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10-29 12:22:53
괜찮아! 잠시 멈춰도, 틀려도
- <괜찮아, 앨리스>(2024)


한국 사회는 어린 시절부터 끝없이 달리게 만든다. 어쩌면 급속한 성장을 경험했던 어른들은 빠르게 달리는 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들의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교육을 통해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달리다 보니, 교육 시스템 자체가 효율성과 결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형성되었고,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성장이 정상적인 과정으로 느껴지게 된다.
영화 <괜찮아, 앨리스>는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꿈틀리 인생학교의 사람들을 보여주며, 우리가 지금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던진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2016년에 설립되었으며, 설립자는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이다. 이 학교는 1년간 기숙 생활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만의 삶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 사회의 일반적인 교육과는 다르게, 이 학교에서는 '멈추기'를 권장하며, 그 멈춤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첫 번째 감정] 아이들의 혼란
영화 속 아이들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 그저 앞으로 달리는 것에 지친 아이들이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치고 대학 입시에 매달리며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이러한 삶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달리기만 하는 이 생에 회의감을 느끼던 아이들은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의 삶을 다시 계획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이들을 열차에서 떨어진 '낙오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묻는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이들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잠시 시간을 주어, 자기 삶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우리는 아이들이 잠시 멈추어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만든다.
아이들은 달리기만 하는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목표는 중학교 입학, 고등학교 입학, 대학교 입학, 취업, 결혼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목표에 도달하면 또 다른 목표가 주어지며,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한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간다. 이렇듯 주어진 목표들만을 따라가던 아이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을 줄이고, 아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두 번째 감정] 설립자의 안타까움
꿈틀리 인생학교의 설립자인 오연호 대표는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을 깊이 고민하며 이 학교를 세웠다. 그는 덴마크의 애프터 스콜레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 이러한 전환기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했다. 애프터 스콜레는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1년 동안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전환기 학교로,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길을 갈지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연호 대표는 덴마크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그곳에서 아이들이 더 많은 선택과 고민을 스스로 하도록 돕는 교육 과정을 보게 되었고, 이는 꿈틀리 인생학교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어린 학생들이 너무 일찍 경쟁에 내몰리며,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박탈당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현재의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마주한 경쟁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부모들이 겪었던 경쟁이 '성장'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끊임없는 평가와 비교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에게는 잠시 멈추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이러한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된 공간이며, 오연호 대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세 번째 감정] 아이들의 희망
꿈틀리 인생학교의 과정을 마친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가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꿈을 꾸며,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마음속에 자라나는 것은 '희망'이다. 영화는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비추며,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는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1년간의 시간이 없었다면, 그들은 여전히 앞만 보며 달리기만 했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을 하고, 사회의 요구에 떠밀려 살아가며, 마음속의 혼란과 우울을 결코 떨쳐내지 못한 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1년간 아이들에게 멈춤과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며,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이 메시지는 단순히 타인이 전하는 위로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며,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이러한 말을 건네며,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 희망을 키워나간다. 이러한 희망은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영화는 이 과정을 아름답고 진솔하게 그려냈다.
<괜찮아, 앨리스> 가 던지는 질문
<괜찮아, 앨리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만의 모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자신만의 모험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갔던 것처럼, 현재의 아이들도 다양한 모험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 속 꿈틀리 인생학교의 학생들은 비록 소수일지라도, 그곳에서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으며, 이는 그들의 삶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시기에 공부만을 강조하며, 아이들이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은 아이들을 병들게 할 뿐이다. 꿈틀리 인생학교와 같은 공간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꿈틀리 인생학교는 계속해서 운영되어야 한다. 달리기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꿈틀리 인생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는 관객들에게 지금의 교육 시스템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는 '괜찮아'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고민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괜찮아, 잠시 멈춰도 돼'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0OQgQlPHg1g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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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롭고 불안한 우리가 90년대의 낭만으로 회귀하고 싶을 때
**스포일러 포함 리뷰**
여름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뜨거운 열기처럼 타올랐다가 사라진 사랑을 담아낸 <콜미바이유어네임>, 청량한 그리스의 배경이 담긴 <맘마미아>, 푸르른 녹음을 비롯한 사계절의 풍경이 오롯이 담긴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다양한 영화가 있지만, 나에게는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 <중경삼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중경삼림을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사실 영화의 유명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박한 내용을 보고 실망을 좀 했었다. 당시에는 영화의 영상미보다는 서사에 좀 더 집중하고 봤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도시인들의 외로움과 쓸쓸함, 고독함이 공허한 사랑 타령으로 점철된 느낌을 받았달까. 하지만 내가 중경삼림의 매력에 완전히 빠지게 된 건, 두 번째 감상부터 시작되었다. 늦은 여름 밤에 약간의 감수성에 젖어있던 나는 이 영화가 불현듯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여름밤의 선선한 공기와 함께 영화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중경삼림에는 네온사인이 빛나는 화려한 도시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군중들과 대비되는 개인의 고독함이 탁월하게 표현되어 있다. 왕가위 감독은 이러한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을 헨드헬드 촬영 및 슬로우모션, 리듬감있는 편집, 다채로운 색감 등으로 세련되게 표현했다. 이러한 중경삼림 특유의 센티멘탈리즘과 촬영 스타일은 현대에도 유효해서 왕가위 영화의 마니아들을 아직도 끊임없이 양산 중이다.
중경삼림은 모든 장면이 아름답지만, 특히 인상깊었던 장면은 경찰 663과 메이가 처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저 멀리서부터 페이가 일하는 가게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경찰 663의 모습은 그가 음식을 주문할 때까지 끊이지 않고 한 번에 이어진다. 별다른 편집 없이 인물이 가까이 다가오며 자연스럽게 클로즈업으로 이어지지는데, 이를 통해 양조위의 아름다운 비주얼을 강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등장 자체를 더욱 인상깊게 만들어냈다. 또한 이 장면을 메이의 시점 숏으로도 볼 수 있는데, 짝사랑 상대를 바라볼 때 눈을 떼지 못하고 사로잡혀있을 수 밖에 없는 그 심리가 롱테이크를 통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이후 흘러나오는 ‘California Dreamin’ 사이로 대화를 하게 된 둘은, 경찰 663의 실없는 농담을 기점으로 서로에게 친밀감을 쌓아간다. 이후 두 인물이 경찰 663의 집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도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경찰 663은 페이가 몰래 놓고간 이 CD를 전 연인이 좋아하던 노래로 착각한다. 그렇게 페이가 즐겨듣던 ‘California Dreamin’은 경찰 663이 전 연인에 대한 그리움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만든 매개체이면서도, 영화를 상징하는 곡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영화가 현재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러한 영상 스타일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연한 만남과 이별이 빠르게 이뤄지고, 옛 연인과의 추억과 그리움이 깃든 물건에 대한 집착하는 등 영화를 관통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홍콩 반환이라는 변화의 흐름 안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앞두고 저마다의 사랑을 찾기 위해 분투했던 청춘들의 이야기는 현시대에도 유효하다. 짧게 스쳐지나간 만남들 속에서도 잊지 못할 순간들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중경삼림은 휘발되지 않을 청춘의 초상을 기록한 작품과도 같다. 왕가위 감독은 찰나의 순간들을 통해 인연의 의미를 알게 되는 과정을 필름에 담아냈고, 그 덕분에 우리는 도시의 고독을 느낄 때면 언제든 90년대의 낭만으로 회귀할 수 있는 안식처를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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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주저앉은 진심 사이 찾아온 죄책감의 그림자.
매그너스 본 혼 감독이 연출한 <바늘을 든 소녀>는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월드 시네마 섹션에서 상영된 영화이다. 연쇄살인마 다그마르 오베르뷔의 실제 사건을 각색한 작품으로 전쟁과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통과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군수 물품을 생산하는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카롤리네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하루아침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남편이 전쟁터로 떠난 뒤 그의 소식은커녕 생사도 알 수 없었던 터라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남편의 죽음을 짐작했던 카롤리네는 공장 사장이 관심을 가지는 마음에 이끌려 사랑을 나눈다. 그 후 임신을 하게 된 카롤리네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꾸지만 그녀의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져있던 그때, 카롤리네는 다그마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희망을 다시 찾아가는데...
자신이 겪은 것이 쾌락에 가까운지 고통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단의 순간, 비로소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 그 과정을 그리는 방식이 극단적이라 느낄 수 있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비로소 상처를 공유하게 된 이들은 온전한 사랑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거듭 희망을 갖고 자신의 삶의 변화를 꿈꾸지만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으며 세상은 그녀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가져서는 안 될 것을 가진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죄책감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직 이 위기를 홀로 감당해야 했던 그녀의 선택을 감히 비난할 수 없다.
영화는 시대적 고통 속에서 개인이 내리는 선택과 그로 인한 비극을 깊이 있게 다룬다. 또,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 영화는 전쟁이 남긴 상흔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그 상흔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넘나들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묘사한다. 남성에게는 얼굴에 남은 상처를, 여성에게는 몸에 남은 상처를 보여주는 식이다. 용기와 결단,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비극이라는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공통점은 그 누구에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간성이 상실되는 시대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잔혹함과 그로 인한 고통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여성으로서 느끼는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는 용기와 결단이 드러나는 부분이 명확히 그려져 좋았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죄책감을 딛고 용기를 내는 부분이 마음을 울린다. 그러나 돌아온 남편의 이야기와 그의 상처에 대해서도 좀 더 상세하게 다뤘다면 영화의 깊이가 더욱 풍부해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남편이 전쟁에서 돌아오면서 겪는 내적 갈등과 외적 상처는 단순히 전쟁의 피해자로서의 모습을 넘어 전후 사회에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연결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영화가 전개되며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초반부 다소 모호하게 표현되었던 부분은 후반부에 보여주지 않았던 것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온전히 들여다보기엔 다소 충격적인 모습이다. 마치 똑바로 현실을 바라보라며 바늘로 관객을 콕콕 찌르는 듯한 연출이 인상 깊었다. 잔잔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였다. 초반부와 후반부가 전혀 다른 반전이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그만큼 에너지가 폭발적이지만 관객도 따라서 진이 빠지는 빠지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믿음은 양면적이면서도 모순적이다. 전쟁의 시작처럼, 모든 관계의 시작은 믿음과 신뢰지만 한 번에 무너지는 잔혹함은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다. 거듭 사람에 의해 배신을 당하면서도 계속해서 우리의 삶을 꾸려나가게 되는 것은 여전히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극은 마치 결말이 정해진 것처럼 당연하게 시작됐다. 그 이름을 미리 알려줘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참혹한 시대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다소 잔잔한 흐름이다. 오히려 우울하기까지 하다. 초반에 기대했던 강렬함과는 거리가 먼 영화이지만 충격적인 장면이 잔잔하게 가슴을 후벼 판다. 시대가, 사회가, 그리고 개인이 분열되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작품이다.
영화 상영 정보
10월 3일 16:30 CGV 센텀시티 5관
10월 6일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10월 10일 20:00 CGV 센텀시티 7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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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광 감독님이 너무 크게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웅남이 탄생
빠라바라빰~ 안녕하세요! 말봉 티비입니다! 유튜버 말봉.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초 하이텐션으로 방송을 이끄는 말봉. 구독자는 열 명 밖에 없다. 그래도 돈 벌어야지. 방송 진행을 멈추지 않는다. 짜자잔-! 이번 게스트는 나 웅 남! 이 말을 하자마자 어류를 입에 물고 웅남이가 튀어나왔다. 웅남이에게 멘트를 거는 말봉. 웅남이가 지 맘대로 대답하는 탓에 방송을 갑자기 마무리했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얼핏 보면 무슨 주종관계 같은 느낌이지만 둘은 아무래도 친구다.
웅남이는 좀 특별한 존재다. 웅남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느 동굴에 있었는데, 곰 사이에 껴있는 아이를 가지고 왔다. 그래서 이름을 웅남이라고 정했다. 곰이 사람이 된 걸 아는 웅남이의 부모님. 곰이 사람이 됐기 때문에 갖는 특성이 몇 개 있다. 밥을 엄청나게 먹어야 한다. 그것만 있나? 겨울잠도 자야 한다. 근력을 비롯한 운동능력도 뛰어나다. 이런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경찰 일도 했던 웅남이. 곰이 사람이 됐기 때문에 경찰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별안간 사람 같지 않은 웅남이. 이 나웅남에게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과연 웅남이는 흑막의 목표를 제지하고 임무를 달성할 수 있을까?
가장 어려운 시놉시스
영화는 기본적으로 시놉시스라는 것이 있다. 이 시놉시스는 관객을 어필할 수 있는 외모 같은 존재다(물론 포스터와 예고편도 '외모' 축에 속한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이 작품의 '시놉시스'를 쓸 수 있어야 이야기의 토대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닐까 싶다. 이야기가 쭉 뻗는 직선 주로 가 아니었던 <타르>도 시놉시스를 쓸 수 있으니, 처음 두 문장으로 영화를 요약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야 영화의 기본적인 설득력이 임팩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요약이 좀 어렵다. 왜냐? 영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히 안 웃기는 유머 때문은 아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깔끔하게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퀄리티에 흠이 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글을 쓰는데 문장을 불필요하게 꼬아 쓰는 평론가들이 몇 있다. 아무리 영화 비평이라지만 글쓰기는 상대방과 소통하려고 하는 건데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는 뭘 위해 글을 쓰는지 의문점이 든다. 이 영화는 마치 꼬아 쓴 비평문처럼 시퀀스마다 연결이 되지 않는다. 첨삭이 필요한 영화인 셈이다.
호평할 만한 구석도 있긴 해
뭐 영화 보면서 '여기에 힘을 줬네' 싶은 구석이 있다. 영화는 두 장르를 병치시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나웅남이 갖고 있는 가족 드라마와 이정학이 품고 있는 누아르다. 가족드라마적인 특성은 후에 설명하려고 하니 패스한다. 느와르의 장르 특성을 이끄는 데 있어 박성웅 배우는 장르 전문가답게 어떻게 해야 관객들이 이 작품을 이해할지 잘 끌고 간다. <신세계>의 이중구 역 이후 코미디 영화 많이 나오시는 것 같은데 이 분은 그냥 느와르 하려고 태어나신 분 같았다. 공허한 표정과 이정학의 무력을 묘사하는 액션연기까지 그동안 우리가 알던 박성웅의 카리스마는 여기 다 있다. 또 박성웅 배우와 함께 힘을 합쳤던 최민수 배우 역시 연기가 좋았다. 분명 더 광기 어려야 할 인물의 카리스마가 터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것이 배우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최민수 배우는 극의 긴장감을 혼자 보여주는 연기로 끌고 갔다는 점에서 호평할 만하다.
또 영화 중반부 찍고 넘어가는 이야기 전개가 있다. 이 이야기 전개를 활용한 방식은 좋은 평을 내릴 수 있다. 큰 틀을 잘 짰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나웅남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긴 설명을 바탕으로 어렵지 않게 '어 그럼 그렇게 되는 것 아냐?' 싶다. 이 부분을 나름 딱딱 맞아떨어지게 회수하는 방식은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훌륭했다고 느낀 지점이다. 이 부분의 내적인 연결고리를, 사건 중심으로 영화를 재구성하면 알 수 있다는 점은 오랜 기간 동안 공들인 부분이 조금 느껴진다.
가학적인 캐릭터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들에게 의문부호가 생겼던 지점이 굉장히 많았다. 우선 첫 번째. 웅남이의 친구 말봉이다. 말봉이는 유튜버다. 팔로워가 10명밖에 없지만 아무튼 유튜버다. 뭐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직업의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유튜버라는 직업적 특색에 너무 심취해 있다. 비밀 작전을 하고 있다고 치면, 당연히 카메라를 꺼두는 게 옳다. 아니 초등학생도 그건 다 안다. 영화는 이 유튜브라는 소재를 미친 듯이 쓰고 싶었던 듯이 흐름을 끊을 정도로 남발한다.
또 웅남이와 주변인들의 관계는 가족드라마적인 특성에서 영화의 핵심이 된다. 모르겠다. 웅남이를 바보로 만들면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웅남이만 바보같이 행동하면 모르겠는데 말봉이가 웅남이를 대하는 방식은 불필요함과 동시에 가학적이라고 느꼈다. 웅남이와의 관계에서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 어떤 인물은 후반부에 수미상관처럼 재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웅남이의 리액션이 이해 안 가는 건 둘째치고 신을 구성하는 대사가 조악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게 2003년이면 웃겼을 것이다. 사람을 사람취급 하지 않고 동물취급하는 게 이 사람의 인물세팅과 조응하지 않는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이렇게 후반부 웅남이의 선택이 설득력이 있게 다가오려면 인물 간의 유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염혜란 배우가 밥 해주는 장면만 있으니 아쉬울 뿐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윤제문 배우가 맡은 캐릭터는 연출과 연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윤제문 배우가 지난 세월 동안 한국영화에서 보여준 얼굴은 무궁무진했다. 괴랄한 작품도 몇 편 나오셨지만 <마더>나 <아수라> <한산 : 용의 출현> 등등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그런 게 아무 의미가 없다. 배우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연출은 무작정 화만 내라고 한다.
또 영화의 주인공인 웅남이에 대한 연출은 가장 아쉬운 캐릭터 설정으로 뽑을 수 있다. 웅남이는 곰의 운동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멀리서 작은 글씨도 다 보이고 근력도 세며 달리기도 빠르다. 영화에서 제시되는 핵심 과제들이, 이 곰 같은 피지컬로 해결할 수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어떤 때는 능력이 발휘되고 어떤 때는 또 안 되는 불규칙함은 영화의 통일성과 설득력을 깬다.
사족(들)
영화 초반부는 웅남이의 능력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곰이 사람이 됐다. 그럼 운동능력이 비정상적이겠지? 이 부분을 묘사하는 것은 좋았다. 편의점에서 뭐 하고. 싸울 때 뭐 하고. 근력이 세고 어쩌고 등등 이 영화를 구성하는 핵심이 되는 셈이니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부분에 너무 길게 할당했다. 초반부에서 스타트를 이상하게 끊었다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어차피 이럴 것 아닌가?' 정확히 그렇게 한다.
또 러닝타임 중반부에 웅남이가 작전을 위해 훈련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비중이 큰 코미디로 묘사된다. 여기에 들어갔던 인물들 대부분이 소모적이다. 우선 윤제문 배우를 위시로 한 경찰 쪽 캐릭터는 세 명이다. 여기서 윤제문 배우 옆에 있는 남자 경찰 캐릭터는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 뿐만 아니라 훈련하는 교관들은 '개그 콘서트'에서 재현 개그로 쓸법한 걸 그대로 영화로 갖고 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훈련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그것도 아니다. 작전 실행에 있어 영화의 핵심이 되어야 할 부분이 웃기지도 않은 채로 표류하는 것이다.
위의 문단과 연장선상의 측면에서 영화의 카메오들은 난잡해 보이는 러닝타임을 더 산만하게 만든다. 영화에 개그맨들 세 분 나온다. 첫 번째 개그맨은 '배우 개그'를 하고 싶었던 듯 보인다. 그거 외에는 이 개그맨 분들이 인물 연출의 뒷심이 모자란 탓에 웃기지 않는다. 그냥 신인 배우 써서 맡았어도 이 캐릭터들을 소화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리고 쿠키영상 즈음에 등장하는 배우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솔직히 이 배우가 등장하는 모습도 의문점이 있으나, 필요한 섭외였나?라는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그 장면이 있어서 시리즈물을 기획할 것인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도플갱어라는 소재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장면을 굳이 넣은 거는 박성광 감독이나 박성웅 배우가 인맥이 넓다는 거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도전에 박수를
우리는 개그맨 박성광을 잘 알고 있다. '개그 콘서트'가 방영하던 당시 기라성 같은 동기, 선배, 후배들과 함께 개그계를 이끌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용감한 형제들'에도 나오지 않았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도 갖고 있다. 그래서 뭐 글쓴이 같은 20대들에게 박성광 감독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 확보가 되는 셈이다. 이게 당연히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영화감독 법 이런 건 없지 않나?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중 뛰어난 역량을 가진 분들은 많다. <놉>의 조던 필, <돈 룩 업>의 아담 맥케이, <소나티네>의 기타노 타케시가 그렇다. 박성광 감독이 영화 퀄리티로 비판받을 수는 있어도 개그맨이라는 이유로 노력이 폄하되어선 안되지 않나 생각한다. 이는 수많은 선배 영화인들이 필모그래피로 증명한 사실이다. 물론 이 영화는 비판받을 여지가 공-장히 많다. 그러나 박성광 감독이 더 절치부심하는 계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콧대를 짓밟아주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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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내어준 길.
아바타: 물의 길
아바타가 13년 만에 새로운 후속작이 찾아왔다. 전편보다 더욱 뛰어난 영상미로 다시 돌아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만큼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자기 자신이 처하지 않은 정반대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영화의 이야기는 '숲'에서 '바다'로 옮겨간다. 이 시대에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12월 14일 개봉했다.
정착과 침략.
2편에서는 판도라에 정착하여 나비족의 토루크 막토가 된 제이크 설리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정착하여 나이티리와 가정을 형성하게 되었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판도라를 차지하기 위해 찾아온 인간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정착해왔던 곳을 떠나 또 다른 곳을 찾아 물의 부족인 멧케이나 족을 만나게 된다. 삶의 방식과 문화가 모두 다른 그곳에서 정착하는 것도 잠시 새로운 이들에 의해 철저히 '방해'된다. 하늘 사람들의 침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발견이 아닌 침략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정착을 방해하는 침략을 막을 수 있을까.
3D 체험기.
2009년 1편 개봉 당시, 3D로 관람하지 못한 아쉬움이 커서 이번만큼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3D로 관람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3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위해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관람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입체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CG가 아니라 직접 찍은 것 같은 현장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3D 안경 자체의 어두움 때문인지 화면 색감을 그대로 볼 수 없어서 아쉬웠고 약간의 멀미가 온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안경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이 거대한 세계관을 둘러싸듯 본연의 조화가 가족의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없는 이 진부함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내면에서 차오르는 분노에 조금씩 스며드는 따뜻함이 자리 잡는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모든 것을 이겨내고 정착한 이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속편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뛰어난 영상미를 계속해서 감상할 수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기대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더욱 거세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현실이다. 나의 본질과 내가 서있는 곳을 돌아볼 수 있었던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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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8월 2주 개봉영화!
헌트 HUNT , 2022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영화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입니다.
세계적인 배우 반열에 올라선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4년간 열정을 쏟아부은 각본 작업부터
연출, 연기까지 소화해낸 그는 배우를 넘어 연출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해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이정재와 정우성의 23년 만에 조우한 작품으로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정재 감독 '신세계', '공작' 제작진의 의기투합!
첫번재 추천영화 "비상선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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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Good Luck to You, Leo Grande , 2022
엠마 톰슨 연기 40년차, 인생 62세 첫 노출 연기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 없던 은퇴교사 '낸시'가
'리오 그랜드'의 퍼스널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 최고의 해방을 시도하는 굿 럭 무비 입니다.
제38회 선댄스영화제와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으로
데뷔작 '52번의 화요일'로 제30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소피 하이드 감독 신작입니다.
섹스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삶의 태도, 섹스 포지티브를 몸소 보여줄
엠마 톰슨 그녀의 인생 62세 첫 노출로 가장 용감한 도전을 한 작품 기억될
두번재 추천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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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세계 すばらしき世界 , UNDER THE OPEN SKY , 2020
봉준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극찬한 일본의 화제작
영화 "멋진 세계"는 일본 개봉 전부터 일찌감치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입니다.
제45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제56회 시카고국제영화제 관객상,
최우수 연기상 2관왕, 제47회 시애틀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영화에 대한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멋진세계는 13년 만에 출소한 전직 야쿠자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인데요
세계적인 작가 사키 류조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실존 인물을 모델로
13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전 살인범의 일생과 삶의 방식을 그린 '신분장'이 원작입니다.
타인과 사회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이 보고 느껴야 하는 주제!
세번재 추천영화 "멋진세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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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 널 영원히 남겨두기로 했어
왜 그렇게 수도 없는 사랑 이야기가 만들어진 걸까? 아름답지도 않은데. 아닌 경우도 분명 있겠지만 연애와 결혼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별의별 이야기로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합친다. 어떤 사람은 ‘성욕에 뇌가 절여진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누구는 어떤 사람에게 감동 못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럴 거면 왜 사랑을 하지? 사랑은 예쁘지 않다. 전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사람이 하는 것에는 뭐든 장/단점이 있지 않나. 내가 보기엔 사랑은 장점이 3개쯤이고 단점이 97개다.
근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사랑이 역겹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운명처럼 누군가를 만나 마음이 따라가게 되는 것. 이 사랑의 기억은 사람마다 깊은 행복함이 있으니 어떤 것들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랑 때문에 어떤 인생이 행복해진다. 그리고 이 97개쯤 되는 단점이 결국 내 인생의 행복감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결론이 난다. 참, 불행하다는 것이 과거의 내가 행복했다는 증거가 되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사랑의 상흔을 그림으로 남겼던 프랑스의 두 사람이 있다고 한다. 18세기의 프랑스로 가보자.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마리안느는 화가다. 결혼은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자를 가르치고 있던 마리안느. 마리안느의 화실에는 그림 한 장이 있다. 제자들은 그림에 대해 마리안느에게 묻기 시작한다. 그림 제목이 뭐예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마리안느는 그림 앞에 멈춰 서서 옛 생각에 빠진다.
앞에서도 썼듯 마리안느는 화가다. 18세기의 프랑스는 여성의 초상화를 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결혼 이전에 여자의 초상화가 남자의 집에 전송되면, 맘에 든 경우에 결혼 절차를 밟는다. 원래는 한 여자의 언니와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예비 신부는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이유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어머니에게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려 원래 결혼하고자 했던 남자의 집에 전하고자 했다. 엘로이즈의 집으로 가는 마리안느. 엘로이즈는 ‘포즈 잡는 게 싫다’라며 그림 그려오는 걸 거부했다고 한다. 마리안느에게 주어진 시간은 6일이다. 이 6일 동안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서로의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마음에 남을 수밖에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강점은 몰입감이었다. 특히 이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 중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사운드다. 이 영화는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 영화에 파도 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 파도 소리를 바탕으로 인물들이 대사를 치는데 이는 오롯이 영화의 내용과 대사에 집중이 잘 되는 효과다. 또한 이런 식의 미니멀한 연출법은 하이라이트 신의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 연주 소리가 기억에 남는 효과를 더한다. 이 몰입감의 연출은 최종 엔딩신에서 특정 인물에 대한 묘사로 이어진다. 로맨스 영화의 가장 큰 덕목이 뭘까? 뭐 모든 영화가 다 그렇겠지만 역시 집중력일 것이다. 이게 내 사랑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나를 이끌고 내러티브를 전개하면 보이는 사람에게 큰 감정의 깊이를 남기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크고 작은 사운드 연출 하나만으로도 로맨스 영화로서의 흡인력은 충분했던 셈이다.
또 고를 수 있는 이 영화의 강점은 캐릭터 설정이다. 각본을 쓴 셀린 시아마는 생동감이 있는 인물들을 만들었다. 감독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가령 특정 인물이 달리기를 와다다다 달리는 부분이 있다. ‘달리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하면 뭔가 억압된 것이 있을 거라 예상하기 쉽다. 온 세상이 억압적으로 대했으니 그녀가 달리나 수영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런 세상의 뭉개기는 사람의 성격과도 이어지기 쉽다. 이 엘로이즈의 성격 묘사가 입체적인 느낌이다. 솔직히 엘로이즈 답답했다. 그런데 왜 답답하지?로 생각하면 이 세상이 만든 명과 암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면 핍진성이 성립한다. 또 마리안느의 경우 그녀는 화가다. ‘초상화를 그려 남자의 집에 전한다’라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사람이다. 얼핏 보면 수동적으로 보이는 마리안느. ‘그림을 그린다’라는 것은 얼핏 보면 주체적인 예술이다. 그러나 이 인물은 시스템에 종속된다는 아이러니가 성립한다. 이 설정은 셀린 시아 마가 하고 싶었던 주제의식과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이 ‘화가’라는 모티브는 두 사람의 로맨스와도 연관이 있다. 이 부분은 ‘뮤즈’ 같은 개념을 논파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는 듯했다.
또 영화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직관적인 이미지를 적절히 잘 사용한 느낌이다. 흰 의상에 불이 타는 장면,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마리안느가 했던 특정한 행동, 엘로이즈의 그림까지. 또 영화 전체적으로 이끄는 색감 연출은 ‘여성을 어떤 존재로 인식할 것인가’라는 것을 떠나 ‘멜로드라마로서도 탁월하다’라고 말하기 충분하다.
아, 앞에서 썼듯 영화의 가장 좋은 장점은 마음의 기척을 묘사하는데 탁월했다는 점이다. 대사 하나, 행동 하나, ‘그림’이라는 키워드, 예술이라는 매체, 두 주인공의 처지까지 아름다운 사랑이 기억에 남는 이유를 형식적으로, 내러티브로, 미학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꿈같은 영화였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 영화의 제목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사실 모호하다. 뭐가 타오른다는 뜻일까? 이 단어의 수식 범위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의 결론은 ‘여인의 초상이 타고 있다/여인이 타고 있다’ 둘 다였다. 일단 여인이 타고 있다는 의미는 특정 장면과도 이어진다. 이 특정 장면에서 두 인물의 사랑이 어디까지 왔나?를 중심으로 본다면 한 번에 이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여인의 초상’이 타고 있다는 의미는 셀린 시아 마가 극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답, 그리고 사랑의 속성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왜 사랑이 아름다울까? 만약 이뤄진 사랑이라면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을까? 과거에 대한 미련, 자기 후회, 자아에 대한 분노 등등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때를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과정을 겪고 나면 ‘타올라서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여인의 초상’이 타올랐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사랑의 속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아름답게 불타던 때는 분명히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게 초상화로 남아있다. 이 그림은 그런 의미다. 아름답게 피어났던 기억이 있다는 건 즉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타올랐던 기억만 남은, 두 주인공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미 수도 없이 뒤돌아본 이야기
이 영화에 사용됐던 모티브는 에우리디케 설화다. 이 설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오르페우스는 하지 말라던 ‘뒤돌아보지 마라’라는 말을 듣고도 결국 돌아봐 아내를 구하는데 실패한다. 수도 없는 예술에서 차용된 이야기고 이 작품에서도 쓰였다. 특히 ‘뒤돌아 봐’라는 대사가 인상 깊다. 영화에서 이 오르페우스의 선택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니까 멍청하게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본 게 아니라 에우르디케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 선택을 했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라는 대사와도 이어진다. 뒤돌아 보는 것, 그러니까 예전의 사랑을 추억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오래오래 기억에 남으라고 말하고 있다. 뒤돌아보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지.
과하지 않게
영화는 적절한 선을 지킨다. ‘뮤즈’라는 개념과 임신중절에 대한 이야기를 극 전체에 암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냥 유치하게 선전이라도 하는 듯 쭉 극을 전개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중심은 탁월한 멜로 드라마였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 사랑에 빠진 이가 벌이는 행동들, 착취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주제가 부담스러울 분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냥 잘 만든 영화다. 배우 아델 에넬, 노에미 룰랑 둘의 연기는 이에 생동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감독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넷플릭스영화추천 #왓챠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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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더 스파이”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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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터전, 경이로운 지구를 만난다. 최신 기술을 사용한 《우리의 지구》는 50개국이 넘는 나라를 누비며 UHD 4K로 모든 영상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이국적인 정글에서 깊은 바닷속까지, 인류와 자연이 공유하는 생명의 터전을 탐험한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내래이션을 맡은 《우리의 지구》, 4월 전 세계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