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2-02 16:00:02
11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전한 저력 보여준 <모아나 2>

<모아나 2>가 국내 누적 관객 수 100만, 북미 누적 수익 2억 달러를 가뿐히 돌파하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전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었던 <위키드>가 북미에서와는 달리 국내 개봉 성적은 누적 관객 수 65만 명에 그쳐, 과연 <모아나 2>가 얼어붙은 국내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를 모았는데요. 그런 기우를 싹 지우듯 <모아나 2>는 국내 개봉 첫날부터 2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였습니다. 개봉 닷새 만에 누적 관객 수 136만여 명을 돌파하며 아쉬웠던 전 편의 성적(231만 명)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개봉 2주 차를 맞은 <위키드> 역시 119만 명을 기록하며 2위를, <히든페이스>가 72만 명의 관객으로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입소문으로 꾸준한 관객 유입이 예상됩니다.

한편, 북미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많은 관객이 극장가를 찾아 4억 2천만 달러의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습니다.
<모아나 2>는 개봉 이후 2억 2,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추수감사절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이는 2019년 <겨울왕국 2>(1억 2,500만 달러)와 2013년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1억 900만 달러)가 세운 기록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수치라고 합니다.
<모아나 2>로 인해 2위로 밀려난 <위키드> 역시 연휴 기간 1억 1,800만 달러를 추가하며 성공을 이어갔습니다. 현재까지 북미에서 2억 6,20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3억 5,9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4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미 누적 수익 1억 1,200만 달러에 이른 <글래디에이터 Ⅱ> 역시 한 계단 내려와 3위를 기록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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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보다 느린 사람을 위한 사랑법
6★/10★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분실물: 어제’. 얼굴이 벌겋게 탄 한 남자가 경찰서에 들어온다. 부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신고 양식에 분실물을 적는다. 그가 잃어버린 건 ‘어제’다. 말 그대로다. 그는 어제의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얼굴이 왜 발갛게 탔는지, 오늘이 왜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인지 알 길이 없다. 어제를 잃어버렸다는 남자도, 그를 바라보는 경찰도 아리송한 표정이다. 더 심각한 건 ‘어제’의 중요성이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하지메는 잘생긴 얼굴로 늘 여자가 먼저 다가오지만 얼마 못 가 결별을 통보받는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런 그에게 운명처럼 한 여자가 다가온다.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가수 지망생 사쿠라코다. 아름다운 외모에 감미로운 목소리, 무엇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운명적인 이끌림. 하지메가 잃어버린 일요일은 그가 사쿠라코와 데이트하며 둘의 관계를 진지하게 발전시키기로 한 날이었다. 어쩌면 그의 생애 가장 중요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제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런 둘을 지켜보는 또 다른 여자, 레이카가 있다.
이쯤에서 이 영화가 스릴러, 범죄물이 아니라는 점을 일러둬야겠다. 〈1초 앞, 1초 뒤〉는 로맨스, 멜로, 코미디, 판타지 영화다. 사랑하는 사람을 쟁취하기 위한 범죄, 끈적이다 못해 질척거리는 치정은 이 영화에 없다. 시작부터 끝까지 일본 멜로, 코미디 특유의 엉뚱한 웃음으로 가득하다(혹 낯설더라도 초반 30분만 넘기면 금세 적응된다!).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기막힌 상상력을 갖춘 영화이기도 하다.
상상력의 키워드는 바로 시간이다. 하지메는 늘 남들보다 조금 빨랐다. 이런 식이다. 친구들이 시험지에 이름을 쓰는 동안 6번 문제를 풀고 있고, 재밌는 연극을 봐도 남들보다 몇 초 빨리 웃는다. 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다 과속을 하도 많이 해서 면허가 정지돼 내근직으로 바뀌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안타깝게도 그의 빠른 속도는 연애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 늘 남들보다 빨라서 그런지, 밝고 쾌활해 보이는 하지메는 어딘가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자신과는 달리 늘 여유 있고 꿈 많은 사쿠라코에게 그가 온 마음을 빼앗겼다는 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레이카는 정반대다. 그녀는 늘 남들보다 조금 느렸다. 친구들이 시험지를 열심히 푸는 동안 겨우 이름을 쓰고, 재밌는 연극을 봐도 남들보다 몇 초 늦게 웃는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만 느릿한 동작 때문에 움직이는 대상은 찍지 못한다. 하지메와는 다른 의미로, 그녀의 느린 속도 역시 연애에서 걸림돌이었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해왔지만 마음을 전하지 못했고, 연락이 끊긴 그 남자를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는 레이카가 사랑해온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빠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레이카는 하지메를 사랑했고, 사랑한다. 하지만 하지메는 어릴 때 만났던 레이카를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여러 여자와 짧게만 사랑하는 데 지친 남자와 오랫동안 사랑한 남자에게 말도 못 붙이는 여자. 이들을 어찌해야 할까? 답은 시간에 있다. 하지메와 레이카는 남들과, 무엇보다 서로와 다른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한 번도 같은 시간을 살아간 적이 없다. 하지메는 늘 빠르게 앞으로 나갔고, 레이카는 종종 길을 잃으며 하지메를 좇았다.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하지메의 시간이 멈추고, 레이카의 시간만 흐르는 것. 그리고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남들보다 느린 사람들이 손해 보며 살아온 시간이 조금씩 모여 하루(24시간)가 되면 세상이 멈춘다. 그러나 모두의 시간이 멈추는 건 아니다. 레이카, 즉 남들보다 느리게 산 사람의 시간은 계속 흐른다. 선물처럼 주어진 이 시간에 레이카는 많은 것을 바로잡는다. 사기꾼 사쿠라코를 하지메에게서 떼어놓고, 어린 시절의 실현되지 못한 약속을 현실화한다. 레이카는 자신에게만 주어진 시간을 오롯이 하지메를 위해 쓴다. 하지메를 아끼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기분 좋은 몽글몽글함이 솟아난다.
하지메와 레이카가 만날 수 있도록 도착한 선물 같은 시간! 배려심이 가득 담긴 상상력이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흐르는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그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시간은 하나하나가 전부 다르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시차’가 생긴다. 하지메와 레이카가 그러했듯 앞에 있는 사람과 뒤에 있는 사람이 나뉘고, 둘은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시차는 사랑에만 있지 않다. 영화의 상상력은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 무한히 적용할 수 있다. 느린 사람을 뒤에 남겨 두지 않고, 그들이 마음과 역량을 온전히 쓸 수 있도록 주어지는 시간의 멈춤은 드라마, 멜로, 코미디뿐 아니라 SF, 스릴러, 액션, 공포에도 쓰일 수 있다. 사랑뿐 아니라 우정, 연대, 저항, 평화의 이야기에도 활용 가능하다. 이 모든 장르와 이야기에서도, 느린 자를 위한 시간의 멈춤이라는 상상력은 엉뚱하고 따뜻한 〈1초 앞, 1초 뒤〉에서만큼이나 어울릴 것이다. 느린 사람을 위한 사랑법을 모두의 모든 것에까지 확장한다면? 〈1초 앞, 1초 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상상력을 품고 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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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적이 모여 기적을 이루다.
호러 영화 전문 제작사 블룸 하우스와 스콧 데릭슨 감독이 만난 이 영화는 조 힐 작가의 '20세기 고스트' 속 단편 '블랙폰'이 원작이다. 어두운 밤과 비, 그리고 축축함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이 영화는 9월 7일에 개봉을 한다. 올해 개봉한 호러 영화 중 로튼 토마토 팝콘 지수 최고의 수치를 기록하여 더욱 주목할만하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납치 사건과 일상에 공포가 스며든 전화기를 들어 올릴 각오가 되었다면 지금 바로 '블랙폰'을 보자.
작은 마을에 연쇄적으로 아이들이 납치되며 마을은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하다. 피니를 비롯한 아이들도 그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다. 그리고 어느 날, 가면을 쓰고 접근한 남자에 의해 피니는 캄캄하고 축축한 지하실에 납치되고 만다. 전화선이 끊긴 전화기에서 벨소리가 울리며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그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탈출을 위한 사투와 충격적인 이야기 뒤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지하실에 갇힌 피니는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되고 공간에 흔적으로 남은 목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혼란스러움 앞에 또 다른 혼란 앞에 선 피니의 탈출이 시작되고 피니를 찾으려는 그웬의 노력과 탈출하려는 피니의 노력이 대비된다.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내부와 외부의 지점에 의해 공포보다는 스릴감으로 인한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늘 그랬듯 서로를 감싸 안았던 남매가 서로에게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가면과 전화기, 그리고 꿈. 사람을 잇는다.
메가박스 시사회로 미리 관람하고 온 영화 '블랙폰'은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소재가 맞물려 흥미로움을 불러오지만 서사가 부족하다. 폭력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니와 그웬, 그리고 왠지 모를 범인의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전후 사정이 서술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이야기 속의 의외의 액션이 인상적이다. 정통 호러 영화를 기대한다면 조금 아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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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으로 가득한 비현실적인 세상
-비전문가의 개인적인 감상 및 해석
-영화 <무드 인디고> 스포일러 포함 / 기억에 의지해 쓰느라 실제 영화와 다른 부분이 존재할 가능성 있음.치즈 (CHEEZE) - 무드 인디고 (Mood Indigo)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인만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무드 인디고는 색감과 독특한 연출로 감정을 전달한다. 알록달록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가득하던 나날이 흑백으로 변해버린다거나. 뭐 그런. 내 기준에서 이 영화의 연출은 상당히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무드 인디고의 세상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존재한다. 스케이트를 타다 간단한 이벤트에서 우승하기 위해 몸이 풍선인형처럼 길어져도, 말하는 새가 이벤트를 담당해도, 음악을 틀어놓으니 방이 둥글게 변해도, 어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의 다리가 고무마냥 길어져 마음대로 움직여도, 다리 달린 자명종이 사방을 기어다녀도 신경 쓰지 않는다. 보는 이들의 비현실이 곧 그들의 현실이기 때문에. 그 세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우리의 자명종이 움직이지 않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팔과 다리가 마구잡이로 길어지지 않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서다.
무드 인디고는 낭만을 이야기한다. 인연의 시작과 슬픈 끝까지 그토록 낭만적이고 아름다울 수가 없어서 오히려 끝맛이 씁쓸하다.
폐에 핀 수련. 수련을 죽이기 위해 필요한 꽃들. 몸에 대고 있는 것만으로 시들어버리는. 수련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 콜랭이 불량품을 만들어낸 일자리까지. 영화의 후반부에는 온갖 비현실적인 것들이 가득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나는 콜랭의 옆에 서 있었다. 어떤 영화는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보는 이를 내쫓는다. 개인적으로 무드 인디고는 그렇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내가 스스로 콜랭의 곁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영화였다. 콜랭과 클로에, 시크 그리고 나. 나는 인물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나의 내면을 살펴본다. 어떤 영화는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클로에와의 첫만남에서 콜랭은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공감성 수치를 느끼다 못해 영화를 중간중간 멈추면서 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에게 이끌렸고, 다음날 데이트를 했다.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낭만적인 데이트를. 공사 현장에서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둘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현실과 가장 동떨어져있으면서 인물들의 행복을 잘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들이 구름 모양의 무언가를 탄다는 걸 알았기에, 이 장면을 봤을 때는 가장 먼저 반가웠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두 번째.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 고민하는 게 마지막. 나는 영화의 끝까지 무드 인디고의 독특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영상미에 시선이 빼앗겨 홀린 것처럼 영화를 보다가도 의미를 찾기 위해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했는데도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는 장면도 많다.
실제로 초중반부는 꽤 지루하다. 영화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면서 봤고, 또 이야기가 이렇게 됐는데 이 정도가 남았다고? 라는 생각도 종종 했다. 그러나 색을 잃은 후반부는 나름 몰입하면서 봤다. 내가 콜랭이 된 것처럼 찌푸려진 미간이 펴질 생각을 않더라.
시크와 알리즈에 대해서도 몇 마디 얹자면 보는 내내 시크는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우상을 좇느라 현실을 뒤로 하고, 그 현실에 속한 알리즈는 상처 받고. 그럼에도 둘은 사랑을 했다. 시크의 우선순위가 우상이었을 뿐. 알리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싶은 건지 뭔지 돈이 생기면 있는 족족 그 우상한테 부어버리는데 어떻게 계속 만났지?
시크가 죽는 장면... 이 마음에 들어서 여러 번 돌려봤다. 총을 맞은 시크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꽃과 비슷한 무언가가 되는 연출이 좋았다. 알리즈는 자신을 위해 파르트르를 죽이고, 시크는 파르트르에 의해 죽는다. 딱 봤을 때는 죽은 줄 알았던 파르트르가 튀어나와 의문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자아의 실존성'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알리즈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시크의 죽음 이후 알리즈는 어떻게 살았을까. 감옥에 들어갔을까? 아니면 시크의 뒤를 따라갔을까. 그것도 아니면 지금 알리즈는 무엇을 하고 살까.
영화를 다 보고 일상을 살아가던 중 문득 책에서 본 구절이 생각났다. 내가 처음으로 책에 밑줄을 그은 문장이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문장. 무드 인디고와 결이 비슷한, 사랑에 대한 프레드릭 베크만의 정의. 솔직히 이 책과 맞지 않아 읽다 관뒀는데, 다시금 문장을 곱씹으니 책을 끝까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나면 처음부터 도전해봐야겠다.
생각이 나는 대로 막 쓰다보니 가독성도 떨어지고 내용도 별로인 리뷰가 되어버렸다. 세상 어딘가에는 이런 리뷰도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다음에 볼 영화를 찾아야겠다.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싶은데 보다가 울 거 같아서 고민 중.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 中-
에디터 : 고삼_한국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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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당신에게
!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감독) 오시야마 키요타카
주연) 카와이 유미, 요시다 미즈키
작년 9월, 5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한다. 만화 천재 ‘후지노’와 그녀를 따르는 ‘쿄모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룩백>이다. 일본 현지 반응이 심상치 않았으며, 국내에서도 성공한 애니메이션인 <체인소맨>의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기 때문에 <룩백>은 개봉 전부터 꽤나 큰 기대를 받았다. 개봉 직후부터 입소문을 탄 <룩백>은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며 30만 관객을 모집하는 큰 성과를 거둔다.
그렇다면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룩백>은 학교에서 네컷 만화를 연재하는 ‘후지노’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녀에게 만화는 ‘잘하는 것’ 정도이다. 친구들의 칭찬을 받으면서도 만화가가 되는 것을 열망하진 않는다. 그러던 그녀의 삶에 ‘쿄모토’가 등장한다. 쿄모토의 만화는 이렇다 할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도와 묘사를 보았을 때 대단한 실력자가 그린 것만은 확실했다. 자극을 받은 후지노는 만화 그리기에 열중하지만 좁혀지지 않는 간격에 만화를 그만두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후지노는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쿄모토의 집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열성팬인 쿄모토를 마주한다.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은 누군가에겐 평생의 과제일 것이다.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두 가지가 일치하기는 더욱이 어렵다. 재능이 있다고 믿은 분야에서 진짜 재능을 만나 벽을 느끼기도 하며,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후지노에게는 만화가 그러했을 것이다. 쿄모토의 만화를 본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그녀는 노력하지만 쿄모토를 따라잡지 못한다. 만화를 그만두는 후지노의 선택은 현실과의 타협이었다. 그러던 그녀의 앞에 나타난 쿄모토가 그녀의 오래된 팬임을 밝혔을 때, 후지노는 지금까진 없었던 새로운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후지노와 쿄모토는 공동 작업을 시작한다. 쿄모토는 후지노가 짜놓은 이야기 속의 배경을 그린다. 그들의 포지션은 그들의 관계성과도 닮아있다. 쿄모토는 후지노의 배경이다. 쿄모토는 후지노를 선망해왔다. 후지노의 방에서의 그들의 위치 또한 의도되어있다. 바닥에 앉아있는 쿄모토가 책상 앞 의자에 앉아있는 후지노의 등을 바라보는 구조인 것이다. 후지노의 입장에서 쿄모토는 자신을 빛내주는 사람이며, 든든한 지원자이자 팬이자 동기부여의 대상이다. 그녀는 이제 만화에만 몰두할 수 있다. 그녀의 배경은 풍요롭게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성장해간다. 그러면서 각자의 꿈을 키워나간다. 결국 후지노와 쿄모토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자연스럽게 쿄모토의 시선으로 시작된 Look Back의 주체는 후지노에게 넘겨진다. 쿄모토의 Look Back이 후지노의 등을 보는 것이라면, 후지노의 Look Back은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허나 책상 앞에 앉아있는 그녀에게 뒤쪽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쿄모토는 항상 뒤에 있을 것이며 지금 집중해야하는 것은 눈 앞의 만화이다. 그런 그녀에게 쿄모토와의 이별은 아쉽지만 이겨낼 수 있는 사건이다. 그녀는 더이상 뒤돌지 않는다. 이젠 뒤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인기 작가가 된 후지노는 어느 날 한 가지 사건을 전해 듣는다. 쿄모토가 괴한의 습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충격에 빠진 후지노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녀가 그 날 쿄모토의 집에 가지 않았더라면, 쿄모토는 지금 살아있을 것이다. 그녀는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자책한다. 어쩌면 그녀가 뒤를 돌아보지 않은 건, 쿄모토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존재가 아닌 등을 내어줄만큼 믿을 수 있는 존재였고, 떨어진 후에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후지노의 Look Back은 공간적 차원에서 시간적 차원으로 넘어간다.
후지노의 배경이 되어준 쿄모토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쿄모토와 함께한 시간들은 후지노의 삶에 생생히 남아있다. 후지노는 깨달았을 것이다. 쿄모토가 그린 배경은 훨씬 장대하고 아름다웠다는 것을. 이제 그녀는 쿄모토를 위해 만화를 그린다. 쿄모토가 그려준 배경에 어울릴만한 솜씨를 갖기 위해서, 그리고 쿄모토가 채워준 삶의 배경에서 씩씩하게 살아갈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후지노의 작업실 창문에는 네컷만화가 붙어있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 놓인다. 그 선택의 결과는 당장은 알 수 없으며, 우연과 필연 사이의 운명과 같은 사건들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통제할 수 없는 삶은 가혹하며,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고통을 수반한다. 그때 그 선택을 했더라면 또는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후회는 먼지보다도 작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의 눈은 앞만 볼 수 있어서, 뒤를 돌아보면 다시 앞을 볼 수 없다. 정확히는 원래는 앞이었던 뒤를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오래 지속되면 내가 보는 방향이 앞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렇게 역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도 그것을 멈출 수 없다.
<룩백>은 공교롭게도 ‘룩백(Look back)’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가 담긴 작품이다. 등을 본다는 의미에서의 <룩백>은 누군가의 뒤를 지켜준 이들에 대한 감사 표시일 수 있겠다. 부모님, 배우자, 은인 등 각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쿄모토가 그 대상일 것이다. 뒤를 돌아본다는 의미에서의 <룩백>은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놓친 것들에게 대해 후회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이다. 우리가 볼 수 없었던 뒷편의 모습들을 충분히 사유하고 기억하되, 그것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다가왔다. 앞을 보고 살아왔기에 이룰 수 있었던 것들이 있었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후지노는 자신이 쿄모토를 구하는 이야기를 만화를 통해 그려냈다. 후지모토 타츠키는 <룩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57분간의 짧은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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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로버트 에거스의 <노스페라투 (2024)>는 고딕 호러의 충실한 재현과 더불어, 우리를 병들게 하는 근원적 요소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그는 원작의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며,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불안과 병리적 공포를 직면하게 한다. 영화는 1차원적인 공포 영화의 서사가 아니라, 흡혈귀를 매개로 하는 존재론적 감염, 사회적 붕괴, 그리고 인간 정신의 부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1. 흡혈귀라는 질병: 육체의 병리와 정신적 감염
영화 속 올록 백작(빌 스카스가드)은 마치 현대 사회의 병리적 문제를 은유하는 존재로 보여진다. 그는 전통적인 드라큘라보다 더욱 기괴하고 초자연적인 형상으로 등장하며, 그의 존재 자체가 마치 치명적인 전염병처럼 도시를 잠식해 간다. 영화는 흡혈귀의 피를 빠는 행위를 단순한 육체적 침해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정체성을 갉아먹는 감염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연출은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은 외부적 위협이 아니라, 욕망에 눈이 멀어 그것을 허용하는 우리 내부의 취약성일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던진다.
2. 사회적 병리: 붕괴하는 공동체와 고립된 개인
올록 백작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영화 속 공동체는 급격히 붕괴해간다. 마을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고립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질병이나 공포가 확산될 때 나타나는 사회적 반응과 유사하다. 팬데믹 상황에서 목격한 신뢰의 붕괴, 가짜 뉴스로 인한 대중의 혼란, 그리고 극단적 개인주의의 심화가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묘사된다. 특히 주인공 엘렌(릴리 로즈 뎁)의 심리적 고립은 이러한 사회적 붕괴를 더욱 강조한다. 그녀는 남편 토마스(니콜라스 홀트)와 함께 이 새로운 공포를 마주하지만, 점점 더 자신의 내면에 갇혀버린다. 이는 공포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단절될 때 더욱 강력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3. 인간 정신의 부식: 공포는 우리를 어떻게 잠식하는가?
영화가 진행될수록 등장인물들은 신체적으로만 병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점점 무너져간다. 공포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을 넘어서 인간 존재 자체를 허물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올록 백작의 그림자가 마을을 덮어가듯, 공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에거스는 이를 음향 디자인, 어두운 색채 사용, 그리고 점진적으로 비현실적으로 변하는 카메라 앵글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연출은 공포란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공포에 사로잡힐수록, 우리의 정신은 더욱 약해지고, 결국에는 자멸의 길로 나아간다.
4. 진짜 공포는 무엇인가?
로버트 에거스의 <노스페라투 (2024)>는 우리가 무엇으로 인해 병들고,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호러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육체적 감염이 아니라, 공포와 불신, 그리고 개인의 고립과 욕망이야말로 우리를 병들게 하는 근본적인 요소임을 보여준다. 에거스의 영화는 우리가 공포를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 묻는다. 우리는 공포를 피하려 애쓰기보다, 영화 속 엘렌의 선택과 같이 그것을 직시하고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올록 백작과 같은 존재는 언제든 우리의 정신을 잠식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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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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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명필름아트센터, 한글날 맞이 <에.에.원> 특별 상영
ⓒ 명필름아트센터 인스타그램
명필름아트센터에서 한글날을 기념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특별상영을 한다.
관람 시 한글 버전 티켓과 패러디 포스터 <돌> A2 포스터를 증정한다고 한다.
CGV+OTT, 정액제 상품 출시
ⓒ 특허청
CGV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과 결합한 월 정액제 상품 CGV를
출시할 예정이다. 정확한 가격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한다.
웹툰 <문유>, 4DX로 10월 개봉
ⓒ 네이버 영화
네이버 인기 웹툰 <문유>가 웹툰 최초로 4DX로 제작된다. <문유>는 지구로 향하는 운석 '파이'를
막기 위해 달로 갔다가 홀로 남겨진 주인공 문유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담았다. 모션그래픽과 카메라를
활용한 움직임을 더하는 등 오감을 자극하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
미드 <커뮤니티> 영화화 확정
ⓒ IMDb
스트리밍 서비스 Peacock에서 유명 미국 드라마 <커뮤니티>의 영화화를 확정했습니다.
영화 제목은 <Community: The Movie>로 원작 드라마의 여러 배우가 그대로 출연한다고 한다.
<헌트>, 제7회 런던아시아영화제 개막작 선정
ⓒ 네이버 영화
런던아시아영화제 측에서 지난 28일, 영화 <헌트>를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개막작 <헌트>의 감독이자 주연인 이정재 배우가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에놀라 홈즈 2>, 11월 공개
ⓒ enolaholmes 인스타그램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에놀라 홈즈 시즌 2>가
11월 4일 오후 4시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편의 주연이었던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과
헨리 카빌이 출연한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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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 다시 돌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매트릭스 시리즈의 4편인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했습니다.
마지막 3편이 나오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들어지게 된건데요.
거의 완벽히 이야기의 결말이 지어진 시리즈에 더 할말이 있었을까요?
센세이셔널한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과거 시리즈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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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rix Resurrection, the fourth part of the Matrix series, has been released.
After a long time, the last three films were released, and it was made again.
Was there anything else to say about the series that almost perfectly ended the story?
Can we continue the glory of the past series, where sensational action scenes were impressive?
Please check out the video for detailed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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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문> 메인 예고편
미스터리한 모나로 완벽 변신한 전종서의 할리우드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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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메인 예고편
?️어제를 버티고?️ ☂️오늘을 살아낸☂️ ⛅내일의 나에게⛅ 새봄처럼 찾아온 올해 가장 사랑스러운 성장담 [태어나길 잘했어] 메인 예고편 공개! 4월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