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g2024-03-18 02:26:22
개와 로봇이 알려주는 우리 사랑의 모든 것
<로봇 드림> 스포일러 없는 리뷰

늦여름의 외로움과 초가을의 즐거움
이 영화의 주인공은 혼자 사는 개 도그다. 외로운 주인공. 일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 적적하다. 유일하게 하는 거라곤 집에 앉아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일이다. 혼자 노는 것도 이젠 지쳤다. 느닷없이 옆집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옆 집의 동물들이 보인다. 안 그래도 외로운데 옆집의 동물들은 둘이서 잘들 살고 있다. 쓸쓸함이 깊어진다. 그때, 도그는 특별한 광고 하나를 보게 된다. 그 광고의 내용은 간단했다. 바로 구매자들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주는 인공지능형 AI를 판다는 것이었다. 로봇을 주문하는 주인공. 로봇이 배송된 날에 바로 언박싱을 하며 기계를 만들어본다. 기계에 불빛이 들어온다. 그렇게 개와 또 다른 주인공 로봇과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둘도 없는 친구가 생긴 도그. 도그는 그동안 혼자 사느라 못해왔던 것들을 로봇과 함께 해보기로 한다. 늦여름과 초가을이 시작되는 9월, 풋풋한 사랑이 시작된다.
소리가 왜 필요해
이 영화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은 대사다. 글쓴이가 생각했을 때 이 영화가 가진 '대사가 없다'는 무성영화스러운 특징은 영화의 호불호를 가로지를 요소다. 당연히 대사라는 건 현대의 영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사랑 영화는 누군가에게 인물의 마음을 전달하는 영화다. 그럼 낭만적인 대사를 쓰는 게 영화의 승부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명장면들이 생각난다. <이터널 선샤인>의 엔딩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Okay"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중경삼림>에서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라는 문장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 <로봇 드림>은 위의 두 영화가 고른 선택지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전략을 골랐다. 캐릭터들의 대사를 깡그리 없앤 것이다.
왜? 이 영화가 고른 몇 가지 선택 때문이다. 우선 첫째.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 있다. 음악을 활용한 장면인데 이 영화가 사랑의 속성을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사운드의 유무는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가 사랑에 빠졌던 무언가와의 히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의 카톡 메시지를 기다리며 들었던 ‘스토커’가 있다고 해보자. 그럼 당연히 그 ‘스토커’에 애착이 가지 않을까? 이와 유사하게 사랑이 가진 마법을 음악이 가진 힘과 결합시킨 것이다. 둘째. 이 영화가 묘사하는 이미지의 힘은 이 영화가 가진 연출의 특성을 반영하는 듯하다.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좀 있다. 친절한 이야기 중에서 제일 불친절한 편(?)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미지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해 관객으로 하여금 파편화된 사랑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점에서 연출의 성취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억'을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영화의 OST 후렴구 첫 구절이 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고른 선택지는 다양성이다. 이 영화는 동물들을 캐릭터로 내세웠다. 강아지, 코끼리, 고양이 등등 다양한 동물들이 맨해튼 거리에서 마을을 이뤄 살아가고 있다. 근데 이런 세팅 하에 동물들이 영어를 쓰거나 불어를 쓰면 이상하잖아? 동물들만 있는 세상에 인간의 언어가 나오면 이질감이 굉장히 클 듯하다. ‘인간중심적인 서사’라고 비판받기 딱 좋은 설정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인간의 언어를 쓰면 굳이 동물들이 주인공일 필요가 없다.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가 귀여운 그림체인데 그 매력 하나를 영화 스스로 급감시키는 단점을 초래하는 것이다.
과거에게 바침
글쓴이가 <로봇 드림>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과거 로맨스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곳곳에 보였다는 점이다. 영화의 공간적인 배경에 해당하는 '맨해튼'은 실제 영화 <맨해튼>에 대한 오마주로 보인다. 그 벤치에서 두 사람이 앉아있는 장면이 연상되는 숏이 <로봇 드림>에도 있었다. 플롯의 핵심인 '로봇과의 사랑'이라는 것은 와킨 피닉스가 주연이었던 <그녀(HER)>가 연상된다. 또 AI를 둘러싼 주인공의 리액션을 다룬다는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를 연상케 한다. 단순히 이야기에서 두 영화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녀>에서 주인공이 한참 사랑에 빠진 장면, <A.I.>에서 로봇이 보여주는 리액션은 <로봇 드림>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원스>를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두 주인공이 걷는 장면만 보면 그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오마주라고 하는 것이 영화 핵심에 그대로 작동한다. 우선 접근법이다. <캐럴>에서 인물들의 시선으로 사랑을 묘사했던 방식이 <로봇 드림>에서도 이어진다. 이야기 중반부에 기점 찍고 도그가 이끄는 이야기를 보면 이 캐릭터는 타인을 바라봄으로써 영화가 말하는 사랑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 캐릭터의 시야에 뭐가 보이는가? 가 이야기를 이끄는 것이다. 또 로봇의 시선에서 어떤 것이 보이고, 또 무슨 장면을 관객에게 전달하는지도 영화가 사랑의 의미를 설명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랑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시선과 상상력으로 구현한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중반부 이후의 전개는 <라라랜드>와 <이터널 선샤인>이 우리를 사로잡았던 이유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게 단순히 오마주만 맥없이 따왔으면 의미가 바랠 것이다. 2024년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로봇 드림>은 그 나름의 핵심을 전달한다. 귀여운 그림체와 대사가 없다는 특성만으로도 폭넓은 감정선을 전달하는 연출의 밀도는 일반 관객을 충분히 사로잡을 것이다.
너 하나 기다렸어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최고 강점은 이야기 전개다. 이 <로봇 드림>의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랑하며 느끼는 여러 순간들을 흐름에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연결시켰다는 강점이 있다. 가령 도그->로봇에게 이어지는 관계가 그렇다. 도그는 로봇을 구매했다. 도그가 로봇의 생명을 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문장이 영화 안의 판타지스러운 설정 같아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랑의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들 많이 하지 않나? "이 사람은 나 없으면 안 돼!"같은 것들 말이다. 어디 조직에서 일하는 회사생활부터 시작해 인간관계까지 이런 류의 말들은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은근슬쩍 숨기고 있는 마음이 있다. 바로 반대로 '난 이 사람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로봇 드림>은 이면에 깔려있는 무언가를 다뤘다. 그 순수한 마음이 어디로 도착하는지를 소재로 삼은 영화인 것이다.
물론 이 속성만 다루지 않았다. 이 영화는 첫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기도 하다. 첫사랑과 결혼까지 골인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글쓴이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많다)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역시 글쓴이도 첫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 별 생각을 다 한다. 이 사람을 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도전하는 영화는 그동안 많았다. <노트북>같이 운명적인 사랑을 다루거나 <이터널 선샤인>처럼 재회를 다룬 작품도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첫사랑이 피고 지는 영화였던 <꽃다밭같은 사랑을 했다> 같은 작품도 있다. 이 영화 역시 첫사랑의 역설에 도전하는 것과 동시에 그 나름의 의미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운명처럼 만난 첫사랑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정해진 건 없다. 다만 우리 과거의 무언가에게 "잘했어"라고 격려할 수 있을 뿐. 이 영화는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여러분은 15000원의 거금을 내고 영화관에 갈 만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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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모든 다큐들에게.
N년차 OTT 구독자로서,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다양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다큐멘터리를 제일 좋아하는데, 항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볼 때 어딘가 아쉬운 몇 % 의 부분들을 마저 채워주는 느낌이다. 그동안 봐왔던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겠다.
1. 섹스토피아(2017)
원제_Liberated: The New Sexual Revolution
미국 대학생들의 성에 대한 인식과 문화의 민낯을 확실히 알려준 다큐. 감독이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대학교 봄방학을 즐기는 모습을 촬영한다. 우리나라에 비해 성에 대해 다소 개방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것에 사실 좀 많이 충격을 받았다. 이제는 '사랑'의 개념과는 많이 멀어진, 그저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하루를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보내는 것이 다반사 된 그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사람을 한 인격이 있는 개체로 보지 않고, 그저 자신을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보는 비정상적인 생각이 일반화되고 있다. SNS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서 비추는 고정적인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게 되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 평소에는 하지 않을 법한 행동들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어딘가 씁쓸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바닷가에서 페스티벌을 즐기는 내내 그들은 남자들의 무차별적인 접촉을 피해 도망 다니기도 하고, 너무 대놓고 이상한 행동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맞서 대항하고, 당황해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진정한 해방이란 외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고 과시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와 몸을 되찾고 심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런 실상을 촬영하고 있던 시기, 해당 구역에서 집단 강간 사건이 일어나 큰 파장을 일으킨다. 오히려 피해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 그 상황을 촬영하고 방관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크게 분노한다. 정말 점점 미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에 봤던 다큐멘터리 중에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은 작품이다.
2.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2019)
원제_Fyre
FYRE, 이 축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용두사미이다. 셀럽 모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제껏 경험할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축제인 양 홍보를 해놓고, 막상 초대받은 인플루언서들이 도착했을 때는 기본적인 주거시설조차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음악 페스티벌 하나를 준비하는데 드는 사람들의 노력과 수많은 비용을 한 사람의 무지와 우매함으로 인해 물거품으로 만든 최악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최근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고, 처음 균열을 발견했을 때에도 그저 강압적으로 축제만 진행하면 된다는 식으로 마구 밀어붙인 대표의 태도에 말을 잃게 된다.
직장인으로서 개인적으로 사건의 흐름보다는 이 페스티벌을 담당하게 된 수많은 직원들이 겪는 심적인 고통과 스트레스에 나도 모르게 이입하면서 보게 되었다. 마치 마감일이 다가왔는데도 기본적인 틀조차 무시한 채 그저 마무리만 하면 된다는 상사에게 시달리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심지어 급여 문제도 있어서 기존에 받기로 했던 금액조차도 받지 못하고 일을 진행해야 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사건이 끝난 후 지금까지 트라우마와 심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그 축제에 초대받은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정말 인생에 몇 없을 비극적인 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최고급 숙박을 제공한다는 것과 엄청난 게스트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한껏 기대하고 도착한 곳은, 왠 짓다 만 텐트였던 것이다. 심지어 방수시설도 되어 있지 않아 물이 새고,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었다고 한다. 대표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사기꾼인 게 분명하다. 제일 화가 나는 포인트는 이 모든 사건에 대한 판결 이후이다. 결국 이 대표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고, 지금은 또 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제2의 Fyre 사기극을 준비할지도 모르는 법이다. 오히려 핵심 사건보다 그 이후의 근황을 보는 게 더 힘 빠지는 일인 것 같다.
3. 슈퍼맨 각성제(2018)
원제_Take Your Pills
각성제라고 불리는 '애더럴'을 포함한 약물들의 남용 사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 또한 고등학교 입시 생활을 할 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적은 있지만, 각성제를 주기적으로 먹어본 기억은 없다. 이미 지나치게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일종의 부스터로 각성제라는 옵션을 추가하게 된 사회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것에서도 사회 구조가 드러나는 점이 흥미롭다. 고소득층의 자녀들은 여러 가지 과외를 받으면서 좋은 점수를 받을 기회가 비교적 많아지는데, 소득이 낮은 부모의 자녀들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성적을 감당해내야 한다. 좋은 점수는 받고 싶은데, 자신이 없을 때에는 이런 약의 힘을 빌려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아이들의 인터뷰가 놀라웠다. 이 또한 어떻게 보면 부정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또한 ADHD가 있는 아이들이 애더럴을 섭취하게 되면 집중력이 좀 더 좋아진다고 믿는 부모들도 있다. 한 어머니는 아들의 예술적 재능이 약을 통해서 더 잘 발현되었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약을 먹어야 하는 게 정말 싫었다고 말한다. 그 아이는 거의 10년간 약을 먹어왔는데, 실제로 이렇게 약에 의존하는 아이들의 수가 상당하다고 한다. 너무 어릴 때부터 약에 길들여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보다는, 순간의 완화 효과 때문에 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제법 많은 것 같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애더럴은 필수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증권사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먹는 약들 중 하나라고 한다. 대체 경쟁에서 이기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길래 다들 이렇게까지 하는지, 경각심까지 들게 한다. 심지어 어떤 제약회사에서는 업무 효율을 증가시켜주는 약을 개발 중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약으로까지 경쟁하는 시대라니, 다음엔 뭐가 될지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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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쾌한 주먹 뒤에 자리한 일말의 씁쓸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 금천서 강력반은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가 현지 영사관에 자수했으니 그를 인도받아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이에 베트남으로 향한 부반장 ‘마석도(마동석)'와 반장 ‘전일만(최귀화)'. 그들은 영사관에 갇힌 것을 꽤 만족스러워하며 하루빨리 한국으로 인도되기를 바라는 현지 용의자에게서 수상함을 느낀다. 찝찝한 마음에 베트남에 자리 잡은 한국인 조폭들 사이에서 수상한 사건이 없는지 수소문하던 마석도는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강해상(손석구)'의 존재가 자수 이유였음을 알게 된다. 그는 더 큰 사달이 나기 전에 강해상을 체포하려 하나 예상치 못한 이유로 실패하고, 결국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은 과거의 인연인 '장이수(박지환)'의 도움을 받아가며 한국으로 되돌아온 강해상을 본격적으로 쫓는다.
2017년에 개봉한 <범죄도시>는 688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역대 청불 영화 흥행 TOP3에 등극해 범죄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쓴 바 있다. 당시 <범죄도시>는 강력한 주먹으로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한국형 슈퍼 히어로 마석도를 비롯해 그 잔혹함과 악랄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장첸(윤계상), 깨알 같은 감초였던 장이수 등과 같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무장했었다. 통쾌한 액션과 묵직한 한 마디에서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유머는 그 매력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 형사들이 다시 한번 범죄조직 소탕에 나서며 5년 만에 돌아온 속편 <범죄도시2>도 마찬가지다. 전편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데 이어 예상치 못해 깊이까지 겸비한 <범죄도시2>는 성공적인 시리즈, 한국형 슈퍼 히어로 프랜차이즈의 미래에 청신호를 밝히는 듯 보인다.
진일보한 유머와 액션의 매력
우선 <범죄도시2>는 전편의 매력을 그대로 남기면서도, 그 매력을 보다 대중적인 형태로 탈바꿈시켰다. 일례로 전편에서 나쁘지 않은 타율을 자랑한 유머를 시작부터 더욱 강조한다. 물론 사무실에서 강력반 형사들이 주고받는 대사처럼 웃음을 노리는 게 분명한 초반 대사들은 다소 작위적인 인상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베트남으로 떠난 전일만과 마석도 콤비의 상반된 캐릭터성이 빚어내는 갈등을 풀어내는 대목부터 영화의 유머 타율은 급격한 상승세를 탄다. 베트남 영사관에서도 오픈한 마석도의 '진실의 방'이 대표적이다. 또한 8편까지 계획된 시리즈물답게 전편의 등장인물과 명대사를 적재적소에 오마주한 대목도 웃음벨로는 충분하다.
진일보한 액션도 인상적이다. 우선 로케이션과 CG를 통해 구현해낸 베트남이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스케일이 커졌다. 또 강력반 식구들의 합이 맞아떨어지는 카체이싱 시퀀스는 자칫 간과될 수 있었던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강조해주며, 이는 마석도와 강해상 사이에서 험악해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무엇보다도 상극의 액션 스타일을 한 데 붙여 놓은 선택이 인상적이다. 마석도의 액션은 전편 그대로, 또 마치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가 그러했듯이, 비교조차 되지 않는 파워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형태로 묘사된다. 유달리 강하게 느껴지는 효과음은 마석도의 주먹 한 방에 담긴 징벌의 쾌감을 극대화한다.
반면에 강해상의 액션은 날렵하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죄책감이나 도의를 피 한 방울만큼도 느끼지 못하며, 시신을 훼손하는 반인륜적인 행위에도 거침이 없는 그의 잔혹함을 고스란히 녹여낸 날렵함이다. 다르게 말하면, 어떤 환경이든 간에 순전히 살아남겠다는 동물적인 본능이 느껴지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동물적이라는 의미에서는 표범처럼 움직이는 블랙 팬서의 액션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강해상의 액션 시퀀스는 주로 롱테이크로 이어지기에 그의 동물적, 본능적 감각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액션이 유달리 맛있는 이유
이러한 액션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더 거대해진 마석도와 달리 분량이 전작보다 15분가량 줄어든 영화의 짜임새 덕분이다. 사실 <범죄도시>는 마석도의 존재로 인해 이전의 형사물과는 사뭇 다른 볼거리를 선보인다. 이전까지의 형사물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주인공과 빌런 사이에서의 팽팽한 서스펜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에 반해 <범죄도시>는 마석도의 초인적인 힘, 빌런이 어찌할 수 없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활용하여 범죄자를 벌하는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에 몰두한다. 이는 속편인 <범죄도시2>에서 더욱 극대화된 포인트다. 그래서 전편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범죄조직 간의 알력 싸움과 같은 요소는 전무하고, 마석도 일행의 수사 과정과 강해상의 악행만 담백하게 대비되어 묘사된다.
물론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었다. 어떻게 끝날지 쉽게 예측 가능한 영화이기에, 영화의 흐름 자체가 심히 단순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마석도의 극단에 위치한 강해상의 캐릭터를 철저히 악마화하면서 징벌의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이를 극복한다. 이는 전작의 빌런이었던 장첸과 강해상의 차이점으로, 강해상에게 장첸처럼 밈(meme)이 될 여지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장첸과 강해상은 모두 철저히 '돈'을 목적으로 움직이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는 범죄자를 미화시킬 여지를 간편하게 차단하고 있다. 다만 나름의 서사를 부여받아 매력적인 대사나 캐릭터성을 보여준 장첸과 달리, 강해상은 앞서 말했듯이 인간이라기보다는 동물에 가까운 악행만을 자행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인 것이다.
전편 속 장첸(윤계상)과 위성락(진선규), 양태(김성규)는 저마다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영화 역시 악당들의 행각에 시간을 투자하며 경찰과 대결구도를 형성했다. 반면 강해상과 그의 동료에게는 그 어떤 서사도 없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필리핀에서도 활동했다는 짤막한 그의 행적을 제외하면 범죄자가 된 동기나 개인사는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더 많은 돈과 피를 원하다는 것 외에 그를 특징 지을 수 있는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영화는 그의 악행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간접적인 묘사로도 그 전모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으므로 강해상의 잔혹함은 더 강조되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서사의 빈자리를 온전히 액션으로 대체된 이 캐릭터에게는 이입할 여지가 전무하고, 강해상은 단지 마석도의 샌드백으로서 처절히 응징당할 때만 의의가 있다. 따라서 철저히 마석도의 활약상에 포커스를 맞춘 선택은 비록 단순하지만 의도한 효과를 120% 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슈퍼히어로 영화로서의 <범죄도시2>
여기까지만 보면 <범죄도시2>에게는 단점도, 아쉬운 점도 없어 보인다. 성공한 전편을 넘지 못하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충분히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진일보한 매력들은 이후의 시리즈를 더욱 기대케 만든다. 다만 호쾌한 주먹으로 강해상을 때려잡은 마석도의 존재와 그에게 열광하는 영화 내외의 반응은 약간의 씁쓸함도 남긴다. 특히 마석도를 한국형 슈퍼히어로라고 생각할 때, 그 씁쓸함은 더욱 진하다. 왜냐하면 슈퍼 히어로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동시대의 대중들의 상실감이나 결핍을 환상으로나마 치유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어로의 활약상이 많은 공감을 사고 큰 환호를 받을 때, 그 히어로가 활동하는 사회에는 깊은 흉터가 남아 있기도 하다.
실제로 2000년대 미국의 슈퍼 히어로들은 테러가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아이언맨은 슈트를 만들어 아프가니스탄 테러 집단으로부터 탈출한 후 자기를 납치했던 테러리스트에게 복수를 가하는데, 이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이 9.11 테러라는 트라우마가 낳은 보복성 공격이었던 현실의 반영이나 다름없다. <다크 나이트> 속 배트맨의 영웅적 활약이 역설적으로 더욱 강력한 악당인 조커를 끌어들이는 것도 중동에서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기 위해 파견된 미군이 오히려 ISIS와 같은 또 다른 테러 집단의 등장 원인이 되어버렸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유비라 볼 수 있다.
마석도의 주먹에 담긴 쾌감이 내심 씁쓸한 이유
그렇다면 마석도의 활약 기저에 깔린 한국 사회의 흉터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형량을 나날이 강화하는 데서 알 수 있는 엄벌주의에 대한 갈망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엄벌주의는 사회문제를 형사처벌로 대응하고,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해결되지 않는 것은 강한 처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가해자만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해당 문제의 진실이 규명되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가 회복되는 것도 아니며, 재발방지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정인이 법'의 내용 중에는 처벌 강화도 있지만, 입양아가 죽는 사건이 또 있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즉, 문제를 초래한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범죄자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그 자체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이처럼 엄벌주의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 법과 제도에 대한 믿음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 처벌과 후속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에, 법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시스템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가 혼란스럽고, 정의는 실현되지 못하는 듯 보이며, 서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부조리가 만연하면 누군가 강력한 힘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기를 바라는 열망과 환상은 필연적으로 강해진다. 그래서 강하면 강할수록, 그 타격감이 좋으면 좋을수록, 효과음이 크면 클수록, 강해상과 범죄자들이 아파하면 아파할수록 마석도의 주먹을 향해 큰 탄성과 환호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서 현지 경찰과 영사관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나쁜 놈은 잡아야 한다는 사명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범죄 소탕에 일조하는 마석도의 모습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현실에서는 국제적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열망을 채워주는 마석도의 뚝심이 주는 쾌감이 유머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에서 <범죄도시2>를 보면 마석도를 향한 환호와 응원이 자칫 변질되면 나타날 수 있는 악몽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강해상에게 납치당해 죽은 아들 '최용기(차우진)'의 복수를 하려는 '최춘백(남문철)'의 행적이다. 그는 아들의 실종신고를 하는 대신 직접 사람들을 보내 강해상을 죽이려 한다. 경찰과 형사로 대변되는 원칙을 믿는 대신 금융회사 회장인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과 경제력을 동원해 사적 제재에 나선다. 엄연한 피해자이지만, 그 또한 작중 도시 한복판을 혼란에 빠뜨리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의 행동에 대해 마석도와 동료들의 입을 빌려 그의 선택에 동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영화 말미에 그가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단신을 제외하면 그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또한 법과 경찰의 시스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표출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락적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마석도의 주먹이 러닝타임 내내 화끈한 통쾌함으로 가득한 것도 사실이지만, 유달리 큰 주먹의 효과음 잔상에서 그 주먹이 필요한 이유가 남긴 씁쓸함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슈퍼 히어로인 마석도가 배트맨과 같은 자경단이 아닌 엄연히 형사라는 점에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희망도 엿보이는 게 위안일 것이다.
<범죄도시2>는 분명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숱한 한국 영화의 속편들 중 이 작품만큼 명확한 로드맵을 지진고, 전편과 연계가 잘 이루어지며, 캐릭터들도 유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단적으로 연초에 개봉했던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전편과의 연결고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범죄도시2>가 보여준 시리즈의 가능성이 영화 내외적으로 얼마나 큰 성취인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심지어 그 슈퍼 히어로가 단순히 오락으로 소비되지 않고, 속한 사회를 반추할 수 있는 거울도 되는 깊이를 지니고 있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다. 단지 앞으로 만날 마석도의 액션에서는 일말의 씁쓸함도 없이 온전히 쾌감이 깃들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다음을 기대케 하면서도, 마냥 기쁠 수 없는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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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전야 / New Year Blues, 2020
지금도 회자되는 <러브 액츄얼리2003>,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009>,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2010>의 특징이 있습니다.
한데 모이기 어려운 배우들이 한 영화에 나오는 것과 특정 시즌을 노렸으며, 하나같이 "옴니버스"영화라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새해전야>도 크게 다르지가 않는데, 제목에서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도 들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전야2013>를 만들었던 "홍지영"감독을 비롯하여 "이연희"와 "김강우"분도 이번 영화에서 그대로 나오거든요.
속편에 대한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영화 <새해전야>는 개봉부터 힘들었습니다.
제목처럼 2020년 12월 30일에 개봉해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계획이었겠지만, "코로나19"로 그러지 못했습니다.
양력으로는 이미, 새해를 맞이한 지 2달이나 흘렀지만 아직 음력으로는 아직이니 부득이하게 "설 연휴"에 맞춰 개봉했는데요.
무엇보다 <소울>과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까지 국내 극장가에서 국내 영화 찾기도 힘들어 내심 이런 영화를 기대했기도 했고요.
'그렇게, 관람한 느낌은 어땠는지?' - 영화 <새해전야>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어느덧, 새해를 앞둔 연말을 보여줍니다.
강력반에서 민원실로 좌천된 '지호'는 이혼 소송 중 '신변보호'를 요구하는 "효영", 일방적인 남자 친구의 이별 통보에 홧김에 아르헨티나까지 오게 된 "진아"는 그곳에서 와인 배달원 "재헌"을 만납니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패럼릭픽 국가대표 "래환"과 "오월", 국제 커플 "용찬"과 "야오린", 그리고 "용찬"의 누나이자 시누이 "용미"까지 이들은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1. 소재만 바꾸면 쓰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새해전야2021>는 <결혼전야2013>를 만들었던 "홍지영"감독을 비롯해 "이연희"와 "김강우"분이 그대로 나오는데요.
그렇기에 전편을 챙겨봐야 하는 걱정도 잠시 일렁이나 배역들이 이어지는 영화는 아니기에 관객들에게 이런 숙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편을 챙겨본 관객들로서는 영화의 유사함은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국제결혼과 위기가 존재하는 커플도 있으니 <새해전야>로서는 이야기가 이어지지도 않는 <결혼전야>와의 비교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도 이런 유사성을 알기에 "시누이" 캐릭터를 새로이 추가하거나 이별이 아닌 "이혼"이라는 소재들을 바꾸는 등 시도들이 보입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새해전야>만의 온전한 그림들을 나오지는 않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옴니버스" 즉,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 "옴니버스"는 흥행이 잘 안되는 장르이면서도 어려운 장르입니다.
그나마,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장진"의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가 기록한 255만명임과 동시에 네이버 평점 6.70으로 좋지도 않습니다.
왜,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2. 이야기의 구조가 같다고 복붙을?
이런 이유에는 "옴니버스"라는 장르의 특수성을 살펴봐야 합니다.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만 본다면, "멀티캐스팅"과 유사하나 "옴니버스"는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전개되는데요.
이야기의 연결도 되지 않아 캐릭터별로 이야기를 봐야 하는 관객들의 피로는 다른 영화에 비해 배가 됩니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러닝타임은 길어지고, 캐릭터들의 설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단면적으로 소개되는데 그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단점들이 <새해전야>에서도 그대로, 노출되고 반복됩니다.
각자의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관계에서의 위기를 보여주는데 이에 대한 과정이 좋게 말하면 시원시원하고 나쁘게 말하면 정말 급합니다.
'지호 - 효영'의 경우. 두 캐릭터가 이혼을 겪는 캐릭터들인데 '지호'는 이후 전처에게 전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의외로 전처는 이에 '잘 사귀어 보라'라는 응원을 받지만, '효영'은 전 남편에게 위협을 당하는 엇갈린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만해도 길게 풀어갈 수 있지만, 영화는 이를 그냥 과감하게 뛰어넘기며 맺어주는 장면으로 마무리합니다.
이런 모습이 "래환 - 오월"에게도 그대로 반복되고, "용찬 - 야오린"에게도 적용되니 동어반복에 관객들은 지쳐가는데요.
그래서인지 "꼭 있어야 했나?'싶은 캐릭터 출연의 당위성까지 흔들립니다.
3. 익숙함이 주는 포근함?
그렇기에 "옴니버스"에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캐릭터들의 동선을 겹치는 우발적인 장면들 넣는데요.
스크린 너머 관객들은 알지만, 극 중 캐릭터들을 모르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만들어지는 재미는 "옴니버스"를 즐기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새해전야>에서도 이런 장면들이 보이는데, 극 중 "용찬"이 "지호"에게 사건을 의뢰하거나 "래환"의 재활 트레이너가 "효영"이라든지 "오월"과 "용찬"의 누나 "용미"가 서로 아는 사이라든지 말이죠.
하지만 이런 관계들이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라 같이 화면에 나온다는 것에 그치며, "옴니버스"라서 더 아쉬운 시도에 그칩니다.
영화 <새해전야>의 원제 'New Year Blues'에서 'Blues'는 가벼운 우울증으로 해석됩니다.
극 중에서도 이를 "새해병"으로 "월요병"과 비슷하게 말하는데, 이를 빗대어 본다면 극장에서 본 게 아쉽다고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영화 <새해전야>는 무리 없이 즐기는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앞서 언급한 <러브 액츄얼리2003>,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009>,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2010>처럼 한없이 가벼우며, "로맨틱 코미디"이라면 무릇 나와주어야 하는 장면들과 상황까지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는 맛이라 냄비에 물부터 올리는 과정처럼 <새해전야>는 신작인데도 익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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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위대한 작가 이전에 어머니가 되어가는 한 여성의 성장기
20세기 가장 유명한 아동문학 작가 중에 한 명으로 손꼽히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인생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10대 시절 성장기를 그리면서 집필한 작품의 기반이 된 모습을 비추는 실화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전체적인 이야기를 구성하기보단 일부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한 여성이 어머니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주는데, 아마 이런 부분은 연출을 맡은 여성 감독 크리스텐센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점일 것입니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알바 어거스트 배우의 완벽한 내면 연기는 그 섬세함에 힘을 실어주는데, 이제 막 연기를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안할 정도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잘 이끌어줍니다. 그럼, 본격적인 영화의 후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10대 소녀의 세상 살아가기
1920년대 초, 스웨덴 시골 마을에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애정 어린 대가족의 구성원인 16살 아스트리드. 그녀가 쓴 에세이는 지역에서 꽤 알려지게 되고 아버지의 소개로 지역 신문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신문사에서 일하며 기자로서의 역량을 꽃피우려던 때,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인 신문사의 편집장 레인홀드 블롬버그와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덴마크로 건너가 아이를 낳은 후 위탁 가정에 아이를 맡기고 스웨덴과 덴마크를 오가는 생활을 이어가게 되는데...
예고편│Trailer
감독 :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각본 : 킴 풉즈 아케손,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출연진 : 알바 어거스트, 마리아 보네비, 트린 디어홈 외 다수
장르 : 드라마, 전기
상영 시간 : 123분
개봉일 : 국내 2021년 5월 12일
국가 : 스웨덴
등급 : 15세 관람가
평점 : 관람객 6.0, 네티즌 8.67, 기자ㆍ평론가 6.0, 로톤 토마토 프레시 96% 팝콘 80%, IMDB 7.1
어머니가 되어가는 그녀의 삶
영화를 오롯이 혼자서 이끌고 가는 아스트리드 역을 맡은 알바 어거스트 배우의 연기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인물의 전기를 그리고 있음에도 그녀의 10대부터 20대까지의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그녀가 쓴 삐삐 롱스타킹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짐작이 갈 만큼 주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가부장적 당시 시대상을 탈피하며, 사랑에 대한 솔직함, 아들에 대한 사랑, 블롬버그와 가족과의 갈등까지 그녀가 헤쳐나가는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삶의 여정을 멋지게 표현해 줍니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에 치우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기보다 소녀가 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곁에는 사랑했던 블롬버그도 있었고, 묵묵히 바라봐 준 아버지 사무엘, 어머니 한나도 있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인연이 될 스투레도 있지만, 이야기는 아들 라세와 아스트리드의 관계, 모성애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고 있고 그 속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성숙해가는 그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들을 맡아준 마리가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현대 여성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수많은 구독자가 이어진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전기는 그녀가 힘들었던 청년기를 보고 있습니다. 시작점에 아이들이 보내준 생일 편지와 엽서를 보며 그 안에 적힌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보여주는 데, 아마도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이 영화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겪었던 개인적, 사회적 문제가 밑바탕 되어 쓰였다고 말입니다. 이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위대한 작가의 모습이라기보단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으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지금 같은 시기에도 잘 어울린다 생각 듭니다. 제가 너무 감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중심에서 보이는 깊은 모성애와 더불어 한 여성의 성장, 그 캐릭터의 눈빛, 미소는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와 줍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과거의 여성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 과정에서 보이는 메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입되게끔 만들어져 충분히 만족하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불필요해 보이는 노출이나 따뜻함을 강조하며 늘어지는 전개는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보여줘야 할 한 인물의 일부분은 착실히 전달되었다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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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 차분하나 팽팽하고 부조리한 가족드라마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돈만 벌면 된다는 태도로 반성 없는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형 ‘재완’(설경구)과 공정함과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동생 ‘재규’(장동건). 전처와 사별한 재완은 필라테스, 요가 등 여러 자격증을 따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지수'(수현)와 재혼하고, 재규는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빈틈없이 해내는 ‘연경’(김희애)과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누린다.
어느 날, 평온하던 이들의 가정과 일상이 돌연 깨진다. 재완의 딸 '혜윤'(홍예지)과 재규의 아들 '시호'(김정철)가 학원을 째고 놀다가 길거리에서 노숙자를 폭행해 중상해를 입힌 현장 CCTV 영상이 뉴스로 보도된 것. 재완과 연경은 즉시 혜윤과 시호를 지키려 하고, 재규는 시호의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하지만 재완이 충격적인 진실을 발견하면서 네 가족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영화관에서 봐야 되는 가족 드라마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관객들 사이에서 익숙해진 표현이 있다. '영화관에서 봐야 되는 영화.' 비싸진 영화 티켓을 구매해서라도 스크린으로 봐야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이맥스나 돌비시네마로 보면 더 좋고, 특별관이 아니더라도 영화관이라는 환경에서 봐야만 그 감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 <탑건: 매버릭>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이 표현이 붙는 작품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아이맥스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작품 또는 거대한 스펙터클을 기대할 만한 블록버스터 영화인 경우가 많다. 전자는 <오펜하이머>, 후자는 <듄: 파트 2>인 셈이다. 대부분의 한국 영화 혹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작품들은 '영화관에서 봐야 진가가 나온다'와 같은 평을 받지 못했다.
허진호 감독의 9번째 장편 영화이자 제48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보통의 가족>은 다르다. 겉보기에는 평범하다. 일단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할 법한 작품은 아니다. 등장인물은 줄이고 활동반경을 넓힌 <완벽한 타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보통의 가족>은 영화관에서 봐야 진가가 드러난다. 스크린 가득한 배우의 표정과 제스처, 그리고 음향을 느껴야 비로소 맛이 사는 가족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차분하나 팽팽하게
<보통의 가족>은 제목에 충실하다. 미디어에서 흔히 묘사되는 한국 가족의 전형이 집약되어 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 누가 어머니를 어디에 모실 지를 두고 갈등을 빚는 형제. 며느리 간의 갈등. 입시 때문에 학원 뺑뺑이에 시달리는 아들. 부모 몰래 탈선하는 딸까지. 많은 주인공 중 어느 누군가에게는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밖에 없는 판이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자칫 주말이나 아침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막장극으로 흐를 여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보통의 가족>은 절묘하게 균형점을 잡는다. 가족의 특성을 활용했다. 누구든 부모이기에, 또 자식이라서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이 있다. 영화는 그 감정을 최대한 끄집어내면서 상황이 급작스럽게 반전되더라도, 입장이 달라져도 수긍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극장에서 보는 <보통의 가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난다. 수시로 바뀌는 주인공들의 심경을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배우들의 연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자기가 폭행한 노숙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죄책감이 없는 혜윤이를 보면서 재완은 충격에 빠지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같은 소식을 들은 재규가 병원 구내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입에 쑤셔 넣는 장면도 그의 심경을 꾸밈없이 전달한다.
사운드도 인상적이다. 갈등이 극에 달해 분노가 터지는 순간 적막만이 가득한 식으로 음향을 역이용한다. 재완이 혜윤과 사무실에서 상담하는 장면에서는 대화 내용이 들리지 않는다. 그 덕분에 그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혹은 내렸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재규와 연경이 차에서 말싸움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선택적으로 주면서 온전히 각 인물의 감정선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허진호 감독다운 심리 묘사가 빛을 발한다.
흥미롭고 야심 찬
더 나아가 전개도 흥미롭다. 두 형제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는 과정이 극의 핵심이다. 타락한 변호사 같던 재완과 정의만을 추구하던 소아과 의사 재규. 그들의 자녀 혜윤과 시호가 노숙자를 폭행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고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둘의 입장은 뒤바뀐다. 재완은 어른의 부모의 도리를 하자고 동생을 설득한다. 반면에 재규는 오직 자기 아들과 가족만 살리는 게 중요하다며 폭주한다.
특히 두 형제의 직업이 꽤 의미심장하다. 변호사와 의사. 한국에서 오랫동안 문과와 이과를 각기 상징하는 전문직. 어찌 보면 한국의 대표적인 엘리트 직업이다. 이는 <보통의 가족>이 자칫 작위적이라고 느낄 만큼 다양한 사연을 한 가족에게 쑤셔 넣은 이유와도 이어진다. 그저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보여주는 메타포로써 활용하려는 야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통의 가족>은 마치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한국의 부모 세대, 더 넓은 범주에서는 한국의 엘리트들이 어떻게 가족을 대하며 다음 세대를 길러내고자 하는지를 묻는 셈이다. 즉,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봤을 때 과연 한국 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미래 세대가 겪는 아픔과 문제를 눈 감고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고쳐야 하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물론 거시적 관점에서는 대답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보통의 가족>은 미시적 차원에서 거시적 문제를 다루기에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의사 동생을 활용해 딸의 봉사 실적을 꾸미는 식으로 아이들을 닦달한 결과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채찍질에 지친 아이들에게 잘못의 책임을 온전히 돌릴 수 있는지. 그들이 자기 자녀일 때 공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 한국 사회의 난맥상이 한 가족의 모습에 한가득 담겨 있다.
솔직하나 겸허하게
그래서일까? <보통의 가족>은 허무한 듯 놀랄 만큼 솔직한 결말로 놀라움을 안긴다. 재완과 재규는 마지막까지 평행선을 달린다. 공정한 정의를 추구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듯 보이는 아들 때문에 생각을 바꾼 동생. 가족만 바라보다가 죄책감도,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는 딸을 보며 정의를 쫓기로 결심한 형. 결국 동생은 형을 문자 그대로 들이박는다. 미래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현상을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재완과 재규의 선택마저도 한국 사회를 닮았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없어서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지 아무도 답을 주지 못하는 사회가 두 형제에게서 보인다. 흥미롭게도 <보통의 가족>은 이 상황에서 단언하여 답을 주거나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단지 오프닝과 결말이 이어지는 묘한 수미상관으로써 두 형제 모두에게,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꼬인 실타래의 책임이 있다고 암시할 뿐이다.
상업영화로서는 이 선택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 숱한 갈등을 열린 결말에 가깝게, 싱겁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 메시지를 함께 고려하면 오히려 인상적이다. 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솔직하고 겸허하게 보여주는 용기가 억지스럽지는 않으니까. 다 같이 웃는 가족사진을 보여주면서 진정으로 행복한 가족과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를 묻는 에필로그가 신선하지는 않아도 여운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리하나 안이한
그러나 <보통의 가족>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가족 구성원 중 일부의 시점이 부재하다는 것. 바로 아이들의 시점이 찾아볼 수 없다. 철저히 부모의 시선으로, 기성세대의 시점에서 젊은 세대와 아이들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예를 들어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는 클리셰처럼 쓰이고, 시호의 학교 폭력 문제는 발단부터 해결까지 중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간단히 짚고 넘어간다.
물론 이 소재들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도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 다만 다른 어른들을 보여주는 세밀한 묘사에 비해서는 아이들이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사용된다. 그 결과 혜윤과 시호는 알 수 없는, 그저 악의만 지닌 평면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시호는 눈앞의 상황만 벗어나기 위해 부모도 손쉽게 속일 수 있는 전형적인 비행 청소년이고, 혜윤은 사이코패스일 뿐이다.
결국 메시지도 무뎌진다. 가족 드라마에 빗대어 한국 사회 문제를 보여주려는 게 <보통의 가족>의 의도다. 그런데 그 의도가 정작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를 바라보는 고정관념 섞인 시선을 드러낸다. 젊은 세대를 잘못 자란, 이해할 수 없는, 악마화된 존재로 그리면서 한국 사회가 겪는 갈등을 입체적으로 풀어낼 기회를 놓치고 만다. 예리한 야심과는 달리 <보통의 가족>의 끝이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Acceptable 무난함
차분하나 팽팽하고, 솔직하나 겸허하고, 예리하나 안이하게 담아낸 한국이라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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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K-컬쳐를 논하기 전, 부끄럽게도 우리는 사람 앞에 K-number를 붙여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을 보내왔다. 여기서 K-number는 입양된 한국 아이들의 고유한 번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기록에서 출발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작된 서류와 감춰진 기록들이다.
기록하는 미오카
“나는 생모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없다.”
미오카의 서류를 따라가며 영화가 흘러간다. 기록을 따라 도착한 곳에는 진짜 김미옥은 없다. 미옥 씨는 그럼에도 그 곳의 한 곳 한 곳을 카메라로 촬영한다. 이것이 미오카의 진정한 기록일 것이다. 기록물을 믿기보다 기록하는 주체를 믿어야만 하는 현실. 미오카의 머리 기장과 입양인들의 기억에서 비롯하여 뿌리를 찾아간다. 이것이 조세영 감독이 담고자 하는 기록이다.
입양된 아이들의 삶
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나의 부모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버림받은 기억이 없는데 혹여나 여직 나의 부모가 날 찾고 있을까봐 의무감에서라도 움직인다고 한다. 과거를 모른 채 입양된 아이들은 평생을 ‘정체성’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조작되고 감춰진 50년의 기록
아이들을 화물처럼 모아 입양을 보냈던 기록. 정부와 입양기관의 만행이 속속들이 밝혀지며, 관객석에선 비통의 탄성만이 흘러나온다. 이들은 여직 자신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발뺌한다. 그렇다면 약 2만 명이 되는 아이들의 삶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입양인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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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만에 돌아온 슈퍼배드 4 / 메가 미니언즈의 탄생 / 미니언즈 없는 슈퍼배드는 없다!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슈퍼배드 4"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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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체어> 공식 예고편
어느 명문 대학에서 유색인종 여성 최초의 학과장이 탄생한다.
하지만 영문학과는 모진 파도를 맞고 있는 중.
온갖 요구가 정신없이 들이치고, 기대치는 높기만 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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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르 : 러브 앤 썬더> 30초 예고편
토르와 함께하는 우주 최고의 '갓'매치! ❤️+⚡ 올 여름 가장 짜릿한 사랑과 강렬한 액션을 만나고 싶다면 7월 6일, 극장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