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1-28 12:36:56
히든페이스 | 에로스 뒤에 숨은 소유욕을 파헤치다
<히든페이스>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상 편지만 남겨두고 갑자기 자취를 감춘 첼리스트 '수연'(조여정). 수연의 약혼남이자 그녀가 속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성진'(송승헌)은 그녀 자리를 비워둔 채로 고통 속에서 기다린다. 하지만 수연의 잠적이 길어지자 그는 그녀의 후배 첼리스트 '미주'(박지현)를 대체자로 뽑는다. 매일 같은 연습 중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성진과 미주는 비 오는 밤, 성진과 수연의 신혼집에서 서로의 욕망에 휩쓸린다.

에로스의 두 얼굴, 성애와 소유욕
그리스 신화를 수놓은 신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사랑의 신, 에로스(큐피드)다. 비록 12주신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그를 간과할 수는 없다. 에로스의 황금 화살이 아니었다면 파리스와 헬레네가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트로이 전쟁도 없었을 테니. 그의 기원은 여러 전승이 전해진다. 일반적으로는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사이의 아들로 알려졌지만, 때로는 카오스만큼 오래된 고대의 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플라톤의 '향연'은 또 다른 기원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에로스는 풍요의 남신 포로스와 결핍의 여신 페니아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머니를 닮아 늘 결핍을 느끼기에 아버지의 풍요로움을 갈구했다. 즉, 자기 자신의 풍요로움을 위해 상대를 동경하는 것이 사랑의 본질인 셈이다. 그런데 이는 사랑과 탐욕이 한 몸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자기 자신을 위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상대를 가지려는 소유욕은 뒤따라오기 마련이니까.
<인간중독> 이후 10년 만에 공개된 김대우 감독의 신작 <히든 페이스>는 에로스의 또 다른 얼굴, 소유욕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세 주인공의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수연의 잠적을 조명하며 그들의 위계가 전복되는 과정을 긴장감 가득하게 풀어낸다. 그 과정에서 에로스가 소유욕에 의해 추동된다는 사실도 감각적으로 드러난다. 그렇기에 <히든페이스>의 관능미는 퍽 인상적이다. 마지막 순간 매력을 일부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탁월한 에로스
<히든페이스>는 크게 세 시점으로 나뉜다. 수연이 성진을 떠나겠다는 영상만 남기고 잠적한 현재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하나다. 이 내용은 성진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3개월 전 시점도 있다. 수연과 성진이 독일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순간부터의 이야기가 수연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7개월 전의 이야기가 있고, 수연의 결혼 소식을 들은 미주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현재 시점의 내용만 놓고 보면 <히든페이스>는 평범하고 에로틱한 불륜 이야기일 뿐이다. 수연은 갑자기 잠적하고, 성진은 그녀를 대신할 오케스트라 단원 미주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녀에게 조금씩 빠져든다. 수많은 우연을 핑계 삼아서. 미주의 차가 고장 났다며, 비가 았다며, 술에 취했다며, 대리 기사가 늦었다며. 여러 공통점도 발견한다. 알고 보니 둘 다 자수성가했고, 와인 맛도 커피 맛도 모르고, 넓은 집이 불편하다고.
김대우 감독의 절묘한 연출 덕분에 성진의 일탈에서는 불륜 이외의 함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성진과 미주의 눈이 맞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성진이 미주의 연주 녹음을 듣는 순간, 그전까지는 고정된 구도를 유지하던 카메라가 갑자기 흔들린다. 마치 미주라는 돌멩이 하나가 성진의 마음에 떨어져서 파동이 퍼져나가듯이.
전작인 <인간중독>과 겹치는 연출도 야릇한 분위기를 정점으로 이끈다. 성진이 차 뒷좌석에 앉아 대리 기사를 기다리면서 미주를 바라볼 때, 그가 오케스트라 연습 중 미주에게 반한 순간이 교차된다. 이 부분은 <인간중독>에서 회의 중인 김진평(송승헌)이 종가흔(임지연)과의 밀회를 떠올리는 장면을 똑 닮았다.

에로스라는 가면을 벗다
하지만 수연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히든페이스>의 에로스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녀의 소유욕이 밝혀질 때, 다른 두 주인공이 감추고 있던 욕망도 비로소 구체화되기 때문. 수연은 미주와 성진 모두를 갖고자 한다. 수연과 미주는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연인이었다. 다만 서열은 분명했다. 미주는 수연의 노예였다. 첼로 레슨 선생님 집에 숨겨진 창고에서 미주가 자기 발목에 스스로 족쇄를 채운 뒤 수연에게 열쇠를 맡길 정도로.
그와 동시에 수연은 성진도 온전히 손아귀에 넣으려고 한다. 한국에 입국한 뒤 성진의 애정이 식었다고 느껴지자, 자기가 실종된 것처럼 상황을 꾸며서 성진을 시험하려고 한다. 예전 선생님 집을 리모델링해서 신혼집을 꾸민 점에 착안했다. 미주와 밀회를 나누던 창고에 숨은 뒤 성진의 반응을 지켜보려는 것. 흥미롭게도, 수연의 욕망이 가시화되자 성진과 미주의 행동 역시 소유욕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읽힌다.
일례로 성진은 지휘자이지만, 오케스트라 단장이 예비 장모인 관계로 그의 음악 취향과 선호도는 무시당하고, 오케스트라도 온전히 자기 뜻대로 이끌지 못한다. 신혼집도, 결혼 생활도 온전히 그의 소유는 아니다. 신혼집은 수연의 것이고, 집안 사정의 차이 때문에 그는 예비 장모 앞에서 당당할 수 없으니까. 반면에 미주는 그 누구보다, 무엇보다도 성진이 손쉽게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다. 자기 오케스트라 단원일 뿐만 아니라 고아니까.

소유와 지배의 역전
하지만 7개월 전 미주의 시점에서 보면 성진과 미주의 관계, 더 나아가 미주와 수연의 관계는 다시 한번 전복된다. 수연은 미주에게 일방적으로 성진과의 결혼을 알린다. 수연의 새 집 리모델링 공사도 맡아서 도와주던 미주는 이에 복수를 다짐한다. 그 일환으로써 미주는 성진을 포함해 수연이 소유한 모든 것을 빼앗으려 든다. 즉, 성진이 미주를 가진 것이 아니라, 실상은 미주가 성진을 소유한 셈이다.
특히 미주는 성진을 차지하는 모습을 일부러 밀실에 갇힌 수연에게 보여준다. 그 순간 그들의 주종관계는 완벽히 역전된다. <히든페이스>에서 밀실은 소유당하는 사람의 공간이다. 안방 거울 뒤에서 그저 밖의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외부인의 호의에 기대야만 하니까. <히든페이스>는 밀실의 주인이 계속 바뀌는 스릴을 통해 에로스의 숨은 모습을 드러내고, 단순히 야한 영화라는 편견도 깨버린다.

예상 못한 씁쓸함
수연과 미주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 주인공의 에로스는 씁쓸한 지점도 있다. 밀실은 지배당하는 사람, 소유의 대상이 된 사람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전히 용인받지 못하는 동성애 그 자체를 상징하기 때문. 단적으로, 수연과 미주는 교수님의 시야 밖이라고 생각했던 창고에서 사랑을 나눠야 했던 것만 보더라도 그 함의를 알 수 있다.
미주와 성진에 대한 소유욕도 수연이 레즈비언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수연은 미주에게 결혼 사실을 알리면서 성진과의 결혼을 '진짜 삶'이라고 표현한다. 성진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와의 결혼은 사회에서 용인하는 정상적인 형태의 가정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 미주와의 관계와 달리. 만약 동성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회였다면 수연의 독단적인 결단도, 그로 인한 미주의 복수도 불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수연이 성진과의 결혼 생활도 유지하고, 미주도 지배하며 그들 간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결말은 씁쓸하다. 정상화한 듯 보이는 그 상태가 애초에 정상이 아니기 때문. 동성애를 이성애와 같은 사랑의 한 형태로 대할 수 없고, 동성애인이라는 관계가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밀실에 가둬야 한다는 의미니까. 이는 아직도 관용적이지 못한 사회상을 곱씹을 수 있는, 예상외의 깊이가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스스로 갑옷을 벗다
사실 <히든 페이스>는 다소 양식적인 영화다. 수연과 성진의 신혼집의 구조나 밀실의 존재 등은 사랑의 틀을 쓴 소유욕의 위계를 보여주려고 애초에 설계한 공간이다. 뒤집어 말해 <히든 페이스>는 영화적 허용에 기대는 작품이다. 특정한 의도를 지니고 특정한 소재를 다루려는 작품이기에 설령 몇몇 현실적이지 않거나 개연성이 부족한 지점이 있더라도 능구렁이처럼 넘어가 달라고 말하는 영화인 셈이다.
후반부의 급전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여지가 있다. 일례로 클라이맥스 직후에 성진과 미주의 태도는 급작스럽게 변한다. 성진과 예비 장모의 갈등, 경찰 수사 등도 유야무야 된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의도적인 생략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영화의 의도를 고려하면 소유관계를 시작점으로 복구하면서 스토리의 형식을 갖추고, 성소수자의 현실을 반영하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히든페이스>가 스스로 영화적 허용을 깨는 것. 밀실의 기원에 관한 설명이 등장하는 순간, 그 설정의 부자연스러움은 더 강조된다. 그전까지는 흐린 눈을 하던 사건이나 관계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설명이 필요해지니까. 이는 인물 간의 관계나 사건을 급히 마무리하고 그 과정을 건너뛸수록 후반부의 빈 공간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결국 <히든페이스>는 판만 벌여놓고 정리를 회피하는 모양새로 끝나 버린다.
후반부의 맥 빠지는 전개는 다른 장점을 희석시키기에 더욱 아쉽다. <히든 페이스>는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답게 도발적인 설정과 소재를 인간 본성과 사회상에 대한 성찰까지 확장시키는 영화다. 여배우의 과감한 노출이나 높은 수위의 연출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야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장점이 묻히고, 평범한 관능애적 영화로 격하시키는 인상을 주고 말았기에 마무리는 더욱 아쉽다.

Acceptable 무난함
본능적이라서 공감하고 특수해서 안타까운 에로스의 향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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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프랑스] 아멜리아와 몽마르트에서
이번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챌린지의 나라가 ‘프랑스’라고 할 때, 딱 생각나는 영화, <아멜리에> . 독특하면서도 프렌치 감성의 색감과 동화같은 이야기, 사랑스러운 주인공까지. ‘러블리’를 영화화하면 딱 이 영화가 아닐까?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아멜리에>는 사랑스럽고 감각적인 비주얼과 독특한 캐릭터들로 가득 찬 영화다. 이 영화는 파리의 몽마르트르를 배경으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감미롭게 그려낸다. 주인공 아멜리에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상상력을 지닌 아이였다. 선천적인 심장 문제로 인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었고, 그로 인해 상상의 세계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성장했다. 성인이 된 아멜리에는 몽마르트르의 작은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도 여전히 세상을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자신의 아파트 욕실에서 오래된 보물상자를 발견한다. 어린 시절 누군가가 남긴 이 상자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한 아멜리에는 그를 찾아 나서고, 결국 감동적인 재회를 만들어낸다. 이 일을 계기로 아멜리에는 타인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그들이 알지 못하는 작은 기쁨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선행을 베풀기 시작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시장의 풍경을 생생하게 설명해 주고, 외로운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건네며, 동네 식료품점 점원의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을 몰래 도와주는 등 그녀의 친절한 장난들은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정작 아멜리에는 자신을 위한 행복을 쉽게 찾지 못한다. 남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익숙해진 그녀는 자신의 외로움을 직시하는 것에는 서툴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히 사진 조각을 수집하는 남자, 니노를 만나게 된다. 그는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에서 일하며, 거리에서 주운 증명사진을 모아 퍼즐을 맞추듯 의미를 찾는 특별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아멜리는 니노에게 끌리지만, 직접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그와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그녀는 수수께끼 같은 단서를 남기며 니노를 유도하고, 그가 자신을 찾아오도록 작은 게임을 펼친다. 하지만 이러한 간접적인 방식은 결국 그녀에게도 불안과 망설임을 안겨준다.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에는 자신감이 있었던 아멜리에도, 정작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에는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아멜리아는 결국 용기를 내어 니노에게 다가가고,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한다. 그녀가 이제껏 남에게 베풀어 온 선행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그녀 자신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아멜리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점차 변화해 가는 과정은, 타인과의 연결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준다.
영화 아멜리에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영상미와 음악으로도 나를 매료시켰다. 빨강, 노랑, 녹색을 중심으로 한 색감은 영화 전체를 동화적인 분위기로 물들이며, 감미로운 얀 티에르상의 음악은 아멜리에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빠른 편집과 독특한 카메라 앵글은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감각적인 연출로 관객을 아멜리에의 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타인에게 기쁨을 주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에는 서툴렀던 아멜리가 결국 자신의 행복을 향해 한 발 내디딜 때, 우리는 그 여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잔잔한 감동과 유머, 그리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어우러진 아멜리에는 삶의 작은 기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영화로, 볼 때마다 새로운 따뜻함을 선사한다.
프랑스 여행으로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과 멋진 건물들의 풍경들과 추억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아멜리에>를 통해 프랑스 로망과 감성을 한껏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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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감은 그대로, 사담은 최대로!
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국내로 수입해 상영을 하려면, 모든 이름들을 한글로 바꿨어야만 했다.
<슬램덩크>도 이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바뀌었는데, 이게 정론으로 먹혔다! - 그리고, 국내 한정으로 "박상민"이 부른 '너에게 가는 길'은 여전히 회자되는 명곡이다.
무엇보다 농구 만화를 떠나 "농구"만으로 첫 번째로 연상되는 <슬램덩크>가 새로운 극장판으로 나왔는데, 이는 26년(애니메이션) 혹은 극장판 <포효하라 바스켓 맨 영혼!! 강백호와 서태웅의 뜨거운 여름> 이후 27년 만이다!영화는 원작에서도 마지막 이야기로 언급되는 최고의 호적수 "산왕공고"를 맞이한 "북산고교"의 경기를 다루었다.
다만, 차이라면 "송태섭"이라는 인물의 초점에 맞춰 똑같은 이야기가 아님을 밝혔다!1. 공을 달리 잡는다.
보통 만화는 "TV"에서 보는 것이 통상적이나 "극장판"은 말 그대로, "극장"으로 상영한다.
그리고, 이에 맞춰 기존 에피소드를 재편집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기존 에피소드 "산왕공고 대결"을 재편집한 선택을 했다.
물론, 주인공 "강백호 - 서태웅"의 시점이 아닌 또 다른 팀원 "송태섭"의 시점으로 똑같은 이야기 변화를 주었다!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로 말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해당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있다.
그렇기에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초점을 맞춘 건 "이야기"에 있는데, 그 중심이 "송태섭"이라는 캐릭터에 있다.
극 중. 과거 아버지와 형을 연달아 잃은 가정사에 어머니와 불화, 그리고 '꼭, 산왕공고였어야만 했다'라는 동기를 납득하게 만든다.2. 사담이 재밌긴 하나...
이런 부분에서 기존 장점을 계승하되 부족했던 이야기 "프로모"에 대한 단점을 개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흥미진진한 경기의 발목을 부여잡는다.
이런 이유에는 "송태섭"외에도 "정대만"과 "채치수", 상대팀의 "정우성" 등. 많은 캐릭터들의 관계와 이야기들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결국, "프로모"가 기억되기 위해선 경기와 병행하기보단 설명이 완료된 상황에서 다음 단계로 나가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 그런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이가 관객들이 되어야지, 절대로 창작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 과한 친절은 넣어주세요!
무엇보다 원작과 애니메이션에서도 공개된 "산왕공고 대결"의 결과는 알고 있지만, 보여주는 액션들과 과정은 흥미진진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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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판타지를 보려고 이런 클리셰를 본다.
이 영화는 클리셰가 참 많고 내용이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계속 찾아보게 되는 맛이 있다. 노인이라면 대단히 참견이 많을 것이라는 젊은이들의 고정관념도 어른들의 참견만큼이나 큰 문제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벤 휘태커는 은퇴 후 시간이 너무 많아진 삶에 회의를 느낀다. 그래서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능하고 싶어 시니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이에 합격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에서 그의 복장은 지나치게 클래식하지만 내공이 느껴진다. 그의 캐릭터가 호평받은 이유가 뭐였을까 생각해보면 그는 남에게 참견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보고 매너있게 챙겨줄 뿐이다. 하지만 나이어린 상사인 줄스는 그의 호의가 불편한데, 그녀에겐 그의 호의가 그저 꼰대의 참견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나를 돌아본다. 어른들에겐 호의가 나에게 참견으로만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한뼘 자라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분들의 호의는 오지랖이 아니라 정말 호의였음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내가 과민반응을 했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줄스는 상사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벤을 대하니 벤의 세상의 진리를 깨우친듯한 그의 태도가 마음에 안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벤이 끝까지 그녀를 존중으로서 대하니 그녀는 오히려 그에게 의지한다. 나는 젠더갈등도 문제지만 세대갈등이 더 와닿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갈등이 만연한 이유는 젊은이의 과도한 편견과 기성세대의 과도한 오지랖이 원인이라고 본다, 한쪽만의 문제라면 오히려 피하거나 문제를 인지시켜 개선시킬수라도 있지만 (개선이 가능하다면 그 상대는 굉장히 착한 편일 것이다) 두쪽다 문제라면 그 관계는 어서 도망가야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줄스도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는 영리한 여성이고 벤도 자신의 삶의 지혜를 뽐내지 않고 남을 위한 매너로 쓰니 둘 다 선순환의 관계를 유지할 사람들인 것이다. 그것이 곧 유연함이고 그 유연함은 나이와 상관없다. '내가 다 살아봐서 알아'라며 나이를 볼모로 대접만 받으려는 어른도, 그런 어른들은 무조건적 꼰대로 몰며 어른들에게 인격체로서 대접해달라고 요구하는 젊은이들도 유연하지 못한 것이다. 뭐든지 대접을 받겠다고 요구하는 쪽이 유연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한다.
벤도, 줄스도 판타지일지 모른다. 이런 관계로 실제로 있으면 좋겠지만 결국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면 이들의 유연함을 롤모델로 살아갈 수 있다면 삶이 조금은 충만하고 윤택하지 않을까. 젊은이는 기성 세대에게서 클래식을 배우고 기성 세대는 젊은이에게 시대의 감각을 배울 수 있는 선순환의 관계가 많아지기를, 나부터 그런 인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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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은 가라~ 마블리 표 19금 액션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생지옥에서 살아남았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황야>는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 캐릭터의 장점과 우리나라 특징을 잘 살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가져와 섞은 작품이다. 두 영화의 서로 다른 장점을 취했지만, 신선함은 떨어지고, 예상보다 캐릭터와 세계관은 잘 붙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딱 하나! 악어도, 갱단도, 돌연변이도, 심지어 미친 과학자도 주먹 하나로 때려잡는 마동석의 속 시원한 액션이다. 이번에도 액션으로 대동단결! 마동석의 주먹은 죽지 않는다.
대지진이 일어난 후, 세상은 무법천지로 변한 서울.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남산(마동석)은 지완(이준영)과 함께 사냥하러 다니고, 얻은 고기는 친딸처럼 여기는 수나(노정의)의 마을로 가져가 물물교환으로 판매한다. 어느 날, 수나 앞에 의문의 선생님(장영남)이 나타나고, 10대 청소년들이 인류의 미래라며 자신과 함께 물과 식량이 충분한 아파트로 가자고 제안한다. 아픈 할머니와 함께 좀 더 나은 곳에서 생활하기 위해 수나는 어렵게 이주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곳엔 미친 과학자 양기수(이희준)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뒤늦게 이를 눈치챈 남산은 지완과 조력자 은호(안지혜)와 함께 아파트로 향한다.
<황야>는 그동안 마동석 표 액션 영화와는 같은 듯 다른 느낌을 준다. 기시감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눈에 띈다. 바로 19금 액션과 다채로움이다. <범죄도시> 표 액션의 장점이자 단점은 타노스가 와도 마석도 형사의 원 펀치로 모든 게 정리된다는 것, 그리고 혼자 모든 적을 소탕한다는 것이다. 1편부터 3편까지 이 기조는 계속 반복되어 왔는데, 3편은 적의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차별화를 보여줬지만, 그 효과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감독이었던 허명행 감독. 그동안 얻었던 시행착오를 통해 <황야>에서는 액션의 수위를 높이고, 다양한 액션을 구사하는 인물의 수를 늘린다.
양기수 박사의 미친 실험으로 파충류와 이종교배가 되어 찔리고 잘려도 재생되는 돌연변이들은 목이 잘려야 끝이 난다. 이런 설정을 통해 남산 이하 지완, 은호는 손에 피를 흥건하게 묻힌다. 특히 은호의 부하들이 갇힌 지하 감옥 장면에서 돌연변이와의 한판 대결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지는 총격 액션은 보는 맛을 더한다. 감독은 캐릭터의 성격과 파워에 따라 각기 다른 총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액션을 선사한다. 더불어 총은 총알을 발사할 때만 사용하는 무기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하는 장면도 나온다.
마동석의 액션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주변 인물이 합세한 액션도 볼거리다. 특히 안지혜의 액션은 발군이다. 마동석의 액션은 무게중심을 땅에 박고 강한 파워로 적을 제압하는데, 안지혜의 액션은 긴 다리를 이용한 킥, 빠른 스피드와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을 구사하며 그 재미를 더한다. 극 중 군인 출신으로 나이프를 자유자재로 적의 몸에 꽂는 움직임이 너무 좋다. 뭐랄까. 마동석 사단 비장의 무기랄까. 다채로움 측면에서 그녀의 액션은 플러스 알파다.
이에 마동석 액션에도 다변화를 꾀한다. 전직 복서 출신으로 등장하는 남산은 아파트 복도에서 적과 대적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액션은 프로레슬링 기술이다. 달려가며 상대방의 목이나 가슴을 팔로 걸어서 넘어뜨리는 ‘클로스라인’ 등 마치 복도를 사각의 링처럼 사용한다. 복서보다 전직 프로레슬러 출신이라고 하는 게 맞을 정도. 더불어 치유 능력을 지닌 군인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원 히어로 액션에 허들을 더 부여해 균형감을 맞추려고 했던 시도도 눈에 띈다. 물론, 그래도 마동석, 아니 남산이 이기지만 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허명행 감독이 누구인가.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액션 장면 <범죄도시2>의 버스 액션 장면을 만든 그는 좁은 공간에서 펼치는 액션에 일가견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파트의 길고 좁은 복도를 배경으로 액션을 구사하며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보여준다. 빠른 카메라 워킹으로 속도감을 높이고, 액션과 사운드로 파워를 실은 장면들로 긴장감을 높이는 등 액션 장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헐거운 스토리 짜임새, 디스토피아 영화에 자주 나오는 캐릭터들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의 인물 설정, 강한 액션에 비집고 들어오는 유머, 잘 붙지 않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계관 접목 등 종종 영화의 질주에 빨간불을 밝힌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중심은 액션! 액션! 액션! 허명행 감독은 불도저처럼 뚝심 있게 액션으로 밀고 나간다. 그에게 필요한 건 흡입력 있는 이야기보다 기시감을 줄일 수 있는 참신한 액션이다. 오는 5월 개봉 예정인 <범죄도시 4>에서는 어떤 액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다리는 동안 마블리의 19금 액션을 맛보기 바란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평점: 2.5 / 5.0
한줄평: 마블리표 액션, 못 먹어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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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계절을 담은 영화 <클로즈>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가 바로 내일 개봉을 하는데요!
유수 영화제의 수상 기록을 연일 경신하였고 언론 매체에서도 극찬과 함께
현재까지도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2%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 5월 기대작 <클로즈>에 대해 한번 살펴봐 볼까요?! ٩( ᐛ )و
루카스 돈트 감독은 영화의 첫 장면 시나리오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우연히 기차 안에서 에덴 담브린을 보고 출연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얘기하고 있던 에덴 담브린을 보는 순간 뭔가가 느껴졌다고 밝혔습니다. 에덴은 감독의 전작 <걸>의 배우 빅터 폴스터와 같은 무용 학교에 다녀 이미 루카스 돈트 감독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A24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애프터썬> <더 웨일> 등을 배급한 배급사로 작품성에 대한 신뢰도를 더하며, 믿고 보는 배급사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A24의 작품이 주요 후보에 6편이나 오르며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클로즈>는 제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제69회 시드니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하며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이를 비롯해 <클로즈>는 전 세계 48관왕, 62회 노미네이션되면서 꾸준히 수상 기록을 경신 중입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어린 시절과 10대 초반에 날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들을 탐구해 보고 싶었다”고 전하며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했던 <걸> 이후 사회 규범과 꼬리표, 고정 관념으로 뒷받침되는 사회에서 개인이 자기 모습 그대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인물의 몸짓은 관객과 소통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여, 대사보다 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하길 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촬영 내내 다채로운 동선과 디테일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세히 연출하기 위해 애썼다고 전해졌습니다.
“‘클로즈’는 ‘딥 시크릿’이라는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이 책에는 ‘Close friendship’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레오와 레미의 관계 설명에 꼭 필요한 단어라고 생각했다”고 하였습니다. 동시에 ‘클로즈’라고 하면 갇혀 있는 상황이나 가면을 쓴 모습, 있는 그대로 자신이 될 수 없는 상태가 쉽게 떠오른다며 설명하였습니다.
제71회 칸영화제 4관왕의 영예를 함께 만들어 낸 <걸> 제작진 안젤로 티센스 각본가, 프랭크 반 덴 에덴 촬영감독, 발렌틴 하드자드 작곡가 등이 함께 신작 <클로즈>를 선보입니다. 여기에 이창동 감독 <시>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미셀 세인트-진이 새롭게 합류하였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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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멀스멀 머리를 집어삼키는 공포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롱레그스 이름의 뜻
- 롱레그스가 뻐꾸기 소리를 내는 이유
- 사라진 트로피 머리의 의미. 사라진 무언가를 찾는 리
- 인형, 아래쪽 어디에나 사는 친구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롱레그스 (Longlegs, 2024)
스멀스멀 머리를 집어삼키는 공포
개봉일 : 2024.10.30.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공포, 스릴러
러닝타임 : 101분
감독 : 오즈 퍼킨스
출연 : 마이카 먼로, 니콜라스 케이지, 알리시아 위트, 블레어 언더우드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주인공인 FBI 요원 ‘리’는 오직 감에 의존해 범인이 어디 있는지, 어디에서 악의가 풍겨오는지 찾아내는 남다른 능력을 갖고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동료들은 여성 요원인 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리와 2인 1조가 된 남성 요원 피스크는 저 집에 용의자가 있다는 리의 말을 진지하게 믿지 않고 홀로 진입을 시도했다가 총을 맞고 사망한다. 살아남은 리는 용의자를 무사히 제압하고 사무실로 돌아온다.
이후 리의 육감과 요원으로서의 능력을 눈여겨보게 된 카터 수사관은 리에게 미제로 남은 일가족 살인 사건. 일명 ‘롱레그스’ 사건의 조사를 맡기고 리는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긴 시간 매달린 결과 리는 피해자들의 공통점과 롱레그스의 알고리즘, 암호를 해독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과정엔 석연치 않은 타인의 개입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롱레그스가 직접 리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롱레그스는 어떤 이유로 리를 찾아온 걸까. 리는 혼란에 빠지고 새로운 사건의 단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의 내면은 궁금증과 공포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롱레그스>는 이런 예상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을 암시하며 은밀하고 조용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옥죄는 공포영화다. (점프스케어 장면이 많은 공포영화라기보단 서서히 조여오는 심리 스릴러, 오컬트에 가까운 공포 영화다.)
영화는 리의 주변에 작은 단서들을 뿌리며 천천히 관객들을 유인한다. 그리고 한순간에 신선하고 소름 돋는 장면들을 선보이며 도망갈 틈을 주지 않는다. 카메라는 인물 뒤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사운드와 배경, 배우의 움직임은 그 공간에 충분한 공포감을 채워넣는다. 다면이 노출된 공간, 어둠 속에 유일한 빛, 시선의 높이차, 고요하고 정적인 공간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 연출들은 매번 신선한 떨림과 다음 순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매 장면마다 스멀스멀 타고 올라오는 공포와 불쾌감. <롱레그스>는 이것의 기원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바닥으로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 완벽하게 의도된 찌그러진 결말을 들어 보인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롱레그스 이름의 의미와 롱레그스가 뻐꾸기 소리를 내는 이유
롱레그스. 긴 다리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9-10살 사이의 소녀들만을 제물로 삼는 사탄 숭배자다. 성장을 마치지 않은 작은 소녀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다리와 상체 일부만 보인다. 그래서 그의 이름이 ‘롱레그스’인것이다. 롱레그스는 소녀들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무릎을 접으며 불쑥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괴기하고 공포스럽다.
롱레그스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을 읊조리며 다닌다. 그리고 말 중간에 뻐꾸기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는 그가 뻐꾸기와 비슷한 습성을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를 빼앗아 알을 낳는 습성이 있는 새인데 롱레그스의 범행 방식이 딱 뻐꾸기와 닮아있다.
그는 직접 소녀를 죽여 제물로 바치지 않는다. 간호사였던 리의 엄마가 의심받지 않고 악마가 든 인형을 배달해 인형이 집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악마가 사람을 조종해 일가족을 몰살한다. 그는 둥지를 짓지 않고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떠나는 뻐꾸기처럼 자신의 힘을 들이지 않고 악마를 풀어 손쉽게 한 가정을 파괴한다. 그 덕분에 롱레그스는 이름 외엔 이렇다 할 증거를 남기지 않고, 리는 이를 수사하며 ‘죽이긴 했지만 직접 죽인 건 아닌 사건’이라며 혼란에 빠진다.
사라진 무언가를 찾는 리와 리를 위해 무언가를 버린 엄마
머리가 부서진 트로피와 사라진 머리의 의미
리는 술을 마신 카터를 대신해 차를 몰고 그의 집으로 향한다. 카터 가족은 리를 살갑게 맞아주고 루비는 리를 자신의 방에 초대한다. 방을 둘러보던 리는 루비의 머리가 사라진 트로피를 발견한다. 루비는 트로피의 머리가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하고 리는 루비를 바라보며 “그런 게 내 일인데. 무언가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롱레그스>는 리가 무언가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라진 머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리의 기억엔 구멍이 있다. 리의 9번째 생일 전날이었던 13일. 리는 롱레그스를 만났다. 하지만 리는 그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엄마는 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그날 있었던 일을 알려주지 않는다. 생존자인 케리앤도 엄마도 모두 롱레그스와 어린 리를 기억하고 있지만 리에게만 그 기억이 없다.
리는 의심스러운 그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기억과 어릴 적 살았던 집을 뒤진다. 엄마는 계속해서 그날에 대해 묻는 리에게 “네 모든 건 네 방 안에 있단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엄마의 말대로 방 안을 살펴보던 리는 오래된 박스 속에서 자신이 찍은 롱레그스의 사진을 찾는다. 덕분에 롱레그스가 체포되고 리는 그날의 기억을 어느 정도 되찾는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리가 얼핏 느꼈던 검은 형체. 롱레그스가 심어둔 악마가 아직 리의 머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에게 악마가 있다는 단서는 영화의 초반부부터 꾸준히 제시된다. 리는 검은 악마의 형체를 보고, 생존자 케리앤은 리가 우리 집에 왔었다고 말하다 나중엔 리를 ‘더럽고 늙어빠진 천사년(다른 제물들과 다르게 9-10살을 훨씬 넘겼기 때문에)’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리는 엄마가 “요즘 기도는 하니?”라고 묻자 “기도한 적 한 번도 없어. 기도가 무서웠거든.”이라고 답한다. ‘모든 프레임에 악마의 단서가 심어져 있는 영화’라는 홍보 문구 그대로 정말 대부분의 프레임에 단서가 있었던 것이다.
리의 엄마는 악마의 단서와 자신의 머리를 찾아가는 딸과 반대로 악마의 단서를 열심히 지우고 자신의 머리를 버린다. 롱레그스라는 뻐꾸기가 리의 가족이라는 둥지에 낳고 간 악의 알은 둥지 주인인 엄마를 전부 갉아먹는다. 엄마는 리를 살리기 위해 사탄 숭배자 롱레그스와 한패가 되어 리처럼 14일에 태어난 소녀들을 죽인다. 리가 엄마의 집을 찾아갔을 때, 엄마는 벌써 리의 생일이 되었다며 14일을 ‘피를 흘리고 흘리던 날들이었다’고 회상한다. 리를 살리기 위해 14일 생일을 맞은 소녀들을 죽이고 또 죽였으니 그날을 피로 기억할 수밖에.
리의 엄마는 롱레그스와 함께 많은 소녀들을 죽이고 리와 닮은 인형을 돌려받는다. 그리고 엄마가 그 인형의 머리를 쏘자 리는 마침내 자신의 머리를 완벽히 되찾는다. 그 순간 쓰러진 리가 다시 침대에서 눈을 뜰 때, 카메라는 180도 뒤집어진 앵글로 시작되며 리가 이전과 다른 세상에서 다시 눈을 떴음을 알려준다.
엄마는 자신의 머리를 버리고 딸의 머리를 되찾는다. 그런데 이 희생은 전혀 아름답지도 숭고하지도 않다. 엄마는 다른 소녀들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지옥에서 영원히 뒤틀리게 될 거라며 절규한다. 그래서 수많은 소녀들을 죽인 결과 리와 자신의 인생이 안전해졌나? 그것도 아니다. 엄마는 리의 손에 죽었고 리는 머리를 되찾긴 했으나 그의 인생은 이미 제대로 뒤틀린 후다. 악을 따른 결과는 절대 아름다울 수 없다.
여전히 어디에나 존재하는 악. 엔딩 해석
부수지 못한 루비 인형
롱레그스의 말처럼 사탄과 악은 여전히 ‘아래쪽 어디에나 사는 친구’다. 악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고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칠지 알 수 없다. <롱레그스>는 우리와 위아래로 마주 서있는 이 영악하고 소리 없는 악을 땅 위로 끌어올려 눈앞에 들이민다. 속지 말라고, 잊지 말라고 하는 듯이.
엄마의 뒤틀린 희생 덕에 리는 머리를 찾고 루비를 무사히 구해내긴 했지만 그는 총알이 부족해 루비의 인형을 부수지 못했고 악의 주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박멸되지 않은 이 악은 앞으로도 롱레그스 같은 뻐꾸기를 통해 여러 둥지를 옮겨 다니며 둥지의 주인과 가족들의 머리를 앗아갈 것이다. 상상만 해도 불쾌함과 공포감이 끓어오르는 엔딩이다.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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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들의 그림자에서 마블 최강의 마녀까지 간 소녀
#산돌구름 #엘리자베스올슨 #완다비전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2021. 03. 04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어바웃올슨?!
01:03 슈퍼스타 언니들의 그림자
03:58 스스로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던 배우
06:35 Road to 스칼렛 위치
08:42 마블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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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악독하고 잔인한 바이킹족을 모두 몰살시켜 버리는 전사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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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웬디> 티저 예고편
‘피터팬’ 탄생 110주년 기념,
새로운 주인공, 새로운 시각의 All New ‘피터팬’!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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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종이의 집: 파트 5> 공개 예정 예고편
[1부 2021년 9월, 2부 2021년 12월, 넷플릭스 공개]
이제는 전투 그 이상이다. 전쟁이다! 레지스탕스가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