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14 10:52:02
10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대도시의 사랑법> 개봉 2주 차 흥행 역주행 시동!

<대도시의 사랑법>이 개봉 2주 차에도 열기를 이어가며 흥행 역주행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개봉 2주 차에 접어든 9일 5만 3,214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개봉 첫날 오프닝 스코어인 5만 2,696명을 넘어섰습니다.
개봉 후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 수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도시의 사랑법>은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관객 수가 증가하는 이례적인 흥행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반영된 실관람객 평이 입소문으로 이어져 앞으로의 추이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베테랑 2>는 9월 개봉이었음에도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이 <조커: 폴리 아 되>를 밀어내고 3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북미에서는 수위 높은 폭력, 살인 장면으로 화제가 되었던 슬래셔 무비 <테리파이어 3>가 개봉해 단숨에 1위에 올랐습니다. 뒤이어 2위를 차지한 <와일드 로봇>이 누적 수익 8,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기분 좋은 속편 제작 소식을 전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던 <조커: 폴리 아 되>는 누적 수익 5,000만 달러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3위에 머물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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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 (The Call) (2020), 광기 어린 스릴러, 질주하는 사이코드라마
콜 (The Call) (2020)
광기 어린 스릴러, 질주하는 사이코 드라마
콜(The Call), 광기 어린 사이코 드라마의 탄생
2020년을 한 달 남겨두고, 발전 없는 전형적인 한국 영화들을 향해 강력한 펀치 한 방을 날리는 신선한 스릴러 한 편이 스크린에 등판했다. 언젠가부터 뻔해진 충무로의 흔한 남자 주연 캐스팅 하나 없고, 한 가지 장르에 정착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함, 지겨움의 끝을 연발하는 신파도 모두 한꺼번에 갖다 치웠다. 그 대신 두 명의 여성 캐릭터들을 앞세워 처음부터 끝까지 휘몰아치는 서스펜스로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자질구리한 스토리도 인물도, 장르의 분위기를 해치는 뜬금없는 코미디도 모두 없다. 오로지 '전화'를 매개체로 벌어진 서스펜스 단 하나에만 집중한다. 스피디한 연출로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이충현' 감독의 힘과 배우들의 시너지가 만들어낸 훌륭한 합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운명 같은 전화벨 소리,
잔인한 폭주와 악연의 서막
1999년의 '영숙(전종서)'과 2019년의 '서연(박신혜)'은 같은 집에 있는 전화를 매개체로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채 연락이 닿게 된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로 시작된 둘의 인연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서연'은 '영숙'에게 99년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 '영숙'이 좋아하는 '서태지'의 음악들을 들려줬고, 무당인 '신엄마(이엘)'에게 억압 받는 '영숙'에겐 '서연'과의 통화가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숨통이었다.
하지만, '서연'은 '영숙'이 살고 있는 99년도에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서연'이 살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고, '영숙'은 몰래 집을 빠져나와 '서연'의 아버지의 죽음을 막는다. 하지만, 시간의 역학을 건드리기 시작한 이 사건이 두 사람의 인연을 파국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시발점이었다. 두 사람이 바꾼 과거로 인해 '서연'은 현재 부모님과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부잣집 딸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서연' 역시 '영숙'에게 미래에 다가올 일을 알려줘 '영숙'의 죽음을 막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숙'이 자신을 죽이려던 '엄마'를 살해하게 되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세상 밖으로 나온 사이코패스,
광기 어린 질투에서 시작된 파국
'엄마'를 죽이고 자유를 찾은 '영숙'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그녀에게 내재되어 있는 사이코패스의 광기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어느새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느라 자신에게 소홀해져 버린 '서연'에게는 질투와 살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영숙'의 살인 행위를 나중에서야 알게 된 '서연'은 처음으로 '영숙'에게 반기를 들며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이는 '서연'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던 '영숙'의 분노를 터뜨리는 기폭제가 되어 '영숙'은 본격적으로 '서연'의 주변을 잔혹하게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과거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서연'과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막기 위해 폭주하는 '영숙'의 싸움. 어느 한 쪽이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 두 사람의 시간을 초월한 악연은 끝내 처절한 파국으로 이어진다.
‘전종서’의 재발견, 미친 연기력 폭주
<콜>의 연출과 스토리, 출연 배우들의 호연 모두 훌륭하지만 이 작품을 이끄는 힘의 8할은 '전종서'에게 있다. 한국 영화사에 유례없는 여성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연기하며 혼신을 다해 미친 연기력을 쏟아냈다. 각성하는 순간부터 보여주기 시작한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공포와 긴장감, 그리고 후진 없이 질주만 하는 공격적인 모습이 주는 임팩트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콜>은 '전종서-박신혜'의 호흡보다는 오로지 '전종서'의 약이라도 빨은 듯한 광기 어린 연기력에 시선이 쏠린다. <버닝>에서의 신비로운 소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살아지고, 당장이라도 상대방의 목숨을 앗아갈 것 같은 맹수 같은 눈빛을 지닌 사이코패스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솔직히 중반부부터는 강강강강만 있는 캐릭터라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전종서'의 연기력이 그러한 우려들을 곧바로 불식시킨다. '써니'에서 '천우희'의 신들린 연기력을 접했을 때의 느낌을 9년만에서야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
최고의 명장면은 20년 전의 '서연'과 '아빠'가 '영숙'의 집을 찾아왔을 때, '영숙'이 뒤돌아 살아 있지도 않은 '엄마-!'를 부르며 스산한 미소를 띠는 장면이다. 배우의 표정 변화만으로 공포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속도감 있는 전개, 긴장감 넘치는 연출
비현실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중간 중간 설정에 대한 구멍을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스피디한 전개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영화의 허점들을 금세 메꿔준다. 극적인 장면에 사용하는 음악의 활용도 굉장히 신선했다. 대표적으로 '영숙'이 처음 집안에서 탈출했을 때, 슬로 모션과 함께 강렬한 록 음악을 삽입하며 고삐 풀린 연쇄살인범의 새로운 시작을 공격적으로 알리는 효과를 줄 수 있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아무래도 시공간의 변화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신비로움을 유발하는 형태로 CG 기법을 많이 사용했는데, 가진 기술과 자본력에 비해 욕심을 부린 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판타지스러움을 유발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극중 CG 장면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판도라의 상자가 야기한 비극
'서연'과 '영숙'의 인연이 어긋나게 된 계기는 '서연'이 '영숙'으로 하여금 과거 사건의 결과를 바꾸게 한 것에서 출발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 사람의 통화는 단순히 과거의 미래의 사건들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고, 이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우정에 균열이 갈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과거와 현재를 바꾸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서로의 행동이 각자 다른 공간에 있는 자신에게 점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당연히 깨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연'이 시공간의 역학이 주는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비극의 그림자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과거의 '영숙'에게 다가올 미래를 알려줄 수 있는 '서연'과 달리 '서연'은 과거의 '영숙'의 행위로 현재의 자신에게 생길 변화를 알 방법이 없다. 제 아무리 '서연'이 발버둥쳐 봤자 무조건적으로 '서연'이 불리한 입장인 것이다.
예상을 뒤엎는 스토리, 묵직한 펀치 한 방
어찌 보면 익숙한 스토리다. 전화를 매개체로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교신을 한다는 것은 드라마 <시그널>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익히 봐온 소재다. 그렇기 때문에 <콜> 역시 전개상 예상 가능한 스토리가 상당 부분 존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콜>은 익숙한 소재가 주는 예상을 뒤엎는 스토리를 부분 부분 첨가시켰다. 극 초반부에 '영숙'에 대한 학대를 일삼는 무당 '신엄마'는 누가 봐도 악역 같았지만, 따지고 보면 '영숙'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알고 이를 억제시키기 위해 자신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고, 악령에게 씌었다는 프레임을 '영숙'에게 걸어놓은 셈이었다. 중간 중간 복선들을 깔아 놓아 '영숙'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암시하긴 했지만, '신엄마'의 행동들은 분명 처음부터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은 아니었다.
결말부 역시 예상을 뒤엎으며 한국 영화의 고질병과도 같은 신파 엔딩을 겨냥한 묵직한 펀치 한방을 날려준다. 1999년 '영숙'과 '서연의 엄마(김성령)'의 혈투, 그리고 2019년 '서연'과 '영숙'의 싸움에서 극적으로 '서연의 엄마'가 몸을 날려 '서연'을 구하고, '영숙'의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함께 죽은 줄만 알았던 '서연의 엄마'가 마지막 시퀀스에 등장하며 '역시 어머니의 힘은 강하다'와 같은 K-영화의 전통적인 메시지를 날리며 갑자기 용두사미로 끝나는 듯한 실망감을 던져준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는 순간, 멀티 엔딩으로 마지막 반전을 선사하며 통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어찌 보면 한국영화의 피날레가 지향해야 할 점을 알려줬다고도 볼 수 있는 엔딩이었다.
극장 개봉 실패에 대한 아쉬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극장개봉에 실패한 작품들이 넷플릭스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콜>은 <사냥의 시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택한 국내 영화였다. 혹평 일색이었던 <사냥의 시간>과 달리 <콜>은 오히려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크나큰 아쉬움을 남긴다. TV 스크린으로 봤을 뿐인데도, <콜>이 가져다 준 전율은 대단했고, 수작을 만났다는 흥분이 아직까지도 가시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충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라는 것 자체도 매우 충격을 준 사실이었다. 극장 개봉 실패는 아쉽지만, <콜>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보여줄 앞으로의 모습에 상당한 기대를 걸 수 있을 것 같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겔겔겔스타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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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히 내려앉는 한 줌의 선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Small Things Like These,2024)
고요히 내려앉는 한 줌의 선의
개봉일 : 2024.12.11.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98분
감독 : 팀 밀란츠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왓슨, 아일린 월시, 미셸 페어리, 클레어 던, 헬렌 비언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겨울은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차가운 계절이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겨울에도 따스함이 있다. 한낮에 머리 위로 내려앉는 햇빛, 빠르게 지는 해를 대신해 집안을 밝히는 전등의 색, 두꺼운 옷의 포근함과 유난히 반가운 누군가의 온기. 이렇게 차가워 보이는 계절에도 작은 따스함이 깃들어 있듯이 어둠만 가득해 보이는 현실에도 잘 찾아보면 작은 희망과 온기가 존재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그 작고 소중한 온기를 조명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작가 클레이 키건의 동명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아일랜드 출신 배우인 킬리언 머피가 주연과 제작을 맡았다. 원작의 내용을 몰랐을 땐 그가 왜 이 소설을 선택한 걸까? 궁금했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딱, 과연 킬리언 머피 다운 선택이었다 싶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엔 킬리언 머피였기에 가능했고, 완벽히 킬리언 머피라는 배우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 석탄 장수 빌 펄롱은 아내, 다섯 딸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돈 나갈 구석에 대한 고민을 놓을 순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빌은 생각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며 부쩍 추워진 날씨 덕에 석탄 주문이 밀려오고 빌은 해가 뜨기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쉬지 않고 석탄을 배달한다. 그는 불평 한 마디 없이 가족과 직원들을 위해 성실하게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그 바쁜 와중에도 주머니에서 짤락거리는 동전을 어린 이웃과 나누는 작은 선행도 잊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간 빌은 한 모녀의 심상치 않은 실랑이를 목격한다. 그래도 남의 가정일에 함부로 뛰어들 수는 없는 일이니 그는 우선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 순간이 남긴 불편함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빌은 석탄가루로 까매진 손을 씻듯이 자신의 마음도 거칠게 벅벅 긁어내보지만 마음 깊이 낀 불편함이 사라지긴커녕 검은 물만 죽죽 흐를 뿐이다.
그렇게 불편함이 덕지덕지 낀 마음을 안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빌은 결국 용기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의 선택과 행동은 당장 세상을 바꿀 만큼 거대한 힘을 가지진 못했지만 그것이 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시간적 배경만 크리스마스인 영화가 아닌 크리스마스에 담긴 은총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볼 수 있었던 진정한 크리스마스 영화였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두가 외면하는 그늘
이야기의 소재가 된 막달레나 수용소는 18세기-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은밀하게 운영되었던 여성 수용소다. 사람들은 교정 시설, 여성에게 거처를 제공한다는 겉포장에 속거나 수용소의 실체를 알면서도 쉬쉬했다. 그 때문에 막달레나 수용소는 다른 국가들의 유사 시설들 중 가장 오랜 시간 살았다고 한다. (마지막 수용소는 1996년까지 운영됐다.)
극 중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수녀원(수용소) 이야기를 회피하는 듯한 미운 모습이 나오는데 사실 이게 보통 사람의 모습이다. 그냥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세탁소구나~하고 모르는 척 믿으면 모든 게 평소와 같이 평탄하게 흘러갈 텐데 굳이 그걸 파헤치려 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사람들은 수녀원을 애써 아무 의심 없이 믿고, 아름답게 바라보려 한다. 그들이 종교를 방패 삼아 어떤 일을 행하고 있는지, 그 뒤에 어떤 그늘이 따라붙어있는지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실체가 된 의심의 그림자
빌은 성실하고 선한 사람이다. 그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가장이자 고용인들을 배려하는 고용주고 굶주린 아이들을 지나치지 못하는 어른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1985년 아일랜드다. 그 당시 아일랜드는 역대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경제 공황을 겪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빌이 선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혼자가 된 어린 빌을 거두어준 윌슨 부인과 네드의 사랑 덕분이었다. 빌은 두 사람에게 받은 사랑을 그대로 품고 자라 어려운 아이들을 지나치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빌도 처음엔 마을 사람들처럼 수녀원을 모르는 척하려 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떠오르는 유년의 기억과 말간 얼굴로 식탁에 앉아있는 딸들을 보고 있으니 도저히 수녀원에서 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빌은 어린 빌 펄롱과 소녀를 생각하며 수녀원으로 돌아간다.
빌이 막 수녀원에 들어갔을 때까지만 해도 ‘수녀원에 갇힌 불행한 소녀’는 대략 옅은 그림자 정도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것. 그런데 저 건너편 어두운 방안에 있던 그림자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빌 앞으로 튀어나와 눈을 맞추며 말한다.
“저희 좀 도와주세요. 강까지 데려다주세요. 집으로 데려가 주면 뭐든 할게요.”. 이때 빌은 ‘수녀원에 갇힌 불행한 소녀’가 실존함을 알게 된다.
이때 소녀를 보며 느낀 놀라움과 불편함은 빌의 오래된 기억까지 헤집어 놓고, 그는 또 다른 진실을 보게 된다.
빌의 선택
빌이 머리를 자르지 않은 이유
빌이 아내 아일린에게 수녀원에서 본 것을 털어놓으며 우리 딸이었다면 어땠을지 물었을 때 아일린은 “우리 딸이 아니잖아.”,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르는척 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라는 차가운 답을 내놓는다. 이때 빌은 “윌슨 부인이 당신 같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윌슨 부인의 따뜻함을 한 번 더 상기한다.
빌은 소녀를 구해주고 싶다. 윌슨 부인과 네드처럼. 빌은 새벽에 수녀원으로 돌아가 소녀에게 자신의 코트를 입혀주고 함께 수녀원의 문을 두드린다. 빌의 의도를 눈치챈 원장수녀는 안은 따뜻하다며 빌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들인다. 그는 빌을 저지하기 위해 은근한 협박과 멸시의 눈초리를 보낸다. 빌은 원장수녀가 내민 돈과 카드를 들고 겨우 사무실을 나오면서도 끝까지 소녀에게 말을 걸고 서로의 이름을 남긴다.
그런데 이후 빌은 잠시 흔들린다. 너무 갑작스레 새로운 진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빌이 아내의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주머니를 털어 아이들에게 동전을 나눠주고 수녀원과 척을 질 각오를 하면서도 소녀를 구하려고 했던 건 모두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었다.
빌은 지금껏 윌슨 부인과 네드가 조건 없이 100% 선의로 자신을 보살펴 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억을 차근차근 되짚어가다보니 당시엔 느끼지 못했던 미묘하게 어색한 지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누가 봐도 네드와 닮은 빌의 얼굴, 창 너머로 봤던 어른들의 모습과 자신을 바라보던 네드의 눈빛. 빌은 어릴 적 어머니에게 물었던 아버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낸다.
무조건적인 선의라고 믿어왔던 것이 알고 보니 아들이었기에 받을 수 있었던 부정(父情)이었다니. 빌은 잠시 고민한다. 그리고 머리카락과 함께 소녀를 향한 의지를 잘라내기라도 하려는 듯 미용실에 앉아 검은 미용 가운을 두른다. 한순간 빌의 얼굴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빌의 입술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린다.
그는 결국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미용실을 나와 다시 어머니와 같은 이름의 소녀, 세라에게로 향한다. 네드에게 받은 것이 아버지의 사랑이었든 타인의 무조건적인 선의였든 상관없이 어쨌든 그의 사랑이 빌을 키워냈으니 빌 또한 사랑을 나눠주는 어른이 되기로 한 듯 보인다.
빌은 세라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깨끗이 씻은 손을 세라에게 내민다. 이제 그의 손엔 검은 가루가, 그의 마음엔 불편한 때가 남아있지 않다.
불투명한 유리와 그늘을 향한 빛
빌 펄롱이 보여준 작은 온기와 용기
원래 타인의 불행과 사회의 어둠은 잘 보이지 않는다. 빌이 아내를 위해 샀던 네이비 구두, 가방, 크리스마스 케이크같이 행복을 상징하는 것들은 남에게도 잘 보이는 유리 쇼케이스에 진열되는 게 보통이지만 소녀들을 향한 학대와 막달레나 수용소라는 사회의 어둠은 빛이 만든 그늘 어딘가에, 불투명한 유리 뒤(극 중 수녀원 입구의 유리도 불투명하게 표현된다)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입체적인 물체를 하나 두고 빛을 한줄기 쏘면 명과 암, 밝은 곳과 그늘진 곳이 생긴다. 이때 시선은 자연히 광원과 빛을 받은 곳을 향하게 된다. 이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 항상 밝은 곳만 주목받고 그늘진 곳은 소외되고, 어둠은 우리 몰래 조용히 그늘진 곳을 노려 내려앉는다 이럴 때 그늘을 바라보고 다른 각도에서 새로운 빛을 비춰준다면 그늘을 없애는 것은 물론 그 안에 숨은 어둠도 찾아낼 수 있다.
빌 펄롱은 사회에 새로운 빛을 비춰주는 사람이다. 빌의 선택이 당장 마을과 사회를 모두 바꿔놓을 수 있을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세라의 인생은 변했으니 그만큼의 그늘이 줄어든 것이다. 사회엔 빌 펄롱 같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어둠이 내려앉은 곳에 빛을 비추고 작은 온기와 용기를 모아줄 사람.
혼란한 정세 속에서 이런 영화를 만나고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괜스레 마음이 일렁인다.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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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흥미진진한 TMI 대방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로 나서며 6월 극장가를 사로잡은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흥미진진한 TMI를 전격 공개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때론 엉뚱하기도 하고,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영화 의 뒷 이야기들은 언제나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곤 하는데요. 과연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TMI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본인 피셜 공포영화 못 보는 존 크래신스키 감독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의 공격으로 일상이 사라진 세상, 소리를 내면 죽는 극한 상황 속 살아남기 위해 집 밖을 나선 가족이 더 큰 위기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러닝타임 내내 오감을 자극하는 강렬한 연출로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선사한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정작 본인은 공포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는데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 드라마를 생각하며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만들었다는 그는 현재의 팬데믹 상황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속 배경은 물론, 절체절명의 위기를 따로 또 같이 헤쳐 나가는 ‘애보트’ 가족의 사투와 끈끈하고 빛나는 가족애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에밀리 블런트, 뜻밖의 웃음 참기 챌린지
‘에블린’ 역의 에밀리 블런트는 샤론 최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로 용광로 장면을 꼽았습니다. 집 밖을 나와 새로운 은신처를 찾던 ‘에블린’이 또 다른 생존자 ‘에멧’(킬리언 머피)에게 그곳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며 아기가 숨겨진 상자를 여는 장면으로, 시나리오상에는 겁에 질린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는 드라마틱한 상황이었지만, 에밀리 블런트가 상자를 열었을 때 아기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꿈나라에 빠져있었다고 합니다. 옷도 벗겨보고, 얼굴에 젖은 수건을 대보기도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아기의 평화로운 숙면을 깨트리지 못했는데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는 에밀리 블런트는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또 한 번 크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킬리언 머피의 전해지지 않은 편지?!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 ‘에멧’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킬리언 머피에 대해 “그와 작업할 수 있다면 그게 언제든, 출연료가 얼마든 상관없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킬리언 머피에게 캐스팅 제안을 건넨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캐스팅 제안이 믿기지 않는다”며 제안을 단박에 수락한 킬리언 머피는 전편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며 생애 처음으로 영화 감상을 전하기 위해 감독에게 직접 이메일을 쓸 뻔했다는 애정 어린 소감을 밝혔는데요. 이에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안 쓰길 잘했다. 어필하는 것 같아 다른 배우를 캐스팅했을지도 모른다”며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감독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영리한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고요 속의 강렬한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찻잔 같은 소품 하나하나에 마이크를 설치해 일상의 모든 소리를 녹음하였고 배우들과 스탭들 모두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며 촬영에 임해야 했는데요.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촬영 내내 “여러분, 이거 무성영화 아니고 유성영화예요!”라고 외치며 촬영장을 ‘콰이어트 플레이스’로 지켜냈다는 후문입니다. 이처럼 프로페셔널한 현장 분위기 덕분에 일상의 작은 소음만으로도 숨 막히는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신선한 시리즈물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로맨틱한 하와이와 <콰플 2>의 상관관계?!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연출 제안을 고사했던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2편 제작을 마음먹게 된 것은 다른 촬영차 아내 에밀리 블런트와 함께 하와이에 있을 때였습니다. 로맨틱한 하와이에서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바로 청각 장애를 가진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을 주축으로 한 성장 스토리였는데요. 남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에밀리 블런트는 자신도 출연하겠다며 분량 좀 많이 챙겨 달라고 했고 그렇게 2편의 제작부터 캐스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촬영장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아내로서, 배우로서 영화 제작에 큰 도움을 주었다”(존 크래신스키 감독), “남편과 일한다는 게 처음엔 어색했지만 작업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았다. 창의적 안목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에밀리 블런트)고 전한 두 사람은 1편에 이어 다시 한번 감독과 배우로 완벽한 케미를 과시했습니다.
알고 보면 더욱 재밌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TMI 스토리 재미있게 보셨나요?
오늘 소개해드린 정보를 통해 이미 영화를 보고 오신 관객분들, 그리고 앞으로 영화를 보러 가실 예비 관객분들 모두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재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봅니다 :)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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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베테랑2>가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수를 돌파했습니다
손익분기점은 400만 관객으로 뚜렷한 경쟁작이 없는 추석연휴기간
어려움 없이 넘어설것으로 보입니다.
<베테랑2>의 3백만 관객 돌파 속도는 <파묘>, <서울의 봄>보다 빠른 속도며
<범죄도시2>와는 같은 속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와같은 속도라면 1000만 관객 동원은 무리없이 끌어모을 수 있을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극명한 호불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뒷심을 잡을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1억 8천만 달러를 넘기며 저번주에 이어 1위를 유지했습니다. 그 뒤로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스픽 노 이블>이 2위, <데드풀과 울버린>이 장기흥행을 이어가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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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북미 인디영화 흥행 1위 등극한 <롱레그스>
영화는 한 FBI 요원이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연쇄살인범 롱 레그스를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역대급 살인마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평단의 찬사를
받고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피그>, <렌필드>, <드림 시나리오>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에 출연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새로운 장르와 도전을 통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영화 <롱레그스>가 58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기생충>을 제치고 북미 독립 배급사 네온의 역대 흥행 1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이는 최근 10년간 북미 독립 호러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기록한 것입니다. 제작비 1000만 달러로 제작된 <롱레그스>는 2억 3000만 달러가 투입된 <퓨리오사>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롱레그스> 줄거리
FBI 요원 리 하커는 찾기 힘든 연쇄 살인범의 미해결 사건에 배정된 재능 있는 신입 요원이다. 사건이 복잡하고, 오컬트 관습과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증거가 사라지면서, 하커는 무자비한 살인범과의 개인적 연관성을 발견하고, 그가 다시 공격하기 전에 그를 막기 위해 시간과 경주해야 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영화화 전효성 주연
전효성 배우가 영화 <악마가 될 수밖에> 주연 배우로 캐스팅되었습니다. 살해 협박에 시달리던 묻지마 폭행 피해자 ‘민아’가 보복 범죄를 응징하기 위해 악마로 살 수밖에 없었던 광기와 집념의 시간을 그린 액션 영화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김태곤 감독의 차기작 <더 웨이킹> 주연으로 캐스팅
배우 최우식이 김태곤 감독의 차기각 <더 웨이킹> 주연으로 낙점되었습니다.
<더 웨이킹>은 거인이 등장하는 크리처 물이며 냉동 창고를 정리하는 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 거대한
힘을 주는 돌을 우연히 갖게 되고 사건에 휘말리는 준호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은 내년 상반기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파일럿> 200만 관객 돌파
<파일럿>이 개봉 9일차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올여름 개봉 영화 중 최단기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뜨거운 입소문으로 흥행 기록을 경신중입니다.
영화는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주인공 한정우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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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회와 시대 속에서의 예술의 역할, 그리고 거장의 존재
한 사회와 시대 속에서의 예술의 역할, 그리고 거장의 존재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리뷰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
출연] 낸 골딘
시놉시스] 전설적인 사진작가 낸 골딘의 삶, 예술, 투쟁, 그리고 생존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사진은 나의 유일한 언어였다. 나는 생생하게 반짝이는 뉴욕에서 죽어가는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했고, 있는 그대로의 내 얼굴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제는 내 모든 명성을 걸고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싸운다. 생존과 투쟁의 기록이 담긴 나의 일기장을 당신에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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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이렇게나 솔직한 거장이라니
사실 낸 골딘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예 아는 바가 없었다. 전시회를 보러 가더라도 사진전 보다는 그림 전시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사진작가에 대해서는 그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양한 시각적 정보들이 쏟아지던 시사회장에서 낸 골딘이라는 사람을 처음 접했다. 그런 그녀의 첫인상은 정말 지독하게도 솔직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치부는 감추고 싶을만할텐데도 영화 속에서는 서스름없이 공개했다. 물론 인터뷰 장면이나 나레이션 장면에서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그녀의 인생을 사실적으로 풀어냈고,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모두 공개했으니 말이다.
낸 골딘의 언니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언니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유는 그녀에 대한 인정이 없었던 가족 구성원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언니의 성정체성을 거부했고, 그녀의 다름에 대해서 인정하기보다는 외면을 하는 쪽을 택하면서 계속해서 시설로 언니를 보냈다. 언니는 끊임없이 자신과 그리고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었고, 이를 인정해준것은 자신을 상담하던 정신과 전문의 밖에 없었다. 그 전문의의 소견서에 나온 문장이 바로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테’다. 그렇게 언니의 죽음을 경험한 골딘은 그 길로 독립을 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녀가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치기도 했지만 무명시절 동안 그녀는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그녀의 작품활동은 상당히 급진적이었다. 유명한 사람을 찍는 것이 아닌 평범한 자신과 그 동료를 찍으며 현재의 브이로그와 같은,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식하는 사진과 같은 일상을 표면에 내새우면서 사진예술의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고 업계 사람들은 예술이 아니라며 비난을 했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만의 솔직한 일상을 담은 사진으로 사진, 영상예술계의 거장으로 성장했다. 이 기반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솔직함이 기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적나라한 성행위를 비롯한 나체 등 은밀한 개인의 일상 모습을 사진을 찍음으로서 공중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신이 마약을 했을 때, 남자친구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했을 때 등 암담하고 우울한 상황에서의 자신마저도 사진을 통해 기록을 남김으로써 그 역시 하나의 기록예술로 기능했다.
권력은 이렇게 쓰는 것
거장이 된 골딘은 자신의 명성과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미국은 현재 펜타닐과 같은 마약 중독 문제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고 있는데 골딘은 그런 마약중독과 관련된 거대 제약회사와의 긴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예술로 승화하면서 자신의 본업과 연결시키고 사람들을 일깨우고 결국 그 싸움에서 일정 부분 승리를 거둔다. 골딘이 마약중독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건 그녀가 그 중독 상황에 직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간간히 해왔던 대마를 넘어 그녀는 치료 목적으로 옥시콘틴을 처방받은 적이 있었다. 의사 처방에 따라 받은 마약성 진통제였지만 옥시콘틴은 한번 먹을 때마다 그 양을 점차 증가해야만 효능이 있었고 그녀는 결국 옥시콘틴에 중독이 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옥시콘틴의 부작용과 약물 과용에 대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생산을 멈추지 않은 제약회사 세클러가에 대한 분노를 느낌 골딘은 새클러가를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명성과 권력을 활용해서 말이다. 이미 거장이었던 그녀는 매년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그녀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는 콜을 받는다. 그녀는 이를 이용해 박물관과 미술관에 후원을 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맘들고 있는 새클러가를 공격하기로 한다. 자신의 작품을 걸고 싶으면 새클러가의 후원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박물관과 미술관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더불어 이와 함께 박물관 로비와 입구앞에서 비폭력 시위를 하면서 그들이 새클러가에서 받는 후원금이 약물 과용 부작용을 일으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옥시콘틴을 만드는 회사임을 지속적으로 알린다.
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결국 빛을 본다. 테이트 박물관, 현대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각국의 박물관, 미술관, 대학교는 새클러가에서 받던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던 세클러관 이라는 이름 역시 명칭을 변경했다. 그렇게 골딘은 한 단계 한 단계 넘어가며 새클러가의 만행을 밝혔고, 재판에서는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배상금을 받아냈다. 오랜 기간의 투쟁이었지만 그녀는 예술이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하고, 또 힘이 있는 예술계 거장이 사회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너무나도 급진적인 인물이었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와 시대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보여준 낸 골딘의 삶을 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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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의 기억 영화 후기 / 논란의 여주인공 / 나름 객관적인 감상평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내일의 기억”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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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2> 메인 예고편
2배로 고통받는 짠내 폭발 보디가드
안식년인데 왜 쉬지를 못하니!미치광이 킬러 ‘다리우스’의 경호를 맡은 후
매일 밤 그의 악몽을 꾸는 보디가드 ‘마이클’ 앞에 나타난 무대포 직진녀 ‘소니아’
남편 ‘다리우스’가 납치되었다며 다짜고짜 그를 구하러 가야 한다고 하는데…
한 명도 버거운데 그의 와이프까지 플러스?!
설상가상으로 유럽 전역을 위기로 몰아넣는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터지고
인터폴의 비밀스러운 의뢰까지 추가되는데..
2배 더 강력한, 2배 더 골때리는, 2배 더 커진
모두가 기다린 1+1 트리플 환장 액션 블록버스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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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동백> 30초 예고편
3대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괴팍한 노인 ‘순철’.
하지만 불경기로 인해 식당의 존폐 위기가 찾아오고,
착하기만 한 아들과 철없는 손주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 한 낯선 손님이 방문한 후
거짓말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속상한 기억들, 같이 펄펄 끓이는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