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11 15:58:40
11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모두가 기다려왔던 24년 만에 귀환! <글래디에이터 Ⅱ> 개봉

이번 주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돌아옵니다.
우선, 리들리 스콧의 명작 <글래디에이터>가 24년 만에 새로운 속편으로 찾아왔습니다.
<노멀 피플>, <애프터썬>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폴 메스칼이 1편의 주인공이었던 '막시무스'의 아들 '루시우스'를 연기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는 "결과물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두말할 것 없이 굉장한 경험이었죠. 긴장감을 끝까지 고조시키는 영화예요"라고 말하며 <글래디에이터 Ⅱ>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함께 주연을 맡은 페드로 파스칼은 "굉장히 육체적인 트레이닝이었어요. 박살이 났죠. 검술 훈련을 받아본 적 있는데 이런 건 아니었어요"라는 인터뷰로 액션의 강도를 짐작게 했습니다.
또 다른 반가운 얼굴, 배우 박신양이 11년 만에 딸을 잃은 흉부외과의사 '승도' 역을 맡으며 스크린에 돌아왔습니다. 매 작품 놀라운 연기력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던 그가 처음 출연하는 오컬트 장르에서는 어떤 연기를 펼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 외에 금마장 남우조연상, 신인감독상, 홍콩금상장영화제 신인감독상 등 각종 영화제를 휩쓴 <연소일기>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던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글래디에이터 Ⅱ
GladiatorⅡ

개요: 액션 | 미국 | 148분
감독: 리들리 스콧
주연: 폴 메스칼, 페드로 파스칼, 덴젤 워싱턴, 코니 닐슨
개봉: 2024.11.13.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로마의 영웅이자 최고의 검투사였던 ‘막시무스’가 콜로세움에서 죽음을 맞이한 뒤 20여 년이 흐른 후. 쌍둥이 황제 ‘게타’와 ‘카라칼라’의 폭압 아래 시민을 위한 자유로운 나라 ‘로마의 꿈’은 잊힌 지 오래다. 한편 ‘아카시우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에 대패한 후 모든 것을 잃고 노예로 전락한 ‘루시우스’는 강한 권력욕을 지닌 ‘마크리누스’의 눈에 띄어 검투사로 발탁된다. 로마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 타고난 투사의 기질로 콜로세움에 입성하게 된 ‘루시우스’는 결투를 거듭하며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 알게 되고 마침내 로마의 운명을 건 결전을 준비하게 되는데...! “나는 권력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역사로 기억될 새로운 반란이 시작된다!
사흘
Devils Stay

개요: 공포 | 대한민국 | 95분
감독: 현문섭
주연: 박신양, 이민기, 이레
개봉: 2024.11.14.
배급: ㈜쇼박스

줄거리
흉부외과의사 ‘승도’의 딸 ‘소미’가 구마의식 도중 목숨을 잃고 장례식장에서 ‘승도’는 죽은 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한편, ‘소미’가 죽기 전 구마의식을 진행했던 신부 ‘해신’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것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리는데... 남은 시간은 장례를 치르는 단 3일! 죽은 소녀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아야만 한다!
연소일기
Time Still Turns the Pages

개요: 드라마 | 홍콩 | 95분
감독: 탁역겸
주연: 노진업, 황재락, 하백염
개봉: 2024.11.13.
배급: ㈜누리픽쳐스

줄거리
"나는 쓸모없는 사람일까?" 한 고등학교 교실의 쓰레기통에서 주인 모를 유서 내용의 편지가 발견된다. 대입 시험을 앞두고 교감은 이 일을 묻으려고 하고, 정 선생은 우선 이 편지를 누가 썼는지부터 찾아보자고 한다. "일기야, 안녕? 오늘부터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어" 편지와 학생들의 글씨 모양을 비교하던 정 선생은 편지 속 한 문장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든다. 열심히 쓰다 보면 바라던 어른이 될 거란 믿음으로 써 내려간 열 살 소년의 일기. 정 선생은 일기를 읽으며 묻어뒀던 아픈 과거와 감정들을 마주하고, 학생들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되살아나는 목소리
Voices of the Silenced

개요: 다큐멘터리 | 대한민국, 일본 | 148분
감독: 박수남, 박마의
주연: 박수남, 박마의
개봉: 2024.11.13.
배급: (주)시네마달, 푸른영상

줄거리
위안부, 강제노역, 원폭 피해자… 일제강점기 조선인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재일조선인 2세 다큐멘터리스트 ‘박수남’ 그의 집에 쌓인 작품화되지 못한 10만 피트, 약 50시간 분량의 16mm 필름 기억의 망망대해에서 수집해낸 역사가 강렬하게 들려온다. 잊혀진 피해자들의 표정을 되살려내고 식민과 전쟁으로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아간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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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는 성장하면서 계속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도전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무척 애쓴다. 청소년 시절에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시험이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장 큰 목표인 수학능력시험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좋은 시험 결과를 얻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우리 교육 시스템 안에서 학교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것을 배우는 것에 있겠지만 결국에는 좋은 시험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 가장 클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고 또 시험을 보면서 누군가는 그 결과에 만족하고 또 한걸음 나아가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 든다.
삶의 많은 것이 그 시험의 결과에 의해 좌우된다. 현실이 그렇다. 수능 시험의 결과에 따라갈 수 있는 학교가 정해지고, 학교가 정해지만 그곳에서 다시 또 다른 시험 준비에 매달린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다시 직장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의 삶 전체가 그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험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한 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알고 있는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그 ‘시험’이라는 것이 우리 전체 삶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숙학교에 다니는 수포자 지우의 이야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 시험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지우(김동휘)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우는 현재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다. 과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남은 어머니와 떨어져 살면서 최대한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모든 과목 중에서 수학이 그를 가로막는다. 수학 성적은 하위권이고, 그것 때문에 그의 담임 선생님(박병은)은 일반학교로 전학을 권유한다. 그때 지우는 학교의 경비원이면서 숨은 수학천재 학성(최민식)을 만난다.
영화 속 학성은 개인사에 비밀을 가지고 있다. 늘 딸기우유를 먹는 그는 어느 날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을 지우에게 들킨다. 그리고 수학을 가르쳐달라는 지우의 부탁을 결국 받아들인다. 이렇게 둘은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된다. 지우는 전형적으로 결과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반면에 학성은 과정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두 인물을 대비시키면서 이들 간의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이 모습은 일반적으로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교육 시스템과 그에 반하는 학성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 학성은 그저 과정에만 충실하라고 이야기하는 걸까. 아니다. 학성이 말하는 과정은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밑바탕을 만드는 것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정확한 결과를 내는 학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결과를 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도 중요하다. 그 문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오는 도전정신과 희열감을 통해 숫자, 수식과 친해지는 과정이 있어야 원하는 결과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학성은 결과에만 집착하는 지우를 못마땅해하고 세세한 설명을 하지 않기도 하지만, 그런 태도가 지우에게 일종의 도전정신을 심어준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천재 수학자 학성
이 영화의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담임 선생님 근호는 전형적인 나쁜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 영화들에서 그동안 봐왔던 아주 전형적인 선생님의 모습이라서 좀 평면적으로 보이는 인물인데, 영화는 이 근호라는 인물을 이용해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까지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학성이 풀고 있는 방정식에서 결과를 중시하는 일종의 상수로 그려진다. 워낙 학성과 지우가 중심인물이 되다 보니 주변의 다른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근호와 같이 너무 평면적으로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탈북자인 학성과 평범한 남한 학생 지우에게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영화는 그들 사이에 어떤 유사 부자의 감정을 넣었다. 아주 대표적인 장면이 둘이 앉아 된장찌개와 계란 프라이를 먹는 장면일 것이다. 밥 위에 계란을 얹어주는 학성의 모습과 그걸 받아서 맛있게 먹는 지우의 모습에서 그 둘이 현재 결핍된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영화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이 둘 사이에 만들어진 신뢰와 챙기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또한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답게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좋은 결과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학성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은 <천문:하늘에 묻는다> 이후 오랜만에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힘을 뺀 연기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주며 과거의 회한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탈북 수학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우 역을 맡은 배우 김동휘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과 <피터팬의 꿈> 같은 영화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적이 있다. 이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는 자신이 피해를 입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고 힘든 일을 안고 가려는 조금은 소심하고 체념적인 지우를 잘 표현해냈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최민식과 김동휘
영화를 연출한 박동훈 감독은 많은 작품을 연출하지는 않았다. <전쟁영화>라는 단편 영화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단편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 <소녀 x소녀>, <계몽영화> 같은 작은 영화들을 간간히 연출했었고, 가장 최근에 연출한 작품이 이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다. 이번 영화에서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학생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을 올바른 과정 속으로 끌어당기는 건 결국 과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깨어있는 어른의 목소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결국 결과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 그것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과정 역시 중요하다. 좋은 과정이 생략된 결과는 오래가지 못하고 머릿속에 남지 않고 증발되어 버린다. 영화 속 지우는 학성의 의도에 맞게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희열’을 느낀다. 조금 느리지만 그가 원하는 시험 결과도 얻어낸다. 그 이후 그 학생과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건, 결국 어른들의 몫이다. 영화는 다소 극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수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보는 관객들에게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그 사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다시 전달된다. 무엇보다 그 모든 전달 과정이 지우와 학성의 따뜻한 관계를 통해 전달되고 있어, 영화를 다 보고 난 관객들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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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그럼에도 폐허에는 싹이 움튼다
<우리의 심장박동은 폭발하는 별들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All of Our Heartbeats are Connected Through Exploding Stars
감독: 제니퍼 레인스포드 Jennifer Rainsford
시놉시스:
2011년 3월 11일에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다. 30분 후 검은 쓰나미가 해안을 덮쳐 차와 집, 사람들을 바닷속으로 내몰았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잃어버린 아내를 찾으려 100번도 넘게 다이빙하는 남자, 실종된 남편에게 아직도 편지를 쓰는 사치코, 쓰나미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토코를 만난다. 이들은 바다 건너 하와이 카호올라웨섬에서 쓰나미의 잔재를 청소하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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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리는 이따금 지나칠 정도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무지하다. 가령 그토록 많은 재해가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이 인간에 의한 각종 환경 오염과, 그로 인한 기후 위기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 척 외면하거나, 우리의 일상과는 별개의 일로 생각하곤 한다. 이는 대단한 오만이자 착각인데, 그 까닭은, 실상 우리가 사는 우주는 어떤 것도 서로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생겨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영화 <우리의 심장박동은 폭발하는 별들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은 우리 중 많은 수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직시하지 않았던 해양 오염과 그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아 탁월하게 그려낸 독특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1. 파도가 휩쓸고 지난 자리
영화는 2011년 3월 11일,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막이 오른다. 아내 잃은 남편은 죽은 아내의 유해를 찾기 위해 다이빙을 시작했고, 어머니 잃은 딸은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를 가두었다. 남편 잃은 부인은 남편의 몫까지 살아가고는 있지만, ‘매일이 이어질수록 더 외로워’진다.
압도적인 재앙에 의해 소중한 것을 빼앗긴 사람들은 이른바 ‘상심 증후군’에 시달린다. 심리적인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를 수축시켰는데, 이 중 편도체의 경우 대재해 이후 1년이 지난 후에도 회복되지 못했다. 다시 말해, 기억의 일부에 영구적인 흉터가 남게 되는 것이다.
2. 재앙은 해류를 타고 흐른다
쓰나미의 재앙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거대한 파도는 일본을 휩쓴 후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나왔고, 그것들이 모여 거대한 쓰레기 섬을 형성한 것이다. 2011년 말, 하와이 북부에는 날마다 밀려드는 쓰레기로 고통을 겪고 있고, 거대한 그물 따위가 서로 뒤엉켜 만들어진 ‘유령 그물’은 상어, 돌고래, 물고기들 따위의 ‘죽음의 섬’이 되어 그들의 삶을 위협한다. 이것들이 부서지면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은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그 플랑크톤은 생선이 먹고, 그것은 결국 다시 인간의 밥상에 오른다.
놀라운 사실은, 사실 쓰나미 역시 인간의 산업화에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자연 재해가 발생하는 것은 지구의 자연스러운 매커니즘이지만, 인간이 지난 250년 간 석탄과 석유로 말미암아 공장을 가동한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상승했고, 이러한 이산화탄소의 1/3은 소위 지구의 ‘다른 쪽 폐’ 역할을 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바다는 점차 따뜻해졌고, 빙하는 녹고, 해수면은 상승했으며, 그로 인해 바닷물이 ‘넘치는’ 빈도가 잦아지게 된 것이다.
3. 그럼에도 폐허에는 싹이 움트고
그러나 영화의 목적은 관객을 단순히 겁주고 윽박지르는 것에 있지는 않아 보인다. 카메라는 플랑크톤들의 가장 미시의 세계에서부터,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된 가장 거시적인 이야기까지, 그리고 그 세계의 일부로서의 인간의 삶을 비춘다. 감독은 특유의 조근조근하고 명확한 내레이션으로 말미암아, 죽음이 그 자체로 머물러 있지 않으며, 또 다른 시작의 밑거름이 되노라 이야기한다. ‘유령 어망’ 위에 거북손이 자리를 움트고, 쓰나미가 지난 자리에 ‘1000개의 거품’이라는 풀이 자라나듯이, 거대한 초신성이 폭발한 후 그에서 파생된 원자들이 새로운 별들의 바탕이 되듯이 말이다. 이것들은 쓰나미를 통해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들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그렇다, ‘우리의 심장박동은 폭발하는 별들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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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마냥 희망을 노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참한 절망론을 부르짖지도 않는다. 차분히 세계가 돌아가는 매커니즘을 관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이 저마다 영화가 던지는 단서들을 짜맞출 수 있게끔 넛지nudge한다. 또한 독특한 시각적 상상력이 인상적이기도 한데, 이는 감독이 시각 예술에 상당한 조예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우주적인 메시지를 한번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일상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2022.09.25(일) 10:30 메가박스 백석점 8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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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과 2021년 사이의 간극
영화 세 친구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세 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 갖고 있는 취미도 가정환경도 다르기에 나는 이들에게서 당시의 어떤 사회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 셋은 영화 내내 서로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는다. 분명 각자 이름이 있을텐데도 많이 언급하지도 않을 뿐더러 엔딩크레딧에서도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기재됐기 때문이다.
무소속인 친구는 그림을, 삼겹은 먹는 것과 비디오 감상을, 섬세는 미용 기술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들이 각자 갖고 있는 모습이 당장 생산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렇게 점차 정상성에서 벗어나 변방으로 내몰린다.
96년 작품인 이 영화는 당시 여성이 남성에게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되고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 성희롱에 노출되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그러나 이 명칭은 당시 제대로 된 이름으로 명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사회가 얼마나 약자들의 존재와 현실에 대해 무지했는지를 보여준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그 문제와 심각성을 어느정도 인지했으나 아직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인식과 해결과정이 얼마나 더디게 성장하는지를 꼬집어볼 수 있었다.
90년대 후반 평범한 세 남성을 통해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봄으로써 2021년인 오늘날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그 화두를 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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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1979년 12월엔 '서울의 봄'이 오지 못했나
12.12 쿠데타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79년 10월 이후의 대한민국이다. 18년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던 박정희가 죽었다. 어수선한 대한민국. 대통령이 죽었기 때문에 관련부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특히 가장 혼란스러웠던 건 중앙정보부다. 정보의 홍수가 멈출 곳을 찾지 못해 배회한다. 이 흐름을 독식한 건 전두광이다.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광. 박 대통령 시해사건 수사본부장이 되어 중앙정보부의 이권이라는 건 혼자 다 빼먹고 있었다. 전두광의 폭주를 지켜보는 사람이 없던 건 아니다. 정상호 육군참모총장은 전두광을 시골로 좌천시킴과 동시에 수도경비사령관에 이태신을 추천하려고 노력한다. 전두광이 다급해진다. 이러다가 군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친구 노태건과 함께 중상모략을 꾸미는 전두광. 전두광의 발상은 위험했다. 그의 위험한 계획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재밌는 영화라서 좋아
이 영화의 장점에 대해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중 최고는 스릴러로서 탁월하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관객들은 이 영화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심지어 영화의 갈등구도는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하지만 이 안에서 역사적 고증은 살리되 가지치기에 성공한 플롯이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영화 초반부에 등장해 쿠데타의 핵심이 되는 정부 부처 캐릭터가 있다. 이 인물의 행방을 쫓는데도 이미 스릴러 한 편 뚝딱이다. 장소를 활용한 방식도 돋보인다. 전두광이 차 안에서 부하 군인들과 함께 있는 장면을 보면 이 영화가 공간도 잘 활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정상화 캐릭터 서사도 단편영화 한 편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클래식한 서스펜스 요소만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구도 던진다. 이태신과 전두광의 대립구도도 흥미롭다. 이 둘은 군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방식이 합리적이게끔 느껴지도록 대립한다. 액션 신도 서스펜스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지만 이렇게 지략싸움으로도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문무겸비형 스릴러다.
어려운 말을 쉽게 전달하는 단계
또 영화는 이 전달력이 좋은 편이다. 이 전달력이라 함은 영화가 연출 방식 중 하나로 어떤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게 무엇인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이 연출 방법 때문에 이야기 흐름을 못 따라가는 관객은 아마 드물 것이다. 친절하게 다 설명해 준다. 그런데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설명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명확한 사실이라고 해서 이야기 만드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다. 오히려 제약이 더 달려있어서 극화가 어렵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장르적인 재미까지 챙겼으니 ‘어려운 말을 쉽게 전달하는’ 고수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한국영화 중 최고인 듯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데 있어 배우들의 연기력 대결이 대단했다. 특히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 배우는 실존인물을 따라 하기보다는 본인만의 정공법으로 이 영화를 소화한다. 가령 전두광이 혼자 있는 장면은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밑줄 쳐져있다. 사실상 영화가 초반부부터 ‘전두광이 어떤 인물인가’를 규정짓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미 실존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관객들이 다 알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정민 배우는 자기가 생각하는 악이 무엇인지를 가감 없이 표현한다. 황정민 배우가 긴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글쓴이는 이 전두광이 그의 최고작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태신 역을 맡은 정우성 배우도 감탄하는 장면이 몇 있었다. 이태신 캐릭터는 극화가 몇 번 됐던 인물이다. 그중 대표선수 격인 작품은 <제5 공화국>이다. 이 드라마에서 ‘장포스’ 김기현 배우는 후대에 밈으로 길이 남는 명대사(“너 이 XX 그대로 있어!”)를 남긴다. 이 장면이 워낙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이 캐릭터 하면 폭발하는 분노가 연상된다. 정우성 배우는 이와 반대로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천천히 관객을 설득하는데 집중한다. 이는 영화의 플롯을 생각해 본다면 정우성 배우가 작품을 잘 이해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두 주인공이 아닌 조연 캐릭터에서도 물 샐 틈 없이 깔끔한 연기를 보여줬다. 정상화 역을 맡은 이성민, 김오랑 역을 맡은 정해인, 노태건 역할을 맡은 박해준 등 조연/특별출연 캐릭터들도 영화를 빛내는데 기여한다.
존재와 부재
그러나 이 조연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은 국방부 장관(국방장관)이다. 이 영화의 핵심은 ‘어떤 것’의 존재와 부재라고 생각한다. 이를 여러 인물을 대비시켜서 보여준다. 이 캐릭터 역시 이 대비를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다. 그냥 평범하게 연기하면 이야기의 핵심이 밋밋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배우는 유달리 압도적인 존재감을 표출하며 스크린을 장악한다. 국방부 장관의 어떤 부분이 결여됐다는 점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배우가 이런 역할 권위자(?)다. 매번 다른 연기를 보여주시는 게 신기하다. 내년 국내 영화제 조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내내 뜨거워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톤이 조금 차가웠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점이다. 중반부까지 이야기 잘 끌고 간다. 하지만 후반부가 되니 살짝 늘어진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과 이어지게 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엔딩에서 직접적으로 감정을 유발하는 장면이 들어간다. 그래서 이야기 방점을 엔딩에 찍고 싶어 했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엔딩 직전 후반부가 묻힐 수도 있다는 느낌? 사실 글쓴이는 영화 후반부에 이태신의 대사에서 드러나는 ‘감독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에 진심으로 공감했다. 그리고 이는 설득력도 있었다. 플롯에서 내내 공들여서 왜 이런 인물인지를 설명하는 방식이 좋았다. 그런데 그럴 보람도 없이 엔딩에선 다른 이야기를 하니 아쉽다. 이마저도 사실이라 이런 엔딩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역사를 다 알고 이 영화를 보고 있다. 뒷맛의 씁쓸함과 실존 인물에 대한 분노는 우리 스스로 체화해야 할 일이지, 누가 떠먹여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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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2차 송환(The 2nd Repatriation)
South Korea/2022/156min/김동원 감독 작품
북한에서 지령을 받고 남한에 파견되었다 검거되어 오랫동안 전향하지 않은 사람을 비전향 장기수라 한다. 수십 년간 감옥 생활을 한 이들 중 일부는 양국의 협의를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1차 송환).
〈2차 송환〉의 주인공 김영식은 ‘전향 장기수’다. 즉 그는 오랜 수감 생활 끝에 북한의 사회주의 사상을 ‘버렸고’ 이후 석방되어 쭉 남한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식이 정말 전향한 것은 아니다. 모진 고문과 끝을 알 수 없는 수감 생활이 그를 지치게 해 전향서를 썼을 뿐이다.* 김영식이 2000년에 발표된 6‧15 남북 공동 선언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내용의 어깨띠를 매고 지하철을 돌며 선전 활동을 하고, 자신을 촬영한 감독의 이전 영화가 민족의 아픔을 다루지 않았다며 혀를 차는 모습에서도 그가 여전히 외세에 의한 민족 분열에 커다란 분노를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십 년의 수감 생활과 그 이후 또 수십 년의 남한 생활. 영화는 남북한의 경계에 선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펼쳐낸다. 언젠가 북한에 돌아갔을 때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을 강제 전향시킨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노인, 송환을 위해 남한에서 만난 부인과 이혼 절차를 진행 중인 노인,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어느새 익숙해진 남한 생활에 마음이 복잡한 노인, 남편이 ‘계속 남아서 싸워라’라고 말할지 ‘얼른 고향으로 돌아와라’고 말할지 상상해보는 노인 등등. 한 시민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김영식의 주장에 혀를 찬다. ‘쓰라린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놈만 저런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장기수가 상상조차 어려운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서 이 비난은 공허하다.
2차 송환을 신청한 장기수 46명의 복역기간을 합치면 898년이다. 장기수들은 죽기 전 고향 땅을 밟아보겠다는 마지막 바람으로 이 시간을 버텼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에도, 엄혹했던 시절에도 이들의 기다림은 늘 뒷전으로 밀렸다. 남북한의 위정자들이 늘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먼저 고민했기 때문이다.
2차 송환 운동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그사이 많은 장기수가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 대부분은 90대가 되었다. 장기수 문제는 도대체 언제쯤 남북관계의 시급한 의제로 취급될 수 있을까? 영화의 내레이션이 말하듯 누군가는 장기수를 ‘빨갱이’라 부른다. 다른 누군가는 ‘국가와 민족을 운운하는 국수주의자’, ‘그저 불쌍한 노인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감독은 장기수를 당당하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간 사람으로 보자고 제안한다. 공감한다. 나 역시 ‘민족의 아픔’과 ‘미제‧일제 척결’을 외치는 김영식보다 오랜 세월 집요함으로 자기 삶을 꾸려온 김영식이 더 좋았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장기수 2차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길 바란다.
*사회주의 여성운동가 김진언의 구술사를 담은 《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양경인, 2022)에는 남한 당국이 비전향 장기수를 어떻게 고문했는지가 잘 나와 있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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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트이어의 이름만 남은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 (Lightyear , 2022)
"라이트이어의 이름만 남은 영화"
개봉일 : 2022.06.15.
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러닝타임 : 105분
감독 : 앤거스 맥클레인
출연 : 크리스 에반스, 타이카 와이티티, 피터 손
개인적인 평점 : 3.5/5
쿠키영상 : 3개
버즈 라이트이어 줄거리
우주 저 너머 운명을 건 미션, 무한한 모험이 시작된다!
미션 #1
나, 버즈 라이트이어.
인류 구원에 필요한 자원을 감지하고 현재 수많은 과학자들과 미지의 행성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미션은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쓸 것이라 확신한다.
미션 #2
잘못된 신호였다.
이곳은 삭막하고 거대한 외계 생물만이 살고 있는 폐허의 땅이다.
나의 실수로 모두가 이곳에 고립되고 말았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
미션 #3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탈출 미션을 위해 1년의 준비를 마쳤다.
어쩌다 한 팀이 된 정예 부대와 이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우주를 집어삼킬 ‘저그’와 대규모 로봇 군사의 위협이 계속되지만
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긴 또 어디지? 시간 속에 갇힌 건가?
To Infinity and Beyond!
용감히 우주를 누비는 우주탐사 대원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가 개봉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좋아하는 어른이로서, 그중에서도 버즈 라이트이어를 가장 좋아하는 덕후로서,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마블에 처음 입문했던 덕후로서!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하는 버즈 라이트이어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이스토리>에서 어느 정도 손때가 탄 앤디의 장난감들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버즈 라이트이어는 멋진 최신식 장난감이었고, 오래된 카우보이 인형 우디의 가장 좋은 파트너였으며 책임감과 용기가 넘치는 친구였다. 앤디는 버즈를 좋아했고, 나 또한 버즈를 정말 좋아했다. 지금은 공간 확보를 위해 장난감을 많이 정리했지만, 1-2년 전까지만 해도 색색깔의 버즈 피규어가 책장 한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을 만큼.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는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가 아닌 앤디가 본, 앤디가 좋아하는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토이스토리> 속 버즈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의롭고 책임감 있는 버즈의 모습이 닮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토이스토리 시리즈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영화의 장점
<버즈 라이트이어>의 장점은 대략 버즈가 나온다는 것, 크리스 에반스가 버즈를 연기한다는 것, 시각적인 재미가 있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개인적으론 이 영화에 나오는 버즈를 통해 지구에 머물고 있는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가 우주에선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저그와 버즈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항상 상상만 해오던 우주인 버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할까. <토이스토리 4> 이후로 왠지 다신 버즈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풀린 것 같다. 영화의 오프닝에 '앤디가 본 영화’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토이스토리 1>이 개봉한 당시(1995년)에 앤디가 본 영화라기엔 조금 괴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버즈니까!…
두 번째 장점은 크리스 에반스가 버즈를 연기한다는 것이다.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력을 의심했던 건 아니지만 크리스가 얼마나 버즈와 어울릴지 궁금증 반, 의심 반…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처음으로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어간 영상을 보고 그를 믿게 되었고, 캐릭터를 계속 보다 보니 크리스와 버즈가 서로 너무 닮아있어서 슬쩍 웃기기도 했다. 더빙은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자연스럽고 훌륭했고, 이전 작품들에선 크게 느끼지 못했던 크리스 에반스의 목소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각적인 재미! 는 애니메이션의 명가로 불리는 픽사답게 볼거리가 많다. '우주’라는 무한한 소재를 100% 활용했다고 말하기엔 슬쩍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작화의 디테일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우주복과 삭스의 질감, 우주복 유리에 비치는 얼굴,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와 빛나는 별. 첫 관람을 커다란 스크린(용아맥)에서 했기 때문에 더 극적으로 느낀 걸 지도 모르겠지만, 눈이 지루할 틈은 없었다. 참고로 <버즈 라이트이어>는 확장비로 상영되는 화면(1.43:1)의 비율이 꽤 높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아이맥스관에서, 아니면 밝고 커다란 화면에서 보시길 추천한다.
아, 그리고 이를 제외하고 <버즈 라이트이어>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새로운 버즈의 파트너 삭스가 나온다는 점이다. 가장 귀엽고 가장 유능한 신스틸러… 이 영화를 보고 삭스에게 빠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대했던 픽사 영화와의 거리감
픽사와 디즈니가 합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팬들이 픽사 영화가 예전 같지 않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팬들은 픽사의 대표작 <토이스토리>와 <업>, <코코>, <인사이드 아웃>과 같은 영화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며 픽사에 대해 실망을 하면서도, 또 픽사라는 이름에 다시 기대를 걸며 픽사의 신작을 기다려왔다. 그래도 작년에 공개되었던 <루카> 같은 경우엔 꽤 괜찮은 픽사 영화라는 평을 많이 봤는데, <버즈 라이트이어>는 평이 영 좋지 않다. 물론 <버즈 라이트이어>가 훌륭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 영화엔 우리가 '픽사’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없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게 보이지만 그 과정이 다소 답답하기도 하고 너무 노골적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전체 관람가라는 관람 등급을 감안해도 어딘가 아쉽다. 이 정도면 이제 이전의 픽사를 기대하기보단, 팬들이 스스로 '픽사’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이미지를 바꿔야 할 차례가 아닐까 싶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미지의 행성에서 찾아가는 적절한 무게의 책임감
영화의 주인공 버즈는 인류 구원에 필요한 자원을 찾기 위해 새로운 행성으로 향한다. 그는 유능한 탐사대원으로 뛰어난 능력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 항상 자신의 능력을 믿고 최선을 다하던 버즈는 임무를 완료하기 위해 확신을 갖고 비행을 감행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기고, 버즈를 포함한 탐사 대원과 동료들은 삭막해 보이는 행성에 고립된다. 버즈는 모든 것을 되돌려놓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욕심과 책임감으로 시험 비행을 반복하고, 그의 동료들은 행성에 남아 새로운 삶을 꾸린다.
아무것도 없었던 삭막한 행성에 하나 둘, 건물과 기지가 만들어지고 동료들은 그곳에 적응하고 있지만 버즈는 여전히 나 혼자 짊어져야 할 과거의 실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버즈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탐사 대원이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단 한 번의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시험 비행을 반복한다.
60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임무를 완수하나 싶었는데, 저그의 등장으로 버즈의 계획은 또 한 번 틀어지고 만다. 방어벽 밖에서 함께 싸울 인력이라곤 앨리샤의 손녀인 이지와 훈련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모, 집행유예 중인 다비뿐이다. 어리바리한 신입의 실수 하나도 용납하지 않았던 깐깐한 버즈인데, 신입조차도 안 되는 팀원들과 함께하는 임무라니. 한숨이 푹푹 나온다.
버즈와 다르게 작전 경험도 없고, 전투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지, 모, 다비는 얼렁뚱땅 어떻게든 버즈와 함께 발걸음을 맞춘다. 이들은 이마를 탁 짚게 만드는 실수를 하고, 일을 더 크게 벌리기도 하고, 타이밍을 잘 못 맞추는 부족한 팀원이지만 그 대신 버즈에게 작은 여유를 선물한다. 혼자서 임무를 완수하고, 모두를 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시달리던 버즈는 팀원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영화의 후반부에 들어선 직접 도움을 청하며 팀원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
우리는 이름값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특정 이름에 쌓인 이름값은 직접 쌓아온 명성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가족이 쌓은 명성일 수도 있다. <버즈 라이트이어>에는 두 개의 유명한 이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주인공 '라이트이어’와 '호손’이라는 이름(성)이다.
버즈는 라이트이어라는 이름에 유능한 탐사대원이라는 명성을 쌓았고, 앨리사는 호손이라는 이름에 훌륭한 사령관이라는 명성이 쌓았다. 버즈는 라이트이어 답게 실수 없이 임무를 완수하고 싶어 하고, 이지는 호손 답게 멋지게 적들과 맞서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은 실수 하나에도 크게 절망하며 이 이름을 쓸 자격이 없다는 듯 우주복에 붙은 이름표를 뗀다. 하지만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다. 업계의 저명한 인사여도, 전설로 남은 인물이라 해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실수를 인정하고 흘려보내는 방법을 모르는 채로 명예와 지나간 실수에만 집착하다 보면 자신을 깎아먹을 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실수 한번 한적 없는 완벽한 명예를 바라던 나이 든 버즈(저그)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처럼 말이다. 실험 비행을 성공한 시점에서 이지와 모, 다비를 만나지 못한 저그는 팀원과 함께 위기를 헤쳐나갈 기회도, 위로를 받을 기회도 없었기에 실수에만 집착하다 결국 이기적인 빌런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얼렁뚱땅 굴러가는 완벽하지 않은 팀이지만 버즈는 이 팀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새로운 행성에 적응하는 데 성공한다. 실수를 만회하겠다며 무한한 우주를 붕붕 떠다니는 대신 마침내 땅에 발을 붙이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쿠키 영상을 보면 아마도 이 얼렁뚱땅 우주 탐험대의 뒷 이야기가 더 있는 듯한데, 후속편이 진짜 제작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만일 제작된다면 버즈에 대한 의리로 한 번쯤은 더 볼 것 같다. 버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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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제 개봉을 합니다.
시사회 참석 후 간단히 이야기해 보았습니다.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고,
자세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브런치에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https://brunch.co.kr/@movi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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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가몬 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오직 ‘알마’만을 위해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과
3주간의 특별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