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enine2023-12-12 15:24:23
켄 로치, 나의 올드 오크 (2023)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는 카메라를 든 시리아 난민 소녀 야라의 사진 컷들로 시작된다. 같은 시리아 난민 소년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은, ‘사망한’, ‘무고한’, ‘망명에 끝내 실패한’ 난민의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했다. 10대 후반의 야라는 살아있으며, 망명에 성공한 10대 소녀다. 그녀는 카메라 시선 아래 대상화 되지 않는다. 되려 새로운 정착지인 영국의 한 폐광촌 마을을 자신의 관점으로 카메라에 담는다.
TJ가 운영하는 펍 '올드 오크'는 마을의 유일한 공론의 장으로, 영화 안에서 직접적으로 명시된다. 이 펍은 경계를 두고 '바깥의 장소'와 '안의 장소'로 나뉜다. 그중 안쪽은, 과거 연대의 기억이 아카이빙 된 장소다. TJ의 아버지 세대에 광부들의 파업이 그것이다. 하지만 끝내 광산은 폐업하고, 상처로만 남은 기억은 환부처럼 숨겨져 있다. 그리고 난민이자 새로운 이주민 야라가 카메라를 들고 그 환부를 파고든다.
이 공간을 다시 연다는 것은 희망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희망을 위해서 열 것인가가 쟁점이 된다. 크게는 기존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공론의 장으로 쓸 것인지, 새로운 식구들인 난민들과 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할지이다. TJ가 후자를 선택하며, 올드 오크는 두 진영의 대립으로 첨예하게 나뉜다.
다음으로는 회생에 대한 비용의 문제다. 마치 야라의 카메라를 고치기 위해 오래된 카메라 2대가 들어가듯, 올드오크의 주방은 유지비도 많이 들고, 수리비도 감당할 수 없이 커진다. 여기서, 이민자(난민) 출신 기술자들의 노동력을 빌리며 두 집단 사이의 연대의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야라는, 외부인이자 동시에 내부인으로서 공동체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사진 전시회). '힘, 연대, 저항(Strenghth, Solidarity, Resistance)'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두 공동체는 점차 연대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자국민 우선주의 그리고 인종차별과 혐오주의로부터 시험을 받는다. TJ의 강아지 ‘마라’의 죽음은 과거 공동체를 지탱하던 상식과 공감, 신뢰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절망감을 더한다.
TJ와 일부 지역주민들은, 교회의 지원을 받아 무료 배식을 한다. 이것은 광부들의 폐업에서 모여 식사를 했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다. TJ의 아버지는, 교회가 노동자들의 손으로 지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귀속된다는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연대가 실패하자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야라의 새로운 관점과 더불어, TJ는 과거 노동계급(교회)과 미래의 노동계급(난민, 이민자)의 연대 가능성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과거가 아닌) 현재의 노동자 계층과, 난민 수용으로 이뤄진 미래의 노동 계급 간의 연대가 몇 순간의 마법 같은 이벤트, 예컨대 사진 전시회나 무료 배식으로 성사된다는 주장은 어딘가 헐거웁다. 동네 대다수의 주민이 야라의 아버지를 애도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들고, 거리 행진으로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공통된 동기가 무엇인지는 되려 설득적이지 못했다.
<미안해요, 리키>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위시한 전작들에서는, 인물들의 행동 이면에 깔린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토대가 촘촘하고 견고했고, 무엇보다 시스템적인 부조리를 꼬집었기에, 이 부분에서 거장의 은퇴작에 아쉬움을 더 진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경제성장 둔화, 지방인구 소멸, 노동 허가제 안의 수많은 불평등적 요소, 급변하는 국제정세 가운데 난민을 어떻게 이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고 지역사회에 수용하는가의 문제… 등등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주지하듯이 '올드 오크'는, 브렉시트 이후 노동력 부족과 물가상승,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의 국가적 현실을 보여주는 스케치이기도 하다.
<나의 올드 오크>는 상식과 공감, 연대 의식을 잃어버린 분노 어린 개개인의 얼굴을 전시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 분노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이 도덕적 의무감에서, '힘, 연대, 저항'이라는 가치에 공감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본다는 주장은 어딘가 명확하지 않고, 공허하다. 자선, 혹은 온정주의에 기대지 않고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다음의 한 챕터가 더 필요했다고 생각된다. 거장이 그 챕터를 마치기 위해서라도, 다른 작품으로 극장으로 한번 더 돌아오기를 바라본다.
[Eurofilm 12. 영국, 프랑스, 벨기에]
- 이미지 제공 : 씨네랩
2023년 12월 8일 감상 / 2023년 12월 11일 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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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llers of the flower moon / 플라워 킬링 문
2023년 11월 21일에 감상한 '플라워 킬링 문'에 대한 짤막한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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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개 /
‘플라워 킬링 문’은 진정한 사랑과 말할 수 없는 배신이 교차하는 서부 범죄극으로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끔찍한 비극 실화를 그려낸다.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에릭 로스가 각본에 함께 참여했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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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
플롯구성과 연출이 눈에 띄는 영화였다.
씬과 씬을 연결하는 플롯구성이 어느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 연출 또한 마찬가지.
가장 인상깊은 연출은 당연히 마지막씬이다.
재판 이후의 이야기를 연극형식의 나레이팅으로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현실로 끌여들였고, 마지막에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으로서 직접 등장하여 그들(오세이지족)의 마지막을 위로한다.
가장 마지막씬에서는 오세이지족들이 모여 큰 원을 만드는데, 이 원은 곧 꽃의 형상을 띈다. 이는 "flower moon"에서 희생된 소중한 영혼들을한자리에 모아 기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3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이렇게 끌고 갈 수 있는 힘은 거장 마틴 스콜세지와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니로의 세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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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극도로 혐오하는 결점투성이 팝스타의 고백록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얼마나 있을까?
그룹 '아이브' 소속 장원영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일컫는 '원영적 사고', 즉 "럭키비키(LuckyVicky)"를 우리 삶의 신조로 삼고 산다고 해도 자신이 싫어지는 순간은 분명히 생길 것이다. 유명한 노래 <가시나무>의 가사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타인과의 관계만큼 어려운 것이 나 자신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재산과 행복은 어느 정도 비례하다가 어떤 임계점을 지나면 재산이 아무리 증가해도 행복이 늘지 않는다고 한다. 명성과 행복의 함수도 비슷하지 않을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 만큼 유명한 사람이 된다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영화 <베러맨(Better Man)>은 역대 최고의 팝스타 중 한 명인 가수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 영화다. 영화는 화려한 무대를 뛰노는 그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가 불행했던 순간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1974년에 태어나 50대 초반의 청년(?)이고,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가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영화를 직접 제작했다는 것이 좀 의아하기도 하다. 보통 작고했거나 인생의 말년에 이른 인물이어서 일생에 대한 입체적인 평가가 가능한 사람이 전기 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아직 살 날이 구만리(?)인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 영화 <베러맨>은 생뚱맞은 만큼 흥미롭기도 하다. 모션 캡처로 연기한 인물 위에 침팬지 CG를 덧입히고 로비 윌리엄스 본인이 직접 목소리 연기를 했다. 실존 인물의 외모, 말투, 행동거지, 습벽 등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하는 주연 배우를 앞세우는 기존 전기 영화의 관습을 과감히 탈피했다. 로비 윌리엄스가 영화 속에서 침팬지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영화의 제목이 'Better Man'이라는 사실은 로비 윌리엄스가 가지고 있는 극도의 자기혐오와 경도의 자기 긍정을 잘 보여준다. 태어나 지금까지 결점투성이 침팬지처럼 살아왔지만 매일 조금씩 진화하여 더 나은 사람(Better Man)으로 거듭나는 중이라고 로비 윌리엄스는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연출을 맡았던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의 작품답게 로비 윌리엄스의 명곡과 유려하고 역동적인 춤이 어우러지는 명장면들이 영화를 수놓는다. 영화 포스터에 "<보헤미안 랩소디>와 <위대한 쇼맨>의 만남"이라는 홍보 문구가 있지만 영화 <베러맨>이 주인공을 묘사하는 방식은 <보헤미안 랩소디>와 꽤 다르다. <베러맨>은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훨씬 더 깊게 주인공의 내면을 파고든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절정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과 유사한 장면일 것으로 기대되는 12만 5천 명이 운집한 넵워스 공연 실황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은 이 영화의 목표가 아니다. 넵워스 공연이 로비 윌리엄스가 마음의 평화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틀스 이후로 영국에서 '오아시스'와 함께 가장 성공한 보이 그룹이었던 '테이크 댓'에서 탈퇴한 후 로비 윌리엄스를 솔로 가수로 우뚝 서게 한 것은 자신의 마음속 고통을 진솔하게 담아낸 노래였다. 역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성공적이다.
(끝)
* 씨네랩의 초청으로 3월 2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베러맨>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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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키즈 크리에이티브 2
클린턴은 기숙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10살인 어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크리켓 골든 트로피를 얻었던 만큼 크리켓을 잘했다. 기숙사에서 키가 큰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고 비하하는데 클린턴은 자신의 화를 참으며 과거에 트로피를 손에 쥐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클린턴은 기숙사 학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아이이다. 식당에 빌린 돈이 많아 갚지를 못해 밥도 못 먹고 선생님도 클린턴을 소외시키고 만다. 이런 극악의 상황에서 자신과 같은 전학생을 본다. 그 전학생도 말수가 적고 소외당하는 아이지만 클린턴은 그 애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기숙사에서 힘든 시간을 겪은 클린턴에게 기회는 있을까?
제인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8살 어린이다. 하지만 그녀를 키우던 엄마가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게 되어 할머니 집에 맡겨지게 되자 싫은 감정을 내보인다. 할머니는 그런 제인에게 양파 파이를 만들어주고 레시피도 공개하지만 싫증이 난 제인은 집 뒤뜰에 있는 숲에 가게 되고 길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눈을 뜨자 자신 앞에 보이는 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고 거대한 몸집의 큰 거인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도망치려 하는데... 이 거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아의 소수 민족인 아제리 민족은 유목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여성들과 아이들은 글자를 못 읽기에 학교에 가지 못한다. 그러던 중에 파샤의 딸인 귀네쉬는 글자를 읽고 공부를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귀네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파샤의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들이 미래의 중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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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픽 어워즈 '2022년 올해의 영화' 6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씨네픽 인스타그램을 통해 씨네픽 팔로워분들의 올해의 영화는 무엇인지 설문을 받아봤는데요!
과연 씨네픽 팔로워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는 무엇일지?!!
지금 한번 만나러 가보시죠!
헤어질 결심
ⓒ 네이버 영화
응답자 중 반 이상의 선택한 올해의 영화는 바로 <헤어질 결심>입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세밀한 연출과 매혹적인 배우 앙상블로 호평을 받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볼 때마다 달라지는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보니 N차 관람
열풍이 돌기도 하였다. 뉴욕타임즈, BBC, 포브스 등 주요 외신에서 2022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히며 전 세계를 매혹시킨 마스터피스 다운 저력을 입증했다.
▶ 줄거리: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리멤버
ⓒ 네이버 영화
두 번째 씨네픽 팔로워 선정 '올해의 영화'는 이성민 배우와 남주혁 배우 주연의 영화 <리멤버>
입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자비 없는 복수 이야기를 탄탄하게 그려내고 이성민 배우와 남주혁
배우의 세대 초월 절친 케미로 호평을 받았다. 개봉 첫날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고,
상영 당시 관객들의 입소문이 꾸준히 이어졌다.
▶ 줄거리: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의 이야기
수프와 이데올로기
ⓒ 네이버 영화
세 번째 씨네픽 팔로워 선정 '올해의 영화'는 양영희 감독의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입니다.
영화는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과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영화계 인사들로부터 열띤 지지를 받으며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다큐멘터리로
떠올랐다. 10월 20일 개봉 이후 끊이지 않는 호평과 입소문으로 장기 상영을 이어가기도 하였다.
▶ 줄거리: 서로의 생각은 다르지만 따뜻한 수프를 나눠 먹게 된 한 가족의 어머니가 평생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되며 점점 서로를 마주하는 이야기
썸머 필름을 타고
ⓒ 네이버 영화
네 번째 씨네픽 팔로워 선정 '올해의 영화'는 청춘, 로맨스, 시대극, SF 장르가 어우러진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입니다. 영화는 2022년 재팬 필름 페스티벌 온라인 상영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알려졌고, 이후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를 장악하며 정식 개봉 요청이 쏟아졌다.
정식 개봉 후, 영화는 폭발적인 입소문을 바탕으로 최고의 좌석 판매율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 줄거리: 시대극 찐팬인 고교생 ‘맨발’이 절친인 ‘킥보드’, ‘블루 하와이’ 그리고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와 함께 영화를 찍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화이트 노이즈
ⓒ 네이버 영화
다섯 번째 씨네픽 팔로워 선정 '올해의 영화'는 블랙 코미디 장르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화이트 노이즈>입니다. <결혼 이야기> 이후 노아 바움백 감독과 아담 드라이버가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영화는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으며, 올해 부산국제
영화제에서도 상영되며 공개 전부터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 줄거리: 불확실한 세상에서 사랑과 죽음, 행복의 가능성이라는 인류 보편의 수수께끼와
씨름하는 동시에 일상적인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려 애쓰는 오늘날 미국 가정의 모습을 담은
블랙 코미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네이버 영화
여섯 번째 씨네픽 팔로워 선정 '올해의 영화'는 마블 루소 형제가 제작하고, 다니엘스 듀오가
연출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입니다. 영화는 해외에서 개봉 당시 10개 관에서
시작해 3,000개 이상 확대하였고, 1억 달러 수익을 올리는 등 글로벌 흥행을 이끌었다. 이에 이어
국내에서도 N차 관람이 이어졌으며, 개봉 4주차에도 좌석 판매율 2위를 유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 줄거리: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양자경 분)’이 어느 날 자신이 멀티버스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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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킬레스건에 발목 잡힌 무색무취 지옥도
과거 조직 2인자였던 한 남자가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 조직의 중심부까지 들어간다는 먼치킨 액션. 동명 웹툰을 시리즈화한 <광장>은 이 한 줄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지섭이 주인공 기준 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는데, <영화는 영화다> <회사원>에서 보여준 그의 액션과 카리스마가 극 중 캐릭터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지섭 홀로 멱살 잡고 끌고가기엔 이 시리즈는 그 자체로 무겁고 버겁다.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조직을 떠났던 기준(소지섭)은 동생 기석(이준혁)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누가 죽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준은 다시 조직 세계를 파헤치며 그 진실을 찾아 나선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두 조직 보스 주은(허준호)과 봉산(안길강)은 기석의 죽음과 기준의 등장으로 혼란에 빠지고, 이 사건에 연관된 이들 또한 점점 조여오는 기준의 공포를 두려워하면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한다.
<광장>은 사람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두 가지를 준비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액션이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는 걸 먼저 알린다.) 아마 원작의 팬들도 이 작품에서 보고 싶어했던 건 묵직한 액션이었을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른 기석은 오로지 파워 주먹으로 승부를 본다. 스피드 보다 무게감에 방점을 둔 작품의 액션은 역시나 파워다. 극 중 기준의 주먹 한 방으로 나가떨어지는 범죄자들을 보면 판타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기준이 이 세계에서 절대자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회를 거듭할수록 그와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는 빌런들은 기준 보다 더 힘이 세거나 스피드가 빠르거나 발차기를 날리거나 칼을 휘두르는 이들로 구성된다. 물론, 그래봤자 기준의 주먹에 무릎을 꿇지만 말이다. 시리즈는 대비되는 상대와의 액션은 물론, 화려한 카메라 워킹과 테크닉으로 다변화를 꾀하면서 변주를 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액션의 쾌감은 무뎌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좀처럼 기준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생의 복수라는 큰 동력은 있지만, 그 이후 직진하는 액션과 분노를 느끼게 하는 접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감정을 표출하기 보다는 꾹꾹 누르는 캐릭터 성향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물론, 약간의 플래시백이나 대사로서 이를 전달하기는 하지만 미미하다.
어쩌면 이런 부분은 먼치킨 복수가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 아니기 때문으로도 읽힌다. 기석의 죽음은 휴전이란 균형을 맞췄던 광장이란 세계의 균열점일뿐이다. 정작 이 시리즈가 보여주고 싶은 건 ‘아킬레스건’이다. 원작에서 대대적인 각색을 가한 이 시리즈는 기석은 물론, 주운, 봉산 등 주요 인물들이 가진 아킬레스건을 부각한다. 기석은 동생 기준이었고, 주운과 봉산은 각각 아들 금손(추영우), 준모(공명)다. 이들은 각자의 아킬레스건을 지키고자 피를 부르는 행동을 벌이는데, 이는 이 광장 세계를 조율하는 김선생(차승원)의 등장으로 확장된다.
광장이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없는 건 ‘자유’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건 서로가 각자의 아킬레스건이자 약점, 흠집을 알고 있기 때문인데, 극 중 김선생은 이를 무기로 이 세계를 뒤에서 쥐락펴락한다. 기준은 일찍이 이 세계의 민낯을 알고 벗어나고 싶었기에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탈출했다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한 번 담근 이 세계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그의 인생을 애처로워 보이기도 한다.
시리즈 특성상 긴 이야기를 구축할 든든한 소재가 필요했을 터. 감독은 각색을 통해 아킬레스건을 부각시키고, 이에 관련된 이들의 지옥도를 보여준다. 감독은 기준을 통해 이 지옥 안에서의 권력 또한 부질없고 허망하다는 것도 소개한다. 하지만 너무 이 소재에 집중한 나머지 작품 본연의 재미, 즉, 먼치킨 액션 스타일의 매력이 떨어진다. 마치 아킬레스건에 발목 잡혀 무색무취 지옥도를 보는 듯한 재미랄까. 벌써부터 원작팬들의 냉대를 받고 있는 상황은 아쉬움을 남긴다.
극 강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소지섭의 노력은 화면 밖으로 튀어 나올 정도다. 다양한 공간 안에서 펼치는 액션의 매력은 덜하지만, 이를 멱살잡고 끌고 간 그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 외 스테레오타입의 주요 인물들의 활용성은 아쉽다. 그나마 금손 역을 맡은 추영우의 연기가 새로웠는데, 왜 그가 최근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지 몸소 보여준다.
덧붙이는말: 총 7부작인 <광장>은 빨리감기 유혹에 쉽게 빠질 시리즈다. 그럼에도 1부, 4부, 7부는 되도록 정속으로 보길 바란다. 뭐 선택은 자유지만.
사진 출처: 넷플릭스
평점: 2.5 / 5.0
관람평: 아킬레스건에 발목 잡힌 무색무취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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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죽었다 | SNS 사이로 진짜 범인을 찾아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객이 맡긴 열쇠로 남의 집을 훔쳐보는 취미를 지닌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그는 우연히 편의점에서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를 만난 후 그녀의 삶을 지켜본다. 소시지 핫바를 사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본능적으로 흥미를 느꼈기 때문. 때마침 이사를 결심한 한소라는 구정태에게 집 키를 맡기고, 구정태는 자유로이 그녀 집을 드나든다.
그러던 어느 날, 구정태는 소파에 죽은 채 늘어진 한소라를 발견한다. 그는 의심스러운 자기 행적을 지우기 위해 애쓰지만, 약점을 쥔 범인이 자기를 협박해 오자 그는 패닉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강력반 형사 ‘오영주’(이엘)의 수사망도 그를 향해 좁혀진다. 이에 구정태는 억울함을 밝힐 증거를 찾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소라의 SNS 속을 떠돌기 시작한다.
바뀐 시대와 인간을 담은 스릴러
스릴러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다.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부터 <추격자>와 <끝까지 간다>, 그리고 <잠>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관객을 사로잡았다. 다만 높은 인기만큼 스릴러는 정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서스펜스가 중심인 플롯만 있으면 스릴러의 자격이 있으니까. 그나마 도망자 대 추적자의 구도가 한 기준점이 될 뿐이다.
이처럼 구분이 애매하다는 말은 곧 범용성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러 사건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스릴러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다루지 않은 사건, 인물, 구도와 전개가 없으므로. 그래서 가장 쉽게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임시완과 천우희 주연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나 손석구의 <댓글부대>처럼.
<그녀가 죽었다>는 그 연장선상에 위치한 작품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의 영향력을 활용한 범죄 사건을 중심에 둔 스릴러다. 특히 단순히 범죄 수단이나 도구의 변화뿐만 아니라 시대에 발맞춰 달라진 사람들의 심리와 내면까지 통찰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덕분에 <그녀가 죽었다>는 기시감과 개연성 부족 등 적지 않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힘 있게 달리는 데 성공했다.
내가 만든 '나'를 지키는 싸움
SNS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우리는 이제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주는 내 모습대로 '가상의 나'를 꾸며낸다. 때로는 '현실의 나'보다 '가상의 나'를 가꾸고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허상은 내 본모습을 대신하기도 한다. 현실의 내가 어떻게 살고, 어떤 사람인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진다.
<그녀가 죽었다> 속 두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몸을 팔아 하루하루 살던 한소라는 선행으로 가득한 SNS 피드가 관심을 끌고,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유기견과 길고양이 입양, 보육원과 요양원 봉사로 피드를 가득 채운다. 실상은 후원금을 빼먹는 사기꾼이지만, 그녀는 점점 그 허상 속에 빠져든다.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이 자기를 버렸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는 피해자라고 굳게 믿으면서.
구정태 역시 방패막이를 앞세워 본모습을 숨긴다. 그는 대한민국 최대의 부동산 카페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강사로서 받은 관심을 먹고 산다. 공인중개사로서 뛰어난 평판은 그가 범죄를 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키를 맡기는 집주인이 많아질수록 집에 침입하기 쉬워지니까. 그래서 그는 평판과 겉모습을 유지하는 데만 애쓸 뿐, 자기 취미가 어디서부터 잘못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녀가 죽었다>는 각자가 꾸며낸 세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의 관심을 받기 위해 활짝 열어둔 문은 자기 인생을 파괴할 지름길이 되니까. 남을 향한 관심은 자기를 찌르는 칼이 되어 돌아오고. 구정태와 한소라 둘 다 결국에는 자기가 판 자기 무덤에 빠지지 않으려 발버둥 칠 뿐이다.
붕 떠버린 캐릭터
다만 <그녀가 죽었다>가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은 충분하지 않다. 이 이야기는 캐릭터가 핵심이다. 그들이 돋보일수록 갈등도 분명해진다. 각 인물의 세계에 관객이 공감을 많이 할수록, 그들에게 SNS와 타인의 관심이 갖는 의미나 그 세계가 무너질 때 닥쳐오는 위기감이 명확히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그런데 영화는 정작 캐릭터에게 그리 공을 들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콘셉트만 있을 뿐,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은 부족하다. 자연히 주연을 포함한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생동감이 없다. 그나마 개인사가 일부 밝혀진 한소라의 행적은 따라갈 수 있다. 피해망상이 섞인 사이코패스라고 본다면 큰 문제가 없다.
반면에 구정태라는 캐릭터는 최소한의 설명도 없다.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관음증 환자, 스토커를 한 인물에게 몰아준 설정만 있는 격이다. 그가 자기 기질을 깨닫게 된 계기나, 악취미를 갖게 된 동기 등은 조금도 설명되지 않는다. 결국 구정태라는 인물은 그가 소유한 거대한 창고만큼이나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그가 마지막에 얻은 깨달음이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러닝타임 내내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이 의도와는 달리 몰입을 방해하는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내레이션은 두 주인공이 자기가 만든 세계와 현실 간의 괴리를 합리화하는 기제를 보여준다. 구성태와 달리 한소라가 자기 문제를 끝내 깨닫지 못하는 모습도 내레이션의 온도 차이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캐릭터가 설득력이 없다 보니, 특히 구정태의 내레이션은 붕 뜬 채 영화 분위기와 좀처럼 융화되지 않는다.
미처 지우지 못한 기시감
몰입감이 떨어지는 대목에서는 애써 감추려던 기시감도 흘러나온다. 예를 들어 <그녀가 죽었다>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와 매우 흡사하게 전개된다. 두 주인공의 관계나 직업만 다를 뿐, 피해자가 사실 가해자라는 플롯은 다를 게 없다. 자연히 <그녀가 죽었다>가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데 필연적으로 한계가 따른다. 스릴러를 좋아할수록, 예상이 쉽기 때문이다.
경찰을 활용해 한계선을 늘리려는 시도는 엿보인다. 영화는 피해자 한소라까지 의심하는 오영주와 기존 수사 관행에 의지하는 다른 경찰 간의 갈등을 은연중에 거듭 암시한다. 가리키는 방향이 충돌하는 가설과 증거를 보여주면서 관객을 조금이라도 더 현혹하고, 반전의 충격을 키워보려는 노력인 셈이다. 다만 경찰에게 주어진 분량이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큰 효과는 없다.
반면에 예측가능한 전개 덕분에 오히려 세밀하고 현실적인 아이디어가 힘을 발휘하는 대목도 있다. 공인중개사에게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나 열쇠를 맡기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일이지만,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며 신뢰를 잃는 순간 이는 예상 못한 스릴로 전환된다. 딥페이크와 유사한 범죄가 스쳐 지나가는 대목 역시 같은 맥락에서 꽤 흥미롭다.
배우의 힘
또 신혜선과 변요한, 두 주연 배우의 힘을 빌려 단점을 순간적으로 감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소라가 피해자 행세를 하며 광기를 발산하거나, 어머니 유골함에서 범인이 숨긴 증거를 꺼내며 구정태가 오열하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이는 두 캐릭터의 시점으로 나뉜 편집에도 힘을 불어넣는다. 각 파트를 책임진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두 이야기가 하나로 겹쳐지는 지점에서의 폭발력만큼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 덕분에 <그녀가 죽었다>는 숱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SNS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스릴러로서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Acceptable 무난함
인생샷과 댓글 사이로 '나를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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