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4-18 14:47:21
4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티모시 샬라메 차기작 '밥 딜런' 전기 영화
티모시가 연기하는 '밥 딜런'
어떻게 그려질까요?
박찬욱 <동조자> 쿠팡플레이 공개
쿠팡플레이가 박찬욱 감독 신작 <동조자>를 15일 공개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건너간 북베트남 스파이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두 번째 드라마이자, 세 번째 해외 작품입니다.
호이 쉬안데가 주연을 맡았으며 1인 4역을 소화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 배우가 열연을 펼치며 극을 가득 채울 전망입니다.
티모시 샬라메 ‘밥 딜런’ 연기
티모시 샬라메의 신작 영화 촬영 현장이 공개되었습니다.
<어 컴플리트 언노운>은 지난 2016년 가수로서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전기 영화로 티모시 샬라메는 극 중 가수 ‘밥 딜런’을 연기하며 이외에도 엘 패닝, 모니카 바바로, 에드워드 노튼이 출연하며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시빌 워> A24 역대 최고 북미 오프닝 기록
영화 <시빌 워>가 공개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북미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튜디오 A24가 역대 최대 규모 제작비인 5000만 달러를 투입해 제작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최대 규모의 내전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송강호 X 변요한 <삼식이 삼촌> 디즈니 + 티저 공개
디즈니+는 15일 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포스터와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김산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송강호, 변요한 주연과 <동주> <거미집> 각본가로 알려진 신연식 감독이 연출을 맡아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이제훈 X 구교환 <탈주>
영화 <탈주>의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철책 반대편의, 내일이 있는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을 건 탈주와 추격전을 그리는 영화로 이제훈, 구교환이 주연을 맡았으며 송강이 특별출연하여 관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도리화가>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오는 7월에 개봉 예정입니다.
Relative contents
-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 - 유럽
안녕하세요.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입니다.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럽으로 떠날 차례군요.
잠시 여러분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유럽'의 이미지를 한번 떠올려 보고 출발해볼까요? 그러면 그 모습이 영화 속에 어떻게 비슷하거나 혹은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포스팅 순서는 개봉순입니다.
*이미지의 출처는 NAVER, GOOGLE입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지극히 제 주관으로 선정한 지역들입니다.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유럽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2002)
① 스페인 세비야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2002)
흔히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투우'와 '플라멩코 춤'의 본고장 '세비야'.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 위치한 이 대도시는 이슬람 양식의 스페인 궁전 '알카사르 왕궁', 이슬람 사원을 뜯어고쳐 만든 '세비야 대성당'등 기독교문화-이슬람문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융화된 지역입니다. 덕분에 누가 봐도 참 이국적인 곳이죠. 이러한 독특한 양식은 계속해서 전해져서 1929년 박람회장으로 지어진 '스페인 광장'에서 절정을 이루게 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 속 아나킨과 파드메의 애정행각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정말 이토록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로맨스에 잘 어울리는 장소는 없을걸요?
스페인 세비야
<라따뚜이>(2007)
② 프랑스 파리
<라따뚜이>(2007)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빛의 도시 '파리'.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 속 모든 예술가들이 꿈꾸고, 때로는 총격전이 오가며, 지구 전체에 재난이 찾아올 땐 빠지지 않고 파괴되는 등 우리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매우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1년에도 몇 번씩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파리지만, 그중 가장 '파리'스러운 영화는 <라따뚜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프랑스 요리에 파묻힌 한 생쥐의 인생은 출신 때문에 한계를 짓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누구나 꿈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하죠. 전 이 영화를 보고 은은한 파리 풍경 속 에펠탑 배경의 저녁 식사를 꿈꾸게 되었답니다.
프랑스 파리
<프로메테우스>(2012)
③ 아이슬란드 바트나이외쿠틀
<프로메테우스>(2012)
아이슬란드는 다채로운 자연 풍경 덕분에 수많은 영화 제작이 이루어지는 매우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입니다. SF-공포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인 <프로메테우스>(2012) 또한 영화 장면 곳곳이 '아이슬란드'에서 제작되었죠. 특히 제일 인상 깊은 오프닝 장면은 아이슬란드는 물론 유럽에서 제일 큰 빙하 '바트나이외쿠틀 빙하' 한가운데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웅장한 폭포인 '데티포스 폭포'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 폭포 위에서는 외계 종족 '엔지니어'가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처음 볼 때는 장엄한 장면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깨닫는 순간 그건 정말 무서운 행동이랍니다.
아이슬란드 바트나이외쿠틀
<몬스터 호텔>(2013)
④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몬스터 호텔>(2013)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흡혈귀 '드라큘라'는 19세기 말 소설로 처음 등장했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은 루마니아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아직도 그는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유쾌하게 풀어낸 <몬스터 호텔>에서는 철부지 딸을 키우는 근심 많은 아빠로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죠. 영화 속 '몬스터 호텔'의 모티브는 루마니아 중부지방의 '트란실바니아'에는 '브란성'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이 얼핏 보면 평범한 유럽풍 성같이 보일지도 모르나 이곳은 바로 소설 속 드라큘라가 살았던 곳이거든요. 비록 소설이진 하지만 왠지 이곳은 밤에 가기 무서울 거 같습니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겨울왕국>(2014)
⑤ 노르웨이 송노피오라네
<겨울왕국>(2014)
노래 'Let it go'로 너무나 유명한 <겨울왕국>(2014). 역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 자리에 오른 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은 '송네피오라네'지방을 포함한 노르웨이 전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송네피오라네의 빙하가 산을 깎은 자리에 해수면의 상승으로 만들어진 좁고 긴 만 '송네 피오르'는 길이 200Km, 깊이 1300m에 달하는 거대한 비경이죠. 지금도 전 세계에서 송네 피오르를 보기 위하여 인구 1000명도 안 되는 '플롬'마을행 열차에 매년 수십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탑승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겨울에 간다면 진정한 '겨울왕국'을 느낄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오로라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노르웨이 송노피오라네
<나의 산티아고>(2016)
⑥ 스페인 순례자의 길
<나의 산티아고>(2016)
스페인 북서쪽에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성당이 있습니다. 이 성당은 '순례자의 길'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성지 순례길의 종착지이기도 하죠. 순례자의 길은 여러 코스가 있으나 제일 유명한 '프랑스 길'은 프랑스 국경도시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며 총 길이는 무려 800km에 달합니다. 순례자의 길을 걷는 관광객은 저마다 각기 다른 사연과 이유가 있으며, 이는 순례자의 길을 소재로 하는 영화 <나의 산티아고>(2016)에 잘 반영되어 있죠. 현재는 연간 20만 명이나 되는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걷고 있으며, 한국인 순례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답니다. 제가 아마 이 길을 걷게 된다면 인생을 한 번쯤 되돌아볼 때 걷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스페인 순례자의 길
<인페르노>(2016)
⑦ 이탈리아 피렌체
<인페르노>(2016)
음모론의 대명사로 불리는 <다빈치 코드> 3부작의 마지막 3편 <인페르노>. '단테의 신곡'과 '맬서스 트랩'을 주제로 다루는 이 영화는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 최고의 예술도시 '피렌체' 곳곳을 배경으로 합니다. 피렌체는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다빈치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모여있어서, 아무 방향으로 걸어도 사방에 예술작품들이 줄이어 있는 모습을 자랑하는데요.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면 피렌체를 한 달이 넘게 돌아다녀도 제대로 다 못 볼 정도라고 하는 말이 과언이 아니랍니다. 영화 속에서의 주인공 로버트 랭던은 정신없이 보물찾기를 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선 영화 감상에 덤으로 박물관 관람을 추가도 하는 셈이네요.
이탈리아 피렌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⑧ 아일랜드 먼스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변신 로봇 시리즈 '트랜스포머'. 이 시리즈의 5편인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는 아일랜드 기반의 켈트족 신화 '아서왕 전설'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은 깎아진 듯한 절벽에서 머리가 3개 달린 기계용과 함께 힘을 합쳐 적을 몰아내죠. 여기서 이 절경의 배경이 된 곳은 아일랜드 남서쪽 '먼스턴' 지방에 위치한 '모허'절벽입니다. 시원하게 탁 트인 모허 절벽은 아일랜드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며, 그동안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된 바 있습니다. 비록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평가가 종합적으론 형편없긴 하지만 이 배경 하나는 정말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일랜드 먼스턴
<아토믹 블론드>(2017)
⑨ 독일 베를린
<아토믹 블론드>(2017)
남한-북한, 월남-월맹, 동독-서독... 분단국가들은 미국-소련의 대립인 냉전시대를 잘 표현하는 수많은 영화들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특히 동베를린-서베를린으로 도시가 통으로 나뉘어 있던 '베를린'은 독특한 지형 덕분에 할리우드에서 첩보영화의 숱한 소재가 되었죠. <아토믹 블론드>는 소련 붕괴 직전 베를린에서 스파이끼리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네온사인 분위기의 현실적이면서도 잔혹한 당시 냉전시대를 잘 엿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작중에서 나온 '체크 포인트 찰리'-'베를린 장벽' 등의 장소는 대부분 헐렸지만, 아직도 역사유적을 위해 남겨놓은 일부분의 지역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독일 베를린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은 3편 '아프리카'로 이어집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3편 아프리카
https://blog.naver.com/hollyforest/221346157916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할리 포레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주객전도가 낳은 형보다 못한 동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런던에서 헤이그까지 킬러 ‘다리우스(사무엘 L. 잭슨)’의 경호를 맡은 이후로 보디가드 자격증을 박탈당하고 매일 밤 그의 악몽에 시달리는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 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정신과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탈리아에서 안식년을 즐기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휴가 첫날 그의 앞에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셀마 헤이액)’가 등장하면서 그의 평화는 산산조각 난다. 그녀와 함께 납치된 다리우스를 얼떨결에 구해낸 마이클은 뒤이어 인터폴 요원 '바비(프랭크 그릴로)'의 강요 같은 의뢰를 받아 그리스의 갑부 테러리스트 '아리스토텔레스(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유럽 전역을 표적으로 계획 중인 테러를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속편의 저주'는 영화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표현 중 하나다. 센세이셔널한 평가를 받거나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작품들이 시리즈화될 때, 본연의 매력과 신선함을 잃어가면서 이전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이처럼 많은 속편이 저주에 시달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주객전도를 빼놓을 수는 없다. 전편에서 관객들에게 어필했던 매력을 강화하기보다는 규모를 키우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는 등의 변화를 추구한 결과 본연의 정체성을 잃고, 결국 관객들의 기대치와 만족도 또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차들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실사로 보여주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트랜스포머> 시리즈이지만, 1편 이후 로봇의 변신이라는 핵심 테마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인간 캐릭터나 미군들의 무용담만을 늘어놓은 결과 실패를 맛봤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도 2편에서 신비한 동물들의 비중과 분량을 줄인 결과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고, 허당처럼 보이지만 실상 냉혹하고 천재적인 해적 잭 스패로우를 단순한 개그 캐릭터로 변질시킨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1편의 주역인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L. 잭슨이 건재하고, 모건 프리먼과 프랭크 그릴로가 합류해 덩치를 불린 <킬러의 보디가드 2> 역시 실패한 속편의 전철을 착실히 따른다.
전편인 <킬러의 보디가드>를 돌이켜 보자.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버디영화다. 겉모습부터 상극인 두 주인공이 함께 여행을 떠나고, 갈등과 화해를 숱하게 반복하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서로의 개인사와 고충을 공유하고 또 해결하면서 같은 편으로 거듭나는 버디무비의 전형을 답습한다. 전반적인 내용만 놓고 보면 제91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 북> 같은 작품과도 하등 다를 게 없다. 단지 그 이야기를 화려함과 잔혹함 사이를 오가는 액션과 유쾌함과 저속함을 넘나드는 코미디, 그리고 데드풀 그 자체인 라이언 레이놀즈와 걸쭉한 입담이 시그니처인 사무엘 L. 잭슨이라는 배우들의 존재감으로 포장했을 따름이다.
이때 영화는 제목대로 두 주인공 중 보디가드인 마이클을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둔다. 마이클은 전 인터폴 요원인 전 여자친구의 부탁으로 악명 높은 킬러 다리우스의 경호를 부탁받았고, 실제로도 런던에서 헤이그까지 경호의 범주를 벗어난 일은 하지 않았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이자 악역인 벨라루스의 독재자 '블라디미르(게리 올드만)'의 음모를 알아내고 그를 심판하는 것은 모두 그와 악연이 있는 다리우스의 몫이었고, 이는 마이클의 서사에 종속된 하위 플롯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것은 마이클을 철저히 보디가드의 본분인 경호에 충실하게 한 선택이 두 가지 측면에서 영화의 재미를 끌어올린다는 사실이다. 우선 보디가드인 주인공의 시점에서 액션신을 접하기 때문에 자연히 긴박함과 긴장감이 고조된다. 언제 어디서 공격당할지 모르는 와중에 어떻게든 다리우스를 지켜야 하는 의무감이 부각된 결과다. 그렇게 쉴 틈 없이 흘러나오는 액션은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액션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또한 이는 코미디 영화라는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게 직업인 사람을 보호해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영화의 기저에 깔려 있기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마이클과 냉소적으로 받아치고 비꼬는 다리우스의 호흡이 단순한 말다툼을 넘어 공감 섞인 웃음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작 <킬러의 보디가드 2>에서 마이클이 더 이상 보디가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영화에서 마이클은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보디가드이지만, 실상은 납치된 다리우스를 구하고 유럽을 노리는 테러리스트와 그의 정보를 추적하는 등 인터폴에 고용된 첩보원에 가깝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쫓기는 입장이 아니라 전 유럽의 테러를 막기 위해 누군가를 쫓는 입장에 놓인 것이다. 피렌체에서의 카 레이싱 장면만 보더라도 그는 쫓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추격전 역시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다가 발각된 결과일 뿐이다. 누군가의 보디가드라는 전편과 동일한 형식의 제목을 달고 나왔지만, 내용적으로는 쉴 새 없는 입담과 허술한 듯 뛰어난 액션, 능청스러움을 한 데 묶어 마이클을 마이클 답게 만들어주는 '보디가드'라는 정체성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분명 15세 관람가였던 전작보다 더 잔혹해졌고, 헬리콥터와 추격전을 펼치거나 호화로운 요트를 박살 내는 등 볼거리도 더 많아진 액션씬은 좀처럼 이목을 끌지 못한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도, 예상치 못한 습격을 경계하는 서스펜스도 없으니 좀처럼 집중이 되지도 않고, 긴장감도 없다. 세계 최고의 경호원과 킬러라고 추켜 세울만한 인물을 등장시키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해도 이미 전편에서 주인공들의 능력을 목격했기에 이러한 노력은 역부족이다. 이에 더해 코미디의 관점에서도 등장하는 횟수에 비해 유머가 터지는 타율이 극히 낮아진다. 마이클과 다리우스가 사소한 일로도 시종일관 말다툼을 벌이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소소한 다툼 하나하나가 웃음을 자아내던 전편의 매력은 찾아볼 수 없다. 킬러와 보디가드라는, 전혀 다른 가치관과 정체성을 지닌 채 살아온 두 사람 간의 간극과 아이러니라는 근간이 사라진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렇듯 캐릭터, 플롯, 액션, 코미디가 모두 와해되자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여러 시리즈의 속편들이 선택한 변화를 답습한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악수로 귀결된다. 우선 악역의 스케일을 국가적 차원에서 대륙적 차원으로 확대시킨다. 전편의 악역인 블라디미르가 자국 내에서의 인권탄압 사실을 인멸하려는 독재자였던 것과 달리 새로운 빌런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전 유럽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테러를 준비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빈약하고 허황된 악역의 목적과 철학은 급격히 커진 스케일을 좀처럼 지탱하지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를 제재하려는 EU의 경제정책이 그리스를 무시, 차별, 탄압하는 처사라면서 이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전 유럽을 겨냥한 테러를 계획한다. 그리스야말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유럽 문명의 발상지이기 때문에 EU의 경제 제재는 그리스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이다.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권탄압을 용인한 독재자라는 전편의 설정에 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신념과 목적은 현실성과 극 내부의 논리 모두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존재감이 미약해진 빌런은 극 전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평면적인 캐릭터 구축으로 인해 스페인 영화 <페인 앤 글로리>에서 극찬을 받은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역량을 온전히 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덤이다.
또한 새로운 캐릭터들을 투입해서 액션과 코미디 양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마이클과 다리우스의 관계성을 변주한다.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Hitman's Wife's Bodyguard)>라는 영어 제목에 걸맞게 남편보다 입이 거칠고 두 주인공보다 망설임 없이 총을 쏘는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의 비중을 잔뜩 늘린 게 그 예시다. 프랭크 그릴로가 연기한 인터폴 형사 바비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세 주인공을 매정하게 배신할 수 있는 냉혈한으로 등장한다. 이에 더해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마이클의 아버지는 마이클의 가슴 아픈 과거사를 소개하고 약간의 반전을 통해 긴장감을 더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중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는 이는 없다. 소니아가 남발하는 19금 유머는 너무 직설적이라서 유머 같지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존재는 마이클과 다리우스의 케미스트리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액션 역시 더 과격하고 난폭해지는 것 외에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지 않는다. 바비는 세 주인공을 첩보 작전에 투입시키고, 주인공들이 직면한 임신과 보디가드 자격증 회복이라는 개인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장치로 소비되는 데 그친다. 마이클의 아버지가 선보이는 반전 역시 복선과 암시가 전무한 수준이라서 전개의 편의상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사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어디까지나 재밌게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킬링 타임 영화다. 결코 작품 내적인 완성도가 만족도와 직결되는 류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지향점이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재미와 쾌감을 추구한 전편과 비교할 때 거의 모든 부분에서 퇴보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고, 이러한 퇴보의 내용은 팝콘 무비로서의 장점까지 앗아갔기 때문이다. 결국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주객전도가 낳은 형보다 못한 아우에 그치고 만다.
D(Dreadful, 끔찍한)
클래식한 속편의 저주에 빠지다
-
-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어요.” <브레이킹 아이스> 안소니 첸 감독 인터뷰 (3)
2편에서 이어집니다.
씨네랩 | 한국과는 또 다른 인연이 있으신데요. 감독님의 단편 데뷔작인 <G-23>가 2005년 제3회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구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되어 뉴필름메이커상까지 수상하였죠. 당시 기분이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안소니 첸 | 그걸 언급해 주셔서 흥미롭네요. 아시다시피 서울, 그리고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제가 첫 상을 받은 곳이거든요. 그리고 정말 오래전 일이죠. 벌써 20년 전인 2005년 일입니다. 지금이 2025년이니까... 그때 제가 21살이었고, 한국에서 영화로 처음 상을 받은 거였어요. 그래서 제게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씨네랩 | 당시 상영 극장이었던 ‘시네코아’라는 극장은 이듬해인 2006년 폐관하였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극장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싱가포르 혹은 현재 거주하고 계신 홍콩의 예술극장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시네마’의 의미도 궁금합니다.
안소니 첸 | 시네마에 대해 물으신다면, 제게 시네마는 정말 개인적인 것이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제게 영화 제작은 매우 감성적인 경험입니다. 캐릭터들과 너무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거든요. 제 셋째 조감독 중 한 명이 있었는데, 제가 이틀 전에 제 영화를 다시 봤거든요. 그 친구가 오늘 저에게 긴 문자를 보냈는데, 말레이시아 사람이에요. 저희가 이틀 전에 싱가포르에서 작업을 마쳤고, 그는 지금 말레이시아 북부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친구가 제게 문자를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감독님께서 시네마를 정말 아끼는 거 알아요. 왜냐하면 감독님이 마침내 원하던 테이크, 원하던 장면을 얻을 때마다 감독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볼 수 있거든요.’
저는 영화를 만드는 게 굉장히 감성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포착할 때, 그냥 이야기나 대사, 아름다운 장면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저를 움직이게 하죠. 그게 배우의 연기든, 공간이든 마찬가지예요. 공간에도 감정이 있다고 느끼거든요. 풍경에도 감정이 있고요. 저는 매번 울게 됩니다. 가끔은 배우의 연기에 감동받고, 또 가끔은 그저 어떤 아름다움에 감동받기도 해요. 백두산 정상에 올라가 촬영했던 게 기억나는데, 그때 그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워서 울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시네마는 매우 감성적인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영화는 많은 즐거움과 성취감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고통과 아픔을 주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깊이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의도했던 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느낄 때는 정말 아프죠. 그리고 오랜 세월을 거치며 깨달은 건, 어떤 면에서는 타협의 매개체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머릿속에서는 완벽함을 계속 찾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햇살이 가득한 장면을 찍고 싶었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 거나 하는 거죠. 어떤 날은 배우에게 아주 중요한 장면인데, 배우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그 감정을 제대로 살릴 수 없는 날도 있고요.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배운 것은, 시네마는 자신이 원하는 그 위치를 포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때로는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그 완벽함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당신에게 보여줄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이 영화가 저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 때로는 눈앞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씨네랩 | 감독님이 재학하셨던 영국 국립영화텔레비전학교(National Film and Television School)의 모토가 “우리의 엔딩크레딧은 이야기를 전한다”라고 들었습니다. 감독님 작품의 엔딩 크레딧에는 무엇을 담아내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안소니 첸 | 엔딩 크레딧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실 거예요. 제 영화에 나오는 모든 엔딩 크레딧은 제가 직접 만듭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정말 모든 사람의 이름을 직접 타이핑하고 올리고 확인하고 그런 작업을 해요. 엔딩 크레딧에 대해 굉장히 강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는 정말이지 온 마을 사람들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예전에 후반작업 업체에 엔딩 크레딧을 맡기면, 라인 프로듀서든 누구든 항상 누군가의 이름이 틀리거나 철자가 잘못되거나 하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최소한 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의 이름을 제대로 표기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단편 영화를 만들던 시절부터 장편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 모든 이름 하나하나를 제가 직접 하거나 확인하고, 계속 수정하고 수정해서 제대로 올라갔는지 확인합니다. 그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한 번 올라가면 영원히 남는 거니까요.
이름이 틀렸다고 저에게 와서 말하는 스태프들을 많이 경험했는데, 최소한 이름을 제대로 기재하는 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제 예술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바랄 때도 있습니다. 영화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니까요. 저는 제가 화가였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화가는 그냥 자기 자신의 내면과 싸우는 것이고, 아시다시피,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캔버스를 사서 재료를 사서, 그냥 혼자 해결하고, 혼자 싸우는 거잖아요. 하지만 영화는, 아시다시피, 정말 많은 협업이 필요하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엔딩 크레딧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겁니다. “제가 엔딩 크레딧에 신경 쓰는 건 그것이 얼마나 예쁜가 때문이 아니라, 모든 이름을 제대로 기재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 때문입니다.” 네, 저는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제 핸드폰 메모에 항상 도움을 주시거나 무언가를 빌려주신 분들의 이름을 적어둡니다. 1년 뒤에 크레딧을 만들 때 그분께 감사 인사를 잊고 싶지 않아서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대로 기재되도록 항상 확인합니다. 설령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를 도왔더라도요. 예를 들어, 촬영을 허락해준 카페라든가, 장소를 빌려준 곳이라든가, 소품을 빌려주거나, 저 강아지를 빌려주거나 하는 식으로요. 항상 이름을 치고,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적어둡니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씨네랩 |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안소니 첸 | 딱 한 가지만 말하고 싶어요. 꼭 한국 관객들만을 위한 건 아니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젊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정말 힘든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훨씬 단순했던 세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비교할 것, 소음이 너무 많은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예전에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신체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2년 뒤면 잊어버리는데, 지금 사이버 괴롭힘은 한 번 올라가면 영원히 온라인에 남아요. 아시다시피, 상처를 지울 수도, 아무것도 지울 수가 없죠. 디지털화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젊은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뭔가 ‘해 내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멈추는 게 없으니까요. 과거에는 편지를 보내고 돌아오는 데 2일을 기다렸고, 그러고 나서 계속 작업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1분 안에 문자를 받으면 바로 작업하고 고쳐야 하고, 끝이 없죠.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정신 건강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걸 이해합니다. 마음이 쉴 시간이 전혀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그게 오늘날 젊은이로 산다는 것의 슬픈 점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 세대나 서너 세대 전과 비교하면 정말 다른 세상이었으니까요. 저는 정말 힘들고, 길을 잃고 외롭고 공허함을 느끼기 아주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약 자신이 그렇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어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겁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말이죠.
그리고 많은 경우에 ‘해결책이 뭘까?’, ‘출구가 뭘까?’ 생각하지만, 어쩌면 답도 해결책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고통이나 불안감, 길을 잃은 듯한 그 모든 감정은 당신 한 사람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 사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요.
인터뷰의 마지막, 힘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에게 진심을 전한 안소니 첸 감독. 그가 팬데믹 기간 느낀 단절과 외로움을 바탕으로 그려낸 청춘의 모습과 그들에게 건네는 위로가 담긴 <브레이킹 아이스>는 6월 4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 [JIMFF 인터뷰] 영화와 음악으로 전하는 진심
영화와 음악으로 전하는 진심, 영화 '오랜만이다'의 방민아 배우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된 영화 '오랜만이다'는 가수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무채색의 일상을 살던 33살의 여자 연경이 오래된 기타를 매개로 순수했던 10대 시절의 감각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8월 13일, 엽연초 하우스에서 방민아 배우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영화 '오랜만이다'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영화 '오랜만이다'에서 연경 역할을 맡은 배우 방민아입니다. 제가 맡은 연경이라는 인물은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어린 소녀였고, 현재는 서른세 살의 성인이 되어 여전히 음악을 하는 여성입니다. 음악을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어요. 여기에 현수라는 인물이 나타나면서 연경이의 음악에 굉장한 영감을 주게 되고, 앞으로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게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마음 한편의 추억, 그리고 향수와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속 음악이 주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영화 '오랜만이다'에 담긴 음악이 주는 힘은 ‘진심’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연경이는 진심만을 말할 수 있는 친구였는데, 그것이 노래에 고스란히 잘 담겨 있어요. 현재에서는 과거와는 다르게 무언가와 타협을 하는 음악들이 많이 나와요. 두 음악이 상반되는 게 저는 좋더라고요.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OST는 무엇인가요?
저는 모든 OST가 다 좋은데, 그중 한 청년이 쓴 ‘고양이 별’이라는 곡이 굉장히 애정이 가더라고요. 제가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보니 이상하게 그 노래가 되게 좋았어요.
영화 촬영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무엇인가요?
정태춘 선생님의 '들 가운데서'를 가장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연경이에게 힘을 주는, 힘의 원천 같은 노래였습니다.
영화에서 음악을 하시는 모습이 무척 반가웠는데요. 이런 역할이 들어온다면 또 하실 건가요?
백 퍼센트 할 의향이 있어요. 너무 즐거웠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리웠고요. (웃음)
배우님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어떤 의미인가요?
무척 특별했어요. 이번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엔 처음 초청받아 참여하게 됐는데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고, 내년에도 또 오고 싶습니다. 다른 영화제들과는 다른 뿌듯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제 '히든트랙' 행사에 참여했는데, 영화를 함께 보면서 음악을 즐기다가, 영화가 끝나고 영화 안에서 들었던 곡들을 다시 라이브로 바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관객분들의 말을 들으니 기쁨이 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의 사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하나씩 잘 살피면서 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또 어딘가에 제가 머물러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JIMFF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오시면 정말 재밌으실 거예요. 영화를 보고 그 영화 속에 있던 음악을 그 자리에서 같이 즐길 수도 있고, 또 음악 영화제인 만큼 많은 가수분들도 오시고, 공연도 있어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내년에도 꼭 다시 올 거예요.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민서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혜지, 신효림
-
- 사랑, 후회, 미련, 아쉬움, 기대, 그리고 헤어질 결심
어느덧 꾸준히 글을 쓰기로 한 지 1년 가까이가 되고 있다. 어찌 보면 영화평론가라면 평론가인 나다(무려 내가 쓴 글로 돈 받아본 적 있음). 사실 이 아이디어를 주위의 그 누구에게도 받지 않았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에 덧붙여서 한 것뿐이다. 그러니까 난 세상이랑 대화하려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 영화라고 하는 것이라면 꾸준히 뭔가 세상과 대화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그래도 세상 사람들 다수에게 설명할만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있구나!'라는 걸 눈으로 보는 건 참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가끔 이야기보다 영화가 더 중요한 작품을 몇 번 만난다. 작년엔 <드라이브 마이 카>, <노매드랜드>, <당신얼굴 앞에서>, <소울>이 그랬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소설가의 영화>나 <우연과 상상>이 그럴 것이다. 영화를 사랑하지만 사실 수다 떠는걸 더 좋아하는 쪽에 가까운 나. 장르적으로 엄청난 영화를 보고 느끼는 소름보다 반응이 좋은 것에 행복해지는 나라 가끔은 이게 일 같이 느껴진다. 뭐 실제로 그런 축에 속하기도 하겠지? 회사도 잘되고 나도 잘되면 그게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일일 테니.
그리고 2022년 6월 29일, <헤어질 결심>의 개봉날이 왔다. 어떤 말을 해야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까? 뭐 영화에 대한 불호 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 강하게 압박하는 듯한 영화였다. 사랑에 대한 섬세한 묘사, 치밀한 감정, 각본의 완성도까지 이 영화는 글로 쓰는 게 두렵다고 느껴질 정도로 걸작 중 걸작이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그렇게 느꼈었다. 근데 이 영화는 그 마음이 더 커진 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글 쓰는 게 무섭다. 내가 다 담아내지 못할까 봐; 또 이 영화를 보고 먼저 생각나는 것은 주위 사람들과 감동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었다. 글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먼저 생각난 셈이다. 2022년 여름, 칸을 경유해 우리나라에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깐느박'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산에서 사람이 죽었다. 이 살인 사건에 형사가 출동했다. 동료이자 부하인 수완과 함께 등장한 해준. 피해자는 등산을 좋아하는 공무원 출신의 아저씨다. 높은 바위에서 몸이 두 번 부딪혀서 사망한 게 사인이었다. 수사를 지속하는 해준과 수완. '굳이 이렇게 해야 할까?'라는 말이 무색하게 해준은 우직한 사람이다. 무얼 하든 책임감이 있는 해준. 경찰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용의자를 하나둘씩 찾아보려 한다. 그런데 막상 용의자라고 할 사람도 한 명 밖에 없었다. 피해자 기도서의 아내였던 서래. 기도서는 서래에게 그렇게 좋은 남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기도서는 자기 물건에 이니셜을 새기곤 했는데, 아내 서래의 몸에도 그 인장을 박아놓았다. 또 가끔 손찌검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게 이유인가? 서래는 남편의 죽음에 단 조금도 개의치 않는 느낌이다. 무덤덤한 서래. 해준은 이상함을 느낀다. 베테랑 형사의 촉이 발휘되는 것 같다. 이상한 게 있어. 용의자 심문을 통해 한 두 마디 나누는 서래와 해준. 해준은 다시 한번 촉이 왔다. 이 여자, 뭔가 있다.
이 '뭔가 있다'라는 촉은 금세 행동으로 이어졌다. 차와 망원경 하나를 가지고 서래를 미행하는 해준. 먼발치의 아파트 밖에서, 그리고 차 안에서 서래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수면장애가 있는 게 도움이 됐나? 밤에 잠들 틈도 없이 서래를 미행하는 해준. 원전에서 일하는 아내를 뒤로 한 채, 해준은 미행에 형사 일에 몰입하게 된다. 이 호기심과 관심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스마트워치에 일기처럼 서래의 행보를 저장하는 해준. 근데 서래도 이상하다. 해준이 자기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놔두기 시작한다. 마치, 무언가 결심한 사람처럼. 이 둘의 사랑은 그렇게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진행됐다. 멈추기엔 너무나도 멀리 온 상황 속에서.
필모그래피가 갖고 있는 장점 그대로
박찬욱 감독이 워낙 유명하신 분이다. 한국영화의 팬이 아니더라도 <올드보이>는 한 번쯤 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작품으로 국제적으로도 유명해졌으니 <기생충> 이전에 한국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어느 정도 이끌었다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가 왜 인기가 많았나?라고 생각하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초반부 특정 인물의 자해, <올드보이>에서 장도리 액션신, <친절한 금자씨>에서 '너나 잘하세요', <박쥐>에서 '해피 버스데이, 태주 씨'까지 박찬욱은 아름다운 장면을 넣어 관객의 머릿속에 오래오래 남게 하는 것에 특화된 인물이다. 이때 기억에 남게 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올드보이>처럼 인물에게 감정 이입시켜 후반부에 폭발하는 에너지도 가능할 것이다. 또 <박쥐>처럼 색감을 잘 활용할 수도 있고 <복수는 나의 것>처럼 무미건조함으로 극을 시종일관 이끌 수도 있다. <친절한 금자 씨>에서 이영애 배우에게 그런 에너지를 만든 것도 감독의 장점을 새기는 훌륭한 디렉팅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이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장기가 전부 들어갔다. 우선 대사를 잘 썼다. 일단 이 영화를 다양한 매체에서 검색하면 '마침내'라는 단어가 주요 한줄평에 들어간 것을 볼 수 있다. 이 '마침내'라는 단어, 처음 서래의 입에서 나올 때 이질감 느껴진다. 금세 <종이의 집 : 공동 경제구역>이 생각난다. 직접적인 대사와 이질감이 드는 대화 톤이 단점으로 발현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게 나쁜 건 아닌데 아쉬운 감은 있다는 뜻이다. 이 '마침내'라는 단어는 위 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쓰였다. 영화 이야기 전개는 익숙하면서도 굉장히 색다른 방식이라 '마침내'라는 결론을 내기 충분하다. 어찌 보면 엥? 싶은 대사가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가 된 셈이니 정서경-박찬욱 두 사람의 설계가 꼼꼼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엔딩으로 달려가는 힘은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도 썼지만 '마침내'라는 단어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그렇게까지 이야기 전개가 빠른 편은 아니다. 얼핏 보면 서래와 해준이 알듯, 말듯하게 마음을 꺼내 보이는 장면의 연속이다. 이 두 사람의 미묘하게 꺾이는 감정선의 힘이 영화의 후반부까지 이어지며 잉크가 서서히 퍼지듯 영화에 녹아들게 된다. 뭐 사람에 따라 어떤 영화의 이야기가 빠르다 느리다 주관적으로 갈릴 순 있겠으나, 중후반부까지 달달했던 영화의 이야기가 후반부까지 전력질주로 달리며 강력한 에너지로 치환되는 느낌마저 든다. 이는 <올드보이>에서 하이라이트 신을 위해 오대수의 입장이 변화되는 부분이나 <복수는 나의 것>에서 잔잔하고 심심한 듯 하지만 오히려 이게 관객에게 압박 비슷하게 작용하는 지점이 감독의 특장점이 발휘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박해일-탕웨이 두 배우의 퍼포먼스 역시 탁월했다. 일단 해준 역을 맡은 박해일 배우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서래가 중국인이고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대가 말을 이해하기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패널티가 있다. 근데 이건 우리 관객에게도 적용된다. 관객이 보기에도 '이 사람이 정말 서래에게 마음을 열고 있구나'라고 느낄만한 순수한 비주얼이 장점이 되어 극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눈빛 하나, 행동 하나가 정말 사랑에 빠진 인간이라고 보기 충분하다.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이 사람의 입장 헤처 나가기는 점점 난이도가 올라간다. 이를 소화하는 좋은 연기였다. 또 탕웨이 배우의 연기는 전 세계에서 이 사람만 가능한 연기다. 목소리 톤, 어쩔 수 없는 마음을 맞이하는 인간, 역시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까지 우리가 탕웨이라고 기억하는 이미지에서 한 단계 스탭업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아마 우리나라 영화 팬들에게 탕웨이 배우의 인생작으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하는 연기였다. 이 부분(서래의 캐릭터성)을 설명하는 건 영화에 굉장히 중요해서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한다. 그녀의 입장을 견지한 채로 그에 맞게 영화를 봐도 이 작품은 걸작이다. 아, 두 배우 말고 다른 분들도 연기 잘했다. 특히 김신영 배우 인상깊었다. 취조하는 신 멋있었다. 일단 표정부터 '나 이 영화 피해 안 끼치게 잘해야 함'이 묻어나와서 귀엽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 이 천재는 영화 판에서 자주 쓰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시 중요한 건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수도 없이 봤던 미장센의 힘이다. 초록색, 빨간색, 파란색의 3색이 영화의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하고 있다. 산속에서 낑낑대며 등산하는 장면, 서래의 집 벽지, 해준의 집 벽지, 바다 두 곳, 석류 자르는 모습, 통역 앱 등등 영화 장면 장면마다 장인의 손길이 한 땀 한 땀 들어가 있다. 또 메타포도 적절히 들어간다. 일단 위치에 의한 비유다. 위에 누가 있고, 아래에 누가 있는지를 염두하고 보시면 영화의 감상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언어에 대한 비유도 상징적이다. 언어가 다르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감독이 뭘 보여주고 싶었을까?를 생각해보시라. 이 아이러니에서 오는 감정이 여러분도 마음속에 깊이 남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님은 갔지만 난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이 영화가 탁월한 또 다른 지점은 제목에서 온다. 제목을 잘 짓기도 했지만,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헤어질 결심>이라는 마음 그 자체다. 내가 경험하거나 주변인에게 들었던 사랑 이야기는 참 헷갈린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날 사랑했을까? 아닌가? 그 사람에게 나는 도구였던 걸까? 아니면 잠깐 불탔던 무책임함일까? 이 얄궂은 마음의 엇갈림은 인간에게 오랜 과제처럼 남는다. 정말 사랑했을까?
이 영화는 이 엇갈림을 묘사하는데 탁월한 강점이 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 이거 설명할 수 있을까? 할 수는 있다.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 공통점이라는 것도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22년 6월 29일 18시 10분에 사랑에 빠짐'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공통점이 이거여서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말할 수는 있겠지. 근데 둘의 입장이 정확히 딱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사랑은 이런 것이다. 서로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모르는 것. 심지어 첫눈에 반한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공통점을 보고 사랑이 깊어지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 깊어진 사랑을 재확인하는 방법은 '우리 서로 사랑하는 거 맞지?' 식의 배타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근데 무슨 솔로몬도 아니고 그걸 일일이 직접 다 잴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모호함이 사랑이 주는 낭만과 비극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이 알듯 말듯한 마음의 차이점을 꼼꼼하게 묘사한다. 어떻게? 듬성듬성 설명하는 방식으로. 가타부타 설명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 설명을 일일이 다하고 서래가 얼마큼 이쁘고 해준이 얼마나 착하고 구구절절이 다 쓰면 재미가 없다. 영화에서 해준-서래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영화에 제시되는 장면이 전부다. 그냥 단지 감정선만 따라가는 형식으로 오히려 영화가 완벽한 설명을 성사시키는 셈이다. 이 '듬성듬성 보여줘서 완벽한 설명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보지 않은 분들이 극장에서 확인하시면 좀 더 폭넓은 감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마음의 엇갈림'이라는 모티브를 작품이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는 각자가 보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다.
찰싹 달라붙는 각본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미장센의 힘을 강점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느꼈다. 실제로도 장면 전환이나 촬영 구도나 우리나라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 함이었다. 그러나 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직도 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왜 <헤어질 결심>일까. 이 영화는 굉장히 외로운 방식으로 그 모든 것들을 설명해낸다. 그리고 그 외로운 설명 방법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마침내 행복한" 결론으로 마무리짓는다. 이 아름답고 품격 있는 사랑 이야기는 여러분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서래의 사랑에 빠져버렸다. 난 이 영화를 나이가 들어서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이는 각본이 갖고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미에서 볼 수 있기를
이 영화로 칸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의 팬으로서 경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오래 기다려서 봤다. 솔직히 아쉽다. 감독상도 큰 상인데, 심사위원대상이나 황금종려상까지 받을 만큼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아카데미를 기대하고 싶다. 글쓴이는 충분히 국제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이나 감독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걸작이라고 봤다. 이 영화는 사랑했기 때문에 남겨있던 감정 모든 것을 괄호 치기의 미학으로 설명한다. 이런 사랑영화는 본 적이 없다. 걸작이다. 내가 생각하는 박찬욱 감독의 최고작이다. 그리고 이는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기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
- 리얼리티 가족 다큐멘터리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당사자성 발언.
나는 여자다. 그리고 김씨다. 조부는 종가집 장손이었다. 무려 4대 독자! 그리고 대망의, 내 본적은 경상북도다. 나는 순혈이다. 지독한 가부장제의 순수혈통. 종친회에서 고칠 데를 손 봤다는 올칼라 족보를 만들었고, 여전히 나는 남동생의 동생으로 기록되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우리 가족 소개 같은 숙제를 하면 아버지가 그리 말씀하셨다. 우리 집은 무슨 김씨 무슨 파 무슨 왕의 몇대손이며 우리 할아버지는 몇대 독자고 어쩌고 저쩌고. 어릴 때는 그게 자랑인 줄 알았더랬다. 그리고 좀 커서는 족보를 샀겠거니 생각했다.
커서 보니 쓸 만한 유전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도 나와 내 동생과 아버지와 할아버지 등등과 비슷한 모습일진대 무슨 놈의 대를 그렇게 이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도대체 이 족보주의에서, 순수 혈통을 이어가서 얻는 게 무엇인가. 그 유전자를 굳이 길이길이 남겨야 하는가. 어릴 때부터 이해가 안 갔다. 물론, 뭐 내가 태어났을 때 딸이어서 아무도 병원에 안 오고, 내 이름이 뒤에 아들 낳는 이름으로 지어질 뻔하고, 족보에도 올려주지 않아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무슨 왕정 제도를 미시체계에서 이룩한다는 게 좀 우스우니까. 장남을 왕세자에 책봉하고, 훗날 왕위를 물려주는 것마냥 일개 가정에서 신수왕권설 같은 걸 주장하는 게 이상하니까.
자, 개인사를 주절주절 늘어놓은 까닭은 영화 <장손>이 픽션이기 때문이다. 픽션인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즘 픽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경상북도 김씨 가족의 장손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도 핍진하여 두 시간 동안 경상북도 김씨 가족의 차남의 장녀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던, 그 이야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건
족보와 장손밖에 없다. 장손을 제외한 나머지는 흩어져야 산다. 영화는 가정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층위의 갈등을 두 시간 동안 보여주는데, 그 갈등이 비단 가정 내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프랙탈은 일부를 확대해 보면 전체와 동일한 모양이 반복되는 구조를 말한다. 그러니까 '선산 김씨'네 가정은 대한민국의 프랙탈이다. 영화는 가족에 관해서 말하고 있으나 이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서사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은 '선산 김씨'네가 유난스럽지도, 특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몇 개의 갈등이 중첩되면서 켜켜이 쌓인다. 그 갈등이 새삼스럽지도 않다. 제법 클리셰적인 갈등이다.
자기네 조상 제사를 지내는데 김씨 아닌 사람들만 모여 앉아 전을 부치고, 김씨들은 방문을 닫고 들어가 화투 치고 맥주를 마신다거나, 장손이 올 때까지는 에어컨도 안 틀어준다거나.
6.25 전쟁 때 빨갱이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고장난 라디오처럼 말하는 노인과 노인의 얘기가 궁금하지 않은 손자, 사업으로 부자가 된 자식과 사는 게 녹록지 않은 자식. 애초에 돈 되는 공장은 아들 주고, 낡은 집은 딸을 준 유산 분배.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와 세대갈등과 남녀갈등이 총체적으로 한 가정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전체와 동일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가 '두부 공장'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두부가 바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음식 아닌가.
두부를 잘 뭉치려면 쌩노가다를 해야 한다. 원래는 가정 내에서 만들었다(아는 척하는 이유는 내 외조모가 두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선산 김씨네 두부공장 역시 처음에는 가정 내에서 조모인 오말녀가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말녀는 며느리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두부가 못마땅하다.
두부 공장 씬에서 장남인 태근이 일하는 모습은 스케치로도 거의 잡히지 않는다. 대부분 며느리가 일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일하는 사람은 손녀사위다. 그런데 사장은 당연히 태근이다.
간단히 설명된다. 이 가정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여자와 여자와 여자와 여자들이다. 다시 프랙탈. 유사 이래로 놀고 먹은 여자는 소수다. 장손이라 해서 집안을 일으키고 어쩌고저쩌고 한 것만 같지만, 사실상 장손 혼자서 가정을 부양하고, 조상들을 제사지내주지 않는다.
조모는 장손 판타지를 공고히 한다. 조부는 규범과 같은 상징체계에만 관심이 있다면 실질적으로 현실화하는 사람은 조모다. 장손이 올 때만 에어컨을 켜 주고, 장손의 어릴 적 이야기를 신화처럼 반복하고, 제사상에 올릴 음식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여자들을 감시하는 여자. 장손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여자. 장손이라는 고귀한 존재를 만들어 희생을 합리화하는 여자. 어쩌면 장손은 고된 여자들이 만든 신화다.
그러니 사실 여자들이 뭉치지 않고 흩어지는 순간, 장손? 그게 뭔데.
가족의 미래
영화의 초반부에 제사 준비를 하면서 오말녀는 딸에게 '상조보험'에 가입하라고 재촉한다. 보살이 집안에 초상날 것을 예언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누구 하나 죽긴 죽겠구나' 하고 예상하게 된다.
누가 죽을까. 가족의 미래를 점쳐보자.
1. 김승필(장손의 조부)의 사망: 매우 자연스럽다. 나이도 많고, 대장암 수술을 해서 건강도 좋지 못하다. 제사를 꼭 자정에 맞추어 지내야 한다는 매우 고지식한 사람이다. 입만 열면 빨갱이 타령. 김승필이 사망한다면 자연스럽게 집안의 주도권이 김태근에게 넘어갈 것.
2. 김태근(장손의 부)의 사망: 장손의 모가 농담으로 하는 말. 하도 미워서 잘 때 한 대 때렸다. 죽지도 않고 왜 깼냐. 뭐, 슬프지만 장손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두부 공장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것. 공장은 서울에서 연기하는 장손에게 갈 것이냐, 공장에서 일하는 손녀사위에게 갈 것이냐.
3. 김성진(장손)의 사망: 큰일난다. 이 가족 망한다.
4. 오말녀(장손의 조모)의 사망: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실질적 가장. 오말녀는 현재 매우 건강하고 꼬장꼬장한 노인이다. 한글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오말녀가 죽는다면 장손 판타지로 이어온 가정은 붕괴된다. 오말녀만큼 장손을 우쭈쭈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
5. 그 외 여자들의 사망: 서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 큰 사건이라 함은 누군가의 장례식이 될 것이다. 장례식은 별 탈 없이 잔잔하게 살던 가족에게 던져진 돌멩이가 아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는 겉잡을 수 없는 와류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장례식을 계기로 드러났을 뿐.
<장손>은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BS독립영화상과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기 전 감독이나 출연진, 줄거리,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갔다. 두 시간 동안 경북에 본적을 둔 여성을 미치게 만드는 솜씨에 무슨 상을 받아도 받았겠거니 예상만 했다.
이 영화에 다양한 매력이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탁월한 이미지를 꼽고 싶다. 오래된 한옥에 사는 노인들의 출입을 쉽게 하려고 문간에 걸어둔 동앗줄 같은 디테일.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줄조차도 굉장히 의미심장해 보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압권인데, 장손 성진이 택시를 타고 떠나고, 성진을 배웅한 노인은 눈 쌓인 비탈길을 아주 오래 걷는다. 롱테이크로 잡아낸 그 장면은 마치 서편제 같다. 뭐 대단한 걸 하고 돌아서는 장면 같다는 뜻이다.
택시를 탄 성진의 얼굴에 아침해가 날카롭게 비친다. 성진은 눈을 찡그린다. 빛을 보는 대신 눈을 가려 버린다. 그런 디테일에서, 이 가부장제라는 망령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장손 성진의 손에서는 결코 낡은 시대가 종언되고 새로운 체제가 구축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된다.
*
누군가에게는 '그땐 그랬지' 정도의 픽션,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형의 고통, 또 누군가에게는 피해망상,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관습'.
<장손>은 픽션이 아니다. 리얼 다큐멘터리다. 추석 직전에 개봉하는 만큼, 가족과 함께 보면... 과연 괜찮을까?
장손(House of the Seasons, 2024)
감독: 오정민
출연: 강승호, 손숙, 우상전 외
러닝타임: 121분
개봉: 2024. 09. 11.
씨네랩에서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
- 살인을 목격한 맹인 침술사가 등장하는 스릴러
?Rabbitgumi 입니다!
오랜만에 개봉한 웰메이드 사극 올빼미가 개봉했어요.
다들 요즘 볼만한 영화가 없다고 생각하고 계실텐데,
제 리뷰를 보시고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해보세요!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스릴로 가득찬 사극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영상에서 알려드릴게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에서는 일반적인 영화 리뷰 보다는 보면서 떠올렸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정리하여 전달 드려요.
아래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링크를 통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브런치 구독은 아래 링크에서!!
-
- [영화흥신소] 초강력 미세먼지의 습격 '인 더 더스트'
흥해라 이 영화
인 더 더스트
- 지진 발생 후 미세먼지가 도심을 덮친 프랑스 파리 산소 마스크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데...
'엑시트' 그 이전 이미 도심을 덮친 죽음의 미세먼지가 있었다... 극현실주의 재난무비 이 영화 흥해라!!!
-
- 영화 <모럴센스> 메인 예고편
- 색' 다른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관심가던 그녀가 '색' 달라 진다 취향존중 상명하복 큐티+섹시 로맨스! 넷플릭스 영화 《모럴센스》 2월 11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