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3-25 11:31:23
3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2024 첫 천만 영화 등극
2024 첫 첫만 영화! 오컬트 장르 첫 천만 영화!
최민식 배우 <명량>이후 두번째 천만 영화!
유해진 배우 네 번째 천만 영화!
김고은 배우 데뷔 12년만의 첫 천만 영화!
이도현 배우 스크린 데뷔 첫 천만 영화!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
영화 <파묘>가 올해 들어 개봉한 영화로는 처음으로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습니다.
또한 오컬트 장르 증 최초의 천만 영화이며, 비수기로 꼽히는 설 연휴 직후에 개봉한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우 최민식은 <명량> 이후 2번째 1000만 영화 주인공이 됐고, 이도현은 스크린 데뷔작으로 1000만 배우가 되는 행운을 안게 되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순위]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이 개봉주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고대 유물의 사악한 힘으로 빙하기에 이르게 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버스터즈들이 힘을 합쳐 펼쳐지는 모험을 담았으며, ‘뉴 고스트버스터즈’와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가 짜릿한 팀플레이를 펼치는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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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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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주 차 OTT 공개·종료 예정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이번 주에는 어떤 작품이 공개되고,
또 어떤 작품이 서비스가 종료되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윈드풀
넷플릭스 / 공개
출처 | Rotten Tomatoes개요: 범죄 | 미국 | 91분
감독: 찰리 맥도웰
출연: 릴리 콜린스, 제시 플레먼스, 제이슨 세걸 등
공개일: 2022.03.18줄거리
IT 업계의 억만장자의 빈 별장에 침입한 남자. 하지만 오만불손한 재벌과 그의 아내가 갑자기 휴가를 보내러 별장에 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포인트
영화 <러브, 로지>, <옥자>에 출연한 릴리 콜린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에 출연한 제시 플레먼스, 영화 <걸리버 여행기>에 출연한 제이슨 세걸. 이 세 배우가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색다르면서도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스릴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드립니다.
블랙 크랩
넷플릭스 / 공개
출처 | Rotten Tomatoes개요: 액션 | 스웨덴 | 110분
감독: 아담 버그
출연: 누미 라파스, 알리에테 오페임, 제이콥 오프테브로 등
공개일: 2022.03.18줄거리
폐허가 된 세상. 딸을 구하려는 군인이 절박한 임무에 마지못해 몸을 던진다. 전쟁 종식이 목적인 임무. 극비 화물을 가지고 얼어붙은 바다를 횡단하라.
포인트
영화 <블랙 크랩>은 예르커 비르트보그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합니다. 아담 버그 감독은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요. 이 영화는 예테보리국제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되기도 하였습니다.
휴먼 리소스
넷플릭스 / 공개
출처 | Rotten Tomatoes개요: 액션 | 미국 | 1부작
감독: 켈리 갈루스카, 닉 크롤, 앤드루 골드버그, 마크 레빈
출연: 에이디 블라이언트, 랜들 박, 닉 크롤 등
공개일: 2022.03.18줄거리
인간사를 도와드립니다! 로맨스면 로맨스. 직장 문제면 직장 문제. 사랑벌레 호르몬 괴물 등 다양한 생명체들이 인간 고객들의 고충을 도와주기 위해 나선다.
포인트
어른들을 위한 사춘기 주제의 애니메이션 <빅 마우스>의 스핀 오프 작품입니다. <빅 마우스> 시리즈를 보신 분, 외국 유머를 좋아하시는 분, 가볍게 볼만한 콘텐츠를 찾으시는 분께 <휴먼 리소스>를 추천드립니다!
돼지의 왕
티빙 / 공개
출처 | 티빙개요: 범죄 | 한국 | 12부작
연출: 김대진, 김상우
출연: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등
공개일: 2022.03.18줄거리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
포인트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이 원작인 드라마인데요. 원작 <돼지의 왕>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국제 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초청됐습니다.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어 원작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거라 예상합니다.<돼지의 왕>은 매주 금요일 2편씩 공개한다고 합니다.
우린폭망했다
애플 티비 / 공개
출처 | Rotten Tomatoes개요: 드라마 | 마국 | 8부작
연출: 존 레쿼, 글렌 피카라
출연: 자레드 레토, 앤 해서웨이, 아메리카 페레라 등
공개일: 2022.03.18줄거리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위워크'는 10년도 안 되어 단 하나의 공유 사무실에서 470억 달러 가치의 국제 브랜드로 성장했으나, 채 1년도 안 되어 400억 달러를 잃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포인트
우리나라 배우 '김의성' 배우가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영화 <레퀴엠>,<수어사이드 스쿼드>, <모비우스>의 주연 자레드 레토와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레미제라블>의 주연 앤 해서웨이가 만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 미래를 읽는 천재
왓챠 / 종료
출처 | Rotten Tomatoes개요: 다큐멘터리 | 마국 | 56분
연출: 타라 퍼니아
종료일: 2022.03.20줄거리
2011년 10월 5일 짧은 생을 마감한 스티브 잡스 추모 1주기에 맞춰 개봉하는 다큐멘터리로 생전 잡스의 인터뷰와 수많은 실제 자료들을 토대로 천재이자, 선구자였던 그의 인생을 재조명하며 진정한 개척자로써 세상을 바꾼 그의 위대한 업적을 담아내고 있다.
포인트
대중에게 알려진 CEO 스티브 잡스의 모습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친구의 모습까지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누군가의 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이 영화 추천드립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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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의 사랑’을 ‘보편의 사랑’이라 말하지 말 것
7★/10★
울리히 슈미트가 쓴《동물들의 비밀신호》에는 ‘코끼리 떨림’이라는 말이 나온다. 코끼리를 사냥하기 전, 사냥꾼들의 몸이 덜덜 떨리는 현상을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코끼리를 향한 공포, 경외, 정복욕 등을 포괄하는 신비한 경험을 일컫는 단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코끼리 떨림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동물학자들은 코끼리가 우거진 수풀을 거뜬히 통과하는 강력한 음파로 최대 10킬로미터 떨어진 무리와도 소통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코끼리가 뿜어내는 음파가 인간의 가청한계에 미치지 못하는 13~24헤르츠였기에 코끼리 사냥꾼이 소리를 듣지 못하고 떨림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16년 개봉한 영화 〈캐롤〉을 다시 보며 《동물들의 비밀신호》가 떠오른 이유가 있다. 〈캐롤〉은 이성애가 규범인 세상에서 위태로운 사랑을 이어가는 두 여성 퀴어의 이야기다. 퀴어와 동물은 남들이 모르는 자신들만의 소통 방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있다. 코끼리 떨림은 코끼리들의 정교한 의사소통이지만 이를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인간에게는 공포심을 남긴다. 퀴어도 마찬가지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가능한 조심스레 진행되는 퀴어들의 정교한 의사소통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남긴다. 두 공포심 모두 코끼리의 언어와 퀴어의 정교하고도 비밀스러운 의사소통을 해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능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코끼리와 퀴어를 비난한다. 왜 자신에게 불쾌한 공포감을 심어주느냐는 불만이다. 이들의 선택지에 타자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없다. 그들이 가장 힘 있는 존재이고, 모두가 그들의 말을 알아서 해석해주기에 타자의 언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캐롤〉을 비롯한 웰메이드 퀴어 영화가 곧잘 마주하는 평이 있다. ‘퀴어의 사랑은 외피일 뿐, 이 영화는 보편의 사랑을 말한다’라는 평 말이다. 이런 유의 평가는 종종 ‘이 영화는 퀴어 영화가 아니다’라는 말로도 이어진다. 분명 ‘칭찬’이다. '특수한 소재'를 잘 파고들어 '보편적 메시지'를 전했다는 긍정적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특정 소재에 천착한 영화가 ‘보편적 울림’을 준다고 느껴 감동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늘 세심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특수’한 자들이 보내는 ‘비밀신호’가 제대로 독해되기도 전에 ‘보편’을 운운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보편이 특수를 삼켜버리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캐롤〉이 개봉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레즈비언 로맨스라는 소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두 주인공이 나누는 사랑 자체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감상하자는 유의 주장이었다. 퀴어가 주변부에 자리하는 사회에서 이런 주장은 대개 영화의 퀴어적 성격을 재빠르게 삭제하는 효과를 야기한다. 레즈비언 로맨스여야만 가능한 장면과 감정이 있는데 이를 깊이 있게 해석하는 대신 ‘위대한 사랑’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캐롤〉을 다시 보며 두 주인공 캐롤과 테레즈가 퀴어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주목했다. 쇼핑할 때면 긴장하는 귀부인 캐롤(쇼핑하며 긴장하는 귀부인이라니 얼마나 ‘이상’한가!), 책을 ‘과하게’ 많이 보는 테레즈, 결혼한 여성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누군가의 ‘처’라고 부르는 걸 견디지 못하는/본인이 좋다는데 여자가 담배 피우는 게 뭐가 어떠냐는 캐롤(이 말이 얼마나 당대 윤리 규범에 비추어 얼마나 ‘이상’한지 생각해보라!), 벨리벳이라는 체코풍의 ‘특이한’ 성을 쓰는 테레즈와 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 캐롤, ‘당신은 못할 짓이 없는 여자야’라는 캐롤 남편의 말(즉 캐롤이 ‘위험한’ 여자라는 말), 이성애 가족의 가치를 행복하게 묘사하는 라디오를 꺼버리는 캐롤, 레코드숍에서 캐롤을 위한 선물을 고르는 테레즈를 노골적으로 응시하는 레즈비언 커플, 린치 당한 후 나무에 매달린 흑인을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이라고 은유한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앨범을 캐롤에게 선물하는 테레즈……. 요컨대 (위험하지만 우아하고, 도전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캐롤과 (레즈비언 이미지로서의 캐롤을 흑인 인권운동의 연장선에 위치시키려는) 선물이 있다. 이외에도 테레즈와 캐롤이 ‘이상하고 특이한’ 존재, 즉 퀴어임을 보이는 설정과 장면은 영화에 무수히 많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캐롤과 테레즈는 서로에게 사랑에 빠진다.
여행을 떠난 둘이 길고 긴 탐색전 끝에 마침내 섹스하는 장면을 보자. 이들이 이성애 커플이었다면 섹스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필요가 없다(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고 침대로 달려가는 영화 속 수많은 이성애 커플을 떠올려보자!). 하지만 둘은 그럴 수 없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성애적 암시를 가졌는지를 신중히 살펴야 한다. 혹시라도 오해해서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다. 이들의 베드신이 아름다운 건 이 때문이다. 그토록 정교하고 조심스러운 탐색전 끝에야 마침내 서로가 같은 욕망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애타는 감동이 둘의 베드신에서 전해지는 것이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 테레즈가 캐롤의 모습을 담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이성애자로 살았던 테레즈는 레즈비언 로맨스 덕에 알게 된 새로운 세계의 미학적 상징으로서 캐롤의 아름다움에 몰두하며 그녀를 촬영한다. 즉 테레즈에게 캐롤의 사진을 찍는 일은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간직하고자 하는 욕망인 동시에 여태 알지 못한 미학을 적극적으로 탐닉하는 레즈비언 신참자의 열정이기도 하다.
〈캐롤〉을 레즈비언 선배가 신참자를 못살게 구는 영화로 해석할 수도 있다. 풍부한 레즈비언 로맨스 경험, 재력, 연륜을 갖춘 캐롤은 이제 막 레즈비언 로맨스에 눈을 뜬 테레즈에게 여행을 제안하고, 사랑을 나눈 후, 자신의 사정 때문에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다가, 마음이 바뀌어 다시 테레즈에게 동거를 제안한다. 레즈비언인 캐롤이 이성애 결혼 제도 안에서 양육권과 이혼 문제로 힘든 시기를 보낸 건 사실이지만, 그녀가 자기 마음대로 테레즈에게 접근했다 버리는 등 멋대로 구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런 해석을 위해서는 레즈비언 로맨스의 신참과 고참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 격차에 대한 이해와 이성애 규범적인 사회를 살아가는 레즈비언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이런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관계의 복잡한 맥락을 뭉뚱그려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캐롤〉에는 두 주인공이 레즈비언이었기에 가능한 여러 복잡한 감정선들이 나온다. 〈캐롤〉을 비롯한 웰메이드 퀴어 영화를 ‘보편적 사랑’에 관한 영화라 상찬하기 전에, 왜 이들 영화가 퀴어의 사랑에 천착했는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주변부로 밀려난 자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류와는 다른 아름다운 관계의 문법을 창조해낸다. 이러한 권력관계에 대한 인식 없는 퀴어 로맨스 상찬은 퀴어를 계속 주변부에 두겠다는 무의식의 표현에 불과하다. 퀴어 영화를 ‘퀴어’하게 보자. ‘보편적 사랑’ 운운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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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OTT '동시 공개'에 대한 우려
DC의 R등급 신작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8월 첫째 주 주말 3일 동안 북미 총 4,002개의 극장에서 2,650만 달러 (한화 약 300억 원)을 벌어들이며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을 기록하였습니다.
제작비를 비롯한 여건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300억 원이라는 매출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매우 어울리지 않는 수치였는데요. 그럼에도, 델타 변이의 확산이라는 조건 하에서 개봉한 만큼 박스오피스 1위는 쉽게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워너의 텐트폴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이 매출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디즈니가 <블랙 위도우> 등의 영화를 자사 OTT 플랫폼 디즈니+에 30달러의 추가 요금과 함께 공개한 데에 비해, '워너브라더스'는 자사 OTT 플랫폼인 'HBO Max'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구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인데요. 워너 측에서 HBO Max 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통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기에 정확한 수치 판단은 어렵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델타 변이의 확산 하에서 개봉한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와 <정글 크루즈>와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의 텐트폴 영화에 비추어 보았을 때, 대작의 개봉주 주말 기대 수치는 3,000만 달러로 추산되는데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이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한 것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현재 로튼 토마토 92%를 유지하며, 전편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비해 훨씬 좋은 평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블랙 위도우>와 <정글 크루즈>에 이어 중국 내 개봉을 하지 못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8월 첫째 주 주말, 한국을 포함하여 총 70개국에서 4,57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7,22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제작비만 1억 8,500만 달러 (한화 약 2,12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인 만큼,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제작비 회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제임스 건의 신작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8월 둘째 주 개봉작인 디즈니의 <프리 가이>는 어떤 성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오랜만에 극장 선개봉을 택한 영화인 만큼,
<프리 가이>로 인해 활기찬 극장을 볼 수 있길 바라면서,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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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펜서 (SPENCER, 2021) 리뷰
- 2022년 3월 16일, 개봉한 영화 <스펜서>를개봉 전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에 다녀왔다.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오랜만의 영화관 방문이라 설렜던 것 같다.우선, <스펜서>를 관람하기 전 간단한 사전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왕세자비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녀의 일대기를 다룬 것이 아닌 특정 시간 안에서 다이애나가 느꼈을 감정에 집중한다.영화에서 사전 설명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 없이 관람하러 간다면 초반에 다이애나에게 몰입하기 어려울 것이다.나는 왕세자비의 이야기라길래 그녀의 삶을 쭉 나열한 영화일 줄 알았다. 그래서 간단한 정보만 읽고 관람했는데 보면서 기존에 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고 정보가 아예 없는 관객이 접하긴 불친절하겠다고 생각했다.관람 후기<스펜서>는 다이애나의 일생 중 크리스마스 당일과 전후 3일 동안의 이야기를 다루며 영화는 진행된다.큰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한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어쩌면 잔잔하다 느낄 수 있다.그러나 다이애나가 처한 상황과 그 속에서 느낀 불안감, 억압, 고통 등이 연출과 음악으로 정말 잘 표현됐다.현악기를 주로 사용한 듯한데 이 현악기들의 음이 무겁고 혼란스러워서 다이애나의 감정이 음악적으로 전달이 잘 된다.오래간만에 귀에 잘 들려와 박히는 음악이었다.또 유독 프레임 중앙에 있는 다이애나를 중심으로 대칭이 이뤄진 컷들이 눈에 들어왔다.그게 어쩐지 왕실 억압 안에 갇힌 다이애나 그 자체 같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다이애나가 더 와닿았던 것 같다.사실 이 영화는 연출로도 다이애나를 잘 표현한다.많은 말이 필요 없이 시선으로 다이애나를 억압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다이애나를 쳐다보는 시선들이 느껴질 것이다.그 시선들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 내가 다 숨 막혀진다. 어딜 가나 존재하는 사람들, 빠르게 도는 소문.별장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과 그녀를 찍기 위한 파파라치들, 특히 파파라치들은 영화 전개 내내 대사로 언급만 있다가 처음 등장한 씬이었는데 프레임 꽉 차게 들어차 있는 파파라치들과 끊임없이 터지는 플래시들로 그녀가 파파라치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짧은 순간에 설명이 가능했다. 짧고 굵은 임팩트영화는 내내 우울하고 불안하다. 다이애나는 폭식과 거식, 구토를 반복하고 환각을 보며 스트레스 받고 고통받아한다.그러다 다이애나가 자살시도 직전 자유롭게 내달리는 장면 이후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아닌 자신의 원래 성인 스펜서로 살아가기 위해 별장을 나가는 장면은 그녀가 고통받던 생활에서 벗어남을 의미해 안도감이 들다가도 그녀의 일생의 끝을 알고 있기에 마냥 행복하게 바라볼 수 없어서 씁쓸했다.조금 더 일찍 자유를 맞이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항상 영화를 볼 때 도입부 5분가량을 가장 집중한다. 영화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으니까스펜서는 그 부분이 차가 다니는 길에 죽어있는 꿩이었는데 그 꿩을 사이로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영화 후반 다이애나는 직접 꿩이 되겠다 언급했는데 어쩐지 도입부에 그 꿩이 다이애나를 비유한 게 아닐까 싶다왕실에서의 삶에 고통받던 다이애나는 시체나 다름없었을 것이고 계속된 통제에 시달리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을 테니그녀의 안타까운 죽음이 떠오르기도 하고<스펜서>는 상당히 따뜻한 색감으로 영상 자체도 매우 예쁘다. 왕실 일부를 다르다 보니 화려한 장식과 소품들은 덤앞서 말했듯이 큰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가 아니다 보니 스케일도 크지 않고 잔잔하다 생각할 수 있다.그러나 한 인물 몇 십 년간 느꼈을 감정과 내면을 짧은 시간 안에 표현해낸 게 대단하고 영상미도 예쁘고 음악도 영화랑 정말 잘 어울리니꼭 한번 관람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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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셰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이 글은 영화 [비상선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선생님은 내가 본 영화에 10점을 준 사람의 평가를 보고 에이 그건 아니지. 라며 1점을 주는 행동 또한 남의 의견을 신경 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영화 [포제서;Posessor] GV)
취향이란 것에는 옳고 그름도, 급의 차이도 없다고는 하지만 영화 티켓 값이 만 오천 원에 육박하는 데다 이례 없는 대작 파티가 펼쳐지고 있는 현재.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원하는 관객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 가능하다.
2022년 여름 4 대작 중 세 번째 영화인 [비상선언]은 이미 시사회를 통해 후반부의 진행이 다소 아쉽다는 평이 돌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아직 영화를 접하지 않은 예비 관객들 조차 소문을 통해 자신들의 선택을 조금은 단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압도한다는 말로도 부족하다는 전반부를 깎아먹을 정도로 후반부가 그렇게 나쁜지. 그리고 나쁘다면 얼마나, 어떤 점이 나쁜지. 개봉 당일에 영화를 보고 온 관객의 입장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그 의견이 전문가의 의견이건 한 개인의 의견이건, 혹은 천만 관객 이상의 생각이건 상관없이. 자신이 보고 싶었던 영화는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작품을 놓친다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 한 번을 잃는 것과 같으므로.
전반전;클리셰를 영리하게 피하며 선제골을 넣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에서 박해일 배우의 모습이 보였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단지 한국 영화계에서만 낯설었을 뿐.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이미 익숙한 항공 테러, 혹은 재난 영화를 만들겠다는 선택을 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가 뭐라 해도 "뻔한 것"들을 쳐내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비상선언]은 이런 장르물에서 만날 수 있는 요소들을 아주 조금씩 비틀어 기시감을 최대한 피하려 노력했다.
악역인 진석에게는 서사보다는 순도 높은 사이코패스 설정을 꼭 쥐어주었고. 이 테러의 목적이 돈도 인질도 누군가의 석방도 아닌 그저 모두의 죽음임을 암시하며, 타협점이 전혀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높였다.
또한 대머리에 하얀 민소매를 즐겨 입고 군번줄을 걸치고 있을 것만 같은 퇴역한 특수부대 출신, 혹은 무엇이든 다 아는 방법이 있는 진실의 방으로 테러범을 데려갈 것만 같은 게임 체인저도 애초에 이 비행에 합류시키지도 않았다.
가장 놀라운 점은 비행기 안의 나머지 탑승객들이다.
그들은 이 참담한 와중에도 누구 하나 남 탓을 하지 않으며. 혼자 살려고 발버둥 치다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도 하지 않는다(참고 1). 영화 안에서 성가진 긴장감을 유발하는 파워 게임이나 자원 쟁탈전도 벌이지 않는다.
배정받은 자리에 얌전히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간이 테이블까지 착실하게 내려놓은 채 입도 뻥끗하지 않을 것만 같은 승객들 덕분에. 영화는 삶에 대한 미련을 말끔히 버린 테러범이 총 한 자루, 큰 고함 한 번 없이 비행기를 탈취한 그 상황에 모든 포커스를 둘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마련된 소중한 찬스는 영화 전반부 내내 유효 골을 터뜨린다. 눈에 날아와 박히는 모든 장면들이 주는 압도감은 탄탄한 압박이 되어 그 어떤 잡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는 시간으로 관객들을 꽁꽁 묶어둔다.
후반전;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클리셰에게 동점골 허용
사진 출처:다음 영화
사실 후반부의 "신파"라고 부를 수 있는 장면의 슬픔의 강도는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있을 법한 정도이고, 또 가족과의 마지막을 고하는 장면이니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상 그 모든 부분들이 기괴하다, 혹은 느닷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과연 이 껄끄러움의 원천이 무엇인지 조용히 들여다보면. 애초에 영화의 원만한 흐름과 긴장감을 위해 서사는커녕 자신의 입을 기꺼이 다물었던 다수인 탑승객들에게 너무 급작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줘 버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당신들의 차례입니다.라는 의도가 아닌, 시간이 좀 남았는데 어떻게라도 좀 해봐요.라는 투의 취급을 하고 있다는 점은 영화의 후반부를 매우 무성의하고 무책임하게 보이게 하기 충분하다.
그 산만함은 머릿속에서 지금 이거 날 울리려는 거지?라는 반감이 고개를 불쑥 들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눈물은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과격하다 못해 무자비하게 느껴질 정도의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던 상대방에게서 아주 조금씩 허점이 보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조금씩 무너지는 수비 진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했다고 자부했고. 따돌렸다고 믿었던 클리셰는 결국 외통수처럼 좋은 결말로 가는 길목을 막아 선 최후의 수비수가 되어있었고. 이 명성도, 실력도, 소문도 자자한 선수는 결국 이번 경기에서도 보기 좋게 한 골을 넣고야 말았다.
모든 장르적 규칙을 파괴했다고 자부하는 전반부의 위엄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치욕적인 골로 기록될 것이다.
인저리 타임;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인한 어이없는 실축.
사진 출처:다음 영화
과연 이 영화가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본다면.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 규칙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 영화 전술의 기본은 책임감이었다.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아예 장관 숙희(전도연)의 입을 빌어 책임을 지는 일을 하는 사람이 공무원이라는 대사까지 내뱉는다. 또한 인호(송강호)는 직업적인, 그리고 가장으로의 책임감을 둘 다 내버리지 않고 허리춤에 찬 채 죽어라 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영화는 자신의 전술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재혁(이병헌)의 만회 비행이 성공해 안착하는 장면으로 비유하는 것을 선택했다. 비록 10분에 한 번씩 바람 방향이 바뀌어 안전한 착륙을 예측할 수 없었지만. 두 명의 사상자를 내는 바람에 조종간을 놓게 만들었던 그때를 완벽하게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책임감을 통해 놓치지 않았다고. 그러니 이 플레이는 꽤나 일관되었다고 주장한다.
결론은, 혹은 결과는 옳았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에 있다. 영화가 신파를 선택한 것이 문제가 아닌, 신파를 선택하는 과정이 잘못되었음이 결말에 절실히 드러난다. 재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이 경기의 설계자는 재혁에게는 잊고 싶었을 그때의 결정보다 더 형편없는 결정을 내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마치 그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처럼.
과연 이 선택이 KI501 항공편이 전반부에 겪은 생화학 테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어떤 영화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법한 항공 재난 영화의 앞부분을 만들어 낸 비행기의 탑승객들은.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선택받을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는 이들에게 그런 선택지를 들이밀지 않았다. 우리는 책임졌다.라는 결말은 결국 그 어떤 것도 책임지지 못했다.
마치면서
세 사람이 도둑질을 했다.
한 사람은 도둑질이 나쁜 것인지 모르고 했고
한 사람은 도둑질이 나쁜지 알면서도 했으며
한 사람은 도둑질이 궁금해서 했다고 했다.
이 중 가장 나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정답(?)은 도둑질이 나쁜 것인지 모르고 한 사람이라 했다.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조차 없는 무지함 만큼 나쁜 것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분명 그럴 의도로 만든 결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비칠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 나쁜 결말이 되어버렸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전반부가 주는 힘은 정말 대단하다. 또한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박해일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듯한 임시완의 연기는 매서움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캐스팅을 볼 수 없을 것처럼 호화로운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많은 것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1
물론 빌런(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다른 재난 영화들에 나오는 인물들에 비하면 귀여울 지경이며, 오히려 저런 상황에 처했을 때 일으킬 수 있는 정상 범위의 반응 중 하나 정도로 보인다. 솔직히 저 정도면 나도 이길 수 있다. 정도?
[이 글의 TMI]
1. 오래간만에 야식 먹고 글 쓰고 자려고 했는데 왜 벌써 새벽 다섯 시지.
2. 하지만 후회는 없다.
3. 다다음주 휴가다!!!!!
[수다쟁이의 또 다른 TMI]
여담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생화학 테러(바이러스)가 일어날 것임을 암시하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두 배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과연 저 영화 속 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인지.(혹은 어떤 바이러스에 가까울지) 그리고 묘사하고 있는 증상이나 전염되는 방법 등의 고증이 얼마나 되어 있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느라 박진감을 넘어서 피부로 와닿다 못해, 영화 내내 머리에서 김이 슉슉 뽑아져 나오는 걸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아 물론 이 영화를 보신 우리 연구실 리더분에 의해 다음 주 저널 클럽에서 영화에 대한 토론을 (공부해와서) 하기로 했다.
....?? 왜 나만 새드 엔딩인데. 나도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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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쇄살인범보다 무서운 병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집중치료실 간호사로 일하며 고된 업무와 야간 근무를 감당하는 싱글맘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 그녀는 심장병을 앓는 와중에도 치료비를 감당하고 의료 보험에 들기 위해 매일같이 병원으로 향한다. 어느 날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른 그녀 앞에 '찰스 컬린(에디 레드메인)'이 등장한다. 사려 깊고 공감력 높은 찰스와 병동에서 함께 일하며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 에이미. 그녀는 찰스의 도움을 받아 그간 잊고 지내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병원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환자들이 연이어 사망하고, 형사들이 찰스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자 에이미는 다시 혼란에 빠져든다. 이에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찰스 그래버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미국의 간호사 연쇄살인범 찰스 컬린의 이야기를 다룬다. 찰스 컬린은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10개의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40명에 달하는 환자를 약물로 투여해 살해했다. 그는 397년 형에 처해 복역 중이며, 그가 시인하지 않은 범죄들까지 합하면 피해자는 4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화는 이 섬찟한 사건을 소름 돋게 그려낸다. 보다 보면 살인범의 행적이 무서운 건지, 그의 범죄 행각을 묘사하는 영화의 방식이 무서운 건지 헷갈릴 정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스릴러의 진수가 느껴지는 대목은 컬린의 범죄 수법이 드러나는 순간도, 그가 마침내 범죄를 인정하는 순간도 아니다. 영화를 끝내는 자막이 보이는 때다. "병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제목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우선 좋은 간호사인 찰스를 비춘다. 수많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헛되지는 않은 듯, 처음 출근한 병원에서도 찰스는 일을 곧잘 해낸다. 시스템을 알려주면 바로 적응한다. 돌발상황이 생겨도 에이미가 나서기 전에 수습해낸다. 붙임성이 좋아 환자들의 고충도 순식간에 해결한다.
동료도 놓치지 않는다. 그는 근무 중 과호흡 때문에 괴로워하는 에이미를 발견한다. 그에게 자신의 병과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하는 에이미. 그러자 찰스는 자신이 도와줄 테니 걱정할 것 없고, 넉 달만 버티자며 에이미를 독려한다. 자신이 옆에 있으니 혹시 쓰러지거나 병원에서 그녀의 병력을 눈치챌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안심시킨다. 아무도 모르게 필요한 약을 가져다주며 그녀를 도와준다.
심지어 찰스 컬린은 병원 밖에서도 좋은 남자다. 그의 따뜻함 덕분에 에이미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찰스를 받아들인다. 일 때문에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해 딸과 불화가 생긴 에이미는 찰스 덕분에 딸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한다. 첫째 딸의 연극 대본 암기를 도와주고, 집안일도 함께 하고, 휴무인 시간을 함께 보낸다. 에이미가 응급 상황에 대비해 큰딸에게 병과 증상을 털어놓을 때도 옆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다. 충격이 덜할 수 있도록. 그렇게 에이미는 찰스에게 점점 더 의지한다.하지만 에이미가 아는 찰스와 시청자가 아는 찰스는 영화 오프닝 시점부터 다르다. 그 덕분에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긴 호흡으로 서스펜스를 유지할 수 있다. 에이미가 등장하기도 전에 영화는 중환자실에 있는 찰스를 보여준다. 환자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자 찰스는 곧바로 CPR을 실시한다. 코드블루를 들은 다른 의료진이 하나둘 모이자 그는 자리를 교대하고 한쪽 구석으로 빠진다. 다른 이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그는 숨을 돌리며 조용히 죽어가는 환자를 주시한다. 마치 환자가 확실히 죽는 건지 관찰하는 것처럼. 카메라도 그의 시선을 차분히 담아낸다.
그 결과 실제 인물 찰스 컬린이 살인범이었던 걸 몰랐다 하더라도 이 순간부터 앞으로 2시간 동안 찰스의 모든 행동은 묘하게 의뭉스럽고, 서늘하고,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에이미에게 친절하고 아이들에게 다정해도 무용지물이다. 환자들과 교감하며 즐겁게 병원에 다녀도, 이혼한 전처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해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시청자는 따스함과 불쌍함으로 가득한 가면 뒤에 숨어 있을 찰스의 본모습을 찾아 그의 표정, 제스처, 목소리 하나하나를 관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꺼질 줄 모르던 의심의 불씨는 에이미가 찰스의 살인 수법을 발견한 순간 마침내 활활 타오른다. 찰스가 체포되고 범죄를 시인하는 순간까지 에이미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마음 졸이는 시간이 이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범행 동기와 정당화 기제가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은 꺼지지도 않는다. 그 결과 <그 남자, 좋은 간호사>에게는 모범적인 스릴러라는 평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그 남자, 좋은 간호사>의 서스펜스에는 찰스와 에이미의 관계 변화가 자아내는 스산함과는 결이 다른 긴장감도 깃들어 있다. 그 중심에는 병원이 있다. 작중 에이미와 찰스의 직장인 병원은 새삼 서늘하다. 시종일관 채도와 명도가 낮은 색들로 가득하다. 코드블루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는 불안함을 증폭시킨다. 병원 측 관계자들의 대처도 미심쩍다. 의문사가 발생한 지 7주가 지나도록 내사를 진행할 뿐 경찰에게는 신고하지 않는다. 뒤늦게 신고받고 온 형사에게는 극도로 비협조적이다. 직원 면담은 관리자 동석 하에만 허용하고, 수많은 내사 자료 중 A4 몇 장만 넘겨줄 뿐이다. 경찰이 찰스를 의심하자 계약서에 날짜를 잘못 기재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한다. 다른 병원들도 다르지 않다. 형사들이 찰스의 근속기간과 평판, 근무 태도 등을 묻자 한 병원 관계자는 전화기를 변호사에게 넘긴다.
한 섬뜩한 장면은 이 모든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는 복도 유리창에 비치는 찰스의 모습을 포착한다. 그는 복도와 유리창 위에 둘로 나뉘어 있다가 중환자실 문 앞에 도착하자 하나 된다. 마치 겉으로는 좋은 간호사일지 몰라도 그 속은 살인범이라고 고발하듯이. 하지만 이미 찰스는 아무런 제지 없이 병원 내부를 조용히, 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그는 환자를 합법적으로 진찰하고 그들에게 투약할 수 있다. 그가 중환자실에 들어가기까지, 수액들이 보관된 창고에 들어가기까지, 불법적으로 인슐린을 인출하고 그 증거를 인멸하기까지 그를 제지하는 사람도,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복도를 홀로 걷는 찰스의 모습은 유달리 소름이 끼친다.
영화는 병원들의 태도가 찰스의 살인 범죄를 가능케 한 또 다른 이유라고 지적한다. 의문사 사건에 냉담하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없으며, 찰스라는 폭탄을 떠넘기기에 바쁜 병원도 최소 방관자, 최대 공범이라는 것이다.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듯이, 무책임한 병원의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비인간적인 간호사 개인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은 온전한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이 연쇄살인범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무서운 이유다.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모범적인 스릴러 영화일지는 몰라도, 자칫 특별하지 않은 작품일 수 있었다. 물론 뚝심 있게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기법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사실 속도감도 강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장면도 많지 않다. 찰스가 범인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는 시청자의 관점에서는 올곧은 스릴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선정적인 연쇄 살인 사건에서 살짝 거리를 둔 채 사건을 더 넓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려는 시도만 아니었더라면. 바로 그 시도 덕분에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실제 사건이 주는 무게감과 부담감에 눌리지 않는, 품격 있는 스릴러 영화로 끝을 맺는다.
A(Acceptable, 무난함)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은 병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무거워 보이는 그의 징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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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면 후회하는 몰입도 최강의 공포영화 입니다.[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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