요. 한 획으로 쫙 다 해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 지금 코 프로덕션을 지금 어느 정도 인정을 하는 분위기가 돼서 한국이랑 같이 협조를 해서 뭔가를 할 수 있게끔 합작을 할 수 있게끔 향후 그런 방향으로 좀 추구를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지금 현재 일본의 감독님들이 영어가 안 되는 부분이 좀 많아요. 그래서 어딘가 협업하자 나가자 같이 하자 이러면 굉장히 좀 주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국내 제작에 이제 그쳐 있는 분들이 좀 많거든요. 근데 공유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뿐만이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랑 협업을 했으면 좋겠는 게 예를 들어서 이제 그 아이는 기존 같은 경우에도 사실은 여성에 대한 이런 생각들이 굉장히 공감 가능한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공감 가능한 부분들을 찾아서 같이 만들어서 같이 뭔가를 색깔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Q. 제작자의 길로 들어서야겠다는 계기가 있으셨나요?
A. 학생 때 직접 이제 자주 영화, 독립 영화 같은 것을 좀 제작했었어요. 근데 그때도 사실은 난 디렉터가 돼야지라고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계속 그때도 영화를 제작할 때 '이 많은 스태프들이 다 같이 제작을 했는데 이거를 어떻게 보여주지?' '우리의 이런 작업들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내가 앞으로 직업으로 영화 쪽에서 일을 하려고 했을 때 예를 들어서 만들어진 영화 또는 만드는 영화에서 내가 어떤 부분에서 이제 예를 들어서 공연이 가능하지 내가 뭐를 할 수 있을지를 계속 생각을 했어요. 어떤 의미의 이 디렉터 피드라는 입장이 관객이랑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내가 보고 싶은 거 또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거 어떻게 해서 제공을 하면 난 볼 것이다 이런 생각이 일반 관객들이랑 가장 가깝기 때문에 가장 일반인 가장 비전문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포지션에서 일을 하는 게 나한테는 가장 맞지 않을까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기 때문에 뭔가 계기로 이걸 돼야지라고 한 건 아니고 옛날부터 계속 생각을 해왔다는 게 정답일 것 같아요.
Q. 그럼 혹시 연출도 생각이 있으신가요?
(놀라며 손사레를 치셨다.)
연출은 전혀 생각이 없지만 대신에 아까부터 이제 예를 들어서 이렇게 만들어진 작 작품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일단은 만들기 위한 기획이 필요하고 만들고 나서 배급 어떻게 보여드려서 어떻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지 많은 분들이 봐줄 수 있어 생각을 하잖아요. 이게 큰 틀에서의 연출이라고 만약에 생각을 한다면 우리 PD들도 연출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어쨌든 우리가 이거를 만들어서 누구한테 보여주는 이 단계에서의 그 많은 분들한테 보여줄 거를 생각을 하는 요 일만 하는 거지 내가 뭔가 디렉션을 해가지고 연출을 해서 뭔가를 만들고자 이런 생각은 전혀 없고 연출의 일부를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새벽의 모든>을 기다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A. 일단 그전에 좀 여쭤보고 싶은 게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예를 들어서 PMS나 영화 속의 공황장애와 같은 증상이 있을 때, 회사를 쉴 수 있다거나 또는 남녀 관계없이 저 그래가지고 좀 그래요.라는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요?
Q 그러니까 할 수 있다고 대외적으로는 되어 있지만 사회적으로 눈치를 좀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날 쉬는 날에 이제 직장 동료들이 이제 나의 업무를 이제 떠맡아야 되다 보니 암묵적으로 안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A. 베를린이나 프랑스와 같은 곳을 가면 아니 저 당연한 거를 왜 영화까지 해서 이렇게 얘기를 해야 되지 이런 국가들도 있긴 있더라고요. 그래서 만약에 한국이 일본이랑 같이 그런 상황이라면 남녀 누구든 다 이 영화를 봐 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게 어떤 문제를 이제 그들이 갖고 있는지를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서 적어도 저런 문제가 있구나라는 걸 적어도 인지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좀 들었습니다.
그게 이제 공황장애를 앓는 분들도 마찬가지거든요.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은데 굉장히 힘들어하는 사람이 어쩌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같이 호흡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느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만약에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줄 수 있는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여러 가지 생각하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PMS도 그렇고 공황장애도 그렇고 그 외에 다른 증상들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또,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미야케 쇼 감독님이 만든 영화, 영화로서의 즐거움도 같이 즐겨줬으면 좋겠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영화 후기 / 매즈 미켈슨 주연 / 덴마크 영화 / 영화제목이 갱단 이름이었다니.. ^^;;;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작남의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
-
- 디즈니 + <아메리칸 본 차이니즈> 공식 예고편
수상한 전학생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집혔다! 두 개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운명적인 대결? 아카데미 수상자 양자경, 키 호이 콴 출연 코믹 액션 어드벤처 시리즈 [아메리칸 본 차이니즈] 오직 디즈니+에서 단독 공개!
-
- <완다비전> 본 눈 가져오세요
영화를 넘어서 드라마까지, 어디까지 봐야 하는 건데
새로 개봉한 이 영화를 감상하려면 어떤 작품들을 미리 봐야 하나요? 이제는 마블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필수적인 질문이 되었습니다. 이는 해당 작품에 접근하기 쉬운지 아니면 어려운지, 소위 '진입 장벽'이 높은지 혹은 낮은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진입 장벽은 <스타워즈 시리즈>·<스타 트렉 시리즈>처럼 거대해진 세계관을 가진 시리즈들의 공통된 문제점이긴 하나, 그 시리즈들 대부분이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점이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역시 이러한 시리즈 중에 하나이지만 앞선 작품들과 다른 점으로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작품이 등장한 시간대가 현재와 가장 가까운, 가장 늦게 탄생한 시리즈라는 데에 있습니다.
슈퍼 히어로의 모험담을 유려한 CG를 기반으로 그려낸 초창기 MCU는 기존의 마블 마니아들을 넘어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대중적인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2008년에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많은 MCU 시리즈 영화가 개봉하였지만 이때 당시에는 시리즈로의 진입 장벽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스토리 흐름 파악에 필수적인 영화들만 취사선택하여 감상하면 족했으며, 그 필수적인 영화들마저 하루에서 이틀 정도 각 잡고 감상이 가능한 분량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피니티 사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르러 MCU로의 진입 장벽에 관한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로키>·<완다비전> 등 디즈니 플러스의 수많은 오리지널 드라마가 진입 장벽을 본격적으로 높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오리지널 드라마를 감상해야지만 내용 이해가 가능한,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를 선보임으로써 MCU도 앞선 선배 시리즈들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완다 막시모프라는 캐릭터를 다루고 묘사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했던 <완다비전>, 드라마라는 미디어는 서사와 캐릭터를 묘사하는 점에 있어 탁월하고 명백한 장점이 있지만 긴 호흡으로 인해 영화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자명합니다. 더군다나 디즈니 플러스라는 특정 OTT 서비스에서만 해당 드라마를 독점적으로 제공한다는 사실과 더해져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지기만 할 뿐입니다. 아무리 해당 컨텐츠가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때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 2>가 드라마인 <완다비전>의 서사를 마무리 짓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드라마로 시작했으면 드라마로 마무리 짓던가, 드라마로 시작한 이야기를 영화가 마무리 짓는다는 설명만 듣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서사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리저리 흩뿌려놓은 컨텐츠를 모두 즐겨야 본인이 제공하는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듯, 다르게 말해 컨텐츠 강매 행위로서 거부감을 가지게 합니다. MCU가 넘기 힘든 진입 장벽을 스스로 쌓아올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드라마의 결말을 영화로 마무리 짓는 최악의 선택
시리즈물임을 감안하더라도 독자적인 서사 파악이 도저히 불가능한
15년 만에 돌아온 샘 레이미, 오마주 가득한 아쉬운 공포 영화를 만들다
샘 레이미 감독은 이전에도 스파이더맨으로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제작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과 같이 판타지 영화 등 여러 장르의 영화를 감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특기는 <이블 데드 시리즈>로 대표되는 공포 영화입니다. 마치 초자연적 존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듯한 연출 등 감독 특유의 기괴함과 호러틱함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습니다. 히어로 영화인 <스파이더맨 2>에서도 특정 씬을 통해서 공포 분위기를 훌륭하게 조성했던 적이 있기에, <닥터 스트레인지 2>의 감독으로 샘 레이미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히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MCU 시리즈 중 처음으로 공포 영화의 반열에 들 법한 영화가 탄생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오마주한 듯한 연출이 제법 많이 등장합니다. 첫 전투인 문어 괴물과의 결투에서는 <스파이더맨 2>에서 닥터 옥토퍼스와 스파이더맨의 고층 건물에서의 전투를, 살이 썩어 문드러진 시체에 빙의하였을 때와 좀비의 외양을 한 채 전투에 임하는 스트레인지에게서는 <이블 데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다코>처럼 온몸의 관절이 꺾인 채 좁은 틈을 기어 나오는 스칼렛 위치, <샤이닝>과 같이 좁고 어두운 통로를 발을 질질 끌면서 끝까지 쫓아오는 스칼렛 위치가 선사하는 압박감, 곳곳에 등장하는 점프 스케어까지 더해져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합니다. 게다가 화룡점정으로 일루미나티가 스칼렛 위치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씬까지, 이토록 높은 수위를 보면서 샘 레이미 감독이 하고 싶은 것 다 했구나 하는 즐거움과 함께 도대체 어떻게 12세 관람가라는 상영 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지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 낮은 등급이 <닥터 스트레인지 2>의 족쇄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앞선 연출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공포스러웠지만, 차라리 대중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공포 장르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였더라면 더 높은 평가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무서워서 오히려 아쉬운 느낌입니다.
반가운 오마주가 가득하지만 애매함도 가득하다, 수위를 더 높였으면 어땠을까
전작의 비주얼 쇼크는 어디로, 밋밋한 액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처음으로 공개되었을 때, 미러 디멘션이란 만화경을 보는 듯한 특유의 왜곡된 공간을 배경으로 방향과 진행을 종잡을 수 없는 액션들로 관객들에게 비주얼 쇼크를 선사했습니다. 이는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마법사 캐릭터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유한 액션이기에, 후속작 역시 전편에 버금가는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리라고 기대한 관객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기대했던 액션은 코빼기를 찾아보기 어렵고, 빈약한 액션들로만 이뤄져 있을 뿐입니다. 먼저 배경과 관련하여 이야기해 보자면, 이 영화에서 미러 디멘션 혹은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장소가 한두 번 정도 등장하긴 하나 해당 장소가 임팩트 있게 다뤄지지도 않습니다. 특히 미러 디멘션과 유사한 공간은 해당 공간을 활용하여 액션을 보여주지도 않으며 그저 그 공간을 통로로서 이동하고 통과하는 용도로서만 사용하기에, 아무리 공간을 알록달록하고 왜곡된 외양으로 꾸며놓았을지라도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기기에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최고의 마법사에게 수여되는 칭호인 전·현직 소서러 슈프림이 단순히 무기 혹은 방어구만 만들어 내고, 이를 사용한 체술로만 전투에 임하는 모습을 비추는 액션은 관객들의 맥을 빠지게 만듭니다. 굳이 다른 방식으로 싸울 수 있음에도 체술을 고집하는 액션들은 그저 제작진들의 편의를 추구하기 위한 무성의함의 결과물로 느껴지게까지 할 정도입니다. 오히려 본인이 주인공이 아니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스트레인지가 캐릭터 본연의 액션을 더 잘 보여줬었습니다. 다만,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소위 '음표 액션'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액션이었습니다. 스케일이 커지지 않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클래식 곡들인 베토벤의 '5번 교향곡'과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활용해 편곡한 OST를 바탕으로 악보 속 음표를 실체화한 액션은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신박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쉬움과 불호로 가득 찬 액션이었습니다.
호불호 갈리던 음표 액션만 유일하게 호, 그 외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가 맞는지 드는 의문투성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1인 다역, 그리고 엘리자베스 올슨의 모성애에 관한 애절한 연기와 같이 두 주연 배우의 명연기는 완벽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닥터 스트레인지 2>의 다른 요소에 대해, 특히 액션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서사에 관해서는 영화를 감상하기 전 <완다비전>의 요약본을 시청하고 가서 그나마 이 정도였지, 기존에 계획했던 대로 <완다비전>에 관한 어떠한 사전 정보를 숙지하지 않은 채 이 영화를 감상했더라면 더 혹평했을 느낌입니다. 점점 마블에 대한 정과 기대감이 감소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되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CGV의 ScreenX관에서 영화를 감상했었습니다. 사실 영화를 예매할 때까지만 해도 해당 상영관이 ScreenX관임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특별관에 비해 부족한 특수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나름 3면을 활용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보니 양 측면이 스크린과 동일한 재질이 아닌 방음을 위한 천 재질로 되어있다 보니 말끔하게 보이지 않은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많이 애용할 특별관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더불어, 아이맥스로 굳이 감상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마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감독의 개인적인 선호도와는 별개로 영화는 여러모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모든 세계의 너를 사랑해
★★★
-
- 평범한 상상력을 살려낸 열연
영화 '행복의 나라'는 공개 타이밍이 아쉽다. 비슷한 시대 배경을 소재 삼은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 온 뒤에 개봉됐기에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영화를 보고 온 많은 관객들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10.26 사건과 12.12 사태를 배경으로 이를 관통하는 재판의 대상인 실존인물 박흥주 대령의 이야기를 팩션으로 다룬다.
격동의 상황 속에서 극을 끌고 가는 건 추창민 감독이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주인공 정인후다. 이념 대립이나 거대 담론엔 관심 없고, 직업적 소신도 없는 캐릭터로 자신의 신념 때문에 가족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분노해 세속적으로 살아왔다. 그랬던 그가 아버지와 닮아있는 박태주를 변호하며 비정한 시대의 야만성에 분노하고 충돌하면서 싸운다.
그러면서 '행복의 나라'는 정인후와 박태주, 두 사람과 16일간 졸속으로 이뤄진 재판과정을 통해 역사적 사건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깊게 들여다본다. 10월 26일과 12월 12일, 두 사건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와 희생된 사람들에 더 호기심이 생긴 추창민 감독의 기획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정인후와 박태주라는 두 인물을 통해 시대를 막론하고 어떤 신념과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도 되돌아보게 한다.
정인후를 앞세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정인후에 공감하고 몰입한다면 그와 함께 뜨거워지겠지만, 뜨거워지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올드하고 진부하게 다가온다. 후자를 택했다면 아무래도 시대의 아픔 속에 담긴 개인의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이 추창민 감독의 상상력이 비범이 아닌 평범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리고 먼저 개봉한 '서울의 봄'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행복의 나라'가 먼저 개봉했고, 대형 사건, 상징적 인물들을 픽션과 팩트를 여러 톤으로 다채롭게 사용했으나,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무기들이 부족했던 셈이다.
전자의 관객들처럼 가슴이 먹먹하게 다가왔다면, 평범한 상상력에 몰입하게 만든 배우들의 열연이 컸을 것이다. 정인후를 연기한 조정석은 2주 전 개봉한 자신의 주연작 '파일럿'과는 180도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다가도 울분을 토하고 감정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연기 A부터 Z까지 다 쏟아낸다. 그가 대세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행복의 나라'가 마지막 작품이 된 故 이선균의 존재감도 강하게 다가왔다. 박태주로 분해 인물의 우직한 면모를 깊은 눈빛으로 표현한다. 후반부 박태주로서 정인후에게 건네는 마지막 대사와 모습이 마치 관객에게 남기고 떠난 것 같은 인상을 남겼다.
★★★
-
- [넷플릭스] 마이 네임 (2021)
* 본 리뷰는 <마이 네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이 네임 (2021)
감독: 김진민 (<인간수업> 연출)
출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이학주, 장률 등
장르: 범죄, 액션, 느와르
방영 횟수: 8부작
공개일: 2021.10.16
복수를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된 한 여자
약쟁이 깡패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학교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지우(한소희)'. 말도 없이 자취를 감춘 아빠 '동훈(윤경호)'를 원망하던 찰나 눈앞에서 의문의 남성에게 죽임을 당한 아빠를 목격한다. 지우는 아빠가 몸담았던 마약 조직 동천파의 보스 '최무진(박희순)'을 찾아가고, 그에게서 조직을 위해 싸우는 냉혈한 킬러로 길러진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굳은 일념 하에 그는 '오혜진'이라는 이름을 갖고 경찰에 잠입하여 원수의 그림자를 좇는다. 하지만 누군가를 죽이고 해치며 살아가는 인생 앞에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감을 느끼고,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인생의 목적을 다시 깨닫게 된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기대작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하면서 최근 들어 유독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빈번하게 공개되고 있다. <D.P.>, <오징어 게임>이 연일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어제 공개된 <마이 네임>도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다음 흥행작으로 미리 점찍어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마이 네임>은 최근 흥행한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들처럼 어두운 분위기를 지닌 데다가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과거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로맨틱코미디물들이 큰 인기를 끌었던 시기가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다크하고 잔혹한 폭력의 온상을 다루는 작품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무해하고 따뜻한 감성의 콘텐츠들이 힘을 못 펴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클리셰 범벅, 하지만 여성 서사
<마이 네임>은 시놉시스만 읽어도, 도입부터 결말까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충분히 예상이 가는 작품이다. 액션 느와르 영화는 한국에서 한때 질리도록 성행했던 장르이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어 독특한 소재로 신선함을 확보했던 <D.P.>, <오징어 게임>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예상했던 대로, <마이 네임>은 온갖 불행 서사를 입힌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각성하고, 조직의 스파이로 발탁되었다가 진정으로 복수를 해야할 대상을 찾게 된다는 식의 굉장히 뻔한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마이 네임>은 액션 느와르물에 등장할 법한 클리셰를 잔뜩 더했음에도 양산형 조폭 드라마로 치부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숱한 액션 느와르 영화들이 지금껏 남성 서사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본작은 철저하게 여성서사로만 이뤄진다. 물론 <아토믹 블론드>, <악녀>와 같은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느와르물도 있지만 한국 콘텐츠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범죄/액션물에서 여성서사를 메인 스토리로 택한 작품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여성서사를 내세운 느와르 영화의 스토리가 비록 뻔할지라도, 이러한 작품이 제작되는 게 이상하거나 튀어보이지 않도록 많은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소희, 한소희, 한소희
2시간 분량의 영화로 다룰 법한 내용을 8부작 드라마로 만들어 내용을 질질 끌고, 전개도 느린 편이다. 굉장히 플롯이 단순한데도, 횟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장면들을 우겨 넣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영화라면 온전히 주인공의 서사에만 집중을 가했겠지만, 드라마인 터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도 제법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주인공 '한소희'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다른 배우들에게 눈길이 가지는 않는다.
'한소희'가 맡은 '윤지우' 캐릭터는 작중 고생과 역경을 수없이 겪는 인물이다. 학교에서 당한 괴롭힘부터 동천파 체육관에서의 강간 미수 사건 및 폭행, 그리고 경찰과 조직원 사이를 오가며 겪게 되는 온갖 폭력 사건들과 칼부림 현장. 거의 8회 내내 피칠갑을 하고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액션의 비중이 큰 작품인데, '한소희' 혼자 이끌고 나가는 액션 연기의 임팩트가 상당하다. 사실상 그의 액션 장면 빼고는 영화에서 건질 게 없을 정도로 액션 시퀀스들은 훌륭했다. 확실히 '한소희'란 배우는 악역이나 어두운 사연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할 때 매력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특유의 연기 스타일이 있어 습관적으로 등장하는 어투나 표정들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알고있지만,> 같은 현실 로맨스물 같은 장면보다 연기력이 훨씬 자연스럽다.
굳이 드라마로 만들어져야 했을까
여성 서사의 액션 느와르물이 탄생한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나 스토리와 연출 등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이 없다. 20년 전에 본 한국 조폭영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느낌이랄까. 주인공 혼자서 수십 명의 조직원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는 장면들의 비현실성은 한국 느와르 작품의 고질적인 문제이니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주인공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관계없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장면들이다.) 예상의 한치 앞을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의 전개는 끝까지 단 하나의 반전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고난을 말도 안되게 헤쳐 나가는 주인공 버프가 큰 작품이라 그런지 총칼이 오가는 장면들에서도 긴장감이 덜하다. 다시 말해, '한소희' 배우 말고는 볼 만한 요소가 없는 작품. 시놉시스를 보고 떠오른 줄거리가 있다면, 절대 그 머릿 속 상상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굳이 드라마로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킬링 타임의 목적 달성도 실패했고, 감독의 전작인 <인간수업>만큼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
-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이 나오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대해 많이 접하지 못했을 때 어렸을 적 바로 떠오르는 작품은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다. 한 작품을 많이 보지 않는 편임에도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는 계속해서 볼만큼 익숙하면서도 묵혀두고 찾아보고 싶은 작품이다.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시놉시스
소녀가 마법에 걸린 순간, 꽃미남 마법사의 성문이 열렸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 절망 속에서 길을 걷다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된다.그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청소부가 되어 ‘움직이는 성’에 머물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 이 이후로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면의 성장으로 젊음을 되찾다
소피가 황무지 마녀의 질투로 인해 90살 할머니로 변해버리면서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렸을 때는 황무지 마녀가 언제 마법을 풀어주나 하다가 마녀가 치매 걸린 할머니로 변해버리고, 하울과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를 다시 보면서 할머니에서 다시 원래의 소녀로 돌아가는 것은 하울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를 회복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는 아버지가 물려준 가업을 그대로 이를 생각만 하고 스스로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자 동생이 언니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조언을 한다.
90살 할머니가 된 소피 역시 수동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일을 찾아나서고 본인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점점 성장을 해나간다. 그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은 설리먼과의 대면신이 아닐까 싶다. 솔직하게 자신이 본 하울을 설명하면서 전쟁에 대한 자신의 의견까지 덧붙일 줄 아는 독립적인 여성임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처럼 내면의 성숙이 완성되면서 소피는 다시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머리색만큼은 백발의 모습 그대로 남는다. 이는 아마 할머니였을 때의 내면 성숙을 이룬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가 싶다.
새로 시작하기 위해 파괴한다는 것
어렸을 때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하울과 소피가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이었다. 그때 인생의 회전목마 ost가 흘러나오기도 하고 굉장히 판타지적이어서 뇌리에 박힌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소피가 하울의 성을 부시는 장면이었다. 하울을 살리기 위해서, 성을 쫓는 설리먼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소피는 이 성 자체를 파괴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캘시퍼에게 연료로 주면서 무너진 성을 다시 일으킨다.
현재 상태에서 이 기반을 가지고 움직일 수 없다면 그 기반을 무너트리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이었다.
가족의 의미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그저 하울과 소피의 사랑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보면서 느낀 것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를 따르는 마르크는 마법을 배우는 어린아이로 아직 손길이 필요한 존재다. 그렇게 소피는 마르크에게 할머니로서 엄마로서 누나로서 존재하게 되고 마음만은 소녀인 소피에게 치매에 걸린 황무지 마녀는 고민을 털어놓고 잠깐은 기댈 수 있는 할머니로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토록 하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캘시퍼 역시 자신의 쓰임을 알아주는 소피와 하울에게 다시 돌아간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볼 때마다 작품의 해석이 달라지는 듯하다. 놓쳤을 장면을 다시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
- 내 영혼을 위한 영화 "소울 (SOUL)"
<영화 정보>
개 봉 : 2021.01.20.
등 급 : 전체 관람가
장 르 : 애니메이션
국 가 : 미국
러닝타임 : 107분
배 급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소개>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되길 포기한 영혼 ‘22’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영화내용>
학교에서 미술 선생님으로 일하는 조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들은 날 꿈에 그리던 무대인 도로테아가 있는 재즈 밴드와 함께 저녁에 하프노트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된다.
너무 기쁜 조는 하프노트에서 나와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집으로 돌아가던중 도로 중간에 뚜껑 열린 하수구에서 실수로 빠지게 되고 몸과 분리된 조의 영혼은 '머나 먼 세상'으로 가는 계단으로 순식간에 이동하게 된다. 자신이 어디있는지 알게 된 조는 뒤에 보이는 지구로 역주행 하지만 다른 공간인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지게 된다.
'머나먼 세상'의 회계사인 테리는 영혼 한 명이 없어진 걸 알고 찾아다닌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 조는 태어나기 전 세상의 카운슬러 제리들을 만나게 되고 제리들은 조를 새로운 멘토로 착각한다.
살았을 때 위대한 업적을 이룬 영혼이 멘토가 되어 새롭게 태어날 영혼들인 멘티를 이어주는 '유세미나'에서 조는 영혼 22를 만나게 된다.
'태어나기 전 세상'은 새로운 영혼들이 지구로 가기전에 독특한 자신만의 성격과 관심사를 부여받는 곳으로 여러 멘토들의 도움으로 여러 직업을 체험해보면서 자신의 주요 재능이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이 완성되고 지구로 돌아가 새로 태어날 수 있다.
조는 다른 머나먼 세상으로 떠나다 떨어졌기 때문에 멘토가 아니었고 아동심리학자였던 다른 멘토의 이름표로 멘토 역할을 하게 된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유일하게 지구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아하는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영혼 22는 무하마드알리, 간디, 마더테레사, 링컨 마저 포기한 영혼이다.
조는 저녁 하프노트의 재즈 공연에 서야 했기에 영혼 22의 지구 통행증의 마지막 칸인 관심사를 채워서 지구 통행증을 자신이 가지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고 영혼 22는 지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 서로에게 좋은거라 생각하며 22 역시 조의 거래에 적극 참여 하기로 한다.
조와 22는 모두의 전당으로가 22의 관심사를 찾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22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던 중 22는 조를 데리고 길 잃은 영혼들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는 자신의 일에 집중해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진 지구의 영혼들이 오기도 하는데 그곳에는 긍정적인 일에 대한 무아지경 상태도 있지만, 집중을 넘어 집착을 하게 되면서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진 길 잃은 영혼들이 오기도 한다. 이런 길 잃은 영혼들을 지구의 모습과 연결해 집착의 무아지경에서 구출해 내는 문윈드를 만나게 되고 문윈드의 도움으로 병원에 혼수상태에 빠진 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조는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문 윈드의 도움으로 집중을 통해 지구에 있는 자신의 영혼과 연결을 시도하다가 문윈드가 만든 홀로 영혼 22와 함께 떨어지게 된다.
지구로 떨어진 조와 영혼 22는 서로의 모습에 당황한다.
조의 영혼은 혼수상태에 빠진 조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치료용 고양이 미튼스의 몸에 들어가게 되고 영혼 22의 영혼이 조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고양이 미튼스의 주인이 미튼스를 데리고 가려고 하자 조의 몸에 들어간 영혼 22는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해 시간을 번 사이 둘은 병원을 도망친다.
그리고 둘이 지구로 오는데 도움을 준 문윈드를 찾기 위해 문윈드가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뉴욕의 거리로 찾아 나선다.
둘은 문윈드를 찾게 되고 문윈드는 둘을 돕기로 하고 5시 30분까지 하프노트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옷을 갈아 입기 위해 조의 집으로 가던 중 환자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조의 모습을 보게 된 도로테아는 조를 이상한 사람으로 착각해 저녁 공연의 피아노연주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버린다.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조는 도로테아밴드의 드러머의 도움으로 공연보다 일찍 하프 노트에서 만나기로 한다.
조 대신 조의 흉내를 내고 있는 영혼 22는 난생처음 피자, 도넛, 사탕을 맛 보게 된다. 그리고 조의 머리를 깎기 위해 들른 이발소에서 자신을 비아냥 거리던 친구를 영혼22만의 방법으로 내쫓고, 오랜시간 함께 했던 이발사 친구의 속사정까지 듣게 된다. 그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양이 몸에 들어간 조는 그동안 자신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몰랐던 점을 영혼22 덕분에 알게 된다.
그리고 옷을 수선하기 위해 엄마에게 찾아갔지만 엄마는 이미 조의 재즈 밴드 공연 소식을 알고 정직원 자리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영혼 22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엄마를 설득하고 엄마는 조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숨겨놨던 정장을 꺼내며 조가 입고 갈 수 있도록 즉석에서 수선을 해준다.
공연을 하러 가던 중 나무에서 떨어지는 단풍나무 씨앗을 본 영혼 22는 지구에 와서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고, 맛보면서 삶의 기쁨을 알아가게 되고 더 경험해 보기 위해 조의 저녁 공연에 가지 않기로 하고 도망을 간다.
그 시간 회계사 테리는 누구의 영혼이 없어졌는지 찾게 되고 지구로 간 조와 영혼 22를 찾기 위해 지구로 내려와 있다.
영혼 22를 잡기 위해 따라가던 조는 테리가 둔 덫에 걸려 다시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오게 되고 둘은 영혼의 모습으로 바뀐다.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 온 영혼 22의 가슴에 붙어 있던 지구통행증은 완성이 되어 있고, 제리들은 영혼22 에게 축하해준다.
하지만 이를 본 조는 자신의 몸속에 들어갔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취향으로 인해 음악을 좋아한다고 느꼈고, 여러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던 거라며 소리를 지르고 영혼 22는 화가나 지구통행증을 조에게 던지고 사라진다.
조는 제리로 부터 Spark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영혼이 살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듣게 된다.
지구통행증을 주운 조는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그 순간 영혼 22는 자신의 Spark와 목적을 찾아야 한다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길 잃은 영혼이 되어버린다.
지구로 돌아온 조는 도로테아에게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후회할거라고 말하며 한 번 더 무대에 오를 기회를 갖게 된다.
그날 저녁 조는 최고의 연주 무대를 보이고 조의 꿈을 인정해준 조의 엄마도 공연을 보러 왔다.
그동안 그토록 원하던 무대에 서서 최고의 뮤지션들과 연주를 하게 되면 자신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그 꿈을 이룬 지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도로테아가 들려주는 바다를 찾는 어린 물고기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집으로 돌아간 조는 영혼 22가 모아놨던 피자조각, 도넛조각, 사탕, 단풍나무 씨앗들을 모며 무아지경의 상태에서는 길 잃은 영혼들이 가는 곳으로 가서 문윈드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피아노 연주에 몰입한다.
영혼 22에게 사과하고 싶었던 조는 문윈드에게 22의 소식을 듣지만 영혼 22는 잃어버린 영혼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조는 문윈드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영혼22는 오직 목적을 찾아야 한다는 것과 그동안 자신을 담당했던 멘토들이 쏟아냈던 온갖 나쁜 말들을 기억하며 자신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고 해낼 수 없는 영혼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고 있었고, 그런 영혼 22를 쫓아가 조는 단풍나무 씨앗을 건냈다. 그러자 영혼 22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는 사과를 한다.
그동안 조는 자신의 꿈과 삶의 목적은 재즈 음악이었고, 성공한 재즈 뮤지션이 되고 싶었지만 영혼 22를 보면서 삶에는 어떤 특정한 목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삶은 성공과 실패로 나누어 지는게 아니라 그저 매 순간 살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사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바로 앞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혼22는 조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 지구로 내려가고 조는 자신이 가야했던 '머나먼 세계'로 가던 중 제리를 만나게 된다.
제리는 조의 모든 행동이 그들에게 영감이 되었기에 다시 한 번 더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상을 해주겠다고 한다.
정확한 숫자에 집착하는 회계사 테리는 한명이라도 빠진걸 안다면 다시 찾아 나설것이기 때문에 제리들은 몰래 테리의 숫자판을 바꾸고 조가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리는 조에게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낼거냐고 묻는다.
조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매 순간 순간을 살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이난다.
<영화 속 대사>어린 물고기가 있었어.
그 어린 물고기는 나이 든 물고기에게 다가가
"전 바다라고 불리는 엄청난 것을 찾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 때 나이 든 물고기는 "그건 지금 네가 있는 곳이야"라고 말했어.
그러자 어린 물고기는 "여기는 물이에요.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구요"라고 말했어.
그 작은 순간들이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 줬어.<리뷰>
픽사의 애니메이션인 '소울'은 누가 봐도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사후 세계와 태어나기 전 세계를 보여주고,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의 목적 보다는 하루하루 순간에 감사하며 즐기며 살아가야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지구는 재미없고 지루한 곳이라며 수 천년 간 다시 태어나길 거부해온 영혼 22가 조의 몸에서 잠깐 경험해 본 것 만으로 지구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태어나기 전 세계로 돌아갔을 땐 지구 통행증이 완성되어있다.
처음엔 지구통행증이 완성되는 마지막 Spark가 재능이나 지구에 가서 하고 싶은 일 등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혼 22가 지구에서 경험한 건 특정한 무엇을 하고싶은것이 아니라, 그토록 가기 싫어했던 지구가 아름다워보이고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멘토와 연결해 멘토링 과정에서 여러가지 직업들을 체험해보고 흥미나 열정을 가지게 되면 지구가 재미있는 곳이고, 지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이런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 그 많은 영혼들은 '태어나기 전 세계'에서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혼 22는 정말 지구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지구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지구는 영혼 22의 생각보다 재미있고 살만한 곳이었다.
그리고 제리가 조에게 해준 삶의 목적이 Spark가 아니라는 말.
삶의 목적은 그냥 하루 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구나 알아주는 위한 업적을 이루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 최고의 목적인 것이라고 영화에서 말하는 것 같다.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음식에서도,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새로 알게 된 모습, 주변에서 나는 소리들, 바람, 나무에서 떨어지는 씨앗 등 모든 것이 소중하고 재미있고, 즐겁고 내일을 살만하게 만드는 일들이다.
조가 영혼22를 멘토링 하기 전 자신은 멘토가 아니라고 밝히며 자신의 살아온 날들을 보게 되는데,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는다. 정말 무의미 하게 인생을 살았다면서.....
그 장면을 보고 나도 무서워졌다. 나중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무의미한 인생이었으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있게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머나 먼 세계' '태어나기 전 세계' '유 세미나' '길 잃은 영혼' '스파크' 등 새로운 개념들이 많이 나온다.
삶에 대한 희망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사후세계와 전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태어나기 전 영혼들은 동글동글 너무 귀여웠고, '태어나기 전 세계'의 대부분의 색체가 프리즘처럼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영혼들은 입체적인 3D로 표현되어 있고, 제리나 테리는 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제리가 조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양자물리학이 어쩌고 어디에나 있는데 누구나 알 수 있는 모습들로 보이기 위해 자신들이 원래는 형체가 없지만 형체를 갖춰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처럼 말을 했었던것 같고, 모양은 다르지만 영혼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다 이름이 똑같은 제리 였다. 리뷰를 쓰다가 찾아보니 제리는 우주의 모든 양자화된 장의 총체라고 했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영혼을 관리하고 그들이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도와주는 역할이다.
조가 가는 이발소의 이발사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딸의 병원비를 위해 최대한 돈을 빨리 많이 벌어야했고 이발사가 되었던 거다 그러나 그나 불행하지 않다고 한다. 손님과의 대화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직업에 대한 몰입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즐겁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이 이발사의 '태어나기 전 세계'에서의 Spark는 수의사가 되는 것이었겠지만 막상 지구에서 태어난 후 된 건 이발사였다. 이렇게 태어나기 전 세계에서의 스파크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지구에 와서 어떻게 살 것인지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한 것을 이발사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성격 형성을 위해 다양한 감정도 경험해 보는 모습도 보인다.
조가 처음 '머나먼 세계'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머나먼 세계'로 떠나는 다른 영혼 들 사이에서 한국말이 들려 반갑기도 했고, 영화 속 뉴욕의 모습에서 한글 간판도 있었다.
픽사에서 23년을 준비한 새로운 세계관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픽사는 단 하나의 작품도 허투로 만들어 내는 게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쿠키 영상은 있다.
보고 나면 허무하지만 안 보면 찝찝해서 본다는 쿠키 영상 일 정도로 허무하지만 궁금해서 안볼수가 없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10분정도를 기다렸고, 엔딩 크렛딧이 올라가는 동안 '태어나기 전 세계'의 어린 영혼들이 중간 중간 나와서 춤을 추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 쿠키 영상엔 회계사 테리가 나온다.
"Hey! movies over.
Go Home!"
이라고 말하고 끝난다.
10분 기다렸지만 테리가 말하는 건 5초? ㅋㅋㅋㅋㅋㅋ
영화 시작 전 보여주는 '토끼굴'애니메이션도 너무 귀여웠다.
대화는 한 마디도 없지만 땅 속에 각자의 집을 살고 있는 동물들이 나오는데 토끼는 조금만 이동하면 연결되는 땅속 집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립된 집을 갖고 싶어서 땅 속 깊이 깊이 파다 보니 물이 지나가는 길까지 파 내려가게 된다. 물이 지나가는 길이 터지면 땅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위험해 진다는 것을 알고 토끼는 가장 무서워 하던 오소리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오소리의 큰 소리에 땅 속에 살던 동물들은 다 모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일어난 일에 토끼는 미안하고 부끄러워 오소리 뒤로 숨지만 오소리는 토끼에게 직접 말하게 하며 토끼를 동물들 앞으로 내보낸다. 토끼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동물들은 힘을 합쳐 물길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땅을 호수 근처로 파낸다. 물에 잠길뻔한 토끼를 구해주기도 하면서 무사히 물길을 호수까지 파내게 되고 땅 속 동물들은 안전해 진다.
도움을 받은 토끼는 사실 자신의 집을 만들고 싶어서 그랬다는 듯 집 설계도를 동물들에게 보여주고 동물들은 토끼를 도와 설계도를 다시 만들고 토끼의 집도 함께 만들어 준다.
잠깐의 이야기해서도 협동과 서로 돕는 따뜻함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일상과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면
#영화소울 을 보면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
- 제로콜라는 살 안 찐다며
이 글은 영화 [야당]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재주가 없는 자의 영화 리뷰 쓰는 법은 제법 처절하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들 중 제일 큰 골자를 추려내야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해를 돕기 위한 모티프도 찾아내야 한다. 거기까지만으로도 이미 힘에 부치고도 남는데 그 두 가지를 엮어서 글을 쓰다 보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엉엉.
그렇다고 모티브나 레퍼런스가 쉽게 찾아지는 영화가 편한 것도 아니다. 바꿔 말하면 뻔하다는 뜻이니 그 단조로움을 뚫고 무언가를 써내려야 하는 고통(?)도 만만치만은 않다. 이번에 리뷰를 쓸 영화인 [야당]은 후자의 경우였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과 닮아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으려 애쓰고. 익숙하다라던가 아는 맛이라는 표현들을 빼고 쓰려니 아주 고역이 아닐 수가 없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그래서 이 비루한 실력의 영화 리뷰어는 이 작품에 제로 콜라의 개념을 차용하기로 했다. 영화 자체도 빼야 할 것은 빼면서도, 기대하고 있는 어느 정도 수준의 쾌감은 주었으니까.
우선 영화는 이런 류의 작품에서 가장 관객을 해롭게 하는 설탕 같은 존재인 현실적인 참혹함이나 처참함을 덜어냈다. 덕분에 사회고발 성격을 띤 작품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무거움과 찝찝함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영화는 훨씬 유쾌하며 가벼웠지만, 자칫 잘못하면 펄럭거리면서 바람에 도망 다니기 바쁠 수도 있었던 흐름을 적당한 속도감으로 못 박아 고정시켰다. 이 덕에 영화는 매끄럽고 부드럽게 눈에 읽혀 들어가고, 관객들은 가벼운 마음과 자세로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제로 콜라임을 인지하고 마시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관객들이 애초에 어느 정도 감안한 채 접고 들어가는 부분도 존재한다. 몇몇 등장인물들은 소모성에 가까울 것이라는 사실과, 반전의 힌트가 언제나 코앞에 있다는 사실이다. 적정 수준의 통쾌함은 보장받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 예상 앞에서 마냥 쾌재를 부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부터 제로콜라의 안전성 혹은 의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우리는 콜라의 대안으로 제로음료를 찾는다. PH2 정도 되는 산도(Acidity)를 숨기기 위해 때려 넣은 무지막지한 설탕에서 오는 모든 성인병을 비롯한 그 외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나 과연 제로 음료가 완벽한 대체제, 혹은 건강한 음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당연히 아니오 혹은 대답을 유보하는 것에 가깝다.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제로 음료가 장내 미생물의 질서에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일부 설탕 대체제들의 경우는 설탕만큼은 아니라 해도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참고 1)
그리고 근원적으로. 제아무리 제로 음료라 할지라도 단맛이라는 감각에 대한 중독까지는 뿌리 뽑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또한 여기에 있다.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티프들을 그러모아 만들어진 이런 영화가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과연 이에 기대 만들어진 앞으로의 후속 작품들이 과연 한국 영화 자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잘은 모르겠다. 는 답변을 내뱉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깡패 영화가 만들어질 때가 있었다. 그 시대를 거치며 얻은 결론이라고는 자가복제에 지쳐 씁쓸해진 관객들의 입맛뿐이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는 맛은 이렇게 무섭고, 제로 콜라도 길고 넓게 보면 비만에 동조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참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설탕 대체제들과 함께 포함되어 있는 요소들도 혈당을 올릴 수 있음. 몇십 캔을 먹어야 설탕이랑 비슷하다는 둥의 말하지 마라. 애초에 가장 위험한 것은 단맛에 대한 중독성 그 자체임.
[이 글의 TMI]
1. 하이퍼 나이프 리뷰도 써야 하는데...
2. 보물섬 리뷰도 써야 하는데...
3. 회사 가기도 귀찮은 휴먼이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야당 #황병국 #강하늘 #유해진 #박해진 #한국영화 #범죄영화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
-
-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영화 후기 / 매즈 미켈슨 주연 / 덴마크 영화 / 영화제목이 갱단 이름이었다니.. ^^;;;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작남의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
-
- 디즈니 + <아메리칸 본 차이니즈> 공식 예고편
수상한 전학생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집혔다! 두 개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운명적인 대결? 아카데미 수상자 양자경, 키 호이 콴 출연 코믹 액션 어드벤처 시리즈 [아메리칸 본 차이니즈] 오직 디즈니+에서 단독 공개!
-
- <완다비전> 본 눈 가져오세요
영화를 넘어서 드라마까지, 어디까지 봐야 하는 건데
새로 개봉한 이 영화를 감상하려면 어떤 작품들을 미리 봐야 하나요? 이제는 마블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필수적인 질문이 되었습니다. 이는 해당 작품에 접근하기 쉬운지 아니면 어려운지, 소위 '진입 장벽'이 높은지 혹은 낮은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진입 장벽은 <스타워즈 시리즈>·<스타 트렉 시리즈>처럼 거대해진 세계관을 가진 시리즈들의 공통된 문제점이긴 하나, 그 시리즈들 대부분이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점이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역시 이러한 시리즈 중에 하나이지만 앞선 작품들과 다른 점으로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작품이 등장한 시간대가 현재와 가장 가까운, 가장 늦게 탄생한 시리즈라는 데에 있습니다.
슈퍼 히어로의 모험담을 유려한 CG를 기반으로 그려낸 초창기 MCU는 기존의 마블 마니아들을 넘어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대중적인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2008년에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많은 MCU 시리즈 영화가 개봉하였지만 이때 당시에는 시리즈로의 진입 장벽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스토리 흐름 파악에 필수적인 영화들만 취사선택하여 감상하면 족했으며, 그 필수적인 영화들마저 하루에서 이틀 정도 각 잡고 감상이 가능한 분량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피니티 사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르러 MCU로의 진입 장벽에 관한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로키>·<완다비전> 등 디즈니 플러스의 수많은 오리지널 드라마가 진입 장벽을 본격적으로 높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오리지널 드라마를 감상해야지만 내용 이해가 가능한,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를 선보임으로써 MCU도 앞선 선배 시리즈들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완다 막시모프라는 캐릭터를 다루고 묘사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했던 <완다비전>, 드라마라는 미디어는 서사와 캐릭터를 묘사하는 점에 있어 탁월하고 명백한 장점이 있지만 긴 호흡으로 인해 영화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자명합니다. 더군다나 디즈니 플러스라는 특정 OTT 서비스에서만 해당 드라마를 독점적으로 제공한다는 사실과 더해져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지기만 할 뿐입니다. 아무리 해당 컨텐츠가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때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 2>가 드라마인 <완다비전>의 서사를 마무리 짓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드라마로 시작했으면 드라마로 마무리 짓던가, 드라마로 시작한 이야기를 영화가 마무리 짓는다는 설명만 듣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서사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리저리 흩뿌려놓은 컨텐츠를 모두 즐겨야 본인이 제공하는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듯, 다르게 말해 컨텐츠 강매 행위로서 거부감을 가지게 합니다. MCU가 넘기 힘든 진입 장벽을 스스로 쌓아올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드라마의 결말을 영화로 마무리 짓는 최악의 선택
시리즈물임을 감안하더라도 독자적인 서사 파악이 도저히 불가능한
15년 만에 돌아온 샘 레이미, 오마주 가득한 아쉬운 공포 영화를 만들다
샘 레이미 감독은 이전에도 스파이더맨으로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제작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과 같이 판타지 영화 등 여러 장르의 영화를 감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특기는 <이블 데드 시리즈>로 대표되는 공포 영화입니다. 마치 초자연적 존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듯한 연출 등 감독 특유의 기괴함과 호러틱함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습니다. 히어로 영화인 <스파이더맨 2>에서도 특정 씬을 통해서 공포 분위기를 훌륭하게 조성했던 적이 있기에, <닥터 스트레인지 2>의 감독으로 샘 레이미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히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MCU 시리즈 중 처음으로 공포 영화의 반열에 들 법한 영화가 탄생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오마주한 듯한 연출이 제법 많이 등장합니다. 첫 전투인 문어 괴물과의 결투에서는 <스파이더맨 2>에서 닥터 옥토퍼스와 스파이더맨의 고층 건물에서의 전투를, 살이 썩어 문드러진 시체에 빙의하였을 때와 좀비의 외양을 한 채 전투에 임하는 스트레인지에게서는 <이블 데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다코>처럼 온몸의 관절이 꺾인 채 좁은 틈을 기어 나오는 스칼렛 위치, <샤이닝>과 같이 좁고 어두운 통로를 발을 질질 끌면서 끝까지 쫓아오는 스칼렛 위치가 선사하는 압박감, 곳곳에 등장하는 점프 스케어까지 더해져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합니다. 게다가 화룡점정으로 일루미나티가 스칼렛 위치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씬까지, 이토록 높은 수위를 보면서 샘 레이미 감독이 하고 싶은 것 다 했구나 하는 즐거움과 함께 도대체 어떻게 12세 관람가라는 상영 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지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 낮은 등급이 <닥터 스트레인지 2>의 족쇄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앞선 연출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공포스러웠지만, 차라리 대중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공포 장르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였더라면 더 높은 평가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무서워서 오히려 아쉬운 느낌입니다.
반가운 오마주가 가득하지만 애매함도 가득하다, 수위를 더 높였으면 어땠을까
전작의 비주얼 쇼크는 어디로, 밋밋한 액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처음으로 공개되었을 때, 미러 디멘션이란 만화경을 보는 듯한 특유의 왜곡된 공간을 배경으로 방향과 진행을 종잡을 수 없는 액션들로 관객들에게 비주얼 쇼크를 선사했습니다. 이는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마법사 캐릭터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유한 액션이기에, 후속작 역시 전편에 버금가는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리라고 기대한 관객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기대했던 액션은 코빼기를 찾아보기 어렵고, 빈약한 액션들로만 이뤄져 있을 뿐입니다. 먼저 배경과 관련하여 이야기해 보자면, 이 영화에서 미러 디멘션 혹은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장소가 한두 번 정도 등장하긴 하나 해당 장소가 임팩트 있게 다뤄지지도 않습니다. 특히 미러 디멘션과 유사한 공간은 해당 공간을 활용하여 액션을 보여주지도 않으며 그저 그 공간을 통로로서 이동하고 통과하는 용도로서만 사용하기에, 아무리 공간을 알록달록하고 왜곡된 외양으로 꾸며놓았을지라도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기기에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최고의 마법사에게 수여되는 칭호인 전·현직 소서러 슈프림이 단순히 무기 혹은 방어구만 만들어 내고, 이를 사용한 체술로만 전투에 임하는 모습을 비추는 액션은 관객들의 맥을 빠지게 만듭니다. 굳이 다른 방식으로 싸울 수 있음에도 체술을 고집하는 액션들은 그저 제작진들의 편의를 추구하기 위한 무성의함의 결과물로 느껴지게까지 할 정도입니다. 오히려 본인이 주인공이 아니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스트레인지가 캐릭터 본연의 액션을 더 잘 보여줬었습니다. 다만,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소위 '음표 액션'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액션이었습니다. 스케일이 커지지 않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클래식 곡들인 베토벤의 '5번 교향곡'과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활용해 편곡한 OST를 바탕으로 악보 속 음표를 실체화한 액션은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신박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쉬움과 불호로 가득 찬 액션이었습니다.
호불호 갈리던 음표 액션만 유일하게 호, 그 외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가 맞는지 드는 의문투성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1인 다역, 그리고 엘리자베스 올슨의 모성애에 관한 애절한 연기와 같이 두 주연 배우의 명연기는 완벽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닥터 스트레인지 2>의 다른 요소에 대해, 특히 액션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서사에 관해서는 영화를 감상하기 전 <완다비전>의 요약본을 시청하고 가서 그나마 이 정도였지, 기존에 계획했던 대로 <완다비전>에 관한 어떠한 사전 정보를 숙지하지 않은 채 이 영화를 감상했더라면 더 혹평했을 느낌입니다. 점점 마블에 대한 정과 기대감이 감소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되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CGV의 ScreenX관에서 영화를 감상했었습니다. 사실 영화를 예매할 때까지만 해도 해당 상영관이 ScreenX관임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특별관에 비해 부족한 특수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나름 3면을 활용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보니 양 측면이 스크린과 동일한 재질이 아닌 방음을 위한 천 재질로 되어있다 보니 말끔하게 보이지 않은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많이 애용할 특별관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더불어, 아이맥스로 굳이 감상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마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감독의 개인적인 선호도와는 별개로 영화는 여러모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모든 세계의 너를 사랑해
★★★
-
- 평범한 상상력을 살려낸 열연
영화 '행복의 나라'는 공개 타이밍이 아쉽다. 비슷한 시대 배경을 소재 삼은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 온 뒤에 개봉됐기에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영화를 보고 온 많은 관객들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10.26 사건과 12.12 사태를 배경으로 이를 관통하는 재판의 대상인 실존인물 박흥주 대령의 이야기를 팩션으로 다룬다.
격동의 상황 속에서 극을 끌고 가는 건 추창민 감독이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주인공 정인후다. 이념 대립이나 거대 담론엔 관심 없고, 직업적 소신도 없는 캐릭터로 자신의 신념 때문에 가족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분노해 세속적으로 살아왔다. 그랬던 그가 아버지와 닮아있는 박태주를 변호하며 비정한 시대의 야만성에 분노하고 충돌하면서 싸운다.
그러면서 '행복의 나라'는 정인후와 박태주, 두 사람과 16일간 졸속으로 이뤄진 재판과정을 통해 역사적 사건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깊게 들여다본다. 10월 26일과 12월 12일, 두 사건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와 희생된 사람들에 더 호기심이 생긴 추창민 감독의 기획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정인후와 박태주라는 두 인물을 통해 시대를 막론하고 어떤 신념과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도 되돌아보게 한다.
정인후를 앞세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정인후에 공감하고 몰입한다면 그와 함께 뜨거워지겠지만, 뜨거워지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올드하고 진부하게 다가온다. 후자를 택했다면 아무래도 시대의 아픔 속에 담긴 개인의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이 추창민 감독의 상상력이 비범이 아닌 평범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리고 먼저 개봉한 '서울의 봄'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행복의 나라'가 먼저 개봉했고, 대형 사건, 상징적 인물들을 픽션과 팩트를 여러 톤으로 다채롭게 사용했으나,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무기들이 부족했던 셈이다.
전자의 관객들처럼 가슴이 먹먹하게 다가왔다면, 평범한 상상력에 몰입하게 만든 배우들의 열연이 컸을 것이다. 정인후를 연기한 조정석은 2주 전 개봉한 자신의 주연작 '파일럿'과는 180도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다가도 울분을 토하고 감정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연기 A부터 Z까지 다 쏟아낸다. 그가 대세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행복의 나라'가 마지막 작품이 된 故 이선균의 존재감도 강하게 다가왔다. 박태주로 분해 인물의 우직한 면모를 깊은 눈빛으로 표현한다. 후반부 박태주로서 정인후에게 건네는 마지막 대사와 모습이 마치 관객에게 남기고 떠난 것 같은 인상을 남겼다.
★★★
-
- [넷플릭스] 마이 네임 (2021)
* 본 리뷰는 <마이 네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이 네임 (2021)
감독: 김진민 (<인간수업> 연출)
출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이학주, 장률 등
장르: 범죄, 액션, 느와르
방영 횟수: 8부작
공개일: 2021.10.16
복수를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된 한 여자
약쟁이 깡패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학교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지우(한소희)'. 말도 없이 자취를 감춘 아빠 '동훈(윤경호)'를 원망하던 찰나 눈앞에서 의문의 남성에게 죽임을 당한 아빠를 목격한다. 지우는 아빠가 몸담았던 마약 조직 동천파의 보스 '최무진(박희순)'을 찾아가고, 그에게서 조직을 위해 싸우는 냉혈한 킬러로 길러진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굳은 일념 하에 그는 '오혜진'이라는 이름을 갖고 경찰에 잠입하여 원수의 그림자를 좇는다. 하지만 누군가를 죽이고 해치며 살아가는 인생 앞에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감을 느끼고,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인생의 목적을 다시 깨닫게 된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기대작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하면서 최근 들어 유독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빈번하게 공개되고 있다. <D.P.>, <오징어 게임>이 연일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어제 공개된 <마이 네임>도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다음 흥행작으로 미리 점찍어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마이 네임>은 최근 흥행한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들처럼 어두운 분위기를 지닌 데다가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과거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로맨틱코미디물들이 큰 인기를 끌었던 시기가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다크하고 잔혹한 폭력의 온상을 다루는 작품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무해하고 따뜻한 감성의 콘텐츠들이 힘을 못 펴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클리셰 범벅, 하지만 여성 서사
<마이 네임>은 시놉시스만 읽어도, 도입부터 결말까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충분히 예상이 가는 작품이다. 액션 느와르 영화는 한국에서 한때 질리도록 성행했던 장르이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어 독특한 소재로 신선함을 확보했던 <D.P.>, <오징어 게임>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예상했던 대로, <마이 네임>은 온갖 불행 서사를 입힌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각성하고, 조직의 스파이로 발탁되었다가 진정으로 복수를 해야할 대상을 찾게 된다는 식의 굉장히 뻔한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마이 네임>은 액션 느와르물에 등장할 법한 클리셰를 잔뜩 더했음에도 양산형 조폭 드라마로 치부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숱한 액션 느와르 영화들이 지금껏 남성 서사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본작은 철저하게 여성서사로만 이뤄진다. 물론 <아토믹 블론드>, <악녀>와 같은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느와르물도 있지만 한국 콘텐츠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범죄/액션물에서 여성서사를 메인 스토리로 택한 작품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여성서사를 내세운 느와르 영화의 스토리가 비록 뻔할지라도, 이러한 작품이 제작되는 게 이상하거나 튀어보이지 않도록 많은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소희, 한소희, 한소희
2시간 분량의 영화로 다룰 법한 내용을 8부작 드라마로 만들어 내용을 질질 끌고, 전개도 느린 편이다. 굉장히 플롯이 단순한데도, 횟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장면들을 우겨 넣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영화라면 온전히 주인공의 서사에만 집중을 가했겠지만, 드라마인 터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도 제법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주인공 '한소희'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다른 배우들에게 눈길이 가지는 않는다.
'한소희'가 맡은 '윤지우' 캐릭터는 작중 고생과 역경을 수없이 겪는 인물이다. 학교에서 당한 괴롭힘부터 동천파 체육관에서의 강간 미수 사건 및 폭행, 그리고 경찰과 조직원 사이를 오가며 겪게 되는 온갖 폭력 사건들과 칼부림 현장. 거의 8회 내내 피칠갑을 하고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액션의 비중이 큰 작품인데, '한소희' 혼자 이끌고 나가는 액션 연기의 임팩트가 상당하다. 사실상 그의 액션 장면 빼고는 영화에서 건질 게 없을 정도로 액션 시퀀스들은 훌륭했다. 확실히 '한소희'란 배우는 악역이나 어두운 사연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할 때 매력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특유의 연기 스타일이 있어 습관적으로 등장하는 어투나 표정들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알고있지만,> 같은 현실 로맨스물 같은 장면보다 연기력이 훨씬 자연스럽다.
굳이 드라마로 만들어져야 했을까
여성 서사의 액션 느와르물이 탄생한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나 스토리와 연출 등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이 없다. 20년 전에 본 한국 조폭영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느낌이랄까. 주인공 혼자서 수십 명의 조직원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는 장면들의 비현실성은 한국 느와르 작품의 고질적인 문제이니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주인공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관계없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장면들이다.) 예상의 한치 앞을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의 전개는 끝까지 단 하나의 반전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고난을 말도 안되게 헤쳐 나가는 주인공 버프가 큰 작품이라 그런지 총칼이 오가는 장면들에서도 긴장감이 덜하다. 다시 말해, '한소희' 배우 말고는 볼 만한 요소가 없는 작품. 시놉시스를 보고 떠오른 줄거리가 있다면, 절대 그 머릿 속 상상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굳이 드라마로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킬링 타임의 목적 달성도 실패했고, 감독의 전작인 <인간수업>만큼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
-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이 나오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대해 많이 접하지 못했을 때 어렸을 적 바로 떠오르는 작품은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다. 한 작품을 많이 보지 않는 편임에도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는 계속해서 볼만큼 익숙하면서도 묵혀두고 찾아보고 싶은 작품이다.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시놉시스
소녀가 마법에 걸린 순간, 꽃미남 마법사의 성문이 열렸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 절망 속에서 길을 걷다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된다.그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청소부가 되어 ‘움직이는 성’에 머물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 이 이후로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면의 성장으로 젊음을 되찾다
소피가 황무지 마녀의 질투로 인해 90살 할머니로 변해버리면서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렸을 때는 황무지 마녀가 언제 마법을 풀어주나 하다가 마녀가 치매 걸린 할머니로 변해버리고, 하울과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를 다시 보면서 할머니에서 다시 원래의 소녀로 돌아가는 것은 하울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를 회복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는 아버지가 물려준 가업을 그대로 이를 생각만 하고 스스로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자 동생이 언니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조언을 한다.
90살 할머니가 된 소피 역시 수동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일을 찾아나서고 본인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점점 성장을 해나간다. 그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은 설리먼과의 대면신이 아닐까 싶다. 솔직하게 자신이 본 하울을 설명하면서 전쟁에 대한 자신의 의견까지 덧붙일 줄 아는 독립적인 여성임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처럼 내면의 성숙이 완성되면서 소피는 다시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머리색만큼은 백발의 모습 그대로 남는다. 이는 아마 할머니였을 때의 내면 성숙을 이룬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가 싶다.
새로 시작하기 위해 파괴한다는 것
어렸을 때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하울과 소피가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이었다. 그때 인생의 회전목마 ost가 흘러나오기도 하고 굉장히 판타지적이어서 뇌리에 박힌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소피가 하울의 성을 부시는 장면이었다. 하울을 살리기 위해서, 성을 쫓는 설리먼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소피는 이 성 자체를 파괴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캘시퍼에게 연료로 주면서 무너진 성을 다시 일으킨다.
현재 상태에서 이 기반을 가지고 움직일 수 없다면 그 기반을 무너트리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이었다.
가족의 의미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그저 하울과 소피의 사랑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보면서 느낀 것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를 따르는 마르크는 마법을 배우는 어린아이로 아직 손길이 필요한 존재다. 그렇게 소피는 마르크에게 할머니로서 엄마로서 누나로서 존재하게 되고 마음만은 소녀인 소피에게 치매에 걸린 황무지 마녀는 고민을 털어놓고 잠깐은 기댈 수 있는 할머니로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토록 하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캘시퍼 역시 자신의 쓰임을 알아주는 소피와 하울에게 다시 돌아간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볼 때마다 작품의 해석이 달라지는 듯하다. 놓쳤을 장면을 다시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