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g2024-03-18 02:26:22
개와 로봇이 알려주는 우리 사랑의 모든 것
<로봇 드림> 스포일러 없는 리뷰

늦여름의 외로움과 초가을의 즐거움
이 영화의 주인공은 혼자 사는 개 도그다. 외로운 주인공. 일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 적적하다. 유일하게 하는 거라곤 집에 앉아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일이다. 혼자 노는 것도 이젠 지쳤다. 느닷없이 옆집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옆 집의 동물들이 보인다. 안 그래도 외로운데 옆집의 동물들은 둘이서 잘들 살고 있다. 쓸쓸함이 깊어진다. 그때, 도그는 특별한 광고 하나를 보게 된다. 그 광고의 내용은 간단했다. 바로 구매자들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주는 인공지능형 AI를 판다는 것이었다. 로봇을 주문하는 주인공. 로봇이 배송된 날에 바로 언박싱을 하며 기계를 만들어본다. 기계에 불빛이 들어온다. 그렇게 개와 또 다른 주인공 로봇과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둘도 없는 친구가 생긴 도그. 도그는 그동안 혼자 사느라 못해왔던 것들을 로봇과 함께 해보기로 한다. 늦여름과 초가을이 시작되는 9월, 풋풋한 사랑이 시작된다.
소리가 왜 필요해
이 영화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은 대사다. 글쓴이가 생각했을 때 이 영화가 가진 '대사가 없다'는 무성영화스러운 특징은 영화의 호불호를 가로지를 요소다. 당연히 대사라는 건 현대의 영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사랑 영화는 누군가에게 인물의 마음을 전달하는 영화다. 그럼 낭만적인 대사를 쓰는 게 영화의 승부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명장면들이 생각난다. <이터널 선샤인>의 엔딩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Okay"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중경삼림>에서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라는 문장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 <로봇 드림>은 위의 두 영화가 고른 선택지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전략을 골랐다. 캐릭터들의 대사를 깡그리 없앤 것이다.
왜? 이 영화가 고른 몇 가지 선택 때문이다. 우선 첫째.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 있다. 음악을 활용한 장면인데 이 영화가 사랑의 속성을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사운드의 유무는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가 사랑에 빠졌던 무언가와의 히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의 카톡 메시지를 기다리며 들었던 ‘스토커’가 있다고 해보자. 그럼 당연히 그 ‘스토커’에 애착이 가지 않을까? 이와 유사하게 사랑이 가진 마법을 음악이 가진 힘과 결합시킨 것이다. 둘째. 이 영화가 묘사하는 이미지의 힘은 이 영화가 가진 연출의 특성을 반영하는 듯하다.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좀 있다. 친절한 이야기 중에서 제일 불친절한 편(?)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미지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해 관객으로 하여금 파편화된 사랑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점에서 연출의 성취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억'을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영화의 OST 후렴구 첫 구절이 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고른 선택지는 다양성이다. 이 영화는 동물들을 캐릭터로 내세웠다. 강아지, 코끼리, 고양이 등등 다양한 동물들이 맨해튼 거리에서 마을을 이뤄 살아가고 있다. 근데 이런 세팅 하에 동물들이 영어를 쓰거나 불어를 쓰면 이상하잖아? 동물들만 있는 세상에 인간의 언어가 나오면 이질감이 굉장히 클 듯하다. ‘인간중심적인 서사’라고 비판받기 딱 좋은 설정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인간의 언어를 쓰면 굳이 동물들이 주인공일 필요가 없다.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가 귀여운 그림체인데 그 매력 하나를 영화 스스로 급감시키는 단점을 초래하는 것이다.
과거에게 바침
글쓴이가 <로봇 드림>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과거 로맨스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곳곳에 보였다는 점이다. 영화의 공간적인 배경에 해당하는 '맨해튼'은 실제 영화 <맨해튼>에 대한 오마주로 보인다. 그 벤치에서 두 사람이 앉아있는 장면이 연상되는 숏이 <로봇 드림>에도 있었다. 플롯의 핵심인 '로봇과의 사랑'이라는 것은 와킨 피닉스가 주연이었던 <그녀(HER)>가 연상된다. 또 AI를 둘러싼 주인공의 리액션을 다룬다는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를 연상케 한다. 단순히 이야기에서 두 영화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녀>에서 주인공이 한참 사랑에 빠진 장면, <A.I.>에서 로봇이 보여주는 리액션은 <로봇 드림>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원스>를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두 주인공이 걷는 장면만 보면 그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오마주라고 하는 것이 영화 핵심에 그대로 작동한다. 우선 접근법이다. <캐럴>에서 인물들의 시선으로 사랑을 묘사했던 방식이 <로봇 드림>에서도 이어진다. 이야기 중반부에 기점 찍고 도그가 이끄는 이야기를 보면 이 캐릭터는 타인을 바라봄으로써 영화가 말하는 사랑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 캐릭터의 시야에 뭐가 보이는가? 가 이야기를 이끄는 것이다. 또 로봇의 시선에서 어떤 것이 보이고, 또 무슨 장면을 관객에게 전달하는지도 영화가 사랑의 의미를 설명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랑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시선과 상상력으로 구현한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중반부 이후의 전개는 <라라랜드>와 <이터널 선샤인>이 우리를 사로잡았던 이유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게 단순히 오마주만 맥없이 따왔으면 의미가 바랠 것이다. 2024년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로봇 드림>은 그 나름의 핵심을 전달한다. 귀여운 그림체와 대사가 없다는 특성만으로도 폭넓은 감정선을 전달하는 연출의 밀도는 일반 관객을 충분히 사로잡을 것이다.
너 하나 기다렸어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최고 강점은 이야기 전개다. 이 <로봇 드림>의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랑하며 느끼는 여러 순간들을 흐름에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연결시켰다는 강점이 있다. 가령 도그->로봇에게 이어지는 관계가 그렇다. 도그는 로봇을 구매했다. 도그가 로봇의 생명을 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문장이 영화 안의 판타지스러운 설정 같아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랑의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들 많이 하지 않나? "이 사람은 나 없으면 안 돼!"같은 것들 말이다. 어디 조직에서 일하는 회사생활부터 시작해 인간관계까지 이런 류의 말들은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은근슬쩍 숨기고 있는 마음이 있다. 바로 반대로 '난 이 사람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로봇 드림>은 이면에 깔려있는 무언가를 다뤘다. 그 순수한 마음이 어디로 도착하는지를 소재로 삼은 영화인 것이다.
물론 이 속성만 다루지 않았다. 이 영화는 첫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기도 하다. 첫사랑과 결혼까지 골인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글쓴이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많다)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역시 글쓴이도 첫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 별 생각을 다 한다. 이 사람을 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도전하는 영화는 그동안 많았다. <노트북>같이 운명적인 사랑을 다루거나 <이터널 선샤인>처럼 재회를 다룬 작품도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첫사랑이 피고 지는 영화였던 <꽃다밭같은 사랑을 했다> 같은 작품도 있다. 이 영화 역시 첫사랑의 역설에 도전하는 것과 동시에 그 나름의 의미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운명처럼 만난 첫사랑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정해진 건 없다. 다만 우리 과거의 무언가에게 "잘했어"라고 격려할 수 있을 뿐. 이 영화는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여러분은 15000원의 거금을 내고 영화관에 갈 만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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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OTT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불편을 느끼던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CJ ENM과 SK스퀘어의 투자와 협력으로 1년 만에 구체화되었습니다.
합병 비율 등의 거래 조건 때문에 시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이나, 내년 가을에 통합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쓰리 빌보드> 마틴 맥도나 감독, 샘 록웰과 재회한다
<쓰리 빌보드>, <세븐 싸이코패스>에서 협업했던 마틴 맥도나 감독과 배우 샘 록웰이 또 한 번 뭉쳐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 <Wild Horse>는 서치라이트 픽처스를 통해 제작되며, 샘 록웰을 비롯해 오스카 아이작, 크리스토퍼 월켄이 출연을 확정 지었습니다.아직 신작의 구체적인 줄거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섬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파라마운트+ 콘텐츠, 2025년부터 쿠팡플레이에서 본다
2022년 TVING과의 계약을 통해 서비스되었던 파라마운트+가 새로운 둥지를 찾았습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소년시대> 등 개성 있는 작품들을 제작해 가고 있는 쿠팡플레이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콘텐츠를 포함해 NCIS 및 CSI 시리즈, <헤일로> 등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들은 2025년 초부터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25년 개봉 목표 한국 상업영화 약 10여편
2025년 한국 영화업계에 대한 어두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최근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CJ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5대 투자배급사의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2025년 개봉 예정 상업 영화들은 최대치로 잡아도 10편을 조금 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투자를 결정하고 내년 촬영에 들어가는 작품은 10편도 안 된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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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트하우스 / The Lighthouse, 2019
지난여름에 개봉한 <테넷>은 관객들에게 복잡한 이해를 요구해 좋고 싫음을 갈랐지만, "로버트 패틴슨"에게는 호불호가 없었습니다.
<트와일라잇>의 ‘그 녀석이 맞나?’싶을 정도로 괄목한 연기를 보여주어 오히려, 입덕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렇기에 그의 성장에 ‘어떤 비결이 있었는지?’에 관객들은 궁금하실 텐데요.
근데, 이는 국내에 한정된 것이었고 이미, 북미 관객들에게 그의 성장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게, 작년 북미에서 제한 개봉한 이 영화 <라이트하우스>라고 합니다.
제작비 400만 달러에 총 수익 $18,113,964로 4배의 수익을 거두고,
로튼은 90%로 북미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끈 영화 <라이트 하우스>는 왜, 국내에서 찾기 힘들었을까요?
극장도 아닌 "VOD"로 직행한 이유에는 이 영화가 흑백이라는 것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익숙하지 않는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런던 비평가 협회"로부터 "남우주연상"을 수상에 성공한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를 단순하게 좋다 나쁘다로 표현할 수 없거든요.
'과연, 어떤 영화이었는지?' - 영화 <라이트하우스>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외딴섬에 등대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서로 교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베테랑인 "토마스"와 신참내기 "이프레임"은 그렇게, 4주 동안 같이 지내기로 하며 서로 근무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토마스"는 "이프레임"에게 자신이 "등대"를 관리할 테니 이에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합니다.
이에 "이프레임"은 규정대로 번갈아면서 해야 하는 것을 말하지만, "토마스"는 '이곳에서는 자신이 규정이며, 따르지 않겠다면 해고'라는 말로 그 의견을 묵살시킵니다.
결국, 일을 하지만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1. 안전한 곳에서 위험한 곳으로 바뀌는 공포!
영화 <라이트하우스>는 109분으로 적은 분량을 가진 영화는 아닙니다.
특히, 90분 내외로 끝을 내는 "공포 영화"임을 생각하면 <라이트하우스>의 분량은 오히려 넘치는 쪽에 속합니다.
그러나 영화 <라이트하우스>의 느낌은 난해하다는 범위를 훨씬 웃돌 만큼 복잡한데요.
이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를 영화가 선보이는 공포라는 것도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들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낯선 곳에서 느끼는 공포"이거든요.
학교를 몇 년이나 다녔는데!
대학교를 논외로 치고, 초중고를 가정한다면 12년을 다니면서 그 공간은 익숙함을 넘어서서 편안함을 줄 겁니다.
하지만 이를 들어가는 데 있어 낯선 이가 있다면, 그 공간을 익숙한 곳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 영화 <에이리언>시리즈는 낯선 존재의 침입으로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곳을 한순간에 무서운 곳으로 바뀌는 공포를 활용합니다.
이처럼 <라이트하우스>는 "등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바탕으로 점차 공포로 바뀌어나가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데요.
이 때문에 관객들은 이에 대한 비밀이 명백하게 밝혀져 확실하게 끝내달라는 소망이 있겠지만, 영화는 이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흑백으로 촬영되어 이 공포를 좀 더 보여주는데 목적을 둘뿐입니다.
2. 그래도, 조금은 알려주시지...
영화 <라이트하우스>는 2019년에 나온 영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흑백으로 촬영된 것도 있지만, 화면비가 상당히 작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 영화에서 흑백은 영화가 내세우는 난해한 설명을 뒷받침하는 방법으로 보입니다.
설명을 가려 극의 신비감을 더하는 것처럼 흑백 처리된 장면들은 보여줄 것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조금씩 밝혀지는 "이프레임"의 과거는 이 영화에서 흑과 백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결국, 이런 영화였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인남"은 어두운 공간에서 "살인"과 같은 죄를 일으키나 발걸음을 옮기는 방향은 "해"와 같은 빛이 있는 곳입니다.
이처럼 죄를 일으킨 인물이 구원을 향하는 것처럼 영화 <라이트하우스>도 이런 의미를 함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어두운 공간에서 나오는 죄들은 "성경"과 맞물립니다.
극에서 "살인"이 나오며, 종종 나오는 등대의 열쇠를 훔치려 드는 "도둑질", 그리고 "자위" 등이 나오며 죄들이 나오는데요.
그렇기에 추후 등대에서 울부짖는 "이프레임"과 등대를 바라보는 "이프레임"의 얼굴은 점차 극명하게 다르게 보입니다.
이는 그의 죄가 얼마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각했는지를 말이죠.
3. 신화와 성경이 오가는 설명들
먼저, 닫힌 등대 아래에 "토마스"를 바라보는 "이프레임"을 보여주는데 빛이 없어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가 힘듭니다.
이는 자신의 죄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인데요.
태양을 맨눈으로 바라볼 수 없듯이 눈부신 등대를 제대로 된 형체로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이프레임"의 이 모습은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못하는 것을 비유하여 보여주는 것이죠.
이외에도 "등대"를 독차지한 "토마스"에 대한 "질투"로 앞에서 열거한 죄들의 계획을 세우니 마지막에 나오는 울부짖는 모습은 이를 직면하게 된 절망은 아니었을까 싶네요.
마지막 장면의 의미는?
근데, 영화는 마지막에 갈매기에 쪼아먹히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라는데 이를 앞에서 리뷰한 것과 연결하면 그의 절망은 더 확실하게 보입니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인간들에게 전달한 인물인데, 과학에서는 인간의 진화에 큰 변화는 "불"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식사가 생식에서 불로 바뀌며, "조리"라는 개념이 생겼으며 "저장"과 이후 "잉여 생산물"이라는 개념까지 확장되었으니까요.
특히, 익혀진 고기로 뇌의 용량마저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니 신화상 내용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된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등대 즉, 불을 마주한 "이프레임"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 원치 않았던 것들까지 목격하며 끝내 추락해 이런 결말을 맞이한 것은 아닐까요?
*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거 파천황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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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채로운 모성애의 면면을 들춰보는 영화
로스트 도터
감독 매기 질렌할
출연 올리비아 콜맨, 다코타 존슨, 제시 버클리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영화제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개인 평점 : ⬛️⬛️⬛️⬜️ (3.5 / 5)
*7월 14일 개봉 예정작
로스트 도터 리뷰 3줄 요약
1. 다채로운 모성애의 면면을 들춰보는 영화
2. 극 중 인물들이 느끼는 불안이 영화 내내 깔려있다.
3. 서사보다는 인물들의 감정과 분위기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 뛰어난 여배우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연기력을 폭발시키는 영화
+ 가정적이고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색다른 정서가 낯설 수 있음.
<로스트 도터> 영화 포스터 [출처: 씨네랩]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
배우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으로 매기 질렌할은 이름부터 짐작할 수 있듯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에 레이첼 도스로 출연한 것이 유명하다.
<로스트 도터>는 이탈리아 작가인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이 원작이며 감독인 매기 질렌할이 각본(각색)과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제31회 고담어워드 수상> (작품, 신인감독, 각본, 주연상) 매기 질렌할 감독 [출처: 네이버 영화]
매기 질렌할은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고, 그 외에도 전 세계 37관왕을 달성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그렇고 배우들이 영화를 연출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하는데, 배우들이 작품을 연출할 경우 조금 더 개성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 즐겨보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곧 개봉하는 이정재 감독의 영화 <헌트>도 기대 중이다.
<로스트 도터>는 배우와 감독을 보면 알겠지만 연출, 각본, 촬영, 주연까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트리플 F등급 영화이다. (트리플 F등급: 감독, 작가, 주요 캐릭터가 모두 여성인 작품) 또한 스토리 역시 원작보다 여성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서사를 담아내었다고 생각되는데, 아직 원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원작 리뷰와 영화 스토리를 비교해본 결과 영화가 조금 더 모성애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을 비트는 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로스트 도터> 스틸컷 젊은 레다(제시 버클리)와 현재의 레다(올리비아 콜먼) [출처: 네이버 영화, 씨네랩]
화려한 배우진의 밀도 높은 연기
우선 주연부터 2019년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올리비아 콜먼이 주인공 레다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에미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으로 유명하고 <로스트 도터>에서도 아주 수준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나는 오히려 그녀보다는 젊은 레나 역을 연기한 배우 제시 버클리에게 더 눈길이 갔는데, 처음 보는 배우였음에도 젊은 시절 레나의 복잡한 감정들을 몹시 잘 담아내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가족을 상대로 세상 귀찮은 표정과 짜증을 부리던 모습과 원하는 삶을 살며 환하게 웃는 그녀의 표정은 이따금씩 아이들을 바라보며 짓곤 하는 미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들 외에도 다코타 존슨이나, 에드 해리스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물론 위의 2명이 이야기를 대부분 끌고 가는 역할이긴 하지만 조연부터 아역까지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참고로 극 중에서 젊은 레다와 함께 등장하는 하디 교수는 감독인 매기 질렌할의 실제 남편인 피터 사스가드이다.
진한 스킨십을 하는 장면도 있어서 알고 나니 신기했던 캐스팅이었다.
<로스트 도터> 스틸컷 왼쪽은 배우 피터 사스가드 [출처: 네이버 영화, 씨네랩]
<로스트 도터> 스틸컷 [출처: 씨네랩]
같지만 다른 두 엄마의 이야기
모성애를 다루는 영화다 보니 여러 모습의 엄마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레다는 엄마를 졸업하고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느낌의 인물이고, 젊은 엄마인 니나는 한참 아이와 가정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과거의 레다는 지금의 모습과는 또 다른 엄마를 보여준다.
틈틈이 등장하는 니나의 친척 컬리 역시 새롭게 엄마가 되는 인물이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인 레다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고 하니 원작을 읽어보면 더 풍부한 이야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한 엄마들의 모습은 엄마라는 존재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서로 다른 상황과 인물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 모든 복합적인 감정과 선택이 모두 모성애라는 단어로 귀결되면서 우리가 평소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모성애의 모습과는 다른 더 풍부하고 복합적인 엄마의 모습을 느껴볼 수 있는 영화였다.
메인 예고편
<로스트 도터> 메인 예고편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유튜브]
※ 아래는 주관적인 감상평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보러 갔고, 영화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로 영화관을 나왔다.
그러고 나서 영화 포스터에 적힌 문장을 보면서 영화를 복기해보니 영화가 조금씩 읽혔던 것 같다.
“아름답지 않고 희생하지 않는 엄마에 대하여”
극 중에서 이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전달하는 인물은 젊은 시절의 레다이다.
레다는 번역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꽤 커리어를 잘 쌓아가고 있었는데, 그런 레다에게 두 명의 아이는 계속 돌봐줘야 하는 불편함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정을 떠나서 일과 자유를 선택한다.
자신의 실력을 알아봐 주는 유명 교수와 사랑에 빠져 가족을 떠난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녀가 아이를 대하는 모습에서 조금은 불편함이 있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크게 의지하고 많은 관심을 갈구한다. 물론 이런 부분이 부모에게 때때로 귀찮고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레다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 <금쪽같은 내 새끼>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떠올랐다.
가끔 문제 아이들의 행동의 원인이 부모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있는데 아이가 엄마가 싫어하는 행동으로 부모의 관심을 끌고 있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약간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영화 속에서 레다의 첫째 아이 비앙카는 마치 사고로 죽은 것처럼 묘사된다. 이는 레다에게 상처받은 비앙카의 모습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어쩌면 레다와 비앙카의 관계가 끊어졌던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물건이 있으니 바로 인형이다.
처음에는 니나의 딸인 엘레나가 아끼는 인형이 중요한 물건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후 이 인형을 레다가 충동적으로 훔치게 되는 것이 주요한 사건인데, 이는 약간의 죄책감과 자신이 놓았던 모성에 대한 집착처럼 느껴졌다. 이후 젊은 레다가 첫째 비앙카에게 자신이 아끼던 인형 미니 마마를 물려주는 장면에서 인형이 한번 더 등장하게 되는데, 여기서 인형은 엄마에게서 아이에게까지 이어지는 사랑의 되물림처럼 등장하지만 곧 레다의 무관심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물건이 된다.
레다는 아이와 놀아주는 대신 자신이 아끼는 인형과 놀고 있으라는 말로 비앙카에게 소홀하게 대하고 화가 난 비앙카는 레다의 인형인 미니 마마에게 낙서하고 괴롭히는 것으로 화를 표출한다.
하지만 레다는 자신이 준 인형을 아끼지 않는 비앙카에게 오히려 화를 내며 나무라다가 이럴 거면 버리자면서 밖으로 던져버리고 인형은 산산이 부서진다.
이 장면은 자신보다 인형을 더 아끼는 듯한 모습으로 비앙카의 산산이 부서지는 마음을 대변함과 동시에 아이에게 실망하고 완전히 부서져버린 레다의 모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피를 흘리는 레다가 해변에 누워서 두 딸과 통화하는 장면을 보면 두 아이는 어엿한 어른으로 잘 자랐고, 서로 안부를 나누고 대화하는 여느 가족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로서 모성이랑 가족이라는 관계 역시 한순간에 마법처럼 생기는 것이 아닌 여러 시간과 많은 노력을 통해 형성되는 다른 관계와 다르지 않으며, 우리가 가족 간의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는, 모두가 힘든 현실과 육아 속에서 부담을 느끼면서 무한한 사랑을 품어낼 수는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뛰어난 연기력과 함께 모성이라는 단어 속에 가려진 엄마라는 존재가 가지는 다양한 감정을 엿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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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받는 축복
너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언젠가 헤어지자는 연인에게서 끝인사로 건네받은 말이다. 그런데 마침표가 찍힌 기억이 어찌 좋을수만 있으랴. 이 기억들은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나의 미숙했던 과거를 꾸짖으며 떠오른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지. 이놈의 기억은 꼭 잊고 싶은 장면만 선명하다. 기억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나를 괴롭게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또 그만큼 가르친다. 삶을 단순하게 '탄생에서 죽음까지'라는 직선운동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기억함으로써 반성하고 그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성장한다.김희정의 영화 <프랑스여자>는 '과거의 기억'을 쥐고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영화다.
영화는 프랑스의 한 술집에서 미라(김호정)가 프랑스인 남편 쥘(알렉산드르 구안세)에게 불륜 사실을 통보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무대는 한국으로 바뀌고, 미라는 함께 대학을 다니던 영화감독 영은(김지영)과 연극연출가 성우(김영민)와 재회한다. 그런데 그는 8년 만에만난 대학 동창들의 대화에 잘 끼지 못하고,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용히 자리에서 벗어나 술집 밖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는데,놀랍게도 술집에는 조금 전까지 함께한 영은과 성우 대신 20년 전 대학생의 얼굴을 한 성우와 영은, 그리고 성우의 전 여자 친구이자 2년전 자살한 후배 해란(류아벨)이 있다. 미라는 여전히 중년 여성의 몸 그대로지만 놀란 기색도 없이 자연스레 그들과 섞인다. 그리곤 성우와의 키스를 해란에게 들키는 장면을 끝으로 꿈에서 깨어난다. 이 시퀀스를 시작으로 미라의 '대학 시절', '프랑스 시절', '현재의 한국'의세 이야기가 어지럽게 섞이며 전개되는데, 영화가 절정에 다가설수록 세 층위의 이야기는 점점 더 뒤죽박죽 뒤섞여 어느 순간에는 경계조차 분간하기 힘들어진다. 시간과 공간, 현실과 기억과 꿈이 위태롭게 연결되는 장면들에서 유일한 알리바이는 미라의 신체다. 그런데 그는 세 가지 시공간 모두 조금씩 비껴가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마치 길을 잃은 사람처럼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외국인이었던 그는, 한국에서는왠지 프랑스가 더 어울린다는 말을 듣는다. 과거의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아 영은과 상우가 늘어놓는 추억에도 끼지 못하고, 배우의 꿈을 포기한 자신과는 다르게 꿈을 직업으로 이어가는 그들의 대화에서도 미라는 이방인이다. 이 지점들에서 그는 조용히 화장실로 가 거울을 보는데, 이 행위는 미라가 유일하게 자신의 육체가 현재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러서는호텔 방의 거울에서도 쥘의 모습이 나타나고 호텔에 찾아온 상우가 쥘로 겹치기도 하는 등, 거울 속에도 환상이 침범하면서 현실, 기억, 과거를 따로 떼어놓을 수 없게 된다.
<프랑스여자>는 마지막 순간에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온다. 첫 장면처럼 쥘에게 불륜 고백을 들은 미라는 다시 거울 앞에 서는데, 이때 영은에게서 온 문자를 통해 첫 장면과 다시 돌아온 첫 장면 사이의 과정이 사실은 미라의 망상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곧이어 미라가 있던 술집에 테러가 발생하고, 무너진 건물에 깔린 미라는 죽음을 앞둔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영화 내내 미라를 괴롭히던 해란의 망령은 죽어가는미라 앞에 나타나 "언니 일어나. 사람들이 왔어."라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미라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눈을 뜬다. 어떻게 미라는 죽음의 순간에 해란의 망령과 화해할 수 있었을까. 세 층위의 이야기는 영화 내부에서도 언급되는 프랑수와 트리포의 영화 <쥴 앤 짐>처럼 각각삼각관계를 이룬다(미라-성우-해란, 미라-성우-성우의 부인, 쥘의 내연녀이자 미라의 후배-쥘-미라). 주목할 점은 미라의 자리바꿈이다. 해란이 성우에게 그랬던 것처럼 미라는 쥘에게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는지 의심하고, 어느 순간 미라의 등에 생긴 흉터는 자살하기 전 자해한 경험이 있는 해란의 육체와 겹쳐진다. 마지막 순간, 죽음까지 눈앞에 두게 된 미라는, 해란이 죽어가던 과정을 그의 위치에서 체화하면서 죄책감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던 해란의 망령과 화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해란이 이미 죽었기 때문에 온전한 화해라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괴로워하는 미라와 영화의 혼란스러운 인과와는 별개로, 이 영화에는 기억과 삶의 환대가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바로, 영은이 미라에게 '바나나 우유'를 건네는 순간들이다. 영은은 감정을 잘드러내지 않는 미라에게 거듭 말을 건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프랑스어가 아니라 모국어다.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의 "나의 조국은 모국어"라는 말처럼 무대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뒤 영은과 미라가 나누는 일상적인 한국어 대화는, 외국어가 주는 경직을 무화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모국어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대화는 기억의 공유다. 누군가의 기억과 내 기억이 연결되는 고리. 그 얕은 이음새에서 우리는 그 순간 우리가 거기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라가 즐겨 마시던 바나나 우유를 잊지 않고 선물하는 영은의 섬세함은, 나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당신에게도 남아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기억받는 축복'이라고 부르고 싶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헤운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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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디그/The Dig, 2021>
외국을 배경으로 한 역사 영화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거기에 고고학이라는 새로운 소재도 더해진다면, 처음 보는 형식의 영화를 만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에 새로 공개된 <더 디그>가 바로 그런 영화다. 흥미로운 소재와 탄탄한 출연진으로 바탕으로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 <더 디그> 리뷰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드리운 시절, 어느 한 부유한 미망인이 아마추어 고고학자를 고용해 자신의 땅의 있는 무덤들을 발굴하기 시작하고, 그 무덤 속에서 역사를 뒤바꿀 부장품들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역사와 고고학이라는 나름 신선한 주제를 이용해 우리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인류의 미래 등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의 삶과 죽음도 역사의 일부분이고 후대에게 물려줄 전유물이 될 테니까. 조금 부족한 연출력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나름 생각할만한 문제를 던져준다. 고고학이라는 주제 자체의 색다름은 물론, 발굴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점점 진행되는 발굴 과정과 방해와 협력 등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에서 오는 재미도 충분히 있는 편이다. 정적인 분위기로 끌고 가 굉장히 건조하고 고전적인 이미지가 연상되는 점은 나름 인상적이고, 광활한 무덤의 풍경을 보여주는 촬영이 참으로 환상적이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둔 20세기 영국의 환경을 생생하게 살려낸 미장센들도 영화의 장점이다.
다만 영화 자체는 조금 아쉽게 다가온다. 영화는 시작부터 굉장히 빠른 전개와 생략을 통해 극을 풀어나가고, 세세한 설명도 없어서 약간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요소 때문에 영화가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순간, 앞서 말한 건조하고 고전적인 이미지의 영향으로 굉장히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거기에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드는 장면들도 종종 보이며, 인물의 심리묘사도 약간은 아쉽게 되는듯한 감이 있다. 거기에 러브라인까지 등장하는데, 사족 처럼 느껴진다. 이 러브라인은 따지고 보면 불륜인데, 이 관계의 주인공이 릴리 제임스 인건 참 아이러니하다. 극의 마무리도 급하게 얼버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많은 것을 담고 싶은 욕심으로 인해 흘러넘치거나, 혹은 폭발적인 감정을 드러낼 때 지나치게 절제한다. 완급조절이 상당히 아쉽다.
이런 극 속에서 배우들은 여전히 분한다. 캐리 멀리건은 참 매력적인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인사이드 르윈>에서 처음 만난 배운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그녀가 맡은 캐릭터인 이디스 프리티 자체가 참 애매하게 그려져있는데, 캐리 멀리건은 프리티 부인이 겪고 있는 고민, 고통, 걱정을 잘 표출해낸다. 레이프 파인즈도 참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연기한 듯싶다. 빌런이 잘 어울리는 레이프 파인즈가 이런 고고학자 연기가 어울릴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나 름 중요한 위치에 있는 릴리 제임스는 참 아쉬운 배우다.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보고 빠져버린 배운데, 논란이 생겼으니 참. 어쨌든 그녀의 연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엠마>에서 안야 테일러 조이의 상대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자니 플린도 열연하며, 굉장히 익숙한 배우인 켄 스콧도 얼굴을 비춘다. 넷플릭스의 화려한 출연진을 볼 때마다 새삼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놀란다.
분위기나 촬영이나 나름의 재미나, 여러모로 재밌는 요소는 갖췄지만 부족한 연출력이 아쉽게 다가온 영화다. 역사 영화나, 혹은 20세기 영국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게 본 영화, <더 디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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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저는 단순히 영화는 영화, 내 삶은 내 삶이 아니라, 내 삶과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터 '선이정'님 인터뷰
방자까님에 이어 오랜 시간 씨네랩과 함께 해온 크리에이터 선이정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세상 곳곳의 작은 목소리를 들으려 애쓰는 선이정님의 일과 영화 그리고 글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까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저는 씨네랩에서 ‘선이정’이라는 크리에이터명으로 글을 쓰고 있고, 본업은 NGO에서 해외 사업을 합니다. 시민분들께서 후원해주신 후원금으로 아프리카에 식수를 전달하거나, 학교를 짓거나, 여자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전달하는 등의 일이에요.
그동안 계속 궁금했었는데 크리에이터명을 ‘선이정’으로 짓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제 이름이 ‘선’으로 끝나요. 그래서 예전에 인도에 살 때 사람들이 저를 ‘Sunny’라고 불렀거든요. 그때 미국인 한 분이 잠깐 오셨었는데, 한글을 배우는 분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제 이름을 한글로 쓰면 ‘써니’라고 쓰는데, 이분은 항상 ‘선이’라고 쓰는 거예요. 그게 너무 귀여워서 사용하게 되었어요. 거기에 이제 성씨인 ‘정’을 더하면서, ‘선이정’이 된거죠.
NGO 단체에서 처음 일하게 되신 것도 인도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나요?
저는 원래 인도에 있을 때 NGO 파견 단원이었어요. 그래서 인도에서 귀국할 때 ‘NGO 일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어요. 싫었던 건 아니지만 할 만큼은 한 것 같아서 다른 일을 하려고 생각하며 한국에 왔고, 수험생활을 한 1년 정도 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하나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거예요. 제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라서, 저한테 그 친구의 존재가 너무 당연했더라고요. 저에게는 처음 겪어보는 상실이었어요.
그 일을 겪고 우울한 시기를 보냈는데, 도저히 온 힘 다해 공부할 힘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진로를 고민하다가 인도에 살 때 그곳의 아이들을 위해서 일할 때가 제일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슷한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공부를 할 때 매일 국제 뉴스를 봤거든요. 그때가 한창 시리아 내전이 심할 때라서 뉴스마다 시리아 아이들 사진이 나왔어요. 울고 있는 것도 아니고, 멍한 표정의, 아이들이 지을 수 없는 수준의 절망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이 마음에 많이 남았어요.
마음이 힘들었던 차에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진로를 정하게 됐죠.인도에서의 생활과 개인적인 경험 자연스럽게 현재의 일로 이끌었네요. 그래도 이 길을 걷고자 하신 지 꽤 시간이 지났어요. 그 사이에 다른 일을 해보고 싶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NGO 단체에서 일하게 되는 동력이 무엇인가요?
저도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기는 해요.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그래도 이 일을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른 세상에 있는, 저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직업은 이야기를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 손으로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또, 후원자와 후원아동,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일들도 즐거워요.
(선이정님 추천작, <목소리들>(2025))
하시는 일을 통해 경험하시는 일들이 영화의 취향이나 선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할 것 같아요.
네, 엄청이요. 저는 영화제를 처음 다니게 된 계기 자체가 인도 영화 보기 위해서 였어요. 3년을 살았기 때문인지 인도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영화제에 가서 인도 영화를 한두 편씩 봤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리아 다큐멘터리처럼 본업과 연관된 작품도 보게 되고 하면서 영화제를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지금도 블록버스터 상업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나 사람들이 잘 안 보는 영화, 그런 영화를 엄청 좋아해요. 제3세계 영화 있잖아요. 제작 국가에 국가 이름 5개 정도 들어 있는… 그런 영화 있죠? (웃음) 딱히 국가를 보고 고르는 건 아닌데 시놉시스를 읽고 고르면 국가가 그렇게 분포가 되어 있어요. (웃음) 또, 개봉 절대 안 할 것 같은 영화도 영화제에서 영화를 고르는 포인트 중 하나죠.(개봉하는 영화는 나중에 봐도 되니까요. 영화제에서는 특히 여기 아니면 절대 못 보겠다 싶은 영화들이 있죠.)
네, 특히 영화제때 보면 난민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영화가 많잖아요.
이것도 일종의 자해라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웃음) 왜냐하면 다큐는 특히나 푸티지 자체가 정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보기 힘들기도 하고, 폭력 상황은 배경도 비슷하게 보이거든요. 미얀마나 홍콩이나… 흔들리고, 최루탄 터지고 이러면 비슷한 장면들을 계속 보다 보면 멀미도 나고 힘들거든요. 그래도 약간 의리를 지키는 느낌으로 보러 가죠.그렇게 일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영화를 좋아하다 보면 피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일을 하다가 힘들어지는 부분을 오히려 영화를 보면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얻기도,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는 거죠.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있잖아요. 그 말에서 저는 희망을 얻어요.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외로울 때가 있거든요. 요즘 누가 후원해? 아프리카 아동이 중요해? 자기 삶이 중요하지! 그런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릴 때가 있어요.영화는 안 그렇죠. 각자도생을 주장하는 영화는 보통 별로 없잖아요. ‘영화’라는 매체 자체도 협업을 통해 완성되고, 영화에서 전하는 메시지도 대부분은 희망을 말하고 싶어하죠. 그렇게 영화 사이에 담긴 희망을 발견하면서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힘을 내게 돼요.
관련해서 영화를 보고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소셜 모임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처음에는 영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기존에 있는 활성화된 일반 영화 사교 모임을 나가기엔 에너지가 없고,
진짜 조예가 깊은 영화인들 모임에 나가기엔 그곳에서 제가 할 말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갈 수 있는 영화 모임은 어디일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영화 얘기는 뭘까’ 고민 했죠.
몇 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리아에서 탈출하여 난민이 되기 전까지의 과정들을 이야기로 담은 <전장의 피아니스트>(2022)라는 영화를 본 생각이 났어요.
그 영화를 보고 나와서 혼자 있는데, 너무너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영화가 개봉하고 동종업계 친구들 데려가서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눴죠.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영화를 매개로 소셜 이슈를 이야기하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어요.
근데 모든 영화가 난민 같은 이슈를 주제로 하고 있지는 않잖아요. 그런 얘기만 하다 보면 한계가 있어서, 현재는 넓은 범위의 소셜 이슈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플랜 75>(2024)를 보고 나서 ‘우리는 과연 불안 없이 노년이 된 우리를 상상할 수 있는가?’, ‘이런 법안이 시행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런 얘기를 함께 나누죠,하나의 영화를 보더라도, 함께하는 사람들 각자의 해결하고 싶은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니까 전 방향으로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혼자였다면 생각하지 못할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그럼 소셜 모임의 처음과 지금, 선이정님에게 변화를 가져온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영화 얘기 같이 하고 싶어서 시작하긴 했지만 이 모임이 저를 엄청나게 변화시킬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냥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을 좀 더 알게 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소셜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같이 하는 것. 또,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나와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많아요.
거기에 영화가 진짜 좋은 매개체라는 걸 느끼죠. 정말 난생 처음 보는 사람끼리 이름도 모르고 이야기를 하는데, 본인의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영화를 매개로 하다 보니 인물에, 스토리에 기대 예민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하게 되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영화라는 매체의 힘을 느끼게 되었어요.(선이정님 추천작, <되살아나는 목소리>(2024))
영화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선이정님에게 삶의 이정표 같은 영화, 내가 흔들릴 때마다 보고 싶은 영화가 혹시 있을까요?
음, 삶의 이정표까지는 아닌데 저는 마음이 힘들 때 <아멜리에>(2001)를 봐요.
쭉 한 번에 보지도 않아요. 그냥 틀어 놓고 밥 먹으면서 오늘 여기까지 보고, 그 다음 날 청소하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보고 하는 식으로 보죠.
<아멜리에>를 보면 행복해져요. 주인공도 그렇고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가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거든요. 그리고 혼자 살다 보니까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지친 감각이 아멜리에가 처음에 도시에서 느끼는 외로움, 그리고 사랑을 찾아 나서는 마음과 공명이 되더라고요.
또, 색감이나 이런 것도 예쁘니까 그냥 보고 있으면 저한테는 약간 행복특효약 같아요. 어떤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틀어 놓으면 행복해지는 영화예요.그리고 제일 많이 본 영화는 <러브레터>(1995)예요.
<러브레터>는 영원히 사랑할 것 같아요. 작년에 오타루를 갔거든요. 홋카이도에서 오타루로 가는 기차에 올라 내리는 눈을 보며 OST를 듣는데, 진짜 첫사랑 만나러 가는 기분인 거예요. 진짜 첫사랑을 만나러 갈 때도 그렇게 설렌적이 없는데. (웃음) 내 첫사랑이 이 영화였구나 그 때 다시 한번 느꼈어요. (웃음)음, 영화를 볼 때 이 작품 명작인 건 알지만 나의 5점을 줄 수 있는 영화는 다르잖아요.
4.5점을 주는 영화와 5점을 주는 영화의 차이점을 만드는 기준이 있을까요?심장을 쳐야죠. 내 심장을 폭행했다. 그럼 5점이죠. 근데 그게 기준이 없어요.
그냥 얻어맞는 거예요. (웃음)((웃음) 어떤 영화에 심장을 때려 맞은 건가요.)
작년에 개봉한 <되살아나는 목소리>(2024)라는 독립 다큐가 있어요. 박수남, 박마의 감독님이라고, 모녀가 같이 만드신 작품이에요. 그걸 보고 저렇게 살고 싶다, 저렇게 혁명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님 작품 중에 개봉 안 한 작품인데,
<천상의 육체>(2011)라는 작품이 있어요. 그게 또 제 심장을 치고 갔어요.그럼, 일반적으로 영화를 볼 때 가장 주목해서 보는 지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의외로 영화 속의 공간을 주의 깊게 보는 것 같아요.
사실 예산의 차이가 있으니까 예산이 작은 영화는 공간도 조금 어설플 수 있잖아요.
그래도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그 에너지가 저를 그 영화에 스미도록 만들면 좋다고 느껴요. 다큐 같은 경우는 공간을 고를 수 없으니까 조금 다르긴 하지만요.(제일 좋아하시는 영화 속 공간이 있을까요?)
지금 생각나는 건 <페인 앤 글로리>(2019)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워낙 원색 많이 쓰고 공간을 예쁘게 쓰잖아요. 그 중에서도 어린 시절 장면에 등장하는 공간이 따뜻해서 좋았어요. 진짜 ‘이거다!’ 싶은 공간은 지금 딱 기억이 안 나네요. (웃음)
아, 최근에 좋았던 영화는 <더 폴: 디렉터스 컷>(2024)이 생각나네요.
어렸을 때 봤을 때는 그 정서가 잔인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잔인하게 느껴졌는지 말을 못 했거든요. 장면만 놓고 보면 더 잔인한 영화들이 많은데, 나는 왜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해서요.
그런데 커서 다시 보니까 그 ‘왜’가 제 안에서 언어화가 되더라고요. 절망에 빠진 사람을 절망의 끝까지 밀어 넣는 과정이 잔인했던 거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에서 빠져나오려 싸우는 모습이 지금은 좋게 느껴지더라고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죠.
저 주목하는 거 공간 아닌가 봐요. 그런 에너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웃음)
청춘 영화들도 왜, 그런 에너지 있잖아요.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그런 느낌의 에너지를 전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시작되는 영화들이요.
공간은 아닌 걸로, 그냥 허세의 답변이었던 것 같습니다. (웃음)(공간도 좋고 에너지도 좋고 둘 다 중요한 것으로 하겠습니다.(웃음))
남들은 잘 모르지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도 있을까요?
아직 개봉 안 했어요. 아마 곧 개봉할 것 같은데 <호루몽>이라는 작품이에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 작품인데, 자이니치로 살아가시는 분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헤이트 스피치와 싸우는 인물의 법정에서의 시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어>(2022), <카운터스>(2018) 하셨던 이일하 감독님 작품이예요.
저는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어요.구성적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그 주인공이 되는 인물을 사랑하면 그냥 사랑하게 되잖아요. 그분이 에너지가 넘치고, 또 혐오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여성으로서 굉장히 많은 힘을 얻게 된 영화예요.
글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처음에 영화로 긴 글의 리뷰를 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단순히 좋아서 시작했어요. 제가 어떤 영화를 봤는데, 제 눈에 이런 것들이 보였다는 게 너무 좋아서 시작했죠. 제가 초반에 쓴 글은 거의 그냥 줄거리 요약이에요.
그저 신나가지고 써서 인터넷에 올려놓았는데, ‘진진’에서 개봉하는 영화 시사회를 초대해 주신거예요. 신기했죠. 그렇게 보고, 쓰고 것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쌓이고 쌓여서 여기까지 왔네요.글을 쓰다 보면은 감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경우가 가끔 있죠. 요즘은 영화를 볼 때 쓰면서 보거든요.
시사회나 영화제 같은 경우에는 리뷰를 제한된 시간안에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일을 하니까 하루 종일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영화를 볼 때 꼭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노트에 필기를 하면서 보는 거죠. 그래서 감상이 잘 변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있기는 해요.
쓰다 보니 더 좋아지는, 그러니까 볼 때는 감정만 있었다면, 쓰면서 좀 더 명확해지는 때가 있어요.그런데 글로 기록하는 것의 장점은 영화를 만든 사람의 시간에 대해 내가 애정을 갖게 되는데에 있는 것 같아요. 자세히 뜯어보면서 글을 쓰다 보면 만든 사람의 의도를 알아채고, 이해하게 되는 거죠.
(선이정님 추천작, <말없는 소녀>(2022))
보니까 거의 150개의 리뷰를 올리셨어요. 꾸준함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어떻게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나요?일단은 아직 좋아서 해요. 영화 보는 것도 좋고, 그걸 글로 쓰는 것도 좋아요. 게다가 씨네랩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계속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죠.
예전에는 제가 이걸 계속해도 될까 고민이 많았어요. 혼자 좋아서 하는데, 취미라기에는 들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거죠. 그쯤에 씨네랩를 만나서, 계속 새로운 기회들이 만나게 되었거든요. 이제 더이상 이걸 계속해도 될까 라는 질문은 하지 않아요.그럼, 안 써지는 글들을 쓰시는 노하우 같은 것도 있을까요?
없는데, 있으면 정말 배우고 싶네요. (웃음)
저는 만약 어떤 영화의 메시지가 나에게 와닿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태풍 클럽>(1985)이 그런 작품이었거든요. 사람들이 이 영화에 감탄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저에게는 너무 불편했어요. 아주 옛날 영화라서 중간에 폭력적인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저한테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이 영화가 전하는 대단함이 저는 유쾌하지 않았죠.이 감정에 대해 한참 생각을 하다가, 긍정적인 리뷰는 아니었지만 박경리 작가가 일본에 대해서 쓴 ⟪일본 산고⟫라는 책과 연결지어서 리뷰를 작성 했어요.
반대로 <서브스턴스>(2024) 같이 너무 좋은 감정에 압도되어서 정리가 안 돼서 못쓰는 경우들도 있어요. 그런 경우에도 다른 책과 연관 짓거나 해서 작성하죠.
결국 영화만으로 정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책과 같이 다른 인풋이 많아야 글도 잘 쓰게 되는 것 같아요.그리고 예전에 도움 많이 받은 말이 있어요. ‘정확하게 칭찬하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신형철 평론가가 하신 말씀인데, 그 말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이 영화의 장점을 못 봐도, 이 영화의 장점이 분명히 있고, 그것들을 잘 찾아내고 싶다. 그저 단어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감정의 이유를 좀 더 정확하게 말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을 할 때 그 말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씨네랩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주셨어요. 계속 함께해 주시는 마음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처음에는 멋 모르고 시작을 했어요. 계속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하이스트레인저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죠. 그러면서 너무 이 영화 생태계에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영화 업계에 진짜 맑은 물 붓는 것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긴장도 했죠. 그런데, 앞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다짐하며 말씀해 주셨던 부분들, 시사회나, 영화제 프레스 같은 부분들과 같이 점점 뭐가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보이니까 더 함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그럼, 오랜 활동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두 번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 제천은 비도 많이 오고 처음 가본 곳이라 동선이나 시간을 정하는 데 미숙했다 보니 정말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요. 두 번째 제천은 정말 행복해서예요.
둘 다 다른 의미로 강렬해서 잊혀지지가 않아요. (웃음)
첫 번째 제천은 기자단 활동을 함께한 방자까님과 한동안 제천 얘기밖에 안했어요.그리고 그다음 제천에서는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이와이 슌지 감독님과 사진도 함께 찍고 해서, 제천이 강렬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때 인터뷰도 진행 하셨잖아요. 이번에 인터뷰 준비하면서 그 때 인터뷰를 진행해 주신 크리에이터분들의 대단함을 느꼈어요.
저는 직업상 종종 인터뷰를 할 때가 있어요.
현장에서 주민들이나 아동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할 때가 있는데, 사실 되게 힘들거든요.
인터뷰를 해본 적이 없는 분들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제가 원하는 답으로 유도하는 것처럼 될 수 있어서 질문을 잘 짜야 해요.
하지만 감독님들은 본인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된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최근에 회사에서 영화 상영회 분기별로 진행해서 GV를 함께 하고 있거든요.
그것도 처음엔 정말 무서웠는데 세상에 완벽한 GV는 없다는 마음과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만 전달되게 하자고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그럼, 선이정님께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영화들이 있을까요?작년 8월에 개봉한 <이오 카피타노>(2023)라는 영화가 있어요.
사람들이 난민이 주인공인 영화를 생각하면 시리아같은 분쟁 지역을 생각하는데, <이오 카피타노>의 주인공 에드는 세네갈에서 왔어요. 거기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분쟁이나 어떤 특정한 사건이 있는 곳은 아닌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세네갈을 나와서 유럽까지 가는 여정을 담았어요.이 영화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진짜 난민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구나 세상에 내가 모르는 현실이 이렇게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영화예요. 국제개발협력 업계에 있는 제게도 너무 낯선 현실이었어요. ‘리비아 불법구금’이라고 흔히들 얘기하는 걸 들어만 봤거든요. 그냥 불법 구금 하나 보다 했는데, 그 불법 구금이 얼마나 끔찍한 형태인지를 이 영화로 처음 본 거죠.
그리고 또 하나만 더 이야기하면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2022)인데요. 누구나 어떤 상황에 처해 목소리를 내게 되는 일이 삶에 찾아올 수 있잖아요. 그들을 지켜줄 보호 장치가 없을 때 정말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죠. 그 상황에서 너무 아름다운 저항을 하는 영화였어요. 게다가 영화에서 보여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통해 고민하게 만드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와 같은 영화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이런 영화 리뷰를 쓰실 때 리뷰를 봐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쓰시기도 할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영화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영화의 숨어 있는 의미를 잘 찾는 사람도 아니예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영화가 촉발한 감정을 적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이 이제 제 일과 관련된 영화일 때는 그것에 대한 설명을 좀 더 서술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설령 본인이 이 영화에 대해 느낀 감정이 아니더라도, 제 글에서 묻어나는 감정을 읽고 ‘그래 이런 감정도 느낄 수 있지.’하고 공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업에 관련된 영화에 대한 글을 읽을 때는 친절하게 정리된다고 느꼈으면 좋겠고요.
예를 들어 <신성한 나무의 씨앗(2024) 리뷰 같은 경우에는 제가 이란의 상황을 같이 정리해서 올렸거든요. 이런 내용이 영화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그것을 나누려는 마음은 또 어떤 마음인지 들어보면서 오늘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제가 살면서 겪어볼 수 있는 일의 총합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어떤 경우에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상상조차 못할 때가 있잖아요. 힘든 일을 겪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 힘듦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이 보여지는 지 상상할 수 없죠.
영화는 살아본 적이 없는 삶을 간접적으로 상상하게 하고, 살게 하면서 내 안에 나도 몰랐던 나를 끄집어내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함께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좀 더 풍성해지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 더 좋아지는 거죠.
저는 단순히 영화는 영화, 내 삶은 내 삶이 아니라, 내 삶과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이 저에게 있어 영화의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아요.
사람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을 살피는 선이정님의 따듯함을 느끼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영화를 사랑하는 한 명으로서 큰 힘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세상을 연결하고자 하는 선이정님의 마음이 더 많은 분들에게 닿아 세상에 필요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선이정님이 추천하는 '몰랐던 세상을 알게 만들어주는 영화' 3편!
🎬 <목소리들> / 지혜원 감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책을 아시나요? 그 책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모든 분쟁과 재난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먼저 칩니다. 약자는 약한 사람이 아니라 취약한 자리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다시 말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기에 분쟁과 재난 앞에 더 민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주 4.3사건은 분쟁/재난이라기보다는 국가폭력사건이지만, 약자의 얼굴이 더 쉽게 지워진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김군> 볼 때도 느낀 건데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사건이라고 해서 상처도 과거의 문장이 된 건 아니라는 걸... 이 영화에서 덜덜 떠시는 한 분의 모습 앞에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 <되살아나는 목소리> / 박수남, 박마의 감독
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특히 이런 어마어마한 분의 다큐멘터리는 마음을 쉽게 떠나지 않아요. 기억은 기록이 되고, 기록은 또 다시 기억이 되고, 그 사이 감상과 해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박수남 감독님의 탁월한 기억과 기록을 보며 “저런 삶이 가능하구나! 너무 멋지다!” 하고 무릎을 쳤어요. 이 영화를 스무 살에 보았다면 아마 다짜고짜 일본에 가서 제자로 받아달라고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록하는 삶이 얼마나 힘있는지, 제게 그 경계를 폭발적으로 열어준 영화입니다.
🎬 <말없는 소녀> / 콤 베어리드 감독
클레어 키건 소설 <맡겨진 소녀>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원작 소설과 각색 영화가 결이 너무 일정해서 경이롭습니다. 클레어 키건을 좋아하신다면 꼭! 추천드려요.
제게 이 영화가 인상깊었던 이유는,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돌봄의 객체일 뿐 아니라 돌봄의 주체가 되기도 해야 하는구나 느껴서예요. 우리는 흔히 돌봄 받지 못하는 아동들을 생각하고, 의무감이나 선한 마음으로 손을 내밀기 쉽습니다. 그러나 돌봄은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요즘 세상에 너무 쉬이 잊힌 마음이지만, 제가 일할 때마다 생각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나는 행복하였네라!“ (시 <행복>, 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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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메이커 리뷰」실제 역사와의 차이점 22가지 | 킹메이커 영화리뷰(*스포일러) | 킹메이커 역사
? "킹메이커(2022)" 영화와 실제 역사 비교영상 (*스포일러)
어디까지 실화이고 어디까지 픽션인가??
- 킹메이커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감독: 변성현
각본: 변성현, 김민수
제작: 이진희
촬영: 조형래
조명: 이길규
미술: 한아름
음악: 김홍집, 이진희
편집: 김상범
출연: 설경구, 이선균 외
제작사: 씨앗필름
배급사: 대한민국 국기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촬영 기간: 2019년 3월 25일 ~ 2019년 7월 30일
개봉일: 대한민국 2022년 1월 26일
상영타입: 2D : 디지털
화면비: 1.85:1
상영 시간: 1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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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나병의 영화정보 #2? ⠀ ?두번째 주제? ⠀ ?언론 배급 시사회가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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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림자꽃> 메인 예고편
일종의 사고였다. 2011년, 평양시민 김련희 씨는 지병인 간 치료 차 중국의 친척집을 방문했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병원비로 식당 일을 하던 중 남한에 가서 돈을 벌라는 브로커 말에 속아 북한 여권을 빼앗겼다.
탈북하지 않겠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남한에 들어오자마자 북송을 요청했지만 국가보안법은 억지로 남한시민으로 만들었다.
국가정보원은 김련희 씨를 간첩으로 기소했고 법무부는 보호관찰 대상자로 가둬 출국금지로 묶어놨다.
베트남대사관에 망명 신청도 해보고, 북한선수단에 사정도 해봤다. 새 정권으로 희망을 가져봤다.
번번히 실패해도 매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행복을 꿈꾼다. “그런 날이 오겠죠, 우리 함께 대동강변에서 꽃이 되는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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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행복의 나라> 티저 예고편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 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