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8-08 17:05:52
8월 2주 최신 개봉영화
8월 2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8월 2주 개봉영화!
헌트 HUNT , 2022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영화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입니다.
세계적인 배우 반열에 올라선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4년간 열정을 쏟아부은 각본 작업부터
연출, 연기까지 소화해낸 그는 배우를 넘어 연출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해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이정재와 정우성의 23년 만에 조우한 작품으로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정재 감독 '신세계', '공작' 제작진의 의기투합!
첫번재 추천영화 "비상선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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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Good Luck to You, Leo Grande , 2022
엠마 톰슨 연기 40년차, 인생 62세 첫 노출 연기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 없던 은퇴교사 '낸시'가
'리오 그랜드'의 퍼스널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 최고의 해방을 시도하는 굿 럭 무비 입니다.
제38회 선댄스영화제와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으로
데뷔작 '52번의 화요일'로 제30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소피 하이드 감독 신작입니다.
섹스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삶의 태도, 섹스 포지티브를 몸소 보여줄
엠마 톰슨 그녀의 인생 62세 첫 노출로 가장 용감한 도전을 한 작품 기억될
두번재 추천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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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세계 すばらしき世界 , UNDER THE OPEN SKY , 2020
봉준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극찬한 일본의 화제작
영화 "멋진 세계"는 일본 개봉 전부터 일찌감치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입니다.
제45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제56회 시카고국제영화제 관객상,
최우수 연기상 2관왕, 제47회 시애틀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영화에 대한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멋진세계는 13년 만에 출소한 전직 야쿠자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인데요
세계적인 작가 사키 류조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실존 인물을 모델로
13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전 살인범의 일생과 삶의 방식을 그린 '신분장'이 원작입니다.
타인과 사회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이 보고 느껴야 하는 주제!
세번재 추천영화 "멋진세계" 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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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 서핑, 조개껍질, 윤설 이름의 의미
- 어린 수안을 닮아가는 설이와 어린 설이를 닮아가는 수안
- 수안이 그리워했던 것과 잃어버린 것
- 엔딩 결말 해석
폭설 (Heavy Snow, 202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개봉일 : 2024.10.23.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87분
감독 : 윤수익
출연 : 한해인, 한소희, 김그림, 황용욱, 노양호, 이광연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열아홉의 배우 지망생 수안과 아역배우 출신 스타 이윤설. 뿌옇고 차가운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파도를 타고 고민을 나누며 특별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를 계기로 수안과 설은 그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멀어지게 되고 함께했던 추억은 자연히 저 먼 곳으로 밀려난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수안은 어른이 되었다. 그는 이제 학교 작품도 하나 못 찍어본 배우 지망생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인기 배우다. 그런데 수안의 마음은 배우를 꿈꾸던 그때보다 더 공허하고 외롭다. 술과 약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는 결국 마음 저 끝에 미뤄둔 그리움을 펼쳐낸다.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지 못했던 아름다운 눈. 윤설(贇雪). 수안은 설이를 찾아 다시 바다로 향한다.
<폭설>은 어느 날 폭설처럼 다가온 소녀에게 느끼게 된 사랑과 그를 놓친 순간부터 쌓여온 깊이를 잴 수 없는 그리움. 그리고 그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소녀의 시선을 담은 영화다. 퀴어 코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동성애보단 그 너머에 있는 ‘너와 나. 그리고 나’라는 시선 그 자체다.
수안과 설이는 뿌연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그리고 그 유리창에 비친 나를, 그 유리창 너머에 있는 너를 바라보며 사랑하고 후회하고 깨닫는다. 너 그리고 나를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을. 어쩌면 우리는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유리창을 뒤덮고 있던 파도가 남긴 습기와 얼어붙은 눈을 긁어낸 수안은 마침내 숨겨져있던 슬픔을 마주한다.
우정 드라마와 멜로의 사이
처음 수안과 설이 만났을 때, 수안은 총을 든 채 자유로운 연기를 선보이고 아무도 나에게 연기를 시켜주지 않는다면 직접 영화를 만들어 출연할 거라는 단단한 포부를 갖고 있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설이는 배우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으나 그 부담감으로 인해 매일 사람들의 눈치를 봤고 하고 싶은 연기가 아닌 해야만 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
수안은 설이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그는 함께 차를 타기 전 “난 무슨 일이 생겨도 상관없는데, 넌 연예인이잖아.”라고 말하며 설이와 자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설은 “나 그런 거 상관 안해.”라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수안의 차를 탄다. 차를 탄 수안은 꽁꽁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고 설은 얼굴을 덮은 마스크를 벗는다. ‘상관 없다’는 설이의 한 마디와 동시에 작은 벽이 허물어지고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솔직해진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엔 솔직함, 우정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수안은 함께하는 순간들을 우정 드라마로 생각하고 설이는 멜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 키스를 기점으로 오해를 쌓게 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되고 그 겨울의 추억은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는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수안은 그 그리움을 다시 펼치며 설이를 찾아가고 자신 또한 어린 설이와 같은 어른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수안이 자유롭게 파도를 타는 서퍼라면 설은 파도에 밀리다 결국 해변에 박혀버린 조개껍질이다.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수안은 설에게 조개껍질을 주며 연기를 해보라고 한다. 설은 조개껍질에게 말을 건다.
“안녕. 넌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냐? 춥겠다. 괜찮아?” 그리고 조개껍질을 귀에 대고 무언가가 들린다며 너무 슬프다고 눈물을 터트린다. 설은 어릴 때부터 쭉 연기를 하고 있지만 왜 연기를 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다. 나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설은 자신을 닮은 모래 속에 박힌 예쁜 조개껍질을 보며 슬퍼한다.
(‘윤설’이라는 이름에 어떤 뜻이 있는지 정확히 밝혀진 부분은 없지만 조개 패(貝) 빛날 빈(斌)으로 이루어진 한자 예쁠 윤(贇)이 윤설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자가 아닐까 싶다.)
어린 설은 어딘가에 묻혀있고 갇혀있는 조개껍질 같은 사람이다. 수안과 설이 명동에 갔을 때, 설은 유리 너머 화장품 가게 안에 걸려있는 꾸며진 광고 속 자신의 얼굴을 본다. 처음엔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하던 그는 조심히 광고를 향해 손을 뻗다가 이내 거둬버린다. 유리 너머에 있는 배우 윤설. 사람들이 만든 유리에 갇혀버린 인간 윤설. 설은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 안에서 자유를 찾고 있었다.
수안은 이런 설에게 자유를 알려준 사람이다. 설은 수안과 함께 파도를 타며 조금씩 편안함과 자유를 찾는다. 어린 설은 항상 화장한 얼굴과 코트, 구두 차림을 유지했지만 어른이 된 설은 편안한 점퍼와 신발, 서핑 슈트를 입고 바닷가를 거닌다.
너를 사랑하다 너를 닮아버린 나
변화한 수안과 설의 모습
수안은 유명한 설이가 부럽고 설이는 자유로운 수안이 부럽다. 수안은 예쁜 설이가 좋고 설이는 수안이 예뻐 보인다. 두 사람은 나와 다른 너를, 나와 다른 배우인 너를 사랑하고 부러워한다. 그래서 나를 잊고 상대방을 온몸으로 흡수하기에 이른다. 수안은 어린 설이를 닮아가고 설이는 어린 수안을 닮아간다.
어린 설이처럼 유명한 여배우가 된 수안은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며 하고 싶은 연기보다 그저 주어진 연기를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어린 설이처럼 긴머리, 코트, 구두, 화장을 유지한다. 어느 날 회의감을 맛본 수안은 약에 취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나는 되는대로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일을 그만두고 바다에 정착한 설이는 어린 수안처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설이의 옷차림은 어린 수안처럼 편안하게 바뀌었고 이제 그에게 다른 이들의 시선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젠 수안이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린 조개껍질, 설이는 서퍼가 됐다. 서로가 되어본 두 사람은 이제 왜 수안이 멜로를 부정했는지, 설이 멜로를 말했는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간다.
폭설 속에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멜로 영화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설은 수안의 캠코더를 통해 수안이 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그가 스스로 세상(영화)을 만들어갈 거라는 말에 감탄하며 자신도 그 세상에 끼워달라고 부탁한다. 수안은 설이를 반겼지만 그 영화는, 우리의 세상은 멜로가 될 수 없다고 부정한다. 설은 계속해서 자신을 밀어내는 수안의 곁을 떠나고 수안은 멜로 영화의 첫 신을 쓰다 포기해버린다.
오래 정체되어 있었던 수안과 설의 멜로 영화는 아무도 없는 둘만의 세상에서 새롭게 쓰인다. 흉포하게 변한 파도에 치이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무사히 한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저세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눈밭에서 몸을 포개고 깊은 그리움과 사랑을 나눈다.
수안은 아픈 설이를 위해 눈밭을 헤매다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설이는 수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도 너 찾아다녔는데 멀리도 갔다 왔나 보네.” 그날 저녁 설이의 품에 안긴 수안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을지 알겠다.”라고.
수안과 설이는 나를 향해 몰아치는 폭설 같은 시선을, 타인이 만들어둔 유리 상자 속을 참 오래 헤맸다. 자유를 포기하고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하고 대중이 원하는 삶을 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감정을 애써 밀어내면서.
하지만 설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수안을 만남으로서 유리를 깨고 폭설을 묵묵히 견디는 법을 배웠고, 어른이 되며 폭설 속에 갇혀버린 수안은 설이와 재회하며 그가 겪었을 아픔과 자신이 밀어냈던 감정을 다시 포용하게 된다.
파도에 휩쓸린 것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서핑보드 타는 법과 파도와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는 방법, 사랑이란 감정을 함께 알려준다. 어린 수안이 어린 설이에게 서핑보드와 사랑을 알려줬던 것처럼 어른이 된 설이는 지친 수안을 끌어안으며 그를 위로한다.
날이 개고 파도가 잦아들자 수안과 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다로 나온다. 수안은 설이에게 “설아 나 타볼게. 잘 봐.”라고 말하고 앞장서서 보드에 오른다. 마치 다시 잘 살아볼 테니 나를 지켜봐 달라는 듯이. 하지만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수안은 홀로 뭍으로 나온다. 수안은 사랑하는 설이와 설이 안에 남아있던 어린 수안을. 이 세상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두 잃어버린다. 그는 눈 내리는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설이와의 재회. 진짜였을까 상상이었을까?
결말 엔딩 해석. 파도 서핑 설이의 의미
수안과 설이 재회하고 함께하는 모든 장면들은 왠지 현실이라기보단 몽롱한 꿈같은 느낌이 있다. 설이는 정말 그 해변에 머물고 있었을까? 수안은 정말 설이를 만나고 함께 그 섬에 갔을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이 100% 현실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확실해 보이는 건 수안이 설이를, 그때의 수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예쁘지 않은 배우 지망생’이라는 폭설처럼 무거운 시선과 파도처럼 끊임없이 울렁이는 감정에 용감히 올라탔던 자유로운 어린 수안과 그 시기를 함께한 예쁜 설이. 그때의 네가 된 나의 눈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그때의 나를 닮은 너.
수안은 열심히 시간의 파도를 헤치며 되돌아갔지만 그 끝엔 다시 덮쳐오는 커다란 파도와 깊은 상실만이 남는다. 이제 수안은 누구에게 위로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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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이 여정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DIRECTOR. 미겔 고메스(Miguel GOMES)
CAST. 크리스타 알파이아테(Crista ALFAIATE), 공살로 와딩턴(Gonçalo WADDINGTON) 외
PROGRAM NOTE.
1917년 양곤. 영국인 공무원 에드워드는 약혼녀 몰리와의 결혼을 앞두고 도망친다. 그래도 그와의 결혼을 결심한 몰리는 에드워드의 뒤를 쫓는다. 영화의 제목 <그랜드 투어>는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인도에서 시작해 중국 또는 일본에서 끝나는 아시아 투어 여정에서 기인한다. 미겔 고메스는 2019년 그랜드 투어를 시작해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에서 영상을 찍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국의 국경이 폐쇄되자, 감독은 스태프와 포르투갈로 귀국한다. 영화의 일부는 로마와 리스본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중국의 영상은 어떻게 확보했을까? 미겔 고메스는 중국 현지에 촬영팀을 꾸린 뒤, 포르투갈에서 원격으로 촬영을 감독했다. (시차 때문에 매일 밤 자정에 작업을 했다). <그랜드 투어>의 기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연인의 여정을 카메라에 담으며 미겔 고메스는 자유롭고 총체적인 스펙터클을 창조한다. 영화에는 수확, 종교 축제, 오토바이 행렬 등 현대 아시아의 모습을 담은 매혹적인 아카이브 이미지, 그리고 주인공이 안개가 자욱한 강을 건너거나 매혹적인 밤의 숲을 가로지르는 모험 소설 속 상상의 아시아가 공존한다. 미겔 고메스는 <그랜드 투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영화에는 국가, 성별, 시대, 현실과 상상, 세상과 시네마 등 분리된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투어가 있다. 나는 무엇보다 관객을 이 투어에 초대하고 싶다. 이것이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믿는다.” (서승희)
그랜드 투어는 본디 17세기 중반부터 유럽 상류층 자제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약 2-3년을 들여 신문물을 익히던 여행이다. 가정교사를 대동한 젊은 남성 귀족이 당시 유럽 문화의 최고 중심지였던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향했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계속해서 발달되고 구시대의 계급 구조 또한 변화되면서, 그 의미가 점차 퇴색된다. 19세기가 되면 대륙횡단철도를 포함한 각종 철도, 수에즈 운하 등이 차차 개통되면서 <80일간의 세계 일주>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된다.
20세기에는 제국주의의 광기가 시작되고, 이제 평범한 유럽인들도 식민지 관리를 위해 아시아로 향한다. 기이했던 이 시절은 문학의 역사에도 독특한 족적을 남긴다. 인도 벵골 지역에서 아편국 직원의 아들로 태어나, 추후 영국 본토 생활을 그만두고 근무지를 버마(미얀마)로 신청한 인도제국 경찰관, 조지 오웰은 <버마 시절>에 그 시절의 축축한 야만을 기록했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베트남 사이공 공무원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인도차이나 반도’ 곳곳을 다니며 살았고, 이는 <연인>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 세계에 계속해서 묻어난다.
2019년, 유럽의 한 영화감독 또한 행선지가 비슷한 여정을 꾸린다. 포르투갈 출신의 미겔 고메스 감독이 영화 <그랜드 투어> 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에드워드는 1910년대 버마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7년째 약혼자 상태인 몰리와의 결혼을 코앞에 두고, 영국에서 찾아오는 예비 신부를 피하고 싶다며 갑작스러운 도주 길에 오른다. 범죄를 저질러도 저렇게 열심히 도망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저 도망은 대체 왜일까… 싶은 이 여정은 국경을 넘어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베트남을 거쳐 일본, 중국에까지 이른다. 이 여정은 에드워드의 도주를 따르는 단단한 의지의 여성, 몰리의 행적을 통해 한 번 더 펼쳐진다. 즉 이 영화 스토리의 골자는 서로 겹쳐지기도 달라지기도 하는 두 개의 여정이다.
영화 속 여정들은 17세기의 ‘그랜드 투어’와도, 19세기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와도 그다지 닮지 않았다. 20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제국주의의 광기와도 닮지 않았다. 그 닮지 않은 모양새를 아무 설명도 필요 없이 미장센으로 구현한다. 꿈을 비롯한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 모두 흑백인데, 그 안에서 각지의 아름다움이 빛난다.
20세기를 재현할 때에는 환상적이다. 흑백이라 더 어렴풋하여 아름다워 보인다. 희뿌연 안개 낀 정글을 가로지르는 기찻길, 거기서 들리는 새 소리, 당시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들던 싱가포르의 호텔, 방콕의 파티 현장 등은 모두 동양인 보기에 ‘적절’하다. 20세기 동남아 내 왕족의 부를 고스란히 재현하여 노골적으로 비춰 보이는 오리엔탈리즘을 피하고, 보는 동양인 마음 복잡스럽게 만드는 일 없이, 단순하게 영화를 영화로서 아름답다 느낄 수 있는 선을 적절히 지킨다.
소설을 읽어주는 느낌이 드는 내레이션 또한 국경선을 넘길 때마다 그 나라의 언어와 목소리로 새로이 펼쳐진다. 화면에는 현재 그 도시의 광경이 드러난다. 일본에 도착한 에드워드가 식당에서 마주한 일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동안, 오사카의 작은 식당에서 국수인지 우동인지를 먹는 손님들의 모습과 음식을 내는 사장님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 안에서 우리는 20세기 이야기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객석에 있는 나의 동시대성을 밟고 서게 된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라도 나올 것 같은 검박한 장면들이 겹쳐 흘러간다. 거위 알을 줍고 야자 열매 껍질을 벗기는 농부, 연꽃을 수확하여 팔기 좋게 단으로 묶는 여성, 오토바이와 차량이 줄지어 다니는 도로의 모습… 무엇보다도 감독이 꽤나 감흥을 깊이 받은 듯한, 동남아 각국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전통 인형무가 여러 차례 나온다. 덕분에 관객은 20세기와 21세기를 골고루 오가며 독특한 여행을 한다. 그러는 동안 내내 궁금해진다. 그런데 에드워드는… 저 정도로 싫으면 차라리 결혼을 파하든지 대체 왜 저렇게까지 도망가는 것일까?
에드워드의 여정은 행선지를 못박아둔 여행이 아니라, 탈출이라는 목적만을 못박아둔 여행으로, 목적을 위시하여 행선지는 계속해서 추가된다. 이는 에드워드의 여정뿐 아니라 그 뒤를 따르는 몰리의 여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두 사람은 길 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유 모를 이 선형적 여정의 끝으로 점차 달려간다.
그리고 여정의 끝에서, 관객은 감독이 준비한 선물을 맞이한다. 이 선물은 거울처럼 관객을 비추며, 관객에 따라 다른 답을 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여정에서 ‘왜’에 집착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뾰족한 물음표를 보고 팔짱 끼고 본 영화가, 팔짱 끼고 미간을 찌푸린 내 머리 위로 시원하게 내리치는 죽비 같았다.
모든 영화는 감독이 내놓는 상차림이다. 어떤 영화는 든든하고 친근한 밥상 같고, 또 어떤 영화는 조금 까다로운 미식의 세계 같다. 이 영화는 자기 실력에 자부심을 가진 요리사가 화려하게 꾸며 올린 테이블 같았다. 곱씹을수록 더 매력적인, 하나하나 더 뜯어 알고 싶은 그런 상차림. 영화를 본 직후보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만족스러운 상차림이었다.
10/04 20:00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상영코드 083)
10/09 13:30 CGV센텀시티 1관 (상영코드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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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정에게 뺏겨버린 암살의 무게
이 글은 영화 [하얼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어려웠을 것이다.
항일투사들 중 많은 사람들에게 거의 제일 잘 알려져 있다고 해도 무방할 안중근이라 해도. 그에 대해 말하기 위해 두 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을 할애한다는 것은.
액션이나 긴박감을 보여주기엔 그의 행위는 짧고 간결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미 [봉오동 전투]와 [암살]에서 더 많은 장면들을 보았다. 시대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려니 그는 애초부터 심성이 곧은 전형적 인물이었기에 [밀정]에서의 송강호 같은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나 고통을 보여주기엔 그가 선사한 역사 속의 클라이맥스는 너무도 강렬했고, [동주]나 [항거]를 통해 무채색으로 경험한 바가 있다.
그러니 남은 것은 항일 투사로서 반드시 느꼈을 인간적인 고뇌와 거사를 앞둔 사람이 맞이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뿐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동지들을 실시간으로 잃는 와중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감.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불안함. 그런 일에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 놓아야 하는 비장함까지.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는 시종일관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장대한 스케일의 자연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위약한 존재로 보여준다. 그는 불안하게 얼어있는 강 위를 지나고 메마른 사막을 말 한 마리에 의존해 건너며 그 안에서 겨우 숨이 붙은 채 목표가 이끄는 대로 자신의 목숨을 태워나간다.
문제는 이런 초반부가 마치 영화 [이터널스]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에서 통했던 방식이자 자기가 잘하는 것인 풍경 속에 위치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는 히어로 영화인 이터널스에서도 같은 테크닉을 썼다는 것에 있다. 말 그대로 필요하지도. 그렇다고 어울리지도 않았던 쓸데없이 아름다운 장면들만 늘어놓아 특정 장르가 가져야 하는 미덕은 줄어든 셈이다.
[서울의 봄] 제작진과 [남산의 부장들]의 감독이라는 이름값에서 기대하는 것들 중 하나가 웅장함, 혹은 비장함이었을 테지만. 초반부가 보여주는 영상은 그저 때깔 좋은 여행기 정도로만 보일 뿐. 안중근 개인으로서의 고뇌를 드러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그가 한 인간으로서 느꼈을 유약함이나 외로움은 압도적인 광경에 짓눌려 희미해져 버린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게다가 후반부의 포커스마저도 밀정인 상현(조우진)과, 덕순(박정민)에게 양보한다. 반전이라 생각하고 심어놓았을 트릭은 너무도 뻔해, 플래시백으로 표현한 장면들에서 그 어떤 타격감도 없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영화 초반 묘사에서 안중근에 비해 조금은 비중이 떨어져 있는 두 인물들이 영화의 마지막으로 다가갈수록 힘겹게 존재감을 차지한 안중근의 엉덩이를 슬금슬금 자리에서 밀어낸다.
나 역시도 영화를 통틀어 가장 상징적인 장면을 말하라 한다면, 안타깝게도 안중근이 꼬레아 우라를 외치는 장면이 아닌, 상현과 다쓰오(박훈)의 식사(?) 장면을 꼽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쓰오는 상현을 밀정으로 삼기 위해 처음에는 그에게 스테이크의 한 조각을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준다. 아직까지는 사람으로 상대방을 인정한다는 뜻이 담겨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현이 체면(포크와 나이프)을 버리고 손으로 고깃 조각을 먹은 뒤에, 다쓰오는 손을 이용해 상현에게 나머지 고깃덩어리를 던져준다. 사람의 위치에서 자신의 심복(개)으로 신분(?)이 격하되었음을 단 몇 초 사이에 보여주기에 충분했으며, 동시에 상현을 효과적으로 무너뜨리는 동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울부짖으며 고깃 조각을 씹어 삼키는 상현의 모습은 그저 사람을 끝까지 믿어보자는 안중근의 설득 보다도 훨씬 더 인간적으로 보였다.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물렸음을 확신하는 표정으로 최후를 맞이하는 다쓰오의 모습도. 분명 사막 탐험대(?)에서 맨 마지막에 말을 몰았던 상현이 다쓰오의 암살 뒤에 가장 먼저 앞장서 말을 모는 모습에서도.
안타깝지만 영화는 밀정에게 암살의 무게감조차 뺏긴 채 쓸쓸히 뒷모습을 보이며 막을 내린다.
[이 글의 TMI]
1. 두 번 다시 크리스마스에 영화관에 가지 않겠다. 사람에 깔려 시골쥐 죽을 뻔.
2. 내 사과 빨리 배송 와라.ㅠㅠ집에 사과 없다ㅠㅠ
3. 업무폰 배터리 충전 안 해놔서 졸지에 전화 안 받는 싸갈스 바갈스 됨.
#munalogi #최신영화 #영화리뷰 #하얼빈 #영화리뷰어 #내일은파란안경 #브런치작가 #네이버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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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는 이것 하려고 3000년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분위기 정령
이제는 혼자가 아닌 것이 더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서사학자인 알리세아. 튀르키예로 출장을 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객실을 혼자 쓰고 있다. 텅 빈 객실에 혼자 있다. 튀르키예에는 그랜드 바자르라는 곳이 유명하다고 그랬다. 거기서 의문의 병을 얻은 알리세아. 이게 뭐지? 아무 생각 없이 병을 손질하는 알리세아. 반사적으로 병을 건들고 다시 수납장에 넣으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병에서 어떤 큼지막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나체의 남자. 처음엔 객실이 감당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덩치가 컸던 남자. 눈으로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실화가 됐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당황하는 알리세아. 램프에서 튀어나온 거인은 자기의 이름을 '진'이라고 소개했다. 직업은 정령이랜다. 그런 자기를 입증이라도 하는 듯이 TV에 있던 아인슈타인을 느닷없이 꺼내는 진. 알리세 아는 지금 일어나는 일에 최대한 적응하려고 한다.
천지개벽에 정령이라니. 인문학자로서 온갖 나라의 설화들을 들었지만 램프에서 튀어나온 정령은 쉽게 믿기 어렵다. 그렇게 정령 진과 대화하고 있던 도중에 호텔 룸서비스가 왔다. 나가보는 알리세아. 문 밖에서 음식들을 받고 온다. 그 새 덩치가 작아진 정령. 체구가 큰 남자의 체형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인 대화를 하는 두 사람. 정령 진은 알리세아에게 '소원이 있나, 있다면 세 가지만 말해달라'라고 요구한다. 보통사람이라면 바로 답하겠지만 서사학자인 알리세아에게 그런 건 없다. 왜냐면 본인의 논문이력에 근거해, 모든 '소원 들어주는 정령'의 끝은 안 좋기 때문이다. 거절하는 알리세아. 그런 알리세아를 설득하기 위해, 정령 진은 자기의 예전 이야기들을 말해준다.
'매드 맥스' 향 첨가
조지 밀러라는 이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다. 70대 고령의 영화감독이 섹시한 액션영화를 잘 연출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르는 듯하며 내내 폭주하는 영화를 연출한 조지 밀러. 아직도 그 도입부에 날것의 동물을 씹어먹는 인물이 생각난다.
이 영화는 전작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와는 정반대인 로맨스 영화다. 그리고 전작처럼 빠른 템포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영화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이 있다. 왜냐하면, 주인공 진의 관점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가? 가 굉장히 화려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이야기들 자체가 뭔가 신선한 것들이 아니다. 요약하면 '왜 진이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는가' 혹은 '상처를 입어서 병 속에 갇혔는가'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다른 작품들과의 차이점을 갖는 부분은 이를 어떻게 이야기로 펼치는가에 대해 달려있다. 첫 번째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써보자면, 진에겐 사랑이 있었다. 이 사랑은 진을 뿌리치고 극 중 다른 인물에게 마음을 뺏긴다. 이때 마음을 뺏기는 과정을 어떻게 연출하고 있는가?를 보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음악을 연출하는 방식, 유혹에 성공하고 난 후의 모습을 보면 이것저것 효과가 많이 들어갔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메시지는 비슷하더라도 자기만의 언어로 소화한 사랑 이야기를 풀고 있다.
또 이 첫 번째 이야기 이후의 서사도 주목해볼 만하다. 영화는 진의 관점에서 전부 사실인 이야기를 전달한다. 당연히 자기 이야기니까 나름대로의 진실을 전달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진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는가?를 보면 자기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영화 전체적으로 인물과 좀 떨어져 있는 듯한 거리감이 있다. 이는 두 번째 이야기가 특히 그렇다. 이 두 번째 이야기는 진의 이상한 선택으로 인해 벌어진 비극을 다룬다. 그런데 자기 유리한대로만 말하면 청자인 알리세아와 관객에게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 화면 촬영 연출부터 섬세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이끄는 주요 인물들에 집중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받는지부터, 인물에게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까지 디테일함의 힘이 영화에서 발현되는 부분이 흥미롭다. 여러분 다들 '솔로몬 왕'에 대해 들어보지 않았나? 영화는 이 솔로몬의 설화도 살짝 변주해서 이야기로 만들었다. 물론 이야기의 낯섦뿐만 아니라 시, 청각적인 쾌감도 잘 챙겼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이미지 디자인이 아주 탁월했다. 예를 들어 진이 병 속으로 잡혀가는 연출은 어딘가 익숙해 보이지만 조지 밀러의 전작 특성을 알 수 있다. 또한 거미와 악기 연주로 대표되는 상상력의 힘을 이야기의 밀도에 추가점이 되는 요소다. 또 노래 작곡에 1년이 걸렸다던 삽입곡들도 영화의 창의성으로 표현되는 지점이다.
수미상관형 구조
이 영화의 초반부는 얼핏 보면 굉장히 안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초반부는 바로 이것이다. 외로웠던 알리세아. 알리세아는 다들 떼거지로 몰려다닐 때 조용한 10대 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런 10대에 어떤 불만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 설정은 그냥 단지 알리세아가 갖고 있는 흘리듯이 넘길 수 있는 설정인 듯 보인다. 그러나 아니다. 이 설정은 영화의 후반부에 직접적으로 반복된다. 간접적으로는 영화에서 끊임없이 모티브로서 활용된다. 이 장면이 들어가는 방식을 눈 크게 뜨고 보셔야 영화 이야기 전개에 인물의 행동근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맥락상 무조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의 20대 초반 시절, '공감능력'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다. 왜 이런 걸 생각했을까? 바로 인간관계에서 헛짓거리를 많이 해서 그런 욕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잘 몰랐다. 그렇게 남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공감능력의 부재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들 한다. 이런 내가 된 이유는 자주 혼자 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대 때 외로움도 몰랐고 고독은 아예 감조차 못 잡았다. 글쓴이가 이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이해가 된다. 반대로 이런 전개는 납득하지 못할 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조지 밀러 감독이 구체적으로 딱 꼬집어지는 감정을 중심으로 한 게 아니라 이야기 이면에 깔려있는 인물들 간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영화화 한 만큼 '새 해는 사랑을 해야 해'라고 마음을 먹은(글쓴이 같은) 관객들에게 추천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고 가면 루즈한 이야기에 식상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소재는 보편적이지만 그 이야기를 어떻게 푸느냐? 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영화가 될 수 있다. 물론 로맨스적인 코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진과 알리세아가 푸는 이야기만 들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선대
여러분의 새해 바람은 무엇인가? 적지 않은 분들이 ‘애인 생기게 해 주세요’가 있을 것 같다. 사랑 말은 쉽지만 직접 해보면 어렵다. 남의 연애는 상담하기 쉽지만 실질적으로 자기는 뭘 못하고 있는 분들 주변에 많은 것만 봐도 그렇다. 왜 연애가 어려운지 생각해보면 이유가 가지각색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해보면 사실 간단하다. 욕망 때문에 어렵다.
누구는 같이 영화 봤으면 좋겠고. 누구는 같이 드라마 봤으면 좋겠고. 누구는 같이 쇼핑했으면 좋겠고. 아무 생각 없이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당연히 하고 싶은 게 다르니까 싸울 수밖에 없다. 안 싸우는 방법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사람은 다들 외롭고 고독해서 사랑받고 하고 싶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고독하기 때문에 고독해지는 모순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아이러니를 펼쳐나간다. 이야기 내부의 시각적인 이미지, 어디서 들어본 듯한 낯섦 이 두 가지가 여러분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알리시아의 선택지로 인해 생각해볼 것이 몇 가지 생길 것이다. 그러면 문득 ‘내가 겪는 문제는 돈과 사랑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까? 아무튼 더 간절히 갈망하는 자에게 사랑이 좇아 드는 것 같다. 그럼 우리 눈에 안 보이는 정령이 온 우주를 옮겨서라도 사랑을 만들어 주지는 않을까. 1월의 시작을 연애세포를 자극하는 따뜻한 로맨스로 하라고 권장하고 싶다. 극 중 이드리스 엘바의 피지컬처럼 운동하고, 틸다 스윈튼처럼 우아하고 지적으로 나이 들면 각자의 사랑이 나름대로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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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모음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완연한 봄날씨가 찾아왔는데요, 주말에는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진다고 하니 감기 들지 않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바쁜 한 주의 끄트머리,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질 재미있는 영화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애들은 가라! 오늘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일곱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색감천재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개들의 섬>부터
여러 할리우드 영화 연출에 영향을 끼친 콘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까지!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개들의 섬(2018)
Isle of Dogs
ⓒ 네이버 영화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톤, 코유 랜킨,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등
장르: 모험,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인류를 위협하는 개 독감이 퍼지자, 세상의 모든 개들은 쓰레기 섬으로 추방되고, 자신이 사랑하던 개를 잃은 소년은 개를 찾아 홀로 섬으로 떠난다. 소년은 그곳에서 다섯 마리의 특별한 개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사라진 개를 찾아가는 그들 앞에 기상천외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개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개 남다른 개들의 색다른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걘 겨우 12살이니까.
우린 애들을 좋아하잖아.
ⓒ 네이버 영화
영화 <개들의 섬>은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견류 독감'의 영향으로 전국의 모든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추방시킨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했으며, 201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 및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은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는데요, 영화는 사랑하는 개 '스파츠'를 찾아 나선 소년 '아타리'와 그를 돕는 다섯 마리의 개들을 주인공으로 했으며 독창적인 컬러감과 구도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던 웨스 앤더슨 감독이기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답게 <개들의 섬>은 디테일에 있어서 엄청난 놀라움을 자아내는데요, 캐릭터들의 표정과 움직임, 배경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정교한 작업을 위해 3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러닝타임 101분을 위해 무려 144,000개의 스틸을 이어 붙였으며, 1초에 24 프레임을 구현하는 기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on ones' 기법과 달리 움직임이 다소 딱딱하고 불온전한 느낌의 'on twos' 기법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초밥을 만드는 장면 하나에 15주가 소요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비주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캐릭터, 따뜻하면서도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가 적절히 섞여 들어간 스토리텔링 또한 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인간과 개의 교감을 섬세하게 다뤄 애견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신다면 그의 또 다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인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또한 추천드립니다.
퍼펙트 블루(1997)
Perfect Blue
ⓒ 네이버 영화
감독: 곤 사토시
출연: 이와오 준코, 마츠모토 리카, 치즈 신파치, 오쿠라 마사아키 등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81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내리막길만 남아 있는 일본의 소녀 아이돌 그룹 ‘참’의 리더 격인 미마. 롱런을 위해 에이전시로부터 배우로의 전업을 권유받고 그룹을 탈퇴한다. 광적인 팬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핑크빛 공주 의상을 입는 자신에 익숙했던 그녀에겐 갑자기 강간신을 찍는 성인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겨운 일. 시골에서 올라온 자연인으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아니면 아이돌 스타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혹은 누드사진을 찍는 그녀가 진짜일까?
1초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어째서 동일인이란 걸 안다고 생각해?
단지 기억의 연속성. 그것 만에 기대어
우리들은 일관된 자기 동일성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어.
ⓒ 네이버 영화
영화 <퍼펙트 블루>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곤 사토시 감독의 1997년작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곤 사토시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데요, 아이돌 그룹 '참'의 멤버였던 '미마'가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로서 경력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어차피 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동화(動畵)를 많이 쓸 수 없으니 움직임이 아닌 미술과 연출로 승부를 걸자고 생각했다고 하며, 결과적으로 작화와 연출 면에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 되어 애니메이션에서 연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감독은 '상상과 일상의 융합'이라는 테마를 반복적으로 사용, 다양한 명작을 많이 배출해 냈습니다.
최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더 웨일>이 개봉을 했는데요, 애러노프스키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퍼펙트 블루>를 종종 오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영화들 중 <레퀴엠 포 어 드림>, <블랙 스완> 등에서 <퍼펙트 블루>와 거의 유사하게 연출된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2001년에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퍼펙트 블루>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려다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답니다.
파프리카(2007)
Paprika
ⓒ 네이버 영화
감독: 곤 사토시
출연: 하야시바라 메구미, 후루야 토루, 야마데라 코이치 등
장르: 미스터리, SF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0분
29살의 정신과 치료사 치바 아츠코에게는 또 하나의 자아가 있다. 바로 18살의 대담무쌍한 꿈 탐정 파프리카이다. 파프리카는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의 무의식에 동조함으로써 환자의 불안과 신경증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한다. 어느 날, 치바의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던 혁명적인 정신치료장치 DC-MINI의 프로토타입이 도난당하고 조수마저 실종된다. 장치를 찾아 나선 치바는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 파프리카는 내 분신이잖아.
- 아츠코가 내 분신이라는 발상은 못 하나 봐?
ⓒ 네이버 영화
영화 <파프리카>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퍼펙트 블루>를 만들기도 했던 곤 사토시 감독의 유작입니다. 이 작품의 제작 이후 감독은 췌장암이 발병해 투병 생활을 하다 2010년 사망해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는데요, <파프리카> 역시 <퍼펙트 블루>와 마찬가지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프리카>의 원작자이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이기도 한 츠츠이 야스타카 본인이 해당 작품을 사토시가 영화화해 주길 원했으며, 원작 소설보다 더 확장된 상상력과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중인격의 인물, 악몽에 시달리는 현대인, 꿈의 영역까지 도달한 과학, 현실과 꿈의 뒤섞임 등 많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요, SF와 미스터리, 스릴러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믹스에 여느 영화 못지않은 탄탄한 구조와 감독 특유의 탁월한 작화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물리적 경계가 없는 매체인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영화로,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화면구성이 관객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합니다. 앞서 <퍼펙트 블루>를 오마주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들을 언급드렸었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파프리카>의 기초 설정 및 장면들의 유사성 또한 영화팬들 사이에 꾸준히 회자되는 이야기랍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2022)
Pinocchio
ⓒ 네이버 영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프 왈츠,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등
장르: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의 마법 같은 모험. 오스카 수상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손에서 고전 동화가 새롭게 재탄생했다. 생명을 얻은 목각 인형의 이야기가 놀라운 스톱모션 뮤지컬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 생명을 불어넣는 강력한 사랑의 힘이 펼쳐진다.
삶이 귀하고 의미 있는 건
그 삶이 짧기 때문이야.
ⓒ 네이버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스트리밍에 앞서 사전 공개되었던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압도적인 호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원작 동화 피노키오의 맥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인 '전쟁'과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러워 감독만의 새로운 버전의 피노키오가 탄생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영화 곳곳에 심어 둔 사회적인 풍자와 은유적인 메시지, 원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생의 교훈과 소중함이 버무려져 마냥 아름답지만 않으면서도 따뜻한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감독의 전작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는 본래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가 판타지적 세계관에 녹아들어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는 감독입니다. 피노키오를 만들면서도 행복한 분위기보다는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원작 소설의 무서운 면에 더 이끌렸으며 자신만의 피노키오를 만들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만의 피노키오가 완성되어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치코와 리타(2010)
Chico & Rita
ⓒ 네이버 영화
감독: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출연: 에만 소르 오냐, 리마라 메니시스, 마리오 구에라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야망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욕망,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그리고 네온사인 화려한 기회의 도시 뉴욕, 이제 막 그곳에 발을 디딘 치코는 스타로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리타와 재회하게 되는데… 하바나에서 뉴욕 그리고 파리, 할리우드, 라스베이거스까지, 사랑과 꿈을 좇는 그들의 뜨거운 여정이 펼쳐진다.
나도 당신을 모르지만 내 평생
당신을 기다려 온 것 같은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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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코와 리타>는 2012년에 개봉한 스페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199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하비에르 마리스칼, 토노 에란도가 공동 연출했으며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음악을 맡은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소개되어 대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1950년대의 쿠바,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의 장소를 오가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작화를 맡은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한 천재 아티스트로, 투박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일러스트에서 스페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영화 내 흘러 귀를 즐겁게 하며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벤 웹스터, 냇 킹 콜 같은 재즈 명장들이 영화 속 캐릭터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음악을 사랑하는 어른의 연애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돼지의 왕(2011)
The King of Pigs
ⓒ 네이버 영화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등
장르: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96분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이 먹고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 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이곳은 얼음처럼 차가운 아스팔트와
그보다 더 차가운 육신이 나뒹구는...
세상이다.
ⓒ 네이버 영화
영화 <돼지의 왕>은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잔혹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부산행>, <정이> 등으로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그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소 거칠고 현실적인 삽화체 그림이 특징이며 불편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일부러 불편함을 느끼게끔 디자인한 그림체라고 합니다. 매우 잔혹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어린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과 독재권력에 대한 풍자, 사회적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돼지의 왕>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고,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 시드니 영화제, 파리 시네마 영화제, 몬트리올 판타지아 장르 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해당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요,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등이 출연하였으며 원작 이상의 잔혹한 수위와 묘사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잔인한 학교폭력과 이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 모르쇠로 일관하는 어른들은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보다 강력한 규제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 학교폭력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파닥파닥(2012)
Pad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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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대희
출연: 시영준, 김현지, 안영미, 현경수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78분
자유롭게 바닷속을 가르던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올드 넙치'. 그는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양어장 출신의 다른 물고기들의 신망을 받는 권력자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파닥파닥'으로 인해 수족관의 평화는 깨지고, '올드 넙치'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바다를 향한 고등어 '파닥파닥'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너희들은 이미 죽은 거야.
여기 들어온 이상 이미 죽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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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추천드릴 작품 역시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개봉 전부터 각종 영화제로부터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영화 <파닥파닥>입니다. <파닥파닥>은 드라마와 뮤지컬이 결합된 일종의 뮤직드라마의 형식을 갖춘 애니메이션 영화로, 횟집 수족관에 갇혀버린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이 자유를 갈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전문 성우들이 더빙을 한 것이 특징인데요, 극 중 뮤지컬 부문에서도 성우들이 모든 노래를 직접 불렀으며 한국 독립 영화의 애니메이션에서 배우가 아닌 성우들이 캐스팅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네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횟집 수족관은 마치 계급화와 서열화가 만연한 관료주의 인간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한 공간으로 표현되며, 기회주의자, 냉소주의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군상들이 물고기의 얼굴을 하고 등장합니다. 수족관의 보이지 않는 벽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현실에 안주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꿈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영화로, 꽤나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연출과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12세 관람가로 책정되어 있으나 15세 이상 관람, 나아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 개봉했어도 납득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수준이라 발랄한 콘셉트의 마케팅에 낚인 것을 후회한 가족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총 일곱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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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 소녀의 성장기 : 메이의 새빨간 비밀
* 본 게시물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를 1달 무료 구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부지런히 로키를 보던 도중 최근 픽사의 신작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 디즈니 플러스에서 오픈한 것을 보고 호기심에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화면 가득 채운 레서 판다가 귀여워서 무작정 누른 게 큽니다만 귀여운 레서 판다만큼이나 작중 인물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무척 즐겁게 본 애니메이션입니다.
픽사의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중국계 미국인의 혈통을 이어받은 메이라는 13살 사춘기 소녀입니다. 메이의 혈통에는 신비한 비밀이 한 가지 있는데,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레서판다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특별한 설정은 메이의 심리상태 그리고 13살이라는 사춘기 소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메이는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어머니에게 인정받는 것이 최우선인 ‘착한 딸’의 역할을 철저하게 지켜왔습니다. 친구들이 함께 놀자고 하는 것도 뿌리치고 어머니와 함께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사당을 청소하러 가는 것처럼요.
하루는 자신이 그린 야한(?) 그림을 어머니에게 들키게 되고 어머니는 야한 그림의 대상에게 가서 메이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메이는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쳐 잠이 드는데, 꿈으로 잠을 설치다 깨었을 때는 레서판다의 모습이 되어 있었습니다. 메이는 어머니에게 그 모습을 절대 들키지 않으려고 했고, 어머니는 그런 메이의 모습에 메이가 생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착각하죠. 결국 그 모습을 들켰지만 메이의 어머니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메이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어머니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메이는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판다를 봉인하려 합니다. 하지만 남은 기간은 약 한 달여. 그 한 달 동안 메이는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탈을 하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에 눈을 뜹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공연에 꼭 참여하고 싶었던 메이와 친구들은 레서판다의 모습을 이용해 티켓을 살 돈을 모읍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된 메이지만 끝내 한 친구의 생일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흉포한 판다의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자신이 저지른 일과 어머니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마음, 콘서트를 가지 못한다는 마음이 엉켜 무척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 사건 끝에 메이는 레서판다의 모습도 자신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판다를 봉인하지 않는 선택을 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사춘기 소녀의 감정을 판다로 표현한 점이 무척 귀엽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빨간색인 레서판다로 변신한 이유가 거짓말은 새빨간 것 그리고 생리가 시작되며 빨간색이라는 것과 연관을 지어서 캐릭터를 잡은 것은 아닐까 싶네요.
래서판다로 캐릭터를 구축한 이유가 무엇이든 판다라는 매개를 통해 어머니와 딸의 감정 갈등과 해소, 사춘기 소녀의 관심사와 감정을 정말 잘 표현해낸 것, 4공주(?) 친구들과 한 번쯤 해봤을 흑역사 생성이나 아이돌을 덕질과 같은 요소들은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 풍성하게 만들어주며 주제의식도 분명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특히 귀여운 것을 보는 메이와 친구들의 눈이 잊히지가 않을 만큼 정말 귀여워요)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본다면 아이들보다 부모가 더 재미있게 볼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네요. 별생각 없이 봤지만 먹던 밥까지 멈추게 하고 보게 할 만큼 즐겁고 유쾌했던 픽사의 작품이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하시는 분이시라면 꼭 보라고 추천드리고 싶네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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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시대] 끝장리뷰 | 대만과 중국 | 에드워드 양의 양가성 | 예술에 대한 코멘트 | 오프닝, 결말해석 | 제목분석 | 아킴과 찰리 채플린 상징
[독립시대](199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대만
Chapter 2 예술
00:00 독립시대
01:20 대만 은유
02:45 유자의 곤혹
04:07 제목 분석
04:57 아킴과 채플린
08:18 양덕창 예술론
09:40 오프닝, 결말해석
11:39 별점 및 한 줄 평
11:56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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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이 영화를 공개합니다. 전세계 언론이 극찬한 영화.[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헌터킬러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배급사)의 사용 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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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재개봉 예고편
조직 내부에 숨어있는 스파이를 찾아라!
영국의 비밀정보부 요원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는
러시아 스파이의 색출 작전에 실패한 후 은퇴하지만,
본부로부터 다시 한번 비밀 작전을 맡게 된다.
한편, 러시아 고위급 장교를 감시 중이던 현장요원 ‘리키 타르’(톰 하디)는
서커스라 불리는 MI6의 최고위급 간부 4명,
정보부장을 포함한 고위 관료 중 한 명이 스파이임을 알게 된다.
이제, ‘조지 스마일리’는 어제까지의 동료였던 정보부 모든 이들을 상대로
자신의 임무를 들키지 않고 스파이를 가려내야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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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글 크루즈> 어드벤처 비하인드 영상
<캐리비안의 해적> 디즈니 제작! 이번엔 아마존이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순탄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 나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수록 릴리와 프랭크는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인류의 운명도 위태로워지는데…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