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6-14 12:05:44
초현실주의 애니메이터가 연출한 <앨리스>
동부유럽 최고의 작가 얀 슈반크마이에르
체코의 조각가이자, 위대한 애니메이션 작가인
얀 슈반크마이에르 감독. 감독님은 초현실주의 운동에
강한 영향을 받으며 작품을 제작해 왔습니다.
굉장히 난해한 작품들을 만들어 호불호가 갈리지만
마니아층이 상당하며, 팀 버튼, 테리길리엄, 퀘이 형제 감독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감독님의 대표작으로는 <앨리스> <파우스트> <살인축구> <죽음의 식탁>
<대화의 가능성> <어둠, 빛, 어둠> 등이 있습니다.
영화 뿐만 아니라 연극, 회화, 조각, 설치미술, 문학 등 다양한 예술 형식을 넘나들며
작품을 만들어 오고 동부 유럽 최고의 작가입니다.
슈반크마이에르가 구현한 초현실주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앨리스> 같이 감상해보아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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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긴 여정의 시작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The King's Man, 2020)
개봉일 : 2021.12.22. (한국 기준)
감독 : 매튜 본
출연 :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리스 이판,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다니엘 브륄, 매튜 구드, 톰 홀랜더
쿠키 영상 : 1개
관람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성애적 장면은 없음)
킹스맨, 긴 여정의 시작
매너 있는 신사의 거침없는 액션을 보여주며 612만이라는 스코어와 “manners make man.”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상상해 본 적 없었던 콜린 퍼스의 절도 있는 액션과 ‘영국 신사’라는 이미지에 딱 맞아떨어지는 배우들의 멋진 수트핏. 그리고 B급 감성이 물씬 느껴지지만 호쾌하게 터지는 악당들의 머리들.. 아니 액션까지. 잔인하지만 특이하게도 발랄하게 느껴졌던 영화, 킹스맨은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 에그시가 킹스맨의 요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에그시와 해리, 그리고 형제 조직인 스테이츠맨까지 가세해 더욱 활동 범위를 넓힌 2편, <킹스맨: 골든 서클>을 지나 3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킹스맨은 스파이더맨의 강세에 기죽지 않고 기특할 만큼 꾸준히 스코어를 올리고 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시리즈의 3번째 편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킹스맨의 첫 번째 이야기 이전에 있었던 프리퀄, 0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최고의 양복점 킹스맨에 자리하고 있는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짚어준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00년대 초반으로, 평화를 바라기 어려웠던 갈등과 전쟁의 시대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 시기에 실제로 일어난 보어전쟁과 강제수용소, 사라예보 사건, 세계 1차 대전과 같은 사건들과 러시아의 비선 실세였던 그리고리 라스푸틴. 빌헬름, 리콜라이 황제, 여성 스파이 마타하리 등 실존 인물들을 차용해 이야기의 틀을 만든다. 역사를 몰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몇 가지 키워드를 조사한 후 2회차를 했을 때, 몇몇 배우와 실존 인물들의 외적 싱크로율에 감탄했다..)
킹스맨 시리즈인 듯 아닌 듯, 새로운 느낌
개인적으로 킹스맨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가 두 가지 있다. 유연하고 시원한 액션과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 음악, 주연 배우들의 멋진 수트핏. 그리고 커다란 위기 앞에서도 잃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 하지만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전 시리즈들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실제 사건들을 주로 다뤄서인지 유쾌함보단 진중함에 더 무게를 둔듯하고, 일명 킹스맨스러운 액션신도 적다. 수트보다는 활동복이 주가 되면서 주연 배우들이 가진 ‘영국 신사’스러운 고급진 분위기와 수트핏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도 이전 시리즈에 비해선 적다. 유쾌한 분위기의 킹스맨 시리즈를 기대했다면 사뭇 다른 분위기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킹스맨’ 시리즈의 근본을 잃지 않는다. 첫 수트는 1번 재봉실에서 맞춰야 한다는 전통, 스테이츠 온 더 록, 칼날이 장착된 구두와 요긴한 무기가 되는 우산, 요원들의 코드명 등 앞서 공개된 시리즈에서 언급됐던 킹스맨의 흔적들이 눈에 띌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
거기에 얹어지는 킹스맨의 탄생 과정은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세계관을 한층 넓혀준다. 영화는 신사적인 평화를 이루고, 불필요한 폭력과 희생은 만들지 않는다는 킹스맨의 정신과 평화를 위해 또는 폭력으로 인해 희생된 인물들을 기리는 술잔과 같은 킹스맨의 전통의 시작점을 보여주며 ‘킹스맨’이라는 단체의 정체성을 다시 읊어준다.
사심을 충족해 준 배우들
‘킹스맨’이라는 브랜드의 특징을 빼놓고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다른 매력을 찾으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배우들이라고 말하겠다. 독특하고 거대한 존재감을 뽐낸 라스푸틴 역의 리스 이판 배우와 든든한 서포터 폴리, 숄라 역을 맡은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배우. 감쪽같은 3역 연기를 보여준 톰 홀랜더 배우의 활약이 빛났다. 특히 리스 이판 배우가 보여준 광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고대했던 주인공 부자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 역을 맡은 랄프 파인즈와 해리스 딕킨슨 배우의 케미였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구스타브로 가장 유명하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동공 미남 랄프 파인즈와 그의 젊은 시절을 닮은듯한 해리스 딕킨슨의 조합은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난다.
해리스 딕킨슨이 킹스맨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말레피센트2>를 통해 처음 만나고, <마티아스와 막심>에서 다시 만난 그는 몇 마디 되지 않는 대사와 웃을 때면 은은히 올라가는 입꼬리로 내 마음의 문을 뻥 걷어찼는데,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통해 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군복도, 수트도, 사냥 수트도.. 그냥 혼자 다했다.
킹스맨 시리즈 입문자도 부담 갖지 않아도 될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매력적인 배우들과 함께 킹스맨의 시초를 훑어볼 수 있는 영화다. 시리즈물이라 하면 왠지 이전 편을 모두 보고 가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에 관람이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고 관람해도 좋다. 이전 편들과 연결되는 킹스맨의 상징물들이 있긴 하지만, 미리 알고 가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퍼스트 에이전트를 먼저 보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시크릿 에이전트, 골든 서클을 관람하며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본 물건들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시놉시스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이 모여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광기의 시대.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그가 비밀리에 운영 중인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최초 미션이 시작된다!
베일에 감춰졌던 킹스맨의 탄생을 목격하라!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평화에 대한 두 부자의 신념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스토리는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 부자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직접 전쟁에 참여했던 옥스포드 공작은 거울 속에 비친 잔혹한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평화를 갈망하게 된다. 그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며, 아들인 콘래드는 전쟁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란다. 의미 없는 싸움에 참여하기보단 그것을 외면하길, 그렇게 안전하게 살아가길 말이다.
콘래드는 자신을 지극히 아끼는 아버지, 옥스포드 공작을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한다. 위험을 외면한다면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고, 직접 전쟁에 뛰어들어 평화를 쟁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러 나라의 관계가 얽히고, 결국 터져버린 전쟁 앞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지키고 싶어 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품을 떠나 위험한 세상으로 뛰어든다. 수백만이 무의미하게 죽은 2년간의 전쟁, 평화보다는 적들을 죽이는 것이 먼저인 전쟁. 참혹한 현실을 보게 된 콘래드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총알을 뚫고 귀환하지만 허무하게 죽고 만다.
이 시대의 평화를 위해 신념을 깬 옥스포드
옥스포드는 “조국을 위한 죽음은 감미롭고 명예롭다.”는 거짓말 아래서 죽어간 수많은 청년들을 위해 자신의 평화에 대한 신념을 깬다. 싸움을 외면하고, 누구도 죽이지 않기로 다짐했던, 평화주의자의 오래된 신념을.
옥스포드는 앞서 러시아의 황실을 주무르던 위험 인물 라스푸틴을 죽이고 한참 동안 시름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들 콘래드의 신념을 잇기 위해 잠시 평화주의를 내려놓는다. 옥스포드는 콘래드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전쟁 영웅의 상징인 빅토리아 훈장을 이용해 모트의 스카프를 끊어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그가 일반 칼이 아닌 훈장으로 스카프를 끊는 장면은 옥스포드가 콘래드의 신념을 이었다는 상징이면서도 훈장에 남은 붉은 천 조각을 바람에 흘려보내며 전쟁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낸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붉은 스카프를 두른 전쟁의 원흉인 인물들도 함께 끊어내면서 말이다.
이후 옥스포드는 콘래드와 같은 수많은 청년들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비밀 조직 킹스맨 에이전시를 창설한다. 코드명은 콘래드가 애칭처럼 사용했던 아서왕과 기사들의 이름으로 지정하고, 콘래드가 보낸 리드 상병도 함께 요원으로 발탁한다. 그가 높이 치켜든 희생자들을 기리는 술잔은 전통이 되어 <골든서클>에서도 등장한다.
평화를 지키고자 했던 평화주의자이자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만든 독립 조직 ‘킹스맨 에이전시’는 이렇게 탄생한다. <퍼스트 에이전시>에서 해리가 슬쩍 흘렸던, 킹스맨은 전쟁과 그 후의 남은 이들의 재력으로 만들어졌다던 탄생의 떡밥이 이제야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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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인보다는 평범한 내가 좋다.
부부싸움. 어릴 적 너무 잦은 그 상황에 노출된 나는
우리 집의 영웅이 되기로 결심을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반장, 회장 등. 감투에 관한 임명장을 정기적으로 가정에 제출했다. 또한 공부로 승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그 시절 학교 대표로 장기자랑, 응원단장, 축제 사회자 등. 그런 행위들을 통해 부모님을 이따금씩 나의 공연장으로 불렀다. 부모님들께서는 사이가 어려운 사이에서도 함께 나를 보러 왔었고, 순간적으로 나마 가정에 평화의 기운을 맴돌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나의 십 대는 부모님의 부부싸움과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점점 거인이 되고 있었다.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부부싸움이 일어난다는 것을 일찍 터득한 이 거인은 먹고 싶은 것 따위는 금세 잊어버리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철없는 동생이 혹이라도 부모님께 졸라대며 갖고 싶은걸 사달라고 할 때는 비밀스레 상황을 정리(?)하는 전투력도 높아져 갔다. 그렇게 가정의 경제 상황과 부부 관계가 호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자라 갔다. 내 키보다 나는 더 자랐고, 내 나이보다 훌쩍 더 커져 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 가정을 지켜야 했고, 그 몸부림은 처절했다.
영화 <거인>은 그 시절 나를 선명한 기억 속으로 이끌어 갔다.
영화 <거인>의 보육시설인 그룹홈 에서 사는 한 고등학생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영재는 이미 나이가 되어서 그룹홈에서 나가야 하지만 무책임한 아빠 집에 절대 들어가기 싫다. 결국 그가 만들어낸 전략은 자신을 책임져주지 않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삶이다. 그룹홈에서 모범생으로 살아가며 천주교 신부가 되겠다고 하지만, 그의 이어지는 절망의 삶은 후원물품을 훔쳐 팔고, 거짓으로 자신의 인격을 채우는 거인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자신의 절망을 먹어버리고, 타인이 원하는 육중한 거인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그룹홈에 아빠가 찾아온다. 이쪽저쪽 빌붙어 살아가던 아빠는 그룹홈에 동생마저 떠맡기려 한다. 이 모습에 영재는 거인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숨겨왔던 들끓는 분노를 터트리고 만다. 영화 속 영재는 결국 또 다른 보육기관으로 향하며 끝을 맺는다.
<최우식의 연기는 너무 리얼해서 과거의 나의 모습과의 오버랩속에 영화 내내 어려웠다.>
영화가 마친 뒤 영재의 모습을 통해 한 가정에 영웅이 되길 원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하염없는 절망과 갈등을 먹을 수밖에 없던 그때. 숨이 막혀 턱 끝까지 차오르며 버겁게 견디던 내 삶에 말해줬다면, 그렇게 처절하게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영웅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영웅이 있었기에 우리 부모님은 요즘 두 분이 순대국밥을 같이 먹으러 다닌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거 보면, 또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영웅이 되고, 거인이 되어야 할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면 부모의 문제는 두 분에게 맡기고 나는 나를 더 책임지며 살아야 했던 걸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영화가 이토록 나의 내면세계를 건드린 이유는 아마도 김태용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김태용 감독’이나, ‘나’ 나 이제는 거인이 아닌 "나 "로 살아갈 수 있으니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결론은 거인보다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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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랜드>의 뉴욕 버전!
“Do You Remember~” 우연히 듣게 된 음악은 기억과 추억을 싣고 온다. 그 당시 계절과 시간, 그리고 함께한 사람과의 추억까지도. 상대방이 연인이었다면, 그 기억은 더 아름답게 떠오를 터.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은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과거 함께 들은 음악을 들으며,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을 담는다. 영화는 마치 꿈처럼 아스라이 사라지는 그 순간을 담기 위해 달려온 것처럼, 짧지만 마법 같은 시간을 관객에게 선물한다. 마치 말하지 않아도 이런 사랑의 기억을 하나쯤 갖고 있지 않냐는 무언의 메시지처럼.
뉴욕 맨해튼에서 사는 도그는 외롭다. 언제나 혼자 해야 하는 게 매일 돌려먹어야 하는 레트로 음식처럼 못마땅한 도그는 우연히 TV를 보다 발견한 반려 로봇을 주문한다. 마침내 조우한 도그와 로봇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뉴욕 곳곳을 누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해수욕장에 놀라 가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인다. 로봇이 방전되어 움직일 수가 없는 것. 도그는 어쩔 수 없이 로봇을 홀로 남겨놓고 집으로 간다. 다음 날, 도그는 일어나자마자 연장통을 들고 해수욕장을 찾는데, 하필 운영이 종료되어 해변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로봇 드림>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리움’이다. 원치 않은 이별을 하고, 언제 만날 줄 모르는 기다림을 견뎌야 하는 도그와 로봇은 물리적인 거리만큼 서로를 그리워한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이들은 하루 하루 비슷한 일상을 버티며 만날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운명은 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특히 홀로 해변에 남겨진 로봇은 불청객의 습격을 받고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등 물리적인 고통을, 도그는 또 다시 찾아온 외로움에 사무치는 심리적인 고통을 부여받는다.
서로를 향한 그리움은 꿈으로 치환되는데, 제목이기도 한 로봇의 꿈은 매번 함께 들었던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휘파람으로 불며 도그의 집으로 가는 그의 여정이 그려진다. 물론, 만나기 일보직전에 항상 실패한다. 그리고 깨 보면 잔혹한 현실의 장벽에 놓여 있다. 로봇은 도그를 향해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며 그리움은 켜켜이 쌓인다. 도그 또한 꿈에서 로봇과 재회하지만, 현실에서 더 큰 외로움을 느끼는 등 여파가 크게 밀려온다.
지난한 이 상황에서 이들은 각자의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과 다른 이들과 인연을 맺는다. 이별 후 죽을 것 같은 통증에 더 이상 내 인생에 사랑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다른 사랑을 찾는 현실처럼, 이들 또한 그리움은 가슴 깊이 묻어두고 이 외로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선택을 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도그와 로봇의 모습을 비춘다. 어쩌면 이게 바로 우리의 삶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우리는 그리움을 통한 애절한 감정의 순간과 그 감정을 자양분 삼아 현실의 사랑에 더 충실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결은 다르지만 <라라랜드>의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가 떠오른다. 서로 사랑을 하고 아쉬운 이별을 한 후, 각자의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간 이들의 마지막 재회. 그 찰나의 순간에 담긴 이들의 성숙한 로맨스 그리고 그 눈빛은 이 작품에서 오버랩된다. 이 부분을 두 눈으로 확인한다면 이 작품을 <라라랜드>의 뉴욕 버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로봇 드림>은 오직 그림으로만 구성된 특징을 가져온다. 대사 없이 캐릭터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작품은 무성영화를 방불케 하는 것처럼 캐릭터에 집중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변화하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데, 집중한 만큼 느껴지는 감정의 폭은 깊다. 시의적절하게 ‘September’, 'You Raise Me Up' 등도 삽입되어 가사의 의미를 통해 이들의 숨겨진 마음을 전한다. 특히 ‘September’를 들으면 도그와 로봇이 생각날 정도로 감정의 동요가 크다. 손수건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와 함께 후보에 오른 <로봇 드림> 또한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영화가 담은 의미와 감동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이젠 기억 속에 어렴풋이 자리 잡은 1980년의 뉴욕 문화를 재현한 것처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그리움과 사랑의 기억을 복원한다. 보는 이로서 그 자체가 103분의 달콤쌉싸름한 꿈이라도 행복했던 지난날에 취하고 싶다. 현실로 돌아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칠지언정.
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평점: 4.0 /5.0
한줄평: 지금 나를 성장시킨 건 그 때의 우리였다는 걸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 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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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 Venom: Let There Be Carnage, 2021
2018년에 개봉한 영화 <베놈>은 '기대보다는 아니었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당초 예상되었던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15세 이용가"로 낮춰 표현 수위에 대한 불만, 이외에도 많은 원인들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수익 2억 달러와 전 세계 수익 8억 달러, 그리고 국내 관객수 388만명은 '오히려, 그들의 선택이 옮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나온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도 전작과 동일한 "15세 이용가"로 발표했고 미리 공개된 북미 박스오피스는 이번 "코로나19"이후 북미 최고의 오프닝 수익 9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는 1위와 함께 460,288명(10.15 기준)으로 '이번에도 그들의 선택이 옮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행이 비슷한 것처럼 영화에 들려오는 평가도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내 역시, 개봉일에만 20만명으로 좋은 시작을 알렸지만 이후 관객수가 떨어지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2주차 <007 노 타임 투 다이>에게 밀려 전주 대비 65%를 기록해 큰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렇기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는데요.
'과연,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어땠는지?' - 그럼, 영화의 감상을 "SCREEN X"로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작에 이어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베놈'과 '에디'는 연쇄 살인범 ‘클리터스 캐서디’의 인터뷰를 위해서, 교도소에 갑니다.
하지만 이내, '캐서디'의 도발에 넘어간 '베놈'이 ‘클리터스'를 공격하고 이내 ‘클리터스'는 '에디'를 물어버립니다.
그렇게, '베놈'의 심비오트가 ‘클리터스'의 몸에 들어가 '카니지'라는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며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예고하는데...
뭐, 이리 줄이면 남는 게 있어?
1. 빠르게, 본론부터 말하죠!
먼저, 영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분량은 90분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전작 <베놈>의 러닝 타임이 107분으로 일반적으로 120분이 훌쩍 넘는 "MCU"을 비롯하여 여타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짧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런 짧은 분량은 '오히려, <베놈>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2편에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줄어든 분량은 이들의 자신감으로 보였습니다.
자신이 있으니까, 짧게 한 거지?
사실, '시리즈'는 해당 작품들을 보려는 고정적인 팬층을 말하면서도 새로운 관객들을 유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동시에 말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에는 '전작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라지는데요.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만을 본다면, "에디"와 "베놈"의 모습을 '기생인지, 공생인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작품은 이를 전제하에 깔아두고서, 시작하니 짧아진 분량은 관객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클리터스 캐서디’ 즉, '카니지'와의 대결에 기다리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보이는 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2. 뭔가, 숨겨둔 게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등장한 ‘클리터스 캐서디’, '카니지'의 모습은 일단 비주얼에 있어 합격을 받는데 큰 부족함은 없습니다.
앞서 말한 "15세 이용가"임에도 저를 비롯하여 관객들의 눈을 이끄는데 충분하나 개인적으로는 "청소년 관람불가"였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해당 영화들에서도 이를 염두에 두고서 보여주는 액션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카니지'로 각성해 사람들의 머리를 잡아먹는 모습들이 어설프게 마무리되니 자연스러운 하나의 연결 동작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과 "나오미 해리스", 그리고 "톰 하디"를 생각하면 연출적인 도움이 없는 건 더 큰 아쉬움으로 보이고요.
'소니'는 '감독판'을 풀어라!
그러나,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와 그리고 개연성에 문제가 보입니다.
극 중 "베놈"과 "카니지"의 설정이 "심비오트"로 불과 소리에 민감하다는 말을 하고 이는 "카니지"와 "슈리크"의 갈등적 요소로 쓰일 만큼 중요합니다.
하지만, 축제에서 마이크를 떨어트리는데 소음이 발생해도 끄떡없는 "베놈"의 모습에는 살짝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베놈"이 "카니지"를 보고서, "에디"에게 "빨간 건 위험하고, 우리는 죽었다"라는 말을 꺼내며 위기감을 조성하나 영화에서는 이에 대해서 "왜?"가 빠져있어 바라보는 관객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3. 이번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란,
이외에도 "카니지"가 편의점 노트북을 통해서, 경찰 정보망을 뚫어버리는 설정은 '전작을 제대로 보고왔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말고도, 마지막에 "슈리크"가 "카니지"에게 "너무한 거 아니야?"라면서 애걸복걸하는 장면이나 다시 뜬 형사의 눈이 다르다는 점으로 90분 말고 다른 영화들처럼 120분으로 여유 있게 풀어냈다면 하는 아쉬움도 생깁니다.
그럼에도,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SCREEN X와 함께, 티키타카를...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장점을 말하자면, 첫 번째 '버디 무비"의 문법을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극과 극의 성향을 보여주는 "에디"와 "베놈"이 주고받는 농담은 뻔하지만, 이들의 관계가 어떤지를 잘 설명하면서도 재밌게 보여줍니다.
시작부터 화장실에서 주고받는 대화에 옆 칸 사람이 바닥을 향해 내려가 확인하는 모습부터 이후 "카니지"와의 대결에 내빼는 모습까지 입꼬리를 올리기에 충분하거든요.
다음으로 두 번째, 기존 포맷에서 관람하는 액션은 "SCREEN X"로 안 보면, 손해일 정도로 잘 나왔습니다.
특히, 각성된 "카니지"의 폭주와 "베놈"과의 성당에서 펼쳐지는 대결은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그래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었습니다.
4. 베놈을 보았는데, 왜 스파이디만 떠오를까?
그래도, 가장 재밌는 장면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쿠키 영상"일겁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마블"과의 협업이 이뤄지는 순간이고, 이를 직접 목도하니 내심 "토퍼 그레이스"도 나오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쿠키 영상은 앞선 영화의 아쉬움을 날려보낼 만큼 좋았지만 이게 외부적인 요소임을 생각하면 역시, 아쉽습니다.
베놈 없는 베놈 2?
이런 이유에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마지막 성당 대결만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3>의 종소리에 떨어지는 심비오트의 모습이 겹칠 만큼 성당의 종소리와 구도는 노골적으로 겹쳐 보였거든요.
여기에, 히로인이 떨어지는 장면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까지 떠오를 만큼 "오마주"가 흘러넘쳤거든요.
여기서, 쿠키 영상마저 남의 작품이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로서는 다음 3편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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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대부>시리즈의 감독 프란시스포드 코폴라 감독의 신작 <메갈로폴리스>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감독은 80년대부터 구상했던 시나리오라고 밝혔는데요. 초호화 캐스팅은 물론,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10년 만의 신작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첫 스크리닝 이후 막대한 예산, 상업성과 거리가 먼 내용에 선뜻 나서는 배급사가 없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최근 칸 영화제 경쟁작에 초청되어 스틸컷이 공개되면서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를 불러모았습니다.
감독님이 자비 1억 2천만 달러를 들였다는 초대형 작품. 극장에서 꼭 만나보고 싶네요 ?<범죄도시2>, <범죄도시3>에 이어 시리즈 세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범죄도시 4>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로 역대 한국 영화로는 24번째 천만 영화,한국 영화 시리즈로는 첫 ‘트리플 천만’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자비 1억 2천만 달러 들인 <메갈로폴리스> 트레일러 공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10여년 만의 신작. <메갈로폴리스>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애덤 드라이버, 나탈리 엠마뉴엘, 포레스트 휘태커 등 다수의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은 물론 제작비로 1억 2천만 달러, 한화로 1600억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 입니다. 영화는 재난으로 파괴된 뉴욕풍 대도시를 배경으로 부패한 시장 프랭크 시세로와 이상주의자 건축가 시저는 도시의 재건 방향성을 놓고 대립, 사교계 스타인 프랭크의 딸 줄리아는 둘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베테랑2> 스틸 공개
베테랑 1편 개봉 이후 9년 만에 나오는 시리즈 <베테랑2>의 스틸컷이 공개되었습니다.
정해인이 새로운 강력계 형사로 캐스팅되면서 기대를 모았으며, 류승완 감독은 아주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 나올 것 이라 밝혔습니다. <베테랑2>는 올해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국내 시리즈물 영화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가 되었습니다.
나홍진 감독 <호프> 상반기 개봉예정
마이클 패스밴더, 알리시아 비켄데르,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주연의 <호프>가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고립된 항구 마을 호포항 외곽에서 미지의 존재가 목격된 후, 그 실체를 수색하다 마을이 파괴될 위기에 놓인 주민들의 사투를 그립니다. 1편이 잘 되면 3부작으로 제작할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국내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핸섬가이즈> 올해 6월 개봉
이성민X이희준 주연의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의 6월 개봉이 확정되었습니다.
<핸섬가이즈>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재필’과 ‘상구’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비밀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 영화입니다.터프가이 재필과 섹시가이 상구의 코믹한 티저 포스터가 공개돼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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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영화의 매력
영화 <패싱>은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흑인들의 삶과 흑인을 향한 인종차별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주인공 아이린이 아들이 갖고 싶은 책을 사고자 뉴욕으로 가는 것으로 부터 시작이 된다. 마침 어렸을 적 친구였던 클레어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과거와는 너무나 다른 클레어의 모습에 아이린은 단번에 눈치를 못 챈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러 클레어의 방으로 들어가 여태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를 나눈다. 얼마 안 있고서 클레어의 남편이 들어오는데 얘기를 하는 도중에 그는 흑인을 혐오하는 인종차별주의자임을 알게 되어 아이린은 걱정하며 불안해 한다. 하지만 클레어는 별 생각이 없는 듯이 이런 자기의 남편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내심 어렸을 적, 그 시절들을 그리워한다. 이후 클레어는 흑인복지연맹 위원회로 일하고 있는 아이린을 따라 무도회, 모임 등에 참석하며 사람들과 어울어진다. 하지만 클레어의 남편이 아이린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아내 또한 여태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클레어를 찾아가지만, 클레어는 자살하며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영화 제목인 '패싱'은 우리가 흔히 아는 '지나가다'라는 뜻은 아니다. 혼혈의 비율이 점점 늘면서 겉으로 봤을 때는 전혀 흑인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피하거나 고등교육을 받는 등 백인 행세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사실 <패싱>은 흑백영화이기 흑인과 백인, 자세히 어떤 점에서 패싱인지는 파악하기가 조금 어려운 것 같다. 단순히 명도와 채도로만 구분이 가능하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클레어의 머리색이 금발이라고 하지만 '어 피부톤이 좀 밝네? 엇 이 사람은 조금 어둡네?'로 밖에 흑인인지 백인인지 알 수 밖에 없다.
사실 나는 흑백영화를 볼 때 답답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영상미와 연출이 둔탁한 느낌이 들고,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도 뚜렷하지 않은 것 같아 갑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동주>란 영화를 봤을 때는 흑백 영화인 줄 모르고 봤는데 첫 장면부터 숨 막혔었던 것 같다. 하지만 <패싱>은 이와 조금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선 흑백으로 함으로써 인종차별을 조금 완화하려고 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흑백영화에서는 백인 또한 자신의 원 피부톤보다는 어둡게 나오니. 오직 밝고 짙은 무채색으로만 구별이 가능하고 빛의 유무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니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에 더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또한 1.33:1의 비율로 인해 사람의 표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패드로 감상을 했는데 화면이 꽉 채웠다는 느낌에 몰입할 수 있었고 다른 영화, 드라마와 같이 가로로 늘려있는 화면이 아닌 타이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인물 한 명 한 명에 집중할 수 있고 배경에 감탄하거나 다른 부차적인 요소들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이 아닌 인물들의 표정과 말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종차별을 다루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내심 흑백이라는 베일에 가려진 듯한 방식으로 연출하여 밝고 어두움, 이분법적으로 영화를 보게 되어 신선했다. 오히려 1.33:1 비율과 흑백, 이 둘로 인해 답답하거나 막혀있는 느낌이 아닌 인물의 마음과 표정에 더 초점을 맞춘 상태로 볼 수 있어서 긴장감과 초조함을 계속 유지한 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린과 클레어 간의 감정구도도 흥미로웠던 것 같다. 반감과 걱정의 감정들이 오고가며 누구에게는 끈끈한 관계 누군가에게는 끊고 싶은 관계. 자기 모순적이면서 위선적인 두 여성 인물들에 의해 계속 긴장감을 유지한 채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특히 테사 톰슨 배우의 진지하고 차분한 연기, 엘레강스하고 품위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인종차별은 다양한 형식으로, 방식으로 과거에도 지금 현재에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조심스럽게 아마 미래에도 계속 끊임없이 언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으로서 겉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 속의 내면에, 사람의 진심과 마음에 더 귀기울이면 어떨까 한다.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사람이 처해있는 상황과 배경, 그리고 놓여있는 그 상황에 따른 개개인별의 문제해결 방법에 그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서로 간의 신뢰, 믿음과 배려를 바탕으로 지금보다 더 따뜻한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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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타일 리메이크 / 로코의 정석 /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진영 다현 / 대만 원작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지만 엔드크레딧과 함께 사진들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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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가족 -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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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 2만 원만 빌려주시겠어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텐트를 집, 밤하늘의 달을 조명 삼아 살고 있는 기우(정일우)와 가족들.
다시 마주칠 일 없는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돈을 빌려 캠핑하듯 유랑하며 살아가던 이들이
어느 날, 이미 한 번 만난 적 있는 영선(라미란)과 다른 휴게소에서 다시 마주친다.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살아가던 고속도로 가족과 그들이 신경 쓰이는 영선.
이 두 번의 우연한 만남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이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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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퍼펙트 머더 : 와이 우먼 킬> 메인 예고편
평범하고 실력 좋은 미용사 '클레어'는
밤이 되면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양면의 모습을 감춘 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단골손님인 '올리비아'에게 강한 호감을 느낀 클레어는 평소에 하지 않던 출장까지 승낙하고
그녀와 더 친해지기 위해 용기 내어 결혼 축하 파티도 참석하지만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떻게든 바로잡으려 노력할수록 더 어긋나기만 하는 관계에 클레어의 집착도 뒤틀리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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