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2-28 12:28:48
눈물없이 보기 힘든 어른과 아이의 관계를 그린 영화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아이와 어른의 관계를 그린 영화들
오늘 추천작들은 혈연관계가 아닌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형성된 어른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가지고 왔는데요. 위탁모, 조폭, 엑스맨, 유모 등 혈연이 아니더라도 끈끈한 관계로 형성된 의미가 깊은 영화들 같이 만나보아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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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점철된 봉준호식 살아남기!
<기생충> 이후 약 5년 만의 신작이다. 시간이 흐른 만큼 세상은 변했다. 그리고 사회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봉준호 감독의 시선도 그러한 듯하다. <기생충>을 통해 한 줌의 빛도 행복도 허락하지 않았던 감독은 <미키 17>을 통해 희망을 얘기한다. 그것도 사랑으로 점철된 희망을. 물론, 그 도착 지점까지 가는 과정은 다수의 작품에서 보여준 세상의 불합리함이 가득하다. 그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힘 없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달라졌다. 이게 관객들에게 덜컹거림으로 작용할 듯 하지만 어쩌면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건 희망이라는 감독의 메시지는 더 확고해보인다.
인생은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매듭을 풀기 어렵다. 미키(로버트 패틴슨)의 인생이 그렇다. 친구 티모(스티븐 연)의 꼬드김에 마카롱 사업을 하다가 폭삭 망한 그는 무서운 사채업자를 피해 티모와 함께 지구를 떠나려 한다. 외계 행성 개척 우주선을 타기로 마음먹은 것도 잠시, 미키는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가장 고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이 비인간적 기술로 반복 재생되는 미키는 부속품처럼 우주선 내 노동자로 살아간다. 17번째 복제로 태어난 미키는 얼음 행성 생명체인 ‘크리퍼’를 만나 죽을 위기에 놓인다. 다행히 살아 우주선으로 복귀한 안도감도 잠시, 왓더~~ 자신의 옆에 미키 18이 떡하니 있는 게 아닌가.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법규를 위반한 ‘멀티풀’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그럼 누가 죽어야 할까? 17? 18? 에잇 신발~~
| 이름 없는 노동자의 이름(실존)찾기미키!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수없이 등장하는 이 질문. 어쩌면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키는 이 질문을 매번 듣지만, 대답을 피한다. 정확히 말하면 대답하지 못한다. 그는 죽음을 반복하는 복제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운명을 가진 이에게 죽음의 개념은 우리와 좀 다르다.
그런 그에게 미키 18이 나타나고 처음으로 실존에 대한 고민을 한다. 미키 17은 큰 범주안에서는 본인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객체로 받아들인 미키 18을 본 후, 자신의 삶이 빼앗길까봐 두려워한다. 특히 멀티플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누군가는 죽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미키 17은 자신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동안 바보처럼 수동적인 삶을 택했던 미키 17은 이 상황을 통해 비로소 능동적인 삶을 취한다. 그는 장대한 미래를 위한 목적으로 실험 쥐처럼 쓰이고, 부속품처럼 사용됐던 자신의 삶이 정작 자신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나의 삶은 어떤 의미고, 나의 죽음은 존중받고 있는가에 대한 자문이 그것.
극 중 되풀이되는 그의 죽음은 존중받고 있지 않다. 죽는 게 직업이지만, 다수의 이익과 생명을 위한 목적에 사용되는 일회용품 취급을 받는 건 참혹할 따름이다. 복제품임에도 생명을 갖고 태어났지만, 독재자 케네스(마크 러팔로)는 보란 듯이 그 생명을 박탈까지 한다. 일말의 존중 없이 그게 직업이니 그 본분을 다하라는 말뿐이다. 이는 위험하고 질 낮은 노동 현실에 놓인 이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고, SF 장르를 뚫고 현실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이처럼 지난한 과정을 통해 펼쳐지는 후반부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미키 17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복제 인간이지만, 어엿한 생명체로서 인간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 그 노력과 결단의 값은 다행히도 긍정적이다.
| 봉준호 필모그래피의 집대성, 복제품?<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집대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사회는 <설국열차>의 사회와 비슷해 보이고, 행성의 원래 주인인 크리퍼는 <옥자>의 슈퍼 돼지를 연상시킨다. 나사 빠진 듯한 미키의 모습은 <괴물>의 강두(송강호)를, 크리퍼와의 대화를 위한 통역기는 <설국열차>의 통역기의 초기 버전처럼 보인다.
그동안 쌓아 올린 봉준호 감독의 이력, 그리고 영화 속 장치들이 이 영화 곳곳에 보이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감독 자신의 모든 걸 갈아 넣어서 만든 게 영화라면, 제목처럼 이 영화는 ‘봉준호 8’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장편 8번째 작품이다.)
그만큼 <미키 17>에는 그동안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 비판, 계급에 따른 불평등, SF 설정을 가져와 희망 없는 현실을 빗댄 이야기 등이 들어있다. 이런 소재와 주제 이곳저곳에 섞여 있는데, 이를 찾는 재미는 쏠쏠하다. 하지만 그 활용 면에서는 물음표다.
<기생충> 정도는 아닐지라도 이번 영화는 사회 문제로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가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깊은 구렁텅이에 빠질 것 같은 우려 때문인지, 웃고 넘어간다. 때때로 깊이 들어가도 될 듯한 부분도 살짝 발만 담근다. 물론, 이 부분이 크게 모난 구석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기생충>을 생각하고 온 관객들이라면 아쉬운 지점인 건 맞다.
| 서구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봉준호식 일갈, 흘러넘치는 건 흠!아쉬움을 메우는 건 동양인으로서 서구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비판 의식에 있다. <미키 17>은 우주선 내 개척 사회를 이끄는 케네스와 일파(토니 콜렛) 부부를 통해 멍청한 독재자의 민낯을 보여주고, 정치와 종교(특히 개신교)와의 결탁이 얼마나 잘못된 길로 사람들을 인도하는지를 오롯이 보여준다. 이는 현 미국 사회는 물론, 유럽을 포함한 서구 사회를 비판하는 요소로 활용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얼굴 마단인 케네스와 뒤에서 조종하는 일파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어떤 부부가 생각난다.
우주 행성을 개척한다는 목적으로 모인 독재자와 그를 신봉하는 이들의 모습, 그리고 행성 주인인 크리피를 열등한 벌레로 보고 이들을 말살하려는 모습은 개척이라는 목적 아래 영토 및 물적 확산을 위해 식민지를 단행했던 서구 사회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존중 대신 하대하고, 약탈하고, 이용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매스껍다. 특히 크리피 꼬리를 잘라 믹서기에 갈고 최고의 소스라 칭하는 일파의 모습은 혀를 내두를 정도. 중요한 건 이들의 만행을 정작 자신들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3자의 시선이자, 동양인의 시각으로 서구 사회를 그린 영화는 객관성을 확보하며 비판 어린 시선에 무게감을 더한다. 이에 때때로 고민과 통쾌함을 번갈아 갖는 재미가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런 이야기들이 흘러넘친다는 것이다. 앞서 미키를 통해 하위 계층 노동자의 현실과 권력과 종교의 결탈, 독재자의 만행, 서구 사회의 어두운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137분에 넣다 보니 과부하가 걸린다. 보기보다 인풋이 많고 그에 따른 생각이 번지다 보니 순간순간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탓일까?
| 파워 오브 러브, 사랑만이 살길이다!그럼에도 이 영화가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한 줄을 남길 수 있는 건 ‘사랑’ 덕분이다. 영화에서 ‘사랑’은 그 중요성이 크다. 먼저 감독의 첫 번째 멜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키와 나샤(나오미 애키)의 사랑은 그 위력을 발휘한다. 많은 이들에게 소모품처럼 여겨지는 미키지만, 오로지 나샤에게는 중요하고 사랑스러운 한 사람이다. 복제 번호는 다르지만 그 또한 미키로 인정하는 유일한 사람, 시험체로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그 옆을 지키는 사람이다. 어쩌면 미키보다 자신을 더 사랑해 주는 이가 바로 나샤다.
이들의 멜로 라인을 견고하게 쌓는 건 이 힘든 시기에 필요한 건 ‘사랑’이라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극 중 관계를 맺는 이들은 각자 필요에 의해서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서로를 이용하고, 착취한다. 하지만 미키와 나샤는 무조건적인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한다. 독재자 및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없는 그 마음이 이들에게는 있다.
후반부 크리퍼와 전쟁을 치를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이를 면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미키 17, 18과 나샤 등이다. 마음속에 사랑과 존중이 있는 이들이기에 비로서 크리퍼와 소통을 할 수 있고, 참혹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감독이 극 중 산재한 문제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손쉽게 해결한다는 생각을 뿌리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혼란스럽고 혼탁한 현실 사회가 더 심화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사랑’의 의미는 위대하고 더 커 보인다. 사랑 또는 존중이 실종된 시대에 살고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크다. 이 잔혹한 사회 실상이 염세적이었던 감독의 마음마저 바꾼 듯하다. 그만큼 사랑은 위대하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덧붙이는 말: 극 중 미키의 삶을 바꾼 매개체로 빨간 버튼이 나온다. 그 버튼을 누른 후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 그는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빨간 버튼이 있을 터. 그 버튼을 또 한 번 누를 때가 오기 마련인데, 두렵지만 막상 누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자아가 보인다. 미키처럼 말이다. 생존 자체가 힘든 세상에서 자신만의 빨간 버튼을 찾고 눌러보면 어떨까! 사랑도 하고!사진 제공: 워너브라더스
평점: 3.5 / 5.0
한줄평: 사랑으로 점철된 봉준호식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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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이들의 서툴지만 따뜻한 크리스마스 삼중주
-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2024)
외로운 이들의 서툴지만 따뜻한 크리스마스 삼중주
개봉일 : 2024.02.21.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코미디, 드라마
러닝타임 : 133분
감독 : 알렉산더 페인
출연 : 폴 지아마, 더바인 조, 도미닉 세사
개인적인 평점 : 4.5 / 5
쿠키 영상 : 없음
마음의 고통과 눈(雪)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천둥, 번개와 함께 요란하게 내리거나 또는 적은 양이라 해도 난간에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통에 자연히 인식하게 되는 비와 다르게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은 스스로 고개를 돌려 눈으로 담지 않는 이상 그것이 내리고, 쌓이고 있다는 걸 인식하기 어렵다.
마음의 고통도 그렇다. 신체적인 고통은 마치 비처럼 내가 인식하려 하지 않아도 정직하게 밀려오지만 마음의 고통은 비교적 편하게 외면하고 부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너무 오래 방치하면 오래되어 꽁꽁 얼어버린 눈, 얼음처럼 긁어내기 아주 어렵고 크게 미끄러질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그 고통을 인정하고 긁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며 기꺼이 그것을 대신해 줄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바튼 아카데미>는 오래 방치되어 얼음처럼 단단해진 마음의 고통을 안고 사는 세 사람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서로의 외로움을 긁어내고 또 그 위에 작은 불을 때며 그것을 녹여내는, 작은 기적의 순간을 담고 있는 영화다.
1970년, 부잣집 도련님들이 주로 다니는 기숙학교 바튼 아카데미에 크리스마스 연휴가 찾아온다. 모두가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떠나고 학생과 동료들 모두 기피하는 고집불통 역사 선생님 폴과 가정 문제로 고민이 많은 문제아 털리, 아들을 잃고 혼자가 된 주방장 메리. 세 사람만이 넓은 학교에 남게 된다.
그 누구도 이 조합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갈 곳도 없으니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함께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고 TV를 보고 대화를 한다. 그러다 어떠한 사건을 기점으로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서툴고 날카로웠던 말들은 점점 따끈하고 부드럽게 변하고 폴, 털리, 메리는 하나의 대안 가족이 되어 소박하고 소중한 크리스마스 연휴를 꾸며간다.
이야기 자체는 조금 투박하고 서툴지만 70년대 미국의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그 시절 영화들이 담고 있는 특유의 빈티지한 느낌 덕분에 그것이 단점보단 영화 자체의 매력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작은 웃음 포인트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배우의 에너지가 극에 숨을 불어넣으며 보는 내내 옅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한마디로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영화. <바튼 아카데미>는 그런 영화였다.
단단한 얼음을, 오래 쌓인 외로움을 긁어내다
털리의 탈골 사고의 의미
폴은 어머니와 일찍 이별했고 어떠한 이유로 집을 나와 바튼 아카데미에 입학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는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한 후 빽이 두꺼운 룸메이트와 엮이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바튼 아카데미로 돌아온다. 거기에 더해 트리메틸아민뇨증이라는 몸에서 악취가 나는 병을 앓게 되면서 그는 자연히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폴은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자신의 지식을 담은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지만 마음에 쌓인 아픔들은 그를 계속 주눅 들게 만든다.
털리는 이혼한 부모님과 양 아빠 사이에서 깊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털리의 엄마, 양 아빠는 그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딱 거기까지다. 엄마와 양 아빠는 털리의 학교생활이나 친아빠를 향한 그리움 대신 자신들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행동한다. 두 사람의 신혼여행을 이유로 홀로 학교에 남게된 털리는 쓰레기통을 걷어차며 분노와 슬픔을 표출해 보지만 행복한 신혼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
메리는 아들 커티스가 태어나기도 전에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고군분투하며 어렵게 아들을 키웠다. 총명한 아들은 엄마의 치맛바람 없이 대학에 합격했지만 학비가 모자라 제때 입학하지 못하고 징집된다. 그리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타지에서 사망하고 메리는 아들과의 추억이 있는 바튼 아카데미를 벗어나지 못한다.
폴, 털리, 메리에겐 가족과 관련된 아픔이 있고 그것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채 아파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그 아픔으로 인해 틀어진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거나 피하면서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렇게 소리 없이 아픔과 눈이 두툼히 쌓여가던 겨울. 털리는 뜀틀을 넘다가 팔이 탈골되는 사고를 겪는다. 폴은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는 털리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차 위에 쌓인 얼음과 눈을 벅벅 긁어내 그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그 덕분에 털리의 팔은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사건은 털리가 들어가선 안될 장소(체육관)에서 커다란 고통과 틀어진 신체를 마주하고 그것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는 폴, 털리, 메리가 고통으로 틀어진 자신의 마음을 인지하고 그것을 되돌려놓는 영화의 전체적인 순서와도 닮아있다.
털리는 출입 금지 장소인 체육관에 들어가 틀어진 팔과 큰 고통을 마주하는 장면은 폴, 털리, 메리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평소엔 접근하지 않았던 마음 깊은 곳에 들어가 자신의 외로움과 아픔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과 닮아있고, 폴이 털리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차 위에 쌓인 얼음을 긁어내던 행동은 폴, 털리, 메리가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그것을 천천히 긁고 녹여내는 과정과 닮아있다. 그리고 폴 덕에 병원에 무사히 도착한 털리의 팔이 치료를 받고 제자리에 돌아오는 것은 폴, 털리, 메리가 마침내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은 덜 외로운 일상을 누리게 되었다는 엔딩과 닮아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일까 털리의 탈골 사건 이후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털리는 폴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폴은 털리를 위해 새로운 크리스마스 트리를, 메리는 두 사람을 위해 따뜻한 크리스마스 식사를 준비한다. 그렇게 한 걸음을 뗀 세 사람의 우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마음 깊이 쌓였던 아픔과 도로 위 눈들은 천천히 녹아간다.
새로운 크리스마스, 새로운 가족
크리스마스 트리와 체리쥬빌레의 의미
연휴가 시작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빠져나간 오후. 바튼 아카데미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인부들에 의해 다시 팔려나간다. 마치 이 장소에 남겨진 이들은 행복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자격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세상은 크리스마스가 오기도 전 트리를 가져가버린 인부들처럼 일찌감치 폴, 털리, 메리의 소중한 가족을 앗아가고 그들이 행복할 자격도 빼앗는다. 하지만 폴, 털리, 메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크리스마스와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 학교에 남은 세 사람은 학교에서 구매한 트리보다는 작지만 여전히 싱싱한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함께 꾸미고, 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한 가족과는 다르지만 충분하고 든든한 새로운 가족의 울타리를 만들어간다.
<바튼 아카데미>는 특별한 우정을 넘어 대안 가족의 영역으로 뻗쳐나가는 이야기다. 폴, 털리, 메리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새로운 가족을 이룬다.
활활 불타는 체리쥬빌레는 이들의 대안 가족 관계를 상징한다. 보스턴으로 여행을 떠난 세 사람은 저녁 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에 모인다. 폴은 털리를 위해 그가 관심을 보인 체리쥬빌레를 주문하지만 직원은 원칙을 고수하며 주문을 받아주지 않고 화가 난 세 사람은 레스토랑을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포장한 체리와 아이스크림. 주머니 속 술을 이용해 그들만의 활활 불타는 야매 체리쥬빌레를 만든다.
체리, 아이스크림, 술. 세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후식 체리쥬빌레는 엄마, 아빠, 아들이라는 보통의 혈연관계 가족을 떠올리게 만든다. 역사 선생, 주방장, 학생인 세 사람은 이 보통의 가족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의 가족, 먹음직스러운 체리쥬빌레에 집착하지 않고 우리만의 가족, 우리만의 체리쥬빌레를 만든다.
영화의 초반부, 유난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어린 털리는 어른들을 거부하고 홀로 학교를 누비며 아이스크림과 술을 퍼먹었지만 나중엔 폴, 메리와 함께 만든 체리쥬빌레와 그들의 따뜻한 손길을 받아들이며 새해를 맞이한다.
국어사전에선 가족을 혈연, 결혼, 입양 등으로 맺어진 친족 관계의 집단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바튼 아카데미>는 가족의 범위를 그보다 훨씬 넓게 펼쳐간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아픔을 나누고 외로움을 채워주는 관계라면 그 또한 가족이라 할 수 있음을 친절히 보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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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원의 밤
푸른바다가 넘실대는 건 제주도일까 내 마음일까
*스포 있음을 고지합니다*
처음 영화를 정주행 했을 때는 실은, 마지막 15분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강렬함으로 무장된 마지막 15분의 반전 (?)이 마담 뺑덕의 이솜 배우를 떠올리는 전여빈 배우의 변신이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뭐가 이렇게 뻔해. 그리고 또 짠한건지. 영화는 물 흐르듯이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잘 흘러간다.
모든 걸 잔인하게 빼앗겨버린 소녀의 흑화.
어젯밤에 영화를 다시 한번 보았다. 꽤 오랫동안 몸이 아파서 한 달 여 동안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같이 으스러지기 때문에. 친구가 영화를 보고 첫 몇 시퀀스들이 마치 단편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서, 정말 그러했나 싶어서 초반 서너씬을 눈여겨 보니 과연, 주인공 엄태구 분을 위시로 한 초반은 '낙원'인 제주도로 가기 전까지 스피디하게 흘러간다. 한 마디로 군더더기가 없다. 태구의 시작과, 동기를 부여해주고, 주변 인물들을 속도감있게 표현해준다.
낮게 읊조리며 캐릭터를 표현한 이 날렵한 배우님 덕분에 한국어 자막을 켜고 다시 본 것도 영화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름답고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초반의 엄태구를 표현한 가장 큰 상징물은 그의 몸을 휘감는 용의 문신. 그의 인생 전체를 깊게 지배하고 있는, 벗어날 수 없는 조직을 상징하고 있었다.
복수를 하려고 했던 태구는 자신이 걸어가는 문이 지옥문이라는 걸 알았을까
영화는 한바탕 칼춤을 추고 제주도로 피신 보내지는 태구가 등장하고서야, 비로소 '낙원의 밤 (Night in Paradise)라는 제목을 내비친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펼쳐질 피비린내. 극명한 색의 대비 속에 감독은 여러가지 상징적인 장면들을 연출했다.
중간의 여러가지 싸움 씬은 롱테이크가 많아서 배우들이 정말 고생했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전여빈이라는 배우가 '재연'으로 등장하고 나서 영화가 좀 더 입체적으로 살아났다는 느낌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주변 인물들의 개연성이 없었던 것도 전혀 아니다. 마 이사 역의 차승원의 연기도 나는 나쁘지 않았고, 양 사장 역의 박호산은 정말 한 대 쳐주고 싶을 만큼의 양아치로 보였으니까 말이다. 스타일리쉬한 액션도, 넘쳐흐르는 피도, 어이없을 만큼 약육강식인 밥그릇 싸움도, 아무렇지 않은 살인도, 제주도의 풍경과 태구의 의리, 재연의 반전 속에 묻히는 기분이랄까.
‘낙원의 밤’ 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모든 걸 잃은 재연이 모든 걸 잃고 제주에 내려온 태구에게 자신의 슬픔과 아픔을 토로하는 장면.
감독이 그리고 싶어했을 세상에 온전히 둘 뿐인 그들.
그가 머물러 있었던 창문과, 술과, 담배
그리고 같은 공간 다른 시간 그녀가 있던 곳의 술과, 담배
그들이 함께 있었으나 함께이지 못했던 세상에서의 마지막 밤 (괜찮냐는 표현 이상의 것을 해주었다면..)
보니엔 클라이드 같았던 두 사람의 식후땡 장면
감독님의 복선이 드러난 두 사람의 뒷모습. 푸른 바다가 시리다.
마지막 15분의 압권을 연출하고, 클리셰의 절정으로 가지만 연기만큼은 독보적인 당신, 문득 노킹온 헤븐스 도어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 장면에서 떠올린 영화는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생을 다룬 라스트데이즈였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사실, 태구가 '담궈지던' 날 (아 이 표현 어쩔거야) 에 둘이 마주한 식탁에서의 물회를 소재로 자기 예전 이야기를 막 하던 태구의 모습. 담담하면서 짠하고 애틋한 모습으로 엄마와 누나를 생각하던 그의 모습. 재연이 그의 마음 속에 살짝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자기 어릴 때 이야기하면 상대 여자에게 관심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연애초보 1인
#한줄 요약 _(어딘가에 공모했음)_ 세상에 홀로 남겨진 두 사람이 물회화 함께 마주한 과거와 현재, 피투성이로 서로 보듬어 안은 미래 속에 제주 바다는 아무것도 모르고 평화롭게 넘실댄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아일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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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의 어느 구전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연출: 김동령, 박경태 | 제작: 웃음과바늘, ㈜시네마 달 | 배급: ㈜시네마 달 | 출연: 박인순]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누구보다 죽음을 많이 본 미군 ‘위안부’ 출신 박인순이 스스로 자신의 복수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저승사자들에 맞서는 오드 판타지 영화다. 김동령, 박경태 감독이 <거미의 땅>(2013)에 이어 기지촌 미군위안부 박인순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나는 사전에 이 영화가 극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구분하는 일에 꽤나 애를 먹었다.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초청되었다고 하니 다큐멘터리인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허구의 인물들이 나와서 가상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라 극영화로 볼 요소도 다분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두 감독은 아마 관객과 평단, 영화를 받아들이게 될 이들의 혼란을 일부러 유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군 위안부와 달리 기지촌 미군위안부는 우리나라 정부에 의해 자발적으로 벌어진 국가폭력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이들의 보다 많은 이야기를 접하기보다 새어나오는 일부의 선택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영화도 이러한 점을 지적하듯 기지촌 미군위안부 박인순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보여주려는데 애쓰기보다 오히려 허구의 이야기를 씌운다.
영화가 파격적인 형식을 통해 관객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 까지는 유효했다. 장르 자체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모호한 구분을 유영하지만 이야기 역시 기존의 문법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질서에 의해 왜곡되어야 했던 기지촌 미군위안부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데 있어서 들어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력적이지 못한 이야기 자체의 문제와 연기에서의 아쉬움이 이 모든 형식적 도전을 영화에 착 달라붙지 못하게 하고 표류하게 만든다.
우선 난해한 구성의 이야기는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이지 못한다.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고 박인순 주변의 등장인물들도 별다른 역할 없이 흩날려버린다.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가 제목이지만 영화에서 별 의미가 없고, 박인순이 모든 저승의 관문을 통과하는 후반부도 뜬금없게만 여겨진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지나치게 인위적이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에 놓인 영화의 불균질함이 잘 드러나서 오히려 좋아할 사람도 있겠으나 내게는 그저 인내하고 보기 어려운 연기들일 뿐이었다.
이야기가 되지 못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얼마나 주류 중심적인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신선한 형식적 시도를 장착했다. 그러나 이 창의적인 현대사의 어느 구전(口傳)은 이야기로서의 매력이 부족하다. 영화가 영화 자체의 만족도를 주지 못할 때 그 작품이 지닌 메시지의 가치도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도발적이지만 표류하고 만 형식적 시도 앞에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크게 느껴진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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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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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범죄도시 4>, 18일 크랭크인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가 18일 네 번째 시리즈 촬영에 돌입했다고 한다. 4편에서는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을 잡는 이야기를 담았다. 4편의 메인 빌러은 김무열이 맡았다고 한다.
김태리, 드라마 <정년이> 출연
ⓒ TVING
배우 김태리가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인 <정년이>의 출연한다고
밝혔다. 웹툰 '정년이'의 작화를 담당한 나몬 작가는 윤정년의 초기 이미지 구성 당시
김태리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밝혀 많은 이들이 김태리의 출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커넥트>, 12월 7일 공개
ⓒ 디즈니+
배우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주연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는 12월 7일에 전체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동수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지독한 추격을 담아낸 이야기를 담았다.
해외
<프린세스 다이어리>, 3편 제작 확정
ⓒ 네이버 영화
디즈니에서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1,2편의
주연 배우 앤 해서웨이의 출연 여부는 불분명하나, 이전에 출연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던 적이 있다.
한국계 스파이더우먼 '실크', 드라마 제작 확정
ⓒ 마블 코믹스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 스튜디오와 손 잡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스핀오프 실사 시리즈 <실크: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실크는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를 물었던 초능력 거미에 물려 히어로 '실크'로 거듭나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캐서린 오하라, <비틀쥬스2>로 복귀
ⓒ IMDB
영화 <비틀쥬스 2>에 1편에 '딜리아' 역으로 출연한 배우 캐서린 오하라가 복귀한다고 한다.
팀 버튼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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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바쁜 서울에서 사랑스러운 인연 찾기란?
사랑이 뭐죠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 출판사의 편집장 현진(임수정)과 논술 학원 강사 영호(이동욱)이다. 두 사람은 싱글이다. 현진이 싱글인 이유는 간단하다. 일만 하다 보니 세월이 다 지나가버렸다. 연애세포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이성이 말만 걸어도 결혼식장을 잡을 것 같은 현진. 혼자만 썸을 타고, 그린 라이트를 키는 일상이 재미없었다. 다른 주인공 영호는 오히려 혼자인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다. 혼자 먹고, 혼자 살고, 혼자 일하는 등 단체생활이라면 최소한만 유지한 채로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영호에게 현진이 속한 회사가 ‘책을 내는 것이 어떻냐’고 제의한다. 인연이 시작된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새로운 에세이가 된다!
달달하다 달달해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장점을 이야기한다면 바로 사랑스럽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내내 톡톡 튀는 발랄함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이를 이동욱 배우가 멋진 모습으로 이끈다. 구체적으로 이 인물이 처음 등장할 때 어디서 본 기시감이 느껴진다.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연출을 이 영화에 가져온 것이다. 이는 영화가 무언가를 과시하려고 이런 연출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이 영화의 어떤 특성이 만화처럼 과장되어 있고, 이를 통해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무조건 이런 연출을 써야 했다. 이 연출에 호응하듯 영화는 영호를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한다. 대표적으로 영호가 과거를 떠올리는 방식도 순정만화 어디에서 맡았던 향이다. 그리고 영화가 영호를 이용하는 방식은 다른 주인공 현진의 서사와도 관련이 있다. 영화에서 현진은 영호의 캐릭터를 조명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현진의 입장에서 영호를 바라보는 시점 쇼트가 다수 들어간 것은 이동욱 배우의 멋진 모습을 비추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또 현진의 직업적인 특성도 영호의 성장서사를 강조하는데 적절하다. 현진이 영호와 다른 한 인물의 책을 편집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인물의 입장 변화를 정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캐릭터였다.
지금은 2023년
이 영화가 바뀐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는 철저하게 현재의 대한민국을 묘사하고 있다. 우선 영화 제목이 ‘싱글 인 서울’이다. ‘혼밥족’이 유행어가 된 지 체감상 수십 년은 된 것 같은 세태에서 이 제목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소재인 에세이도 우리가 아는 줄글 형식의 수필집이 아니다. 우리가 인스타그램을 하다 갑자기 피드에 뜨는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짧게 적혀있는 글’과 유사하다. 사용한 음악도 비교적 현대적이다. 예전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최호철의 ‘세월이 가면’ 같은 대중가요 고전 클래식이 삽입되던 것처럼 이 영화에는 우리가 잘 아는 음악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영화가 세태를 반영하는 방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몇 인물이 말하는 대사다. 글쓴이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런 대사들이 좀 겉도는 것 아닌가 싶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사소한 부분까지 영화의 톤을 완성하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합니다
현진 역을 맡은 임수정 배우는 러닝타임 내내 사랑스럽다. 대표적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 부분이 그렇다. 꽃집에서 친한 언니와 대화하는 신은 현진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자연인으로서의 임수정이 평생 겪어본 적 없을 것 같은 일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현진의 매력은 스크린을 뚫고 들어왔다. 그리고 영화 안에서 사랑을 묘사하는 방식도 아름다웠다. 이 인물이 사랑에 빠진 것과는 전혀 딴판인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이 로맨스도 효과적으로 소화한다.
왜 다른 게 나와요
영화의 아쉬운 점은 장르적 특징이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가 사랑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깔려있는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가 영화의 로맨스코미디적인 분위기보다 더 선행되기 때문에 어떤 관객은 이 작품이 매력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랑영화로서 임팩트가 덜하다고 느끼기 쉬운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영화의 제목이 ‘싱글 인 서울’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우리가 로맨스를 이루기 위해서는 영화의 엔딩이 말하는 가치부터 이해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기 때문에, 이 작품의 사랑영화로서의 특징이 무색무취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측면에서는 영화의 인물 중 아쉬운 캐릭터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이상이 배우가 맡은 ‘병수’가 작위적이었다. 눈치가 없는 것이 영화의 기본 설정인 듯 싶지만 단지 그것만 부족한 인물이 아닌 것 같다. 영화의 흐름을 깬다고도 느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영화에서 큰 이물감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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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리뷰 - 내 청춘을 꽃 피워 줘서 고마워
#꽃다발같은사랑을했다 #일본영화 #로맨스영화
여기 누구보다 잘 맞는 한 커플이 있습니다
그렇게 설레는 시간도 잠시...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게 아쉬움만 커져가는 연인들
이제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가장 화사하던 날의 사랑 이야기
7월 14일 개봉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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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숨막히는 긴장감이라니!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 가 공개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는데요.
서부극에 흔하게 등장하는 총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막히는 긴장감을 보여주죠.
대신 네 인물의 심리를 보여주는데요.
매우 긴장감있게 이들의 관계가 펼쳐집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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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Campion's Power of Dog has been released.
It was released on Netflix.
Guns that commonly appear in western movies do not appear.
Nevertheless, it shows a breathtaking tension.
Instead, it shows the psychology of four characters.
Their relationship unfolds with great tension.
Please refer to the video for detailed revi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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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시오페아> 메인 예고편
“괜찮아…” 한마디에 눈물샘 폭발! 안성기 X 서현진 애틋한 부녀 열연 모두의 마음을 울릴 아주 특별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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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슈퍼노바> 티저 예고편
여기, 우리의 별이 머물렀다.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 마음의 파편,
그곳에 가장 빛나는 사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