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13 15:07:06
5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박스오피스
잼바르는 백창기와 폴리스 다크 아미 장이수의 쉴 틈 없이 웃기는
유쾌 상쾌 통쾌 영화 <범죄도시4>. 3주 연속 1위는 물론 시리즈
최초 4000만 달성 까지 이뤄냈다고 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한국영화 시리즈 최초 누적 관객수 4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범죄도시4>는 둘째 주 주말 누적관객수 970만 명을 넘어서며 조만간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한편 새롭게 등장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가 주말 관객수 32만 명을 기록하며 2위, <쿵푸팬더4>가 누적관객수 175만 명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습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가 개봉 첫 주 전 세계에서 1억 29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CG와 영상미에 대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어 준수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1위를 지키고 있던<스턴트 맨>이 2위로 내려오고, <챌린저스>가 지난와 같이 3위를 유지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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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펜서>, 다이애나 스펜서의 고통과 자유, 그리고 고귀한 혁명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스펜서>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스펜서>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영화이다. 다이애나는 스펜서 백작의 셋째 딸로, 1981년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찰스 왕세자에게는 오랜 연인인 카밀라 파커볼스가 있었고, 다이애나와의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한 결혼이 아니었다. 다이애나를 향한 찰스의 사랑은 한 왕세자가 왕세자비에게 가지는 사랑에 불과했다. 왕이 되고 싶었던 찰스 왕세자에게 가장 적당한 왕세자비는 다이애나였다. 다이애나는 계속되는 왕세자의 부정, 과도한 언론의 관심과 노출 등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았고 이 고통은 꾸준히 쌓이고 또 쌓였다.
다이애나의 버팀목은 두 왕자 윌리엄과 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아들은 다이애나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존재였으며, 왕실 속에서 다이애나의 숨통을 터 주는 존재였다. 그녀는 두 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였고, 꾸준한 자선활동을 이어나갔다. 자연스레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런 다이애나를 사랑했다. 이후 다이애나는 왕실에서의 자신의 생활을 모두 고발하는 책을 발간하였고, 마침내 찰스 왕세자와 이혼하며 '다이애나 스펜서'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스펜서>는 실제 인물과 사건들을 바탕으로 쓴 '허구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영국 왕실에서 크리스마스 기간을 보내는 다이애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끝으로 그녀는 마침내 '다이애나 스펜서'라는 이름을 되찾기로 결심한 뒤, '해방'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기 시작한다. 특히 이 영화는 한 인물의 일대기 보다는 '내면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통해 표현되는 다이애나 비의 고뇌, 고통 등의 심경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그녀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늘 남들보다 느린걸요.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신의 차를 타고 왕실로 향한다. 왕실에서 이루어지는 3일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서이다. 다이애나는 늦을까봐 서두르지 않는다. 가는 길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허수아비에 걸려있던 아버지의 옷을 발견한 뒤 그 옷을 가져오기 위해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뛰기도 한다. 이때의 다이애나의 얼굴은 길을 잃었다며 왕실 주위를 배회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왕실에 도착한 다이애나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처음부터 다이애나는 왕실의 감시 하에 강제로 몸무게를 쟀고, 남편인 찰스 왕세자가 선물한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왕실에서 정해준 옷을 입고 모임에 참석했다. 찰스 왕세자가 선물한 이 굵은 진주 목걸이는 왕세자가 자신의 내연녀에게도 선물한 목걸이였으며, 다이애나는 이 목걸이를 뜯어서 스프와 함께 삼키는 상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한편, 끊임없이 옥죄어 오는 왕실에서 다이애나를 숨 쉬게 하는 존재는 두 아들 윌리엄(잭 닐렌)과 해리(프레디 스프라이)였다. 다이애나는 두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랍스터와 게 인형을 건넨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단단한 껍질을 가진 존재들. 두 아들이 그렇게 강하고 단단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자신도 단단한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모두 투영된 선물이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왕실의 다른 사람들이 잠든 밤, 다이애나와 두 아들은 서로에게 질문을 하면 솔직하게 답을 하는 놀이를 시작한다. 윌리엄은 다이애나에게 무엇이 엄마를 슬프게 하는 것이냐고 질문한다. 다이애나는 과거로 인해 슬프다는 답을 한다. 왕실에는 미래가 없다. 과거에 정해 놓은 규칙들로 인해 현재와 미래가 바뀌는 모습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곳이다. 현재나 미래를 한 개인이 쉽게 바꾸기도 어려운 곳이다. 다이애나에게 왕실은 그렇게 과거로부터 비롯된, 굳게 닫힌 새장이었다.
다이애나는 중간에 큰 아들 윌리엄에게 '자신이 바보 같은 짓을 할 때면 막아달라'는 말을 전한다. 나는 이 말이 너무나도 아프게 느껴졌다. 문장 자체만으로 내 마음 속이 쿡쿡 찔리듯이 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경우 이 문장이 그랬다. 아프고, 또 아팠다.
다이애나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토해낸다. 그리고 왕실 사람들은 요리사들이 정성스레 만든 음식들을 제대로 즐길 수는 없냐면서 이런 다이애나를 질책한다.
한편,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다이애나가 음식을 토해내는 곳은 동화 같은 파스텔 색감의 화장실이다. 스크린 속 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 인물이 서 있는 공간이 너무 이질적이어서 해당 인물의 심정이 더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다. 바로 이 장면들이 그러했다.
오로지 자신만이 있는 화장실이라는 공간에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구토를 하고, 자신의 울분을 이렇게나마 표현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그녀의 불행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더불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장면들과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화면, 마구 요동치는 듯한 사운드로 인해 다이애나의 숨막힘이 나에게도 느껴졌고, 영화 밖의 관객인 나조차도 '당장 저 왕실을 뛰쳐나가야 한다' 라는 생각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왕세자비' 인 그녀를 향한 언론의 지나친 관심은 그녀의 숨을 옥죄어 오는 또 다른 존재였다. 수많은 카메라를 마주할 때 그녀의 입은 웃고 있지만, 그녀의 눈은 항상 울고 있다. 혹은 울기 바로 직전의 위태로운 눈이다. 왕실에서는 언론에 비춰지는 그녀의 모습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꾸며나갔고, 다이애나가 의상 담당자가 정해준 옷을 입고 나가지 않았을 때는 질책하기도 했다. 다이애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모든 것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렌즈들은 참 잔인하고 삭막하다.
그녀의 자해 횟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그녀의 불안감과 고통은 커져만 갔다. 그녀는 다른 이들의 저지를 뚫고 오랜 시간이 지나 폐가가 된 자신이 어린 시절 살던 집에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앤 볼린'의 허상을 마주한다. 앤 볼린은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로, 헨리 8세에게 이용 당한 뒤 결국 간통죄라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쓴 채 참수형을 당한 인물이다. 다이애나는 계단 밑으로 떨어지는 상상도 하였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굳은 결심을 한다. 찰스 왕세자가 준 굵은 진주 목걸이를 마침내 뜯어내고, 왕실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이애나가 춤추는 장면, 달리고 또 달리며 끝없이 뜀박질을 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어린 시절 발레를 좋아하던 그녀의 모습도 나온다. 다이애나는 이렇게 맘껏 춤을 추고, 바람을 가로지르며 뛰어다님으로써 자신의 내면 속의 어떠한 심정들을 마구 분출해냈다. 혼동, 고뇌, 동요를 겪고 있던 그녀의 춤과 뜀박질은 그 행위 자체로 '해방'과 '자유'에 대한 갈증이 마침내 해소될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 장면들을 보는 순간이 영화의 러닝타임 중 내게 제일 벅찼던 순간이었다. 그저 '벅찼다'. 이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다이애나는 허수아비에 걸려있던 아버지의 자켓을 입고 꿩 사냥을 하러 간 두 아들에게 찾아간다. 총을 쏘기 위해 규칙적으로 서 있던 왕실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등장하는 다이애나의 모습은 한 마리의 '새' 같았다. 새장 밖을 빠져나온 새. 자유를 갈망하는 새.
그리고 다이애나는 총을 쏘기 싫어했던 두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차를 통해 왕실을 빠져나간다. 억지로 갇힌 새장을 숨 막혀 하던 새들은 모두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KFC에서 음식을 주문하며 자신의 이름을 묻는 직원에게 다이애나는 '스펜서'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 그리고 좋았던 부분은 모두 '매기(샐리 호킨스)'와 다이애나의 장면이었다. 매기는 다이애나의 전용 왕실 의상 담당자로, 두 아들과 함께 다이애나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존재였다. 다이애나를 버티게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중간에 매기 대신 다른 왕실 의상 담당자로 교체되며, 다이애나의 고통은 더 심화되기도 했다.
- 전하의 무기는 전하 자신이에요.
자신을 무너뜨리지 말아요.
- 뜻밖의 말을 꺼내 (전하의) 어둠을 걷어내고 싶었어요.
- (전하의) 아이 같은 웃음을 좋아해요.
- 전하에게는 사랑, 충격, 웃음이 필요해요.
매기는 다이애나의 허상 속에 나와 다이애나에게 힘을 불어주기도 하고, 다이애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다이애나를 웃음 짓게 하기도 한다. 다이애나에게도, 그리고 관객인 나에게도 가장 큰 숨통이자 안식처, 미소 짓게 만드는 존재는 매기였다.
그리고 매기는 다이애나의 차에
'전하를 사랑하는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닙니다.'
라는 메시지를 적어 남겨둔다. 다이애나를 가장 응원하고, 지지하고, 사랑하는 이의 찬란한 메시지.
샐리 호킨스의 모든 장면들이 찬란했다.
그래서 샐리 호킨스의 분량이 적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샐리 호킨스의 장면이 더 많았으면 영화를 보는 나도, 영화 속의 다이애나도 고통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비극을 바탕으로 꾸며낸 이야기' 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영화와 영화의 토대가 되는 실제 이야기는 비극이다. 영화 자체는 다이애나 스펜서가 자유를 되찾으며 끝나지만, 실제 '다이애나 스펜서'의 삶을 알고 있는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다. 마음 한 켠에서는 계속 그녀를 향한 슬픔이 차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왕실을 뛰쳐나오는 다이애나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고귀한 혁명'을 느낄 수 있다.
숨 막히고 고통 뿐이었던 왕실이라는 사회를 주체적으로 벗어난 이의 혁명,
자유와 해방을 좇아 진정으로 웃을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간 이의 혁명.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의 그녀의 고귀한 혁명을 마주함으로써 우리는 조심스레 그녀를 애도해본다.
'다이애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연기를 펼쳤고, 오직 표정과 눈빛, 몸짓 등을 통해 한 인물의 내면을 생생하게 표현해낸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스펜서>는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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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이미 망해버린 세계에서 아이들은 성장할 수 있을까
여름이 지나가면/코리안시네마
시놉시스
신도시 개발계획이 있는 지방의 한 마을이 있다. 마을로 부랴부랴 이사를 오는 기준의 가족. 동네가 ‘시’로 승격이 되고 난 뒤에는 진학에 유리한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 자격도 없어진다. 새롭게 다닐 학교에서 전학 수속을 밟고 있는 사이, 기준의 새 운동화가 사라진다. 신발 도둑으로 의심을 받는 아이는 동네에서 유명한 결손가정의 형제들이다. 기준의 가족은 이 형제들이 신발 도둑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지만, 고작 신발 정도니까 모른 척 넘어가 준다.(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여름이 지나가면〉은 어린이의 세계가 그리 녹록치 않음을, 다층적으로 굴곡진 어른의 세계와 닮은 점이 꽤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영화다. 조수석에 앉은 기준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희망에 부푼 엄마와는 달라 보인다. 서울에 살며, 적당한 재력을 가진 기준의 부모는 기준을 위해 농촌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농어촌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다. 기준이 잔뜩 불만인 이유는 단지 친구들과 헤어져 낯선 곳으로 간다는 데서 오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기준은 마음 깊은 곳에서 이미 자기 삶이 자율성을 상실한 채, 부모 욕망이 투영되는 객체일 뿐이라는 점을 감각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촘촘한 기획이라도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포박하기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는 부모와 기준 모두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찾아온다. 기준은 전학 첫날부터 브랜드 운동화를 도둑맞는다. 부모 없이 어렵게 생활하는 영문, 영준 형제가 범인인 듯 보이지만 확실한 물증은 없다. 기준에게는 이 사건이 뜻밖의 계기가 된다. 영문은 또래 집단의 우두머리 격으로 친구들은 그가 분위기를 잡고 한 마디만 하면 시끄럽게 떠들다가도 금방 움츠러든다. 기준도 영문이 무섭다. 동시에 영문과 가까워지면 금세 그와 비슷한 지위를 누릴 수 있겠다고도 느낀다. 기준은 자발적, 적극적으로 영문 형제에게 호의를 베푼다. 부모가 기준에게 ‘더 좋은’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시골로 이사 왔듯이, 기준 역시 나름의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형제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준은 결코 부모가 의도하지 않았을 방식으로 자신의 자율성을 발휘하고 나름의 삶 기획을 이어간다. 이후는 악화일로다. 물론, 부모의 관점에서 말이다. 기준은 영문 형제와 함께 도둑질, 폭력 사건에 자주 연루되고 그럴수록 무리에서 상승하는 자신의 지위를 은근히 즐긴다. 기준은 늘 영문에게 더 잘 보일 방법을 찾는다.
기준을 ‘나쁘게 물들인’ 영문, 영준 형제에게도 자기 삶 기획이 있다. 이들 역시 부모 없이 근근이 삶을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남에게 위협감을 주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로 자신의 미래를 모색해왔다. 요컨대 모두는 자기 자신의 상황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좋은’ 미래를 모색한다. 그렇다면 누구의 기획이 최종적으로 승리하고 관철될까? 더 많은 자원을 가진 자의 기획이다. 기준은 결국 그의 비행을 참지 못하는 부모에게 이끌려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기준은 끝까지 영문, 영준 형제와 어울리고 싶다. 영문, 영준 형제는 자상한 척 시혜와 동정, 멸시의 시선을 교차로 건네는 기준의 부모님이 밉다. 하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기준의 부모와 달리 자기 삶 기획을 관철할 아무런 자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을 반영하듯, 〈여름이 지나가면〉에는 어른과 사회가 없다. 자식에게 계급을 세습하는 일만이 중요한 부모와 형제를 방치하는 학교와 이웃이 있을 뿐이다. 공적 역할을 상실한 사회, 신자유주의적 경쟁관계가 만연한 사회는 모두가 자기 안위만을 고민하게 만들었고, 아이들까지 폭력적인 방식으로 여기에 연루되게 했다. 아이들 사이의 폭력과 경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어르고 달래고 뒷받침해줘야 할 어른과 사회가 사라져가는 속도와 비례해 더욱 첨예해진다.
이렇게 결과만을 중시하는 경쟁 문화는 어린이들의 세계까지 잠식했다. 꼼수를 써도 좋은 학교 가서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는 부모와 친구를 괴롭히더라도 권력감만 느낄 수 있으면 된다는 기준은 닮은 데가 많다. 영화는 여러 질문을 남긴다. 서울로 돌아간 기준은 부모의 뜻대로 ‘좋은 대학’에 들어가 부모의 계급을 세습할 수 있을까? 그런다고 기준이 정말 행복해질까? 영문과 영준은 어떨까? 그들에게 다른 삶 기획이 들어설 기회가 주어질까? 아마도 높은 확률로 지금 그들이 부득이하게 들어선 ‘비행’의 길에서 오랜 시간 허덕이지 않을까?
어린이, 청소년의 성장을 다루는 최근의 영화에서 이들이 마주한 세계는 종종 출구 없는 미로처럼 보이는 경향이 보인다. 그 양상은 갈수록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들이 마주한 세계는 처음부터 망해 있는 상태다. 기존 질서에 안착한 어른들은 뒤틀린 세계에 무심하고, 탈락한 어른들은 어딘가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늘 외롭다. 사회가 늘 ‘우리의 미래’라며 상찬하는 어린이들은 이런 세계에서 성장하고 있다. 때문에 ‘어린이가 희망이다’라는 말은 지독한 위선이다. 썩은 토양에 뿌린 씨앗이 잘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 어불성설인 이유와 마찬가지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5회 국제전주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여름이 지나가면〉 상영 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다른 영화 상영 시간은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월 3일 1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213)
-5월 5일 21:00 CGV전주고사 4관(457)
-5월 8일 10:30 메가박스전주객사 1관(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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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여왕으로써의 무거운 책임감을 다큐멘터리로 풀어내다!
영국의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논란의 중심인물이기도 했다. 대중매체에 공개되는 영국 여왕 가문의 모습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가가기 어렵고 엘리자베스 2세 역시 성격이 까칠하다. 하지만 영국 여왕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은 항상 따라왔다. 영국의 여러 고위 관료들이나 중요 인물에게 훈장을 서사하고(이 훈장들은 몇 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녀가 쓴 왕관 역시도 그만큼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 연방 국가들의 수장으로써 순방을 다녀오면서 많은 업적도 이뤄냈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에서 돋보이는 건 대한민국의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회장인 이건희와 만나고 여러 반도체 시설들을 순방했는데 영국 뉴스에도 보도되었다. 이게 바로 삼성전자의 저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의 자식들이 스캔들에 휘말리고 사건의 주목 인물이 되면서 엘리자베스 2세의 삶의 고단함이 스멀스멀 다가오기 시작한다. 또한 영국 왕실 가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평생 먹고 노는 사람들이라며 부정적인 대답도 내놓았는데 버킹엄 궁전도 화재로 대부분을 잃었고 영국 국민들에게 밉상이 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자신의 아들도 공군에 보내고 자신도 전장에서 영국 군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는데 엘리자베스 2세의 공이 컸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영국 왕실 가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국인들에게 신뢰가 잃어가고 부조리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다. 영국의 코미디언들은 영국 왕실 상황을 패러디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파시즘이나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단체 운동에 의해 비판의 대상도 되었다. 여기서 고난은 끝이 나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온갖 사치를 누리면서도 어떤 국민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그저 영국 왕실 가문으로써 대중매체에 공개되어 파파라치들에게 타깃이 되었던 불쌍한 이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고급스러운 호화 궁전에 살면서 모든 걸 누린 사람들이다.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를 챕터식으로 나뉘면서 관객들에게 영국 왕실의 숨은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풀어낸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나왔지만 영화 곳곳에 나오는 영국 여왕을 찬양하는 팝 음악과 더불어 영국 여왕에게 몰려든 영국인들을 벌집에 모여든 꿀벌들로 묘사하고 영국 여왕의 포스와 영국 국민들에게 말하는 메세지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왔다.
엘리자베스 2세의 다사다난한 일대기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내고 풍자하기도 하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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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 강력한 귀여움으로 무장한 이 영화
어젯밤의 나로 시간을 돌린다. 김승옥의 <생명연습>을 읽다 책장을 닫았다. 10시에 약속이 있었다. 정확히 2시에 잤다. 새롭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뭔가가 생각나지 않아 노트북의 키보드를 치는 게 어려웠다. 화면을 켜놓고 정신 말짱한 채로 두 시간쯤 누워있었다. 웃긴 유투버의 영상을 보며 또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근데 생산적인 뭔가를 또 한다기엔 한국사 공부가 머리 안으로 안 들어왔으니 그럴 법도 했다. 아무튼 늦게 잤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내일(그러니까 오늘) 약속이 있으니 일찍 일어나야 했다. 6시간 넘게 좀 자서 8시 30분에 일어났다.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머리를 감아서 버스에 탔다. 식사는 어제 사놓은 빵으로 대체했다.
10시 약속인데 10시 10분가량에 도착했다. 일행 둘에게 미안하단 말을 해야 한다. 2주 전에는 글을 안 쓰고 왔는데 이번엔 지각까지 했다. 발바닥이 다쳐서 후다닥 뛰지를 못해 답답했다. 이 덕에 최대한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그렇게 느린 듯 빠른 속도로 스타벅스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다. 단톡방을 확인했다. 아무 말도 없다. 어? 일단 자리에 앉아서 부랴부랴 노트북을 켰다. 10시 20분이 됐다. 이상했다. 왜 아무말도 없고 아무도 없지? 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거 오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로. 친구들에게 답장이 왔다. '바보야 다음 주 12일이잖아'라고 한다. 하. 나의 정신머리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오랜만에 없는 이런 정신 빠짐은 늘 느껴도 새롭다. 그렇게 뭐하지 싶다가, 어제 밤에 읽던 김승옥의 소설집을 꺼내 <건>을 읽던 도중에 갑자기 생각났다. 김형은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시오? 나의 일상도 그런 꿈틀거림의 연속이었다. 이런 바보 같은 일상도 어떤 관점에선 꿈틀거린 것 중 하나겠지. 집에서 잉여롭게 과자나 먹으면서 시간 보내는 게 싫어서 이 아침에 밖에 나온 것 아닌가? 그렇게 머릿속을 둥둥 떠나는 생각을 흘려보내니 습관이 된 글쓰기에 이 영화를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심심하고 외로운 나의 단면이겠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지극히 나스러운 시트콤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감독 웨스 앤더슨이 더욱 업그레이드된 덕후력(?)으로 작년에 신작을 발표했다. 자기만의 시각을 오롯이 다룬 채로 말이다. 제주는 상영관이 없어 디즈니 플러스로밖에 볼 수 없어 씁쓸했다. 그래도 ott에 풀리는 기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비행기로 13시간 걸리는 프랑스로 날아가자. 이번엔 가상의 도시 앙뉘다.
1. 어떤 것에 관한 영화인가요?
영화는 한 기자의 부고로 시작한다. 그 기자는 미국인 기자 아서였다. 미국에 살던 기사 아서는 프랑스의 도시 앙뉘에서 50년 전에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 잡지사의 이름은 '프렌치 디스패치'다. 좋은 필진들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아서. 50년 동안 열심히 잡지를 운영해왔지만 당연한 끝을 마주하게 된다.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서. 아서는 유언으로 신문사를 폐업하라는 말을 남겨놓는다. 이에 대한 결과로 마지막 최종본 인쇄본 발간만을 남겨놓고 있는 <프렌치 디스패치>. 이를 위해 에디터들이 모여 자기가 잡은 소재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자기가 어떻게 세상에 대해 조사해온 바를 어떻게 창작자들이 자기만의 코드로 소화해냈는지에 대한 영화라는 뜻이다.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면 영화의 명대사 같은 영화다. 당연히 명대사가 시네마의 속성 전부인 건 아니다. 뭐 연출력도 있고 개연성도 있고 이런저런 부분에서 좋은 작품을 각자가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할 것이다. 근데 대사를 잘 못쓰면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들을 예술가가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잘 못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렇게 대사와 같이 인물과 감독이 어떻게 세상을 극화시키는지를 소재로 삼는다.
다른 지점은 감독의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공통점을 갖는다. 이는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기사를 쓴다는 것은 전적으로 과거의 어떤 것을 바탕으로 하지 않나. 이 잡지사에서 어떤 것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기자가 쓰고 싶은 방식으로 내용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근데 그 기사를 쓰는 소재는 전적으로 저널리스트들에 따라 달려있다. 이 뿐인가?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창작자에 따라 달라진다. 기삿거리로 삼을 수 있는 몇몇 에피소드는 가슴이 아플 수도 있다. 가령 첫 번째 일화에서 화가는 자살하기 싫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만약 기사를 '이 화가는 매일 어두운 생각만 하는 범죄자'라는 기사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딱히 틀린 말은 없다. 그게 사실이니까. 근데 이 영화의 첫 번째 에피소드처럼 말을 전달한다면 약간 다른 뉘앙스로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창작자, 예술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름대로의 세상을 보여준다. 때에 따라서는 그게 사랑스럽고 귀여울 수도 있다. 감독은 이 부분을 노렸다. 세 에피소드의 변용에 자기의 최대 장점을 활용하며 아름답게 이야기를 극화시킨 것이다. 그러면 알게 된다. 웨스 앤더슨이 지나간 것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정말 지나간 시간들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게 멋진 걸까?라는 의문을 던진다는 걸.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영화의 연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아니라서 말할 수 있지만- 영화는 컬러와 흑백 연출을 통해 말하는 이와 극의 주인공들을 별개로 구분해놨다. 이때 컬러로 처리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웨스 앤더슨이 어느 쪽에 중점을 더 두고 있는지, 또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다음 두 번째는 창작자의 결과물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가?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잡지사 아닌가? 이 잡지사의 직원들이 취재한 걸 기사 쓰는 것 역시 창작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서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다. 또 나머지 두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화가/요리사다. 이 둘도 창작을 업으로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화가는 재료로 그림을 만들고 누구는 음식으로 행복을 준다. 기자와 같이 이 세 직업군은 어떤 것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근데 이게 나는 ~~ 다라고 말하면 독자들이, 소비자들이 그렇게 곧이곧대로 해석하나? 당연히 아니지. '그 어떻게 세상과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가?' 역시도 보여준다는 것이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미장센. 끝. 이 글을 읽는 몇몇 독자분들 중에 그라운드 시소라는 곳에서 열렸던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란 전시관에 가본 적이 있는 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제주에 살아서 이 전시관에 가지 못했다. 검색해보니 <그란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나 <문라이즈 킹덤>에서 나올법한 영감을 전시관에 전시했다고 나와있다. 이렇게 관련한 전시관도 열릴 정도로 웨스 앤더슨은 현대미술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에게 따라오는 이런 칭찬을 동의하는 바다. <문라이즈 킹덤>에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연출했어서 웃음이 나왔지만 이 <프렌치 디스패치>는 아름다운 색감과 귀여운 유머가 재밌다. 어떤 느낌이냐면. 극에서 등장하는 도시 앙뉘는 그렇게 살기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다. 일주일에 사체가 8.25구나 발견되고 지하철은 쥐가 많으며 아이들에게 노인공경 같은 건 없다고 초입부에 나온다. 딱히 영화로 삼을만한 곳이 아닐 수도 있다. 일단 나라면 거기서 안 산다. 근데 영화의 미장센과 장면 하나하나마다 있는 소소한 유머로 마을이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 쓴 비율에 색감 덕에 영화를 보는 게 지루하지 않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막 엄청난 비유를 쓴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 근데 어렵긴 하다. 후술할 6번에서 알 수 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티모시 샬라메. 프랜시스 맥도먼드. 레아 세이두, 에드리언 브로디, 빌 머레이 등등..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호화 출연진이 총 줄 동했다. 유명한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극의 연기 퀄리티가 확 올라가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이 배우들이 좋은 배우라는 것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특유의 웨스 앤더슨의 귀여운 세계관을 배우들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녹여낸다. 분명 <듄>과 <노매드랜드>, <007 : 노타임 투 다이>에서 본 사람들인데 그냥 어딘가에서 데리고 온 다큐멘터리 같다. 난 영화언어에 놀랐다.
6.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네. 있다. 이거 이 부분 모르고 가면 보는데 지장 있을 수도 있다. 대사량이 엄청 많다. 그래서 난 극장보다 디즈니+로 보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7. 어떤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나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 있지 않나? 소소하게 귀여운거 좋아하는 사람. 지치는 경쟁에서 벗어나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이 영화가 좋을 것이다. 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위시한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무. 조. 건. 필견이다. 나는 이 작품이 이 감독의 최고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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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의 어둠에도 사랑으로 빛나는 북극성은 반드시 있다
"밀폐된 공간의 사람들,
예측 불허의 상황에 끊어지는 소통,
죽어가는 바깥의 비극."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을 돌이켜보면 금세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유행병으로 폐허가 된 세상의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일 년 동안 생존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체감했을 것이다. 전 세계는 록다운과 거리 두기로 함께 하는 사람들과 떨어져야 하는 순간을 경험했고, 매일 현황판 속 증가하는 숫자들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죽음과 아픔을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에 앉은 채 SF에 눈을 돌린다. 과학의 발전으로도 막지 못한 세상의 멸망이 눈앞에 찾아온 순간에 우리보다 앞서 겪은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불확실한 근미래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밀폐된 공간의 사람들,
예측 불허의 상황에 끊어지는 소통,
죽어가는 바깥의 비극."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필멸의 시간이 다가온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자, 죽어가는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도할 빛에 관한 이야기이다.
출처: 다음 영화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영화다. 2049년, 지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앙으로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었다. 쫓기듯 지상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 속 북극해에 있는 바르보 천문대의 늙은 과학자 어거스틴은 혼자 그곳에 남기로 한다. 암 말기 환자인 그는 아직 대기가 오염되지 않은 극 지대에서 생을 마치려고 한다. 수혈 없이는 일주일도 버티기 힘든 그는 마지막 삶을 거센 눈보라의 텅 빈 천문대에서 정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어거스틴은 건물 안에서 대피하지 못한 한 소녀를 만난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아이의 이름은 아이리스. 과학자는 구조를 요청하지만 이미 통신은 끊어졌고, 어쩔 수 없이 아이리스를 데리고 있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목성의 위성 K-23의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에테르 호의 다섯 명의 대원을 보여준다. 인간이 거주할 행성을 찾아 이년 간 임무를 수행했고, 긍정적인 결과를 든 채 고향인 지구로 돌아가고 있다. 통신 담당 설리는 이주 전부터 지구와의 연락이 끊긴 상황을 의아해한다. 처음에는 우주선 내부의 문제로 여겼지만, 곧 원인은 지구에 있음을 인지한다. 설상가상으로 에테르 호는 경로를 이탈해 미탐사 구역을 거쳐 지구로 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다시 지구로 돌아와서, 늙은 과학자는 모든 우주 탐사가 정지된 상황에 에테르 호만은 지구를 향해 돌아오고 있음을 알게 되고, 현재 상황을 알리기 위해 교신을 시도한다. 하지만 수신이 약해 통신은 번번이 좌절된다. 그는 멀리 떨어진 하젠 호수의 성능 좋은 안테나를 이용해 교신하기로 하고, 아이리스와 함께 가혹한 눈보라와 미지의 북극을 헤치고 하젠 호수로 떠난다.
감독이자 주인공인 어거스틴을 맡은 조지 클루니는 원작인 릴리 브룩스돌턴의 SF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는 서로 떨어진 두 적막의 공간에서 알 수 없는 재난 상황 속에 단절된 관계를 잇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끝나가는 세상에서도 우리가 끝내 붙잡을 북극성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작품은 코로나 시대의 고립과 불안에서 가족과 인간을 향한 마음속 깊은 간절함과 선의가 만드는 변화를 담았다.
결말을 이끄는 어거스틴의 모습은 지구와 닮아있다. 그의 외모와 더불어 신체적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마치 죽어가는 지구의 형상처럼 보인다. 그의 삶에 주어진 마지막 임무인 교신은 지구가 인간에게 전하는 조언이자, 그 안에 살아가는 인류가 지켜야 할 가치를 놓지 않을 의지를 관객에게 촉구한다.
설리 역할을 맡은 펠리시티 존스는 우리에게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그는 실제 촬영 전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감독과 작가는 원작에는 없던 설리가 임신 중이라는 설정을 시나리오에 추가했다. 이는 후반부 가족이라는 소재로 연결되는 등장인물과 더불어 설리에게 또 다른 층을 부여하여 해석의 가능성을 넓힌다. 우연과 운명으로 얽힌 영화는 개인에서 인간 전체로 확장된다. 희망은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연대의 노력은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응원하고 있다.
소설을 각색하며 빠진 인물의 배경은 영화 중간 인물의 어떠한 선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아름다운 영상에 비해 평이한 이야기 전개나 예측 가능한 결말 역시 영화의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플래시백 연결이 더 매끄럽게 이어갔어야 했던 점이나 중간에 삽입된 웃음 코드 장면은 사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훌륭한 음악으로 장면 간 연결을 이어가는 부분은 인상적이나 서사의 부족함을 음악으로 채운다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의 연말,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집콕’과 더불어 이 영화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인류애를 충전하기를 바란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파랑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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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0년대 감성 소환! Y2K영화&드라마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유행은 20년 주기라고 하죠?
현재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는 Y2K느낌 물씬 나는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엽기적인 그녀
My Sassy Gir
정보
개요: 코미디, 드라마, 멜로 | 한국
개봉: 2001.07.27.
감독: 곽재용
출연: 전지현, 차태현
배급: 아이엠픽처스, 시네마서비스
시놉시스
견우란 ID를 쓴 네티즌이 PC통신 유머란 에서 연재하여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두 남녀 대학생의 엽기발랄한 러브 스토리.
CINEPICK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적인 작품이며 주인공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속 주인공들의 나이는 24살로 젊은 청춘남녀의 패기와 장난기 가득한 연애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굉장한 히트를 기록했고 아직도 한국의 코믹 멜로는 이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전지현의 리즈작품에 항상 거론되는 이 영화는 당시 국민 첫사랑 답게 청초하고 수수한 전지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렌즈
friends
정보
개요: 코미디 | 미국
방영: 1994 ~ 2004
작가: 데이비드크레인, 마르타 카우프만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커트니 콕스, 리사 쿠드로, 매트 르블랑 등
배급: 워너브라더스
시놉시스
프렌즈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시트콤 드라마 중 하나로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6명의 친구들의 삶과 우정을 다룬 훈훈하고 코믹한 내용의 시트콤.
CINEPICK
청춘 드라마의 정수 미드 <프렌즈> 시리즈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시트콤 드라마 중 하나로 6명의 친구들의 삶과 우정을 다룬 훈훈하고 코믹한 내용의 시트콤입니다.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 패션 소품등 모든것이 화제를 모았으며 30년이 지난 지금봐도 감각적인 패션감각을 자랑하며 시대를 타지 않는 코미디를 보여주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영어 쉐도잉' 공부법이 있는데, 프렌즈 시리즈를 보면서 영어를 독학하는 공부법으로 그만큼 시리즈가 미국의 실생활을 담고 있고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화이트칙스
White Chicks
정보
개요: 코미디, 범죄 | 미국
개봉: 2004.11.17
감독: 키넌 아이버리 웨이언스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배급: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위장술 하나는 끝내주지만 정작 사건 해결은 못해본 FBI 명물 콤비 마커스와 케빈은 순간의 착각으로 거물급 마약상을 놓치는 일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FBI에서 퇴출 위기에 몰린 둘은 얼떨결에 자선파티 참석을 위해 LA에 오는 호텔재벌 윌슨가 자매의 모두가 꺼려하는 경호를 떠맡게 된다. 하지만 첫날부터 호틀갑 자매의 귀하신 얼굴에 상처를 내는 대형사고(?)를 치고 마는데... 길길이 날뛰는 자매 앞에 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딱 하나! 그녀들 대신 사교계를 휘어잡는 것!
CINEPICK
b급 감성을 살린 누구나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흑인 형사들이 백인 부유층 딸들을 여장하느데 백인 부유층에 관한 특징을 살리면서 웃음을 유발하며 이 부분이 인종차별적이거나 백인과 흑인이 이분법적으로 나뉘는게 아닌 서로가 진솔한 대화와 정서적 교감으로 외모, 인종, 나이는 편견에 불가하다는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퀸카로 살아남는법
Mean Girls
정보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개봉: 2004.09.03
감독: 마크 워터스
출연: 린제이로한, 레이첼 맥 아담스, 레이시 샤버트, 리지 캐플란
배급: UIP코리아
시놉시스
동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성장한 케이디는 일리노이즈의 고등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케이디가 전학 온 고등학교에는 레지나라는 퀸카가 그녀의 매력을 주무기로 학교의 여왕으로 군림을 하고 있었다. 레지나는 케이디가 지닌 미모와 지성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교내 '여왕벌'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녀를 감시할 목적으로 케이디에게 접근을 하여 둘은 친구가 된다. 케이디는 수학시간에 만난 남학생 애런 사무엘에게 한눈에 반하여 그와 사귀려는 노력을 하지만 그는 바로 레지나의 헤어진 남자 친구였다. 케이디가 애런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안 레지나는 고의로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고 케이디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케이디는 레지나를 극도로 미워하게 되고 둘 사이에는 서로상대를 꺽기 위한 숨막히는 권모술수가 동원된 팽팽한 대결이 시작되는데.
CINEPICK
2000년대 하이틴 전설의 영화로 최근 아이돌 노래에서도 오마주되는 영화입니다.
린제이로한과 레이첼 맥아담스, 무명에 가까웠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청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영화로 인해 여기 나온 주인공들이 스타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십대 소녀들의 시기와 질투 성장을 그린 영화로 시간이 지난후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명작입니다.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정보
개요: 드라마 | 홍콩
개봉: 1995.09.02.
감독: 왕가위
출연: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 주가령
배급: ㈜디스테이션
시놉시스
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CINEPICK
홍콩을 대표하는 왕가위 감독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허무, 고독의 주제를 다룬 로맨스 영화들을 주로 연출했으며 스텝프린팅기법을 통해 시간과 기억에 대한 예술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나레이션과 독백이 많아 작중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자칫 유치하게도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으나 홍콩의 역사적 정체성, 분위기를 나타낸 명작으로 투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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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의 보디가드2」 데드풀 닉 퓨리가 서로 죽이려는(?) 액션영화
? "킬러의 보디가드2 -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 보기 전, "킬러의 보디가드"
결말포함 스토리 요약 그리고 영화 속 메시지, 속편 정보- 킬러의 보디가드 영화정보
감독: 패트릭 휴즈
제작: 마크 길, 데이나 골드버그, 매튜 오툴, 존 톰슨, 레스 웰던
각본: 톰 오코너
출연: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외
장르: 액션, 코미디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픽처스, 크리스털 픽처스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JNC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2017년 8월 18일 한국 2017년 8월 30일
상영 시간: 118분
제작비: $30,000,000
북미 박스오피스: $75,468,583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176,586,701 (최종)
대한민국 총 관객수: 1,721,757명 (최종)-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킬러의 보디가드2) 영화정보
장르: 액션, 코미디
감독: 패트릭 휴즈
각본: 톰 오코너
제작: 크리스타 캠벨, 라티 그로브맨, 매튜 오툴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셀마 헤이엑 외
촬영: 테리 스테이시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미디어, 서밋 엔터테인먼트, 캠벨 그로브맨 필름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개봉일 미국 2021년 6월 16일
#킬러의아내의보디가드 #킬러의보디가드2 #킬러의보디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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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EPICK X WENDY ? 6.30 개봉! 영화 #웬디 를 보면 상금 100만 원이????
[웬디] 개봉 기념 씨네픽 특별 EVENT!!!
[웬디]의 개봉주인 6.30 ~ 7.6 의 [웬디] 총 관객 수를 맞혀주세요!
예측에 성공하면 씨네픽 역대급 상금 100만 원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영화 정보도 얻고 상금도 받고!
영화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씨네픽!아이폰 다운로드 https://apps.apple.com/kr/app/%EC%94%...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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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정원의 뱀파이어> 공식 예고편
세상을 바꿀지도 모를 인간과 뱀파이어 여왕의 운명적 만남. 위트 스튜디오와 실력파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한 <정원의 뱀파이어> 어느 추운 겨울, 인류는 뱀파이어와의 전쟁애서 패배하고 결국 거주지의 대부분을 잃었다.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작은 도시에 빛의 벽을 쌓고 안전하게 살 장소를 마련했다. 억압된 생활 속에서도 적인 뱀파이어와의 공존을 꿈구는 주인공 모모. 과거에 인간을 사랑해 전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뱀파이어 여왕 피네. 인간의 도시가 전화에 휩싸인 가운데, 둘은 운명적으로 만난다.
먼 옛날엔 인간과 뱀파이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낙원'이 있었다. 이것은 이 '낙원'을 찾아 여행하는 한 소녀와 뱀파이어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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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30초 예고편
우린 최고의 절친이 될 수 있을거라구!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노래하는 악어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