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2021-04-29 13:49:06
영화 <마크맨> 할아버지와 손자의 정(精)
최고의 사격수로 미국에서 3번째로 높은 ‘은성훈장(Silver Star)’을 받은 예비역 군인 ‘짐(리암 니슨)’은 애리조나 국경지역을 지키며 조용히 말년을 보낸다.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내고, 90일 안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목장은 압류될 위기에 처한다. 어느 날 우연히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쫓기는 모자를 구해지만, 조직원의 총격에 소년의 어머니가 숨을 거둔다. 소년(제이콥 페레즈)을 시카고에 있는 친척에게 데려가 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짐`이 길을 나서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일흔을 코앞에 둔 리암 니슨과 소년이 유사 할아버지와 손자관계를 맺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 대목에서 아마 비슷한 내용의 영화들이 많이 떠오를 것 같다. 그리고 <어니스트 씨프>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아내를 일찍 떠나보낸 홀애비로 나오며, 전직 군인출신이며, 액션보다 드라마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그렇다.
리암 니슨의 고령의 연세를 고려해서 액션은 '저격 장면' 위주로 짜여져 있다. 잔잔하지만, 소년과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가 제법 볼만하다. 투덜대며 소년을 챙겨주는 할아버지와 가족은 잃은 소년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드라마에 가깝다. 특별한 서사는 없지만, 사람 냄새가 풀풀 나서 좋았다. 다만, 긴박감 넘치는 추격 장면이나 인상 깊은 액션영화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 (2.7/5.0)
Good : 무난한 로드무비
Caution : 심심한 내용!
●북미에서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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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 21세기 최고의 괴수 영화... 가 될 수 있었으나..
서론
2014년 샌프란시스코 사태에 의해 아들을 잃은 엠마 러셀과 마크 러셀 부부는 서로 떨어져 쓸쓸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모나크' 기지에서 테러리스트 집단의 습격으로 인해 엠마와 그녀의 딸 매디슨 러셀이 납치당하게 되고, 괴수와 소통할 수 있는 기계인 '오르카'까지 훔쳐 가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에 마크는 모나크 사람들과 함께 이를 구출하러 가나, 엠마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얼음 속에 잠들어 있던 괴수인 '킹 기도라'가 깨어나게 되고, 온갖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모나크와 마찬가지로 큰 위협을 감지한 '고질라'는 기도라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적수를 죽여 괴수의 왕으로 각성하는 이야기를 그린 '몬스터버스'의 3번째 영화다. 일단 굉장히 실망했다. 2019년 최고의 기대작이었음에도 완성도가 너무 낮아서 쓸쓸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 작품이었다.
비주얼과 원작 오마주는 인정!
단점을 말하기 전에 우선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비주얼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비주얼만 놓고 보면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한참 뛰어넘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영상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괴수들 CG는 물론이고, 불을 뿜는 장면이나 날개를 펼치는 장면은 영화의 단점을 잠시나마 가려줬을 정도로 임팩트가 넘치는 시퀀스였다. 거기다 1편과 달리 괴수들의 비중을 굉장히 늘린 덕분에 시종일관 눈이 즐겁고, 원작에 대한 오마주도 빼먹지 않으면서 괴수물 팬들에게는 2시간짜리 선물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필자는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고질라의 오리지널 테마가 흘러나오는 모든 장면들에선 소름이 제대로 돋았고 중반부부터는 몰입해서 봤으니, 재미의 측면에서만큼은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았고, 엑스트라 괴수들에게도 나름의 특징을 부여하여 개성을 챙겼다는 점도 그나마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라고 본다.
캐릭터 묘사는 최악
그러나 위에 장점들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대목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각본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각본은 '끔찍하다.'라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그저 괴수들의 액션을 향한 길목일 뿐, 기본적으로 담겨 있어야 할 서사나 심리 묘사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흝고 지나가 버린다. 이 때문에 인물들의 행동에 개연성이나 설득력 따위는 전무하다시피 한다. 특히 이 점이 가장 부각된 엠마는 기도라를 풀어준 이유랍시고 내뱉는 말이 '인간은 병균이야.' 따위의 대사고, 심지어 기도라와 같은 괴수들에 의해 아들을 잃었음에도 왜 엠마가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고 인간을 혐오하게 되었는지를 묘사해 주질 않으니 관객 입장에서는 고구마 100개 정도는 먹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지게 된다.
괴수 액션마저 엉망일 줄이야...
심지어 이 정도는 양반인 게, 남편 마크는 초반부에 괴수를 끔찍하게 혐오하다가 어떠한 계기도 없이 갑자기 괴수에게 반하질 않나, 메디슨은 본인 아버지가 같이 도망가자고 손을 뻗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머니만 바라보다가 괴수들이 깨어난 걸 보고 '엄마는 괴물이야.' 대사를 내뱉는 등 캐릭터 묘사에 완벽하게 실패했다. 주연 캐릭터가 이 정도니 조연 캐릭터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그저 설명충일 뿐 그 이상의 매력 포인트가 없으니 인간 서사는 굉장히 지루하다. 그렇다면 괴수 액션으로 이 지루함을 해소시켜줘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 또한 제대로 못했다. 그러니까 스케일이 크고, 화려한 장면들이 나오긴 하는데 막상 전투신에 도입하면 시점을 계속 끊어먹어서 괴수들의 깽판을 제대로 즐기기가 힘들다. 개인적으로 이게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이 영화를 보러 온 대다수의 관객들은 분명 화끈한 괴수 액션을 기대했을 텐데 결과적으로 그 기대를 처참히 짓밟은 것이니 말이다.
결론
생각 없이 괴수 액션을 보려니 액션신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스토리에 집중하려니 각본이 너무 엉망이고, 배우들을 보려니 캐릭터들이 너무 엉망이고 (특히 샐리 호킨스라는 명배우를 그 따구로 소모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로지 원작 팬들만을 위한 선물세트. 킬링타임 용으로는 적당히 즐길 만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는 없는 졸작이다. 정말 명작이 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평점: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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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라는 수사는 안 하고
이 글은 넷플릭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레퍼런스로 언급할 [사냥의 시간]과 [끝까지 간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갈 땐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사진출처:다음 영화한 5분 정도 작품을 감상했을 때, 언뜻 생각나는 두 작품이 있었다.
첫 번째는 그 당시만 해도 신입에 가까웠던 넷플릭스라는 OTT를 마치 휩쓸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영화관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개봉하는 것에 대한 새로움과, 청춘을 상징하는 듯한 네 주연 배우의 캐스팅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작품인 [사냥의 시간].
두 번째는 짜증 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경찰이 불시에 자신에게 다가온 사고를 가장한 사건을 해결해 가는 내내 자신의 명줄이 실시간으로 타들어 가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 했던, 부패한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 [끝까지 간다].
닮았다는 이유로 모든 작품이 아류작이나 나쁜 작품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묘한 기시감에서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했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반대로 시행했다는 점에 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자기들 일당이 대대적으로 카지노를 털 것이라는 계획을 출소하자마자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던 네 청년들도 경비 시스템이나 도주로에 대한 계산을 했고. 약소하지만(?) 모의 테스트까지 거쳤다. 그러나 절박함으로 치자면 오히려 더하다 못해서 털려는 장소에 기어 다니는 개미가 몇 마리 인지도 세었어야 할 법한 경찰 셋으로 이뤄진 이 강도단은 동전 던지기를 해서 나온 결과를 따르는 것만도 못한 계획을 세운다.
아무리 조용하게 넘어간다 해도 의심받을 것이 뻔한 멤버의 영입, 그 넓은 공간에 몇 명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강도단 전원이 젠틀하게 걸어 들어가는 막무가내 정신, 그것도 모자라서 사고가 일어난 뒤에 지문하나 닦지 않고 보관하는 살인 흉기까지.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말 몇 마디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마음속 깊이 감춰둔 두려움을 이겨버린 욕망 때문에, 그들 모두는 괜찮을 것이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라는 믿고 싶어 의심치 않는 거짓말을 스스로 주섬주섬 주워 입고 방패로 삼는다. 그러나 허술한 방패는 힘없이 찢겨 나갔고. 결국 MBTI가 모조리 P로 이뤄진 것 같은 엉망진창 강도단은 자신들의 카르마를 몸소 겪을 일만 남겨둔 채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이후에 영화는 [끝까지 간다]와 비슷한 길을 걷기 위해 박창민(조진웅)의 닮은 꼴인 승찬(박병은)의 존재를 부각한다. 주인공을 나쁜 놈에서 불쌍한 놈으로 만들기 위해서 더 나쁜 놈을 등장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해당 레퍼런스처럼 주인공은 이 흑막이 먼저 저지른 사건에 휘말렸어야 하고 주인공의 잘못은 징계에서 끝나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얼렁뚱땅 강도단과 승찬의 목적은 단 하나로 동일했고, 이 것을 눈치챈 것인지 영화는 넘어서는 안 될 금기를 자신 있고 당당하게 침범하는 어리석은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악인에게 서사는 없다.라는 암묵적인 룰을 깨버린 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하는 병에 걸렸다는 사연이 있다고 해서.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이 한 일이 덜 나쁜 짓으로 전락할 확률은 0에 가깝다. 심지어 동혁의 경우는 도박빚을 졌다는 설정인데 이 것이 과연 영화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할 정당성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영화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이 작품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수사의 치밀함에 발을 동동 구른다거나 하기보다는 그들의 후회와 심정의 변화, 복합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괴리감등을 주로 보여준다. 그만큼 영화는 매우 단편적으로 흘러가고, 따라가기는 쉽지만 깊이를 느낄 수는 없다. 그러니 심리 싸움 자체에서도 칼자루를 빼앗긴 채 그저 눈으로만 훑는 작품으로 전락할 뿐이다.
강도단을 꾸리기 전, 형이 하면 나도 하겠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서로의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할 일이 아니라 주먹으로 서로를 치거나 스스로를 쳤어야 했다.
하라는 수사는 안 하고 이런 거나 하고 있다니.
[이 글의 TMI]
1. 6월엔 재개봉 영화 풍년이라 글을 매우 많이 써야 할 듯
2. 외식메뉴로 햄버거밖에 고를 수 없는 이 헬창의 고충
3. 에어컨을 켜야 할 계절이 벌써 다가왔다니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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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설공주 | 디즈니 성을 벗어나지 못한 재구성의 한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겨울밤 태어난 '백설공주'(레이첼 제글러). 그녀는 딸을 사랑하듯이 백성을 아낀 부모님처럼 왕국의 백성 모두를 아낄 줄 아는 모범적인 공주로 자라난다. 그러나 어머니가 사망한 직후 등장한 '여왕'(갤 가돗) 때문에 백설공주의 삶은 역경으로 가득해진다. 백설공주의 아버지와 결혼한 여왕은 흑마법을 부려 왕위와 왕국을 찬탈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협하는 백설공주마저 죽이려 든다.
이에 백설공주는 성을 떠나 마법의 숲으로 도망치고, 숲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신비로운 일곱 광부와 여왕의 통치에 저항하는 도적 떼의 우두머리인 '조나단'(앤드류 버납)의 도움을 받아 경비대의 추격을 따돌린 백설공주. 그 과정에서 마음속 깊은 곳에 숨은 용기를 발견한 백설공주는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왕에 맞서기로 결심하고, 여왕 또한 눈엣가시인 백설공주를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 독사과를 준비한다.
재구성과 실사화 사이에서
<말레피센트>, <신데렐라>, 그리고 <정글북>을 연달아 제작하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팬층이 두터운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재활용해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현대화였다. 동화에 충실했던 과거 애니메이션을 현대 사회의 변화에 맞게 각색하여 고전에 생동감을 불어넣고자 했다.
문제는 두 목적이 근본적으로 상충된다는 것. 전자의 목적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기존 팬덤이 새로운 실사영화를 소비해야만 이룰 수 있다. 그런데 후자의 목적은 기존 팬들을 영화관으로 데려가지 못한다. 그들은 더 화려해진 볼거리로 원작의 감동을 느끼고 싶어 하는 반면, 재해석된 실사영화는 원작의 감흥을 새로운 경험으로 대체하려 하기 때문이다. <알라딘>은 호평받고, <인어공주>는 혹평받은 이유다.
1937년에 개봉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한 <백설공주>도 같은 함정에 빠졌다. 새로운 <백설공주>는 원작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한다. 현대 사회의 분열을 지적하고, 공동체의 통합이라는 희망을 보여주려 한다. 이를 위해 백설공주, 여왕, 독사과와 난쟁이와 같은 상징도 재구성했다. 캐릭터의 이미지는 유지하되, 사회적 약자나 기득권, 혁명가와 같은 의미를 새로이 부여한 셈이다.
문제는 그 의도가 스크린 위에 구현되지 못했다는 것. 강조하려는 현대적 맥락은 여전히 중세 왕국의 공주가 주인공인 고전적인 설정 앞에서 의미를 잃는다. 자연히 상징의 의미와 맥락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시도도 기존 이미지와 융화되지 못한다. 이에 더해 기대 이하의 볼거리와 완성도도 몰입을 방해한다. 그 결과 <백설공주>는 원작의 재구성이라 하기에는 애매하고, 원작의 실사화라고 보기에는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아름다움'으로 풀어낸 현대 사회의 문제
<백설공주>는 '아름다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여왕과 백설공주가 각자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차이를 부각한다. 여왕은 외모와 같이 외적으로 드러나고, 타고난 자에게만 허락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반면에 백설공주는 따뜻한 심성과 같은 내적이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성정을 추구한다. 이 차이점 위에서 <백설공주>는 양극화된 현대 사회의 세태를 반영하는 고전의 재구성을 시도한다.
여왕은 아름다움에 집착하지만, 단순히 미모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타고난 외모'를 갈고닦아 '부와 권력'을 추구한다. 그녀가 장미가 아닌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만 예찬하는 이유다. 또 여왕은 갈취한 권력과 재물을 외모와 같은 능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여기고, 가난하고 힘이 없는 이들을 멸시한다. 백설공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사냥꾼이 의문을 표하자 그를 인간적으로 모욕하는 여왕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여왕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현대 사회, 특히 능력주의 사회의 많은 엘리트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때로 '타고난 재능'을 갈고닦아 '성공'을 추구한다. 재능을 뒷받침한 사회와 환경의 역할을 간과한 채 자기 노력과 그 대가만을 강조한다. 그렇게 그들은 오만해지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자를 멸시하며, 성과를 나누지 않는다.
승자의 오만은 패자에게 굴욕감을 주고, 자존심에 상처가 난 패자는 반발한다. 명령을 내릴 때 누구 덕에 먹고살 수 있냐며 굴욕감을 주자 여왕의 명령을 어기고 백설공주를 살려준 사냥꾼이 대표적이다. 왕자와 일곱 난쟁이를 도적 떼의 대장과 일곱 광부로 바꾼 것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할수록 무시당하는, 러스트 벨트 주민 같은 노동자들이나 경쟁에서 밀려나 굴욕감을 느끼는 이들을 대변하는 각색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과와 독사과
<백설공주>는 사회적 문제만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해결책과 비전도 보여주고자 한다. 그 중심에는 백설공주가 있다. 그녀는 여왕의 안티테제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그간 여왕과 같은 승자가 갖추지 않은 친절과 실질적 도움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실제로 그녀는 순전히 운이 좋아서 공주로 태어났지만, 여왕과는 달리 평민과 눈을 맞추고, 가진 것을 베풀고,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백설공주와 여왕의 대비는 사과라는 상징에 함축되어 있다. 백설공주의 사과는 사회적 존중을 뜻한다. 일례로 그녀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만 해도 사과 파이를 만들어 성 안의 모든 백성과 나누었다. 사과에 담긴 존중과 친절은 사회적 연대로 이어진다. 여왕에게 모욕당했던 사냥꾼에게 백설공주가 사과를 건네자 그의 마음이 흔들리고, 그가 끝내 암살 명령을 어기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여왕은 독사과로 백설공주를 암살한다. 이는 단순히 백설공주의 미모를 질투한다는 뜻을 넘어서서,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회적 약자도 보듬어 달라는 백설공주의 간청을 끝내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녀가 상징하는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변화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백설공주의 죽음을 확신한 여왕이 모든 백성을 불러 모아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백설공주의 호명
그러나 백설공주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여왕에게 대적한다. 이때 그녀는 여왕의 경비대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면서 그들을 설득한다. 얼핏 보면 그저 백설공주의 착한 성품과 선한 내면을 강조하는 장면 같다. 여왕의 통치에 담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면 그녀의 호명은 보다 진취적으로 느껴진다. 구체적으로는 근래에 간과됐던 사회적 존중과 연대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백설공주의 호명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을 무능력자나 패배자로 낙인찍는 대신 그들에게 존중을 표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사냥꾼에게 사과를 건넬 때처럼 서로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는 새로운 시작점인 셈이다. 그렇게 백설공주는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비엘리트로 양극화된 사회에 필요한 변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에서 갑옷 입고 기병대를 지휘한 백설공주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공동체의 연대감을 회복하자는 호명의 메시지는 여러 방식으로 변주된다. 백설공주는 광부들의 다툼을 중재하고, 말을 못 하는 덜렁이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알려주면서 친구가 되어간다. 여왕의 경비대에게 추격당하는 백설공주를 조나단과 도적 떼가 구해주고, 그들이 경비대에게 포위되자 이번에는 백설공주가 그들을 도와주면서 동료가 되어간다. 공주와 도적의 로맨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펼쳐진다.
디즈니 성을 벗어나지 못하다
문제는 <백설공주>가 원작의 메시지와 서사만 재구성했을 뿐, 이미지와 형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 디즈니의 첫 번째 프린세스라는 상징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백설공주>는 고전적이고 원형적인 틀을 가급적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메시지와 형식 간의 괴리만 부각되고, 현대 사회의 문제와 모순을 지적하려는 의도 또한 희석되고 만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와 여왕의 갈등은 결국 왕국의 정통성을 둘러싼 봉건적 투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애초에 능력주의의 폐해와 해결책까지 녹여낼 수 있는 서사가 아닌 셈이다. 그렇기에 <백설공주>는 지배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촉구하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담아내지 못한다. 그 결과 부와 권력을 탐하는 여왕과 돈이나 보석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적 가치를 옹호하는 백설공주 간의 평면적인 대립과 교훈만 부각된다.
각색의 문제도 유사하다. '아름다움'의 의미를 재해석하면서 거울을 존치시킨 결정이 모순을 만들어 낸다. 처음에는 심성의 아름다움만 언급하는 듯하나, 후반부로 갈수록 외모와 내면을 구분하지 않는 듯한 묘사가 등장한다. 이는 여왕과 백설공주의 관계를 헷갈리게 만든다. 애초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지 않아서 백설공주의 신념을 적대하고 경계하는 여왕이 마치 백설공주를 질투해서 죽이려는 묘사되기 때문이다.
피부색 논란도 다르지 않다. 라틴계 배우인 레이첼 제글러의 백설공주 캐스팅은 디즈니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으니 틀의 색깔을 바꿔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백설공주의 피부색만 바꿨을 뿐, 조나단도, 여왕도, 심지어 백설공주의 부모님도 모두 백인 배우를 캐스팅한 나머지 이 역시 유효한 변화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백설공주>의 현대적 메시지는 디즈니 성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아무도 만족하지 못하다
완성도도 메시지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여왕의 등장씬이나 광부들이 마법을 사용해 보석을 채굴하는 뮤지컬 시퀀스 자체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다룰 플롯에 비해 분량이 짧다 보니 각각의 시퀀스가 갑작스럽게 전환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 각 캐릭터의 서사가 얕아진 결과, 사과 같은 상징 간의 연결고리 또한 잘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억지스럽거나 뜬금없게 보일 수밖에 없다.
디즈니라는 대형 스튜디오의 작품치고는 소소한 볼거리도 아쉬움을 키운다. 경비대와 조나단의 도적들이 대치하는 대목, 백설공주가 성 내 백성들과 함께 여왕의 궁전으로 행진하는 장면에서는 등장하는 인원수가 적어서 긴박감이나 규모가 와닿지 않는다. 이에 더해 광부들의 집과 궁전처럼 한정된 배경만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스케일이 더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백설공주>는 어떤 관객도 온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듯하다. 새로운 각색을 기대한 관객 입장에서는 디즈니라는 틀을 유지하는 소극적인 변화가 성에 차지 않을 것이고, 원작의 감흥을 느끼고 싶은 관객이 보기에는 급격하게 달라진 메시지와 부족한 볼거리가 불만족스러울 테니까. 이처럼 원작의 재구성과 실사화 사이에서 길을 잃은 나머지 <백설공주>의 의도 또한 스크린 너머로 온전히 전해지지는 못했다.
Poor 형편없음
착공은 했지만 완공은 못 한 디즈니 성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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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틀 오퍼레이션>이 그려낸 실화의 또 다른 얼굴
“이들은 기록에서 잊혔고, 전쟁사의 언저리에 남겨졌지만, 가이 리치는 그들을 스크린의 중심으로 불러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전설을 남겼다. 그러나 그 거대한 전쟁의 이면에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작전과 익명에 가까운 요원들이 존재했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바로 그들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방식의 전쟁’을 수행했던 이들, 전통적인 규율과 명예로 무장한 군인들과는 달리, 적의 뒤를 치고 선을 넘으며 임무를 완수했던 비정규 전사들의 이야기다.
‘첩보작전 실행부’, 실화에서 출발한 비범한 이야기
영화는 실존했던 비밀 작전 부대, 첩보작전 실행부(SOE, Special Operations Executive)를 바탕으로 한다. 윈스턴 처칠의 지시에 따라 조직된 이 부대는, 당시 "비신사적인 전쟁부(Ministry of Ungentlemanly Warfare)"라 불리며 공식 기록에서조차도 한발 비껴 서 있었다. 이들은 군복도 없이 나치 점령지를 누비며 파괴 공작, 기차 탈선, 항구 봉쇄, 통신 교란 등 전면전이 아닌 후방에서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전쟁법의 회색지대를 오가며, 전통적 명예 대신 실전의 효과를 앞세운 그들의 작전은 기존 전쟁 서사의 이면을 비추는 또 다른 기록이다. 영화는 이 비정규전의 실체를 장르 영화의 언어로 복원하고자 한다.
가이 리치, 실화를 장르로 번역하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단순한 역사 재현물이 아니다. 가이 리치는 이 실화를 진중하게 다루기보다, 장르적으로 해석하고 비틀어낸다. 마치 전쟁 다큐멘터리를 액션 스릴러로 리믹스한 듯한 접근이다. 그가 펼치는 전쟁은 참혹함보다 쾌감, 무게감보다는 리듬에 가깝다. 전통적인 전쟁 영화 문법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낯설게 느낄 수 있지만, 바로 그 이질감이 영화의 개성으로 작용한다. 가이 리치 특유의 빠른 컷 전환, 교차 편집, 캐릭터 중심의 팀플레이는 영화 전체를 활력 있게 밀어붙인다. 각기 다른 기술과 성격을 지닌 요원들은 전장을 마치 범죄 스릴러의 무대처럼 활용하며, 긴장과 유머를 넘나드는 독특한 전쟁극을 구성한다.
스타일의 과잉, 서사의 희미함
그러나 문제는 이쯤에서 시작된다. 리치의 경쾌한 연출이 영화 전반에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동시에 실화의 무게와 서사의 정서적 깊이를 밀어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들이 수행한 임무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쓴 비정규전, 때로는 비도덕적 수단으로 정의를 실현해야 했던 현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윤리적 딜레마와 내면의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는,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캐릭터의 유쾌함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등장인물들은 입체적인 인물로 성장하지 못한 채, 매력적인 설정에 머무른다. 서사의 드라마보다 캐릭터의 ‘쿨함’을 전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관객은 그들이 왜 싸우는가보다 어떻게 싸우는가에만 몰입하게 된다.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면 당연히 수반해야 할 역사적 책임감과 윤리적 긴장감도 다소 느슨하게 처리된다. 이는 장르적 선택으로 옹호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실화가 품은 복잡한 층위는 미처 도달하지 못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장르적 즐거움과 역사적 진실 사이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단지 과거를 재현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과거의 의미를 오늘의 언어로 스타일리쉬하게 번역하는 영화다. 가이 리치가 다듬어낸 이 비정규전의 서사는 기존 전쟁 영화가 구축해온 영웅주의 서사에서 한발 비켜서 있으며, 더 거칠고, 더 장르적인 방식으로 전쟁의 본질을 되묻는다. 그러나 이 영화가 실존 인물과 사건을 기반으로 한 만큼, 더 깊은 내러티브 설득력과 정서적 입체감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가이 리치의 다음 영화는 장르의 재미와 실화의 무게를 동시에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균형감이 함께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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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함을 메우는 코트 위 낭만과 박진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농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모교인 부산중앙고에서 공익 근무 중인 ‘양현’(안재홍). 그는 하루아침에 농구부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학교 윗선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농구부를 해체하는 대신 구색만 갖추기로 했기 때문. 양현은 선수들을 끌어모아 어떻게든 팀 전력을 끌어올리려 한다. 천재 유망주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유달리 키가 센터 ‘순규’(김택),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까지. 그러나 급조한 팀은 첫 경기에서 몰수패라는 결과를 마주하고, 해체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농구를 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잡은 코치와 선수들은 포기를 몰랐고, 이들은 새로이 팀에 합류한 '재윤'(김민)과 '진욱'(안지호)과 함께 8일간의 기적을 준비한다.
스포츠라는 낭만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끼리 속력, 지구력, 기능 따위를 겨루는 일'.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한 스포츠다. 다르게 말할 수도 있다. 누구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 경쟁. 곧 공정한 경쟁. 이는 스포츠가 낭만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일이 가능하기 때문. 현실 속 경쟁은 낭만과 거리가 멀다. 대학 입시가 취업 준비로, 다시 승진으로. 경쟁은 끊이지 않는다. 규칙이 의미 없을 때도 있다. 부모의 재력, 사회적 지위 등으로 인해 노력이 무의미할 때도 있다.
스포츠는 다르다. 규칙을 어기면 곧장 불이익이 주어진다. 경기장 밖의 일은 경기장 안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낭만의 종류도 많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에 역전하는 것,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 상대를 이기지는 못해도 자기 기록을 뛰어넘는 것... 경기장 밖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모이면 스포츠에는 낭만이 쌓인다.
이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서사가 있다. '재기'다. 스포츠에서 실패는 그저 실패가 아니다. 기회다. 축구에서는 공을 놓쳐도 '세컨드 볼'을 따내서 다시 공격할 수 있다. 테니스나 탁구에서도 서브 기회는 두 번 주어진다. 농구에서 바스켓에 맞고 튕겨 나온 볼을 다시 잡는 행위인 '리바운드'도 마찬가지다. 실패를 만회하려는 열정, 재기를 독려하는 기회라는 로망이 스포츠의 특성인 셈이다.
두 번째 기회라는 낭만으로 가득한 <리바운드>
그래서일까? 두 번째 기회라는 테마는 스포츠 영화에서 언제나 중요한 소재다.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스포츠 영화 <국가대표>가 대표적이다. 작중 선수들은 하나같이 결함이 있다. 미국 국가대표로 뽑히는 유망주였으나 부상 때문에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 스키 선수였지만 부상을 입어 종목을 바꾼 선수. 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경력과 가족 생계가 위기에 처한 선수. 그들에게 스키점프 국가대표는 두 번째 기회였다. 제대로 된 훈련장도 없고 금전적인 지원도 마땅치 않지만, 열정을 불태운 원동력이었다. 원했던 순위와 기록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도전이 감동적인 이유였다.
장항준 감독의 농구 영화 <리바운드>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단 한 번의 기회를 갈구하는 선수들을 나열한다. 슬럼프에 빠져 고등학교 진학조차 어려워진 유망주 기범. 발목을 다쳤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수술받지 못해 농구를 그만둔 규혁. 체계적인 농구 훈련을 받아 본 적 없는 순규와 강호.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했지만 한 번도 공식 경기를 뛰어본 적 없는 재윤. 선수로서 실패한 후 지도자로 재기를 노리는 양현. 이들은 ‘슛이 안 들어가도 리바운드(노력)를 잡으면 된다'는 메시지 하에 의기투합한다.
낭만적인 메시지는 진한 감동으로 이어진다. 실패를 곱게 바라보지 않고, 두 번째 도전이 쉽지 않은 사회적 현실과 맞닿아 있으므로. 실제로 장 감독은 “엘리트 체육선수를 꿈꾸지만 이 대회가 자기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르는 수많은 선수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 청년들이 조금이나마 위안과 공감을 얻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클리셰의 덫에 걸리다
그런데 감동은 많은 스포츠 영화를 함정에 빠뜨린다. 주제와 메시지가 유사한 것을 넘어서 감동을 주는 방식도 천편일률이기 때문이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 속에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팀을 꾸린다. 팀 안에서 갈등을 빚고, 부상자가 속출하며, 처음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는 참혹하게 실패한다. 하지만 의지와 깡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기적을 써 내려간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스포츠 영화의 공식이다.
<리바운드>도 예외는 아니다. 교장은 구색만 맞춘 채 농구부를 방치한다. 팀의 중추가 되어야 할 기범과 규혁은 중학교 시절부터 앙숙이라서 좀처럼 호흡이 맞지 않는다. 에이스가 되어주길 기대한 센터 '준영'(이대희)은 팀을 이탈한다. 에이스가 사라지자 팀의 전술은 완전히 망가지고, 처음으로 농구를 배운 순규와 강호는 경기에 녹아들지 못한다. 중앙고는 고교 최강팀 용산고를 만난 전국 대회 1차전에서는 참패한다. 하지만 각자의 시련을 딛고 일어난 후 이변을 일으키며 끝내 해피엔딩을 쓴다.
익숙함이 죄는 아니다. 클리셰가 많아도 이야기가 짜임새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바운드>는 클리셰를 제대로 써먹지 못해서 문제다. 익숙한 소재를 깊이 파고들지 못했고, 전반적으로 수박 겉핥는 인상이 짙다. 일례로 영화는 기범과 규혁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이 화해하는 에피소드는 의례적인 전개처럼 느껴진다. 농구부 운영에 대한 교장과 교사의 갈등도 간략한 코미디로 언급될 뿐이다. 순규와 강호의 불안함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그들은 고등학생에 와서 처음으로 농구를 시작한 관계로 대학 진학을 장담할 수 없다.
클리셰가 너무 많아서 부각되지 않는 대목도 있다. 후보 선수가 없을 정도로 전력이 약한 팀이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중앙고 코치와 선수가 무슨 준비를 했는지 거의 짚어주지 않는다. 양현이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선수들이 세탁실에서 패턴 플레이를 짜는 장면이 스쳐 지나가기는 한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객관적인 강팀을 매 경기 무너뜨릴 수 있었는지 전술적인 측면은 끝내 알 수 없다. 선수들의 끈기와 노력, 절실함만 거듭 강조된다. 스포츠 영화로서 입체적인 매력을 더할 기회를 날린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감동 한쪽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생생한 중계로 위기를 타개하다
다행히도 <리바운드>는 위기를 영리하게 타개한다. 실제 농구 경기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원동력이다. 모든 시합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만큼은 11년 전 경기를 재현한 듯 보인다. 선수들의 장비부터 포즈까지 실제 선수들의 것과 일치시켜서 현장감을 살린다. 경기장 효과음과 중계진 멘트를 더해 긴박함을 강조한다. 경기 내적으로도 공들인 티가 난다. 열세와 반격, 위기와 역전을 오가는 농구 경기의 흐름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연출했다.
세밀한 경기 묘사는 매 시합이 스토리텔링과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더 빛난다. 선수들의 위기와 갈등은 농구 코트 안에서만 펼쳐진다. 특히 토너먼트 경기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위한 쇼라고 할 수 있다. 첫 경기에서 기범은 몰락한 천재의 부활을 알린다. 다음 경기에서 기범이 집중 견제를 당하자 예상치 못했던 대안이 등장한다. 입만 산 줄 알았던 진욱은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순규와 강호도 강한 피지컬로 골밑을 장악하면서 자기 재능을 입증해 보인다. 모든 팀원이 견제당하자 재윤이 빛난다. 그는 처음 출전한 공식전에서 수없이 연습한 3점 슛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상대에게 일격을 가한다. 규혁도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발목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던 그가 몸을 던지자 친구이자 앙숙인 기범은 멋진 어시스트로 화답한다. 마지막 순간 양현도 선수들의 사기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며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물론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다 보니 경기가 너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 같기는 하다. 경기 묘사가 조금 더 상세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대신 스포츠 영화로서 <리바운드>의 매력은 살아난다. 캐릭터 드라마가 스포츠라는 낭만에 자연스레 녹아들자, 좌절을 극복하자는 메시지와 두 번째 기회라는 소재의 진정성을 제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갈등을 외부에 표출하는 대신 자기 자신과의 경쟁으로 설정한 선택이 후반부에 빛을 발한다. 클리셰의 늪에 빠진 전반의 실책을 만회한 셈이다.
<리바운드>는 일장일단이 확실하다. 전개와 감성이 뻔한 측면은 있지만, 심장을 뛰게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포츠 드라마의 매력과 감동도 익숙하지만, 실화를 충실히 재현한 제작진의 진심 덕분에 감동은 남부럽지 않다. 그러나 스포츠 영화 중에 흥미롭고, 독특한 위치를 점한 것도 분명하다. 공들인 티가 역력한 경기 장면은 저절로 주먹을 쥐게 만든다. 청춘의 패기가 자아내는 유쾌함과 싱그러움 덕분에 두 번째 도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가 색달라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3인조 밴드 '펀(FUN)'의 'We Are Young‘은 신의 한 수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결말까지, 명장면으로 손색없으니까.
Acceptable 무난함
분명 익숙한 맛인데, 조금 더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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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월 3주 개봉영화!
레지던트이블 : 라쿤시티 Resident Evil: Welcome to Raccoon City , 2021
좀비 액션 호러 레전드!
영화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는 엄브렐러의 철수 후 좀비 바이러스에 의해 지옥으로 돌변한 라쿤시티,
그 곳을 탈출하기 위한 클레어와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서바이벌 액션 호러영화 입니다.
게임 ‘바이오하자드’를 원작으로 한 '레지던트 이블'은 2002년 처음 등장해 좀비 호러 액션의 레전드로 불리며,
역대 게임을 원작으로 한 프랜차이즈 영화 중 가장 성공적인 흥행을 이루어낸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죠
이번 영화에서는 오리지널 스토리였던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게 원작게임 ‘바이오하자드’ 1, 2편을 최초 실사화 했습니다.
클레어, 크리스, 질, 웨스커, 레온 등 게임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1편의 배경인 스펜서 저택과 2편의 주요 스토리가 벌어지는 라쿤시티 경찰서,
그리고 게임에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을 그대로 가져온 스토리로 관객들의 흥미를 올리고 있습니다.
‘바이오하자드’의 팬과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팬의 만족도를 한꺼번에 충족시킬
첫번째 추천영화 "레지던트이블: 라쿤시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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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벤저스 東京リベンジャーズ , Tokyo Revengers , 2020
2021년 일본 실사영화 흥행 1위 화제작
2017년 부터 '주간 소년 매거진'에 연재 중인 와쿠이 켄의 원작 만화 '도쿄 리벤저스'는
운명을 바꾸기 위한 타임리프라는 독특한 설정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2021년 10월 10일 기준 누적 판매부수 4000만부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원작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일본 현지는 물론 아시아를 넘어 북미에서도 방영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과 OTT 등을 통해 서비스 되며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작의 매력을 극대화하한 실사 영화 "도쿄 리벤저스"가 개봉을 하는데요
2021년 7월 9일 현지에서 개봉한 "도쿄 리벤저스"는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것은 물론
11월 25일 기준 334만 관객을 동원하고 흥행수입 44억 6천만엔을 기록하며 2021년 실사 영화 흥행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본 대세스타 10인이 총 출동한 초호화 캐스팅!
원작 팬과 영화 관객 모두 만족시킨
두번째 추천영화 "도쿄 리벤저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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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라운드 Druk , Another Round , 2020
술과 삶에 대한 유쾌한 인생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무료한 일상에 사라진 열정을 되찾기 위해 알코올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에 나선 4명의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유쾌한 찐 어른들의 술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22년 맹활약을 예고하는 명배우 매즈 미켈슨과 토마스 보 라센, 라르스 란데, 마그누스 밀랑까지
베테랑 배우들이 최고의 앙상블을 펼치며 실제를 방불케 하는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이야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데요
미국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과 영국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세계 영화상을 휩쓸었고
미국의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 전문가 평점인 신선도 92%, 관객 점수인 팝콘 지수 90%를 기록하는 등
완성도는 물론 대중적인 재미까지 인정 받았습니다.
음주가 인생에 가져오는 모든 어른들의 이야기!
세번째 추천영화 "어나더 라운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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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틸 빌리브 I Still Believe , 2020
감동실화 러브스토리
영화 "아이 스틸 빌리브"는 20대 초반 가수를 꿈꾸는 제레미 캠프가 운명의 연인 멜리사를 만난 후,
그녀가 암에 걸리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적으로 노래한 감동실화 러브스토리입니다.
"제레미 캠프"는 미국 CCM 계의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인정받는 가스펠음악협의회 '도브 어워즈' 5회 수상을 비롯해
'ASCAP 뮤직 어워즈' 작곡가상, '리더스 초이스 뮤직 어워즈' 최우수 남성 아티스트를 수상했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그래미 어워즈' 노미네이트됐고 'AC 라디오' 10주 연속 1위를 포함한 6개 곡의 연속 1위,
기독 음악 부분 1위 등 수많은 기록을 차지했습니다.
모두가 사랑한 그의 대표곡이자 처음으로 작곡한 노래 'I Still Believe'의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네번째 추천영화 "아이스틸 빌리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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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타는 여자들 Sewing Sisters , 2020
1970년대 평화시장 소녀 미싱사들의 어제와 오늘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은 여자라서 혹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공부 대신 미싱을 탈 수밖에 없었던
1970년대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편견 속에 감춰진 그 시절 소녀들의 청춘과 성장을 다시 그리는 휴먼 다큐멘터리입니다.
개봉 전부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을 포함한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12회 광주여성영화제, 제22회 제주여성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여자라서 혹은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로 인생의 선택지를 빼앗겼던 1970년대 여성들의 애환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마치 나의 엄마를 보는 것만 같은 애틋함의 눈물로,
또 어떤 이에게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또래 친구들이 전해주는 용기로 다가갑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섬세한 이야기
다섯번째 추천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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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사랑 후에 오는 것들> 1차 예고편
홍과 준고, 그들의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1차 메인 예고편 ‘시간' 공개 9월 27일(금) 저녁 8시 오직 쿠팡플레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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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네버 해브 아이 에버 시즌 2>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15일, 넷플릭스 공개]
최고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이제 보상을 좀 받아야겠지?
인도계 미국인 소녀 데비의 반란.
올해는 학교에서 제일 불우한 애에서, 부러운 애로 신분 상승할 테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