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K2025-06-25 23:53:58

그림자에 가려진 모든 이들에게

조던 필 <놉> 2022

 

 그러니까 처음부터 흑인이 있었다.

 

 

헤이우드 남매 OJ와 에메랄드는 인류 최초의 활동사진 움직이는 말속 이름 모를 흑인 기수의 후손이다. 이 가족은 할리우드에 말을 공급하며 여전히 영화계의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동전에 의해 아버지가 사망하고, OJ와 에메랄드는 둘이서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이후 움직이지 않는 구름을 수상하게 여긴 OJ UFO로 추정되는, 아버지를 죽인 대상을 발견하고, 둘은 이를 카메라에 담고 오프라윈프리 쇼에 나가 성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헤이우드 남매와 더불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은 아시아계의 아역 배우 출신, 테마파크 소유주 주프. 그는 아역 시절 고디가 왔다촬영 현장에서 혼자 살아남았다. 촬영 도중 풍선이 터지는 소리에 흥분한 침팬지 고디가 연기자들을 폭행, 살해했고 홀로 식탁 아래 숨어있던 주프는 기묘하게 서 있는 운동화 한 켤레를 바라본다. 이후 그도 고디에게 들키고 말지만, 왜인지 고디는 주먹 인사를 건네는 듯 보이고 이후 출동한 경찰의 총을 맞고 사살당한다. 성인이 된 그는 더 이상 영화 일을 하지 않고, 테마파크를 만들어 계속해서 당시 상황을 전시하고 있다.

 

 

 

 주프는 고디와 마찬가지인 볼거리였던 시절을 겪었지만, 볼거리를 전시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는 가장 먼저 앞서 언급한 UFO, 진 자켓을 발견하고 이가 외계인이라는 걸 눈치챈 사람이다. 그러나 주프가 가진 트라우마는, 또다른 비극을 만든다. 마구간의 재정 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OJ는 돈을 모아 다시 데리러 오겠다며 말들을 주프에게 팔고 만다. 주프는 OJ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여 말들을 진자켓의 먹이로 쓰고, 새로운 쇼를 선보일 계획을 한다. 그리고 그는 계획과 달리 쇼에서 진자켓의 먹잇감이 되어버린다. 착취의 대상에서 주체로 변모한 그에게는 끝내 고디의 주먹 인사가 닿을 수 없다.

 

 



 ‘나쁜 기적이라는 것도 있을까?’

 

 

자본을 쫓는 영화 산업 속에서 개인은 늘 뒷전이 되기 마련이다. 특히, 유색인종, 여성, 성 소수자, 어린이 그리고 동물 들에겐 더 그렇다. 이 작품은 더 큰 스펙타클을 위해 팽개쳐진 이들을 사려 깊게 조명하며 영화계를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도저히 놓을 수 없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에서 계속 반복 되는 나쁜 기적은 주프의 끝내 쓰러지지 않은 운동화였고, 아버지를 죽인 외계인을 찍어 성공하고자 하는 남매의 모습이며, 영화 산업 그 자체가 된다.

 

엔젤이 설치한 디지털 CCTV, 촬영 감독의 필름 카메라로도 담아내지 못한 진자켓을 찍는 데 성공한 건 놀이공원의 사진기였다. OJ도 아닌 에메랄드가 온 힘을 다해 사진기로 진자켓을 담는 이 엔딩은, 나쁜 기적 그 자체인 영화 산업에 대한 저항이며, 이에 뛰어든 모든 소수자들과의 연대이다. 그리고 사실은,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자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주프와 에메랄드의 모습은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이 쇼비즈니스라는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촬영에 뛰어든 에메랄드도, 끝내 아역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쇼를 기획한 주프처럼 비극적인 뒷날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 <>의 결말이 희망찬 히어로 물로 끝나려면 우린 계속해서 이 이름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고스트, 클로버, 고디, 럭키, 그리고 진자켓.

 

작성자 . K

출처 .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