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06 11:27:00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하얼빈>, 개봉 2주 차에도 흔들림 없는 선두!

개봉 첫 주에 누적 관객 수 230만 명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던 <하얼빈>이 2주 차에도 여전히 선두를 지켰습니다. <하얼빈>은 12월 24일 개봉한 후, 단 하루도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하얼빈>은 라트비아, 몽골 등지를 아리 알렉사 65 카메라로 촬영하고 아이맥스 포맷으로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관객들의 기대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음악에 참여하였고, 과거 비틀스가 녹음했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여 사운드의 퀄리티를 높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소 높은 손익분기점 약 650만 명이라는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편, 봉준호 감독, 최동훈 감독 등 다양한 인사들이 “고결한 인격의 사람들을 품격 넘치는 촬영과 연출로 영접하게 해주신 제작진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영화”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국내 주말 관객 수 2위는 깜짝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소방관>이 누적 관객 수 350만 명을 기록하며 차지했습니다. <하얼빈>에 이어 또다른 국내 영화 대작이라고 기대받았던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3위를 기록하였으나, 개봉 첫 주 누적 관객 수 32만 명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였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는 <무파사: 라이온 킹>에게 돌아갔습니다. 2,383만 달러의 수익을 추가한 <무파사: 라이온 킹>은 북미 누적 1억 6,800만 달러, 전 세계 4억 7,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나, 제작비가 2억 달러를 초과한 만큼 새해에도 꾸준한 흥행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 비해 이르게 개봉했던 <수퍼 소닉3>는 2,120만 달러로 2위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북미 1억 8,750만 달러, 전 세계 3억 3,6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해당 프랜차이즈의 총수익은 10억 달러를 넘어서 프랜차이즈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3위는 <더 위치>, <라이트하우스>를 연출해 믿고 보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로버트 애거스 감독의 신작 <노스페라투>가 차지했습니다. F.W. 무르나우 감독이 만든 역사적인 공포영화 <노스페라투>를 원작으로 하여 릴리 로즈 뎁, 니콜라스 홀트, 빌 스카스가드 등이 출연하는 새로운 <노스페라투>는 북미 누적 수익 6,940만 달러, 전 세계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인디 영화로서는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 중입니다.


Relative contents
-
- 액션에 감 좀 있었던 일반인 예신예랑이의 해적 소탕기
액션에 감 좀 있었던 일반인 예신예랑이의 해적 소탕기
영화 <샷건 웨딩>감독] 제이슨 무어
출연] 제니퍼 로페즈, 조쉬 더하멜
시놉시스] 달시와 톰의 결혼식 당일,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이 모두 섬에 모인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이던 그 때, 갑자기 들이닥친 해적으로 인해 결혼식장의 하객들이 모두 인질이 되고, 달시와 톰은 무사히 혼인서약을 마치기 위해 목숨을 건 버진 로드를 걷게 된다.
#스포일러 주의#
어쩌면 나,, 액션에 소질이??영화 속 달시와 톰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다. 해적들에게 포위망이 좁혀지는 상황 속에서도 일단 주변의 기물들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한다. 헤어스프레이로 공격을 시도하고, 그물로 해적을 잡으려 하고, 담배로 해적의 모자를 태워서 카트에 실려가던 자신들을 스스로 구출하고, 그 와중에 몰래 핸드폰을 들고와서 신호가 터지는 높은 곳에 올라갈 생각을 하고, 그러다가 짚라인 타고 해적들을 피해 도망치다 수류탄을 던져 그들을 처치하고 우연과 우연의 반복 속에서 이 모든 퀘스트를 수행하는 이 일반인들은 자신도 몰랐던 액션에서의 소질을 깨닫게 된다. 나였다면 이미 사라진 근력에 짚라인 타다가 내가 먼저 떨어졌을 것 같고, 산속을 뛰다가 체력이 떨어져서 해적들에게 붙잡혔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일반인들은 영화 중반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점점 해적들을 처리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짜기 시작한다. 초반에는 해적들의 죽음에 엄청난 공포와 죄책감을 느끼다가도 점차 그들을 게임 속 NPC마냥 처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거뜬히 생각하고, 해적들을 속이기 위해 주변 사람들까지 포섭하는 등 나름의 버진로드 첩보작전까지 펼치며 정찰을 나간 해적들을 제외하고는 해적의 무리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점차 변화하는 일반인 달시와 톰을 보면서 관객들은 대리만족을 하는 경험을 하질 않았을까 싶다.
황석희 번역가에게 박수를
영화 샷건 웨딩에서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쾌한 상황과 장면들이기도 했지만 자막이 반은 차지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만큼 영화 샷건 웨딩의 번역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코미디 장르이다보니 미국식 유머를 한국어로 풀어내는데 굉장히 힘들었을텐데도, 그 어감을 살리면 한국식으로도 빵빵 터질 수 있게끔 번역을 한 황석희 번역가의 고심이 많이 드러난 작품이었다. 현장에서도 마지막 스크롤이 올라가기 전 ‘번역: 황석희’라는 자막이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의 탄식이 나왔을만큼 현장에 있었던 대부분의 관객들은 자막의 퀄리티에 굉장히 만족했었다.
달시와 톰은 어쩌다 보니 해적들을 공격하고, 심하면 죽일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죽음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 종종 직면하는데, 그럴 때 그냥 편하게 ‘죽었어요’, ‘사망했어요’, ‘숨을 안쉬네요’와 같이 표현을 할 수 있었을텐데 ‘살아있는 걸 끝낸 상태’라는 대단히도 국어사전 단어풀이식 표현을 넣어놓으면서 달시와 톰의 유쾌한 성격과 유머 감각을 단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미국식 병맛 코미디의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애매하게 웃고 나왔을텐데 이를 한국식으로 관객들이 쉽게 그 유머를 받아들이게끔 표현을 하고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피식피식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완벽함을 꿈꾸는 부족한 사람
액션과 코미디를 향해 영화는 달려나가지만 영화는 중간중간 교훈을 조금씩 뿌려준다. 한 남자, 한 여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혼란스러워 하는 두 명의 예신, 예랑과 그 길을 먼저 걸어간 부부들이 교차적으로 나오면서 예신예랑 톰과 달시의 눈에는 완벽한 결혼생활처럼 보이는 이들도 사실 그들 나름대로의 갈등과 오해, 불신의 과정이 있었고, 결국에는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탓하는 것이 아닌 그럼에도 이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가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이어가는 것이 결혼임을 보여준다. 해적에게 붙잡힌 인질들을 구하러 가는 과정에서 달시와 톰은 서로가 아직 서로를 원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싸우는 순간에도 위험한 상황이 오면 서로를 가장 먼저 걱정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스스로가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 인질들이 모여있는 수영장에서 그들은 먼저 결혼한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그들이 꿈꿨고 이상적으로 생각해왔던 결혼생활은 없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결혼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부족한 서로의 모습을, 그리고 이해하지 못했던 집안의 전통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영화 샷건 웨딩은 부족한 남녀 둘이 만나서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해적을 소탕하고, 이를 통해 권태롭고 의심스러웠던 자신의 사랑을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나의 인생이, 우리의 인생이 완벽해지기 위해 결혼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결혼의 과정임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완벽함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조금 그 부담을 내려놓고 부족한 자신을 먼저 스스로 사랑하라는 어찌보면 교장선생님 훈화말씀과도 같은 교훈이었지만 이러한 주제를 액션과 코미디를 통해 통쾌하게 전하고 있어서 그 의미가 유쾌하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듯 싶다.
영화 샷건 웨딩은 번역의 맛과 함께 신나게 웃고 나올 수 있는 작품이었다. 찰진 번역의 재미와 유쾌한 해적 소탕기를 많은 영화팬들이 접하길 바란다.
-
- 밸런스 붕괴된 밸런스 게임
이 글은 영화 [마녀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약이 없어 보이는 크리스마스처럼, 후속편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영화들이 한국에도 존재한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듯, 범죄 도시 2는 자신의 숙제를 정말 성공적으로 해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편견을 깨는 후련함을 가져다주긴 했지만. 동시에 이 뒤를 이을 영화들은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성공 케이스를 둔 셈이다.
박훈정 감독을 등에 업은 [마녀 2]는 용감하게 그 뒤를 잇기로 했다.
한국형 여성 히어로물이라 할 수 있는 과감한 시도와. 당시 신인이었던 김다미 배우를 이제는 익숙한 얼굴로 만들어 준 작품이었기에. 마니아들은 은근히 마녀 2의 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다미 배우의 출연 여부에 대한 잡음과 코로나로 인해 조금은 늦어진 제작이긴 했지만. 드디어 우리 곁으로 찾아온 후속편에 대한 기쁨만큼은 전혀 늦거나 사그라들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루머처럼 떠돌던 팬들의 떡밥(?) 분석과 세계관 확장은 얼마나 들어맞는지. 그리고 새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합은 과연 어떨지. 고대하는 마음만으로 시간을 보내던 팬들에게는 마녀 2의 개봉 소식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배우 김다미가 주연이 아니라서 실망한다는 사람들에게.;다른 카테고리끼리는 비교하지 않기.
사진출처:다음 영화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것과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한 개체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 본능적으로 일단 거부하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한 번 경험한 일이 이미 성공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여진 경우라면, 새로운 모든 시도들은 한층 더 격렬한 저항을 만나게 된다.
그러니 성공한 영화의 후속편에 출연한다는 것은, 독이 든 성배에 기꺼이 입을 가져가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 자리를 꿰어차고 있다는 천하의 구씨도, [범죄 도시 2]의 개봉 전까지는 이 성배에 몸을 푹 담근 채 뼈가 삭아 내릴 때까지 장첸과 비교를 당해야 했다.
그러나 이름 이어받기를 주저하지 않은 사람들의 성공적인 케이스들도 많이 있다. 이제는 은퇴한 (앞에서 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나의 원픽이 될) 007 다니엘 크레이그도, 최근의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배트맨도, 더 이상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도.
사실 이런 캐릭터에 생명력과 매력을 불어넣는 것은 (연기자의 실력이 기준 미달이 아니라는 전제를 한다면) 연기자의 몫이라기보다는 각본이나 연출에 대한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그 어떤 연기 천재를 가져다 놓는다 해도 캐릭터에 대한 기본 스케치는 이미 정해진 상태 일 테고, 배우는 그 스케치 안에서만 자유로울 것이니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마녀 2]에 나오는 배우들에게는 그 어떤 잘못도 없다. 몇천 대 1을 뚫었다는 신시아 배우의 부담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들도 많았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성급한 판단이 한 배우의 어깨에 얹지 않아도 되는 쓸모없는 책임감을 짊어지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라는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인물들을 동일시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세계관 확장"을 잘못 이해했을 때. 그것도 여전히.;혹은 커진 스케일의 잘못된 이해
사진출처:다음 영화
마블 영화, 혹은 아직까지도 여운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범죄 도시 2처럼. 세계관의 확장이나 시리즈 영화가 가진 안정성을 구축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시리즈, 혹은 등장인물의의 매력이 확실하다면. 후속편 정도는 시리즈의 가교 역할을 한다 해도 인내할 수 있다.
영화 [마녀 2]도 “시도”라는 시점에서 본다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장면들이 꽤 나온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더 할 것인지. 혹은 어떤 사람들의 등장으로 무슨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 마녀라고 불리는 인물의 능력은 대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큰 바탕을 까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문제는 모든 시도들이 “세계관 확장”이라는 개념을 잘못 이해했을 때 나오는 오류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시도는 “언어”에 있다.
온갖 정체 모를 사람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몇 개국의 언어가 혼잡하게 부딪치는 현장이 1편보다 더 빈번하게 등장한다. 언어가 다르니 이국적으로 느끼거나 스케일이 커졌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정말 완벽하게 빗나간 예측에 가깝다.
그저 그들이 “다른”곳에서 온 것이며 마녀를 만들어냈던 시도가 전 세계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하나의 장치에 불과해 보인다. 마치 우리가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하지만 실체는 없는 약속처럼. 앞으로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것을 암시만 하는 단순하고 영향력 없는 연결고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루시랑 스칼렛 위치를 섞으신 거예요?;밸런스가 붕괴되면 영화가 재미가 없죠.
사진 출처:다음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녀 캐스팅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존재한다.
영화는 전편에서부터 ‘마녀 아가씨’라는 (오글거리는) 말에 반대되는 이미지를 가진 여자 주인공들을 내세워 그녀의 능력을 대비해 보여준다. 이렇게 작고 여려 보이는 아이가 가진 힘은 정말 어마어마하다.라는 것에 치중한 캐스팅인 셈이다.
그 의미로 봤을 때.
연신 눈만 동그랗게 뜨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마치 처음 본 사람을 각인해 보호자인 줄 알고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라던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무심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 신시아 배우를 보고 있자면 약간 역겹게 느껴진다.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배우들을 “소비” 하고 있는 것은 감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의 능력을 보여주는 방법 또한 여전히 구질구질하다.
찬양에 가까울 정도로 지루한 설명과, 미칠 것처럼 잔인하게 보이는(것처럼 잔뜩 힘을 준) 악역들의 등장으로 긴장감을 높여보려는 시도는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얘들이랑 싸워도 마녀가 이긴다. 고 말 하려는 뉘앙스를 풍기려는 듯이.
그런 악역을 등장시켰음에도 영화는 정말 명백하게 밸런스가 붕괴된다. 왜냐하면 이번 편의 마녀는 합이 잘 맞는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스칼렛 요한슨의 영화 [루시]나 마블의 [스칼렛 위치]를 본뜬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추격전을 했을 때 압도적인 것보다 아슬아슬하게 따라가야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마녀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고. 어디까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지 모른다.라는 설정인 것은 알겠지만. 이 설정은 이미 100미터 경기에서 80미터 앞에 있는 마녀를 이기기 게임인데. 이토록 처참하게 밸런스가 붕괴된 게임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마녀의 능력이 오히려 너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서. 그녀의 능력은 물론 여태껏 영화 내내 떠들어 댄 이야기가 우스워 보일 지경이다. 저렇게 무서운 애는 애초에 잡을 수가 없었으니까.
영화 속 모든 배우들의 열연이 아깝게 느껴질 지경이다.
마치면서
영화가 마블 영화처럼 다음 영화의 징검다리가 되어서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그러려면 당위성은 있어야 하는데 마녀 시리즈가 갖고 있던 모든 단점은 증폭되어 있고. 장점 혹은 달라져야 했을 점들에 대한 개선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김다미가 주연이 아니라는 생각에 후속편에 대한 반감이 나도 컸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역시 배우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음을 깨닫고 반성했다.
후반부의 액션은 시도만으로는 높이 살 만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세게 그려진 마녀의 능력이 오히려 초반의 큰 스케일 빌드 업을 다 망쳐버리는 기분이다. 누군가의 강함을 드러냄에 있어 위대함만을 강조하다 너무 우스워져버린 케이스다.
비교하기 진짜 싫어하는데. 범죄 도시 2와 비교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글의 TMI]
1. 너무 오랜만에 집에서 요리를 함.
2. 포두부 썰다가 손 베어서 병원 갈 뻔함.
3. 예전에 한 번 베인 자리를 또 다친 거라. 더 서늘했음.
4. 피 흘렸으니까 포두부 말고 고기 먹을 예정(?)
-
-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고통
난 아직 결혼을 못했다. 연애도 안 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아이를 낳는 미래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난 여전히 책 읽고 공부하고 게임하며 영화 보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이걸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을을 하고 사는 분이 있지 않을까? 그 대신 뭔가 지금만큼 열렬한 덕질(?)을 못하게 될 테니 아직은 난 어린가 보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는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결혼은 먼 이야기니 어쩌면 세상 사람들의 날 향한 선택은 탁월하다;
근데 뭐 나만 그럴까? 아마 다들 그럴 것이다. 결혼을 한 사람만큼이나 안 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너 당장 내일 결혼할 수도 있어!'라고 말하면 헉 싶을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결혼을 무르려고도 하지 않을까? 결혼은 방구석에 누워서 굴리는 행복 회로가 아닌 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완전 남으로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데 같은 집을 구하고 가구를 선택하고 이런 건 난이도가 더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러다 못해 아이까지 낳는다면 고된 일이 따로 없다. 이런 지고 싶을 때 질 수 있는 마음의 짐을, 내가 생각했던 때가 아닌 다른 지점에서 져야 한다는 것은 참 생각만 해도 암담한 일이다. 여기 1963년의 프랑스에 이 부담을 질 위기에 처한 한 대학생이 있다고 한다. <레벤느망>으로 가보자.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
대학생 안은 작가를 꿈꾸는 프랑스의 평범한 20대이다. 안은 그냥 술 먹으러 놀러 나왔다. 사실 프랑스의 20대만 하는 게 아니라 2022년의 한국 거주자들도 늘 하는 일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춤을 추고 있는 안. 한 남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저 남자가 너 쳐다보는데? 같이 온 친구가 안에게 무언가를 귀띔 한다. 내 스타일 아냐. 안은 도도하게 남자의 관심을 차단한다. 금세 다른 친구에게로 향하는 안. 글솜씨로 나름의 인지도가 있는 안. 놀러 온 무도회장에서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체감한다. 벗어나고 싶었던 무도회장을 뒤로하는 안. 자기의 몸에 뭔가 이상이 생긴 걸 체감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 이틀 체크해봤지만 그게 점점 시간이 쌓여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의심하게 됐다. 혹시나 싶어 산부인과로 향한다. 진찰을 받는 안. 산부인과 주치의는 충격적인 결과를 말해줬다. 임신 3주 차입니다. 언젠가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된 안.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가득하다. 외로운 싸움의 시작이다. 혼자서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는 안. 낙태를 하고 싶어 이런저런 가능성을 찾아보지만 당시의 프랑스는 이를 불법으로 규제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난이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세상의 시선, 그리고 장애물들과 싸워야만 한다. 한 집의 딸로서, 대학생으로서, 20대로서 그녀는 자유를 위해 싸워야만 한다. 영화는 이런 꽉 막힌 제도와 사회적인 시선 하에서 분투하는 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출해서 서늘하다
어떤 영화들은 메시지의 깊이가 너무나도 따뜻해서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가령 내가 좋아하는 <소울>이나 <체리 향기>가 그런 쪽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일상 속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통통 튀는 인물들을 묘사한 <소울>은 영화를 비롯한 예술이 할 수 있는 정서 교감이라는 점에서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건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아카데미에서도 수상한 바 있으니 평단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어쩌면 영화의 목적은 무언가를 전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나쁜 것도 아니다.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이니 만큼 그런 것쯤이야 예술가가 고르는 선택지의 차이 아닐까?
이 영화 역시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한 단면을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영화는 앞에서 썼듯 원치 않은 아이를 가진 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안이 겪는 사회적인 시선이 영화의 밑바탕이 된다. 무슨 말이냐? 일단 안이 감내해야 할 시선은 '잘 돼야 한다'라는, 성공에 대한 목표다. 근데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에도 붙고 작가로서도 잘 나가려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면 안 되겠지? 영화는 안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극에서의 주인공은 그렇게 잘 나가는 집안의 딸이 아니다. 금수저랑은 거리가 먼 안. 사회적인 계급이 몇 단계 올라가기 위해서는 그녀가 바쳐야 할 노력이 있다. 영화는 이 안이 극복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를 묘사했다. 또 1975년 프랑스가 관련 법을 제정하기 전까지 낙태는 불법이었다. 당연히 법적인 문제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좌절을 마주하게 된다. 이에 대한 묘사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영화의 주요 설정은 감독이 어떤 정서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을까? 와도 닿아있다. 러닝타임 동안 이 사람이 전하고 싶었던 건 이 당시 안이라는 20대 여성이 짊어져야 했던 심적 부담감이다. 이는 영화의 내용 전개가 살짝 심심하지만 어떤 장면은 임팩트가 크다는 점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극을 보면서 안이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했던 특정 행위가 몇 개 묘사되는데, 이때 내가 하는 것도 아닌데 다 아픈 기분이다. 연출의 몰입도가 강점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각본을 쓴 사람이 관객에게 전하는 스토리 텔링이 딱딱 맞아떨어진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소화기 쪽이 안 좋다. 속이 안 좋거나 배가 아픈 경우가 부지기수란 뜻이다. 지금도 이 리뷰를 쓰다가 속이 안 좋아서 10분은 고통받았다. 언제 나을 수 있을까? 이런 행복 회로는 사실 좀 어려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난 이걸로 병역처분도 바뀌었던 사람이었다. 그냥 약 먹으면 적당히 나은 상황에 만족하며 사는 게 최고다. 이 병으로 뭐 위로를 받고 싶다던가 그런 건 아니다. 이해를 구하고 싶은 것도 어쩔 땐 있다. 일상 속에서 엄청 심각한 지장까진 없으니 그냥저냥 살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아이를 낳는 차원이 된다? 이건 다른 문제가 된다. 내 몸에서 어떤 짓을 해도 의도하지 않는 짐을 진다는 건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물론 임신은 축복이다. 어머니, 아버지들은 위대하다. 그러나 자기가 원 영화는 이 답답한 인물의 처지를 갑갑한 내러티브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이 답답함의 정수는 카메라 비에 나온다. 카메라의 C도 모르는 나지만, 이 인물들을 촬영했던 방식이 다른 작품들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 충분하다. 그리고 실제로 1.37:1의 비율로 촬영했다고 한다. 가로의 너비를 줄여 촬영 자체가 인물이 비좁아 보이는 효과다. 그리고 얼굴, 그러니까 한 상황에 대한 리액션이 바탕이 되는 영화다. 안 역할을 맡은 배우의 답답한 표정연기가 중심이 되니 번잡한 것들은 제외하고 인물에게만 집중되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또 이 영화의 심의 등급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5세다. 그런 등급에도 불구하고 수위가 센 편이다. 여성의 신체가 자주 나온다. 그러나 전혀 선정적이지 않다. 선정적이라기보다는 잔인한 느낌이다. 고어한 묘사가 나오지 않는 잔인함 때문이라도 감독의 연출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신체 부위가 적나라하게 나오는데 야하지도, 고어하지도 않게 잔인함'이라니, 이게 뭔 소리야? 싶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비현실적인 조건을 가감 없이 묘사해낸다. 그리고 엔딩으로 이 이야기를 끝내는데, 이 영화의 엔딩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면 이 영화의 플롯이 좀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당당하게 또 꿋꿋하게
프랑스 여배우 하면 누가누가 있을까? 이 문장을 쓰자마자 떠오르는 얼굴이 몇 사람 있다. 마리옹 꼬띠아르도 프랑스인이고, 레아 세이두도 그렇다. 칸의 나라답게 연기 잘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들이 많이 나왔다. 이 영화에서 이 주인공을 맡은 아나 마리아 바토로 메이는 프랑스 안에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한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아역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 작품에서 꽃이 피었다고 전해진다. 비행기 타고 14시간 걸리는 한국에 사는 나도 이 배우의 열연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아마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이나) 안은 마치 1대 다수의 싸움을 벌이는 느낌이다. 남자, 여자 갈리는 것 없이 세상에게 고통받는 안. 외롭고 불안하지만 결국 당당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솔직한 모습으로 소화했다. 중반부가 넘어가면 이 배우가 이 인물에게 마음이 갔다는 느낌이 있다.
마치 호러영화처럼
이 영화를 1줄로 요약하면 잘 만든 영화다. 서스펜스나 스릴 같은 단어 없이도 몰입하기 좋고, 엔딩도 합리적이며 캐릭터들도 살아 숨 쉰다. 이 말은 '낙태'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우리에게 어렵지 않게 전달한다는 뜻과도 통할 것이다. 이 영화를 본 나도 남자다. 낙태는 내가 상상하기 어려운 소재였다. 그러나 이런 나도 이 감상문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은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분들도 잘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장르영화로서 무섭고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조여 오는 압박감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드린다.
#왓챠영화추천
-
- 위선으로 변한 위로, 그리고 불쾌함
<아노라>는 스트리퍼와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인공 ‘아노라(마이키 메디슨)’가 클럽의 손님 ‘이반(마크 아이델슈테인)’과 결혼 후 끊임없는 반대에 휩쓸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린 아노라는, 스트립 클럽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고 성매매가 불법인 한국에서도 강한 호불호를 보인다. ‘<서브스턴스>를 꺾은 제97회 칸영화제의 주인공답다’와 같은 긍정적이거나 ‘이게 왜 상을 받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부정적인 후기. 이 글에서는 후자의 부정적인 의견을 다루고자 한다.
4명의 노동자(아노라, 이고르, 토로스, 가닉)가 비노동자 ‘이반’을 찾으러 여정을 떠나는 표면적인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주제는 노동자이다. 그러나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감독 자신이 가진 남성적인 시선을 사용했다는 이 영화에서, 아노라는 노동자라기보단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 되어 물건처럼 느껴진다. 이와 관련해서 <아노라>의 첫 장면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영화는 팝 그룹 테이크 댓의 노래 ‘Greatest Day’와 함께 성매매하는 매춘부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중 한 명인 아노라에게 다다르며 시작된다. 이때 스트립 클럽을 비추는 카메라의 무빙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연상시킨다. 그 위에서 카메라를 향해 엉덩이를 들이밀고, 가슴을 강조하는 매춘부들은 소비해야 할 물건인 것이다. 성행위를 하는 아노라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면서 타이틀이 뜨는(아노라의 이름이 뜨는) 연출도 아노라가 상품이라는 의미를 더욱 강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감독의 시선으로 표현된 아노라의 단편적인 모습은 영화의 주제에도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아노라가 4대 보험에 대해 언급하며 따지는 장면은 ‘성 노동자에게도 기본적인 보장이 필요하다’는 감독의 의도임에도 아무런 어필이 되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외설적인 모습만 표현하기에 바빠 이를 이해시킬 서술 장치를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한 아노라의 모습은 당차다기보단 감독의 전작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모텔비가 오르자,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핼리’의 이기적인 모습과 오버랩되어 다가온다.
노동자 계급의 절망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션 베이커 감독 영화의 특징이 이번 영화에 잘 드러났는지는 의문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현실적으로 바꾼 오마주를 다시 한번 가져온 듯한 <아노라>는 독창성은 물론 현실과도 멀리 떨어져 하나의 쇼로 남는다.
영화에서 보여준 감독 자신의 남성적인 시선은 ‘소비자의 시선’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성매매 여성의 이야기는 변질되는 것이 당연히 예정되어 있었고, 처음의 위로는 위선이 되었다. 매춘굴에 관객을 강제로 앉히고 펼쳐지는 화려한 쇼, 그리고 자신의 의지가 아닌 채 이를 보게 되는 관객들의 불쾌함. 그리고 아노라 역의 마이키 메디슨 배우가 인터머시 코디네이터 없이 수위 높은 장면을 찍었다는 사실은 영화의 의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
- 내 인생은 내가 마음먹기 나름
내 인생은 내가 마음먹기 나름
- 영화 <체리향기> 리뷰 -
'내 인생의 체리 한 알은 무엇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체리향기>는 한 편의 로드 무비이다. 바싹 마른 흙과 먼지로 둘러싸인 구불구불한 풍경, 주인공 '바디'와 그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차 안에서 주고 받는 대화가 이 영화의 전부이다. 카메라의 움직임과 연출은 정적, 생략, 절제되어 있어서 영화보다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강했다. 롱테이크와 정적인 움직임, 관찰자적인 시점이 주를 이루었고, 음향 역시 인위적인 음악 대신 자연의 소리만 등장한다. 때문에 인물들의 대화나 표정,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직접적인 감정 표현 대신 그들의 표정, 특히 눈빛을 통해 감정이 섬세하게 전달되는 듯 했다.
바디가 바라보는 세상
영화 속에서 카메라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을 통해 바디의 내적 외로움과 적막함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바디가 사는 동네는 나무 한 그루도 보기 힘든 허허벌판이다.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러한 공허한 풍경들은 자신의 감정을 함께 나눌 사람도, 쉬어갈 곳도 없던 바디의 내적 외로움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의 시점이 곧 바디의 시점인 것이다. 바디에게 있어 몸과 마음의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은 그가 죽음을 계획했던 '나무 아래의 구덩이' 뿐이다.
영화의 중반부 쯤, 바디는 어느 공사장에 도달한다. 공사장 한복판에서 힘 없이 굴러 떨어지는 돌덩이들이 화면에 잡히고, 계속해서 떨어지는 돌 위로 바디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바디는 그런 돌과 흙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공사장 한 편에 주저앉은 채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싼다. 쉴 새 없이 낙하하는 흙과 돌의 모습은 현재 바디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끝 없는 추락을 반복하다가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어 스스로 죽음을 결심하고, 이를 계획한 자신의 인생을 고뇌하던 바디의 감정이 가장 잘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노인의 이야기
이름 모를 '노인'은 바디의 제안을 유일하게 받아들인 인물이자, 부탁을 들어주는 것을 넘어 죽음의 문턱에서 바디를 데려오고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주는 존재이다. 극 중 노인은 자연사 박물관에서 동물 박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박제사는 살아있는 생명을 멈추게 하는 직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인은 박제된 동물처럼 정지할 뻔했던 바디의 삶에 다시 움직임을 불어넣는다. 두 인물의 대화 장면에서 노인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체리 한 알'이 자신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바디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이 겪는 내면의 고통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노인만큼은 바디와 유사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기에 서로 깊은 내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바디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노인은 바디가 제안한 금전적 보상에 처음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만, 그 돈을 자신의 물질적 욕구가 아닌 아픈 자식의 치료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노인에게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물질적 보상보다도 한 사람에게 인생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하는 일이었고, 어쩌면 그는 체리 한 알을 통해 금전적 풍요보다 내면의 충만함이 더 값지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바디의 이야기
바디는 자살을 결심한 한 남자이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다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노인을 통해 인생의 가치를 깨닫는다.
극 중 노인을 다시 찾아간 바디는 찬찬히 동네의 풍경을 바라본다. 노을이 지는 풍경,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 하늘의 색감 등, 지금 현재 살아있기에 볼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차분히 관찰한다. 이 순간은 바디에게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을 것이다. 이전에는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공간’으로 여겨졌던 세상이 이제는 ‘살아갈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다가온 것이다. 노인이 '체리 한 알'로 인해 인생이 달라졌던 것처럼, 이 순간은 바디 인생의 '체리 한 알'이 되어 주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디는 구덩이 안에 누운 채, 구름 낀 캄캄한 밤 하늘을 조용히 응시힌다. 그의 눈빛을 통해 깊은 생각에 잠긴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바디는 결국 스스로 삶을 끝냈을까? 이에 대한 결과는 보여주지 않은 채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나는 바디가 다시 삶을 선택했으리라 생각한다.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그는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도와줄 사람보다 그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혹은 죽기로 마음먹은 자신을 붙잡아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했던 것이 아닐까. 인간은 혼자일 수 없는 존재이자, 존재의 의미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바디는 그 짧은 만남 속에서 ‘살아 있음’의 가치를 체험했고, 그 깨달음은 다시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체리 향기>는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전체적으로 절제된 연출과 많은 생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보다도 크게 다가온다. 노인이 말했듯, 같은 하루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시간에 쫓기고, 피로에 지쳐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에 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곤 한다. 이 영화는 그런 이들에게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물론 아무런 의지도 없이 그저 흘려보낸다면 의미를 갖기 어렵겠지만 마음가짐을 조금만 바꾸고 하루를 대하는 태도를 달리한다면, 지금 이 시기가 내 인생에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
내 인생 역시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
- 국문과 영문 제목 사이의 괴리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치가 싫었던 인권 변호사 문재인은 왜 대통령이 되었을까? 청와대 5년, 그는 왜 권력의 칼을 휘두르지 않았을까? 사저 시위대의 욕설 속에서 그는 왜 묵묵히 꽃만 심었을까? 그를 지켜본 이들이 한 조각씩,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는 왜 대통령이 되었을까?', '그 시절은 왜 '대통령 문재인'을 원했을까?' 그 퍼즐이 비로소 완성된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양날의 검
노이즈 마케팅. 가장 많이 알려진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이 기법의 핵심은 이슈다.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이어도 좋다. 사람들의 입에만 많이 오르내리면 된다. 품질에 관계없이 관심을 끌고, 일단 제품을 알리는 것. 노이즈 마케팅의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입니다>는 노이즈 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줬다. <사이에서>, <길위에서>, <목숨>, <노무현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의 신작은 공개 전부터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정치적 갈등을 초래할만한 발언이 담긴 영상을 '김어준의 다스 뵈이다' 258회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 영상은 본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제품 품질과 무관하게 관심을 끈다는 목적을 120%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구설수를 호평으로 바꾸지 못하면 역효과가 난다. 제품 품질에 대한 평가가 구설수에 먹힐 수도 있다. <문재인입니다>도 마찬가지다. 메시지에 쏠려야 할 관심이 정치적 공방에 묻혀 버렸다. 정치 성향을 떠나서 안타깝다. 지지 정당이나 정치인 문제를 떠나서 보더라도 <문재인입니다 This is the President>는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헤치다
이창재 감독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노무현입니다>다. 하지만 이 영화로 이창재 감독을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 정치적 성향을 지우고 나며 그의 작품에 깃든 독특한 세계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매개체는 달라져도 그의 필모그래피는 일관적이다.
<사이에서>는 신내림과 속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무속인의 삶을 그려낸 영화다. <길위에서>는 비구니 스님을 통해 속세를 떠나야 하는 운명을 관찰한다. <죽음>과 <노무현입니다>는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에 대해 묻고, 한 시대의 얼굴이 되었지만 죽음을 선택한 대통령을 그려낸다.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삶과 운명의 관계를 찾으려는 사색으로 가득하다.
<문재인입니다>도 같은 길을 걷는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에서 퇴임한 한국 대통령은 이상한 존재다. 그 자체로 운명과 인간적 삶이 충돌하는 아이러니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아무나 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아는 정치인이어도, 가장 유력한 후보도 천운이 따르지 않으면 당선될 수 없다.
하지만 끝은 가혹하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현직 못지않게 무겁다. 죽거나, 망명하거나, 감옥에 갇히거나, 자살하거나... 누구 하나 희극을 맛본 이가 없다. 그러니 퇴임 후 조용히 잊히고 싶다는 대통령은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다. 마모되고 부서지기 일쑤인 자리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지지와 비난이 맞닿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문재인입니다>는 그 삶의 의미를 찾는다.
대통령의 두 얼굴, 아틀라스와 프로메테우스
영화는 대통령이라는 운명을 마주한 인간을 둘로 쪼개 카메라에 담는다. 한쪽에는 아틀라스가 있다. 지구만큼이나 무거운 과업을 5년 동안 수행하는 사람이다. 다른 한쪽에는 헤라클레스를 만난 프로메테우스가 있다. 그는 마침내 형벌에서 풀려나 자유를 찾았다.
처한 상황이 상이한 만큼 두 이미지를 묘사하는 분위기도 다르다. 오랜 변호사 동료와 임기 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의 진술은 아틀라스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들의 증언은 단순한 '문비어천가'가 아니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특징을 나름 객관적으로 들려준다. 인내하는 사람, 듣는 사람, 과묵한 사람의 장단점이 빠르고 날카로운 리듬으로 제시된다.
그 과정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건도 등장한다. 주한미군 방위금 문제, 일본과의 무역 전쟁, 조국 사태 등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정치적 평가에는 관심이 없다. 굵직한 현안을 헤쳐 나오는 주인공의 습관과 태도, 정치 방식을 전할 뿐이다.
반면에 자유로워진 프로메테우스는 평화롭다. 대통령 퇴임 직후 그가 아내와 비서진의 도움을 받아 정원을 가꾸는 일상을 보여준다. 반려 동물을 돌보고, 그들과 함께 산책에 나서는 모습이 뒤따른다. 전 대통령의 일상은 긴 템포로, 차분하게 전시된다. 물론 운명의 무게를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반대파의 외침이 그의 집을 감싼다. 과거의 결정이 최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조롱과 욕설에 침묵하며 농사짓고 반려 동물을 돌보는 삶. 이 전원생활을 보다 보면 천성적으로 정치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 난리 끝에도 조국 전 장관과 술 한 잔 기울이고 싶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차라리 대통령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동정과 비난 사이로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이는 <문재인입니다>가 영화적으로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한 듯 보이는 이유다. 아틀라스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프로메테우스가 얼마나 힘겨웠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과중한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두 얼굴을 성공적으로 포착한 셈이다.
국문과 영문 제목의 괴리감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문재인입니다>의 영화 외적인 선택은 더욱 의아하다. 마케팅을 비롯한 선택 하나하나가 영화의 본질을 가리고 불필요한 논쟁과 소모전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제목부터가 문제다. 물론 전작 <노무현입니다>와 이어지는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열망이 읽히기는 한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분량도 일부 있다.
하지만 <문재인입니다>라는 제목은 내용이나 메시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영화는 문재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통령직을 수행한 한 인간을 살핀다. 그런데 매개체에 불과한 문재인이라는 이름에는 수많은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이 이름은 단순히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름에는 한국 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와 논쟁이 함축되어 있다. 이슈 하나하나가 찬반이 격돌하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남북관계, 탈원전, 한일관계 등. 즉, 문재인이라는 이름 석 자는 역으로 영화의 참뜻을 가려 버린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영문 제목인 <This is the President>가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본질에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다가간다. 잘못 번역된 외국 영화 제목이 오해를 초래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문재인입니다>는 보기 드문 반대 사례인 셈이다. 국문과 영문 사이의 괴리감은 영화 외적 요소가 평가와 해석, 감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어떤 이유 때문이든 과소평가한 결과처럼 보인다. 감독의 전작이나 정치적 성향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Poor 형편없음
의도는 흥미롭다. 그러나 방해물이 너무 많다.
-
- [오징어 게임 2] 끝장리뷰 | 반기독교 ?! | 성기훈과 프론트맨 관계성 | 십자가 상징 | 형제애, 모성애 | 핑크모텔, cctv 해석 | 납득되지 않은 지점들
-
[오징어 게임 2] (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에피소드 1 ~ 4
Chapter 2 에피소드 5 ~ 7
00:00 오징어 게임2
01:28 반기독교
02:55 십자가 상징
04:15 형제애와 모성애
07:03 차별반대
07:47 성기훈과 프론트맨
09:52 납득되지 않는 지점들
11:23 별점 및 한 줄 평
11:36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징어게임2 #오징어게임2리뷰 #오징어게임2후기 #오징어게임2해석 #오징어게임시즌2 #오징어게임시즌2리뷰 #오징어게임시즌2후기 #오징어게임시즌2해석 #이정재 #강하늘 #이병헌 #임시완 #황동혁감독 #squidgame2 #squidgame2review #squidgame2netflix #최승현 #박성훈 #공유
-
- 여성 파일럿으로 변신한 조정석의 압도적 연기 / 빵빵 터지는 코미디 / 매력적인 이주명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파일럿"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쿠키영상 하나 있습니다.
-
- 영화 <옥스포드 살인사건> 메인 예고편
옥스포드 대학 인근의 호화 저택에서 어느 날, 저명한 암호해독가가 살해당한다.
암호해독가의 절친한 친구였던 수학자 아서 셀덤 교수(존 허트)와 이 곳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원생 마틴(일라이저 우드)이 현장을 최초로 발견하고, 곧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이 아님을 확신한다.
그날 이후, 셀덤 교수에게 의문의 기호가 적힌 편지가 배달되고
다음날에는 반드시 기이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옥스포드 대학 일대가 공포에 휩싸이는데…
-
- 영화 <브루탈리스트> 티저 예고편
🍅로튼토마토 신선도 98%! 천재 건축가, 그가 그토록 짓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브루탈리스트] 티저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