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3-30 14:11:27
[인간수업](2020): 학원 로맨스물은 어쩌다 범죄물이 되었나
학원 로맨스물은 어쩌다 범죄물이 되었나
학원 로맨스물에는 공식이 있다. 탈선하는 학생과 모두가 우러러보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은 학생이 주인공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은 서로의 공허함을 알아보고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다.
함께 일탈을 즐기기도 한다.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물건을 훔치는 게 좋다고 할 사람은 없겠지만, 학원 로맨스물에서 이 정도 일탈은 귀엽게 여겨진다. 이것이 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독해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은 끝내 자신들이 건설한 세계와 일반 세계를 적당히 화해시킨다. 그러면 학원 로맨스물의 서사가 완결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이 특이한 건, 학원 로맨스물의 필수요소인 일탈이 중범죄 수준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 오지수(김동희 배우)와 배규리(박주현 배우)는 담배를 피우거나 싸구려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오지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다. 배규리는 우연히 그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오지수의 범죄에 합류한다. 혼자 힘으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오지수와 부모의 압박에 숨 막힐 것 같은 배규리는 그렇게 친구, 연인 혹은 공범이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스틸컷 ⓒ넷플릭스
우리는 고등학생이 포주라는 ‘파격적 소재’가 아닌 무엇이 학원 로맨스물의 일탈을 중범죄 수준까지 만들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돈이 최고의 목적인 자본주의적 이성은 윤리를 하찮게 여긴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적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다. 공허함을 가진 두 청소년의 일탈이 조직적 성매매가 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돈만 있으면 대접받는 사회에서 어떻게 우정·사랑을 쌓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부자가 되면 성공한 삶이듯,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더라도 친구·연인이 되었다면 그건 성공한 관계다. 학원 로맨스물과 범죄물의 경계가 흐릿해진 〈인간수업〉이 의미심장해지는 건 이 지점에서다.
장르물의 경계가 명확할 필요는 없지만, 학원 로맨스물과 범죄물이 뒤섞이는 건 좀 께름칙하다. 그나마 이 께름칙함도 조만간 없어질 것 같아 걱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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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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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관의 존재 이유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오늘도 비행기를 정비하는 한 조종사가 있다. 무인기의 등장으로 유인 조종사의 존재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도 우리의 '매버릭'은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타이틀을 놓지 않는다. 세상이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이 남자는 구사일생으로 탑건에 복귀한다. 하지만 탑건의 조종사가 아닌 조종사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배치되는데, 과연 조종사의 피가 흐르는 이 남자는 후배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그들이 당면한 작전은 한 사람 이상은 죽어나가야 하는, 이른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그런데 매버릭은 이런 하드코어 훈련 작전에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구스의 아들, 루스터까지 참여시켜야 한다. 매버릭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는 루스터와의 관계,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그의 임무 사이에서 그는 갈등한다.
1. 멋있는 어른의 모습
최근 유튜브 콘텐츠이든 드라마 콘텐츠이든 각광받는 테마가 있다. 바로 "멋있는 어른의 모습"이다. 유튜브의 "밀라논나'도 그렇고, 드라마 컨텐츠 속에서 인기를 얻는 캐릭터들도 모두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멋있고 쿨한 어른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도 매버릭은 멋있는 어른이란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처음에 매버릭은 후배들의 원망을 산다. 불가능의 영역인 고도를 계속 침범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는 군인들의 비행 서적의 내용과도 반하는 내용이고, 이런 제멋대로의 가르침은 매버릭의 상관들을 화나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해고 당할 상황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르침의 필요성을 자신의 비행 능력으로 입증한다. 불가능의 영역도 그라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비행 능력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 그 이후로 후배들은 그의 말이라면 뭐든 신뢰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세상에는 세대 갈등이라는 개념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기성 세대들이 납득할 수 없는 지시를 내리는 것에 화를 낸다. 반면, 기성세대들은 젊은 사람들이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다는 것에 화를 낸다. 물론, 매버릭과 같이, 불가능이 가능하다고 몸소 증명해내는 상사들은 없다. 그것은 단연코 판타지이다.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에게 왜 이런 매버릭 같이 몸소 귀감이 되어 주질 않는지 따지는 것은 결국 그들의 판타지가 빚어낸 욕심이 원인인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어른들이 그처럼 멋있는 증명을 해내지는 못하시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문제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란 과도한 기대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기성세대도 자신의 과거의 찬란함에 매료되어 젊은 사람들에게 과도한 수준의 패기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그것 또한, 기성 세대가 젊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기대치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말해, 각 세대들은 자신들이 당면해 본적 없는 감정들을 이해해볼 생각 조차 하지 않고, 각자 만의 판타지를 실현시켜 주기를 다른 세대들에게 요구하면서 의미없는 불만들을 쌓아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2. 영화관의 존재 이유
이 영화는 굉장히 돈을 많이 들인 전투기 액션 영화이다. 내용은 기대할 만한 것이 못된다. 그리고 이 영화를 선택한 사람들은 내용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투기 조종 액션의 박진감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을 것이기에.
처음에 이 영화를 보기로 했던 것은 '예상 외로'인기가 많다기에 선택했었다. 탑건 1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과연 탑건 2가 이전의 미국 군인에 대한 멋있는 이미지와 톰 크루즈에 멋있는 비주얼 때문에 인기가 많았던 탑건 1의 영광을 과연 21세기에 굳이 왜 구현하려고 하는 것일까 싶었을 것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마블 액션 등등 박진감 넘치는 소재는 차고 넘치고, 요새는 프리가이 처럼 게임을 소재로 하는 영화도 많아져 전투기 조종 액션만으로는 눈길을 끌 수 없을 텐데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영화 머리를 잘 썼다. 전투기 조종하는 장면들이 마치 전투기 조종 게임에 관객들을 참여시켜 동일시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박진감을 몸소 느끼게 했다. 그 실감나는 박진감이 이 영화의 성공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조종은 매버릭이 하지만 우리 모두 그의 전투기에 타고 있는 듯한 환상을 심어준 것이다. 전투기 액션을 하고 있는 인물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도 참여시킴으로써 공감 지수를 올린 것, 머리 좋은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들이 결국 영화관의 존재 이유를 부각시킨다. 최근 '영화관의 위기'다 뭐다 하는데, 영화관은 세계관이 거대한 '듄'이나 '마블 유니버스' 영화 뿐만 아니라 스피디한 액션 영화가 사라지지 않는한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소규모 독립 영화 그리고 상업 영화이지만 이 정도의 거대한 제작비가 필요하진 않은 영화들이 이런 영화들 때문에 영화관에서는 기를 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 이미 그런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결국 거대 제작사의 영화만이 영화관에서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지배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렇다면, 작은 영화들은 그만큼 대비를 해야 할텐데, 새로운 수익 구조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보인다. 아니, 이미 업계 분들은 실감하고 계실 테지만 말이다.
3. 총평
이 영화는 살짝 주춤하는 마블의 빈자리를 잘 채워준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탑건 1을 보셨던 분들이 어떤 점에서 미국 군인의 멋있는 모습에 경도되셨는지를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빠른 전개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에 고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마블이 개봉할 때마다 반응이 이전보다는 미적지근하기에 사람들이 액션 장르에 많이 질렸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이 영화의 흥행으로 이제는 마블에 대한 충성도 때문에 본다기 보다는 이제까지 봐온 가락이 있으니, 책임감으로 꾸역꾸역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액션 장르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으나, 그냥 마블 유니버스에 더이상 새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 뿐이라는 추론을 하게 한 영화였다. 이 의견에 피드백 해주실 분 있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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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왈로우 (Swallow, 2019) - '그녀가 피를 토해내며 삼켰던 것들'
스왈로우 (Swallow, 2019)
감독 :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출연 : 헤일리 베넷, 오스틴 스토웰, 데니스 오헤어, 엘리자베스 마벨
‘그녀가 피를 토해내며 삼켰던 것들’
2020 CGV CAV 전을 통해 선공개 된 후, 최근 왓챠에 공개된 영화 <스왈로우>. 여름에 그렇게 봐야지 봐야지~ 했지만 상황과 우선순위에 밀려 결국 보지 못하고 넘겼던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왓챠에 공개되었다.
<스왈로우>의 장르는 스릴러로 분리되어 있다. 근데, 이 영화의 공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릴러와는 조금 다르다.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장면이 나오거나,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간혹 몸에 난 상처와 혈흔을 보여주긴 하지만 눈을 찡그릴 만큼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 영화의 서스펜스는 밖으로 터져 나오는 피가 아닌, 억지로 삼키며 토해낸 몇 방울의 피로 만들어진다.
널찍하고 예쁜 집, 최연소 상무이사가 된 남편, 새로 잉태한 생명. 넉넉한 집안과 충분한 능력을 가진 남편 리처드를 만난 주인공 헌터는 이제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꿈을 좇을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남편이 출근한 후 커다란 집에 남겨진 그녀는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엔 푹신한 소파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드넓게 펼쳐진 숲과 맑은 하늘. 헌터는 그림을 그리다가 이내 북북 지워낸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헌터는 여유로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엔 삽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하지 않고도 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일명 ‘사모님’의 삶인 것이다. 헌터도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입버릇처럼 말한다. 나는 운이 좋았고,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 행복은 천천히 헌터를 옥죄고 있었다. 그녀는 리처드와 결혼한 순간부터 남편의 가족들 덕에 행복해진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들 앞에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습관처럼, 주문처럼 ”행복하다“고 말할 뿐이다. 그 외에 다른 말은 쓸모없는 말이다. 헌터는 서슬 퍼런 눈빛들 앞에서 새빨간 말들을 속으로 삼킨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그녀를 물들인다.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역할과 비밀을 숨기고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은 헌터를 더욱 강하게 비튼다. 이러한 강박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헌터의 행동을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만큼 이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아플지도 모르겠다.
스왈로우 시놉시스
완벽한 남편과 함께 그림 같은 집에 사는 사랑스러운 아내 ‘헌터’. 그러던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먹어서는 안 될 금지된 것을 삼키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되는데…
"우리 아들 만나서 신세폈네"
회사를 운영하는 시부모님과 최연소 상무이사가 된 남편 리처드. 시부모님이 사준 집엔 넓은 마당과 수영장, 아름다운 풍경, 고급 가구가 그득하다. 누가 봐도 부잣집이다. 헌터는 그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 리처드와 결혼하기 전 욕실용품을 판매하던 그녀는 이제 진짜 꿈인 삽화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릴 시간도 얻었고,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리처드가 출근하고 나면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고, 휴대폰 게임을 한다. 그리고 리처드가 오기 전에 저녁을 준비하고 그와 행복한 저녁식사를 하면 된다. 여유로운 일상이다. 하지만 헌터의 마음은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헌터를 집으로 부른 시어머니는 헌터에게 "우리 아들 만나서 신세폈네"라고 말한다.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헌터는 리처드를 만나면서 자유시간을 얻었고, 든든한 경제적 지원군이 생겼으니 말이다. 헌터는 습관처럼 나는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리처드의 가족을 만나며 행복을 얻었다고 말이다. 근데, 이 행복은 그들과 진정한 가족이 되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헌터는 리처드의 가족이 아니다. 이건 영화를 오래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리처드의 상무이사 취임을 축하하는 저녁 자리, 리처드는 헌터를 언급하며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아내라고 칭하고, 시어머니는 임신을 한 헌터에게 기쁨을 얻는 재능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선물한다. 리처드 가족에게 헌터는 헌신적인 아내이자 타인(리처드 가족)에게서 행복을 얻어내는 재능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리처드는 헌터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넥타이를 잘못 다리는 사소한 실수에 화를 내고, 정성껏 차린 저녁 식탁 앞에서 헌터가 아닌 휴대폰을 바라본다. 헌터의 임신을 축하하는 저녁 자리에서조차 그녀는 완전히 배제된다. 인사치레처럼 나누는 아기에 대한 몇 마디 대화가 지나가고, 리처드의 부탁으로 시작된 헌터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잘려버린다. 리처드 가족에겐 헌터의 말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그저 헌신적이고 남편이 좋아하는 긴 머리를 가져야 하는 아내일 뿐이다.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해라"
임신을 했지만 행복하지만은 않다. 헌터의 시간은 매일 의미 없이 흘러간다. 아내로서의 의미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준 '기쁨을 얻는 재능'을 읽는다. 그 책엔 기쁨을 얻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헌터는 책을 읽고 구슬을 먹는다. 그리고 내가 삼켰던 그 동그랗고 매끈한 것이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 걸 본 순간, 기쁨을 느낀다.
헌터의 이식증 증상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매끈한 구슬을 시작으로 뾰족한 핀, 배터리, 매트리스 충전재, 못, 반지, 여러 금속들. 몸의 작은 곳들에서 피가 비치고 고통이 찾아오지만, 헌터는 작은 물건들을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을 느끼며 고통을 잊는다.
"내가 괴물이라 미안해"
헌터는 리처드에게 자신이 괴물이라 미안하다고 말한다. 헌터에게 직접적으로 괴물이라 칭한 사람은 없었지만 헌터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헌터를 괴물이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터는 강간 피해자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아이다. 어머니는 새로운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했고, 헌터에겐 배다른 동생들이 있다. 상담사 앨리스는 헌터에게 여러 번 어머니와 가족에 대해 묻지만 헌터는 "평범한 가족이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러다 홧김에 뱉어버린 어머니와 문제가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헌터는 앨리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리처드도 몰랐던 깊은 상처와 고민들. 괴물 같던 범죄자 아버지 아래서 태어난 자신. 헌터는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말하지만,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그녀의 눈빛엔 생기가 없다.
범죄로 인해 태어난 아이. 세상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헌터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리처드를 만나 드디어 행복한 삶을 살아보나 했는데, 헌터는 여전히 행복할 수 없다. 무신경한 남편과 며느리를 아이의 엄마 정도로만 생각하는 시부모님. 리처드의 아버지는 임신했다는 헌터를 만나자마자 "미래의 CEO가 여기 있다"라고 말할 뿐, 헌터에 대한 축하와 존중의 말은 하지 않는다.
헌터는 여전히 외로운 사람이다. 리처드 가족 사이에 불편하게 끼인 듯 앉아있는 그녀는 온전하고 따듯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헌터는 그저 안정적인 삶 속에서 행복하다고 반복해 말하고 있는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일 뿐이었다. 영화 속에서 헌터에게 위로가 되는 인물은 남편도 그의 부모님도, 헌터의 어머니도 아닌, 헌터와 똑같이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들뿐이다.
리처드가 야밤에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집에 왔던 날. 혈흔을 지우는 헌터를 발견한 건 리처드가 아닌, 그의 직장동료 에런이었다. 에런은 헌터에게 외로우니 포옹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헌터는 에런을 안아주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살짝 묻어본다. 포옹을 끝내고 헌터는 에런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어째 부탁한 사람과 부탁을 들어준 사람의 입장이 바뀐 것 같기도 하지만.. 아마 헌터가 외롭다고 말하는 에런을 안아주는 순간, 외면하고 있던 자신의 외로움을 다시 느끼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헌터에게 위로가 된 또 다른 사람은 간병인 루아이다. 헌터의 이식증을 알게 된 리처드 가족은 아직 몸이 안 좋은 헌터를 위해 고용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간병인을 루아이를 집에 상주시킨다. 루아이는 고용인 리처드를 위해 헌터를 감시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헌터를 보며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그는 침대 밑으로 들어간 헌터의 옆에 따라 들어가 "여긴 안전해요"라고 말하며 그녀의 어깨를 천천히 토닥인다. 그리고 헌터가 정신병원에 입소하기로 한 날, 헌터의 도망을 돕는다.
이 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헌터에게 진실된 위로와 사랑을 전하지 않는다. 리처드와 가족들은 리처드의 평범한 삶을 위해 헌터의 이식증을 고치려 했고, 리처드의 직장동료는 이식증 사실을 안다며 형식적인 응원과 위로를 전할 뿐이다. 상담을 진행했던 앨리스는 트라우마를 치료할 열쇠가 될 수도 있다며 헌터의 과거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관심 있는 척하지만 상담 시간 끝을 알리는 타이머가 울리자마자 상담을 정리해버린다. 집을 뛰쳐나와 갈 곳이 없어진 헌터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헌터의 어머니는 언제 와도 반갑다며 반겨주는듯하더니, 동생이 아이를 낳아야 해서 방이 없다며 딸의 방문을 거절한다.
"내가 당신을 닮았나요?"
헌터가 갈 곳은 이제 한 곳뿐이다. 남편도, 시부모님도, 어머니도 나를 외면했으니 남은 건 아버지의 집뿐이다. 어머니를 강간했던 남자이자 아버지인 윌리엄 어윈. 헌터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마주한다. 헌터는 묻는다. 내가 당신과 닮았냐고. 어윈은 답한다. 닮지 않은 것 같다고, 당신(헌터)은 내가 아니라고.
"당신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아무 잘못도 없잖아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헌터는 이 말을 듣고 싶어 어윈의 집에 찾아온 것이다. 범죄에 의해 태어난 존재. 그런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헌터는 자연스레 자신의 출생 비화를 숨겼고, 그렇게 평생 모든 것을 숨기며 살아왔다. 헌터는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한마디를 듣기 전까지, 범죄자 아버지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원망을 떼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신문에 난 아버지의 사진을 오려 지갑 속에 넣어둔 그녀는 그렇게 깊고 가깝게 자신의 존재를 미워하고 있었다.
"내가 있어서 행복해?"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아내로, 상류층 집안을 만나 자유로워진 며느리로, 어머니에게 사랑받으며 자란 딸로. 헌터는 리처드의 행복을 위해 살았고, 남편의 집안에 의해 행복해진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리처드의 집안은 그런 헌터의 존재를 괄시한다. 그들에게 헌터는 잘하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내 애를 가진 여자였다. 헌터는 항상 불안과 공허함에 떨고 있었다. 반복해서 내가 있어 행복하냐고 묻고,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니냐며 묻는다. 리처드는 당연하다는 듯 "넌 잘못하려 해도 못할 거야"라고 답한다.
이식증은 보통 만 1세에서 2세 사이에 나타난다고 한다. 흔히 아동들이 많이 겪는다고 하며 빈곤이나 아동학대, 가족의 혼란과 같은 상처들이 이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헌터는 위와 같은 상처들을 모두 겪은 어른이다. 그녀는 이식증 증세를 처음 겪는다고 말한다. 왜 어릴 적이 아닌 지금 이 증상이 나타난 걸까?
그건 아마도 헌터가 지금껏 자신의 모든 상처를 외면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그걸 인식할 여유조차 없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리처드와의 결혼, 시부모님의 압박, 그리고 임신 등 인생의 커다란 변화를 겪으며 지금껏 덮어두었던 상처가 곪기 시작한 건 아니었을까. 유년시절에 생긴 상처는 사라진 것이 아닌, 그 자리에 그대로 덮여있었을 뿐이었다.
결혼을 하고 리처드 가족들 사이에서 살아가며 헌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저녁식사를 하며 남편에게 말을 꺼내볼까-하면 리처드는 문자 답장을 하기에 바빴고, 리처드의 부모는 망설이며 시작한 헌터의 말을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그녀의 말은 항상 쓸모없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헌터는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자신의 말들을 다시 목구멍으로 삼켜 넣는다. 그리고 쓸모없는 잡동사니들로 취급받는 것들도 함께 삼킨다. 고통을 주고, 혈흔을 남긴다 해도 그녀는 행복하기 위해 그것들을 다시 삼킨다.
음식이 아닌 차갑고 날카로운 속성을 가진 물건들이 헌터의 혀에 닿을 때, 헌터는 그 느낌이, 그것을 넘길 때 차오르는 자신감이 좋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리처드 집안에 들어온 여자가 아닌 나도 삼켰던 것을 다시 내뱉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생동감. 그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헌터는 리처드의 집에서 도망치기 전까지, 온전한 나의 모습을 담은 거울을 본 적이 없다. 거울을 보는 리처드의 옆에 서있거나, 리처드와 동료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비치는 유리창을 바라보거나, 리처드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된 나를 보거나.
영화의 마지막, 화장실에서 약을 먹고 하혈을 한 헌터는 가방을 다시 메고 거울을 바라본다. 전보다 길어진 머리를 편하게 묶고, 여성스러운 원피스가 아닌 편안한 맨투맨과 청바지를 입고, 진한 눈 화장이 아닌 자연스러운 눈매를 가진 헌터의 모습. 온전한 나로서의 모습이 담긴 거울. 이제 그녀는 할 줄 아는 것 없는 누군가의 아내, 아이를 가진 엄마가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된다. 이제 여유로운 부잣집 사모님의 모습은 없지만 헌터는 한결 편안해 보인다.
헌터가 화장실에서 나가고, 수많은 여성들이 화장실에 들어오고 나간다. 여성들만이 들어오는 공간인 여자 화장실에서 이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헌터가 서있던 자리에서 거울을 보고, 같은 출구를 향해 나가는 수많은 여성들. 그들도 헌터와 같은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를 가진 사람을 서슬 퍼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세상 속에서 헌터는 말을 삼킨다. 모든 것은 비밀이 되어야 했고, 비밀과 함께 삼킨 물건들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때. 그녀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오래도록 자신을 괴롭히던 강박과 억압을 끊어내기까지 헌터는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수도 없이 삼켰고, 그것들은 혈흔이 되어 그녀의 창가에 들러붙는다. 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은 붉은빛으로 바뀌어 방을 가득 채운다. 그게 그녀가 바라보던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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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 최고의 애니메이션 두 편 - 코코, 모아나
내 인생 최고의 애니메이션 두 편 - 코코, 모아나
개봉일: 2018. 1. 11. 목
관람일: 2020. 11. 29. 일
가족들 모두가 반대하지만 오로지 뮤지션만을 꿈꾸는 소년 미겔 리베라는 '망자의 날' 축제를 위해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크루즈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향하게 된다. 그렇게 이미 사망한 가족들의 축복을 받고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미겔은 델라크루즈의 친구라 주장하는 헥토르와 함께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는 과정을 그린 픽사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일단 정말 재미있게 봤다. 무려 인생 영화로 꼽아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영화였고,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픽사의 애니메이션이었다. 우선 영화의 메시지부터 칭찬을 해주고 싶은데, 최근에 개봉한 [소울]이 철저히 개인을 다루고 있었다면 [코코]는 가족 구성원 모두를 다루고 있었다. 언제나 각자 다른 꿈과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모두 존중해 줘야 한다는, 그러니까 '가족 중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제목인 '코코'부터가 주인공이 아닌 가족들로부터 소외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진외조모인 것부터가 이러한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전달하고 있고, 가족들 머릿속에서 잊혀지면 진짜 죽음을 맞이한다는 설정 또한 이러한 메시지에 더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메시지 외에도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스토리라인 또한 훌륭했다. 주인공 미겔이 자신의 꿈을 향해 도달하고, 진정한 자신의 가족을 찾아가는 과정을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성
장물로서는 정말 완벽하다는 표현을 쓰게 만든다. 여기에 끝내주는 OST까지 깔아놓으니 환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Remember Me'는 충분히 누군가의 인생곡이 될만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메시지와도 잘 어울리고, 클라이맥스를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일조했다 보니 더더욱 애착이 가는 곡이다. 심지어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화려한 비주얼까지 들어가 버리니 대체 단점이 무엇인지 의문이 갈 지경이다. 특히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정말 감탄이 나왔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애니메이터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역대급이었다고 본다. 그냥 모든 면이 다 훌륭했고 현재까지 필자에겐 인생 영화임은 물론이요, 픽사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내 결론이다.
개봉일: 2017. 1. 12. 목
관람일: 2020. 12. 27. 일
반인반신 마우이가 테 피티의 심장을 훔치고 달아난 후 몇 십 년 뒤, 항상 평화로울 줄 알았던 모투누이 섬에 저주가 쓰이게 되고 바다의 선택을 받은 소녀 모아나는 섬을 지키기 위해 먼바다로 나아간다. 그러나 이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선 마우이의 도움이 필수적으로 필요했고, 결국 모아나는 마우이를 찾아 테 피티의 심장을 돌려놓고 모투누이 섬을 구하려는 과정을 그린 디즈니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코코]와 마찬가지로 정말 재미있게 봤다. 기본적으로 [코코]처럼 스토리, 메시지, 캐릭터, 음악, 연출 모두 훌륭했다. 특히 이 영화의 메시지인 '진정한 자신을 찾으라.'는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작중에서 모투누이의 족장이 되어야 할 운명에 처한 모아나는 자신이 원했던 모험을 마무리했고, 마우이는 인간들에게 모든 걸 바치는 것을 그만두고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려고 다짐하는 등 여러모로 뜻깊은 메시지였다고 본다. 이 외에도 주인공의 고난과 성장을 잘 담아낸 각본도 정말 칭찬받아야 마땅하고, 이를 청각적으로 드러낸 음악 또한 매우 끝내줬다. 특히 모아나의 대표곡인 'How Far I'll Go'는 이 영화에서 총 3번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소름 돋는 건 둘째 치더라도 곡의 내용이 조금씩 변경이 되며 모아나의 내면이 어떻게성장하였는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이렇게 성장물로서 봐도 훌륭하지만 이 영화는 [겨울왕국]과 마찬가지로 디즈니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솔직히 기존의 디즈니 로맨스 영화는 개인적으로 정말 별로였다. 추억 보정 때문에 심한 말은 하기 힘들지만 그저 왕자에게만 의지한 채, 수동적으로만 묘사되는 디즈니 공주들이 썩 마음에 들지않았다. 그러나 [겨울왕국] 1편을 시작으로 [모아나]도 입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데 성공하며 디즈니의 긍정적인 변화가 정말 좋게 와닿았다. 캐릭터의 매력도 더 살고, 페미니즘적 관점으로도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고, 연출 또한 매우 우수했기 때문에 [모아나]를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다만 후반부의 급전개는 좀 아쉬웠다. 작중에서 모아나와 마우이가 서로 다투다 헤어지게 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우이가 다시 나타나 모아나를 도와준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마우이의 심리 묘사가 나오지 않는 탓에 후반부에 몰입감이 살짝 깨졌다. 물론 이 외에는 다 마음에 들었지만.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거 콩까기의 종이씹기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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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의 상영작 <둠둠>의 개봉부터
1984년을 시작으로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래곤볼 시리즈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의 개봉까지!
그럼 9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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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0분
감독: 코다마 테츠로
출연: 노자와 마사코, 후루카와 토시오 등
개봉: 2022.09.14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줄거리
레드리본군은 손오공의 손에 절멸했다.
그러나 레드리본군의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받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궁극의 인조인간 ‘감마1’과 ‘감마2’를 만들었다.
이들 두 인조인간은 자신을 ‘슈퍼 히어로즈’라 부른다.
이들이 피콜로와 손오반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1984년 만화책으로 선보인 후 수많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인기를 끈 드래곤볼.
지난달 19일 북미에서 개봉과 동시에 <불릿 트레인>과 <탑건: 매버릭>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영화이다.
9명의 번역가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 프랑스 | 105분
감독: 레지스 로인사드
출연: 올가 쿠릴렌코, 알렉스 로더 등
개봉: 2022.09.14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화제의 베스트셀러 ‘디덜러스‘.
이 책의 마지막 장 출판을 위해 9개국의 번역가들이 고용된다.
결말 유출을 막기 위해 아무도 나갈 수 없는
지하 밀실에서 작업을 시작한 그들.
하지만 곧 첫 10페이지가 인터넷에 공개된다.
그리고 편집장 ‘에릭’에게 도착한 한 통의 메시지.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다음 100페이지를 공개하겠다.”
‘에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범인을 찾으려 하고,
번역가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번역가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프랑스어부터 그리스어, 러시아어, 이탈리어 등 10개의 언어를
한 영화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로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오! 마이 고스트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한국 | 98분
감독: 홍태선
출연: 정진운, 안서현, 이주연 등
개봉: 2022.09.15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귀신 보는 것이 유일한 스펙인 신입 FD ‘태민’(정진운)은
어렵게 취업한 스튜디오에서 야간 순찰을 돌던 중
갈 곳 없는 붙박이 귀신 ‘콩이’(안서현)를 만나게 된다.
눈만 마주쳤다 하면 티격태격하던 일상 속 어느 날,
이들의 유일한 일자리이자 잠자리인 스튜디오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관전 포인트
인간과 귀신의 팀플레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설정이 매력인 영화이다.
정진운 배우의 제대 후 첫 작품이며, <옥자>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안서현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87분
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출연: 하나에 나츠키, 키토 아카리 등
개봉: 2022.09.15
배급: BoXoo엔터테인먼트
줄거리
꺽쇠 까마귀가 일러준 다음 임무지는 남남동.
임무로 향하는 도중 탄지로는 최종 선별에서 만난 동기 검사인 아가츠마 젠이츠를 우연히 만난다.
젠이츠의 소극적인 태도에 애를 태우면서, 탄지로는 산의 오지에 있는 저택에 다다른다.
그곳에는 장구로 저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혈귀의 모습이 보이고,
심지어 멧돼지 얼굴의 기괴한 남자가 나타나는데…관전 포인트
지난 달에 개봉했던 <귀멸의 칼날: 아사쿠사 편>의 후속편인 작품이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은 '귀살대' 대표 3인방이 처음으로 결성하는 순간이 나오기에
더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홈리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83분
감독: 임승현
출연: 전봉석, 박정연 등
개봉: 2022.09.15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이사를 앞둔 어린 부부 ‘한결’과 ‘고운’,
하지만 설렘도 잠시, 보증금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된다.
갈 곳이 없어 막막해진 ‘한결’은 ‘고운’을 데리고 어떤 집으로 향한다.관전 포인트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CGV 아트 하우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청년 빈곤, 주거 문제, ,노인 고독사 등 사회 이슈를 흡입력 있게 다루었다.
둠둠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1분
감독: 정원희
출연: 김용지, 윤유선, 박종환 등
개봉: 2022.09.15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전부였던 음악을 놓아버린 DJ 이나
길을 걷다 우연히 들려온 비트에 디제잉을 다시 하기로 결심하고
베를린에 갈 수 있는 오디션에 참가하는데...관전 포인트
세계 영화제를 휩쓴 단편 <벨빌> 정원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지 못한 일렉트로닉 음악, 디제잉을 소재로 다루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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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알고리즘] 빛나고 행복했던 우리의 꿈, 나의 로봇 친구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하지만 영화 하나하나를 조금씩 살펴보면, 우리는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로봇 친구’이다. 지금부터 로봇 친구라는 연결고리로 묶인 네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살펴보자.이른 아침, 나를 깨우는 기계 소리. 윙윙거리고, 철컥거리는 그 소리에 잠깐 놀라지만 이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것의 목소리. “친구야, 일어나!” 녹슬지 않을까, 꺼져버리지 않을까, 늘 곁에서 보살피고 신경 써야 하는 나의 친구. 하지만 그 친구의 따뜻함과 사랑은 그 귀찮음과 수고를 이겨내게 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에게 가장 행복한 날들을 선물한, 평생의 친구. 나의 ‘로봇 친구’들을 소개한다.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 (1999)
- 감독: 브래드 버드
- 출연진: 제니퍼 애니스톤, 해리 코닉 주니어, 빈 디젤 外
‘회색 빛 친구’
냉전시대가 한창이던 1957년, 미국의 한 시골 마을. 근처 바다 한가운데로 대형 고철 덩어리 ‘아이언 자이언트 (빈 디젤 分)’가 불시착한다. 마을에 사는 아홉 살 소년 ‘호가드 휴즈 (일라인 멜리언솔 分)’는 우연한 계기로 그 고철 덩어리를 만나 그를 구해주게 되고, 그에게 자이언트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이렇게 그 둘은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 요원 ‘켄트 맨슬리 (크릭스토퍼 맥도날드 分)’가 마을을 찾아온다. 그는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아이언 자이언트의 존재를 장군에게 알리면서, 두 친구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최강 우주병기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착하기만 했던 아이언 자이언트. 그리고 말썽꾸러기이지만, 아이언 자이언트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호가드. 과연 그들의 우정은 변함없이, 영원할 수 있을까.
‘나를 움직이게 하는’
영화는 작가 ‘테드 휴스’가 쓴 SF 동화 ‘The Iron Man’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거대 로봇과 소년의 우정이라는 원작의 설정만을 사용했을 뿐, 영화는 상당 부분 수정을 거쳐 탄생했다. 따라서 동화 같이 마냥 따뜻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원작보다 칙칙하고 현실적이어서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소년과 거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많이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거인이 아닌 거대 로봇이다. 이로 인해, 생명체의 따뜻함과 기계의 차가움이 느끼게 해주는 온도차와, 점점 더 가까워지게 하는 온기는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겉으로 보았을 때 차갑고 무서워 보였던 자이언트. 하지만, 기계인 자이언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열기인 것처럼, 그의 말과 행동은 뜨거운 온기를 내뿜는다.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해준 호가드와 초월적인 우정을 나누는 자이언트는 영화 내내 호가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친구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이언트의 대사 ‘슈퍼맨’은 수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통틀어 놓고 보더라도 상징적이고 기억에 남는 대사였다.
‘내가 되고 싶은 것’
영화는 실사 영화보다 공감이 어려운 애니메이션이며, 인물에게 몰입할 시간조차 부족한 짧은 러닝타임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 ‘브래드 버드’의 눈부신 재능은 작품에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 것을 넘어서, 무생명체인 로봇에게서 인간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끼게 만들었다. <토이 스토리>와 <니모를 찾아서> 등 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감독이지만 그는 해당 작품을 본인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아마 감독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 영화에 담겼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감독은 자신의 누나가 남편에게 총기로 살해당하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건을 겪고 “총에게 영혼이 있다면?, 그 총은 자신이 총이 되고 싶지 않다면?”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감독의 아픔과 생각은 자연스럽게 자이언트에게 녹아 들었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사실 지구 침공을 위한 정찰기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작중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데, 정작 자이언트 본인은 자신이 사람들을 해치는 총이 아니라고 말한다. "네가 무엇이 될지는 너 자신이 선택하는 거야”라는 ‘딘 맥코핀 (해리 코닉 주니어 分)’의 말. 그 말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듯, 자이언트는 결국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을 불태워 모두의 친구 슈퍼맨이 되었다.
<빅 히어로 Big Hero 6>
- 영화: 빅 히어로 (2014)
- 감독: 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
- 출연진: 라이언 포터, 스콧 애짓, 다니엘 헤니 外
‘너의 선물, 나의 선물’
샌프란소쿄에 살고 있는 14살의 천재 소년 ‘히로 (라이언 포터 分)’. 형과 유달리 가까웠던 히로는 형인 ‘테디 (다니엘 헤니 分)’의 죽음 이후,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테디가 만든 헬스케어 로봇 베이맥스와 우정을 나누며, 다시 이겨내게 된다. 결국 그들은 형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히로는 테디의 대학 친구들과 팀을 이뤄 ‘빅 히어로 6’를 결성하고, 테디의 원수인 ‘스푸키맨’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한다. 과연 그들은 테디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얗고 푹신푹신한’
해당 영화 역시 원작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마블 코믹스의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그 원작이다. 그러나, 작품 속 베이맥스는 평소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마블의 슈퍼히어로들과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얗고 푹신푹신한 힐링 로봇인 베이맥스는 정말 보기만 해도 귀여워 곡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을 저절로 갖게 만든다. 또한 필자는 베이맥스가 동그랗고 하얘서 히어로가 아닌 사랑스러운 곰인형을 보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5살만 어렸다면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랐을 것 같은 정도였다.
작품에는 베이맥스뿐만 아니라, 테디의 친구들로 구성된 언럭키 어벤져스 느낌의 ‘빅 히어로 6’팀도 등장해 화려한 액션신 을펼친다, 이로 인해 슈퍼 히어로 영화의 느낌도 살짝 느껴진다. 또한 ‘샌프란소쿄’라는 이름의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합쳐놓은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동서양의 문화가 만든 독특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특히 영화는 주인공의 이름이 ‘히로’인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던 연출과 오마주를 찾는 재미도 있다.
‘너만을 위한 나’
이렇게 시각적 재미를 뒤로 하고 스토리를 놓고 보더라도, 영화는 히로와 베이맥스의 우정을 전형적이지만, 단단하게 표현했다. ‘상실의 그림자 속에서 피어난 우정’ 이 말이 베이맥스와 히로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말인듯 하다 사고로 형을 잃어 완전히 고립된 히로 앞에 나타난 베이맥스는 히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어딘가 뚝딱거리고 서투르지만 진심으로 히로를 걱정하는 베이맥스의 마음과, 베이맥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활력을 되찾는 히로를 보며 우리를 미소 짓게 된다.
사실 포스팅을 위해 영화를 다시 보기 전에는, 내가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단순히 베이맥스의 귀여운 외모에 홀려 영화 전체를 미화하여 기억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중에서 슬퍼하는 히로를 위로해주기 위해, 베이맥스가 틀어주는 녹화된 형 테디의 영상 기록을 틀어주는 장면을 비롯해 섬세하게 쌓여가는 둘의 ‘친구되기’ 과정들을 보고 역시 <빅 히어로>는 따뜻하고 좋은 영화가 맞다는 확신을 했다.
영화 속에서 베이맥스는 히로에게 "나는 당신의 건강 관리를 위해 존재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베이맥스는 단순히 건강을 돌보는 로봇이 아니라, 히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성장을 돕는 존재이다. 이처럼 "빅 히어로"는 우정이 단순한 친구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성장하게 만들어 결국 모두를 ‘히어로’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와일드 로봇 The Wild Robot>
- 영화: 와일드 로봇 (2024)
- 감독: 크리스 샌더스
- 출연진: 루피타 뇽오, 페드로 파스칼, 캐러린 오하라, 빌 나이, 킷 코너, 마크 해밀 外
‘처음 널 만난 순간부터’
운송 중 사고로 인해 유니버설 다이나믹스社(사)의 한 로봇이 야생에 떨어지게 되었다. 그 로봇의 이름은 ‘로줌 유닛 7134 (루피타 뇽오 分)’. 인간을 돕기 위해 설계된 최첨단 로봇이었다. 그렇게 야생에 떨어진 로줌은 야생의 생활을 익히던 중, 한 기러기의 알을 구하게 되고 그 알에서 기러기가 태어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로줌를 따라다니는 기러기. 그렇게 로줌은 그 기러기의 엄마가 된다. 결국 로줌은 새에게 ‘브라이트빌 (킷 코너 分)’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돌보고 교육시키는 임무를 스스로에게 입력시킨다
브라이트빌이 겨울 이주를 위해 비행법을 배우는 동안, 로줌은 여우 ‘핑크 (페드로 파스칼 分)’와 함께 동물들과 협력하며 섬 생태계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브라이트빌이 자신이 남들과 다른 것과 로줌이 자신의 부모를 실수로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로줌을 찾으러 유니버설 다이나믹스社(사)의 로봇들이 섬에 도착하는데, 과연 로줌과 브라이트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로봇 생존기’
대부분의 로봇이 나오는 영화가 그러하듯이 로봇 캐릭터는 낯선 곳에 도착해 경계 받는 미지의 존재처럼 등장한다. 해당 영화에서 로줌은 정말 특별한 환경에서 새롭게 살아간다. 로줌이 도착한 곳은 인간의 손길 하나 닿지 않은 자연이었다.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자연. 그곳에서 로줌은 모든 동물들의 언어를 빠르게 습득하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최첨단 기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자연에 적응하는게 아니라 숲 속의 동물들은 그를 더욱 경계하고,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결국, 로줌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의 지혜를 흡수하기시작했다. 먹이를 구하고, 집을 짓고,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로줌은 점차 야생에 적응해 간다. 동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로줌의 모습은 따뜻한 감동을 준다. 인간 혼자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도 이질감이 들 텐데 철로 이루어져, 반짝반짝 광이 나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로봇이 ‘자연에서 살아남기’를 찍듯 살아가는 모습은 어딘가 더 특별하게 보여졌다.
‘내가 되는 것’
작품은 ‘로줌, 핑크, 브라이트빌이라는 세 존재의 우정과 가족애’를 다룬다고 생각해도 좋지만, 평생 남을 위해서만 살아왔던 누군가가 자신만의 의지와 마음을 갖는 영화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입력된 값으로만 행동하고, 타인의 만족을 위해서만 살아가던 로줌은 브라이트빌을 키우면서 점점 의지와 사랑, 모성애를 갖게 된다. 브라이트빌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며 로줌이 행복해지는 것은 결국 로줌이 다시 타자에 의해 행복이 결정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브라이트빌은 로줌에게 어느 순간 타자가 아닌, 가족이 되었다. 어렸을 때는 로줌을 졸졸 쫓아다니다가 사춘기가 되자 로줌과 다투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 후회하며 다시 사과하려는 브라이트빌의 모습은 영락없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종을 초월한 두 존재의 교감은 우정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로줌과 브라이트빌은 모두 프로그래밍이 된 존재다. 로줌은 자신이 아닌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아야 했으며, 브라이트빌은 자신의 아픈 몸에 좌절하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 둘 모두 입력된 한계를 이겨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서로가 곁에 있어줬기 때문이다.
로줌에게 사랑으로 길들여진 여우 핑크, 로줌에게 로즈라는 이름을 선물한 브라이트빌. 어린왕자는 섬을 떠났지만, 장미는 섬에서 평생 어린왕자를 기다려 왔다. 그리고 계절이 지나 어린왕자가 다시 장미 곁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장미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그들은 서로의 소중한 관계를 다시 정의한다.
<로봇 드림 Robot Dreams>
- 영화: 로봇 드림 (2023)
-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 무성 영화
‘손을 맞잡고’
어느 때와 다를 것 없던 조용한 밤, 오늘도 혼자 냉동식품과 TV 앞에 앉은 ‘도그’는 문득 옆집 창문을 보게 된다. 자신과 다르게 행복한 그들. 처량한 자신의 신세에 도그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 때 TV에서 방송되는 한 광고. 도그는 광고를 보더니 홀린 듯이, 주문 버튼을 누르게 된다. 다음날 도착한 상자. 상자를 열고 헐레벌떡 그것들을 조립하니, 멀끔한 ‘로봇’ 하나가 눈을 떴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친구를 얻는 도그. 도그는 로봇과 함께 뉴욕 곳곳을 누비며 잊지못할 행복한 여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해변에 놀러가 물놀이도 하며, 여유를 즐기게 되는데 집에 갈 때가 되자 로봇이 물에 녹슬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혼자 로봇을 옮길 수 없었던 도그는 눈물을 참고, 로봇을 둔 채 집으로 향한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수리 도구를 들고 돌아온 도그. 그러나 해변은 내년 6월까지 폐쇄되었다. 그렇게 이별하게 된 도그와 로봇.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함께 추는 춤’
<로봇 드림>은 앞선 로봇 친구들이 나오는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영화였다. 가장 큰 차이점은 로봇과 도그(인간)의 관계가 완전히 수평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었다. 로봇과 인물/생명체가 능력이든, 역할이든 차이점이 명확하였던 앞선 영화들과는 달리 로봇 드림 속 도그와 로봇의 관계는 정말 ‘친구’였다. 물론, 로봇을 처음에 조립하고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도그라고 할 수 있지만 작품 속에서 도그는 창조자나 사용자로 그려지지 않았다.
로봇이 사용자를 위해서 수직적으로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본인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존재로 묘사된 것은 작품의 큰 매력이다. 이러한 수평적 관계가 가능했던 것은 로봇과 도그 모두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둘 다 말을 할 수 없는 존재였고 영화 역시도 대사가 없는 무성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한 인물이 일방적으로 표현하고 말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두 주인공 모두에게 우리는 최대한 공평하게 이입할 수 있었다.
‘녹슨 꿈에 빠져’
로봇 드림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필자는 로봇을 통해 도그가 외로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이루고 싶어하는 꿈을 이루게 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꿈을 꾸는 대상은 도그가 아니라 로봇이었다. 추운 겨울, 홀로 해변에 남아 도그를 그리워하던 로봇. 다리를 하나 잃으면서도 계속해서 도그의 집으로 향해 도그를 만나는 로봇의 꿈들은 항상 슬픈 결말로 끝이 났다. 우정에 관한 영화이지만, 그들이 함께 있었던 시간은 9월이 전부였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없이 1년을 보냈고, 다시 9월이 되었을 때 그들 곁에 있던 것은 서로가 아니었다.
영화는 두 주인공을 분리시키고, 꿈과 상상으로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렇게 물리적 거리를 고정하고, 둘의 마음과 생각에 온전히 빠져들게 하니, 오히려 둘 사이의 사랑은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현실과 꿈을 계속해서 반복시킨다. 오즈의 마법사 속 양철 나무꾼이 되어, 도그가 있는 뉴욕으로 향하는 꿈을 꾸는 로봇. 그가 그 꿈에서 걷던 걸음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로봇의 주위에는 수많은 꽃들이 함께 있고, 로봇의 목적지에는 빛나는 무지개가 떠있지만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꿈이 얼른 끝나 로봇이 그만 상처받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들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노래했던 <September- (Earth, Wind & Fire)>. 영화 초반 그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공원에서 함께 추던 춤은 영화의 마지막 엔딩에서 다시 한번 반복된다. 그러나 그들 곁에는 서로가 없었다. 스쳐가는 인연을 다시 붙잡을 수 있지만 놓아준 그들. 로봇판 환승연애의 느낌으로 서로를 과거에 묻어두기로 한 그 결정은 모순적이게도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위하고 사랑하는지를 느끼게 했다.
행복했던 9월의 순간은 분명 너무나 짧았다. 하지만, 그랬기에 그들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모든 걸 바쳤다. 그랬기에 언젠가 <September>이 거리에서 흘러나와 다시 그 순간을 생각했을 때 변함없이 미소 지을 것이다.
‘가장 따뜻한 너’
내가 다가가서 전원을 켜줘야 비로소 움직이는 로봇처럼, 우정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먼저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 친구 사이에서 싸우고 또 멀어질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 친구와 항상 잡았던 그 손이 그립다면 용기를 내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낸 작은 용기는 차갑게 식었던 나의 손과 너의 손을 금새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너무나 익숙해져 소홀해진 이후에 지나간 순간들을 뒤돌아 보지 말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늘 내 곁에 있던 너의 눈을 마주하고 말하자. “고마워. 서로의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들 너와 나, 그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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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작품인지 모를 슬래셔 무비
<70년대 작품인지 모를 슬래셔 무비>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Texas Chainsaw Massacre (1974, 토비 후퍼) 리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상영작 ‘스트레인지 오마쥬’
프로그램 노트
다섯 명의 십대들이 낡은 밴을 타고 텍사스의 한적한 마을을 지나 여행을 떠난다. 이 마을은 일행 중 한 명의 조부모가 과거에 살았던 곳이자, 묻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하게 기름이 떨어진 아이들은 조부모의 옛 집에서 잠시 머물기로 하고, 근처에 낡은 자동차들과 가스 발전기가 돌아가는 의문의 집을 발견한다. 기름을 구하기 위해 그곳을 찾은 순간부터, 이들은 끔찍한 식인 가족에게 차례로 사냥당하는 악몽 같은 공포에 휘말리게 된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토비 후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극히 적은 예산과 16mm 필름으로 촬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후퍼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각본과 음악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으며,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나아가 이후 수많은 슬래셔 영화의 전범이 된 이 작품은, 살인 도구의 활용, 연쇄 살인마 캐릭터의 정립, 피해자 묘사 방식 등 장르의 공식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영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오늘날까지도 가장 충격적인 공포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강렬한 비주얼과 음산한 분위기로 관객의 신경을 끝까지 곤두서게 만든다. 심약한 이들이라면, 각오하고 볼 것. (남종석)
70년대 작품인지 모를 슬래셔 무비
등장인물들은 차례대로 식인 가족의 집에 스스로 찾아 걸어 들어가게 된다. 잦은 줌 인, 하이/로우 앵글과 빠른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컷 전환이 불안을 고조시킨다. 등장인물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하이 앵글에서 등장인물들이 자꾸만 ‘눌리는’ 느낌을 주는 로우 앵글 구도의 전환이나, 묘하게 어긋나는 컷 전환이 시각적으로 위협을 증폭시킨다. 그중에서도 여주인공 샐리(마릴린 번즈)가 식탁 앞에서 공포에 질려 눈동자를 굴리는 장면은 가히 강렬하다. 적은 제작비와 70년대 작품이라는 표현의 한계에도 83분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광기의 가족
스스로 손을 베는 히치하이커 남성, “기름이 없다”라고 말하는 주유소 남성, 그리고 텍사스 전기톱으로 인간을 도축하는 남성까지. 이들은 모두 하나의 가족이자 사냥의 동료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모두 기묘하다는 점이다. 소를 도축하는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자랑하기도, 실실 웃으며 칼을 들이밀기도 하며 남들과 다른 기묘한 분위기를 내비친다. 기름이 없어 주유소에 들린 아이들에게 뜬금없이 고기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건 이들에게서 일말의 악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인 가족에게 살인은 일상의 연장선이다. 비인간적인 행위조차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이는 공포의 핵심을 일상성에 내재한 광기로 끌어낸다. 영화 속 식인 가족은 쇠락한 미국의 농촌에 대한 잔혹한 은유로 읽힐 수 있다. 초반부, 달리는 차 안에서 망치로 한 번에 머리를 내려치는 기술을 가졌다는 도축업자 이야기를 하며 이제는 기계가 이를 대체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도축업을 하는 히치하이커 남성이 차에 올라탄다. 후반부, 식인 가족은 노쇠한 할아버지에게 전설의 실력을 보여달라며 샐리의 머리를 붙잡고 망치를 들린다. 하지만, 망치를 잡을 힘조차 없는 할아버지는 도축에 실패한다. 영화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도태된 ‘옛 질서’가 어떻게 괴물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도축업과 실직 등의 사회적 배경이 가족의 광기와 역사에 설득력을 더한다.
암묵적 룰을 깨부수는 잔혹함
‘휠체어를 탄 사회적 약자는 죽이지 않을 것이다’라는 암묵적 룰을 과감히 깨부순다. 뚱뚱하고 휠체어에만 의존해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는 다른 친구들에게 은근한 무시를 당한다. 그는 자신의 칼로 스스로 손을 베는 히치하이커 남성이 대단하다는 동경을 내비치며,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신경질적으로 입방귀를 뀌며 흉내를 낸다. 관객은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최종 생존자는 아마 그일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잔혹하게 사냥당한다. 캄캄한 풀숲에서 샐리와 함께 친구들을 찾으러 나서다 맞닥뜨린 텍사스 전기톱 남성에 무차별하게 당하고 만다. 구성원들 살해 장면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묘사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 시점부터 관객은 깨닫는다. 이 영화에는 일말의 희망도 없다는 것을. 모두가 식인 가족에게 붙잡혀 살해당할 것이라고.
사라진 제리, 파이널 걸 샐리의 탄생
사냥 도중에 사라진 제리(알렌 덴지거)는 구조를 뒤흔든다. 제리의 시체는 끝끝내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조차 생략된 퇴장은 관객에게 극도의 긴장을 심어준다. 이는 샐리(마릴린 번즈)가 합심하여 복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지만, 그 예상은 무너진다. 남녀가 힘을 합쳐 도망친다는 슬래셔 공식을 부수고, 이후의 이야기는 샐리 혼자 지옥에서 탈출하려는 생존극으로 치닫는다. 피투성이가 되어 미친 듯이 웃으며 도망치는 샐리의 표정은 해방이라기보다 생존 그 자체를 보여준다. 이 결말 이후 수많은 호러 영화의 ‘파이널 걸’이라는 여성 캐릭터에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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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영화 후기 / 매즈 미켈슨 주연 / 덴마크 영화 / 영화제목이 갱단 이름이었다니.. ^^;;;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작남의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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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날 친구라고 생각해? / 김선호, 이유영 주연 로맨스 단막극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김선호, 이유영 주연의 단막극 미치겠다, 너땜에! 입니다 :) 즐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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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가 날 부를 때> 메인 예고편
꿈을 이루기 위해 홀로 돈을 벌고 공부하며 고군분투하던 ‘안란’.
어느 날, 간절히 바라던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몇 번 본적도 없는 어린 남동생이 안란에게 덜컥 맡겨진다.
동생을 키우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누나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어른들.
“내 인생에는 너만 있는 게 아냐.
나에게도 우주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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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존 도우> 예고편
신원 불명의 시체 이른바 “존 도우”가 병원 영안실로 들어온 후 갑자기 되살아나고 병원은 공포에 휩싸인다. 정신과 전문의 다니엘이 그를 맡게 되고, 그가 기억을 되찾아갈수록 주변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이 늘어난다. 죽음 저편에서 존 도우의 몸을 빌려 세상에 침입한 존재가 이 세상을 죽음으로 채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