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6-12 15:00:17
박평식 평론가가 최고점을 준 영화들 8선
아마도 박평식 인생영화
5100여 편의 영화 중 최고점을 준 영화는 단 11편!
별점 5개(10점)는 아예 없고 별점 4개 반(9점)이 최고점인
박평식 영화 평론가는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5100편의
평론을 이어오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계신데요.
만점에 가까운 별점을 매긴 영화와 평론 같이 함께 감상해보시죠.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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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13개 최다 후보의 주인공 <에밀리아 페레즈>를 연출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한국 개봉을 맞아 첫 내한이 성사되었습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3월 중순 영화의 개봉에 맞춰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갱단 보스와 아무것도 몰랐던 그의 아내, 새 삶을 선물할 변호사가 엮이게 되는파격적이고 화려한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오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신작, 추가 세부 사항 공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공개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에서 보니와 클라이드 같은 역할을 맡게 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테야나 테일러가시민운동가로서 알라나 하임, 레지나 홀의 캐릭터가 소속되어 있는 반정부 그룹에 가담하게 되고,
악역을 맡은 숀 펜은 백인 우월주의 그룹에 합류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번 신작은 PTA의 가장 상업적인 시도로 여겨지며, 러닝 타임은 약 3시간으로 알려졌습니다.애초 <One Battle After Another>는 2025년 8월 8일 극장 개봉 예정이었으나,
가을 개봉으로 변경되거나, 9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에빌 나이벨의 전기 영화 감독 예정
<바빌론>의 상업적 실패 이후, 차기작 소식이 들리지 않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스턴트맨 에빌 나이벨 전기 영화를 연출할 예정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작품은 1974년 아이다호 스네이크 강을 오토바이로 뛰어넘으려 했던나이벨의 야심찬 도전을 다룬다고 합니다. 그는 오토바이 스턴트로 유명한 미국의 퍼포머, 엔터테이너였지만, 자신을 비판하는 책을
쓴 남성을 야구 방망이로 폭행한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경력을 무너뜨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찰리 카우프만 신작,
에디 레드메인&테사 톰슨 출연 확정
이도 게펜의 단편 소설 ‘Debby's Dream House’을 각색한 작품인 찰리 카우프만의 차기작에 에디 레드메인과 테사 톰슨이 출연할 예정입니다.
이번 베를린국제영화제 EFM에서 비밀리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사람들을 위해 꿈을 제조하지만 결국 그들에게 악몽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합니다.
이번 작품은 2025년에 제작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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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총을 든 남자의 비밀
* 이 글은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참고해 주세요 : )
나쁜 감정엔 바닥이 없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두렵고 불안한 마음은 점점 커지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감정을 원하는 대로 해결하기란 몹시 까다롭다.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나쁜 감정에 휩쓸리는 순간,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비극이 탄생한다.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에도 나쁜 감정에 고통받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그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자고 있는 아내에게 총을 겨눈다. 그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는 가정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데이빗(클레인 크레포드)'에게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을 담았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공식 초정작으로 선정되었다.영화는 앞서 말했듯 '데이빗'이 아내 '니키(세피데 모아피)'에게 총을 겨누며 시작한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4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세월이 지나 결혼생활의 권태로 인해 잠시 떨어져 지내기로 결정했다. 별거 중인 어느 날 '데이빗'은 자신이 살던 집에서 벌거벗은 채 자고 있는 아내와 남자 '데릭(크리스 코이)'을 보게 된다. 부부 사이에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도 된다는 약속을 했었지만, 화가 난 '데이빗'은 아내에게 총을 겨눈다.
숨이 멎을 듯 멈췄던 시간은 거실에서 떠드는 아이들 목소리에 의해 깨진다. 창문을 통해 집을 빠져나온 남자는 무작정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고 카메라는 그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동시에 금속과 살이 부딪히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들린다. 듣는 사람마저 불쾌한 감정을 전염시키는 특유의 효과음은 '데이빗'이 나쁜 감정에 사로잡힐 때마다 들린다. 음향을 담당한 '피터 알브레히첸(Peter Albrechtsen)'은 '데이빗'의 삶과 연관된 소리를 찾아내려 노력한 끝에 상영 시간 84분 동안 자동차 문이 84번 열고 닫히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효과음을 만들었다.연출의 특징도 눈 여겨볼만하다. <킬링 오브 투 러버스>는 화면 비율을 4:3 정도로 줄인다. 화면은 크면 클수록 좋고 IMAX가 대세인 요즘 영상과 확연히 다른 선택이다. 좁은 화면은 인적 드문 공터나 도로처럼 영화 속 배경이 주는 여백과 대비되어 훨씬 답답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서 한 장면을 길게 촬영하는 단조로운 구도를 사용했다. 그중 인물의 전신이 보이도록 촬영된 장면이 많은데 관객은 그들의 동선과 대화만 확인할 수 있고 자세한 표정은 알 수 없다. 영화의 감독 '로버트 매코이언(Robert Machoian)'의 인터뷰에 따르면 '카메라에 담긴 특정 인물에게만 집중하기보다 등장인물 누구나 공평한 가치를 지니길 원했다'라고 설명했다. 감독의 의도대로 주인공 '데이빗'을 담는 카메라조차 철저히 방관자에 입장에서 그의 고통을 관찰한다.
Q. 나쁜 감정을 숨기며 지내나요?
'데이빗'은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나쁜 감정을 숨긴다. 그는 '니키'가 다른 남자와 잔 걸 모르는 듯 태연하게 행동하거나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저녁 데이트 코스를 준비한다. 그리고 다정한 아빠 역할을 충실히 해내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거나 신중하게 장난감을 고른다.아무리 덤덤한 얼굴로 괜찮은 척 해도 '데이빗'은 어느 하나 숨길 수 없다. 영화의 배경인 미국 유타주 카노시는 사람이 적은 한적한 동네여서 동네 사람들은 그가 처한 상황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마트에서 아내의 남자 친구를 마주치고 이웃과 안부 인사를 건네며 가출한 딸을 잡는다. 심지어 딸에게 '니키'를 둘러싼 삼각관계를 들키며 딸은 방황하고 부녀 사이는 갈수록 나빠진다.
꾸역꾸역 감추던 감정은 폭력으로 표출된다. 그는 아이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없게 되자 '니키'와 큰소리로 다투는 일이 잦아지고 비아냥거리며 거친 말을 내뱉는다. 급기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사람 모양의 샌드백에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하고 총을 쏜다.
글에서 설명한 장면을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 예고편에서 만나보세요▼
그의 분노를 한 꺼풀 벗기면 나쁜 감정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데이빗'은 애쓸수록 망가지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몰라서 혼란스럽다. 만약 '데릭'으로 인해 아내와의 관계가 끝난다면 가족에게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까 봐 두려움을 느낀다. 감독은 영화 속 그의 처지를 노숙자에 비유하는데, 별거로 인해 가족과 한 집에서 지낼 수 없으며 아버지 댁에서도 임시로 머무는 손님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나마 집이라고 할 만한 장소는 자신의 낡은 트럭뿐이기에 좌절과 외로움을 홀로 견뎌야 한다.
나쁜 감정엔 바닥이 없다. 그러나 시작된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이유를 알아내는 첫 단계로 감정을 숨기는 대신 솔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의 절정은 아내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이 아니라 그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저앉아 우는 장면이다. 결국 그는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두려움을 인정했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면 '데이빗' 주변에 나쁜 감정의 찌꺼기가 남은 듯 불안감이 감돌지만, 그가 바라던 대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감정을 숨기는 게 익숙한 사람이라면 영화 속 '데이빗'의 슬픔이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비극이길 바라는 주인공은 없으니까.
영화 리뷰를 꾸준히 쓰고 있지만, 장면마다 숨겨둔 감독의 의도가 이 정도로 궁금한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참고한 감독의 인터뷰와 다른 리뷰는 아래 링크로 남깁니다.
https://www.abc.net.au/news/2021-09-16/the-killing-of-two-lovers-review/100463886
https://www.slashfilm.com/581177/the-killing-of-two-lovers-director-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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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설>
<청설>
로맨스 장르 속에 숨겨진 달달한 주제의식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로맨스 장르가 떠오른다. 혼자 사는 게 익숙해지면서 죽은 감성 되살리는데 로맨스만 한 장르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를 찾아볼 때 나는 몇몇 필터를 끼워두고 영화를 찾아보는 편인데,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품이 어디서 탄생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배경만으로 영화를 판단해서 본다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효과가 있는 편이다. 팬심으로 가득 채워서 보는 나라가 바로 대만영화인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내게 실망 없이 비교적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러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는 몇 편씩 뒤로 미뤄놓고 나중에 봐야지 하고 아껴두는 편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청설>이다. 영화를 습관적으로 보던 때부터 눈에 띄어서 '봐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아까운 마음에, 마치 맛있는 음식을 제일 뒤에 먹어야 할 것처럼 미루어두다가 마침내 보게 되었다.
<청설>을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대충 '내가 듣기로는' 정도가 되겠다. '내 말을 들어주세요'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기엔 전자가 오히려 영화의 주제나 분위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청설>의 시놉시스는 비교적 간단하다. 손으로 말하는 양양(진의함 분)과 그녀에게 반하게 된 티엔커(펑위엔 분)의 연애 스토리다. 양양은 청각장애인 언니 샤오펑(천옌시 분)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손으로 말한다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 전에 시놉시스를 보는 편일 텐데, 개인적으로 시놉시스가 영화에 비해서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로맨스라고만 정의하기엔 가족애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넘어서 이해에 관한 직관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였다. 영화의 비중만 따져보았을 때에도 남녀의 로맨스보다 이해에 관한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 그 특유의 무드를 유심히 관찰하는 편인데. 영화 초반부 10분 내에 탐색전을 끝마치는 편이다. 전개 속도는 어떤지,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은 어떤지, 영화 배경의 비주얼은 어떤지 등등 보다 보면 10분 안으로 마음에 드는 영화인지 아닌지가 금방 판명나버린다. 때문에 아깝게 놓친 몇몇 작품들도 있겠지만, 첫인상에 마음이 가지 않는 것만큼은 돌릴 방도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청설>은 마음에 꼭 들어맞는 영화는 아니었다. 색감이나 비주얼은 마음에 들었지만, 배경 설명조차 없이 전개되는 10분의 시간 동안 영화를 단번에 파악하기가 조금 어려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초반 10분에는 주인공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대사가 말이 아닌 수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막을 놓치면 인물들의 감정조차 읽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설>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개인적인 취향의 무드를 잘 지켰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만영화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모님의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인화해 보는 그런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유난히 짙은 따뜻한 색의 톤과, 그런 톤에서 오는 청량함, 고전적인 배경음악, 오래된 것 같은 장비와 순진한 인물들의 성격까지. 영화 자체가 2009년 개봉작이다 보니 오래전처럼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최근에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더라도 그 감성을 자극할 줄 아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무드들에 어울려 떨어지는 스토리가 후반부까지 잔잔하게 이어진다. 뚜렷이 매력적으로 끌어당기는 것과는 다른 삼삼한 맛이 있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영화 중반 중반마다 의도적으로 연출한듯한 여백 또한 마찬가지로 그런 맛을 위한 첨가물 정도가 되어주었던 것 같다.
하나, 대놓고 말하자면 스토리 전개 방식은 진부한 편이다. 로맨스 영화의 뻔한 답습을 그대로 이어서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녀가 우연하게 만나고, 반하고, 오해하고, 화해하고 ... 내용만 꺼내놓고 보자면 심심하기 짝이 없지만 영화의 부소재들을 잘 활용했기 때문에 높은 평점을 주고 싶다. 영화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인물 한 명의 감정에만 초점을 맞춰 서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꽤나 급작스러운 전개에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을 지킬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인물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스토리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 청각장애인이라는 소재를 덧대어 대사 몇 마디 없는 이 영화가 주는 감정과 메시지는 무엇일까.ㅍ영화가 조용했던 탓에, 영화를 보며 이런저런 사색에 빠지는 걸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도리어 좋은 기회를 주었던 셈이다.
영화 정보를 보면서 단순한 로맨스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영화 소개를 잘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맨스 장르로만 판별하기엔 가족애를 이야기하고픈 장면들이 많이 보였다. 언니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희생하는 동생이 결코 아름답게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도 일차원적인 인물의 서사로 잘 보인다. 남녀의 감정 변화보다 자매의 감정 변화가 더욱 초점이 맞춰진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동시에, 남자 주인공 티엔커의 가족 또한 이러한 모습을 더욱 부각한다. 청각장애를 가진 여자 친구를 들이는 일은 분명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아들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믿어주는 것에 대해 주저했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 보는 과정은 즐겁지만, 현실에 맞대어 비추어 보았을 때 괜히 씁쓸한 감정이 들었던 것만큼은 부정하고 싶지 않다.
청각장애인도 똑같은 일상이 있다는 누군가의 리뷰가 흥미로웠다. 그토록 영화를 많이 봤던 내게도 일종의 프레임이 있었다는 게 동시에 부끄러웠다. 맞는 말이다. 그들과 우리의 차이는 손과 입이었을 뿐이었다. 밥을 먹고, 꿈을 꾸고, 잠을 자고 이런 모든 행동들이 매번 희생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내 꿈을 빼앗지 말라는 강한 어투에서 마침내 양양은 착각에서 벗어나 샤오펑과 진심을 공유한다. 언니의 응원이 되어주고 싶었던 삶이 의무로 바뀌는 순간이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지, 깨닫은 순간에서야 서로에게 진심이 되어준다. 그리고 양양은 그 순간에 성장의 길로 걸어간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신의 사람에게로 돌아가도 괜찮다는 각오를 한다. 이 과정을 관객은 같이 걸어간다. '수화를 하는 사람이니까 말도 못 하겠지'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결말에 당도하는 순간 알게 모를 희열을 느끼게 된다. 결국, 오해는 주인공과 마찬가지인 우리도 함께 했었던 셈이다.
'말 안 했어요, 수화로 얘기했어요.' 이 대사 한 줄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한다. 들을 수 없어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한다는 것. '사람과 꿈은 기적 같은 일이다 들리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통역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영화는 직접적으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하지 않는데 내 모든 진심이 통하길 바라는 것은 이기적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때문에 소통은 가끔 불통이 되고, 어긋나고 오류를 범한다. 주인공은 그래서 고민하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탓하기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다시 노력한다. 마침내, 이뤄낸 사랑 앞에서 두 주인공 모두 깨닫는다. 사랑이나 꿈 모두 굳이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이다. 가족이라면 희생이 아닌 믿음으로 응원할 수 있고, 사랑이라면 노력하려 애쓰지 않아도 마음은 통한다는 것까지 영화 전반적으로 거듭 강조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이 메시지는 역으로 더 강하게 드러난다. 눈치챌 것만 같은 반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까지 다다르게 하는 힘은 바로 메시지에 있었던 셈이다.
<청설>은 맘 놓고 쉽게 보기에 편한 영화다. 극적인 영화 장치나, 판을 뒤집을만한 갈등이나, 무지막지한 반전이 있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두 남녀가 조금 특수한 상황에서 사랑을 이루어가는 뻔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이런 로맨스 영화를 두고 나는 '순수하다'라고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유치하다는 표현보다는 조금 더 괜찮은 표현을 하고 싶은 일종의 팬심일지도 모른다. 기대를 하고 보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밤에 맥주 한 캔 꺼내놓고 가벼운 안주랑 보기에는 딱 적절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코로나 때문에 영화 시장이 완전히 기울고 말았다. 영화관이 문을 닫으며 제작사들은 제작을 멈추고, 큰 규모의 영화들의 대부분이 개봉을 연기하거나 심지어는 취소하기도 했을 정도니까 영화계 여파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영화라는 하나의 장치를 통해 로맨스를 보며 죽어있던 감정을 깨우고, 액션을 보면서 꿈을 키우며, 다큐멘터리를 보며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으면 한다.
사진 출처 : <聽說> In Mo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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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충격적인 소재와 독특한 시각으로 연쇄살인 장르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영화 <레드 룸스>가 10월 9일 개봉합니다.
<레드 룸스>은 다크 웹 속 미지의 공간 ‘레드 룸’에서 3명의 10대 소녀를 살해한 과정을 생중계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를 추종하는 의문의 여성을 다룹니다.
감독은 “우리 사회의 범죄에 대한 집단적 매혹을 반성하고 비판하는 일종의 ‘반(反) 연쇄살인범 영화”라고 설명하였는데요. “이 영화가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으로 깊이 파고들어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오랜 불편함을 남기길 바란다”며 관객들이 느끼길 원하는 바를 전했습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후 <추락의 해부>, <괴물> 등 쟁쟁한 상영작 사이에서도 관객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던 <레드 룸스>를 전국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레드 룸스
Red Rooms
개요: 스릴러 | 캐나다 | 118분
감독: 파스칼 플랜트
주연: 줄리엣 가리에피, 로리 바빈, 맥스웰 맥케이브 로코스
개봉: 2024.10.09.
배급: 찬란
줄거리
10대 소녀 3명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생중계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슈발리에’ 그리고 슈발리에의 재판을 매회 방청하는 모델 겸 해커 ‘켈리앤’. 심증만 있을 뿐, 물증 없는 재판이 길어지는 가운데 슈발리에를 추종하는 팬들과 희생자 가족이 대립한다. 한편, 존재하지 않는 줄로만 알았던 마지막 희생자 영상이 다크 웹에 등장한다.
너의 색
The Colors Within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1분
감독: 야마다 나오코
주연: 스즈카와 사유, 타카이시 아카리, 키도 타이세이, 아라가키 유이
개봉: 2024.10.12.
배급: CJ CGV
줄거리
음악으로 이어진 세 사람을 비춘 가장 찬란한 청춘의 색! 사람을 색으로 느끼는 엉뚱한 여고생 ‘토츠코’ ‘토츠코’는 어느 날 학교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찬란하고 아름다운 색을 가진 소녀 ‘키미’를 만난다. 그리고 우연히 작은 책방에서 조우한 음악을 좋아하는 소년 ‘루이’까지 합세하여 오랫동안 꿈꾸던 밴드를 결성하게 되고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하는데..! 무지갯빛 청춘을 위한 노래가 시작된다!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
When Evil Lurks
개요: 공포 | 아르헨티나, 미국 | 100분
감독: 데미안 루냐
주연: 에지킬 로드리게스, 데미안 살로몬
개봉: 2024.10.09.
배급:(주)팝엔터테인먼트
줄거리
외딴 마을, 잔혹한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쫓던 형제는 마을 속에 숨어 지내는 한 가족이 관련된 것을 알게 된다. 악령이 깃들어 온몸이 부패해 죽어가는 아들 ‘우리엘’을 숨겨왔던 것. 두 형제는 ‘우리엘’을 마을 밖으로 유기하려 하지만 이미 악령의 봉인이 풀리고 마을을 잠식하는데...
싱글 에이트
Single 8
개요: 드라마 | 일본 | 112분
감독: 코나카 카즈야
주연: 후쿠자와 노조미, 우에무라 유, 쿠와야마 류타, 타카이시 아카리
개봉: 2024.10.09.
배급: 오드 AUD
줄거리
"찍는다 레디, 액션, 컷!" 우리들의 시간 역행 SF 영화 만들기 1978년 스타워즈를 보고 흥분한 고등학생 히로시와 그의 절친 요시오, 사사키는 8mm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카메라 가게 직원의 제안으로 ‘시간 역행’을 주제로 한 SF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오랜 짝사랑인 나츠미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우려는 히로시의 열의와 함께, 학교 축제에서 상영을 목표로 이들의 청춘 가득한 영화 만들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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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아〉, 새로운 감각과 연결감으로의 초대
7★/10★
‘쿵’. 침대에 누워 있던 제시카가 잠에서 깬다. 별다를 것 없는 일이다.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더라도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제시카는 자꾸 이 ‘쿵’ 소리가 신경 쓰인다. 그래서일까? ‘쿵’ 소리가 점점 더 자주 들려오는 것은.
문제는 이 소리가 제시카에게만 들린다는 점이다. 때문에 제시카는 이전과 같이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소리의 정체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음향 전문가에게 가서 자신이 들은 소리를 정확히 재현하고자 하고,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리의 정체는 여전히 미궁에 있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나서는 제시카의 여정은 그녀가 숲에서 에르난이라는 남자를 만나며 변곡점을 맞는다. 에르난은 모든 걸 기억하는 남자다. 그의 기억은 길가의 돌에 남은 ‘진동’(소리는 파동이다)으로 그 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세심하다. 에르난의 방식에서 제시카는 자기 머릿속의 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단서를 획득한다. 에르난이 돌의 진동으로 또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연결되듯, 제시카 머릿속의 ‘쿵’ 소리도 그와 또 다른 누군가를 이어주는 소리, 즉 서로 떨어져 있는 존재들의 독특한 연결일 수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메모리아〉는 ‘쿵’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다만 그 소리가 ‘교감’의 한 방편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나아가 그 소리가 콜롬비아의 슬픈 역사에서 파생된 것일 수 있음을 또다시 암시한다. 한 인터뷰에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콜롬비아는 오랫동안 내전과 마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영화를 찍기 몇 해 전 (정부와 반군 간) 평화협정이 체결됐지만, 여전히 누가, 어떻게 그간의 수많은 죽음을 책임질 것인지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억압과 폭력,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고,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 그게 이 나라의 역사였다.”*
즉 제시카가 끝내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그 근원을 궁금해하는 ‘쿵’ 소리는, 마찬가지로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콜롬비아인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감각적’ 표현이다. 수면 도중 머릿속에서 폭발음이 들리는 ‘폭발성머리증후군’을 앓은 감독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제시카 캐릭터를 떠올리고, “내가 겪은 이 증상이 콜롬비아가 지닌 기억에 대한 일종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인터뷰 역시 이를 방증한다.
요컨대 〈메모리아〉는 소리라는 감각으로 우리의 집단적 연결감을 확장하고자 하는 영화다. 영화가 명쾌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작고 미세한 감각으로 열리는 집단적 연결감은 결코 분명한 형태로 존재할 수 없다. 언제나 미지의 가능성의 형태로, 즉 늘 새로운 열림과 확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
〈메모리아〉가 소리라는 감각에서 출발하는 영화임에도 OST가 없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다소 긴 러닝타임(136분)의 이 영화는 지극히 느린 템포로 소리의 근원을 찾는 제시카의 여정(그리고 일상)을 좇는다. 영화의 시퀀스는 인과적‧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편집되지 않은(혹은 편집을 최소화한) 일상의 잔잔한 리듬은 역설적으로 ‘감각으로 연결되는 우리’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기존 영화가 제공하는 자극적‧정합적 감각으로 인해 닫혀 있던 섬세한 감각을 조심스레 일깨워 관객을 제시카의 여정에 동참케 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감독의 인터뷰를 인용해보자.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 질문하지 말고, 그저 영화와 함께 존재해주세요. 그러면 시간여행을 하는 우주선에 탄 듯,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메모리아〉는 기존 영화가 제공하던 시공간에서 벗어나 미세하지만 사라질 수 없는 새로운 감각‧연결감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는 영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0414#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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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7시간 시리즈 20분 요약 + 7분 설명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고질라 대 콩ㅣ고질라 킹콩ㅣ고질라 대 킹콩ㅣ몬스터버스ㅣ건데ㅣ
? '고질라 vs 콩 (Godzilla vs. Kong, 2021)' 고질라 대 콩 예고편 분석
그리고 몬스터버스(몬스터 유니버스, Monsterverse) 시리즈 요약 정리
1. "고질라"(2014)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장르: 모험, 액션, SF
감독: 가렛 에드워즈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프랭크 대러본트, 데이비드 캘러햄 외
출연진: 에런 테일러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와타나베 켄,
샐리 호킨스 외
촬영 기간: 2013년 3월 18일 ~ 2013년 6월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4년 5월 15일. 미국 2014년 5월 8일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러닝 타임: 123분
제작비: 1억 6,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200,676,069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29,076,069 (최종)
한국 총 관객수: 709,734명 (최종)
2. "콩:스컬 아일랜드(2017)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장르: 모험, 판타지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데릭 코널리, 존 개틴스, 댄 길로이
출연진: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존 굿맨, 존 C. 라일리 외
촬영 기간: 2015년 10월 19일 ~ 2016년 3월 18일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7년 3월 8일, 미국 2017년 3월 10일
음악: 헨리 잭맨
러닝 타임: 118분
제작비: 1억 8,5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68,052,812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66,152,812 (최종)
한국 총 관객수: 1,689,717명 (최종)3.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
감독: 마이클 도허티
제작: 메리 패런트, 알렉스 가르시아, 토머스 툴, 존 자시니, 브라이언 로저스
각본: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원안: 맥스 보런스틴,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토호(도호) 영화사
장르: 모험, 액션, SF
출연진: 밀리 바비 브라운, 카일 챈들러 외
촬영 기간: 2017년 6월 19일 ~2017년 9월 27일
개봉일자: 미국 2019년 5월 31일. 대한민국 2019년 5월 29일
음악: 베어 맥크레리
주제곡: 일본 [ALEXANDROS] - Pray
러닝 타임: 132분
제작비: 1억 7,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09,432,609
월드 박스오피스: $384,232,609
한국 총 관객수: 359,041명 (2019년 7월 4일 기준)
#고질라vs콩 #고질라_대_킹콩 #고질라vs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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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곳의 영화제를 다녀오며 느낀 점
#한예종졸업영화제 #한국영화아카데미졸업영화제 #단편영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직접 인사 드리는 영화등대입니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제 근황과 제가 다녀왔던 영화제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영화리뷰를 기대하셨던분들에게는 조금 죄송스럽지만, 근래에 제가 영화들을 보며, 영화제를 다녀오며 느껴진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이건 순전히 저 개인적인 생각이고, 저는 영화관계자가 아닌, 오로지 팬의 입장에서 느껴졌던 감정을 이야기해볼테니, 제가 하는 말을 전적으로 믿어달라는것도 객관적이다는것도 아니다는 점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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