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9-23 10:18:02
9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베테랑2> 560만 돌파, 10일 연속 1위
<베테랑2>가 개봉 2주차 만에 누적 관객수 56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주말 동안 91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주말 동안 4만 4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이와 함께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3위 자리에 안착했습니다.
한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트랜스포머 ONE>의 개봉에도 불구하고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누적 수익 약 3000억 원을 기록,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트랜스포머 ONE>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2위에 머물렀으며,
<스픽 노 이블>이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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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 머더 : 이웃집 살인사건
아메리칸 머더 : 이웃집 살인사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2018년에 미국에서 벌어진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콜로라도주의 평범한 한 가족에게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범인이 가장인 크리스였다. 아내와 아이가 실종되었다는 신고를 한 것은 죽은 크리스의 친구이자 직장 동료였고, 남편 크리스는 아내와 아이들이 그냥 사라졌다고 말한다.
섀넌은 임신 상태였고, 어린 두 딸이 있으며, 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부터 두 사람은 별거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별거의 직접 원인은 섀넌과 시어머니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으로 보이는데, 크리스의 어머니가 손녀들에게 준 음식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었고, 이걸 두고 섀넌이 시어머니에게 크게 화를 냈다고 했다. 게다가 섀넌과 크리스의 결혼식에 크리스의 부모는 참석하지 않았는데, 섀넌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했다. 크리스의 입장에서는 축복받지 못한 결혼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고, 크리스가 섀넌을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며 구애했고, 섀넌은 크리스의 구애를 여러번 거절했지만, 결국 그와 결혼하게 되고,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갔다고 섀넌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일상을 꾸준히 올렸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 건 섀넌과 시어머니의 충돌 뿐이었고, 그것도 시간이 조금 지나서 섀넌이 크리스에게 사과했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시어머니에게 대들고, 험한 말을 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섀넌과 결혼할 때 110kg이었던 크리스는 꾸준히 운동해서 84Kg까지 감량하고, 탄탄하고 보기 좋은 몸이 되는데,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이들과 잠깐 놀아주고 계속 운동만 하는 크리스를 보면서 섀넌은 미칠 것 같다고 친구에게 말한다.
섀넌과 아이들의 실종 직후, 경찰은 크리스에게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을 용의가 있느냐고 묻고, 크리스는 동의한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크리스의 대답은 거짓말로 탐지되고, 수사관들은 진실을 말할 때가 되었다고 설득하는데, 이 과정에서 크리스가 운동을 매우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 몸무게가 많이 줄고, 몸이 탄탄하고 보기 좋게 바뀐 것을 언급하면서,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나중에 드러나지만, 매우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수사관들은 섀넌과 아이들의 사진을 크리스에게 보여주며 묻는다. 실종 직후부터 지금까지 아이들 사진을 보면서도 당신은 울지 않았다. 아이들이 사라진 것이 슬프지 않은가. 크리스는 아이들이 어딘가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는 사람이라면, 크리스가 너무나 덤덤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크리스는 수사관들에게 아버지를 불러달라고 말하고, 아버지와 둘이 있는 자리에서 자백한다. 섀넌이 아이들을 먼저 목졸라 죽였고, 그걸 알게 되어서 자기도 섀넌을 목졸라 죽였다고 말한다. 바깥에서 영상으로 크리스의 자백을 확인한 수사관들이 들어와 크리스에게 곧바로 묻는다. 새년과 아이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크리스가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한 직접 동기는 새로 만난 여자와 새로운 출발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보통이라면 정식으로 이혼하고 새출발을 하지만, 크리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이 친정에 가 있는 동안 다른 여자를 만났고, 카드를 쓴 것이 아내에게 들통났다.
크리스는 충동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미 살인을 계획하고 있었고, 아내 섀런을 먼저 살해하고, 트럭에 싣고,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으로 가서 두 아이를 목졸라 살해해 거대한 오일탱크에 떨어뜨렸다. 크리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거나 거짓말을 하면서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수사에 혼선을 주었다.
재판 과정에서 크리스는 검사가 제시한 모두 아홉 건의 범죄를 모두 시인했으며, 그 내용에는 섀런의 살인, 두 아이의 살인, 세 명의 시신 유기 및 훼손 등이 포함되었다. 재판부는 크리스에게 세 번의 사형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고, 그는 지금 감옥에 있다.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세 명의 가족 가운데 누군가 살해당하고 있는데, 이들을 살해하는 대부분은 가장인 남성이며, 남성들의 가족 살해는 우발, 충동이 아닌, 사전 계획된 살인이라고 한다.
크리스는 가족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는 전과가 전혀 없는, 매우 건실하고 평범한 중하층 가정의 백인이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걸로 봐서, 그는 마약도 하지 않고, 결혼 전과 후에도 괜찮은 직장을 다니며, 직장에서도 성실하다고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왜 가족을 살해하게 되었을까. 단지 새로운 여자가 생겨서? 자기가 새출발을 해야 하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걸림돌이라고 생각해서?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설령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고 해도 아내와 아이를 죽이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심, 상상도 하지 못한다. 게다가 섀넌은 죽기 직전까지 크리스에게 더 좋은 아내, 아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즉, 가정을 파탄낸 것은 크리스였으며, 그는 섀넌과의 애정이 식었다고 수사관에게도 말했다. 별거 이야기가 나온 상태였고, 섀넌이 결혼 생활을 지속할 의지를 보이자, 크리스는 새로 만나고 있는 여성과 관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혼을 하게 되어도 이혼소송과 소송비용, 섀넌에게 주어야 하는 절반의 재산과 세 아이 - 섀넌은 임신하고 있었다 - 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에 대한 강한 압박이 있었을 거라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크리스를 싸이코패스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미 수사관들은 크리스가 경찰서 심문실에 들어오는 순간, 범인이라는 걸 확신할 정도로, 크리스의 태도는 매우 어설프고, 자기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 드러나게 보여주고 있었다. 심지어는 크리스의 이웃집에 사는 사람도, 자기집 CCTV를 경찰에 보여주면서, 크리스가 평소와 많이 다르다고, 수상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태도는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즉, 크리스는 새로운 여자를 만났고, 지금의 결혼생활을 후회하며 끝나길 바라지만, 아내 섀넌은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하고, 이혼하게 되면 많은 압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결국 가족을 살해할 마음을 갖게 되지만, 자신이 한 짓이 얼마나 참혹하고 어처구니 없는 짓인지 알지 못하는 한심하거나 멍청한 남성의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코언 형제가 만드는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멍청하고 한심한 계획들이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미국 전체에 알려지면서 충격을 준 사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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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남자의 활어회 같은 입담여행, <트립 투 그리스>
- 트립 투 그리스(The Trip to Greece, 2020)
제작 : 영국, 코미디 │ 감독 :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103분"소소한 행복감을 계속 선사하던 시리즈를 그리스에서 제대로 마무리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영국 대표 배우 스티브 쿠건 & 롭 브라이든
환상의 팀워크로 완성한 낭만 가득 여행기
여행이 한결 다채로워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좋은 사람과 함께할 때, 그리고 여행에 대한 풍부한 교감으로 그 깊이를 확장할 때. 영화 <트립 투 그리스>의 두 남자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떠나는 여행은, 그 두 가지 여건을 충족시키는 여행이 아닌가 싶다.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영국의 내로라하는 배우이자 입담꾼들이다. 그들이 함께 여행을 시작한 건 <트립 투 잉글랜드>에서였다.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은 이 영화의 영감을 실제 두 배우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얻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유머와 풍부한 지식은 그렇게 ‘트립’ 시리즈가 되어, 잉글랜드에서 이탈리아로,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으로, 이번에는 그리스로까지 넘어왔다.
중년 남자 두 명이 떠나는 여행이 그리 재밌을 줄은 미처 몰랐다. 마치 다듬어지기 전의 비방용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주고받는 서로를 향한 짓궂은 장난과 성대모사 등은 기본이고, 그때 그때 여행지에서 떠올리는 노래와 상황극 등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이어진다. 감독이 영감을 받았다던 두 사람의 대화가 어떤 것이었을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해박한 지식 또한 영화를 보는 재미에 한 몫한다. 두 배우의 나이는 50대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오는 동안 켜켜이 그들의 삶에 쌓여온 문화예술과 역사, 미식에 대한 잡다한 지식들은 그들이 끊임없이 농담 같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적극 활용된다. 물론 영화 촬영을 위해 사전에 전달된 상황과 정보들은 몇 가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소수의 사전 정보를 제외한다면 절반 이상이 거의 두 배우의 즉흥적인 티키타카로 채워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영화의 정체성은 바로 그 날 것의 힘에 있었다. 여행지를 다니면서, 빼어난 음식을 맛보면서, 두 배우가 떠오르는 대로 아는 대로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그 대화가 곧 씬이 되고 영화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트립 투 그리스>다.
그러다가도 문득문득 그들이 가족의 구성원이자 가장이라는 느낌을 선뜻 느끼게 하는 대목도 존재한다. 스티브의 아버지는 여행 중 병세가 심해지시는데, 그때마다 아버지의 상황을 아들로부터 듣는 스티브의 모습은 영락없는 50대 가장이자,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롭도 마찬가지다. 그는 시종일관 스티브를 놀리고 개구진 성대모사를 하다가도, 아내나 딸과 통화할 때면 영락없는 애처가 기질을 드러낸다. 두 배우의 사회적인 모습과, 개인적인 면을 둘 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묘미가 더욱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두 배우가 함께 ‘트립’ 시리즈로 호흡을 맞춘 지도 어언 10년. 두 배우의 어디서도 본 적 없던 활어회 같은 형태의 여행을 보고 있자니, 이상은의 <삶은 여행>이라는 노래의 노랫말이 문득 떠오른다.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호흡을 맞추며 보낸 두 사람의 시간 또한 커다란 의미에서 여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의미를 모를 땐 하얀 태양 바라봐 / 드넓은 이 세상 어디든 평화로이
춤추듯 흘러가는 신비를 / 오늘은 너와 함께 걸어왔던 길도
하늘 유리 빛으로 반짝여 /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 50대가 된 두 배우, 두 사람의 관록, 여행과 우정,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라는 뻔하지 않는 여행 테마, 날 것의 대화. 이 모든 요소들이 트립 시리즈를 관통하는 색이자 매력이 아닐까.
<트립 투 그리스>를 끝으로 트립 시리즈는 마무리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이 시리즈 덕에 알게 된 두 배우의 남은 발자취는 두고두고 응원하게 될 것 같다. 삶이라는 여행이 언젠가 끝난다던 이상은의 노래처럼, 두 배우는 서서히 노년이 되어가겠지. 하지만 두 사람을 보고 나면 인생이든 진짜 여행이든,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아진다.
성격도 꿈도 다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 메이트가 되어주었던 두 사람을 보는 103분 동안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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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재회, 그리고 이별
김고은과 정해인이 커플로 나오면서 그 케미가 얼마나 좋을지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개봉 당시 봉오동전투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차지했던 작품이어서 기대를 했었지만 과연 그만큼 인기가 있었어야 했을 작품이었는지는 의문이 남은 작품이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시놉시스
"오늘 기적이 일어났어요."
1994년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는 우연히 찾아 온 현우를 만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연락이 끊기게 된다."그때, 나는 네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기다렸는데…" 다시 기적처럼 마주친 두 사람은 설렘과 애틋함 사이에서 마음을 키워 가지만 서로의 상황과 시간은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계속되는 엇갈림 속에서도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는 두 사람. 함께 듣던 라디오처럼 그들은 서로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을까?
* 해당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운명인건가?
이어질 사람은 이어진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된다 라는 말을 여실이 보여주는 작품이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어쩜 저렇게 우연히도 계속 마주치는 인연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없는데 말이다.
소년원에서 나오고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현우가 떠난 뒤 우연히 빵가게 앞에서 다시 만나고 그렇게 군대를 갔다가 헤어지고 이메일 비번을 안 알려줘서 연락을 못하다가 미소가 원래 살던 집으로 들어가며서 기적적으로 다시 연락이 되고 그런데 하필 사고가 터져서 못만나다가 미소가 일하는 출판사 윗층에서 작업을 현우가 하게 되면서 다시 만나고 이 무슨 기적같은 우연인가? 영화기에 가능한 것인가 싶으면서도 10년에 해당하는 시간은 2시간 안에 압축시켜서 보다보니 여러번의 우연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좋았던 작품
스토리 전개가 5년 단위로 진행되다 보니 조금씩 뚝뚝 끊기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 스토리 전개를 이겨낸 김고은과 정해인의 연기력에는 박수를 보낼만 했다.
정해인은 그간 바른생활 사나이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소년원을 다녀온 캐릭터가 어울릴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괜찮게 어울렸던 것 같다. 김고은 역시 헤어지는 여자의 마음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을 때의 설렘을 정말 잘 표현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우와 미소가 헤어지고 미소가 편집장의 차를 타고 떠날 때 그 무너지는 감정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서 같이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작품이었나?
그러면서도 의문이 드는 점은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만큼 작품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걸작은 아니었다. 감수성을 충분히 자극할만큼의 연출이 뛰어났던 작품이라고 느껴질 만큼 무언가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러한 일상이 사람들에게 평범함으로써 인기를 끈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스펙타클하고 화려한 다른 영화에 비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담백한 작품이어서 그런것인가? 솔직히 김고운과 정해인이라는 배우 덕에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던 작품이었다.
개봉 당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하지만 아직까지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었을 이유를 못찾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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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이란 무엇인가
임신과 출산은 인간에게 엄청난 사건이다. 생명으로 태어나 삶을 누리다가 나와 비슷한 생명을 낳고 주검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삶의 순환이다. 우리의 몸은 생명을 낳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간은 임신과 출산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동물이다.
임신과 출산은 세포의 관점에서도 엄청난 사건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터지는 우주적 재난을 이겨내고, 끝없는 시련을 거쳐 다세포생물인 하나의 아기로 탄생한다. 우리는 임신과 출산을 인간의 입장으로만 바라보았지, 세포 입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진 않았다. 이전에 <마이키 이야기>와 같은 영화에서 정자를 의인화해서 표현한 적이 있으나, 그것은 완전히 나이브하게 연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 세포의 관점에서는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질까? 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는 임신과 출산을 세포의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재난 영화다. 그리고 한 인간이 고통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을 임신과 출산으로 비유해, 단순하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안락한 세계로부터 이탈 - 사정
영화 <그래비티>는 허블 우주 망원경이 돌고 있는 궤도인 지상 600km의 고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지구의 대기권은 대략 100km 정도로, 600km까지 올라가게 되면 거의 공기가 없다. 인간은 지구의 표면에서 살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공기나 산소가 없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인간이 지표를 떠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임무전문가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러 허블 망원경 궤도에 우주왕복선을 타고 올라왔다. 임무 사령관인 우주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는 수리하는 라이언 스톤 옆에서, 괜히 우주 유영시간 기록을 늘리고 있다가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그녀를 옆에서 도와준다. 그러다 갑자기 사고가 터진다. 러시아가 자국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폭파시킨 잔해-데브리스들이 연쇄반응(케슬러 신드롬)을 일으켜 라이언 박사와 코왈스키 일행을 덮친다. 재미있게도, 이 사건들은 인간이 사정하는 과정을 정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 아주 유사하다.
그럼 정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정자는 고환에 있는 세정관에서 만들어진다. 세정관 속에 정원세포가 있고, 이것이 제1정모세포, 제2정모세포, 정세포를 거쳐 정자로 성숙한다. 이렇게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나의 정자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74일이다. 영화 시작 때 코왈스키는 이번 임무가 기분이 좋지 않다며 자신의 아내가 바람피우던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74년형(!) GTO를 몰고 떠나 버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코왈스키는 계속해서 성과 관련된 잡담을 계속한다.
사정한다는 행위는 인간에겐 쾌락일지 몰라도, 정낭에 잘 있던 정자의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벌어지는 우주적 재난이다. 정자는 사정하지 않고 몸속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부고환에서 흡수해 사라진다. 그러나 몸 밖으로 배출되면 급격하게 수명이 줄어든다. 특히 혐기성 세포인 정자는, 인간이 산소가 없으면 죽는 것과 반대로 산소와 닿는 것이 치명적이다. 질 안으로 배출되면 정액과 질액이 있으므로 3일 정도는 생존할 수 있지만, 몸 밖으로 사정해 공기에 노출되면 1시간 안에 죽는다. 마치 <그래비티>에서 공기가 없는 광활한 우주로 조난당하는 라이언 스톤과 정반대지만 같은 이야기다. 자신이 태어난 세계로부터 타의에 의해 이탈하는 것이다. 정자의 안락한 세계는 부서지고 외계로 던져진다. 그것이 사정이다.
이제 라이언 스톤과 코왈스키는 지구와의 교신이 완벽하게 끊어졌다. 몸 밖으로 배출된 정자도, 자신을 만든 몸과 교신을 할 수 없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라이언 스톤과 코왈스키는 하얀 우주복에 긴 끈으로 연결된 모습을 하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우주정거장을 찾아간다. 정자 역시 긴 꼬리를 가지고 헤엄치며, 자신들이 살기 위해 난자를 찾아간다.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아래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 속 새로운 보금자리 - 수정
라이언 스톤이 우주정거장에 있는 소유즈 호에 들어가기까지 다른 우주비행사들의 희생이 있었다. 사고 당시 희생된 우주왕복선의 승무원들부터, 그를 우주정거장까지 데려다준 코왈스키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왈스키는 전문 우주비행사답게, 전혀 멘탈이 흔들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생존을 계산해 라이언 스톤을 살린다. 우주정거장에 겨우겨우 도착한 라이언 스톤은, 에어락에서 자신의 우주복을 벗어던지고 에어락에서 웅크린 채로 공기의 안락함을 잠시 느낀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수많은 정자들이 죽음의 어려움을 이기고 난자에 도착해, 자신의 꼬리를 자르고 단 하나의 정자만 난자 속에 들어가 수정하는 것과 같다.
예전에는 정자가 활동성을 가졌기에 수정되기 전 인간을 정자에 비유하는 컨텐츠가 많았지만, 사실 정자에 비해 난자가 훨씬 크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세포다. 그리고 난자가 꼬리가 없다 하여 수동적으로 차례차례 하나씩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자 역시 수많은 난포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성숙한 난자가 배출된다. 가장 먼저 성숙한 난자는 다른 난자가 성숙하지 못하도록, 난포자극 호르몬을 억제해 다른 난포들의 성숙을 방해한다. 난자는 인간의 세포 중 가장 큰 세포이며, 정자는 인간의 세포 중 가장 작은 세포다. 참고로, 알도 난자이므로 알은 하나의 세포다.
원래 <그라비티>의 재난 상황에서는 라이언 스톤보다 코왈스키가 생존할 가능성이 더 컸다. 우주유영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고, 무중력 상황에 훈련되어 있고 아주 익숙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자신이 당연히 살 줄 알았기에, 라이언 스톤을 구할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우주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겨우 매달리게 된 끈이 버티기엔 둘의 합쳐진 운동에너지가 너무 컸다. 코왈스키는 그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질량을 줄여 운동에너지를 줄임으로써 라이언스톤을 살렸다. 이 과정에서 훈련받은 우주인인 코왈스키의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평온하게 결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통의 우주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훈련받은 대원 답지 않게 감성적이 되어버린다. 특히 작품성이 낮은 SF에서 이런 장면에 '신파극'을 넣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연출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그런 영화는 이미 시대가 지났고, 실제 우주인들도 그렇지 않다. 굉장히 담담하고 냉철하다. 아폴로 13호와 지상 나사 기지의 통신 "휴스턴, 문제가 생겼어(Houston, we have a problem)"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사고에도, 얼마나 우주인들이 냉정하게 기지와 교신하는지 보여주는 예시다. 코왈스키는 그처럼 농담을 섞어가며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맞이한다. 오히려 그래비티는 우주인의 감정을 극도로 절제해, 주인공 라이언 스톤과 관객의 감정을 더 극대화시켰다.
하나의 생명이 만들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가. 마치 라이언 스톤이 우주정거장 에어락에 안착하기까지 코왈스키의 희생이 필요했던 것처럼. 정자 하나가 난자와 수정하기 위해, 수억의 정자들이 동시에 출발해 죽음을 쌓아간다. 정자의 죽음이 많아야 수정이 되는 이유는, 먼저 도착한 정자들이 효소를 방출해 난자의 방어막인 난구세포를 없애고 죽기 때문이다. 생명은 수많은 죽음 위에 만들어진다.
외계로부터의 교신 - 태교
라이언 스톤은 우주정거장 ISS로 피했지만, 우주정거장에선 화재와 폭발이 일어나 급하게 소유즈 호를 타고 탈출한다. 그러나 소유즈호는 펴진 낙하산에 걸려 표류하고,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날아온 파편들에 의해 우주정거장은 산산이 부서진다. 그 탈출과정에서 소유즈호는 몇 안 남은 연료마저 다 써버렸다. 그리고 라이언 스톤은 절망한다. 라이언 스톤은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톈궁과 AM주파수를 통해 교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교신은 톈궁이 아니라, 지상에 있는 영어를 못하는 남자 '아닌강'이 받게 되고 둘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각자의 이야기만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 라이언 스톤은 우주 멀리 사라진 코왈스키의 환영을 보게 된다.
라이언 스톤이 외부세계(아닌강, 코왈스키)와의 대화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살 길을 찾는 모습은, 마치 태아가 자궁 외부에서 오는 소리나 산모의 영양과 호르몬에 영향을 받아 자라나는 '태교' 유사하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게 되어 수정란이 되고, 태아가 되면 산모와 분리된 생명체가 된다. 산모와 태아는 태반을 통해 임시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 속에 태아는 양막에 둘러싸인 채 양수 속에서 몇 개월의 삶을 살아간다. 태아는 엄마나 외부의 세계나 외부의 존재를 알 수 없다.
태아가 16주부터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태교열풍이 불기도 했지만, 사실 태교가 얼마나 태아에게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태교가 실제로 태아를 교육하는 효과가 있거나 성장하는데 직접적인 형향을 준다기보다는, '태아를 잘 키우고 있다'는 마음을 주게 해 산모를 안정시키는 데 더 효과가 있다고 보인다. 어떤 것에서 안정을 느끼는지는 평소 산모의 생활에 따라 다르므로, 사람마다 태교의 방법도 달라진다. 꼭 남들이 하는 것처럼 모차르트 음악을 듣거나, 교육적인 동화책을 읽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양수 속에 있는 태아는 <그래비티>에 라이언 스톤처럼, 우주공간에 있는 우주인과도 같다. 온 우주에 자신만이 고독하게 있고, 외부의 소리는 이해하기 힘든 소리들로 들린다. 외부의 사람들은 태아가 자신의 말소리를 알아듣는다며 좋아하고 불러보곤 하지만, 태아는 라이언 스톤이 아닌강의 말을 듣는 것처럼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 정도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비티>에 나온 아닌강의 교신내용은,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아들이자 <그래비티>의 공동 각본가이기도 한 조나스 쿠아론이 만든 단편 <ANINGAAQ>에 잘 나와있다. <ANINGAAQ>은 라이언 스톤이 듣던 목소리가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 그때 들리던 개 소리는 어떤 거였는지 알게 해 준다. 이 역시 생과 사에 대한 여운을 남기는 단편영화이다.
중력의 세계로 - 출산
코왈스키의 말을 듣고 각성한 라이언 스톤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진다. 두려워하고 포기하고 싶어 하는 상처 입은 인간에서, 냉정하고 용기 있게 살려는 의지를 불태우는 인간으로 바뀌었다. 살려고 하는 그녀의 몸부림엔 거칠 것이 없다. 라이언 스톤은 소유즈호의 착륙장치를 발사시켜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톈궁으로 다가가고, 소화기를 써서 톈궁의 가까이로 간다. 톈궁도 이미 데브리스에게 많은 손상을 입어, 속력이 떨어져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중이었다. 라이언 스톤은 전혀 개의치 않고 톈궁으로 들어간다.
라이언 스톤은 ISS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톈궁에 도킹하고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우주선인 중국의 선저우호를 찾는다. 영화 상에서 선저우호와 소유즈호는 같은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나오지만, 모두 중국어로 쓰여있어 쉽지 않다. 점점 톈궁은 지상으로 떨어진다. 지구의 중력 때문이다. 우주의 궤도를 안정적으로 돌던 우주선은 대기권과의 마찰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고 망가진다. 우주에서 라이언 스톤과 같은 우주인을 자궁 속 태아처럼 감싸고 지켜주던 우주 정거장과 우주선은, 이제 분해되기 시작한다. 중력이 없던 세계에서 중력의 세계로, 생명이 없던 공간에서 생명의 세계로. 출산이 시작된 것이다.
출산은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내 안락한 세계를 파괴하는 과정이다. 출산을 하지 못한다면 태아는 산모의 영양분을 계속해서 빨아먹고 사는 기생생물일 뿐이다. 태아를 감싸고 있는 양막은 일종의 알껍질이다. 이 알껍질을 깨지 못한다면 산모도 태아도 죽을 수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로 유명한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처럼.
라이언 스톤은 딸이 사고로 죽은 것을 계속 자책하며, 그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둬버렸다. 상처받은 인간이 고통과 우울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은,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안락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죄책감으로 감싸고, 그 안에 숨어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주에 홀로 떨어져 나와 고립되었던 라이언 스톤처럼, 세상과 단절된다. 상처를 외면하면 치유되지 않는다. 상처는 들여다보고, 벌리고, 약을 발라야 치료된다. 라이언 스톤은 이도저도 아니고, 하염없이 드라이브를 하며 그냥 되는대로 살아갈 뿐이었다. 그때 코왈스키의 환영이 한 말은 라이언 스톤이 고통으로 자신을 감싼 세계를 깨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당신의 선택이야.
계속 가기로 했으면 그 결심을 따라야지.
편하게 앉아서 드라이브를 즐겨.
두 발로 딱 버티고 제대로 살아가는 거야.
집에 갈 시간이야."
편하게 있을 수도 있다. 세상을 외면하고 혼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죽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집에 갈 시간이다. 딸의 죽음을 보내 줄 시간이다. 그리고 살기로 마음먹었으면, 제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라이언 스톤은 죽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딸의 죽음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깨고 나오기로 한다.
톈궁은 대기권 진입으로 모든 것이 불에 타며 녹아내린다. 라이언 스톤이 알던 세계는 장엄한 음악과 함께 산산이 부서진다. 그것은 바로 숭고한 출산의 광경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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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세계인 지구로 떨어진 라이언 스톤은 마치 양막을 찢고 나오듯 선저우 호의 문을 열고, 양수 가득한 우주선에서 밖으로 나온다. 중력은 사물을 끝없이 중심으로 떨어트린다. 하지만 라이언 스톤은 그것에 굴하지 않았다.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서, 흔들거리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선다. 그녀는 고통을 깨고 나와 새로 태어났다. 고통을 이겨내고 일어선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 고통을 들여다 보고, 그 고통을 깨고 나와 떠나보내고 다시 태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하기로 했으면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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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름은 혼자가 되는 이유가 아니라, 함께일 때 더 찬란해지는 이유
[랑데부] (2023)
감독: 박윤주
시놉시스: 누나는 남동생이 외계인에 빠져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신경 쓰인다. 동생의 생일날, 그 이유를 눈치챈 누나가 외계인과 만나겠다는 남동생의 계획을 방해하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크고 작은 마음이 드러난다.
출처: 인디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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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유독 풍부한 아이들이 있다.
나도 한때 상상 속 친구와 대화하고, 초능력을 믿고, 비밀 요원을 자처하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 <랑데부>의 주인공 역시 그런 기발한 상상과 믿음을 품고 살아간다. 자신이 외계인이고, 외계인과 소통한다고 진지하게 말하는데, 그 믿음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다름’에서 비롯된다. 가족 중 유일한 A형 혈액형, 혼자만 쌍꺼풀이 없는 외모, 그런 자신이 어쩐지 남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의문. 아이는 자신의 생일날 외계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 확신하고, 그 신호를 보내기 위해선 ‘돌팔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팔찌는 누나가 가지고 있다. 팔찌를 돌려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동생이 외계인이라고 믿는 걸 그저 허무맹랑한 장난이라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정말 동생이 떠나버릴까 두려워서일까. 누나는 처음엔 그저 동생이 엉뚱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마음이 복잡해진다.
랑데부 -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순간
그러기에 동생이 더이상 외계인을 찾지 않도록 팔찌를 더 꽁꽁 숨긴다. 동생이 왜 우주로 떠나고 싶은지, 또 왜 자신을 외계인이라 생각하는지, 왜 ‘다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누나가 진짜로 이해해야 했던 것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편견을 깨고 동생의 세계와 함께하기를 선택한 누나. 외계 신호를 보내기 위해 함께 춤을 추며 외계어를 외치는 장면에서 바로 남매의 우주가 하나가 되는 반짝이는 순간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동생이 정말로 우주로 가버릴까 팔찌를 숨기고 걱정하는 누나는 이미 외계인을 믿는 동생의 우주에 한 발짝 들어와 있던 것 아닐까? 영화 제목인 ‘랑데부’(둘 이상의 우주선이 우주 공간에서 만나는 일)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떠날 용기와 돌아올 이유
동생이 말하던 대로 외계인은 정말 UFO를 타고 남매의 집을 찾아온다. 동생은 그토록 꿈꾸던 우주 여행을 떠나지만, 누나는 동생이 영영 떠나버릴까 걱정된다. 그래도 결국 동생은 ‘가족’이라는 중력에 이끌려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소외감을 안겨줬던 이 지구로 돌아온 동생은, 어떤 마음으로 돌아오게 된 걸까?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히는 ‘다름’이라는 벽, 그럼에도 우리를 이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게 만드는 그 중력 같은 건,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랑데부>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 다름을 존중하고 축복할 때 비로소 진짜 유대가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다. 단순히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그 다름 덕분에 더 찬란한 순간들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영화가 참 따뜻하고 귀엽다.
궤도를 돌며 결국 만나게 될 우리 모두의 우주에게
입양가정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입양아나 입양가족만의 이야기를 넘어선다. 마치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소외감이나 이질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된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우주를 뚝심 있게 잘 가꿔나가기를.
또, 그만큼 타인의 우주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축복할 수 있기를.
그리고 힘든 순간, 자신만의 세계로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중력이 어디서 오는지 곰곰이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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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위키드>가 개봉 전 북미 시사회에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총 두 편으로 나누어 제작되었고, <위키드>는 그 중 첫 번째 작품입니다.
“큰 스크린에서 즐기는 환상적인 오즈의 마법”,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가장 훌륭하게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중 하나”, "두 주인공의 완벽한 연기" 등 영화뿐만 아니라 주연을 맡은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의 연기 역시 호평받고 있습니다.
**출처: The Hollywood Reporter
이번 영화는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소설 <위키드>를 원작으로 하여, 오즈의 마녀들에 관한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한다고 합니다. 에리보는 엘파바를, 그란데는 글린다 역을 맡았습니다. 브로드웨이 공연의 작가 위니 홀즈먼과 다나 폭스가 함께 각본을 맡았으며, 스티븐 슈와츠가 영화용 음악을 새롭게 편곡했습니다.
국내에서는 11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노량> '에이스메이커' 영화 투자 중단
<노량>, <악인전>, <댓글부대> 등 복수의 작품들을 투자했던 영화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설립 6년 만에 영화 메인투자·배급사업을 중단한다고 알렸습니다. 2022년부터 단 한 편의 투자작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
대신 향후 드라마 제작 사업에 주력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합니다. 종속기업으로 보유하고 있는 ‘에이스메이커스튜디오’를 통해 제작한 첫 작품 ‘러닝메이트’는 현재 ‘티빙’과 방영 시기를 조율 중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신작 <배심원 2번>,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남을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 받는 <배심원 2번>이 LA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AFI FEST에서 처음으로 상영됩니다. ‘워너 브라더스’는 <배심원 2번>을 제한적으로 50개 미만의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니콜라스 홀트, 토니 콜렛 등 화려한 출연진이 출연하고, 현재 로튼 토마토 94%, 메타크리틱 76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 이러한 결정에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2024 캐나다 영화제' 개최
11월 7일(목)부터 20일(수)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2024 캐나다 영화제'가 개최됩니다. 21년도에 작고한 장 마크 발레의 대표작, 최근 높은 평가를 받은 캐나다의 동시대 영화들, 그리고 캐나다 다큐멘터리의 역사와 성취를 돌아보는 작품들이 상영됩니다.
특별히 <여기 사람이 산다>(2023)를 연출한 잭 러셀 감독이 영화제 동안 서울과 부산, 두 지역을 모두 방문하여 한국 관객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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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주 최신개봉영화(경관의 피, 씽2게더, 해탄적일천, 전장의 피아니스트, 원샷)
[WEEKEND CHOICE MOVIE] 2022년 1월 1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경관의피 #씽2게더 #해탄적일천 #전장의피아니스트 #원샷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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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종이의 집> 시리즈 예고편
강도로 시작된 범죄극, 국경을 초월해 하나의 현상이 되다. 《종이의 집》 전체 에피소드를 시청하세요.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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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인터내셔널 예고편
스파이더맨 vs 스파이더맨?! ? 세상 모든 스파이더맨이 모였다! 초대형 멀티버스 감당 가능하시겠어요?!?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인터내셔널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