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4-04-12 10:01:38
이번 연니버스는 후회 없을 선택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 외 1편 리뷰
시청했던 작품을 한 패키지로 모아서 간단 리뷰를 하려고 한다. 대상은 '기생수: 더 그레이', '삼체'다.
'기생수: 더 그레이'
연상호 감독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건 동의하나, 그가 구축한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 인장이 찍힌 작품들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는 극명하다. 하지만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기생수'를 드라마화한 '기생수: 더 그레이'는 후회 없을 선택이 될 것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설정만 그대로 가져왔을 뿐, 원작 만화와는 다른 방향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판을 키우기보단 충청남도 남일군이라는 가상 지역 내로 의도적으로 축소하면서 동시에 서사, 캐릭터들의 전사 등을 속전속결로 풀어낸다. 여기에 '기생생물과 인간의 공존'이란 주제를 바탕으로 '기생생물을 지키려는 자, 막으려는 자, 공생하는 자'로 단순하게 공식화하면서 '인간성'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19세 관람가'가 붙었을 만큼, 소름 끼치는 비주얼 재현도 합격점이다.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전소니와 구교환의 합, 시즌 2 여지를 남겼던 마지막 장면 또한 인상적이었다. 만약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는 조금 더 손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
'삼체'
SF 소설가 류츠신의 동명소설을 드라마화한 넷플릭스 '삼체'는 흥미롭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400년 뒤에 지구에 도착해 폭격을 가하겠다는 낯선 외계 문명을 대처하는 지구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지우려고 했던 광기의 결정체 문화대혁명의 피해자 예원제(자인 쳉/로잘린드 차오)는 복수를 위해 외계문명을 불러들였으나, 같은 가해자의 길을 걷게 돼 또다시 소중한 이를 잃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다. 또 과학과 이성이 상상치도 못하게 계속 고꾸라져 절망을 안겨주는 광경도 이목을 끌었다. 거듭된 실패와 절망, 비탄 속에서도 더 나은 해답을 찾아 나서려는 태도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비과학적인 인물들까지 과학적 사고를 하는 모습도 매우 신선하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거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화려한 시각효과 및 스케일도 압권이다. VR 세계관과 우주의 윙크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것이 원작소설의 초반부를 압축해서 담아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얼마나 더 대단한 스토리텔링과 SF요소들이 나올까 기대감만 높아진다.
★★★★
Relative contents
-
- 궤도에서 벗어난 ‘탈주’, 도착만 하면 끝?
살아야 하는 이유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북한군 군인 규남(이제훈)이다. 전역이 코앞이다. 10년간의 긴 레이스였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규남. 북한사회라고 하더라도 내가 내 인생을 가로지를 수 있다는 것 하나만 믿고 지루한 시간을 견뎌왔다. 사실 규남은 혼자다. 어머니가 몇 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규남이 이래서인지 동생 같은 동혁(홍사빈)에겐 진심이다. 멀리서 보면 형제 같은 두 남자. 언젠가 둘 다 군을 떠나기 때문에 이별이 아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남자 규남과 동혁은 같은 속마음을 갖고 있었다. 바로 북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유를 억제하는 북한에서 벗어나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었던 규남. 어머니가 보고 싶었던 동혁. 두 남자는 사실 자유에 대해 거대한 갈망을 품고 있었다. 비가 오던 날, 동혁과 규남은 탈주를 계획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쫓아가는 또 다른 주인공 현상(구교환). 처절한 탈주극이 남북의 군사분계선에서 벌어진다.
내가 주인공인데
이 영화에서 설명이 가장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소위 말하는 '주인공 버프'다. 사실 이런 장르에 있어 주인공 버프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당연히 추격전이라는 특성을 살려 1시간 40분 동안 끌고 가려면 두 주인공이 살아야 하지 않겠어? 팬데믹 시기에 개봉했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나 추격물의 근본이라고 볼 수 있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이 주인공 버프에 대해 나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총이 등장하더라도 이게 언제 등장하고 퇴장하는지를 명확하게 표현한다던가 / 애초부터 두 주인공이 대립하는 걸 최소화하고, 그 나머지도 행운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전개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두 인물의 추격전을 강조했다.
이 글에서 정말 중요한 건 이 <탈주>에서 그걸 '어떻게 구현했냐'에 대한 부분이겠지? 이 영화의 주인공 버프는 좀 터무니없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영화의 중요한 공간적 배경이 군인 / 북한 두 곳이기 때문에 총격전이 등장한다는 건 스포일러가 아니라 당연하다(심지어 포스터의 구교환 배우가 총을 잡고 있다). 이 전제 하에 영화가 총격전을 잘 묘사했나?라고 묻는다면 난 아니오다. 그러니까 주인공 버프에 당위성이 떨어져 보이기 쉽다는 뜻이다. 대신 영화가 두 사람의 역동성을 강조한 연출을 보여줬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도자의 위치에서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해도 아-무 지장이 없는 현상이 자유로워 보이는 것을 먼저 생각해 보기로 한다. 다음으론 규남이의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볼 필요가 있는데, 틀에 갇혀 있는 것 같은 주인공이 공간이 바뀌고 나서 유달리 운동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글쓴이는 이것이 어느 정도는 의도가 있을 거라고 봤다. 규남은 다른 캐릭터들과 다른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이 특징에 대한 관점에서 보면 규남이의 주인공 버프가 그렇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영화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두 가지, 추격전과 자유로운 인물들이란 걸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는 이런 연출들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 깔려있는 영화의 맹점이 있다. <탈주>는 이종필 감독을 위시로 한 편집과 연출에서 속도감 있는 방식으로 화면을 보여줘서 몰입이 잘 되는 쪽이다. 추격전의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잘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 왜? 앞에서 언급한 주인공 버프가 편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영화의 액션들이 기본적으로 페널티가 있을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어떤 장면에선 노골적이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이 낡았다. 그리고 영화는 주인공 규남이 군인이라는 설정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역이 코앞에 있는 말년병장이 맞나? 그렇다 보기엔 이 인물은 전투력이 너무 없는 것 아닌가? 단순히 큰 줄기의 추격극에만 천착해서 중요한 디테일들을 놓친 건 아닐까? 이야기가 꼼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선택이었다.
현상 그 자체
글쓴이가 생각하는 탈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현상이라는 캐릭터다. 여기저기 신경 쓸게 많은 규남과는 달리 현상은 단순하다. 그냥 규남과 동혁을 잡으면 그만이다. 이 간단한 설명 덕에 영화에서 해결할 것들이 별로 없다. 이런 이유로 이 인물은 북한사회를 표현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냥 극 중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러니까 두 사람을 추격하기만 해도 영화가 설명하고자 하는 바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데, 극 중에 묘사가 되기도 하지만 북한 사회는 개개인의 목표를 짓밟고 집단을 강조한다. 영화가 이걸 내내 강조하는데 정작 현상은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건 영화가 대놓고 고위공직자들에겐 관대한 북한사회를 꼬집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후반부에 굉장히 구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지뢰에 대한 장면 이에 해당한다. 고위관리는 지뢰를 밟지 않지만 그 아랫사람들은 그것을 밟는다. 이 세계는 자유가 있는 사람에게 동력을 준다는 걸 두 인물의 대비로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화룡점정. 현상이 북한사회를 드러낸다는 묘사는 인물의 대사에도 직접적으로 나온다. 후반부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하는 말 몇 줄은 현재를 관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영화가 북한사회를 블랙 코미디처럼 풍자한 것도 흥미로웠다. 대표적으로 휴대전화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영화 초반 동혁이가 처한 문제를 보여준다. 바로 연락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중반즈음에 영화에서 스마트폰이 나온다. 그러다가 어떤 인물은 폴더폰을 갖고 다닌다. 후반부에선 라디오와 관련된 묘사가 나온다. 이런 식으로 영화가 특정 소재를 반복하면서 누구는 누리지만 누구는 못 느끼는 걸 영화가 보여준다. 어떤 장면에선 카메라로 이 인물들이 가진 우스꽝스러움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어떤 인물은 집단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다른 부분에선 개개인을 집중적으로 들추며 조롱한다. 이 집단에 대한 부분도 영화가 기괴한 방식으로 인물들을 촬영했는데 조롱하듯이 북한사회를 공격하는 영화의 톤에 생동감을 더하는 선택이었다.
이상한 퇴장
윗문단의 연장선상에서 쓴다. 이 영화는 추격전이라는 장르적인 특성을 이으려다가 갑자기 포기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첫째. 영화의 세 번째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동혁의 동선은 철저하게 비현실적이다. 이 인물이 이렇게 길게 나올 일인가? 일찍 나올 거면 기존에 이 인물에게 정해져 있는 분량보다 더 빠르게 퇴장하는 게 적당했다. 아니면 차라리 길게 오래 끌어서 이 인물이 왜 탈주해야 하고 절실한지를 설명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글쓴이는 이 원인이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만들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관습적으로 영화를 봐왔던 습성에 기대 인물을 묘사하니 플롯에 구멍이 많았다. 이 구멍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추격하는 이야기라는 영화의 플롯에 전적으로 방해가 됐다. 이 사람이 쫓기는 이유, 쫓는 이유가 겉으론 분명할지 몰라도 어색하면 안 된다. '왜'의 필요성을 관객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면 장르적인 재미로는 생생하지만 밀도 높은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탈주>는 여기에 어느 정도는 기댄 듯했다.
그리고 글쓴이가 이 <탈주>의 세계관에서 가장 큰 이물질이라고 생각했던 것. 두 특별출연이다. 이 영화는 사실상 북한이라는 시스템과 한 개인의 추격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기업과 개인과의 대립을 보여준 것에서 더 큰 갈등을 묘사한 것이다. 그럼 정확하게 시스템과 인물만 있어야 영화 안에 장애물이 없다. 당연하지. 시스템을 시각적으로 대놓고 보여줄 수는 없으니 규모의 이미지든 뭐든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면 인물을 나누는 것도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다. 작위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북한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상 그 세계의 경직이 작위적으로 느껴지게 그릴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글쓴이의 이런 관점에서 특별출연으로 나온 두 인물은 작위적이지 않기 위해 작위적인 것을 선택한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여성 캐릭터. 이 캐릭터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뭐가 됐든 간에 이런 일을 하는 인물들은 사실 원하는 바가 정해져 있다. 영화는 이걸 놀라울 정도로 무시한다. 단지 이야기에서 편향되지 않기 위해, 인물들의 행보에 윤활유를 덧붙히기 위해 사용한다. 글쓴이는 동혁이의 분량을 차라리 이 캐릭터에 줬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 인물이 하는 일이든 행보든 잠깐 조연으로 나올 만한 크기의 캐릭터가 아니다. 이 인물은 영화 안의 북한군 고위간부를 하나하나 암살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영화 안에서 받은 역할이나 활용법이나 마무리를 확실하게 짓지 못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엔딩은 너무 많은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허점이 너무 많아 보인다. 어떤 인물이 특정한 판단을 보여준다. 그 판단에 대해 한 인물이 리액션을 보여준다. 그 두 행동은 반향이 클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이 상황을 해소하는 방식도 편의 적었지만 이 판단을 위한 인물의 내면도 어딘가 모순이 많다. '걔들이라면 원래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야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장면 바로 다음도 인물이 가진 현실성이 굉장히 떨어져 보인다. 대신 한국 상업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마무리방식을 선택했다. 차라리 이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끝냈으면 이 영화만의 개성이 더 생겼을 듯하다.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글쓴이가 이 <탈주>를 보고 나서 든 생각. 이종필 감독의 전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한번 더 보는 것 같았다는 점이다. 힘이 빡 들어간 감상적인 부분. 따뜻한 감성. 은근히 트렌디한 감각까지 이 영화의 메가폰을 맡은 이종필 감독은 다시 한번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운명과 맞서 싸운다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덕목이 있다. 운명이 좋은 운명인데 주인공이 맞서 싸울리는 없다. 당연히 한국사회가 낳은 부조리 중 하나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럼 사실적인 묘사에 설득력 있는 플롯이 필요하지 않을까?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이 단점을 잘 소화했다? 글쓴이는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그럼 이번에 잘하면 그만이다. 이걸 생각했을 때를 관점으로 봐도 이 <탈주>는 단점이 더 많았다. 왜? 이야기에서 이 연출 의도를 견지하려면 사실적인 대한민국(이 영화에선 북한까지 포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북한의 모습에'만' 솔직하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엔 운이 가장 크게 작동한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영화가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려다가 만 느낌이 강한 이유가 된다. 그래서 영화가 반쪽짜리 성공처럼 느껴진다.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 세 사람이 연말 시상식에서 이름을 올릴 것 같다는 거 말고는 새로울 게 없다.
-
- [JIFF 데일리] 침묵하지 않는 카메라는 마침내
SYNOPSIS.
어느 겨울밤, 주연은 아빠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는다. 아빠는 술에 취해 혀가 꼬인 목소리로 주연에게 “고모처럼 되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그날 40년 전 자살한 고모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주연은 가족의 수치스러운 비밀이 된 고모의 흔적을 추적한다. 주연은 그동안 역사 속에서 지워져 온 여성들을 기억하며, 애니메이션을 통해 고모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간다.
PROGRAM NOTE.
양주연 감독의 <양양>은 가족사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양 씨 집 안의 첫째 딸로 태어난 그녀는 남동생이 가족의 중심에 있는 것이 익숙한 만큼, 가족 안에서 자기 자리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가족의 풍경’이다. 그런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아버지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누나가 있음을 고백했고, 그렇게 40년 전에 사라진 고모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1975년, 대학교 4학년이었던 감독의 고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할머니가 남겨 놓은 고모의 사진을 발견한 뒤,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고모가 자살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고모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은 ’사라진 고모의 자리‘뿐 아니라, 가족 안에서 늘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던 ‘양주연 감독의 자리’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진수)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박형규 역, 문학동네 버전) 문학사 안팎에서 길이길이 회자되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이다. 처음 들을 땐 그렇지 뭐, 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이 문장이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서 부스스 일어난다. 과연 그러한가? 정말 그러한가?
세월을 머금은 색감의 홈 비디오에서 부드럽게, 고화질의 결혼식 영상으로 넘어가며 시작하는 이 영화 또한 그렇다. 내레이션 속 감독도 스스로 인정할 만큼 화목한 가정, 부족한 것 없이 딸과 아들을 길러낸 집. 90년대에 홈 비디오로 풍성한 일상을 담을 만큼, 그 영상 안에서 생일 파티를 즐기는 아이의 웃음만큼, 밝고 환해 보이는 집.
이런 집들만 보다 보니까 가정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은 "왜 우리 집만 이렇지? 왜 나만 이렇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래 전,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남긴, 딱히 내게 던진 것도 아니었던 한 마디가 내겐 잊히지 않는다. "모든 가정에는 다 문제가 있어요. 문제 없는 집은 없고, 그러니까 상처 없는 가정도 없어요."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문장인데 우리는 그 말을 잊고 산다. 슬픈 일은 가슴에 묻고, 남부끄러운 일은 적당히 묻어 두면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고 싶은 단란한 일상을 바지런히 꾸린다. 그러나 문제 없는 집도 없고 상처 없는 집도 없으니, 감독이 어느 날 알게 된 사실, 이미 오래 전 세상을 떠난 고모의 이야기도 그렇다.
감독은 고모 주변 사람들에게 고모의 이야기를 묻고, 고모의 죽음을 파헤친다. 그간 감독이 카메라에 담아 왔던, 보고 듣고 이야기해 온 것들이 고모의 이야기와 공명한다. 다만 이번에는 그 '고모 주변 사람들'에 감독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포함될 뿐이다.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게, 하지만 자식의 작품 앞에 최선을 다해, 약간은 긴장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앉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 마찬가지로 조금 어색한 듯 이런저런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감독의 목소리. 어쩐지 사랑스러워서 조금 웃음도 나왔다. 그러나 이내 이야기가 나아가면서 감독의 목소리는 점차 진중해진다.
힘들다고 덮어둔 기억을 감독은 부감한다. 자기 가족의 일을, 극화하지도 않고 민낯 그대로 인터뷰를 하면서 말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카메라는 끝내 침묵하지 않는다. 이제 그만두라는 말에도 꿋꿋하게, 고모의 죽음을 따라간다. 그건 탐정의 자세나 경찰의 태도와도 다른 그 누군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누군가의 자세와 태도다.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죽음. 타살인지 자살인지도 불확실한 정황. 오래 전의 아픈 일에 대해 바래고 조각난 기억들. 그 안에서 감독은 사회에 끊임없이 익숙하게 찍히는 사건들의 발자취를 본다. 그리고 그 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자신이 가족 안에서 겪어왔던 일들이나 익숙하게 들어왔던 말들도 길어 올린다. 아무 악의 없이 부드럽게 놓인 말들, 어쩌면 감독 스스로에게도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런 말들. 그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일상의 작은 말 한 마디에서 누군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모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드러낼 수는 없다. 이 영화는 탐정이나 경찰이 아닌, 감독이 찍은 작품이니까. 고모의 죽음이 타살이었는지 자살이었는지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알 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각조각 드러난 진실 속에서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는 보면서 어쩌면 감독의 고모의 죽음과 아주 닮아 있었을 어떤 죽음들을 생각했다. 몇 시간에 하나 꼴로 새로운 기사가 뜨는 그런 사건들. 요즘 또 부쩍 많이 보이는 사건들. 피해자의 생명보다 가해자의 수능 점수 같은 것이나 주워섬기고 있는, 악의 없이도 충분히 악독해지는 얄팍한 담론들.
또 하나, 그저 사망한 존재로서만이 아닌, 삶을 영위하던 순간들의 고모를 감독은 그려낸다. 그렇게 단지 죽은 사람, 마음 아프니 덮어둘 사람만이 아닌, 살아 있었고 살아가고 있었던 존재로. 피해 대상으로서만 피해자를 묘사하는 것도 끔찍하지만 (예를 들어 피해자가 수능 만점의 의대생이었으니 그 죽음이 얼마나 아깝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피해자로서도 지워지는 경우가 허다해 더 끔찍한, 그래서 가끔 어떤 유가족들이 사진을 공개한다는 선택지를 끄집어 들게 만드는 이 사회의 서술 방식을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의 서술 방식 앞에 감독의 말하는 방식은 경종을 울리는 바가 크다. 나직나직한 감독의 내레이션이 더 많은 상영관에서 울려퍼지면 좋겠다. 침묵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되면 좋겠다. 이 감독의 시간이 쌓이고 또 쌓여,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침묵하지 않는 카메라는 마침내 부감에 성공하고 마니까. 더 많은 이야기가 그 부감의 시선에 밝히 드러나길.
어떤 죽음으로 떠나간 사람들, 어쩌면 나였을 수도 내 친구였을 수도 있는 그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2024. 05. 03.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229)
2024. 05. 05. 1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411)
2024. 05. 07. 21: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652)
-
-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디어 조이, 디어 재클린
편지로 영화 리뷰를 써보기는 처음입니다만, 당신들의 이름을 꼭 부르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이 <고독의 지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명명해 주었듯이.
우선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감히 추측해보자면 수상이 당신들의 일과에 큰 변화를 줄 것 같지는 않아요. 조이는 여전히 매일 세이블 섬의 해안에서 죽은 새를, 말똥을, 쓰레기를, 물범을 살피겠죠. 재클린 당신도 어디선가 내가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끌어내고,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담아내며 작업을 계속할 같습니다. 우리 셋(이라고 묶어도 된다면) 중 이런 소식에 연연하는 사람은 저뿐일 것 같네요. 이 영화와 가장 무관한 사람인데 말이죠...
하지만 한 관객으로서, 이 이야기가 더 멀리 퍼져 나가길 바라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아주 무관하지는 않다고 무작정 주장해 봅니다. 아무튼 기뻐요. 결과를 예상하고 예매한 건 아니었지만요. 뭐가 경쟁 부문인지 아닌지도 신경 쓰지 않고, 저의 일정과 영화에 붙은 짧은 소개글만을 보면서 영화를 고르거든요. 참고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당신들의 영화는 한국어로 이렇게 소개되었습니다. 한번 보세요.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해역의 외딴곳, 세이블 섬에 두 여성이 있다. 환경 보호 활동가인 조이 루커스는 1970년대에 처음 이 섬에 당도했을 때 미술학도였다. 조이가 이 가느다란 땅에서 지낸 세월은 벌써 수십 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왔다."
"70년대 미술을 공부하던 조이 루커스는 캐나다 세이블 섬을 방문하고, 이후 그곳에 거주하기로 결정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섬의 식물과 동물을 연구하는 데 쓰고 있다. 카메라는 조이의 일상을 따라가며 섬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곳을 배회하는 야생마들을 비춘다. <고독의 지리학>은 감독과 그의 관찰 대상인 루커스의 삶과 작업에 대한 철학을 내포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질적 가치와 관계없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일에 대해 장인 못지않은 헌신적인 태도로 임하는 이들의 모습은 세상사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하면서 기쁨을 찾는 두 여성의 행복감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비록 이런 삶이 외로움을 동반한다 하더라도 이는 진정한 예술가의 운명이기도 할 것이다. [문성경]"
노바스코샤는 제가 사랑하는 빨간 머리 앤의 출생지예요. 프린스 에드워드 섬 에이번리 마을은 그가 자란 곳이고, 부모님이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기 앤은 노바스코샤에 있었죠. 게다가 야생마라니. 저로서는 <작은 아씨들>의 조 마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어요. 말과 책만 있으면 된다고, 그렇게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고 큰소리를 탕탕 치던 사랑스러운 십대 시절의 그를.
내 어딘가가 잘못된 게 아닐까 스스로를 불안해한 적이 있고, 책을 좋아하며, 꿈이 많았던 여자아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 앤과 조 마치를 그려봅니다. 저 또한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직도 사회가 기대하는 "삼십대 여성"의 삶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더 가깝게 느껴요. 그래서 그들을 연상시키는 단어에 끌렸고, 이어 당신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당신은 왜 그 섬에서, 왜 그 연구를 할까? 당신은 왜 거기서 그 모습을 촬영했을까? 무엇이 당신들을 그렇게 움직였을까?
언제부턴가 "이제 어디로 가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갈 길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많은 길 중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어서요. 정답지가 있다면 좋겠지만 없습니다. 오늘을 사는 건 처음이니까.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생을 톺아보다 문득, 지금이 나의 최전선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사실 평생 동안 매일 마찬가지였는데 참 새삼스럽지요.
삶을 길에 비유하는 건 익숙하지요? 거긴 어떤지 몰라도 여긴 나이에 따라 할 일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어, 그와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은 어떤 감정들에 부딪히게 됩니다. 내가 이상한 걸까 하는 고민부터, 내 선택을 행복과 성공으로 증명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까지. 솔직히 저는 스스로가 아주 이상한 케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평범과 거리가 멀다고 여기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긴 해요.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인생 전체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던 제 자신이 불안합니다. 내가 나를 책임져야만 할 것 같은데 방법을 몰라서요. 앞으로를 어떻게 그려갈 것인가 밑그림을 잡아두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직장인 생활을 몇 년 하고 나니 "커리어 패스career path"가 종종 입에 오르고, 주변에서는 결혼 계획을 묻습니다. 질문이 늘어갈수록 가볍게 떨쳐지지 않습니다. 훌륭한 직업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계획 없이 취미에 몰두하는 내가 너무 안일한 걸까?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 여기는 내가 이상한 걸까? 어른들이 인생의 지혜로 하는 말들을 나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걸까? 불안과 질문이 삶의 전방위로 거미줄처럼 뻗어갑니다. 점점 더 불안해집니다. 내가 한 선택들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야만 할 것 같고요.
영화를 보면서 이 마음에 도움이 될 만한 실마리를 찾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의 삶을 멋대로 기대해서 미안합니다만, 영화 속에 확신에 찬 당신들이 있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불안해지는 질문들 앞에 이 영화를 방패처럼 휘두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이기적인 이유로 들어선 영화관에서, 기이하리만큼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파도가 깨진 자리에 빛이 튀기고, 바람이 풀밭을 쓸어주는 모습은 그래도 전에 좀 보았지만... 태어나 처음 보는 것들이 그토록 많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이런 걸 볼 수 있다 상상도 해보지 못했어요. 암실에서 작업하는 대신 별빛에 노출시키고 해초로 현상한 필름. 말똥에 묻었다가 들풀로 현상한 필름.
작업하면서 둘이 보냈을 시간을 상상해 봅니다. 잔잔하고 평온한 애정의 시간. 동시에 단조롭고 이따금 지치는 노동의 시간. 생이란 본디 그런 것일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무용한 것들이 정말 무용한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당신들의 작업에 자꾸 "왜?"를 붙이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말똥 속 벌레를 왜 잡아서 보는 거지? 물범이 새끼를 뱄는지 왜 살피지? 그걸 어디다 쓰지? 이 질문들은 무엇보다 나 자신을 당혹하게 만듭니다. 나는 그걸 왜 묻지?
습관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중구난방의 삶을 어떻게든 그럴듯해 보이도록, 멋진 일직선의 설계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면서, 매 순간 저에게 하나하나 따져 묻고 있던 것입니다. 이걸 해도 되나? 왜 하려는 거지? 대신 저걸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신들의 작업물에는 "왜"가 없었습니다. 단지 앎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기반으로 내린 수많은 선택이 있었습니다. 순간의 자잘한 선택들이요.
미대생이었던 조이 당신이 지금 모습이 되기까지, 그저 이 섬이 좋아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다는 오늘까지, 수많은 선택들이 중첩되었을 뿐. 무수한 선택들이 모여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갑니다. 3년용 프로젝트로 지은 집이 20년을 버티기도 하고, 때로는 한 번의 만남이 모든 걸 바꾸기도 하죠. 그러니 저는 예상할 수 없는 이 삶의 여정 각 단계를 설계하겠다고 아등바등 애쓰는 게 아니라,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내가 오래 바라봐도 지치지 않을 방향이 어디인가, 조용히 묻고 답을 찾으면 그만이었던 거예요.
"일단 해보자"는 재클린 당신은 또 어떤가요. 나무가 그림을 그리게 하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사람이라니. 세상에 누가 개미의, 달팽이의, 딱정벌레의 음악을 전달해 주겠어요.
세상에는 이미 너무 많은 음악들이 있죠. 요즘 케이팝은 표절 시비를 피하기 위해 여러 곡을 믹스해 내기도 한대요. 그러다 보니 같은 곡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딱 케이팝이 복잡해진 만큼 세상 모든 게 다 복잡해진 것 같습니다. 알아야 할 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하나라도 놓치면 도태될까 두렵습니다. 이런 마음을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라고 부른다는데... 저는 이런 단어까지도 놓치지 않겠다고 아등바등, "포모"로 살아왔네요.
재클린, 당신이 음악에 조예가 깊은지 아닌지 저는 모릅니다만 당신이 포모가 아니었음만은 확실히 알겠습니다. 일단 해보는 그 마음 하나로, 세상 가장 고유한 음악을 (저작권료 지불도 없이!) 여기까지 데려왔어요. 음악의 역사에 정통할 필요도, 지식을 섭렵할 필요도 없었을 거예요. 결국 세상이 뭐라든, 뭐가 어떻든, 자기 길을 가는 것만이 정답임을 깨닫습니다. 사실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알면서도 어딘가에서 더 손쉽고 덜 외로운 해답이 뿅 나와주지 않을까 기웃거리던 마음을 부정할 수 없네요.
두 사람이 내게 말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깊은 생각 하지 않고, 네 할 일을 하라고. 당장은 에둘러 가는 길처럼 보일 수도 있고, 뒤죽박죽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 보여도 괜찮다고. 굵직한 일 없어도 단지 계속하는 게 얼마나 강한 일인지 아느냐고. 물개 연구 모임에 취사 담당으로 자원해 세이블 섬을 다시 밟았던 조이, 당신이 지금 거기 남은 유일한 사람이듯이.
그 섬을 집이라 부르기까지 당신이 놓쳐버린 것들도 물론 많음을 인정하지만, 사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르기에 그걸 인정하는 게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는 태도일 거예요. 그 끝에,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경지에 이르는 거겠죠.
저는 이제 저에게 "왜"라고 묻지 않으려 합니다. 이걸 해서 뭐에 쓸 거냐는, 생산성의 질문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사무실의 일에서처럼 전체를 가늠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을, 제 인생을 대상으로도 해보겠다고 애쓰지 않을 거예요.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단지 바라볼 겁니다. 풀숲에 앉아서, 풀잎과 바람 속에서 녹색 바다를 보는 눈이 있다면 다 괜찮을 거예요. 오늘의 쓰레기를 줍고 숫자를 헤아리면서도, 조이 당신처럼 장미와 향나무 냄새를 느끼겠지요. 그거면 돼요.
재클린은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사랑으로 한 일a lavour of love"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이 삶을 들여다보려 해요. 지금 사랑하는 것들이 궁극적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아직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걸 지금 말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다만 우연으로 보이는 것들조차 첩첩 쌓이다 보면 상당한 무게가 생기고, 무게가 생긴 것들이 어디로 기우는지 보면 되겠죠. 놓치는 것도 낭비는 아닐 겁니다. 방목되다가 잊힌, 연안의 섬을 뛰어다니는 야생마들은 멋졌으니까. 제 삶에 그런 말들이 뛰어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끝에는 반드시 어딘가로 흘러갈 것만은 확실합니다. 당신들의 세이블 섬처럼. 직접 만든 드림캐처와 엽서가 가득 붙어 있는, 그 멋진 책상 위처럼. "일단 해본" 그 모든 아름다운 필름 위처럼.
거기서 다시 만날게요. 고독의 지리학도들에게 소실점은 그곳일 테니까.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 아쉽지만 이번 영화제의 모든 상영이 끝났어요.
▶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청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프레스로 참석하였습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022년 5월 7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계속 진행됩니다.
일부 온라인 상영작도 있어요. 어디 계시더라도 우리 전주에서 만나요!
-
- 5월 3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에는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2>부터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 <완벽한 축사
를 준비하는 방법>, 그리고 제71회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한 <디어 에반 핸슨>까지!
다양한 극장 개봉작부터 OTT 공개 예정작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럼 5월 셋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
극장 개봉 영화
범죄도시2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06분
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손석구, 최귀화 등
개봉: 2022.05.18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줄거리
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 금천서 강력반은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인도받아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전일만’(최귀화) 반장은 현지 용의자에게서 수상함을 느끼고,그의 뒤에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강해상’(손석구)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은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역대급 범죄를 저지르는 ‘강해상’을 본격적으로 쫓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6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의 후속작인 <범죄도시2>.
<범죄도시>에 이어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주연으로 나오며, 메인 빌러은 손석구 배우가 맡게 되었습니다.
'니 내 누군지 아니?'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 '장첸'을 뛰어넘는
빌런이 탄생할 지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매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1분
감독: 프란 크랜즈
출연: 제이슨 아이삭스, 앤 도드, 마샤 플림튼 등
개봉: 2022.05.18
배급: 오드 AUD
줄거리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두 부부의 슬픔, 분노, 절망, 후회가 폭발하는 111분의 마스터피스.
관전 포인트
로튼토마토 신선도 95%를 받았으며, 전세계 43관왕을 달성한 영화 <매스>!
앙상블상만 13관왕을 수상할 정도로 배우들의 호흡과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고통, 상실, 슬픔 그리고 용서와 화해에 관한 어렵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위로를 주는 영화입니다.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프랑스 | 88분
감독: 로랑 티라르
출연: 벤자민 라베른헤, 사라 지로도, 줄리아 피아톤 등
개봉: 2022.05.19
배급: 판씨네마(주)
줄거리
PM 5:24 | 연애 거리두기 38일째, 소니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PM 6:56 | 소니아가 문자를 확인했다.
PM 8:07 | 소니아의 답장은 여전히 없는데 눈치 없는 누나와 예비 매형이 내게 결혼식 축사를 부탁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축사를 망치고 모두의 원망을 듣는 나의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아 두렵다.
그나저나 소니아는 왜 문자 답장이 없을까?관전 포인트
독특한 내러티브와 신선한 대사들로 이루어진 본 영화는 호평을 받으며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되었습니다.
영화는 파브리스 카로의 소설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을 각색한 작품인데 로랑 티라르 감독은
원작을 체계적으로 해부하고 요약하였고, 이 덕분에 8개월이 걸리는 시나리오를 단 2달 만에 끝냈다고 밝혔습니다.
파이어스타터
개요: 공포 | 미국 | 94분
감독: 키이스 토마스
출연: 라이언 키에라 암스트롱, 잭 에프론, 글로리아 루벤 등
개봉: 2022.05.19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평범한 사람들은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정부의 비밀 실험 기관인 ‘더 샵’에 의해 이용당했던
‘앤디’와 ‘비키’는 ‘더 샵’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뒤 딸 ‘찰리’를 낳고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간이 흘러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힘을 느끼기 시작한 ‘찰리’는 어느 날 학교에서 한 남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고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숨어 들어간 화장실을 파괴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로 인해 ‘더 샵’에서 개편된 비밀 기관인 ‘DSI’가
‘찰리’의 존재를 알게 되고 또 다른 초능력자 ‘레인버드’에게 이들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찰리’는 통제할 수 없는 엄청
난 힘의 발현에 혼란스러워 하고 그런 딸을 보호하기 위해 ‘앤디’와 ‘비키’는 고군분투하지만 ‘레인버드’를 앞세운 ‘DSI’가
이들의 숨통을 빠르게 조여 오기 시작하는데…
관전 포인트
5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4위를 차지한 <파이어스타터>.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신예 배우 '라이언 키에라 암스트롱'과 하이틴 스타 '잭 에프론'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봉명주공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83분
감독: 김기성
출연: 홍덕은, 지은숙, 지명환
개봉: 2022.05.19
배급: (주)시네마달
줄거리
1980년대에 지어진 청주 봉명동의 1세대 주공아파트, '봉명주공’.
철마다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나무들, 놀이터에서 쉬어가는 새들과 골목을 지키는 길 고양이들,
곳곳에 울려 퍼지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
떠나가는 거주민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봉명주공에서의 추억을 남긴다. 우리가 남기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요?관전 포인트
김기성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인 <봉명주공>은 8개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제18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관객심사단상과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영화는 '집'에 대한 의미를 탐구하며 성찰하며 관객들 또한 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끔 만들었습니다.
OTT 공개 예정작
디어 에반 핸슨
ⓒ 네이버 영화
개요:뮤지컬 | 미국 | 137분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벤 플랫, 줄리안 무어, 에이미 아담스 등
개봉: 2022.05.22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자신감 제로, 존재감 제로, 어딜 가든 눈에 띄지 않는 소년 ‘에반 핸슨’은 매일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며 어제와 다른 특별한 하루를 꿈꾼다.
어느 날, 자신에게 쓴 편지를 ‘코너’에게 빼앗긴 에반 핸슨. 며칠 뒤 갑작스러운 코너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편지를 코너의유서로 오해하고 찾아온 그의 가족은 따뜻한 관심을 표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온 에반 핸슨은 그들의
따뜻함에 얼떨결에 코너와의 우정과 추억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내게 되며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데…
관전 포인트
제71회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하고, 제60회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한 <디어 에반 헨슨>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원작 뮤지컬이 영화화한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의 기대와 주목을 받았는데요.
또한, 원작 뮤지컬 [디어 에반 헨슨> 초연부터 함께한 벤 플랫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맡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비선형적 세계로의 첫걸음
* 스포일러 주의
* 지극히 개인적인, 횡설수설한 감상
1. '사피어-워프 가설'https://pixabay.com/images/id-1418613/
'사피어-워프 가설'이란 사람은 그 언어를 바탕으로 사고한다는 가설이다.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눈(雪)'은 지구 어디에서나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출처: 표준국어대사전)'를 일컫는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것을 함박눈, 싸리눈, 진눈깨비 등으로 정의내릴 때, 에스키모인들은 수십가지의 다양한 단어로 표현한다. 비슷하게, 인간이 볼 수 있는 '색(色)'의 스펙트럼은 동일하지만, 영어에서 각각 green과 blue라고 칭하는 범주의 색들을 한국어에서는 이 범주의 색을 '푸른색' 하나로 통칭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신호등의 녹색불을 파란불이라고도 하고, 초록불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영어권에서는 언제나 green light지, blue light가 아니다. 즉, 사람이 사고하는 방식에 언어가 관장하는 것이다. 사피어-워프 가설이 아직까지 '가설'에 불과하기는 하지만(인간의 인지 능력을 직접적으로 측정할 길이 아직까지는 확고하게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그럼에도 우리는 많은 언어 현상에서 이런 '언어가 우리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체험하곤 한다.
이 가설은 작중 인물인 루이스가 헵타포드들에게 접근하는 가장 근원적인 밑바탕이 된다.
2. 인간과 외계인의 소통 방식은?인간과 전혀 다른 삶과 사고 방식을 가졌을 외계인들과 어떻게 소통을 할까? 인간이 인간의 언어를 바탕으로 사고를 한다면, 외계인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루이스는 언어학자답게 가장 단순하지만 성실한 방법으로 그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바로 우리의 언어를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 사피어-워프 가설에 기반하여 생각하자면, 이는 즉 인간의 사고방식을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된다. 그리고 동시에, 이는 인간이 헵타포드'어'를 학습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인간의 언어가 선형적이라면 헵타포드어는 비선형적이다. 일련의 원으로 그려진 그들의 언어는 그 자체가 하나의 문장이다. 작중에서 이안은 이들 헵타포드들이 수초만에 이러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경이로워하는데, 이는 작품의 후반부에서 모습을 드러나듯, 헵타포드들의 '비선형적인 시간'에 기인한다. 인간이 과거와 현재, 미래로 규정하는 시간이 그들에게는 동시에 일어나는 어떤 현상이므로, 인간에게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장은 동시다발적이며 즉각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헵타포드 어는 또한 비음성적이다. 헵타포드들의 언어는 왜 음성(소리)과 유리되어 있는걸까? 그것은 아마 음성이라는 것은 선형적 시간의 차원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소리는 언제나 처음과 끝이 있다. 그러나 문자는 동시적이다. 인간의 문자에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헵타포드어는 다르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를 한 눈에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별다른 도구 없이도 그러한 문자를 자유롭게 쓰고 지울 수 있으니 음성은 그들에게 그다지 필요한 언어수단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헵타포드들은 대체 왜, 인류에게 왔는가.
3. 새로운 언어의 힘: 불안정함의 극복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 애봇과 코스텔로는 '인류에게 '무기'를 전해주러 왔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무기란, 인간이 사로잡혀 있는 선형적 시간의 틀을 깬 새로운 언어를 전수하는 것.
언어를 전수받는 것이 왜 무기가 될 수 있나?
루이스는 헵타포드어를 익히면서 끊임없이 잔상을 본다. 영화 속에서는 마치 회상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던 장면들은 사실 루이스가 앞으로 겪을 일들이다. 즉, 헵타포드어를 학습함으로써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어떤 초월적인 시간관념을 가지게 된 것. 코스텔로는 이러한 전수가 3000년 후의 미래에 인류가 그들을 도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렵다. 헵타포드어를 배운 것은 루이스 개인이 아닌가. 심지어 루이스는 본인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눈치다. 다수가 아닌 개인이 배운 언어가 과연 인류 전체라는 거대한 집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단편적 장면들을 살펴보면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은 yes가 될 것이다. 섕 장군과의 만남에서의 휘장, 헵타포드어 책을 낸 장면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우리는 루이스가 결국 헵타포드어를 완전히 해독해내고, 이런 성과를 통해 헵타포드어를 인류에게 전수하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자, 다시 헵타포드어가 어떤 무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헵타포드어를 인류에게 전수한다는 건, 인류가 헵타포드어를 배운다는 것은 인류가 선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비선형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먼 미래에, 모든 인류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알고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봇과 코스텔로가 말하듯, 인류는 헵타포드들을 돕게 될 것이다.
왜? 지구 상에 떠있는 미확인 비행물체에 그토록 벌벌 떨며 저희들끼리 다투었던 인류가 과연? 이란 질문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크린 너머의 인류는 어떤 미지의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혼비백산하여 혼란에 빠진다. 사람들은 불안해 한다. 왜냐고? 그들이 대체 뭐하는 존재들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12개의 서로 다른 국가들이 서로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얼마간 통신이 두절되었을 때, 전세계는 혼돈에 빠지지 않았던가.
이렇듯 불확실성은 인류에게 공포와 절망, 그리고 혼란을 야기한다.
선형적인 삶에 놓여있다는 것은 미래에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 눈을 가리고 돌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은 일이다. 두려운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헵타포드어의 전수는 인류가 가진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한다.
이미 예정된 삶이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절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루이스가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딸이 죽음을 맞이할 것, 남편은 끝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며, 그와는 결국 이혼할 것이라는 것 등의 사실을 미리 알아버리는 것처럼 미래는 때론 절망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루이스는 기어코 그녀의 삶을 받아들인다. 어쩌면 피하지 못해 받아들인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미래의 한켠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딸과 남편이 있고, 그녀는 그러한 삶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이러한 운명에 대한 순응은 루이스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토록 독불장군처럼 굴던 섕이 단 한 통의 전화로 마음을 바꾼 것이 그러하다. 선형적인 시간을 벗어난다는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던 불안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작품이 보내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인류는 헵타포드어를 익힐 것이고, 우리가 본디 가지고 있던 시간적 흐름에서 벗어난 다른 차원의 사고를 영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관용과 포용이라는 것 또한 싹트리라. 헵타포드가 3000년 후에 인류가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알지 못함에서 오는 고통에서 해방되어 평안을 찾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무척 불교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미 예정된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칼뱅의 예정설이 떠오르기도 한다. 현자의 돌을 접한 연금술사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벗어나 원형적인 삶을 살았다던 고대인들의 사고방식(이집트의 미라, 한국의 조상신 숭배 등)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산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 선형적 세계를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거대한 불가사의 앞에서 인류는 한 없이 작고 초라하며, 나약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루이스를 비롯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헵타포드어를 해독해내고,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루이스가 지구 반대편의 중국까지 전화를 건 것, 이안이 루이스의 해독을 돕는 것, 루이스가 헵타포드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자 발벗고 나서는 것. 그러한 소통의 장면들이 그를 보여준다.
어쩌면 헵타포드들은 인류에게 있는 어떤 '씨앗'같은 걸 본 것은 아닐까? 말하자면 그들의 접촉은 인류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발화점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작중 나오는 '논제로섬 게임'이라는 개념은 루이스왈, 윈윈(win-win), 협력 등과 유의어인데, 이는 결국 이 작품이 소통에 대해 가지는 개념과 일치한다. 소통은 어떠한 이득을 갈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루이스와 애봇, 코스텔로가 서로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자 했던 태도와 그를 통해 서로의 사고를 이해하고 알아가게 된 일련의 과정들은 소통이란 것이 어떠한 성질의 것인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쯤에서 작품의 제목을 다시 돌아보자. 'Arrival'. 이는 도입, 또는 도착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다. 시작과 끝. 말하자면, 낯선 외계 생명의 방문은 ufo의 도착이자, 새로운 인류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재미있는 제목이다.
-
- <리틀포레스트> 여름의 맛, 오이 콩국수
보고 나면 뭐라도 먹고 싶어 지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여름 장면은 하나로 기억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밭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먹는 오이 콩국
혜원의 신나는 표정과 면대신 만든 오이의 초록이 오버랩 되어,
더운 여름이면 생각만으로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혜원의 오이 콩국수는 냉장고에 만들어 둔 콩국만 있다면,
불을 쓰지 않고 10분도 걸리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정말 간단 요리이다.
뜨거운 물에 팔팔 끓여야 하는 밀가루 면 대신
오이를 길게 채 썰어 넣은 것은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실 이 요리에서 가장 큰 고민은 ‘콩국물을 직접 (!)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인데,
콩국물을 준비하는 세가지 방법을 보고,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 하면 될 것 같다.
첫번째, 콩국물을 직접 모두 만들기
이 때는 일정을 한나절 정도는 넉넉히 잡아두는 것이 좋다.
메주콩을 깨끗하게 씻어 물을 넉넉히 넣고 냉장고에서 8시간 정도 불려준다.
적당히 불려진 콩을 센 불에서 삶다가 포르르 끓으면 거품을 걷어내고 중불로 10분 정도 더 삶아준다.
너무 오래 삶으면 메주냄새가 나기도 하기 때문에 비린 맛이 나지 않게 삶아 주는 것이 중요 하다.
삶은 후엔 찬물에서 콩껍질을 벗겨 준 뒤,
삶은 콩, 콩 삶은 물, 생수 기호에 따라 소금을 넣어주고. 믹서에 갈아주면 콩국물이 완성된다.
두번째, 두부로 콩국물 만들기
콩을 불려서 콩국을 만드는 것 보다는 간단하지만, 고소한 별미가 되는 방법이다.
아이가 어릴 때 자주 해 준 간식이기도 한데…
국내산 두부 1모에 두유와 견과류를 조금 넣고 믹서에 갈면 아주 고소한 콩국이 만들어진다.
세번째, 시판 제품 구입하기
몇 년전에 비하면 다양한 제품이 정말 많이 나와있다.
입맛에 맞는 브랜드 제품을 찾아두면 여름이 든든해진다.
콩국을 어떻게 준비 할 것인가 결정이 끝났다면
요리 순서는 아주 간단하다.
1. 오이 끝을 크게 다음, 오이를 면처럼 길게 채 썰어 준다.
2. 슬라이스나 스파이럴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더 쉽고 간단하게 채 썰기가 가능하다.
3. 오이의 아삭한 식감을 위해 얼음물에 오이를 담궈 주면 좋다.
4. 그릇을 준비해, 오이를 담고
5. 준비된 콩국물을 부어 준다.
6. 고명으로 삶은 계란, 토마토등을 올려주면 끝 !
이번 주말엔, 리틀포레스트 영화를 보며, 시원한 콩국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게 바로 여름이지." 하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다.
-
- 그린나이트 리뷰 - 구담을 비틀어 뒤틀린 판타지를 개척하다
-
*해당 영상은 씨네 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8월 5일 개봉한 작품 ‘그린 나이트’의 시사회를 다녀온 뒤 제작한 영상입니다.
˝녹색 기사의 목을 잘라 명예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도전에 응하고
마침내 1년 후,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전설이 될 새로운 모험, 너의 목에 명예를 걸어라!
-
- [영화리뷰/결말포함] 어린이집,유치원 선생님인가요? 아이가 있으시다고요? 당신도 오해 때문에 주변에서 버림받은 적이 있나요?! 전 아직도 그렇습니다...
#매즈미켈슨#칸_남우주연상#영화리뷰
이 영화 '더 헌트' 라는 작품으로 매즈 미켈슨은 칸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습니다. 간략한 내용은 아이의 거짓말로 인해 오해를 받으며 유치원 교사 루카스가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사람들 속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내용입니다구독?부탁드려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영화 '더 헌트'
네이버별점 9.0#무비워크 #영화리뷰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결말포함
-
- 영화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홀리데이 예고편
클리포드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홀리데이! 추운 겨울에 딱인 따뜻한 스토리.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왕 귀요미 클리포드와 지금부터 마법 같은 모험을 떠나자!
-
- 영화 <더 마블스> 메인 예고편
한 팀이 되면 모든 게 바뀌고 모두가 바뀐다! 환상의 팀워크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