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로진2024-10-03 11:08:14
[DMZ Docs] 어디에나 사람이 있다
<빅 데이터의 축>

빅 데이터의 축 The Axis of Big Data
감독: 저우타오 Zhou Tao
러닝타임: 58분
시놉시스: 〈빅 데이터의 축〉은 중국 귀주성 산악 지대에 위치한 대규모 데이터 센터의 주변 환경을 탐험한다. 이 영화는 데이터 센터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이 시설을 품고 있는 산악 지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풍경의 본질을 포착하며, 데이터 센터 인근과 그 너머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생활상을 보여준다.
*
4차 산업혁명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매일 인공지능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을 듣곤 한다. 특이점에 도달했다, 학습하지 않은 내용을 스스로 깨달아 새로운 능력을 함양했다,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지배될 것인가, 기타 등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인공지능이라면, 그 재료는 아마 데이터가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다. 빅 데이터는 그 이름처럼 어마어마한 데이터일진대, 그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이터 센터 역시 엄청난 전력을 소비한다.
2022년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사건을 떠올려 보면, 데이터가 인간을 얼마나 지배하는지를 알 수 있다. 고작 카카오가 잠시 멈추었을 뿐인데 큰일이라도 난 듯 호들갑스러웠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금, 누군가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최첨단을 달리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태어나서 스마트폰이라고는 만져본 적이 없다. 이는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는데도 걸어서 또는 가축을 타고 이동했던 사람들이나, 전기 시스템이 만들어져도 촛불을 켜고 살던 사람들이나, 컴퓨터의 전원도 켜 본 적 없는 사람이 존재함과 마찬가지다.
가끔은 그 괴리가 이상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세대와 아예 그것을 만져본 적도 없는 세대가 공존한다는 사실이.

저우타오가 카메라에 담은 세계도 비슷하다. 데이터 센터 주변의 풍경을 섬세하게 탐방한다. 데이터 센터의 풍경으로 시작한 시선은 데이터 센터 밖을 향한다. 카메라는 가치 판단이나 평가 없이 그저 귀주성의 사람과 자연, 동물을 따라 횡단한다.
나무토막과 포대를 든 노인, 등이 굽은 노인, 허수아비, 일하는 노인, 사진을 찍는 관광객, 담배를 피우는 남자, 우비를 입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 가족, 잡초를 태우는 남자, 물가의 닭, 물고기, 흑염소....... 패치워크처럼 기워진 풍경이다.
푸른 농촌의 풍경과 희뿌연 안개, 그 속에서 점멸하는 데이터 센터의 불빛이 기이한 이질감을 만들어낸다.

챗GPT 등 인공지능은 사람도 아니면서 사람의 시늉을 한다. 물어보는 말에 재깍 대답하고, 답이 풀리지 않는 문제의 답을 알려 준다. 이제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그림을 그려 달라 하면 그림을, 노래를 만들어 달라 하면 노래를 만든다. 모르는 문제도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과연 기계만의 일일까. 모든 것의 뒤에는 사람이 있다. 챗GPT의 데이터를 걸러내는 작업은 케냐의 노동자가 시간당 2달러도 받지 못하고 처리했다. 최첨단 데이터 센터가 필요한 줄은 알지만, 그 데이터 센터가 건설된 주변에 마을이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우리가 누리는 혜택은 어쩌면 누군가를 착취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쉽게 잊힌다.
이번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좋았던 부분은, 비극장 상영 프로그램이었다. <빅 데이터의 축>은 극장 상영도 했지만, 상영관이 아닌 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빅 데이터의 축> 역시 레이킨스몰 2층의 전시공간에서 상시상영되어 오며가며 관람하게끔 설치되었다.
다큐멘터리가 어떠한 서사나 의미를 갖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서의 균열, 일상적 풍경에서의 낯설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지점에서부터 사고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
*
상영일정
9/28(토) 17:30-18:28
9/30(월) 14:00-14:58
그 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9/26-10/2) 동안 레이킨스몰 2층 마리나갤러리 연속 상영
Relative contents
-
- 빛은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음을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
그럼 어제는? 영화를 보다가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과거도 그냥 과거일까? 그렇다기엔 현재와 미래보다는 영향력이 큰 것 같다. 지금도 다음도 필연적으로 과거가 되니까 말이다.도쿄에서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일상은 굉장히 규칙적이고 단조롭다. 이웃의 빗자루질 소리는 그의 알람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전날 밤에 읽었던 책 페이지를 확인하고, 양치하고,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현관 앞 선반에 습관처럼 올려둔 짐들을 챙겨 출근을 한다. 문을 열자마자 매일 조금씩 다른 아침 하늘이 보인다. 그걸 보며 히라야마는 개운한 숨을 내뱉는다. 익숙하게 자판기에서 뽑은 캔커피를 마시고 올드팝을 들으며 출근한다. 정해진 화장실을 순회하며 깨끗하게 청소하고, 공원으로 가 사온 점심을 먹는다. 주머니에서 작은 필름 카메라를 꺼내 렌즈를 위로 향하게 꺾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찍는다. 뷰파인더는 볼 필요 없다. 그의 시야를 꽉 채우는 나무는 흑백의 과거로 남는다.퇴근하면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대중목욕탕에 가 깨끗하게 씻는다. 적적하지 않게 지하철 식당가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주말에는 밀린 빨래를 하고 사진을 인화한 뒤 새 필름을 구매한다. 다 감긴 카스트테이프는 익숙하게 연필을 꽂아 다시 원래 대로 돌려놓고, 자주 가는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고른 후 단골 술집을 찾는다. 은근히 자신을 더 신경 쓰는 여사장에 옅은 고양감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몸에 익은 나른한 시간들이 흐른다.히라야마의 일상을 보면 그가 꽤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장실 청소는 단순 노동처럼 보이지만 제시간에 끝내기 위해서는 순서가 중요하다. 안에 손님이 이용 중이신지 확인도 해야 하고, 놓치지 쉬운 곳이 많아 거울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또한, 화장실은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곳이니 청소를 한다고 이용객들에게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다. 늘 기다리는 건 히라야마다. 홀대하는 시선마저도 익숙한 모습을 보며, 우리는 그가 지금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자연스럽게 가늠할 수 있다. 일찍 퇴근해서 여유롭게 밥을 먹거나 목욕탕에 가는 것도 제시간에 일을 끝내야 가능하니 말이다. 히라야마의 일상에는 정제된 규칙과 순서가 있다. 그것들을 지켜야 사랑하는 책과 올드팝을 계속 곁에 둘 수 있다.그러나 히라야마의 일상은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다. 같이 일하는 후배 다카시(에모토 토키오)는 말도 많고 제멋대로에 일도 대충 한다. 곁에서 징징거리는 탓에 남은 돈을 다 빌려줬더니 저녁을 사 먹을 돈이 부족해진 히라야마는 꽤 값이 나간다는 올드팝 카세트테이프를 들며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집에서 대충 컵라면을 끓여 먹는 것으로 자신과 합의를 본다. 이 소동에 의외의 즐거움도 있었다. 시니컬해 보이는 후배의 여자친구 아야(야마다 아오이)는 히라야마의 올드팝 카세트테이프를 꽤 좋아한다. 물론 말도 없이 가져가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듣고 싶다는 아야의 부탁으로 둘은 차 안에서 함께 노래를 듣는다. 울적해 보이던 아야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 히라야마의 볼에 짧게 키스하고 사라진다.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찾아오기도 한다. 훌쩍 커버린 조카 니코(나카노 아리사)의 방문으로 히라야마의 고정된 일상은 미세한 변화를 맞이한다. 타카시와 함께 할 때와 달리 조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자신에겐 너무 익숙해진 풍경을 제삼자인 니코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어쩐지 10대인 니코는 히라야마의 조용한 일상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이나 카세트테이프에 관심을 갖는 조카에 기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에 작은 진동이 생긴다.‘테라핀’에 나오는 빅터라는 남자애 꼭 나 같아. 얘 기분 완전 알겠어.책이 마음에 든다며 조잘거리는 니코에 이미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 히라야마의 표정은 약간 복잡해진다. 이후 니코의 어머니이자 그의 동생인 케이코(이누야마 이누코)와 몇 년 만에 재회한다. 딱 봐도 부유해 보이는 케이코의 모습과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니코의 반응으로 우리는 히라야마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짐작한다.빅터처럼 될지도 몰라.안 돼. 그런 말 하지 마.니코가 말한 <11>이라는 단편집 속 <테라핀>에서 어머니에게 학대당하는 소년 빅터가 어머니가 사 온 식용 자라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결국 자라를 먹기 위해 끓이고, 그 모습을 본 빅터는 어머니를 살해한다. 케이코를 꼭 끌어안은 히라야마는 차가 떠나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적인 신이다.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여 평소처럼 책도 읽지 못하고 잔뜩 충혈된 눈으로, 그는 규칙적이고 정제된 일상을 통해 멀어지고자 했던 과거와 고독을 생각한다.히라야마는 굉장히 신사적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어딘가 벽이 느껴진다. 근무태만에 자신에게 매달려 돈타령을 하는 다카시를 향해 쓴소리를 할 법도 하지만 말없이 지갑을 연다. 그러나 그 모습이 젊은이를 이해해 주는 참된 어른의 넓은 아량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히라야마의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어쩐지 방어적이다. 사람이 많은 장소를 찾긴 하지만 그들과 간단한 대화만 나누고 가게 문이 닫혀 있어도 굳이 새로운 것을 찾지 않는다. 자기만의 단골집을 만드는 이유는 소박한 취향을 가진 탓도 있지만 동시에 삶의 변화를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작은 것들을 일상에 촘촘히 박음질 함으로써 그는 과거와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한다.그러나 히라야마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꿈’이다. 필름 카메라를 여러 장 겹친 듯 보이는 그의 꿈은 가까운 과거를 비추기도 하고, 아주 먼 기억을 꺼내 그를 흔들어 놓기도 한다. 지금과 다음을 만든 과거.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순간처럼 과거가 되어버리는 지금. 히라야마는 언제나 ‘다음’과 ‘지금’을 말하지만 꿈을 꾸지 않으면 내일은 오지 않는다. 과거는 내일로 가기 위해 필연적인 것이다.아무리 담백하다 한들, 삶이라는 것은 그리 계획대로 되지 않고 영원한 건 없다. 결국 다카시는 전화만 한 통 남기고 일을 그만둬 일을 독박으로 혼자 다 해야 했고, 평소보다 늦게 문을 연 술집에서는 여사장이 어떤 남자와 포옹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좌절한 그는 술과 담배를 사 강가로 간다. 히라야마에게 다가온 남자는 자신이 7년 전 여사장과 이혼하였으며, 암에 걸렸다고 설명한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는데.그림자는 겹치면 더 어두워질까요?남자가 지나가듯 툭 던진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히라야마는 처음으로 타인에게 무언가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림자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환한 빛 아래에 선다.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꿈과 사진을 닮은 그림자. 히라야마는 남자와 천진난만하게 그림자밟기 놀이를 한다. 그림자를 피하겠다고 자신의 삶에 들어오는 환한 빛을 더는 피하지 않는다. 그렇게 같지만 전혀 다른 아침을 맞이하며 비로소 자신이 선택한 삶을 온전히 만끽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이 고요한 삶조차 살아냄이라고. 그러나 나의 선택이니 만큼, 이번에는 후회는 없을 거라고. 그러니까 지금 이 기분은,‘Feeling Good.’
-
-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손석구 X[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의 만남!
1000만을 넘긴 <파묘>를 꺾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선<댓글부대>는 과연 파묘의 흥행을 이어받을수 있을까요?
<파묘> 개봉 32일 만에 누적관객수 1000만 돌파
<파묘>가 누적 관객수 1000파만명을 돌파했습니다. 2024년도의 첫 천만 영화를 기록했으며 687만명을 기록했던 <곡성>을 뛰어넘어 오컬트 장르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 3편의 오컬트 영화를 연달아 내놓아 성공하여 입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손석구 <댓글부대> 예매 10만명 돌파
<댓글부대>가 현재 예매 관객 수 약 10만 명을 넘어서면서 <파묘>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주목받은 안국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임상진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만전그룹 관련 기사를 썼다가 기사 오보로 판명나면서 정직 당한 뒤 만전그룹이 여론조작팀을 운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반격 준비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에이리언:로물루스> 8월 공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오는 8월에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맨 인 더 다크>를 연출했던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맡았으며 감독에 의하면 “전작을 봤든 보지 않았든 이 작품은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영화값 500원 싸진다 ‘부담금 면제’
정부가 32개 부담금을 폐지, 감면하기로 하면서 영화 티켓, 전기, 항공요금 등 가격이 인하될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2007년부터 영화 관객이 구입하는 입장권 가액의 3%를 부과금으로 걷어왔는데, 이 부담금은 영화발전기금으로 조성돼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독립, 예술영화 지원, 신인 창작자 발굴 등 영화 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데 쓰여왔습니다.
-
- [DMZ DOCS] 나의 조국은 홀로코스트의 방관자
어느 유대인의 삶
A Jewish Life
Cast
감독: 롤란트 슈로트호퍼, 크리스티안 케머, 플로리안 위겐세이머, 크리스티안 크로네스
출연: 마르코 파인골드
Synopsis
<어느 유대인의 삶>은 마르코 파인골드의 삶에서 일어난 사건과 우여곡절을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대를 살았던 그의 생존을 묘사했다. 마르코 파인골드가 나치 정권 때 겪었던 모든 경험은 현재 그의 존재를 정의하고, 영화는 파인골드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 및 그 인식이 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린 작품이다. (출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Review
2016년, <어느 독일인의 삶>이라는 작품으로 105세 할머니 브룬힐데 홈셀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던 네 명의 영화감독이 이번에는 105세 할아버지 마르코 파인골드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 할머니, 할아버지는 평범하신 분들이 아닙니다. 홈셀 할머니는 나치 선전장관의 개인 비서였고, 파인골드 할아버지는 홀로코스트의 생존 유대인이죠. <어느 유대인의 삶>은 전작과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졌으나, 절대 같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마르코 파인골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 ⊙ ⊙
히틀러, 그리고 나의 조국을 고발합니다
마르코 파인골드는 히틀러와 나치를 고발하며 한평생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화살은 오직 히틀러와 나치만을 향하지 않습니다. 그가 분노의 화살을 겨눈 또 다른 과녁은 바로 그의 조국 오스트리아입니다.
마르코 파인골드는 수많은 오스트리아 빈의 시민들이 히틀러와 나치 군인을 환대하려고 헬덴 광장에 모인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오랜 타국 생활로 유대인의 티를 감출 수 있었던 그는 광장 한복판에서 믿지 못할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했죠. 그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국의 유대인 척결에 앞장섰다고 비판합니다. 히틀러가 오스트리아에 발 들인지 고작 하루 만에 존경받는 의사는 더러운 유대인이 되었고, 유대인과 결혼한 비유대인은 가정을 깨버렸죠. 마르코 파인골드는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네 곳의 수용소를 거쳐 기적적으로 해방을 맞이했으나, 두 번 다시 오스트리아 빈에 발 붙이지 못했습니다. 입국을 거부 당했거든요. 이러한 치욕적인 대접은 7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마르코 파인골드를 분노하게 했습니다.
합병의 과정에서도, 탈나치화의 과정에서도 조국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유대인들. 마르코 파인골드는 주름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진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침묵을 택한 조국의 민낯을 밝힙니다. 105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그는 매우 정정합니다. 아직 이생을 떠나기엔 이르다는 듯이 말이죠. 그는 지금도 과거를 미화하고 부인하는 사람들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습니다. 진실을 오도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마르코 파인골드는 생을 끝마칠 수 없습니다. 매일 과거와 만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그는 끊임없이 이야기할 것입니다.
당시 오스트리아의 상황은 벼랑 끝에 내몰린 것과 같았다고 합니다. 실업률은 하늘을 찌르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넘쳐났죠. 히틀러가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일자리와 음식을 약속했다고는 하나, 어떻게 같은 나라 사람을 한순간에 배신할 수 있을까요? 이런 비극적 역사의 속살이 드러날 때면, 분노가 차오르면서도 ‘과연 나라면 달랐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에 다다라 슬퍼지곤 합니다.
⊙ ⊙ ⊙
흑백의 화면 속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
<어느 유대인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르코 파인골드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연극배우의 독백 같기도,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 같기도 하죠. 깊은 주름을 강조하는 흑백의 화면은 세월을 시각화하고, 카메라는 지난날을 떠올리는 그를 있는 그대로 담아냅니다. 정면에서, 측면에서, 가까이서, 멀리서. 변주되는 것은 오직 촬영 구도뿐입니다. 관객은 비극을 떠안고 살아온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죠.
파인골드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에는 ‘비극’으로 뭉뚱그려지는 역사를 직접 겪은 한 인간이 실질적으로 마주하는 고통들이 묻어있습니다. 독백 사이사이에 삽입된 뉴스 자료, 현장 영상 등의 아카이브 푸티지는 마르코 파인골드 개인의 이야기가 역사의 일면이라는 걸 알려주지만, 슬프게도 역사의 이면에는 결국 개인만이 남습니다.
생사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가족의 소식을 이야기하며, 그는 없음(nothing)과 함께하는 고통 속에 산다고 고백합니다. 굶주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수단인지도 담담하게 이야기하죠. 수용소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던 날들의 절망도 털어놓습니다. <어느 유대인의 삶>의 촬영 방식은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의 격동성과는 달리 한없이 고요합니다. 이야기에 힘을 더하기 위해 연출진이 선택한 독특한 방법이죠.
⊙ ⊙ ⊙
그의 말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방관자였습니다. 히틀러에게 협조하며 홀로코스트라는 살인 사업에 동조했고, 고국으로의 복귀를 막아버림으로써 생존자를 방치했죠. 21세기지만,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휴전국이고요. 파인골드 할아버지는 시민적 용기가 조직되었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유대인의 삶>을 통해 시대의 풍파 속에서도 가장 인간다운 선택을 하는, 더욱더 용기 있는 시민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겨봅니다.
Schedule in DMZ docs
2022.09.23(금)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101호 10:30
2022.09.27(화) 메가박스 백석점 2관 13:30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 09월 22일 - 09월 29일
-
- 너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이었어
학창 시절 가장 친했던 당신의 단짝을 기억하는가?
나의 단짝을 떠올려본다. '처음'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공유한 타인. 별거 아닌 일에도 눈만 마주쳤다 하면 깔깔 웃곤 했던 그때. 유머 코드도, 대화도 잘 통했던 우리. 오랫동안 함께 하리라고 믿었던 어린 나. 번호조차 모를 미래는 상상도 못 했다. 그 친구는 가끔 꿈에 나온다. 우리는 때로 화해를 하고, 때로 싸우고, 때로 예전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눈을 뜨는 순간 실제 같은 잔상은 빠르게 사라진다. 오묘하다. '오묘함'은 대체 어떤 감정인지 몰라서 어떻게 떨칠 수 있는지 모른다. 추억이 된 단짝과의 기억은 그렇다.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안생도 비슷한 아침을 보냈을까.
꼬꼬마 시절, 안생과 칠월은 같은 학교에 다녔다. 공통점이라곤 그거 하나인 것 같았다. 칠월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나 모범생의 길을 걸었다. 공부도 잘하고, 말썽도 안 피우고, 하라는 일은 착실히 해냈다. 안생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길을 만들어 갔다. 성향이 상극인 두 사람은 종일 붙어있다시피 한다. 정반대여서 끌렸을까?
▶ 그래야만 하는 칠월, 그래도 되는 안생
안생과 칠월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둘이 걷는 방향이 멀어진다. 안생은 공부 대신에 미용을 배우고, 칠월은 어려서부터 듣던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공부한다. 둘의 마음은 멀어지지 않았다. 안생은 여전히 칠월의 가족처럼 식탁에 앉는다. 칠월은 조금 불만이다. 저에겐 타박만 하는 어머니가 안생을 다정하게 대한다.
태도뿐만 아니라 들려주는 말도 다르다. 칠월에게는 바른 삶을 이야기한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고, 그마저도 힘드니까 좋은 대학에 가서 적당한 때에 결혼을 해야 한다며. 칠월은 그 조언을 진리라고 믿었다. 한 번도 엇나가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안생은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자유분방함과 씩씩함, 복스럽게 먹는 모습 따위에 대한 칭찬만 들었다.
칠월은 친딸이고, 안생은 딸의 친구라서 하고 싶은 말이 달랐을까? 어쩌면 둘이 태생부터 다르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칠월은 얌전하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유약한 아이. 안생은 밝고, 쾌활하고, 재밌고, 흥이 많은 아이. 안생이 훔쳐온 귀걸이를 칠월의 어머니께 선물하자, 칠월은 도덕성에 어긋난 안생의 행동을 꼬집는다. 안생은 언젠가 갚을 생각으로 가져온 거라 훔친 게 아니라고 답한다. 칠월의 어머니가 사실을 알게 되면, 안생보다는 친구를 말리지 않은 칠월을 나무랄 것이다. 칠월을 '그래야 하는' 아이로 키워왔다.
안생은 곧 넓은 세계로 나가겠다며 고향을 떠난다. 칠월은 고향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우직하게 자리를 지킨다. 대학교에 입학하자, 이제 꼭 해야 하는 공부는 끝났다. 앞으로 할 일을 직접 찾아야 한다. 호기심과 들뜸을 안고, 저마다 관심 있는 동아리 부스로 찾아가는 사람들. 칠월은 그 가운데에 우뚝 서 있다. 하고 싶다는 욕구를 품어본 것도, 그 욕구를 따라가 해소한 경험도 없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잃었다.
결국 주어진 길로 돌아온다. 칠월은 목표했던 신문방송학과 대신 경제학과를 졸업해 은행원으로 취직한다. 스물일곱에 애인과 결혼하면, 적어도 가족이 말했던 여성에게 안정적인 길은 따라갈 수 있다. 안생은 긴 시간 세상 곳곳에서 칠월에게 편지를 쓴다. 매 편지마다 직업도, 머무는 장소도, 어울리는 사람도 다르다. 매일을 다르게 사는 안생은 문득 재미를 잃는다. 지친 것이다. 오랜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고향, 칠월에게 돌아간다.
▶ 나는 네 존재만큼 부족하다
둘은 상해로 여행 간다. 칠월은 처음으로 고향에서 벗어났다. 정해진 길을 충실히 산 덕에 여행자금이 풍족하다. 하루하루 사는 것에 족하던 안생은 돈이 없다. 안생의 안내로 낡은 여관으로 간 둘. 칠월은 자신이 돈을 내겠다며 고급 호텔로 데려간다. 식사를 하러 나온 둘. 안생은 칠월에게 제가 살아온 방식을 보여준다. 바텐더에게 술 10병을 팔면 자신에게 공짜로 1병을 주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시끌벅적한 테이블로 가 내기를 건다. 20초 안에 안생이 한 병을 다 마시면 추가로 10병 시키기로. 안생은 해낸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술병을 따는 안생. 잠시 머물렀던 테이블에서 두 남자가 다가와 말을 붙인다. 안생은 친구가 술을 못한다며 자연스레 거절하려고 한다. 칠월은 술잔을 단숨에 비운다. 당황한 안생, 다시 빌붙으려는 남자들을 융통성 있게 쫓아낸다. 상황을 가볍게 넘기려고 애써 농담을 붙이는 안생. 칠월은 날카롭게 받아친다. 감정은 말이 오갈수록 격해지고, 결국 안생의 언행이 저급하다고 깎아내린다. 안생도 지지 않았다. 고향을 떠나지 못한 칠월을 비꼰다. 상처만 남은 여행은 각자 찢어진 채로 끝난다.
안생에게 있는 것이 칠월에게 없고, 칠월에게 있는 것이 안생에게 없다. 전자는 자유로운 사고, 친화력, 추진력이고 후자는 따뜻한 가정, 안정적인 삶이다. 둘은 서로를 사랑하는 동시에 부러워한다. 성격과 가정환경은 후천적으로 창조할 수 없다. 절대 가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갖고 싶어 하고, 그것을 가진 이의 자랑에 자존심이 깎인다.
둘의 사이는 극악으로 치닫는다. 칠월의 삶은 안생과 애인뿐이었다. 칠월이 가졌기에 안생은 가질 수 없는 사람, 칠월의 애인 가명. 오래전, 안생이 떠나기 전에 가명은 가장 소중한 목걸이를 안생에게 주었다. 둘의 이상한 분위기를 두 눈으로 보았음에도 칠월은 모른 척했다. 둘 다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안생에게 뺏기기 싫었다. 안생을 다시 만난 칠월은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낸다. 칠월이 이전에 저급하다고 말했던 방식대로 안생을 공격한다.
느지막이 칠월은 깨닫는다. 정해진 수순을 따라서 가명과 결혼을 해도 행복은 없을 것이다. 살면서 온전히 자신 뜻대로 무언가를 한 적도, 원한대로 된 적도 없었다. 칠월은 큰 결심을 단행한다. 가명에게 결혼식 날 도망가라고 말한다. 그래야 자신도 당당하게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며. 그렇게, 둘의 사이는 끝났다. 고향을 벗어나 혼자 살아가던 칠월은 안생을 찾아간다. 부른 배를 안고서.
안생은 직장을 잡고, 결혼할 애인을 옆에 두고, 한 곳에 머문다. 예전의 칠월이 살던, 매일이 똑같은 삶이다. 칠월은 지난 일들을 털어놓으며 미움, 분노, 억울함까지 고백한다. 그리고 자유를 갈망한다. 안생처럼 이곳저곳 정처 없이 떠도는 삶, 정해진 길이 없는 삶, 하고 싶은 것을 주저 없이 따르는 삶. 안생과 칠월은 서로의 인생을 바꾸기로 한다. 칠월의 아이는 안생이 맡고, 칠월은 생애 첫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 그래서 너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이었어
자유를 얻은 칠월은 안생의 흔적을 따라간다. 여관, 유람선, 바, 거리. 안생은 후에 가명을 만나 칠월의 이야기를 전한다. 가명은 안심한다. 하지만 안생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진다. 가명이 현실이라고 믿는 그 이야기는 사실 안생이 쓴 소설의 픽션 부분이었다. 칠월은 아이를 세상에 남기고 죽었다. 자유를 한 번도 느끼지 못하고 떠난 친구의 명복을 안생이 빌어주기로 한다. 적어도 소설 속 칠월은 어디든 갈 수 있고, 얼마든 머물 수 있고, 무엇이든 즐길 수 있다.
누가 만든지도 모를 길을 견뎌내느라 지쳤을 칠월, 자유에 손 뻗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헐뜯던 칠월, 자유를 쉽게 얻은 안생을 미치도록 부러워했던 칠월. 신중하고, 겁 많고,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이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화재경보기를 장난으로 울리려고 한다. 안생은 경보기를 감싼 유리를 깨뜨리려고 돌멩이를 쥐었지만, 망설인다. 뒤에 있던 칠월이 안생의 손을 잡고 유리를 부쉈다. 스릴을 즐기고, 겁 없고, 장난기 많았던 칠월. 정해진 길을 걷기 위해서 제거해야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안생이 그린 칠월의 자유로움은 칠월의 바람이 깃든 것만은 아니다. 잃어버린 칠월을 되찾은 이야기이다.
'너 자신을 알라'.
사회의 무수한 기준, 잣대, 평가에 나를 욱여넣던 지난날. 이제 뒤돌아 자신이 찍은 발자국을 살펴볼 시간이다. 내가 원했던 방향을 걷고 있는지, 이상과 다르다면 얼마나 다른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그래서 어떻게 할지. '나'에 관한 답을 만들어 갈수록 생각은 명확해지고, 길은 뚜렷해진다. 물론 어렵고 힘든 여정이다. 하지만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당신 자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해볼 만하지 않을까?
*사진 출처는 모두 네이버 영화입니다.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원작
도서 칠월과 안생
러닝타임
110분
감독
증국산
출연
주동우(안생 役), 마사순(칠월 役), 이정빈(가명 役) 등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박윤혜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4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일주일 중 가장 힘든 수요일 Hump Day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4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웅남이> 베트남 박스오피스 1위 차지
ⓒ 네이버 영화
해외 배급을 맡은 CJ ENM과 박스오피스 베트남에 따르면, 박성광 감독의 영화 <웅남이>가 베트남에서 개봉 3일 만에 베트남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고 합니다. <웅남이>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웅남이’의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입니다. <웅남이>는 지난 7일 개봉된 대만을 시작으로 베트남에서도 개봉하며, 국내의 코믹 신드롬을 해외에서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허광한, 백상예술대상 시상자로 내한
ⓒ 네이버 영화
<상견니>로 국내에서도 다수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배우 허광한이 오는 4월 28일 개최되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의 유일한 외국 배우 시상자로 초청된 배우 허광한 주연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국내에서 5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음 소희>, 해외 영화제 연이어 수상 쾌거
ⓒ 네이버 영화
배우 배두나와 김시은 주연작 <다음 소희>가 제45회 크레떼이유 국제 여성 영화제 젊은 관객 부문 최우수 장편 영화상, 제3회 랭스 폴라 스틸러 영화제 심사위원상, 제2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한편, <다음 소희>는 프랑스에서도 현지 유력 언론 매체들로부터 찬사를 얻었고, 개봉 2주 차에 51,68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상영관 수가 확대되기도 하였습니다.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이선균·주지훈 주연 <탈출>, 칸 국제영화제 초청
ⓒ CJ ENM
이선균·주지훈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가 오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었습니다. 영화는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연쇄 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신과 함께> 시리즈의 연출을 맡았던 김용화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굿바이 싱글>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트와일라잇>, TV 드라마로 제작
ⓒ 네이버 영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소설, 영화 시리즈 <트와일라잇>이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미국 매체 '더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드라마 <트와일라잇>은 라이온스케이트에서 개발 중이며, 원작자인 스테파니 메이어가 제작에 참여하고,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 5편의 프로듀서였던 윅 갓프레이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엘리멘탈>,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
ⓒ 네이버 영화
영화 <엘리멘탈>은 불, 물, 흙, 공기인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엘리멘탈>은 <업>, <인사이드 아웃>, <소울>에 이어 4번째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입니다. <엘리멘탈>은 개봉 전부터 놀라운 작품성과 독창적인 비주얼로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주 만에 매출 1조 원 돌파
ⓒ 네이버 영화
닌텐도 인기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영화화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개봉 18일 만에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영화는 미국 포함 아메리카·유럽·호주 등에 개봉한 후 23일까지 누적 매출 8억 7,183만 달러(약 1조 1,63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제작비 1억 달러의 8배가 넘는 기록입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오늘(26일) 국내 개봉하였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곧 주말이 다가오니 조금만 더 힘내서 시간을 보내봅시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HIZY였습니다 :)
-
- 웡카 | 초콜릿은 본디 달콤하고, 씁쓸하고, 따뜻한 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술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가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마침내 발을 들여놓는다. 그의 꿈은 백화점 안에 웡카 초콜릿 가게를 열고, 홀로 연구한 세계 최고의 초콜릿을 선보이는 것.
하지만 의식주는 물론 인맥도 없는 웡카는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그는 온갖 진귀한 재료를 배합해 만든 특별한 초콜릿으로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만,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한다. '슬러그워스'(패터슨 조지프)를 필두로 한 초콜릿 카르텔 삼인방과 카르텔에게 뇌물을 받은 '경찰서장'(키건 마이클 키)이 그를 방해하기 때문.
심지어 여인숙 주인 ‘스크러빗 부인’(올리비아 콜맨)과 ‘블리처’(톰 데이비스)의 농간에 놀아난 나머지 웡카는 빚더미에 올라앉고, 밤마다 초콜릿을 훔치는 도둑 ‘움파룸파’(휴 그랜트)도 그를 괴롭힌다. 그러나 웡카는 같은 꿈을 지닌 소녀 '누들'(칼라 레인)과 여러 친구를 만난 후 여러 난관을 기어코 돌파해 내고, 다시 한번 초콜릿 가게를 열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몽상가 윌리 웡카를 노래하다
윌리 웡카. 범인은 이해 못 할 괴짜, 천재 발명가, 수완 좋은 사업가. 그는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세계 최고 초콜릿 공장의 주인으로, 누구나 한 번쯤 보거나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다.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1971),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을 통해 영상화되기도 했다. 전자에서는 진 와일더의, 후자에서는 조니 뎁의 연기가 주목받았다.
그런데 그의 과거는 유명세에 비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원작 소설에서 짧게 언급될 뿐이다. '찰리'의 할아버지인 '조'에 따르면 윌리 웡카의 첫 공장은 피켈그루버, 프로드노스, 슬러그워스라는 경쟁사의 계략 때문에 망했다. 이후 몇 년간 잠적했던 그는 돌연 움파룸파 사람들을 데려와 다시 공장 문을 열였다. 이게 전부다. 그나마 팀 버튼의 작품에서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간략하게 등장했다.
<패딩턴> 시리즈의 폴 킹이 메가폰을 잡은 뮤지컬 영화 <웡카>는 베일에 싸인 그의 과거를 풀어낸다. 전체 줄거리는 소설 내용을 따른다. 대신 세부 상황과 캐릭터를 각색해 이전 두 영화와는 또 다른 모습의 윌리 웡카를 만들었다. 진 와일더의 웡카가 자상하면서도 섬뜩한 괴짜, 조니 뎁의 웡카가 반쯤 미친 '어른이'라면, 세 번째 웡카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몽상가에 가깝다.
밀크 초콜릿처럼 달콤한 몽상
윌리 웡카의 몽상은 두 가지다.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겠다는 야심, 그리고 어릴 때 죽은 엄마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염원. 이 둘은 별개가 아니다. 윌리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선보일 때, 그의 옆에 있겠다고 엄마가 약속했기 때문. 이는 윌리가 엄마의 마지막 초콜릿을 차마 못 먹고 오래도록 간직하는 이유다. <웡카>는 두 매개체를 이용해 이 웡카의 몽상을 성공 신화로 탈바꿈한다.
첫 번째 매개체는 뮤지컬이다. 윌리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몽상이 노래와 춤을 통해 화려하게 뿜어져 나온다. 윌리가 달콤 백화점에 처음 발을 디딘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때 영화는 그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뮤지컬과 백화점 한가운데서 윌리 혼자 미친 듯이 춤추는 코미디를 교차해 보여준다. 이는 몽상에 불과한 그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처럼도 보인다.
윌리가 처음 만난 친구 누들은 자칫 불가능해 보이는 그의 꿈을 현실로 끌어당겨 준다. 누들은 스크러빗 부인 밑에서 하인처럼 길러진 고아로, 친부모와 재회하는 꿈을 꾼다. 윌리와 누들은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친구가 된다. 또 윌리는 누들 덕분에 초콜릿 카르텔의 방해를 피할 사업 전략을 떠올리기도 한다. 불우한 성장 환경 때문에 실용적으로 사고하는 누들이 그의 몽상에 현실감을 불어넣기 때문.
이는 <웡카>에서 현실과 몽상 사이를 넘나드는 뮤지컬 장면이 유달리 돋보이는 이유다. 그의 몽상 중 초콜릿처럼 달콤한 대목만 모은 듯하다. 윌리와 누들이 경찰을 피해 온 시내를 누비며 초콜릿을 파는 장면, 윌리와 엄마의 추억을 가득 담아낸 웡카 초콜릿 가게를 마침내 오픈하는 시퀀스처럼. 윌리와 누들이 서로의 꿈을 지키고, 함께 이루자고 다짐하며 밤하늘을 나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다크 초콜릿 마냥 씁쓸한 현실
그러나 초콜릿이 항상 달콤하지는 않은 법. <웡카>가 다크 초콜릿처럼 씁쓸한 순간도 적지 않다.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물질주의에 찌든 어른과 아이들이 그들을 닮아가는 세태를 풍자한 원작 소설과 맥을 같이한다. <웡카>는 윌리 웡카와 초콜릿 카르텔의 갈등을 통해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기득권의 욕망과 부정부패를 비판한다.
초콜릿 카르텔은 새 초콜릿 메이커의 등장을 제도적으로 막아 독과점 시장을 유지한다. 초콜릿 판매법이 그들의 무기다. 법에 따르면 초콜릿은 가게에서만 팔 수 있다. 그 때문에 윌리는 난관에 부딪힌다. 거리에서 초콜릿을 팔지 못해 돈을 못 벌고, 돈이 없어서 가게를 못 구하고, 가게가 없으니 결국 초콜릿을 못 팔기 때문. 이는 초콜릿 카르텔이 몰래 빼돌린 초콜릿을 뇌물 삼아 경찰서장과 주교 등을 구워삶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가족 영화이기 때문인지 비판적인 메시지가 직설적이지는 않다. 악역을 동화 속 욕심 많은 빌런처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게 그 일환이다. 초콜릿 카르텔은 느끼하다고 느껴질 정도고 끈적한 노래를 부르고, 초콜릿을 뇌물로 받은 경찰서장은 자기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체중이 불어난다. 하지만 그들이 잔혹한 계략을 꾸미는 대목 등에서는 새 도전자를 쳐내는 각계의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은연중에 드러난다.
핫초코처럼 따뜻한 프리퀄
다만 씁쓸함 덕분에 <웡카>의 끝은 핫초코처럼 따뜻하다. 관객의 마음을 녹여준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와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왕 윌리 웡카를 보다 보면 자연히 위로와 응원을 받을 테니까. 윌리가 만들어 준 특별한 초콜릿을 먹은 후, 가난하면 항상 질 수밖에 없다고 자조하던 누들이 한줄기 희망을 맛보듯이.
영화의 교훈에도 힘이 실린다. 엄마의 마지막 초콜릿을 마침내 먹는 순간, 윌리는 그녀의 편지를 발견한다. 남과 함께 나누는 초콜릿이야말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이라는 내용의 유언을 읽는다. 이 메시지는 예상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윌리가 초콜릿을 독점하려고 갖은 수를 쓰던 초콜릿 카르텔과 치열하게 싸운 후이기 때문. 그에게 엄마와 초콜릿이 동의어라는 사실을 관객이 충분히 인지하기도 했고.
원작과의 연결고리라서 더 인상적이다. 소설에서 윌리 웡카는 찰리 버켓을 자기 후계자로 지명한다. 가난에 쪼들리는 와중에도 초콜릿을 욕심내지 않은 찰리에게서 웡카는 엄마의 유언을 발견했을 테니까. 더 나아가 곳곳에 숨은 오마주도 빛을 발한다. 웡카가 왜 하필 황금 티켓을 만들었는지, 공장에 왜 거대한 초콜릿 강이 있는지 그 이유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어떤 초콜릿이든 많이 먹으면 질린다
다만 초콜릿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금방 물리듯이, <웡카>도 끝으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 원인은 두 가지다. 우선 장르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한다. <웡카>는 팀 버튼의 2005년도 영화보다는 1971년도 영화의 오마주에 가깝다. 윌리 웡카의 의상, 세트와 움파룸파 족 디자인, 주연 배우의 외형만 봐도 알 수 있다. 달리 말해 <웡카>는 1971년도 영화처럼 뮤지컬 판타지 영화이자 아동 겸 가족 영화로 기획됐다.
그러다 보니 위기를 거쳐 절정에 다다르는 대목은 성인 관객 기준으로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는 케이퍼 무비의 플롯을 차용해서 윌리와 초콜릿 카르텔의 갈등을 풀어나간다. 그런데 윌리와 누들이 초콜릿 카르텔의 비밀 사무실에 침투하고 빠져나오는 과정에 운과 우연이 자주 끼어든 나머지 극의 짜임새가 느슨해진다.
여기에 뮤지컬 시퀀스를 초중반부에 집중한 선택도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 짜임새가 벌어지는 가운데, 이를 상쇄할 뮤지컬 장면도 없다 보니 빈 공간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 이처럼 한 번 떨어진 극의 밀도는 휴 그랜트의 움파룸파가 등장하는 장면처럼 코믹한 연출로도 미처 채워지지 않는다. 초반 씬스틸러인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의 등장 횟수가 줄어든 것도 한 몫한다.
Acceptable 무난함
남녀노소 모두 꿈꿨을 바로 그 초콜릿
-
-
- 마이티 토르와 다시 돌아온 토르! 마블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Rabbitgumi 입니다!
토르의 새로운 단독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이번에 4번째 토르 단독 영화인데요.
1편과 2편에서 아쉬움이 가득한 평가를 받았던 시리즈지만,
3편에서 타이카 와이키키 감독이 연출하면서 재치 넘치는 영화로 재탄생했죠.
4편도 같은 감독이 연출해서 그 분위기는 유지됩니다.
그럼 과연 이게 효과적으로 마블에 안착했을까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https://rabbitgumi.stibee.com/
브런치는 아래 링크에서!!
-
- 영화 <더 마블스> 메인 예고편
한 팀이 되면 모든 게 바뀌고 모두가 바뀐다! 환상의 팀워크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
- 영화 <학교 가는 길> 메인 예고편
전국 특수학교 재학생의 절반은
매일 왕복 1~4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전쟁 같은 아침을 맞이한다
장애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특수학교
아이를 위해 거리로 나선 엄마들은
무릎까지 꿇는 강단으로 맞서는데…
세상을 바꾼 사진 한 장,
엄마들의 용기 있는 외침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