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3-30 14:11:27
[인간수업](2020): 학원 로맨스물은 어쩌다 범죄물이 되었나
학원 로맨스물은 어쩌다 범죄물이 되었나
학원 로맨스물에는 공식이 있다. 탈선하는 학생과 모두가 우러러보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은 학생이 주인공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은 서로의 공허함을 알아보고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다.
함께 일탈을 즐기기도 한다.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물건을 훔치는 게 좋다고 할 사람은 없겠지만, 학원 로맨스물에서 이 정도 일탈은 귀엽게 여겨진다. 이것이 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독해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은 끝내 자신들이 건설한 세계와 일반 세계를 적당히 화해시킨다. 그러면 학원 로맨스물의 서사가 완결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이 특이한 건, 학원 로맨스물의 필수요소인 일탈이 중범죄 수준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 오지수(김동희 배우)와 배규리(박주현 배우)는 담배를 피우거나 싸구려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오지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다. 배규리는 우연히 그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오지수의 범죄에 합류한다. 혼자 힘으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오지수와 부모의 압박에 숨 막힐 것 같은 배규리는 그렇게 친구, 연인 혹은 공범이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스틸컷 ⓒ넷플릭스
우리는 고등학생이 포주라는 ‘파격적 소재’가 아닌 무엇이 학원 로맨스물의 일탈을 중범죄 수준까지 만들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돈이 최고의 목적인 자본주의적 이성은 윤리를 하찮게 여긴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적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다. 공허함을 가진 두 청소년의 일탈이 조직적 성매매가 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돈만 있으면 대접받는 사회에서 어떻게 우정·사랑을 쌓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부자가 되면 성공한 삶이듯,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더라도 친구·연인이 되었다면 그건 성공한 관계다. 학원 로맨스물과 범죄물의 경계가 흐릿해진 〈인간수업〉이 의미심장해지는 건 이 지점에서다.
장르물의 경계가 명확할 필요는 없지만, 학원 로맨스물과 범죄물이 뒤섞이는 건 좀 께름칙하다. 그나마 이 께름칙함도 조만간 없어질 것 같아 걱정이지만.
* 본 콘텐츠는 브런치 rewr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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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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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5월 셋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오늘 최고 기온은 30도로 굉장히 무더운 날씨를 보인다고 합니다.오늘뿐만 아니라 이번 주부터 기온이 오르니 더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영화 <범죄도시2 >의 개봉 주 주말의 관객 수'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범죄도시2> (▲1)▶ 프리미어 유료 상영회만으로 2위를 차지했던<범죄도시2>가 5월 셋째 주에는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범죄도시2>는 <기생충> 이후 최단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극장가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주말 동안 (5월 20일~5월 22일) 관객 수 253만 4,13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55만 809명을 돌파하였습니다.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1)▶ 아직 개봉 전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였는데요.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이 <범죄도시2> 개봉과 동시에 한 단계 하락해 2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주말 동안 (5월 20일~5월 22일) 관객 수 32만 8,08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47만 2,09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배드 가이즈> (-)▶ 개봉 4주차임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에서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배드 가이즈>!
주말 동안 (5월 20일~5월 22일) 관객 수 3만 5,94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7만 5,40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01회 예측 이벤트는 5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범죄도시2> 의 5월 20일, 5월 21일, 5월 22일의 관객 수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범죄도시2>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0%, 여성 40%로 남성이 더 높은 비율을 가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20대가 아주 살짝 낮은 비율인 3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범죄도시2>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13세 미만 여성(2,100,000명)과 20대 초반 여성(1,171,469명)이었습니다.
또한 <범죄도시2>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0.5%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범죄도시2>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 (▲1)▶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는 4주 동안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했는데요.
59분으로 짧은 러닝타임과 탄탄한 팬층을 보유했기에 긴 시간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5월 20일~5월 22일) 관객 수 8,00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4만 7,17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아치의 노래, 정태춘> (NEW)▶ 정태춘 데뷔 40주년을 맞아 정태춘의 데뷔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가 개봉했습니다.
고영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전 국민이 공감할 만한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정태춘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주말 동안 (5월 20일~5월 22일) 관객 수 6,79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만 4,33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10대 가수상, 가요 사전심의 철폐운동 그리고 음악시장을 홀연히 떠나기까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노랫말과 서정적인 음율로 시대와 함께한 뮤지션.
데뷔 40주년, 우리가 몰랐던 정태춘의 음악과 삶을 만나다!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3주 연속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가 차지했습니다.
셋째 주 주말에는 총 두 작품이 새롭게 등장했는데요. 바로 2위의 <Downton Abbey: A New Era>, 5위의 <Men>입니다.
<Men>은 올해 국내 개봉 예정이고, <Downton Abbey: A New Era>는 국내 개봉이 불확실합니다.
주말 동안(5월 20일~5월 22일)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의 매출액은 $31,600,000 (한화 약 402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총 누적 매출액은 $342,080,485 (한화 약 4,354억)을 기록했습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5월 6일 ~ 2022년 5월 8일)1.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3,160만 달러 (누적 3억 4,208만 달러)2. <다운튼 애비: 새로운 시대> 1,602만 달러 (누적 1602만 달러)3. <배드 가이즈> 609만 달러 (누적 7,436만 달러)4. <수퍼 소닉2> 394만 달러 (누적 1억 8,100만 달러)5. <멘> 329만 달러 (누적 329만 달러)...씨네픽의 5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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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소금같은 ISTJ를 위한 짠내 폭발 영화 추천
작년 한 해를 강타했던 MBTI 성격 유형 검사 당연히 해보셨겠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몇 번을 해봐도 항상 같은 결과만 나오는 기본 유형 검사 대신 언제부턴가 MBTI 테스트는 다양한 주제로 변형되어 공유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혹시! MBTI 유형 중 유독 한국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MBTI 유형 중, 전 세계 인구의 약 11.6%를 차지하는 이 유형을 한국에서는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유형 비율 1위! 한국 인구의 약 15%를 차지한다는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유형은 바로, ISTJ 입니다! 내향적이고 현실적이며, 증명된 사실에 의한 판단을 하며, 계획과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ISTJ는 보수적인 '마이웨이' 형으로, 세상의 소금 같은 존재라고 하는데요.
한 주 동안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느라 그리고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느라 고생한 ISTJ 인들을 위해, 그리고 주말 동안 집에서 다음 주를 살아갈 힘을 채워갈 내향인들을 위해! 씨네픽이 추천 영화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잇츠 CINE PICK!가타카 (1997)<가타카>
Gattaca, 1997
SF,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앤드류 니콜출연 : 에단 호크, 우마 서먼, 주드 로
몸 속의 모든 원소도 행성의 일부라고 한다.
가타카의 주인공 빈센트는 자연이 섭리에 의해 태어난 인간이다. 반면 그의 동생 안톤은 유전자의 선택으로 태어났다. 빈센트는 약하고 병에 잘 걸리며 유전자적 열성인 근시이다. 빈센트의 꿈은 우주 비행이지만 그러한 약체 때문에 우주탐사팀을 보내는 회사인 가타카에서 청소부로 밖에 취직할 수 없다.
그러던 중 빈센트는 DNA 중개인을 통해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수영선수이자 유전학적으로 우성인 제롬 모로우를 소개받고 그의 유전인자를 돈으로 사게 된다. 그리하여 제롬의 유전인자로 가타카에 엘리트 사원으로 취직한 빈센트는 거기서 미모의 여성 아일린과 사랑에 빠지는데...
씨네 pick : 믿거나 말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평균 1위 유형이자 선생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생 유형이라는 ISTJ는 철저한 '규칙' 속에 살아가는 블루빛 테크놀로지의 세계, 가타카에서도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1977)<스타워즈: 새로운 희망>
Star Wars, 1977
SF, 가족, 어드벤처 | 미국 | 120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조지 루카스출연 : 마크 해밀, 캐리 피셔, 해리슨 포드
May the Force be with you
평화롭던 은하계에서 타킨총독이 왕정에 저항하여 제국을 일으킨다. 타킨은 우주정거장인 '죽음의 별'을 완성하고 은하계의 작은 나라들을 점령하고자 한다.
그 정보를 입수한 반란군은 레아 공주를 보내 '죽음의 별' 설계도를 입수하려고 하지만 공주는 타킨에게 잡힌다. 대신 공주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제다이 기사 케노비에게 로봇을 보낸다.
'죽음의 별' 설계도를 가진 로봇은 탈출에 성공하여 루크에게 발견되고 결국 케노비에게 전해진다. 케노비는 루크에게 제다이가 평화를 지키는 기사라는 것과 루크가 제다이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소년 루크를 설득하여 공주가 부탁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펠콘'호의 선장 솔로를 만나고 그와 함께 목숨을 건 모험이 시작된다. 여행중 '죽음의 별' 자력 때문에 펠콘 호는 그곳으로 끌려들어간다. 그리고 '죽음의 별'에 공주가 잡혀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루크와 솔로는 공주를 구하여 탈출한다.
케노비는 악한이 된 다스 베이더와 결투 중에 죽지만 그 영혼은 루크 곁에 남아 길을 인도해주는데...
씨네 pick : 젊은 꼰대라고도 불리는 ISTJ는 논리적이고,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보수적이며 과거의 관습에 순응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한 과거를 더 좋아할 것 같은 ISTJ에게 20세기 최고의 명작이자 가장 유명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2006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9분 | 12세 관람가
감독 : 데이비드 프랭클출연 :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I love my job, I love my job...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기적 같이 입사했지만 '앤드리아'에겐 이 화려한 세게가 그저 낯설기만 하다. 원래의 꿈인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딱 1년만 버티기로 결심하지만 악마 같은 보스,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와 일하는 것은 정말 지옥 같은데..!!
24시간 울려대는 휴대폰, 남자친구 생일도 챙기지 못할 정도의 풀 야근, 심지어 그녀의 쌍둥이 방학 숙제까지! 꿈과는 점점 멀어지고.. 잡일 전문 쭈구리 비서가 된 '앤드리아'
오늘도 '미란다'의 칼 같은 질타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고군분투하는 '앤드리아' 과연, 전쟁 같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씨네 pick : 젊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의 부푼 꿈이 지옥철에 시달리며 사그라들고, 상사의 불합리한 요구를 감내하면서 파스스 재가 되어가도 절대 그 현실에 적응하며 감내해나갈 ISTJ를 위해! 공감지수 100% 통쾌함을 안겨줄 영화 한 편을 추천합니다.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견디다 보면 언젠가 노력이 결실을 맺는 날이 찾아올 것이니,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한 그대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내는 당신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당신!
오늘만큼은 씨네픽이 특별히 준비한 MBTI 테스트와 함께 영화로운 하루 어떠신가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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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수평적 교환을 통한 소통의 성취
현대 사회 구성원 가운데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유동하는 정보들과 부유하는 자의식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불안정한 사회에서 나를 둘러싼 다른 존재와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에서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므로, 늘 누군가와 소통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외계인과 인간의 소통을 그리는 다양한 텍스트들은 소통을 둘러싼 맥락 변화에 수반되는 자연스러운 문화적 징후이다. 드니 빌뇌브의 SF 영화 <컨택트(Arrival)>(2016)에서 외계의 존재를 상대하는 임무를 맡은 웨버 대령은 “그들이 뭘 원하고, 어디서 왔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며 언어학자들을 다그친다. 상당수의 인간은 웨버처럼 지구를 방문한 불청객을 향해 의구심과 불안감을 표출할지도 모르겠다. 불가해한 타자와 대면하는 순간에 인간은 어떻게 선택하는가. 이때 <컨택트>의 루이스 박사는 낯선 타자와의 소통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루이스는 외계의 존재와 원활히 대화하고 싶다. 웨버 대령에게 ‘캥거루’ 일화를 드는 루이스는 오역 없는 명확한 상호 의사전달을 위해서 기본이 되는 사항을 놓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외계인이라는 타자를 적 혹은 침략자와 동등한 층위로 인식하지만, 루이스는 편견을 접어두고 소통의 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한다. 전문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헵타포드로부터 특별한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자 군인과 분석관들은 조바심을 느끼지만, 루이스는 이내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그들의 언어를 감지할 수 없다면, 우리의 언어를 그들에게 제시하는 방식 말이다. 루이스는 군인, 과학자들과 대비된다. 그녀가 수평적인 교환을 지향한다면, 후자의 집단은 수직적인 질문 혹은 강요에 매달린다. 루이스는 타자를 향한 편견을 완전히 거둔 채 그들 앞에 나서고, 나머지 인원은 몇 겹의 벽을 세우느라 소통의 성취와 멀어진다. 영화에서 루이스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오염 방지 슈트를 벗어던지고 헵타포드를 찾아간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루이스를 보며 놀라워한다. 루이스가 선형적인 인간의 개념 대신 헵타포드의 비선형적 개념, 언어와 시간에 관한 낯선 형태의 사유를 수용하여 그들의 사고 체계에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컨택트> 스틸컷
관계의 전도가 만들어내는 소통의 형태
구로사와 기요시의 SF 영화 <산책하는 침략자>(2017)에는 발화된 언어를 학습하려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이 영화의 외계인은 지구를 침략하려고 한다. 이들은 인간보다 훨씬 고등한 존재들이다. 극 중 한 외계인은 인류를 멸망시키는 일이 며칠 걸리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고, 지구의 기술력이 형편없다며 불평하기도 한다. 이때 외계인들이 굳이 인류 절멸을 위한 사전 답사라는 명분으로 인간에게서 뭔가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간의 관점에서 타자와의 소통 가능성을 그렸던 <컨택트>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관계의 역학을 다르게 묘사한다. 외계인이 주체고 인간이 객체로 전도된 인상을 풍긴다. 더 나아가 영화에서는 외계인에게 신체를 뺏긴 신지의 아내인 나루미가 매우 흥미로운 인물로 묘사되는데,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전도된 관계에서 나루미가 어떤 존재로 기능하는지 들여다본다면 타자와의 소통 가능성에 관한 흥미로운 논점을 추출할 수 있기도 하다.
외계인이 인간에게서 개념을 탈취하는 목적은 의외로 간명하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파악해서 효율적으로 정복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이 침략자들은 어딘가 엉성하게 지구를 침공 계획을 세운다. 인류를 절멸시키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면서도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탐구해보겠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이들은 인간에게서 주요한 가치를 뺏는다. 이를테면 ‘가족’. ‘소유’, ‘일’과 같은 개념들이다. 기묘한 소통의 형태, 양방향이 아닌 뒤틀린 단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반복되면서, 두 개체 간의 관계 양상에 변화가 생긴다. 우리 처지에서 철저한 타자인 외계인이 주체인 인간과 유사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 외계인의 관점에선 주체(외계인)의 객체(인간)화라고 볼 수 있겠다. 영화 속 세 명의 외계인 중에서 주인공 격인 신지는 이러한 모호성을 내포한 존재다. 이 관계의 역학은 다소 폭력적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단방향 소통 구조는 흡사 원주민의 문명을 지워내는 제국들의 만행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기묘한 관계를 규정하는 데 있어 방금 사용한 예시는 적절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폭력적인 단방향의 소통이긴 해도, 정체성이 모호하게 묘사되는 존재인 신지를 통해서 타자성을 수용하는 개체의 심리를 고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신지의 아내인 나루미는 외계인과 기존 신지의 의식이 융합된 포스트휴먼 격인 새로운 남편을 바라보면서 혼란에 빠지는데, 영화에 묘사된 나루미의 대응 방식에서 또 다른 낯선 타자와의 소통에 있어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발견된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신지의 정체를 파악한 당국에서 신지를 잡아가려고 하자, 나루미가 이를 눈치채고 신지와 함께 도망친다. 나루미는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한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주체성과 객체성의 분리가 모호해진 존재인 신지를 향한, 그러니까 탈경계화된 존재를 향한 인간의 손길은 다층적인 소통의 층위가 생성되는 기회를 만든다.
관계의 전도가 촉발하는 새로운 소통의 형태는 <산책하는 침략자>뿐 아니라 <컨택트>에서도 발견된다. 시간성에 관해서 새로운 인식 체계를 받아들인 루이스는 일종의 포스트휴먼이다. 그녀에게 과거-미래-현재는 모두 동일선상에 놓인 채 공존하는 시점들이다. 미래를 엿보는 ‘현재의 나’는 곧 그 대상인 ‘미래의 나’와 정신을 공유할 수 있다. 단순한 미래 예지 능력을 갖춘 존재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시간관념을 장착한 포스트휴먼으로 진화한 셈이다. 이런 루이스는 모호한 존재성을 떠안은 채, 헵타포드에게 그랬던 것처럼 인류에게 손길을 내민다. 이 루이스의 행동들이 단순히 결정론적 관점에서 예정된 행동이 아닌, ‘선택’처럼 묘사됐다는 점이 타자를 향한 루이스의 심리와 행위가 내포하는 지점을 다변화한다. 루이스에게 다수의 평범한 인류는 일종의 타자처럼 기능할 수 있지만, 이 전도된 관계에서 피어나는 루이스의 선택들로 또 다른 소통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미지의 영역처럼만 보이던 우주는 21세기 들어 더욱 선명해졌고,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외계 존재와 같은 불분명한 타자는 우리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외계의 존재와 맞닥뜨리는 먼 미래의 순간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불가해한 타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사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책하는 침략자> 스틸컷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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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17년, 차마 잊히지 못한 부조리를 외치기까지의 시간
*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 기자단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스터>
<감독>
정지영
<출연진>
설경구, 진경, 염혜란, 유준상, 허성태 외
<시놉시스>
1999년 시골 소읍의 한 슈퍼마켓에 강도 치사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세 명의 소년들을 진범으로 지목, 빠르게 수사를 종결한다. 얼마 뒤 새로 부임한 황준철(설경구) 반장은 경찰 고위직 최우성(유준상)과 무리들이 성과를 앞세워 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는 특유의 끈질기고 강직한 수사력으로 재수사와 재심을 시도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년들>은 실화와 허구 사이에서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어 내기로 유명한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장르적 재미를 높이는 동시에 약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소영웅 서사를 펼쳐낸다.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등 호화 캐스팅도 돋보인다. (정한석)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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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보면 억울할 일이 많다. 동생이 잘못했는데 내가 누명을 뒤집어 쓰고 혼났다든가, 감나무 밑에서 갓끈을 맸는데 감도둑이라 욕 들어먹는다든가 하는 일이 그렇다. 이런 사소한 일로만 억울하면 그나마 서럽지나 않을텐데, 우리 사는 사회는 마냥 합리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그보다 더한 일을 겪을 때도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불합리와 부조리는, 인간의 아주 내밀한 이기심이 배려심 없는 욕망을 양분 삼아 자라난 것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때론 우리를 무력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부조리를, 이 부조리에서 기인한 무기력함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그것들에 맞설 수 있을까?
영화 <소년들>은 이러한 부조리에 맞서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1. 무엇이 부조리를 만드는가?
영화는 2000년과 2016년을 오가며 <우리슈퍼 강도 살인 사건>을 조명한다.
때는 1999년 어느 밤, '우리 슈퍼'에 세 명의 강도가 침입해 할머니를 죽이고 금품과 돈을 빼앗아 달아났다. 범인으로는 그 이웃인 소년 셋이 지목되었고, 그들은 한 달도 안되는 시간 동안 살인죄 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러부터 1년 후, 황준철은 우연한 계기로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게 된 소년들을 위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그 당시 소년들을 수사한 경찰들이 저희들의 승진을 위해 소년들에게 거짓 증언을 받아낸 것이다. 그러나 재수사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는 황준철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은 협조적이지 않았으니까. 왜 그랬을까? 그것은 아마도, 아주 사소한 이기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무성 일당은 저희가 폭력을 앞세워 거짓 증언을 받아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소년들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한 윤미숙은 어머니가 강도살인 당한 충격에 휩싸여 그 당시에 대해 떠올리고 싶지 않아했고, 진범은 죄로부터 도망가고자 했으며, 소년들은 강압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끔찍한 트라우마를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황준철 반장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바로 그러한 이기심이 모이고 모여 부조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으므로. '내게도 사정이 있었다'는 변명들은 그렇게 다른 누군가의 삶을 망쳤다.
그렇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은 권력을 쥔 이들의 구둣발 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2. 17년, 정의를 되찾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2016년. 황 반장의 재수사가 있고부터 16년의 세월이 흐른다. 조직의 비리를 캐내던 황 반장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보직에서 제외되고 내내 변방의 섬에서 좌천 당한 채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은퇴를 1년 남은 어느 초라한 말년, 답답한 속을 그저 술로만 달래던 그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어느 소식을 듣는다.
소년들과 그들을 거두어들인 미숙이, 17년 전 그 <우리 슈퍼 강도 살인 사건>에 대해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거대한 부조리에 굴복한 바가 있는 황 반장은 주저한다. 어차피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이었다. 진범은 이미 잡아들일 수도 없고, 이미 옥살이를 한 소년들의 인생을 되돌릴 수도 없다.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을 다시 시도하며 무기력함을 느끼고 싶지 않기도 했을 것이고, 그러한 의미 없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시금 다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심에 협조하기로 한다. 기꺼이 사표를 내고, 그 모든 부조리에 다시금 맞선다. 그는 그 현장의 부조리를 직접 목도한 가장 확실한 증인이었으므로. 그는 얼마든지 증인석에 오를 권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황준철은, 윤미숙은, 소년들은, 왜 이제 와서 부조리에 맞선 것일까?
짐작건대, 그것은 어쩌면, 그날의 그 사건이 17년이 지나도록 그들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리라. 소년들의 꽁무니에는 언제나 살인자라는 꼬리표가 남았고, 윤미숙은 그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억울한 삶을 살게 한 것에 가책을 느꼈으며, 황준철은 잘못을 바로잡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에 매일 같이 술잔을 기울였다. 강도 살인을 저지른 진범들은 그들이 저지른 죄로 말미암아 평생토록 도망치며 살았다. 마음의 밑바닥에 짐처럼 가라앉은 오랜 옛날의 부조리가 오래도록 그들 모두를 괴롭혀 온 것이다. 이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길은, 이로부터 더는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일이었으리라.
그리하여 그들은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지난날의 부끄러움과 실수를 바로잡고자 하는 용기를 동력으로 삼아 다시금 진실을 밝히고자 했고, 마침내, 세상에 그들의 목소리가 닿게 했다.
영화는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가장 억울했을 사람들이 응당 그들이 누려야 할 삶을 되찾았다. 그리고 어떤 싸움은, 가장 사소한 것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법이다.
우리 주변에도 부조리한 일들은 널리고 널렸다. 그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인다면, 어쩌면 우리는 변화를 야기하는 아주 사소한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 우리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 자신과 주변에는 어떤 억울한 일들이 있을까?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무엇이든 시작해보자.
3. 관람 포인트
일반적인 수사물의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들이 많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이 영화는 16년이라는 긴 시간의 장벽 하나를 두고 2000년과 2016년을 넘나든다. 이 각기 다른 시간이 어떻게 연출되었는지, 배우들은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법이 될 것이다. (GV에서 설경구 배우가 말하길, 효과적인 연출을 위해 일주일 동안 나흘이나 굶었다고 한다..!)
둘째, 무거운 소재의 영화임에도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가 돋보인다. 특히 조연배우들의 재치가 인상 깊었는데, 허성태와 염혜란 배우의 생활감 넘치면서 익살스러운 연기가 일품이었다!
셋째,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실제 사건을 살펴보며 어떤 일이 있었고, 영화에서는 이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2022.10.06. 부산국제영화제 10.05~10.14 15:00 하늘연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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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괴물’
13살 때부터 동생들의 생계를 위해 ‘창녀’ 생활을 했지만, 정작 사실을 알게 된 동생들로부터 쫓겨난 에일린에게는 꿈이 있다. 우연한 계기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마를린 먼로처럼, 언젠가 자신에게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알아봐주고 사랑해주는 남자가 나타나줄 것이라는 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남자는 없었다. 에일린에게 쾌락을 구매하는 남자들은 그녀가 꿈꾸던 남자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느 비 오는 날 밤, 에일린 자기의 꿈이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절망적으로 깨닫고 자살을 시도하기로 한다.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맥주 한잔을 마시기 위해 한 클럽에 들어간다. 영화 〈몬스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에일린이 들어간 곳은 퀴어들이 모이는 클럽이었다. 그곳에서 셀비라는 이름의 여자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에일린이 질색하며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흥분하자 셀비 역시 ‘그런 의도’로 말을 건 게 아니라고 답한다. 하지만 거짓말이다. 셀비는 에일린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 호감이 에일린의 모든 것을 바꾼다. 에일린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자신의 매력을 알아봐주고 다가와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녀의 매력은 늘 이성애 남성들의 돈과 치환 가능한 것으로만 여겨졌고, 빠른 시간 동안 소비된 후 버려졌기 때문이다. 셀비가 자신에게 수작을 건다며 잔뜩 흥분해 화를 내던 에일린의 마음이 바뀌는 이유다.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이 갈급했던 에일린에게 성적 지향의 문제는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모두로부터 버려진 사람에게 관습적 섹슈얼리티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제 에일린에게는 셀비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만이 중요하다.
행복. 참 골치 아픈 말이다. 무엇이 행복일까? 에일린에겐 돈으로 셀비를 호강시켜주는 게 ‘행복’이다. 에일린은 셀비의 관심과 호감, 즉 비물질적인 것으로부터 구원받았다. 하지만 그 구원을 지속하는 방법을 물질적인 것에서 찾는다. 최초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평생 ‘창녀’로만 일했던 에일린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쉬울 리가 없기에 돈을 매개한 ‘행복’을 위한 에일린의 계획은 시작부터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에일린을 믿고 가족을 떠난 셀비의 불안‧불만도 점차 고조된다. 결국 에일린은 급한 대로 다시 ‘손님’을 구하러 거리로 나선다.
안타깝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이 행복을 돈에서 찾고, 돈을 벌기 위해서 별의별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에일린이 ‘더 좋은’ 행복을 찾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것이 곧 파멸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진짜 비극은 세상이 에일린을 대해온 방식의 연장에서 생긴다. ‘손님’ 중 한 명이 폭력적으로 굴자 생명에 위협을 느낀 에일린이 그를 총으로 쏜 것이다. 이 살인에는 정당성이 있었다.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가 죽었을 테니까. 그러나 셀비와 돈을 매개로 ‘행복’하고 싶다는 에일린의 뒤틀린 욕망은 그녀로 하여금 또 다른 살인을 하게 만든다. 일반적인 직장을 갖기 어려운 그녀가 ‘손님’을 살해한 후 차와 돈을 처분하여 버는 돈의 유혹에 굴복한 것이다.
셀비가 이 사실, 즉 에일린이 살인으로 돈을 벌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경찰의 수사망이 점차 좁혀오자 행복을 향한 에일린의 여정은 위기를 맞는다. “난 선택 같은 건 해본 적도 없어요.” 궁지에 몰린 에일린의 말이다. 누군가는 이 말이 틀렸다고 비난할 수 있다. 모든 가난한 사람이 몸을 팔거나 살인을 하지는 않으니까. 최초에는 에일린의 ‘선택’이 있었을 것이란 소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한 번의 선택이 만들어낸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전부 그녀 탓이라 하는 건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에겐 첫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삶은 늘 그녀를 극한으로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나락으로 떨어져본 사람은 안다. 그동안 자신을 지탱해온 도덕과 윤리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생존을 위해서는 ‘일반적’ 기준으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당연한 선택지’가 되기 마련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사연의 주인공인 에일린은 12년간 사형수로 복역한 뒤 2002년에 사형당했다. 〈몬스터〉는 ‘괴물’이 탄생하는 과정, 사랑으로 인한 ‘괴물’의 갱생 가능성, 행복에 관한 편협한 전망이 잉태한 비극, ‘선택’을 박탈당한 이들이 마주한 잔혹한 현실의 문제를 훌륭하게 엮어낸 영화다. 에일린으로 분한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도 압권이다. 그녀가 죽기 전에는 진정한 구원과 위안을 얻었기를, 살인사건의 피해자에게 진정 어린 용서를 빌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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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엘라 (2021)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주인공이 필요하다.” 영화를 소개하는 이 문장처럼, 영화 <크루엘라>의 주인공은 디즈니가 다룬 과거의 순수하고 결백하며 완전하게 선하기만한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영화 <크루엘라>는 디즈니가 자사의 작품인 <101 마리의 달마시안개>에서 달마시안의 모피를 호시탐탐 노리는 악역 크루엘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전 작품과의 접점은 많지 않아 보인다. <크루엘라>는 전작의 악역인 크루엘라라는 캐릭터의 설정을 그대로 쓰되 캐릭터를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작을 기억하지 못하는 입장에선 전작과의 연결고리가 어찌되었든 별로 신경쓰지 않고 봤다. 전작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봐도 영화 <크루엘라>는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고,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악당을 잡기위해 악역이 된다는 설정이나 복수담과 성장담을 담은 스토리, 주인공의 출생부터 시작되는 순행적인 플롯. <크루엘라>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평이한 편이다. 특별히 부족한 점도, 특별히 뛰어나다고 말할 부분 역시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가치없는 영화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 과감한 컷연출과 엠마 톰슨과 엠마 스톤의 불꽃튀는 대립구도, 1970년대의 런던, 러닝타임 내내 쉴새없이 파괴와 혁명을 부르짖는 헤비메탈과 락 사운드의 음악들, 크루엘라가 자신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에 적합한 창조적 파괴의 펑키룩,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격하고 파괴적인 영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간중간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가미된 깨알같은 개그코드까지. 영화를 구성하는 절대 다수의 컷들이 높은 밀도를 갖고 있는 영화로, 그 과함탓에 피로를 느낄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꽉찬 영상으로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이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속박하는 금기라면 얼마든지 깨부수고, 한껏 열망하라.
선악과를 먹지 말란 금기를 어긴 아담, 아벨을 죽인 카인 등. 예로부터 죄의 낙인은 언제나 금기를 어긴 자들에게 주어졌다. 영화 <크루엘라> 또한 수많은 금기(-을 하지말라)를 받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거의 모든 금기(맨 마지막, 바로네스를 죽여선 안된다는 금기는 깨지 않았다)를 깨는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금기를 깬다는 것은 에스텔라에겐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에선 그녀를 빌런(악당)으로 만드는 모순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금기를 깨고 자신이 열망하는 것을 추구하는 작중 주인공인 크루엘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금기를 깨는 인물로서 크루엘라가 이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늦은밤, 리버티 백화점 점장의 사무실을 청소하는 크루엘라가 술을 발견하고 술을 들이키고 취기에 쇼윈도를 꾸미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내겐 아담이 선악과를 따서 먹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크루엘라는 금기된 장소에서 탐해선 안될 것(리버티 상표가 붙은 와인)을 기꺼이 탐한다. 금기를 깨트린 그녀에겐 분명히 죄인의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고, 그 이유로 그녀는 빌런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사회가 정해놓은 금기를 깨서라도 세상이 정해놓은 자신의 한계와 위치를 넘어서고자 한다.
금기를 깨트린 그녀에겐 분명히 죄인의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고, 그 이유로 그녀는 빌런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에스텔라가 와인을 꺼내어 마시는 행위는 신과 같이 군림한 절대적인 체제와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한 종속적인 여성의 위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며, 취기에 쇼윈도를 자신의 재능으로 장식해 놓는 것은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세계에 자신의 재능으로 되묻고 있는 것이다. 마치 카인의 죄를 물으려는 신에게 왜 신께선 아벨만을 찾으시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것처럼, 에스텔라는 내게도 이만한 재능이 있는데, 왜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적극적으로 반항하고 기꺼이 원죄자가 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 에스텔라는 쇼윈도에 전시된 마네킹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거는데, “너를 이 꼴로 둘 순 없어. 그건 너무 잔인해.” 이 말은 에스텔라 자신을 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취기에 자신의 재능을 해방하는 에스텔라. 그녀는 자신이 열망하는 바를 위해 사회가 정해놓은 한계와 금기 따위라면 얼마든지 깨고, 넘어서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곧 사회가 정해놓은 종속적인 위치에서 해방되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여성, 내 포효를 들어라.” 영화 <크루엘라>의 곳곳에서 울려터지는 크루엘라의 포효는 열망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사회의 금기를 넘어서서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의 목소리 말이다.
크루엘라, 잔혹한(Cruel) 세상에 맞서다.
금기를 깨는 인물로서 크루엘라가 싸우고자 하는 것은 특정한 인물이 아닌, 금기로 가득 차있는 세상이다. 물론, 이 영화는 바로네스와 크루엘라의 명징한 대립구도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대립구도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본다면 크루엘라와 바로네스의 갈등은 단순히 개인간의 다툼이 아니라, 변화를 요구하는 신세대로 상징되는 크루엘라와 고유명사인 동시에 남작부인이라는 구시대의 권위적인 이름이 의미하듯이, 권위적이며 잔혹한 구세대로 상징되는 바로네스의 대립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크루엘라>는 영화의 초반에서 자신이 싸우고자 하는 대상이 엄마가 아니라 세상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니까, <크루엘라>의 대립 구도는 미래와 과거 각각 크루엘라(futuer)와 바로네스(남작 부인이라는 구시대의 권위적인 이름이 의미하듯이)로 상징되는 부정한 기득권 세력과 기성 사회에 저항하는 신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 정의로워 보이는 싸움에는 한가지 덫이 있다. 부정한 세계를 향해 똑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저항한다면, 그러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복수를 행한다면 결국 똑같은 사람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진 것 하나 없는 에스텔라가 이미 사회의 높은 곳에서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로네스를 상대로 정당하게 싸우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에스텔라는 자신이 갖고 있는 폭력적이고 과격하며 킬러같은 잔혹한 본성(Cruel)으로 바로네스와 맞서고자 한다. 에스텔라는 복수를 다짐한 순간, 그녀의 어머니가 예의바르고 착한 아이가 되라며 붙여준 이름인 에스텔라를 버리고, 자신의 진짜 본성을 상징하는 이름, 크루엘라가 되어 복수를 위해 바로네스와의 긴 싸움을 시작한다.
<크루엘라>의 대립구도는 미래와 과거 각각 크루엘라(futuer)와 바로네스(남작 부인)로 상징되는 부정한 기득권 세력과 기성 사회에 저항하는 신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구시대의 유산은 버리고.
이미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의의 경쟁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에스텔라는 저 높은 곳에서 군림하고 있는 악인을 추락시키기 위해서 크루엘라라는 이름의 악인이 된다. 유산을 되찾는 것에서 복수로 목표가 바뀌었을 때, 크루엘라는 이전과는 다른 태도와 행동을 취한다. 우선, 미래를 상징하는 그녀가 구시대 유럽 귀족들의 단장(短杖)을 들고 나타나서, 재스퍼와 호레이스의 아침 식사를 엎어버리고 자신이 할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이는데, 어딘지 불편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복수를 다짐한 크루엘라에게서 보여지는 이 불편한 기시감은 크루엘라가 뒤엎으려는 부정한 기득권인 바로네스의 모습과 닮아 있는데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크루엘라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후로 그녀는 마치 자신의 진짜 친모인 바로네스처럼, 얼마든지 타인을, 힘든 유년기 시절을 함께 보낸 자신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호러스와 재스퍼마저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크루엘라는 바로네스가 그러했듯이 한동안은 자신의 재능과 카리스마로 주변 사람들을 사로 잡는다. 하지만, 그녀는 점차 바로네스의 부정한 면들까지 닮아가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결국 킬러의 본능을 가진 바로네스에게 뒤를 잡히고, 죽음의 위기에 놓인다.
유산을 되찾는 것에서 복수로 목표가 바뀌었을 때, 크루엘라는 이전과는 다른 태도와 행동을 취한다.
“이 목걸이(유산)때문에 나는 죽게 될 거야.”
영화가 시작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에스텔라의 말처럼, 그녀는 결국 유산(가보인 목걸이)을 되찾는 과정에서 좌절하고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때의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유산이란 바로네스로부터 물려받은 잔혹한 킬러의 본능, 즉 정신적인 유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에스텔라가 맞이하는 이 첫번째 죽음은 바로네스의 재능은 물론, 킬러의 본능이라는 사악한 유산까지 물려받은 크루엘라의 상징적인 죽음이다. 이 상징적인 죽음을 통해서 크루엘라는 새롭게 태어난다.
부정한 세상에 반발하여, 부정한 구시대를 무너뜨릴 신세대라면 당연히 부정한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크루엘라는 여전히 폭력적이고 과격하지만, 이젠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준 이와 똑같은 형태의 악당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녀가 새롭게 태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엄마를 비롯한 자신의 가족들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거칠게 저항하고, 열망하며, 꿈꾸지만, 타인을 해치지 않고 타인들의 마음을 돌아본다. 이렇게 정리한다면 다소 순진해보이지만, 그 영악한 순진함이 크루엘라라는 캐릭터의 매력이고, 순진하면서도 영악한 그 본성으로 세계를 뒤흔드는 인물인 크루엘라가 디즈니가 제시하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로 하는 새로운 주인공이다. 덧붙여, 영악한 순진함이란 말은 모순적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태도를 실현하기 어려울 뿐이다.
이 죽음은 바로네스의 재능은 물론, 킬러의 본능이라는 사악한 유산까지 물려받은 에스텔라의 상징적인 죽음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주인공이 필요한 법.
처음과는 완전히 달라진 크루엘라는 자신의 가족과 동료, 지지자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유산을 되찾는데 성공한다. 이때, 크루엘라는 유산을 되찾는 과정에서 순진하게 금기와 권력을 따르는 여성상인 에스텔라에게 죽음을 준다. 그리하여 새롭케 태어난 크루엘라는 바로네스의 잔혹한 유산을 물려받은 인물도 아니며, 캐서린의 금기를 따르는 순진한 인물도 아니다. 크루엘라는 이전 세대에게 유산으로 물려받은 이름과 정체성 모두를 죽이고, 자신만의 이름과 정체성을 선택한다.
이 악당의 성공담 또는 성장담은 디즈니가 제시하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도 해치지 않되, 영악하게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여성, 그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거침없이 드러내는 한편, 기성세대가 유산으로서 물려준 이름과 잔혹한 본능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이름과 자신만의 능력과 열정을 발휘하는 여성. 영화속 크루엘라의 성격을 이렇게 풀어본다면, 디즈니가 새롭게 해석한 빌런 크루엘라는, 그동안 디즈니가 지켜온 전형적인 주인공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주인공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 이상을 시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주인공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낡은 시대의 주인공을 두 번 죽인다. 그 첫 번째 죽음은, 바로네스로부터 잔혹한 구시대의 정신을 이어받은 크루엘라의 죽음이며, 두 번째의 죽음은 권력이나 환경에 기대어 순진하게만 살아가는 여성 에스텔라의 죽음이다. 이 두번의 죽음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크루엘라는 온갖 사회적 금기들로 속박되고 억압된 여성상에서 해방되어 낡은 금기를 깨부수고, 영악하게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디즈니는 구시대적인 인물에게 두 번의 죽음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 끝에서 새롭게 태어난 주인공인 엠마 스톤의 크루엘라는, 디즈니가 1970년대의 런던을 지나 우리시대, 즉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주인공”으로 제시하는 인물상이기도 한 것이다.
요컨대, 영화 <크루엘라>는 과거의 속박되고 억압된 여성상에서 해방되어 거침없이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발휘하는 현대적인 여성상을 엠마 스톤의 크루엘라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주인공”으로써 제시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캐릭터의 성격을 한층 더 살리는 <크루엘라>의 미술과 음악
자신의 것을 되찾기 위해서 바로네스와 맞서는 크루엘라의 퍼포먼스는 굉장히 과격하고, 기존의 세계를 흔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파격적이고 과격한 <크루엘라>를 장식하는 음악과 패션도 이 영화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 영화에서 쉬지않고 들려오는 1960년대 ~ 1970년대 런던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헤비메탈 / 하드락 사운드의 음악들하며,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주인공 크루엘라를 장식하는 펑크풍의 패션은 이 영화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크루엘라의 개성을 더욱 강조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주인공이 되기위해 전력으로 질주하는 영화 <크루엘라>의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해방과 혁명을 부르짖는 과격한 헤비메탈 사운드는 영화속의 낡고 부정한 세계를 뒤흔든다.
평이한 플롯과 스토리는 아쉽지만.
영화 <크루엘라>의 플롯과 이야기는 전형적이고 평이한 편이다. 따라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듯한데,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섞인 복합 예술인 영화를 두고 메세지나 스토리, 플롯만 두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평가가 아닌가 싶다. 요컨대, 두 엠마의 불꽃튀는 신경전만 해도 충분히 볼 만한 영화가 아니었던가? 물론, 사람에 따라 무엇을 중요시 여기느냐는 저마다 다르고 존중해야겠지만, <크루엘라>와 같은 작품은 일단 플롯은 간결하니 플롯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고, 스토리상으로는 논리적 오류만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크루엘라>와 같은 장르 영화의 매력은 스토리 역시 중요하지만 이야기 자체보다는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시 · 청각적인 요소(배우들의 연기력, 컷 연출, 미술, 음악 등)들이다. 그러니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그냥 쉽고 간결하게 질문하고 대답하면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재밌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사적이고 개인적인 대답을 하자면, 이 영화는 분명 흡입력있는 재밌는 영화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평가는 다르기야 하겠다만(아마 영상 전체에 흐르고 있는 과한 에너지 탓에 피로를 느낄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의 매력이 강렬한, 재밌는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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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미키 17"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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