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12-10 18:50:14
너의 자리는 어디인가
영화 <조이랜드> 리뷰 (사임 사디크 감독)

PROGRAM NOTE.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뭄타즈는 섬세한 남편 하이더르, 가족 내에서 절대자로 군림하는 시아버지 아만, 큰형 내외 및 그들의 네 딸과 함께 산다. 몇 년째 전업주부로 살던 하이더르는 카리스마 있는 트랜스젠더 뮤지션 비바의 백댄서로 취직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뭄타즈는 전업주부가 될 것을 강요받는다. 하이더르는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비바에게 이끌리고, 뭄타즈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자아가 확고한 뭄타즈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비바 뿐 아니라 흔들리는 성적 정체성을 가진 하이더르와 시아버지 아만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종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되고 착취되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사임 사디크 감독의 데뷔작 <조이랜드>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박선영/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POINT.
✔️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이 눈여겨본 영화
✔️ 파키스탄이라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나라 영화인데, 어디서 <헤어질 결심> 냄새가 나요 킁킁
✔️ 파키스탄 출신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프로듀서로 참여. 말랄라는 여성 교육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 낸 인물이니만큼, 여성을 보는 시각에 대한 우려를 접어도 좋아요
✔️ 보고 난 직후는 물론, 보고 난 이후에도 며칠씩 여운이 계속되는 영화
✔️ 믿고 보는 '슈아픽쳐스' PICK! <행복한 라짜로>, <말없는 소녀> 같은 수작을 우리와 연결해준 곳이에요
✔️ 12월 13일 개봉!

영화 <조이랜드>는 거대한 하나의 일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연로하여 휠체어를 탄 아버지, 큰아들 '살림'과 아내 '누치', 둘째 아들 '하이더르'와 아내 '뭄타즈'. 그리고 살림과 누치 사이 아이들까지. 한 마당을 공유하며 사는 모습이 마치 우리네 옛날 마당 깊은 집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이내 일가족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가 그 마당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도-파키스탄 분리 독립 시기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 살았다고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들의 땅 '라호르'는 파키스탄에서 둘째 가라면 아쉬울 만큼 유서 깊은 도시다. 다양한 왕조의 수도였던 곳, 한때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요 도시이기도 했던 곳, 그러나 1940년대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되던 시절 무수한 피가 흘렀던 곳. 차이가 차별이 되어 사람을 죽였던 곳. 그 모든 이야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흘러갔을 텐데, 이제 더 이상 차이가 차별이 되는 일은 없을까?

#"단일한" 파키스탄 사람이에요
일가족의 고요한 마당에서도 차별은 넘쳐 흐른다. 딸 넷을 낳았지만 아들이 아니라서 실망하는 것도, "아들"이니 응당 염소 하나쯤은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아들에게 일자리가 생겼으니 자신의 커리어를 착착 쌓아 가던 며느리는 이제 전업 주부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그러나 그 아들의 일자리가 "에로틱한 공연"을 하는 극장이라는 사실은 이웃들에게 좀 비밀로 해두는 것도.
게다가 이런 차별은 절대 "단일한" 기준을 가질 수 없다. 차별은 양날의 칼이므로, 힘을 쥔 쪽에도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차별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자지만, 힘을 쥔 남성들이 만든 차별의 굴레가 어떤 남성들에게는 '맨박스'가 되듯이. 다만 힘을 쥔 쪽은 규칙을 이리저리 변용하면서 상처를 피할 길을 도모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차별은 이중 삼중의 잣대를 번복하여 만들어내고, 하나 둘 잣대가 늘어나다 보면 어느새 삐죽삐죽한 창살처럼 우리를 가둔다. 그 창살 안에서 버틸 재간이 없는 사람들이 튀어나올 때, "공동체를 지킨다"는 명목의 제재가 가해진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잣대들은 사실 공동체의 모두를 찌르고 있다. 힘을 쥔 쪽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 개념일 뿐이니까.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사실 모두 그 창살 바깥에 더 잘 어울리는 인물들이다. "전통적인 남성성"과 잘 어울리지 않는 하이더르, 트랜스젠더 비바, 전업주부의 삶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뭄타즈, 받아들였지만 그런 뭄타즈를 이해하는 누치, 심지어 전통의 적극적인 수호자처럼 보였던 아버지나 이웃집 파야즈 부인조차도...
단일하지 않은 차별의 기준들은 각자의 비밀들을 만들어내고, 그 비밀은 거울이 깨지듯 방사형으로 퍼진다. 그 자리의 어느 누가 과연 행복했을까?
마치 "애빌린의 역설" 같다. 집단의 구성원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향의 결정임에도, 모두가 자신의 의사와 상반되는 결정을 하게 되는. 전통이라는 미명을 덮고 있는 것 중 이런 애빌린의 역설이 얼마나 많을까.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하고
영화에는 많은 공간이 등장하지 않지만, 하나하나 매우 인상 깊다. 어느 장소 하나 일면적이기만 한 곳이 없다. 마당과 집안 깊은 곳이 분명하게 분리되어 있는, 이 영화에 뭄타즈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유독 그 대비를 극명히 보여주었던 집. 사회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성별 역할을 내려놓는 공간이었던 극장. 모든 남성 관객들이 스스로에게만 유하게 적용되는 잣대의 틈으로"에로틱한 공연"을 보는 곳인 동시에, 비바에게는 반대로 그 모든 잣대의 창살을 내던지고 나와서 춤을 춘 장소였던 극장. 이름부터 기쁨을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의 공간'으로 상징되는 놀이공원 조이랜드. 누치와 뭄타즈가 잠시 일상의 고통을 잊고 소소한 일탈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정도의 일탈밖에 할 수 없는 삶의 무게와 거기서조차 존재하는 차별의 비릿한 시선을 느끼게도 하는 공간.

가장 역설적인 공간은 바다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조악한 조명밖에 없는 방에서 바다의 흔적으로 들고 온 조개 껍데기 하나 덜렁 들고 있지만, 비바는 바다를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평생 라호르에서만 살아온 하이더르 또한, 가보지 못했지만 사실 언제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반면 카라치에 친척 집이 있어 언제든 해변에 가볼 수 있었음에도 옷이 젖는다는 이유로 발목밖에는 담가보지 못한 뭄타즈.
비바와 하이더르, 뭄타즈. 바다에 대한 이 세 사람의 기억과 접근성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만은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마치 <헤어질 결심>에서 "난 인자한 사람이 아닙니다. 난 바다가 좋아요." 말했던 서래처럼, 이들 또한 인자한 사람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것.

이 영화가 "트랜스젠더와의 불륜 이야기"로 뭉뚱그리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트랜스젠더 비바가 '팜므 파탈'적인 매력으로 일가족을 무너뜨리는 이야기도 아니며 (진짜 아니다), 한 기혼 남성과 결혼 외부자 두 사람이 히히덕거리며 기혼 여성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진짜 아니다). 어쩐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생각났던 <헤어질 결심>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듯이.
이 영화는 단지 그 세 사람 모두가 눌려 있던 구조를 보여준다. 그 거대한 구조 아래 세 사람이 어떤 존재였는지 보여주고, 이들이 각각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두껍게 덮인 애빌린의 역설을 걷어내고 끝내 규칙에서 이탈하는 인간들의 자리가 어디인지 묻는다. 아름다운 인물들의 설렜던 마음을 손가락처럼 들어, 그 지점을 슬프게 가리킨다.

#뭄타즈의 이름
이 영화의 인물들이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설레지만 슬픈" 인물이었지만, 내 눈에 가장 밟힌 인물은 뭄타즈이다. 나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성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모르므로. 파키스탄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나로서는, '뭄타즈'라는 이름을 살면서 딱 두 번째 들었다.
처음으로 들은 이름 또한 현실에서 마주한 인물은 아닌데, 무굴 제국 황제 샤 자한의 아내였던 뭄타즈 마할이다. 샤 자한이 태어날 때만 해도 무굴 제국의 수도가 라호르였으니, 아주 인연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비록 그가 사망한 곳이자, 죽은 아내를 기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건축 사업을 벌인 곳은 라호르가 아닌 아그라였지만. 그 미친 사랑의 결과물이 타지마할이다. 뭄타즈 마할의 무덤.
샤 자한은 뭄타즈를 몹시 "총애"하여, 전쟁터에도 데리고 다녔다 한다.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후,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샤 자한은 타지마할을 짓기 위해 어마어마한 공력을 쏟아붓는다.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일일이 대리석을 파고 돌을 박아 넣었으며, 이탈리아처럼 먼 곳에서 수입해온 자재도 있었다. 똑같은 모양의 검은색 건물을 하나 더 지어 두 건물의 그림자가 포개지게 만들고 싶었다는데, 나라가 휘청일 정도의 건축을 보다 못한 아들 손에 끌어내려지며 이 미친 사랑의 공작이 불발되고 만다.
듣다 보면 늘 양가 감정이 드는 이야기이다. 그 나라 백성이었다면 그따위 무덤 보기도 싫었을 것 같고, 그 모든 이야기가 옛 전설처럼 고여 버린 지금으로서는 아무튼 그 도시를 먹고살게 해 주는 랜드마크가 되었으니. 그러나 그 뭄타즈 마할의 이름과 포개지는, <조이랜드> 속 뭄타즈를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샤 자한이 뭄타즈를 무척 사랑했다는 것만은 의심할 수 없지만 (누차 강조하지만 "미친" 사랑이다.) 그 사랑이 뭄타즈를 행복하게 했을지는 잘 모르겠기에. 말랄라 같은 프로듀서가 있었다면, 14명의 아이를 낳으며 전쟁터를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다면. 시대 정신조차 달랐던 때이니 뭄타즈가 무엇을 원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뭄타즈가 어떤 삶이든 선택할 수 있었다면, 다른 이야기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수백 년 전에 무덤에 갇힌 뭄타즈 마할도, 뭄타즈를 비롯해 각자의 창살에 갇혀 있던 이 영화 속 인물들도, 이 인물들이 표사하는 파키스탄 사회도, 그런 자유로운 선택지의 세상에 갑자기 짠 놓일 수는 없다. 그런 "조이랜드"는 우리에게 없다. 너무 아름답지만 멀고 아득한, 우리의 조이랜드.
그래서 이 영화가 마지막까지 쟁쟁 외친 소리가 며칠씩 여운으로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보지 못한, 가보지 못할 조이랜드가 아득하게 슬퍼서. 말랄라가 어떤 마음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했는지, 어쩐지 조금 알 것도 같은 기분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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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를 갱신한 감독과 배우, 몰아치는 장르영화의 쾌감
7★/10★
우리는 심각한 얼굴을 한 남성 배우들이 포스터 가운데에 큼지막이 자리한 ‘두 글자 영화’, ‘세 글자 영화’를 참 오래도록 봐왔다. 그중에는 언젠가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영화도 있었고, 절로 얼굴이 찡그려지는 식상한 영화도 있었다. 문제는 개별 영화의 완성도와 성취를 떠나, 이런 콘셉트의 영화가 기시감‧피로감을 준다는 점이다. 포스터만으로 이미 그 영화를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포스터만이 아니다. 전개도 마찬가지다. 몇 장면을 보면 이미 결말이 예측되고, 그 결말로 어떻게 나아갈지가 뻔히 보인다. 지루함에 잠깐 잠들었다 일어나 영화를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국 상업영화의 성장이 안전한 공식의 확립으로 귀결되어 반복적으로 소비된 결과다.
〈밀수〉도 그래 보였다. 닳고 닳은 포맷에 여성 배우를 끼워 넣었다는 것만으로 새로움을 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밀수〉는 성급한 단정을 기분 좋게 배반한다. 첫 번째 포인트는 케이퍼 무비, 즉 장르 영화로서의 재미다. 영화의 전개는 굉장히 빠르다. 문제가 되는 갈등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며 관객을 순식간에 영화 속 세계로 몰입시킨다. 화학 공장의 폐수로 바다가 오염되어 생계가 막막해진 어촌의 해녀들이 밀수에 뛰어들고, 그들 사이에서 오해가 생겨 사이가 벌어지며, 얄궂게도 엇갈린 이들이 다시 얼굴을 마주하기까지의 초반부를 보자. 본격적인 판이 벌어지기까지의 전사(前史)를 속도감 있게 설명해주는 초반부는 ‘먹고살기(이왕이면 더 잘 먹고살기)’가 최고로 중요한 문제였던 1970년대의 시대정신을 파노라마로 펼쳐낸다. 초반부를 본 관객은 이제 인물들이 그 어떤 비도덕적인 일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조금 덜 나쁜 사람이든 다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자일 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퍼 무비를 위한 제대로 된 판이 벌려진 것이다.
무대가 마련됐으니, 이제 그 위에서 뛰어놀 캐릭터의 차례다. 웰메이드 케이퍼 무비가 그러하듯, 개별 캐릭터들은 다채롭게 날뛰는 동시에 앙상블을 이룬다. 김혜수는 〈타짜〉, 〈도둑들〉에서 보여주었던 연기로 장르 영화의 긴장을 생산하며 중심을 잡는다. 김혜수의 캐릭터와 연기는 그 자체로 관객에게 영화를 설명하는 장치가 된다. 김혜수의 파트너이자 자존심 강한 해녀를 연기한 염정아는 현실적 연기 톤을 선보인다. 〈밀수〉가 동떨어진 세계의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가 건너온 실존하는 과거의 이야기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다방 마담을 연기한 고민시는 예쁘고 요염하게만 소모되다 사라져버리는 다른 영화의 선배 레지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기가 눌리기는커녕 오히려 보란듯이 활개하며 인상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어리바리’한 악당을 연기한 박정민, 공권력이라는 막대한 힘을 가진 세관을 맡은 김종수 역시 가진 것 없는 해녀들을 억누르고 착취하는 역할을 얄미울 정도로 능숙히 소화한다. 이들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가진 자가 유리한 1970년대의 생존경쟁에서 ‘남자’라는 특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피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권 상사를 연기한 조인성. 사실, 우리는 이미 스타가 된 미남 배우들의 멋짐에 무던한 경향이 있다. 처음 그의 멋짐을 접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조금씩 휘발되고 어느새 그저 익숙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멋짐은 당연하지 않다. 류승완 감독은 〈밀수〉에서 작정하고 조인성을 멋있게 연출했다고 인터뷰했는데, 이 말은 허언이 아니다. 권 상사는 모두가 생존을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는 전쟁터의 꼭대기에 있는 인물이지만, 그에게는 다른 남자들이 갖지 못한 낭만이 있다. 속된 말로, ‘치인다’. 〈밀수〉의 조인성은 캐릭터와 액션에서 모두 기존의 매력을 완벽히 갱신하며 그의 멋짐을 새삼 뽐낸다. 물론 〈밀수〉의 캐릭터 활용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해녀로 출연하는 박준면, 김재화 등 이미 다른 작품에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한 배우들의 활용도가 더 컸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뛰어난 존재감을 뽐내는 캐릭터들의 각축전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해녀들의 특성을 반영한 수중 액션, 음악과 의상으로 연출한 시대적 분위기 등 〈밀수〉를 즐길 만한 요소는 많다. 화룡점정은 메시지다. 남성 이익 카르텔에게 모든 것을 털린 해녀들이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자신들만의 의리‧패밀리십‧해녀 정체성을 무기 삼아 빼앗긴 것들을 되찾는 과정은 영화의 장르적 쾌감과 만나 폭발한다. 현실에서는 가진 자들이 연대하고 없는 자들이 갈등하지만, 〈밀수〉에서는 없는 자들이 뭉쳐 가진 자들의 칼끝이 서로를 향하게 한다. 식민자 남성의 전략인 ‘이이제이’를 피식민자 여성의 반격으로 전유하는 것이다. 〈베테랑〉, 〈모가디슈〉 등에서 남성들의 연대와 갈등으로서의 세계에 천착하던 류승완 감독이 이토록 완성도 높은 여성 케이퍼 무비로 돌아왔다는 게 놀랍다. 숨통이 트이는 해녀들의 숨비 소리에 하루 빨리 동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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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들은 벗으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2년간 "청소년 관람불가"를 달고서, 100만명을 넘긴 영화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유일하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방자전, 2010 - 인간중독, 2014>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겼던 "한국 성인 로맨스"이다.
당연히, 노출에 대한 마케팅도 있었지만 극장에서 거둔 결과는 7만명에 불과했다.
700만명을 넘겼던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 이후 9년 만에 나온 신작임을 생각하면, 아쉬운 성적이나 VOD 공개 1달 만에 8만건의 이용 횟수가 확인되었다.1. 야해서 보는게 아닌가?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는 공간은 어딜까? - 당연한 소리이겠지만, 영화관이 이에 충족하는 공간이다.
핸드폰과 태블릿, 컴퓨터, 혹은 TV와는 비교가 안 되는 크기와 화질, 음향과 조명까지 비교가 될까? (최근 "공연 실황"에 "스포츠 경기"까지 그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만...)
그런 점에서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성인 로맨스"이다. - 아무리 <365일>가 재밌다고 한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으니...근데, 본 작품에 오가는 말들이 살벌하다.
'"색, 계'라니요, '화양연화'라니요, 대체."로 분노를 꾹꾹 눌러낸 "이동진 평론가"를 비롯해 관객들 역시,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라는 속 편한 소리도 있겠지만 '왜, <화양연화, 2000 - 색, 계, 2007>가 지금까지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지?'를 아는가? - 설마, 자 영화들이 관객들의 눈요기만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2. 걷잡을 수없이 커진다고?
그저, '야함'만을 선보였다고 하기엔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분량은 146분으로 2시간을 훌쩍 넘긴다.
이는 그만큼 이야기에도 공을 들였다는 소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무광 - 수련'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까지의 묘사가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특히, 이 과정이 나쁘지 않았기에 관객들이 기대를 걸었던 '그렇고 그런 장면(?)'들도 좋았던 것이고...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데에는 무엇일까?
일단, "수련"이 "무광"에게 관심을 보이는 원인을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건, 필자가 '솔로'임을 유의하길...)
그저, 계급을 이용한 "역할 놀이"로 보일 만큼 그들의 '그렇고 그런 장면(?)'들은 '아이 캔디'에 그친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수련"의 남편 "사단장"의 성불구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한 여성 개인의 불만은 "이혼"이라는 상호 신뢰 간의 문제, 즉 한 국가의 신뢰로 이야기를 넓혀나간다.3. 자꾸만 아니라고 하네요...
이후 넋이 나간 "무광"이 당의 말씀이 적힌 팻말에 집중하는 장면까지 그저, 야한 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보고자 했을 관객들의 기대치와는 한참이나 다른 야심에 당황스러운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이런 이유에는 본 국 '중국'에서 검열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고, 이후에는 이마저도 회수시켜 '금서'가 되어 영상으로도 제작되지 못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원작에 대한 소개말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이를 모르더라도, 사진이 있는 액자가 각 가정에 붙어있고 일부 군인들이 농사를 하는 방식이며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등의 실제 사건 등은 단번에 윗동네를 연상시킨다.
다만,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으며 쓰이는 언어도 다양하게 섞여있다.
이런 모호함은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있는 여주인공 "수련"의 연기에 적지 않는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빠르고 정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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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이 변화시키는 사람의 마음, 그리고 세상!
“음악이 세상을 바꾸지 못하지만, 사람은 변화시킬 수 있다” <디베르티멘토>는 알제리 태생 이민자 여성, 프랑스 교외 지역 출신, 여성혐오라는 편견을 깨고 지휘자라는 꿈을 이룬 마에스트라 자히아 지우아니의 이야기이다. 여성으로서 마에스트라가 되는 힘겨운 과정을 그린 작품이지만, 음악이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영향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그들이 사는 세상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클래식이 가진 격식,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편견 등 보이지 않는 벽을 무너뜨리고, 모두가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디베르티멘토 선율은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 디베르티멘토: 기악 모음곡의 일종. 악장의 개수가 다양하고, 악기 편성의 형태가 각양각색이다. 디베르티멘토를 남긴 가장 유명한 인물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이다.
1995년 파리 교외 도시인 팡탱에 사는 알제리 이민자 출신 자히아(울라야 아마라)는 지휘자의 꿈을 꾸는 17세 소녀다. 어렸을 적 우연히 TV에서 본 라벨의 ‘볼레로’ 연주 공연을 보고 클래식에 발을 들여놓은 것. 쌍둥이 동생과 함께 파리 시내 명문 음악 고등학교로 전학을 간 그녀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동급생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출신과 배경,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세르주 첼리비다케(닐스 아르스트럽)의 눈에 들어 그의 가르침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 위해 디베르티멘토라는 오케스트라를 만들기 시작한다.
<디베르티멘토>는 알제리 국립 오케스트라 시작으로 유수의 오케스트라 객원 및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인 자히아 지우아니가 그 꿈을 시작한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클래식 음악에서 여성 지휘자는 전 세계적으로 6%, 프랑스에서는 4%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으로서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난관이 많다. 영화의 배경이 1995년에는 그 강도가 더 심한데, 감독은 초반, 이 꿈 많은 소녀가 출신, 지역, 성의 장벽에 부딪혀 나가는 모습을 진득하게 보여준다.
파리 시내 명문 음악 고등학교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클래식 가문의 자재들. 이들은 교내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해 지휘자로 선 자히아의 말에 비아냥거리고, 연습에도 빠진다. 게다가 학교 초청 강연을 온 세르주 첼리비다케 또한 자히아가 지휘를 한다고 했을 때 여성은 지휘봉을 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자히아는 이런 편견에 하나씩 맞서 나가면서 자신을 적대하는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그 방법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다.
7살 때 우연히 TV를 통해 본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공연, 그때 마주했던 ‘볼레로’의 향연을 잊지 못하는 그녀는 밤낮없이 연습한다. 단순히 악보를 외우고, 음악을 듣고, 지휘를 시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곡가의 의도를 고민하고 단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등 지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특별한 건 이런 노력으로 인해 최고의 마에스트라가 탄생했다는 여성 성장 서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악이 가진 선한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자히아는 클래식 음악과 지휘를 공부하면서 과연 자신이 하는 음악은 누구를 위한 음악이며, 나만의 개성이 투영된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다. 그리고 그 음악이 자신처럼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전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에 잠긴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디베르티멘토’라는 특별한 오케스트라다. 바쁜 와중에도 동생과 함께 보육원에서 음악 봉사를 한 그녀는 음악이 전하는 행복을 더 널리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다. 이후, 특별 계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평등하게 명곡을 즐길 자격이 있다는 신념으로 출신, 성별, 인종을 불문한 친구들을 모아 만든 이 오케스트라는 편견이란 장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의 뜻을 모아 만든 오케스트라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팡탱 시의 도움을 받아야 유지되는 상황에서 시장과 독대한 자히아는 “음악이 세상을 바꾸지 못하지만 사람은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말을 한다. 결국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바꾸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진리를 얘기한 것. 이후 실제로 팡탱 시는 디베르티멘토에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결은 다르지만 <나의 올드 오크>처럼 이 작품 또한 이민자와 난민 문제 등 첨예한 대립을 세우는 현 유럽 사회에 따뜻한 경종을 울린다. 이런 주제의식을 강조하듯 영화에서는 라벨의 ‘볼레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 생상스의 ‘바카날레 춤’ 등 타 문화의 개성과 장점을 가져와 멋진 클래식을 탄생시킨 작곡가들의 음악이 수를 놓는다.
<디베르티멘토>는 여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성 성장 영화와 그 궤를 달리하지 않는다. 심하게 변주를 가하거나 편곡하지 않고 정석대로 서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가진 개성이나 특별함이 묻어나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마음에 와닿는 건 실제 이야기가 허구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다고 믿은 감독과 음악을 위한 삶이 아닌, 삶을 위한 음악을 하려는 한 자히아의 뚝심이다. 자신이 음악으로 소중한 꿈을 꾸고 희망을 염원했던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똑같은 감정을 전하고자 노력한 자히아의 모습은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박수를 보낼 정도. 인생의 나락에 빠졌을 때 음악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10분동안 이어지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꼭 마주하길 바란다. 앵콜을 부르는 박수를 저절로 치는 자신을 만날 것이다.
덧붙이는 말
- 자히아 지우아니는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를 만든 이후, 디베르티멘토 아카데미를 설립해 매년 2만 명이 넘는 청년들에게 음악을 전파하고 있다.
- 아래 영상은 지난 2019년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자히아 지우아니와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타라의 연주 장면. 라벨의 '볼레로'가 연주된다. 즐감하시길! (05:20 부터 연주 시작!)
사진 제공: 찬란
평점: 3.0 /5.0
한줄평: 알고도 감동하는 클래식 음악처럼!
* 〈씨네랩〉 초청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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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주부의 평범한 '스파이' 되기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평범한 주부가 '평범하게 살기'라는 임무를 받아 스파이 활동을 하는
아주 재미난 소재의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입니다.
앞선 소개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굉장히 골 때리게 웃긴 영화입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우에노 주리 | 스즈메
FILMOGRAPHY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
스윙걸즈 (2004)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
AWARDS
28회 일본 아카데미상, 2005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2005
요코하마 필름 페스티벌, 2005
아오이 유우 | 쿠자쿠
FILMOGRAPHY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
훌라 걸스 (2006)
스파이의 아내 (2020)
AWARDS
요코하마 필름 페스티벌, 2007
제 30회 일본 아카데미상, 20007
제 15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 2021
어떤 내용인가요?
반려 거북이에게 밥을 주며, 아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스즈메.
손을 씻고 있는 스즈메는 한 아줌마에 의해 밀쳐지기도 하고,
버스도 스즈메를 그냥 지나치자
스즈메는 자신의 존재감이 점점 옅어져 자신이 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아침에 넘어지면서 발견한 스파이 모집 공고가 떠오르는데...!!
Reviews
"평범함 속 특별함"
ⓒ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고 나면 평범한 것들,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독특한 소재로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나름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영화 뭐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이 영화를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정말 오묘하고 웃기고 신기한 영화입니다.
"일본 특유의 감성과 유머"
ⓒ 네이버 영화
일본 특유의 감성과 개그 코드가 가득한 영화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개그 코드가 얼마나 잘 맞냐에 따라 영화의 평점도 갈릴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딱 5분만 봐도 판단할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일단 시청해보는 거 어떨까요?
지금까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일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일상의 지루함을 느끼시는 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고 계시는 분에게 추천 드리고 싶은데요.
영화는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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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올드 오크' - 배타와 연대
시리아 난민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제69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이 90세 때 촬영한 작품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지만,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영화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사회 문제를 직접적으로 터치한다. 난민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과 비록 선진국이지만 대도시에서는 그들을 원치 않는다는 것.
최근 모 영화배우가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들처럼 난민이 될 수도 있으니 그들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 말했지만, 현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말을 수용할지는 아직 물음표이다.
1951년 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의정서는 근대 난민보호의 초석으로, 이에 포함된 난민관련 법률적 원칙들은 난민의 처우를 규정하는 수 많은 다른 국제법과 지역법, 국내법과 관행의 뿌리가 되고 있다. 1951년 난민협약에 포함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난민이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추방 혹은 송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강제소환 금지원칙'이라 부른다. 난민협약은 국가가 난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서도 명시하며, 누가 난민이고, 난민이 아닌지에 대한 정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비호국에서 난민의 권리를 명시하였다. 신분증명서를 받을 권리, 이동의 자유, 재산 이전의 자유 등이 명시되었다. - 출처 :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유엔난민기구의 국제법적 기초
영화는 희망이 없는 영국의 폐광촌으로 들어 온 시리아 난민들과 자신의 우울을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게 투영시켜 괴롭힐 만큼 삶에 의욕이 없는 자들을 비춘다.
네 편과 내 편을 나누며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것을 종용하는 주민과 난민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
폐광촌이 되기 전에는 의욕을 갖고 서로 연대하며 음식을 나누던 이들이 이제는 낯선 땅에서 슬픔을 맞이한 이들과 다시 연대하며 일어설 힘을 얻는다.
이들에게 있어 무엇인가를 이루고자하는 애씀은 늘 중도에 그만두는 허무함으로 끝나지만, 다시 한 번 희망의 끈을 잡으며 시작이란 단어를 꺼내든다.
영화는 난민에 대한 편견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그들을 연민과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가며 우리와 별반 다를 바없는 존재로 대우한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는 슬픔 가운데 있는 이를 위로하며 따듯한 환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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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지망생의 크리스마스 동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함
12월 9일 목요일(내일!) 국내 개봉하는 <마이 뉴욕 다이어리>의 원제는 <My Salinger Year>로, 이 영화는 조안나 라코프가 쓴 동명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뉴욕의 전통 있는 작가 에이전시 '해롤드 오버 어소시에이츠'에서 일했던 라코프는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2010년에 BBC 라디오 4 채널을 위한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방송도 전에 이 다큐멘터리는 영국 출판계에서 유명해졌고, 라코프는 격려를 받아 다큐멘터리 대본을 토대로 회고록을 써 2014년에 출판한다.
국내 개봉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갓 대학을 졸업한 23세의 조안나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뉴욕에 상경한다. 작가로서의 데뷔 전까지 수입이 필요했던 조안나는 꿈과 가까운 출판계에서 일하고 싶어하고, 직업소개소는 그런 조안나를 작가 에이전시에 소개해준다. 이 에이전시는 아가사 크리스티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헤럴드 핀처 등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담당했던 회사이다. 조안나의 주 업무는 역시나 쟁쟁한 작가이자 동시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라고 할 수 있을 J. D. 샐린저에게 쏟아지는 팬레터에 답장하는 일이다. 그는 팬레터에 하나하나 답장하고 싶은 욕망과 무서운 상사 마가렛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샐린저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즐겁지만 그가 하는 말들은 고민거리를 더한다...
많은 관람객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듯이, <마이 뉴욕 다이어리>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무섭지만 멋진 상사와 뉴욕이라는 배경 때문도 있겠지만, 두 영화가 공유하는 특징은 그게 다가 아니다. <마이 뉴욕 다이어리>의 조안나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디는 모두 원하는 것이 있어 비싼 집세를 지불해가며 화려하지만 정신없는 뉴욕에 살고 있고, 현재 직장은 그들의 꿈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고뇌를 멈출 수 없다. 또한 조안나는 작가(문학), 앤디는 기자(저널리즘)가 되기를 원한다. 다른 분야이나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직업들인데, 오랜 시간 미디어에서 부여해온 뉴욕의 낭만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직업 선정이다. 꿈과 아메리칸 드림의 도시, 지망생의 도시(그러나 지망생들만의 것이 아니기에 지망생들이 모이는) 뉴욕.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쇼퍼홀릭> 등 오랜 세월 칙릿 소설의 무대는 뉴욕이었다. (조안나가 영화에서 말하듯) 비좁은 아파트에 낑겨 살더라도 그 아파트가 뉴욕의 어느 모퉁이에 있다면 젊은이들은 행복하게 잠들 수 있다. <마이 뉴욕 다이어리>에서 관객이 즐길 수 있는 묘미 중 일부도 친구네 집에 얹혀 사는 조안나의 허름한 침대를 비추는 불빛이 얼마나 따스한지, 남자친구와 구한 조안나의 집에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 편지를 읽고 글을 쓰는 연인의 모습이 얼마나 낭만적인지, 조안나의 90년대 패션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와 같은 것들이다. 고급스러운 디저트 가게에서 혼자 여유를 즐기는 조안나, 소설을 독파하며 도시 곳곳의 카페를 섭렵하는 조안나의 모습은 대도시의 낭만의 결정체라고 할 만하다. 심지어는 조안나의 고민 원인인 팬레터 읽기마저도 낭만적이다.
<마이 뉴욕 다이어리>의 주인공은 조안나이지만, 조안나를 돋보이게 하는 매력적인 다른 인물들도 주목할 만하다. 1990년대라는 디지털 시대에 도입하기 시작한 시간적 배경, 조안나의 보스인 마가렛은 컴퓨터를 못마땅해하고 녹음 테이프와 타자기를 선호하는 아날로그한 인물이다. 갓 입사한 조안나를 엄하게 대하지만, 조안나와 마찬가지로 관객 역시 마가렛과 마가렛을 연기하는 시고니 위버의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세 번째 축이자 이야기의 핵심인 샐린저는 영화 내내 전화로, 혹은 멀리 떨어진 뒷모습으로 등장한다. 샐린저의 작품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조안나지만, 이 노작가의 수줍은 성격과 그를 둘러싼 소문들은 이 어린 작가 지망생의 흥미를 자극한다.
30년 가량의 세월이 지나며 정작 뉴욕에서는 예전 뉴욕다운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 덕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올 겨울, 용감하게 대도시를 누비는 젊은이와 비밀스러운 대작가를 만나러 극장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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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집을 장만하면 아기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마을이 있다?! VIVARIUM
흥해라 이 영화
비바리움 (2019)
- 좀처럼 집을 장만하기 힘들어 하는 톰과 젬마
우연히 들린 이상한 중개업소에 소개한 집을 구경하다 본의 아니게(?) 입주하게 되는데...
기괴한 색감과 설정을 풀옵션으로 갖춘 영구임대주택에서의 육아체험기 '비바리움' 이 영화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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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이프라인> 1차 예고편
목표는 하나, 목적은 여섯!
화끈하게 뚫고, 완벽하게 빼돌려라!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 천공기술자 ‘핀돌이’는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프로 용접공 '접새', 땅 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나과장',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 이 모든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까지!
그러나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면서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들
그들의 막장 팀플레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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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이터>
낯선 곳에서 새 출발하게 된 진아는
우연히 복싱에 매료되고, 어쩌다 복서가 된다.
두 탕 알바에 고된 몸으로 오른 링 위에서 그녀가 마주한 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자기 자신이었다.
삶의 발버둥이 아닌 스텝을 가르쳐준 복싱.
진아는 살아가기 위한 진짜 파이팅을 준비하는데…
두 주먹 두 발로 세상에 맞서 파이팅 투게더!