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0-04 15:25:07
[BIFF 데일리] 130년의 고독을 건너 울려 퍼지는 역사에 관한 물음
영화 〈다호메이〉 리뷰

다호메이 Dahomey
France/Benin/Senegal/2024/68min
*시놉시스
영화는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이 보유했던 다호메이 왕국의 보물 26점을 본국으로 반환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베냉으로 송환된 보물은 방문자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박물관에 진열해야 할까, 아니면 본래 종교적 오브제로서의 기능을 살려 대중에게 돌려줘야 할까?

130년 동안 태어난 땅에서 단절되어 어둠 속에서 존재하던 무언가가 있다. 그는 내내 침묵을 강요당해 자기 의사를 말할 수 없었다. 그가 견뎌야 했던 고독은 가혹할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한 세기가 훌쩍 넘었다. 그는 다시 빛의 세계, 즉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의 고독은 낯섦과 현기증으로 바뀐다.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곳, 자신이 떠나올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진 곳이 야기하는 감정이다.
그는 다호메이 왕국 출신의 조각상이다. 현재는 아프리카의 베냉 공화국이 있는 자리다. 다호메이의 문화재 7천여 점은 프랑스에 식민 통치를 당하던 시절 바다를 건너 강탈당했고, 그중 26점이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참이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다호메이〉의 영화적 성취는 인간이 아닌 이들 문화재에 목소리를 부여한 데서 나온다. 프랑스와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상어 문장(紋章)을 한 반인반수 조각상의 모습을 한 다호메이의 왕은 이 귀환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까?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다호메이 왕(조각상)의 목소리는 영화의 질감과 정서를 단번에, 그리고 근본적으로 주조한다. 그는 동시대 베냉‧프랑스 역사의 주인공이자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다호메이 조각상의 귀환은 단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저 제국주의자들에게서 빼앗긴 문화재를 돌려받았다는 단선적인 설명은 그의 낯섦과 현기증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감동적인 귀환이 마무리되고, 다호메이를 국가 차원에서 환영하는 대대적 행사가 영화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의 낯섦과 현기증은 본격화된다.
먼저 지금 프랑스에서 다호메이를 돌려받는다는 것의 의미다. 이야기의 주체는 다호메이 조각상이지만, 그를 운반하는 주체는 국가다. 베냉 공화국에서 다호메이 조각상은 순식간에 국가, 민족, 역사, 문화의 상징이 된다.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적 상징물로서 집단적 피식민 주체성을 주조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두 번째 낯섦과 현기증이 파생된다. 문화재를 돌려받는 것의 의미에 대한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폭발하듯 분출한다. 누군가는 현 대통령의 조상이 프랑스 편에 섰던 자였다는 점을 들어 위정자의 역사 세탁을 고발한다. 누군가는 수천 점의 문화재 중 26점만 반환된 것에 강한 불만을 표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번 반환이 프랑스의 이미지 정치의 일환일 뿐, 베냉이 여기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제국주의 역학의 문제를 짚는다. 돌려받은 문화재를 어떻게 교육하고 관리할 것인지도 문제다. 다호메이가 국가적 상징이라면, 도시에 사는 사람과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접근성 격차는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자와 자본가에게 이들 문화재는 각각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이번 반환을 출발점 삼아 변화를 모색하자는 희망파와 오만한 프랑스에 또 한 번 놀아났다는 비관파 등등 논쟁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렇게 다호메이의 목소리는 동시대 베냉 공화국 시민들의 목소리와 공명하며 낯섦과 현기증의 세계로 진입한다. 130년 만의 귀환이라는 초현실적 판타지가 자아내는 낭만은 다층적 권력 관계가 어지러이 교차하는 현실의 한복판에서 희미해진다. 그 대신 첨예해진다.
다호메이 조각상은 이렇게 말한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인가?” 이 말은 자신을 마냥 환영해주지 않는 후손들에 대한 한탄일까? 그렇지 않다. 또 다른 목소리를 들어보자. “나는 당신들을 통해 나를 선명하게 본다.” 다호메이는 어둠에서 빛으로의 이행이, 프랑스에서 베냉으로의 이동이 온전한 기쁨과 승리의 역사일 수만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130년을 고독 속에 있던 만큼, 자신이 의탁할 곳이 자신을 둘러싸고 폭발하는 담론의 바다에서 지난한 시간을 거쳐 마련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베냉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얼굴을 비추는 영화의 시선은 후손을 바라보는 다호메이 조각상의 시선이다. 그 다양한 삶에서 솟아나는 치열한 토론과 논쟁 끝에 이른 합의의 지점에 자신을 맡기겠다는 의지의 표명을 드러내는 시선 말이다. 하나의 목소리지만 여러 목소리가 혼재된 듯하고, 누군가 꿈과 환상으로부터 말을 걸어오는 듯한 조각상의 목소리도 같은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약탈과 반환, 지배와 피지배의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역사를 이해하고 논쟁하는 법에 관한 〈다호메이〉의 물음은 베냉만의 것이 아니다. 다호메이의 목소리는 식민자와 피식민자 모두에게 역사에 대한 복잡한 사유를 긴급하게 요청한다.
*영화 상영시간
10-03/10: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10-04/10: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10-09/20:30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https://www.biff.kr/kor/html/schedule/date.asp?day1=2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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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상상했던 빛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를 바탕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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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발리우드'라는, 인도 영화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이 있었다. 과장된 연기와, 뮤지컬식 구성 등등... 흔히 그런 것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그러한 선입견을 뛰어넘음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하: 우빛상모)>의 예술적인 가치와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소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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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현대 인도의 뭄바이와 작은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인도라는 나라와 그 문화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 영화를 충분히 깊게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인도는 아직도 신분제가 작동하는 나라이며 결혼 제도 또한 초기의 대한민국 내지는 조선의 제도와 닮아있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가족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 즉, '결혼은 어떠해야 한다'를 두고 그 관습이 강하게 적용되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 규범은 여성들에게 더 심하다. 여성들의 결혼은 마치 '인생의 역전'처럼 인식되고, 남편이 무엇을 하든 여성은 남자를 서포트해주어야 한다는 문화적인 배경이 있다. 또한, 인도의 종교적 배경도 주목해야 한다. 인도는 힌두교가 약 80%, 이슬람교가 약 15% 정도로 이루어져 있는 다종교 국가이다(출처 : 위키백과). 특히나 인구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인 '뭄바이'에서는 여러 종교들이 한데 모여 (물론 힌두교가 비율상으로는 훨씬 많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도시이다. 특히 결혼과 연애에 대해 관습적이고 보수적인 인도 내에서 힌두교와 무슬림교 신자들 간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도 '뭄바이'에 살고 있는 두 여성이 <우빛상모>의 주된 인물이다.
'프라바'는 결혼 직후 남편이 독일로 떠나 1년째 연락이 끊긴 간호사다. 겉보기엔 안정적인 직업과 결혼 생활을 가진 듯하지만, 남편의 부재로 인해 내면의 공허와 외로움을 겪고 있다. 그녀의 직장 동료 '아누'는 무슬림 남성과 비밀 연애 중인데, 인도 사회의 종교적 장벽과 가족의 맞선 강요로 인해 사랑과 결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병원에 파견 나온 남성 의사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여 자신을 억누릅니다. '프리바'보다는 자유로운 연애관을 갖고 있다. 아직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여있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프리바'가 같은 병원의 파견 의사에게 설렘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 독일에 있는 남편과 자신은 유부녀임을 생각하며 자책한다. '아누'는 반대로 무슬림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는 것에 갈등을 느끼지만 '프라바'보다는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으려 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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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인물 모두 인도라는 사회 속에서 '사랑'이라는 것 때문에 고뇌하고 또 행복해한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자세히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둘의 사랑 이야기를 진득하게 따라가다 보면 '인도'라는 '한국'과는 많이 달라 낯선 곳의 인물이 사실 인류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그 문제를 건드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편이 있지만, 1년 넘게 돌아오지 않아 외로운 와중에 새로운 사람이 눈에 띄는 것, 종교적 문제로 금기시되는 위태로운 사랑을 하는 것은 비단 뭄바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빛상모>는 사랑에 대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마치 시를 그려내듯 섬세하고 진득하게 묘사하고 있다.
'프라바'가 독일로 간 남편이 자신에게 선물해 준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밥통을 끌어안고 없는 온기를 느끼는 장면, 그 장면에 희미하게 비치는 창 밖의 달빛과 밤에도 들려오는 기차 소리는 그녀의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영화의 중반부부터 시작되는 해변 마을에서의 이야기는 마치 환상처럼 진행되고, 꿈인 듯 현실인 듯 모호한 그 경계에서 각자의 사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비주얼적으로도 아름다운 부분이 많았는데, 그 비주얼은 분명 서사의 미학이 뒷받침되어 나온 결과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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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빛상모>의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이 영화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는지 여실히 이해가 갔다. 영화는 도시의 어둠과 여성들의 고독,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희망을 몽환적이고 시적인 영상미로 담아낸다. 세 여성의 여정은 인도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여성의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랑과 우정이 결국 어둠 속에서 빛이 됨을 보여준다. 척박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한 편의 아름다운 꿈을 꾼 것 같은 메시지와 희망을 건네준다. 이 영화는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어진다.
4/23(월) 극장 개봉
- 추천 점수 : 5.0 / 5.0
- 이럴 때 보면 좋아요! :
외부적인 요인으로 나의 사랑을 진지하게 고민 중일 때 이 영화의 빛을 보고 용기를 얻어가세요!
- 추천 점수 : 5.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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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 어린이와 애니메이션에 대하여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만의 특별한 프로그램, 바로 씨네키즈 플러스 입니다!
씨네키즈 플러스 뒤에 붙은 번호는 연령별로 차이가 있는 아이들의 특성을 반영해서 5,10,14 로 나누어져 구성됩니다.
제가 본 씨네키즈 플러스 10은 규칙과 질서의 세계에 적응해가는 아이들을 위해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예술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선별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상영 영화는 "피벗" 입니다.
*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은 지양해야 하는 표현이지만, 애니메이션의 주제 상 구분하여 적겠습니다.
영화 피벗의 주인공은 농구를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옷들 (드레스나 원피스) 보다는 캐쥬얼한 옷들을 좋아합니다. 화장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어머니는 자꾸 화장품과 원피스들을 건네주는데요,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의 말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얘기할 것인지 갈등하는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원피스의 꽃들이 눈을 달린 몬스터처럼 변하는 연출 방식이 좋았습니다!
두번째 상영 영화는 "여름눈"입니다.
영화의 제목이 여름눈인 이유는 여름과 눈은 공존할 수 없는,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의 상황이 벌어나질 않기 위해서 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녀가 돌고래를 만나 구해주는 모습이 애니메이션 적으로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눈이 즐거웠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환경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이었습니다!
세번째 영화는 "돼지공은주" 입니다.
돼지공은주는 보면서 동화책을 토대로 제작되었다는게 느껴졌다. 어린이 동화에서 느껴질만한 상상력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놉시스는 평범한 5학년 공은주가 자신을 짝사랑하던 남자애로부터 돼지공주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후,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반지를 받게 되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반지라는 소재는 좋았지만, 반지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도 개연성이 높지는 않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 다른 영상들에서 많이 나왔던 반전요소이기에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엄마의 대사를 통해서 모든 설정과 얘기를 말해준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하려는 메세지는 좋았습니다!
네번째 영화는 하회, 허! 이다.
이 작품은 중간에 랩이 들어가서 신선하다고 느껴졌던 애니메이션이다. 전통적인 느낌과 노래를 섞어서 신명나게 표현한 점이 좋았습니다.
다섯번째 영화는 "내 이름은 말룸" 입니다.
말룸은 자신의 이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말룸이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 후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노래와 함께 너무 아름답게 잘 표현한 영화였습니다.
씨네키즈 플러스 10은 제가 가장 처음으로 본 애니메이션들이었는데요! 다양한 영화를 한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장편과 달리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영화제가 아니면 따로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제에 오시면 단편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에서만 누릴 수 있어요!!! 아이들과 손잡고 와서 보기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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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범도 화들짝 놀라는 전쟁 같은 사랑
"나는 상상했었지 나의 곁에 있는 널~" 나는 아이패드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고 있다. 그 전설적인 듀엣 송 <사랑보다 깊은 상처>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엄청 어렸을 때다. 2010년대쯤 자료화면으로 풋풋했던 박정현과 임재범이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때는 가사가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내가 변했다고 백날 웅변해도 그 사람이 뇌가 있는 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노래를 비롯한 많은 대중가요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사랑은 참 여러모로 사람들을 얄궂게 만든다. 사랑이 없었으면 이 많은 사람들이 아플 일도 없고 꿈꿀 일도 없을 것이다.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일도 아닌데 사람을 행복하게도 우울하게도 만든다. 거의 자연재해와 걸맞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사랑의 속성을 깨달아 글로 쓴다고 쳐도 그게 나와 뭔 상관이 있는가? 싶다. 사랑과 연애라는 키워드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결국 '과연 나는 대체 뭘 하고 살았는가'라는 질문으로 결론을 낼 수 있다. 말 그대로, 과연 나는 뭘 하고 살았을까? 자기 계발이랍시고 동분서주했던 건 기억에 남는데 누구를 사랑해보거나 받았던 적은 없다. 170 좀 안 되는 작은 키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남들 바지통 줄이거나 화장 처음 시도해볼 때 나는 방구석에 누워서 정말 아무것도 안 했으니 그때 치러야 했던 대가를 26살의 내가 치르고 있는 것이다. 영화와 책으로 채울 수 있는 인생의 유효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인 건 맞는데 정작 실전에는 약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위로를 하면 행복해지는 나. 사랑에 치인 지인들에겐 대체 뭐라고 말하지? 지인들에게 알맹이 없는 공수표로 보이지는 않을까?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사랑할 날이 올 텐데. 내가 주변 지인들에게 하는 말처럼 익숙한 것에 섬세한 걸 놓치고 살면 안 될 텐데. 막상 내가 그런 입장이 되면 나 역시 그럴 것 같아서 가끔 두렵기도 하다. 근데 뭐 어떤 영화의 제목처럼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되는 게 사람 심리겠지.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 영화가 있다. 등장인물을 실제로 만나면 단 1마디도 섞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안녕, 이방인? 주인공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방인(Starnger)이 Closer가 되다
부고 전문 기자 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길을 걷고 있다. 사람 바글바글한 미국. 남자는 왠지 반대편에 머리가 붉은 여자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게 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눈빛을 마주칠 때, 앨리스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지만 남자와 여자는 이 계기로 서로 대화하게 된다. 무슨 일 해요? 남자는 부고 란 담당 기자라고 한다. 빨간 머리의 여자는 낯을 그렇게 가리는 타입이 아닌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사고 난 곳 근처를 산책하는 두 사람. 댄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한다. 어느새 직업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는 두 사람. 남자는 '내가 글재주가 없어 부고란의 기자가 되었다'란 말을 한다. 그렇게 하나, 둘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된 주인공. 잠깐 만난 사이더라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시간이 지나 댄은 앨리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소설에 들어갈 이미지를 찍기 위해 아나의 스튜디오를 찾은 댄. 댄은 아나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나를 꼬시려고 노력하는 댄. 어찌어찌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댄은 아나에게 앨리스가 온다고 말한다. 아. 이 댄이라는 놈은 애초부터 아나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댄과 앨리스는 연인관계였다. 여자 친구가 있는데도 아나에게 꼬리를 친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시작부터 15분까지의 이야기다. 15분만 봐도 정신 나갈 것 같은 전개다. 글로 풀어써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주드 로가 맡은 댄이 정말 신기할 정도로 뻔뻔하다. 영화는 댄만큼이나 뻔뻔하다. K-아침 드라마에 나올법한 이야기를 시종일관 밑어붙힌다. 눈치가 없는 게 너무 당연해서 이게 맞나? 싶을 정도다. 아마 사랑의 극단적인 예를 모아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세상 찌질이 같은 (우리) 이야기
이름은 그 사람을 규정하는 정체성의 의미와도 닮아있다. 만약 누군가의 이름을 속여서 타인의 마음을 얻는다고 하면 그건 '자기 정체성을 숨긴다'라는 뜻과도 닮아있다. 자기 정체성을 숨겨서 얻고 싶은 게 뭘까? 사랑은 타인에게 내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애초부터 애정이나 관심이 없으면 남이 있건 말건 신경 쓸 일이 없다. 근데 굳이 그렇게까지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이유는 그 사람을 괴롭혀서라도 찌질한 내면을 해소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영화는 사랑의 극단적인 상황을 맞물려놓고, 어떤 행동의 원인을 '이름을 속여서 사람을 꼬시는'정도의 덜떨어짐으로 귀결짓는다. 그렇게 해서 상대에게 내 존재를 인정받으려 하는 것이다. 이 '남을 흔들어 내가 통제할 수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행위는 극 내내 제시된다. 극단적인 상황의 연속이라 '난 적어도 저러지 않지'라고 생각하기 쉽다.(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행동의 한 방향만 틀면 우리 모습이라 딱히 반박하기 어렵다. 극본은 인물 간의 갈등과 사랑의 속성을 비틀며 '네 사랑 이야기도 이의 일부다'라고 지적한다.
나는 상상했었지 너의 곁에 있는 날
이 지구 상에 있는 수많은 사랑 노래들은 헤어진 전 연인과의 재회를 바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옛사랑과의 재회는 기적 같은 일이 맞다. 그 사람과 함께 있던 행복한 시간이 다시 오길 바라는 것이다. 아프기도 아프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있으니 '조금만 더 성숙했다면' 더 나았을 거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근데 가끔 우리는 솔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 다시 만나고 싶은 걸까? 그 사람에게 오롯이 나라는 존재가 유일무이하다는 짜릿함때문은 아닐까? 그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채워진다는 착각은 참 사람을 비참하게도 만든다. 사실 애초부터 그런 건 없는데 말이다. 원래 우리 다 외로운 존재라서 사랑을 찾고 있는다. 이미 다 알면서 사랑에 빠지는 게 우리 인간이라는 걸 모두 다 알면서도 필연적으로 정해져 있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는 이 사랑의 단맛과 짠맛을 같이 느끼게 해 준다. 그 사람 잘 알거라 생각했다. 이름을 집요하게 묻고. 그 사람의 행동의 원인을 다 알 거라고 믿고. 행복 회로가 돌아가서 사람은 행복한 것이다. 내가 딱 아는 사람이 있다는 그 오해가 우리를 기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지만 사실 어떤 것의 진위여부도 확신할 수 없는 게 결국 우리가 아는 사랑의 속성이었다. 영화는 잔인할 정도로 이 착각에 대해 집요하게 판다. 이 사람이 나쁜 놈인걸 아는데 '차 좀 타 줘 자기야'라고 말하는 이중성이 모든 인물에게 다 나타난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끔. 그래서 영화는 '결별-재회'의 모티브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로맨스 영화계의 불닭볶음면
난 기본적으로 매운 걸 못 먹는다. 설사가 심해서도 있고 땀이 많이 나서도 이유가 된다. 근데 그렇게 매운 걸 알면서도 가끔 당길 때가 있다. 이 영화는 불닭볶음면 같은 영화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두 번 물어도 사랑에 빠질 수 없었던 나'의 이야기나 <라라 랜드>의 꿈과 사랑의 역설에 대한 이야기는 로맨스 영화계의 정석 같은 느낌이다. 미워도 꼭 잘됐으면 하는 마음. 그래도 그 사람 덕에 행복했다는 고마움을 일깨워는 육개장 같은 영화인 셈이다. 이 영화는 어디에도 없는 매움으로 가끔 생각나게 만든다. 그리고 또 이런 영화도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하다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그렇게 나에게 상처 준 이가 미워서 거리를 둔다 치자.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필요하다. 뭐 다른 즐거운 기억 그딴 거 필요 없다. 영화는 이 사랑에 의한 마음의 흉터를 색다르게 묘사한다. 그러려면 또 잘 안다는 착각 속에 빠져서 오해하고, 또 싸우고, 찌질해지고, 타인을 안다고 믿었지만 결국 아니었고. 그렇게 지루한 과정의 연속인 게 인생의 과정 아니겠어? 지나간 인연에게 바치는 감사함은 분명히 아니지만 영화는 다른 측면에서 우리의 시야를 넓게 도와준다.
무려 18년 전 영화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느낀 게 있다. 나탈리 포트만이 정말 미인이라는 것이다. 머리색을 빨간색부터 분홍색까지 가지각색으로 헤도 소화하는 소화력이 대단하다. 주드 로도 새삼 미남이란 것을 또 느꼈다. 이 두 배우의 젊은 시절 비주얼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가치는 충분할 듯. 또 18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캐릭터 설정을 창의적으로 잘했다. 어떤 이들에게 대입해도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정도다.
사랑에 실패할 예정인 모든 이들에게
우리가 세상을 떠날 거라는 건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한다 쳐도 그게 성공이 아닐 수도 있다. 영원한 건 없으니까. 그래도 항상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바보 같은(나 포함) 것이 우리 모습 아닌가. 이런 우리에게 상처의 치유와 화풀이에 대해 세 번 네 번 생각하게 만든 로맨스 영화다. 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왓챠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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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르 X 타이카 와이티티는 계속되리..
토르 X 타이카 와이티티는 계속되리… <토르 러브 앤 썬더>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액션 | 미국 | 119분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테사 톰슨 등
줄거리
슈퍼 히어로 시절이여, 안녕! 이너피스를 위해 자아 찾기 여정을 떠난 천둥의 신 ‘토르’
그러나, 우주의 모든 신들을 몰살하려는 신 도살자 ‘고르’의 등장으로 ‘토르’의 안식년 계획은 산산조각 나버린다.
‘토르’는 새로운 위협에 맞서기 위해, ‘킹 발키리’, ‘코르그’, 그리고 전 여자친구 ‘제인’과 재회하게 되는데,
그녀가 묠니르를 휘두르는 ‘마이티 토르’가 되어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한다.
이제, 팀 토르는 ‘고르’의 복수에 얽힌 미스터리를 밝히고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전 우주적 스케일의 모험을 시작하는데...누가 출연하나요?
토르 | 크리스 헴스워스
@IMDB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우주로 떠난 ‘토르’.
신들을 향한 ‘고르’의 무차별 학살에 우주가 위험에 처하자 토르는 우주를 누비며 ‘고르’의 행적을 쫓으며,
그의 복수심에 얽힌 미스터리를 밝히고 우주를 구하고자 한다.
마이티 토르 / 제인 포스터 | 나탈리 포트만
@IMDB
아스가르드에서 지구로 추방당한 ‘토르’를 제일 처음 발견하고 그를 내면적으로 성장시킨 ‘제인 포스터’.
그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그녀가 파괴되었던 ‘토르’의 상징인 묠니르를 들고 ‘마이티 토르’로 거듭나 ‘토르’와 재회한다.
발키리 | 테사 톰슨
@IMDB
‘토르’가 새로운 여정을 떠나며 뉴 아스가르드의 왕이 된 ‘발키리’는 그곳의 평온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고르’로 인해 아스가르드인들이 위험에 처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전사의 본능을 일깨운 ‘발키리’는 망설이지 않고 합류한다.
고르 | 크리스찬 베일
@IMDB
우주의 모든 신을 없애겠다는 강렬한 복수심에 사로잡힌 ‘고르’는 사악한 고대의 무기를 들고 신들을 무차별 학살한다.
어느덧 ‘고르’는 자신의 행적을 쫓던 히어로 군단 ‘팀 토르’와 맞닥뜨린다.
코르그 | 타이카 와이티티
@IMDB
‘토르’와 유쾌한 케미를 보이며 엉뚱한 모습을 보이곤 하지만 알고 보면 뛰어난 검투 실력을 가진 검투사 ‘코르그’.
그는 ‘발키리’와 함께 ‘토르’를 도와 아스가르드인들을 구한 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토르’의 곁을 지키며 친구가 되어주었다.
최대한 스포를 뺀 리뷰
ⓒ 네이버 영화
마블 히어로 중 유일하게 솔로 무비가 4편까지 만들어진 히어로가 바로 토르이다.
이렇게 4편의 걸친 영화는 매번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가며 토르의 매력을 한 층 한 층 끌어올렸다.
그래서인지 북미 영화 예매 사이트 '판당고'가 실시한 '2022 여름 가장 기대되는 영화 히어로 - 빌런 - 사이드킥'에
관한 설문에서 토르의 주인공들이 1위를 석권하기까지 했다.
토르 시리즈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을 만나며 더 돋보이게 된 매력이 바로 OST와 유쾌함이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처음으로 맡은 토르 시리즈인 <토르: 라그나로크>를 봤다면 알 것이다.
툭툭 던지는 듯한 개그가 담긴 대사로 유쾌함을 선사하며 작품에 어울리는 곡을 삽입하며 짜릿함을 두 배로 만든다.
이번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도 이러한 매력을 볼 수 있었다. 영화 속 OST는 작품의 매력을 한 층 더 끌어올렸고,
코믹 요소의 비중도 크게 늘어나며 유쾌함 또한 두 배가 되었다.
코믹 요소의 비중이 많다 보니 이번 영화는 지난 시리즈보다 더욱 더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
<토르: 러브 앤 썬더> 바로 전에 나왔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다크하고 무서운 분위기의 영화였다면
이번 영화는 가볍게 보기 좋은 코믹 가득한 히어로 무비다.
ⓒ 네이버 영화
마이티 토르, 고르, 제우스 등 다수의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하며 영화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였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며 새로운 케미를 볼 수 있었고,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함께 볼 수 있었던
새로운 장소들 또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캐릭터와 함께 더욱 더 커져가는 세계관은 앞으로의 마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금까지 <토르: 러브 앤 썬더>의 간단한 정보를 살펴보고, 리뷰를 해봤는데
어떠셨나요?! 여러분들도 얼른 보시고 리뷰 올려주세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토르 시리즈를 안 보셨던 분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전 시리즈를 모두 보고 간다면 좋겠지만, 정말 시간이 없다면 <토르: 라그나로크>를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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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할 순 없지만, 영영 남을 이야기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타인에게 기대와 실망을 경험해 본 만큼 스스로의 개인적인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수고롭게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회사와 집을 바쁘게 오가는 쳇바퀴를 돌아가는 듯한 생활 패턴도 한몫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법 성숙한 어른이니까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자기계발을 하며 혼자서도 곧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모이는 연말연시나 휴가철이 되면 창문에 홀로 비친 자기 모습과 마주할 때 묘한 씁쓸함을 곱씹게 된다. 마치 <로봇드림> 오프닝 속 도그의 모습처럼 말이다.
모든 인연이 그렇듯 조금씩 엉키며 둘이 다시 재회하기엔 점차 어려워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둘 곁에는 새로운 단짝이 생긴다. 그리고 앞서 계속 만나지 못한 둘이 비로소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될 상황이 됐을 때 로봇은 그저 함께했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로봇 드림>의 가장 큰 특징은 대사 한마디 없이 효과음 OST 그리고 조금은 유치하지만 볼수록 귀여운 애니메이션 그림이 스크린을 채운다는 점이다. 로봇의 기계음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도그의 숨소리는 왠지 모르게 서글픈 순간도 종종 있다. 둘이 다시 즐겁게 뛰어놀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상 일이 모두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듯 둘의 관계도 변하게 된다. 그래서 꼭 슬픈 이별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엔딩에 삽입된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들으면서 코끝이 찡해지는 기운은 멈출 길이 없다.
<로봇 드림>처럼 사랑이든 우정이든 이별은 슬프지만, 우리에겐 기억이 남는다. 그 이별이 좋았던 나빴던 지 간에 그때 재밌었는데, 하고 입꼬리가 잠시나마 올라가면 그만이다. 곁에 있을 줄 알던 친구가 떠나고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끝나곤 한다. 아마도 우리는 은연중에 영원하지 않을 걸 알아서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때때로 서로의 시간에 잠시 살았다는 걸 기억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러니 부디 뜻하지 않은 이별에 짧게 슬퍼하고 종종 좋았던 날들을 떠올리며 틈틈이 웃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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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미국에 더 이상 공화당원은 없다
한국과 미국은 지구 반대편, 비행기로 반나절을 날아가야 도착할 만큼 먼 거리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두 나라 모두에서 보수 성향 정치인이 불리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인 뒤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지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두 나라의 보수 정당에서는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정치인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냈고, 그중 소수만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마지막 공화당원>은 바로 그 ‘소수’에 속했던 인물, 공화당의 애덤 킨징거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공화당원
The Last Republican
Summary
미 하원의원 애덤 킨징거는 1월 6일에 발생한 국회의사당 폭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은 최초의 공화당 의원이다. 이 때문에 그는 친구와 가족, 그의 경력까지 잃었다. 극좌파 진보주의자 감독이자 코미디언인 스티브 핑크는 그와 정치적으로 반대 성향을 가진 보수주의자 애덤 킨징거가 의회에서 보낸 마지막 해를 기록하면서 그와 예상치 못한 유쾌한 우정을 쌓는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스티브 핑크
왜 그는 ‘마지막’ 공화당원이 되었는가
애덤 킨징거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공화당에 대한 오랜 애정과 관심이 그의 정치적 뿌리를 이뤘죠. 그러나 정작 그의 정치 인생을 본격적으로 촉발한 것은, 길거리에서 칼에 찔린 여성과 가해자 남성을 마주한 뜻밖의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 순간,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고백합니다. 그중에는 당연히도 외면하고 도망치는 일, 그러니까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선택지도 있었죠.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데도 여성을 구합니다.
결정의 근간에 있었던 마음은, 나중에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가 남지 않을 선택, 거울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이후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 탄핵 표결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애덤 킨징거는 설령 같은 정당 소속이라 해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 정의롭지 않은 일을 묵인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그 선택이 지난 12년의 정치 경력, 여섯 번의 당선 이력을 멈출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말이죠.
여전히 공화당엔 수많은 의원이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의 제목이 <마지막 공화당원>인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공화당은 탄핵에 찬성한 모든 의원을 징계했습니다. 당내에서 철저히 배척당한 킨징거 의원은 끝내 재선 도전을 포기했고, 정치권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제 더는 공화당의 원칙과 가치를 지키는 ‘공화당원’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는 '마지막'이라는 결연한 단어를 조용히 꺼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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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회로
1월 6일 의회 폭동 사건의 배후에 지목되었지만, 미국의 대통령은 다시 또 도널트 트럼프입니다. 우리나라는 비슷한 의혹을 해소하고자 비상계엄을 일으킨 대통령이 탄핵되어, 곧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분열은 끝을 모르고 깊어지는데, 통합이라는 가치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이상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과연 공통의 가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 원만하게 대화를 나누는 일이 불가능한 사회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 진보 성향의 스티브 핑커 감독과 보수 성향의 인물이 나누는 대화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끝까지 듣고, 싸우지 않고 웃으며 받아들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 낯설게 다가왔죠.
결국, 웃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듣고 분노하는 대신, 웃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설령 의견이 다르더라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화내지 않는다고 그 의견이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는데, 왜 이 당연한 진리가 이렇게 쉽게 희미해져 버린 걸까요?
그런데, 문득 '나는 그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제 앞으로 걸어옵니다. 나는 과연 트럼프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낙태를 반대하는 애덤 킨징거 의원의 말을 들으며 웃을 수 있을까? 나는 그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그러움이 사라진 것은 왜일까? 점점 격화되는 사회의 분열 때문일까? 나의 정체성을 향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자세일까? 끝없는 도돌이표 같은 물음들 속에서 마음은 씁쓸해지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걷잡을 수 없이 울적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래를 믿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인생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앞둔 애덤 킨징거 의원은 바로 그 마음으로 냉소주의와 싸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문장 뒤에 '그래도'를 붙여 봅니다. 그래도, 세상은 결국 달라질 겁니다. 언젠가는 너그러운 웃음으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One-Liner
전 세계 곳곳에 벌어지는 정치 비극, 그 속에서 용기를 저버리지 않은 한 보수 정치인의 이야기
Schedule in JIFF
2025.05.01(목) CGV전주고사 5관 11:00
2025.05.03(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0:30
2025.05.06(화) CGV전주고사 1관 17:30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4월 30일 -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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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공포증을 증발시킨 곧 역주행을 불러올 실화 영화[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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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지전문교사의 시골분교 탈출기 '선생 김봉두' - 라떼극장 EP.15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15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선생 김봉두"를 보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려보자
무리한 촌지 요구로 시골분교로 부임하게 된 선생 김봉두
1년만 버티면 다시 서울로 올라갈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해보지만
이 마을은 깨끗해도 너무 깨끗하다
촌지라곤 찾아볼 수 없는 클린 빌리지
촌지 금단 현상에 산내분교 탈출이 절실해진 '선생 김봉두(2003)' 과연 탈출 할 수 있을까?
흡연욕구를 뿌리치지 못한 김봉두의 최애담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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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 메인 예고편
10년차 듣보 크리에이터
무제한 핏빛 라이브 스트리밍 시작!100만 유투버를 꿈꾸며 장장 10년간 '커트의 세상'에 꾸준히 콘텐츠를 올려온 커트(@KurtsWorld96). 하지만 조회 수는 두 자릿수를 넘긴 이력이 없다. 그렇게 삶의 의미조차 희미해지던 그때, 확실하게 대박을 낼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바로 카풀 서비스를 운전하며 만나는 승객들과 특별한 라이브 소통 콘텐츠를 만드는 것. 지금부터 조회 수 떡상을 향해, 인생을 남김없이 갈아 넣은 욕망과 광기의 스트리밍이 시작된다.
너도 내가 궁금하잖아
살고 싶다면 잊지 말고, <구독좋아요알림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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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폭력의 그림자> 메인 예고편
황홀한 아일랜드 배경에 스며드는 액션
전직 복서이면서 자폐증을 앓는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청부 살인 일을 맡게 되면서 그의 삶은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