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2-05 17:36:44
12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티빙-웨이브 1년 만에 합병 논의 구체화

OTT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불편을 느끼던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CJ ENM과 SK스퀘어의 투자와 협력으로 1년 만에 구체화되었습니다.
합병 비율 등의 거래 조건 때문에 시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이나, 내년 가을에 통합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쓰리 빌보드> 마틴 맥도나 감독, 샘 록웰과 재회한다

<쓰리 빌보드>, <세븐 싸이코패스>에서 협업했던 마틴 맥도나 감독과 배우 샘 록웰이 또 한 번 뭉쳐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 <Wild Horse>는 서치라이트 픽처스를 통해 제작되며, 샘 록웰을 비롯해 오스카 아이작, 크리스토퍼 월켄이 출연을 확정 지었습니다.
아직 신작의 구체적인 줄거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섬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파라마운트+ 콘텐츠, 2025년부터 쿠팡플레이에서 본다

2022년 TVING과의 계약을 통해 서비스되었던 파라마운트+가 새로운 둥지를 찾았습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소년시대> 등 개성 있는 작품들을 제작해 가고 있는 쿠팡플레이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콘텐츠를 포함해 NCIS 및 CSI 시리즈, <헤일로> 등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들은 2025년 초부터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25년 개봉 목표 한국 상업영화 약 10여편
2025년 한국 영화업계에 대한 어두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최근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CJ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5대 투자배급사의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2025년 개봉 예정 상업 영화들은 최대치로 잡아도 10편을 조금 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투자를 결정하고 내년 촬영에 들어가는 작품은 10편도 안 된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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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달라지는 기대의 이정표
먼저, "산드라 블록"과 "채닝 테이텀"이 출연하며 악당으로는 본명보다 "해리 포터"로 더 많이 불렸을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나온다. (네이버 프로필 사진에도 "해리 포터"이다)
여기에 "브래드 피트"의 깜짝 출연까지 때아닌 극장의 가격 인상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히, 납득할만할 라인업이다.
물론, 최근 극장에 비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걱정도 들기에 앞서 개봉한 북미의 반응부터 살펴보자!흥행부터 말하면,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와 함께 상영 4주차를 맞이한 지금도 박스오피스 3위권에 들고 있는 흥행작이다.
여기에 전문가 76%와 관객 85%의 반응은 충분히, 기대를 불러 모으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렇게, 어제 20일에 개봉한 <로스트 시티>는 14,522명의 일일 관객 수를 불러 모으며 3위에 그쳤다.
무엇보다 문제는 네이버 관람객 평점(6.66)과 CGV 골든에그 지수(78%)로 가장 반응이 좋지 않다.1. 준비된 악당과 그렇지 못한 주인공의 불협화음
영화 <로스트 시티>는 어떤 작품인가?
소설이 진짜 보물 지도로 믿고 있는 악당 "에이펙스"에게 납치된 작가 "로레타"를 탈출시키려는 책 표지모델 "앨런"과 그의 명상 트레이너 "잭"의 탈출극이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이 계획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로레타 - 앨런"은 "에이펙스"에게 쫓기는데...
바로, 이 점이 문제이다. - "에이펙스"에게는 "로레타 - 앨런"을 쫓아야 하는 동기가 있지만, "로레타 - 앨런"은 "에이펙스"에게 쫓길 이유가 없다.<인디아나 존스>, <언차티드>, 혹은 <툼 레이더>까지 "보물"과 연관된 어드벤처 물의 주인공과 악당의 구도와 생각은 늘 똑같다.
개인의 욕심부터 "우주정복(?)"까지 악당의 계획과 달리, 직업의 윤리관에 빗대어 올바름을 강요하는 주인공들과 부딪히곤 했다.
<로스트 시티>의 악당 "에이펙스"는 모범생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인공 "로레타 - 앨런"은 아무것도 없다.2. 형, 진짜야?(동공 지진)
물론, 이야기를 살펴보면 이들과의 비교선상이 다르긴 하다.
"고고학자"와 "로맨스 소설 작가"라는 차이도 있겠지만, 그 의도됨이 '자발적 - 타의적'은 명백히 다르니까!
그렇기에 주인공 "로레타 - 앨런"에게 "인디아나 존스"부터 "라라 크로프트"의 동기를 꿈꿔선 안된다.
무엇보다 <로스트 시티>를 보려 극장까지 일부러 발길을 옮긴 팬들도 이런 거창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도 아닐 테고...아무튼, 영화는 이에 걸맞은 액션들과 볼거리를 선사한다.
극 중. "빵형"의 미모에 한껏 반한 "로레타"가 "왜, 그리 잘생겼나요?"라는 대사에 "아빠가 진짜 잘생겼거든요"라는 대답을 능글맞게 보여준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장면이나 이 분위기를 길게 이어나가지 못한다.
그의 퇴장과 함께 영화는 앞서 지적했던 "로레타"의 동기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그렇다. 영화는 제목처럼 길을 잃어버렸다...3. 길을 잃거나 도와주지 않는 캐릭터들의 행동
앞서 말했듯이 "에이펙스"에게는 "로레타 - 앨런"을 쫓아야 하는 동기가 있지만, "로레타 - 앨런"은 "에이펙스"에게 쫓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로레타"가 "에이팩스"에게 보물의 단서가 될 "양피지"를 가져가는 동기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런 이유에는 "에이펙스"가 찾는 보물이 "로레타"에게도 죽은 고고학자 남편과의 찾던 보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말하기 위해 잦은 '플래시백'은 이야기를 늘어지게 만들며 "앨런"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로 구석탱이로 치우게 된다.이번 <로스트 시티>에서 "앨런"을 맡은 "채닝 테이텀"이야말로 가장 분전하는 인물이자 배우이다.
여태컷 그가 보여준 이미지를 생각하면, 이번 <로스트 시티>에서의 모습은 한없이 가볍다.
극 중. 적들을 의도치 않게 죽이며, 죄책감에 구시렁거리거나 거머리를 못 잡아 "로레타"의 앞에서 헛구역질하는 모습까지 '그가 없었더라면, 끝까지 영화를 볼 수 있었을까?'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로스트 시티>는 온전히, 그의 영화이다.· tmi. 1 - 당초 "앨런"역에는 "라이언 레이놀즈(a.k.a. 데드풀)"이 예정되었으나 스케줄상 "채닝 테이텀"에게 넘겨졌다. (만약, 이뤄졌다면 2009년 <프러포즈> 이후 13년 만에 성사되는 만남이었을지도?)
· tmi. 2 - 쿠키 영상이 1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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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다비전> 완다가 보여주는 MCU의 새 비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서로 다른 시리즈와 영화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이야기를 펼치는'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성공리에 안착시킨 처음이자, 모범이고, 유일한 성공 사례인 MCU. 그러나 이들도 두 가지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우선 영화라는 미디어의 본질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2시간 내외라는 시간의 한계로 인해 주인공들을 제외한 인물들은 편의에 따라 플롯의 소재로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야 했다. 심지어 '인피니티 사가'의 대미를 장식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3시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배너와 헐크의 화해나 토니가 시간 여행 기술을 발명하는 과정 등을 대사 한 줄이나 몇 초 간의 장면으로 처리했다.
또한 모든 영화들이 큰 그림을 위한 스케치이자 하나의 부품으로써 다루어지다 보니 스토리텔링, 연출, 편집, 액션, 음악, 영상미 등이 균등한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특출 난 독창성과 신선함을 조금씩 잃어 갔다. 자신의 실명과 정체를 당당히 공개하며 슈퍼히어로 영화의 클리셰를 파괴했던 <아이언맨>과 진지함과 무거움을 내던지고 유쾌함과 감동을 모두 갖춘 음악으로 무장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새로움이 들어설 자리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신 그 자리는 안정적인 유머와 화려한 볼거리, 익숙한 서사로 무장한 채 제2의 <아이언맨>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노리는 작품들이 대신했다. <아이언맨>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같은 해에 DC에서 각각 <다크 나이트>와 <조커>를 선보인 역사는 이러한 MCU의 문제점을 요약해 보여준다.
그러나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의 부실한 액션을 지적하자 <윈터 솔져>와 <라그나로크>로 응답했으며, 인상적인 빌런의 부재라는 빈틈은 타노스로 채워버린 의지의 MCU는 페이즈 4의 첫 작품인 <완다비전>을 통해 자신들의 단점을 비교적 깔끔하게 해결했음을 증명한다. 미국의 한 마을 웨스트 뷰에서 이웃들처럼 평범한 회사원과 주부의 삶을 누리는 '완다(엘리자베스 올슨)'와 '비전(폴 베타니)'. 어느 날 그들은 외부의 소음과 함께 마을에서 보지 못한 남자와 흑백의 세상에 나타난 빨간 장난감 헬리콥터처럼 이상한 사건들을 연이어 목격한다. 완다는 시간을 돌려 해당 사건의 존재를 부정하고, 비전은 그런 완다와 완다를 도와주는 이웃 '애거사(캐스린 한)'를 보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한편 완다가 만든 가상현실 장벽의 밖에서 '모니카 램보(티오나 패리스)'와 '헤이워드(조쉬 스템버그)' 국장을 비롯한 S.W.O.R.D.는 가상현실 내부의 상황을 파악하고 완다와의 소통을 시도하기 위해 장벽 안으로의 진입을 시도한다.
우선 <완다비전>은 조각나 있던 완다와 비전의 서사에게 온전한 모습을 되찾아준다. 사실 안드로이드 로봇과 마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MCU의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명쾌하고 충분히 설명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 등 팀업 영화에서만 모습을 비추다 보니 완다의 불우한 과거사와 감정선은 다른 히어로들의 그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분량을 할당받았고, 완다와 비전이 호감을 느끼다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갑작스러웠다. <인피니티 워>에서 연인을 파괴해야 하는 둘의 애절한 로맨스가 어벤져스의 이길 수 없는 저항을 더욱 비장하게 만들었지만 비전의 이름은 엔드게임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마침내 그 둘의 이야기는 처음으로 온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완다가 빚어낸 가상현실 속 세계는 그녀의 내면이 처음으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지는 채널이라는 점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초능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부부가 자아내는 웃음은 부모, 오빠, 히어로의 삶을 가르쳐주던 멘토들, 연인과 연달아 이별해버린 완다의 외로움, 고독함, 슬픔, 덧없음을 은연중에 노래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하나로 모아준다. 타노스에게 마인드 스톤을 뺏긴 후 완다의 힘에 의해 다시 태어난 비전 역시 자신의 진정한 기억, 존재, 신체를 되찾기 위한 과거로부터 미래에 이르는 여정을 경험한다. 이처럼 그간 무대 밖으로 밀려나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는 마블의 각오는 <앤트맨>의 우, <토르>의 달시, <캡틴 마블>의 모니카 램보처럼 잠시 잊혔던 캐릭터들을 소환해 같은 사건을 상이한 시점에서 다루는 대목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형식의 스토리텔링과 연출의 도입이다. 이를 통해 마블은 단지 안정적인 흥행과 시리즈의 유지는 물론 가능성과 독창성의 확인 및 도전도 자신들의 목표에 포함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드라마는 크 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1~3화, 그 뒤의 몇몇 에피소드들은 1950년대의 흑백 시트콤부터 90년대의 홈비디오를 거쳐 <모던 패밀리>에 이르는 미국 시트콤의 형식을 차용한다.
한편 4화부터는 현재 시점에서 완다가 만들어내는 혼란을 목격하고 대응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화면 비율부터 의상과 색상에 이르는 디테일의 차이를 통해 같은 사건을 대하는 인물들의 시점 차이는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사실 마블 작품들이 상당히 높은 타율의 유머를 선사한다는 점은 언제나 다른 시리즈와 차별화된 지점이었지만, 시트콤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은 이전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선택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완다의 수상한 이웃인 애거사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을 마치 고전 뮤지컬을 보는 듯한 연출로 풀어낸 대목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완다비전>은 단순히 영화적 형식을 새롭게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그 변화 자체를 하나의 스토리텔링 장치로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시도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 각 시대를 상징하는 시트콤의 형식과 내용은 시종일관 마음속 한 구석에 있던 어두움을 애써 억누르고, 희망을 쫓아 어두움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던 완다의 이야기를 단적으로 상징한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 시트콤을 보는 것이 유일한 인생의 낙이었던 완다는 잃어버린 부모님, 오빠, 연인을 대신할 수 있는 남편과 쌍둥이 아이들을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세계 안에서 다시 만난다. 이처럼 TV 쇼는 현실 속 그림자, 절망, 슬픔을 빛, 희망, 행복으로 탈바꿈시키는 도구이자 탈출구이기에 단순한 연출 방식의 변화 이상의 감동을 준다. 이는 완다가 마침내 '스칼렛 위치'로 각성하고, 자신의 마법을 마음껏 선보이는 마지막 회보다도 현실을 TV 속 공간으로 바꾼 그녀의 능력, 그녀의 과거사, 이 드라마가 시트콤으로 시작한 이유를 알려주는 8화의 임팩트가 더 강렬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완다비전>은 MCU라는 건물을 올리는 것은 물론 그 외양을 다채롭게 만들고,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완다비전> 역시 드라마 내외적으로 여전한 한계점을 노출한다. 드라마 내적으로는 기존의 MCU 작품들이 보여준 것에 비해 지나치게 단순한 선악의 대립 구도를 선보인다. 드라마는 한 마을에 사는 이들의 자유의지를 박탈하고, 거대한 혼란을 낳은 완다에게 시종일관 동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완다가 초래한 온갖 문제는 그녀와 과거사와 개인사 앞에 무게감을 잃고, 그녀의 손에는 면죄부가 주어진다. 더 나아가 그녀를 대량살상무기로 취급하며 단순히 악인으로만 묘사되는 S.W.O.R.D.의 헤이워드 국장 덕분에 면죄부는 그 반대편에 위치한 완전한 선인인 완다의 면죄부는 더욱 강한 정당성을 확보한다.
이는 그간 마블이 보여준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선악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존재, 그리고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는 이들의 서사가 선사하는 뭉클함은 그간 마블이 수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은 이유였다. 이 세계의 히어로들은 본질적으로 선하지만, 때때로 악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토니 스타크는 선의였지만 울트론을 만들고, 이로 인해 캡틴 아메리카와 크게 대립했다. 캡틴 아메리카도 생명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했다가 타노스를 막지 못했고, 토르 역시 복수심에 눈이 멀어 영웅으로서 타노스를 죽이지 못하는 과오를 범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결과적으로 행한 악을 외면하지 않는다. 고뇌하면서 해결책을 강구한다. 그러나 <완다비전>은 완다에게 이러한 복합적인 면모를 심어주지 않았고, 이 선택은 회차가 진행될수록 완성도가 낮아지며 초반부 회차에서 선보인 독창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사실 이러한 작품 내적 문제는 MCU 시리즈 특유의 패턴과도 관련이 있다. 많은 마블 작품은 극 중 발생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대신 의문을 남기거나 일부분의 엔딩만 보여준 채 일단락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떡밥은 항상 후속 작품의 발단으로 이어진다. <어벤져스>에서 파괴된 뉴욕은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발단이 된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파괴된 소코비아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속 사건의 원인이 되고, <시빌 워>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토니와 스티브의 갈등은 <엔드게임>에 이르러서야 종결된다. 또 <엔드게임>에서 평행우주로 도망간 로키는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MCU의 패턴은 일장일단이 있다. 시리즈 간의 연계가 긴밀해지는 것이 장점이라면, 한 작품이 온전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단점이다. 완다의 선한 면모와 안타까운 사연만 강조하는 연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연출은 설사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는 다소 해칠 지언정 그녀가 초래했거나 직접 행한 악의 결과물들이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에서 다루어질 것임이 이미 확정되었기에 가능하다.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것은 덤이다. 이처럼 <완다비전>은 그 도전적인 시도와는 별개로 하나의 기계를 만드는 부품으로써 존재하기에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완다비전>이 MCU의 새로운 시대, 페이즈 4의 미래를 환히 비추는 것은 분명하다. 마법이 주된 소재로 등장한 것이나 완다와 비전처럼 독자적인 서사를 부여받지 못했던 캐릭터들이 향후 디즈니+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칠 것이라는 점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속편을 비롯한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또한 당장은 허사에 그쳤으나 다시 한번 던져진 엑스맨 등장의 떡밥은 덤이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구조나 문법에서 벗어나고도 훌륭한 드라마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완다비전>이 보여준 완다, 비전, 그리고 마블의 비전은 완벽하지 않을지언정 충분히 만족스럽다.
A(Acceptable, 무난함)
앞으로의 발전이 더 기대되는 마블의 착실한 오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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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여전히, 로망은 꿈틀거린다.
<트랜스포머, 2007-17>시리즈로 기억되지만, 그 이전의 연출작들을 살펴보면 <나쁜 녀석들, 1995-2003>시리즈나 <더 록, 1996>, <아마겟돈, 1998> 등 수많은 액션 영화들을 만들어온 "마이클 베이"의 하차는 지난 <범블비, 2018>로 시작되었다.
흥행은 아쉬웠지만, 평가 면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를 기점으로 "리부트"를 결정한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어땠을까?지구에 불시착한 "오토봇"군단은 우연치 않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하나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인간 "노아"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 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거래하나 "지구"를 노리는 악당 '스커지'가 나타나 도리어 이들에게 위협을 가하는데...1. 분위기에 취해 너무 나갔다.
제목에서 보듯이 <트랜스포머>의 주된 볼거리는 "변신"에 있다.
'로우(Low)판타지'에 속하는 작품으로 자동차를 비롯해 '일상 속 물건들이 변신 로봇이었다?'라는 판타지를 녹여낸 시각적인 부분은 여전히,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이번 영화는 부제에서도 보듯이 "동물"까지 합세했으며, 이들의 특징을 살린 액션들은 <트랜스포머>는 극장에서 봐야 하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이야기에 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그 주장은 곧장 힘을 잃고 만다.이번 <비스트의 서막>의 주인공을 맡은 "노아"를 제외하더라도 이전 시리즈들의 주인공들이 "오토봇"을 만난 과정을 살펴보면, 그 역시 로망이 가득하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가운데, 뜻하지 않게 만나는 과정은 해당 시리즈를 제외하더라도 여타 작품들에서도 쓰이는 클리셰이다.
이를 똑같이 답습하는 점도 문제이나 정작, 큰 문제는 마지막 장면에서 발발한다.그럼에도, 이질감이 드는 이유는 이들의 서사가 전혀 쌓여있지 않다는 점이다.
2007년에 개봉한 1편만 보더라도, '옵티머스 프라임'의 모습은 완벽한 대장의 모습이지만, 이번 <비스트의 서막>에서는 조급하고 부족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각자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한 "노아"와 "옵티머스 프라임"의 동반 성장까지 인상적인 스폿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보여주는 이들의 협업은 "디즈니"에게 넘겨준 "마블"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게 아닐 정도로 선을 넘어선다. - 물론, 외계 기술을 차용하거나 외계에서 가져온 무기로 어설프게나마 조력하는 모습들로 없던 것들은 아니지만...· tmi. 1 - 쿠키 영상은 2개이다.
· tmi. 2 - 후반부에 나오는 이들의 등장은 같은 계열사의 "하스브로"소속이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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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제 2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대작 모아보기
부산국제영화제 BIFF 가 10.04(수) ~ 10.13일 개최됩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제1회를 시작으로 현재는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는데요.
초청영화들은 장르에 구애되지 않고 다양하게 선정하는 것이 바로 BIFF가 내새우는 상징성이죠.
할리우드 제작 영화부터 칸, 베를린,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 애니메이션, 독립영화, 예술영화, 단편영화등 다양한 시각을 경험 할 수 있는 영화의 축제! 2023년도 기대작 같이 보아요
[한국이 싫어서 / 장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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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2015년)를 원작으로 20대 후반의 ‘계나’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
[공드리의 솔루션북 / 미셸공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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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영화감독 마크는 자신을 해고하려는 영화사 경영진으로부터 도망친다. 작은 마을에 도착한 마크는 부족한 자신의 영화와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솔루션북을 만들게 된다.
[괴물 / 고레에다 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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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미나토가 담임 선생님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듣고 구타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화가 난 어머니가 항의를 하러 간다. 학교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는 대신 형식적인 사과만 반복된다.
[나의 올드오크 / 켄 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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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북동쪽에 위치한 한 마을, 폐광이후 몇 주민들만이 마을을 지키며 사는데 빈집이 늘어나면서 집값을 계속 떨어지고 영국 정부에서 허가한 시리아 난민들이 이 마을로 집단 이주를 하면서 묘한 긴장감이흐르게 되는데..
[더 비스트 / 베르트랑 보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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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짐승』을 자유롭게 각색, 세 시대에 걸쳐 환생하는한 여자와 남자, 그리고 매번 두려움 때문에 실패하는 이들의 관계를 카메라에 담았다.
[더 킬러 / 데이비드 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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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정체는 전문 암살자이다. 암살해야 하는 인물이 도착하고 실패할 경우 상상치 못했던 결과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수일동안 기다려왔던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마지막 준비를한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하마구치 류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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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작은 산골 마을. 코로나 위기가 끝나가자 마을에 글램핑 야영장을 건설하겠다는 주민 설명회가 열린다. 주민의 반대 의견이 이어지자 회사는 주민을 설득하기 위한 묘수를 고안해낸다.
[가여운 것들 / 요르고스 란티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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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아름다운 여성 벨라와 함께 살고 있는 해부학 교수 고드윈 벡스터. 그의 제자인 맥스는 벨라에게 마음을 뺏기게되고 고드윈 박사로부터 벨라는 얼마 전에 자살한 여자를 자신이 의학적으로 되살린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되는데
[영화의 황제 / 닝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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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화 스타 라우 웨이치는 홍콩필름어워즈에서, 이번에도 남우주연상을 놓친다. 진지한 영화로 영화제 수상을 노리기 위해 린하오 감독과 영화를 찍게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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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에 감 좀 있었던 일반인 예신예랑이의 해적 소탕기
액션에 감 좀 있었던 일반인 예신예랑이의 해적 소탕기
영화 <샷건 웨딩>감독] 제이슨 무어
출연] 제니퍼 로페즈, 조쉬 더하멜
시놉시스] 달시와 톰의 결혼식 당일,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이 모두 섬에 모인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이던 그 때, 갑자기 들이닥친 해적으로 인해 결혼식장의 하객들이 모두 인질이 되고, 달시와 톰은 무사히 혼인서약을 마치기 위해 목숨을 건 버진 로드를 걷게 된다.
#스포일러 주의#
어쩌면 나,, 액션에 소질이??영화 속 달시와 톰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다. 해적들에게 포위망이 좁혀지는 상황 속에서도 일단 주변의 기물들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한다. 헤어스프레이로 공격을 시도하고, 그물로 해적을 잡으려 하고, 담배로 해적의 모자를 태워서 카트에 실려가던 자신들을 스스로 구출하고, 그 와중에 몰래 핸드폰을 들고와서 신호가 터지는 높은 곳에 올라갈 생각을 하고, 그러다가 짚라인 타고 해적들을 피해 도망치다 수류탄을 던져 그들을 처치하고 우연과 우연의 반복 속에서 이 모든 퀘스트를 수행하는 이 일반인들은 자신도 몰랐던 액션에서의 소질을 깨닫게 된다. 나였다면 이미 사라진 근력에 짚라인 타다가 내가 먼저 떨어졌을 것 같고, 산속을 뛰다가 체력이 떨어져서 해적들에게 붙잡혔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일반인들은 영화 중반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점점 해적들을 처리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짜기 시작한다. 초반에는 해적들의 죽음에 엄청난 공포와 죄책감을 느끼다가도 점차 그들을 게임 속 NPC마냥 처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거뜬히 생각하고, 해적들을 속이기 위해 주변 사람들까지 포섭하는 등 나름의 버진로드 첩보작전까지 펼치며 정찰을 나간 해적들을 제외하고는 해적의 무리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점차 변화하는 일반인 달시와 톰을 보면서 관객들은 대리만족을 하는 경험을 하질 않았을까 싶다.
황석희 번역가에게 박수를
영화 샷건 웨딩에서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쾌한 상황과 장면들이기도 했지만 자막이 반은 차지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만큼 영화 샷건 웨딩의 번역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코미디 장르이다보니 미국식 유머를 한국어로 풀어내는데 굉장히 힘들었을텐데도, 그 어감을 살리면 한국식으로도 빵빵 터질 수 있게끔 번역을 한 황석희 번역가의 고심이 많이 드러난 작품이었다. 현장에서도 마지막 스크롤이 올라가기 전 ‘번역: 황석희’라는 자막이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의 탄식이 나왔을만큼 현장에 있었던 대부분의 관객들은 자막의 퀄리티에 굉장히 만족했었다.
달시와 톰은 어쩌다 보니 해적들을 공격하고, 심하면 죽일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죽음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 종종 직면하는데, 그럴 때 그냥 편하게 ‘죽었어요’, ‘사망했어요’, ‘숨을 안쉬네요’와 같이 표현을 할 수 있었을텐데 ‘살아있는 걸 끝낸 상태’라는 대단히도 국어사전 단어풀이식 표현을 넣어놓으면서 달시와 톰의 유쾌한 성격과 유머 감각을 단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미국식 병맛 코미디의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애매하게 웃고 나왔을텐데 이를 한국식으로 관객들이 쉽게 그 유머를 받아들이게끔 표현을 하고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피식피식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완벽함을 꿈꾸는 부족한 사람
액션과 코미디를 향해 영화는 달려나가지만 영화는 중간중간 교훈을 조금씩 뿌려준다. 한 남자, 한 여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혼란스러워 하는 두 명의 예신, 예랑과 그 길을 먼저 걸어간 부부들이 교차적으로 나오면서 예신예랑 톰과 달시의 눈에는 완벽한 결혼생활처럼 보이는 이들도 사실 그들 나름대로의 갈등과 오해, 불신의 과정이 있었고, 결국에는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탓하는 것이 아닌 그럼에도 이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가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이어가는 것이 결혼임을 보여준다. 해적에게 붙잡힌 인질들을 구하러 가는 과정에서 달시와 톰은 서로가 아직 서로를 원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싸우는 순간에도 위험한 상황이 오면 서로를 가장 먼저 걱정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스스로가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 인질들이 모여있는 수영장에서 그들은 먼저 결혼한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그들이 꿈꿨고 이상적으로 생각해왔던 결혼생활은 없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결혼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부족한 서로의 모습을, 그리고 이해하지 못했던 집안의 전통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영화 샷건 웨딩은 부족한 남녀 둘이 만나서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해적을 소탕하고, 이를 통해 권태롭고 의심스러웠던 자신의 사랑을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나의 인생이, 우리의 인생이 완벽해지기 위해 결혼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결혼의 과정임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완벽함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조금 그 부담을 내려놓고 부족한 자신을 먼저 스스로 사랑하라는 어찌보면 교장선생님 훈화말씀과도 같은 교훈이었지만 이러한 주제를 액션과 코미디를 통해 통쾌하게 전하고 있어서 그 의미가 유쾌하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듯 싶다.
영화 샷건 웨딩은 번역의 맛과 함께 신나게 웃고 나올 수 있는 작품이었다. 찰진 번역의 재미와 유쾌한 해적 소탕기를 많은 영화팬들이 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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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과 추함 그 너머
SYNOPSIS.
태풍이 불어 닥친 날, 미카미 쿄이치를 비롯한 6명의 중학생이 학교에 갇히고, 교이치의 절친 리에는 등교하던 중 홀연 방향을 바꿔 도쿄로 향한다. 고립된 상황 속에서 결핍과 욕망, 불안과 쾌락이 뒤섞인 이상야릇한 축제가 벌어진다.
POINT.
✔️ 1980년대 일본 영화계의 변화를 이끈 소마이 신지 감독의 대표작이 약 40년 만에 개봉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유명한 감독이라는데, 동양 영화를 일본 위주로 좁게 읽어온 경우가 많은 서구권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감독이에요.
✔️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류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관심을 가져보실 만합니다.
✔️ 1980년대의 현란한 음악과 음향이 매우 매력 있게 쓰인 영화
✔️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잘 만든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해요.
청춘은 늘 아름답게 혹은 위태롭게 혹은 둘 다로 그려진다. 소용돌이 치는 미완의 감정들이 어쩌지를 못하고 파들거리는 각자의 세계. 자기 자신만으로도 팽창하다 터져버릴 것 같지만 외부와 또 끊임 없이 잡음을 일으키는 일상. 차라리 태풍이라도 와서 이 모든 것이 깨쳐지길 바라게 되는 마음 같은 것들. 여기까지는 청춘을 아름답고 빛나는 시절로 미화하여 기억하는 사람조차도 쉬이 공감할 법하다.
이 영화도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영화 속 리에의 대사에서 표현되듯, 곧 올 거라는 태풍이 차라리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쩌다 학교에 남아 버린 아이들이 점점 거세지는 태풍 속에서도 굳이 집에 가거나 연락하려는 마음 없이, 교실에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것이 청춘이라면... 저는 그냥 한평생 응애 할랍니다. 농담이지만 반은 진담이다.
아름다운 시네마의 힘
이 영화가 아름답지 않았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에너지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제각각의 이유로 학교에 남은 아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흔히 이 영화를 소개할 때 사용되는 불안이나 본능 같은 단어들 또한, 청춘이나 사춘기나 청소년기라는 단어들 또한, 이 영화 속 아이들이 표출하는 에너지를 적확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최선은 결코 최적에 닿지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말하고 쓰며 이 영화의 주변을 더듬거려 보고 싶다.
현란한 80년대 음악과 독특하게 사용된 음향, 공간 사용 하나하나 다, 영화를 잘 모르는 눈으로 보아도 잘 만들었구나 감탄하게 되기는 한다. 책상을 쌓아 올리고 종이학을 매달아 둔 교실의 풍경, 거기에 마치 아이돌 군무처럼 원자처럼 제각각 서 있는 아이들, 비를 맞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모습은, 그 장면이나 정서에 대한 이해를 떠나서 장면적으로 힘이 있다. 마치 온도가 높아지면 활발해지는 원자의 운동 같다. 전자와 충돌이 증가하고 비저항이 커지는 원자의 모습처럼, 아이들의 모습도 그렇다.
태풍 안에서 제각각의 이유로 끓어 오르는 아이들의, 탁구공처럼 튀어오르는 에너지는 분명히 힘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8명의 아이들이 마치 하나의 사회를 표현한 것처럼도, 한 인간 안의 복잡다단한 정서를 표현한 것처럼도 보인다는 지점이다. 하나의 물체 안의 원자들처럼.아름답지 않은 원시의 폭력
특히나 이 영화 속 아이들의 세계를 하나의 사회라고 한다면, 내 눈에 그것은 태곳적 원시의 사회로 보였다. 인간보다는 짐승의 그것과 조금 더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낳은 이들은 보호자로 기능하지 않거나 아예 부재한다. 아이들이 쌓아올린 보호의 수단은 그다지 보호할 만큼 힘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책상을 바리케이드처럼 쌓아 올린 것은 물리적 충격을 막기 위함이고 종이학은 으레 소원의 상징이나, 둘 다 이 영화 속에서는 장난스러워 보인다고나 할까, 조개 껍데기 가면 정도의 선사 시대 주술 수준으로 무력해 보인다. 그 안에서 생의 감각은 통제되지 않는다. 노래와 춤, 웃음과 폭주, 그리고 폭력.
특히 미치코에 대한 켄의 폭력 장면은, 개인적으로 관객석에 앉아 있기 괴로울 정도였다. 너무 괴로워 속이 좋아지지 않았고, 주먹을 자꾸 불끈 쥐게 되었으며, '미치코 그렇게 밀어내면 네 코어가 흔들려... 코어를 다잡고, 있는 힘껏 한 대 치고 발로 차...'라고 생각하게 되는, 자꾸 극을 극으로 보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이 장면에 얼마나 깊은 괴로움을 느끼냐에 따라서도 평가가 갈릴 지점이 있을 것이다. 유독 길고 집요했던 이 장면은, 명백히 성폭력의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가해자의 입장을 고려한다. 그가 가정에서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결여와 그로 인한 그의 정신적 불안정 상태, 좋아한다는 이유로 미치코에게 이미 저지른 일과, 그 일에 대한 면죄부의 의도로 해석될 자리까지 내어준다. (심지어 이 영화의 시놉시스에서 “소년은 짝사랑했던 소녀에게 마음을 고백“한다고 표현한 문장도 있다. 누가 썼는지 몰라도 이건 좀 많이 다르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 원색적인 세계에 출구는 있는가? 도쿄에서 태풍 속을 뛰어다니는 리에와 강당 앞에서 춤을 추는 아이들이 노래하는 '만약의 내일'에는, 출구가 있을까. 원시 사회를 벗어난다면, 이 미완성의 시기를 벗어난 '어른'의 세계에는 대안이 있는가.
이 영화 내에는 없다. 대사 하나 없이 잠시 등장하지만 보호자 역할은커녕 스스로를 돌보는 일조차 버거워 보이는 켄의 아버지, 그의 함석지붕에 아들이 내리꽂는 돌멩이, 무책임하게 피하던 약혼녀의 가족과 함께 가라오케 노래를 부르며 무성의하고 무기력하게 술에 몸을 맡긴 교사, 문을 열어 몸을 적시는 이상으로 태풍을 맞이할 수 없는 그의 세계...
<일본산고>의 일침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원시 사회 같은 폭력을 보며 대문호 박경리 선생님의 <일본산고>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가 그려내는 세계는 기본적으로 삶보다는 죽음, 희망보다는 절망을 향해 있다. 출구보다는 막다른 길처럼 느껴진다.
"비상을 꿈꿀 수 없는 사로잡힌 영혼에게 깃드는 것이 허무주의다. 그리고 쾌락이다. 남경 학살, 백주의 난행은 일본군의 전략이지만 뒤집어 보면 그로테스크와 에로티시즘의 여실한 참극, 절망 없이 그 짓을 했을까.
일본 문학에서 탐미주의가 정점을 이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썩어가는 육체, 괴기스러움에 대한 쾌락, 그것은 일종의 도피다. 자살의 미학도 실은 일그러진 사디즘을 포장해낸 것에 불과하고 삶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의 결여로 볼 수 있다. 산다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또 아름다운 것도 없다. 진실 자체이기 때문이다. 진실의 추구야말로 문화의 시발점인 동시에, 발전의 과정이기도 하다." (박경리, <일본산고>. 이하 큰따옴표는 모두 같은 책 인용.)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이 영화가 원시적인 사회를 담고 있다고 느꼈다. 로망 포르노 (다시 말해 포르노) 연출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소마이 신지라는 감독에게서도 박경리 작가가 비판한 지점이 느껴졌다. "감각만 살아나서, 마치 달팽이처럼 축소되고 밀폐된 채 끈적끈적한 점액을 남기며 기어다니는 이런 형국에 불어닥친 세계의 바람" 앞에서 "기능 면으로는 재빠르게 받아들여 전환할 수 있었겠지만 의식세계는 일대혼란"이었던 나라의, 말초신경만 남아 버린 허무주의.
이 영화에서의 청춘은 결국 허무주의로 치닫는다. 1985년 작품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에로·구로(그로테스크)·난센스·칼과 무의미, 그것은 칼의 세계에서는 필연적인 것으로 황무지와도 같은 의식을 여실하게 드러낸" 유행이 1920년대의 것이었다면, 일본 문화에서 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진 작품 쪽이 더 보고 싶다.
아름다운 카메라의 움직임, 아름답지 않은 사상의 부재. 그곳에서 나는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임을 절감한다. 나는 "인생은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 것이 아니며 보다 고통스럽게 무량한 우주의 비밀을 헤치고 나가는 과정"이라는 박경리 선생님의 문장에 밑줄을 긋고, "저는 일본의 민족성을 얘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 스스로도 희생자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체제입니다. 체제가 뭐냐를 물어야지요."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본다.
누가 언제 청춘이 반짝반짝 솜사탕처럼 아름답기만 하다고 했나. 죽고 싶은 순간도 있고, 미완성의 감정들이 나를 추동해서 아주 기묘한 짓거리들을 하며 바보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것들이 있지만... 이 정도의 귀결이 보편적 청춘인가? 나와 주변인의 청춘에 그런 허무주의가 없었음이 단순히 우리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래 뭐 그랬나보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비릿한 것만이 청춘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야말로 진짜 청춘이고 다른 반짝거리는 영화들은 마치 가짜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커팅된 보석의 일면처럼 다양한 청춘이 있다. 이 영화는 그 중 하나를 너무나 잘 포착했을 뿐이다. 에너지는 아름다웠으나, 그 에너지 뒤에 어떤 사상의 결여가 있는가 생각하면 이 영화가 편하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마지막 꼭 해두고 싶은 말은 결코 일본을 모델로 삼지 말라는 것입니다."라는 박경리 선생님의 말을 생각하며 역시나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거 내 청춘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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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선언, 좋았는데 아쉬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기대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비상선언이 개봉했습니다.
관상, 더 킹, 연애의 목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죠.
배우진도 화려합니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같은 탑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개봉 후 첫 주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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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DUNE)' 리뷰 - 영화 세계관 및 스토리 요약정리(*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동명의 원작소설 기반 분석 해석
- 베네 게세리트, 초암공사, 퀴사츠 헤더락 등 정리
-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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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인의 친절> 메인 예고편
모두가 꿈을 안고 찾아오지만,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는 뉴욕.
그곳에서 서로를 발견한 여섯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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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림걸즈> 메인 예고편
“신사 숙녀 여러분, ‘더 드림즈’를 소개합니다”
1960년대 세계를 뒤흔든 스타 탄생! 전설의 소울 트리오 ‘더 드림즈’
같은 꿈을 키워온 세 친구 ‘디나’, ‘에피’, ‘로렐’의 드라마틱한 데뷔부터
화려한 성공, 아찔한 스캔들까지!
이들을 둘러싼 사랑과 우정, 박수와 환호가 히트송 퍼레이드와 함께 펼쳐진다.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환상의 무대가 지금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