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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소 만나게 될 수많은 '이균'
최근 방영된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에 출연한 '에드워드 리' 셰프가 화제였죠.
"나에게는 한국 이름도 있어요.
우리 부모가 지어준 이름, 나의 한국 이름은 '균'입니다.
그래서 이 요리는 이 균이 만들었어요"
에드워드 리 그리고 이균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미쳐 몰랐던 수많은 '이 균'을 이제는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디아스포라'는 특정 민족이나 문화적 집단이 원래의 고향을 떠나 흩어져 사는 현상을 말합니다.
과거 전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도, 자신의 문화를 지켜온 유대인의 삶을 지칭하였으나,
현재는 다양한 이유로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집단을 지칭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친숙한 디아스포라 영화로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있습니다.
그럼 또 다른 '이 균'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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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원작 드라마 '마스크걸' (feat. 잔인 넷플릭스 나나 고현정)
마스크걸
Netflix, 23.08.18 오픈
스릴러, 청소년 관람불가
한국, 7부작
원작: 네이버 웹툰 <마스크걸>
출연: 이한별, 나나, 고현정, 염혜란 등
무서운 거 못 보는 인간이
살인을 5~6번은 하는 '마스크걸'을 왜 보게 되었느냐...
이거 제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웹툰이거든요 ㅠㅠ
물론 오래돼서 웹툰 내용을 거의 잊어버렸지만
드라마로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너무 기대 중이었어요!
근데 역시나,, 생각보다 더한 잔인함에
약 3~4일간 끊어서 본 것 같아요 후
미리 잔인함의 강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별 다섯 개 중 별 다섯 개입니다......
칼 총 유리 뭐 무기로 안 쓰는 게 없을 만큼,,,,,,
심지어 살인도 그냥 살인이 아닌 토막 살인일 만큼
굉장히 무섭고 끔찍해요
모두가 아시겠지만
성형 전 모미, 성형 후 모미, 중년 모미 배우가 모두 다르십니다
배우가 바뀐다고 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었고요
다만 7부작이라 그런가 전개가 훅훅 진행되더라구요
성형 전 2회, 성형 후 2~3회, 중년 2~3회 이렇게 꾸려져 있어서
모미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알긴 어려웠어요
마스크걸 모미 외에 다양한 캐릭터가 많이 나와요
마스크걸의 팬이자 모미의 정체를 아는 주오남,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 모미의 딸 김미모,
모미의 첫 살인이 되었던 핸섬스님,
모미 회사 사람인 유상순, 이아름, 박기훈,
술집에서 일하다 만난 김춘애, 미모 딸 친구인 김예춘까지
웹툰은 150부작이었으니
다양한 캐릭터가 나와 전개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7부작으로 꾸리려면 인물을 좀 줄였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ㅠㅠ
회사 사람들, 주오남, 핸섬스님과 동시에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그 회차를 볼 때는 굉장히 짜임새가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뒤로 갈수록 그 캐릭터들은 거기에만 묶여 있고
모미 혼자 빠져나와 다른 에피소드를 진행하다 보니까
그들은 꼭 필요한 역할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부분의 캐릭터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김경자와 김미모만 빼고요
마지막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인물들이라 그런지
가장 파급력이 강한 캐릭터 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인지 중년의 모미는 주인공이란 생각도 안 들었어요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김미모라는 생각이......
+) 주오남을 죽인 김모미를 죽이려다 실패한 김경자가
그녀의 딸 김미모를 죽이려고 하는데요
가해자와 피해자로 엮인 관계라
안쓰럽기도 하면서 또 맞말이다 싶고......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니다 어찌 보면 주인공은 김경자일지도 몰라요
아들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약 20년간,, 모미를 쫓아다니는 인물이거든요
죽을 위기가 4번은 있었던 것 같은데 불사신마냥 계속 살아돌아와요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
한두 번 살아오는 건 와 대박이다 싶은데
그게 4~5번 반복되면 그냥 어이없고 웃겨지거든요
'마스크걸'은 시간 구성을 특이하게 만들었어요
2009년이었다가 2023년이었다가
회차마다 2~3번은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
매번 자막에 적어 주니까 불편한 점은 없었는데
성형 후 모미의 감옥 생활은 왜 흑백 처리 했나 궁금해요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 흑백 처리한 거였다면
핸섬스님을 죽였을 때부터 흑백이었어야 하지 않나 싶고
과거 얘기를 하느라 흑백 처리를 하는 거였으면
2009년은 더 과거 아닌가 싶고... 설정 오류일까요
반전 요소가 많은 것도 좋았습니다
김경자에게 걸린 김춘애가
김모미는 X년이다, 내 인생의 걸림돌이다 얘기하지만
사실은 김모미와 친한 친구 관계였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김경자가 10년이 넘도록 미모에게 가스라이팅 했다는 것도
신선하고 신박한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수많은 캐릭터들의 서사를 모두 보여 주지 못하니까
나레이션 처리하는 것도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어요
암튼 뭐,, 연기 잘하는 배우들 많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고현정 염혜란 안재홍 님은 말할 것도 없고
나나 님도 연기를 이렇게 잘하셨나 싶을 만큼 대단했고
신인인 이한별 님과 신예서 님도 완전 연기 천재시더라고요
특히 나나 님 춤추는 장면에서 반한 사람 한둘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역시... 애프터스쿨....................
저 사람이 까탈레나를 추던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개예쁨
*스토리: 4/5점
*연출: 5/5점
*영상미: 4/5점
*연기: 5/5점
*OST: 1/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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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오늘도 어김없이 씨네픽과 쉽고 유익한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알아보는 시간이 왔습니다!
10월 29일, 30일, 31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알아보고,
또 씨네픽의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유저분들의 예측 결과도 비교하는 시간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11월의 첫째 주,
씨네픽과 함께하는 첫째 주의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해볼까요?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듄>(▲1)
▶10월 20일 개봉한 <듄>이 저번 주 박스오피스 2위에서 이번 주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4만명의 관객 수를 동원하며, 총 누적관객 수는 76만 명을 돌파했는데요.
155분의 긴 러닝타임의 피로도와 더불어서 할리우드 초호화 캐스팅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렵고 지루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총 누적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2위.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1)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10월13일 개봉한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차지했습니다.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저번 주 박스오피스 1위에서 한 계단 하락한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관객분들이 관람하고 있으며, 누적관객 수 190만명을 돌파했는데요.
이번 주 200만명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3위. <고장난 론>(▲52)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10월 27일 개봉한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6만명의 관객 수, 총 누적관객 수 84,650명을 기록했습니다.
<고장난 론>은 <인사이드 아웃>과 <인크레더블2> 제작진이 선사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첨단 디지털 기능과 소셜 미디어로 연결된 다른 비봇들과는 달리,
네트워크 접속이 불가능한 고장난 '론'의 우정과 특별한 모험을 다룬 작품입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듄>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면
여성 46%, 남성 54%로 남성 관객들이 더 많은 비율로 관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연령대 별로는 20대와 30대의 비율이 77%를 차지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씨네픽은 29일~31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하고 정답자분들에게 상금을 드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듄>의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예측한 20,30대 비율은 전체 참가자 수의 78%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20,30대 관람비율 77%와도 거의 흡사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씨네픽 이벤트 참가자 중의 48% 수치로 <듄>을 박스오피스 1위로 예측했습니다.
또한 참가자 수의 33%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박스오피스 2위 랭킹을 예측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박스오피스를 예측하고 상금도 받아가는
씨네픽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맞혀라!' 이벤트에 참여하여
1위, 2위, 3위 순위를 모두 예측한 정답자 분들을 알아볼까요?
▶씨네픽 박스오피스 1,2,3위 순위예측 이벤트의 정답자는
총 54명으로 이는 참가자 중 총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답을 맞히신 모든 분들께 우승자 상금의 혜택이 주어졌습니다.
모든 참가자분들과 정답자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재밌고 유익한 씨네픽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4위. <보이스>(▲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 5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변요한, 김무열 주연의 <보이스>가 차지했습니다.
지난 9월 15일 개봉한 작품으로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도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서 관객들이 꾸준히 찾아주신다면
총 누적관객 수 150만명도 돌파할 수 있지않을까 기대해봅니다.
5위. <007 노 타임 투 다이>(▼2)
▶지난 주 박스오피스 3위에서 2계단 하락한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0,597명의 관객 수를 동원했습니다.
이번 주 하반기 기대작인 <이터널스>가 11월 3일 개봉하게 되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는 멀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누적관객 수 12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지난 주에 이어서 10월 22일 개봉한 <듄>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5,530,000(한화 약 182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지금까지 총 누적 매출액(북미에 한정하여)은$69,401,232(한화 약 816억)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 새롭게 4위로 진입한 작품이 있는데요.
바로 일본 '도호'사의 애니메이션 작품인 <My Hero Academia: World Heroes's Mission>입니다.
주말동안 $6,403,286(한화 약 75억) 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씨네픽이 준비한 11월 첫째 주의 박스오피스 순위 분석 시간은 이것으로 마칠텐데요.
혹시 재밌게 보셨나요? :)
다음 주도 더욱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럼 11월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맞이하시고 한 주 동안 건강하세요!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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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들릴 음악의 세계로.
TAR는 주인공의 성인 타르(TAR)이자 쥐(RAT)와 예술(ART)의 애너그램이며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어떤 부분에서 이 알파벳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 점을 주목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큐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구성은 가상의 인물을 통해 실제인 것처럼 한 사람의 성공과 몰락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그 강렬한 의미를 더한다. 주변 인물의 감정이 입체적이지 않아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로지 '리디아 타르'의 심리상태를 영화의 화면에 드러내 밀도 깊은 긴장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158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가득 채우는 연기가 강렬하다. 열정을 넘어선 광기를 그린 영화 '타르'는 2월 22일 개봉했다.
상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지휘자 리디아 타르.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터라 강박증과 신경 쇠약을 달고 산다. 그만큼 주변에 끼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되어 평생 꿈꿔왔던 과업을 행한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있게 되며 겪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는 그녀를 파괴할 만큼 큰 파도를 밀고 들어와 내부와 외부를 장악한다. 마에스트로라는 껍데기 속에 가득 메워진 알맹이의 정체를 밝힐 음악의 시작을 여는 하나의 손짓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에서 성공한 타르(TAR)는 편견에서 살아남아 그 자체의 실력을 인정받는다. (ART)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인식보다는 의무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 그녀를 뒤덮는다. (R 전부 바뀌지 않지만 조금씩 바뀌는 세상 속에 안주하며 자아도취적인 폭력성을 주변에 내뿜는다. 욕망으로 점철된 가치관과 신념은 주변을 상처 입힌다. 예술로 포장했던 모순이 자신에게 불어닥치는 순간을 예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러 교향곡 5번의 비극처럼 급격한 상황 변화로 인해 왜곡되는 현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정말 제목처럼 타오르기도 하며 예술적이기도 하며 쥐새끼 같기도 한 인간 군상이 모두 드러난다.
자기도취적인 동시에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폭력성은 시간이 지나며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타르의 현실과 그녀가 비판했던 캔슬컬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놓여있었다. 얄팍한 정의감을 드러내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지점에 놓인 사람이라도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예술가의 삶과 예술은 나누어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부합하는 지점에 도달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오로지 관객에게 달렸다.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사람으로서가 아닌 음악으로 마주할 때, 느끼는 위대함은 어쩌면 불편한 것 투성이의 것들이다. 지나칠 수 없는 메시지는 저마다의 해석이 담겨있다고 해도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 묘하면서도 모순적인 이 딜레마는 영영 이해하지 못할 말들처럼 보이지만 그 한정적인 한계는 인생의 단면에 불가하다. 어떠한 선입견에 갇혀 그 안의 것을 보지 못하면 그 본질 또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모순과 딜레마를 넘어서 그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녀의 마지막 길로가 밝을지, 어둠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주가 시작된 순간부터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은 시작된다. 그렇게 시간을 다루고 있는 이들은 '사랑'을 종점으로 4분을 연주한다. 감정에 대한 해석 순환 속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그 지점에 도달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계속해서 스며드는 따뜻함은 지휘와 맞물린다. 무엇은 지휘하는가에서 시작하는 음악의 해석은 열정적인 모습을 영혼에 담아낸다. 그렇게 편견을 소거한 음악은 위대함 그 자체이다. 미치도록 사랑하는 음악의 광기는 자신에 의해 파괴되지만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음악 자체의 위대함으로 표현한다. 감정, 음악, 그 이상의 것들은 타오르는 열정만큼이나 타르에게 전부다. 설령 단조로운 음표라 할지라도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연주하듯 펼쳐지는 영화는 이름처럼 악보 속에 남아 타올라 꺼진다. 설령 모든 것이 다 사라져도 음악만큼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그녀의 곁을 지킨다. 새로운 시작이라 일컫는 우주선도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면.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의 벽을 허문 최초의 여성 지휘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소식에 상당한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았다. 얼마나 진취적이고 단단한 사람의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으로 봤지만 그 상상을 무참히 깨버리는 소시오패스 범죄자의 몰락을 담고 있어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려움 속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얻은 만큼 불합리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지휘가라는 일은 개인의 노력에 의한 성취이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영화처럼 은연중에 기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다뤄왔던 '연대', '희망'과 같은 일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욕망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를 때, 권력형 성범죄는 성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영화 포스터 자체도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현을 통해 편견을 소거하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편견'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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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다정한 상상력 깃드는 곳에
1988년. 미라 나이르 감독의 <살람 봄베이>가 세상에 등장한다. 지금도 여성 감독이 손꼽히는 나라 인도에서.
연극을 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사람의 첫 장편 극영화였다. 거리의 아이들이 가진 힘을, 또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더 많은 곳에 실어 나르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예술이 과연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거리의 아이들을 배우로 기용하고, 아이들이 사는 바로 그곳에서, 인파 통제도 없이 바글바글하게 찍었다고 한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 영화는 상업 배급망을 타고 해외에 흘러간 첫 인도 영화가 되었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고,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 곳곳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라 나이르는 영화의 성공에서 멈추지 않고 거침없이, 자신의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예술은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마치 그 대답처럼. 미라 나이르는 재단을 만든다. <살람 봄베이>의 수익금으로 거리의 아이들을 후원하는 단체. 이는 집과 밥을 제공받는 아이들뿐 아니라 미라 나이르 감독 본인에게도 선물 같은 존재였다. 예술이 현실에 무언가 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목말랐던 질문을 해갈하는.
그리고 30여 년이 흘렀다.
2021년. "아주 특별한 단짝dostojee"이라는 제목으로, 인도에서 또 한 편의 영화가 나왔다.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어떤 드라마가 우리에게 알려준 <깐부>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달고 우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예술은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깐부>의 시놉시스만 읽었을 때에는 좀 더 잔혹한 이야기를 상상했다. 이웃집에 살며 모든 걸 함께하는, 단짝인 두 아이가... 한 아이는 힌두교 집안, 다른 한 아이는 이슬람교 집안. 평화로웠던 마을에 서서히 흘러들어오는 종교 간의 긴장감. 그때 찾아오는 이별.
그러나 막상 <깐부>를 보면 많은 부분이 참 동화적이다. 시골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를, 한참 공들여 보여준다. 마땅한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창의력을 발휘해 멋진 장난감을 만들어 내는지, 용돈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이 어떻게 신박한 방법으로 용돈 대용품을 마련하는지, 값싼 장난감(그중에는 '똑딱이'라고 나오는, 요즘 애들이 갖고 노는 푸쉬팝 같은 것도 있다. 애들은 동서고금 똑같은 걸까?) 하나로 얼마나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지... 가난하지만 잔잔한 인도의 시골 풍경에서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 편안하게 펼쳐진다.
얼핏 보면 시대적 배경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노인이 된 유명 배우의 젊은 시절 포스터가 나왔을 때에야 옛날임을 겨우 느낄 수 있었다. 인도 시골은 90년대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건,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인도 사람들은 아마 영화 초반에 시대적 배경을 단박에 눈치챘을 것이다. 비 오는 밤, 라디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 타밀나두에서 버스 테러가 있었고... 사원 파괴 사건 진상 조사회가 꾸려졌고...
1992년이다. '바브리 마스지드'라고 불리는, 인도의 이슬람 사원 하나가 파괴된 해. 힌두교도들의 행동이었다. 이는 단박에 종교 분쟁으로 번져,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남부의 타밀나두 지역은 잠시 마비되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제법 끔찍하지만, 바브리 마스지드 사원 파괴 사건은 오랜 시간 겹겹이 쌓여 온 힌두교-이슬람교 분쟁사의 한 장면일 뿐이다. 수많은 사건들은 사슬고리처럼 연결되어 있고, 이 사건 또한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의 사건에서 이어져 와, 이후의 사건으로 연결되었다. 피는 피로, 긴장은 긴장으로.
그 영향력은 두 아이가 사는 시골마을까지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들어온다. 원래 나란히 이웃한 두 아이의 집이, 낮고 얇은 담장 하나로 가볍게 갈라져 있던 두 집이 실은 여러 모로 대칭적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힌두교 소년인 팔라시의 집에서는 아빠보다 엄마가 부각되고, 여동생이 있고, 농사를 짓는다. 이슬람교 소년 사피의 집에서는 엄마보다 아빠가 부각되고, 누나가 있고, 베틀을 돌린다. 이제는 대칭의 모양보다 차이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큰 교류도 없지만 큰 갈등도 없었던 양쪽 집에서는 두 아이에게 슬슬 눈치를 준다. 간식을 나눠 먹는다든지, 친구의 집에 들어서는 일, 같이 노는 일, 물 한 컵을 마시는 일조차 눈치 보이는 일이 되어 간다.
팔라시의 어머니는 불안하다며 이사를 가고 싶어 한다. 사원이 파괴되었으니 사원을 새로 지어야 한다며 이슬람교도들은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힌두교도들은 그에 맞서 연극패를 부르고 새 신상을 세우기로 한다. 새로 세우려는 신상의 주인공인 라마를 모셔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상황이 몰아치는 대로 어른들은 그렇게 몰려 간다. 불안하니까. 어른들은 그동안 너무 많이 본 것이다. 종교적으로 소수파가 되는 순간 학살당하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고, 거기서 너무 많은 피를 보았다. 불안해지지 않기 위해 더욱 이를 악물고, 맞불을 놓아야 한다고 외친다.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경계가 무엇인지 모르고 넘어선다. 무대 위에서 원수였던 연극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나란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며 "원수지간 아니었어요?" 하고 놀랄 만큼 순진무구하다. (배우들은 "먹고살려면 다 그런 거다."라고 대답하는데, 사실 어른들의 종교 싸움도 기원을 따져 보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걸 깨닫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아이들은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 싸움 놀이를 한다. 종이 모자를 만들어 끈끈이를 바르고 허공에 휘둘러, 반딧불이가 붙은 빛나는 모자를 만들어 쓰고 "왕처럼 싸워 보자"라고 한다. 어른들이 맞불을 놔야 한다고 얘기할 때, 반짝이는 것들을 모아 붙인 채 밝게 웃으면서 칼싸움을 한다. 서로 반대되는 지점에 서 있어도 누구도 다치지 않는 것. 아이들의 동화 같은 상상력과 아이다워 사랑스러운 모습이, 현실적인 어른들과 대조되어 더욱 눈이 부시다. 그렇기에 두 아이의 "이별"이 더욱 눈물겹고 놀랍고 애달프지만.
두 아이가 우연히 애벌레를 발견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밟아 터뜨리거나 저 멀리 툭툭 털어버릴 만한, 털이 부숭부숭한 애벌레를 보고 팔라시는 사피에게 묻는다. "나비 만들래?" 백번 양보해서 나비가 될 때까지 애벌레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해도, 그런 문장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신선한 문장이었다. 살리는 힘,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깃든 문장이라 마음에 깊이 남았다.
창조의 상상력. 생명을 품는 상상력. 그 마음은 사실 대단히 엄숙하고 중요해 보이는, 이를 테면 종교의 사원이나 중요해 보이는 어른들의 회합 자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같이 있는 마음. 그 다정한 상상력 끝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데서. 나란히 똑같은 자세로 서서 뻗어보는 발끝, 친구를 부르면서 웃는 눈초리 끝, 소중한 사랑의 이름을 나무에 새기는 마음 끝, 그런 데서.
얼핏 보면 매우 특수한 인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것 같지만, <깐부>를 보면서 나는 인도 바깥의 것들을 더 많이 떠올렸다.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분쟁과 그 안에서도 빛나는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벨파스트>부터, 지금도 분쟁이라는 이름 하에 신음하고 있는 지역의 어린이들까지도. <깐부>는 인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의 벽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모든 사회의 이야기이다.
다시 미라 나이르 감독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예술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미라 나이르 감독 본인이 확인했듯, 그렇다. <살람 봄베이>가 미라 나이르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였듯, <깐부> 또한 프라순 차터지라는 젊은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이다. 실제로 영화의 배경과 비슷한 지역에 10년 넘게 살았다는 그는, 실제로 본인의 삼촌도 종교 분쟁 중 사망했고 그로 인해 할아버지가 마음의 병을 얻었다는 그는, 차기작 또한 경계를 넘는 영화가 될 것이라 말한다.
<깐부>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국경선이 정해진 이래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인도의 무수한 경계와 담을 허무는 영화로, 인도뿐 아니라 세상 멀리까지 흘러가 주길 기대한다. 예술이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한 번 보여주는 영화가 되길 기대한다.
[전주국제영화제 <깐부> 상영]
▶ 여기에서 영화제 기간(2022년 4월 28일~5월 7일) 내내 온라인 시청이 가능합니다. :)
▶ 5월 5일 11:30 CGV전주고사 1관에서도 관람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청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프레스로 참석하였습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022년 5월 7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계속 진행됩니다.
일부 온라인 상영작도 있으니 어디 계시더라도 이 시간 놓치지 마시길 추천드립니다. 전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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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2부 | 발버둥칠수록 더 빠져드는 총체적 난국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간 몸속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 설계자의 탈옥을 막으려다 고려시대에 갇혀버린 ‘이안’(김태리). 우여곡절 끝에 시간의 문을 여는 '신검'을 되찾은 그녀는 '썬더'(김우빈)을 찾아 미래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미래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과거 이안을 구해준 은인 '무륵'(류준열)은 자기 몸속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존재에 관해 묻기 위해 그녀를 찾는다. 삼각산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은 무륵 몸속에 요괴가 깃들었다고 의심한다. 신검을 찾아 눈을 고치려는 맹인 도사 ‘능파’(진선규)와 설계자와 함께 미래로 돌아가려는 ‘자장’(김의성)도 이안을 뒤쫓는다.
그 사이 2023년 서울은 '설계자'가 터뜨린 외계물질 '하바' 때문에 혼란에 빠지고, 우연히 외계인의 정체를 확인한 '민개인'(이하늬)은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한다. 모든 하바가 터지기 48분 전, 드디어 과거로부터 시간의 문이 열리고 세계의 운명은 이안의 손에 떨어진다.
<외계+인 2부>, 뒷심도 부족했다
2022년 여름에 개봉한 <외계+인 1부>는 관객 150만 명을 겨우 넘기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이 730만 명이었고, 흥행에 실패한 적 없는 최동훈 감독 작품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인 성적표였다. 비평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장르, 다른 하나는 이야기였다.
<외계+인 1부>는 무협 판타지와 SF라는 장르를 섞어내려 했다. 하지만 두 장르의 근본적인 특성과 차이를 무시한 채 익숙한 CG로 도배해 버렸다. 결국 낯선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도 못했고, 화려한 볼거리도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기시감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려시대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도 혼란스러웠다. 두 시간대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 자연히 최동훈만의 개성도 좀처럼 자리를 못 찾았다.
이는 1년 반 만에 돌아온 <외계+인 2부>의 과제이기도 했다. 두 문제를 해결하면 반등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일부 단점은 해결된 듯 보인다. 전편에서 시작된 서사는 설득력 있게 끝맺었다. CG와 액션도 규모에 걸맞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그러나 전편의 평가를 반전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개선점은 예상 못한 문제를 유발했고, <외계+인 2부>만의 새로운 문제점도 튀어나왔기 때문.
터널 끝 빛은 찾았다
가장 눈에 띄는 개선점은 편집이다. 전편과 달리 과거와 현재가 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주인공이 현재로 넘어가거나 새 캐릭터를 소개하는 대목처럼 이유가 확실할 때만 화면이 전환되기 때문. 그 덕분에 마지막에야 전체 윤곽을 간신히 볼 수 있었던 1부와는 달리, 2부의 전체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부 줄거리를 요약한 대목도 영리한 선택이다. 전편 내용을 환기하고, 새 관객의 진입 장벽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최동훈 감독의 스타일이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외계+인 2부>는 전편에서 미스터리로 남겨둔 이안과 무륵의 인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때 두 주인공 몸 외계인의 정체를 활용해 나름의 반전을 선사하고, 긴장감을 고조하는 전개가 꽤 효과적이다. '안옥윤'(전지현)과 미츠코가 쌍둥이라는 사실을 살려 이야기를 비틀었던 전작 <암살>을 연상시킨다.
1부에서 호평받은 액션은 한 층 더 발전했다. 특히 날아다니는 칼을 활용하는 능파 캐릭터 덕분에 액션이 더 육체적이고 과격해졌다. 능력이 확연히 구분되는 캐릭터들이 합을 맞추는 클라이맥스도 과장 보태 <어벤져스>를 보는 듯한 인상을 순간적으로 준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기대에 비해 액션 스케일이 크지 않고, 괴물과 도사들이 싸우는 모습도 <전우치>에서 본 액션과 유사해서 새롭지는 않다.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짙다
그런데 편집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대목도 있다. 전체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편하게 이해하도록 얼개를 짜는 과정에서 여러 장면이 잘려나간 듯 보인다. 이처럼 설득력을 더할 분량이 곳곳에서 사라진 결과, 흐름은 급하고 세밀함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이 특정 상황에 처하거나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객이 그 여파를 음미할 시간도 충분치 않다.
이안이 무륵의 정체를 깨닫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륵이 자기를 구해준 소년이었음을 깨달은 이안은 크게 기뻐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무륵의 몸속에 외계인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 이에 이안은 무륵을 홀로 남겨두고 떠난다. 이 일련의 과정에는 5분가량의 분량만 배정된다. 생명의 은인과 십수 년 만에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치고는 지나치게 빠른 전개다.
새 캐릭터인 능파의 묘사도 비슷하다. 자장에게 눈을 잃고 밀본에서 쫓겨난 그는 신검을 찾아 헤맨다. 신검으로 눈을 고친 후 자장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런데 영화는 그의 과거사를 자장의 수발을 들던 한 노파의 말과 능파의 대사로 가볍게 짚고 넘어가는 데서 그친다. 결국 두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도 등장인물들의 내적 변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자연히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여전히 부족한 일관성
이에 더해 <외계+인 2부>는 전체적으로 톤이 불안정하다. 이는 1부와 공유하는 단점이다. 다만 원인은 다르다. 1부는 무협 판타지와 SF라는 장르 간의 부조화가 문제였다. 고려시대를 주 배경으로 삼았고, 가드와 썬더를 제외한 모든 인물이 판타지 세계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극 중 비중은 가드와 썬더에게 집중됐다. 그렇다고 그들의 SF 이야기가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1부는 판타지와 SF 사이에서 부유했다.
2부에서는 다행히도 판타지와 SF의 간극이 작다. 과거와 현재의 연계가 확실해지고, 관객이 세계관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번에는 유머 때문에 전반적인 톤이 흔들린다. 이는 감독의 전작인 <전우치>와의 차이점이다. <전우치>는 유쾌하나 가볍지 않았다. 자유분방한 '전우치(강동원)'의 반대편에서 '화담(김윤식)'과 '천관대사(백윤식)'가 무게를 잡아줬으니까. 덕분에 후반부에 분위기가 무거워져도 어색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외계+인 2부>는 강박에 사로잡힌 듯하다. 무륵, 민개인, 썬더 모두 관객을 어떻게든 웃기려 한다. 물론 두 신선이 현대에 온 장면처럼 웃음이 터질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유머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잃는 게 더 많다. 당장 톤이 불안정하니 몰입도가 떨어진다. 이는 시작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주막에서 이안은 자기를 쫓는 도사 둘과 싸운다. 이때 상황에 비해 도사 둘이 너무 가볍다. 다른 영화 캐릭터라 해도 안 놀랄 정도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균형을 못 찾는다. 빌런도 무게감을 잡지는 못한다. 자장은 설계자의 부하일 뿐이라 존재감이 약하다. 설계자 역이었던 소지섭도 회상씬에만 등장한다. 그렇다고 CG로 만든, 말 못 하는 외계인에게 역할을 기대할 수도 없다. 자연히 클라이맥스에서는 전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결연함, 비장미가 거의 안 느껴진다. 결국 <외계+인 2부>에는 더 화려해진 <전우치>를 보는 즐거움만 있을 뿐, 큰 감흥이 없다.
캐릭터 교통정리에 실패하다
캐릭터 교통정리에 또 한 번 실패하면서 영화는 더 꼬인다. 원래도 등장인물이 많은데, 여기에 새 캐릭터가 추가된다. 능파와 민개인처럼 1부에서 얼굴만 비췄거나,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기존 캐릭터의 이야기도 미처 끝맺지 못한 상황이니 영화는 자연히 과부하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외계+인 2부> 곳곳에서는 우연과 억지가 등장한다. 민개인이 경찰 대책 본부에 불쑥 쳐들어가서 억지를 부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완성도만 깎아 먹은 불필요한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장면이 없더라도 그녀의 행적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 비록 1부만큼은 아니어도, 중반부까지는 정신없는 지점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번에도 최동훈 감독 작품 답지 않은 대사 역시 문제를 키운다. 최동훈은 본래 명대사 제조기로 유명했다. 극 중 인물이 바로 옆에서 말을 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 맛을 살릴 줄 알았다. "묻고 더블로 가!"나 "내 몸속에 일본 놈들의 총알이 여섯 개나 박혀 있습니다." "구멍이 두 개지요." 같은 대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외계+인 2부>에서는 외려 대사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 대사가 상황을 설명하는 도구에 그치기 때문이다. " ~~로 갑시다", "~~를 합시다/해야 돼", "저게 뭐지?"처럼 상황을 설명하기 바쁜 작위적인 대사가 쏟아진다. 자연히 캐릭터는 설명 기계에 불과해지고, 안 그래도 등장인물이 많은 가운데 제각기 매력이나 존재감을 뽐낼 기회도 잡지 못한다.
<외계+인>이라는 늪
애초에 <외계+인> 시리즈는 기획부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판타지 액션과 SF를 합치고, 10명 넘는 캐릭터가 한 데 등장하는 최동훈 스타일을 더했다. <신과 함께> 시리즈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도 아닌데 한 번에 촬영을 마친 후 1부와 2부로 나눠서 개봉했고, 막대한 제작비까지 쏟아부었다. 성공만 하면 기념비적일 수 있었던 블록버스터였다. 단지 1부에서는 도박수가 통하지 않았고, 2부에서 실패가 확정됐을 따름이다.
어찌 보면 <외계+인 2부>는 늪이나 다름없다. 가능한 범주 내에서 1부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노력이 또 다른 문제를 키우고, 2부 만의 문제도 더해진 이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벗어나려 노력할수록 수습하기 어려워지는 늪이자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어떻게든 결말에 도달한 최동훈 감독의 뚝심만이 그의 차기작을 기대케 할 뿐이다.
Poor 형편없음
우여곡절 끝에 겨우 다다른 우당탕탕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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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날씨의_아이 #스포일러_없는 #리뷰
최신 일본 영화를 리뷰하고 추천합니다
영화 '날씨의 아이'를 소개합니다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제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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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b.writer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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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옥수역귀신> 메인 예고편
절.대.로 혼자 볼 수 없는 이 곳! 극강의 공포가 극장을 덮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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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원피스> 공식 티저 예고편
오다 에이이치로가 그린 사상 최고 인기 만화를 실사로 옮긴 작품, 그 대망의 첫 영상을 지금 공개한다. 《원피스》, 8월 31일 출항.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