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두codu2024-02-28 08:38:31
무엇이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장재현 감독, <파묘>(2024)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파묘>의 초반부를 이끄는 동력은 미국 한인 재벌의 핏줄에 흐르는 저주다. 저주를 따라 이름 없는 묘를 파헤치며 증오에 찬 혼령을 깨운 영화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기점으로 장르적 변환을 시도한다. 한국의 오컬트 영화를 책임지고 있는 장재현 감독은 무덤과 혼령의 공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무덤이 위치한 범의 허리를 팔수록 묻혀있던 한반도의 뿌리 깊은 역사가 드러난다.
핏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상황에 따라 이 사실은 축복이기도, 저주이기도 하다. 미국과 한국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으로 큰 부를 이룬 LA의 한인 재벌에게 유전병이 발병한다. 가문에 이어진 부유함은 축복이지만 핏줄을 타고 내려온 광기와 죽음의 그림자는 피할 수 없는 저주다.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박지용(김재철)은 불신을 무릅쓰고 무당 화림(김고은)에게 의뢰를 부탁한다.
보이고 만질 수 있는 환한 빛의 세계와 그림자에 숨어있는 어둠의 세계. 그 경계에 무당 화림이 있다. 불신이 놀라움으로 바뀌는 얼굴을 보며 속으로 비웃음을 감추는 이 젊은 무속인은 빛의 세계로 삐져나온 어둠의 것들을 능숙하게 다루고 해결한다. 지용의 아기를 보고 묫바람, 즉 대대로 이어진 유전병의 원인이 선대의 묫자리에 있다고 진단한 화림은 지관 상덕(최민식)을 찾는다. 돈 있는 자들의 묫자리를 봐주며 “땅을 팔아먹고” 사는 상덕은 하늘과 땅의 이치와 만물의 순환을 읽는 풍수사다. 죽은 사람의 자리가 좋지 않다면 묘를 이장해야 한다. 막대한 돈이 걸린 이장을 위해 장의사 영곤(유해진)까지 합세해 무속인 화림과 조수 봉길 그리고 풍수사 상덕은 힘을 모은다.
산 깊은 곳, 산세가 탁 트여있지만 여우가 많고 어쩐지 그늘이 진 곳이 의뢰인 박지용의 조부가 묻힌 자리다. 친일로 부와 지위를 얻은 박지용의 조부는 “악지 중의 악지”에 묻혀 있었고, 그 한은 젖과 꿀이 흐르는 미국에 사는 후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화림과 봉길 그리고 상덕과 영근이 힘을 합쳐 굿과 이장을 동시에 진행하지만, 관은 열리고 증오만 남은 혼은 현실에 손을 뻗친다. 나라를 팔아 100년 넘게 부와 명예 그리고 조부의 증오에 찬 저주를 이어받은 후손들은 목숨으로 대가를 치른다.
조부의 관 아래 묻혀 있던 수직으로 세워진 거대한 관이 드러나며 범의 허리를 자른 여우의 정체가 밝혀진다. 두 번째 관의 등장은 영화가 다루는 시간의 범위를 500년으로 확장시킨다. 신기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진저리를 칠만큼 께름칙한 위용을 자랑하는 관에 봉인돼 있던 것은 일본의 정령 ‘오니’다. “험한 것”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드러날수록 초자연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미스터리에서 오는 공포는 줄어든다. 조부의 혼이 유리창을 통해 흐릿한 형상을 인지할 수 있는 무언가였다면, 500년 이상 묵은 장군의 정령은 그림자와 육체를 지니고 간을 빼먹는 구체적인 형상의 괴물이다. 장재현 감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닌 압도적인 무언가로 두려움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자신을 ‘전쟁의 신’이라 부르는 이 존재는 ‘두려움’ 그 자체다. 원한을 품고 성불하지 못한 혼이 아니라 죽음을 먹고 자란 두려움의 실체화다. ‘오니’는 자신의 부하가 될 것을, 두려움에 무릎 꿇고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 한번 두려움에 굴복했던 화림은 봉길을 잃을 뻔한 위기를 겪고 자신의 지켜줄 존재를 대동한다. 무당 화림이 모시는 ‘할매’ 앞에서 오니는 승탑에서 그러했듯 불의 형상이 되어 도망간다.
<파묘>는 끊을 수 없는 연결과 순환의 고리 위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핏줄, 신 그리고 땅과 하늘의 모든 것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 과거부터 쌓아 온 역사는 미래로 이어진다는 것을 주지 시킨다. 신내림을 받아야만 하는 무속인에게 신이란 거부할 수 없는 핏줄과도 같다.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아는 풍수사는 순환의 원리를 외면할 수 없다. 화림이 할매의 비호를 받고 상덕이 음양오행의 이치에서 길을 찾듯, 일본의 두려움에 굴복해 영혼을 바친 박씨 가문은 저주에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곧 일본 오니와의 연결이기 때문이다. <파묘>는 한반도라는 땅과 연결된 애국지족의 마음이 민족을 배반한 반역자와 침략자들을 뿌리 뽑는 영화다. 땅에 새겨진 역사는 잊혀지지 않는다.
범의 허리, 즉 한반도의 허리를 끊으려는 일본의 책략을 막기 위해 ‘철혈단’은 땅의 말뚝을 뽑는다. 상덕은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와 자신의 피로 불타는 칼을 격퇴하는 데 성공한다. 땅의 기운을 읽는 자의 피와 역사를 지켜낸 이름들로 불타는 철이 자아내는 두려움은 격파된다. 작은 태양 같은 동그랗고 빨간 도깨비불의 모습은 일장기를 연상시킨다. 그러니 상덕이 음양오행의 이치로 오니를 물리치는 것은 일장기를 음양이 조화된 태극기가 베어내는 것과 다름없다. 현대 한국 영화사의 맥락에서 보면 <명량>의 이순신(최민식)과 <영웅>의 설희(김고은)가 (윤)봉길과 함께 일본 장군을 격퇴하는 것이다.
영화를 본 뒤 ‘우리 조상님들은 잘 묻혀 계신지’ 걱정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땅과 하늘의 기운을 살피고 망자에게 예의를 다하는 한국인이라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무의식 중에 알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지금 이 땅을 딛고 선 우리도 언젠가는 역사의 일부가 된다. 수 천년 이어진 민족의 역사뿐 아니라 미래로 이어질 역사도 잊어서는 안 된다. <파묘>의 시작과 끝에는 새로운 시대의 생명이 있다. 박씨 가문의 갓난아기에서 시작한 여정은 상덕의 딸과 배 안의 아기를 축복하는 결혼식으로 끝난다. 장재현 감독은 역사에 축적된 불의를 심판하며 미래의 세대로 희망을 넘긴다. 박씨 가문의 장손들과 악한 역사를 함께 해 온 어머니는 죽었지만 며느리와 아이만은 살아남았다. 어쩔 수 없이 이어져 내려온 친일의 역사를 이어받은 아이를 용서한다. 이제 아이는 무엇과 연결될지 선택해야 한다. 과거의 사람들은 새로운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현재의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거대한 역사와의 연결을 피할 수 없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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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일깨우는 ‘사랑’과 ‘공존’의 가치
▷한줄평 : 다시 죽음의 두려움조차 이겨낸 ‘소통’, ‘협력’, ‘사랑’, ‘희생’의 보편적 가치를 말하다
▷영화 : 미키 17(Mickey 17), 2025.2월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영화 <미키 17>에서 / 티모(스티븐 연), 카이 캇츠(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
우리 모두는 ‘익스펜더블’과 같은 존재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해도 매번 죽음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생체실험에 자신의 생명을 제공하는 ‘익스펜더블(Expendable, 소모품)’ 직군을 선택한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죽음을 피할 방도는 없다. “다시 만나!”라고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소각로(사이클러)에 뛰어들면 그만이다. 두려움도 반복되면 익숙해진다. 다시 프린트하면 되니깐. 이 순간 ‘미키’는 미키1, 미키2… 미키n과 같이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달리 벗어날 방법이 없다. 2054년 우주 행성 개발 시대에서조차 자본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하층 노동자는 ‘위험의 외주화’의 도구가 될 뿐이다. 미키n이 갖는 존재의 가치를 논할 필요가 없다.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지점에 슬픔조차 불필요한 감정이 된다. 죽는 기분이 어떤지 묻는 동료의 질문에 ‘항상 무섭다’라고 말할 것 밖에 없다. 고귀한 새로운 생명의 창조와 탄생 일조차 이제는 간단히 버튼 하나로 3D 프린터로 뚝딱 만들어내는 단순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인간 존재의 가치를 말해주는 ‘탄생’과 ‘죽음’의 신비로움은 이제 사라져 버렸다. 미키는 이런 소모품으로 자신이 소비되고 있음이 후회스럽다.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까?
어쩌면 <미키 17>에서의 새로운 복제인간의 탄생은 우리가 매일같이 잠을 자고 새로운 날을 맞는 것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갖는다. 미키가 과거의 자기를 폐기하고, 새롭게 탄생한 존재를 현재 살아있는 객체로 구분해 내듯, 우리는 연속된 생을 하루라는 날로 구분하여 매번 새로운 날들을 만들어 낸다. 3월 1일, 2일…n일 처럼 말이다. 시간의 영속적 흐름 속에서 특정 시간에 대한 의미 부여를 위해 강제로 하루를 24시간으로 쪼개어 쳇바퀴에 올려놓은 꼴이다. 매일매일 지옥과 같은 일상 속에서 자아는 죽었다가 살아나는 일을 반복한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 교차하는 지점에 드는 아쉬움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일에 대한 쓸데없는 감정 소모일 뿐이다. 그래서 미키n이든 제이바다n일이든, 이 세상의 모든 ‘익스펜더블(소모품)’들은 견디기 힘들 만큼 지루한 일상을 끊임없이 버텨내야만 한다. 그 짧은 간극 사이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각 개인들의 몫이다.
영화 <미키 17> 스틸컷 / 소모품으로 소비되는 미키n의 존재들
봉준호 감독은 이 지점에 미키17이 자신을 복제한 미키18을 마주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17번째 미키가 크레바스에서 죽었다고 착각한 이들이 18번째 미키를 리프린트하게 된 것이다. 이 세계에선 동일한 익스펜더블이 공존하는 '멀티플'은 불법이기 때문에 그들은 이 상황이 발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둘 중 하나를 죽여야 한다.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서로 살아남기 위해 자기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의 존속이 행복할 것처럼 보였지만, 죽음이라는 것을 마주해야 비로소 그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은 계속 사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달라. 내가 죽으면 네가 사는 거잖아.’ 영화 <미키 17>에서 / 미키 17(로버트 패틴슨)
현재는 과거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결과물은 사뭇 다르다. 기억의 저장과 재생 과정에서 성품까지도 동일하게 반복 재생시키지는 못했다. 마치 기억의 저장소에 내가 원하는 것들을 끄집어내 나의 온전한 기억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과 같다. 미키18는 다혈질의 성향을, 미키17은 온유한 성품을 가졌다. 어쩌면 순간마다 달라지는 우리들의 내적 자아의 분열과 같다.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는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낸다.
미키의 이러한 다른 성품은 둘 중 어느 하나가 살아남을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 둘은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격하게 부정한다. 서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소통’이 만들어낸 대결과 파멸의 극복
기록된 역사는 정복자의 관점을 투영한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말 그대로 우연한 ‘발견’일뿐이지, 그 대륙에도 사람들이 이미 번성한 문명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최근에는 유럽인의 시각에서 사용한 ‘발견’이라는 말 대신에 ‘만남(Encounter)’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지금도 정복자의 시선이 담긴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s)’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당시에도 문명국가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잉카, 마야, 아즈텍은 대표적인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이다. ‘니플헤임’ 식민 우주 행성 개척은 생육과 번성을 꾀해왔던 인류의 역사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외계인인데 왜 쟤네더러 외계인이래?" 영화 <미키 17>에서 / 나샤(나오미 애키)
이 프로젝트의 총사령관인 케네스 마샬(마크 러팔로)과 일파 마샬(토니 콜렛) 부부는 이런 정복자 DNA의 야욕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행성에 이미 살고 있었던 외계 생명체, 크리퍼 (Creeper)를 ‘추악한 외계인’이라 부른다. 그 옛날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을 ‘인디언(Indian)’이라고 부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크리퍼들이야말로 이곳 니플헤임의 원주민이며 외계인은 오히려 지구에서 찾아온 우리 인간들이다. 크리퍼에게는 그들만의 고유한 언어체계가 있었으며, 그 수많은 개체들마다 각자의 이름(루코, 조코, 등)이 있을 정도로 공동체성을 보유하고 있는 종족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케네스 일당은 여전히 그들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마샬은 벌레의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다며 식민지 개척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크리퍼를 몰살할 계획을 세운다.
영화 <미키 17>에서는 이 지점에서 외계인을 포함한 타인을 대하는 탐욕스러운 인간 본성을 탐구한다. 아둔하고 차별적이며 폭력적인 케네스 마샬은 이 시대에 존재하는 수많은 독재자들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옆에서 이를 부추기며 소스(Sauce) 개발에 열을 올리는 등 사적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아내 일파 마샬과 조력자들의 존재는 현실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들은 철저히 계급을 나누고 명령과 복종을 강요한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종교적 신념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대화와 타협, 소통은 늘 뒷전이다.
이젠 미키17과 미키18에게는 극복해야 할 공공의 적이 생겼다. 어떤 식으로든 케네스 일당으로부터 크리퍼의 파멸을 막아보겠다는 미키 17과 미키 18은 외계인과의 메신저 역할을 자처한다.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 속에 인류와 외계 인간의 공존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이렇게 ‘소통’과 ‘협력’은 파멸을 이겨내는 과정이 되었고, 종국에는 ‘희생’을 통해 희망이라는 미래를 만들어 내었다.
영화 <미키 17> 스틸컷 / 외계 생명체를 만나러 가는 미키
죽음의 두려움조차 이겨낸 ‘사랑’과 ‘희생’의 가치
이러한 분열된 자아와 같은 또 다른 미키의 등장으로 인한 혼란, 생사의 키를 쥐고 흔드는 독재자의 압박, 처음 마주한 외계 생명체와의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미키17과 미키 18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케네스 마샬은 미키가 그동안 느껴왔던 ‘두려움’조차 이용하려 든다.
"너도 두려움을 느끼는 거지? 너도 인간이잖아, 중요한 존재지."
영화 <미키 17>에서 / 케네스 마샬 (마크 러팔로)
그러나 다시 살아날 것을 기대하며 맞이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영원한 사라져야 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다를 것이다. 이 ‘두려움’을 ‘희생’으로 치환 시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사랑’과 ‘공존’에 대한 염원이다. 사랑이야말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가 가치 있는 인간임을 증명하는 요인이 되었다.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 멀리서 보이는 사랑하는 나샤(나오미 애키)와 미키 17을 바라보면서 ‘희생’을 선택한다.
영화 <미키 17> 스틸컷 /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나샤
봉준호 감독은 참으로 일관된 스토리텔러이다. 영화의 시간과 공간을 <설국열차>의 멈추지 않는 기차와 <기생충>의 어두침침한 지하실에서 <미키 17>의 미래와 우주로 옮겨 놓았을 뿐,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보편적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설득해 내려고 한다. 그동안 인류 역사 속에서 수없이 등장해 왔던 독재자, 아메리카 신대륙을 정복하러 나섰던 콜럼버스와 같은 야욕가, 인간의 생명의 존엄 따위는 관심조차 없는 정치가 등 부와 권력의 위계질서는 인간 사회가 유지되는 한 지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타인과의 평화로운 공존의 모색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다. 영화 <미키 17>은 ‘사랑’, ‘협력’, ‘소통’, ‘희생’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낼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바로 우리, 여기,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영화 <미키 17> 포스터
20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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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이유를 증명하다
영화를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이유를 증명하다
영화 '탑건 : 매버릭' 리뷰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마일즈 텔러, 제니퍼 코넬리, 종 햄, 에드 해리스, 클렌 포웰, 제이 엘리스, 그렉 타잔 데이비스
시놉시스]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하늘 위, 가장 압도적인 비행이 시작된다!
최고의 파일럿이자 전설적인 인물 매버릭은 자신이 졸업한 훈련학교 교관으로 발탁된다. 그의 명성을 모르던 팀원들은 매버릭의 지시를 무시하지만 실전을 방불케 하는 상공 훈련에서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든 전설적인 조종 실력에 모두가 압도된다. 매버릭의 지휘아래 견고한 팀워크를 쌓아가던 팀원들에게 국경을 뛰어넘는 위험한 임무가 주어지자 매버릭은 자신이 가르친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이 될 지 모를 하늘 위 비행에 나선다.
사실 영화 '탑건 : 매버릭'을 반드시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톰 크루즈의 액션이 화려하고 사실감 넘치는 것은 인정하지만 다른 영화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탑건 1을 보지 않아서 그렇게 감흥이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유명한 해변씬은 유튜브에서 봐버렸고, 저 장면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탑건 1을 다 보고 난뒤 약 2시간 뒤에 영화관에 달려가 탑건: 매버릭을 봤다. 보지 않았다면 아마 한이 되지 않았을까? 포화 상태의 기대가믈 만족스러움으로 바꿔준 몇 되지 않은 가히 올해 최고의 작품이었다.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이런 작품을 영화관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젠 OTT의 세계로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영화들은 충분히 집에서 볼 수 있다. 조금 좋은 오디오 장비와 스크린만 있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영화를 관람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영화관에 가야 하는 이유는 조금 더 스펙타클하고 압도적인 영화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아간다. 이 취지가 정확히 들어 맞는 작품이 바로 탑건: 매버릭 이었다.
톰크루즈 역시 이 작품은 영화관에서 보기에 가장 적절하도록 연출과 편집이 진행되었고, OTT로의 개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호언장담을 했던데 왜 그렇게 자신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였습니다. 분명히 그저 2D로 봤음에도 압도적인 전투 현장과 사운드, 스리고 그 몰입감이 엄청났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왜 이 작품을 일찍 보지 않았을? 일찍 봤더라면 4D로도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스스로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던 작품이었다.
탑건의 오마주탑건: 매버릭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탑건 1의 이야기를 오마주하면서도 그 시대의 감성을 잘 가지고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 전투기로의 촬영과 CG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생생한 액션 연기라는 점 역시 성공 요인 중 하나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탑건이라는 기존 영화의 향수를 너무나도 잘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탑건 1에서 매버릭이 입었던 가죽 자켓을 아직도 입고 다니는 매버릭을 보면서 향수에 젖지 않을 이가 어디있을까? 그리고 탑건 교육장에서 이륙하는 전투기와 함께 오토바이로 달리는 그 모습을 기억하지 않는 이가 어디있을까? 아이스맨과의 지속되는 우정과, 자신의 파트너였던 구스의 아들 루스터와 반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렇게 영화 곳곳 탑건 1편과의 연결성을 찾아볼 수 있어서 탑건 1을 봤던 사람이라면 정말 그 감동이 여기저기서 폭죽 터지듯이 밀려들어오는데 정말 액션영화 보면서 이렇게까지 울컥했던 적이 처음이어서 신기했다. 특히, 자신의 파트너 구스를 지키지 못했지만 적진에서 구스의 아들 루스터와 함께 항모로 착륙하는 마지막 씬은 가히 최고이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그간 구스에 대한 죄책감을 루스터를 살려내면서 매버릭 역시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OST마저 명반이더라영화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외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bgm이다. 탑건 1에 사용되었던 노래들이 대부분 수록되었고, 그 외에 추가된 노래들도 있었는데 ost가 정말 매력적이었던 작품이었다. 그 시대를 보여주는 듯한 노래들 덕분에 향수를 더욱 자극할 수 있었고, 심지어 그 시대에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경험하지도 못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향수를 느끼고 있었다. 그만큼 노래의 힘은 정말 막강한 것 같다.
이륙을 할 때의 그 긴장감, 임무 수행을 한 뒤의 뿌듯함, 그리고 다함께 해변에서 뛰놀며 느끼는 자유, 불가능할 것 같은 작전에 대한 두려움.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크루의 감정들을 ost를 통해 잘 대변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2022년 최고의 작품이었던 영화 탑건 : 매버릭, 재개봉 이후 지금은 영화관에서 내렸을테지만 만약 아직 안 내려간 곳이 있다면, 그리고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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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풍성한 잔칫상
누구도 해보지 않았다는 신선함은 원조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겹친다면 진부함 혹은 따라 한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따라오기 마련인데, "멀티버스"는 누가 먼저 했을까?
그도 그럴 것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는 과정에서 처음 나왔으며, 최근에 개봉한 "DC"의 <플래시>는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런 점에서 전작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2018>는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스파이더맨"을 선보였다!전작으로부터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하는 "마일스"에게 "그웬"이 나타난다.
이유를 물어볼 것도 잠시, 그들의 앞에 자유로이 시공간을 오가는 "스팟"이 나타나고 그를 막기 위해 모든 곳에서의 "스파이더맨"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의 리더 "미구엘"은 그동안 "마일스"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을 밝히는데...1. 이젠, 기피감도 드는 소재인데...
앞서 말했듯이 "멀티버스"를 소재로 삼은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기대치는 역시, 다양한 모습의 "스파이더맨"이다.
전작 <뉴 유니버스>에서도 "일본 만화"풍의 캐릭터부터 "누아르", 그리고 "스파이더 햄" 등. 다양한 버전들을 선보였으며, 이에 맞는 분위기까지 연출해냈다.
이런 시각적인 부분에서 충족했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또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 스파이더 캣부터 서부 영화, 그리고 티라노까지 안 좋아할 수가 있을까?여기에 "MCU"부터 "레고", 그리고 <베놈, 2018> 등. 여러 영화들을 언급하거나 출연시켜 "멀티버스"만의 재미까지 챙기려 든다.
이렇게 "팬 서비스"가 두둑한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이나 해당 영화의 장점은 이야기에 있다.
앞서 써 내려간 <플래시2023>의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만약(IF)이 '정사'가 아닐까?"는 혼란함은 "멀티버스"가 가지는 문제점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수많은 스파이더맨들 사이에서도 "마일스 모랄레스"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그런 점에서 영화가 가져온 주제는 어딘가 익숙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에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퇴장에서도 언급된 소재 "개인의 행복"과 "다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이를 "스파이더맨"만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규칙으로 적용하는 동시에 "멀티버스"의 붕괴까지 연결 지으니 "스파이더맨"만으로도 '이렇게, 스케일이 크게 가져올 수 있구나'라는 감탄까지 하게 된다.2. 귀 빼고는 다 즐거운 영화
무엇보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에 떨어지지 않는 액션 시퀀스와 "스팟 - 미구엘" 등. 인상적인 캐릭터들이 많다.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도 있지만, 이들의 동기부터 활약상은 단점으로 지적되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결말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당초 2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으로 이야기의 결말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게 단점이 아닌 장점이라는 것만으로도...굳이, 문제점을 찾아본다면 "음악"에 있지 않을까?
전작 <뉴 유니버스, 2018>만 하더라도, "Sunflower"외에도 "What's Up Danger"와 "Elevate"까지 계속해서 듣고 싶은 노래들이 있었던 것과 다르게, 이번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귀에 맴도는 노래는 없었다! - 이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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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제된 악의 미학
영화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악역 캐릭터로 빠지지 않는 그 이름, 한니발 렉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그는, 영화 속에서 신입 FBI 요원 클라리스 스털링과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범죄 심리 스릴러의 정점을 찍으며 동시에, 둘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애틋함은 이 영화를 더욱 깊이 있는 작품으로 만든다.
살아숨쉬는 캐릭터의 품격
주인공 클라리스 스털링은 FBI 연수생으로, 연쇄 살인범 ‘버팔로 빌’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그녀가 범죄자를 추적하던 중 자신의 과거와 겹쳐 보이게 되고, 한니발 렉터 박사에 의해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안겼던 사건을 꺼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자신이 지키지 못한 양들의 울음소리에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그녀는 과거를 마주하고, 피해자를 구출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극복했다. 영화는 스털링의 내면을 세밀하게 조명하며, FBI와 범죄자의 세계에서 자신 내면과 싸우며 극복하고 한니발 렉터의 주도권을 서서히 잡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인상깊게 남는다.
한니발 렉터는 잔인한 식인 살인마이면서도 품격과 예의를 갖추었으며, 뛰어난 지적 능력까지 지닌 인물이다. 그의 대사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꿰뚫는 면도날 같은 질문이며, 그를 마주한 순간 상대는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내면의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렉터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양들의 침묵>을 단순한 스릴러에서 심리적 탐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연출 중 하나는 한니발과 스털링의 관계다. 렉터는 스털링을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그녀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그녀를 조롱하거나 협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스털링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성장하도록 유도한다. 두 사람은 감옥이라는 공간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며, 그 안에서 위험하면서도 은근한 신뢰가 싹튼다. 첫 만남은 신인 스털링을 한니발을 아래로 내려다봄으로써 상하관계가 형성되었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한니발과 클라리스는 수평적인 관계이자 클라리스가 주도권을 가진 관계로 발전한다. 스털링은 렉터를 경계하면서도 그의 조언을 따라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를 얻으며, 렉터 역시 그녀에게 흥미를 느끼고 독특한 방식으로 돕는다. 이러한 긴장과 협력의 균형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
‘양들의 울음소리’는 그녀가 외면하고 싶었던 트라우마를 상징하며, 결국 그녀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외부의 범죄자가 아니라 내면의 상처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리고 한니발 렉터는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형상화한 존재다. 그는 살인마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버팔로 빌보다 훨씬 정제된 지성과 매력을 갖춘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대비는 악(惡)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며,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을 허물어버린다.<양들의 침묵>은 공포와 긴장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리적 여정이다. 클라리스 스털링의 상처와 성장, 그리고 한니발 렉터라는 미스터리한 존재의 이중성은 매력적인 스토리로 살아숨쉰다.
변화를 원하는 것은 버팔로 빌뿐만 아니라 클라리스 스털링 그리고 한니발 렉터 또한 마찬가지다.
한니발과 클라리스는 서로가 서로를 만남으로써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나방으로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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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쪽처방
요새 즐겨보는 <금쪽같은 내 새끼>는 오은영 박사님이 출연해 부모에게 육아법을 코칭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선 이를 '금쪽 처방' 해준다고 표현한다. 원조 육아 프로그램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보다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더 중점으로 다뤄주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면들이 꼭 등장한다. 그 때마다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하는 심리 검사에서 위험 수준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 상담 센터에 강제로 가야 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상담 센터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해진 기간 동안 억지로 상담을 받으러 갔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하는 심리 검사는 그냥 행복하다고 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성인이 되서야 나는 어린 시절 아픔을 과거로 묻을 수 있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나오는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영화를 보다 정말 금쪽 처방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아이를 보게 되었다. 아이의 이름은 ‘케빈’이었다.
영화 전반부는 엄마인 에바가 주로 나온다. 창백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으로 나오는 에바는 갑자기 동네 이웃에게 한 대 맞기도 하고 집과 차가 모두 빨간 페인트에 덮이기도 한다. 무슨 죄라도 지은 걸까 생각이 들 때, 과거로 보이는 숏컷 머리에 에바가 나오고 중심 사건으로 보이는 장면이 슬쩍 나온다. 사람들이 모여있고 구급차, 경찰차들이 보인다. 에바는 사람들을 헤집고 걸어간다. 후반부에는 남편과 아들, 딸이 등장하며 에바의 과거 모습이 주로 나온다. 아들인 케빈은 전형적인 중2병 아이같다. 그리고 에바는 그런 케빈을 어려워한다. 다정한 부자관계와 달리 모자관계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케빈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말을 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말을 하지 않아서 병원에 데려갔지만 정상이었다. 공놀이를 하며 케빈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케빈은 엄마 머리 꼭대기에 있는 듯 행동한다. 여행가인 에바가 지도를 붙여 꾸며놓은 방 안을 물감으로 더럽히기도 한다. 그렇지만 케빈은 항상 남편 앞에선 순한 양이 됐다. 아이가 엄마에게 애정을 원하는 걸까 싶기도 했지만 뭔가 께름칙했다.
현재로 돌아와 삶을 잃은 듯 살아가는 에바가 교도소를 방문한다. 교도소에는 머리가 깎인 케빈이 앉아있다. 그리고 미스터리였던 중심 사건이 펼쳐진다. 케빈은 어릴 적부터 화살을 가지고 놀았다. 청소년이 되고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화살로 케빈은 살인 사건을 일으킨다. 학교 체육관에 출입구를 걸어 잠그고 친구들을 쏜다. 그녀에게 주먹을 날렸던 이웃집 여자는 살인사건 피해자 엄마였다. 사람들을 헤집고 케빈을 찾던 에바는 그가 가해자임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마찬가지로 활에 맞아 죽어있는 남편과 딸을 본다. 케빈이 선사한 엄청난 사태는 에바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자유분방한 여행가였던 에바는 케빈을 가지고 자유를 포기했다.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 일인지 영화 속에서 짧게 등장하는 에바의 육아 장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에바는 부족할 순 있어도 최선을 다한 엄마였다. 그건 분명했다. 그것도 모르고 에바를 망가트린 케빈이 소름 끼치게 싫었다.
케빈이 선천적 싸이코패스인지, 후천적 싸이코패스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에바가 케빈을 원치 않았고 케빈을 육아하는 데 있어 옳지 못한 행동들이 있었기 때문에 후천적 싸이코패스가 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엄마가 처음인데 어떻게 육아가 완벽할 수 있을까. 내 아이도 가끔은 미워 보이는 법이라 그랬다. 서툴러서 한 실수에 비해 케빈의 대가는 너무 컸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나오는 아이들처럼 금쪽 처방을 받았더라면 케빈은 달라졌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에바가 케빈에게 살인 동기를 묻자 케빈은 "자신이 왜 그랬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에바와 케빈이 포옹한다. 이 장면들을 보며 케빈이 교화될 수 있는 아이구나 싶었다. 사실 아버지와 동생까지 죽인 살인자이지만 그래도 변명거리가 있다면 그 아이는 아직 아이였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보통 아이가 아닌 케빈이 설계한 계획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긴했다. 오은영 박사님이라면 어떤 금쪽 처방을 내렸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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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공포 시리즈물의 전설, 12년 만의 귀환!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여고괴담> 시리즈를 기억하시나요?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는 여고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다룬 한국형 학원 공포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정통 공포 영화로 자리매김하며 국내 관객들의 많은 주목과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최강희, 박예진, 공효진, 송지효 등 지금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당시에는 신인이었던 역량있는 여배우들의 스타 등용문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1998년 <여고괴담> 1편을 시작으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여고괴담 3 - 여우 계단>, <여고괴담 4 - 목소리>가 연이어 제작되었고, 2009년 <여고괴담 5 - 동반자살>을 끝으로 한동안 여고괴담 시리즈를 볼 수 없어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길고 길었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드디어 올 여름, 한국 웰메이드 공포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의 새로운 부활을 알리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가 오는 6월 개봉을 확정지었다는 소식이 들려 화제입니다.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포스터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가 학교 내 문제아 '하영(김현수)'을 만나 오랜 시간 비밀처럼 감춰진 화장실을 발견하게 되고 잃어버렸던 충격적인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작품은 특히 2009년 <여고괴담 5- 동반자살> 이후 12년의 기다림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로운 시리즈로서 그 의미가 남다른데요. 그동안 국내 영화계에서는 좀처럼 만나볼 수 없었던 한국 공포 영화 장르의 부활을 통해 침체되어 있는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여고괴담> 시리즈는 매 작품마다 학교를 무대로 신선한 소재와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메시지, 그리고 혁신적인 촬영 기법을 선보여 왔습니다. 또한 스타 등용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배우들을 배출한 바 있는데요. 이번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과 잃어버린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면서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를 밀도 있는 서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그려낼 예정입니다. 특히 <SKY 캐슬>, <마인> 등 아우라만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믿고 보는 배우 김서형과 최근 화제에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강렬한 열연을 선보인 김현수의 호러 케미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극강의 공포를 예고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형 공포 영화가 그리워지는 올 여름,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를 통해 공감 가득했던 오싹한 재미를 또 한번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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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2 공식 예고편
오직 나만을 위해, "Say Oui!" 이번 크리스마스, 마음 가는 대로 즐기는 거야. 돌아온 《에밀리, 파리에 가다》,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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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시벨> 런칭 예고편
소음 반응폭탄 x 대규모 도심테러 압도적 스케일의 [데시벨] 런칭예고편 전격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