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1-01 12:13:30
1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0월29일~31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분석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오늘도 어김없이 씨네픽과 쉽고 유익한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알아보는 시간이 왔습니다!
10월 29일, 30일, 31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알아보고,
또 씨네픽의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유저분들의 예측 결과도 비교하는 시간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11월의 첫째 주,
씨네픽과 함께하는 첫째 주의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해볼까요?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듄>(▲1)

▶10월 20일 개봉한 <듄>이 저번 주 박스오피스 2위에서 이번 주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4만명의 관객 수를 동원하며, 총 누적관객 수는 76만 명을 돌파했는데요.
155분의 긴 러닝타임의 피로도와 더불어서 할리우드 초호화 캐스팅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렵고 지루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총 누적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2위.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1)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10월13일 개봉한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차지했습니다.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저번 주 박스오피스 1위에서 한 계단 하락한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관객분들이 관람하고 있으며, 누적관객 수 190만명을 돌파했는데요.
이번 주 200만명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3위. <고장난 론>(▲52)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10월 27일 개봉한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6만명의 관객 수, 총 누적관객 수 84,650명을 기록했습니다.
<고장난 론>은 <인사이드 아웃>과 <인크레더블2> 제작진이 선사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첨단 디지털 기능과 소셜 미디어로 연결된 다른 비봇들과는 달리,
네트워크 접속이 불가능한 고장난 '론'의 우정과 특별한 모험을 다룬 작품입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듄>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면
여성 46%, 남성 54%로 남성 관객들이 더 많은 비율로 관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연령대 별로는 20대와 30대의 비율이 77%를 차지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씨네픽은 29일~31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하고 정답자분들에게 상금을 드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듄>의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예측한 20,30대 비율은 전체 참가자 수의 78%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20,30대 관람비율 77%와도 거의 흡사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씨네픽 이벤트 참가자 중의 48% 수치로 <듄>을 박스오피스 1위로 예측했습니다.
또한 참가자 수의 33%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박스오피스 2위 랭킹을 예측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박스오피스를 예측하고 상금도 받아가는
씨네픽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맞혀라!' 이벤트에 참여하여
1위, 2위, 3위 순위를 모두 예측한 정답자 분들을 알아볼까요?

▶씨네픽 박스오피스 1,2,3위 순위예측 이벤트의 정답자는
총 54명으로 이는 참가자 중 총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답을 맞히신 모든 분들께 우승자 상금의 혜택이 주어졌습니다.
모든 참가자분들과 정답자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재밌고 유익한 씨네픽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4위. <보이스>(▲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 5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변요한, 김무열 주연의 <보이스>가 차지했습니다.
지난 9월 15일 개봉한 작품으로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도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서 관객들이 꾸준히 찾아주신다면
총 누적관객 수 150만명도 돌파할 수 있지않을까 기대해봅니다.
5위. <007 노 타임 투 다이>(▼2)

▶지난 주 박스오피스 3위에서 2계단 하락한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0,597명의 관객 수를 동원했습니다.
이번 주 하반기 기대작인 <이터널스>가 11월 3일 개봉하게 되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는 멀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누적관객 수 12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지난 주에 이어서 10월 22일 개봉한 <듄>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5,530,000(한화 약 182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지금까지 총 누적 매출액(북미에 한정하여)은$69,401,232(한화 약 816억)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 새롭게 4위로 진입한 작품이 있는데요.
바로 일본 '도호'사의 애니메이션 작품인 <My Hero Academia: World Heroes's Mission>입니다.
주말동안 $6,403,286(한화 약 75억) 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씨네픽이 준비한 11월 첫째 주의 박스오피스 순위 분석 시간은 이것으로 마칠텐데요.
혹시 재밌게 보셨나요? :)
다음 주도 더욱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럼 11월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맞이하시고 한 주 동안 건강하세요!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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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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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럿 | '조정석'만 남은 어설픈 젠더 역전 코미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숱한 대형 항공사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실력파 파일럿 '한정우'(조정석). 그는 유명 TV 예능에 게스트로 출연하고 각종 강연에 초청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회식 자리에서 범한 한순간의 잘못 때문에 한정우는 해고당해 빚더미에 나앉고, 설상가상으로 아내와도 이혼한다.
항공사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도 불가능한 상황. 이에 한정우는 여동생 '한정미'(한선화)를 돌파구로 삼는다.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정미의 도움을 받아 여장을 하고, 한정미 신분으로 각종 서류를 위조해 파일럿으로 취업한 것. 하지만 그는 이내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동료 '윤슬기'(이주명)와는 친분을, 선배 '서현석'(신승호)과는 악연을 쌓는 사이 여장남자라는 사실이 밝혀질 위기에 빠진다.
면죄부를 놓친 코미디
코미디라는 장르는 면죄부를 하나 갖는다. 웃기면 그만이라는 것. 장르의 목적 자체가 기존 상식을 의도적으로 뒤틀어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기 때문. 그래서 코미디 영화는 개연성이 중요하지 않다. 복선을 회수하지 못해도, 스토리텔링이 매끄럽지 않아도 충분히 웃기면 호평받는다. 2019년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최근 개봉한 <핸섬가이즈>까지 웃음에만 집중한 코미디 영화가 사랑받은 트레드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면죄부는 한순간 독이 든 성배로 바뀌기도 한다. 웃음이 나오지 않으면 유머 뒤에 숨은 단점들이 한순간 튀어나오기 때문. 관객들이 선웃음 후감동이라는 한국 코미디 영화 공식을 갈수록 외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도 공식을 답습한 <드림>으로는 100만 관객을 간신히 돌파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보통의 연애>의 김한결 감독이 스웨덴 영화 <Cockpit>(2012)를 리메이크한 <파일럿>은 면죄부를 받기 어렵다. 이유는 명확하다. 코미디와 스토리가 따로 놀면서 웃겨야 할 부분이 안 웃기다. 특히 젠더 이슈를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는 깊이가 너무 얕은 나머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2024년 여름을 책임질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텐트폴 영화라기에는 실망스러운 지점이 많다.
웃기긴 하다
물론 <파일럿>이 전혀 안 웃기드면 거짓말이다. 여장한 한정우가 남자라는 사실을 들킬 뻔한 중반부는 더러 큰 웃음을 자아낸다. 엄마의 칠순잔치 전후로 한정우와 한정미 남매가 보여주는 티키타카가 대표적이다. 한정우가 서현석 면전에서 욕을 뱉거나, 클럽에서 진짜 여성인 줄 알고 집적대는 남자들을 제압하는 장면도 돋보인다. 코믹 연기와 트랜스젠더 연기 경험이 많은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역량이 극대화된 결과물이다.
나름 근래 트렌드를 반영한 초반부의 빌드업도 꽤 안정적이다. 여장을 선택한 이유와 과정을 요즘 속도감으로 빠르게 밀어붙여서 몰입감을 높였다. 개연성이 부족하려는 순간에는 오히려 더 뻔뻔하게 코미디로 승부한다. 여동생으로 위장한 한정우가 면접장에서 궤변과 패기로 기어코 합격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할 때마다 장르적으로 먼저 선수를 치는 듯하다.
빠른 전개로 인한 빈틈도 열심히 채우려고 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같은 예능이나 다른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리고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덧붙여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그 덕분에 과장되거나 어색한 지점이 있어도 초중반부에는 적당히 수긍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일례로 한정우의 여장은 그다지 정교하지 않지만, 이 역시 코미디를 표방하는 시도로서 암묵적으로 용인되기에는 충분하다.
블랙 코미디로의 확장
이에 더해 한국 사회의 젠더 이슈를 다방면으로 비판하며 블랙 코미디 영역도 항로에 포함시킨다. 우선 <파일럿>은 여성의 관점에서 직장 내 성차별을 다룬다. '노정욱'(현봉식) 상무나 서현석 기장 등의 외모 품평이나 성희롱은 근무 중에도 프로페셔널한 영역을 벗어난 상황을 맞닥뜨리는 여성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정미가 된 한정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 역시 여성으로서 크고 작은 수모를 피하지 못한다.
그와 동시에 본질을 잃은 여성 우월주의나 페미니즘 마케팅도 풍자의 대상이다. 극 중 흑막으로 등장한 '노문영'(서재희) 이사는 회사 내 여성 파일럿 비중을 무조건 50%로 끌어올리는 역차별적 여성 할당제를 밀어붙인다. 또 직장 내 성희롱을 폭로한 제보자를 보호하는 대신 회사 이익을 위해 방패막이로 던져 버린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타인의 인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방향성을 알 수 없는 풍자
하지만 <파일럿>은 블랙 코미디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추락하기 시작한다. 예민한 사회 이슈를 모호한 태도로 건드린 대가라고 볼 수도 있다. 한정우는 회식 자리에서 노정욱 상무의 성희롱적 발언을 적당히 무마하려다가 실언을 한다. '다들 본업에서 고생하는데도 이 정도 외모면 예쁜 편'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한 것. 회식에 참석했던 윤슬기가 이 발언을 녹음해 폭로하자 한정우는 노 상무와 함께 가해자로 몰려 해고된다.
문제는 한정우의 문제 발언에 대한 영화의 태도가 오락가락한다는 것. 일각에서는 그를 두둔하고 윤슬기의 행위를 비난하는 듯 보인다. 상황적 맥락을 고려하면 그의 발언은 성차별로 보기 어렵다거나 그가 감내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 과하다는 식의 언급이 반복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윤슬기의 행동을 두둔한다. 한정우는 해당 발언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윤슬기라는 캐릭터는 끝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즉, <파일럿>은 젠더 이슈에 대한 평가나 해석을 관객에게 떠맡기고 관망한다. 여장이라는 소재 특성상 젠더 이슈를 안 다룰 수는 없으니, 논란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셈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역효과를 낸다. 블랙 코미디답지 않게 조심스러워하니 웃음 대신 도리어 이슈만 부각된다.
다른 블랙 코미디와 비교하면 <파일럿>의 실수는 더 명확하다. 일례로 애덤 맥케이 감독의 <바이스>나 <돈 룩 업>은 정치적으로 확실하게 한 쪽 입장을 정한 뒤에 예민한 주제를 다뤘다. 그 덕분에 관객은 영화의 관점에 동의하든 안 하든 코미디임을 인지한 채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웃음을 만들지 못한 <파일럿>의 '모두 까기'는 한국 사회 이슈를 용감하게 고발하는 풍자보다는 비겁한 회피 기동에 가까워 보인다.
도박수를 던질 배짱이 있었더라면
더 나아가 젠더 이슈를 다루는 방식 또한 아쉽다. '여자는 꽃이 아니다' 혹은 '왜 외모 칭찬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처럼 일차원적이고 교조적인 대사나 연출 때문에 흐름이 자주 깨진다. 분명 웃긴 한정우의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단발적으로 불타올랐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는 이유다. 코미디와 풍자가 조화되지 않다 보니 역지사지로 여성들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는 한정우의 대사에도 힘이 실릴 수가 없다.
캐릭터 구축도 어설프다. 주인공 한정우를 제외하면 기억에 남을만한 캐릭터가 없다. 예를 들어 서현석은 운항 때마다 여성 파일럿에게 성적인 농담을 하고 집적대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아마 구시대적인 남성들의 인식을 과장해 꼬집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유머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서현석이라는 인물은 부자연스럽고, 과하며, 불필요하다는 인상만 남긴다.
윤슬기 역시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양성평등 교육자료에서 볼법한 교과서적인 대사를 주로 내뱉는다. 그 결과 분명 한정우와 함께 각본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단지 한정우의 원맨쇼를 받아주는 역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결말에서 두 인물의 갈등이 해결되거나 관계가 정리되지도 않았기에 문제가 더 크다.
차라리 윤슬기와 한정우의 악연에 주목하면 어땠을까 싶다. 여성이 된 한정우는 윤슬기와 친구가 되면서 자기 말의 무게감을 실감하고, 윤슬기는 한정우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을 이해하는 식으로. 그 과정에서 여성이 마주한 현실적 난관도, 그 여성을 악용하는 이들도 같은 선상에 두고 비판했다면 <파일럿>의 모두 까기는 더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른다.
남은 건 조정석뿐
그나마 주인공 한정우의 서사는 안정적이다. 자기 커리어에만 몰두하던 한 사람이 역경 속에서 역지사지를 깨닫는 이야기이라서 보편적인 감성을 지녔다. 파일럿이라는 꿈에만 열중한 채 자기 아내가 수술했는지, 엄마가 칠순인지, 아들이 발레리노를 꿈꾸는 지조차 모르던 한정우. 그는 실직과 이혼, 여장 생활을 거치면서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법을 배워나간다.
하지만 한정우의 이야기만 기억에 남는 것은 코미디 영화로서 만족할만한 귀결이 아니다. 코미디 영화가 장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지점을 기존의 감동 코드로 감춘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오롯이 웃음으로 승부를 보는 최근 한국 코미디 영화 트렌드와는 다소 동떨어진 전개다. 또 젠더 이슈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결말을 보다 보면 그의 이야기가 진정으로 해피엔딩인지 의문이기도 하다.
결국 <파일럿>은 여름 영화에 걸맞은 수준으로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지도 못하고,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풍자하지도 못했다. 대다수 관객이 공감할 법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들려주지도 못했다. 결국 조정석의 원맨(?)쇼만 남은 셈이다. 좋은 개봉시기를 선점한 텐트폴 영화치고 <파일럿>을 향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Poor 형편없음
논란을 우회하려다가 장르의 본질마저 피해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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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을 뒤흔든 순정마초의 뒤안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793년, 프랑스의 왕후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한다. 흥분과 광기에 휩싸인 군중 사이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코르시카 출신의 포병 장교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 그는 이 혼란을 자기 기회로 삼기로 결정하고, 툴룽에서 영국군을 무찌르며 영웅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때마침 하늘도 그에게 행운을 선사한다. 한 사교 파티에서 기품 있는 여인 '조제핀'(바네사 커비)을 만나 첫눈에 반한 것. 자기 운명을 바꿔줄 남자를 찾던 조제핀은 열렬한 그의 구애를 받아들이고, 그들은 부부가 된다. 비록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는 않았지만, 조제핀을 만난 후 승승장구한 나폴레옹은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 올라선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부터 둘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하고, 나폴레옹의 몰락도 막을 올린다.
주의! 리들리 스콧의 시대극입니다
리들리 스콧의 시대극은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다루는 시대를 재현하는 데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일반적으로 알려진 역사적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비주얼리스트의 웅장한 영상미에 홀리면 그의 시각에서 해석한 시대, 사건, 인물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자칫 잊을 수 있기 때문.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엑소더스>,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모두 마찬가지였다. 리들리 스콧의 화려한 볼거리는 자유의 평등의 가치를 고찰하고, 종교의 의미와 기능을 성찰하며, 젠더 이슈를 고민케 하는 도발적인 질문을 품고 있었다. 과거를 재현하는 대신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반추한 결과였다.
Apple TV+와 리들리 스콧이 손잡은 <나폴레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뛰어난 정치가이자 뛰어난 군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유럽에 자유주의를 흩뿌리고, 대륙법의 기반인 '나폴레옹 법전'을 만들었으며, 황제 자리를 차지해 정점을 찍은 정치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전쟁의 신으로 칭송한 전술가이자 일반 병사들의 사랑까지 한 몸에 받은 꼬마 부사관.
<나폴레옹>은 이 모든 이미지를 멜로드라마라는 틀 안에 담아낸다. 위대한 나폴레옹 1세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한 남자 나폴레옹의 시점에서 그의 모든 행적과 위업을 다시 해석한다. 이 재해석은 분명 신선하고, 그의 일생과 나름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으며, 예상치 못한 울림을 안기기도 한다. 다만 해외에서 먼저 공개된 후 호불호가 격렬히 나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자기 해석을 밀어붙일 뚝심이 부족한 게 결정적인 패착이다.
화살표가 확실한 오프닝 시퀀스
당장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이 단두대에서 달아나는 오프닝 시퀀스는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대놓고 알려준다. 오프닝 분위기만 느껴도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로 향한다. 사형집행인은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치운 후 자세를 고정시킨다. 거대한 칼이 그녀의 하얀 목에 닿고, 집행인이 왕비의 목을 들어 올리자 지켜보던 군중이 환호한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상징하는 시작점. 그러나 연출은 역사적 중요성과 사뭇 대조된다. 웅장하거나 비극적인 음악이 깔려야 할 것 같은 직관에 반하는 음악이 들려온다. 왈츠를 듣는 듯 신나고 경박스럽기까지 하다. 웅장한 전기 영화나 서사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라 미리 경고하는 듯하다. 기록된 역사와 달리 나폴레옹이 군중 안에서 왕후의 처형을 지켜보는 것도 그 일환이다.
'나폴레옹 1세'는 없다
그러니 <나폴레옹>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위대한 정치인이자 뛰어난 군인이었던 나폴레옹의 후광을 지우는 것. 실제로 영화는 혁명, 쿠데타, 즉위식 등 그가 주도한 여러 정치적 사건을 빠르게 스케치하는 데서 그친다. 배경이나 맥락은 사치라는 듯이 생략한다. 보나파르트 가문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동기와 욕망에 대한 설명도 많지 않다. 황제까지 즉위한 나폴레옹 1세의 정치적 여정을 영화만 보고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전쟁의 신이라는 찬사를 받은 보나파르트 장군의 모습도 편린만 스쳐 지나간다. 물론 각각의 전투 시퀀스는 인상적이다. 아우스터리츠 전투가 대표적이다. 적군 유인, 보병 간 전투, 기병대 기습, 포격으로 마무리되는 전투 양상을 명확하게 담아냈다. 워털루 전투 역시 나폴레옹의 최후에 걸맞은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다만 나머지 전투는 그저 나폴레옹이 거쳐야 했던 퀘스트 중 일부로 짚고 넘어간다.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도 활용된다. 극 중 나폴레옹은 카리스마형 주인공이 아니다. 군사적 재능은 있지만 전장에서 숨을 헐떡이며 벌벌 떤다. 1799년 쿠데타 장면도 비장함보다 우스꽝스러움으로 가득하다. 그가 지휘한 전투에서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는 마지막 자막은 화룡점정이다. 리들리 스콧 작품 중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등과 비슷한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해도 이상하지 않다. 해외에서 영국인(리들리 스콧)이 프랑스 위인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나올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
순정마초 나폴레옹
이처럼 정치인과 군인의 모습을 지운 여백에 <나폴레옹>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모습을 그려 놓는다. 나폴레옹은 극장에서 조제핀을 만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고, 곧장 결혼한다. 그는 이집트 원정 전후로 조제핀의 불륜을 확인하지만, 가까스로 이혼 위기를 극복한다. 이후 부부는 아들을 낳지 못해 갈등을 빚고, 끝내 이혼을 선택하지만, 죽을 때까지 친구로 남는다.
나폴레옹이 겪은 수많은 사건들은 이 사랑의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조제핀이 "승리의 부인(마담 드 빅투아르)"이라고 불렸다는 사실에서 착안한 재해석으로 보인다. 극 중 일방적이었던 그의 사랑이 양방향이 되고, 조제핀이 마침내 그와 진정으로 사랑에 빠지며, 행운이 차오르는 순간부터 그의 전성기가 펼쳐진다. 쿠데타로 제1집정을 거쳐 황제가 되고,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동맹군을 무너뜨리며 유럽을 제패한다.
반면에 그가 더 큰 영광을 원한다면서 조제핀을 버리자 몰락이 시작된다. 이혼한 순간부터 그의 운은 다한다. 그는 러시아 원정에서 패배하고, 퇴위하고, 유배를 떠난다. 마지막 기회도 그녀에게 달려 있다. 조제핀이 아직 생기 있을 때, 그는 알바 섬을 탈출한다. 그러나 그녀가 끝내 폐렴으로 사망하자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다. 그렇게 황후와 황제는 흥망성쇠를 같이 겪는다.
리들리 스콧다운 영상미도 이 로맨스와 어우러지며 힘을 발한다. 황제 즉위식과 텅 빈 모스크바에 나폴레옹이 입성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스크린을 벌겋게 물들인 모스크바 대화재는 정점이다. 이 장면들은 정치인이자 군인으로서 나폴레옹의 정점과 위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조제핀의 내레이션이 나폴레옹을 감싸는 연출이 더해지면서 조제핀이라는 행운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그 행운이 그를 배신했음을 보여준다.
부실했던 기초 공사
그러나 과감한 재해석에 충분히 힘을 실어주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오프닝에서 나폴레옹의 일생을 로맨스로 풀어내겠다는 지향점을 보여줬는데, 정작 초반 전개가 그 방향성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실제로 초반부는 씬마다 정치인, 군인, 남자 나폴레옹의 모습이 뒤엉켜 있다. 극장 안에서 편집점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난잡하다. 특히 이집트 원정까지는 나폴레옹의 연애사가 위업을 포괄하지 못한 채 서로 충돌하는 듯 보인다.
특히 로맨스를 쌓아 올리는 분량이 부족하다. <나폴레옹>은 관객이 순정남 나폴레옹에게 이입하고, 로맨스의 관점에서 전쟁과 정치적 사건을 따라간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가 조제핀을 사랑하는 과정은 급하게 지나가고, 조제핀의 개인사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자연히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관계도, 그녀가 그의 행운을 뜻한다는 해석도 부각될 수가 없다. 나폴레옹을 운 좋게 권력을 잡은 정신병자 내지는 사랑하는 여자도 차지 못한 찌질한 전쟁광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부실한 초반 전개는 러닝타임을 고려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판단착오에 가까워 보인다. 근래 OTT 공개 예정 작품은 극장 개봉 시 러닝타임의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3시간을 넘긴 <플라워 킬링 문>이 대표적이다. 조제핀의 삶을 보다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4시간 30분 분량의 컷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나폴레옹>의 완성도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었을 테니.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2011년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공개된 '순정마초'가 떠오른다. 가사 때문이다. "나의 사랑을 버린 그댈 잊지 못한, 죽은 심장 상처 난 백합 순정마초." 첫사랑을 기억하는 순정남이자, 다른 여자들을 차버리고 다니는 마초라는 의미였다.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가사다. 나폴레옹의 첫사랑이자 그 사랑을 배신했던 조제핀. 첫사랑인 황후를 버리고 떠난 나폴레옹. 이 커플의 관계가 가사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지점에서 나폴레옹 1세의 일생을 그려낸 장엄한 서사시를 기대할 이들에게 <나폴레옹>이 실망스러운 이유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배경으로 조금 더 웅장하게, 위엄 있게, 극적으로 그려낸 리들리 스콧 버전의 '순정마초'니까.
Acceptable 무난함
웅장한 이미지 사이로 흥하고 지는 순정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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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오지 않을 봄
이 글은 [넷플릭스] 보고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역대급으로 짧은 리뷰가 될 예정입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이야기의 얼개는 매우 단순하다.
밑도 끝도 없이 망한 집안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가 수중에 남아있는 단 하나. 바로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 걸고 인생 역전을 꿈꾸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러닝타임 내내 보여준다.
망하게 된 계기가 IMF라는 점에서 외국까지 날아가게 한 이유를 납득하게 하고. 도피한(?) 나라가 콜롬비아의 보고타라는 데서는 낯섦을 강조하려고 한 점 까지도 이해는 간다.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윗 문장을 설명할 수 있는 단 몇 장면을 제외하면. 안타깝지만 영화의 나머지 모든 시간과 장면들은 그저 필터를 씌운 것만 같이 때깔 좋은 영상물에 가깝다..
모든 것이 낡아빠졌다. 게다가 엉망이기까지 하다. 영화 속 그 어떤 인물과 장치에도 정을 붙일 수가 없다. 눈앞에서 바람보다 가볍게 영상이 흘러가도 아깝다거나 뭘 알아내야겠다는 의지조차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 것이 내가 이 영상물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자 문장이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웬만하면 영화를 보고 리뷰를 적을 때 연기자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평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리적으로(?) 연기 자체를 해 본 경력이 짧을 수도 있고. 맡은 역할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연기자가 해석한 캐릭터와 내가 기대한 캐릭터가 다를 수도 있으며. 내가 싫다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싫은 배우는 아닐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주연 배우인 송중기의 연기력은 질타를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꾸러기 표정밖에 지을 줄 모르는 철 모르던 아이가. 한 조직의 최상위까지 올라간 사람이 되었을 때의 위엄이나 대범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마치 자신의 연기하는 모습에 취한 것 같은 모습이 보여 고개를 젓게 만든다. 영화의 제목처럼 어쩌면 그에게는 이 영화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의 TMI]
1. 딸기 너무 비싸ㅠ
2. 춥다 추워
3. 휴지 사는 거 계속 까먹어서 지금 신문지로 어?
다음 리뷰 예고
-2/9(일):[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2/13(목):브루탈리스트(주변 영화관에서 맞는 시간대가 수요일에 있어서 본다는 가정 하에)
마블 쳐돌이 었지만 마블 영화가 후순위로 밀린 이유는.... 마블에는 더 이상의 희망이 남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디즈니 플러스에서 드라마 챙겨 볼 열정조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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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머 필름을 타고! (2020)
썸머 필름을 타고!
감독: 마츠모토 소우시
출연: 이토 마리카, 카네코 다이치, 카와이 유미 등
장르: 로맨스, 청춘, SF
상영시간: 97분
개봉일: 2022.07.20 (국내 개봉일 기준)
걸작으로 남을 우리들의 여름
주인공 ‘맨발(이토 마리카)’은 청춘 로맨스에 열광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무협 시대극에 마음이 끓어오르는 여고생.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쓴 <무사의 청춘>이 탈락하고 ‘카린’의 러브 스토리가 제작되면서 친구들과 함께 아쉬움을 달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극장에서 자신이 상상한 주인공의 모습에 딱 맞는 소년 ‘린타로(카네코 다이치)’를 발견하게 되고, 그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다. 절친 ‘킥보드(카와이 유미)’와 ‘블루 하와이(이노리 키라라)’, 그리고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재능을 갖춘 다른 친구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다. 하지만 의문의 정체를 가진 ‘린타로’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맨발의 영화 제작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귀여운 청춘물에 SF 한 스푼
십 대의 청춘과 여름이라는 싱그러운 계절, 그리고 언제나 좌충우돌한 사건이 펼쳐지곤 하는 고등학교 동아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2000년대 일본 하이틴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로도 볼 수 있는 뻔한 구성이기는 하지만 <썸머 필름을 타고!>는 범상치 않은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함께 몇 가지 장르를 함께 섞는다. 시대극 마니아인 주인공은 2020년대인 현재 완벽히 비주류로 자리잡은 사무라이 영화를 기획하고,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된 소년은 영화가 사라지고 없는 먼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났다. 청춘 로맨스 소재에 시대극과 판타지적 요소가 섞이니 스토리가 정신 없어 지기는 했지만 난장판이기에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십 대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뻔하지 않고 다채롭게 그릴 수 있었다. 어디로 튈 지 가장 알 수 없으면서도 말도 안 되는 것도 과감하게 해낼 수 있는 시절이 아닌가. 물론 SF 요소를 대사를 통해서만 대강 해치우려는 연출이 미흡하기는 했지만 작품이 가진 귀엽고 통통 튀는 매력에 취해 그마저도 눈감을 수 있게 된다.
사랑은 영화를 타고
극중 맨발이 쓴 <무사의 청춘>은 우정과 갈등 사이를 오가는 두 사내의 이야기를 다룬 시대극이지만, 그 작품 속 주인공은 감독인 ‘맨발’의 삶과 맞닿아 있다. 맨발은 마지막까지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맺을지 정하지 못하고 끝없는 고민에 시달린다. 미래에 영화가 사라지게 된다는 ‘린타로’의 말이 그의 열정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 못지 않게 열정을 갖고 촬영에 임하는 린타로의 진심을 듣고 맨발은 라스트 신에서 두 명의 무사가 서로 싸우지 않고 함께 나아가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는 다른 세계에서 온 린타로에 대한 사랑이 싹트고 그와 함께 계속 나아가고 싶은 맨발의 속마음과도 같다. 하지만 축제 상영회 당일, 영화의 엔딩 장면이 나오기 직전에 맨발은 상영을 중단해 버린다. 이제 와서 결말을 다시 찍고 싶다는 맨발의 의견에 따라 두 명의 무사가 최종 결판을 벌이는 장면을 다 같이 부랴부랴 준비한다. 그리고 감독이 아닌 또다른 주인공으로서 린타로 앞에 칼을 들고 맞서는 맨발. 이는 미래에서 온 린타로 때문에 벌어질 타임 패러독스를 막으려면 <무사의 청춘>의 파일을 삭제해야 하고, 린타로를 좋아하지만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맨발의 심리 변화에서 비롯된 행동일 것이다. 아픈 결투 끝에 성장하는 무사의 청춘처럼 맨발은 린타로에게 느낀 감정, 그리고 환상일 수만은 없는 현실에 정면으로 맞선다. 청명한 여름의 계절,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에 대한 열정을 모두 경험하고 성장한 ‘맨발’이 곧 한 명의 사무라이였던 셈이다.
필름을 타고 맺어진 ‘린타로’와 ‘맨발’의 사랑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었지만 영화가 맺어준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맨발의 첫 작품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게 큰 도움을 준 린타로는 훗날 맨발이 거장 감독으로 성장하게 될 최초의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맨발은 영화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린타로에게 영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심어주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같은 시간대에 있지 않지만, 각자의 시공간에서 뜨겁게 교감했던 영화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데 그 감정을 한없이 쏟아냈을 것이다.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 잠깐의 신기루 같았던 사랑을 경험하고, 그 사랑을 자신의 꿈과 목표로 이어 나간다는 것이야 말로 건강한 청춘 로맨스가 아닐지.
영화 속 맨발에 빗대어 본 과거의 나
영화를 진심으로 애정하고, 동아리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맨발의 모습은 고등학교 시절의 내 모습과도 제법 닮았다. 나는 그 당시 방송부와 영상제작 동아리 소속이었고, 영화를 촬영해본 적은 없지만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한 영상들을 여러 편 찍었다. 맨발의 우당탕탕 영화 제작기를 보며 한 가지 인상깊었던 부분은 아무도 그에게 화를 내거나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맨발의 팀원들은 대부분 영화와 거리가 먼 친구들이었지만 길어지는 촬영 시간에도, 같은 장면을 수십 번 촬영하는 감독의 태도에도, 제작비를 벌기 위해 시키는 이삿짐 센터 아르바이트에도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그리고 맨발 또한 자신을 도와주러 온 친구들에게 단 한 번도 미안해 하지 않는다. 나도 과거에 동아리에서 영상을 찍을 때 거의 대부분 주변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언제나 촬영 시간은 길어지고, 스케줄은 빡빡하기 마련이라 늘 친구들에게 미안해 했고, 같은 장면을 수차례 찍어야 할 때는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그 친구들 역시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바쁜 시간을 쪼개 참여한 거라 은근히 눈치를 주었다.
맨발과 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얼핏 보면 맨발이 학교 안에서 아무나 스태프로 기용한 것 같지만, 사실 친구들의 재능을 미리 캐치하고 각자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역할만을 배분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영화에 미쳐 있는 것처럼 친구들 모두 야구, 조명, 천문학, 검도 등 다들 한 번쯤은 무언가에 제대로 빠져본 적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친구들은 자신과 비슷한 맨발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본인들의 능력을 인정해 준 맨발에게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맨발 못지 않게 영화 촬영을 즐기고, 맨발 또한 친구들이 이번 여름의 청춘을 자신에게 완전히 빌려 주었음을 알고 있다. 맨발의 꿈과 열정을 존중하는 여러 친구들과 그들에게 잊을 수 없는 18세의 여름을 선물한 맨발의 우정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다. 물론 역할에 딱 맞는 친구들이 나타나준다는 것은 천운이기에 어느 정도 영화적 설정이 가미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나는 친구들을 섭외할 때 맨발처럼 세심한 접근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맛있는 걸 사준다든가 물질적인 대가를 제공하려 했을 뿐 내 진심을 솔직하게 털어놓거나 그들이 참여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곁에 좋은 친구들을 둔 맨발이 부럽게 느껴지면서도 과거에 부족했던 내 자신의 모습을 왠지 모르게 되새겨 보게 된다.
영화의 종말, 왠지 가능할 것 같다는 씁쓸함
요상하게 생긴 타임머신을 타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감독(맨발)의 데뷔작을 보기 위해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설정은 판타지 그 자체다. 하지만 미래소년 린타로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 더 이상 영화가 실존하지 않다는 것만큼은 생각보다 억지스럽지 않다. 2022년인 지금도 영상 콘텐츠의 트렌드는 점점 더 짧은 길이의 영상들로 변화해가고 있다. 사람들은 3분짜리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것보다 30초 남짓 되는 틱톡, 릴스 영상들을 즐겨 보고, 예능이나 드라마도 한 회를 통으로 감상하기 보다는 15~20분 정도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짧게 감상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지루함이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유튜브 요약 영상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 내가 구식인 걸 수도 있지만, 고작 10여 분짜리 편집 영상을 봐 놓고는 어떻게 자신이 그 작품을 봤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이게 현실이고, 앞으로는 영상 트렌드가 더욱 짧아질 것이라는 의견에도 매우 동의한다. 몇 십 년 후 미래에서 온 린타로의 세계에서는 영화가 단 10초 길이에 불과하다는 설정은 다소 극단적일 수는 있어도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래에 영화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영화에 대한 꿈을 놓지 않는 맨발 같은 사람도 있고, 영화가 사라진 세계에서도 여전히 과거의 작품들을 보며 향수에 젖어 사는 린타로 같은 사람도 분명 계속해서 남아있을 것이다. 대사는 '사랑해' 뿐인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더 잘 먹히는 2020년대에 시대를 역행하듯 흑백 사무라이 영화를 찍는 이들의 모습은 영화란 본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렇게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자들이 우리 곁에 계속해서 남아준다면, 영화의 종말이라는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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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신작 추천작 <너와 나의 경찰수업> <설국열차 시즌3> <프리 가이>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OTT 플랫폼의 신작 소개를 하는 시간!
1월 넷째 주의 씨네랩의 추천 신작은 무엇이 있을지 다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너와 나의 경찰수업, 디즈니 플러스 +
웹드라마 | 한국 | 16부작
감독 : 김병수 | 출연 : 강다니엘, 채수빈, 이신영, 박유나, 김상호, 박성준 등
디즈니플러스 공개일 : 2022년 1월 26일 (수요일)
"경찰대학을 배경으로 우리가 응원하고 싶은 청춘들의 사랑과 도전을 담은 청춘 성장 드라마"
*관전 포인트* : 아이돌 강다니엘의 데뷔작, 그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니만큼 많은 화제에 있습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채수빈.
눈부시고 설레는 청춘 에너지를 발산하는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최고의 기대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요.뿐만 아니라 이신영, 박유나, 박성준, 민도희, 김우석 등 대세 청춘배우들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청춘배우들의 앙상블, 티격태격 케미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됩니다. :)
2. 설국열차 시즌3,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 미국 | 10부작
감독 : 그레임 맨슨 | 출연 : 제니퍼 코넬리, 다비드 디그스, 숀 빈 등
넷플릭스 공개일 : 2021년 1월 25일 (화요일)
"이 작품은 빙하기가 돌아온 지구, 마지막 생존자들을 태우고 끝없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한 남자가 모두의 생존이 걸린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
*관전 포인트* : 봉준호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
<설국열차> 시즌 1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시즌2에 이어 시즌3까지 제작되어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명배우인 제니퍼 코넬리의 열연과 송강호 역할을 하는 다비드 디그스 배우의 모습까지..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면 재밌을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재미와 서스펜스와 몰임감을 주는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원작 <설국열차>의 세계관을 시리즈화한 작품인만큼 원작 영화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서사의 전개와 장대한 스토리 라인을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3. 프리 가이, 디즈니 플러스+
액션 | 미국 ㅣ115분
감독 : 숀 레비 |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디 코머, 타이카 와이티티 등
개봉일 : 2021년 8월 11일
디즈니플러스 공개일 : 2022년 1월 26일
"평범한 직장,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 평화로운 일상 속 때론 총격전과 날강도가 나타나는 버라이어티한 ‘프리 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
그에겐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기 전까지는…
갖은 노력 끝에 다시 만난 그녀는 ‘가이’가 비디오 게임 ‘프리 시티’에 사는 배경 캐릭터이고, 이 세상은 곧 파괴될 거라 경고한다.
혼란에 빠진 ‘가이’ 그러나 그는 ‘프리 시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배경 캐릭터가 아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원하게 터지는 상상초월 엔터테이닝 액션 블록버스터! 인생의 판을 바꿀 짜릿한 반란이 시작된다! "
*관전 포인트* : 역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그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액션능력까지 모든 걸 자~~알 소화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공상과학 코미디 액션? 영화인만큼 그의 다양한 매력을 보실 수 있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특유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잔망스러운 캐릭터는 관객들을 매우 즐겁게 해주는데요!거기에 플러스 <킬링 이브>,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등에서 카리스마 있고 특유의 분위기와 매력을 발산하여 많은 인기를 얻었던 배우 조디 코머까지..
모두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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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고로 감추기엔 매혹적인 '악마와의 토크쇼'
악마와의 토크쇼
이 영화의 주인공은 1970년대 미국 토크쇼를 진행하던 아나운서 잭 델로이(데이빗 다스트말치안)다. 유명인사인 잭 델로이. 젠틀한 목소리 톤과 말끔한 매너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쇼는 1971년이었다. 꿈을 이룬 잭 델로이. 코미디부터 가족드라마, 연극까지 다양한 소재를 포용하는 토크쇼를 진행하며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1970년대의 미국인들은 그의 토크쇼에 큰 위안을 받았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잭 델로이. 당시 최고의 토크쇼였던 조니 카슨 쇼와 맞대결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그래미 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밝은 빛과 어둠은 함께 따라온다고 했던가. 높은 인기 덕인지 톱스타 여배우 매들린(조지나 헤이그)과 결혼하기도 했지만 잭이 사이비 종교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서서히 치닫았던 위기는 잭의 인생의 큰 장애물이 된다. 비흡현자였던 매들린. 폐암에 걸렸다. 그리고 잭의 곁을 떠났다. 슬픔 속에 잠긴 잭. 하지만 잭에게 쉬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서서히 낮아지는 시청률. 그리고 더 침몰하는 잭. 다양한 논란에 그의 전성기가 끝나가고 있는 듯하다. 묘수가 필요하다. 색다른 토크쇼 콘텐츠를 기획하는 잭 델로이. 그가 꺼낸 아이디어는 악마와의 토크쇼다. “잭. 걱정하지 말아요. 이 토크쇼는 분명 유명해질 테니.”
이런 장르물 기다려왔어
이 <악마와의 토크쇼>는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왜 훌륭해? 아주 재미있기 때문에. 왜 재미있을까? 그러니까 글쓴이가 이 영화에 애착이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면 굳이 생각을 두, 세 번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더 큰) 영화 노동자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나는 감상에 있어 이런저런 사소한 부분까지 캐치해야 한다. 작은 부분까지 눈에 담아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마와의 토크쇼>는 이 과제들을 염두할 틈도 주지 않고 내내 강력하게 몰아친다. 영화가 몰입감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사소한 부분을 챙겨가며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왜? 영화가 에너지의 근거를 친절하게 다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영화의 톤 측면에서 기괴한 톤을 유지한다. 그 근원지가 어디일까? 바로 우리가 아는 공포영화의 이미지들이다. 이 이미지들을 비틀어서 기괴함을 증폭시킨다. 글쓴이는 크리스투(파이살 바지)의 역할이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는 메시지의 측면이나 이야기의 측면이나 영화의 분위기를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인데 <악마와의 토크쇼>를 안 본 분들도 이 캐릭터에 매혹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장르영화의 팬이라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영화가 강력한 미스터리로 똘똘 뭉친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그 미스터리 영화 안의 기괴한 톤과 시너지가 있기 때문에 미스터리물로서의 쾌감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그 내실을 따져보면 영화 안의 형식만 신선하고 원래 기획의도였을 것 같은 호러영화로서의 톤은 부실하다. 왜? ‘어떻게’는 충분히 신선하지만 ‘무엇’의 결과물이 이에 호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유전> 같은 장르물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다. 특히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핵심을 보여주고 마무리지어야 하기 때문에 호러영화로서의 장르적인 특성은 포기한 흔적이 보인다.
있는 그대로를 믿을 것?
이 인간과 미디어의 관계에 카메라를 비추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 핵심을 위해 영화가 설정한 것 중 가장 강력한 부분은 주인공 잭 델로이다. 잭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100% 적합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왜? 이 왜 적합한지에 대한 부분이 영화 초반부에 나온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잭의 태도가 진지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깔려있는 잭의 여러 히스토리들이 영화의 배경처럼 제시된다. 이 장면들은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가 초반부부터 메시지의 측면에서 근거를 깔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통해 인물이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영화가 코멘트한다는 점을 주의 깊게 염두하고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어떤 매개체가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지가 이 작품의 진주인공을 보여주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영화가 극 중 토크쇼를 관객이 초대받은 것 같은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이면을 탐구해야 한다. 누굴 위한 토크쇼일까? 사실상 이 영화 안의 토크쇼는 단 한 사람의 리액션을 위해 설계되어 있는데 그게 누구이며 또 그 과정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택이 제시되는데 이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또 주인공 외의 인물 관계도 이야기의 핵심을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가령 주인공의 보조 mc 거스(리스 오테리)의 모습이 영화에 전면에 등장한다. 이 거스를 대하는 인물들은 무대 안에서나 밖에서나 일관성을 가진다. 이 일관성을 흐리는 선택이 아주 흥미로운데 이 둘의 공통점을 묘사하는 연출에 어떤 것이 들어갔는지 염두하고 보면 재미있으실 것이다. 또 이 인물이 어떤 존재에 의해 영향받는지도 이야기 안에서 굉장히 진하게 밑줄이 그어져 있다. 이 존재를 오고 가는 연출이 사실상 영화를 이끄는 플롯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현실과 그 나머지의 세상을 잇는 감독의 박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러닝타임이 다 끝나있다. 이 인물들을 보여주는 방식은 거스가 아닌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이 인물들은 어떤 존재 때문에 특정한 사건을 겪는다. 영매사 크리스투, 초능력자 사냥꾼, 모녀관계라고 볼 수 있는 릴리(잉그리트 토렐리)와 준(로라 고든)의 관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인공 잭까지. 인물들은 미디어라는 틀을 넘어 현실의 우리에게 침입한다. 가령 릴리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은 기괴해서 장르적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핵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단순한 이야기에서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인 비유를 새겨놓은 각본가와 감독의 능력이 돋보이는 것이다.
미디어 = ?
영화 안에서 흥미로웠던 세 번째 지점은 핵심과 장르를 겹치게 연출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야? 이 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토크쇼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거대한’이다. 이 영화의 틀을 이루고 있는 미디어, 그러니까 토크쇼라는 존재는 관객에게 초자연적인 일을 묘사하는 원동력임과 동시에 이야기의 형식이다. 무슨 말이냐? 초반부에 1970년대 미국의 정치사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실적인 맥락을 넣은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마무리를 생각해 보면 이 영화의 틀을 부순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카메라로 담는다. 이 모든게 토크쇼인 것이다. 이 두 요소로 인해 영화의 톤이 상충하는 듯 하지만 이야기에는 걸림돌이 없다. 왜? 카메라의 존재 때문이다. 카메라의 의미가 영화의 플롯을 이끄는 것과 동시에 초자연적인 행위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이 카메라의 존재는 영화가 왜 영화인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2024년의 관객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또 <악마와의 토크쇼> 안의 토크쇼 관객과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관계가 흥미롭다. 이 둘은 사실상 동일시되기도 하고, 전후관계에 있어 전제조건이 되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 각각의 관객(토크쇼/영화)의 성격을 미디어의 성격을 통해 분류한 것이다. 토크쇼의 관객은 쇼를 만드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제작자들의 이해관계가 관련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영화의 관객들은 카메라가 이끌리는 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를 엇갈리는 연출이 흥미로웠다. 이 엇갈리는 연출이 무엇인지 딱 겹쳐지는 지점이 있다. 장면이 무엇인지를 애둘러 써보자면, 이야기의 폭력적인 것을 지양한답시고 그 전부를 담는 뉴스를 여러분도 본 적 있지 않나? 이 영화의 카메라는 그런 느낌이다. 영화는 카메라를 통해서 이야기의 외면을 비추다가 어느 지점을 벗어나 시점을 급격하게 바꿔버린다. 이건 중요하다. 관객들의 관계를 영화가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급격하게 바꾸는 시점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대단한데, 토크쇼가 존재했기 때문에 1977년부터 2023/2024년에 이르는 영화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것이고 ‘악마와의 토크쇼’가 가능했으며 관객을 향한 무언가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 장면이 중요하다는 것은 여러분 모두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분들은 영화의 엔딩이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영화의 이런 마무리야 말로 꼭 필요했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언론홍보학과 출신 글쓴이가 전공 공부를 하며 배운 것이 있다. ‘서브리미널 효과’라는 것이 기억에 생생한데 이것이야 말로 미디어가 관객에게 끼치는 영향 그 전부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이 서브리미널 효과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가 봤던 미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삶에 틈입하고 있지 않은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영화인 셈이다. 어쩌면 이런 미디어의 속성이야 말로 진짜 공포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범죄도시 4>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극장 나들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강력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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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1984년 영화 '듄' 기초 요약
- 1984 영화 '듄' 비하인드 스토리 소개
- 듄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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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영상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써 7월 3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수카바티 : 극락축구단]의 개봉전 시사회를 참여한 뒤 제작된 영상입니다.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 잃어버린 팀을 되찾기 위한
FC안양 서포터즈 RED의 네버 엔딩 러브스토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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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스: 발할라》는 1,00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간 11세기 초를 배경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이킹들의 영웅적인 모험담을 그린다. 그 주인공은 전설적인 탐험가 레이프 에릭손(샘 콜릿)과 불같은 성격의 완고한 여동생 프레이디스 에릭스도테르(프리다 구스타브손), 그리고 야심 있는 노르웨이 왕자 하랄드 시구르드손(리오 수터). 바이킹과 잉글랜드 왕실 사이의 긴장이 핏빛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바이킹 내부에서는 기독교도와 이교도의 충돌로 싸움이 벌어지면서 이 세 바이킹의 장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그렇게 세 사람은 생존과 영광을 위해 싸우면서 바다와 전장을 넘나들며 카테가트에서 잉글랜드, 그리고 그 너머로 나아간다. 《바이킹스: 발할라》: 넷플릭스에서 곧 공개 예정. 《바이킹스: 발할라》를 시청하세요,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