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7-01 10:34:47
6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고자극 오싹 코미디 <핸섬가이즈> 역주행
" 마지막으로 내가 진실을 말해줄게, 너희들은 더럽게 못생겼어."
<핸섬가이즈> 명대사
좌석 판매율 9.8%로 시작해 30%까지 올라간 <핸섬가이즈는> 전체 좌석 판매율 1위 등극과 함께
주말 관객 수가 계속 증가하며 이례적인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핸섬가이즈>는 누적관객수 45만 여명을 기록하며 3위, <하이재킹>이 100만을 넘기며 2위,
<인사이드 아웃 2>가 560만 명을 넘기며 1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북미박스오피스에서도 <인사이드 아웃 2>가 1위에 올랐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이 개봉 첫 주 5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2위
<호라이즌: 아메리칸 사가 챕터 1>가 <배드 보이스: 라이드 오어 다이>를 밀어내며 3위에 올랐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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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Close, 2023>
루카스 돈트 감독의 신작인 <클로즈>를 시사회로 먼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루카스 돈트의 전작인 <걸>도 인상적으로 봤는데, <클로즈>도 좋은 영화였습니다.
전작인 <걸>에서도 느껴졌지만, 루카스 돈트는 주인공의 심리와 감정을 굉장히 섬세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이렇게 섬세한 터치는 극의 상황에 쉽게 몰입하고 주인공의 감정에 강력하게 이입할 수 있게 만듭니다. <클로즈>에서도 마찬가지로 끈끈했던 우정 사이에 생긴 거대한 벽을 마주한 주인공 레오의 감정선을 찬찬히 짚어내는데 성공하면서 상실의 고통을 딛고 한층 성장하는 성장 영화로서의 면모도 훌륭합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저지른 잘못을 자신이 스스로 고백하는 장면에 도달하는 순간, 착실히 쌓아 올린 감정이 마음을 흔듭니다.
촬영이 훌륭한 영화입니다.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시골이 굉장히 유려하면서도 아련하고 쓸쓸하게 다가옵니다. 마치 어떠한 사랑이나 우정이 타인에 의해 정의되지 않은 세계를 담아내는 것 같은데, 그 세계에 타인의 시선이 침범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잘 그려냅니다. 그리고 클로즈업을 굉장히 영리하게 사용하는데, 감정의 변화를 잘 담아내는 카메라가 인상적입니다.
두 소년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가 실로 대단합니다. 에덴 담브린과 구스타브 드 와엘이 보여주는 연기의 합이 단단합니다. <로제타>의 에밀리 드켄도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는데, 좋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레오 홀로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이 많은데,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이용한다면 조금 더 흥미로워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달까요. 그리고 담백한 연출이 인상적이긴 하나 이야기 자체가 독특하지 않고 다소 예상이 가능한 전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영화인만큼 좋은 영화고, 전작인 <걸>만큼 주인공의 감정에 쉽게 이입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린 날의 상실과 성장을 꼿꼿하게 응시해 내는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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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여름의 시작! 6월을 목전에 둔 지금!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팥빙수, 해수욕장, 냉면 등등 수많은 것들이 있지만
역시 '여름' 하면, 공포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여름 =공포"라는 공식까지 있을 정도로, 공포 영화는 특히 '여름'에 많이 개봉해왔습니다.
매니아층이 확실한 장르인 만큼, 공포 영화는 시리즈로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요.
당장 떠오르는 공포 명작 시리즈만 해도 <쏘우>, <링>, <컨저링> 등 정~말 시리즈물이 있지만,
공포 영화는 대부분 제작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2차 시장으로 직행하여
우리가 극장에서 보지 못하는 숨겨진 작품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엄마 몰래 공포 영화 비디오 빌려서 이불 뒤집어쓰고 보던 세대는 이제 자라자라 새벽까지 넷플릭스와 함께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극장 최대 성수기인 여름!
극장에서 보기 좋은, 그리고 집에서 혼자 보기도 좋은!
무더위를 싹~ 날려버릴 공포 영화를
지금부터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잇츠 CINE PICK!28일 후 (28 Days Later..., 2002)스릴러, 공포 | 네덜란드, 영국, 미국 | 113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대니 보일 | 출연 : 킬리언 머피, 나오미 해리스Lesson 1 - You never go anywhere alone
세상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한 영장류 연구시설, 동물 권리 운동가들은 한 연구원의 공포어린 경고를 무시한 채 묶여 있던 침팬지들을 풀어주게 되고, 감염된 동물들로부터 피의 공격이 시작된다.
'분노 바이러스'가 유출된 28일 후, 의식을 잃었던 '짐'이 병원에서 깨어나고, 밖으로 나온 짐은 런던 시내 어느 곳에서도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자 경악한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맨체스터로 향하던 생존자들에게 감염자들의 공격보다 훨씬 더 끔찍한 사태가 덮쳐오는데...씨네pick : 좀비 영화는 이제 '호러'를 벗어나 그 자체가 장르로 분류될 정도인데요. 2000년대 이후 최고의 호러 영화로 뽑히는 이 저예산 영화는 좀비들이 최초로 뛰어다는 새로운 공포의 장을 연 작품입니다. <28일 후> 속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 정도가 아닌 공격성이 극대화된 좀비의 시초로, 분노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하여 가정과 사회가 무너지는 상황을 다루고 있으며, 일반판, 감독판 등에서 각기 다른 엔딩을 갖는 작품이기에 매니아층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죠.
장화, 홍련 (A Tale of Two Sisters, 2003)공포, 스릴러 | 한국 | 118분 | 12세 관람가
감독 : 김지운 | 출연 : 임수정, 염정아, 김갑수, 문근영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
인적이 드문 시골, 이름 모를 들꽃들이 소담하게 피어 있는 신작로 끝에 일본식 목재 가옥이 홀로 서 있다. 낮이면 피아노 소리가 들려 올 듯 아름다운 그 집은 그러나, 어둠이 내리면 귀기 서린 음산함을 뿜기 시작한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서려 있는 이 집에서 어른도 아이도 아닌 아름다운 두자매. 수미 수연이, 아름답지만 신경이 예민한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된 그날. 그 가족의 괴담이 시작된다.
씨네pick : 국내 대표 공포 영화라고 하면 당연히 '여고괴담'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장화, 홍련'은 공포 영화 장르를 벗어나 보더라도 정말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12세 관람가라는 공포 영화로써는 낮은 등급을 받았기에,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물론, 호러를 호러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등급의 영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장화, 홍련의 아직도 깨지지 않는 국내 공포 영화 관객 수 1위 기록은 대단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흥행 1위 공포 영화. 어떻게 추천을 안 드릴 수 있을까요?
미드소마 (Midsommar, 2019)공포, 미스터리 | 미국, 스웨덴 | 147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아리 에스터 | 출연 :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윌 폴터Tommorow is a big day.
이런 축제는 처음이야
한여름, 낮이 가장 긴 날 열리는 미드소마에 참석하게 된 친구들.
꽃길인 줄 알고 들어간 지옥길,
축제가 끝나기 전까지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씨네pick : '미드소마'는 여지껏 본 적 없는 '대낮' 공포 영화입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기괴하다 말하는 이 호러 영화의 감독인 '아리 에스터' 감독은 한국 영화 덕후로 유명하기도 한데요. '미드소마' 역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의 영향을 받았다 언급하기도 했죠. 공포 영화 대부분이 슬래셔 무비인 걸 생각하면, '미드소마'가 고어 무비라는 사실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7월 개봉하는 <블랙 위도우>의 '플로렌스 퓨'의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니, 하지가 오기 전에 미드소마 한 편 어떠신가요?
콰이어트 플레이스 (A Quiet place, 2018)서스펜스, 공포 | 미국 | 90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존 크래신스키 | 출연 : 에밀리 블런트, 존 크래신스키, 노아 주프............................
소리내를 내는 순간 공격받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가족의 숨막히는 사투를 그린 이야기
<생존 법칙>
1. 어떤 소리도 내지 말 것
2. 아무 말도 하지 말 것
3. 붉은 등이 켜지면 무조건 도망갈 것
씨네pick : "소리 내면 죽는다." 라는 건 호러 영화의 통념이기도 하죠. 너무 당연하기에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이 공식 그 자체를 작품으로 승화한 영화인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영화를 '봄'에 있어 정말 중요한 '청각'을 최소화하여 오히려 그 효과를 증폭시켰습니다. 국내 개봉 당시 데시벨 0에 도전하는 시사회까지 열릴 정도로, 영화의 강점이 확실했던 작품인데요. 영화는 매우 신선하다는 평을 받으며, 바로 속편 제작까지 확정 지을 수 있었습니다. 감독을 맡은 존 크래신스키와 주연 배우인 에밀리 블런트가 '현실 부부' 이기에 겹경사가 아닐 수 없었는데요. 이 부부의 극한 공포 영화가 긴 개봉 연기 끝에 드디어 개봉한다고 하니! 당연히 1편부터 봐야겠죠?
공포 영화 못 보는 씨네랩 에디터가
실눈 뜨고 감상한 공포 추천작입니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아직 장벽을 허물지 못 하신 분들도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비 갠 하늘에 뜬 무지개처럼
여러분의 하루도 영화롭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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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뒤편에서 삼켜지는 감정들
말 뒤편에서 삼켜지는 감정들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쉽게 형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영화를 찍어왔다. 그의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언제나 인물이며, 그는 이야기보다도 인물에, 그리고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에 주목해왔다. 지금까지의 그가 인물들이 서로에게 내뱉는 말들의 충돌을 통해 그 감정을 두드러지게 나타냈다면, 이번 영화에서 그는 그것의 충돌보다도 인물이 내뱉는 말 뒤편의 감정을 좇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티아스와 막심>은 자비에 돌란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부드럽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여전히 스타일리시하고 영상미 있지만,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절제하는 것이 분명히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연출 기법이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다.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에 혹자에게 이 영화는 그의 전작들에 비해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독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 영화에서 미학적인 의도로 찍은 장면은 베이 윈도우 뒤에서 마티아스와 막심이 키스를 하는 장면 하나뿐이며, 그는 영화 대부분의 장면을 온전히 인물의 심리에 따르며 찍었다. 핸드헬드 장면이 많은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그의 영화 중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영화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임에도 이 영화에는 한 가지 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영화 출연을 부탁하는 친구 동생 에리카와 그의 친구다. 이들은 영화에서 마티아스와 막심 나이대의 다음 세대로 묘사된다. 이들은 프랑스어와 영어를 혼용해 쓰고, 리베트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그런 그들의 행동을 비꼬는 뉘앙스를 취한다. 두 세대의 언어 충돌은 퀘벡의 젊은 층에게 나타나는 영어에 대한 선호 변화를 실감하게 만든다. 성에 대한 인식 또한 마찬가지다. 에리카의 친구가 마티아스와 막심에게 "둘이 키스 해봤어요?"라며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고, 에리카가 둘에게 "오빠들은 여자야. 아니 남자일 수도 있지"라며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이들의 개방된 성, 젠더 인식에 대해 느끼게 한다. 특히나 "양식에 있어 인상주의적이면서도 표현주의적"이라는 말에 대해 질문하는 막심에게 에리카가 "오빠들 세대의 관점으로 보면 그렇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윗세대의 한계에 대한 아래 세대의 변화 가능한 발전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영화의 중심 서사와는 다소 동떨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지만, 퀘벡의 젊은 층에 나타나는 변화 양상을 날카롭게 나타낸 인상적인 부분이다.
" 클로즈업 준비됐어?"
친구 동생의 단편 영화에서 키스 씬을 찍은 뒤, 두 사람에게는 변화가 생긴다. 둘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한다. 이때 두드러지는 건 마티아스의 행동이다. 마티아스는 약혼자에게 자기라고 부르지 말라며 짜증을 내고, 단편 영화를 자신 없이 본 것에 대해 신경 쓰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한다. 또한 막심의 송별회를 잊었던 척하고, 게임 중 그가 사기를 쳤다고 시비를 거는 등 막심과 거리를 두며 배타적으로 행동한다. 막심은 그런 그의 행동을 신경 쓰고,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자꾸 의식하게 된다. 두 사람의 다른 행동은 성격 탓도 있겠으나, 애초에 두 사람의 처지가 다른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마티아스는 로펌에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고, 승진과 약혼자와의 미래를 앞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에 반해 막심은 불안정하고 막막한 삶을 살고 있다. 2주 뒤 오스트레일리아로 돈을 벌러 떠날 예정이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엄마와 연락 두절인 형은 그에게 의지가 되지 않는다. 친구들과 마티아스의 엄마가 오히려 그의 안식처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에 길을 잃는 것은 같다. 이른 아침 수영 중에 방향을 잃고 헤매던 마티아스가 숙소에 도착해 "길을 잃었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런 두 사람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길 두려워하며 계속해서 막심을 밀어내던 마티아스는 결국 파티 도중에 막심에게 상처를 줄 말을 내뱉는다. 여기서 그는 막심을 점박이라고 부르는데, 내내 언급되지 않던 막심의 흉터가 유일하게 언급되는 장면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마티아스는 이내 다시 돌아온다. 그러고는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 다른 친구에게 괜히 훈수를 두며 어색하게 막심 곁으로 갈 기회를 만든다. TV를 보고 있던 막심의 곁에 마티아스가 앉는 장면에서 Phosphores cent의 <Song For Zula>가 흘러나온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들리기도 하는, 영화 전체를 요약한다고 할 만한 곡이다. 이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때도 마티아스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길 겁낸다. 막심은 주말을 같이 보내자며 지금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다고 하지만, 마티아스는 이건 우리가 아니라며 모르겠다고 말한다. 다음 장면에서 마티아스는 점멸하는 전구 밑에 서있다. 불이 들어왔다 안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전구는 친구 사이이면서 사랑 사이에도 놓인 두 사람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티아스가 스위치를 건드리며 인트로에서도 들리던 전구를 켰다 끄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마티아스는 결국 전구를 끄고 장면은 암전 된다. 거래처 변호사 케빈과 바에 있던 마티아스는 그곳을 나와 어딘가로 뛰어간다. 하지만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괴로워한다. 막심은 다른 바에 있다. 그는 화장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반점을 가려본다. 거울에서는 상처가 보이지 않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상처가 있다. 막심은 엄마의 집 앞에서 돌아온 형과 함께 즐거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여전히 두 사람은 길을 잃었으며, 목적지를 찾지 못한다.
출국 전날 막심은 마티아스의 엄마 프랑신에게 전남편 전화번호를 부탁해 연락을 취하고, 3주 전 마티아스의 메일로 보낸 상황이라는 답을 받는다. 마티아스의 진심을 다시 확인한 그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에게 서운했던 감정이 녹아내린 것일 수도, 이제 호주로 떠나기 때문일 수도, M과 M의 농장을 만들기엔 이미 완전히 늦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막심은 마티아스의 진심을 다시 확인했다. 짐을 다 챙기고 집 문을 연 그의 앞에 친구들이 보인다. 그중에는 마티아스도 있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든 간에 당장 두 사람의 목적지는 사랑보다 우정에 가깝다. 길을 잃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을 붙잡아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길을 찾는다. 마티아스는 막심의 곁에, 막심은 마티아스의 곁에 여전히 남는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사랑에 대한 영화이며, 또한 우정에 대한 영화다. 실제로 자비에 돌란 감독은 20대 중후반에 만난 친구들을 캐스팅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준 친구들과 우정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마티아스와 막심>을 만들게 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마티아스와 막심을 비롯한 영화의 친구 무리는 때때로 서로를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지만,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챙기며 사랑을 베푼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다. 어쨌든 영화는 우정에 가깝게 끝나지만, 만약 둘의 관계가 사랑으로 진전되다 해도 이들의 우정에는 별 영향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막심의 얼굴 흉터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게 받아들여진 것처럼.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영시코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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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기록하는 역사에서 느끼는 역사로
7★/10★(클라우디아 폰 알레만 감독 작품, 1981년, 113분, 독일.)
플로라 트리스탕.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혹 트리스탕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도 그를 고갱의 외할머니 정도로만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의 가족’이라는 호칭은 중요한 업적을 남긴 여성을 모욕하고 삭제하는 가장 흔하고 쉬운 방법이다. 여성 인물의 생애를 논할 때 늘 남성의 이름으로 채워진 ○○를 걷어내고, 가족이라는 사회적 울타리를 경유해야만 하는 상황 자체가 기울어진 역사를 증거한다.
트리스탕은 탁월한 저술가였으며 걸출한 사회주의 활동가였다. 그녀는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자본주의 도시화가 야기한 계급 격차가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음을 고발한 기념비적인 저서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을 쓰기 4년 전에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런던 산책》을 썼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그 유명한 문구를, 노동자 스스로 쟁취하는 해방이라는 아이디어를 마르크스보다 먼저 썼고 제시하기도 했다. 그녀가 죽었을 때 1만 명이 운구에 참여할 정도로 노동자를 반자본주의 전선에 조직하는 데 탁월한 활동가이기도 했다. 동시에 자신의 여성 정체성을 해방의 전망에 반영한 탁월한 정치 감각도 갖고 있었다. 억압받는 남성일수록 아내를 더욱 강하게 억압한다는 그녀의 문장이 이를 증언한다. 요컨대 플로라 트리스탕은 정부와 경찰이 두려워하는 저술가‧활동가이자 남성 노동자의 젠더 기득권에도 반기를 든 선구적인 여성이었다. ‘죽어가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그녀의 결기가 서슬 퍼렇다.
그러나 이 중 그 무엇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 엘리자베트가 리옹으로 떠나는 건 이 때문이다. 〈리옹으로의 여정〉은 기억되지 못한 혁명가 플로라 트리스탕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젊은 여성 역사학도 엘리자베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트리스탕이 리옹에 머물며 기록한 일기가 여정의 바탕이 된다.
영화의 템포에 주목해보자. 영화는 지극히 느린 속도로 리옹의 일상적 풍경과 트리스탕의 발자취를 좇으며 고뇌하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을 오간다. 이는 트리스탕을 연구하는 엘리자베트의 방법론과 관련이 있다. 그녀의 지도교수는 자기를 삭제하고 남아 있는 기록과 주변인의 증언을 활용한 객관적 방법으로 역사를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방법론은 트리스탕을 수동적 앎의 대상에 고정시킬 뿐이다. 엘리자베트는 트리스탕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그녀가 걷던 길을 걸으며, 그녀가 자주 향했던 강을 거닐며 그 소리를 녹음하고 이를 수시로 듣는다. 지금은 외국인과 노인만 남은 스산한 거리에서 트리스탕이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고 노동자 조직화에 투신했는지를 느끼려 한다.
트리스탕이 앎이 아닌 느낌의 대상이기에, 엘리자베트는 연구하는 동안 많이 ‘아프다’. 처음에는 가 닿을 수 없어서 고통스러웠지만, 어느덧 너무 깊게 들어온 트리스탕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뒤흔든다. 트리스탕이 점점 엘리자베트에게 스며들고 있다. 그 동질감이 그녀를 울렁거리게 하고 토하게 한다.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냄으로써 마침내 “내 걸음은 그녀의 것이 된다.”
객관적‧일반적 역사 연구가 아닌 동질감을 느끼는 엘리자베트의 연구 방법은 소수자 연구에서 특히 중요하다. 어떤 소수자의 역사든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상과 맞서 싸운 사람이 있다. 그들의 동기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들의 용기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결국 ‘느껴야’ 한다. 그러나 이 느낌은 늘 제대로 된 역사‧저항의 방법론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런 방법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늘 ‘과몰입’했다는 손가락질, 너무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라는 비난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불가능한 싸움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저항을 무마하려는 반동적 시도일 때가 많다. 트리스탕이 자본주의적 폭력과 남성 중심주의적 세계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을 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용기였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 용기를 객관적 방법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어떤 연구방법론이든 독자를 설득하려면 어느 정도의 ‘선동’이 필요한 법이다. 이는 세계를 향한 ‘총체적‧객관적’ 전망을 필요로 하는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SWIFF)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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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서 pop pop
1992년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을 이룬 1편 이후 2편의 작품이 더 제작된 공포 시리즈 <캔디맨>의 리부트작 <캔디맨>이 8월 마지막 주 주말, 3,569개의 상영관에서 총 $22,370,000 (한화 약 26억)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 정복에 성공하였습니다.
R등급의 이 슬래셔 필름은 <겟 아웃>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조던 필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고, <캡틴마블 2>의 감독이 될 ‘니아 다코스타’가 연출을 맡은 작품인데요. 등급과 장르의 한계로 인하여, <프리 가이> 등의 대작이 흥행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깨고 당당히 1위에 올랐습니다. 델타 변이의 확산이 지속됨에 따라, 북미 멀티플렉스 극장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OTT로 직행하지 않은 <프리 가이>와 <캔디맨> 같은 작품들이 극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그렇지 않은 작품(워너사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레미니센스>)를 상회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5,000,000 (한화 약 30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캔디맨>은 개봉 1주 차에 순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로써, MGM이 재정과 제작을 맡고, 유니버셜이 배급과 마케팅을 맡은 합작품 <캔디맨>은 팬데믹 하에 개봉한 영화 중 유의미한 수익을 낸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캔디맨>
<캔디맨>의 주인공 앤서니 맥코이 역을 맡은 ‘야히아 압둘 마틴 2세’는 <아쿠아맨>의 블랙 만타로 널리 얼굴을 알렸는데요. 이후, 조던 필의 <어스>, 골든글로브 수상에 빛나는 넷플리스 오리지널 작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에 출연하며 필모를 탄탄히 쌓아오던 그의 필모그래피가 더욱 화려해질 전망입니다.
현재 예정된 작품만 해도, <매트릭스 4>, <아쿠아맨 2>, 그리고 매드맥스의 스핀오프작 <퓨리오사>가 있는데요. 2020년 제72회 에미상에서 HBO 드라마 <왓치맨>으로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한 그는 같은 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의 ‘바비 씰’ 역을 통해 SAG Awards(미 배우조합상)까지 거머쥔 만큼 출중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이기도 합니다.
북미 깜짝 흥행에 성공한 <캔디맨>은 9월 2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15세 관람 등급을 받으며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더 다채로운 영화가 찾아올 9월 극장을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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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든 피겨스 (2017)
“여성들을 주로 지지자로 삼는 데만 익숙해 있는 일군의 성직자들 사이에서 한 명의 여성, 그것도 나이든 여성인 내가 지도부에 낄 자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종속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여성들
흑인 여성이자, 흑인 인권 운동가였던 엘라 베이커가 당시 사회를 비판한 말을 인용하며 영화 <히든 피겨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6.25전쟁, 그리고 경제 대공황을 겪은 후의 미국.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0년에는 남성들이 사라진 자리에 수많은 여성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는 언제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여성들에게는 언제나 반복적이고 단순한 사무직의 자리를 비롯한 종속적인 사회적 위치가 허용되었고, 보수는 남성들의 1/3에 불과했으며, 여성들은 유권자의 50%를 차지하지만, 입법부에서 여성의 비율은 4%밖에 되지 않았다. 우선 여기까지는 ‘여성’이 겪어야 하는 사회적 불평등이다. 그리고 여기에 흑인이 겪어야 했던 차별을 계속해서 적어보자.
냉전 시대의 개막과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
2차 세계대전 종전후 미국 사회에는 분명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다양한 변화의 바람이 있었지만, 영화와 관련되어 이야기할 변화의 바람은 냉전시대의 개막과 유색인종의 대거 유입이다. 냉전시대와 유색인종의 유입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두 사안이 기묘하게 연결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인류 최초로 유인우주선을 보낸 고도로 발달된 문명 국가의 비이성적인 면모를 볼 수 있게 된다. 영화속에서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낸 캐서린에게 소련의 스파이냐고 취조하는 부분이 이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미국 지도부들은 자신들 내부의 유색 인종들이 공산 혁명과 결합될 수 있는 위험을 가진 존재들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 위험을 잠재우고자 트루먼 대통령(1945~1953)은 인종차별에 대한 몇가지 법을 개정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인종분리는 불법이었으나 여전히 진행중인 문제였으며, 인종분리에 대한 법이 집행되지도 않았고, 고용과 임금에서도 유색인종들은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
그리고 투쟁의 역사
이런 차별이 쌓여 1960년대에 이르게 되면 미국 전역에서 흑인들에 의한 각종 인권 투쟁 운동이 발생한다. 미국의 저명한 흑인 운동가들이 활동한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남부에서 평화적인 인권 시위를 주장했던 마틴 루터 킹과 흑인이며 여성의 위치에서 인권운동을 했던 엘라 베이커, 북부에서 차별당하고 억압받는 수많은 흑인들의 기저에 깔려있는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며 과격한 시위를 이끌었던 말콤, 총기 무장을 주장한 로버트 윌이엄스 등을 중심으로 미국 내부에서 유색 인종들의 수많은 평화 시위와 봉기, 반란이라고 부를만한 소요가 일어난 것이 바로 1960년대의 미국이다.
거인의 그림자 뒤에서 써내려가는 고요한 투쟁의 역사
<히든 피겨스>는 바로 이 격동의 시대인 196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속 곳곳에서 보여지는 흑인과 여성에 대한 분리 정책과 시선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색인 여성에게는 교육의 권리마저도 배제하고, 전문직으로 진출할 기회마저도 막혀있으며, 버스나 화장실도 분리된 공간을 사용해야하는 차별적인 현실 그리고 실제로 발생했던 자유승차단원들이 린치를 당하는 장면 등은 이 영화가 당시의 부조리한 시대상을 담아내고 있는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서, NASA의 직원인 흑인 여성 세 명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들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 투쟁한다. 이들이 부조리한 사회에 반발하여 투쟁하는 방식은 내적 용기와 엘리트적인 위엄에 기대어 진행된다. 캐서린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팀의 업무에 열중한다. 캐서린은 단기적인 소요와 폭력보다는 능력으로 인정받고, 미국 사회의 구시대적 편견과 차별에 맞선다. 도로시 본 또한 단기적인 소요나 폭력적인 방식이 아닌 위엄과 용기로 흑인 여성들에게 전문직을 개방하지 않는 NASA에 맞서고, 메리 잭슨은 현명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고 성장하기 위해서 분투한다.
이들은 고요하되 위엄을 갖춘 방식으로 투쟁하기를 선택한다. 반면, 영화속 흑인 남성들은 조금 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매리 잭슨의 남편과 짐이 두 여성과 다른 의견을 내비추며 갈등을 빚는 장면을 통해, <히든 피겨스>의세 여성들이 차별적인 사회에 저항하고 사회를 바꿔가는 방식이 엘리트적이고 위엄있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는 행복한 결말을 통해서 마치 이들 세사람이 선택한 방식이 옳은 것처럼 그려내고 있다.
위대한 역사의 이면에 존재하는 숨겨진 인물들(hidden figures)들을 조명하지만, 보다많은 숨겨진 감정들(hidden tears)에는 깊이 있게 접근하지 못하는 <히든 피겨스>
하지만, 고요한 저항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히든 피겨스>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거나, 무작정 엘리트 흑인 여성들의 성공담을 만들기 위하여 그들과 반대쪽에 있는 인권 운동 노선(짐과 매리 잭슨의 남편)을 추락시키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당시 대다수의 유색인종들은 <히든 피겨스>속의 주인공들과 같은 위치가 아니었다. <히든 피겨스>의 세 주인공은 당시에도 흑인중 상위 10% 이내에 속하는 엘리트 계층이며, 단지 그들만의 고요한 투쟁으로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미국 각지에서 유색인종 수백만명이 시위와 반란에 동참하고, 당국은 공권력으로 유색인 민중들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들끓었던 당시 사회의 시대적 분노가 담겨져 있지 않다. 또한, 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의 크고 작은 전쟁들에서 언제나 종속적인 자리에 머물러야만 했던 흑인과 여성, 그리고 흑인 여성들의 터져나와야 할 분노와 들끓는 애환이 영화속에선 블랙 코미디의 장르로 유쾌하게 그려내기도 하지만, 그 깊은 분노위에 애국심을 대충 덧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충분히 유쾌하고, 편집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좋은 영화이지만, 실제의 세계와 영화의 세계에는 어느정도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컨대, <히든 피겨스>가 유색인종 여성들의 고요한 투쟁을 다룬 영화라면, 그 방식은 누구의 노선을 따르는 것인가? 캐서린이 영화속에서 한 두번 보여주는 분노의 장면을 제외하면, 이 영화속에는 당시 대다수 흑인들(당시 흑인의 실업률은 12%, 빈곤한 생활을 하는 비율은 흑인 전체 인구의 절반이다)의 분노와 억압의 감정이 감지되지 않는다.
영화속에서도 자유승차단원들이 탑승한 버스가 공격받는 장면이 등장했듯이, 당시 유색인종들의 투쟁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거는 투쟁이었고, 그 때문에 유색 인종들의 투쟁에는 진중한 울분이 서려있거나, 폭발하는 분노가 느껴졌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히든 피겨스>에는 억눌린 민중의 차가운 분노도, 폭발하는 뜨거운 분노의 감정도 감지되지 않는다. 분명 <히든 피겨스>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유쾌하기에 매력적이지만, 그렇기에 그 시대의 수많은 ‘흑인’이자 ‘여성’이었던 사람들 대다수의 삶을 대표하지 못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며, 영화속 주인공 세 명은 이미 충분히 교육을 받은 흑인 여성으로 나름 유색인종들 중에서는 엘리트에 속하기에, 빈곤한 삶을 영위했던 당시의 수많은 프롤레타리아 흑인들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삶마저 포용하는 방식의 각색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히든 피겨스>는 무거운 사회적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영화로 충분히 그만의 가치가 있는 영화이지만, 그 이유때문에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수많은 대다수의 민중을 대표하지는 못하는 영화로 각색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 본문 속 자료들은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 2 권>을 참고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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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부른 게 아닐까?
A Monster Call X Monsta FMV
*source
Benee - Monsta
몬스터 콜 (2016)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채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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