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15 13:59:33
이날만을 기다렸다! 정주행하기 좋은 시리즈 영화 8
이번 주말은 영화 몰아보기와 함께!

어제부로 2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끝났습니다.
고생한 모든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쉼없이 달려온 여러분을 위해 정주행하기 좋은 시리즈 영화들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번 주말은 고생한 만큼 푹 쉬고,
미뤄두었던 영화들도 마음껏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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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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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200만 돌파 기념 전국 응원 상영회 개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 ⓒ 네이버 영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관객들의 성원에 보답해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전국 응원 상영회를 연다고 발표했습니다. 응원 상영회는 관객들이 상영관에서 각자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응원 구호 등을 외치면서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를 직접 보는 것처럼 더 특별하고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관객 참여형 이벤트로, 예매 관객 전원에게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특별 응원봉이 증정되며. 별도의 응원 도구 지참이나 선수 유니폼 착용 등 자유로운 형태의 응원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김다미X전소니X변우석 ‘소울메이트' 3월 15일 개봉
'소울메이트' 포스터, ⓒ 네이버 영화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주연 영화인 '소울메이트'가 오는 3월 15일 개봉할 예정입니다. 영화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2023 아카데미 기획전' 개최하는 CGV
'타르' 스틸컷, ⓒ 네이버 영화
CGV가 오는 2월 11일부터 3월 21일까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17편 작품을 상영하는 '2023 아카데미 기획전'을 개최합니다. 기존 국내 상영 작품은 물론이고 'TAR 타르', '더 웨일' 등 국내 미개봉작도 포함돼 있어 후보작들을 궁금해하는 영화 팬들의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더 배트맨',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바빌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아바타: 물의 길', '애프터썬', '엘비스',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탑건: 매버릭' 등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작품들도 다시 상영할 예정입니다.
부산 영화의 전당 '아키 카우리스마키 특별전' 개최
'죄와 벌' 스틸컷, ⓒ 네이버 영화
부산 영화의전당이 오는 19일까지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1957년 핀란드에서 태어난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1983년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무대를 현대 헬싱키로 옮겨 재해석한 '죄와 벌'로 장편 데뷔하였으며, 이번 특별전에서는 '죄와 벌'을 비롯하여 '햄릿, 장사를 떠나다',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프롤레타리아트 3부작' 등 총 16편이 상영될 예정입니다.할리우드 배우 '멜린다 딜론' 별세
'매그놀리아'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사랑과 추억’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멜린다 딜론이 향년 83세로 별세했습니다. 멜린다 딜론은 1963년 드라마 ‘디펜더스’로 데뷔해 ‘크리스마스 스토리’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으며, 이후 '캡틴 아메리카’(1990), ‘사랑과 추억’(1992), ‘매그놀리아’(2000)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세상의 끝까지 21일’이 고인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할리우드 퇴출 배우 아미해머 '성폭행 피해' 주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 네이버 영화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세상을 바꾼 변호인’ 등으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며 식인과 불륜, 성폭행 의혹으로 할리우드에서 퇴출된 배우 아미 해머(Armie Hammer)가 어린시절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13살 때 청년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그 상황에서 무력했고 스스로 성적인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이어 그 일을 계기로 성적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관심사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아미 해머는 파산한 상태로 영국령 케이먼 제도에 있는 리조트에서 콘도 세일즈 및 예약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 '웅남이' 3월 개봉
'웅남이' 포스터, ⓒ 네이버 영화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한 코믹 액션 영화 '웅남이'가 3월 개봉됩니다. 영화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하여 공조 수사를 하며 벌어지는 내용으로, '젠틀맨', '내안의 그놈', '신세계' 등 느와르부터 액션, 코미디까지 폭넓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압도적인 장악력을 과시하는 박성웅의 1인 2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박성웅은 곰에서 인간이 된 캐릭터로, 전직 경찰이자 지금은 동네 백수인 '웅남'과 국제 범죄 조직 2인자인 '웅북'을 동시에 연기합니다.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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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아씨들(2019)>, 조가 로리를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
작은아씨들(2019), 조가 로리를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작은 아씨들」은 일곱 번이나 영화화가 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다. 그 중 가장 최근에 나온 2019년 「작은아씨들」의 네 자매들은 현대시대에 맞게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동시에 로맨스적인 부분들이 눈에 띄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나 로리가 조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여러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리라 생각된다. 조가 로리를 거절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조는 로리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조는 원래 결혼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결혼을 하는 결말로 끝맺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상대는 로리가 아니었다. 젊고, 잘생기고, 돈 많은 로리와 정반대인 프리드리히를 선택한 것은 차선책이고 조가 얼마나 자신의 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로리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조가 사랑보다는 꿈을 중요시여겼고, 끊임없는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사실 로리와 조는 모두 고집이 세고 자유를 추구하며 감정적이라는 면에서 조와 비슷한 면이 많으며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낼만큼 잘 통하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로리의 집안 부잣집이며, 로리의 할아버지는 아들과 딸을 모두 잃어 이제는 손자, 즉 로리 하나뿐이다. 만약 조가 로리의 고백을 받아들였다면 그 시대에 조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며 자신이 하고 싶던 꿈을 온전히 펼칠 수 없었을 것이며 이미 재산이 쌓여있는 집안에서 굳이 스스로 돈을 벌 필요조차 없어진다. 또한 로리는 할아버지가 시키는 일, 조가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다. 가문의 보호 아래에서 자란 로리는 자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인물이 되지 못한다.
반면에 프리드리히는 로리와 완전히 정반대의 인물이다. 프리드리히는 나이가 많았고 가난했으며 심지어 조의 글이 별로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조가 프리드리히를 사랑한 것은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이었다. 프리드리히는 조에게 독일어를 가르쳐 주다 한계에 다다랐을 때도 끝까지 조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조의 글에 대한 평가로 인해 화가 난 조에게도 먼저 다가갔다. 프리드리히는 심지어 자신의 옷을 스스로 기워 입는 사람이었다. 조의 인생에 그런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내 몫은 내가 들게요, 프리드리히. 그리고 생계를 꾸리는 것도 도울게요. 그렇게 하기로 해요. 안 그럼 나 절대 안 갈 테니까.” 영화에서 떠나는 프리드리히를 잡고 그의 집을 나누어 들며 하는 말이다. 자기 몫은 자기가 들겠다는 조의 말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프리드리히와 조는 동등한 위치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나가며 서로의 꿈을 이뤄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가 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조가 왜 로리를 사랑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길게 설명했지만 한 마디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여성은 꿈과 사랑을 동시에 이루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그러한 여성의 처지는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 아직도 여성들은 꿈과 사랑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선택하고 노력하는 우리 사회의 ‘조’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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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의 길 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시
손자 '욱이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행복한 할머니 미자(윤정희)는 66세의 나이에도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미자는 시 한 편 쓰는 것이 소원이다. 접수 마감이 지난 김용탁 시인의 문학강좌를 간곡히 부탁해 듣게 된 후로 미자의 관심은 온통 시에 쏠려있다. 시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틈틈이 메모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병원에서 희진이라는 아이의 자살 소식을 듣고, 희진의 자살과 종욱(이다윗)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 미자의 마음에는 낯설고 격렬한 감정들이 차오른다. 미자는 희진이가 걸었던 길을 걸으며 시를 완성하게 된다.
한 편의 시에 대한 긴 해설과도 같은 이 영화는 시와 시인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보다
시의 출발은 '잘 보는 것'이다. 시인은 학생들에게 '사과를 진짜로 본 적이 있는지' 묻는다. 조명 아래에서 살펴도 보고, 향도 맡아보고, 한 입 베어 물어도 보고 즉, 온전히 느껴 본 적이 있는지 묻는다. 진짜로 보아야 느껴지는 것이 있고, 그것을 종이에 옮겨내면 그것이 바로 '시'다. 미자는 수업 이후로 일상의 모든 것을 진짜로 보려고 애쓴다. 사과를, 설거지통을, 꽃과 나무를, 손자 종욱이를 본다. 미자가 '꽃을 좋아하고 이상한 소리도 많이 한다'며 시인의 기질이 있다고 말하지만 시상은 도통 찾아오지 않는다.
미자는 아름다움을 찾아 시로 담으려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만으로 시를 완성할 수는 없다. 수강생들이 말하는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에는 모두 슬픔이 담겨 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아름다움과 괴로움은 함께 한다.
“괴로움도 참 아름다워요”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시들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떨어지는 백일홍이, 자신의 몸을 내던져 다음 생을 준비하는 살구가 아름다운 이유를 미자는 차츰 제대로 보게 된다. 미자의 노트에는 꽃의 시들음이 살구의 떨어짐이 차곡히 쌓여간다. 상실과 고통, 괴로움이 쌓여간다. 희진이의 길은 고통의 길이지만 미자는 그 길에서 언제나 아름다움과 사랑을 발견한다. 희진이의 죽음이 미자의 마음 한편에 심은 고통의 씨앗은 그렇게 시로 움트기 시작한다.
미자는 자신의 죄를 똑바로 보지 않는 종욱에게 마주할 기회를 준다. 그것이 미자의 사랑이다.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가 아이의 장래와 인생을 위해 죄를 덮으려 할 때 미자는 종욱이가 제대로 보기를 바란다. 명과 암을 보게 된 미자가 희진에게 바친 시와 종욱에게 치르게 한 죗값은 윤리적 판단을 넘어서 미학적인 선택이 된다.
미자는 희진이의 죽음과 손자의 죄를 겪어내며 시인이 되었다. 영화는 한 편의 시가, 한 명의 시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아네스의 노래
희진은 순결을 상징하는 성인, 아네스의 이름으로 불린다. 아네스의 위령미사를 본 후로 미자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희진이의 길을 따라 걷는다. 학교의 과학 실습실과 몸을 던졌을 강가의 다리,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과 엄마가 일하는 밭을 미자의 시선으로 본다. 관객은 미자를 따라 걸으며 보이지 않는 희진의 영혼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애도하게 된다.
다리 위에서 떨어진 하얀 모자는 헌사하는 꽃처럼 떠내려가고, 미자의 노트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기도문이 되어 희진의 고통을 어루만진다. 미자는 자신이 무엇을 쓰게 될지 모른 채 걸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시는 그의 안에서 움트고 있었다.
희진은 미자의 시 『아네스의 노래』를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미자의 목소리가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던 희진의 목소리가 될 때 학교와 집을 거쳐 강으로 향하는 1인칭의 카메라에서 관객은 희진이의 모습을 선명히 보게 된다. 영화는 가해자의 '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희진의 마지막을 정성 들여 애도하고 배웅할 뿐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코두codu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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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존재에게 들었던 가장 최악의 말
영상통화 장면을 통해 끊임없이 다른 존재를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경아, 그런 엄마로부터 남자친구를 숨길 수밖에 없었던 연수. 그와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지만 헤어지고 나서도 끊임없이 연락하고 찾아오는 상현은 두 사람의 관계 영상을 유포한다. 이별을 거부하기 위해 타인의 고통을 전시한 것이다. 그 영상을 받은 친구로부터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연수는 평범한 일상에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고통스러움에 빠진 연수의 모습보다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 아는 연수를 비난한다. 고통에 허우적대 빠져나오지 못했던 날, 연수는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존재에게 가장 최악의 말을 듣는다.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에 사랑했던 이에게 당하는 배신의 시간은 경아에게도, 연수에게도 일어났다. 연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경아의 편이 되어주었고, 경아는 연수에게 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렇기에 가장 의지했던 존재에게서 오는 흠집의 연속성은 기존의 형태를 더욱 처참하게 망가진다. 이미 망가져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음에도 끊임없이 무너지는 마음의 모습이 영화의 잔잔함으로 인해 더 크게 와닿는다. 그렇게 일상에서 들려오는 가시 박힌 뾰족한 말들이 가슴을 계속 찔러 고통의 순간을 안기지만 그런 순간 속에서도 살아보려는 연수의 뒷모습이 뇌리에 박힌다. ‘피해자다움’이라는 단어에 얽히지 않고 슬프다가도 웃고 화나다가도 평소처럼 누군가와 마음을 털어놓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평범함을 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회가 할 수 있는 최선과 개인이 할 수 없는 최선이 흐리지만, 선이 맞물린다. 어디서 갑작스레 튀어나올지 모를 불행의 존재, 그로 인해 방에 갇혀 몸을 움츠리고 불안에 잠식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런 순간은 계속해서 반복되겠지만 살아가기 위해 불안의 어둠에서 헤엄쳐 나와 스스로 일어나고 또 앞으로 걸어간다.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고 또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이해’를 통한 ‘치유’를 건넨다. 누군가에게 받을 수 없던 그 단어는 자신을 가두지 않고 나아갔던 그의 의지와 선택, 그리고 행동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피해자의 고통스러움을 최소화하고 피해자다움의 정의를 내리지 않으며 모녀와의 관계를 필두로 하였지만, 모녀의 대화로 인해 내 마음에 왠지 모를 생채기가 났다. 가장 가까운 존재보다 가깝지 않은 타인이 건네는 위로에 그저 눈물을 흘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이 슬픔은 내가 엄마에게 있어서 가장 불편한 존재가 되어 더 이상 볼 수 없고 숨 쉬지 않아야 나를 위로해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목은 ‘경아의 딸’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모녀간의 사랑이 드러난다거나 서로의 마음을 토닥여 주는 장면은 드물다. 다만 ‘연수의 방’에서 각자의 시간이나 감정은 다르지만, 고통과 회복의 순간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그 공간에서 나온 연수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경아는 그 공간에서 연수를 이해하고 화해의 손길을 이번에는 먼저 내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네 탓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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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 루이스도 불완전한 사람이었어!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도 우리와 같은 불완전한 사람이었어!’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20세기 최고의 지성인 두 인물이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설전을 통해 밝혀지는 이들의 민낮에 집중한다. 지난한 삶과 사회적 편견, 그리고 죽음의 공포 앞에 너무나 나약하고 불완전한 두 지성의 모습은 낯설음과 측은함을 오고가며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흡사 전쟁을 앞둔 이의 모습이다.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 9월 3일, C. S. 루이스(매튜 구드)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프로이트(앤서니 홉킨스)의 초대로 런던에 위치한 그의 집을 방문한다. 도착 전 거리에서 만난 프로이트 딸 안나(리브 리사 프라이스)가 건투까지 빌 정도이니 세기의 대결이나 마찬가지. 무신론자인 프로이트와 유신론자인 C.S. 루이스는 만나자 마자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토론을 펼친다. 전혀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거리는 수면 아래에 있던 각자의 죽음이란 공포를 내보이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꿈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실화처럼 보이지만 실제 둘은 만난 적이 없다. 원작인 연극 <라스트 세션>을 집필한 희곡 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은 M. 니콜라이의 저서인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했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의 특성상 극 중 설전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쳐내며 토론의 장보다는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C.S. 루이스를, C.S. 루이스의 관점에서 프로이트를 바라보고 탐구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프로이트는 C.S. 루이스를 환자처럼 대한다. C.S. 루이스가 앉은 의자가 환자들이 앉는 의자라고 하는 등 보기보다 복잡한 삶과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가 된 이유는 캐묻는다.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얻은 공포증은 물론, 전장에서 죽은 친구의 부탁으로 그의 어머니와 함께 사는 이유, 그리고 신을 믿고 성서를 연구하는 이유 등 무신론자인 프로이트를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를 만난다.
반대로 C.S. 루이스는 기독교 변증론자로서 인간의 본성과 신앙을 함께 연구하듯 ‘꿈의 해석’을 내놓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를 탐구한다. 과거 자신과 남동생을 돌봐 주지 않았던 아버지의 존재, 모든 인간은 동성애적 관점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말하지만,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딸 안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신은 믿지 않지만, 온갖 신을 모시는 아이러니한 태도 등 학자의 관점에서 그의 이론의 시작점과 실제 삶의 오류를 발견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감독은 이런 두 인물의 극 중 위치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들의 어둡고 다른 면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20세기 최고의 지성인이지만, 그들 또한 우리처럼 오류를 범하는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이들의 민낯을 더 견고하게 다지는 건 바로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죽음의 공포다. 신을 믿던 안 믿던 간에 죽음의 공포는 두 인물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프로이트는 나치를 피해 런던으로 망명했고, 전쟁의 공포와 구강암의 고통은 날로 심각해진다. C.S. 루이스 또한 참전 당시 얻었던 공포와 전우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 그에게 죽음은 먼 일이 아니다. 이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둘은 인간에게 고통과 악은 왜 존재하는지, 신이 있다면 전쟁 등 참혹한 세상을 방관하는지, 죄는 무엇이고, 사랑은 존재하는지 등 날이 선 대화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삶의 진리를 파헤친다.
서로 극단에 위치한 이들이 만나 설전을 벌이는 이야기는 안소니 홉킨스, 조나단 프라이스 주연의 <두 교황>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다. 이 영화 또한 신을 섬기는 이들임에도 실수를 하는 불완전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또한 <두 교황>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지만, (안소니 홉킨스가 나온다는 점 등) 생각보다 유쾌한 유머가 적다.
원작인 연극에서도 유머는 첨예한 대립과 논리 정연한 토론에 무거워진 공기를 환기시키는 작용으로서 큰 역할을 했는데,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약하다. 두 인물에 대한 관심도가 많지 않다면 이들이 나눈 내용 자체가 딱딱하게만 느껴지는데, 실없는 농담과 유머가 적어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창과 방패를 휘두르는 듯한 이들의 설전은 단순한 영상 구성에 의해 긴장감이 덜하다. 플래시백을 통해 두 인물의 심리와 전사를 보여주는 건 중요하지만, 토론이 고조되어 진검승부가 이뤄지는 찰나에 등장하기 때문에 몰입감을 저해한다.
그럼에도 이 110분의 토론을 계속해서 보게 되는 건 두 배우의 열연 덕분이다.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말이 필요 없다. 극의 심도를 조율하는 듯한 그는 연기 텐션을 통해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특히 3주 후 운명을 달리하는 가운데에서도 지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프로이트의 열정적인 모습, 딸 안나의 성정체성에 흔들리는 그의 불안한 눈빛은 빛난다. 매튜 구드의 이에 지지 않는다. 그는 과거의 기억에 함몰되는 가운데에서도 신을 믿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심지 굳은 C.S. 루이스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우린 오류를 오가며 온전한 진실을 발견한다.” 극중 프로이트가 C.S. 루이스에게 남긴 말이다. 이 세상 완전한 것은 없다는 것처럼, 극 중에서 만난 두 지성은 불완전한 존재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와 다른 게 하나 있다. 바로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했다는 것. 온전한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 아래 이들이 행한 마지막 행동(클래식 듣기, 컴컴한 밤 지켜보는 시선)을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사진제공: ㈜트리플픽쳐스
평점: 2.5 / 5.0
한줄평: 첨예한 구강 액션이 빠진 심심한 110분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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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멈출 수 없는 투쟁, 실패라 말할 수 없기에 더욱 숭고했다.
시놉시스
2024년, 수배자 신분이었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기리시마 사토시는 병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뒤 사망했다. <도주>는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이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다치 마사오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병치시키면서 기리시마의 번민과 투지를 묘사한다.
영화정보
아다치 마사오 ADACHI Masao
Japan
2025
114min
DCP
Color
Fiction
12세 이상 관람가
International Premiere
영화리뷰
아다치 마사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도주>는 기리시마 사토시의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기리시마 사토시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소속의 테러리스트이자 지명수배자였다. 그는 50년간 도주하여 생을 마감하기 전 병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뒤 사망했다.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만큼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도주를 선택한 삶의 무게, 결정의 대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투쟁을 위한 도주가 지금 바로 시작된다. 위 영화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스 섹션에서 상영된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과거 일본이 한국, 중국, 대만을 포함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를 식민지화하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던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그를 도왔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 오리엔탈메탈사, 한국산업경제연구소를 테러한 조직이다. 이 조직은 크게 늑대부대, 대지의 어금니 부대, 전갈 부대로 나뉘어 각자의 임무를 맡았다. 비밀스럽고 신속하게 ‘테러’ 후 범죄를 도운 이들을 처단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해 앞으로의 활동도 쉽지 않아보였다. 명백한 실패라고 생각했기에 작전을 종료하려 했으나 반성 후 다시 투쟁해야 한다는 일념하에 이들은 ’테러‘를 감행한다.
이들도 ’실패’라는 것을 인지했듯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이들의 행보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들에겐 투쟁이었지만 그 내막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테러에 불과한 행위라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각 부대의 리더들이 체포되었고 남은 조직원들도 체포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기리시마는 ’도주‘를 결심하지만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해야 했던 탓에 막막하기만 하다. 친하게 지냈던 동기와 헤어지며 매년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간 그 자리에서 다시 보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세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도 선배는 나타나지 않았다. 체포된 소식을 듣게 된 기리시마는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과연 기리시마는 어떤 결말을 맞게될까.
기리시마는 ‘도주’를 곧 ’투쟁‘으로 생각했다. 체포된 동지들을 위해 잡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오로지 숨고 도망치는 것에 열중했다. 모든 것을 경계하고 의심의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또 다른 곳에 가는 등 치밀하게 행동했다. 그는 번뇌가 찾아올때마다 도주하는 것이 투쟁이며, 잡히지 않는 것이 곧 투쟁을 지속하는 것이라 되뇌었다. 하지만 투쟁에는 끝이 없었고 고독을 홀로 삼켜야했다. 그리고 그는 인생의 끝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결국 그는 투쟁의 이름으로 도주했고, 그 끝에서 자신의 존재를 되찾는다. 외롭고 고된 길이었지만, 동지들의 꿈과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한 ‘도주‘였던 것이다.
혁명을 위해 그리고 함께한 동지들을 위해 자신의 욕망은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투쟁을 위해 도주했다. 문장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사투였다. 투쟁은 짧고 도주는 길었다. 주인공은 어떻게 신념 하나만으로 혁명의 길을 계속해서 가게 되었을까? 그는 테러행위로 인해 죽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비난 받기도 하고, 과거의 자신에게 몰아부쳐지며 끊임없이 자신의 번뇌와 싸우게 된다. 자신이 바라왔던 진정한 투쟁과는 거리가 먼 ‘도주’의 삶으로 인해 ‘투쟁’의 의미가 희미해져갈때마다 자신을 꾸짖는다. 그만큼 엄격하고 반성하는 그 태도야말로 숭고한 정신을 보여준다.
영화 <도주>는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새겨주는 작품이었다. 일본의 제국주의, 그후에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꾸짖을 ’갈’한다. 과거 독일 나치의 전쟁범죄로 인해 지금까지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 반면,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고국이 저지른 잘못을 외면하지 않고, 그 역사에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본에 의해 피해국이었다고만 생각했던 우리의 시선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만행을 마주하며 다시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과연 제대로 반성하고 있었는가. 상대적으로 힘의 차이가 나는 상대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든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시점으로 이동하는 영화의 시선에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만큼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시간의 틈 사이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건 좀 엉뚱한 상상이지만 영화 속에서 미래의 나, 과거의 나를 만난 것처럼 나도 나를 그렇게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불안을 걷어내주고 확신을 심어주는 존재를 만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가장 만나고 싶은 존재는 다름아닌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나’이기 때문이다.
상영시간표
2025.05.01
2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2025.05.02
18:00
CGV 전주고사 5관
2025.05.03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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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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