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4-10-04 22:59:45
격한 호불호는 처음부터 예상된 것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리뷰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조커는 5년 공백기를 무색하게 국내 관객들에게 핫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의 신작을 향한 반응이 극과 극 호불호가 갈리는데, 연출을 맡은 토드 필립스 감독이 이를 의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문제작으로 떠오른 영화 '조커: 폴리 아 되'는 2019년 개봉한 '조커'의 속편으로 2년 전 고담시를 충격에 빠트린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리 퀸젤(레이디 가가)과 운명적인 만남 후 내면 깊이 숨어있던 조커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를 접한 관객들 대부분은 '난해하다'는 걸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 아서 플렉의 망상 장애를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는데, 현실과 비슷한 망상으로 시작해 점차 더 심한 망상에 빠지는 그의 정신세계를 뮤지컬처럼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아서 플렉의 정신세계 및 영화의 구성을 쉽게 이해하려면 부제로 붙은 '폴리 아 되(Folie à Deux)'가 담고 있는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폴리 아 되'는 둘 이상의 사람이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상태를 공유하는 현상으로, 공유정신병적 장애 등으로 많이 번역한다. 또 '되(Deux)'가 프랑스어로 '2'란 뜻으로 각각 주인공이 두 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과도 연결된다. 아서 플렉은 조커라는 이름을, 리 퀸젤은 할리 퀸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전편에서는 아서 플렉이 조커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면, '폴리 아 되'에선 아서 플렉과 조커의 정체성 인식에 포커싱 했다. 이는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했던 조커와 조커의 그림자가 분열하고 다투는 애니메이션부터 반영하고 있었다. 아서의 변호사 매리언 스튜어트(캐서린 키너)는 이를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탄생한 다중인격으로 입증해 그를 구하려는 반면, 리는 아서가 조커로 거듭났으니 조커로 살아가야 한다고 부추긴다. 법정 밖에서 무한한 지지를 보내며 조커를 우상화하는 광신도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리와 광기를 공유한 아서는 조커를 받아들이며 변호사를 해임하고 스스로 변호를 진행하는 등 조커가 되려고 하나, 그러지 못했다는 식으로 법정에서 고백하며 아서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조커라는 광기로 인해 할리 퀸이 된 리는 인간 아서로 회귀한 그를 떠나버렸고, 이후 조커의 광기에 영향받은 사이코패스의 각성을 바라보며 비극을 맞이한다.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전작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담긴 닫힌 결말인 셈.
'조커: 폴리 아 되'는 법정물 기반에 상당 부분 뮤지컬 형식으로 전개하면서 아서와 리 두 인물의 정신세계를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상당수이다 보니, 전편처럼 아치에너미의 광기 어린 폭주나 다크히어로 장르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실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반응이 아서가 아닌 조커이길 바랐다가 실망하거나 배신감 느낀 광신도들의 반응, 스크린 밖으로 이어지는 아서의 비극을 관객들에게도 유도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상업영화보단 예술영화적인 측면이 강하긴 하나, 관객들이 영화를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진입장벽이 제법 높다. 아서의 정신상태와 망상 세계를 반영한 뮤지컬 장면이 '그만!' 외치고 싶을 정도로 과하고 자주, 길게 나온다. 초중반까지는 신선했지만, 계속되다 보니 극 중 대사를 빌려 지루한 서커스장의 공연을 너무 늘어뜨려 활력이 떨어지고 지루함을 유발했다.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아서 플렉/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이번에도 스크린을 장악하는 열연과 아우라를 뿜어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피력한다. 리 퀸젤로 분한 레이디 가가 또한 그동안 등장했던 할리 퀸과는 색다른 매력을 뽐내며 눈도장받았다. 특히, 자신의 장기인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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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 넷플릭스 11월 공개 예정작
이제 2022년이 두 달정도 남은 시점에서, 11월도 새로운 영화들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소개드릴 작품 중, 씨네랩이 가장 기대작으로 뽑는 작품은 바로 ~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뮤지컬 영화 <틱,틱..붐!>인데요.
여러분들의 기대작은 무엇인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
1. 소리도 없이 - 홍의정
범죄, 드라마 ㅣ99분 ㅣ한국
11월 01일 공개 예정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시체 수습을 하며 살아가는 '태인'과 '창복'
어느 날, 단골이었던 범죄 조직의 실장에게 부탁을 받고
유괴된 11살 아이 '초희'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그런데 다음날 두사람 앞에 '용석'이 시체로 나타나고,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2. 스탠바이, 웬디 - 벤 르윈
드라마, 코미디ㅣ93분 ㅣ미국
11월 01일 공개 예정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웬디.
그런 웬디가 일탈을 한다?
웬디가 처음 접하는 모든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3. N 러브 하드 - 에르난 히메네스
드라마, 코미디ㅣ105분 ㅣ미국
11월 05일 공개 예정출처 : 넷플릭스
synopsis
기나긴 데이트 경력에도 연애 운이 따라주지 않는 여자.
이번엔 완벽한 짝을 찾았다.
9시간 비행? 운명의 상대를 만나려면 그쯤이야.
근데 드디어 나타난 남자, 사진 속 그 남자가 아니다?4. N 어 캅 무비 - 알폰소 루이즈팔라시오스
다큐멘터리, 액션, 범죄ㅣ107분 ㅣ멕시코
11월 05일 공개 예정출처 : 넷플릭스
synopsis
멕시코 경찰 조직은 왜 부패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두 경찰관의 현장 경험을 통해
그 실상을 파헤치며 사법 체계의 결함을 조명한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다큐멘터리.5. N 패싱 - 레베카 홀
드라마ㅣ98분 ㅣ미국
11월 10일 공개 예정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1920년대 뉴욕, 한 흑인 여인이 어린 시절 친구를 다시 만난다.
같은 흑인이지만 백인으로 살고 있는 친구.
그렇게 과거의 인연과 다시 엮인 후,
여인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6. N 레드 노티스 - 로슨 마샬 터버
액션, 스릴러ㅣ미국
11월 12일 공개 예정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지명 수배 상태인 미술품 도둑을 쫓는 FBI 프로파일러.
사건 해결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위기를 맞는다.
이 판의 설계자를 잡기 위해선 둘이 힘을 합쳐야하는데.
싫어도 이를 악물고.7. N 틱,틱...붐! - 린-마누엘 미란다
뮤지컬, 드라마ㅣ115분ㅣ미국
11월 19일 공개 예정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서른 살 생일을 코앞에 둔 유망한 작곡가.
사랑과 우정뿐만 아니라 심적 압박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이 다하기 전에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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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다섯 번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개봉 전부터 높은 예매율을 자랑하고 있는 <범죄도시3> 부터
김선영 X 이윤지의 <드림팰리스> 까지!
다채로운 이번주 개봉작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범죄도시3
THE ROUNDUP : NO WAY OUT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요: 범죄, 액션 | 대한민국 | 105분
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 이범수, 김민재, 이지훈, 전석호, 고규필
개봉: 2023.05.31.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 서울 광수대로 발탁!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후 7년 뒤, ‘마석도’(마동석)는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사건 조사 중, ‘마석도’는 신종 마약 사건이 연루되었음을 알게 되고 수사를 확대한다. 한편, 마약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은 계속해서 판을 키워가고 약을 유통하던 일본 조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까지 한국에 들어오며 사건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가는데... 나쁜 놈들 잡는 데 이유 없고 제한 없다. 커진 판도 시원하게 싹 쓸어버린다!
CINE PICK!
2017년 '범죄도시', 2022년 '범죄도시2'로 이어진 '범죄도시' 시리즈
세 번째 영화 <범죄도시 3>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 천만 영화를 달성한 <범죄도시 2>를 만든 이상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마동석과 함께 이준혁·이범수·김민재·이지훈·전석호·고규필 등이 출연하고, 일본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가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라이드 온
Ride On
© (주)NEW
개요: 액션, 코미디, 드라마 | 중국 | 126분
감독: 래리 양
출연: 성룡, 류 하오춘, 곽기린
개봉: 2023.05.31.
배급: (주)NEW
시놉시스
한때 잘 나갔던 전설의 스턴트맨 ‘루오’(성룡). 유일한 파트너마 ‘레드 헤어’가 경매에 부쳐질 위기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소원했던 딸 ‘바오’(류호존)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한다. ‘바오’는 자신의 변호사 남자친구 ‘미키’(곽기린)와 이를 해결하고자 하고, 조금씩 ‘루오’에게도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루오’가 ‘레드 헤어’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콤비 액션 영상이 SNS를 통해 화제를 모으게 되고, 유명 영화에 참여할 기회까지 찾아오는데…! 스턴트 생활을 청산하길 바라는 딸 ‘바오’와 인생 역전의 기회에서 고민하는 ‘루오’. 과연, 그는 가족과 커리어를 모두 지킬 수 있을 것인가?!
CINE PICK!
세계적인 액션 배우 성룡의 귀환! '루오'(성룡)과 스턴트마 '레드헤어'의 코믹 팀플레이어를 그린 영화로 세계적인 액션 스타 성룡이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에서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의 라이징 스타 류호존과 관기린이 함께 참여해 유쾌한 케미를 기대케 한다.
드림팰리스
Dream Palace
©인디스토리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12분
감독: 가성문
출연: 김선영, 이윤지, 최민영, 김용준
개봉: 2023.05.31.
배급: 인디스토리
시놉시스
산업재해로 남편을 잃은 ‘혜정’과 ‘수인’은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싸운 사이다. ‘혜정’은 합의금을 받고 싸움을 멈췄지만, ‘수인’은 다른 유가족들과 아직도 농성 중이다. 남편 목숨 값으로 분양받은 아파트 ‘드림팰리스’에서 새 삶을 시작한 ‘혜정’은 ‘수인’에게 새 집을 꿈꾸라고 부추긴다. 처음엔 단칼에 거절하던 ‘수인’도 어느새 ‘드림팰리스’를 꿈꾸게 되는데… 맞잖아요? 행복은 아파트 분.양.순.
CINE PICK!
김선영 X 이윤지의 웰메이드 영화 <드림팰리스>!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두 여자의 고군분투를 담은 소셜 리얼리즘 드라마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묵직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각본뿐만 아니라 흡입력 높은 연출력까지 주목받으며 걸출한 신예 감독의 데뷔를 알린 바 있다.
말없는 소녀
The Quiet Girl
©(주)슈아픽처스
개요: 드라마 | 아일랜드 | 95분
감독: 콤 바이레드
출연: 캐서린 클린치, 캐리 크로울리, 앤드류 베넷
개봉: 2023.05.31.
배급: (주)슈아픽처스
시놉시스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가난한 집의 어린 소녀 코오트는 여름 동안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진다. 낯선 환경도 잠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다정함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CINE PICK!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37관왕을 석권한 '말없는 소녀'는 전 세계 매체가 앞다투어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하는가 하면, 해외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대작!
'말없는 소녀'는 애정 없는 가족으로부터 먼 친척 부부에게 떠맡겨진 어린 소녀 코오트가 인생을 바꾸는 짧고 찬란한 여름을 보내면서 사랑받는 것이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내는가를 밀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Last Dance
©티캐스트
개요: 드라마 | 벨기에, 스위스 | 83분
감독: 델핀 리허리시
출연: 프랑수와 벨레앙, 라 리봇, 케이시 모텟 클레인
개봉: 2023.05.31.
배급: 티캐스트
시놉시스
사랑하는 아내를 갑자기 잃고 홀로된 제르맹은 자식들의 지나친 걱정과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시간표까지 짜서 자신을 돌보는 자식들의 극성에 시달리던 제르맹은 아내와의 오래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몰래 현대 무용단에 입단한다. 그의 어설픈 몸짓은 뜻밖에도 무용단을 이끄는 세계적인 무용가의 관심을 끌게 되고, 급기야 공연을 불과 4주 남기고 제르맹을 주역으로 한 새로운 안무가 만들어진다. 한편, 공연 사실을 비밀로 하고픈 제르맹의 행동은 그를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CINE PICK!
제75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 <사랑하는 당신에게>. 현대 무용을 통해 이별의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세계적인 무용가 라 리보트와 생애 첫 현대 무용에 도전한 제르맹의 유쾌한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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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영화를 보고 리뷰를 안 쓰면 그건 범죄지
튀르키예 여행길
아빠. 아빠가 어렸을 때 원했던 건 뭐야? 튀르키예 여행길에 오른 부녀. 부녀는 영상을 기록하려고 한다. 딸 소피는 이 캠코더를 들고 아버지 앞에 섰다. 듬직한 아버지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소가 떠나가지 않았던 아버지. 다른 아빠들처럼 딸에게 한없이 다정하다.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딸과 아이의 어머니는 함께 사는 것 같지만 정작 부부끼리는 이혼한 듯하다. 그래도 아버지와 딸 사이에 크게 문제가 있지는 않다. 아빠가 평소에 딸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지금 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평소에 부녀관의 관계가 어쨌든 간에 둘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아빠와 함께라는 것이 즐거운 소피. 생글생글한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환하게 웃으며 답하는 아버지 캘럼. 그런데 뭐랄까 아버지의 눈빛이 뭔가 다른 것 같다. 너무 즐거워서 그런 걸까? 어린 소피가 뭔가 어두워 보이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는 나이가 11살이다. 그래도 이런 소피에게 왠지 캘럼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왠지 불안해 보이는 아버지. 아버지도 누군가와, 특히 소피와 함께하는 것을 그리워했던 듯하다. 아버지의 외로움이 느껴졌던 어린 소피였기에 이 여행이 성인이 된 후에도 오래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살짝 어두웠던 아버지를 봤던 그녀의 기억이, 소피의 낡은 캠코더에서 환하게 재생된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영화는 어른인 소피가 유년시절 겪었던 아버지와의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과거 시점을 바탕으로 한 영화. 이 과거를 떠올리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캠코더다. 캠코더를 보고 과거 기억을 떠올라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영화가 됐을까? 소피라는 인물에게 아버지와의 여행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살짝 덜 임팩트 있었던 기억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이 기억을 떠올리는 이유(샬롯 웰스 감독이 이 영화의 소재로 자전적인 키워드를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고, 그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에 대해 왜 아름다운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는지를 묘사한다. 우선 왜 아름다운가? 에 대한 내용이다. 영화에 뭔가 임팩트가 쾅 찍히는 사건은 없다. 갑자기 아버지가 크게 아프다거나, 딸 소피가 위험에 처한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튀르키예 여행이 전부다. 뭔가 심심한 영화의 형식. 어떤 분들은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영화를 이렇게 극적으로 연출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 이 영화의 핵심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기로 끝나야 아버지 캘럼의 내면 묘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또 영화에서 아버지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이 딸 소피다. 딸 소피의 리액션이 현재 시점과의 대조를 이뤄서 '이 사람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조명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억들이 왜 특별할 수밖에 없는지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의 의미는 간단하다. 영화 전체적으로 담겨있는 것은 소피의 회한이다. 이 회한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일상적인 제스처도 알아채지 못했다'라는 아쉬움이 담겨야 한다. 이렇기 위해서 극적인 사건을 넣으면 후반부에 강조되는 영화의 내적 정서에 금이 갈 것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이 극적인 사건보다, 현재와 과거의 대비를 강조한 티가 난다. 다 보고 나서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뭐야?'라고 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바로 아버지가 딸에게 어떤 대사를 하는 신인데, 이 대사에 방점이 찍힌 것도 형식에서 오는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쉽게 볼 수 없던 것에 대하여
이 영화가 가지는 비범함 중 하나는 창의성이다. 이 창의성은 기획력과도 관련이 있다. 영화의 핵심 소재는 사실 좀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아버지에게서 그때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다. 보지 못한 것을 본다는 것은 좀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굉장히 간단하게 이를 보여줬다.
우선 첫 번째 '볼 수 없던 것'은 아버지의 외로움이다. 영화가 어떻게 아버지의 외로움을 묘사했을까. 바로 캠코더라는 소재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캠코더는 기록에 관한 도구다. 딸 소피는 아버지와 여행하며 사소한 것도 기록에 남긴다. 영화가 만들어져서 우리 모두가 볼 수 있지만 작품 내적으로 소피는 '나 혼자만 볼 거'라서 이 영상을 찍는다. 이 영상은 종종 소피의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뭐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질문도 있지만 어떤 질문은 왜 아버지 캘럼이 그런 기분에 있는가? 와도 닿아있다. 그리고 또 어쩔 때는 아버지 캘럼이 이 캠코더에 어떤 코멘트를 한다. 이 답을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쉽게 투영할 수 있다. 이 코멘트는 왜 이 지점에서 아버지의 내면을 묘사하는 장치로 느껴진다. 그리고 캠코더라는 소재가 등장하지 않은 장면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 도처에 깔려있는 외로움을 묘사할 때, 주위에 캠코더가 없는 캘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작품에서 밑줄 쳐져 있기 때문이다. 소피가 든 캠코더 앞에서 행복해 보이는 캘럼과 대비되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연출적으로 더 강조되어 있는 듯하다.
또 이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에게 표현하기 위해서 쓴 방법 중 하나는 상상력이다. 영화에서 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법한 요소들에 인물들의 내면이 서려있는 지점을 잘 묘사했다. 이는 이 요소들을 우리가 찾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이었나? 와도 닿아 있는 부분이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최고 강점이다.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영화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뽑을 수 있는 부분은 역시 미술이다. <노매드랜드>처럼 자연 풍광을 아름답게 묘사하거나, <아바타 : 물의 길>처럼 그래픽을 바탕으로 한 미장센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애프터썬>에서 보여주는 미술은 익숙하면서도 다르다. 글쓴이는 이 <애프터썬>이 시각적으로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취한 형식을 지금 팝 음악 아티스트들이 하는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왠지 모르게 검정치마와 저스틴 비버가 음악을 만들며 낸 뮤직비디오에서 본 듯한 느낌을 영화 러닝타임 동안 내내 끌고 간다. 이런 감성이 최근에도 유행으로 통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뉴진스'라는 팀이 'ditto'라는 곡을 발표했다. 이 노래를 발표하면서 낸 뮤직비디오가 이런 느낌이었다. 물론 이 외에도 영화의 때깔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여러분이 지금 네이버에 들어가서 '애프터썬'이라 검색하며 나오는 스틸샷들이 있다. 이 스틸샷이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튀르키예라는 지역 특성이 전부 다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 대신 주인공 부녀가 동화 같은 여행지 한 곳을 방문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살짝 탁하지만 채도가 진한 색감이 등장했다. 또 영화를 보면서 안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건 비슷한 색을 효과적으로 화면 안에 반복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 제목이라고 볼 수 있는 '애프터 썬'의 장면이 있다. 어떤 행동을 딸에게 하는 아버지의 모습인데, 이는 가족 간의 유대가 끈끈한 두 사람의 내면을 묘사하는 한 가지의 방법이다. 또 후반부에 아버지의 어떤 행동이 더 두드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명의 좋은 활용이 돋보였다.
이런 빈티지 감성을 사실 볼 만큼 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애프터썬>의 빈티지는 이번에도 통했다. 역시 영화는 잘 만들어야 최고다. 그런데 이 시각적으로 아날로그틱한 감성이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만 사용된 건 아닌 듯하다.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과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이끄는 두 가지 원동력은 기억과 기록이다. 글쓴이는 전자 기억을 이렇게 빈티지하게 연출한 것이 기억과 병치시키기 위함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억 혹은 기록이 더 사실적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 덕에 기록을 꺼내고, 기록 덕에 기억이 되살아나는 인물의 내면을 형상화한 것이다. 후반부 과거와 현재시점이 엇갈리는 연출이 그런 측면을 반영한 것 같다. 또 이 빈티지한 색감만큼이나 영화의 화면이 살짝 모호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모호한 느낌은 영화에서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이 덕에 극의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 특정 대사들이 보여주는 축축함이 과연 우리에게 시각적인 상상력을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각하시고 본다면 영화의 감상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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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의 복잡성과 사랑 메타포
변화와 혼돈이 공존하던 1990년대 홍콩.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홍콩 사회는 불안과기대로 뒤덮인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문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동시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홍콩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개인은 점점 더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다. 좁은공간, 빽빽한 건물들, 붐비는 거리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가까이 있음에도 심리적으로는 단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홍콩의 빠르게 변화하던 도시는 동서양의 문화가혼재되어 나타났다. 할리우드 영화, 팝 음악, 패스트푸드 등 서구 문화는 홍콩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점점 깊숙이 스며들었고, 동시에 광둥어 문화와 생활상 등 중국적 정서를 지닌 홍콩 문화가 공존하면서 홍콩의 전반적인 영화, 음악,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 왕가위의<중경삼림>(重慶森林, 1994)은 당시 홍콩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가장 감각적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영화로서, 단순한 멜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시대의 초상화와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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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은 두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 옴니버스 방식의 영화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하지무(경찰 223)와 금발 가발 마약밀매상사이의 이야기, 두 번째는 경찰 663과 페이의 이야기이다. 이 두 에피소드는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두 에피소드는사랑과 고독, 그리고 잃어버린 관계에 관한 공통된 주제를 공유한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경찰 223은 이별의 아픔을 감자 통조림을 모으는 방식으로 견뎌내고, 두 번째 에피소드의 경찰 663은 과거 연인을 떠올리며 일상 속에서그녀의 흔적을 찾는다.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실을 극복하려 하며, 이는 사랑의 유한성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감정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동일한시간 배경을 공유하며 두 이야기를 연결한다. 경찰 223이방문하던 음식점은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페이가 일하는 장소로 등장하고, 그는 경찰 663과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 또한 경찰 223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이때 경찰 223이 페이와 부딪히면서 시작한다. 경찰 663 또한 이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인물들이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교차점 있는 설정을 통해 영화는 하나의 연속된 흐름을형성하며, 인물들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지만, 홍콩이라는거대한 도시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며 존재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두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이별과새로운 만남, 외로움과 치유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서로 다른 사랑의 형태를 조명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모두 비슷한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하나의 통합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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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에서 색채와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서 작용한다. 영화는 어두운 푸른 색과 하지무(경찰 223)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과 스쳐지나가지만,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는 것. 이는 도시의고독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지만, 정작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타인에 대해 알 기회는 점점사라져 가고,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부족한 현재는 단절된 개인이 만연한다. 영화는 내레이션 한 줄과 색채 만으로 이 영화의 주제를 암시한다. 당시홍콩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현대인들은 빠른 생활의 속도 속에서 개인의 삶이 강조되고 이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당연하게도 타인과 단절된 채 감정과맥락이 배제된 사회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갔을 것이다. 또한 어두운 푸른 색은 일시적으로 영화의관객들에게 다음 색체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한다. 관객이 영화의 분위기에 몰입하도록 도우면서, 한 순간에 차가운 감정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는 붉은 색과 푸른 색의 반복적인 사용으로서 답을 제공한다. 두 색은 선명한 대조와 빠른 편집 방식으로 훨씬 속도를 얻으며, 이전의색채와 밝고 강렬하게 대비되어 더 큰 시각적 효과를 준다. 특히 푸른 색으로 가득 찬 화면에서 인물에게비추어지는 붉은 색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경찰 223이 5월 1일이 되고 아미에게 전화하지만 낯선 남성이 대신 받는 장면과그가 마지막 통조림을 꺼내 먹는 장면에서 그에게 비추어지는 붉은색은 그가 느끼는 좌절감과 외로움을 보여준다. 여기서그는 사랑의 유통기한을 깨닫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존재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색채 대비의효과는 경찰 663과 페이에게서도 나타난다. 페이가 떠나간후 경찰 663은 푸른 색 속에서 고독하고 감정적으로 닫혀 있는 반면,페이는 비가 내리는 붉은 조명 아래에서 캘리포니아로 떠났다가 돌아오면서 훨씬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붉은 색과 푸른 색은 인물의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열정과냉정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노란 색은 붉은 색, 푸른색과 달리 단일하게 나타난다. 이는 금발 가발 여인이 인도인들을 잃어버린 후 바에 갔을 때나 그들을찾아 헤맬 때 볼 수 있다. 여기서 노란 색은 인물의 내면적 불안을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경찰 223의 파인애플 통조림에서도 볼 수 있다. 유효기한이 얼마 남지 않는 노란 색의 파인애플 통조림은 지난 사랑에 집착하는 그의 심리를 반영하면서 불안뿐만아니라 그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노란 색은 더 긍정적인 감정을 상징한다. 노란 가게 조명 아래에서 일하는 페이의 활기차고 밝은 성격은 이 색을 통해 부각되며, 그녀가 경찰 663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면서 노란 색은 더욱 진해지고의미 또한 극대화된다. 페이가 입고 있는 노란 색 옷과, 그녀가경찰 663의 아파트를 몰래 정리하면서 행복해하는 장면은 단순히 밝은 성격을 넘어 그녀가 순수한 사랑의설렘과 함께 희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중경삼림>에서 색채는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인물의 감정을 반영하고 감독이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색채를 통해 관객들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세밀하게 이해하고, 그들의 내면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중경삼림>에서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촬영 기법은 주인공의 외로움과 고립된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슬로우 셔터와 클로즈 쇼트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주변에 잔상을 남기고 인물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반대로 먼 거리에서 촬영하면서 분주한 도시 속 그들의 고독한 모습을 포착한다.적절한 숏의 변화는 그들의 연결감을 강조한다. 경찰223이 화려한 네온사인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달릴 때 오로지 그만 뚜렷하게 포착되고, 주변인들은전부 잔상으로 흐릿하게 보인다. 이는 금발 가발의 여인이 거리에서 걸을 때에도 동일하게 보여지는 방식이다. 특히 각도나 높이를 빈번하게 변화시키면서 관객에게 다양한 시점을 제공한다. 경찰 223이나 금발 가발의 여인이 달리는 모습에서 카메라가 빠르게 이동하거나 회전하는 장면은 도시의 분주함과 긴박함을강조하며, 인물의 심리적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중경삼림>에서 왕가위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은 스토리텔링, 강력한이미지, California Dreamin’ 과 같은 음악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시각적, 청각적 만족을 선사하며, 각 에피소드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더욱더 사랑받도록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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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을 보았던 이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 이 영화의 매력은그 누구도 형언할 수 없는 독특한 사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여느 영화와 달리 이미틀어져버린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 경찰 223과 663 모두 이별이라는 아픔을 겪은 인물들이며 상대방을 잊지 못해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먹고, 흔적을 정리하지 못하는 등 각자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깨져버린 사랑은 사랑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유한하고 불안한 것, 그래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것에 기대하고집착하게 하는 것이라는 관객들이 인물들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러한 사랑이라는이름으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행동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고 매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이미 실패한 사랑을 경험한 상태에서 주인공들은 상처를 극복하며, 외로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줄수 있고, 이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모습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중경삼림>에서 각 인물들의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고 복합하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5월 1일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5월 1일은 경찰 223의생일이자, 여자친구인 아미와 헤어진 지 30일이 되는 날이다. 경찰 223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통해 전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5월 1일까지 회상하며, 시간이지나도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에 대한 감정을 계속 간직한다. 그럼에도유효기간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처럼, 결국 그의 사랑은 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5월 1일이 되자 모든 통조림을 먹어 치우며 과거를 정리하려고 한다. 여기서, 그는 과거에 머물러 있음에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페이의 사랑은 <중경삼림>에서 가장 돋보였던 사랑 방식이다. 그녀의 사랑 방식은 매우독특하고 복잡하다. 경찰 663은 스튜어디스 여자친구에게실연을 당하고 그녀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그리움에 시달리는 반면, 페이는 호감을 가지게 된 경찰 663으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페이는 경찰 663의 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의 전 여자친구의 물건을 몰래 자기의 것으로 바꾸고 경찰 663은 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간다.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사랑 방식은 캘리포니아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 캘리포니아에 다녀와 스튜어디스가 되고, 경찰 663은 1년간 그녀를 기다리면서 끝내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들의 독특한 사랑 방식은 도시 속 개인의 삶의 방식이모두 다양한 것처럼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다양한 물음표를 던지도록 한다. 경찰 223의 사랑은 좀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처럼 통조림과 함께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5월 1일이 지난 후 한 순간에 금발 가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여기서 사랑의 아픔은 정말 예기치 못한 사랑으로 덮이고 더욱더 무한한 사랑을 갈망하게 된다. 통조림의 유통기한처럼 사랑의 유통기한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경찰 223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사랑의 유통기한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며, 끝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페이의 사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순수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열망과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과사랑을 위해 상대방에게 강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작은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특히, 경찰 663의취향과 습관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물들이고자 하는데, 이는 그녀의 사랑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있게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집착과 같은 그녀의 극단적인 행동은 사랑이 얼마나 강렬하고 복잡한지를 알려준다.
결국, <중경삼림>은 사랑의 복잡성과 다양한 형태를 탐구하며, 인물들이 겪는 내적갈등과 갈망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각 인물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적 복잡성을 드러내고,이는 우리가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한정되지 않고, 홍콩 도시라는 배경 속에서 서로 얽혀 있는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더욱 복잡해진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결국 사랑이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사랑에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더라도, 그 안에서 감정의 깊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끝없는 갈등과대립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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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의 곳에서 발견한 여성들의 연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Roma)>. 멕시코 배경 영화라고 들었는데 왜 제목이 <로마>인 거지? 그리고 Rome도 아니고 Roma? 넷플릭스에서 처음 영화를 찾아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그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일단 재생 버튼을 눌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증명해낸 <로마>.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로마>는 작품성이 뛰어날지는 몰라도 재미있는 영화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화면이 흑백인 데다가, 이야기의 전개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지지도 않는 탓이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남의 일기를 엿보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문외한이라 그 근거를 일일이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이고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의 폭을 넓고 깊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촬영기법과 화면이나 소품과 장면들의 메타포에 대해 분석한 많은 영상이 있다.)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1년을 잊지 못해 멕시코가 제2의 고향이라 말하고 다니는 만큼, 넷플릭스에서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새로 나왔다는데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얼마나 인정받는 감독인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어떤 상을 수상했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서 영화계에 어떤 의미를 던졌는지 등은 내게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들은 아니었다. 단순히 멕시코가 나온다고 해서 보기 시작한 이 영화는 예상보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렸다는 이 영화는 1970년대의 멕시코시티로 우리를 데려간다. 멕시코에서 1970년대에 있었던 민주화 운동도 짧게 등장하긴 하지만 영화는 어떤 사회적 시대상보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 멕시코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보모 겸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인디오* 클레오와 그녀가 일하는 가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과장하거나 호들갑을 떨지 않고 담담하게 따라가며 보여준다.
*인디오(Indio): 중남미의 원주민을 일컫는 말.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도착한 유럽인들이 인도인 줄 알고 인디안(Indian)으로 부른 것에서 유래해 스페인식으로 인디오가 됨.
클레오가 일하는 혹은 살고 있는 집에는 네 명의 아이들과 엄마, 아빠, 할머니, 그리고 클레오와 함께 일을 하는 아델라가 함께 지내고 있으며, 네 명의 아이들은 모두 클레오를 친엄마나 친누나처럼 따른다. 클레오가 차고를 청소하거나, 아이들의 음식을 챙겨주고 학교에 데려다주는 장면들처럼 딱히 특별해 보일 게 없는 장면들을 계속 보여주면서 영화는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어느 날 아이들의 아빠는 미국으로 장기 출장을 떠나고 집에는 할머니, 엄마, 아이들 그리고 클레오, 아델라만이 남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과 여자들만 남은 이 집에서 엄마 소피아는 이제 가장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숨기고 있었지만 사실 아이들의 아빠는 출장을 간 게 아니라 외도로 다른 여자와 함께 살기 위해 집을 떠난 것이기 때문이다. 소피아는 이제 양육비도 보내주지 않는 아이들 아빠의 도움 없이 홀로 서야만 한다, 본인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도. 소위 경단녀였던 그녀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클레오 또한 남자친구 페르민에게 큰 상처를 받는다. 사실 페르민은 임신 사실을 고백하자 화장실에 가는 척하면서 도망가버리는, 남자친구라 부르기도 민망한 인간이다. 클레오는 임신 때문에 소피아에게 해고당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불러오는 배를 언제까지고 숨길 수 없기에 소피아에게 본인의 임신 소식을 사실대로 말한다. 그런데 클레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소피아는 클레오를 꼭 안아주면서 병원 검진까지 예약해준다. 두 인물이 서로를 안아주는 이 장면은 도망가버린 구 남친(aka. 똥차)의 반응과 대비되면서 클레오와 소피아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줬다.
글 제목에 거창하고 건방지게도 여성연대라는 말을 붙였지만, 엄청 거창하게 무엇인가를 해야지만 여성들의 연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여자들끼리 힘을 합치고 함께한다면 그게 여성연대가 아닐까. 그 이후에도 클레오와 소피아는 함께 병원에 가고, 휴가를 떠나고 시간을 보내며 힘겨운 시간들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겨낸다. 아빠+엄마+아이들, 이렇게 이루어진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만이 가족이 아니라 제도나 혈연으로 묶여있지 않아도 클레오, 소피아, 아이들은 이미 한 가족이었다. (feat. 한국의 <가족의 탄생>, 일본의 <어떤 가족> 등)
아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의 유명세만큼 이 영화에도 많은 의미와 은유들을 숨겨놨을 것이다. 하다못해 영화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옥상에 누워서 보는 비행기와 '죽은 척 놀이'만 해도 그에 대한 수많은 해석들이 있다. 그 많은 은유들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여성의 강인함에 대해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1년간 있으며 겪었던 멕시코가 그다지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이라거나 양성 평등의 환경이 제대로 갖춰진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다룬 이러한 영화가 나왔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외였다. 요즘도 그러하다면 50년 전에는 더 심했을 테니까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러한 상황들이 더 좋지 않아서 할 수 있는 한 남은 여성들끼리 힘을 합쳐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기 전 처음에 품었던 궁금증은 완벽하게 해결이 되었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주인공의 집이 있는 지역으로 ROMA 거리 표지판을 보여주기 때문에, '아 그런 이유로 영화 제목을 ROMA로 지었나 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ROMA 철자를 반대로 하면 스페인어로 사랑, AMOR가 된다. 그래, 이 영화는 AMOR,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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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억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글은 영화 [애프터 양]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안드로이드, 혹은 복제인간의 영화적 "쓰임새"는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 또한 하나의 "인간"이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사악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처단하기도 했고, 또는 인간을 공격하거나 나쁜 일을 벌이는 존재에 국한되기도 했다.
제3 인간으로 분류되는 그들은 모두 괴로움과 위태로움을 지닌 존재들로 종종 묘사되었고. 그들은 늘 사람이 되고 싶어 하거나 합법적인 존재가 되는 것을 자신들의 인생에 있는 가장 큰 목표처럼 갖고 있었다.
영화 [애프터 양]은 이런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제3인간으로 분류된 그들의 존재가 합법이며 그로 인해 또 다른 갈등(?)에 접어든 안드로이드와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태 봐 왔던 액션이나 스릴러가 아닌. 이미 일상에 완벽하게 녹아든, 매일매일의 색을 닮은 양의 이야기는 오히려 사람들이 생각해 봐야 할 주제에 대한 물음까지도 함께 던진다.
왜 사진 찍기를 망설였을까.;가족의 정의에 대한 질문
사진출처: 다음 영화
영화 속에 나오는 가족은 유달리 "생물학적인 자신의 후손"과 "정상적인 4인"가족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이 보기에. 이상함의 극치를 달린다 해도 부족함이 없는 조립식 가족이다. 인종에 대한 크로스 오버는 물론. 입양아와 안드로이드까지 함께 하고 있으니.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그래도 친숙하면 좋으련만 영화에 나오는 가족의 형태는 "정상"에 가까워 보이는 쪽은 별로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함께 무언가를 연습하고, 서로를 타박하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며 함께 무언가를 해 내는 집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런 "이상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카메라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다양성, 혹은 넓은 포용력으로 대변될 수 있는 그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도. 양은 자신의 소속감에 대한 의문이 문득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가족이 사진을 찍기 위해 서 있는 순간에도. 동생이 얼른 오라며 손짓을 하는 그 순간에도. 양의 모습은 선뜻 프레임 안으로 끼어들지 못해 주춤거리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가 잔잔한 미소를 보이며 우두커니 서 있었던 이유가 자신이 가진 이 눈부신 가족에 대한 감사함을 갑자기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들이 이미 가족이고. 그 사실에 행복해한다는 걸 모든 가족 구성원의 표정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여전히 그 시대의 가족들을 이어주는 끈끈한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표정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도 문득 그 순간을 머릿속의 한 공간을 기꺼이 털어 저장했던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일상이라는 이름의 별자리;혹은 진주
사진출처:다음 영화
성인이 된 거의 모든 사람들은 더 이상 내가 크게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깨달을 때 상실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게다가 그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는 반복된 일상에 처할 때 걷잡을 수 없는 무기력함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영화 속이라 해도 그다지 크게 다르지는 않나 보다. 영화는 좋게 말하면 안정된 일상을, 나쁘게 말하면 지루함의 연속인 하루하루의 반복된 이벤트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고장 난 양의 기억장치를 들여다보는 시점에 갔을 때. 영화는 우리의 인생이 불꽃놀이보다 화롯불에 가까움을 말해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아닌 안드로이드 양의 저장 장치를 통해서.
양은 일상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찾아내 자신의 삶을 지탱할 데이터로 삼았다. 물론 처음엔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빛의 부스러기에 불과했을 테지만. 양은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부스러기들을 때론 뭉치고, 뿌리기도 하며 자신에게도 미지의 영역 같았던 저장 공간을 조금씩 채웠다. 그 결과 양의 모든 기억은 은은하지만 충분히 주변을 밝힐만한 별이 되어 빛나게 되었다.
양이 자신의 생에 존재한 모든 이벤트들을 스스로 다듬어 자신만의 별자리로 만들어 놓은 덕분에. 제이크는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에게는 지루함의 연속이었을 그 순간들도. 양에게는 그 하찮아 보이는 매일이 별의 재료였음을 깨닫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AI는 사람과 얼마나 다른가.;Ai는 정말 사람이 되는 것이 최종 목적일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 속의 양은 애써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 않는다.
그저 일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한 무던한 노력을 할 뿐이다.
충분히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감정이라는 말로 퉁칠 수 있지만. 어쩌면 안드로이드에게는 시스템적 오류에 가까운 밀려오는 그 "무언가"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몇 번이고 찾아왔을 것이니까.
그러나 그 카오스 속에서도 양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거울을 바라보는 양을 보며, 문득 양만큼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은 자신이 고장 나서 더 이상의 "쓸모"가 없더라도 자신을 그리워해줄 가족이 있다고 믿었을 것만 같았다.
바람이 될 것이라며 슬프고 쓸쓸하게 노래를 불러주는 동생도. 그 노래를 들으며 양의 빛나는 기억들을 생각하는 가족도. 그런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양은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한계에 대해 이미 알고 있지만. 양은 그들을 생각하며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아. 지그시 입꼬리를 올렸을 것이다. 그게 양에게는 행복.이라고 정의되고 기억하기를. 그 기억들을 모아 자신의 존재를 입증했기를 바랄 뿐이다.
마치면서
최근 많은 심적 변화와 카오스를 겪었다.
(마음속 지옥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 내 일상은 본업인 연구원으로의 업무를 비롯한 세컨드 프로젝트들로 가득 차서 단조롭다 못해 기계처럼 반복되는 삶의 중간에 있었고. 과연 이걸 해서 얼마나 큰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음과 동시에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란 생각에 정말 오랫동안 지키려고 애써 왔던 수면 패턴이 완벽하게 박살 난 날들을 보냈다. 그마저도 울면서 잠에 드는 날이 많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러던 중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양은 누군가를 그저 바라보는 순간을. 이 가족에 속해 있음을 느끼는 찰나들을 모두 자신의 머릿속(마음속이라고 믿고 싶지만)에 아름다운 별자리로 남겨놓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을 모두 빛나는 것으로 바꿔놓는 법을 터득한 사람(?) 이었다.
너무 익숙해져 쓸쓸함마저 느껴지는 일상에 애착을 가지고 그것을 고이 품었던 양의 마음에 많은 것을 느꼈다. 지금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 아주 조금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무언가 반복될 때 깊이가 생긴다 했다. 내가 맞이하게 될 그 무언가의 "깊이"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모든 고뇌의 순간들도 마치 양이 그랬듯이 내 마음속에서도 별자리가 될 수 있는 날들을 기다려 보려 한다.
언젠가는 고뇌의 깊이만큼 빛나고 있을 내 별들을 보며 나도 그 순간을 계속이고 곱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이 글의 TMI]
1. 여름 샌들 샀는데 발목 다침.
2. 햇빛 알레르기 약간 생겨서 피부과에 돈 갖다 바침.
3. 일주일에 글 하나씩 쓰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잘 모르겠다. 특히 요새.
4. 영화 [범죄 도시 2] 리뷰가 대박 나서 좀 얼떨떨한데. 진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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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캡틴 / 레드 헐크와의 대결 /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 어벤져스 빌드 업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후기입니다.
*꼭 보아야 할 쿠키영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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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4 | 매트릭스 인문학적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4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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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티저 예고편
"안녕하세요, 정다은 간호사입니다” 정신병동에 처음 근무하게 된 다은이 마주할 다이나믹한 일상 우리들에게 ‘다시’ 좋은 아침이 올까요?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11월 3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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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마야와 3인의 용사> 공식 예고편
판타지 세계를 구하는 짜릿한 모험. 내 안의 용기를 3배로 키워라! 서로 다른 대지에서 온 3인의 용사들, 해골 전사 치미, 수탉 마법사 리코, 용맹한 퓨마 전사 피추. 독수리 전사 마야가 이들과 함께 먼 여정을 떠난다. 고대의 예언을 이루고 전쟁의 신 로드 믹틀란을 막기 위해. 《마야와 3인의 용사》,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지금 알림을 설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